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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등 돌리는 베팅사이트…“상호관세는 합법” 확률 25%로 추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합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한 관세를 둘러싼 회의론이 미 연방대법원에서 부상한 가운데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화제를 모았던 베팅사이트에서는 상호관세가 합법 판결될 것이란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에 따르면 6일 한국시간 오전 11시 8분 기준, 대법원이 트럼프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25%의 확률로 반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부과한 '펜타닐 관세'·'상호관세'의 적접성을 따지는 대법원 심리는 이날 오전 0시께(한국시간 기준, 미 동부시간 5일 오전 10시) 시작됐다. 대법관들은 IEEPA가 대통령에 부여한 수입을 '규제'할 권한에 관세가 포함되는지와 의회가 명시적으로 관세 권한을 위임하지 않았는데도 대통령이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단독으로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트럼프 관세가 합법으로 최종 판결될 확률은 심리 전 50%대 초반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도 관세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치자 불과 몇 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에 베팅이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심리가 진행중인 이날 오전 1시 35분엔 이 확률이 18%까지 추락하기도 했었다. 또다른 베팅사이트인 칼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심리전 40%대 중반에서 현재 30%로 급락한 상황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정책의 기반을 유지하려면 대법관들로부터 5표를 얻어내야 한다"며 “수요일(5일) 공개 변론이 끝나자 그는 그 숫자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은 이번 관세 소송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유리한 결정이 나올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에서 진행된 관세 소송 구두변론을 방청한 베선트 장관은 이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난 변론이 매우 잘 진행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송에서 정부 입장을 대변한 존 사우어 법무차관이 “대통령이 IEEPA상의 (관세 부과) 권한을 가질 필요에 대해 매우 강력한 주장을 펼쳤다"면서 “다른(원고) 쪽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베선트 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대법원의 관세 심리와 관련해 “매우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심리를 거쳐 나올 대법원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라는 점에서 미국은 물론 관세 영향을 받는 전 세계 국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폴리마켓 등은 사용자들이 1달러의 가치를 가진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해서 베팅하는 방식이다. 특정 질문에 대한 답변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베팅하며, 이에 따른 배당금을 받는다. 베팅사이트는 최신 소식 등에 민감한 참가자들이 직접 돈을 걸고 예측하는 시스템이어서 여론조사보다 더 정확하다는 특징이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같은 이유로 베팅 사이트의 정확성을 칭찬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올 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폴리마켓에선 트럼프 승리 확률을 높게 점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김유승의 부동산뷰]“유독 싸고 표준계약서 피하면 100% 사기”…전세사기 대처 10계명은?

“전세가 주변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싸다거나 핑계를 대고 표준계약서를 쓰지 않겠다는 집 주인을 조심해라. 월세도 사기가 빈번하니 마찬가지로 주의해야 한다. 정부가 마련한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계약 전 꼼꼼히 살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의 전세사기 대책 실무를 총괄하는 한성수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장의 말이다. 한 단장은 지난달 23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세사기를 피하고 만약에 당했을 경우 대처하는 방법 등을 알려줬다. 전세사기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피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만 843명의 전세사기 피해자가 새로 결정됐을 정도이다. 그러나 전세사기피해자지원특별법이 지난 5월 31일 일몰됨에 따라, 6월 이후 새로 전세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사전 예방의 중요성이 한층 커진 상황이다. 한 단장은 “전세사기를 당했다고 신고하는 피해 건수가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계약을 할 때 항상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전세는 물론, 전세사기 피해자의 10% 정도는 월세에서 발생하니 월세 계약 시에도 체크리스트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단장이 속한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은 피해자 신청 접수 시 피해자 인정과 일상 회복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임시 조직이다. 