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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재계 팀코리아, 성공개최 ‘민간외교 총력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한국 민주주의 회복을 알리는 역사적 이벤트라면,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은 한국 경제의 저력을 보여줄 대형 쇼케이스가 될 것입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재계 주요 기업들이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팀 코리아'로 뭉쳤다. 주요 거점에서 행사를 홍보하는 동시에 방문객들의 이동 지원, 불꽃·드론쇼 개최 등에 나서며 행사 운영 전반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세계 21개국에서 정상 및 글로벌 CEO들이 대거 모이는 자리인 만큼 국격을 높이는 동시에 자사 이미지를 제고하는 '두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행사 성공적 개최를 돕기 위해 친환경 미래 교통 솔루션으로 각광받는 수소버스 20대를 지원한다. 세계 각국 참가자들이 머무를 부산, 포항, 경주 등 경상권 지역과 경주 예술의 전당을 오가는 수소 셔틀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공식 의전차량을 지원한다. 각국 정상과 배우자 의전에는 G90(113대), 장관급에게는 G80(74대)를 쓸 계획이다.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 3대와 유니버스 모바일 오피스 2대 등도 제공한다. 현대차는 한국의 수소 및 미래 모빌리티 기술력 알리기에도 나섰다. 경주시 일원에서 수소를 비롯해 '목적기반모빌리티(PBV)와 로보틱스 사업의 핵심 기술을 보여주는 다양한 전시 및 행사를 진행한다. LG그룹은 '행사 홍보'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8월 말 민간기업 중 처음으로 APEC 정상회의 준비기획단과 '홍보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전세계를 누비고 있다. LG그룹은 지난달 30일부터 경주에서 운행 중인 시내버스 중 절반 가량(70대)을 활용해 APEC을 알리는 래핑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광화문, 시청, 명동, 홍대입구역, 강남 코엑스, 파르나스호텔 등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주요 지역의 7개 대형 전광판에서 APEC 공식 홍보영상을 송출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런던 피카딜리광장 등 세계적 명소에 위치한 대형 전광판에서도 같은 영상을 내보냈다. 롯데그룹은 유통·식품·관광 등 강점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롯데호텔은 APEC 주요 공식 행사에서 케이터링 전반을 담당하고 롯데호텔서울은 세계적인 셰프 에드워드 리와 협업해 정상회의 오찬과 만찬을 준비하는 식이다. 이밖에 롯데제이티비는 경북 포항 영일만항에 총 1100개 객실 규모 숙소용 크루즈 2대를 임시 숙소로 운영한다. 롯데웰푸드, 롯데GRS, 롯데칠성음료 등 식품 계열사들은 홍보 부스를 마련해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K-푸드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오는 31일 개최되는 갈라 만찬에서 불꽃쇼와 드론쇼를 선보일 계획이다. 정상회의의 하이라이트인 갈라 만찬에서 5만발의 불꽃과 2000여대의 드론으로 경주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 놓는다는 구상이다. APEC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활동도 펼친다. 한화그룹 자체 광고 영상에 APEC 파트너십 로고를 반영하면서다. 해당 영상은 APEC 관문인 서울역, 경주역, 김해공항 디지털 옥외광고, KTX 객실 스크린, CEO 서밋 및 퓨처테크포럼 행사장 액정표시장치(LED) 등을 통해 지속 송출된다. 한국 경제·기업들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도 이어진다. SK그룹은 오는 28일 'APEC CEO 서밋' 부대행사로 '퓨처테크포럼 인공지능(AI)'을 주관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의 AI 생태계 육성 경험을 공유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특히 APEC CEO 서밋을 주관하는 대한상의 회장이기도 하다. 해당 부대 행사 의장을 맡으며 APEC 행사 성공 개최를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지난 10~12일에는 행사의 성공적 개최와 양국 비즈니스 협력 확대를 위해 중국을 찾았다. APEC 차기 의장국인 중국의 관심과 협조를 요청하는 차원이다. 삼성전자는 APEC 행사장 내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두 번 접히는 신형 폼팩터 스마트폰 '트라이폴드'를 최초로 공개했다.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집약한 신모델을 공개하며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알리는 동시에 현장을 찾는 글로벌 IT 관계자들의 이목을 잡겠다는 계산이다. HD현대는 글로벌 1위 조선 기술을 소개하고 글로벌 협력을 모색하는 데 집중한다. 27일 APEC CEO 서밋 부대행사 '퓨처 테크 포럼: 조선'을 개최하고 산업 현황을 공유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인공지능(AI)은 선박의 지속가능성 및 디지털 제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산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긴밀한 글로벌 혁신 동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혁신 기술 △생산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 조선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 등 조선업의 미래 비전과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재계에서는 기업인들이 미국과 관세협상 등 굵직한 외교 현안 관련해서도 '지원 사격'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 등을 만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기선 회장이 조선업의 미래에 대해 언급하며 '미국과 전략적 협업'을 강조한 것도 외교적 측면에서 활용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을 찾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만날지도 관심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모임'을 갖기도 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글로벌 정재계 주요 인사들을 초청한 이날 행사에서 한국 기업인들은 APEC 관련 세일즈 활동을 전개했다고 전해진다. 대한상의는 이번 APEC 개최의 경제효과가 약 7조4000억원, 고용 창출은 2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주=여헌우 기자 yes@ekn.kr

