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李 대통령 “코스피 3500 돌파…추세 쉽게 바뀌지 않을 것”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3500선을 돌파한 데 대해 “이 추세 자체는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이 희망을 갖고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비정상적인 것들이 정상으로 많이 회복되고 있다"며 “(코스피 상승은) 그런 힘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직자들이 잘 준비해서 비정상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게 제도든, 정책이든, 행정이든 최선을 다하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며 “경제 회복의 온기가 국민 삶 구석구석에 잘 스며들게,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힘써야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추석 연휴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내일부터 '샌드위치 데이'(10일) 하루를 더하면 열흘의 긴 휴가가 시작된다"며 “저도 샌드위치 데이엔 연차를 내 공식적으론 쉴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참모들 사이에서 “공식적이라고요"라는 반응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웃으며 “쉬긴 쉬는 것이다. 아침에 출근 안 하는 것만 해도 어디냐. 여러분도 좀 쉬시라. 공식적으로"라고 답했다. 참모들이 다시 웃음을 터뜨리자 그는 “당연히 공식적으로 쉬는 것이다. 비상대기 업무는 해야 한다. 공직자에게 솔직히 휴가, 휴일이 어디 있느냐"며 “원래 24시간 일하는 것이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게 공직이다. 공직은 그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꾸 반응이 웃으며 저항하는 느낌을 준다"고 농담하면서도 “그래도 쉬시라. 출근 안 하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라고 재차 말했다. 그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만은 않고 여러 어려움도 있지만 수많은 역경을 헤쳐온 국민의 위대한 저력이 있어 이런 정도는 가뿐히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정 최고 책임자로 국민을 믿고 국민과 함께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대왕고래 참사에도…석유공사 직원 대출은 ‘퍼주기’”

1300억원 손실을 초래한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한국석유공사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완화된 조건의 사내대출을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고정금리 적용, 최저 수준의 이자율, 최고 수준의 대출 한도 등 '3중 특혜' 구조가 확인됐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대문갑)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산하 공공기관 사내 주택대출 운영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2024년부터 사내 주택대출에 고정금리 3.05%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산업부 산하 20여 개 공공기관 중 유일한 고정금리 사례로, 대부분 기관이 4.2% 내외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것과 대조된다. 최대 대출한도 역시 1억5000만원으로, 비교 대상 기관 중 최상위 수준에 해당한다. 더욱이 담보인정비율(LTV)을 아예 반영하지 않아 사실상 무제한 담보가치로 자금을 빌려주는 구조다.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일부 기관이 LTV를 적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석유공사의 경우 금리·한도·담보 심사 모두에서 가장 느슨한 조건을 유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한국석유공사가 이미 재무 위기로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석유공사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로만 1300억원 손실을 입으며 재정 건전성에 치명타를 맞았다. 이에 김동아 의원은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로 1300억 원의 손실을 내며 자본잠식에 빠진 공사가 내부 직원에게 특혜성 대출을 제공한 것은 방만 경영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9월 중순 해당 사안에 대해 자료를 요청을 받은 한국석유공사 노사는 같은 달 말 사내대출 조건 변경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대출 한도는 기존 1억5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축소됐고, LTV 적용도 뒤늦게 반영됐다. 그러나 이러한 개선은 이미 2021년 기획재정부가 권고했던 사항으로, 석유공사는 무려 4년 동안 이행하지 않다가 국회의 지적 직전에야 규정을 손질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이미 2021년부터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한국석유공사는 4년 동안 이를 미루다가 국회 지적이 시작되자 규정을 바꾸는 꼼수를 부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복합위기 넘어라…재계총수, 추석연휴도 “쉴 틈 없다”

재계 주요 기업 총수들은 추석 연휴 기간에도 휴식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발 통상 불확실성 확대, 상법·노동법 개정 등으로 인한 경영 환경 변화 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내실다지기'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부대행사인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준비, 신성장 동력 발굴 등 숙제도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은 최장 열흘(10월 3∼12일)간 이어지는 이번 연휴 기간 하반기 경영 전략 구상에 몰두할 예정이다. 해외출장 등 공식 일정을 잡은 경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재용 회장은 샘 올프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약속한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는 데 시간을 쓸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전날 오픈AI의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사업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메모리반도체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동시에 차세대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 기업용 AI 서비스 제공 등을 추진하는 대규모 동맹이다. 