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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이카, 외교부와 ‘엇박자 행정’…172억 캄보디아 원조사업 강행 논란

외교부가 한국인 납치·살해 범죄가 폭증하는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여행 금지'를 발령한 지난 15일 산하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하 코이카)이 현지에 우리 국민을 장기파견하는 172억원 규모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혀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코이카는 해당 사업의 공식 위험관리 계획서에서 캄보디아의 치안 위험도를 '낮은 등급'으로 평가하고, 주된 위협을 '질병'으로 명시하는 등 최근 한국인 스캠(사기) 사태의 위중함과는 동떨어진 안일한 안전 인식을 드러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 같은 코이카의 사업 적절성과 현지 치안 인식은 국민 안전을 총괄하는 외교부와 개발 협력을 추진하는 산하 기관의 '엇박자 행정'으로 해석되며 국민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23일 본지 취재 결과 코이카는 외교부가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여행 금지(흑색 경보)'를 발령한 지난 15일 '캄보디아 국립민간항공교육원(NICA) 민간항공 교육시스템 강화 사업'의 프로젝트 관리 컨설팅(PMC) 용역 입찰을 나라장터에 재공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입찰서 접수 마감일은 오는 11월 4일이다. ​코이카 문서에 따르면 이 사업은 올해부터 오는 2029년까지 5년간 총 1200만 달러(약 172억 원)를 투입해 캄보디아의 항공 교육 인프라를 개선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업 관리자(PM)와 현장 관리자(FM) 등 다수의 한국인 전문가들이 5년간 수도 프놈펜에 장기 체류하며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현지 NICA에 강의실·기숙사 등을 갖춘 5층 규모의 새 교육 건물을 지어주고 기존 건물을 보수하는 방안과 항공 관제 시뮬레이터, X-레이 보안 검색 장비 등 낙후된 교육 장비를 최신 장비로 교체하거나 새로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또 캄보디아 측 강사와 관리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연수하고, 최종적으로 캄보디아 NICA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공인 교육 기관으로 인증받아 국제적 신뢰도를 확보하고 동남아 지역의 항공 교육 허브로 성장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사업 추진 시점이다. 코이카가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재공고를 낸 10월 15일은 외교부가 캄보디아 내 한국인 피살·범죄 급증을 이유로 캄폿주 보코산 지역·바벳시·포이펫시 등 일부 지역에 대해 여권법상 최고 단계 조치인 '여행 금지'를 발령한 당일이다. 사업 수행지인 프놈펜에 대해 외교부는 특별 여행 주의보(2.5단계)를 발령한 상태다. 정부 당국은 “절대 가지 말라"며 지역에 따라서는 여권법에 따른 처벌도 시사하는 등 법적 금지령을 내리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가서 일하라"고 등을 떠미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코이카 관계자는 “사업 대상지인 프놈펜은 특별 여행 주의보가 내려졌기 때문에 방문 금지 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현지의 심각한 치안 불안에 대한 코이카의 안일한 인식이다. 코이카 문서에는 사업의 공식 위험 관리 계획서상 '치안 상황, 시국 불안 등'의 안전 위험에 대한 대응 방안은 코로나19 등 감염병 예방·풍토병 예방 접종 강화가 전부다. 심지어 이 위험의 발생 가능성은 '하(下, Low)' 등급으로 평가돼 있다. 납치와 살해가 아닌 '질병'을 주된 위협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는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다. 사업 참여 업체가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인권 경영 실천 서약서' 역시 '안전권'과 '생명권' 보호를 명시하고 있지만, 이는 무장 범죄 조직으로부터 물리적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형식적인 '종이 방패'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영사 조직과 개발 협력 성과를 중시하는 ODA 조직 간의 심각한 '칸막이 행정'의 단면을 보여준다. 물론 10년 이상 공들여온 사업을 중단할 경우 외교적 신뢰도 하락이나 기존 투자의 손실 등 코이카의 입장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국가의 최우선 책무는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인 만큼 어떠한 외교·경제적 이익도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같은 이유로 외교부는 '여행 금지' 명령과 ODA 사업 강행이라는 정책 충돌 논란에 대해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코이카 측은 현재 사업자 선정 단계로, 실제 현지에서의 사업 착수까지는 준비 기간이 남아 있어 향후 현지 안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적절히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봉사단원을 비롯한 파견 인력을 대상으로 일일 안전 점검을 실시해 실시간 응신을 확인하고 있고, 국별 핫라인 운영을 통해 비상 연락망을 유지해 파견 인력 안전 상황 확인과 정세 불안 등의 안전 정보를 상시 공유하고 있다고도 했다. 