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연두색 동체에 깃든 기술…KAI가 만드는 국산 헬리콥터의 진화](http://www.ekn.kr/mnt/thum/202610/news-p.v1.20261026.5802db3a036641d0a6b63cb9c197630f_T1.png)
지난 22일 찾은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회전익동. 생산 상황을 묻자 관계자는 라인 오른쪽에서 구조 조립을 시작해 왼쪽으로 공정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두 번째 라인은 수리온, 세 번째 라인은 LAH에 사용하며 물량과 기체 적체 상황에 따라 조정한다고 했다. 현재는 LAH 양산에 집중하고 있었다. 헬리콥터 제작 현장에서는 세척용 용제 냄새가 났다. 생산 라인에 놓인 기체는 부위마다 색이 달랐다. 연두색 동체 옆으로 살구색 부분이 드러나 있었다. 취재진이 도색 여부를 묻자 현장을 안내하던 생산 기술팀 관계자는 기체를 가리키며 “알루미늄에는 연두색, 복합재에는 살구색 프라이머를 칠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완성된 기체의 외장을 꾸미는 색이 아니라 최종 본도장에 앞서 칠하는 하도였다. 살구색 부분이 나무처럼 보인다는 말에 관계자는 복합재 위에 칠한 도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변의 나무 상자는 제품을 옮기는 용도였다. 완제기 사진이니 영상에서는 지나치기 쉬운 소재와 제작 과정이 눈앞에 드러났다. 회전익동은 헬리콥터 최종 조립을 위해 별도로 마련한 건물이다. 수리온 사업 초기에는 기존 조립동에서 다른 항공기와 함께 생산했지만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전용 건물을 지었다. 이곳에는 병력을 나르던 수리온이 환자를 후송하고 산불을 끄는 기체로 발전해 온 과정과 소형 무장 헬리콥터(LAH)를 양산하는 현재가 겹쳐 있었다. ◇ 같은 수리온에서 출발…임무에 따라 달라지는 장비 안내는 수리온과 파생형 소개부터 시작됐다. 현장 관계자는 육군용 수리온 양산 납품을 2024년 마쳤고 이를 기반으로 해병대 상륙 기동 헬리콥터와 의무 후송 헬리콥터 등으로 사업을 넓혀 왔다고 설명했다. 상륙 공격 헬리콥터와 해상 기뢰 탐지 임무를 수행하는 소해 헬리콥터의 개발 성과와 향후 양산 계획도 소개했다. 해병대가 운용하는 상륙 기동 헬리콥터 '마린온'은 병력과 장비를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를 기반으로 개발하는 상륙 공격 헬리콥터는 상륙 부대를 엄호하고 지상 작전에 필요한 화력을 지원하는 기종이다. 공통된 기체를 바탕으로 수송과 공격 지원 등 서로 다른 임무를 맡도록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의무 후송 기종을 설명할 때는 과거 목함 지뢰 사건 당시 부상자 이송 문제가 거론됐다. 현장 관계자는 태백산맥과 같은 산악 지형과 기상 여건에 대응하는 비행 성능을 강조했다. 병력을 목적지까지 옮기는 능력이 위급한 환자를 치료 가능한 곳으로 후송하는 임무로 이어졌다는 설명이었다. 수리온의 활동 영역은 경찰·산림·소방·해양 경찰로도 넓어졌다. 경찰용 기체에는 교통 관리와 방송 등의 임무가 반영됐다.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당시 현장 영상에 등장했던 경찰 헬리콥터도 언급했다. 구조 임무에는 사람이나 장비를 끌어 올리는 외장형 호이스트가, 산불 진화 임무에는 물탱크가 쓰인다. 기수의 검은 부분에 들어가는 기상 레이더 역시 운용 기관의 요구를 반영한 장비다. 해상 임무에서는 비행 시간이 중요해진다. 관계자는 울릉도와 독도처럼 먼 해역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예로 들며 외부 연료 탱크를 가리켰다. 현장 설명에 따르면 기본 상태에서 약 3시간 수준인 비행 시간을 외부 연료 탱크 장착으로 약 5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임무를 수행하고 복귀할 시간까지 확보하기 위한 구성이다. 바다 위 비상 상황에 대비한 장치도 있다. 관계자는 기체의 네 곳을 짚으며 비상 부주를 소개했다. 해상에 비상 착수했을 때 부력을 확보해 탑승자의 탈출을 돕는 장치다. 해상 임무를 맡으려면 항속 능력과 함께 비상 상황에 대한 대비도 갖춰야 했다. 