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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수십억인데 주가는 ‘반토막’?…금융위, ‘깜깜이 연봉’·‘몰래 표결’ 싹 바꾼다

기업 실적이나 주가와 무관하게 임원들이 수십억원의 보수를 받아가던 '깜깜이 성과급 잔치'에 제동이 걸린다. 임원 보수를 총주주수익률(TSR) 등과 비교 공시하도록 의무화되고, 주주총회 의안별 찬반 비율까지 낱낱이 공개돼 '거수기 주총' 관행도 수술대에 오른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 접근성 및 주주권익 제고를 위한 기업공시 개선방안'을 16일 발표했다. 그간 상장사들은 임원 보수 산정 근거를 '업무 수행 결과 등을 고려해 결정'이라는 한 줄로 뭉뚱그려 주주들이 성과와 보수 간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불가능했다. 또한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 등 주식 보상은 임원 보수와 따로 공시되거나, 미실현 보상의 현금환산액이 기재되지 않아 실제 보상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임원 전체 보수 총액 공시 서식에 최근 3년 간 총주주 수익률(TSR), 영업이익 등을 의무적으로 함께 기재해야 한다. 또한 주식 기준 보상 규모도 현행 임원 보수 공시 서식에 통합하고, 미실현 보상의 현금환산액도 적시해야 한다. 스톡옵션 외 주식 기준 보상 역시 임원 개인별 상세 현황을 별도로 공시해야 한다. 최치연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기업들이 실적과 주가 등을 근거로 임원 보수를 책정하는 문화가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주들의 주주총회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주총이 3월 하순 특정일에 몰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4월에 주총을 여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강화해 분산 개최를 유도한다. 또한 지금까지는 주총 결과만 간단히 공시됐지만 앞으로는 의안별 찬성률 등 상세한 표결 정보 공시가 의무화된다.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영문 공시도 대폭 확대된다. 영문 공시 의무 대상을 현행 '자산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로 넓힌다. 공시 항목도 기존 26개에서 55개 항목 전부로 늘어난다. 특히 자산 10조원 이상 상장사는 국문 공시 당일 영문 공시도 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 금융위는 2028년까지 영문 공시 의무화 대상을 코스피 전체 상장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다음 달 8일까지 규정 변경을 예고한 뒤 , 규제개혁위 심의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시행할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치 냉장고 54%, 10~12월 김장철에 팔렸다

1년 중 판매되는 김치 냉장고의 절반 이상이 김장철인 10월에서 12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는 11월에, 공기 청정기는 3월과 12월에 구매가 몰리는 등 계절과 환경 요인에 따라 가전제품 소비가 뚜렷한 편차를 보였다. 16일 KB국민카드가 공개한 '온라인 쇼핑 가전 구매 소비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1년간 김치냉장고 온라인 판매량의 54%가 10~12월에 발생했다. 세부적으로는 10월 11%, 11월 19%, 12월 24%로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판매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다른 계절 가전도 특정 시기에 판매가 집중됐다. 대표적인 겨울철 가전인 가습기는 11월에 연간 판매량의 20%가 팔려 구매가 가장 많았고, 공기 청정기는 3월과 12월에 각각 13%씩 판매가 몰렸다. 냉난방기를 포함한 전체 계절 가전으로 범위를 넓히면 6~7월(31%)과 11~12월(22%)에 구매 비중이 높았다. 반면 주방·가사·미용·보안 등 생활 가전은 1년 내내 고른 구매 분포를 보였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계절 변화와 환경 요인에 따라 판매가 증가하는 가전 제품 유형이 뚜렷하게 나뉘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3년 연속 ‘2조 클럽’…메리츠금융지주, 주주환원 정책 3년 연장

메리츠금융지주가 또다시 순이익 2조원을 넘겼다. 올해는 분기마다 6000억원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3분기 만에 입성에 성공했다. 보험손익이 감소했으나, 투자 수익성이 향상된 덕분이다. 메리츠금융은 호실적이 주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주주환원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김상훈 메리츠금융 IR팀장은 지난 14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3분기 누적 연결 순이익(약 2조268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고 밝혔다. 총 자산(132조7000억원)은 지난해말 대비 14.8% 확대됐고, 자기자본이익률(ROE·25.9%)은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6684억원으로 1.9% 늘었다. 양호한 금융시장 흐름 속에서 이자·수수료 수익이 커진 영향이다. 메리츠금융은 총 주주환원율이 51.1%를 기록했고, 연간 기준 5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는 53.2%였다. 최근 3년간 유지했던 연결 기준 순이익 50%를 주주환원율로 하는 정책은 향후 3년간 연장한다. 주주가치를 더욱 제고하기 위함이다. 김 팀장은 9월말 기준 fwd PER은 7.5배, 자사주 매입·소각 수익률은 13.3%로 자사 요구수익률(10%) 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2023년 주주환원 정책 시행 이후 누적 TSR은 174.5%다. 