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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증시] 코스피 4000선 간신히 방어…엔비디아 실적·FOMC 의사록 분수령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겨우 방어한 가운데, 해외 반도체 기업 실적 발표와 미국 연준의 금리 향방이 이번 주 시장의 방향성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CRAISEE(크레이시) 미국 셧다운 종료, 3차 상법 개정안 기대감, AI(인공지능) 버블 논란, 연준(Fed)의 금리 동결 전망 등이 뒤섞인 가운데 코스피가 4000선을 가까스로 방어했다. 다음 주에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 공개가 시장 방향성을 가를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4011.57로 마감해 한 주 동안 1.46% 올랐다. 10일 4000선을 회복한 뒤 13일 4170.63까지 상승했지만, 14일에는 외국인이 하루 2조원 넘게 순매도하며 지수가 3.81%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2.41% 상승했다. 한 주 동안 개인은 1조8705억원, 기관은 4156억 원을 사들였고 외국인은 2조3499억원을 팔아치웠다. 14일에도 개인이 3818억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지지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445억원, 239억원 순매도했다. 임정은·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셧다운 공식 해제에도 지역 연은 총재들의 매파적 발언과 경제지표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12월 금리 인하 확률이 50%대로 낮아졌다"며 “기술주 과열 논란과 맞물려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AI 기업들의 실적 과대계상 우려와 현금흐름 약화 이슈가 부각되는 가운데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가 실적 부진으로 급락하면서 국내 대형 반도체에서도 차익 매물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다음 주 코스피 예상 범위를 3900~4250으로 제시했다. 상승 요인으로는 글로벌 유동성 확대, 3차 상법 개정안(자사주 소각 의무화),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꼽았고, 하락 위험으로는 금리 인하 기대 약화와 AI 버블 논란을 지목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 분리 과세 최고세율 25% 잠정 결정, 대형 증권사 IMA 인가 등 정책이 점진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다음 주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더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자본시장 개선 흐름이 벤처·중소기업 투자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고, 자사주가 많은 금융주와 지주사, 성장산업 내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장 관심은 오는 20일(한국시간) 발표될 엔비디아 실적으로 쏠리고 있다. 최근 AI 고밸류 논란 속에 반도체 중심으로 조정이 이어진 만큼 엔비디아의 전망 제시가 투자심리 회복을 이끌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키옥시아 실적 발표 이후 AI 투심이 더욱 후퇴했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는 반전을 모색할 분기점이 될 수 있다"며 “AI 모멘텀 회복 여부가 엔비디아의 매출 성장률·마진 개선과 향후 가이던스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날 공개될 FOMC 10월 의사록 역시 주목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셧다운 영향으로 10월 경제지표가 일부 누락될 가능성이 있어, 데이터 없이 정책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연준 위원들이 금리와 물가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가 한층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나 연구원은 “셧다운 종료 이후 물가와 고용지표 발표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금리 민감도가 커질 수 있다"며 “최근 연준 위원들이 물가 우려를 강조한 만큼 향후 물가 지표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정책 모멘텀과 유동성 환경이 맞물려 순환매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연구원은 “과열이 일정 부분 해소된 이후에는 기존 주도주이자 실적 기반이 견조한 반도체·조선·방산 업종의 비중 확대가 가능하다"며 “지주·금융 등 배당 업종은 정책 기대감이 연말까지 유효하지만, 가격 급등 여부에 따른 종목 선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부실기업 퇴출 지연, 韓경제 성장 막았다”...GDP 0.5% 손실 [이슈+]

퇴출 고위험기업을 제때 퇴출하고, 산업 내 정상기업으로 대체했다면 국내 투자가 약 3% 늘고 국내총생산(GDP)도 0.5% 증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화 메커니즘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 둔화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성장 추세를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의 원활한 진입과 퇴출을 통해 경제 혁신성과 역동성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한국은행은 15일 'BOK이슈노트, 경제위기 이후 우리 성장은 왜 구조적으로 낮아졌는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행은 1990년대 이후 우리 경제가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이전 수준의 성장 추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구조적으로 둔화된 배경으로 민간소비와 민간투자의 둔화를 꼽았다. 