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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백거이, 늙음을 노래한 시

예부터 인간에게 늙음과 수명은 늘 경외와 탄식의 대상이었다. 한대(漢代)의 고시에서는 “사는 나이 백을 못 채우면서 늘 천년의 근심을 품는다"라고 했고, 시성 두보는 “인생 칠십 살기 예부터 드물다(人生七十古來稀)"라며 삶의 유한함을 노래했다. 그 유한한 인생길에서 75세까지 천수를 누리며, 어떤 시인보다 '늙음'을 치열하고도 담담하게 기록한 시인이 있다. 바로 중국 당대의 대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다. 그가 남긴 2831수의 시 중 만년(65세 이후)의 작품은 무려 443수에 달한다. 중국 역대 시인 중 이토록 노년의 삶을 깊고 풍성하게 노래한 시인은 백거이가 유일할 것이다. 중문학자 류성준과 의학자이자 시인(필명 유담)인 유형준이 발간한 '백거이, 늙음을 노래한 시'(명문당)은 백거이가 노년에 마주했던 인간적인 고뇌와 초연한 깨달음의 순간들을 현대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64제 75수가 수록되었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해설 부분에 참고 시 33제 33수(백거이 시 22수, 기타 시 11수)를 더하여 총 97제 108수의 방대한 시편을 담았다. 이 책은 백거이의 생애와 시 세계를 간결하게 압축하여 서두에 배치함으로써, 고전이 낯선 독자도 자연스럽게 책 속으로 걸어 들어올 수 있도록 안내한다. 아울러 본문은 백거이가 만년에 느꼈던 감정의 궤적을 따라 총 7개의 주제로 분류하여, 독자가 그의 내면과 부드럽게 공명하도록 꾸몄다. 이 책의 탄생 뒤에는 사연이 있다. 여섯 남매 중 첫째 성준(중문학자)과 넷째 형준(의사이자 시인), 두 친형제가 의기투합해 빚어낸 소중한 결실이다. 걸어온 길은 달랐지만, 두 사람은 태생적으로 공유한 신앙과 감성, 그리고 어느덧 함께 노년에 접어든 삶의 시간 속에서 서로의 지혜를 모았다. 형은 백거이의 방대한 시 세계에서 늙음과 연관된 정수를 엄선하여 정확한 한역과 꼼꼼한 주석, 깊이 있는 해제를 맡았다. 동생은 글을 다듬고 윤문하는 한편, 의학자로서 바라본 노년의 질병과 신체적 변화에 대한 진단, 그리고 시인으로서의 감흥을 진솔한 감상으로 보탰다. 중국 고전시라는 하나의 주제를 두고, 중문학자와 의사라는 서로 다른 영역의 삶을 지내 온 두 형제가 공동으로 집필한 시도는 국내 출판계에서도 매우 보기 드문, 뜻깊은 도전이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복용양 대폭 줄인 대장정결제 ‘굿모닝프렙산’ 식약처 허가

주식회사 건강약품(대표이사 송호섭)은 14일 “기쁨병원 강윤식 원장, 제뉴원사이언스와 협력해 개발한 저용량 대장 정결제 '굿모닝프렙산'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굿모닝프렙산은 대장내시경 검사 당일 아침에 마셔야 하는 정결제 양을 크게 줄여 건강한 사람뿐 아니라 당뇨, 고령, 여러 약제 복용, 마운자로·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당뇨 주사제 사용,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 사용 환자에서 특히 유용성이 높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굿모닝프렙산은 전날과 당일을 1대 1로 나누던 기존 분할 방식과 달리 복용량을 2대 1로 재설계해, 검사 당일 아침 복용을 약 500㎖ 수준으로 낮춘 것이 장점이다. 국내 4개 종합병원(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이 참여한 제3상 임상시험에서 편의성과 안전성, 장 세정력 모두에서 좋은 결과를 보였다. 아침 복용량을 줄인 결과, 환자가 병원 가는 길에 가장 걱정하는 '갑작스러운 변의' 발생률이 대조군(21.8%)의 절반 이하인 10.0%로 뚜렷하게 낮아졌다. 임상 참여 환자의 94.0%가 '다음에도 같은 제품을 쓰겠다'고 답했다. 장을 깨끗이 비우는 세정력에서도 기존 정결제에 뒤지지 않는 결과를 확인했다. 국제적으로도 유럽 소화기내시경학회(ESGE) 등 주요 가이드라인은 약제 종류와 상관없이 분할 복용(split-dose)이 가장 좋은 장정결 상태를 만든다고 권고한다. 이번 3상 임상시험의 책임연구자(PI)를 맡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병관 교수는 “대장내시경은 정결제 복용의 불편함 때문에 검사를 미루는 분이 적지 않았다"면서 “굿모닝프렙산처럼 검사 당일 아침 복용 부담을 줄인 설계는 평균적인 환자만이 아니라 고령·당뇨·위 배출 지연 가능성 등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환자에게 특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약품 구본율 이사는 “상큼한 레몬맛의 '원프렙1.38산'과 청포도맛의 '굿모닝프렙산'을 함께 운영해 저용량 정결제 라인업을 갖췄다"면서 “공급·유통 협력을 넓혀 더 많은 검진 현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6종 발간

