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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테크, 휴머노이드·AI 서버·EV 부품 승부수…5년간 100억원 투자

휴머노이드 로봇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기차(EV)를 중심으로 제조업 패러다임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장원테크가 미래 핵심 부품 시장 선점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선다. 장원테크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100억원을 투입해 휴머노이드 로봇, AI 서버, 전기차 핵심 부품 기술 개발과 생산 역량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기존 자동차·IT 부품 사업에서 축적한 정밀 금속 가공 기술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미래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우선 휴머노이드 로봇용 구조부품 개발에 집중한다. 정밀 금형 설계와 초박판 성형, 고정밀 가공 기술을 활용해 관절 토크 하우징, 링크암(Link Arm), 바디 프레임, 골반·척추 연결 브라켓, 손목·발목 관절 케이스 등 핵심 구조부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20여 년간 축적한 마그네슘 칙소몰딩(Thixomolding) 기술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다. 마그네슘 합금을 반용융 상태에서 성형하는 이 공법은 기존 다이캐스팅보다 정밀도와 표면 품질이 뛰어나고, 복잡한 형상의 경량 부품 생산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회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마그네슘 칙소몰딩 생산 설비를 기반으로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 확대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고성능 서버 시장 성장에도 대응한다. AI 서버용 GPU의 발열이 갈수록 커지면서 열관리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GPU 쿨링 베이스 플레이트, 서버 랙 방열판(Heat Sink), 열확산 플레이트(Heat Spreader), 냉각 모듈용 금속 하우징 등 고방열 부품 개발을 추진한다. 회사는 고정밀 CNC 가공과 프레스 성형, 접합·조립 기술을 활용해 고객 맞춤형 설계와 시제품 제작, 양산 검증 체계를 구축하고 AI 데이터센터용 방열 부품 시장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기차(EV) 분야에서는 배터리팩 구조부품 사업을 본격화한다. 배터리 셀과 모듈을 지지하는 엔드플레이트, 냉각채널 하우징, 모듈 케이스, 배터리팩 케이스 및 하우징 등을 중심으로 안전성과 경량화, 열관리 성능을 동시에 확보하는 제품 개발에 나선다. 장원테크는 기존 자동차 부품 생산 인프라를 활용해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는 한편, 향후 알루미늄과 고강도 강판 기반 배터리 구조부품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EV 부품 전문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박승구 장원테크 대표이사는 "미래 산업의 경쟁력은 단기간 성과보다 핵심 기술의 축적에서 나온다"며 "마그네슘 칙소몰딩과 정밀 가공 기술을 기반으로 로봇, AI 서버, EV 분야 핵심 부품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를 지속 확대해 기존 제조 경쟁력에 미래 기술을 접목하고 차세대 고부가가치 부품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복용양 대폭 줄인 대장정결제 ‘굿모닝프렙산’ 식약처 허가

주식회사 건강약품(대표이사 송호섭)은 14일 “기쁨병원 강윤식 원장, 제뉴원사이언스와 협력해 개발한 저용량 대장 정결제 '굿모닝프렙산'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굿모닝프렙산은 대장내시경 검사 당일 아침에 마셔야 하는 정결제 양을 크게 줄여 건강한 사람뿐 아니라 당뇨, 고령, 여러 약제 복용, 마운자로·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당뇨 주사제 사용,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 사용 환자에서 특히 유용성이 높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굿모닝프렙산은 전날과 당일을 1대 1로 나누던 기존 분할 방식과 달리 복용량을 2대 1로 재설계해, 검사 당일 아침 복용을 약 500㎖ 수준으로 낮춘 것이 장점이다. 국내 4개 종합병원(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이 참여한 제3상 임상시험에서 편의성과 안전성, 장 세정력 모두에서 좋은 결과를 보였다. 아침 복용량을 줄인 결과, 환자가 병원 가는 길에 가장 걱정하는 '갑작스러운 변의' 발생률이 대조군(21.8%)의 절반 이하인 10.0%로 뚜렷하게 낮아졌다. 임상 참여 환자의 94.0%가 '다음에도 같은 제품을 쓰겠다'고 답했다. 장을 깨끗이 비우는 세정력에서도 기존 정결제에 뒤지지 않는 결과를 확인했다. 국제적으로도 유럽 소화기내시경학회(ESGE) 등 주요 가이드라인은 약제 종류와 상관없이 분할 복용(split-dose)이 가장 좋은 장정결 상태를 만든다고 권고한다. 이번 3상 임상시험의 책임연구자(PI)를 맡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병관 교수는 “대장내시경은 정결제 복용의 불편함 때문에 검사를 미루는 분이 적지 않았다"면서 “굿모닝프렙산처럼 검사 당일 아침 복용 부담을 줄인 설계는 평균적인 환자만이 아니라 고령·당뇨·위 배출 지연 가능성 등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환자에게 특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약품 구본율 이사는 “상큼한 레몬맛의 '원프렙1.38산'과 청포도맛의 '굿모닝프렙산'을 함께 운영해 저용량 정결제 라인업을 갖췄다"면서 “공급·유통 협력을 넓혀 더 많은 검진 현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이슈&인사이트] 갈등을 줄이는 비전의 조건