[경주 APEC] 글로벌 리더 총출동 CEO 서밋 특별행사는 ‘K-콘텐츠 향연’

오는 31일까지 나흘간 경주에서 열리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세계 각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인들을 위한 문화체험 특별부대행사가 열려 눈길을 끈다. 28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CEO 서밋 특별부대행사에 선보일 프로그램은 미술전시, 뷰티·웰니스 프로그램, 와인·전통주 페어 등으로 다양하다. 경주 플레이스씨(Place C) 갤러리에서 열리는 미술전시 행사에는 김수자, 김종학, 이배, 하종현 등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10인이 참여해 회화, 조각, 설치, 도자, 사진, 미디어아트 등 34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행사를 기획한 이지윤 숨프로젝트 감독은 “20년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APEC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문화가 언어와 국경을 넘어 인간의 감각으로 세계를 잇는 가장 진실한 소통의 형태임을 보여주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주 황룡원 중도타워에서는 뷰티·웰니스 행사가 열린다. 각국 정상 및 글로벌 기업인 배우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화장품 제조, 싱잉볼 사운드 테라피, K-뷰티 메이크업 쇼케이스 등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싱잉볼 사운드 테라피는 자연의 주파수인 432Hz로 조율된 사운드 파동을 통한 신체·정신적 회복을 추구하는 치료 요법이다. 경주 예술의 전당 실외공간에서 열릴 와인·전통주 페어는 'Taste APEC: 21 in a Glass'를 주제로 개최된다. 21개 회원국의 다양성을 한잔에 담아 연결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각자 역사·기후·문화를 담아낸 주류를 한 자리에 모아 세계의 다양성과 조화를 경험하자는 의도다. 행사장에는 회원국을 대표하는 주류들을 통해 각국의 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세계 주류 순례 공간이 조성됐다. 참석자들은 '한국관(K-Heritage Liquor)'을 시작으로 아시아–오세아니아–미주 순으로 부스를 순회하며 각 지역의 주류 문화를 배우고 직접 시음할 수 있다. 한국관에서는 지역별 대표 양조장과 협업해 만든 탁주·증류주·와인 등 다양한 제품을 전시한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APEC CEO 서밋 부대행사는 한국의 기술력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해 세계 리더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자리"라며 “산업과 문화의 경계를 넘어 한국의 창의성과 감성을 세계와 나누는 새로운 외교무대이자 협력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주=여헌우 기자 yes@ekn.kr

[잼코노미] 코스피 4000 시대 개막…‘개미와 한 배 탄 李대통령

코스피 지수가 지난 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지난 6월 3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전 코스피 종가가 2698.97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집권 4개월여 만에 지수가 49.79% 급등한 셈이다. 지난 6월 20일 3년 6개월 만에 3000선을 회복한 코스피 지수는 7월 14일 32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곧바로 3500선을 넘고 이달 들어서도 꾸준히 상승해 4000 고지를 밟았다. 윤석열 정부도 집권 3년 동안 세액공제·금투세 폐지 등 개인투자를 독려했지만 지수는 3000선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집권하자 마자 계속 상승세를 타며 마침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코스피 5000' 시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적극적으로 관련 정책들을 추진해왔다. “주식시장 활성화가 국민의 건전한 자산 증식을 위한 가장 쉽고 빠른 길"이라는 소신을 정책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취임 일주일 만에 첫 외부 일정으로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불공정거래 엄단을 지시했다. 이후 증시 친화 정책은 일사천리로 법제화됐다. 특히 소액주주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 대주주 전횡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실시했다. 국회가 정부·여당 발의로 이사 충실의무 확대와 전자주주총회 도입(1차),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2차) 등 상법 개정을 연이어 처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현재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또 부정거래 예방 정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출범시켜 불법이익 의심계좌 우선 동결, 부당이득 최대 2배 과징금,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강력 대응하고 있다. 대책 발표 두 달 만에 1000억원대 주가조작 세력을 조기 적발해 재산을 동결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 대통령은 저서 '결국 국민이 합니다'에서 “나도 한때 개미였다. 잡주에 몰빵해 깡통을 차기도 했지만 이후 우량주 장기투자로 수익을 거뒀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경제정책 부재, 불공정한 시장, 지배경영권 남용 탓이 크다"고 진단한 바 있다.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돈줄을 주식 등 금융시장으로 돌리려는 시도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6·27 대출 규제가 대표적이다. 집값 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월 1만2000건에서 7월 2500건으로 한 달 만에 급감했다. 반면 증시로는 자금이 쏠렸다. 