피해자와의 소통부터,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개최 주선과 피해자로 결정될 경우 관계기관에 통보해 주택도시기금의 저리 대출 지원 등을 담당하고 있다. 또 한국주택토지공사(LH)를 통해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경매 차익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역할도 수행한다. 통상 피해보증금은 최우선변제금으로 약 30% 수준만 회복 가능하지만, LH의 매입 제도를 활용하면 최대 78%까지 회복할 수 있다. 한 단장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는 일반적으로 계약 종료 시점에서 인지되는 경우가 많다. 계약이 만료돼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시점에서 집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금전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는 설명이다. 전세계약 기간이 보통 2년임을 고려하면, 2023년 10월에 최초 계약한 세입자가 올해 10월에 피해 사실을 알게 되고 전세사기지원단을 찾게 되는 수순이다. 한 단장은 “다세대·오피스텔 단지에서는 한 세대의 계약자에게서 문제가 발생했을때 그 단지의 모든 세입자에게 소문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가 알려지기도 한다"며 “피해 사례가 발생하면 증거를 최대한 수집한 뒤 각종 지원책을 활용해야 한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사기인지 미반환인지 판단할 수 있는 증거자료의 충분한 확보가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증거를 수집할 때는 사기나 기망 의도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신청 후에는 75일 이내에 심의가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서는 국토부가 지난 8월 배포한 체크리스트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단장은 “청년들을 비롯한 개인이 모든 사항을 직접 확인하기는 어려운 만큼, 공인중개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며 “특히 '3·3·3 법칙' 중 필수 항목인 △임차 주택의 권리관계 확인 △전세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확인 △계약 시 공인중개사의 정상 영업 여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변 시세조사를 하지 않고 집주인의 말만 믿고 계약했다가 피해를 입은 사례가 많다. 예컨대 “이 집이 20억인데 1억 못 돌려주겠냐"는 식의 집주인의 말을 믿고 계약했다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이들이 다수라는 것이다. 또 주변 시세 대비 가격을 1~2억원 대비 낮게 책정해주겠다며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 작성을 회피하는 경우도 조심해야 한다. 한 단장은 “값이 지나치게 싸면 그만한 이유가 있는 만큼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토부가 배포한 안심계약 체크리스트는 계약 전·계약 시·계약 후 3단계로 총 25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2년간의 피해 사례를 토대로 제작된 만큼, 이를 따르면 대부분의 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한 단장은 강조했다. 체크리스트는 전국 공인중개사협회와 지자체의 협조를 얻어 현장에 배포되고 있다. 또, QR코드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젊은 세대의 피해 예방을 위해 유튜브 쇼츠 등 온라인 홍보도 병행하고 있다. 정부는 전세사기 예방 강화를 위해 서울·경기·인천·대전·부산·대구 등 전국 6개 지역에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법 개정을 통해 예방 기능을 강화한 '안전계약컨설팅 제도'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공인중개사를 직접 배치해 등기부등본과 권리관계 확인, 유의사항 안내 등을 지원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한 단장은 “전세사기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단 한 명의 피해자라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안심계약 체크리스트에 명시된 25가지 항목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내년부터 시행되는 안심계약 컨설팅 제도를 국민들이 적극 활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보험 가입이 필수적이라고 한 단장은 덧붙였다. 전세사기 예방 모바일 앱(APP)을 활용하면 해당 주택의 시세, 악성 임대인 여부, 보증보험 가입 가능성 등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세가율이 90~100% 수준으로 집값과 전셋값이 비슷할 경우도 함께 주의해야 한다. 집값 하락 시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낮아져 보증금 회수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어서다. 과거 '빌라왕'을 비롯한 무자본 갭투자 사례에서는 감정평가나 시세를 조작해 전세가를 부풀리는 수법이 있었지만, 최근 제도 개선으로 이러한 방식은 상당 부분 차단됐다. 한 단장은 “2023년에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을 계기로 경각심이 높아졌고, 언론의 사기수법 보도와 정부의 제도 개선, 정보 공개 확대, 신탁사기 예방 등으로 사기 건수가 감소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무자본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해 HUG의 보증 한도를 기존 100%에서 90%로 축소하고, 임대인 정보와 세금 체납 내역을 공개하는 등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해 신탁사기 방지를 위한 관련 법 개정도 병행했다. 