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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중공업, 유럽서 초고압변압기 ‘수주 행진’…英과 1200억원 계약

효성중공업이 이달 들어 영국과 스웨덴,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초고압 전력기기를 약 2300억원 규모로 잇따라 수주했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영국 스코틀랜드 전력망 운영사 SPEN과 약 1200억원 규모의 초고압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영국은 유럽 내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연계 전력기기 수요가 높은 지역이다. 효성중공업은 이번에 공급하는 초고압변압기를 통해 영국의 탄소중립 정책 이행을 돕는 핵심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2010년 영국 진출 이후 지난 15년 간 제품 공급, 고객 맞춤형 설계, 유지보수 등 초고압변압기 토털 솔루션을 공급해 왔다. 2022년부터는 영국 초고압변압기 시장 점유율 독보적 1위를 유지했다. 북유럽에서는 이달 스웨덴 주요 배전사업자가 발주한 약 500억원 규모의 초고압변압기도 수주했다. 효성중공업은 해당 기업과 지난해부터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노르웨이에서도 이달 초 초고압변압기를 수주했다. 아울러 스페인 주요 전력회사·에너지 기업과도 약 600억원 규모의 변압기·리액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효성중공업의 스페인 진출은 남유럽에서 올린 첫 성과다. 유럽 시장에서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프랑스 송전망 운영사(RTE)의 초고압변압기 단락시험에 성공했다. 단락시험은 극한의 전기적 부담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변압기가 정상 기능을 수행하는지 평가하는 안정성 검증 절차다. 인증받은 제품은 프랑스 내 최대 용량인 600MVA 초고압변압기다. 유럽 전력 시장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전환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며, 오는 2030년까지 약 60억~70억달러 규모로 매년 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기술이 뒤처진 제품이나 불량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며 “전력 기기는 수명이 긴 제품인 만큼 고객에게 변치 않는 신뢰를 주는 초격차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삼성·SK “트럼프 ‘AI 수출 프로그램’ 지지” 공식 의견 제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구상에 삼성전자와 SK그룹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관보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SK는 미국 상무부가 추진하는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과 관련해 공식 의견을 제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AI 지배력을 유지·확장하고, 적국이 개발한 AI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풀스택'(full-stack) 미국산 AI 기술 패키지 수출을 장려하는 행정명령을 지난 7월 23일 서명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상무부에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여기에 참여하고자 하는 산업계 주도의 컨소시엄들로부터 제안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AI 풀스택은 AI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술, 프레임워크, 인프라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미국 정부는 AI 풀스택을 반도체·서버·가속기 등 컴퓨터 하드웨어, 데이터센터 스토리지, 클라우드 서비스, 네트워크, 데이터 파이프라인, 레이블링 시스템, AI 모델과 시스템, AI 보안 조치, AI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정의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 기업들이 이들 컨소시엄을 이끌겠지만, 성공적인 프로그램에는 한국 같은 오랜 동맹들과 삼성 같은 신뢰받는 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특히 스택의 하드웨어 층에서 그렇다"고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삼성은 엣지 디바이스를 포함한 풀스택 전문성을 갖춰 프로그램의 성공에 크게 기여할 독보적인 입지에 있다"면서 “이런 동맹 생산 모델은 미국 주도의 기술 스택이 특히 단기와 중기에 글로벌 수요에 부응하는 데 안정적인 경로"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또 상무부가 외국기업과 다른 나라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고려하는 '신뢰하는 파트너'프로그램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무부가 외국기업 선정에 있어서 미국에서 오랫동안 투자, 생산하고 일자리를 창출한 역사가 있는 기업을 우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그 어떤 다른 기업도 동맹국(한국)에서 최첨단 로직 및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지 않는다"면서 “이 이중 역량으로 삼성은 미국산 AI 스택이 경제 및 국가 안보 요구에 효과적으로 부응하도록 그 규모를 키우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역시 지난 13일 낸 의견서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에 본사를 둔 외국기업을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에 포함하는 게 행정부의 정책, 