한국한의약진흥원(원장 고호연)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이 폐암,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근막통증증후군, 만성심부전, 대상포진·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 6개 질환에 대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발간했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은 최신 임상 근거를 토대로 한의약 의료서비스의 표준화를 지원하고, 의료현장에서 일관된 진료와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개발되는 권고안이다. 2016년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개발이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총 60종이 발간됐다.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은 지침의 현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병·의원 환자용 리플릿과 진료 참고용 인포그래픽 이미지 파일을 지침과 함께 제작·보급하고 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골프는 허리에 약(藥)일까? 독(毒)일까?

허리를 중심으로 몸통을 회전시키는 동작이 반복되는 골프는 걷기와 전신 운동이 결합된 대표적인 생활 스포츠로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지만, 잘못된 자세와 과도한 스윙은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백스윙에서는 척추가 비틀어지고 다운스윙에서는 순간적으로 강한 압력과 회전력이 허리에 전달된다. 이때 척추가 비틀어지고 강한 회전력이 가해지면서 허리 근육과 인대, 디스크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준비 운동 없이 갑작스럽게 스윙을 하거나 무리하게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힘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 허리 부상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무리한 골프로 인해 잘 발생되는 질환은 척추디스크(추간판탈출증)와 추간판 파열이다. 고대 안산병원 신경외과 김세훈 교수(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장)는 “척추 디스크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서 디스크가 밖으로 돌출되어 밀려나 주위 신경근을 자극하여 통증을 일으킨다"면서 “골프 후 허리 통증이 반복되거나 2주일이 지나도 지속된다면 근육통으로 생각 말고, 척추전문의를 찾아 진료 받을 것"을 권고했다. 허리 부상을 막으려면 골프 전 충분한 스트레칭이 기본이다. 허리와 골반, 복부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면 척추 주변 근육의 유연성이 향상돼 부상예방에 도움이 된다. 자신의 체력과 수준에 맞는 스윙을 유지하고, 적절한 휴식을 병행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PMC박병원 박진규 병원장(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 회장)은 “허리 통증이 발생했다면 무조건 운동을 중단하기보다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 통증이 지속되거나 다리 저림, 감각 이상 등이 동반될 경우에는 전문의 진료를 통해 척추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만약 허리 디스크라면 안전하고 수술성공률이 높은 미세현미경 디스크 제거술 등으로 치료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설명했다. 골프는 심폐 기능 향상과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좋은 운동이지만, 무리한 스윙과 반복적인 사용은 허리 통증을 유발할 수 있어 평소 척추 건강관리와 스트레칭 습관을 생활화하는 것이 골프 건강의 핵심으로 꼽힌다. 허리나은병원 이재학 대표원장(대한최초침습척추학회 상임이사)은 “충분한 준비 운동과 올바른 자세, 꾸준한 근력 운동을 통해 허리를 보호한다면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골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허리 건강의 핵심은 허리를 감싸고 있는 심부근육 강화에 있다"고 조언했다. 