연초 55조원이던 투자자예탁금은 반년 만에 70조원으로 증가했고, 파생상품 예수금과 신용융자잔고를 합치면 증시 주변 자금은 200조원을 돌파했다. 코스피·코스닥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4월 14조원에서 6월 22조원으로 늘어났다. 미국 주식 투자에 나섰던 '서학개미'들도 국장으로 복귀하고 있다. 1월 40억 달러를 순매수했던 미국 주식은 6월 2억 달러 순매도로 전환됐다.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연초 대비 6조원 증가한 21조7836억원을 기록했다. 대외 변수도 코스피 지수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적트럼프 관세 전쟁과 미국 부채 증가 우려로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신흥국 증시로 글로벌 자금이 이동했다. 외국인은 5월 2조원, 6월 3조원을 순매수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달러화 약세로 비달러 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데다 한국의 저평가 여건이 맞물렸다"며 “풀린 유동성이 실물보다 자산시장 수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나서 주식 투자를 하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도 했다. 지난 5월 대선 직전 '1400만 개미와 한 배 탔어요'를 주제로 한 유튜브 방송에서 코스피·코스닥 지수 추종 ETF에 1억원을 투자한 사실을 소개한 것이다. 그는 “제가 은퇴할 때쯤이면 꽤 큰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두 ETF를 각각 2000만원씩, 총 4000만원 규모로 거치식 매수했으며, 이후 코스피200 ETF에는 매월 100만 원씩 적립식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두 상품은 각각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국내 대표적인 지수형 ETF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8일 이후 'KODEX 200'은 60.84%, 'KODEX 코스닥 150'은 31.02% 상승했다. 단순 계산으로 거치식 매수분만 따져도 'KODEX 200'은 약 3210만 원, 'KODEX 코스닥 150'은 약 2620만원으로 불어나 총 1830만원가량의 평가차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통령실 역시 이를 공식 확인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달 “9월 16일 기준 ETF 평가이익 1160만 원, 수익률 26.4%"라고 했다. 당시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이를 '이재명 풋'으로 명명하며 “주식시장 하방 보장선이자 심리적 안전판"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이 스스로 투자자가 됨으로써 정책 신뢰를 담보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1~2년 내 5000 도달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단기 급등보다는 지수를 유지하려면 기업의 펀더멘탈과 산업 경쟁력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코스피가 장기 박스권을 벗어나 4000선을 돌파한 배경에는 정부의 자본시장 신뢰 회복 기조에 더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추진 등 투자 인센티브 정책, 미국 기준금리 인하와 글로벌 유동성 확대,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 등 대외 여건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스피 5000' 돌파는 정부가 무언가를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며 “상법 개정, 금투세 폐지, 양도세 정상화 등으로 이미 환경은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더 고칠 규제도 없는 상황에서 환율 등 외부 변수는 정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며 “결국 기업 실적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1~2년 내 5000 도달 가능성은 있지만 단기간 내 달성은 어렵다"며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그는 “현재 상승세는 AI와 반도체 중심으로 주도되고 있어 전반적인 수익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내년 경제 회복 확실성 확보, 미국과의 무역협상 타결, 트럼프 관세정책의 법적 안정성 등이 '코스피 5000' 달성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정부 대책에도 ‘집값 오른다’ 전망 4년 만에 최고

정부가 잇달아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10월 주택가격전망지수가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2로 전월 대비 10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1년 10월(12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상승 폭으로는 2022년 4월 이후 최대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향후 1년 내 주택가격의 변동 방향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나타내는 지표다.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오를 것'이라고 보는 응답이 '내릴 것'이라는 응답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번 지수 상승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름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번 조사에 대해, 응답자의 약 75%가 조사 첫날인 14일에 답변을 완료해 10월 15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결과에 온전히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6·27, 9·7, 10·15 등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주택가격전망지수가 상승한 데 대해, 6월 수치(120)보다 소폭 높아진 수준으로 소비자들의 주택가격 기대심리가 이전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해석했다. 