다만 한 단장은 “전세사기특별법이 일몰된 지난 6월 이후 최초 계약한 피해자 발생 시 지원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국회 결정 사항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증가세인 월세 계약 시 보증금과 관련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피해자로 인정된 3만 4천 명 중 약 10%가 월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라서다. 따라서 월세 역시 보증금이 안전하지 않으므로 등기사항증명서를 비롯한 안심계약 체크리스트 항목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한 단장은 강조했다. 아울러 지원단은 향후 전세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전세보증보험 가입 절차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계약 후 계약서를 지참해야 가입 가능 여부를 안내받을 수 있으나, 앞으로는 계약 전에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계약금을 낸 뒤 가입이 불가할 경우 계약금을 잃을 수 있다는 허점이 있어서다. 또,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의 피해자 인정과 관련해서도 앞으로는 부결 시 통지문에 근거 조항을 명시하고, 보완 방법을 상세히 안내할 계획이다. 한 단장은 “이재명 정부 들어 여당과 협의해 피해지원센터 컨설팅 법안과 불법 건축물 매입·양성화 법안을 추진 중이다"라며 “집주인이 연락 두절될 경우 소방시설 문제 등에 대해서는 소방청이 개입해 빠르게 조치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법안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국회와 협의해 최대한 조속히 시행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자원경제학회 세미나] 산업 탈탄소화, 경제성 있는 수소 확보가 관건…“수소고속도로 필요”

AI와 전력 대전환 시대를 맞아 산업 탈탄소화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의 '마지막 퍼즐'로 부상했다. 에너지와 산업 현장에서는 '기술이 아니라 원료가 문제'라고 진단하고 있었다. 6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자원경제학회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난(難)감축 산업(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의 탈탄소는 결국 안정적인 청정 연‧원료 공급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표에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의 54%가 산업부문에서 발생하며, 그중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기초소재산업이 핵심"이라며 “산업구조상 탈탄소화는 단순히 공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산업 생태계 전체의 구조개편 과제이다. 2035 NDC가 제시하는 선형적 감축경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정 연구위원은 또 “EU와 미국은 탄소중립을 산업재편의 성장전략으로 보고 청정산업딜(Clean Industrial Deal)과 전환금융 등 지원책을 앞세우지만, 한국은 여전히 기술과 제도 간 불일치로 실행이 지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우리 산업은 고효율 설비를 갖추고 있음에도 추가 감축의 한계비용이 매우 높다"며 “정부가 탈탄소화 기술의 상용화를 지원하는 동시에, 연료·원료 전환 비용을 흡수할 금융 인프라를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교수는 '산업 탈탄소화를 위한 친환경 원료 공급체계의 중요성' 발표에서 “難감축 산업은 결국 연료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저탄소 철강, 저탄소 플라스틱 크래킹, 저탄소 시멘트, 저탄소 암모니아 합성 등 핵심 공정이 모두 안정적 청정수소 공급망에 의존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한국형 유동환원로 기반)을 예로 들며 “그린수소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증이 완료돼도 상용화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스코가 2050년까지 연간 300만톤의 수소가 필요하다고 전망하는데, 현행 청정수소 공급능력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하다"며 “결국 '수소고속도로' 구축과 원전수소(Pink Hydrogen) 활용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날 '수소고속도로' 구상도 공개했다. 그는 “동해·남해·서해 등 3개 권역에 청정수소 생산기지와 배관망을 구축해 산업·발전·도시가스를 잇는 국가급 인프라를 만드는 방안"이라며 “철강·석화·천연가스 혼입 등으로 연간 1억톤 이상의 CO₂ 감축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또한 “수소 인프라 구축은 지방소멸 대응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다"며 “전남·경북·충남 등 고위험 지역에 산업단지·창업 생태계를 결합하면 일자리 1만 개 이상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정은미 연구위원은 발표를 마치며 “산업 탈탄소화는 환경정책이 아니라 산업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탈탄소 기술을 단순히 규제대응 수단이 아니라 신산업 성장동력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며 “산업 간 융복합, 순환경제, 전환금융을 연결하는 국가 차원의 '산업전환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인사이트] 부동산 담보의 그늘을 넘어: 은행의 사업전환이 여는 신성장의 문

