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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부가 ‘산림 훼손’…송전탑 공사 피해 속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추진 중인 '동해안~신가평 500kV HVDC(초고압직류송전선) 동부 구간' 건설 사업이 산림을 불법적으로 훼손하고, 산사태 등 재해 위험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산림청으로부터 '경고성' 협조 공문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돼 자연생태계 보전을 담당하는 기후부가 체면을 구기게 됐다. 녹색연합은 16일 현장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사업 주체인 기후부가 허가받은 면적을 초과해 산림을 파괴하고, 산사태 예방 조치를 소홀히 하여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 37개소(경북 봉화 16곳, 강원 삼척 11곳 , 경북 울진 10곳)에서 불법 훼손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현재 울진·삼척·봉화 일대 약 120개소에서 진행 중인 공사가 하류 주민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고위험 상태라고 경고했다. 동해안~신가평 500kV HVDC 사업은 경북 울진에서 경기 가평까지 약 230km 구간에 440여 기의 철탑을 세워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대규모 전력망 프로젝트로 지난해 11월 착공했다. 한전은 1단계로 올해 10월까지 4GW 규모의 송전망을 구축하고, 2단계 사업이 완료되는 2027년까지 송전 용량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가장 심각한 훼손이 발견된 곳은 경북 봉화군 춘양면 애당리 방목이골로 이미 산사태의 일종인 토석류(土石流)가 진행 중이다. 40도에 달하는 급경사지에서 폭 15m, 길이 70m 규모의 토석과 암석이 계곡 아래로 쏟아져 내리고 있고, 토사를 막으려 설치한 톤백(마대자루)은 찢어진 채 방치돼 있다. 이곳은 2008년과 2023년에 이미 산사태로 주민 8명이 목숨을 잃은 지역이라 주민들 불안감이 크다는 것이다. 강원도 삼척시 풍곡리 용소골 역시 심각하다. 송전탑 부지 절취 과정에서 발생한 토사가 30~100m 구간에 걸쳐 계곡으로 유출됐고, 특히 광산골 32번 철탑 부지에서는 지반 침하까지 확인돼 부실 시공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녹색연합은 “국가 기간망 확충이라는 명분 아래 국내 최고 수준의 생태계를 보유한 백두대간과 산림유전자보호구역이 무분별하게 파괴하고 있다"고 기후부 등을 비난했다. 환경영향평가와 재해영향평가 협의 사항인 '토사 유출 방지'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녹색연합은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기후부의 '구조적 결함'을 지목했다. 사업 추진 주체가 같은 기후부의 전력망정책관실이어서 환경영향평가와 사후 모니터링을 담당해야 할 기후부의 지방환경청이 감시를 소홀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과거에는 송전선 건설이 산업부 업무였는데, 지난해 10월 기후부로 통합됐다. 기후부 이호현 2차관은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업무가 기후부로 통합되기 전에) 산업부 전력국장으로 일할 때 횡성과 홍천, 영월 등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다녔다.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의 경우 철탑도 상당히 많고 생태 1급지를 지나가는 곳이어서 주민과 지역사회는 물론 환경청 등 관계기관과도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진행한 기억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산림청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기후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한편 국유림관리소를 통해 현장 조사에 나섰다. 산림청 산지정책과 관계자는 “계곡에서 토사 유출이 발생해 하류 주민들 피해가 예상돼 기후부에 재해 방지 조치를 취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환경부(현 기후부)는 농림축산식품부 외청인 산림청을 흡수하려는 시도를 보였고, 이로 인해 환경부와 산림청은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되고 있기도 하다.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은 “전력망 구축을 명분으로 불법 공사와 재해 위험을 방치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기후부는 즉각 공사를 중단하고 정부 전문가 합동 긴급 안전 점검과 함께 230km 전 구간에 대한 재해 위험 전수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토사 유출과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철탑 공사현장에 대형 마대를 임시 설치하는 등 피해 예방 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일부 마대가 부식됐다"면서 “지반이 얼었다 녹고, 빗물이 침투하면서 토사 유출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전 측은 현재 산림청(국유림관리소)과 재해 방지조치 등을 협의 중이라면서 보수계획을 승인받아 보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산지 전용 허가지역 외에 산림 훼손이 일어나지 않도록 현장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한국 배터리 성장은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