한은은 소비자들이 현재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바탕으로 응답하는 경향이 크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반적인 소비심리는 다소 위축됐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8로, 9월(110.1)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두 달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며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한·미 무역 협상 지연과 미·중 갈등 재점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심리 위축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현재 생활 형편, 향후 경기 전망, 가계 수입 전망 등 6개 부문 지수를 종합해 산출한다. 100을 초과하면 장기평균(2003~2024년)보다 낙관적, 100 미만이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향후 경기전망 지수(94)가 전월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현재생활형편(96), 생활형편전망(100), 가계수입전망(102), 소비지출전망(110), 현재경기판단(91)은 변동이 없었다. 금리수준전망지수(95)는 2포인트 상승했다. 환율 불안과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1년 후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달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이번 조사는 이달 14일부터 21일까지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김병헌의 체인지] 뜨거운 증시, 거품인가 회복인가

요즘 증시가 뜨겁다. 카카오톡 단체방마다 주가 이야기가 오가고,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요즘은 주식이 답이야"라는 말이 자연스럽다. 반도체, 조선, 방산을 중심으로 주요 종목이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투자심리가 한껏 달아올랐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른바 '미친 장세'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지금의 상승이 실질적인 회복의 신호인지, 아니면 과도한 기대와 유동성이 만든 착시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낙관론자들은 이번 상승을 '정당한 재평가(Re-rating)'로 본다. 그동안 저평가돼 왔던 한국 증시의 구조적 한계가 완화되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다시 한국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과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이던 낮은 배당성향, 불투명한 지배구조, 정책 불확실성이 최근 개선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 역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으며 시장의 체질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기대가 이익을 앞서간다"고 지적한다. 현재 주요 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글로벌 경쟁사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조선주는 미국의 기술주보다, 방산주는 글로벌 방산 대기업보다 비싸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아직 기술력이나 시장 확장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이번 상승이 실적이 아닌 기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실물의 성장 없이 오르는 주가는 언제든 조정받을 수 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회복 중이다. 주요 기관들은 내년 성장률을 1.6~1.9%로 전망한다.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이지만, 그 안에서 구조적 변화의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사이클 회복과 AI 수요 확대의 수혜를 받고 있고, 조선과 방산 업종은 수주 경쟁력 강화를 통해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동시에 2차전지, AI, 바이오 등 신성장 산업으로의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실물은 더디지만 방향성은 분명하다는 평가다. 다만 유동성의 힘은 여전히 막강하다.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며 상승세를 키우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돈의 피난처' 역할을 주식이 대신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거품의 잠재 위험을 내포한다. 실물보다 빠르게 오른 주가는 언제든 되돌림이 가능하다. 결국 지금의 장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와 '유동성 버블의 팽창'이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환율과 물가 또한 증시 흐름의 중요한 변수다. 원화는 2022년 이후 주요국 통화 중 가장 약세를 보였고, 수입 물가 상승으로 체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 그러나 환율 약세를 단순히 경제 취약성의 신호로만 해석하긴 어렵다. 엔저로 반사이익을 누리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고부가 산업 중심의 구조로 재편 중이다. 원화 약세는 수출기업의 수익성 개선을 도와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구조적 과제는 분명하다. 국내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외국인 자금이 충분히 유입되지 않는 현상은 여전하다.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한국의 해외 증권투자는 7917억 달러에 달하는 반면,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2900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내국인끼리 사고파는 '내수형 증시' 구조는 시장의 깊이를 제한한다. 결국 글로벌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상승세의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이 남는다. 지금의 증시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분명 과열의 조짐은 있지만, 그 안에 깃든 구조적 변화의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단기 상승이나 하락의 방향이 아니라 그 상승이 무엇에 기반하느냐이다. 