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발행어음 시장이 최근 신규 사업자들의 잇따른 진입으로 8개 증권사 간 경쟁 구도로 재편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5년 6월 말 44조3912억원이었던 발행잔액은 1년 만에 55조9291억원으로 26%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키움증권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발행어음업 인가를 획득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사업 인가를 받으면서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됐다. 최근 인가를 받은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내세운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신한투자증권은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세전 연 4.5%(약정형 6개월물) 금리의 특판 상품을 출시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생산적 금융 정책을 강화하면서 증권사들의 자금 운용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5차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협의체를 통해 향후 5년간 민간금융 628조원과 정책금융 932조원을 포함해 총 1560조원의 생산적 금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기업의 자금조달 수요 확대와 더불어 IB(투자은행) 사업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1년 이내 단기금융상품으로,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증권사 외연 확장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다만 올해부터는 발행어음 조달액 중 모험자본으로 공급해야 하는 비중이 10%에서 2027년 20%, 2028년 25%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반면 부동산 관련 자산 운용 한도는 기존 30%에서 올해 15%, 내년에는 10%까지 축소된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기업대출, 회사채, 인수금융 등 기업금융 영역에서 운용처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2017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이후 9년 만에 발행어음업 인가를 획득했다. 당시 자기자본 요건은 충족했지만 여러 사법 리스크로 인가가 지연됐고, 지난해엔 자산관리(WM) 점포의 불건전 영업행위 관련 심사 지연으로 속앓이를 겪었다. 결국 지난 9일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 제360조에 따라 삼성증권의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사업 인가안을 심의·의결하면서 시장에 합류하게 됐다. 이르면 다음 주 삼성증권은 발행어음 1호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18일까지 국내 거주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발행어음 출시알림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증권은 WM(자산관리) 부문의 강점을 발행어음 사업과 연계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1분기 리테일 고객자산 순유입이 19조7000억원에 달했고, 총 고객자산은 495조6000억원에서 2분기 652조4000억원으로 31.6% 증가했다. HNW(고액자산가) 고객 수도 57만2000명으로 전 분기 대비 27.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단기금융업 신규 사업자로서 모험자본 공급 역할에 충실하고, 자금중개자에서 자금공급자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모험자본 운용과 심사 인력을 계속해서 확충하고, 중소·벤처기업 등 성장 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생산적 금융 대전환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LS증권 전배승 연구원은 “하반기 증시여건 악화에도 기업공개(IPO) 물량이 대기 중이고, 금리 상승에 대비한 기업들의 자금 수요 증가와 인공지능(AI) 관련 업종의 성장성 부각 등으로 인수주선 수수료가 확대될 것"이라며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 기조 아래 증권사들의 기업금융 수익 기회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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