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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서비스업 매출 증가폭 ‘역대 최소’…디지털 전환 가속

지난해 서비스업 매출 증가 폭이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통 업종의 성장 둔화 속에서 디지털 산업 중심의 구조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청년 창업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18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서비스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서비스업 매출은 3181조원으로 전년보다 57조원(1.8%) 증가했다. 증가폭과 증가율 모두 지난 2020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비스업 매출은 전년 대비 2021년 10.7%(272조), 2022년 8.3%(235조), 2023년 2.3%(70조)로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증가 폭은 해마다 축소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수리·개인서비스업(10.1%), 전문·과학·기술업(8.7%) 등에서는 매출이 늘었으나 부동산업(-3.6%)과 도소매업(-0.2%)에서는 감소했다. 비중은 도소매업이 1717조원(54.0%)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고 전문·과학·기술업 265조원(8.3%), 보건·사회복지업 224조원(7.0%) 순이었다. 도소매업 매출은 1721조원에서 1717조원으로 4조원(0.2%) 줄며 2년 연속 감소했다. 비대면 소비와 온라인 쇼핑 확대로 전자상거래 소매업 매출은 늘었지만 자동차 판매 감소와 상품 종합 도매업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업 매출은 212조원에서 205조원으로 8조원(-3.6%) 감소했다. 공사·자재비 상승과 수요 위축에 따른 미분양 증가로 부동산 개발·공급업 매출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숙박·음식점업 매출은 211조원에서 219조원으로 8조원(3.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숙박업 매출은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여행객 증가에 따른 호텔업 등 숙박업 매출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음식·주점업 매출은 199조원으로 전년보다 3.7% 늘었다. 정보통신업 매출은 204조원에서 211조원으로 8조원(3.8%) 증가했다. 고품질 영상 콘텐츠 시장 확대와 디지털 산업, AI 등 첨단 기술 기반 IT 서비스 산업 성장의 영향이다. 보건·사회복지업 매출도 209조원에서 224조원으로 15조원(7.1%) 늘었다. 서비스업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됐다. 디지털 플랫폼과 거래하는 사업체 비중은 22.0%로 전년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소매업이 31만1000개로 가장 많았고, 음식·주점업은 17만1000개였다. 무인 결제기기를 도입한 사업체 비율은 6.7%로 0.7%포인트 높아졌다. 음식·주점업의 무인 결제기 사용 비중은 10.1%, 숙박업은 7.9%였다. 배달(택배) 판매를 하는 사업체 비중은 43.8%로 2.0%포인트 상승했고, 소매업은 51.9%, 음식·주점업은 32.3%로 집계됐다. 청년 창업의 관심 업종도 과거 전통적인 서비스업 중심에서 디지털·콘텐츠·온라인 산업 중심으로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이 같은 날 공개한 최근 10년(2015~2024년) 청년(19~34세) 창업 동향 분석에 따르면 청년 창업자 수는 증가세를 이어오다 2021년 39만6000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돼 작년에는 35만명을 기록했다. 온라인 마켓 등 비대면 소비 문화가 확산되고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전자상거래업, 해외직구대행업, 미디어콘텐츠창작업 등 온라인 기반 사업의 지속적인 확장세가 두드러졌고 SNS 마켓과 광고대행업 등 플랫폼 기반 업종 역시 청년 창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달러 ‘유입 전환’ 승부수...정부, 외환건전성 규제 대폭 완화

원·달러 환율이 고점을 높여가는 가운데 정부가 외환 수급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제도 손질에 나섰다. 외채 억제에 초점이 맞춰졌던 기존 외환건전성 틀을 조정해 외화 유입을 막기보다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선회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18일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을 발표하고, 금융권의 외화 운용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경로를 넓히는 대책을 내놨다. 최근 내국인의 해외 투자 확대 등으로 외화 유출 압력이 커진 만큼 과거 위기 대응용 제도가 현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우선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 관리 규제부터 숨통을 틔운다. 