코이카 관계자는 “본 사업의 '위험 관리' 계획은 캄보디아의 범죄 사건이 공론화되기 전인 올해 2월에 이뤄진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수립됐다"며 “본부와 사무소는 현지 정세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파견 인력 대상 안전 관리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활동 중 사고·질병·범죄 등에 대응하고자 긴급 이·후송 서비스와 보험 가입을 지원하고 있고, 현지 사무소에서 수립한 안전 관리 계획에 따라 정기적으로 안전 집합 교육·대피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엄중한 상황 관리에 입각해 범죄 발생 지역 방문 금지 등 이미 파견돼 있는 인력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대처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머스크 “삼성전자, TSMC와 함께 테슬라 AI5칩 작업”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사의 자체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AI5' 개발을 TSMC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도 함께 진행한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22일(현지시간) 테슬라의 3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반도체 칩 생산을 위한 삼성전자의 계약에 관한 질문에 “삼성전자와 TSMC 모두 AI5 작업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테슬라의 AI4 세대 칩을 생산했다. AI5 세대는 TSMC로 전환된 뒤 AI6 세대부터 다시 삼성전자가 맡는 것으로 알졌다. 머스크는 지난 7월 27일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삼성전자와의 대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계약 사실을 공개 한 바 있다. 그는 “삼성의 텍사스 대형 신공장은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며 “이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AI5 칩 생산에 TSMC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도 참여할 것이라고 머스크가 밝힌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머스크의 발언을 “테슬라가 현세대 칩(AI5)에서 삼성전자와 더 긴밀히 협력하고, TSMC에만 완전히 의존하지 않는다는 소식"이라고 전했다. 한편, 테슬라의 3분기 매출과 주당 순이익은 각각 281억달러(약 40조2600억원), 0.50달러로 집계됐다. 매출은 시장조사 업체 LSEG가 집계한 월스트리트 전망치 263억7000만 달러를 상회했지만, 주당 순이익은 예상치 0.54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총 이익률은 18%로 시장 예상치 17.5%보다 소폭 높았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 증가한 수준으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1, 2분기 연속 매출 감소에서 성장세로 돌아섰다. 이는 미국 소비자들이 전기차 세제 혜택 종료를 앞두고 전기차 구매를 늘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역대 최대 분기 매출에도 전체 순이익은 37% 급감한 13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관세와 구조조정 비용 증가, 탄소 배출권 판매 수익 감소 등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테슬라는 향후 실적 전망치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내년부터 로보택시 '사이버캡'(Cybercab)과 전기 트럭 '세미'(Semi), 에너지 저장장치 '메가팩3'(Megapack 3)의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의 “1세대 생산라인 구축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CFRA의 개럿 넬슨 선임 주식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단기 및 중기 수익 성장 경로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시점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테슬라 주가는 이날 오후 시간외 거래에서 3.80% 하락한 422.27달러를 기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머니+] SMR 원전 거품론 의식했나…뉴스케일 주가 연 수익률 ‘반토막’

뉴스케일 파워를 비롯한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주들이 최근 일제히 급락세를 보이면서 향후 주가 전망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SMR이 빠른 속도로 상용화되며 기후변화 대응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의 해법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과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뉴스케일 파워 주가는 전장 대비 9.51% 급락한 34.7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기후위기 대응과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이 주목받으며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뉴스케일 파워 주가는 지난 15일 53.43달러까지 급등해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주가가 11% 가까이 빠지더니 이날까지 35%가 넘는 하락세를 이어왔다. 연 수익률은 93.64%로 최고점 때(198%)와 비교하면 반토막 난 상황이다. 다른 SMR 관련주들도 뉴스케일 파워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로부터 투자를 확보한 미국 SMR 기업 오클로 주가도 지난 14일 최고점에서 이날까지 31% 가량 급락했고 현대건설·두산에너빌리티와 원전 협력 파트너십을 맺은 페르미 아메리카 주가는 지난 1일 나스닥 상장 이후 약 40% 폭락했다. 