이 원장은 “허리 디스크로 진단받으면 초기에 약물, 운동요법,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해서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수술이나 시술 등으로 눌린 신경의 감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서울대병원 부정맥팀, 3차원 펄스장 절제술 이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부정맥팀이 심방세동 펄스장 절제술 300례 달성을 기념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순환기내과 안효정·최의근·오세일·이소령 교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부정맥팀(오세일·최의근·이소령·안효정·한석문 교수)이 심방세동 치료에 적용되는 '펄스장 절제술(Pulsed Field Ablation, PFA)' 누적 300례를 최근 넘어섰다. 14일 병원에 따르면 시술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62세였으며, 70세 이상 고령 환자도 전체의 25% 이상이었다. 처음 시술을 받은 환자뿐 아니라 다른 의료기관에서 기존 고주파 절제술을 받은 뒤 재발해 서울대병원을 찾은 고난도 재시술 환자들도 다수 포함됐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혹은 바르르 뛰면서 고르지 않은 맥박을 보이는 흔한 만성 부정맥이다. 방치할 경우 뇌졸중 위험은 2.4배, 심부전 위험은 5배 이상 높아진다. 펄스장 절제술은 열 대신 고전압 전기장을 이용해 심장 근육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으로,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시술 시간이 짧고 합병증 위험이 낮아 회복과 입원 기간이 줄어든 차세대 부정맥 치료법으로 떠올랐다. 부정맥팀은 2025년 1월 국내 최초로 3차원 펄스장 절제술을 도입한 이후 임상 발전과 관련 의료진 교육을 주도하고 있다. 시술 전후에 좌심방 내부 전압을 확인하는 '전압 매핑'을 함께 시행해 환자별 심근 섬유화 정도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평생 관리가 필요한 심방세동 환자에게 개인 맞춤형 치료 및 관리 전략을 제공한다. 최의근 교수 는 “3차원 펄스장 절제술은 실시간 전기해부학적 지도를 바탕으로 병변만 정밀하게 겨냥하는 시술"이라며 “기존 시술보다 방사선 노출과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환자의 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일 교수는 “재발 환자나 고위험 환자는 치료가 더욱 까다롭고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부정맥 치료 수준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르포] 카트로 봉쇄된 매장 입구…‘임시휴업’ 홈플러스 가보니

“오늘부터 매장은 영업하지 않아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13일 경기 화성시 홈플러스 병점점 매장 입구에서 직원이 고객들의 출입을 저지하며 이같이 말했다. 홈플러스는 이날 오전 10시께 보도자료를 통해 이날부터 대형마트 임시휴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운영자금이 모두 고갈돼 상품대금 지급은 물론 유틸리티 비용 등 매장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매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어 보안 및 안전 유지를 위해 13일부터 상황 변화가 있을 때까지 본사 및 대형마트 매장 모두 임시휴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 전 점포 임시휴업 기습 발표…모르고 온 손님들 발길 돌려야 이날 임시휴업 발표는 사전 예고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일부 직원과 입점점주들은 오는 15일 또는 이번주까지 운영하고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이날 임시휴업을 전격 발표하자 매장 현장에서는 이를 알지 못하고 방문한 손님과 직원들 사이에 혼란도 빚어졌다. 이날 정오께 기자가 찾은 홈플러스 병점점은 지하 1층 식료품 매장 입구가 카트로 가로막혀 있고 '홈플러스 마트는 임시 휴업합니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매장 내부는 고객의 출입이 막혀 '유령 매장'을 방불케 했고, 일부 코너에는 불이 꺼진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미처 소식을 듣지 못하고 매장을 방문한 한 고객은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결정되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입점점포들이 자리잡고 있는 2층에 올라가니 이미 운영을 종료하고 철수한 매장들 사이로 일부 매장들만이 운영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들마저도 점주들이 진열돼 있던 물건들을 행낭에 담으며 영업 종료를 준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홈플러스는 “몰 부문은 입점주들이 원하는 