기술, 수출 성장 목표를 가장 잘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SK그룹은 “미국 동맹국들의 여러 기업은 반도체, 첨단 패키징, 소재, 소프트웨어, 미국산 AI 스택에 필수적인 기타 제품과 서비스에서 세계 최고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동맹국 기업의 참여는 AI 스택 전반에 걸쳐 동급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은 AI 기술 스택 분야는 여러 기업이 시장 원리에 따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이미 '사실상의 컨소시엄'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상무부가 동맹국 참여를 막을 수 있는 배타적이고 공식화된 컨소시엄 구성을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은 AI 산업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이 AI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전 세계에 미국산 AI 기술이 더 많이 깔려 고객들이 중국산 AI를 찾지 않을 것이라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계산이다. 이는 미국산 AI 기술이 중국 등 우려 국가에 유출되는 것을 막고자 미국 기업의 AI 반도체 수출을 광범위하게 통제한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상반된다. 한편, 한국과 미국은 최근 몇 년 AI를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0월 29일 체결한 '한미 기술번영 업무협약'에서 하드웨어, 모델,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표준 등 풀스택 전반에 걸친 AI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은 미국이 AI 공급망 강화에 필요한 우방국을 규합하기 위해 지난 12일 개최한 '팍스 실리카' 서밋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임진영의 아파토피아] 수십억 고가아파트 임대 세대. ‘주거복지인가, 낙인인가’

“여기, 여기, 여기에 색깔이 칠해진 동, 층, 라인들은 임대입니다. 아무래도 임대동이나 임대 세대가 섞인 동보다는 다른 매물이 낫죠" 지난달 초 올림픽파크포레온(올파포)단지 내 상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관계자가 위와 같이 설명했다. 벽에 붙어 있는 단지 배치도에서 유독 분홍색으로 짙게 칠해진 세대가 무슨 의미인지를 묻자 나온 말이다. 임대 세대를 분양 세대들과 구분하기 위해 색깔을 칠해 놨다는 의미다. 둔촌주공 아파트를 재건축 해 2024년 입주한 올림픽파크포레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세대 수가 1만 세대가 넘어 전국 최대 규모 대단지 아파트다. 총 1만2000세대 중 1046세대가 임대주택이다. 산술적으로도 1000세대를 넘는 임대주택 가구 수만으로도 왠만한 대단지 아파트 못지 않는 규모를 자랑한다. 그런데 일선 부동산 현장에선 '임대 세대' 표시를 해 놓고 고객들에게 임대 세대가 공급돼 있는 동은 피하라는 조언을 해 주고 있었다. 입주민 중 10%에 가까운 주민들이 임대 세대에 거주하면서 조합원 및 일반분양 세대, 매매 거래 입주자들과 같은 공간인 '올파포' 단지 내에 거주하고 있지만 정작 그 이면엔 '보이지 않는 차별'이 이뤄지고 있었다. 현재 서울에서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노후 단지 및 지역을 신축 아파트로 건설할 경우 전체 연면적의 최소 10% 이상을 임대 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보통 임대 주택이 전용면적 30~40㎡(10평대)의 초소형 규모로 지어지는 만큼 세대 수 기준으로는 15% 이상이 임대 주택으로 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파포는 10평대의 소형 세대를 일반분양 물량으로 많이 공급하면서 임대 주택 의무 인센티브가 적용됐지만 그럼에도 상당수 세대는 임대주택으로 지어졌다. 올파포는 겉으로 보기엔 임대 세대와 일반 세대를 구분하기 힘들다. 특정 개별 단지에 임대 세대 1000세대를 몰아넣지도 않았고, 특정 개별동이 임대동으로 구분돼 있지도 않다. 같은 동에 조합원 세대와 일반분양 세대, 임대 세대가 섞인 '소셜믹스'가 적용된 단지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21년부터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임대주택을 특정 동이나 저층에 몰아넣지 못하도록 하는 '소셜믹스 원칙'을 의무화했다.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서울의 재건축 재개발 아파트는 일반적으로 '임대동'을 따로 둬서 특정동에 임대 세대를 모두 몰아넣고, 커뮤니티 시설 이용 등을 제한하거나 주차장과 출입구를 따로 배치하는 등 차별을 뒀다. 서울 중구 만리동 '서울역 센트럴자이'가 대표적인 경우다. 만리2구역을 재개발해 2017년에 완공된 이 단지는 총 14개동으로 구성돼 있는데, 유동 맨 마지막 번호의 114동은 다른 13개 동에서 멀리 떨어져 단지 맨 왼쪽 구석 끝부분에 지어져 있다. 언뜻 보기에도 기형적인 단지 구조다. 임대동인 114동 주민들은 13개동이 사용하는 단지 정문 출입구와 주차장도 이용하지 못한다. 임대 세대는 오직 114동 전용 출입구로만 다녀야 하고, 지하주차장 역시 메인 주차장이 아닌 114동 전용 지하 주차장만 이용할 수 있다. 13개동이 모여있는 구역에 마련돼 있는 커뮤니티 시설 역시 임대 세대는 이용할 수 없다.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 해 2019년에 입주한 강남구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상황도 비슷하다. 전체 23개동 가운데 유독 임대 세대로 구성된 2개 동만 저층으로 지어져 대로변과 맞닿은 외곽에 배치돼 있다. 고동색, 회색, 하얀색 3색으로 전체 단지의 색감 컨셉을 통일시킨 나머지 21개동과 달리 이들 2개동은 검은색 단일색으로 마감돼 있다. 디에이치 아너힐즈 임대동은 얼핏 보면 단지 내 상가 건물처럼 보일 정도로 외관 자체가 일반동과 전혀 다르게 지어져 있다. 이렇게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임대동과 일반동을 구분시키고 심지어 실거주에 있어 차별까지 하는 주체는 바로 조합이다. 