우리 경제의 혈맥을 담당하는 은행권이 여전히 부동산이라는 안전지대 속에 머물러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원화 대출 중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은 70%에 육박했다. 이는 은행 여신의 10원 중 7원이 주택담보대출 또는 부동산 개발자금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5년간 이 구조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금리 인상기에도, 경기 둔화기에도, 은행들은 가장 손쉬운 길을 선택했다. 담보가 있고 리스크관리가 용이한 부동산 대출이 주요 대출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단기 안정성 추구는 국민경제 전체로 보면 '안정된 퇴행'에 가깝다. 실물경제로 자금이 적시에 공급되지 않으면 기업의 혁신 투자가 위축되고, 일자리 창출 여력도 줄어든다. 가계의 자산은 부동산으로 쏠리며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된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중산층을 잠식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내 집 마련'조차 요원한 목표가 된다. 결국, 은행의 안정이 국민경제의 불안으로 전이되는 역설이 형성된 것이다. 은행권이 생산적 금융을 실현하는 첫 출발점은 평가 역량의 혁신이다. 과거 벤처 붐 시절, 많은 자금이 기술력만을 믿고 투입됐으나 부실로 끝났다. 반면 오늘날의 '기술 금융'은 동일한 벤처 대출이라도 기술 가치 평가에 근거한 정밀한 심사체계를 바탕으로 운용된다. 이는 성공적인 생산적 금융의 안전판이 된다. 은행이 단순히 자금을 공급하는 '대출기관'이 아니라, 산업을 분석하고 리스크를 공유하는 '투자기관'으로 진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다음으로 제도적 유인이다. 현재 은행들은 BIS 비율 규제에 따라 대출자산의 위험가중치에 맞춰 자기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벤처기업 등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400%로 책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 대비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다 보니, 은행들이 같은 자본으로 더 많은 대출을 할 수 있는 안전한 부동산으로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만약 정부가 벤처·혁신기업 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120% 수준까지 낮추면, 은행으로서는 동일한 자본으로 더 큰 투자 여력을 가지게 된다. 이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유인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될 수 있다. 또한, 지역금융 강화도 필요하다. 일본은 2000년대 초부터 '관계형 금융(Relationship Banking)'을 통해 지방은행이 중소·중견기업과 장기적 거래관계를 유지하도록 지원했다. 대출 대상 기업의 신용등급뿐 아니라 현장 방문, 기술력, 고용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이 방식은 지역경제의 회복탄력성을 높였다. 관계형 금융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으로서 정부의 보증 지원 활성화가 시급하다. 신생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은 담보가 부족하거나 신용이 충분히 평가받지 못해 금융 접근성이 낮다. 이에 정부가 일정 부분 대출에 대해 보증을 서서 은행의 리스크 부담을 줄여주면 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은행 내부의 체질 개선도 병행되어야 한다. 국내 은행 인력의 다수가 여전히 담보평가, 채권관리, 소매금융 영업에 집중되어 있다. 기술평가, 산업 분석 등 생산적 금융의 핵심 역량을 갖춘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신용리스크를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산업별 전담 심사팀을 구성하는 것이 향후 10년의 은행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생산적 금융의 전환은 단순한 '투자 확대'가 아니다. 우리 경제의 자원배분 구조를 바꾸는 패러다임의 개혁이다. 적절히 운용된 생산적 금융은 다음과 같은 거시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첫째, 기업 투자가 확대되어 고용이 창출되고, 가계소득이 증가한다. 이는 소비와 세수를 늘려, 경제의 선순환을 유도한다. 둘째, 은행 수익구조가 다변화되어, 부동산 경기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구조가 가능해진다. 셋째, 기술 금융과 벤처투자를 통한 혁신기업 성장으로 국가 경쟁력이 강화된다. 넷째, 금융과 산업의 연계가 강화되면서 자본시장의 깊이가 한층 두터워진다. 궁극적으로 금융은 국민의 부로 이어질 때 그 존재 가치를 갖는다. 국민경제가 더 이상 부동산과 대출금리에 의해 좌우되지 않기 위해서는, 은행의 자금이 창의와 도전, 생산과 혁신의 현장으로 흘러가야 한다. 유동성과 리스크 회피가 아닌, 신용과 감별력으로 먹고 사는 '원래의 금융'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제는 손쉬운 담보에 안주하던 시대를 넘어, '평가할 줄 아는 은행', '투자할 줄 아는 금융'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되어야 할 때이다. 부동산 담보가 아니라 기술과 신용으로, 이자수익이 아니라 성장성과 가치로 승부하는 은행이야말로 국민이 진정으로 신뢰하는 미래형 은행이다. 서지용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 선택 아닌 필수···범정부 차원 조직 구성해야”