경우 영업을 계속할 예정"이라며 “사고 방지를 위해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점점포 운영에 대한 아무런 기준이나 지침 없이 오로지 입점점주의 '자율적 결정'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2층에서 패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입점점주 A씨는 “이미 몇 달 전에 매장을 정리하고 떠난 점주도 있고 회생 가능성을 기대하며 아직 남아 있는 점주도 있다"면서 “2층 패션 매장은 유아동 전문 코너로 1층 성인 패션 매장에 비해 이미 떠나간 점주들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입점점포 중에서도 대형 브랜드 점포가 아닌 영세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다. A씨는 “(홈플러스가 아닌) 입점업체 본사와 계약을 체결한 점주는 임금 미지급이나 점포 보증금 등에 대한 걱정이 덜하지만, 개인 자영업자가 직접 홈플러스와 계약을 체결하고 장사를 하시는 분들은 많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 “아무것도 안내받은 게 없다"…입점 소상공인들 “배신감" 분노 이날 기자가 만난 점포의 소상공인들은 홈플러스에 대한 불신과 우려를 연신 토해냈다. 이곳에서 수선점을 운영하는 입점점주 B씨는 “홈플러스가 회생이 될지 안될지 결정이 돼야 우리도 매장을 정리하든가 할텐데 이게 불투명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점포) 보증금도 문제지만 영업을 종료하게 되면 (수선) 기계를 정리해야 하는데 우리 같은 개인사업자들이 자의에 의한 영업 종료도 아닌데 이 비용을 다 떠안아야 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B씨는 “홈플러스측에서 입점주에게 점포를 정리해라 말아라 같은 일체의 안내도 하지 않고 있어 그냥 포기하고 나가는 점주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20년간 이곳에서 열쇠 가게를 운영했다고 밝힌 입점점주 C씨는 홈플러스의 회생 여부에 대해 “이미 대부분의 입점주는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오는 20일까지 홈플러스가 긴급 운영자금 2000억원을 확보하더라도 이 금액만으로는 홈플러스가 향후 정상적으로 영업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점포 보증금 반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침이 내려온 게 없지만, (나는) 이미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C씨는 “어느 시점에 회수가 가능하겠다 하는 근거가 있고 희망이 보이면 기대를 해보겠지만 향후 홈플러스 청산 시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투자금을 회수해 가면 힘없는 소상공인들이 받을 몫이 과연 있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점포 보증금은 임대계약 종료시 매장설비 원상복구 등을 보증하기 위해 입점점주가 입점할 때 내는 보증금으로, 임대계약 종료 후 돌려받는다. 홈플러스입점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약 8000곳의 홈플러스 입점업체가 평균 2000만원씩 보증금을 냈지만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개시 후 이 보증금은 후순위 채권인 '회생채권'으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우리 입점주들의 평균 (점포) 보증금이 2000만원인데 나를 제외하더라도 다른 점주들도 현실적으로 받기 어렵다고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이번 임시휴업 결정에 대해서도 C씨는 “홈플러스가 입점주들에게 아무런 지침이나 공지를 내리지 않았다"며 “오늘부터 마트가 임시휴업을 한다는 것도 점주들에게 사전 공지가 없어 배신감이 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홈플러스는 지난 3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받았다. 오는 20일까지 긴급 운영자금 2000억원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최종적으로 파산이 확정된다. 김철훈 기자, 이형서 인턴기자 kch0054@ekn.kr

[트렌드 왜이래] 어른들도 푹빠진 ‘촉감놀이’…말랑이·왁뿌볼 뭐길래