이 중 민간소비 둔화는 우리 경제가 성숙화 단계에 진입하는 가운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가계부채 누증 등이 가세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반면 민간투자는 경제위기 시 한계기업의 퇴출이 지연되는 등 정화효과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기업의 역동성을 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과 미국 모두 신규기업의 창업률은 급격히 감소했지만, 기존 기업의 퇴출률(폐업률)은 두 나라에서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미국은 경제위기 시 폐업률이 예상대로 증가한 반면 우리나라는 늘어나지 않았고, 팬데믹 위기에는 국내 기업 퇴출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한국은행 연구진은 “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미국 등과 달리 한계기업이 퇴출되는 정화 메커니즘이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다"며 “한계기업의 존속은 시장 경쟁을 왜곡하고, 자본·인력 등 자원이 저생산성 기업에 고착되는 문제를 초래한다"고 진단했다. 이는 생산성이 높은 신규기업의 진입과 성장을 어렵게 해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둔화시킬 수 있다. 한국은행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실제 퇴출기업의 재무특성을 바탕으로 개별 기업의 1년 내 퇴출확률을 추정한 결과 퇴출 고위험기업의 비중은 약 4%였다. 그러나 이 기간 실제 퇴출된 기업 비중은 2%에 불과했다. 수익성 및 재무상태가 부실해 퇴출위험이 높음에도 시장에 잔존하는 잠재적 한계기업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뜻이다. 한은 연구진은 “만일 퇴출 고위험기업이 산업 내 정상 기업으로 대체됐다면, 2014~2019년 중 국내 투자가 약 3%, GDP는 0.5%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진입과 퇴출이 활발했다면 투자 증대 효과도 상당하다. 이러한 투자 증대는 고용 증가, 가계소득 증가, 소비 진작 등 이차 파급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나아가 한계기업의 퇴출은 시장 내 과당경쟁을 통한 가격 왜곡 등 이들이 일으키는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완화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개선한다. 한은 연구진은 “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 둔화는 기업 수익성 악화에 따른 투자 부진에서 비롯됐다"며 “그러나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경제의 정화 메커니즘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으면서 성장추세의 둔화가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 경제의 구조적 성장추세 둔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원을 하더라도 기업의 원활한 시장 진입·퇴출을 통해 경제의 혁신성과 역동성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규제 완화를 통해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 수요를 창출해 우리 경제의 미래 동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조각투자 거래소 누가 선점할 것인가…KRX·NXT·루센트블록, 3자 강점 비교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제도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거래소·넥스트레이드·루센트블록 등 세 컨소시엄이 정부의 예비인가 선정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 인가로 조각투자 시장은 처음으로 제도권 유통망을 갖추게 된다. 인가를 확보한 컨소시엄은 향후 국내 토큰증권(STO) 시장의 주도권을 쥘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절차를 'STO 생태계의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각투자는 부동산·음악저작권·미술품 등 고가 자산을 지분 단위로 나눠 투자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샌드박스(규제·제한이 적은 시험사업) 사업자가 자체 플랫폼을 운영하며 실증을 이어왔다. 투자자 간 조각지분을 사고팔 수 있는 공식 유통시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정부는 조각지분을 증권형 디지털자산(STO)으로 인정하고, 이를 거래할 장외거래소를 별도로 신설했다. 사실상 '조각투자 전용 소형 거래소'가 처음 등장하는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내 STO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34조 원에서 2030년 367조 원으로 11배 확대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실물·비정형 자산의 토큰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부동산·저작권·IP 등 조각투자의 제도적 기반 마련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조각투자 발행용 '스몰라이센스'를 신설하고, 최근에는 장외거래소 인가 단위와 세부 운영 기준을 확정하며 제도권 편입 절차를 본격화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안에 최대 두 곳에 예비인가를 부여할 예정이다. 예비인가 이후에는 전산·보안·인력 등 요건을 갖춘 뒤 본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예비인가만 받아도 향후 STO 생태계의 중심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새로운 금융업 라이선스에 해당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 컨소시엄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한국거래소가 주도하는 'KDX 컨소시엄'이다. 교보생명·키움증권·카카오페이증권이 공동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KRX와 흥국증권이 5% 이상 지분을 투자했다. 