또한 3월 자사주 신탁계약 체결분(5500억원) 취득을 완료했고, 8월 체결분(7000억원) 취득도 진행 중이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주주환원을 자본배치의 일환이자 경영실적이 주가에 적절히 반영되도록 하는 장치로 인식하고 있다"며 “'모든 주주의 한 주 가치는 동등하다'는 철학 하에 투명하고 일관된 환원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투자가 장기주주가치를 극단적으로 높일 경우 환원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를 상정하고 있지 않으며, 관련 이슈가 생기면 공시와 컨콜을 통해 소통한다는 계획이다.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에도 시장에서 (주가가) 소외된 원인이 무엇인가'라는 일반투자자의 질문에는 “상법 개정으로 주식시장 제도 전체가 개선되면서 저평가됐던 종목의 성장이 상대적으로 컸고, 최근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메리츠의) 펀더멘탈·이익체력·주주환원이 인정 받으면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답변했다. 메리츠화재의 1~3분기 별도 순이익은 1조4511억원으로 2.8% 하락했다. 양질의 인보험 매출이 증가하고 자산운용 성과도 개선됐으나, 예실차가 확대된 탓이다. 3분기 순이익은 4638억원으로 6% 축소됐다. 보험손익(3001억원)은 35% 줄었다. 의료파업 종료로 그간 위축됐던 진단·수술을 비롯한 의료 수요가 반등한 까닭이다.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손해율 향상을 우려하는 업계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셈이다. 자동차보험(-89억원)은 집중호우에 따른 손해율 악화, 일반보험(-1억원)은 공장 화재 등에 따른 고액 손해로 어려움을 겪었다. 9월말 보험계약마진(CSM) 잔액은 11조4700억원으로 1조1500억원에 달하는 신계약 CSM에 힘입어 지난해말 대비 28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3분기 CSM 전환배수는 12.5배(인보험 12.6배)로 전년 동기·전분기 대비 개선됐다. 투자손익은 3250억원으로 교채매매 등을 앞세워 59% 향상됐다. 자산운용 누적 투자이익률이 4.6%에 달했던 덕분이다.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은 242.7%로 전분기말 대비 2.9%포인트(p) 상승하면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는 “내년 인보험 시장 규모는 올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신계약 수익성 및 전체의 이익 성장 여부가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장기인보험 손해율 상승의 근본적인 이유로 과당 경쟁을 꼽았다. 2022년 하반기부터 무해지 보험 가이드라인이 수립된 올 4월까지 가격 인하와 적자 상품·담보 판매가 집중됐고, 법인보험대리점(GA) 시장 내 경쟁이 치열했다는 것이다. 당분간 이에 따른 후폭풍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적자 상품을 '과감히' 배제하고 흑자 상품군의 가치 총량을 극대화하는 방향의 프라이싱·언더라이팅을 통해 손익 하방을 방어했다며 △'메리츠 파트너스'를 비롯한 전속채널 양과 질 확대 △GA 시장 내 파트너십 강화 △매월 신상품·담보 출시 등 공세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투자손익의 경우 중장기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두면서 운용자산의 내실을 끌어올리고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박차를 가한다. 해외에서도 시장·보종별 특성과 장기수익성 등을 살펴보는 중으로, 중장기 성장잠재력 확보를 목표로 지속적인 탐색한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1~3분기 순이익은 6435억원으로 18.0%, 3분기(2000억원)는 14.1% 개선됐다. 대출금 이자수익이 줄면서 금융수지 실적이 감소하고 채권시장 변동성 영향으로 자산운용 실적도 축소됐으나, 기업금융이 힘을 냈다. 기존·신규 딜 수수료가 증가하고 투자산 상환도 이뤄진 덕분이다. 예탁 자산 증가와 펀드 운용보수 인식으로 위탁매매 및 자산관리 실적도 향상됐다. 메리츠캐피탈의 1~3분기 순이익(903억원)은 12.2%, 3분기 순이익(234억원)은 39.2% 하락했다. 운용자산 증가로 수수료수익과 이자수익이 늘어났지만, 충당금 적립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메리츠증권의 연결 순자본비율(NCR)은 1534%로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4.1%로 지난 1분기 이후 안정화되고 있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최고경영자(CEO)는 “2027년 이후 성장을 위해서는 빠르게 확대되는 리테일 디지털 고객 기반 유지 및 확장이 중요하다"며 “수수료 경쟁력을 상품·서비스 경쟁력으로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 중"이라고 발언했다. 특히 내년 1분기 출시를 목표로 신규 트레이딩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커뮤니티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개인별 포지션에 따른 맞춤형 어드바이스도 제공한다는 목표다. 김종민 메리츠증권 대표는 전통 IB 관점 딜의 수익성이 낮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인식이 일반적이지만, 적시에 기업고객이 필요로 하는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분야의 수익성은 낮지 않다"며 “전통 IB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도 우수한 ROE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날 컨콜에서는 홈플러스 매각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메리츠금융은 7월15일 신내점 매각 대금이 자사의 채권 상환에 사용됐다며, 보유 익스포저가 1조1000억원 수준으로 515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메리츠금융은 인수의향서를 제안한 두 곳이 이달 말까지 자금조달 계획이 담긴 최종 인수제안서를 제출하면 매각과 관련한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충분한 부동산 담보를 확보한 채권이라는 점을 들어 매각과 관계 없이 원리금 회수가 가능하며 추가적인 재무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부연했다. 김 부회장은 유상증자 관련 질문에 대해 “기업이 내재가치 보다 고평가 되면 유증을 하고, 저평가되면 자사주를 소각하는게 올바른 방식"이라며 “메리츠는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상황으로, 유증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한화생명, 보장성보험이 실적 견인…킥스 하향엔 “건전성 관리 지속”

