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불거진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프로모션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스타벅스 탱크데이 광고에 이어 7년 전 논란이 됐던 무신사의 광고까지 SNS에 언급하면서 유통업계는 서둘러 마케팅 검수 시스템 재점검에 나서고 있다. 이번 논란은 스타벅스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신제품 텀블러 출시를 알리는 마케팅 과정에서 온라인 스토어 홍보물에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문구를 사용해 도마에 올랐다.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탱크 진입을 연상시키고, 1987년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책상을 탁 치자 억 하고 죽었다"는 발표 등 역사적 사건에 대한 통념과 거리가 먼 자극적 표현으로 사회적 상처를 건드려 소비자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한데 이어 스타벅스 본사까지 직접 나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타벅스 글로벌의 대변인은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이자 역사적·인도적으로 의미 깊은 날인 5월18일과 맞물려 부적절한 마케팅이 한국에서 이뤄진 것에 깊이 사과드린다"며 “광주 시민들과 이번 비극으로 영향을 받으신 분들, 그리고 고객과 지역사회에 사괴드린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업계의 안이한 대응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오후 엑스(X·옛 트위터)에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와 관련해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행태"라고 직격한데 이어 20일에는 7년 전 패션기업 무신사가 촉발시켰던 마케팅 논란을 재소환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날 이 대통령은 엑스에서 2019년 논란이 됐던 무신사의 양말 광고 이미지를 공유한 뒤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 그로 시발된 6월 민주항쟁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광고"라며 “돈이 마귀라지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럴수가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앞서 2019년 무신사는 여름철 양말의 빠른 건조 특성을 강조하기 위한 광고로 '책상을 탁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한다는 비판에 해당 콘텐츠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무신사는 이날 재차 공식 사과문을 내고 “2019년 7월 고 박종철 민주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케 하는 문구를 인용해 소셜미디어(SNS) 마케팅에 활용함으로써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신 열사님의 뜻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당시 사건 발생 직후 무신사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은 박종철기념사업회를 직접 찾아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용서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7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 내부 프로세스의 부재와 경솔한 판단이 남긴 상처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깊이 새기고 있다"며 “사건 이후 동일한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오고 있다"고 사죄의 마음을 전했다. 패션브랜드 유니클로는 한국 국민 감정과 역사의식을 고려하지 못한 광고로 뭇매를 맞은 바 있다. 2019년 공개된 광고에서 고령 여성 모델의 말을 “80년 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라는 자막으로 처리해 일제 강점기, 위안부 피해자를 조롱한 것이라는 의혹에 휩싸였다. 80년 전인 1939년은 일본의 수탈이 본격화한 시기이며, 더군다나 원래 영어대사는 “그렇게 오래된 일은 기억할 수 없다"로 직역됨에도 한국어 자막에만 '80년'을 적시해 의도를 의심받았다. 이에 대해 유니클로 한국 법인 측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거세지자 이틀 만에 광고 송출을 중단했다. 일반 상식과 감성에 어긋나는 마케팅은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말 탑텐 키즈가 아동복에 성적 표현 문구를 넣고, 2021년 GS25와 서울우유의 남성·여성 혐오 광고 등 사회적 맥락과 감수성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에서 단순 화제성을 노리거나 허술한 마케팅 방식은 기업 전체를 흔드는 신뢰도 하락으로 직결된다. 업계는 결국 철저한 검토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기업들은 마케팅 기획 단계부터 법무·브랜드·윤리 검수 부서를 동시에 참여시키는 등 내부 통제, 규범 심의, 전사적 교육,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탑텐 키즈는 논란 이후 디자인 기획부터 아트워크 검수, 법인 외자 발행, 샘플 단계, 양산 출고까지 5단계 다층 검수 체계를 구축했다. 그래픽 디자인팀의 1차 검수 후 법무·컴플라이언스 부서가 교차 검증하는 이중 체계를 마련했다. 또 패션 업계 카피라이팅 및 언어 전문성을 갖춘 전문 기관들과 협업 체계를 검토하는 등 외부 전문성 확보를 추진 중이다. 무신사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근현대사 민주화운동 관련 역사 교육 실시, 별도의 콘텐츠 검수 단계와 담당자를 추가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한 유통 관계자는 “이러한 논란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각 기업은 마케팅 검수 체계를 과거보다 더욱 철저하고 꼼꼼하게 진행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단순 디자인 검토를 넘어 역사, 젠더, 세대, 지역, 정치적 해석 가능성까지 다층적으로 검토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