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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AI, 거품일 수 있다…내년엔 ‘이것’ 뜬다”

최근 불거진 인공지능(AI) 거품론이 글로벌 증시를 흔들고 있는 가운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일부 고평가 기업들의 가치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이츠는 9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AI는 현재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면서도 “고평가된 기업들이 AI 경쟁에서 모두 승자가 될 것인가? 오히려 경쟁이 매우 치열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모든 기업들의 가치가 계속 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AI가 거품일 수 있다"며 “일부 기업들은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이츠는 또 “AI는 세상을 재편할 매우 심오한 기술"이라며 “이부분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치가 없는 기업들의 비율이 합리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팔란티어, 테슬라 등을 포함해 일부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이 200배를 넘어서 S&P500 평균치(약 25배)를 크기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고평가 우려로 글로벌 증시는 지난달 조정을 받았다. 게이츠는 대신 내년은 글로벌 보건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 산업을 둘러싼 거품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킬 것이라며 “(AI가) 보건, 교육, 농업 등에서 엄청난 혜택을 제공할 것이고 아무도 이 부분을 의심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CNBC에 따르면 게이츠 재단을 비롯한 국제 보건단체는 수백만 명의 어린이에게 백신을 제공해 소아마비에 대응하고 다른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보건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19억달러를 최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대해 게이츠는 “우리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으로 이 약속을 실천할 수 있다"며 “내년은 가상 의사, 아프리카 방언을 지원하는 AI 기술, 소농 생산성 향상 지원 등을 실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12차 전기본 예측] 기후부 “해상풍력, 여건상 2030년까지 3GW”…전기본 수정 불가피

정부가 항만과 설치선박 여건을 고려할 때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을 3기가와트(GW) 보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2030년 해상풍력 보급목표 14.3GW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의 현실적 진단을 고려할 때 앞으로 수립될 12차 전기본에서 해상풍력 보급계획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10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범정부 해상풍력 보급 가속 전담반(TF)' 2차 회의를 열고 '해상풍력 기반시설(인프라) 확충 및 보급 계획'을 발표한다. 계획에서는 현재 상황에 대해 “항만과 설치선박의 해상공사 공급 능력이 각각 연간 0.6GW, 1.0GW에 불과하다"며 “여건을 고려할 때 2030년까지 3GW 보급만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즉 설치선박이 추가로 확보되더라도 해상풍력 지원 항만이 사실상 목포신항이 유일해 연간 공급능력 0.6GW가 해상풍력 보급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정부가 11차 전기본에서 제시한 해상풍력 보급목표 14.3GW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지난 11월 기준 상업 운전 중인 해상풍력 설비는 총 0.35GW로 2030년까지 누적 3.35GW 수준이 한계로 전망된다. 11차 전기본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수립됐다. 해상풍력 보급이 11차 전기본 목표보다 약 10GW가량 부족할 경우 이를 태양광이나 육상풍력 등 다른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계획은 기존 항만 기능 조정과 신규 지원부두 개발을 병행해 2030년에는 연간 4GW 보급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2035년까지 해상풍력 누적 보급량을 25GW 이상으로 확대하고, 발전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2030년 250원 이하, 2035년 150원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실상 2030년 해상풍력 보급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라며 “2035년까지 kWh당 150원 이하로 단가를 낮추겠다는 계획은 부유식 해상풍력을 사실상 배제하겠다는 말로 사업자들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업계 우려가 큰 만큼 2030년까지 15MW급 설치선박 4척 이상을 확보하고 미래에너지펀드 등을 통한 금융 지원과 보증·융자 한도 확대도 검토한다. 핵심 인허가인 군작전성 협의를 정비해 발전사업이 허가된 모든 단지를 대상으로 검토를 실시한다. 내년 경쟁입찰은 군 작전성 검토를 사전에 마친 이후 추진해 사업 불확실성을 줄일 계획이다. 경쟁률은 2대 1 이상으로 유도해 발전단가 인하를 추진한다. 아울러 2035년까지의 장기 보급 입찰 로드맵을 내년 상반기 중 제시하고 국장급 전담 조직인 '해상풍력발전추진단'을 신설해 사업 추진 체계를 강화한다. 내년 3월 해상풍력 특별법 시행에 맞춰 계획입지 제도를 본격 도입하고 2029년부터 입찰을 진행해 평균 10년 이상 걸리던 사업기간을 6.5년 이내로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20MW급 국산 터빈 기술개발과 100MW급 부유식 실증시설 구축, 지역사회와 수익을 공유하는 '바람소득 모델'을 통해 산업 경쟁력과 수용성도 동시에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삼성SDI 美서 ‘잭팟’ 2조원대 ESS용 LFP배터리 공급 계약

