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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세미나] 구글 딥마인드로 36시간 뒤 풍력발전량 예측…“성과 보상시장 만들어야”

전력산업이 인공지능(AI)으로 계통 예측성·효율 향상 같은 가치를 높이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가 가치 창출 성과가 검증·보상되는 방향으로 전력시장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범조 KEI컨설팅 전무는 10일 에너지경제신문과 법무법인 태평양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AI 시대 에너지법·정책과 ESG' 세미나에서 'AI 기반 전력산업 비즈니스 모델 전환과 기업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전무는 AI 데이터센터가 전력계통 측면에서 부하를 키우는 요인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과 정밀제어, 실시간 대응 가능한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AI 기반으로 예측과 제어를 실행해 거래 대상을 확장하고 발전·수요 예측을 정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발전부문의 운영 최적화와 예측 고도화 △송배전 관리체계 고도화 △개별 소비 최적화와 충방전 관리 △에너지 분야 유연성 시장 가치 강화와 가격 신호 체계 세분화 등을 제시했다. 이를 AI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자산가치와 유연성 가치, 고객가치 측면에서 효용성을 극대화하고, 하나의 가치를 중심으로 다른 두 가치를 필요에 따라 연결할 수 있다. 가령 비스트라(Vistra)는 노후한 마틴 레이크 발전소에서 AI를 활용해 열효율을 2% 향상시키고 환경과 피로도에 따른 발전소 생산 용량을 정밀 예측해 발전소라는 자산 가치를 제고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기상 예보와 과거 터빈 가동 데이터를 학습해 풍력 발전소의 36시간 뒤 발전량을 예측하고, 시간대별 공급약정을 하루 전에 권고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김 전무는 “전통적인 발전설비의 예측 정확성을 높이는 것은 새로운 전력시장 환경에서 AI를 활용해 얻을 수 있는 더욱 중요한 가치"라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을 예측 가능한 영역으로 전환해 재생에너지 발전의 가치를 제고하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력시장의 변화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업자나 고객이 활동하는 시장이 전력 공급 유연성과 신뢰성을 측정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김 전무는 강조했다. 전력 사업자가 AI를 적용해 자산이나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상품을 선보인다 해도 시장에서 이러한 가치를 뒷받침하는 거래 제도와 가격 결정 구조, ESG 성과 체계 등이 없다면 실제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소규모부터 대규모, 가상사업자(VPP)에 이르기까지 다수 사업자가 참여해 실시간으로 전력 공급에 대한 검증과 정산을 최종 책임질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전력 수요 충격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AI 데이터센터 건설사업이 중단되는 부작용을 해결하는 법과 제도도 절실하다고 김 전무는 강조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건설 가능한 기간이나 지역, 요건 등을 정해 사업자에 요구하는 역할을 정부가 맡아야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김 전무는 “고객 확보와 AI 기반 발전량 예측 시스템 구축 같은 건 사업자들이 할 일이지만, 시장에서 전력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 체계는 정부가 받쳐줘야 한다"며 “시장 체계라는 무형(無形)의 인프라와 함께 AI에 쓸 데이터를 많이 이동시킬 유형(有形)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AI 활용으로 전력계통 안정화와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법제와 ESG 공시 제도의 필요성도 설파했다. ESG 체계를 매개로 AI 도입에 따른 성과를 입증해 사업 모델 확장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AI가 기여한 탄소 감축 규모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외부 비용이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틀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방안이 필요하다. 전력 거래와 관련한 데이터 확보와 제어, 정산 과정에 대한 계약 기반도 요구된다. 김 전무는 “국내에서도 곧 시행될 ESG 공시 제도에 AI의 ESG 가치 창출 기여 내용을 포함하기 위한 구체적인 요구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AI가 만든 유연성·신뢰성·탄소성과를 측정하고 보상하는 시장을 만들고, 시장 참여-거래 신뢰의 순서로 시장 제도를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AI시대 세미나] 기후위기가 재무 흔든다…ESG, 공시 넘어 ‘생존전략’으로