정비사업 시행자인 조합들이 단지 건설 단계에서부터 임대 세대를 구분하고, 입주 후에도 시설 이용 여부 등을 놓고 차별을 조장하자 서울시는 결국 소셜믹스 정책을 의무화 했다. 이에 따라 2021년 이후 지어진 서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외적으로는 임대 세대와 일반 세대를 구별하기 힘들어졌다. 문제는 여전히 임대 세대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구분과 차별 등이 행해진다는 것이다. 입주자카페 내에선 임대 세대가 몇 층, 몇 호인지 정보를 공유하는 글들이 나돈다. 내년 1월 입주를 앞두고 지난달 말 사전 점검을 마친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르엘'이 대표적 사례다. 이 아파트 입주자 카페는 요즘 임대 배치표로 내부가 시끄럽다.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를 재건축 한 이 아파트는 입주장을 맞아 단지 외곽에 위치한 104, 105, 107, 108동 예비 입주민들 사이에서 특정층이나 특정라인이 임대 세대가 맞는지 묻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는 후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들 외곽 동에 거주하게 될 일반분양자와 조합원 세대 간에 층, 라인 배치를 놓고 분쟁이 일어난 것이다. 대로변 소음이나 분진으로부터 자유롭고 외부 뷰가 세대 내부에 조망되는 고층 세대를 조합원들이 독점하면서 일반분양자들이 불만을 표한 것이다. 이 와중에 임대 세대는 과연 몇 층, 어느 라인에 배치돼 있는지 파악해야 된다고 일부 예비 입주자들이 문제 제기를 했고, 이 과정에서 임대 세대의 배치 현황이 내부적으로 공유된 것이다. 일부 임대 세대가 선호도가 높은 호수에 배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어떤 입주민들은 왜 이렇게 좋은 층에 임대 세대가 들어가 있는지 항의하기도 했다. 소셜믹스 단지에서 임대 세대를 특정하는 것이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다. 지금도 왠만한 서울의 신축 대단지 아파트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하면 단지 주민들이 아닌 외부인들도 얼마든지 해당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임대 세대가 몇 동, 몇 층, 몇 호에 들어가 있는지 파악 가능하다. 단지 내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임대 세대를 파악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입주민 카페나 커뮤니티를 통해서 어떠한 노력을 들이지 않고, 클릭 몇 번만으로 임대 세대를 특정할 수 있다. 이렇게 조합원들이나 일반분양 주민들간에 세대 배치를 놓고, 임대 세대에 대해 노골적인 차별 발언을 내뱉고 있지만, 정작 임대 세대 주민들의 목소리는 그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 서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대부분 고가 아파트다. 강남3구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서울 한강벨트 아파트는 수십억 이상에 거래되는 초고가 아파트다. 매매 거래 계약을 통해 신고가를 찍고 입주하는 일반 세대 주민들이 보기에 임대 세대는 자신들이 사는 고가 아파트에 '거저 사는' 사람들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초고가 아파트 단지 내에 거주하는 임대 주택 세대 역시 거주를 위해 상당 수준의 비용을 지출한다. 최근 임대 세대 관련 분란이 일어난 잠실 르엘의 경우 임대 세대 일부가 임대 주택 규모로는 대형 평수에 해당하는 전용 59㎡(24평)로 공급됐다. 잠실 르엘 임대 세대 24평은 주로 신혼부부전용 장기전세주택(미리내집)으로 공급됐는데, 이 미리내집 24평의 전세금은 8억원에 달한다. 잠실 르엘 일반 세대 24평 평균 전세금인 12억원 수준에 못 미치지만 임대 주택 거주 비용으로는 초고가에 해당한다. 전세금 8억원이면 서울 내 비강남권 왠만한 신축 아파트 24평 전세가 가능한 수준이다. 임대 주택 세대도 주택법에 근거해 정당하게 거주 비용을 지출해 같은 단지에 살고 있는 입주민들인 셈이다. 일부 초고가 아파트 임대 세대는 여타 단지의 전월세 수준의 임대료를 지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임대 세대 입주민들은 이런 논란에서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일반 세대의 은근한 차별에 속앓이만 하면서 자신을 감춘다. 반면, 저렴한 비용을 들여 일반 세대와 같은 초고가 아파트 단지에서 고품질의 주거 혜택을 누린다는 시각도 있다. 이는 소셜믹스 의무화 정책으로 서울 유명 재건축·재개발 신축 아파트에서 공식적으로는 임대 세대를 실거주 측면에서 차별하기도 어려워진 측면도 크다. 임대 세대 주민으로 추정되는 한 올파포 주민은 커뮤니티에 “30억원에 팔리는 이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려면 최소 100만원에서 200만원 이상을 내지만, 임대로 들어와 월세로 수십만원 정도의 임대료만 내고 거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익을 보고 있다"며 “일반 세대에 비해 훨씬 저렴한 돈을 내고 같은 아파트 주민으로 묶이는데 일반 세대 주민들이 뭐라 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나만 편하면 그만"이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올파포 단지 내 상가에 위치한 R 부동산 공인중개소는 “어짜피 올파포 등 강남3구 유명 아파트 임대 세대 주민들은 대부분 신혼부부 등 젊은 30대 주민들이 많다. 이들은 자산이나 소득은 낮아도 강남에 오래 거주해 가점이 높아서 들어온 경우가 대부분으로 강남 키즈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경우 임대 세대 차별에 위축된다기보다, 자신들이 싼 돈을 들여 고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일반 세대와 같은 이득을 누리니 좋은 것 아니냐고 만족하고 사는 사람도 많다"며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일반 세대 주민들도 임대 세대 주민들이 30대 신혼부부들이 많아 단지 내 분위기가 더 밝고 활기차진다고 반기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현대차그룹, CES 2026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첫 시연