삼성SDI가 미국의 대형 에너지 전문기업에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대규모 공급한다. 삼성SDI는 미주법인 '삼성SDI 아메리카'가 현지 에너지 관련 인프라 개발·운영 업체와 ESS용 LFP 배터리 공급을 위한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금액 기준으로 2조원 이상이다. 기간은 오는 2027년부터 약 3년간이다. 삼성SDI는 미국 현지 공장 라인 전환을 통해 해당 제품을 생산될 계획이다. 삼성SDI는 미국 내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스텔란티스와 공동으로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가동하고 있다. 현지 시장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삼성SDI가 이번에 공급하는 LFP 배터리셀은 일체형 ESS 배터리 솔루션인 SBB(Samsung Battery Box) 2.0에 탑재된다. SBB는 20피트(ft) 크기 컨테이너에 배터리와 화재 안전장치 등을 통합 설치한 일체형 ESS 설루션이다. SBB 2.0은 각형 LFP 배터리가 적용된 첫 모델이다. 업계는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던 삼성SDI가 이번 계약을 통해 LFP 배터리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SDI는 그동안 LFP 연구개발(R&D)을 통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소재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한편 차별화된 소재와 극판 공정 기술을 통해 에너지 밀도까지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SNE에 따르면 미국의 ESS 수요는 올해 59GWh에서 오는 2030년 142GWh로 2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경제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LFP 소재와 각형 폼팩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ESS용 LFP 배터리의 대규모 장기 계약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글로벌 고객사들에 화재 안전성은 물론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모두 뛰어난 ESS 제품 공급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롯데렌탈 ‘친환경 기부 드라이빙 캠페인’ 5000만원 기부

롯데렌탈은 전기차를 이용하면 기부금이 적립되는 '친환경 기부 드라이빙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이를 통해 마련한 5000만원을 롯데의료재단과 제주특별자치도 보조기기센터에 전달했다고 10일 밝혔다. 4000만원은 롯데의료재단 보바스어린이재활센터 운영기금으로, 1000만원은 제주특별자치도보조기기센터에 장애아동 보조기기 지원 사업 자금으로 쓰인다. 최진환 롯데렌탈 대표는 “앞으로도 업 특성을 살려 환경보호와 교통약자 지원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함께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 우즈베키스탄과 금융협력 방안 논의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이 우즈베키스탄 사절단과 면담을 갖고 금융 협력, 우호 증진 방안 등을 논의했다. 10일 신한금융그룹에 따르면 진 회장은 전날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잠시드 호자예프 우즈베키스탄 부총리를 비롯한 사절단과 면담했다. 우즈베키스탄 사절단은 한국 기업의 우즈베키스탄 진출 확대와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이번 방한을 추진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사절단은 이날 오전 개최된 '한-우즈벡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도 참석해 한국무역협회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 및 현지 진출 기업 관계자들과 다양한 협력 과제를 논의했다. 진옥동 회장은 올해 4월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주요 국가의 금융당국 관계자들과 만나 현지 금융산업 발전 방향을 청취했다. 이어 이번 만남에서도 우즈베키스탄의 높은 성장성과 잠재력, 역동적인 금융시장 발전 가능성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진 회장과 우즈베키스탄 사절단은 ▲현지 금융 인프라 고도화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 확대를 위한 금융 지원 강화 등 다양한 아젠다를 논의하며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력 관계를 한층 더 공고히 해 나가기로 했다.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은 “이번 만남이 양국의 우호적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금융을 매개로 한 실질적 협력의 폭을 넓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신한금융은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가 가진 높은 발전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현지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협력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사상 최대 실적 앞두고 ‘선장’ 교체…신한라이프, 지향점 바뀐다