선거철마다 정치권은 '비전'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비전이 정작 사회의 갈등을 줄이기는커녕 키우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반복되는 이 패턴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문제는 비전의 유무가 아니라 비전의 '설계 방식'에 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아니라 설계가 정교한 사람이 결국 신뢰를 얻는다는 사실을, 정치는 자주 잊는다. 갈등을 키우는 비전과 줄이는 비전은 대개 하나의 질문에서 갈린다. “누가 문제인가"를 규정하느냐, “무엇이 문제인가"를 규정하느냐다. 전자는 결집력은 있지만 필연적으로 상대 진영을 적으로 세우고, 후자는 합의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갈등을 완화하며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이어진다. 이 차이는 이념의 좌우 문제가 아니라 정치 기술의 문제에 가깝다. 1987년 재정위기에 몰린 아일랜드는 정부와 노동계, 재계가 함께 '국가회복 프로그램'에 합의했다. 노동계는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정부는 세제 개편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느 한쪽이 상대를 굴복시킨 결과가 아니라, 위기의 원인을 특정 계층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규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합의였다. 이 협약은 이후 20년 가까이 이어지며 아일랜드 경제 회복의 토대가 됐다. 한국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노사정위원회는 기업의 정리해고 유연화와 실업급여 확대라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각각 고통과 안전판을 동시에 제시하는 합의를 끌어냈다. 갈등을 줄이는 비전은 이렇듯 손실을 감수해야 할 집단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누가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을 보상받는지를 명확히 밝힐 때 합의의 정당성이 생긴다. 독일의 사례는 반대로 그 대가를 보여준다. 2003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어젠다 2010'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화와 실업급여 축소를 밀어붙였다. 단기적으로는 지지층의 반발을 불렀고 본인은 정권을 내주는 대가를 치렀지만, 이후 10여 년간 독일 경제의 고용률과 산업 경쟁력을 지탱하는 뼈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적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구조적 문제를 회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역시 '문제를 규정하는' 비전의 한 형태다. 덴마크의 '유연안정성' 모델도 같은 원리다. 기업의 해고는 쉽게 하되, 실업자에게는 관대한 실업급여와 적극적인 재훈련을 제공한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에게 '내가 손해 보는 정책'처럼 보이지만, 노사가 함께 설계에 참여했기 때문에 30년 가까이 정치적 지형이 바뀌어도 골격이 유지되고 있다. 시간의 축을 정치 주기 너머로 설정하는 것도 중요한 조건이다. 영국은 2008년 기후변화법을 여야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키며 탄소 감축 목표를 법적 구속력으로 못 박았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뒤집기 어려운 장치를 만들어 놓음으로써,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요동치며 발생하는 소모적 갈등 자체를 원천적으로 줄인 것이다. 싱가포르가 국가 인재 재교육 체계인 '스킬스퓨처'를 5년, 10년 단위 국가계획으로 못 박아 여러 총리를 거치며 흔들림 없이 이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책이 선거 결과에 따라 매번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신뢰 자체가, 사회 갈등을 줄이는 자산이 된다. 정리하면 갈등을 줄이는 비전에는 네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적이 아니라 문제를 규정한다. 둘째, 손실과 보상의 주체를 숨기지 않고 명시한다. 셋째, 정치적 손실을 감수할 각오로 구조적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다. 넷째, 정치 주기를 넘어서는 시간 설계로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한다. 지금 한국 정치에 필요한 리더십은 이 네 조건을 실행 설계 수준까지 구체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정교하게 손실과 이익을 설계하느냐가 비전의 진정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그 설계가 구체적일수록 유권자는 막연한 구호와 실질적 정책을 구분할 수 있게 되고, 정치에 대한 냉소도 함께 줄어든다. 여야 어느 쪽이든, 이 능력을 먼저 증명하는 쪽이 다음 시대의 리더가 될 것이다. bienns@ekn.kr

[EE칼럼] “낮 3시간 전기료 0원”… 호주가 햇빛을 공짜로 푸는 이유