당국은 고도화된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른 감독상 조치를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 제도는 위기 시나리오를 전제로 금융회사의 외화자금 대응 능력을 점검하는 장치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유동성 확충 계획 제출을 요구한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이 제재를 의식해 필요 이상으로 외화를 쌓아두는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외국환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외국계 은행 국내법인의 선물환포지션 비율 한도는 현행 75%에서 200%로 상향된다. 과거 대규모 외화 유입과 외채 급증을 막기 위해 도입된 규제가 현재는 외국계 은행의 영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외화 유입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업의 외화 조달 경로 역시 넓어진다. 외국환은행은 앞으로 수출기업의 국내 시설투자뿐 아니라 운전자금 목적의 원화 용도 외화대출도 취급할 수 있게 된다. 해외에서 조달한 외화를 국내로 들여와 환전할 경우, 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정부는 앞서 제한적으로 허용했던 외화대출 대상을 이번 조치로 한층 확대했다. 자본시장 문턱도 낮춘다. 외국인이 국내 증권사 계좌 없이도 현지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외국인 통합계좌' 활성화를 추진한다. 해외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여 코스피 시장으로의 신규 자금 유입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외국기업의 외환거래 불확실성 해소도 병행된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은 전문투자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안내해, 외환파생상품 거래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요구되던 사전 확인 절차와 증빙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해석의 혼선으로 인한 거래 불편이 국내 투자와 원화 보유를 가로막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번 조치와 관련한 세부 후속 작업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외환시장으로의 추가 외화 유입을 통해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고, 환 헤지 수요 확대를 계기로 외화자금 시장의 유동성도 한층 두터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박영범의 세무칼럼] 국세 탈세 제보, 최대 40억 원 포상금 받는 방법

최근 국세청은 수사 기관으로 받은 자료에 따라 탈루 세액을 추징했다며 탈세 제보자의 탈세 제보 포상금 지급을 거부하였으나, 조세심판원은 그 내용이 탈세 제보에 따른 고발·제출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라며 탈세 제보 포상금 지급을 거부한 것은 잘못이라고 결정하였다. 국세청은 다양한 탈세 및 위반 행위 제보를 받아서 실제 세무 조사 결과 추징 세액이 5천만 원 이상 있으면 최소 1천만 원에서 최대 40억 원까지 탈세 제보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체납자의 숨긴 재산을 발견하여 제보하면 최대 30억 원의 포상금을 현금 징수액에 따라 5~20% 지급률을 곱하여 지급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탈세 제보는 탈루 세액 등이 5천만 원 이상 납부되고, 국세기본법에 따른 불복 제기 기한 경과 또는 불복 청구 절차가 종료하여 부과 처분을 확정한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2개월 이내에 최소 1천만 원에서 최대 40억 원 한도로 지급한다. 형사처벌을 받는 조세범칙행위에 대한 탈세 제보는 통고의 이행 또는 재판에 의한 형이 확정된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2개월 이내에 지급한다. 탈세 제보는 특정 개인이나 법인이 탈루 세액 또는 부당하게 환급·공제받은 사실을 제보자의 인적 사항을 실명으로 기재하고 특정한 개인이나 법인의 구체적인 탈세 사실 등을 기술한 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빙을 첨부한 중요한 제보 자료를 국세청 및 각 지방국세청, 탈세 혐의자 주소지 또는 사업장 관할 세무관서 서면으로 접수하거나, 인터넷 국세청 홈택스(hometax.go.kr)–상담 제보–탈세 제보에 등록하면 된다. 탈세 포상금은 가명 또는 타인 명의로 제보하거나, 자료 제출 당시에 세무서에서 이미 확인 중인 자료 및 공무원이 그 직무와 관련하여 자료를 제공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없다. 