한화생명이 3분기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늘어난 7689억원을 기록했다. 자회사 성장과 투자손익 확대가 주효했다. 다만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시도 중인 가운데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한 다각적 대응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화생명 공시에 따르면 3분기 연결 당기순이익은 307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14.9% 늘었다.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1361억원을 기록했다. 연결 순익의 성장은 손해보험사, 운용사 등 국내 주요 자회사가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낸 영향이다. 인도네시아 노부은행과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등 지역사업 영역 확장성 효과가 힘을 보탰다. 해외법인을 통한 연결 순이익만 491억원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 순익은 3분기에 지급보험금 증가에 따라 보험금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견고한 이자수익과 전략적자산운용 등 투자수익이 작년보다 23.8% 상승하는 등 손익 악화를 방어해 전분기대비 회복세를 나타냈다는 평가다. 3분기 운용자산이익률은 우호적 글로벌증시 평가익 증대와 손익개선으로 전분기 대비 26bp 상승한 3.43%를 기록했다. 반면 보험손익은 건강보험 판매와 의료이용률이 증가하면서 발생한 보험금 예실차 등으로 인해 감소했다. 백재민 경영관리팀장은 실적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 콜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상품 확대 영향으로 수술, 진단, 통원 등 급부중심 보험금 증가 추세에 따라 예실차가 확대됐다"며 “다만 보험사 전반이 건강보험 신계약 판매를 확대한 영향을 받고 있고 3분기는 전분기와 다르게 영업일수가 크게 늘어 상대적으로 보험금 증가가 확대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3분기는 보장성 중심의 신계약 확대와 상품 수익성 개선 노력에 힘입어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성장을 이뤄냈다. 3분기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약 1조60억원을 기록했다. 보장성 APE는 작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8790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신계약 CSM은 4.1% 증가해 5643억원을 기록했다. 3년 연속 연간 2조원 이상의 신계약 CSM을 달성할 것으로 한화생명은 예상하고 있다. 3분기 보유계약 CSM은 전 분기 대비 약 2263억원 증가한 9조594억원이다. 건강보험 수익성 배율은 16.4배로 전 분기 14.6배 대비 개선됐다. 종신보험 또한 수익성 배율이 4배 수준으로 늘었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 킥스) 비율은 157%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했다. 신계약 CSM 유입 및 자회사 인수 효과를 반영해 예상한 결과다. 다만 한화생명이 올 연말 킥스비율 목표치를 또 다시 내리면서 재무건전성 유지 전략과 예상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생명은 2월 진행한 2024년 결산 IR에서 170% 이상을 제시했다가 2분기 160% 중반으로, 3분기에는 155%까지 매분기 눈높이를 낮췄다.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올 연말 킥스비율 예상치 하향 질문에 대해 박수원 리스크관리팀장은 “예실차 리스크 확대에 따라 요구자본 부담이 커진 것이 주효"하다며 “하반기에는 예실차 축소 노력을 지속해 내년에는 킥스비율 내 예실차 영향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화생명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타진하고 있어 건전성 지표 유지 여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한화생명은 킥스비율이나 기본자본비율이 규제 변화에 따라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팀장은 “당국에서 부채할인율 현실화 로드맵을 재조정해 킥스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며,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규제 도입과 관련해 아직 도입시기나 규제수준이 확정된 게 없어 다양한 플랜을 가지고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자본 여력과 킥스 비율이 낮아지는 상황에 대한 자구적인 노력이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당사는 요구자본축소를 중점으로 추진하는데 있어 공동재보험 출재를 지속하는 한편 부채부담 경감, 장기채 적정 유지로 듀레이션 갭을 유지할 것"이라며 “당국에서 내부모형 승인 제도를 곧 마련하는데 이를 적극 활용해 요구자본축소를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주담대 금리 2년 만에 6%대…가계대출 길 좁아졌다