7월부터 호주의 가정들은 낮 3시간 동안 전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지붕 태양광(rooftop solar) 보급이 크게 늘면서, 낮에는 전력이 남고 저녁에는 모자라는 현상이 확대되었다. 이로 인해 전력 수급의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낮 시간대에 전력이 남아돌면서 도매시장에서 마이너스 가격이 발생하는 일도 많아졌다. 호주 정부는 이 시간대에 무료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태양광 공유 요금제(Solar Sharer Offer)를 도입해 전기 소비를 낮 시간대로 이전시키고자 한다. 뉴사우스웨일스, 퀸즐랜드 남동부, 남호주에서 고객 수가 1,000명 이상인 전기 소매업체는 태양광 공유 요금제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스마트 계량기가 설치된 주거용 고객이 이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으며, 낮 3시간 동안 최대 24kWh의 전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요금제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피크시간대의 전력소비 일부를 무료사용 시간대로 옮길 수 있는 고객에게 적합하다.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주거용 지붕 태양광을 보급한 국가 중 하나다. 현재 약 3가구 중 1가구가 태양광 설비를 갖추고 있다. 호주 청정에너지위원회(Clean Energy Council)에 따르면, 2025년 말까지 430만 가구가 지붕 태양광을 설치했는데, 용량이 28.3GW에 달한다. 2025년에 호주 전체 전력의 13.9%를 지붕 태양광으로 공급했다. 소비자들은 지붕 태양광을 통해 호주의 비싼 전기요금을 피해갈 수 있다. 그러나 지붕 태양광을 설치할 수 없는 세입자, 저소득 가구, 아파트 거주자들은 태양광 발전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한다. 호주 정부는 태양광 공유 요금제를 통해 이들에게도 요금 절감 혜택을 나누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 없이 가계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피크시간대의 소비를 무료사용 시간대로 분산하면 전력수요가 평준화되어 비용이 많이 드는 피크 대응용 발전을 줄이고,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인다. 또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전력망 보강을 지연시키거나 줄여 전력망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 전력의 출력제어(curtailment)를 줄여 전력망 내 태양광 비중 확대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전력공급 비용을 낮추어 전기요금 인하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호주 에너지 규제기관(Australian Energy Regulator)은 7월부터 동부지역 일부 가정용 전기요금이 최대 10.7%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뉴사우스웨일스 일부지역의 전기요금도 최대 8.3%, 남호주는 최대 10.7% 인하될 것으로 분석했다. 호주 정부는 전기요금이 인하된 배경에 대해 태양광, 풍력 발전 확대와 배터리 확충에 따른 효과로 보고 있다. 낮 시간대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값싼 전력이 시장에 더 많이 공급됐고, 이에 따라 전력 도매가격도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재생에너지로 인한 가격 변동성과 출력제어를 줄이기 위해 호주 정부는 지붕 태양광에 배터리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2025년 7월부터 가정용 배터리 보조사업(Cheaper Home Batteries Program)도 시작했다. 5kWh에서 100kWh에 이르는 배터리 설치비용을 약 30% 할인받을 수 있다. 6개월 동안 183,245개의 배터리가 판매되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배 증가한 수치이다. 2025년 말까지 설치된 배터리 누적 대수는 454,473개에 달한다. 과거 호주는 전 세계 기후변화 시민단체들로부터 여러 차례 기후악당 국가로 지목되었다. 태양광, 풍력에서 큰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석탄과 가스를 주요 수출 품목으로 유지하면서 탈탄소화에 미온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2025년 기준으로 호주는 전력의 42.7%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했다. 태양광이 21.6%, 풍력이 15.7%, 수력이 5.3%를 차지했다. 호주 정부는 2030년까지 전력의 82%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전문가들은 에너지 전환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은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는 속도뿐만 아니라, 생산된 전기를 얼마나 지혜롭게 시스템에 통합하고 나누느냐에 달려 있다. 쏟아지는 햇빛을 가계의 부담을 더는 공공의 혜택으로 탈바꿈시킨 호주의 노력이 돋보인다. bienns@ekn.co.kr

SK하이닉스 흔든 ‘복합 악재’…증권가가 주목한 ‘진짜 변수는’ [이슈+]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증권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다만 증권가는 단기적인 수급 충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성장 흐름에는 변화가 없는 만큼, 향후 주가의 핵심 변수는 업황보다 실적과 투자심리 회복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미국 나스닥 ADR 상장 후 국내 첫 거래일인 전날 15.3% 하락했다. 이날도 하락세로 장을 시작했지만, 오전 10시 현재 4% 가까이 반등하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앞서 지난 10일 SK하이닉스는 미국 나스닥에 ADR을 상장하고 'SKHY'라는 종목 코드로 거래를 시작했다. 전날 주가가 급락한 배경으로는 ADR 상장 기대감이 현실화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점이 꼽힌다. 그동안 상장 기대를 반영해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만큼, 실제 상장 이후에는 호재가 소진됐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평가다. 대외 변수도 영향을 미쳤다. 중동 지정학적 긴장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증시의 물가 부담이 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 발언도 금리 불확실성을 키웠다.