신한라이프가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다. '진옥동 2기'로 불리는 신한금융그룹이 체질 개선에 주력하는 만큼 이영종 사장 주도 하에 진행된 양적 성장을 뒤로 하고 내실 다지기로 방향을 선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0일 신한금융그룹 등에 따르면 천상영 신한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았고,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신한라이프 사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신한라이프는 올 1~3분기 51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1%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5284억원)과 맞먹는 수치다. 사상 최대 실적이 '유력'을 넘어 '확실'하다는 의미다. 누적 연납화보험료(APE·1조2399억원) 확대와 보험계약마진(CSM·약 7조6000억원) 성장 등 오렌지라이프 합병 후 거둔 성과를 토대로 그룹 내 비은행 1위 지위도 수성하고 있다. 이 사장이 또다시 연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던 까닭이다. 그러나 이미 2+1년 임기를 채웠고, 생명보험업계 톱2 진입을 목표로 달리는 과정에서 쌓인 부작용을 털어내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자경위가 이 사장의 치적을 '양호하다'고 평가했으나,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말한 이유로 해석된다. 그간 신한은행·신한카드·신한지주에서 축적한 재무 및 경영관리 분야 전문성을 살릴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낸 것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통상 CFO 출신 인사를 사장으로 앉히는 회사들은 재무건전성을 높이거나 규제환경 변화에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규제의 경우 2027년 도입 예정인 IFRS18이 언급된다. 보험수익과 서비스비용 및 손해율, 투자 성과 등을 어떻게 책정했는지 설명하는 복잡한 절차를 진행해야하기 때문이다. 신한라이프의 경우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 향상 등의 과제가 있다. 지난해 3분기 231% 수준이었던 킥스 비율은 올 3분기 190%로 40%포인트(p) 이상 하락했다. 3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6월 초 발행한 5000억원 상당의 무보증후순위사채 등 만기가 5~10년 후에 돌아오는 회사채가 당분간 킥스 비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지만, 중앙은행의 유탄을 맞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압박을 받아온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낮추면 한국은행도 유사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금리 인하는 킥스 비율 하방압력으로 작용한다. 상반기 기준 105.2%로 집계된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개선돼야 한다는 평가다. 현재 언급되는 수준에서 도입되면 여유가 있으나, '자본의 질'을 강조한 금융당국이 기준선을 어떻게 잡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는 과정에서 불어난 비용 부담도 걸림돌로 꼽힌다. 9월말 기준 생명보험 실제사업비는 1조79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13억원(21.8%) 커졌다. 이 중 보장성보험(1조7190억원)이 3000억원 넘게 확대됐다. 인건비와 수수료 등의 비용을 수입보험료로 나눈 사업비율은 28.3%에서 32.5%로 상승했다. 이는 업계 평균을 10%p 이상 웃도는 수치다. 전속·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에 힘을 실으면서 성장을 거듭했으나, '부메랑'을 맞은 셈이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은 내년 보험업권의 미션 중 하나로 사업비 관리 강화를 선정한 바 있다. 과도한 사업비 지출이 부당승환을 비롯한 소비자 피해 뿐 아니라 보험사의 장래이익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매크로 환경 역시 신한라이프의 비용효율화를 재촉하는 요소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장은 내년 생명보험 수입보험료 증가율이 1.0%에 그치고, CSM은 해지율 상승 등이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보험을 둘러싼 생·손보사들의 경쟁 심화 및 보험금 청구 증가로 손해율이 높아지는 추세로, 신한라이프 역시 예외는 아니다"라며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듀레이션 갭을 비롯한 제도가 도입되는 만큼 자산·부채 관리 등의 역량도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겨울 냉기 땅속 저장 ‘21세기 석빙고’…데이터센터 냉각 에너지 절약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자율주행, 암호화폐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전 세계적인 기후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국가 단위 전력 소비에 맞먹는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에너지 중에서도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에너지는 전체 전력 사용량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 같은 구조는 전력망 부담과 탄소 배출 증가라는 이중의 문제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하 지층을 '냉기 저장고'로 활용하는 저류층 지열 에너지 저장(reservoir thermal energy storage, RTES) 기술이 데이터센터 냉각의 새로운 기후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에 연이어 발표된 세 편의 연구는 RTES가 전력 소비 대폭 절감, 탄소 배출 감축, 물 사용 절약, 폭염 대응력 확보까지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술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핵심은 '겨울 냉기의 저장'…물 절약 효과도 RTES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 중 하나는 이 기술이 '지열'을 직접 냉각에 활용한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RTES는 땅속의 뜨거운 열을 활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차가운 에너지'를 지하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겨울이나 야간처럼 외부 기온이 낮을 때 드라이 쿨러를 이용해 물을 차갑게 식힌 뒤, 이를 기수 또는 염수 대수층에 주입해 저장한다. 이 지층은 물의 이동 속도가 느리고 화학적으로 안정적이어서 냉기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여름철이 되면 저장된 차가운 물을 다시 끌어올려 데이터센터에서 보내오는 뜨거워진 냉각수의 열을 흡수하게 된다. 열을 머금은 물은 다시 지하로 보내져 다음 겨울까지 보관된다. 이 과정에서 냉각기는 거의 가동하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RTES는 폭염 속에서도 냉각 효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구조를 갖는다. RTES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물 사용량 절감 효과다. 기존 냉각탑 방식은 대량의 물을 증발시켜 열을 식히지만, RTES와 드라이 쿨러 조합은 현장에서 물을 거의 소비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물 부족 지역에서도 안정적인 데이터센터 운영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RTES가 인공지능과 데이터 산업의 확대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전력망 안정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드문 기술이라고 평가한다. 겨울의 냉기를 저장해 여름의 폭염에 대응하는 구조는 기후변화 시대에 특히 강점을 갖는다. ◇5MW 데이터센터 실증…냉각 비용 3분의 1로 감소 RTES의 경제성과 기술적 가능성을 가장 먼저 정밀하게 입증한 연구는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오현준 박사 연구팀이 국제 저널인 '용용 에너지(Applied Energy)'에 발표한 논문이다. 이 연구는 냉각 부하 5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RTES를 적용했을 때의 연중 성능과 20년 수명 주기 경제성을 종합 분석했다. 연구팀은 기존 냉각기와 드라이 쿨러를 사용하는 기준 시나리오와 RTES 적용 시나리오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기존 냉각기의 냉각 평준화 비용(LCOC) 은 전력 1MWh당 약 15달러였지만, RTES를 적용하면 약 5달러 수준으로 3분의 1까지 떨어졌다. RTES는 압축기 기반 냉각기와 달리 순환 펌프와 드라이 쿨러만으로 냉각이 가능해 전력 소모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 피크 시간대 성능계수(COP) 는 기존 냉각기가 2.4 수준인 반면, RTES는 16.5에 달해 효율이 약 7배 높게 나타났다. RTES에 열 회수 시스템까지 결합할 경우, 연간 전력 소비량은 최대 78.2% 감소하고, 연간 약 1488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중소 규모 데이터센터 한 곳만으로도 상당한 기후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70MW 초대형 센터와 암호화폐 채굴에도 적용 가능 RTES는 중소형 데이터센터에만 국한된 기술은 아니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청정 에너지 및 에너지 저장 저널 (Journal of Clean Energy and Energy Storage)'에 발표한 논문에서 70MW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30MW 암호화폐 채굴 시설에 RTES를 적용하고 그에 대한 기술·경제성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이 연구에서 RTES 적용 시 냉각 평준화 비용은 70MW급 센터가 11.9달러/MWh, 30MW 암호화폐 센터가 14.8달러/MWh로 분석됐다. RTES는 전체 냉각 부하의 최대 60%까지 공급했고, 나머지는 드라이 쿨러가 담당했다. 특히 암호화폐 채굴 장비의 작동 온도를 기존 70~75도에서 20~25도 수준으로 낮추면, 장비 효율 향상으로 추가 전력 사용량이 18~28%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RTES는 폭염으로 인해 냉각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는 이른바 '열 폭풍'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냉각을 유지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제공하는 기술로 평가됐다. ◇“AI 시대, 데이터센터도 기후 인프라가 된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RTES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팀은 논문에서 “데이터센터 냉각을 통해 흡수된 열은 다른 곳을 난방하는 데 활용될 잠재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RTES는 단순한 냉각 설비를 넘어, 에너지 저장 기술이자 기후 적응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이 뿌리를 내린다면 데이터센터는 앞으로 AI와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 시설로도 활용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데이터 산업과 탄소중립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과제를 동시에 풀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한양대 ERICA 김지원 교수팀, 국내 최초 ‘킬로와트급 펨토초 광섬유 레이저’ 개발 성공