현대자동차그룹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생태계 확장 전략을 발표하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를 처음으로 실물 시연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발표는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중심으로 그룹사의 기술과 자원을 결집해 AI 로보틱스 상용화를 가속화하는 전략을 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CES 2026 미디어데이에서 '파트너링 휴먼 프로그레스(Partnering Human Progress·AI 로보틱스, 실험실을 넘어 삶으로)'를 테마로 AI로보틱스 핵심 전략을 제시한다. 미디어 데이 현장에서는 △최첨단 AI 로보틱스 기술 실증 △인간-로봇 협력 관계 구축 방안 △그룹사 역량을 결집해 조성하는 AI 로보틱스 생태계 △제조 환경에서의 활용과 검증을 통한 사업 확장 전략 등을 공개한다. 특히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를 현장에서 직접 선보이며 AI 로보틱스 전략의 주요 사례를 제시한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을 활용해 로봇을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AI 로보틱스 생태계를 확장하는 전략을 발표한다. SDF는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로 운영되는 첨단 스마트팩토리로 제조 전 과정에서 유연성과 민첩성을 극대화하며 미래 제조 혁신을 선도한다. 현대차그룹은 신뢰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데이터 기반 생산 체계를 토대로 AI 로보틱스·부품·물류·소프트웨어 등 밸류체인 전반을 통합 관리해 로봇 개발부터 학습·운영까지 아우르는 종합 설루션 제공자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AI 로보틱스 전략 발표는 그룹의 글로벌 유튜브 채널(현지시각 1월 5일 오후 1시, 한국시각 6일 오전 6시)에서 생중계 된다. 1월 6일부터 9일까지 진행되는 본 전시에서는 그룹사 역량을 결집한 AI 로보틱스 기술을 통합 실증하고 고객의 일상과 업무 환경 변화를 직관적인 시연으로 제시한다. 전시 공간은 AI 로보틱스 연구 환경을 재현한 체험존을 비롯해, 진화하는 기술 개발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로 구성된다. 또 아틀라스·스팟·모베드 등 최첨단 AI 로보틱스를 활용한 기술 프레젠테이션을 매시간 운영하며 실시간 시연과 심층 해설을 제공할 예정이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신세계百 대전점, 중부권 백화점 최초 ‘연매출 1조 클럽’ 달성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21년 8월 개장한 대전신세계 아트&사이언스(Art&Science)가 개점 4년 만에 연매출 1조원(12월 21일 누적 기준)을 돌파했다고 22일 밝혔다. 중부권 백화점이 매출 1조원을 기록한 것은 1974년 대전 지역의 최초 백화점인 중앙데파트가 개장한 이래 51년 만이다. 이로써 신세계백화점의 12개 지점(천안아산점 제외) 중 매출 1조원 점포는 기존 명동 본점·강남점·센텀시티·대구신세계에 이어 대전신세계까지 총 5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대전신세계는 내수 침체 속 이달 21일까지 7%라는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시대 변화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공간·콘텐츠를 지속 개발해 경쟁력을 높인 결과다. 그동안 대전신세계는 바쉐론 콘스탄틴, 예거 르쿨트르, 부쉐론, 불가리 등 명품 주얼리와 시계 브랜드를 대전권 백화점 최초로 입점시켜 명품 백화점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올 하반기에는 비(非)수도권 최대 규모의 루이 비통도 품에 안았다. 이 같은 노력으로 올해 명품 장르 비중만 전체 매출의 40%를 기록했으며, 명품 매출도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다. 차별화된 공간 창출도 1조원 달성에 보탬이 됐다. 대전신세계의 연면적은 28만4224㎡(약 8만5700평) 규모로, 이 가운데 9만2876㎡(약 2만8100평) 규모의 영업면적을 활용해 과학·문화·예술이 어우러진 콘텐츠를 선보여 왔다. 이를 통해 특히 젊은 층의 호응을 얻으면서 올해 대전신세계 전체 방문객 중 20대~30대 비중만 47%에 이르며, 매출 비중도 40%를 차지했다. 타 지역 방문객들의 발길도 늘었다. 올해 대전신세계의 전체 방문객 중 65.5%가 대전 외 지역에서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 청주, 천안, 아산, 전주, 군산 등 충청과 전북을 아우르는 광역 상권을 형성했다는 회사의 설명이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은 “대전신세계가 대전지역 백화점 역사상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지역 유통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며 “중부권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백화점으로서 지속적인 공간 혁신과 차별화된 콘텐츠 제공을 통해 지역과 함께 성장하고 고객들에게 더 큰 가치를 선사하는 백화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기자의 눈] 재생에너지·히트펌프 보급 목표, 연연하지 말았으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을 100기가와트(GW), 재생열에너지인 공기열 히트펌프를 2035년까지 350만대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목표는 경제성보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우선 고려해 설정됐다.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은 약 35GW 수준이고 히트펌프 보급 대수 역시 40만대가 채 되지 않는다. 