정부가 추진 중인 무탄소 전원 확대를 위해서는 국내에 청정수소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6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무탄소 에너지 전환을 위한 청정수소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통해 2038년 및 2050년 전원구성 전망을 제시하며 무탄소 전원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을 통해 향후 재생에너지를 에너지 시스템의 중심축으로 삼는 대전환을 추진하고 2030년까지 보급량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한 상태다. 보고서는 이같은 재생에너지, 원자력발전소(원전) 등 무탄소 전원 확대는 탄소중립 달성에 필수적이라고 봤다. 다만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원전의 경직성은 전력 계통의 실시간 균형 및 안정성 확보와 관련된 과제를 수반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의 전력계통은 타 국가와 연결되지 않은 고립형 구조다. 수요·공급의 지역적 불균형, 대규모 전력공급의 첨단산업 집약 등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전원구성 변화는 과전압 등 과거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유형의 정전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계통 유연성 확보를 위한 선제적 관리의 필요성이 한층 더 부각된다. 이런 가운데 재생에너지는 일조량·풍속 등 자연환경에 직접적으로 의존해 발전량이 시간대 및 기상 변화에 따라 급격히 변동한다는 측면에서 전력 수급 예측과 안정적 전력공급 측면의 불확실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보완할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경우 부지확보, 경제성, 안전성 등 선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 대표적인 예로 대용량 ESS 전력망 연계 시 발전소나 변전소에 준하는 계통 연계 기준이 요구돼 일반 주거 및 상업지역에는 설치할 수 없다는 입지 제약이 존재한다. 원전은 무탄소 에너지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되지만 동시에 경직성과 낮은 출력 조정성 등 기술·운영적 과제를 안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에 수소발전이 전원구성 변화에 따른 전력망 불안정성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소를 이용한 에너지 저장 및 발전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원전의 경직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통해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수소는 잉여전력을 활용해 생산 및 저장해뒀다가 필요한 시점에 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자연 방전이 없어 계절 단위 장주기 저장이 가능하다는 특징도 있다. ESS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대규모 에너지 저장 문제를 보완하는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정부가 발표한 전력수요 전망을 토대로 재생에너지·원전으로 이뤄진 무탄소 전원구성에 유연성 제공원(ESS, 수소발전)을 조합해 총 시스템 비용을 최소화하는 지점을 추정했다. 그 결과 국가 전력수요 충족을 위한 무탄소 전원 구성에서 수소발전의 적정 비중은 2040년 19.6%, 2050년 16.9%로 도출됐다. 또 적정 수소발전 지점의 총 시스템 비용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으로 인한 연간 전력수급 편차를 ESS 단독으로 대응할 때보다 5.8~6.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수소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산업 탈탄소 핵심 수단이자 에너지 안보 및 경제 성장 핵심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관련 산업 확장 적극 지원하는 모습이다. 현재 전체 탄소 배출량 약 27.4%를 차지하는 산업 부문(철강, 화학 등) 감축 필요성 증대로 수소환원제철, 그린암모니아 등 수소에너지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 '수소에너지 산업 발전 중장기 계획'을 통해 2035년 수송, 저장, 공업 등 다분야의 수소에너지 산업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목표다. 보고서는 국내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청정수소발전이 계통 안정성 확보를 지원할 수 있는 유연성 전원으로 인식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수소발전 확대를 뒷받침할 안정적 청정수소 공급을 위해 국내 청정수소 생산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이밖에 국내외에서 생산·도입될 청정수소를 수용할 수 있는 액화·압축 저장시설, 전국을 잇는 배관망, 수소 인수 터미널 등 핵심 기반 시설의 선제적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내 청정수소발전 활성화를 위해 사업자 참여를 유도하는 실질적 시장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환기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수소경제의 본격적 확산을 위해서는 발전, 산업, 수송 부문을 아우르는 범부처 차원의 거버넌스 구축을 기반으로 유기적 정책연계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오산대, ‘노션을 활용한 나만의 포트폴리오 만들기’ 프로그램 운영

오산대학교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는 지난 10월 29일과 30일 양일간 재학생을 대상으로 '노션(Notion)을 활용한 나만의 포트폴리오 만들기' 비교과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빠르게 변화하는 채용 환경 속에서 온라인 기반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학생들이 글로벌 협업 플랫폼 '노션'을 활용해 자신만의 개성과 강점을 담은 디지털 포트폴리오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교육은 이틀간 총 4시간 과정으로 진행되었으며, 참여 학생들은 실습 중심의 커리큘럼을 통해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디자인, 콘텐츠 기획까지 직접 경험했다. 