“요즘은 주로 팔리는 게 말랑이 아니면 왁뿌볼(점토에 왁스 코팅한 볼) 같은 거예요. 체감상 주말이면 사람이 평일보다 2~3배는 더 많아져요." 지난 12일 오후 정오께, 서울 종로구 창신동 완구거리에서 기자가 만난 한 가게 상인은 최근 촉감놀이 인기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한낮 30도 이상을 웃도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완구거리 일대에는 관련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로 붐볐다. 이날 어머니와 함께 구경온 14세 김 양은 “부드러운 아이클레이나 딱딱한 레고 같이 제품마다 촉감이 다르다"며 “오늘은 청사과 왁뿌볼을 여러 개 사러 왔다"고 말했다. 왁뿌볼은 공을 감싼 왁스 코팅을 부수는 쾌감을 갖춘 촉감놀이 장난감의 하나다. 촉감놀이 제품은 디자인·질감을 기준으로 종류가 다양하다. 왁뿌볼을 비롯해 폼·실리콘 등을 활용한 '말랑이'부터 내부에 작은 알갱이가 들어간 '크런치 슬랑이(슬라임+말랑이)' 등도 있다. 완구거리에서 판매 중인 이들 상품 가격은 3000~1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고, 일부 상품은 일찌감치 품절된 상태였다. 이 일대에서는 업종을 불문하고 각종 촉감놀이 장난감으로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는 상점들이 많은 점도 눈길을 끌었다. 완구거리 초입에 있던 오디오 등 전자제품 판매점부터 가방·소품 제작 전문점까지 가게 앞에 관련 상품을 늘여놓고 호객 행위에 열중하고 있었다. 완구거리 출구 쪽에선 “은행 어플 깔고 말랑이 받아가세요"라며 시중 은행 앱 설치를 조건으로 증정 행사까지 열리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왁뿌볼을 만지작거리던 기자에게 다가온 한 가게 상인은 “얘(왁뿌볼)는 다른 거랑 달라. 부수는 맛이 매력이야"라며 “싱싱고(냉장고)에 한 20~30분만 얼리면 되는데, 오늘 같이 더운 날엔 1시간 정도 넣어둬"라며 귀띔하기도 했다. 최근 온라인(SNS) 상에서 신드롬급 반응을 얻고 있는 촉감 완구는 10~20대 젊은 층 위주로 하나의 취미로 정착하고 있다. 인스타그램·블로그·유튜브 등에서는 이른바 '동묘 완구거리 성지'라며 유명 가게 명단을 서로 공유하는 모습이나,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는 청음 체험(ASMR) 영상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촉감놀이 완구의 인기는 편의점·생활용품점 등 주요 판매 플랫폼의 상품 기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GS25는 이달 1일 왁뿌 감성을 접목한 이색 디저트 '초뿌볼(딸기&복숭아맛)'을 출시했고, 12일 기준 누계 판매량만 1만개에 이른다. 세븐일레븐도 오는 15일 깨뜨리는 재미를 강조한 '제주감귤왁뿌볼'을 선보인다. 다이소의 경우, 말랑이·크런치 슬랑이 등을 직접 만드는 재료 구매처로 각광 받고 있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촉감놀이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카카오스타일의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가 지난 6월 14~7월 12일 기준 촉감놀이 상품 거래액을 집계한 결과, 슬랑이·왁뿌볼 거래액이 직전 월 대비 무려 774%, 500%씩 늘었다. 또 다른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인 에이블리에서도 지난 6월 9일~7월 9일 기준 촉감놀이 장난감을 일컫는 '피젯토이(Fidget Toy)' 검색량이 직전월 동기 대비 273% 늘었다. 이달 1주차 인기 키워드에서도 피젯토이가 급상승 키워드 2위에 올랐으며, 대표 상품인 말랑이·슬랑이가 각각 12위와 23위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젊은 세대가 촉감완구를 대량 소비하는 이유로 '작은 보상형 소비' 목적이라고 분석한다. 학업·직장·육아 등 스트레스 요인에 디지털 기술로 항상 연결돼 있다는 압박감까지 큰 가운데, 누르거나 만지는 행위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핵심이다. 딸깍 소리를 내며 타건감을 강조한 키캡 등이 유행하는 점도 이와 비슷한 사례다. 통상 장난감은 어린이의 전유물로 여겨지지만, 촉감놀이 제품은 어른들에게도 관심을 사고 있다. 과거에도 말랑이처럼 주무르는 형태의 '만득이'가 인기몰이를 했던 만큼,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이템으로서 주목받는 모양새다. 이날 현장에서도 “재밌다", “신기하네"라며 상품 구경을 즐기는 '어른이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자영업자 이 씨(43)는 “아들이 말랑이를 하나 사다달라고 해서 인천에서 여기까지 왔다"며 “이런 걸 돈 주고 사나 싶었지만 막상 만져보니 기분도 좋아지고 은근히 중독적이다"고 말했다. 직장인 신 씨(29)는 “버터 모양 말랑이만 사려고 왔지만 3만원어치나 구매했다"며 “원래 별 생각 없이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장난감을 좋아하는데 묘한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가격 왜이래] 계란 한 판 8107원…소포장 사면 2배 이상 비싸