이밖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해 지난 10일 상장한 SMR 기업 테라 이노바텀 글로벌, 나노 뉴클리어 에너지 등도 이달 고점에서 각각 54.60%, 31.40% 급락했다. SMR 관련주들에 대한 투자심리도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BNP파리바의 모제스 수턴 애널리스트는 지난 21일 투자노트를 내고 뉴스케일 파워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언더퍼폼'(시장수익률 하회)으로, 목표주가를 41달러에서 25달러로 낮췄다. 씨티 리서치도 지난 20일 투자노트에서 뉴스케일 파워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각각 '중립→매도', '46달러→37.50달러'로 제시했다. ◇ 이익 못내지만 수요 기대감에 주가 급등…“2029년께 거품 터진다" 이렇듯 뉴스케일 파워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빠르게 확산한 배경엔 'SMR 거품론'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턴 애널리스트는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이유에 대해 “실질적인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뉴스케일 등은 펀더멘털과 완전히 괴리됐다"며 SMR 관련주들에 대한 열풍이 밈 주식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테크 기업들이 전력을 사들일 것이란 기대감만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SMR 기업들의 가치가 450억달러(약 64조 5500억원) 이상 부풀려졌다"고 최근 보도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뉴스케일 파워가 2030년까지 흑자를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SMR에 대한 거품이 2029년께 터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2030~2035년 사이 세계적인 SMR의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건설 지연과 높은 비용 등 현실의 벽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매체는 특히 “SMR은 규모가 1MW에서 300MW까지 다양해 설계 표준화가 어렵고, 역(逆)규모의 경제를 보인다"며 “발전단가는 우수한 대형 원전 대비 최소 30% 이상 비쌀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SMR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원전 발전용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본격적인 도입 시기는 2035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또 원전 증설이 느린 속도로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MR는 비용을 줄이고 설치 시간을 단축할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원자력 기술로 널리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은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수십 개 기업이 SMR 설계를 개발하는 단계며 미국에서 완성된 SMR은 아직 한 기도 없다. ◇ SMR 상용화 늦어진다…中·러 공사기간 최대 13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올해 발표한 연례 '2025 에너지 보고서'에서 “SMR은 일종의 로또 같은 존재이며, 이 같은 인식은 2030년까지 이어질 것이다. 일부 서방권 SMR 프로젝트는 완공될 때까지 메가와트시(MW)당 1500만달러에서 2000만달러 사이의 비용이 들 수 있다"며 “웨스팅하우스, 뉴스케일, 엑스에너지는 36~48개월 이내 SMR를 지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낙관론이 지나쳤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러시아에서 2기, 중국에서 1기의 SMR이 현재 운영 중이고 아르헨티나에선 1기가 건설 중이지만 중국 SMR의 비용 초과율은 300%에 달했고 러시아는 400%, 아르헨티나는 700%다"며 “건설 기간 또한 3~4년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완공까지 12~13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뉴스케일 파워가 미국의 최초 SMR 프로젝트인 CFPP(카본프리 프로젝트)를 2023년 11월에 철회한 이유도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JP모건은 또 올해 4월 캐나다 당국으로부터 착공 허가를 받은 GE Vernova Hitachi Nuclear Energy(GVH)의 300메가와트(MW) 급 SMR 프로젝트인 'BWRX-300'에 대해 “미국 유틸리티 업체들은 최종 가격표를 보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다"며 “비용이 키로와트(kW)당 2000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미국 국립과학원(NAS)은 원전이 다른 발전원과 경쟁하기 위해선 비용이 kW당 2000달러를 밑돌아야 한다고 추산했다. GVH는 최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유럽·동남아·중동 지역의 SMR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기업이다. 씨티 리서치가 뉴스케일 파워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씨티 리서치는 “하향된 목표주가는 2040년까지 설치될 것으로 예상되는 SMR의 조정을 반영한다"며 뉴스케일 파워가 설치할 발전용량 전망치를 기존 20기가와트(GW)에서 16GW로 낮췄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세계적 환경과학자이자 SMR기업 테라파워 설립자인 빌 게이츠가 가장 신뢰하는 사상가로 알려진 바츨라프 스밀은 SMR의 영향력에 대해 “예산과 일정 안에서 완공되고 발전용량이 의미가 있는 수준으로 누적됐을 때 연락을 다시 달라"며 “아마도 10년, 혹은 20년 동안 이와 관련된 연락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원화 스테이블코인, 해볼만하지 않을까?