각각 5년 안에 약 3배, 10년 안에 9배 가까이 늘려야 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이 분야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억' 소리가 나올 만한 수치로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기자 입장에서 정부가 제시한 정책 목표가 달성되지 못할 경우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목표 수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정책 실패라고 보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기술 발전에 따라 보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장과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이다. 실제로 기후부는 재생에너지 단가 목표를 태양광은 2030년 킬로와트시(kWh)당 80원, 육상풍력은 150원, 해상풍력은 2035년까지 150원 이하로 제시했다. 비록 히트펌프는 목표 단가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보급이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 보급 확대와 단가 인하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계획이겠지만 정책의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보급 숫자보다 단가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재생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에서 경매제도로 전환된다. RPS가 대규모 발전사에 재생에너지 설치를 강제해 왔다면 경매제도는 발전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해 단가를 낮추는데 초점을 맞춘 제도다. 재생열에너지는 발전과 달리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청정열에너지공급의무화 제도로 출발한다. 내년 청정열에너지법이 통과되면 RPS처럼 대규모 열생산 사업자에게 청정열 생산 시설 설치를 의무적으로 부여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 두 제도가 재생에너지 시장을 형성하고 합리적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 기업들이 태양광 셀, 풍력 터빈, 히트펌프의 효율 향상 기술에 꾸준히 투자할 수 있도록 명확한 수요 신호를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국민에게는 전기요금과 난방요금 측면에서 합리적인 수준의 부담을 제시해야 한다. 일정 수준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겠지만 가계와 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부담이 전가된다면 기후 정책은 정치적 역풍을 피하기 어렵다. 기후 정책의 지속 가능성은 경제적 수용성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경제 기반을 훼손하면서까지 추진되는 기후 정책은 후손들에게 부담을 전가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시점 자체를 늦출 위험도 안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단독] 녹사평역 유류 오염, 미군기지가 원인…24년만에 입증

지난 2001년 초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지하수가 대량의 유류에 의해 오염된 사실이 알려졌다. 서울시는 2001년 2~3월 녹사평역 지하철역 집수정과 터널 내 맨홀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고, 부근의 유류취급소에 대한 자료를 수집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 녹사평역으로부터 남서쪽 방향의 약 120m 거리 미군 용산기지 내에 있는 유류 저장 시설을 비롯해 녹사평역 주변 유류 시설, 주유소 등이 원인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오염 원인과 정화 책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됐다. 오염이 미군기지 내부에서 비롯됐다는 강력한 정황과 여러 전문가·시민단체의 주장은 존재하지만, 정부 간 공식 인식 차, 공개 자료 제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정보 공유 제한 등으로 인해 공식 결론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20여 년 만에 녹사평역 지하수 오염이 미군 기지에서 시작됐음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가 공개됐다. 고려대 환경지구환경과학과 윤성택 교수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유순영 박사 등은 녹사평역 지하수의 복합 오염 실체와 미군 기지의 책임을 첨단 과학 기법으로 규명한 논문을 최근 국제학술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지하수(Groundwater for Sustainable Development)'에 발표했다. ◇첨단 '환경 감식' 기법이 찾아낸 미군 기지의 오염 지문 연구팀은 오염원을 추적하기 위해 단순 농도 측정을 넘어 유류 지문법(Oil fingerprinting)과 화합물별 안정동위원소 분석(CSIA) 등 이른바 '환경 과학 수사' 기법을 총동원했다. 조사 결과, 녹사평역 인근 지하수에서 발견된 유류 성분은 기지 내 보급되었던 등유(kerosene), 휘발유(gasoline), 항공유(JP-8)의 화학적 특성과 정확히 일치했다. 오염이 발견된 녹사평역 인근 미군 기지 내부에 등유, 휘발유, 항공유(JP-8), 디젤 등을 저장하는 8개의 지상 저장 탱크(AST)와 4개의 지하 저장 탱크(UST)가 존재했는데, 연구팀은 지하수에서 검출된 유류 유형(휘발유 및 등유)이 기지 내에서 사용 및 저장된 유류의 종류와 일치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화합물별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오염물질이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 변했는지 추적한 결과, 미군 기지로부터의 거리와 지하수 흐름에 따라 오염의 시기와 종류가 뚜렷하게 구분됨이 확인됐다. 