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금리인상기 취약 차주 악순환, 부분보증·대환 대출이 끊어야 한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8.12 11:02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최근 금리인상기에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청년과 중저신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청년층 대상 정책 서민금융인 '햇살론유스'의 대위변제 건수는 불과 몇 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고, 중저신용자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4년 만에 최고치 수준에 도달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취약차주의 이자부담 증가는 개인별 어려움을 넘어 국민경제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비화되고 있다.


우선 현재 국면의 특징은 '이자비용 쇼크'가 취약층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다중채무이면서 저소득·저신용인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 증가폭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자 부담 증가는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 여력 축소를 통해 민간소비를 위축시키는 채널로 작동한다. 청년층과 자영업자,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소비가 줄어들면, 이들 계층을 상대로 하는 시장의 매출 감소가 다시 이어지고, 해당 과정에서 소득·고용·투자가 함께 위축되는 악순환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자 부담 증가는 개별 차주의 상환능력을 떨어뜨려, 금융권 자산건전성에도 부담을 준다. 중저신용자의 연체율 상승은 은행·카드사·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수적으로 신용을 공급하도록 유도하고, 자연스럽게 대출 문턱은 높아진다. 위험가중치가 높은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자금공급이 제한되면, 경기 둔화기에 필요한 운전자금·생존자금조차 제때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가계·기업의 부실화 → 금융권의 대출 축소와 금리 프리미엄 확대 → 취약 차주와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애로 심화 → 경기 위축의 재확대라는 금융·실물의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정부의 정책금융 역할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국민경제 전체 관점에서 보면, 고금리 부담을 민간이 단독으로 떠안도록 방치하는 것보다, 정책금융을 통해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것이 경기 안정과 재정 건전성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정책금융이 일부 재정부담을 늘릴 수 있지만, 중소기업·취 약가계의 연쇄부실과 실업·파산 증가, 사회복지 지출 급증을 감안하면, 정부의 선제적 개입이 사회 전체 비용을 줄이는 투자로 기능할 수 있다.


선진국의 정책금융 사례를 보면, 정부가 직접 '저금리 대출'을 공급하는 방식보다 부분보증(partial guarantee)을 통해 민간금융을 견인하는 방식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부분보증은 정부나 공공보증기관이 대출원금의 50~80% 정도를 보증하고, 나머지 리스크는 민간 금융기관이 부담하는 구조이다. 해당 모델은 세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정부가 전액보증을 하지 않음으로써 도덕적 해이와 무분별한 대출을 줄일 수 있다. 둘째, 민간은행이 보증부 여신에 대해 금리를 낮추고 심사를 효율화함으로써, 중소기업·취약차주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할 유인이 생긴다. 셋째, 재정 입장에서는 직접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재정 투입으로 많은 민간자금을 레버리지 효과처럼 끌어올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부분보증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주·연방정부는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 일정 비율의 보증을 제공함으로써, 은행이 리스크 부담을 줄이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도록 유도해 왔다. 세계은행(WB)의 부분보증 프로그램도 국가나 공기업의 채무에 대해 일부를 보증함으로써 시장에서 장기·저금리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표 사례이다. 부분보증 제도는 신용보증기금·지역신용보증재단 등 우리 제도와도 유사한 점이 많지만, 보증비율·위험공유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함으로써 민간금융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서민·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금융 3종 세트(근로자햇살론, 햇살론15, 징검다리론 등)와 신용보증기금·지역신보를 통한 저금리 대환 보증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갈아타게 해주는 정책자금 대환대출은 고금리 대출을 저리의 정책자금으로 전환하며 월 이자를 줄여주는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럼에도 여전히 취약 청년·중저신용자의 이자부담 완화라는 관점에서 정책금융은 한 걸음 나갈 필요가 있다. 첫째, 부분보증의 적극적 확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저신용 청년·자영업자에 대해 일정 금액까지는 정부가 60~70% 수준의 부분보증을 제공하고, 나머지 리스크를 은행이 부담하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보증부 대출에 대해서는 금리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고, 대위변제율·연체율에 따라 보증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식으로 위험·유인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둘째, 저금리 대환 대출의 제도적 정착이 중요하다. 현재 일부 정책자금으로 고금리 사업자 대출을 저금리로 갈아타게 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나, 이를 청년층·중저신용 근로자·다중채무자에게 체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청년층 정책서민금융과 연계하여, 일정 기간 성실 상환 실적을 쌓은 경우 고금리 신용대출을 저금리 정책자금으로 대환해 주는 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


결국 금리인상기는 단순히 '통화긴축'의 시간이 아니라, 민간부채 구조를 재점검하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정책금융의 시험대이다. 특히, 청년·중저신용자의 이자 부담을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것은 거시경제 안정과 금융시스템 건전성 제고에 기여하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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