일상적인 거래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다양한 덕목 중에는 “안정성"이 있다. 극단적인 예로 식당 밥값이 하루는 만원이었다가 다음날 만오천원이었다가, 또 하루가 지나니 8천원이 되어있다면 밥맛이 뚝 떨어질 지경이다. 물론 대부분의 원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식당의 경우 음식값을 달러로 매기는 특이한 식당이 있기는 하다. 이는 예외로 하자. 일각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유통의 범위 측면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비해 경쟁력이 없어, 금방 소멸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물론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원화는 한국을 떠나는 순간 내재가치가 영(零)으로 수렴하는 명목화폐 또는 법화인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원화의 그림자와 동일하므로 그 가치도 해외에서는 인정받기 어렵다. 이는 우리가 부정하고 싶어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은 국제화에 있지 않다. 앞서 예시를 들었듯이, 가격의 안정 측면에서 국내에서 유통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이 있다면 그것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외에는 없다. 한 예로 일부 우려와 같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시장에서 유통되는 유일한 스테이블코인이며 이를 활용하여 경제활동을 하려고 한다면,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달러로 표기해야만 한다. 이를 구매하고자 하는 국내 소비자는 이내 계산이 복잡해진다. 휴대폰을 꺼내서 현재 환율을 학인하고 이내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원화로 다시 계산해야 한다. 이는 곧 매회 거래의 불편함을 감수해야할 뿐만 아니라 거래의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온라인에서나 가게에서 자동으로 계산하여 공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원화표시 가격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막을 도리는 없다. 이와 같이 가격변동이 나타나는 경우, 소위 “위험을 기피하는" 소비자는 소비를 꺼리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가격을 자주 변경하여 판매자 수익의 안정을 꾀하는 것보다, 오랫동안 같은 가격을 유지함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더 낫다는 논의에 기반한다. 가격을 달러화로 책정하게 되면 원화표기 가격이 계속 변하게 될 것이고, 원화로 가격을 책정할 경우에는 달러화 가격이 계속 변하게 될 것이다. 어느 쪽도 우리나라 소비자에게는 달갑지 않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를 한다고 가정하였을 때 소비자는 달러표기 가격도 안정화되기 바랄 것이다. 한편, 이 물건 또는 서비스 가격이 익숙할 원화 단위로 얼마인지 가늠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므로, 원화표기 가격도 안정화되길 바랄 것이다. 이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유통의 딜레마라고 볼 수있다. 우리가 미달러화를 도입하거나 달러화 가치에 원화를 고정시키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경제로 전화하지 않는 이상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거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시장이 열려있음을 의미한다. 해외에서 개발된 시스템을 국내에 정착시키는 것과 우리가 개발한 시스템을 확장해가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들여와 정착시키는 것이 해외송금 등에서 일견 나아보일 수는 있을 것이나, 우리의 토양에서 태생한 시스템이 성장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그리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시장이 비록 국내에 대부분 한정되어있고 달러에 비해 잠재력과 경쟁력이 약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규모가 비교적 작은 우리나라도 이 자리에서 5천년을 버텼고, 원화가 아직 국제통화는 아니나 요동치는 국제금융시장과 외환시장에서도 아직 살아남았다. 오히려 원화 스테이블코인 플랫폼을 어느나라보다 선진화하고 효율적으로 발전시킬 경우, 원화의 국제화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이루어질 기회를 잡을 지도 모른다. 불안보다는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추진해볼만 하다. 김수현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관련주 급등 이유?…“ESS 수요 2035년까지 이어간다”

2023년 고점을 찍은 뒤 '바닥없는 추락'을 이어온 에코프로를 비롯한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최근 일제히 초강세를 보이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에코프로 주가는 전장 대비 15.15% 급등한 8만7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에코프로 주가는 최근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15일까지만 해도 4만6550원에 불과했던 에코프로 주가는 지난 16일 14% 급등하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다음날인 17일엔 무려 27% 폭등했다. 이달 들어서만 상승률이 85%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는 각각 46.19%, 56.66% 올랐다. 