13일 오후 서울 도봉구 하나로마트 창동점. 30개들이 계란이 놓인 매대 앞에서 손님들이 걸음을 멈췄다. 제품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다 고민 끝에 골라도 한 판이었다. 그 옆 10~20개들이를 파는 냉장 코너 앞은 구경조차 하지 않고 지나쳤다. 10~20개들이를 파는 냉장 코너 앞은 한산했다. 평일 이른 오후라 붐비는 시간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소고기와 닭고기 코너에서는 제품을 들어보는 손님이 있었다. 같은 날 서울 노원구의 한 기업형슈퍼마켓(SSM)에서는 20분 동안 계란 코너를 지나간 20명 가운데 단 1명만 제품을 집었다. 다른 손님들은 계란 코너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계란이 '금란(金卵)'이라 불리는 요즘 세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 소포장일수록 더 올라…10구 개당 가격이 30구 개당 가격 2.1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12일 서울지역 일반란 30구 소매가격은 8107원이다. 전국 평균(7630원)보다 477원 비싸다. 서울 30구 월평균 가격은 3월 6922원에서 7월 7860원으로 올랐다. 매장에서 마주치는 값은 이보다 높다. 노원구 SSM의 30구 무항생제 판계란은 9990원, 하나로마트 창동점의 30구 동물복지 유정란은 9992원이었다. 소비자 부담이 더 큰 쪽은 소포장이다. 6월 서울지역 월평균 가격은 30구 7905원, 10구 5569원이었다. 개당으로 환산하면 30구는 264원, 10구는 557원이다. 10개들이를 사면 30개들이에 비해 1개당 2.11배를 내는 셈이다. 3월에는 1.81배였다. 오름폭도 소포장이 컸다. 서울 10구는 3월 4172원에서 6월 5569원으로 33.5% 올랐다. 같은 기간 30구는 6922원에서 7905원으로 14.2% 오르는 데 그쳤다. 매장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 노원구 SSM의 30구 판계란은 개당 333원이지만, 같은 매장 6개들이 스마트팜 계란은 6490원으로 개당 1082원이다. 3.2배다. 풀무원 동물복지 유정란 10구는 1만990원으로 개당 1099원이었다. 하나로마트 창동점도 100g당 가격이 30구는 600원 대인 반면, 10~20구는 700원대에서 1300원이 넘는 제품도 있었다. 매대의 무게중심은 이미 소포장으로 옮겨가 있다. 노원구 SSM에서 판매하는 계란 약 20종 가운데 30구는 단 1종이었다. 나머지는 25구 이하다. 하나로마트 창동점은 30구 3~4종을 별도 매대에 따로 뒀고, 손님이 지나다니는 냉장 코너에는 10~20구를 깔았다. 정부가 물가로 발표하는 계란값은 30구 기준이다. 할인 지원도 그랬다. 6월까지 정부 할인은 특란 30구 한 판에 1500원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10개들이를 사는 소비자는 지원 대상 밖이었다. 다만 농식품부는 지난 1일부터 할인 대상을 계란 전 품목으로 넓히고 지원율을 20%로 바꿨다. 서울 10구는 6월 5569원에서 7월 4806원으로 내려왔다. 반면 30구는 7905원에서 7860원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지난 10일 한성숙 국무총리도 이 매장을 찾아 물가를 점검했다. 계란 코너에서는 30개들이 매대와 10~20개들이 냉장 코너를 함께 둘러봤다. ◇ 알 낳는 닭 줄어 생산량 감소…7월말~8월초 회복 예상되지만 '폭염' 변수 계란값이 오른 것은 알을 낳는 닭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산란계 1134만마리가 살처분됐다. 국가데이터처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7775만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7800만마리)보다 0.3% 줄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알을 낳는 6개월령 이상은 5613만마리로 5938만마리에서 5.5% 감소했다. 3~6개월은 26.0%, 3개월 미만은 8.5% 늘었다. 총 사육 마릿수는 유지됐지만 그 자리를 아직 알을 낳지 못하는 어린 닭이 채웠다. 병아리는 입식 후 20주가량 지나야 알을 낳기 시작한다. 1일 평균 식용계란 생산량은 1분기 4862만개로 전년 동기 대비 3.7% 줄었다. 생산량 감소원인 진단을 놓고 정부의 설명은 오락가락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28일과 6월19일 발표자료에서 '산란계 사육밀도 개선(0.05㎡→0.075㎡)'을 생산 감소 원인으로 적었다가, 6월22일 자료에서는 이를 빼고 '소모성 질병에 따른 생산성 저하'로 바꿨다. 사육 기준면적을 마리당 0.05㎡에서 0.075㎡로 늘리는 축산법 시행령은 지난해 9월 전면 시행 시점이 2027년 9월1일로 2년 유예된 상태다. 또한 대한산란계협회가 사육면적 확대를 계란값 상승 요인으로 지목하자 농식품부는 “생산비에서 시설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고 반박했다가, 지난 1일 발표한 수급안정대책에는 산란계 농장 증·개축 비용 지원을 포함시켰다. 정부는 수입선도 넓히고 있다.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브라질산 신선란을 국내 처음으로 들여와 13일부터 통관한다고 밝혔다. 