국내외 사업장을 점검하며 임직원을 격려하는 일정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10여년간 '사법리스크'를 겪으며 재판이 없는 설·추석 연휴를 활용해 출장 일정을 소화해왔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과 허물없이 소통하고 회사 발전 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태원 회장은 휴식을 취하면서 경영 구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용 회장과 마찬가지로 오픈AI와 맺은 동맹을 구체화하고 향후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진단하는 데 시간을 쓸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이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는 리밸런싱 작업을 진행 중인만큼 최 회장은 이 과정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CEO 서밋' 구상에도 몰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원해 다양한 인사를 초청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팀 쿡 애플 CEO 등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회장은 미국과 중국 공략법을 각각 마련해야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처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수입차 관세로 현대차·기아 수출 불확실성이 높아진데다 현지에 마련한 생산시설이 전기차 위주로 구성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신설됐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지난달 30일부로 폐지됐다. 최근에는 '미국 비자 리스크'까지 불거져 이에 따른 여파를 철저히 분석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의 경우 현지 업체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대차·기아는 2010년대 중국에서 보급형 세단 중심으로 고속 성장을 이뤄냈지만 이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친환경차 등으로 옮겨가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공장 매각 등을 통해 중국 사업 체질을 일정 수준 개선한 만큼 정의선 회장은 앞으로 점유율을 확대할 '히든 카드'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회장은 하반기 경영구상을 하며 본업인 가전 분야 글로벌 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할 전망이다. 취임 이후 스마트폰, 전기차 충전사업 등에서 철수하는 대신 냉난방공조(HVAC), AI 등에서 새 먹거리를 찾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 체질개선 작업 현황도 점검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동빈 회장은 이번 추석 연휴에도 평소와 같이 국내외 사업장을 점검하며 하반기 경영 전략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유통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계열사간 시너지를 바탕으로 더욱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기업 총수들이 눈앞으로 다가온 연말 인사 관련 점검 작업에도 열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연휴 기간이지만 해외 사업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 (총수들이) 길게 휴식을 취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이재명 정부의 ‘청년미래적금’ 장밋빛 약속에도 실효성 논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미래적금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청년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을 내놓았으나 실효성은 크지 않았다. 더욱이 정권마다 납입액·만기·정부 기여금 등이 바뀌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청년미래적금에 대해서도 청년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내년 6월 출범을 목표로 설계된 청년미래적금은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한 3년 만기 단기 상품이다. 월 최대 50만원을 납입하면 정부가 납입액의 6~12%를 기여금으로 추가 지원한다. 특히 중소기업 신규 취업자 등 일부 청년층에는 우대형 기여율을 적용해 혜택을 확대할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비해 윤석열 정부의 청년도약계좌는 5년 만기 장기 상품으로 월 최대 70만원을 납입할 경우 소득 수준에 따라 정부 기여금이 추가되며 이자와 배당소득은 비과세 혜택이 제공됐다. 장기 상품인 만큼 청년들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구조였지만 5년이라는 긴 기간과 상대적으로 높은 납입 부담이 단점으로 꼽혔다. 청년미래적금은 단기화와 우대형 설계로 부담을 완화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장기 목돈 마련이라는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소득 불안정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납입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오모(37) 씨는 “월세, 공과금, 식비 등 생활비를 고려하면 50~70만원의 적금 납입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적금에 가입할 여력이 있는 청년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존 청년도약계좌와의 비교 속에서 적금을 유지할지 새 상품으로 갈아탈지 고민하는 청년들이 많은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청년도약계좌 가입 및 운영 현황'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중도해지 인원은 총 35만8000명에 달했다. 이는 누적 가입자 225만명(일시 납입 가입자 포함)의 15.9%에 이르는 수치다. 지난 2023년 말 중도해지율인 8.2%에서 7.7%p 늘었다. 납입 금액이 10만원 미만인 가입자들의 중도해지율이 39.4%로 가장 높았다. 이어 10만원 이상 20만원 미만 가입자들이 20.4%, 20만원 이상 30만원 미만은 13.9%의 중도해지율을 나타냈다. 납입 최대 금액인 70만원을 내는 청년들의 중도해지율은 0.9%로 가장 낮았다. 