한 참여 학생은 “전공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며 “1:1 피드백을 통해 나만의 강점이 잘 드러나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학생은 “노션 활용법을 배우며 포트폴리오 제작이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진로를 구체화하는 과정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영주 오산대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강점과 진로 목표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반 포트폴리오 제작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며, “앞으로도 취업 경쟁력 향상과 진로 구체화를 지원하는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산대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는 산업 맞춤형 취업지원과 진로 탐색을 위해 ▲산업 분야별 특강 ▲포트폴리오 제작 ▲면접 실습 프로그램 등 실무 중심의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며 학생들의 취업 역량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송기우 기자 kwsong@ekn.kr

국제안전표준재단과 함께하는 ‘제6회 K-컬처 나눔봉사공헌 대상’ 시상식 개최

'2025 제6회 대한민국을 빛낸 K-컬처 나눔봉사공헌 대상' 시상식이 오는 11월 27일 서울 강서구 스카이아트홀에서 성대하게 열린다.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을 빛낸 K-컬처나눔봉사공헌대상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글로벌인플루언서협회와 국제안전표준재단이 공동으로 주관한다. 올해로 6회를 맞은 'K-컬처 나눔봉사공헌 대상'은 문화, 예술, 봉사, 사회공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나눔과 헌신의 가치를 실천한 인물과 단체를 선정해 시상하는 권위 있는 행사다. 특히 2025년 행사는 '빛나는 대한민국, 함께하는 나눔의 가치'를 주제로, K-컬처를 기반으로 한 봉사정신과 나눔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상식에는 정·재계 인사, 문화예술계, 방송연예계, 봉사단체 관계자, 일반 시민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수상자에게는 나눔봉사공헌대상 상패가 수여되며, 사회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널리 전파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전망이다. 행사는 1부 K-컬처 나눔봉사공헌대상 시상식을 시작으로, 국제안전표준재단이 주관하는 임원 위촉식과 봉사단 위촉식, 파크골프 홍보단 출범식이 이어진다. 임재수 글로벌인플루언서협회 대표는 “K-컬처가 세계 속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문화 수출을 넘어, 나눔과 봉사의 정신이 함께하기 때문"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사회 각계의 선한 영향력이 더욱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K-컬처 나눔봉사공헌대상이 올해로 6회를 맞이하며, 많은 분들의 관심과 후원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신뢰받는 단체로 성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상식은 K-컬처의 확산과 함께 '나눔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문화와 봉사가 공존하는 선진 사회로의 발걸음을 함께하는 뜻깊은 행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송기우 기자 kwsong@ekn.kr

조국, 대표 출마 위해 비대위원장 사퇴…혁신당 ‘2기 지도부’ 시동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차기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위해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당 대표 출마를 위해 오늘 비대위원장을 사퇴한다"며 “당 대표 출마 선언은 별도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비대위원들이 혁신과 통합을 위해 진심을 다해줬다"며 “비대위를 통해 자기 성찰과 상호 존중이 있을 때 비로소 공동체가 되고, 국민 신뢰 회복이 느리지만 가장 빠른 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23일 선출되는 차기 지도부가 비대위가 만든 혁신안을 수용해 당 혁신을 위해 계속 이어 달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혁신당은 오는 23일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새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다. 조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혁신당 창당을 주도하며 초대 당 대표를 지냈으나, 같은 해 연말 대법원 유죄 판결 확정으로 수감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올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뒤, 당내 성 비위 사태로 지도부가 총사퇴하자 비대위원장으로 복귀했다. 한편 신장식 의원(초선·비례대표)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신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는 당의 도약과 민주진보진영의 승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며 “지방선거 승리를 책임지는 야전 사령관이 되겠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제주도, ‘그린수소’로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환 이끌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산화탄소가 만들어낸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환경운동가이자 《6도의 멸종》의 저자 마크 라이너스는 지구 평균 기온이 단 1도만 올라가도 킬리만자로와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고 전 세계적으로 가뭄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호주 기후위원회가 지난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2010년이 되면 제주 용머리 해안이 수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는 반복되는 가뭄과 폭염, 사라져가는 계절, 계속해서 높아지는 해수면 등을 통해 지구의 경고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뒤덮은 기후 변화의 파고에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길은 결국 탄소를 줄이는 일이다. 