탈세 제보의 대표적 사례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유명 음식점이 이중장부를 작성하여 비밀 장부에 기재된 현금 매출액을 탈루하고 아들 명의 계좌에 입금하여 관리하고 있으며 비밀 장부는 업무시간에는 음식점 카운터 아래 서랍에 보관되어 있으며 퇴근 시 사장이 자택으로 가지고 출퇴근하고 있다는 제보와 계좌 명세서와 비밀 장부 일부 사본 증빙을 첨부하여 수천만 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그리고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법인이 '00년~'00년 기간 동안 거래처 모모 실업으로부터 실제 10억 원을 매입하였으나 20억 원을 매입한 것으로 세금계산서를 수취하여 대금을 지급한 후 차액 10억 원을 대표자 명의 계좌로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하였다는 제보와 계좌 명세서와 (㈜법인의 실제 거래 내역 내부 엑셀 파일을 첨부하여 수억 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탈세 제보가 채택되지 않은 사례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살고 있는 A 씨가 특별한 직업도 없이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수억 원대 재산가라며 자랑하고 있으니, 자금출처를 철저히 조사하여 보면 탈세한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내용은 국세청이 막연한 풍문에 의한 제보로 판단 채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2월까지 서울 마포구에 있는 휴대전화 가게에서 일용근로자로 근무하였으나 4대 보험 적용은 물론 퇴직금조차 받지 못하고 부당해고 되었다며 악덕 업자에 대해서 철저한 세무조사를 바란다는 내용의 제보는 본인과 원한 관계에 의한 막연한 제보로 채택되지 않았다. 이처럼 국세와 관련이 없는 임금 체불, 의료보험 관련 사항, 개인의 원한 관계나 이해관계에 의한 고발, 막연한 심증과 풍문에 의한 탈세 혐의 제보와 구체적인 증빙 없는 추측성 제보는 채택하지 않고 세무조사 자료로 활용하지도 않는다. 탈세 제보는 실명으로 구체적인 탈세 상황과 증빙을 첨부하여야 채택되고 최대 40억 원 포상금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박영범

8개월만에 1480원 찍은 환율...한은 총재 “위기라 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 강세 여파로 다시 가파르게 오르며 1480원선 턱밑까지 치솟았다. 장중에는 8개월여 만에 1480원을 돌파하며 고점을 새로 썼다. 환율 급등세가 이어지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위기라 할 수 있고 걱정이 심하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8원 오른 1479.8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이날 1474.5원으로 출발해 한때 하락세를 보였지만 오전 11시를 전후해 방향을 틀어 상승 흐름으로 돌아섰다. 오전 11시8분께에는 1482.3원까지 뛰어 지난 4월 9일 이후 장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1480원선을 웃도는 수준에서 등락을 이어갔다. 종가 기준으로도 4월 9일(1484.1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 체결한 외환스와프를 실제로 가동한 것으로 전해진 뒤 환율이 잠시 주춤했지만 상승 압력을 뚜렷하게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장에서는 이날 환율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달러 강세를 지목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오전 98.17 수준에서 오후 들어 98.47선까지 빠르게 올랐다. 같은 시각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52.74원으로 전날보다 소폭 하락했고, 엔·달러 환율은 155엔대 중반에서 움직였다. 이날 오후 한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이창용 총재는 최근 환율 흐름에 대한 위기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전통적인 금융위기는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원·달러 환율 수준에 대해 “위기라 할 수 있고 걱정이 심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가 순대외채권국이라는 점을 들어 금융시스템 붕괴나 국가 부도 위험으로 이어질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현재 순대외채권국이기 때문에 원화가 절하되면 이익 보는 분들도 많다"며 “금융기관이 넘어지고 국가 부도 위험이 있는 금융위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환율이 물가와 분배 구조에 미치는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우리 내부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 보는 사람이 극명히 나뉜다"며 “(고환율 때문에) 사회적 화합이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0.3%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환율이 현재 수준을 내년까지 유지하면 물가상승률은 기존 전망치(2.1%)를 웃도는 2.3%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이 총재는 최근 환율 급등의 배경으로 글로벌 요인 못지않게 국내 외환 수급 요인을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환율 수준이 1400원대 초반부터 시작해 미국 달러화가 안정되는데도 한동안 계속 오른 데는 내부적 요인이 컸다"며 “환율이 불필요하게 올라간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변동성뿐 아니라 레벨(수준)에서도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역할을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이 총재는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이 