금융위원회는 청년도약계좌 가입자를 대상으로 청년미래적금으로 갈아탈 수 있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정권 교체마다 상품의 이름과 제도가 바뀌면서 정책 신뢰도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중소기업 재직 청년 지원을 위해 '청년내일채움공제'를 도입했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희망적금'으로 바꿔 사업을 확대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다시 '청년도약계좌'로 이름을 바궜다. 전 정부의 청년 정책 흔적을 지우려는 듯한 모습이 반복됐다. 일관성 있는 정책 집행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제도 전반에 영향을 주면서 청년들이 장기적인 자금 계획을 세우는 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김모(30)씨는 “청년 적금 제도가 바뀌었다는 사실에 당황했던 적도 있었다"면서 “몇년을 주기로 계속해서 변경되면서 혼란이 가중된다는 느낌이 크게 들고 있다"고 말했다. 납입 여력이 부족한 청년들이 실제로 혜택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돈을 가지고 일정 금액을 납입할 수 있어야 가능한 구조"라면서 “청년을 위한 정책인데 형편이 어려운 청년을 위한 정책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회사와 노조, 정치권의 '노사정 협력모델'을 도입해야는 제안도 나왔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청년 관련 공제 사업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진일보한 정책"이라서도 “청년들의 중소기업 유입을 촉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청년이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정부가 매칭하는 모델도 좋지만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노사정 협력 모델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이 함께 매칭에 참여하면 청년들의 장기 재직과 연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 연구위원은 “인공지능(AI) 인력이나 연구개발(R&D), 석박사 등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중소기업과 함께 참여하는 공제 사업을 만드는 것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잼코노미]자사주 소각 의무화 급물살…“배당 늘려 코스피 5000 간다”

이재명 대통령이 뉴욕 유엔총회 현장에서 “기업의 불합리한 의사결정 구조를 합리적으로 바꾸겠다"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3차 상법 개정' 추진 의지를 못 박았다. 여당은 곧바로 호응하며 '자사주 원칙적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이른바 '더 더 센 상법' 처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해 “배당이 더 많이 이뤄지게 하거나 자사주를 취득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남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3차 상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번에 걸쳐 상법을 개정했는데 기업의 불합리한 의사 결정 구조를 합리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3차 상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는데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에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오는 11월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자사주는 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다시 매입해 보유하는 주식으로, 의결권과 배당권은 없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취득과 처분이 전면 자유화된 뒤 많은 기업이 자사주를 쌓아왔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상장사 1666곳, 전체의 73.6%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져 국내 증시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 중인 자사주를 말 그대로 없애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면 발행(유통) 주식 수가 감소해 주당순이익(EPS·당기순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값)이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주가 상승으로 직결된다는 논리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주주환원 차원에서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매입해 소각한다. 애플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전체 주식의 약 39%에 해당하는 100억 주 이상을 소각했다. 그 과정에서 주가는 10배 넘게 뛰었으며 주당순이익(EPS)도 연평균 15.7% 성장했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약 1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자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비록 소각은 아니었지만,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크지 않은 미국에서는 매입만으로도 시장이 환호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내 기업 전반의 자사주 소각률은 여전히 낮다. 리더스인덱스가 2022~2024년 2265개 상장사의 자사주 보유 및 소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자사주를 보유한 상장사 1666곳 중 소각에 나선 기업은 142곳(8.5%)에 불과했다. 정부와 여당이 '강력한'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주환원보다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한다는 불신이 뿌리 깊다. 실제로 태광산업은 지난 6월 발행주식의 24.41%에 해당하는 자사주 전량(27만1769주)을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려다 주주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보류했다. 재무 상태가 양호한 상황에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EB 발행에 나서려 한 것이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자초한 것이다. 