삼성SDI(+28.05%), LG에너지솔루션(+30.79%), 포스코홀딩스(+11.41%), SK이노베이션(+25.67%) 등 다른 이차전지 관련주들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전기차 판매가 최대치를 기록한 데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잇따르면서 이차전지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로모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BEV(배터리전기차)와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26% 증가한 210만대로 집계돼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관련 업체들의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상황이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올 3분기 영업이익 6013억원을 기록하며 깜짝 실적을 냈다. 여기에 리튬이온 배터리의 또다른 수요처인 글로벌 ESS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업황 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호주 최대 리튬 생산업체인 PLS(구 필바라미네랄스)의 데일 헨더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룸버스TV 인터뷰에서 “미국 정책 등의 영향으로 전기차 수요가 위축됐지만 리튬 전반에 대한 세계적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며 “ESS용 리튬 수요가 미국 내 전기차 시장 둔화로 인한 감소분을 상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ESS 산업이 “빠르고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NEF(BNEF)의 키쿠마 잇슈 ESS 부문 선임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를 내고 글로벌 ESS 시장이 2035년까지 매년 성장해 누적 용량이 2테라와트(TW)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현재 규모 대비 8배 수준이다. 키쿠마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이 최대 ESS 시장으로 남겠지만 독일, 영국, 호주,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도 정부정책, 발전사들의 도입 등에 힘입어 성장세가 매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예상보다 둔화된 가운데, 배터리 제조사들이 고정형 ESS 부문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며 “한국 주요 기업들의 배터리 생산 확대 움직임이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데 힘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2025년 80% 이상, 2026년 30% 이상의 ESS 성장률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日 다카이치, ‘아베노믹스 시즌2’ 시동…엔화 환율 다시 상승

확장적 재정 정책을 공언해온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인플레이션 대응 등을 위해 지난해 수준을 넘어서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부양책 규모는 지난해 발표된 종합경제대책의 13조9000억엔(약 130조원)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규모는 아직 조율 중이며, 이르면 다음 달 공식 발표될 전망이다. 로이터는 “확장적 경제 정책을 지지하는 다카이치 내각 출범 이후 첫 주요 경기부양책"이라며 “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강조해온 '책임있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노믹스' 신봉자로 그동안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확대하고 완화적인 금융정책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부양책은 인플레이션 대응과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 국가안보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인플레이션 대응과 관련해 휘발유에 적용되는 임시 세율을 조속히 폐지하고, 임금 인상에 대한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방정부 보조금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일본 정부가 전략적 경제발전에 중점을 두는 만큼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도 이번 부양책에 포함됐다. 다카이치 내각은 내년 3월까지인 2025년 회계연도 내 추경을 통해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며 임시국회를 열어 추경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출 규모가 예상보다 클 경우 일본정부는 적자국채 발행에 나설 수 있어 재정건전성과 경제성장 경제 성장 간 균형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다아키치 총리는 전날 오후 개회한 임시국회 중의원(하원) 본회의에서 진행된 총리 지명선거 1차 투표에서 465표 중 237표를 얻어 과반을 확보하며 새 총리로 선출됐다. 그는 전날 밤 총리 관저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이끌 내각을 '결단과 전진의 내각'으로 명명하고 “강한 일본 경제를 만들어 외교·안보에서 일본의 국익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는 “고물가 대책을 확실히 강구하겠다"면서 야당과 협력해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금융정책에 대해서는 “일본은행이 정부와 충분히 협력하고 의사소통을 할 것"이라며 “금융정책의 방법은 일본은행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시장에선 다시 '다카이치 트레이드'(일본 증시 상승·엔화 약세)가 재개되는 모양새다. 로이터는 해당 보고가 나온 이후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하락세를 모두 되돌려 상승 전환했고 엔화는 약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이날 닛케이지수는 오전에 최대 1.42% 내린 4만8613.70까지 밀렸으나 오후에 반등하면서 4만9458.28까지 올랐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이날 한때 달러당 151.49엔까지 하락(엔화 강세)했지만 한국시간 오후 3시 27분 현재 151.84엔으로 반등했다. 