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가 약해지며 SK하이닉스의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실적에 대한 눈높이도 일부 낮아졌다.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을 60조4000억원으로 전망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약 8%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경쟁사보다 HBM 매출 비중이 높아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평균판매가격(ASP) 개선 효과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주가 급락이 메모리 업황 둔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삼성증권은 주가 급락과 반도체 사이클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주가 변동성이 업황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졌지만, 최근에는 레버리지 투자 확대와 특정 업종으로의 수급 쏠림 등 시장 구조 변화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증권은 AI 투자 사이클에는 아직 변화가 없다고 평가했다. 메모리 공급 확대를 의미하는 뚜렷한 신호도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며, 메모리 3사의 신규 공장(Fab) 가동이 예상되는 내년 2분기 전후가 돼야 공급 확대의 변곡점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사업 전략이 단기 실적보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한 점으로 꼽힌다. 삼성증권은 삼성전자가 단기 수익성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장기공급계약(LTA) 확대를 통해 이익 변동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단기 실적은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이 기업가치에 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키움증권은 현재 시장이 과도한 조정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최근 코스피 하락 속도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팔랐으며, 밸류에이션도 역사적 저점 수준에 근접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황 악화보다 투자심리 위축과 포지션 청산이 낙폭을 키운 측면이 큰 만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ASML·TSMC 실적 발표 등이 투자심리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가는 단기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AI 투자 확대와 HBM 중심의 성장 사이클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이번 급락의 의미는 반도체 업황 자체보다 단기 이벤트가 한꺼번에 겹치며 나타난 수급 충격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5배로 단기 저점 수준까지 내려왔다"며 “최근 주가 조정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6종 발간

한국한의약진흥원(원장 고호연)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이 폐암,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근막통증증후군, 만성심부전, 대상포진·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 6개 질환에 대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발간했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은 최신 임상 근거를 토대로 한의약 의료서비스의 표준화를 지원하고, 의료현장에서 일관된 진료와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개발되는 권고안이다. 2016년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개발이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총 60종이 발간됐다.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은 지침의 현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병·의원 환자용 리플릿과 진료 참고용 인포그래픽 이미지 파일을 지침과 함께 제작·보급하고 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잔인한 금융’ 손 보는건 좋은데…2금융권 ‘포용금융’ 속앓이

금융권 내 중금리대출 확대를 비롯한 포용금융 기조가 퍼지면서 2금융권 위주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 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건전성과 수익성 체력이 약하기에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와 금리 인하로 인해 수익 구조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이달부터 올해 연말까지 적용하는 민간중금리대출 금리 상한을 내려잡았다. 민간중금리대출은 중·저신용자에게 법정 최고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상한 인하에 따라 하반기 금리 상한은 상호금융·캐피탈·저축은행에서 일제히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상호금융은 8.97%, 카드 12.26%, 캐피탈 14.37%, 저축은행은 15.27%로 적용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대비 업권별로 크게는 1.24%p 낮아졌다. 