기후변화가 기업의 비용과 재무제표를 직접 흔드는 시대가 됐다. 폭염과 가뭄, 홍수, 산불 같은 극한기상이 발전소와 공장을 멈추게 하고 공급망과 물류를 흔들고 있다. 나아가서 전력·용수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보험료 증가 등으로 기업의 수익성과 자산가치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역시 단순한 공시나 평가를 넘어 기후리스크를 찾아내고 실제 경영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수단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경제신문 강찬수 기후환경전문기자는 10일 열린 'AI 시대의 에너지법·정책과 ESG' 세미나에서 'ESG 공시의무화와 에너지 기업 리스크 관리'를 주제로 발표하고, 기후위기 시대 기업의 생존전략으로 기후리스크 관리와 ESG의 연계를 강조했다. ◇기후재난, 공장 안 멈춰도 기업을 흔든다 기업이 직면한 기후리스크는 사업장에 직접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폭우와 태풍으로 협력업체의 생산시설이나 도로가 파괴되면 원자재와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고, 항만이나 물류망이 마비되면 제품을 생산하고도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가뭄은 농업과 수력발전뿐 아니라 산업용수 공급을 위협하고, 폭염은 전력수요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발전설비와 송전망의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산불과 황사 등도 물류를 막거나 소비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해수면 상승과 폭풍해일은 항만과 해안 산업시설의 장기적인 자산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기후리스크는 '물리적 피해→공급망 차질→생산·물류 중단→매출 감소→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금융·경영 리스크가 된다. ◇에너지 기업은 '물과 열'에 특히 취약 에너지산업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업종 가운데 하나다. 발전량을 결정하는 기온과 강수량, 바람과 일사량이 변하는 데다 발전설비 자체도 폭염과 가뭄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물을 냉각에 사용하는 발전소는 기온 상승과 하천 수온 상승에 동시에 노출된다. 프랑스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강물의 수온이 높아지면서 원전의 냉각수 방류에 대한 환경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져 일부 원전의 출력을 줄이거나 정지한 사례가 나타났다. 강 전문기자는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2003~2022년 전 세계 원전 발전량 가운데 기후·물 관련 제약으로 감소한 누적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약 0.6%였다"면서 “이는 원전도 기후변화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발전소 입지 선정 단계부터 미래의 기온과 수온, 가뭄 가능성 등을 고려하고, 냉각방식을 개선하는 등 '기후를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위험한 것은 '복합재난' 기후위험 평가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여러 재난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재난이다. 예컨대 장기간 가뭄으로 저수량과 수자원이 감소한 상황에서 폭염이 발생하면 전력수요는 급증하고 발전소 냉각능력은 떨어질 수 있다. 집중호우가 끝난 직후 폭염이 이어지는 현상 역시 토양과 수자원의 회복을 어렵게 하면서 피해를 키울 수 있다. 강 전문기자는 “국내에서도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재해가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과거보다 극심한 복합재난이 나타나는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단일 재난만을 기준으로 위험을 평가하면 실제 기업이 부담할 위험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기후 시나리오 분석도 '폭염이 발생했을 때' 또는 '홍수가 발생했을 때'라는 단일 위험을 넘어 폭염+가뭄, 홍수+산사태, 전력망 장애+공급망 중단 등 복합적인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ESG, '공시'에서 '생존전략'으로 강 전문기자는 “이 같은 변화는 ESG의 역할도 바꾸고 있다.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 등 기후공시 체계에서 요구하는 시나리오 분석은 단순히 보고서에 기후위험을 적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위험이 어느 사업장과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 그 피해가 매출과 영업이익, 자산가치, 현금흐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신규 투자와 사업장 입지, 설비 교체, 보험 가입, 공급망 다변화 등의 실제 의사결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기후위험이 큰 지역에 신규 설비를 건설할 것인지, 냉각설비를 개선할 것인지, 특정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것인지 등을 경영진이 판단할 수 있도록 기후위험을 재무적 언어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보험은 최후의 방어선일 뿐이다. 위험지역을 피하고 설비의 회복력을 높이며 공급망을 분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기후회복력이 새로운 경쟁력" 최근의 기후재난은 이러한 변화가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달 네팔에서는 히말라야 지역의 갑작스러운 홍수와 토석류가 수력발전 인프라를 덮쳤고, 지난 여름 유럽에서는 폭염과 가뭄, 산불, 낮아진 하천 수위가 전력과 산업용수, 물류에 복합적인 충격을 줬다. 국내에서도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가 번갈아 나타나면서 산업시설과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2022년 태풍 힌남노 당시 포항제철소 침수 역시 기후재난이 개별 사업장을 넘어 생산과 공급망 전체에 어떤 충격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강 전문기자는 “ESG의 최종 목적은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다"면서 “복합재난 속에서도 기업이 생산과 공급을 유지하고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후회복력(climate resilience)을 갖춘 기업이 위기 때 손실을 줄이고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AI시대 세미나] “전기가 국가 경쟁력 좌우…원전 추가, LNG는 브릿지로 활용해야”