시장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약 2년 만에 다시 6% 선을 밟았다. 부동산 관련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면서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연 3.93~6.06%로 집계됐다. 6%대 금리가 시중은행에서 다시 나타난 것은 2023년 12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8월 말(3.46~5.546%)과 비교하면 상·하단 모두 약 0.47~0.51%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채 5년물이 같은 기간 2.836%에서 3.399%로 0.563%포인트 뛰어오른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신용대출(1등급·1년 만기)도 예외가 아니다. 3.520~4.990%였던 금리는 최근 3.790~5.250%로 높아졌다. 지표 금리인 은행채 1년물이 0.338%포인트 오른 것과 궤를 같이한다. 변동형 주담대(신규 코픽스 기준·3.770~5.768%) 역시 금리 상단이 같은 기간 0.26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코픽스가 실제로는 0.01%포인트만 움직였음에도 은행들이 규제 압력과 리스크 관리 부담을 고려해 상승 폭을 더 크게 가져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수개월간 시장 금리가 들썩인 배경에는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미 연준(Fed)이 얼마나 금리를 내릴지 예측이 엇갈리면서 은행채 등 장단기 금리가 일제히 상승한 것이다. 특히 지난 1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외신 인터뷰에서“금리 인하의 폭·시기·전환 여부는 향후 데이터에 달렸다"고 언급한 뒤,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가 대부분 구간에서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금리 인하 속도 조절 또는 동결·인상 가능성 신호로 받아들였다. 여기에 집값 변동성, 원·달러 환율 상승 등 부담이 더해지면서 이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약해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결국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가 뒤따라 상승하고, 이로 인해 가계대출 한도까지 줄어드는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로 인해 산정에 쓰이는 금리가 높아질수록 상환능력 평가액이 커지고 차주가 받을 수 있는 최대 대출액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KB국민은행은 17일부터 주담대 주기·혼합형 금리를 은행채 5년물 상승 폭(0.09%포인트)을 반영해 추가로 올린다. 이에 따라 해당 상품 금리는 4.11~5.51% 구간으로 조정된다. 시장금리를 주 단위 또는 일 단위로 반영하는 다른 시중은행들도 최근의 금리 상승 흐름을 대출 상품에 순차적으로 옮겨 담을 예정이어서 대출 금리 부담은 당분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주간증시] 코스피 4000선 간신히 방어…엔비디아 실적·FOMC 의사록 분수령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겨우 방어한 가운데, 해외 반도체 기업 실적 발표와 미국 연준의 금리 향방이 이번 주 시장의 방향성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CRAISEE(크레이시) 미국 셧다운 종료, 3차 상법 개정안 기대감, AI(인공지능) 버블 논란, 연준(Fed)의 금리 동결 전망 등이 뒤섞인 가운데 코스피가 4000선을 가까스로 방어했다. 다음 주에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 공개가 시장 방향성을 가를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4011.57로 마감해 한 주 동안 1.46% 올랐다. 10일 4000선을 회복한 뒤 13일 4170.63까지 상승했지만, 14일에는 외국인이 하루 2조원 넘게 순매도하며 지수가 3.81%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2.41% 상승했다. 한 주 동안 개인은 1조8705억원, 기관은 4156억 원을 사들였고 외국인은 2조3499억원을 팔아치웠다. 14일에도 개인이 3818억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지지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445억원, 239억원 순매도했다. 임정은·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셧다운 공식 해제에도 지역 연은 총재들의 매파적 발언과 경제지표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12월 금리 인하 확률이 50%대로 낮아졌다"며 “기술주 과열 논란과 맞물려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AI 기업들의 실적 과대계상 우려와 현금흐름 약화 이슈가 부각되는 가운데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가 실적 부진으로 급락하면서 국내 대형 반도체에서도 차익 매물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다음 주 코스피 예상 범위를 3900~4250으로 제시했다. 상승 요인으로는 글로벌 유동성 확대, 3차 상법 개정안(자사주 소각 의무화),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꼽았고, 하락 위험으로는 금리 인하 기대 약화와 AI 버블 논란을 지목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 분리 과세 최고세율 25% 잠정 결정, 대형 증권사 IMA 인가 등 정책이 점진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다음 주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더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자본시장 개선 흐름이 벤처·중소기업 투자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고, 자사주가 많은 금융주와 지주사, 성장산업 내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장 관심은 오는 20일(한국시간) 발표될 엔비디아 실적으로 쏠리고 있다. 