당국은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올해 민간 중금리대출 공급 규모 또한 28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카드·캐피탈·저축은행까지 참여를 넓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당국의 민간중금리대출 금리 상한 인하 제도는 중·저신용자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지만, 카드사를 비롯한 2금융권의 연체위험과 수익성에 있어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카드업권의 경우 지난해 대규모 부실채권(NPL) 매각으로 연체율을 낮췄지만 중금리대출 확대 및 금리 인하가 다시 건전성 및 수익성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란 예상이다. 중금리대출이 카드론의 평균 금리보다 낮고 차주 리스크는 더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드사들의 경우 올 1분기 카드론 취급액이 전분기 및 전년과 비교해 증가했지만 관련 수익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의 올해 1분기 말 카드론 잔액은 39조6819억원으로 1년 전(39조2870억원)보다 약 4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카드론 수익은 1조3078억원으로 1년 전 1조3243억원 대비 165억원 감소했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157억원 줄었다. 업계는 중금리대출 공급량 확대 등 포용금융 확산 기조에 따라 평균 취급 금리대가 낮아진 영향을 이유로 보고 있다. 카드사 8곳의 평균금리는 지난해 1분기 연 14.64%에서 올 1분기 13.50%로 내려왔다. 같은 기간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1조2625억원에서 2조5708억원으로 1조원 이상 불어났다. 저축은행 역시 이번 변화에 민감한 업권이다. PF 부실과 연체율 상승으로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중금리대출을 대폭 늘리고 금리까지 낮추게 될 경우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는 당국의 포용금융 정책에 발맞춰 최근 중금리대출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SBI, OK, KB 등 주요 저축은행은 이달 들어 신용평점 하위 50%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기존보다 최고 금리를 대폭 낮춘 '중금리 생활안정대출'을 출시했다. 저축은행의 올해 하반기 민간중금리대출 금리 상한(15.27%)의 경우 고점이었던 2023~2024년 17.50%와 비교하면 무려 2.23%p 낮아졌다. 이런 가운데 중저신용자 대상 금리 인하 움직임마저 커지고 있어 금융권 수익성에 영향이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대총령정책실장이 지적해 온 '잔인한 금융'에 대해 개선에 나서고 있다. 추진단 금융산업분과에서는 중저신용자 공급 확대 및 금리단층 해소를 4개 대표 주제 중 하나로 선정한 상태다. 이는 제1금융권에서 제2금융권으로 이동할 때 대출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는 이른바 '금리 단층' 해소가 목적으로,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과 중저신용자 대상 금리 인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금융권에선 PF 부실과 연체율 상승, 가계대출 규제까지 겹친 상황에서 중금리대출의 확대는 단순한 사회적 책임 차원이 아닌 수익모델 영향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하반기엔 조달금리가 오르는 추세인데 대출금리가 내려가면 마진이 줄어 중금리대출을 확대할 유인이 높지 않다"며 “주수익원이 고금리·고위험 대출인 점을 감안하면 중금리대출 확대가 수익 구조 자체에 영향을 주는 방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골프는 허리에 약(藥)일까? 독(毒)일까?

허리를 중심으로 몸통을 회전시키는 동작이 반복되는 골프는 걷기와 전신 운동이 결합된 대표적인 생활 스포츠로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지만, 잘못된 자세와 과도한 스윙은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백스윙에서는 척추가 비틀어지고 다운스윙에서는 순간적으로 강한 압력과 회전력이 허리에 전달된다. 이때 척추가 비틀어지고 강한 회전력이 가해지면서 허리 근육과 인대, 디스크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준비 운동 없이 갑작스럽게 스윙을 하거나 무리하게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힘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 허리 부상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무리한 골프로 인해 잘 발생되는 질환은 척추디스크(추간판탈출증)와 추간판 파열이다. 고대 안산병원 신경외과 김세훈 교수(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장)는 “척추 디스크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서 디스크가 밖으로 돌출되어 밀려나 주위 신경근을 자극하여 통증을 일으킨다"면서 “골프 후 허리 통증이 반복되거나 2주일이 지나도 지속된다면 근육통으로 생각 말고, 척추전문의를 찾아 진료 받을 것"을 권고했다. 허리 부상을 막으려면 골프 전 충분한 스트레칭이 기본이다. 허리와 골반, 복부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면 척추 주변 근육의 유연성이 향상돼 부상예방에 도움이 된다. 자신의 체력과 수준에 맞는 스윙을 유지하고, 적절한 휴식을 병행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PMC박병원 박진규 병원장(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 회장)은 “허리 통증이 발생했다면 무조건 운동을 중단하기보다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 통증이 지속되거나 다리 저림, 감각 이상 등이 동반될 경우에는 전문의 진료를 통해 척추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만약 허리 디스크라면 안전하고 수술성공률이 높은 미세현미경 디스크 제거술 등으로 치료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설명했다. 