자사주 담보 EB 발행은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같은 효과를 내 기존 주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민주당 의원들은 앞다퉈 개정안을 내놨다. 쟁점은 기업의 자사주 취득 후 '소각 기간'이다. 김남근 의원안은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하도록 하고, 예외적 보유 시 주총 승인을 거치되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했다. 민병덕 의원안은 전체 주식의 3% 미만 취득 시 소각 기한을 2년까지 허용했다. 김현정 의원은 '최대 3년'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정부 재량을 존중하는 안을 발의했다. 차규근 의원은 '취득 6개월 이내 소각'을 명시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은 신규로 취득한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조합·사내복지기금 출연 등은 대통령령으로 예외를 인정키로 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취득한 자사주의 수량·목적·처분 계획을 공시하도록 하거나(김현정 의원안),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김남근 의원안) 규정했다. 문대림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 열린 간담회 후 “자사주 과다 보유 문제를 논의했으며, 종업원 보상 목적을 제외한 불필요한 자사주는 소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기업을 경영권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에는 차등의결권이나 황금주 같은 방어 장치가 부족해 외부 세력의 위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SK는 소버린의 공격을 받았을 때 보유 자사주 10.41%를 하나은행·신한은행 등에 매각해 우호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지킬 수 있었다. 삼성물산도 엘리엇과의 경영권 분쟁 당시 자사주 5.76%를 KCC에 넘겨 방어에 성공한 바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113만명 빚탕감 수혜 본다”...李정부 ‘배드뱅크’ 새도약기금으로 출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배드뱅크'가 '새도약기금'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범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취약계층, 소상공인의 부채 부담이 누적된 가운데 최근 경기부진,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만큼 이들의 부채 부담을 덜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특단의 부채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했다. 새도약기금을 통해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해 소각 또는 채무조정을 실시하고, 7년 미만 연체자 등 기금 매입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연체자에는 특별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한시로 운영한다. 1일 금융위원회,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서울 중구 신용회복위원회 본사에서 '새도약기금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정정훈 캠코 사장, 양혁승 새도약기금 대표이사,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한 협약기관장 등이 참석했다. 새도약기금이라는 명칭은 올해 7월부터 8일까지 국민공모를 접수한 후 심사 과정을 거쳐 최종 선정됐다. 새도약기금은 상환능력을 상실한 연체자를 지원하고자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연채채권을 일괄 매입해 소각·채무조정하는 프로그램이다. 엄정한 소득·재산 심사를 거쳐 정말 갚을 수 없는 경우에만 소각한다. 금융사 및 공공기관이 보유한 금융채권을 지원하며, 사행성·유흥업 관련 채권, 외국인 채권 등은 지원에서 제외된다. 총 재원은 8400억원이다.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재정 4000억원이 투입됐고, 금융사가 약 4400억원을 출연한다. 금융권 기여금액 가운데 은행이 3600억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부담한다. 이어 생명보험사 200억원, 손해보험사 200억원, 여신전문금융회사 300억원, 저축은행 100억원이다. 새도약기금은 이달부터 연체채권 매입을 시작해 향후 1년간 협약기관으로부터 채권을 일괄 인수한다. 이후 행정데이터를 수집해 채무자의 보유 재산 및 소득 심사를 거쳐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소각 또는 채무조정을 단행한다. 중위소득 60% 이하(1인 가구 기준 월 소득 154만원 이하) 또는 생계형 재산을 제외한 회수 가능한 자산이 없는 경우 상환능력 상실자로 판단해 채권이 완전 소각된다. 중위소득이 60%를 초과하거나 회수 가능한 자산은 있지만 채무액에 미달하는 경우 30~80% 원금 감면, 분할상환 최장 10년, 이자 전액감면, 상환유예 최장 3년 적용 등이 지원된다. 만일 중위소득 125%를 초과하거나 회수 가능 자산이 채무액을 초과하는 경우 추심을 재개하고, 법적 조치 등을 통해 상환을 요구한다. 다만 기초생활수급자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상환능력 심사 없이 연내 우선 소각을 추진한다. 정부는 새도약기금으로 총 16조4000억원 규모의 장기 연체채권을 매입하고, 총 113만4000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새도약기금이 협약 참여 금융사로부터 대상 채권을 일괄 매입함에 따라 채무자가 별도 신청하는 절차는 없다. 금융사가 새도약기금에 채권을 매각할 때, 새도약기금이 상환능력 심사를 마쳤을 때 각각 채무자에게 개별 통지된다. 금융위는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5년 이상 연체자에 대해서는 새도약기금과 동일한 수준의 특별 채무조정을 3년간 지원한다. 5년 이상 연체자는 최대 80%의 원금 감면, 분할상환 최장 10년을 지원받는다. 7년 이상 연체하고 채무조정을 이행 중인 이들에게는 은행권 신용대출 수준의 저리 대출을 총 5000억원 규모로 3년간 지원한다. 정부는 이번 채무조정으로 장기 연체자들의 제도권 경제 복귀를 돕고,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통해 소득 창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장기 연체자들은 급여 압류 공포 등으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어려움이 해소되는 것이다. 특히 장기 연체자들은 불법 사금융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이들로, 향후 범죄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축사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 대응 과정에서 취약계층, 소상공인의 부채 부담은 크게 확대됐고, 대출금리 상승, 극심한 내수 부진으로 취약계층, 소상공인의 부채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사회 통합 차원에서 특단의 채무조정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채무조정을 통해 빚의 굴레에 갇혀 있던 분들이 다시 경제 활동 주체로 복귀한다면 고용시장, 소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새도약기금이 단순한 부채 탕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상환능력을 상실한 분의 재기 지원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고, 우리 사회의 신뢰와 공동체 연대를 강화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금통위 결정 못지않다”...이창용 총재 발언, 시장 금리에 직접 영향