최근 AI 고밸류 논란 속에 반도체 중심으로 조정이 이어진 만큼 엔비디아의 전망 제시가 투자심리 회복을 이끌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키옥시아 실적 발표 이후 AI 투심이 더욱 후퇴했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는 반전을 모색할 분기점이 될 수 있다"며 “AI 모멘텀 회복 여부가 엔비디아의 매출 성장률·마진 개선과 향후 가이던스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날 공개될 FOMC 10월 의사록 역시 주목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셧다운 영향으로 10월 경제지표가 일부 누락될 가능성이 있어, 데이터 없이 정책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연준 위원들이 금리와 물가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가 한층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나 연구원은 “셧다운 종료 이후 물가와 고용지표 발표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금리 민감도가 커질 수 있다"며 “최근 연준 위원들이 물가 우려를 강조한 만큼 향후 물가 지표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정책 모멘텀과 유동성 환경이 맞물려 순환매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연구원은 “과열이 일정 부분 해소된 이후에는 기존 주도주이자 실적 기반이 견조한 반도체·조선·방산 업종의 비중 확대가 가능하다"며 “지주·금융 등 배당 업종은 정책 기대감이 연말까지 유효하지만, 가격 급등 여부에 따른 종목 선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부실기업 퇴출 지연, 韓경제 성장 막았다”...GDP 0.5% 손실 [이슈+]

퇴출 고위험기업을 제때 퇴출하고, 산업 내 정상기업으로 대체했다면 국내 투자가 약 3% 늘고 국내총생산(GDP)도 0.5% 증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화 메커니즘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 둔화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성장 추세를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의 원활한 진입과 퇴출을 통해 경제 혁신성과 역동성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한국은행은 15일 'BOK이슈노트, 경제위기 이후 우리 성장은 왜 구조적으로 낮아졌는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행은 1990년대 이후 우리 경제가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이전 수준의 성장 추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구조적으로 둔화된 배경으로 민간소비와 민간투자의 둔화를 꼽았다. 이 중 민간소비 둔화는 우리 경제가 성숙화 단계에 진입하는 가운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가계부채 누증 등이 가세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반면 민간투자는 경제위기 시 한계기업의 퇴출이 지연되는 등 정화효과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기업의 역동성을 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과 미국 모두 신규기업의 창업률은 급격히 감소했지만, 기존 기업의 퇴출률(폐업률)은 두 나라에서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미국은 경제위기 시 폐업률이 예상대로 증가한 반면 우리나라는 늘어나지 않았고, 팬데믹 위기에는 국내 기업 퇴출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한국은행 연구진은 “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미국 등과 달리 한계기업이 퇴출되는 정화 메커니즘이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다"며 “한계기업의 존속은 시장 경쟁을 왜곡하고, 자본·인력 등 자원이 저생산성 기업에 고착되는 문제를 초래한다"고 진단했다. 이는 생산성이 높은 신규기업의 진입과 성장을 어렵게 해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둔화시킬 수 있다. 한국은행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실제 퇴출기업의 재무특성을 바탕으로 개별 기업의 1년 내 퇴출확률을 추정한 결과 퇴출 고위험기업의 비중은 약 4%였다. 그러나 이 기간 실제 퇴출된 기업 비중은 2%에 불과했다. 수익성 및 재무상태가 부실해 퇴출위험이 높음에도 시장에 잔존하는 잠재적 한계기업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뜻이다. 한은 연구진은 “만일 퇴출 고위험기업이 산업 내 정상 기업으로 대체됐다면, 2014~2019년 중 국내 투자가 약 3%, GDP는 0.5%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진입과 퇴출이 활발했다면 투자 증대 효과도 상당하다. 이러한 투자 증대는 고용 증가, 가계소득 증가, 소비 진작 등 이차 파급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나아가 한계기업의 퇴출은 시장 내 과당경쟁을 통한 가격 왜곡 등 이들이 일으키는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완화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개선한다. 