올해 미국산과 태국산에 이어 세 번째 수입국이다. 브라질산은 백색란으로, 국내 특란(XL) 규격에 해당한다. aT 관계자는 “신규 수입국을 적극 발굴하겠다"면서도 “신선란 수입은 국내 양계농가와 수급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균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초 입식한 병아리가 산란에 참여하는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 생산량이 지난해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여름철 폭염에 따른 산란율 저하와 하반기 AI 재발 가능성이 변수로 남아 있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실적 왜이래] ‘K-뷰티 열풍’ 수혜자 한국콜마, ‘ODM의 마법’ 질주

한국콜마가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제조사개발생산(ODM) 방식의 사업 구조가 빛을 보며 글로벌 시장에서 불고 있는 'K-뷰티 열풍' 수혜를 입고 있다.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데 이어 2분기에도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회사가 생산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을 확대하며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다만, 공급가격에 대한 결정권이 타 산업 대비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은 실적 '퀀텀점프'를 가로막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 훨훨 나는 한국콜마···K-뷰티 성장에 ODM 수익률 극대화 13일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최근 수년간 외형을 키우며 내실도 다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연결 기준 매출액을 보면 2023년 2조1557억원, 2024년 2조4521억원, 지난해 2조7224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1361억원, 1938억원, 2396억원으로 뛰었다.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를 더 타고 있다. 1분기 매출(7280억원)과 영업이익(789억원)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11.5%, 31.6% 증가한 수치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에 신기록을 또 경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DB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한국콜마의 2분기 매출액이 8250억원, 영업이익이 945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2분기보다 각각 12.9%, 28.7% 증가한 사상 최고치다. NH투자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965억원으로 제시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매출액 3조5000억원, 영업이익 3500억원 고지를 어렵지 않게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과 비교해 30~45% 정도 개선된 성적이다. 업계는 한국콜마가 승승장구하는 배경으로 '수출 확대'를 꼽는다. 국내외 시장에서 스킨케어·선케어·헤어케어 등 제품이 주목받고 있고 인디 브랜드들 수출도 늘어나며 ODM 사업을 영위하는 한국콜마가 이윤을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6월 화장품 수출액은 70억달러(약 10조5300억원) 규모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한 수준이자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우리나라의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2022~2024년 3년간 40억달러(약 6조원) 선을 넘지 못했지만 지난해 55억달러(약 8조2700억원)로 뛰며 상승세를 보였다. 품목별로 보면 올해 수출의 80%에 육박하는 54억8000만달러(약 8조2400억원)가 기초화장품 분야에서 나왔다. 국가별로는 미국(14억5000만달러), 중국(10억1000만달러), 일본(5억8000만달러) 등 다양한 곳으로 수출됐다. ODM은 회사에서 직접 처방을 연구·개발해 해당 기술을 소유한 상태에서 거래처의 주문에 의해 납품되는 방식이다. 한국콜마 당사 화장품 부문 매출의 95% 이상이 ODM에서 나온다. 연결 실적에 잡히는 주요 자회사로는 HK이노엔이 있다. 전문의약품 및 H&B 사업을 하는 회사다. 다른 자회사 ㈜연우는 화장품용기제조업을 영위한다. 