그 해법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기자는 대한민국에서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를 결합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제주를 찾았다. 바람과 햇빛이 만든 전기, 그리고 그것을 수소로 바꾸어 저장하는 기술까지. 제주는 섬이라는 한계를 오히려 실험의 무대로 삼고 있었다. 제주가 만들어 가는 탄소중립의 현장은 단순한 실험을 넘어, 대한민국 미래 에너지의 답안을 보여주고 있었다. 제주 제주시 구좌읍 CFI에너지전시관에서 제주도의 '에너지 대전환 계획'을 보여주는 지도가 펼쳐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도 위에서 제주가 앞으로 10년 동안 밟아갈 에너지 전환 경로를 설명했다. “제주도는 2035년 탄소중립을 목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를주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전시관 벽에는 제주도의 에너지 전환 계획이 단계별로 정리돼 있다. 2026년까지 해상풍력 100㎿를 설치하고, 수소 생산 시설 15㎿를 운영한다. 2030년까지 해상풍력 150㎿와 30㎿ 규모의 수소 생산 국가사업을 추진하며, 2035년에는 해상풍력 3GW와 수소 100% 발전 체계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해상풍력 3GW는 약 300만 가구에 전기를 동시 공급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로, 제주 섬의 전력 수요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도의 에너지 전환 계획에는 에너지 저장장치(BESS) 확충, 분산형 에너지 특화 지역 조성, 가상발전소(VPP) 구축, RE100 거래 제도 개선 등 구체적인 실행 전략도 포함돼 있다. 이러한 전략은 제주의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전력 공급의 안전성을 강화하며, 지역 주민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태계의 기반을 구축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제주 바람으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그린수소 만드는 수전해 방식 활용 전시관에서 확인한 제주도의 에너지 전환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전체 전기의 7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둘째, 부족한 20~30% 가량의 기저전원은 그린수소로 전환한다. 마지막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설비와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ESS), 전기차와 연계된 시스템(V2G) 등 유연한 에너지 자원을 늘려 효율적인 전력 사용을 추진한다. 이 세 가지 전략을 통해 제주도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지속 가능한 전력 공급 체제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시관을 나와 방문한 3.3㎿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 시설은 제주도의 에너지 전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장이다. 이 시설은 낮 동안 남는 전기로 수소를 만들어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전기나 수소차 연료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 가정 평균 소비 전략을 약 3㎾로 본다면, 3.3㎿는 약 1100가구에 전력을 동시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 시설은 두 가지 수전해 방식(AEC 2㎿, PEM 1.3㎿)을 동시에 운전하는 하이브리드 실증 현장으로, 국내 최초의 사례다. 저장탱크는 최대 600㎏의 수소를 보관할 수 있고, 2㎿h 규모의 ESS를 통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다. 낮 동안 풍력과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수소로 저장했다가, 실제로 운영되는 모빌리티에 그린수소를 공급하는 순환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고, 이는 국내 최초의 사례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1일부터 함덕 충전소에 1㎏당 1만5000원으로 상업 판매를 시작했다"며 “그린수소는 출력제어의 한계를 풀어내고 재생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제주도는 바람과 태양으로 전기를 만들고 남는 전기를 수소로 저장하며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더 나아가, 바다에서 파도의 에너지로바람으로 전기를 만들어 수소를 생산하는 '해상 그린수소 생산 시스템'도 국내 최초로 실험 중이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앞바다에 설치될 이 시스템은 바닷바람으로 전기를 만들어 수소로 전환하는 기술로, 올해 해상 실증과 관련 규제 완화를 통해 해상에서의 에너지 전환·저장·활용 사이클을 완성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또 다른 핵심 사업은 10.9㎿ 규모의 대규모 그린수소 실증 프로젝트다.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진행되는 이 사업은 네 가지 수전해 기술(PEM,AEC, AEM, SOEC)을 한 곳에 모아 비교 실험한다. 