한때 151.95엔까지 오르면서 152엔 돌파를 넘보기도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대규모 투매 나올수도”…국제금값 시세 ‘역대급 폭락’에 전망도 먹구름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던 국제금값이 12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향후 시세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국제금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5.74% 급락한 온스당 4109.1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4359.40달러를 기록했던 금값이 하루 만에 곤두박질친 것이다. 금 현물 가격도 급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금값은 장중 한때 6.3% 내린 4082.03달러를 기록, 2013년 4월 이후 이후 낙폭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다음 날인 22일에도 금 시세가 추가로 최대 3% 하락해 4000달러선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급락으로 한때 60%를 웃돌았던 올해 누적 상승률은 약 55% 수준으로 축소됐다. 금과 함께 초강세를 이어오던 은값 역시 21일 장중 최대 8.7% 폭락했고 또다른 주요 귀금속인 백금과 팔라듐도 5% 넘게 급락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매입,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 지정학적 긴장, 재정악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 등으로 급등세를 이어오던 금값이 차익실현 매물에 짓눌린 것으로 풀이된다. ABC 리파이너리의 니콜라스 프라펠 기관투자 시장 총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수세를 이어왔기 때문에 지금이 차익을 실현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귀금속 매체 킷코에 따르면 포렉스닷컴의 파와드 라카크자다 애널리스트는 이날 투자노트를 내고 “최근 많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투자자들이 자의든 타의든 수익을 실현하기 시작했다"며 “(차익실현이)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는 반응도 나온다"고 밝혔다. 금값 상승을 이끌었던 호재들이 소멸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로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고조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상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미중 무역 협상과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미 달러화가 최근 들어 강세를 이어가는 데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지) 여파로 기관투자자들의 매매 동향을 보여주는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 발표가 중단된 점도 매도세를 자극했다고 FT는 전했다. 향후 금값의 부정적인 전망들도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의 찰리 매시 콜리어 전략가 등은 이날 시세 폭락을 계기로 금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하향 조정한 뒤 “앞으로 몇 주 동안 4000달러대에서 횡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란 초기 호재는 언젠가 다시 주목받겠지만 현재 수준에서는 (금 매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금값은 이미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화폐 가치에 대비해 금·주식 등을 매수) 테마를 크게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AT글로벌 마켓의 닉 트위데일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기술적 측면에서 금값은 조정기에 들어갔다"며 “4000달러선이 붕괴할 경우 대규모 투매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의 과매수 양상을 예상해 최근 차익실현에 나섰던 전문가 역시 추가 하락 가능성을 언급했다. 마켓게이지의 미셸 슈나이더 수석 시장 전략가는 킷코 인터뷰에서 “오랜 기간 동안 금과 은에 대해 강세론을 유지해왔지만 CNBC의 주요 뉴스에 오르는 등 모두가 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며 “원자재 트레이더로서 투자자들이 고점에 몰리는지 주시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경제 침체의 위험이 상당히 낮고 국제유가, 설탕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완화되고 있다며 “무언가가 붕괴하지 않는 한, 금과 은 가격 상승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설탕 선물 가격은 연중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편, 낙관론도 일부 남아 있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원자재 전략 총괄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금값이 이번 조정기에 온스당 3973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겠지만 강세 흐름이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수키 쿠퍼 애널리스트 역시 “리는 기술적 조정을 목격하고 있을 뿐이며, 장기적으로 금은 추가 상승 여력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성장-소비 선순환에 올라가는 자산 시장…그러나 무너지면?