“에너지 정책은 신속한 에너지 전환보다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실용주의로 과감히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도 우리 경제와 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김정관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고문은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법무법인 태평양이 공동 개최한 'AI 시대의 에너지법·정책과 ESG'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고문은 인공지능(AI) 확산과 산업 전기화로 전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AI시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제때 공급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과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은 단순히 에너지원이 석탄과 석유에서 전기로 바뀌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사회 활동 전체가 전기를 토대로 이뤄지는 '전기문명' 시대"라며 “전력망이 마비되면 단순한 정전을 넘어 국방·치안·금융·통신 등 사회 시스템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확대에 더해 전기차와 히트펌프 등 기존 석유·가스 수요를 전기로 대체하는 움직임까지 빨라지면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늘어나는 전력을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공급하면서 탄소중립까지 달성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고문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AI·반도체 산업 육성 목표가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재생에너지는 기상 여건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변동성이 있는 만큼 대규모 첨단산업에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이를 보완할 전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을 추가 건설하고 소형모듈원전(SMR) 도입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역시 무탄소 전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뒷받침하는 '브릿지 전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력 수급 상황에 따라 석탄발전을 안보 전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발전설비가 대폭 늘어남에 따라 전력망 확충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김 고문은 “최근에는 전력망이 발전소의 공급 능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며 송전 부문을 한국전력에서 분리한 독립 송전회사 설립과 민간의 송전망 건설 참여 확대를 제안했다. 마이크로그리드와 가상발전소(VPP) 등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해 장거리 송전망 건설 수요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도 했다. 전기요금 체계에 대해서는 원가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단계적인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판매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하고 정부가 일정 범위의 요금 상·하한을 설정한 뒤 시장 경쟁을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김 고문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계속 추진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면서도 “에너지 여건이 취약하고 반도체·철강·조선 등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와 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추진해야 지속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로 모든 사회가 움직이는 전기문명 시대에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 수급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AI 시대 국가 경쟁력, 전력망과 법·제도 정비에 달렸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기업들이 늘어나는 전력 수요와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는 장이 열렸다. 에너지 관련 법제도 정비, AI 규제 대응, 기후리스크 관리까지 산업 전반의 여러 대응 방안이 제시됐다. 에너지경제신문과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AI 시대의 에너지법·정책과 ESG'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AI 확산에 따른 전력산업 변화와 재생에너지 확대, 대규모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법·제도 개선, AI 규제 대응과 기업의 기후리스크 관리 방안 등이 논의됐다. 김정관 태평양 고문은 기조연설에서 “전기 문명 시대에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공급하는 능력이 향후에 국가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경쟁력을 높일 방안과 금융 조달 방안이 소개됐다. 