군용과 관용 기종의 부품 공유 수준을 묻자 회사 측은 구체적인 비율 대신 기본 모델이 수리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장비를 필요할 때마다 간단히 갈아 끼우는 개념은 아니었다. 항공기는 설계 변경에 드는 비용이 큰 만큼 사업 착수 전에 요구 사항과 장비 구성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제작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수출 실적으로는 이라크에 수리온 2대를 납품한 사례가 소개됐다. 관계자는 관련 보도 등을 통해 파악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환자 이송과 응급 처치를 위한 응급 의료 서비스(EMS) 헬리콥터 사업도 언급했다. 수리온을 기반으로 한 관용 분야의 사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 다섯 장의 로터와 조준 장비…LAH의 정밀 타격을 만드는 연결 설명의 중심은 LAH '미르온'으로 옮겨갔다. 노후한 500MD와 코브라 계열 헬리콥터를 대체하는 기종이다. KAI에 따르면 에어버스 H155B1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됐고 2022년 체계 개발을 마치고 2024년부터 육군에 실전 배치되고 있다. 수리온과 비교해 눈에 띄는 차이는 기체 위의 로터였다. 수리온의 주 로터 블레이드는 네 장, LAH는 다섯 장이다. 관계자는 로터 중심부와 진동을 줄이는 구조를 가리키며 기수의 20㎜ 기관포와 연결해 설명했다. 사격 정확도를 높이려면 기체의 떨림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복잡한 구조를 설명할 때는 고속으로 회전하는 CD가 비유로 등장했다. 안정적으로 회전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진동을 억제하는 설계의 필요성을 이해하기 쉽다는 취지였다. 블레이드 개수뿐 아니라 로터 시스템 전체의 구성이 무장 운용의 안정성과 연결돼 있었다. 기수의 표적 획득·지시 장비(TADS)는 전자 광학·적외선 기능으로 표적을 관측하고 식별하며 추적한다. 관계자는 특정 지점을 표적으로 지정하면 이를 계속 따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포와 이 장비, 조종사의 헬멧에 표시되는 조준 정보도 연동된다. 조종사가 보는 표적과 센서가 추적하는 지점, 무장이 향하는 방향이 맞아야 한다. 여기에 항공기의 자세와 위치 정보까지 정밀하게 일치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기체가 움직이는 동안에도 관측 정보와 조준 방향을 맞추는 통합 기술이 사격 정확도를 뒷받침하는 셈이다. 공대지 유도탄 '천검'에 관한 질문에는 사격 시험 결과가 소개됐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초 운용 군이 약 5㎞ 거리의 표적을 대상으로 두 발을 발사해 모두 명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KAI가 직접 사격하는 것이 아니라 군이 시험을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산악이 많은 국내 지형을 따라 이동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데 적합한 기체라는 점도 강조했다. 양산 규모에 대해서는 1차 10대와 2차 60대 등 70대의 계약이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 108대를 포함해 총 178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추가 물량은 향후 변경 가능성을 전제로 제시한 수치였다. 기체 뒤쪽에서는 민수 분야의 활용 가능성도 거론됐다. 관계자는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공간에 공격 임무용 탄통이 배치돼 있다며, 무장과 탄통을 제외하고 좌석을 설치하는 구성을 설명했다. KAI가 LAH와 소형 민수 헬리콥터(LCH)를 함께 개발한 것도 공통 플랫폼을 서로 다른 임무에 활용하는 접근이다. 무장만 제거하면 곧바로 민간 운항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 둥근 꼬리 로터부터 자기 밀봉 연료 탱크까지…생존성과 안전의 설계 동력 전달 구조에도 차이가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수리온에는 메인·중간·테일 기어박스가 들어가지만 LAH는 메인과 테일 기어박스로 구성된다. 