미래에셋·한국투자·NH·KB·하나 등 대형 증권사도 대거 합류했다. 한국거래소 측은 '대기업 중심 구조'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선을 그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유통플랫폼은 백화점에 가깝고, 혁신성은 발행사업자에게 있다"며 “플랫폼 규모가 크다고 발행이 대기업 중심으로 쏠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 신뢰 확보를 위해서는 안정적 유통망이 중요하다"며 “P2P 시장이 무너졌던 이유도 플랫폼 존속성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거래소는 '시장 운영 경험'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거래소 관계자는 “유통플랫폼은 결국 하나의 시장이고, 이를 실제로 개설·운영해 본 곳은 거래소뿐"이라고 강조했다. KDX에 참여한 키움증권 관계자는 “토큰증권은 기존에 유동화가 어려웠던 다양한 자산을 디지털화해 투자 기회를 확장할 잠재력이 크다"며 “제도권 편입을 계기로 주요 기관들과 협업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KDX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체거래소(ATS)를 운영하는 넥스트레이드도 단독 NXT 컨소시엄을 구성해 출사표를 던졌다. NXT가 40%대 지분을 출자해 최대주주로 나서고, 5% 이상 주요주주로는 신한투자증권·뮤직카우·아이앤에프컨설팅·하나증권·유진투자증권·한양증권 등이 참여한다. 넥스트레이드는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 운영 경험을 내세운다. 리테일 유동성 관리, 시장 운영 시스템, 거래 안정성이 핵심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예비인가 단계라 구체적 발표는 제한적이지만, 주식시장 운영 경험이 있어 STO 시장도 안정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며 “뮤직카우와의 협업을 통해 음악·콘텐츠 기반 조각투자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NXT는 루센트블록과 NDA(기밀유지계약)관련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루센트블록에서 받은 자료는 회사 개황 수준의 일반 정보였으며, 기밀에 해당할 내용은 없었다"며 “기술·전략 탈취 주장과 거리가 있다"는 공식 해명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2022년 ATS 설립 초기부터 STO 참여를 자체적으로 검토해 왔다"며 “최근 조각투자 사업자·증권사 요청에 따라 컨소시엄 구성을 본격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센트블록은 지난 7년간 조각투자 플랫폼을 실증 운영하며 업계에서 가장 오랜 '직접 운영 경험'을 가진 사업자다. 하나증권·교보증권·IBK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 산업은행·하나은행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루센트블록 관계자는 “시장 초기에는 자본력도 중요하지만, 실사용자 커뮤니케이션 경험과 투자자 보호 체계도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STO 초기 투자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쌓아온 경험이 있어, 투자자 니즈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며 “축적된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신뢰받는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NDA 논란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루센트블록은 “논란보다 중요한 것은 STO 산업의 성장과 투자자 신뢰 확보"라며 “본업에 충실하며 완성도 높은 서비스와 보호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소유 컨소시엄에 참여한 증권사 관계자는 “실제 조각투자를 운영해 본 경험을 가진 곳은 루센트블록뿐"이라며 “플랫폼 UI·운영·고객응대 노하우는 단기간에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루센트의 축적된 경험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거래소·코스콤 등 공공기관이 중심에 선 KDX 컨소시엄을 두고 “스타트업이 개척한 시장을 대형 기관이 가져간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넥스트레이드를 둘러싸고는 “협력 과정에서 제공받은 자료를 활용해 독자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복수 컨소시엄 참여나 출자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며 중립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샌드박스 사업자에는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혁신 사업자 진입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조각투자 플랫폼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면 증권사 수익성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STO 거래 수수료율은 0.22~1% 수준으로, 거래소 단일요율제(0.0023%)보다 수십 배 높다. 또한 조각증권 상장 과정의 주관 수수료, 투자자 대상 금융서비스 수익, 상장 전 지분투자에서 발생하는 매각 차익, 플랫폼 기반 데이터·광고·유료 서비스 등 부가사업 확장도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조각투자 자산을 기초로 한 토큰화 펀드·ETF 등 파생상품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비인가 결과는 이달 내 발표될 예정이며, 본인가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2026년이면 조각투자 시장이 실질적인 제도권 거래시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는 단순한 유통 플랫폼이 아니라 STO 시대 전체의 인프라를 결정하는 핵심 제도"라며 “어느 컨소시엄이 인가를 받느냐가 향후 수년간 국내 시장 구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증시 빠져나가는 돈 잡아라”…은행권, 요구불예금 잡기 각축전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4000선을 돌파하는 등 한 달 새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자 은행권의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 가능 예금)이 빠져나가 증시로 향하고 있다. 