골프는 심폐 기능 향상과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좋은 운동이지만, 무리한 스윙과 반복적인 사용은 허리 통증을 유발할 수 있어 평소 척추 건강관리와 스트레칭 습관을 생활화하는 것이 골프 건강의 핵심으로 꼽힌다. 허리나은병원 이재학 대표원장(대한최초침습척추학회 상임이사)은 “충분한 준비 운동과 올바른 자세, 꾸준한 근력 운동을 통해 허리를 보호한다면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골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허리 건강의 핵심은 허리를 감싸고 있는 심부근육 강화에 있다"고 조언했다. 이 원장은 “허리 디스크로 진단받으면 초기에 약물, 운동요법,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해서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수술이나 시술 등으로 눌린 신경의 감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김포공항 강풍 불면 1400만원 날아간다…‘항공편 지연의 경제학’

지난 12일 강풍이 불었던 제주공항에서는 국내선 105편이 결항했고, 지연 운항도 이어졌다. 국제선 3편은 강풍으로 착륙하지 못하고 회항했다. 이처럼 강풍으로 인해 항공기가 결항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기상 문제로 항공기가 10분 늦게 출발한다면 승객 한 사람에게는 큰 불편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1000명이 넘는 승객이 한꺼번에 공항에서 발이 묶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기후변화로 극한기상이 잦아지면서 항공기 지연으로 승객들이 잃어버리는 '시간의 가치'도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와 김선호 연구원은 최근 '한국 김포~제주 항공노선의 극한기상에 따른 항공편 지연과 사회적 비용'이란 제목의 논문을 최근 국제 학술지 '항공 운항 관리 저널(Journal of Air Transport Management)'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07년 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김포~제주 항공편과 기상 자료를 분석했다. 김포~제주 노선은 2017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국내 항공노선으로 꼽힌다. ◇김포는 강풍, 제주는 폭설에 취약 분석 결과, 두 공항에서 항공기 출발 지연을 유발하는 '약점'이 달랐다. 김포공항에서는 강풍이 평균 약 8.94분의 추가 지연을 일으켜 영향이 가장 컸다. 집중호우는 평균 1.56분, 폭설은 1.36분, 한파는 0.82분의 추가 지연과 관련이 있었다. 제주공항에서는 강풍이 평균 3.54분, 폭설이 3.39분의 추가 지연을 유발했다. 흥미로운 점은 제주에서 바람이 더 강한데도 강풍 지연은 김포가 더 길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활주로 방향과 측풍, 기상 대응 인프라 차이에 주목했다. 풍향·풍속을 나타내는 풍향도, 즉 '바람 장미'를 보면 제주공항은 북서풍이, 김포공항은 남서풍이 우세하다. 제주공항 활주로는 동-서 방향, 김포공항은 북서-남동 방향으로 설치돼 있어 강풍이 불 때 활주로 옆에서 부는 측풍(crosswind) 조건에 빈번하게 노출돼 항공기 이착륙 지연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공항은 2001년부터 11개 원격 센서를 갖춘 저층 윈드시어 경보시스템(LLWAS)을 운영해 왔다. 반면 김포공항에는 이같은 시스템이 없었다. 눈이 내리는 경우는 반대다. 김포공항은 제주보다 제설 장비를 더 많이 갖춰 폭설에 따른 지연이 상대적으로 짧았다. 같은 날씨라도 공항이 무엇을 준비했느냐에 따라 승객이 기다리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승객 1240명이 잃은 '9분의 값'은 1400만원 연구진은 항공기 지연으로 승객이 잃어버린 시간을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했다. 여기서 사회적 비용은 항공사의 손실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출장이 늦어 업무 시간이 줄거나, 관광객의 여행 시간이 짧아지고, 휴식과 개인 일정에 쓸 시간이 사라지는 데 따른 승객들의 '기회비용'을 합친 것이다. 연구진은 기존 항공 여행시간 가치 연구 12건을 분석해 승객 1명의 평균 시간 가치를 시간당 57.07달러로 추정했다. 업무 목적 승객은 103.87달러, 여가 목적 승객은 51.87달러였으며 김포~제주 승객 비율을 업무 10%, 여가 90%로 적용했다. 김포공항에서 강풍이 불면 승객들은 기상 영향으로 평균 약 9분을 추가로 잃는다. 연구진은 시간당 평균 승객 1240명을 적용했다. 계산 결과(1240명 × 시간당 57.07달러 × 0.15시간)는 1만615달러, 약 1400만원이다. 만일 강풍으로 인한 출발이 더 지연된다면 손실은 더 커진다. 제주공항에서는 강풍으로 약 3.6분의 추가 지연됐을 때 승객의 시간 가치 약 4246달러가 사라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실제 손실은 시간대에 따라 달라진다. 승객이 몰리는 피크 시간대라면 같은 9분 지연이라도 피해를 입는 승객이 늘어나 비용은 더 커질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계산에는 결항·회항으로 인한 손실이나 추가 숙박비, 교통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향후 연구에서는 이런 비용까지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포에는 '바람 감시', 제주에는 '제설'에 투자 필요 승객 한 사람이 잃어버린 평균 9분의 시간은 작아 보인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국내 항공노선에서 수천, 수만 명이 반복해서 시간을 잃는다면 거대한 사회적 비용이 된다. 이 때문에 공항에서도 승객의 시간을 지키는 투자가 필요하고, 공항 특성에 따른 맞춤형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포공항은 강풍과 측풍, 저층 윈드시어를 정밀하게 감시하는 기상 관측·경보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제주공항은 제트 스위퍼와 스노 블로어 등 제설 장비와 인력을 확충해 활주로를 더 빨리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아울러 전국 공항에 동일한 기상 대응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항별 지형과 활주로 방향, 기상 특성, 대응 능력을 반영한 맞춤형 경보와 대응 체계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민주당의 원전 급변침…“에너지는 현실이다”[기후에너지단상]