한국은행 총재의 기자간담회가 단순한 정책 설명을 넘어 금융시장에 실질적인 파급력을 미쳐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창용 총재 취임 이후에는 발언의 어조에 따라 채권금리가 민감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확인됐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서울대 유각준 교수와 성균관대 조두연 교수 연구팀은 최근 한은 경제연구원의 학술지 경제분석에 발표한 논문에서 2008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가 시장에 미친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기준금리 발표 직후 40분 ▲기자간담회가 진행되는 시간 ▲간담회 개최 일주일 전 등 세 시점을 기준으로 주식·채권·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비교했다. 분석에는 연합뉴스 속보 송고 시간을 기준금리 발표 시점으로 삼고, 연합인포맥스가 제공하는 1분 단위 선물 가격 데이터를 활용했다. 그 결과 채권시장은 기준금리 발표 직후와 기자간담회 도중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으나, 주식과 외환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특히 이성태·이주열 전 총재와 이창용 총재 재임 기간에는 채권시장 변동성이 평상시보다 7~15배 이상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김중수 전 총재 시절에는 4배 수준에 그쳤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금리 수준 자체보다는 경기 진단이나 향후 정책 기조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연구진은 또 기자간담회의 어조를 수치화한 '프레스 컨퍼런스 지수(PCI)'를 만들어 매파적일수록 1, 비둘기파적일수록 -1에 가깝도록 설정한 뒤 채권 금리 변동성과의 상관관계를 살폈다. 그 결과 김중수·이주열 전 총재 시절에는 간담회 어조가 시장에 미친 영향이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고, 금융위기 상황이던 이성태 전 총재 시절에도 발언 톤 자체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창용 총재 재임 이후에는 상황이 달랐다.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이전보다 커졌을 뿐만 아니라, 그의 발언 톤이 금리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 총재의 직설적이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시장 반응을 더 민감하게 끌어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 중심으로 이뤄졌던 분석과 달리, 총재의 기자간담회라는 커뮤니케이션 창구 자체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체계적으로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중앙은행이 단순히 기준금리 조정에 그치는 기관이 아니라, 시장과의 소통 방식을 통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150조 ‘국민성장펀드’ 본격 시동...AI 30조 투자·운용위 신설

정부가 국민성장펀드의 자금 중 30조원 이상을 인공지능(AI) 분야에 투입하기로 했다. 금융권과 산업계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운용위원회도 신설해 첨단산업 투자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정부·금융권·산업계 합동 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민성장펀드 운용 방향을 공식화했다. 이날 회의에는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 문신학 산업부 차관을 비롯해 주요 금융사 임원과 전략산업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AI·반도체·바이오 등 국가 전략산업 전반을 지원하는 초대형 투자 프로그램이다. 재원은 총 150조원으로, 이 중 절반은 산업은행이 운영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에서 조성되고, 나머지는 민간 자금과 국민·금융권 참여로 마련된다. 정부는 우선 AI 분야에 최소 30조원을 배정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투자가 한국을 글로벌 'AI 3강'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 발굴에 집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역시 펀드가 성공하려면 산업계의 전문성과 금융권의 투자 역량이 결합돼야 한다며, 유망 기업 선별과 프로젝트 발굴 과정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는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에 머무르지 않고 AI와 첨단산업 전환에 투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민간 전문가가 기금 운용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를 재편하기로 했다. 첨단전략산업기금 운용심의회를 민간 중심으로 꾸리고, 하위 사무국에도 금융권 경력자를 채용하거나 파견 받아 현장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국민성장펀드 운용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산업계·금융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례적으로 반영한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펀드의 성패는 어떤 프로젝트를 어떤 절차를 거쳐 선정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민간과 긴밀히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산업계 참석자들은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투자 손실을 선제적으로 분담하고, 장기 투자가 불가피한 첨단기술 기업에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롯데지주 컴플라이언스위원장에 박정화 전 대법관 선임