실적과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승은 허상으로 끝나지만, 산업 경쟁력과 제도 개선이 동반된 상승은 진짜 회복의 신호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시장 모두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오르게 하자"는 구호가 아니라 “왜 오르는가"를 냉정히 분석하는 일이다. 산업 혁신 없이는 성장의 바닥을 깰 수 없고, 금융정책의 정상화 없이 자산시장의 균형도 불가능하다. 단기 부양보다 체질 개선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기술, 인력, 제도 — 어느 하나 혁신 없이 버티려는 경제는 결국 정체된다. 지금의 한국 증시는 불안한 거품이자, 동시에 새로운 기회의 문턱에 서 있다. 이 상승이 허상으로 꺼질지, 아니면 진짜 회복의 서막이 될지는 결국 실물경제가 답할 것이다. 결국 시장은 언제나 냉정하다. 실물보다 앞서간 주가는 결국 현실을 따라 내려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하강을 충격이 아닌 조정으로 만드는 것이 진짜 경제의 힘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포도, 맹목적 낙관도 아닌 냉정한 균형감이다.

[EE칼럼] 사이버 안보의 심각성, APEC에서 다뤄져야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은 전쟁의 확산과 함께 또 다른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전력망이나 수도시설 같은 주요기반시설이 사이버 공격에 노출되는 것이다. 폴란드에서는 올해 들어 하루 평균 3천 건이 넘는 해킹 시도가 보고됐고 그중 상당수가 러시아 연계 조직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는데, 병원이나 도시 수도 시설 같은 핵심 기반시설을 노린 공격도 늘어나고 있다. 노르웨이의 수력댐에서도 외부 해커가 방류 밸브를 제멋대로 열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사이버 공격이 데이터나 민감 정보를 유출시키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물리적 재난을 초래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공격은 최근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이미 10년 전인 2015년,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 해커들이 배전망을 공격해 약 23만 가구의 전력 공급이 끊긴 적이 있었다. 2016년에는 수도 키이우의 변전소가 악성코드 '인더스트로이어(Industroyer)'에 감염돼 또다시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에서도 2021년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해킹으로 동부 지역의 연료 공급이 일시 중단되었고, 지난해에는 캘리포니아의 수처리 시설이 해킹돼 화학약품 투입량이 조작되는 일이 있었다. 전력·수도·가스 등 기반시설이 사이버 공격의 새로운 전장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KHNP) 해킹 사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원전 도면과 직원 정보가 유출되며 사회 전체가 긴장했다. 이후에도 통신사, 병원, 공공기관을 겨냥한 대규모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산업 전반의 제어망을 노린 침투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재생에너지, 전기차 충전소, ESS(에너지저장장치)가 연결되면서 공격 표면은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졌다. 사이버 공격의 양상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위협적이 된 지금, 새삼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고로부터 14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막대한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는 이 사고는 거대한 쓰나미라는 자연재해로 인해 촉발되긴 했지만, 전원이 끊겼다는 사실이 본질적인 문제였다. 전원이 끊기자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었고 원자로 내부의 온도가 치솟으면서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며 수소 폭발로 이어졌던 것이다. 당시에는 자연재해가 전기 공급을 멈추게 했다면, 사이버 공격은 인위적으로 같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만약 원자로 제어시스템이 악성코드에 감염된다면 그것은 쓰나미만큼, 아니 그 이상의 참사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도 전력시설을 비롯한 주요기반시설의 사이버 보안 체계를 전면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전력공기업, 정부 부처, 민간업체가 각자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지만, 공격은 이미 통합적으로 진화했다. 특히 에너지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에너지 안보, 나아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심각한 사안이다. 전류가 멈추면 공장과 병원이 멈추고, 교통이 마비되며, 국민의 일상이 무너진다. 따라서 에너지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경제 활동을 마비시키는 수준을 넘어서 사회적 신뢰체계까지 흔들 수 있는 복합적인 위협이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게다가 AI의 발달로 사이버 공격의 복합성은 더욱 커졌다. AI 기술이 전력 수요를 예측하며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해커 역시 AI로 공격을 고도화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전력망의 디지털화는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치명적 취약점을 낳기도 한다. 따라서 원자력·수력·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시설 전반을 아우르는 국가 단위의 통합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 실시간 위협 대응과 복구 체계 강화도 절실한 과제다. 결국 “누가 공격했는가"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사회가 사이버 공격에 “얼마나 복원력(resilience)을 갖추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일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사이버 안보는 방어만으로는 부족하며, 공격을 받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아시아-태평양 차원에서 공유할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전력·통신·에너지망의 사이버 안보는 이제 한 국가만의 과제가 아니다. 회원국들이 이 문제를 공동의 의제로 다루고, 상호 대응과 복원력 강화를 위한 협력의 틀을 마련하는 것을 진지하게 논의할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이 이번 회의를 통해 그러한 논의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글로벌 책임강국'으로 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임은정