함께 논의 중인 '뉴 프레임워크'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때 거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서 자산 운용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연금이 환 헤지 개시 및 중단 시점을 덜 투명하게 해야 한다"며 “패를 다 까놓고 게임을 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를 둘러싼 이른바 '서학개미 책임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특정 그룹을 탓하는 것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며 “한미 간 경제성장률 차이, 금리 격차, 코리아 디스카운트 같은 구조적 요인들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걸 고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책 담당자로서는 단기적 수급 요인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연간 2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이 환율 상승 요인이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한은이 외환시장에 위협을 주는 정도로 대미 투자액을 줄 생각은 없다"며 “대미 투자를 원인으로 원화가 장기적으로 절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은은 외환보유고의 이자·배당 수익으로 자금을 공급해야 하는데,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기자의 눈]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아니다

식민 지배, 전쟁, 군사독재, 외환위기. 한국 근현대 경제사를 꿰뚫는 핵심 키워드다. 파란만장한 역사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구조를 탄생시켰다. 옥스퍼드 사전에도 등재된, 대체 불가능한 한국 고유의 단어 '재벌(Chaebol)'이다. 재벌 대기업 중심 경제 발전은 우리나라를 빠르게 선진국 반열에 올리는 데 기여했다. 석유 한 방울 없는 나라가 글로벌 석유화학제품 생산거점으로 거듭났다. 기술·자본 모두 부족했던 삼성은 '반도체 초격차 신화'를 썼다. 국민들도 마음속으로 '한국 기업'을 응원했다. 해외에서 삼성·현대차의 로고를 보면 많은 이들이 묘한 뿌듯함을 느낀다. 100년 넘게 이어진 독립운동정신의 연장선인 듯하다. 외국계 자본이 우리 기업 지분을 사들이면 이를 '공격'이라고 표현한다. 정부는 대기업 총수를 '동일인'이라고 지정하며 별도로 관리한다. 글로벌 스탠다드 관점에서는 어느 하나 평범한 게 없다. 문제는 어느 순간 재계가 '한국의 특수성'과 '재벌 특혜'를 혼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뜨거운 감자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란 사례가 대표적이다. 재계는 해당 상법 개정에 반대하며 “경영권 방어 수단이 사라진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사주는 주주 전체의 돈으로 사들인 '회사의 자산'이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를 소각하는 게 전세계 자본시장의 상식이다. 특정 총수 개인의 지배력 유지를 위해 이를 우호 세력과 맞교환하는 행위는 배임이라고 보는 게 합당하다. 회사 돈으로 본인 경영권을 지킨다는 생각 자체를 했다는 게 놀랍다.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꽃놀이패'로 활용하는 관행은 재계의 도덕적 권위를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다. 기업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주주 권익을 침해하면서 노동계·정치권을 향해 “법과 원칙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재계가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등에 반대할 때 내세운 명분도 '글로벌 기준'이 아니었나?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고집하는 것은 재계가 '기득권 지키기'에 스스로 매몰돼 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명분이 무너지면 시장, 주주, 국민 모두 기업의 편에 서지 않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청년 36%만 “일자리·소득 만족”…고용·소득·주거가 결혼·출산 직결

우리나라 청년 가운데 일자리와 소득에 만족하는 비율이 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형태와 소득 수준, 주택 보유 여부는 결혼과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17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 청년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임금근로자 중 일자리에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청년은 36%에 그쳤다. 이 보고서는 청년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첫 사례로, 19∼34세를 대상으로 건강 여가 고용 임금 신뢰 공정 주거 등 12개 영역 62개 지표를 분석했다. 2013년(27.0%) 대비 약 10%포인트(p) 상승했지만 여전히 30%대였다. 