미국 주식은 AI 산업 붐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다. 초창기 AI 산업을 이끈 엔비디아의 주가가 지금은 잠시 주춤거리지만 구글, 애플, AMD 등 빅테크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과 전망으로 소위 순환매 장세를 이끌면서 시장 상승의 건전성을 더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다음 주 연준회의(FOMC)에서 최소 25bp 금리인하가 예상되면서 유동성 추가 공급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미국 정부 셧다운도 다음 주까지 해결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가장 문제가 되었던 관세정책은 관세부과의 타겟이었던 중국과의 협상이 잘 진행되면서 이번 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기간동안 두 정상간의 회담에서 양국 간 무역 협정을 방해하고 있는 희토류, 대두, 펜타닐 3대 문제가 해소되면서 미-중간 무역 협정이 타결될 거라는 희망이 시장에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코스피 역시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파죽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반도체가 2017년 이후 다시 한 번 붐을 일으킬 거라는 전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대만의 ADATA 천리바이 회장은 “D램, 낸드플래시, 하드디스크(HDD)까지 4대 주요 메모리 제품이 동시에 부족한 건 30년 업력 사상 처음 겪는 일이다."라고 하면서 AI 고정 수요가 과거 3~4년 주기의 메모리 경기 순환을 완전히 깨뜨리고 있고 이번 호황기는 최소 2026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산을 중단한다고 예고한 DDR4 16Gb(기가바이트) 현물 가격은 석 달 새 약 44%나 올랐고, 1년 전과 비교하면 4배(413%) 넘게 뛰었다. DDR5 16G 제품 역시 1년 만에 약 83% 비싸졌다. 특히 DDR4 칩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하려는 고객이 줄을 서고 있는 상태다. 지금 자산 시장이 오르는 이유는 미국의 성장, 특히 AI 산업에 대한 기대를 머금고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성장이 흔들리더라도 연준의 금리 인하가 나와 유동성의 힘으로 자산 가격이 올라갈 수 있기에 돈이 자산시장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올라버린 자산 가격으로 소비를 늘리니 소득 하위층의 소비가 줄고 있음에도 전체 소비가 양호하게 버텨주고 있다. 자산 가격의 상승이 성장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성장으로 자산 가격이 오르고 올라버린 자산 가격이 소비 성장을 자극하니 또 자산 가격이 오르는 그런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만약 주식 시장을 비롯한 자산 시장 전반이 어떤 충격을 받아 무너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주가가 하락하면 소득 상위층의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가뜩이나 소득 하위층의 소비는 초토화 되어있는데 상위층의 소비까지 줄어들면 전반적인 소비 위축의 민감도가 높아져 자산 가격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거다. 그렇다면 어떤 리스크가 자산 가격의 하락을 만들 수 있을까? 예상 외의 인플레이션, 국가 부채의 문제, 은행권의 신용 위험,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우려, 미중간의 갈등,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관련 규제 등. 하지만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은 J.P Morgan의 다이먼 회장과 무디스 수석연구원 마크 잔디 등 유명 비관론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버블을 키워 가고 있다. 상승론자들은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이 돌아왔기에 앞으로 최소 2년간 자산 시장 상승은 이어질 거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가격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용기 있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항상 욕심과 두려움의 경계에 서 있다. 재무투자론 1장에 나오는 영원한 딜레마 두려움(Fear)과 욕심(Greed) 사이에서 투자자의 고민은 계속 이어질 거다. 최용

코로나19 때 필수품이 발암 물질?…EU 경고에 의료계 ‘발칵’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개인 위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손소독제를 둘러싼 발암 물질 논란이 유럽에서 제기돼 관심이 쏠린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연합(EU)이 손소독제의 핵심 성분인 에탄올을 발암 물질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EU 산하 유럽화학물질청(ECHA)의 한 실무 그룹은 지난 10일 내부 권고안에서 에탄올을 암과 임신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 위험 물질로 구분하고 이를 대체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ECHA 살생물제품 심사위원회(BCP)는 내달 24일부터 27일까지 회의를 열어 에탄올의 인체 유해성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ECHA는 “전문가 위원회가 에탄올을 발암 물질로 판단하면 대체를 권고할 것"이라면서도 “실제 사용 환경에서 안전하거나 대체 물질이 없을 경우 일부 용도에서는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내부 권고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ECHA는 에탄올 금지와 관련해 올해 초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공개 의견수렴을 진행했는데, 접수된 약 300건의 의견 대부분은 반대 입장을 보였다. 최종 결정은 EU 집행위원회가 내릴 예정이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에탄올의 대체 물질로는 일반 소독제에 널리 쓰이는 이소프로판올이 거론된다. WHO는 다만 손소독제 사용에 대해선 에탄올과 이소프로판올 모두 안전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에탄올과 암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대부분의 연구 결과는 음주에서 비롯된다. 보건의료계와 산업계는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클린 호스피털 네트워크' 소속인 알렉산드라 피터스 제네바대 교수는 “병원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의료 관련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말라리아, 결핵, 에이즈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며 “알코올 기반 손소독제를 통한 위생 관리로 매년 전 세계적으로 1600만 건의 감염을 예방한다"고 강조했다. 피터스 교수는 이소프로판올에 대해 “오히려 독성이 더 강하다"며 “비누로 반복 세정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피부가 손상된다. 손소독제가 없다면 간호사들이 수술 중 매시간 30분 이상 손 씻기에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유리천장 깬 다카이치…日 첫 여성 총리로 선출