이는 오염원이 기지 외부의 다른 시설이 아닌, 기지 내부 유류 저장 시설에서 시작돼 외부로 확산됐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기지 내 저장 탱크 및 배관 결함이 낳은 '확실한 증거' 연구는 기지 내 설치된 지상 저장 탱크(AST)와 지하 저장 탱크(UST),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배관망을 오염의 발원지로 지목했다. 실제로 과거 기록에 따르면, 1998년(유출량 7560L)과 2007년(유출량 2268L), 2015년 등 기지 내부에서 발생한 수차례의 대규모 누출 사고가 이번 연구의 데이터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녹사평역 주변 오염은 자정 작용이 진행 중인 구역(제1구역)과 고농도 벤젠이 여전히 잔류하는 구역(제2구역)으로 나뉜다. 연구팀은 제1구역괴 제2구역 모두의 오염 원인이 인근 미군 기지라는 점을 과학적 증거와 역사적 기록을 통해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제1구역은 2004년 이전 기지 내부에서 누출된 등유나 디젤 같은 중간 유분에 의한 '오래된 오염'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는 1998년 11월과 12월에 기지 내 지하철역 인근에서 발생한 대규모 유류 누출 사고 기록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제2구역의 고농도 벤젠 오염은 2004년 이후, 특히 2007년 10월경 기지 남쪽에서 발생한 누출 사고에서 기인한 휘발유와 같은 경질 유분 오염 탓임이 밝혀졌다. ◇심각한 벤젠 오염과 한강 유출 위험 경고 특히 남쪽 제2구역의 벤젠 농도는 지하수 수질 기준(0.015 ㎎/L)을 최대 1170배 이상 초과할 정도로 극히 위험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기지 내부에서 누출되어 잔류하던 유류가 지하수 유동 방향을 따라 기지 외부(녹사평역 주변)로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논문 또한 이러한 지하수 흐름과 오염 확산 패턴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녹사평역 일대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발암물질이 수십만 톤에 달할 수 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30~40년 후에는 한강으로 유출돼 서울시 전체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제기된 바 있다. 또한 서울시는 유류 오염 외에도 기지 주변 지하수에서 과불화화합물(PFOS, PFOA)과 같은 또 다른 발암물질의 검출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추가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법원은 이미 2006년부터 이어진 수차례의 소송에서 “주한미군이 관리하는 유류 저장 탱크와 배관의 보존·관리상 과실로 인해 유류가 지속적으로 유출되어 서울시 부지를 오염시켰다"고 판단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해 왔다. ◇근본적 정화 대책 마련 시급 이번 논문은 이러한 법적 판단을 넘어, 화학적 분석을 통해 미군 기지의 책임을 다시 한번 과학적으로 쐐기를 박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논문은 첨단 환경 감식 기법(유류 지문법, 안정동위원소 분석 등)을 통해 발견된 화학적 '지문'이 미군 기지의 유류 저장 이력 및 누출 사고 기록과 정확히 일치함을 보여줌으로써, 두 구역 모두 미군 기지가 명백한 오염원임을 확증하고 있다. 서울시는 2001년부터 양수 처리 기술을 동원해 벤젠 농도를 과거 대비 약 40% 감소시켰으나, 여전히 기준치를 수천 배 웃도는 지점이 존재한다. 연구팀은 “자연적인 분해를 기대하기 어려운 고농도 구역에 대해 즉각적이고 공격적인 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미군에 정화 책임을 명확히 묻지 못한다면 이는 시민의 건강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미군 측에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근본적인 원인 조사와 정화 비용 분담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신년사] 구광모 LG그룹 회장 “지금까지 성공방식 넘어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해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지금까지 성공방식을 넘어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하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구 회장은 2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내년 신년사 영상을 국내외 구성원에게 전했다. LG그룹은 구성원들이 한 해를 차분히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할 수 있도록 2022년 신년사부터 연초가 아닌 연말에 하고 있다. 구 회장은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변곡점에서는 지금까지의 성공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LG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꿈꾸고 이를 현실로 만들며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우리의 노력 못지않게 세상의 변화도 더 빨라지고 있다"며 “기술의 패러다임과 경쟁의 룰은 바뀌고 고객의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혁신은 오늘의 고객 삶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미래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도 변해야 하며 '선택과 집중'이 그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구 회장은 “먼저 고객의 마음에 닿을 하나의 핵심가치를 선택해야 한다"며 “하나의 핵심가치를 명확히 할 때 비로소 혁신의 방향성을 세우고 힘을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택한 