연령대 별로 30∼34세는 33.8%로 19∼24세(39.8%)와 25∼29세(36.0%)에 비해 낮았다. 2015년 이후 청년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다만 30대 초반은 2021년 34.5%에서 소폭 하락했다. 소득 만족도는 더 낮았다. 청년층 가운데 소득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27.7%에 그쳤다. 10년 전(12.8%)보다는 두 배 이상 높아졌지만 체감은 여전히 냉랭하다. 특히 30~34세는 과거 조사에서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20대보다 낮아졌다. 사회에 본격 진입한 뒤 마주한 현실이 그만큼 팍팍해졌다는 의미다. 경제적 불만족은 심리적 위기로 이어지고 사회에 대한 신뢰도도 크게 흔들렸다. 작년 청년층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4.4명으로 전년보다 1.3명 상승했다. 연령별로는 30~34세가 28.5명으로 가장 높았고, 25~29세(26.5명), 19~24세(17.7명) 순이었다. 30대 초반 청년의 자살률은 2009년 이후 줄곧 20대보다 높다. 청년층의 대인 신뢰도는 2014년 74.8%에서 작년 20대 53.2%, 30대 54.7%로 약 20%포인트 급락했다. 코로나19 시기에 크게 떨어진 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모습이다. 계층 이동의 희망도 크지 않았다. 본인 노력으로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일 수 있다고 믿는 비율은 27.7%에 불과했다. 나이가 들수록 비관적이어서 19∼24세에서 31.3%였다가 30∼34세는 24.5%로 떨어졌다. 학력 간 인식 차도 커서 고졸 이하(21.6%)는 대학원 재학 이상(41.7%)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대학 졸업자는 26.1%로, 대학 재학·휴학·수료자(32.1%)보다 낮았는데, 이는 사회 진입 이후 계층 상향 이동 가능성 기대가 오히려 약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의 삶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50점이었다.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15∼29세)의 삶의 만족도(2021∼2023년 평균)는 OECD 38개국 중 31위에 그쳤다. 작년 청년(19∼34세) 인구는 1040만4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1%를 차지했다. 전체 인구에서 비율이 2000년 28.0%에서 하락 중이다. 혼자 사는 청년 비율은 25.8%로, 2000년 6.7%에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고시원·고시텔 등 주택 이외 거처에 사는 청년 가구 비율은 5.3%로, 일반 가구(2.2%)보다 많았다. 30∼34세 남성 미혼율은 74.7%로 2000년(28.1%)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여성 미혼율도 10.7%에서 58.0%로 급등했다. 작년 초혼 연령은 남성 33.9세, 여성 31.6세였다. 2000년에는 남성 29.3세, 여성 26.5세였다. 여성의 첫째 아이 평균 출산 연령은 지난해 33.1세까지 늦춰졌는데 2000년에는 27.7세였다. 2021년 기준으론 32.6세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상시 근로 여부와 소득 수준, 주택 보유 여부가 결혼과 출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1983∼1995년생을 대상으로 경제·사회적 조건의 변화가 시간이 지나 결혼과 출산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추적했다. 남녀 모두 최근 세대일 수록 혼인·출산 비율이 더 낮았다. 32세 남성을 기준으로 보면 결혼한 경우가 1983년생은 42.8%로 거의 절반이었지만 1991년생은 24.3%로 떨어진다. 혼인 비율이 가장 높은 남성 32세, 여성 31세를 기준으로 혼인·출산 변화 비율을 추가로 분석했다. 1983년생과 1988년생 남성, 1984년생과 1989년생 여성이 그 대상이다. 상시근로자일 때 상시 근로자가 아닌 집단보다 3년 후 결혼·출산으로 변화한 비율이 더 높았다. 소득수준으로는 평균 소득 초과인 집단에서 혼인·출산 변화 비율이 더 높아졌다. 기업규모로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서 혼인·출산 비율 변화가 가장 낮았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서 일하는 집단일수록 3년 후 결혼하거나 출산한 비율이 낮다는 의미다. 주택 소유 여부도 큰 영향을 미쳤다. 1988년생 남성 기준으로 3년 후 출산 변화 비율은 주택 소유 집단(26.5%)이 미소유 집단(12.5%)보다 2배 이상으로 높았다. 여성 역시 1989년생의 3년 후 출산 변화 비율이 주택 소유는 28.1%, 주택 미소유는 18.5%로 집계됐다. 주택 보유 여부에 따른 격차도 뚜렷했다. 1988년생 남성 기준으로 3년 후 출산 비율은 주택 보유 집단이 26.5%로, 주택 미보유 집단(12.5%)의 두 배 이상이었다. 여성도 1989년생 기준으로 주택 보유 집단의 3년 후 출산 비율이 28.1%로, 미보유 집단(18.5%)보다 높았다. 육아휴직 사용 여부는 둘째, 셋째 출산에 영향을 미쳤다. 남성의 경우 육아휴직 사용자 비율은 9.0%, 미사용자는 91.0%였으며, 3년 후 다자녀 비율은 사용자 46.4%, 미사용자 39.9%로 나타났다. 여성은 육아휴직 사용자 비율이 78.9%로 높았고, 3년 후 다자녀 비율은 사용자 39.2%, 미사용자 30.1%였다. 소득 수준과 기업 규모, 주택 소유 여부로 나눠 봐도 육아휴직 사용자의 다자녀 비율이 더 높았다. 수도권에서는 출산으로 변화한 비율이 낮은 특징이 나타났다. 1983년생 남성의 3년 후 출산 변화 비율은 수도권이 20.6%로 가장 낮았고 충청권(22.8%), 동남권(22.4%)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1988년생 남성의 경우 수도권에서 3년 후 출산 변화 비율이 이보다 낮은 14.5%로 집계됐다. 여성 역시 수도권에서 3년 후 출산 변화 비율이 1984년생 25.7%, 1989년생 18.9%로 가장 낮았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작년 육아휴직 20만명 돌파 ‘역대 최대’…아빠 30% 육박

