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차세대 모달리티' 도전을 본격화하며 시장선점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차세대 모달리티 분야는 '절대강자'가 부재한만큼 성장 잠재력이 높은 해당 분야를 선점해 초기 경쟁구도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방사성의약품(RPT) 선점'을 병오년 새해 핵심 목표로 내걸었다.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이을 미래 먹거리이자 차세대 유망 모달리티인 RPT를 중심으로 미래 성장축을 본격 가동해 글로벌 바이오 리더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모달리티(Modality)는 '약물이 작용하는 물질적·기술적 접근방식'을 뜻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기존에는 알약 형태인 저분자의약품(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인 항체치료제 등 소수의 모달리티만 존재했으나 최근 새로운 모달리티가 개발·확장되며 주요 개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통적 모달리티로 저분자의약품, 항체의약품 등이 있고 성장기 모달리티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항체-약물접합체(ADC), 리보핵산(RNA) 치료제 등이 있다면 RPT는 태동기에 들어선 차세대 모달리티 중 하나로 꼽힌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RPT는 아직 명확한 글로벌 선도자가 부재한 시장으로, 초기 주도권 확보가 향후 성장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며 “파이프라인 확충, 글로벌 파트너십,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선점의 기회'를 반드시 성과로 연결하겠다"고 강조했다. RPT는 바인더(항체·펩타이드)와 방사성 동위원소를 링커로 연결한 차세대 표적 항암 모달리티이다. 암세포를 찾아가는 물질(항체)과 암세포를 파괴하는 약물을 링커로 결합한 구조라는 점에서 ADC와 유사하지만, 암세포를 파괴하는 약물로 방사성 물질을 활용한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RPT는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종양억제 효과가 우수하다는 장점을 지니지만 원료인 방사성 물질의 확보·취급 등 개발 난이도가 높고, 아직 연구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뚜렷한 선도기업도 없는 상황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까지 약 1조6000억원을 투입해 RPT 후보물질 'SKL35501'과 'WT-7695'를 도입하는 등 파이프라인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RPT 본부' 신설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연구개발(R&D)에 힘을 실었다. 미국·벨기에·독일 기업과 각각 원료 공급계약을 체결한 동시에 한국원자력의학원(KIRAMS)과도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국내외 원료 공급·R&D 파트너십 구축도 나서고 있다. HLB그룹 계열사 HLB펩도 최근 RPT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자체 보유한 암 표적 펩타이드 'AGM-330'에 RPT 연구기업 레이메이드의 인공지능(AI) 기반 최적화 플랫폼을 적용해 후보물질을 공동 설계하는 방식이다. HLB펩과 레이메이드는 지난 5일 업무협약을 체결해 후보물질 개발을 본격화한 가운데, 장기적으로 AGM-330 뿐만아니라 HLB팹이 보유한 다수 펩타이드 물질들도 RPT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디앤디파마텍은 미국 바이오기업 젠테라 테라퓨틱스와 합작해 미국 현지법인 지알파 테라퓨틱스를 설립, RPT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공식 출범한 지알파는 전립선암 치료제 후보물질 'PMI21'를 필두로 RPT 개발을 진행중이다. 또 다른 차세대 모달리티로 꼽히는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 개발을 둘러싼 업계의 선점 경쟁도 확대되는 추세다. TPD는 질병의 원인인 단백질만 선택해 체내에서 분해해 치료하는 플랫폼 기술이다. 단백질의 활동을 억제하는데 그치는 기존 모달리티와 달리, 표적한 질병 원인 단백질을 아예 제거한다는 점에서 ADC와 CGT 등을 이을 '게임체인저'로 평가된다. 현재 TPD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약 상용화 사례는 전무하지만, ADC의 구조를 적용한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까지 활용 잠재력이 지속 확장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을 비롯한 국내 다수 바이오기업들의 관련 기술·신약 개발 도전이 잇따르는 이유다. 최근 들어선 국내 전통제약사들도 TPD 선점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유한양행은 최근 중앙연구소 내 TPD R&D를 담당하는 '뉴 모달리티' 부문을 신설, 부문장으로 조학렬 전무를 선임하며 TPD 사업을 본격화했다. 조 전무는 지난 10여년간 미국 바이오기업에서 희귀유전병과 플랫폼생물학 연구를 맡아온 인물로, 업계는 유한양행이 이번 조직개편·인사를 통해 TPD를 기반으로 '포스트 렉라자' 발굴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고 보고 있다. 앞서 한미약품도 지난해 10월 국제 암 학술대회 'AACR-NCI-EORTC 2025'에서 TPD 기반 항암신약 후보물질 'EP300 선택적 분해제'의 비임상 연구결과를 대외에 최초 공개하며 TPD 개발 도전을 공식화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