은행권은 일제히 예금 금리를 인상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쏟아내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 머니무브 방어에 나서는 모양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이달 11일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14조9221억원으로 9월 말 648조3154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33조3933억원 감소했다. 10월 말 627조4757억원 대비해서도 12조5536억원이 줄었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하루 평균 1조1412억원가량 빠져나가고 있다. 증시가 지난달 들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는 투자처로 부상하자 시중 자금이 예금에서 증시로 이동하는 흐름이 급격하게 나타난 것이다. 코스피지수(종가 기준)는 지난 9월 30일 3424.60포인트였지만 이달 3일 기준 4221.86포인트로 한 달 만에 23.3% 급등했다. 이에 5대 시중은행에서 이달 들어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2.70~2.75%대로 인상하는 등 수신 금리를 조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월 이후 동결하고 있음에도 일제히 예금 금리 인상을 택한 것이다. 지난 10일 이후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의 12개월 만기 금리는 2.65%에서 2.70%로 0.05%p 올라갔다. 지난 3일 2.60%에서 연 2.65%로 인상한데 이어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같은 날 하나은행은 '하나의 정기예금' 12개월 만기 금리를 2.65%에서 2.70%로 올렸다. 우리은행은 그보다 앞선 8일부터 개인 고객 대상 'WON플러스예금 금리'를 기존 2.65%에서 연 2.75%로 0.1%p 인상했다.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 행렬은 지난 9월 말경 시작됐다. 9월 3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2개월 만기 금리는 연 2.50%, 농협은행은 2.55% 수준을 보였지만 지난달 28일 5개 은행의 12개월 만기 예금금리는 일제히 연 2.60%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선 추가 인상을 이어오며 12개월 예금 금리가 2.70%를 넘어섰다. SC제일은행의 경우 최근 'e-그린세이브예금'의 12개월 만기 최고 금리를 기존 연 2.85%에서 연 3%로 0.15%p 올려 3%대 금리 상품까지 나타났다. 카카오뱅크는 정기예금과 자유적금 상품의 금리도 최대 0.15%p 인상했다. 12개월 만기 기준 정기예금의 금리는 2.70%에서 2.85%로, 자유적금의 금리는 2.90%에서 3.05%까지 상승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타 업권과 결합한 상품과 서비스도 속속 쏟아내며 고객 잡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하나은행은 증권과의 금융 서비스를 통합한 '모두 다 하나통장'을 선보였다. 하나은행 입출금 계좌에 증권계좌를 결합함으로써 증권계좌로 자금을 별도 이체할 필요 없이 하나은행 계좌 잔액으로 바로 주식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이 통장은 국내·해외 주식 거래를 모두 지원한다. 파킹통장형 입출금상품으로 구성해 200만원 이하 예치금엔 최고 연 2.5%금리(세전)를 제공하며, 우대금리의 우대항목 중 1가지 이상을 충족하면 다음 달부터 거래하는 모든 이체 및 출금수수료를 횟수 제한 없이 면제한다. 인터넷전문은행에선 타 증권사와의 협업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0일 적금을 납입하면 증권 거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26주적금with키움증권'을 출시했다. 개좌 개설 후 매주 연속 자동이체 납입하면 9회에 걸쳐 주식거래지원금, 펀·채권 쿠폰, 해외 소수점 주식 혜택 등을 제공한다. 당분간 은행권은 증시로 흘러가는 자금의 유출을 막기 위해 각종 특판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고객이 자금을 증시로 옮기기 전 하루라도 파킹통장에 보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연 3%~4%대에 달하는 금리를 내세운 파킹통장도 선보인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금이 증시로 옮겨가는 현상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기 때문에 잠시라도 은행을 거쳐가게 하는 상품을 출시하거나 파킹통장 예금 금리를 강화하는 방식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AI 거품론에도 서학개미 엔비디아 등 美 빅테크주 ‘줍줍’

인공지능(AI) 거품론으로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는 가운데 서학개미들이 최근 일주일 새 엔비디아를 4천억원 넘게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지난 7∼13일)간 국내 투자자가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위는 엔비디아로 총 2억9000만 달러(약 4230억원)를 순매수했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8300만 달러, 이하 순매수 규모)와 AI 기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8200만 달러)도 각각 순매수 상위 4위와 5위에 올랐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7200만 달러)은 7위, 민간 우주기업 로켓 랩(5300만 달러)은 10위를 각각 차지했다.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절반이 빅테크 기업인 셈이다. 이들 종목 대부분은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AI 거품론'에 직격탄을 맞고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가령 이달 초 200달러를 넘었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13일 186달러대로 떨어졌고, 메타 역시 이달 초 640달러에 가까웠으나 지난 13일 610달러선을 밑돌았다. 