중동전쟁으로 고유가 국면이 접어들자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이 조기에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배터리 전문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침투율(신차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9%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전쟁 전 1월 예상했던 27% 보다 2% 포인트 올라간 것이다. 내년에는 전기차 침투율이 더 높아져 35%, 2028년 41%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예상보다 전기차 수요 확대가 커진 결과다. 현재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의 배터리 효율. 안전 등을 이유로 보조금을 깍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기준이 된다. 에너지 밀도 기준이 도입되면 LFP(리튬인산철)배터리를 사용하는 중국산 전기차의 실구매가 상승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LFP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에너지를 담는 효율(에너지 밀도)이 낮고 삼원계 배터리는 가격은 비싸지만 효율은 높다. 국산 차량은 LFP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리튬.니켈.코발트) 배터리를 주로 적용하는 만큼 보조금 산정에서 유리하다. 가격 격차 축소와 함께 배터리 안전성과 사후관리 경쟁력까지 반영된다면 국산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과잉 설비 및 저가 경쟁 문제를 해결하고 해당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을 시작했다. 중국 구조조정의 기준은 품질과 기술이며 이를 기반으로 수출 및 가격 규제, 수요 유지, 확대 정책이 결합되어 정책 기조가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저효율, 저성능 제품의 생산 능력을 퇴출하고 고성능, 고품질 제품 중심의 산업 재편을 촉진하는 한편, 무질서한 수출과 출현 경쟁을 억제하여 시장 질서를 정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동시에 세제 지원과 인프라 구축, 정부 조달 확대 등을 통한 수요 유지.확대 정책을 병행하면서 구조조정의 충격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업계에서는 가격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및 차세대 기술 중심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해외로는 단순한 수출 위주의 전략을 넘어 생산, 공급망, 판매, 서비스를 통합한 현지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 기업은 중저가 영역에서 중국과의 경쟁 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지만 고성능 제품과 기술 표준 분야의 경쟁은 심화될 것이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과의 협력 또는 디커플링 전략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중국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질의 자산과 기술, 인력을 선별적으로 인수, 제휴함으로써 기술 및 원가 경쟁력을 보완할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배터리 제조사 및 소재관련 기업이 여럿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기업이 에코프로 그룹 계열사인 에코프로 이노베이션이다. 에코프로 이노베이션이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용 황화리튬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R&D)에 착수했다. 목표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배터리 대비 폭발 위험을 줄이고 에너지 밀도와 주행거리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배터리로 통한다. 기술의 핵심은 폐도가니 재활용을 통해 리튬을 회수하고 초미세 분쇄 기술로 황화리튬을 생산하는 것이다. 에코프로가 추진해 온 폐도가니 재활용 프로젝트는 양극재 소성 과정에서 리튬 노출로 변질된 도가니를 분말 수준으로 미세하게 파쇄한 뒤 이 과정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나온 리튬을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황화리튬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미세 분쇄 공정이 필수적이다. 고체 전해질은 전극 사이를 이동하며 리튬 이온의 이온 반도체 역할을 하는데 기존 액체 전해질보다 입자 간 거리가 훨씬 짧기 때문에 더 작은 입도(입자 크기)가 요구된다. 에코프로 이노베이션은 이러한 기술적 특성을 충족하기 위해 연구개발 전담팀을 중심으로 황화리튬 생산 공정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중국의 기술력 추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한국 배터리가 성장하기 위해선 전기차를 중심으로 배터리 수요가 다시 회복되는 2~3년 뒤 수요를 선점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업계 흐름은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 대신 나트륨을 활용한 신배터리 연구에서부터 더 안전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전고체 배터리 등 경쟁이 치열하다. 지금은 비싼 가격이 문제로 꼽히지만 신배터리가 상용화되면 가격 또한 보편화될 수 있다. 기술 경쟁의 또 다른 한 축은 다각화이다. 배터리 수요가 로봇과 데이터 센터, 드론 등으로 확산되는 흐름에 누가 더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선제적 투자를 통한 기술 확보 없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배터리 시장 트렌트에 대응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강천구