김범조 KEI컨설팅 전무는 주제발표를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AI 시대를 맞아 전력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AI를 활용해 전력계통에 필요한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무는 “재생에너지와 AI 시대 전력산업의 경쟁력은 계통에 필요한 가치를 AI를 통해 창출하고 이러한 성과를 수익화하는 것에 달려 있다"며 “기업은 전력계통 성과를 만들고 정부는 그 성과가 거래·검증·보상되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판수 태평양 변호사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 조달 방안과 현황을 공유했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만큼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금융 구조의 중요성을 짚었다. 박진표 태평양 변호사는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가 발생하는 메가프로젝트 확대에 맞춰 전력 법제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메가프로젝트가 전력 법제에 요구하는 것은 전기를 더 만드는 일이 아니라 누가, 어디까지, 언제까지 책임지는지를 법으로 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강지원 태평양 변호사는 AI법 제정에 따라 기업들의 규제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기업 내 AI 도입과 활용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고 AI 위험관리 규정 등 내부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AI의 개발·도입부터 활용까지 전 수명주기에 걸쳐 관리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이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리스크를 적극 경영에 반영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강찬수 에너지경제신문 기후환경전문기자는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역시 단순한 정보 공개를 넘어 실제 경영 판단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기후리스크를 공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와 사업전략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와 관련 인프라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업의 대응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전력시장과 법·제도, 금융 체계를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中 저가 공세 대응, 2030년 87GW 목표”…기후부, 태양광 산업경쟁력委 출범

2030년까지 태양광 설비를 87기가와트(GW) 규모로 보급하고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태양광 업계, 학계, 시민단체와 논의할 창구를 마련했다. 공급망을 강화할 기술력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인센티브까지 논의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0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태양광 산업경쟁력 강화 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가동을 시작했다. 위원회는 국내 태양광 공급망을 재건하고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 산업계, 학계, 연구계,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민관 협치(거버넌스) 기구다. 기후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도록 각 주체를 지원하고, 기업 간 협력을 도모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분과별로는 총괄기획분과가 태양광 산업 경쟁력 제고방안 마련과 분과간 이견 조율을 담당한다. 공급망 재건분과는 업계 상생방안과 밸류체인 강화, 투자·세제 지원 등의 제도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초격차 기술분과는 차세대 태양전지·인버터 기술 로드맵을 수립하고 대형 실증사업을 기획한다. 시장연계·보급분과는 국산 제품 우선 사용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방안 마련에 나선다. 기후부는 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 재생에너지를 100기가와트(GW) 보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태양광 몫이 87GW인 만큼 태양광 보급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는 국내 태양광 산업생태계 복원 방안도 담겨 있다. 이를 통해 태양광 보급 성과가 국내 셀·모듈·인버터 등 산업생태계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보급과 산업의 선순환 체계'를 확립해 나간다는 것이 기후부 구상이다. 태양광 국산화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장 기업들의 어려움을 수렴하고, 국내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이루는 기업들끼리 연계·상생하는 모범 사례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탠덤 셀과 인버터 등 기술 초격차를 위한 차세대 기술로 세계 시장 진출을 앞당기기 위해 대규모 실증 단지 구축과 산·학·연 협력방안 같은 지원책을 구체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은 “태양광 산업은 기존 실리콘 중심에서 차세대 태양광으로 변화하는 중요한 시점에 와있다"라며, “위원회 논의를 통해 산·학·연 협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고, 수출산업화 등을 통해 세계 시장을 우리 기업들이 주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태양광 업계는 이번 논의를 계기로 태양광 제품에 대한 탄소 감축 인증제도가 개선될지 주목하고 있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가 장기 고정가격 입찰제로 대체될 예정이다. 