중간 기어박스를 두지 않아 부품 수와 중량을 줄이고 정비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꼬리에는 로터를 둥근 구조물로 감싼 '페네스트론'이 있었다. 관계자는 지붕의 작은 창과 빗살에 빗대 구조를 설명했다. 에어버스에 따르면 이름도 '작은 창'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했다. 지상 작업자의 안전과 로터 보호를 위해 개발됐으며, 이후 설계 개선으로 소음 저감 효과도 발전했다. 제작 난도를 묻자 조종 계통과 엔진의 동력 전달 방식이 거론됐다. 관계자는 해당 기종의 조종 입력이 기계적인 로드로 전달되는 구조라고 소개하며 저공 운용 중 피탄 가능성과 생존성을 언급했다. 엔진의 동력을 기어박스를 거쳐 로터에 전달해야 하는 만큼 제작에 필요한 손길과 공수도 적지 않다고 했다. 휴대용 대공 미사일 등의 위협에 관한 질문에는 기체 여러 방향에 배치된 경보 장비를 가리켰다. 미사일·레이저·레이더 위협을 탐지해 조종사에게 알리고, 채프와 플레어를 사용하며 회피 기동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국산화 수준에 대한 현장 답변은 장비 구성과 작동 개념에 집중됐다. 한화시스템은 LAH용 표적 획득·지시 장비와 레이더·레이저 경보 수신기 등을 국내에서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위협에 직접 노출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한 연구도 소개됐다. 산악 지형 뒤에서 드론을 먼저 보내 정찰·감시를 수행하고 필요하면 자폭 공격 임무까지 연계하는 개념이다. 관계자는 이를 연구 중인 운용 방식으로 설명했다. 기체 바닥의 연료 탱크에는 피탄에 대비한 자기 밀봉 기능이 적용됐다. 관계자는 고무 재질의 탱크를 타이어에 빗대 설명했다. 고무층 사이에는 연료와 접촉하면 부풀어 오르는 소재가 들어간다. 탄환으로 구멍이 나 연료가 새면 소재가 팽창해 손상 부위를 막고 누출을 줄이는 원리다. 엔진 두 개를 사용하는 구조는 한쪽 엔진의 고장에 대비하는 수단이다. 엔진 동력을 잃었을 때 활용하는 '자동 회전'도 소개됐다. 하강 과정에서 로터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공기로 회전을 유지하며 비상 착륙을 시도하는 방식이다. 자유 회전 장치는 정지한 엔진이 로터 회전을 방해하지 않도록 구동 연결을 분리한다. 관계자는 바람개비와 자전거를 예로 들어 원리를 설명하면서 조종사의 숙달을 강조했다. 자동 회전은 안전한 착륙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기능이 아니라 비상 상황에서 조종사가 수행하는 비행 방식이다.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한 이유다. ◇ 월 3대 생산 목표와 납품 차질…현장에 남은 과제 생산 목표는 월 3대 수준이었다. 현재 월 몇대를 납품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회사 관계자는 “엔진 관련 현안 탓에 납품을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기체가 쌓여 있다"고 토로했다. 외부에도 대기 중인 LAH가 있다고 했다. LAH에 탑재되는 엔진은 프랑스 사프란 기술을 바탕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에서 조립한 것으로 엔진 57대 중 47대에서 부식, 38대에서 균열이 발견됐다. 디퓨저 조립 등의 공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알려졌지만 해소 시점, 납품 재개 일정은 알 수 없었다. 월간 생산 목표와 실제 고객 인도는 별개의 문제였다. 기체 조립을 진행하더라도 군이 운용할 수 있는 완성품을 넘기려면 관련 현안의 해소가 필요했다. 견학 막바지에는 인력 문제가 거론됐다. 다른 항공기 제작 업무를 거쳐 수리온 사업에 합류했다는 관계자는 헬리콥터 제작에 들어가는 공수와 노력에 비해 개발·생산 인력이 부족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에 여러 파생형을 생산하고 납품하는 과정에서 부담이 누적됐다는 설명이었다. 이처럼 회전익동에는 정밀한 기체를 완성하는 일과 함께 납품의 안정성, 인력 부담을 풀어야 하는 과제도 놓여 있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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