시장 일각에서는 최근의 AI 열풍이 1990년대 말 '닷컴버블'과 유사하다고 지적하는 'AI 거품론'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오픈AI가 엔비디아로부터 최대 1000억달러를 투자받아 다시 엔비디아 칩 수백만 개를 구매한다는 전략적 파트너십이 발표되자 '순환적 거래'라는 의구심이 커졌다. 최근에도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인물로 유명한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도 빅테크들이 실제보다 칩의 감가상각 비용을 축소하는 분식회계로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며 AI 거품론을 부추겼다. AI 거품론과 미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가 맞물리며 최근 일주일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됐고 그로 인한 여파가 국내 증시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러나 서학개미들은 최근 변동성을 오히려 추가 매수의 기회로 삼았다. 국내 증시 자금 지표상으로도 투자 심리는 여전히 견조해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 중 하나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가장 최신치인 지난 13일 기준 26조2515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이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 찾지 않은 돈인 투자자예탁금도 지난 13일 기준 82조5845억원으로 80조원대를 유지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확대될 변동성에 대비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연합뉴스

계속 울리는 ‘빚투’ 경고음…과거 최고치에 없던 ‘코스피 쏠림’

최근 신용융자 잔고가 26조원을 넘어서며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최고치인 2021년 9월과는 양상이 다르다. 2021년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신용융자 잔고가 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스피 시장에 집중됐다. 특히 조선·방산·전력인프라 등 자본재 종목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반도체 종목에 주로 몰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조정장에서 반대매매로 주가 하락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들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해서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가장 최근 통계치인 지난 12일 기준 국내 증시 신용융자 잔고는 26조97억원이다. 지난 5일 이전 최고치였던 25조6540억원(2021년 9월13일)을 넘긴 이후 26조원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신용융자 잔고는 대표적인 '빚투' 지표로 분류된다. 증권사 고객이 보유 주식 등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 투자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잔액이 많을수록 개인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주식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12일 기준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고는 각각 16조2550억원, 9조7547억원이다. 지난 1월 초 코스피 신용융자 잔고가 9조1577억원, 코스닥은 6조5245억원이었던 것에 견줘 크게 늘었다. 올해 코스피 지수가 약 70% 가까이 급등하며 코스피에 신용거래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이후 2020년 2분기부터 2021년 3분기까지 주가 상승과 함께 신용융자 거래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당시에는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 모두 신용융자 잔고가 늘어났다. 올해 개인투자자의 주식 신용매수는 조선·방산·전력인프라 등 자본재와 반도체 종목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주도주로 급등한 섹터에 빚투가 몰린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조선·방산·원전' 섹터가 급등했고, 지난 9월부터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반도체 종목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결제일 기준으로 자본재 섹터에 3조9000억원어치가 몰려 전체 신용융자 잔고의 27.7%를 차지했다. 반도체주 신용 매수 규모는 전체의 15.8% 수준인 2조2000억원에 달했다. 다음으로 신용융자가 많았던 섹터는 화학·철강·비철금속을 포함한 소재 섹터(신용 잔고 1조5000억원·10.8%)였다. 2021년에는 '빚투'가 상대적으로 여러 섹터에 분산되어 있었다. 당시 신용융자 잔고와 비중은 소재(2조1000억원·15.9%), 제약·바이오(2조원·15.6%), 자본재(2조원·15.3%), 반도체(1조7000억원·13%) 순이었다. 개인투자자 매매 방향이 두 갈래로 나뉜 것도 눈에 띈다. 올해 개인은 코스피시장에서 대규모 순매도 기조를 유지한 반면, 신용매수는 반도체·자본재 업종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주체가 '현금 매수'와 '신용 매수'에서 정반대 방향을 보이는 흐름은 이례적이다. 2021년 신용융자가 급증하던 시기에는 현금 매수와 신용 매수가 모두 같은 업종으로 집중되는 패턴이 나타났지만, 올해는 분리 현상이 두드러진다. 