태양광 탄소인증제는 원료인 폴리실리콘부터 최종 제품인 셀·모듈까지 제조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총량이 작을수록 높은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배출량이 적어 등급이 높은 제품·설비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높은 등급의 태양광 모듈을 쓰는 발전사업자에게 고정가격계약 입찰에서 우대하는 식으로 국내산 태양광 제품에 혜택을 부여해왔다. 그러나 입찰 모집 용량 중 일부만 낙찰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인센티브 효과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내산 태양광 패널 보급을 촉진하려면 기술 경쟁력이 우수한 제품이 시장에서 더 많은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 시장에서는 중국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 우위를 갖춰 국내산 보급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결국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 설계가 선행돼야 국내 태양광 공급망 강화와 보급 확대가 가능한 상황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현대차, ‘꿈의 에너지’ 핵융합 추진…美 CFS 투자자로 참여

현대자동차그룹이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에 투자한다. 단순 재무적 투자를 넘어 향후 핵융합 발전소 건설과 관련 인프라 등에서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산업·엔지니어링 역량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미국 핵융합 개발 기업 커먼웰스 퓨전시스템(CFS)은 현대차그룹이 최근 진행한 10억달러(약 1조350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투자자로 참여했다고 10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구체적인 투자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CFS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분사해 설립된 핵융합 기업으로 민간 핵융합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다. 이번 투자까지 누적 조달액은 약 40억달러로 전 세계 핵융합 산업이 조달한 자본의 약 30%에 해당한다. 주요 투자자로 현대차그룹과 함께 국내에는 우리벤처파트너스가 있다. 일본 미쓰이물산과 미쓰비시상사, 싱가포르 테마섹, 호주 호스트플러스 등도 투자에 참여했다. CFS는 현재 매사추세츠주 데벤스에서 핵융합 실증 장치인 'SPARC'를 조립하고 있다. 이후 버지니아주 체스터필드 카운티에 첫 상용 규모 'ARC' 핵융합 발전소를 건설해 2030년대 초 전력망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ARC 한 기의 순전력 생산 목표는 약 400메가와트(MW)로 중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1기 비슷한 규모다. 핵융합은 현재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핵분열과 반대되는 원리다. 기존 원전은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자핵을 쪼개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지만 핵융합은 수소의 동위원소처럼 가벼운 원자핵을 결합시킬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한다. 이론적으로 연료가 가진 에너지 밀도가 매우 높고 발전 과정에서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핵분열 원전과 달리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지 않고, 대형 사고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원자핵을 융합하려면 초고온 상태를 만들고 이를 안정적으로 가둬 충분한 밀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상용 발전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실제 발전소의 경제성과 발전효율 역시 향후 실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제니퍼 갠튼 CFS 최고책임자는 “핵융합은 AI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제조 등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산업에 안정적인 기저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연료비와 공급망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는 게 CFS의 설명이다. 갠튼 최고책임자는 “핵융합 발전 비용의 대부분이 설비 구축에 들어가는 자본비용이라며 LNG나 석유처럼 국제 연료가격 변동이나 지정학적 공급망 위험에 크게 노출되지 않아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핵융합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투자에 그치지 않고 향후 ARC 발전소를 비롯한 핵융합 산업에서 현대차그룹의 산업·엔지니어링·인프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협력 기회를 찾을 계획이다. 정호근 현대차그룹 부사장은 “핵융합 에너지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뒷받침하면서 증가하는 글로벌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잠재력이 있다"며 “핵융합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산업·엔지니어링·인프라 역량을 기여할 다양한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내일날씨] 전국 구름·일교차 15도…남해·제주 해상 거센 풍랑