“내수 살아나고 수출 견조”...韓경제 3분기 1.2% ‘깜짝’ 성장

올해 3분기 한국 경제가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전 분기보다 1% 넘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3분기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1.2%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이후 6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난 8월 한은이 제시한 전망치(1.1%)를 소폭 상회했다. 최근 몇 분기 동안 우리 경제는 등락을 반복해왔다. 지난해 1분기 1.2% 성장 후 2분기 -0.2%로 떨어졌고, 이후 두 분기 연속 0.1%대의 보합 흐름을 보였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 -0.2%로 뒷걸음쳤으나 2분기(0.7%) 반등에 이어 이번 분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회복 기조를 확실히 굳힌 모습이다. 가계의 씀씀이가 눈에 띄게 늘었다. 3분기 민간 소비는 1.3% 증가해 2022년 3분기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 내구재 소비가 늘었고, 음식·의료·통신 서비스 지출도 함께 확대됐다. 정부 소비 역시 1.2% 증가하며 2022년 4분기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한은은 소비 회복의 배경으로 소비심리 개선과 정부의 소비쿠폰 정책, 전기차 보조금 확대, 의료서비스 정상화 등을 꼽았다. 전공의 복귀로 병원 이용이 늘면서 의료비 지출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정부 소비 증가에는 적극적 재정 집행이 결정적이었다. APEC 정상회의 관련 인건비와 건설 지출, 종합병원 정상화에 따른 건강보험 급여비 확충,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등이 겹치며 소비를 끌어올렸다. 기업 부문에서도 투자 열기가 살아났다. 반도체 생산설비와 법인용 차량을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2.4% 늘었고, 수출도 반도체와 자동차 호조에 힘입어 1.5% 증가했다. 다만 수입 역시 기계·장비·자동차를 중심으로 1.3% 늘어 무역수지는 소폭 개선되는 데 그쳤다. 반면 건설투자는 0.1% 줄어 6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항만·철도·발전소 등 사회간접자본(SOC) 착공이 늘면서 감소 폭은 크게 줄었다. 3분기 성장률을 항목별로 따져보면 내수가 1.1%포인트, 순수출이 0.1%포인트를 끌어올렸다. 특히 내수 기여도는 2분기(0.4%p)보다 크게 개선됐다. 민간 소비가 0.6%p, 정부 소비와 설비투자가 각각 0.2%p씩 성장률을 밀어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은 운송장비·전자·광학기기를 중심으로 1.2% 늘었고, 서비스업도 도소매·숙박음식·금융보험 부문이 회복하며 1.3% 성장했다. 1분기 5% 넘게 감소했던 전기·가스·수도업은 전기업을 중심으로 5.6% 반등했다. 건설업은 토목 부문이 늘었으나 건물 건설 부진으로 전체적으로 전 분기 수준에 머물렀다. 농림어업은 재배업 부진으로 4.8% 줄었다. 3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0.7% 증가에 그쳤다. GDP 성장률(1.2%)보다 낮은 수치다. 원유·가스 등 수입품 가격은 오른 반면 수출품 가격은 하락해 교역 조건이 악화된 결과다. 한은은 올해 연간 성장률이 1% 안팎(0.95~1.04%)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서는 4분기 성장률이 -0.1~0.3% 수준에서 유지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또 미국의 관세 정책이 한국 수출에 미칠 영향이 4분기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반도체 수출은 선방하고 있으나 자동차 수출은 관세 여파를 받을 수 있어 업계 대응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2차 소비쿠폰 효과, 안전사고로 인한 공사 중단 등이 건설투자에 미칠 영향도 향후 성장세를 좌우할 요인으로 꼽았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코스피 4000시대 개막에…與 “이재명 정부 성과, 5000시대 열겠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 4000선을 넘어선 데 대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성과"라고 평가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코스피 5000시대' 실현 의지를 밝혔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외교 노력과 내란 종식 추진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며 “상법 개정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꿔내는 촉매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코스피 4000은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출발선"이라며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대선 공약인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대표도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막 대한민국 종합주가지수가 4,000을 넘었다. 국운이 계속 상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돈의 물줄기를 주식시장으로 바꿔 경제 펀더멘탈을 강화하고 경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코스피 4000을 넘어서 코스피 5000시대를 열어내겠다"고 밝혔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 상당히 보람 있다"며 “국가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이 함께 가는 모두의 성장이 실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도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일관된 정책 의지로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활성화 제도개선을 추진한 결과 극적인 변화가 만들어졌다"고 자평했다. 