한은 연구진은 “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 둔화는 기업 수익성 악화에 따른 투자 부진에서 비롯됐다"며 “그러나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경제의 정화 메커니즘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으면서 성장추세의 둔화가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 경제의 구조적 성장추세 둔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원을 하더라도 기업의 원활한 시장 진입·퇴출을 통해 경제의 혁신성과 역동성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규제 완화를 통해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 수요를 창출해 우리 경제의 미래 동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조각투자 거래소 누가 선점할 것인가…KRX·NXT·루센트블록, 3자 강점 비교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제도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거래소·넥스트레이드·루센트블록 등 세 컨소시엄이 정부의 예비인가 선정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 인가로 조각투자 시장은 처음으로 제도권 유통망을 갖추게 된다. 인가를 확보한 컨소시엄은 향후 국내 토큰증권(STO) 시장의 주도권을 쥘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절차를 'STO 생태계의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각투자는 부동산·음악저작권·미술품 등 고가 자산을 지분 단위로 나눠 투자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샌드박스(규제·제한이 적은 시험사업) 사업자가 자체 플랫폼을 운영하며 실증을 이어왔다. 투자자 간 조각지분을 사고팔 수 있는 공식 유통시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정부는 조각지분을 증권형 디지털자산(STO)으로 인정하고, 이를 거래할 장외거래소를 별도로 신설했다. 사실상 '조각투자 전용 소형 거래소'가 처음 등장하는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내 STO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34조 원에서 2030년 367조 원으로 11배 확대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실물·비정형 자산의 토큰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부동산·저작권·IP 등 조각투자의 제도적 기반 마련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조각투자 발행용 '스몰라이센스'를 신설하고, 최근에는 장외거래소 인가 단위와 세부 운영 기준을 확정하며 제도권 편입 절차를 본격화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안에 최대 두 곳에 예비인가를 부여할 예정이다. 예비인가 이후에는 전산·보안·인력 등 요건을 갖춘 뒤 본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예비인가만 받아도 향후 STO 생태계의 중심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새로운 금융업 라이선스에 해당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 컨소시엄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한국거래소가 주도하는 'KDX 컨소시엄'이다. 교보생명·키움증권·카카오페이증권이 공동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KRX와 흥국증권이 5% 이상 지분을 투자했다. 미래에셋·한국투자·NH·KB·하나 등 대형 증권사도 대거 합류했다. 한국거래소 측은 '대기업 중심 구조'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선을 그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유통플랫폼은 백화점에 가깝고, 혁신성은 발행사업자에게 있다"며 “플랫폼 규모가 크다고 발행이 대기업 중심으로 쏠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 신뢰 확보를 위해서는 안정적 유통망이 중요하다"며 “P2P 시장이 무너졌던 이유도 플랫폼 존속성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거래소는 '시장 운영 경험'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거래소 관계자는 “유통플랫폼은 결국 하나의 시장이고, 이를 실제로 개설·운영해 본 곳은 거래소뿐"이라고 강조했다. KDX에 참여한 키움증권 관계자는 “토큰증권은 기존에 유동화가 어려웠던 다양한 자산을 디지털화해 투자 기회를 확장할 잠재력이 크다"며 “제도권 편입을 계기로 주요 기관들과 협업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KDX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체거래소(ATS)를 운영하는 넥스트레이드도 단독 NXT 컨소시엄을 구성해 출사표를 던졌다. NXT가 40%대 지분을 출자해 최대주주로 나서고, 5% 이상 주요주주로는 신한투자증권·뮤직카우·아이앤에프컨설팅·하나증권·유진투자증권·한양증권 등이 참여한다. 넥스트레이드는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 운영 경험을 내세운다. 리테일 유동성 관리, 시장 운영 시스템, 거래 안정성이 핵심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예비인가 단계라 구체적 발표는 제한적이지만, 주식시장 운영 경험이 있어 STO 시장도 안정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며 “뮤직카우와의 협업을 통해 음악·콘텐츠 기반 조각투자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NXT는 루센트블록과 NDA(기밀유지계약)관련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루센트블록에서 받은 자료는 회사 개황 수준의 일반 정보였으며, 기밀에 해당할 내용은 없었다"며 “기술·전략 탈취 주장과 거리가 있다"는 공식 해명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2022년 ATS 설립 초기부터 STO 참여를 자체적으로 검토해 왔다"며 “최근 조각투자 사업자·증권사 요청에 따라 컨소시엄 구성을 본격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센트블록은 지난 7년간 조각투자 플랫폼을 실증 운영하며 업계에서 가장 오랜 '직접 운영 경험'을 가진 사업자다. 