한양대학교 ERICA(총장 이기정) 국방지능정보융합공학부 김지원 교수 연구팀이 국내 최초로 1 kW(킬로와트) 이상의 고출력을 안정적으로 구현한 '펨토초 광섬유 레이저' 개발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초정밀 가공, 반도체 공정, 국방 등 첨단 산업 전반에 활용되는 고출력 펨토초 레이저 기술의 국산화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펨토초 레이저는 1조분의 1초 단위의 초고속 펄스를 발생시키는 레이저로, 열 발생이 거의 없어 정밀 가공성이 뛰어나 유리 및 반도체 기판 가공, OLED 필름 가공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다만 기존 기술은 고출력 구현이 어렵고, 연속발진 레이저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지며 시스템 부피가 크다는 한계가 있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출력 연속발진 레이저의 효율성과 펨토초 레이저의 고첨두 출력 특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광섬유 기반 펨토초 레이저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구현한 레이저는 평균 출력 1.1 kW 수준에서 약 360 펨토초 동안 최대 800 kW에 이르는 순간 출력을 달성했으며, 전 시스템을 광섬유 기반으로 구성해 높은 안정성과 소형화라는 장점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번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극히 소수의 선진 연구그룹에서만 제한적으로 보고된 수준으로, 특히 기존 연구와 달리 1030nm 파장 영역에서도 안정적인 구동이 가능해 산업용 증폭기 및 다양한 장비와의 호환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술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앞서 2022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국내 최초 3 kW급 연속발진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 성과는 그 연장선에서 국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펨토초 레이저 플랫폼 구현이 가능함을 입증한 것으로, 향후 초정밀 가공, 반도체 소재 처리, 3D 유리 가공, 국방 레이저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지원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한국이 고성능 광섬유 기반 초고출력 레이저 기술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 수준에 올라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며 “앞으로 반도체, 정밀 가공, 국방 분야에서 기술 혁신을 이끌 핵심 기술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과 한국기계연구원 기관고유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대한광통신㈜이 제공한 이득 광섬유를 활용해 기술 완성도를 높였다. 연구 결과는 지난 11월 26일 개최된 제35회 광자기술학회에서 발표돼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해당 논문 「All-fiberized polarization-maintaining Yb fiber femtosecond laser with 1.06 kW output」에는 박인철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박은경 박사과정생이 참여저자로, 김지원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송기우 기자 kwsong@ekn.kr