일부 개인이 차익 실현과 방어적 포트폴리오 이동을 시도하는 반면, 다른 일부는 외국인의 강한 순매수 흐름에 레버리지로 편승하는 상반된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용융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기간에 개인투자자의 ETF 순매수 1위 종목은 'KODEX 200 선물 인버스 2X'였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개인투자자는 시장 조정을 기대하며 그간 상승했던 종목을 순매도하거나 인버스 ETF에 투자하는 그룹과 반도체·자본재의 상승에 레버리지 투자하는 그룹으로 양분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빚투가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일부 섹터에 몰린 만큼 반대매매 규모가 늘면 지수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반대매매는 빚으로 산 주식의 가격이 떨어져 담보 가치가 일정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증권사가 담보로 한 주식을 강제로 팔아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절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반대매매 규모는 약 380억원 규모로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였다. 지난 10~11일도 190억원대의 반대매매가 발생했다. 국내 시가총액 1위, 2위인 삼성전자(580조4205억원)와 SK하이닉스(414조9613억원)의 시가총액만 더해도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3319조2786억원)의 30%에 달한다.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두산에너빌리티 등 주요 자본재 종목을 더하면 비중은 절반에 육박한다. 이보미 연구위원은 “올해 신용융자는 2021년 대비 자본재와 반도체 업종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에 따른 해당 업종의 가격 하락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며 “두 업종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지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한국씨티은행, 3분기 누적 순이익 2486억원...전년比 7% 감소

한국씨티은행이 이자수익 감소로 1~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대비 7% 줄었다. 한국씨티은행은 3분기 총수익 2466억원, 당기순이익 654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1년 전보다 총수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19.2%, 29.4% 감소했다. 1~3분기 누적 총수익은 8060억원, 당기순이익 2486억원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총수익은 11%, 당기순이익은 7% 감소했다. 외환/파생상품/유가증권 관련 수익 등 기업금융 중심의 비이자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4255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소비자금융의 지속적인 자산 감소 및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의 감소 영향으로 이자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한 3805억원에 그쳤다. 3분기 누적 비용은 민생금융지원을 비롯한 전년도 일회성 영업외비용 영향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줄어든 4475억원을 기록했다. 대손비용은 3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다. 중견기업부문의 충당금적립액이 줄었고, 소비자금융의 자산마저 감소하면서 대손비용이 줄었다. 9월 말 현재 총대출금은 11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 감소했다. 소비자금융 부문의 단계적 폐지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기업금융 부문의 예수금이 늘면서 9월 말 예수금은 20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3% 증가한 수치다. 3분기 누적 총자산순이익률과 자기자본순이익률은 각각 0.66%, 6%였다. 작년 3분기 대비 각각 0.19%포인트(p), 0.03%포인트 줄었다. 9월말 현재 BIS 자기자본비율은 34.40%, 보통주자본비율은 33.52%였다. 1년 전보다 각각 0.18%포인트, 0.32%포인트 상승했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수익 감소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시장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당행은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 수익 구조 다변화, 그리고 미래 성장 기반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국제금융 분야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제고하고,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적시에 제공함으로써 고객 가치 극대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교보생명, 투자 성과 힘입어 수익성 개선...3분기 누적순익 8844억

교보생명이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른 업황 부진 속에서도 보장성 상품과 경상이익에 힘입어 안정적 실적 흐름을 유지했다. 교보생명은 올 1~3분기 누적 연결 순이익이 8844억원(지배기업 소유주 지분)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고 14일 밝혔다. 보험손익은 4215억원을 기록했다. 건강보험을 비롯한 상품 판매 확대가 이뤄지면서 보험계약마진(CSM)도 개선됐다. 9월말 CSM 잔액은 6조3885억원으로 7.9% 가량 확대됐다. 3분기 신계약 CSM은 3983억원으로 집계됐다. 누적 투자손익은 6706억원으로 4.1% 상승했다.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원칙에 따라 장기채권 비중을 확대하고 금리 변동성 축소에 집중하는 등 수익기반을 강화한 덕분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우량채권·대출 선제 편입,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적극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경상이익 비중을 높여왔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신보, 전북은행과 비대면·디지털 금융지원 활성화 위해 맞손