그곳에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수준까지 파고들어야 한다"며 “그 치열한 집중이 고객이 '정말 다르다'고 느끼는 경험을 만들고 세상의 눈높이를 바꾸는 탁월한 가치를 완성하게 된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우리는 지금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변곡점에 서 있으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자 기회"라며 “10년 후 고객을 미소 짓게 할 가치를 선택하고 여기에 우리의 오늘을 온전히 집중하는 혁신이야말로 LG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구 회장은 취임 이듬해인 2019년의 신년사에서 '고객'을 LG가 나아갈 핵심 방향임을 강조한 후 해마다 신년사를 통해 고객가치 경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진화·발전시키고 있다. 2019년에는 LG만의 고객가치를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남보다 앞서 주는 것', '한두 차례가 아닌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으로 정의하고 2020년에는 고객 페인 포인트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2021년에는 고객 초세분화를 통해 고객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집중해 달라고 했으며 2022년에는 한 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가치 있는 고객경험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2023년에는 '내가 만드는 고객가치'를 화두로 제시하며, 모든 구성원이 LG의 주인공이 돼 고객감동을 키워가자고 했다. 작년에는 LG가 시장을 주도하는 최고의 고객경험 혁신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차별적 고객가치에 대한 몰입'을 강조했다. 올해는 LG의 창업초기부터 이어 온 '도전과 변화의 DNA'로 미래의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드리자고 제안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팔방미인’ 에어버스 H160, 글로벌 헬리콥터 시장서 광폭 행보…대한항공도 VVIP용 도입

차세대 회전익 항공기의 표준으로 불리는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의 'H160' 시리즈가 전 세계 하늘길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과 안전성, 다양한 임무 수행 능력을 앞세워 동남아시아의 에너지 현장부터 일본의 재난 현장과 호주의 물류망, 그리고 한국의 VVIP 비즈니스 시장까지 활동 반경을 거침없이 확장하고 있다. 에어버스 헬리콥터스는 지난 19일 인도네시아 '데라조나 헬리콥터스(Derazona Helicopters)'에 첫 H160을 인도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H160이 동남아시아 에너지 자원 개발 임무에 투입되는 첫 사례다. 바팍 라마디 위디아르디오노(Bapak Ramadi Widyardiono) 데라조나 헬리콥터스 프로덕션 담당 이사는 “첫 H160 도입은 우리에게 매우 의미 있는 새로운 장의 시작"이라며 “H160의 독보적인 성능을 활용해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레지스 마냐크(Regis Magnac) 에어버스 헬리콥터스 에너지·리스·글로벌 고객 담당 부사장은 “H160은 높은 운용 요구 수준을 갖춘 인도네시아 에너지 산업 환경에 최적화된 기종"이라고 화답했다. 호주 시장의 문도 열렸다. 호주 물류 기업 린폭스(Linfox)는 지난 10일 호주 기업 최초로 H160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린폭스 측은 4주 간 2000km 이상을 비행하며 호주의 거친 환경에서 H160의 성능을 검증했고, 여객 운송·물류 지원에 투입할 예정이다. 린지 폭스(Lindsay Fox) 린폭스 그룹 창립자는 “우리의 첫 에어버스 헬리콥터로 성능과 안전성, 신뢰성이 입증된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올리비에 미샬롱(Olivier Michalon) 에어버스 헬리콥터스 글로벌 비즈니스 총괄 부사장은 “H160은 곧 호주 하늘을 날며 비즈니스 임무는 물론, 응급 의료·공공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 안전·특수 임무 분야에서의 활약도 돋보인다. 일본 히로시마시 소방국은 지난 10월 세계 최초로 H160을 소방 임무용으로 인도받았다. 이 기체는 2026년 초부터 산불 진화·인명 구조·응급 의료 서비스(EMS) 등 고난도 재난 현장에 투입된다. 나고야시 소방본부 역시 지난 7월 재난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H160을 주문했고, 일본 경시청 또한 올해 초 2대를 인도받아 법 집행 임무에 활용하고 있다. 히데키 사다모리 히로시마시 소방국장은 “H160의 첨단 성능이 우리 시의 재난 대응 능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확신하며, 가능한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 뤽 알퐁시(Jean-Luc Alfonsi) 에어버스 헬리콥터스 일본 법인 대표는 “히로시마시 소방국과 함께 다목적 임무 운용의 새로운 장을 열게 돼 뜻깊다"며 “가장 까다로운 환경 속에서도 정밀하고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글로벌 열풍 속에 한국 시장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대한항공의 전용기 사업 자회사 케이에비에이션(K-Aviation)은 최근 에어버스의 최신형 ACH160(H160-B, 등록 기호 HL9201)를 도입하며 VVIP 수송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케이에비에이션은 국내 최초로 에어버스 기업용 헬기(ACH160)를 인도받아 올해 1월 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정식 등록을 마치고 운용 준비를 완료했다. 