지난해 육아휴직자가 20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아빠 육아휴직 비중도 30%에 육박하며 '엄마 중심'에서 '부모 공동'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17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육아휴직 통계 결과(잠정)'에 따르면 작년 육아휴직자는 20만6226명으로 전년보다 8008명(4.0%) 증가했다. 임신 중이거나 8세·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대상으로 작년 육아휴직을 새로 시작한 사람만 집계한 수치로 2023년에 시작해 작년까지 이어지는 경우 등은 제외된다. 육아휴직자는 2022년(20만2093명)으로 처음 20만명대를 기록한 뒤 저출생 영향 등으로 2023년 19만8218명으로 감소했으나 작년 다시 20만명대를 회복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출생아 수 증가와 정책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성별로 보면 아빠 육아휴직자는 6만117명으로 전년보다 9302명(18.3%) 급증한 반면, 엄마는 14만6109명으로 1294명(0.9%) 줄었다.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엄마 비중은 70.8%, 아빠는 29.2%로 육아휴직자 10명 중 7명은 엄마, 3명은 아빠인 셈이다. 작년 태어난 아기 부모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34.7%로 전년보다 1.7%포인트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아빠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10.2%로 2.7%포인트 올라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작년 6+6 부모육아휴직제 도입 등 제도 개선 효과로 아빠 육아휴직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생후 18개월 이내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첫 6개월간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반면 엄마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72.2%로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지만 전년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데이터처는 1년 내 육아휴직 사용률 통계도 처음 작성했다. 기존에는 아기가 태어난 연도에 해당하는 해에 쓴 육아휴직을 기준으로 집계했는데 연말 출산, 출산 휴가 등을 고려해 12개월 내로 집계함으로써 초기 육아휴직 사용을 정밀하게 분석한 것이다. 2023년 출생아 부모 가운데 12개월 이내 육아휴직 사용률은 43.7%로 전년보다 3.0%p 상승했다. 아빠의 12개월 이내 육아휴직 사용률은 2015년 1.1%에 그쳤지만, 2021년(10.2%) 10%대에 진입해 2022년 13.5%, 2023년 16.1%까지 늘었다. 엄마의 12개월 이내 육아휴직 사용률은 2015년 68.5%에서 2021년(80.9%) 80%대로 들어섰고 2022년 83.0%, 2023년 84.5%였다. 아빠 육아휴직자는 엄마보다 연령대가 높았다. 아빠 연령대는 35∼39세가 38.7%로 가장 많았고, 40세 이상(32.9%), 30∼34세(24.9%), 30세 미만(3.5%) 순이었다. 엄마는 30∼34세가 42.9%를 차지했다. 35∼39세(33.0%), 40세 이상(14.7%), 30세 미만(9.3%)이 뒤를 이었다. 기업체 규모별로는 대기업 육아휴직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부모 모두 기업체 규모 300명 이상인 기업체에 소속된 비중이 아빠 67.9%, 엄마 57.7%로 가장 많았다. 엄마는 주로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아빠는 유치원 시기에 육아휴직을 많이 썼다. 육아휴직을 2회 이상 사용한 아빠는 전체의 10.5%, 엄마는 21.2%를 차지했다. 출산휴가자 엄마는 8만348명으로 6667명(9.0%) 증가했다.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한 아빠는 1만8293명으로 2122명(13.1%) 늘었다. 출산 엄마는 출산일을 기준으로 59.9%가 취업자였다. 출산 360일 전(67.2%)보다는 취업 비율이 7.3%p 낮아졌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李 대통령 “천하의 도둑놈 심보”…이학재 또 작심 질타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부처 합동 업무보고 자리에서 일부 공직자들의 태도를 강하게 질타하며 “자리가 주는 온갖 명예와 혜택은 다 누리면서도 책임은 다하지 않겠다는 그런 태도는 천하의 도둑놈 심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겨냥해서도 “업무보고는 정치적 논쟁의 자리가 아니라 행정을 하는 자리인데 왜 그걸 악용하는가"라고 지적하며 조직 기강 확립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지식재산처·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관세청과 인천공항공사가 지난해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언급했다. 