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7월 22일 세계신경과학연맹이 제정한 세계 뇌의 날(World Brain Day)이다. 뇌건강과 신경계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건강 기념일로, 2026년 주제는 '모두가 누리는 뇌건강'으로 정했다. 이는 모든 사람이 거주 지역이나 사회·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적절한 신경의료와 치료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공동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한신경과학회(이사장 서대원,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지난 22일 '2026년 세계 뇌의 날'(World Brain Day)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개최, 초고령사회에서 국민의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료·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이날 학회는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뇌전증, 군발두통, 재택의료 등 초고령사회가 직면한 주요 신경계 질환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국가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치료법의 등장에도 제도와 의료체계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어 국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신경계 질환이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국가적 보건의료 과제로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치료기술의 발전과 함께 국민 누구나 적절한 시기에 표준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와 정책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대원 이사장은 “초고령사회에서 뇌질환은 더 이상 일부 환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함께 해결해야 할 핵심 보건의료 과제"라며 “치료기술의 발전만큼이나 치료 접근성과 필수의료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이사장은 “신경과학회는 앞으로도 정부, 의료계, 환자단체와 협력하여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을 제안하고 국민의 뇌건강 증진과 필수 신경의료 체계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에서 한양대병원 김희진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는 증상 조절 중심에서 질병 진행을 늦추는 질병조절치료(Disease-modifying Therapy)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다만 새로운 치료는 일부 초기 환자에게 적용되는 만큼 조기 진단과 적절한 환자 선별, 안전성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약물 치료뿐 아니라 인지중재, 보호자 지원,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을 포함한 통합적 치료를 통해 환자의 독립적인 일상을 가능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 현대 치매 치료의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김태정 교수는 “2050년 국내 뇌졸중 환자는 현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뇌졸중은 치료가 단 몇 분만 늦어져도 장애와 사망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대표적인 신경학적 응급질환"이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지역 간 치료 인프라와 전문인력의 불균형으로 골든타임 치료가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권역응급의료센터 신경계 전문인력 확충과 지역 간 신속한 전원체계 구축 등 국가 차원의 뇌졸중 치료 안전망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려대안산병원 권도영 교수(고려대안산병원)는 “해외에서는 이미 표준치료로 활용되는 다양한 파킨슨병 치료제가 국내에는 아직 도입되지 못해 환자의 치료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킨슨병은 환자마다 약효 지속시간과 약물 흡수 양상이 달라 다양한 제형과 투여경로가 필요하지만, 국내에서는 약가와 급여 절차 등의 문제로 검증된 치료제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권 교수는 필수 치료옵션의 신속한 허가와 급여평가 개선, 새로운 제형의 임상적 가치 인정 등을 통해 환자 중심의 치료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희대병원 황경진 교수는 “뇌전증지속상태 치료에 필수적인 응급 항발작 주사제의 생산과 공급이 잇따라 중단되고 있는 현실은 국가 필수의료체계의 심각한 위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련성 뇌전증지속상태는 분 단위 치료가 생명을 좌우하는 신경학적 응급질환이지만, 디아제팜주와 페니토인주에 이어 포스페니토인주까지 공급 중단이 예정되면서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표준 치료체계가 흔들릴 위험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응급 항발작제를 국가필수의약품으로 별도 지정하고, 약가 현실화, 중앙 비축 시스템 구축, 권역별 재고 관리 및 공급 중단 사전예고 제도 등을 마련해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조수진 교수(대한신경과학회 회장, 전 대한두통학회 회장)는 “국제 진료지침에서 1차 치료로 권고하는 재택 고유량 산소치료가 국내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많은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국내에서도 관련 의료기기가 허가된 만큼 이제는 건강보험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며, 군발두통을 재택 산소치료 급여 대상 질환에 포함하고 신경과 전문의에게 처방 권한을 부여하는 등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신내의원 이상범 원장은 “초고령사회에서는 병원 중심 치료만으로는 중증 신경계질환 환자의 삶을 충분히 지원하기 어렵다"면서 “퇴원 후 1∼3개월 동안의 전환기 재택의료가 기능 유지와 재입원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를 위해 병원과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공유진료 모델을 구축하고, 방문진료, 다학제 협력, 퇴원관리, 치료성과를 함께 반영하는 다층적 하이브리드 수가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경과학회는 이번 세계 뇌의 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초고령사회에서 뇌질환은 더 이상 일부 환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함께 해결해야 할 핵심 보건의료 과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학회는 특히 다음과 같은 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치매 등 신경계 질환의 조기 진단과 치료 접근성 향상, 뇌졸중 등 신경계 응급질환 치료 안전망 구축, 파킨슨병 치료제의 신속한 도입과 환자 치료 선택권 확대, 뇌전증 필수 응급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체계 구축, 군발두통 재택 고유량 산소치료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지역사회 기반 재택의료 및 통합 돌봄 확대 등이다. 신경과학회는 “앞으로도 정부와 의료계, 환자단체와 협력하여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국민 누구나 적절한 시기에 표준 신경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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