하나증권·교보증권·IBK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 산업은행·하나은행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루센트블록 관계자는 “시장 초기에는 자본력도 중요하지만, 실사용자 커뮤니케이션 경험과 투자자 보호 체계도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STO 초기 투자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쌓아온 경험이 있어, 투자자 니즈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며 “축적된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신뢰받는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NDA 논란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루센트블록은 “논란보다 중요한 것은 STO 산업의 성장과 투자자 신뢰 확보"라며 “본업에 충실하며 완성도 높은 서비스와 보호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소유 컨소시엄에 참여한 증권사 관계자는 “실제 조각투자를 운영해 본 경험을 가진 곳은 루센트블록뿐"이라며 “플랫폼 UI·운영·고객응대 노하우는 단기간에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루센트의 축적된 경험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거래소·코스콤 등 공공기관이 중심에 선 KDX 컨소시엄을 두고 “스타트업이 개척한 시장을 대형 기관이 가져간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넥스트레이드를 둘러싸고는 “협력 과정에서 제공받은 자료를 활용해 독자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복수 컨소시엄 참여나 출자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며 중립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샌드박스 사업자에는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혁신 사업자 진입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조각투자 플랫폼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면 증권사 수익성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STO 거래 수수료율은 0.22~1% 수준으로, 거래소 단일요율제(0.0023%)보다 수십 배 높다. 또한 조각증권 상장 과정의 주관 수수료, 투자자 대상 금융서비스 수익, 상장 전 지분투자에서 발생하는 매각 차익, 플랫폼 기반 데이터·광고·유료 서비스 등 부가사업 확장도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조각투자 자산을 기초로 한 토큰화 펀드·ETF 등 파생상품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비인가 결과는 이달 내 발표될 예정이며, 본인가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2026년이면 조각투자 시장이 실질적인 제도권 거래시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는 단순한 유통 플랫폼이 아니라 STO 시대 전체의 인프라를 결정하는 핵심 제도"라며 “어느 컨소시엄이 인가를 받느냐가 향후 수년간 국내 시장 구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증시 빠져나가는 돈 잡아라”…은행권, 요구불예금 잡기 각축전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4000선을 돌파하는 등 한 달 새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자 은행권의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 가능 예금)이 빠져나가 증시로 향하고 있다. 은행권은 일제히 예금 금리를 인상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쏟아내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 머니무브 방어에 나서는 모양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이달 11일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14조9221억원으로 9월 말 648조3154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33조3933억원 감소했다. 10월 말 627조4757억원 대비해서도 12조5536억원이 줄었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하루 평균 1조1412억원가량 빠져나가고 있다. 증시가 지난달 들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는 투자처로 부상하자 시중 자금이 예금에서 증시로 이동하는 흐름이 급격하게 나타난 것이다. 코스피지수(종가 기준)는 지난 9월 30일 3424.60포인트였지만 이달 3일 기준 4221.86포인트로 한 달 만에 23.3% 급등했다. 이에 5대 시중은행에서 이달 들어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2.70~2.75%대로 인상하는 등 수신 금리를 조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월 이후 동결하고 있음에도 일제히 예금 금리 인상을 택한 것이다. 지난 10일 이후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의 12개월 만기 금리는 2.65%에서 2.70%로 0.05%p 올라갔다. 지난 3일 2.60%에서 연 2.65%로 인상한데 이어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같은 날 하나은행은 '하나의 정기예금' 12개월 만기 금리를 2.65%에서 2.70%로 올렸다. 우리은행은 그보다 앞선 8일부터 개인 고객 대상 'WON플러스예금 금리'를 기존 2.65%에서 연 2.75%로 0.1%p 인상했다.