그는 “1만 달러 이상 외화 반출 문제는 공항공사가 검색을 위탁받아 하게 돼 있더라"며 최근 외화 밀반출 전수조사 지시를 둘러싸고 이 사장이 SNS로 반박한 데 대해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이 자리에서 이렇게 얘기해놓고 뒤에 가서 다른 얘기를 하면 되나"라며 “제가 정치적 색깔을 이유로 누구를 비난하거나 불이익을 줬나. 유능하면 어느 쪽에서 왔든 상관없이 쓰고 있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행정과 정치는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며 “여기는 지휘하고 명령하고 따르는 행정 영역"이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수없이 강조해도 가끔 정치에 물이 너무 많이 들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도 말했다. 이 대통령 발언 직후 이 사장은 SNS에 “단속의 법적 책임은 관세청에 있고 공항은 업무 협조를 하는 것"이라는 해명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의 질타는 한국석유공사에도 이어졌다. 경제성이 확인되지 않은 '대왕고래' 유망구조 시추탐사를 둘러싸고 그는 해외 주요 유전의 생산 원가가 배럴당 40∼50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대왕고래에서 석유나 가스가 나온다고 했을 때 생산 원가는 얼마로 추산했었냐"고 물었다. 석유공사 측이 “변수가 많아서 추정치가 없었을 것"이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계산을 안 해봤다는 것인가. 변수가 많으면 개발을 안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아무 데나 막 파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대책과 관련해서도 강한 어조를 이어갔다. 그는 “기술탈취는 많이 가져오면 성공한다는 점에서 국가 간 전쟁으로 느껴진다"며 “대응을 잘해야 할 것 같은데 과징금 최대 20억원은 너무 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처벌로는 별로 실효성이 없다. 수사하는 데도 엄청난 역량이 들고 처벌해도 집행유예 나와서 실질적인 제재가 안 된다"며 “만약 탈취한 기술로 1000억원 벌었는데 과징금 20억원만 내면 된다면 (나라면) 막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징금을 기업 매출 대비 얼마, 아니면 기술탈취로 얻은 이득의 몇 배로 규정해야 실제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온누리상품권 정책에 대해서도 구조적 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중기부의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사용처 확대 방침을 언급하며 “온누리상품권은 사용 지역 제한 없이 사용처만 제한돼 있다"며 “이걸 계속 늘리면 결국 지역화폐와 사용처가 겹치게 될 텐데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화폐의 취지는 소상공인 매출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특정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데 있다"며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소비자가 일정한 불편함을 감수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해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날 원전 지식재산권 분쟁과 관련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협상 논란을 거론하며 “어떻게 20∼25년이 지났는데 계속 자기 것이라고 한국 기업에 횡포를 부리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얼마 전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원자력 기술 때문에 이상한 협약을 맺었느니 마느니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체코 원전 수출 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수원·한전이 지나치게 양보한 채 분쟁을 정리한 것 아니냐는 정치권의 문제 제기를 에둘러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한은 “내년 물가 상승률 2% 수준”...변수는 환율

한국은행이 내년 경기 회복 국면에서도 근원물가 상승률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세가 살아나더라도 물가에 가해지는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판단이다. 