해당 기체는 김포국제공항을 정치장으로 하며, 도입 가격은 옵션에 따라 약 218억~247억 원(1500만~17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프레데릭 레모스(Frederic Lemos) 에어버스 기업 헬리콥터(ACH) 총괄은 한국 시장 첫 인도 당시 “ACH160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동급 최고 수준의 성능, 안락함을 갖춘 기종으로 기업 및 전용기 분야의 새로운 기준"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ACH160이 대한민국 하늘을 누비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케이에비에이션은 현재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장기 전세 계약을 맺고 서초 사옥과 지방 사업장을 오가는 임원 수송을 지원하고 있다. H160-B는 기존 기체 대비 소음을 50% 줄이고 연비를 18% 향상시켜, 기업 임원 및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프리미엄 이동 서비스 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H160이 이처럼 단기간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할 수 있었던 비결은 압도적인 기술력과 운영 지원 서비스에 있다. H160은 68개의 특허 기술이 적용된 기종으로, 에어버스가 자체 개발한 '블루 엣지(Blue Edge)' 블레이드를 적용해 소음을 기존 대비 50% 줄였고, 사프란의 아라노(Arrano) 엔진을 탑재해 연료 효율을 18% 개선했다. 특히 에어버스는 기체 판매에 그치지 않고 사후 관리 서비스인 'H케어(HCare)'를 통해 운영사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전일본공수(ANA)의 자회사인 일본의 ANH(All Nippon Helicopters)는 세계 최초 H160 운용사로, 에어버스와 5년 간의 'H케어 스마트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을 통해 ANH는 △부품 재고 관리 △유지 보수 △기술 지원 △24시간 전문가 연결 등 종합 솔루션을 제공받는다. ANH는 현재 에어버스 AS365와 H125를 각각 5대씩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에 도입한 H160 운항을 통해 수집한 전자 뉴스를 일본 전국의 방송국에 전달할 계획이다. 전자 뉴스 수집(ENG)이라는 긴박한 임무를 수행하는 방송사 특성상 기체의 가동률을 최대로 유지해주는 H케어 서비스는 H160 선택의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는 평가다. 브루노 이반(Bruno Even) 에어버스 헬리콥터스 대표는 “H160 기종을 지원하는 최초의 H케어 스마트 서비스 계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우수한 적응력을 갖춘 프로그램을 통해 헬리콥터의 가동성을 보장함으로써 작전 투입에 상시 대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에 준 야나가와 ANH 대표 역시 “안전, 가용성, 속도는 신규 데이터 수집 사업의 핵심"이라며 “에어버스의 부품 관리 지원을 받으며 H160 운항에만 온전히 집중할 계획"이라고 화답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CU “내년 편의점 키워드 FASTER…글로벌 확장·상품 차별화”

BGF리테일의 편의점 CU가 내년 병오년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신년 편의점 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FASTER'를 제시하고, 주요 경영 전략을 공개한다고 22일 밝혔다. 내년도 CU의 주요 전략을 담은 FASTER는 △Frontier(상품 차별화) △Abroad(글로벌 확장) △Station(사회적 역할) △Tech-driven(리테일 테크 고도화) △Enlarge(중대형 점포 확대) △Rapid(빠른 서비스 제공)의 앞 글자를 따온 키워드다. 먼저 CU는 최신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차별화 상품을 발굴해 가격, 품질, 다양성 등에서 상품력을 높일 계획이다. 특히, 아동, 여성, 노년 등 보다 세분화된 고객 맞춤형 상품으로 고객 저변을 넓힌다. 아울러 내년 CU는 대륙과 국가에 대한 제한 없이 해외 사업 확대도 적극 전개한다. 올 11월에는 K-편의점 최초로 미국 하와이에 점포도 열었다. 내년에는 글로벌 점포 수 800호점을 달성할 것으로 CU는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CU가 확보한 해외 매장 수는 몽골(532점), 말레이시아(167점), 카자흐스탄(50점), 하와이(1점)까지 총 750곳이다. 내수 시장에서는 전국 1만8600여개 점포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회적 역할에도 힘 쏟고, 리테일 테크를 고도화해 점포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CU는 올 4월부터 인공지능(AI) 통역 서비스도 점포에 도입해 외국인 고객의 쇼핑 편의를 높이고, 10월부터 자체 발주 시스템을 개선해 점주들의 운영 효율성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CU는 내년 중대형 점포 확대 전략을 지속해 점포의 매출과 수익성 증대에 집중한다. 30평 이상 중대형 점포를 지역 거점으로 차별화 상품과 특화 매장의 전개를 활성화하고, 주요 객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마케팅도 진행한다. 또한, CU는 온·오프라인의 시너지를 높여 가장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의점도 구현한다. 내년에는 온라인커머스팀을 고객 경험(CX) 본부로 옮겨 편의점에 최적화된 온라인 마케팅을 펼치고, 최신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상품 구색과 생활 편의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민승배 BGF리테일 대표는 “CU는 고객의 일상을 더 편하고 쉽게 만들기 위해 합리적인 상품과 트렌디한 경험을 함께 강화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FASTER 전략을 통해 고객이 매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K-편의점의 경쟁력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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