특위는 “앞으로도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정책 기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연말까지 자사주 소각 제도와 세제 개편 논의에 집중하고, 향후 스튜어드십 코드 점검과 공시제도 개혁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위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배당소득 분리과세 논의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내달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소위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서는 “특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며 당정 간 협의도 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로 투자자들의 의견도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원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제히 환영 메시지를 냈다. 특위 위원이자 원내대변인인 김현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45년 만에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며 “국민과 기업의 저력과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외쳐온 민주당의 '자본시장 개혁'이 이뤄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김태년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은 “'대통령이 바뀌니 나라가 달라졌다'는 말은 자화자찬용 수사가 아니라 현실이 됐다"며 “경제는 민주당"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식 전략기획위원장은 “부동산으로 편중된 국민의 자산증식 욕구를 서서히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기 위한 지난하지만 끈질긴 노력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을 통해 기관투자자, 외국인뿐 아니라 국장을 떠났던 개미 투자자들도 돌아올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제조·건설업 불황에 임금체불 역대 최대…처벌 강화에도 백약이 무효

임금체불 피해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체불 규모가 작년에 2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상습 체불 근절을 위해 사업주 처벌과 제재를 강화했지만 제조업과 건설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현장에서는 여전히 체불 우려가 큰 상황이다. 임금체불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이 떠안고 있다. 대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했던 이모씨(40)는 “근무 중에도 임금이 밀렸고, 사장이 자주 연락을 끊어버렸다"며 “월급 이야기를 계속 했고 줄 것처럼 하더니 결국 받지 못했다. '버티면 끝'이라는 말이 현실이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노동청에 신고까지 했지만 사장이 너무 괘심하다"며 “힘들게 일한 피 같은 돈을 반드시 받고 싶다. 당연한 정당한 권리인데 법이 너무 약하고 '벌금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한 근로자는 세 곳의 직장에서 연달아 임금체불을 당하는 황당한 일까지 겪었다. 서울에서 대형마트 배송 보조기사와 고객센터 등에서 근무했던 지모씨(37)는 “각기 다른 회사에서 6월부터 세 번 연속으로 임금체불을 당했다"며 “일을 해도 돈을 제때 받지 못해 큰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카드대금, 대출 상환 등 고정 지출이 있는데 당장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라며 “스트레스성 탈모가 생기고 몸무게도 15㎏이나 빠지는 등 건강에도 이상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건설업에서는 공사를 마친 뒤 장비 사용이 없었다며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경기도에서 장비 임대업에 대표로 종사했던 김모씨(53)는 “체불 규모는 29명, 총 36건에 약 4억 8000만원"이라며 “신용회복위원회에 파산 조정을 신청한 사람도 있고 연락이 두절된 분도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 현장에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관행이 여전해 민사재판에서 증거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작업을 마치고 쓰는 '작업 확인서'가 있는데 회사 측이 이를 부정하고 허위 청구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갑과 을의 관계에서 대부분 계약서가 없는데 이를 악용해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소송에서 지치게 만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2조 44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1조 5830억원이던 체불액이 2023년 1조 7845억원으로 늘어났고 작년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7월까지 이미 1조 3420억원이 체불돼 연말 기준으로 작년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상습체불 근절을 위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지난 23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같은날 출범한 범정부 합동 전담팀(TF)은 지난달 2일 발표한 임금체불 근절 대책의 부처별 이행상황을 점검했다. 상습체불사업주에 대한 공공부문 재정 투입 제한, 출국금지 절차 등 개정 근로기준법의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한 협조 사항을 점검했다. 개정 근로기준법을 보면 3개월분 이상 임금을 체불하거나 5회 이상으로 총 3000만원 이상의 임금을 체불해 상습체불사업주로 확정된 사업주는 신용정보기관에 체불 정보가 공유되어 대출, 이자율 산정 등 금융거래 시 불이익을 받게 되고 국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지원사업 참여도 제한된다. 