신용보증기금이 지난 13일 전북은행과 '비대면·디지털 금융지원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양 기관의 플랫폼을 연계하고 비대면 금융상품을 공동 개발해 지방 중소기업에 혁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 협약에 따라 양 기관은 비대면 보증·대출 금융상품 개발, 기업 데이터 공유 및 네트워크 구축 등 디지털 기반 통합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신보는 전북은행과 함께 내년 상반기 중 '은행 연계 Easy-One 보증'을 출시할 예정이다. 전북은행의 모바일 앱 등 비대면 플랫폼에서 보증 및 대출 신청부터 서류 제출, 전자 약정, 실행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어 지방 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성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채병호 신용보증기금 이사는 “이번 협약은 지방 중소기업을 위한 비대면, 디지털 기반 혁신 금융이 더욱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신보는 쉽고 편리한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지방으로 적극 확대해 정부의 포용적 금융 정책에 부응하고 지역경제 균형 발전에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외인 2.3조 팔고, 개인 3.2조 사고…코스피 3.8% 하락한 4011.57 마감

14일 코스피 지수가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에 3.81% 하락 마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폭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환율은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성 발언이 나오면서 10.7원 내린 1457.0원으로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59.06포인트(3.81%) 내린 4011.57로 마감했다. 지수는 전날 대비 108.72포인트(2.61%) 내린 4061.91로 출발했다. 오전 내내 2%대 하락세를 보이다 오후 들어 하락 폭이 더 커졌다. 투자 주체별로 보면, 개인이 홀로 3조2336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조3667억원, 9003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이 3조원 넘게 순매수한 건 지난 2021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는 전날 12월 미국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 따른 미 뉴욕증시 약세로 인해 하락 출발했다. 인공지능(AI) 고평가 우려 등으로 반도체 관련주 중심으로 외국인·기관 동반 매도 폭이 확대됐다.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각각 5.25%, 8.50% 하락했다. 세계 3위 낸드플래시 업체인 일본 키옥시아의 '어닝 쇼크'(실적 충격)로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SK하이닉스는 판게아 펀드를 통해 키옥시아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셧다운 종료에도 경제지표로 인한 변동성 확대, 금리 동결 우려, AI 고평가라는 삼중고를 겪었다"면서 “코스피는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AI 고평가 논란 속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지수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의 영향으로 일부 산업은 강세를 보였다. 팩트시트에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건조 공식 승인, 미 함정의 한국 건조 진행 등의 내용이 담기면서 HD현대중공업(3.17%), 대한조선(4.31%), HD현대미포(3.36%) 등은 강세로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전날 대비 20.47포인트(2.23%) 내린 897.9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196억원과 299억원을 팔아치운 반면 개인은 3821억원을 순매수했다. 위험회피 심리가 커지고 외국인 순매도로 수급이 악화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미국 뉴욕 증시 급락 여파로 4.2원 오른 1471.9원에 개장해 장 초반 1474.9원까지 치솟았다가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성 발언이 나오면서 장중 20원 넘게 하락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오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과 함께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해외투자에 따른 외환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경우 시장 참가자들의 원화 약세 기대가 고착화 돼 환율 하방 경직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가용 수단을 적극 활용하여 대처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외환 금융당국은 국민경제와 금융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환율 상승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국민연금과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주체들과 긴밀히 논의해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어 구두 개입 효과가 지속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자 결국 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그렇지만 원화 약세의 근원 중 하나였던 엔화의 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최근 연준의 금리인하 기조가 약화되자 달러가 강세를 보여왔던 점을 감안할 때 (구두 개입) 효과가 지속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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