생산된 수소는 청정수소 인증과 RE100 거래 모델에 활용되어, 기업과 지역사회가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마지막 방문지는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다. 국내 최초로 '그린수소'를 공급하는 충전소로, 하루에 버스 4대 또는 승용차 20대를 한 시간 안에 충전할 수 있으며, 2024년 11월부터 상업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 9월 기준, 수소버스 22대, 수소청소차 1대, 승용차 68대가 그린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제주 도로를 달리고 있으며, 생산기지가 더욱 안정화되면 그린수소를 이용한 차량 운행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제주는 전국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저탄소 중앙계약', '실시간 전력거래'와 같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며, 에너지전환의 실험장이자 현장 연구소 역할을 하고 있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수소 저장 기술로 보완하며, 탄소중립을 향한 미래를 실험하는 것이다. 또한 RE100 수소시범단지, 5MW 플랜트형 PEM 수전해 기술개발, 수소특화단지 지정 추진, 대규모 청정수소 생산 기술개발 추진 등 명실상부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고 있다. 파도가 치는 바다 위 풍력발전기, 전기로 물을 나누어 수소를 만드는 장치, 함덕 충전소에서 조용히 달리는 수소버스까지. 제주도는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를 결합한 대한민국 첫 탄소중립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섬이기에 가능했고, 섬이기에 더 절실한 도전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SK바이오팜 뇌전증치료제, ‘국산 41호 신약’ 등극…42호 후보는 ‘CAR-T’

식품의약품안전처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정(성분명 세노바메이트)'을 품목허가하면서 국산 41호 신약이 탄생했다. 식약처는 안전성과 약효를 입증한 의약품을 신속히 제공한다는 방침인만큼 엑스코프리의 뒤를 이을 '국산 42호 신약' 후보에도 벌써부터 관심이 모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3일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엑스코프리를 국산 41호 신약으로 품목허가했다. 엑스코프리의 국내 판권을 확보한 동아에스티가 지난 2월 품목허가를 신청한 지 9개월만이다. 이번 엑스코프리 품목허가는 성인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2차성 전신발작을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는 부분 발작 치료의 부가요법 의약품으로 승인됐다. 식약처는 이번 허가를 통해 기존 치료제 투여만으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뇌전증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엑스코프리 품목허가는 식약처의 혁신 신약 심사기간 단축 의지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올해 제정된 식약처의 '신약 품목허가·심사 업무절차' 지침을 적용해 품목허가한 첫 사례인 까닭이다. 이 지침이 적용되면 심사 제출 업체는 식약처로부터 △신약 허가 전문인력 등 품목전담팀 구성 △임상시험 관리기준(GCP)와 제조·품질관리(GMP) △품목허가 신청 전후 맞춤형 대면회의 등 지원을 받게 된다. 또한 엑스코프리가 지난 6월 식약처로부터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 대상으로 지정된 점도 눈길을 끈다. 그동안 해외 판매만 진행됐던 엑스코프리는 환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았던 품목이다. 이에 식약처는 엑스코프리를 GIFT 대상으로 지정한 뒤 심사 역량을 집중한 신속 심사로 국내 의료현장에 빠르게 도입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식약처의 혁신 신약 심사 의지가 높은 만큼, 엑스코프리의 뒤를 이을 국산 42호 신약 후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가장 유력한 후보로 키메라 항원수용체 T(CAR-T) 세포치료제가 점쳐진다. 국내 시장에 국산 치료제가 부재한만큼 신속 허가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실제 국내 품목허가가 완료된 CAR-T 세포치료제는 '킴리아(노바티스)'·'카빅티(존슨앤드존슨)'·'예스카타주(길리어드사이언스)' 등 3종으로, 글로벌 빅파마들이 국내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는 지난해 12월 CAR-T 세포치료제 전문기업 큐로셀이 품목허가를 신청한 '림카토주'가 첫 국산 CAR-T 세포치료제이자 42호 신약으로 식약처의 승인을 받게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보고있다. 림카토주는 보건복지부 '허가신청-급여평가-약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2호 대상에 선정돼 식약처의 검토를 받고 있다. 당초 올 3분기 내 식약처 승인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심사 지연으로 올해 연말까지 승인 전망 시점이 밀렸다. 항체신약 개발 전문기업 앱클론의 CAR-T 세포치료제 '네스페셀'도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네스페셀은 지난 9월 GIFT 대상 품목에 이어 첨단바이오의약품 신속처리대상으로 지정돼 식약처의 신속 심사 지원을 받고 있다. 림카토주(큐로셀)와 네스페셀(앱클론)은 각각 재발성 및 불응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을 적응증으로 개발돼 혈액암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안전하고 효과있는 의약품을 환자들에게 신속히 제공할 수 있도록 허가심사의 예측가능성과 투명성, 신속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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