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 행렬은 지난 9월 말경 시작됐다. 9월 3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2개월 만기 금리는 연 2.50%, 농협은행은 2.55% 수준을 보였지만 지난달 28일 5개 은행의 12개월 만기 예금금리는 일제히 연 2.60%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선 추가 인상을 이어오며 12개월 예금 금리가 2.70%를 넘어섰다. SC제일은행의 경우 최근 'e-그린세이브예금'의 12개월 만기 최고 금리를 기존 연 2.85%에서 연 3%로 0.15%p 올려 3%대 금리 상품까지 나타났다. 카카오뱅크는 정기예금과 자유적금 상품의 금리도 최대 0.15%p 인상했다. 12개월 만기 기준 정기예금의 금리는 2.70%에서 2.85%로, 자유적금의 금리는 2.90%에서 3.05%까지 상승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타 업권과 결합한 상품과 서비스도 속속 쏟아내며 고객 잡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하나은행은 증권과의 금융 서비스를 통합한 '모두 다 하나통장'을 선보였다. 하나은행 입출금 계좌에 증권계좌를 결합함으로써 증권계좌로 자금을 별도 이체할 필요 없이 하나은행 계좌 잔액으로 바로 주식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이 통장은 국내·해외 주식 거래를 모두 지원한다. 파킹통장형 입출금상품으로 구성해 200만원 이하 예치금엔 최고 연 2.5%금리(세전)를 제공하며, 우대금리의 우대항목 중 1가지 이상을 충족하면 다음 달부터 거래하는 모든 이체 및 출금수수료를 횟수 제한 없이 면제한다. 인터넷전문은행에선 타 증권사와의 협업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0일 적금을 납입하면 증권 거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26주적금with키움증권'을 출시했다. 개좌 개설 후 매주 연속 자동이체 납입하면 9회에 걸쳐 주식거래지원금, 펀·채권 쿠폰, 해외 소수점 주식 혜택 등을 제공한다. 당분간 은행권은 증시로 흘러가는 자금의 유출을 막기 위해 각종 특판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고객이 자금을 증시로 옮기기 전 하루라도 파킹통장에 보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연 3%~4%대에 달하는 금리를 내세운 파킹통장도 선보인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금이 증시로 옮겨가는 현상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기 때문에 잠시라도 은행을 거쳐가게 하는 상품을 출시하거나 파킹통장 예금 금리를 강화하는 방식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AI 거품론에도 서학개미 엔비디아 등 美 빅테크주 ‘줍줍’

인공지능(AI) 거품론으로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는 가운데 서학개미들이 최근 일주일 새 엔비디아를 4천억원 넘게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지난 7∼13일)간 국내 투자자가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위는 엔비디아로 총 2억9000만 달러(약 4230억원)를 순매수했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8300만 달러, 이하 순매수 규모)와 AI 기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8200만 달러)도 각각 순매수 상위 4위와 5위에 올랐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7200만 달러)은 7위, 민간 우주기업 로켓 랩(5300만 달러)은 10위를 각각 차지했다.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절반이 빅테크 기업인 셈이다. 이들 종목 대부분은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AI 거품론'에 직격탄을 맞고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가령 이달 초 200달러를 넘었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13일 186달러대로 떨어졌고, 메타 역시 이달 초 640달러에 가까웠으나 지난 13일 610달러선을 밑돌았다. 시장 일각에서는 최근의 AI 열풍이 1990년대 말 '닷컴버블'과 유사하다고 지적하는 'AI 거품론'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오픈AI가 엔비디아로부터 최대 1000억달러를 투자받아 다시 엔비디아 칩 수백만 개를 구매한다는 전략적 파트너십이 발표되자 '순환적 거래'라는 의구심이 커졌다. 최근에도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인물로 유명한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도 빅테크들이 실제보다 칩의 감가상각 비용을 축소하는 분식회계로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며 AI 거품론을 부추겼다. AI 거품론과 미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가 맞물리며 최근 일주일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됐고 그로 인한 여파가 국내 증시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러나 서학개미들은 최근 변동성을 오히려 추가 매수의 기회로 삼았다. 국내 증시 자금 지표상으로도 투자 심리는 여전히 견조해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 중 하나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가장 최신치인 지난 13일 기준 26조2515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이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 찾지 않은 돈인 투자자예탁금도 지난 13일 기준 82조5845억원으로 80조원대를 유지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확대될 변동성에 대비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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