임금체불로 2회 이상 유죄 확정을 받아 명단이 공개된 사업주는 체불임금을 청산하기 전까지 해외 출국도 금지되며, 명단공개기간(3년) 중 다시 임금을 체불할 경우 반의사불벌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피해노동자의 처벌 의사와 상관없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체불 피해 노동자에 대한 구제도 강화된다. 퇴직자에게만 적용되던 체불임금 지연이자(연 20%)가 재직자로 확대되고, 명백한 고의에 의한 체불이나 3개월 이상의 장기 체불 피해를 입은 노동자는 고용노동부에 진정 제기와 별개로 법원에 체불임금의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시행된다. 고용부에 따르면 전체 임금체불에서 제조업이 27.4%, 건설업이 23.4%를 차지하며 각각 전체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12.9%, 운수창고 및 통신업 12.1%, 금융보험부동산 및 사업서비스업 10.6%, 전기가스 및 수도업 0.4%, 기타 12.3%, 확인불가 0.9% 순이다. 이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경기 부진이 임금체불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제조업의 경우 저성장 국면 속에서 중소·영세기업이 많은 산업 구조와 납품·결제 관행이 임금체불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원자재를 구매해 제품을 생산·납품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현금 유동성이 악화되면 자금 확보를 위해 임금 지급이 늦어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대기업 중심의 하청 구조 속에서 납품대금 회수가 지연되면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 제조업체가 타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또한 비정규직과 단기 계약직 비중이 높아 체불 발생 시 근로자들이 문제 제기나 법적 대응을 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있다. 건설업 역시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정부의 규제 강화가 업계 위축으로 이어지며 임금체불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청에서 재하도급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구조와 일용직 비중이 높아 규제가 강화될수록 공사 중단이나 수주 부진 시 인건비 체불로 직결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종욱·윤재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산재 엄벌 기조'가 오히려 건설산업 전반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일정 부분 공감을 표하면서도 “안전 문제는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라고 견해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임금체불을 줄이기 위해 사업주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금주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근로기준법에는 지연이자, 임금채권 우선변제, 체불사업장 명단공개 등 제도가 있지만 실제로는 사업주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임금이 가장 좀 후순위로 밀리게 되는데 사업주 인식 개선과 함께 제재 방안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임금체불은 경제적인 영향이 있기 때문에 단순한 처벌이나 기소보다는 경제적 제재를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이재명 “교착”, 트럼프 “임박”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무역 협상의 최대 쟁점인 3500억 달러(약 500조원)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두고 양국 간 이견이 여전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 방식, 투자 금액, 시간표, 우리가 어떻게 손실을 공유하고 배당을 나눌지 이 모든 게 여전히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물론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겠지만 그게 한국에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정도여서는 안 된다"며 “대화가 계속되고 있으며 생각에 일부 차이가 있지만, (타결) 지연이 꼭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자 우방이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양국은 지난 7월 큰 틀의 합의 이후 투자 패키지의 구체적 구성과 이행 방안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29일 경주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 합의 발표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며 기자들과 만나 “타결(being finalized)에 매우 가깝다"며 “그들이 준비됐다면, 나는 준비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협상 상황에 대한 인식 차이를 드러낸다. 이번 인터뷰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22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협의를 마친 직후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또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던 한국 노동자 300여 명이 이민 당국에 구금됐다 풀려난 사건을 언급하며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일으켰으며 난 일부 노동자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싫어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과 합리적인 대우를 보장할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내 공장 건설이 매우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한미 양국이 유사한 사태 방지를 위해 추진 중인 비자 제도 개선과 관련해 “머지않은 미래에" 해법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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