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는 소리를 듣는 것뿐만 아니라 균형을 유지하는 평형감각 유지 기능도 갖고 있다. 귀 질환은 난청, 이명, 이외도염과 중이염, 이석증,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 청신경 종양, 안면신경마비(안면마비), 외이(外耳) 기형 등 다양하다. 대한이과학회(회장 박시내)에 따르면, 의학의 발달에 따라 난치성 귀 질환의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과거 중이염은 만성화로 진행하면 속수무책이었고, 난청이 생기면 그저 '잘 못 듣고 사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선천성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는 말을 배우지 못하고 사회에서 소외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유전자 진단으로 난청의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밝히고, 인공와우 이식으로 소리를 듣지 못하던 아이가 정상 언어 발달을 이루며, 유전자 치료로 손상된 내이 유모세포의 복구를 시도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고해상도 CT·MRI 측두골 영상 기술, 내시경 수술의 도입, 내이 약물 전달 시스템 개발 등으로 귀 질환 수술은 고도의 정밀성을 갖추게 되었다. 이명,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 등 난치성 질환들도 맞춤형 약물요법과 재활 프로그램으로 관리가 가능해졌다. 유전자 변이로 내이(內耳) 유모세포가 손상된 환자에게 바이러스 벡터를 통해 정상 유전자를 전달하는 치료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최근 열린 이과학회 제72차 학술대회에서는 이러한 귀 질환들의 현황과 최신 치료법에 대한 다양한 발표가 이뤄졌다. 박시내 대한이과학회 회장(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유전자 진단, 인공와우 이식, 내시경 정밀 수술, 유전자 치료 등이 귀 질환 치료와 연구에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면서 “앞으로 유전자 치료의 임상 적용을 가속화하고, 방치된 난청이 치매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인 청각 건강관리 체계 강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소개된 내용 중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소아난청과 노인난청에 대해 알아본다. ◇ 어린 시기 난청 발견 못하면 언어장애 위험성 높아 선천성 또는 영유아기에 발생하는 소아난청은 1000명 중 1~3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령기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 그 비율이 더 높아져 20dB 이상의 청력역치를 보이는 경도 이상의 난청이 약 3.1%까지 보고되고 있다.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면 언어 발달 지연은 물론 인지 능력, 정서적 유대감 형성에도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된다. 흔히 '언어 발달의 골든 타임'이라고 표현되는데, 어린 시기에 난청을 발견 못하거나 적절한 재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후에 치료를 하더라도 언어 능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난청이 의심되는 경우 빠른 시기에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통해 정확한 신체검진 및 정밀 청력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대한이과학회 공보이사)는 “영유아 및 학령기 아동들은 난청에 대한 적절한 인지가 늦어지는 경우도 많으며, 삼출성 중이염과 같이 약물 혹은 수술적 치료를 통하여 청력을 회복할 수 있는 질환이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유아와 어린이의 청력 평가는 성인과 달리 다양한 객관적 검사와 연령에 맞춘 행동 청력검사를 이용하여 이루어진다. 대표적으로 청성뇌간반응검사(ABR)와 이음향방사검사(OAE)와 같은 객관적 검사와 함께, 아이의 연령과 발달 단계에 맞춘 다양한 행동 청력검사를 통해 청력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현재 일정 수준 이상의 청력 저하가 확인되면 청각장애 등록을 통해 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으나, 모든 난청이 장애 기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와 같은 영유아 및 학령기 아동의 난청 치료의 사각지대를 막기 위하여 '영유아 보청기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만 6세에서 2026년부터는 만 12세까지 지원 대상 연령이 확대되어 영유아기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시기까지 청각 재활을 돕는다. ◇ 노인 10~15%만 보청기 사용…사회생활 소외 자초 이번 학술대회를 기점으로 이과학회는 소아난청뿐 아니라 노인성 난청에 대한 국가적인 보청기 지원 확대를 위한 공론화에 본격 나섰다. 박 회장은 “국회와 정부를 설득해 임기 내 노인 보청기 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노인 난청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회에 따르면, 노인들도 충분히 사회·경제 활동이 가능한 만큼, 이들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보통 장애 이후 보청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경도·중등도 단계에서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 현재 보청기 지원체계는 청각장애 등록자를 대상으로 5년에 1회 등 고도 난청 위주로 짜여 있다. 보청기는 노인성 만성질환 관리 중 가장 가성비 높은 방법으로 통하지만 착용률은 10~15% 수준으로, 40~50%에 달하는 유럽 대비 현저히 낮은 상태다. 노인성 난청은 연령이 높아지며 발생하는 퇴행성 변화에 의한 청력감소를 의미한다.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양측에 고주파(고음)영역에 경도 혹은 중등도의 청력 감소가 나타나고, 소리의 방향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하여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본인도 정확한 발음을 구분하지 못하여 괴로울 뿐 아니라 대화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명(귀울림)도 동반할 수 있으며 정서적으로 우울증이 생길 수 있고 의기소침해지기 쉽다. 소화불량, 위장장애, 고혈압, 심장박동 증가, 권태 등 여러 가지 증상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눈이 나쁘면 안경을 착용하듯, 청력이 나쁘면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이 유용한 해결 방법이다. 노인성 난청도 조기에 발견하여 가능한 빨리 보청기을 착용하면 일상생활에 좀 더 잘 적응할 수 있다. 다만 경우에 따라 중이염 등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보청기를 착용하기 전에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와 검사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박 회장은 “노인들이 보청기를 보다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급여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고,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면서 “현실적으로는 지자체 중심의 시범사업을 현재보다 확대하는 것이 우선 실현가능한 가능한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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