롯데지주는 박정화 전 대법관을 컴플라이언스위원장으로 선임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 2017년 출범한 롯데지주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롯데그룹의 준법감시정책 방향 심의, 계열사의 법규 준수 활동 점검 및 개선, 규범준수 경영 지원 등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박 신임 위원장은 1991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뒤 대법원 재판연구원,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법조 경력을 쌓았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는 대법관을 역임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서울행정법원 개원 이래 첫 여성 부장판사이자, 역대 5번째 여성 대법관으로서 재임기간 동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권리보호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박 신임 위원장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롯데그룹이 될 수 있도록 준법경영 강화와 윤리의식 제고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이슈&인사이트] 생산적 금융의 대전환과 국민경제 성장

한국 경제가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에 직면한 가운데, 정부는 금융 부문에서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생산적 금융은 자금이 비생산적인 가계부채나 부동산으로 쏠리는 현상을 극복하고, 혁신기업·첨단산업 등 실물경제 성장 부문에 자금을 집중되는 금융 정책을 말한다. 2025년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는 정책금융, 금융회사, 자본시장 세 분야에서 생산적 금융 체제를 구축, 국민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을 목표로 한다. 정부가 발표한 생산적 금융 정책의 핵심은 국민성장펀드 150조원 조성을 통한 미래 전략산업과 지역경제 집중 투자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벤처 생태계에 장기자본을 공급해 혁신 성장을 촉진한다. 동시에 부동산 금융 관련 공적보증 축소 및 기술금융 강화로 자금 흐름을 전환한다. 이로써, 은행과 보험사는 자본규제 합리화를 통해 생산적 투자 여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과 핵심성과지표(KPI)를 재정비해 과도한 위험 회피를 완화하고 생산적 대출을 장려한다. 하지만, 금융업권 현장에서는 여전히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된다. 금융권은 부동산 및 가계대출의 비중이 높은 데다, 기업대출의 위험과 낮은 수익성으로 생산적 금융 확장에 소극적이다.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RW) 상향으로 은행의 주담대 자금 공급 여력이 줄어드는 반면, 벤처기업 등에 대한 투자 RW는 낮춰 투자 여력을 확대하였으나 금융권 내부의 리스크 관리 관행과 수익 모델 변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손실 흡수 장치 및 세제 혜택 등 추가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금융업권이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는 데 또 다른 중요한 문제점은 금융회사의 투자 역할 제약과 업무범위 제한이다. 현재 은행 등 금융회사는 법적·제도적으로 본업과 밀접한 부수업무 외에는 참여가 어렵고, 기업 지분 보유에도 제한이 많아 사회적 투자나 혁신·지역 재건, 기후 대응 사업 등 생산적 금융 확대에 직접적으로 뛰어들기 어려운 구조다. 이로 인해 은행의 혁신기업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자본 투입과 적극적 투자자로서의 역할 수행이 제한되고 있다. 일본은 2021년 은행법을 개정해 '지속가능 사회 구축에 이바지하는 업무'를 은행 본사와 자회사 업무로 허용하는 등 은행 업무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한 바 있다. 국내 금융업권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혁신 투자를 유도하도록 금융 업무범위 확대 및 자율성 부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금융회사가 보다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생산적 금융에 기여하도록 하는 필수적 제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금융업권에서 생산적 금융이 제대로 확산될 경우 국민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크다. 우선, 첨단산업과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이 원활해지면서 신성장 동력과 고용 창출이 확대된다. 이는 국내 산업구조의 혁신을 촉진하고,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 완화에 기여한다. 또한, 금융자원의 효율적 분배는 자본 생산성을 높여 잠재성장률을 증가시키고, 경제 활력 회복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민소득이 증대되고, 국가 주요 산업의 지속가능한 혁신 투자도 가능해져 국민경제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은행, 제2금융권, 보험업이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각 권역별 맞춤형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은행은 자본규제 완화와 위험가중치 조정을 계기로 기업대출, 특히 중소·중견기업 및 혁신기업에 대한 금융 공급을 확대하고, 기술금융과 관계형 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 제2금융권은 지역 소상공인과 창업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강화를 위해, 신용평가 모델 개선으로 보다 포용적인 대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보험업은 중장기 자본을 활용한 인프라 투자와 친환경·신산업에 대한 투자 비중 확대를 통해 국민경제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체계 개편과 성과평가 지표에 생산적 금융 비중을 반영하는 등 동기 부여 장치를 강화해 각 금융업권이 생산적 금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 정책은 한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필수 과제이다. 금융업권이 혁신과 지역경제를 적극 지원하는 체제로 변화할 때 국민경제 전체에 긍정적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금융규제 개선과 정책금융 강화, 금융회사의 효과적 리스크 관리와 성과 지표 혁신 등이 이루어져야 생산적 금융이 국민경제 성장의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서지용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