작년 기준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화장품이 54.16%, 패키징이 9.21%, 전문의약품이 36.20%, H&B가 2.69% 등이다. 주요 자회사 HK이노엔의 별도 실적도 탄탄한 편이다. 작년 매출이 1조632억원으로 전년(8971억원) 대비 18.5% 늘었다. 영업이익도 882억원에서 1109억원으로 25.7% 많아졌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10% 정도 성적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 '미래 투자' 성장 원천은 R&D···현금흐름도 '합격점' 한국콜마는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체질을 성공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사 연결 기준 현금흐름표를 보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이 2023년 1122억원, 2024년 2154억원, 작년 2914억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1682억원 올렸고 영업현금창출도 3708억원으로 나타나 성적표가 우수한 편이다. 단기차입금이 2024년 7268억원에서 지난해 7440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장기차입금(약 860억원) 비중이 높지 않다.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은 4879억원에서 5927억원으로 뛰었다. 특히 공격적으로 생산기반을 확장해나가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유형자산 투자가 2023년 1068억원, 2024년 2471억원, 지난해 1639억원 등으로 공격적이다. 이익을 내면서 이를 공장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영업현금흐름과 이익잉여금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생산설비 투자를 지속하는 '성장형 재무구조'를 지녔다.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기반도 잘 다져나가고 있다. 한국콜마 별도 기준 화장품 생산실적을 보면 2023년 3억6039만개, 2024년 4억3505만개, 작년 4억8589만개 등으로 순증하고 있다. 생산가능수량은 6억3247만개로 지난해 평균가동률은 76.8% 수준이다. HK이노엔의 경우 오송공장 완제의약품(130.5%), 이천공장 바이오의약품(161.2%), 대소공장 수액(93.2%) 등 라인이 최대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콜마는 중국 베이징 공장을 철수하고 세종시에 기초화장품 공장을 더 만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2028년까지 전의산업단지 9851㎡ 부지에 1733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에는 미국 펜실베니아주 스콧 타운십에서 '콜마 USA 제2공장' 준공식을 열고 기초스킨·선케어 등 제품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한국콜마는 연구개발(R&D)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R&D 투자액이 2023년 1233억원, 2024년 1369억원, 지난해 1553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의 절반 수준인 387억원을 집행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비중은 5% 중후반대를 유지 중이다. 브랜드 마케팅·홍보 활동에도 집중해야 하는 일반 화장품 회사와 달리 제품력 향상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ODM 기업의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일반 제조 기업은 제품 수요가 급증하면 가격을 올리면서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한국콜마는 이처럼 행동하기 힘들다. R&D를 통해 첨단 기술 및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사 확보와 생산 능력 향상을 통해 '정공법'을 펼쳐야 한다. 제품 공급 과정에서 가격 결정권이 약하다는 점은 기업의 이익 상단 또한 제한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K-뷰티' 인기가 시들 경우 ODM 업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한국 화장품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더라도 경쟁 업체와 고객사 확보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변수도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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