대우건설, 올해 자체사업 분양 성공 지속…실적 기대감 고조

대우건설이 올해 추진한 주요 자체사업 단지들이 잇달아 분양 성공를 거두면서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최근 몇 년간 자체사업 비중 확대 전략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수원 망포역푸르지오르마크, 부산 서면써밋더뉴, 의정부 탑석푸르지오파크7 등 대우건설이 직접 시행·시공을 맡은 사업과 김포 풍무역 푸르지오 더 마크와 부산 써밋 리미티드 남천 등 지분투자형 도급사업이 예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해당 사업장 대부분은 이미 분양에 성공했다. 의정부 탑석푸르지오 파크7은 초반에는 잠시 고전했지만, 최근 계약 건수가 빠르게 늘며 완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대우건설만의 정교한 시장분석 역량과 사업 추진 능력, 그리고 '푸르지오' 브랜드의 차별화된 상품경쟁력이 결합된 결과로 평가된다. 특히, 부산 최초 3.3㎡(평)당 평균 분양가 5000만원 시대를 연 '써밋 리미티드 남천'은 1순위 청약에 1만6200개의 청약 통장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22.62대 1을 기록했다. 써밋 리미티드 남천은 부산 부동산 시장의 침체 속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로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또 8월 수원에서 분양한 '망포역 푸르지오 르마크는' 1순위 청약 결과 평균 14.36대 1, 최고 60.76대 1의 높은 경쟁률로 화제를 모았다.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높은 관심을 얻었으며, 정당계약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계약률 100%를 달성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역별 수요와 고객 선호를 면밀히 분석해 상품 설계 단계부터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사업지에서 안정적인 분양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사업은 회계기준 상 당장의 실적에 바로 반영되지는 않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매출과 영업이익 개선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는 영역이다. 분양 성공은 곧 안정적 수익 회수 및 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올해 자체사업 성과가 향후 대우건설의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향후에도 수익성과 시장성이 높은 자체사업 뿐만 아니라, 공공 및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강화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하겠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올해 광명시흥, 의왕군포안산 등의 사업지에서 시공권을 따냈고, 정비사업에서도 서울/수도권 우량 사업지 중심의 수주로 총 9개의 사업지에서 3조7727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이는 작년 수주 금액(2조9823억원) 대비 약 26% 증가한 성과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특징주] SK하이닉스, 자사주 미국 증시 상장 검토에 4%대 강세

SK하이닉스 주가가 10일 장 초반 강세다. 전날 자사주를 미국 증시에 상장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9시 7분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41%(2만5000원) 오른 59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답변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전날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자사주 2.4%(1740만7808주)를 활용해 미국예탁증권(ADR)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탁증권(DR·depository receipt)은 증권의 해외시장 유통을 위해 발행하는 대체증권이다. 미국에서 발행하면 ADR로 부른다. 업계에서는 미국 시장에서 ADR이 거래되면 마이크론 등 경쟁사 수준으로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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