오는 11일 전국에 가끔 구름이 많겠고, 내륙을 중심으로 일교차가 최대 15℃(도)로 크겠다. 남해와 제주 해상에는 최고 5m 이상의 거센 풍랑이 일겠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11일) 오전까지 동해 남부와 남해상, 제주도 앞·먼바다를 중심으로 바람이 시속 30~65km(초속 9~18m)로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1.5~4.0m로 높게 일겠다. 특히 남해 동부와 제주도 남쪽 먼바다는 최고 5.0m 이상으로 매우 높게 일겠으니 항해나 조업하는 선박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동해안과 경남권 남해안, 제주도 해안에는 강한 너울성 파도가 백사장으로 밀려오거나 갯바위나 방파제를 넘는 곳이 있겠다. 해안가 출입을 자제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기온은 중부지방과 남부 내륙을 중심으로 아침 최저기온이 평년보다 낮아 다소 쌀쌀하겠다. 당분간 내륙을 중심으로 낮과 밤의 기온차가 10~15℃로 크게 벌어지겠으니 환절기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0~20℃, 낮 최고기온은 24~29℃로 예보됐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R&D부터 해외진출까지 원스톱…5개 기관 통합 ‘한국물산업진흥원’ 설립

흩어져 있던 국내 물산업 지원 기능이 하나로 통합된다.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물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물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총괄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물산업 육성 기능을 일원화할 '(가칭)한국물산업진흥원'을 설립하고 유관기관의 기능을 통합·재편한다고 10일 밝혔다. 통합 대상은 한국물기술인증원, 국가물산업클러스터, 국가물기자재성능인증센터, 한국상하수도협회, 한국물산업협의회 등 총 5곳이다. 이번 개편은 기후위기로 물 재해가 늘어난 데다, AI 대전환에 따른 반도체 산업 성장으로 공업용수 수요가 급증한 배경에서 추진됐다. 세계 물산업 시장 조사기관(GWI)에 따르면 글로벌 물 시장은 2024년 약 9833억 달러 규모에서 2028년까지 연평균 3.5%씩 성장할 전망이다. 정부는 2018년 물산업진흥법을 제정하고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세우는 등 육성에 힘써왔으나, 지원 기능이 여러 기관에 쪼개져 있어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그동안 현장에서는 실험(국가물산업클러스터), 인증(한국물기술인증원), 우수제품 지정(한국상하수도협회), 해외 판로 개척(클러스터·물산업협의회) 등 단계별 주관 기관이 달라 기업들이 절차적·시간적 비효율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산업계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지원 기능의 통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새로 출범할 진흥원은 물산업 전 주기를 아우르는 구심점 역할을 맡는다. 유망 기업 발굴부터 연구개발(R&D), 실증, 인·검증, 사업화, 해외 진출까지 전 과정을 일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정부 지원의 실효성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기후부는 이르면 이달 중 통합 대상 기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려 조직 구성과 세부 업무 범위를 구체화할 방침이다. 각 기관의 고용 승계와 보수, 복리후생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기관·노조 및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연내 '물관리기술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에 착수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금한승 기후부 제1차관은 “기후위기와 AI 시대에 물산업은 국민 안전을 지키는 동시에 첨단산업 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분야"라며 “흩어져 있던 지원 기능을 하나로 모아 국내 물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수십m만 떨어져도 농도 급변”…촘촘한 간이 센서가 시민건강 지킨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찾아 전국 초·중·고 1만1000곳에 간이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대통령은 대당 600만원 정도인 측정기를 전국 학교에 설치하는 데 약 6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학교 주변의 미세먼지를 보다 촘촘하게 측정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곧바로 반론이 나왔다. 간이 측정기의 정확도가 낮아 학교마다 설치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당시 교육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환경부 조사에서 간이 측정기의 정확도 문제가 제기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확하지 않은 측정기를 학교마다 설치하는 것보다 공기청정기 등 실제 대응수단에 예산을 쓰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결국 2017년 7월 국회 예결위 조정소위는 문 대통령이 약속했던 학교 미세먼지 측정기 사업의 국가 예산 90억원을 삭감했다. 당시 반대 측에서는 간이 측정기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기존 대기질 정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확하지 않으니 무용지물'이라는 생각, 맞았을까 9년이 지난 지금 이 논쟁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노스이스턴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도시 대기질 측정망의 공간적 한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보스턴 지역에서 기준에 맞는 고정식 측정소와 저비용 이동형 센서를 반경 250m 이내에서 비교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평균적인 초미세먼지(PM2.5) 농도 차이는 ㎥당 2.0㎍(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정도였지만, 특정 국지적 오염 사건에서는 두 측정값의 상대적 차이가 300%를 넘었고 농도 차이가 최대 800㎍/㎥에 이르기도 했다. '좋음', '보통', '나쁨' 등 대기질지수의 등급(AQI) 자체가 달라진 경우도 10.4%에 달했고, 한 지점에서는 봄철 측정 기간의 21.8%에서 서로 다른 AQI 등급이 나타났다. ◇'정확한 측정소 하나'보다 '촘촘한 눈'이 필요한 이유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측정기의 정확도만이 아니었다. 