한국은행은 17일 공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제가 점진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물가 상방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식료품과 에너지 등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내년에도 2.0%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경기와 물가가 통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현재와 같이 국내총생산(GDP)이 장기 추세를 밑도는 이른바 '마이너스 GDP 갭' 국면에서는 그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기 회복 초기 단계에서는 성장 속도가 완만한 만큼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최근 경기 개선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수출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물가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과거 IT 혁명기나 클라우드 서버 도입기와 마찬가지로 특정 산업의 성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기 전까지는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비용 측면에서도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근원상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는 당분간 하락 흐름을 보이며 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근원서비스 가격에 중요한 인건비 역시 최근 임금 상승률이 장기 평균을 밑돌고 있어 물가 자극 요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환율과 관련해서는 영향이 주로 비근원 품목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입 비중이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고환율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근원물가로의 파급 가능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李 대통령 “햇빛·풍력연금 신안군처럼…송전망 확충 국민펀드 검토”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전남 신안군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두고 모범적 사례라고 평가하며 “신안군 담당 국장이 엄청 똑똑한 것 같다"며 “데려다 쓰든지 하는 것도 검토해보라"고 말했다. '햇빛 연금·바람 연금'으로 불리는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이익공유 제도의 전국 확산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성과를 만들어낸 실무 공무원을 제도 확산의 핵심 인물로 직접 지목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사회연대경제 관련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신안군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 “신안군 내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려면 주민 몫으로 30%가량 의무 할당하고 있지 않느냐"며 “아주 모범적 형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의 군은 전부 인구소멸 위험지역인데 신안군은 햇빛 연금 때문에 인구가 몇 년째 늘고 있다"며 “이것을 전국적으로 확산 속도를 빨리하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신안군의 재생에너지 사업이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 성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체계적으로 대규모 사업을 하는 데다 주민 몫도 확실하기 때문에 저항 없이 햇빛 연금이 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나가다 우연히 (인터뷰를) 봤는데, 신안군의 담당 국장이 엄청 똑똑한 것 같다"며 “데려다 쓰든지 하는 것도 검토해보라"고 했다. 기후부가 보고한 사업 확산 계획을 두고는 속도 조절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리가 3만 8000개인데 2030년까지 500개를 하겠다는 것이냐. 쪼잔하게 왜 그러느냐"고 농반진반으로 지적했다. 그는 “남는 게 확실하지 않으냐"며 “재생에너지는 부족하고 수입은 대체해야 하고, 공기와 햇빛은 무한하고, 동네에는 공용지부터 하다못해 도로, 공터, 하천, 논둑, 밭둑 등 노는 묵은 땅이 엄청 많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부족 사태가 곧 벌어질 텐데, 빨리 개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송전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국민 참여형 투자 방식도 제안했다. 그는 “송전 시스템도 구매가 보장되는 것 아니냐. 그것을 왜 한국전력이 빚 내서 할 생각을 하느냐. 민간자본, 국민에게 투자하게 해 주시라"며 “국민은 투자할 데가 없어서 미국까지 가는데, 민간 자금을 모아 대규모 송전시설을 건설하면 수익이 보장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자칫 민영화 논란으로 확산할 수 있어 그동안 못 했다"고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민영화라는 건 특정 사업자에 특혜를 주니 문제인 것이지, 국민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펀드 형태는 다르다"며 “완벽한 공공화"라고 선을 그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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