일본 집권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애 총재가 21일 일본 사상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됐다. 남성의 정치 참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일본 사회에서 최초의 여성이자 보기 드문 비세습 정치인이 총리직에 오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재는 이날 오후 임시국회 중의원(하원) 본회의에서 진행된 총리 지명선거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해 제104대 총리로 선출됐다. 다카이치 총재는 전체 465표 중 237표를 얻어 과반인 232석을 넘어섰다. 자민당, 새로운 연정 상대인 제2야당 일본유신회, 일부 무소속 의원이 다카이치 총재에게 투표한 것으로 보인다. 중의원에서 자민당 의석수는 196석, 유신회는 35석이다. 총리 지명선거는 참의원(상원)에서도 별도로 실시되지만, 결과가 다를 경우 중의원 투표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다카이치 총재가 사실상 총리 취임을 확정지은 셈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투표 결과를 두고 “남성 중심의 일본 사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며 여성들도 유리천장을 돌파해 중요한 위치에 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와 동시에 일본에서 우향우 바람이 불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냈다. 일본 정계에서는 드문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유리 천장을 깨며 강경 보수 성향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져 왔다. 그는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을 잡았으나, 26년간 이어진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정이 붕괴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강경 보수 성향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로운 연정 상대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해 우여곡절 끝에 총리직에 올랐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일단 유신회는 자당 의원이 입각하지 않는 이른바 '각외(閣外) 협력' 형태로 연정에 참여하기로 해 공명당 의원이 국토교통상 등을 맡았던 기존 자민당·공명당 연정보다는 협력 관계가 약할 것으로 분석된다. 자민당과 유신회는 민간 투자를 확대하기로 서로 합의를 이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연정의 지속가능성이 여전의 의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또 자민당과 유신회는 의석수를 합쳐도 과반이 되지 않는 소수 여당이어서 법안과 예산안을 통과시키려면 다른 정당과 협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다카이치 총리가 유신회를 포섭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 정수 10% 축소 등 유신회 요구 사항을 대부분 수용했는데,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자민당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과 유신회 사이에 국회의원 정수 축소, 기업·단체 후원금 폐지, 선거 출마자 조율, 약한 연결고리 등 4가지 갈등의 불씨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다카이치 총리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는데 '아베노믹스'를 계승하는 경기부양 정책을 펼칠 경우 엔화 약세가 심화돼 물가가 상승 압박을 더욱 받을 공산이 크다. 말보로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에이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연정은 다카이치 총리가 극단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청신호가 아니다"며 “확장 재정 정책 또한 경제적 및 정치적 측면에서 크게 제한돼 '다카이치 트레이드'(일본 증시 상승, 엔화 하락)가 추가로 이어갈 여력이 낮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4만9900대까지 오르면서 5만선 돌파를 넘보던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오후들어 상승폭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스미토모생명보험의 무라타 마사유키는 “유신회가 참여함에 따라 다카이치 총리의 경제 정책이 균형을 더 이룰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을 막기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이후 중대한 외교 일정도 소화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7일께 일본을 방문할 예정인 데다, 내주 말레이시아와 경주에서 각각 개최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다카이치 내각 출범으로 역사 인식이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에서 협력 기조가 이어졌던 한일관계에 파장이 미칠지도 주목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역사·영토 문제에서 강경한 '매파' 발언을 쏟아냈고,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도 정기적으로 참배해 왔다. 한편, 이시바 내각 각료는 이날 오전 총사직했다. 작년 10월 취임한 이시바 전 총리 재임 기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총리 중 24번째로 긴 386일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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