도시의 공기는 생각보다 훨씬 불균일하다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연구에서는 건물에서 발생한 연기와 측정소 주변에서 공회전하던 배송 트럭 등 국지적인 오염원이 불과 한 블록 이내의 공간에서도 급격한 PM2.5 농도 차이를 만들어냈다. 건물 사이의 바람길이나 도로 교통량 같은 조건도 수십m 단위의 오염 농도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정확한 측정기라도 측정소가 멀리 떨어져 있다면 그 측정소가 측정하지 않은 공간의 오염 상태까지 정확하게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 반대로 개별 센서의 측정값에 어느 정도 오차가 있더라도 이를 수백~수천 개의 지점에 촘촘하게 설치하고, 기준측정소와의 비교·보정 및 데이터 분석을 병행한다면 도시의 오염 분포를 훨씬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정확도'와 '공간 해상도'는 함께 봐야 이는 2017년 한국에서 벌어졌던 논쟁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당시 논쟁은 주로 “간이 측정기가 얼마나 정확한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최신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정확도만으로 측정망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측정기의 정확도와 측정망의 공간적 밀도는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가 기준측정소는 여전히 반드시 필요하다. 대기환경 기준을 판단하고 장기간의 추세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표준화된 측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시민의 실제 미세먼지 노출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학교, 어린이집, 통학로, 골목길, 도로변, 산업시설 주변처럼 생활공간에 저비용 센서를 촘촘하게 설치하고 기준측정소와 연계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촘촘히 설치한 저비용 센서의 오염 수치가 높다면 집중적인 원인 파악에 나서고, 그에 따른 대책을 수립해 추진하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핵심은 '정확한 측정소냐, 부정확한 간이 측정소냐'의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확한 기준측정소를 '기준점'​으로 삼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센서를 '촘촘한 눈'​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국제유가 100달러 재돌파…경유 원가, 석유 최고가격 넘어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재격화되면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가격이 급등했다. 특히 국내 기름값의 산정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석유제품 도매가격이 110여 일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경유 원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넘은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유럽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일 대비 배럴당 3.3달러 오른 101.2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 7월 23일 이후 약 50일 만이다. 같은 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1.1달러 오른 97.1달러,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6.4달러 상승한 105.1달러로 집계됐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 역시 폭등했다. 동북아 LNG 현물가격은 MMBtu당 24.7달러로 전쟁 전(10~11달러) 대비 약 2.2배 올랐으며, 유럽 천연가스(TTF) 가격도 MWh당 79.2유로로 전쟁 전(31유로)보다 2.5배가량 상승했다. 유럽 내 겨울철 난방용 가스 비축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와 맞물려 상승 폭이 커졌다. 유가 급등의 주된 원인은 중동 정세 불안이다. 미 중부사령부가 자국 함정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원유 운반선 5척을 격침하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요르단 내 미군기지를 탄도미사일로 타격했다. 지난달 30일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기뢰 발사대를 타격한 이후 양국 간 무력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8일 기준 싱가포르 도매가격은 배럴당 휘발유(92RON) 132.7달러, 경유(황함량 0.001%) 172.2달러를 기록했다. 휘발유는 5월 20일 이후 112일 만에 130달러를 넘었고, 경유는 4월 30일 이후 133일 만에 170달러를 돌파했다. 이를 원화와 리터 단위로 환산한 뒤 유류세를 더한 단순 원가는 △휘발유: 제품가 1116.2원 + 유류세 634.5원 = 1750.7원/L △경유: 제품가 1444.0원 + 유류세 396.21원 = 1840.21원/L이다. 현재 정부가 설정한 석유 최고가격은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이다. 이미 경유 원가는 정부 최고가격을 넘어섰고, 휘발유도 턱밑까지 오른 상태이다. 해당 최고가격제 적용 기한이 오는 9월 22일로 다가옴에 따라, 정부가 국제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상한선을 올릴지 아니면 물가 안정을 위해 동결 기조를 유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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