이재명 대통령은 2021년 12월 대통령 후보 시절 “신규 원전은 짓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계승한 '감(減)원전' 정책을 내세우며 기존 원전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활용하되 새로운 원전은 건설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원전을 짓는 데 최소 15년이 걸리고 부지도 없다"며 신규 원전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윤석열 정부가 마련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신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계획도 재검토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변화가 시작됐다. 정부는 국민참여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11차 전기본에 담긴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를 그대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등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고려할 때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지난 6월에는 대형 원전 후보지로 경북 영덕을, SMR 후보지로 부산 기장을 선정하며 실제 건설 절차에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13일 '2026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당정 협의'를 열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을 추가로 반영하는 방안을 공식 검토하기로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호남 AI 메가프로젝트 등으로 2040년까지 원전 50기 분량 전력수요인 50기가와트(GW) 이상의 추가 전력이 필요할 수 있다며 전문가 의견 수렴과 공론화를 거쳐 추가 원전 건설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10년 전인 2017년, 민주당은 거세게 '탈원전'을 부르짖었다. 민주당이 배출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단상에 올라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며 공식 선포했다. 이를 위해 △신규 원전 6기 건설 계획 전면 백지화 △원전 설계 수명 연장 중단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건설 중이던 신고리 5·6호기 중단 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을 밀어붙였다. 시민 공론화를 통해 신고리 5·6호기는 겨우 건설이 재개되었지만, 나머지 계획은 모두 현실화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당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실패했음이 고스란히 증명된 셈이다. 당초 계획했던 신규 원전 6기가 예정대로 건설되었다면, 2030년을 전후해 풍부한 전력이 공급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현재 반도체 클러스터와 메가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겪고 있는 극심한 전력 공급 계획의 혼란도 피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당시 탈원전 정책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불과 몇 년 사이에 민주당 정부의 원전 정책은 '신규 원전 불가'에서 '기존 계획 수용', 그리고 '추가 원전 검토'로 빠르게 선회했다. AI와 첨단 산업 시대를 맞아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차가운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이념 편향적으로 흘러왔던 국가 에너지 정책이 결국 엄혹한 현실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에너지 정책은 '탈원전'과 '친원전'이라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오직 '산업 경쟁력 강화'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실용적 기준에서만 접근해야 한다. 다만, 원전 영토를 넓히는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도 무겁게 짊어져야 한다. 오는 2030년부터 한빛·한울·고리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차례로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발전소 내 임시 건식저장시설을 늘리는 임시방편만으로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정부는 원전 확대 추진과 동시에, 최대 난제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시설' 부지 확보를 더 이상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AI 시대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모적인 원전 이념 논쟁이 아니다. 산업에 필요한 피 같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그 부산물인 사용후핵연료까지 끝까지 책임지는 '현실적이고 책임 있는 에너지 정책'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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