석유공사, BP와 동해심해가스전 입찰유효기간 연장

석유공사가 글로벌 석유메이저 BP와 동해심해 탐사사업 입찰 유효기간을 연장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BP(브리티시페트롤리움)와 입찰 제안서 유효기간을 오는 9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15일 밝혔다. 동해심해가스전 개발사업자인 석유공사는 지난해 9월 사업에 햠께할 사업자 입찰을 실시해 BP를 내정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과 관세협상 때문에 눈코뜰새 없이 바쁘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종승인 전에 이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자 진상을 밝히겠다며 승인을 보류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 끝나나 싶었던 동해심해가스전 개발사업은 중동전쟁 장기화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매장량 발견만 성공하면 가장 확실한 에너지안보 자산을 갖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사업은 경북 포항 앞바다에 위치한 심해 7개의 유망구조에서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 가스 자원량을 개발하는 것이다. 자원량의 30%만 확보해도 국내 소비량의 4년치를 확보할 수 있다. ▲동해심해가스전 개발사업의 대왕고래 구조에서 탐사시추를 진행한 웨스트 카펠라호. 한국석유공사 작년 10월 잠재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된 BP, 지금까지 승인 안나 사업 주관사인 석유공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발견가능성이 가장 높게 평가된 대왕고래 구조를 대상으로 탐사시추를 진행했지만 아쉽게도 경제성 있는 물량을 발견하지 못했다. 시추비는 총 1240억원가량이 투입됐다. 석유공사는 나머지 6개 구조에 대한 추가 탐사시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조가 서로 연결돼 있어 가스가 다른 구조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산업부 “볼레오 구리광산 1달러 매각 불가피했다” 해명

본지가 보도한 한국광해광업공단의 멕시코 볼레오 광산 1달러 매각에 대해 감독부처인 산업부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산업통상부는 15일 해명자료를 통해 “2022년 6월 매각결정 당시 볼레오 사업은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가운데 사업 지속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며 “기대 수익 대비 현금유출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손실을 조기에 확정하는 것이 재무·회계적 관점에서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해외자산관리위원회에서 매각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본지는 14일

“2035년까지 재생열 비중 35% 달성…의무화제도 도입”

정부가 2035년까지 국내 열 생산의 35%를 히트펌프와 미활용열 등 재생열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대규모 열공급 사업자에게 일정 비율 이상을 재생열로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5일 열에너지 탈탄소화를 위한 '열에너지 혁신 전략안'을 공개했다. 전략안에 따르면 열에너지는 국내 최종 에너지 소비의 약 48%, 온실가스 배출의 약 29%를 차지한다. 그러나 재생열 사용 비중은 2024년 기준 3.6%에 불과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재생열로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후부는 2030년까지 재생열 비중을 15%, 2035년에는 3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히트펌프 보급을 2030년 69만대, 2035년 350만대로 늘린다. 전략은 △열에너지 정책 기반 및 탈탄소 기반 구축 △재생열 공급 확대 및 탈탄소화 추진 △히트펌프 보급 등 재생열 이용 촉진 △열 산업 생태계 강화 등 4대 과제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는 '열에너지 관리 및 탈탄소화 촉진법(가칭)'을 제정해 재생열 전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법에 따라 재생열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HO)를 도입해 대규모 열생산업자가 일정 비율 이상 재생열을 공급하도록 한다. 대규모 열생산자는 외부 재생열 사업자로부터 인증서를 구매해 RHO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또한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신규 집단에너지 시설에는 일정 비율의 재생열 사용을 의무화한다. 산업시설이나 발전소에서 버려지는 미활용열을 회수하기 위해 열 배관망 구축의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미활용열 현황을 파악하고 지역별로 열 공급 설비를 구축해 '국가 열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추진한다. 히트펌프 확대를 위해 신축 건축물에 재생열 이용을 의무화하고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열로 전환하는 'P2H' 실증사업도 확대한다. 가스보일러를 대체하는 전기보일러는 기존 3.5메가와트(MW)에서 10MW 이상으로 대형화할 계획이다. 기후부는 재생열 전환에 따른 난방요금 상승에 대비해 히트펌프에 전기요금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는 등 요금체계 개편도 추진할 예정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제는 열에너지의 탈탄소 전환을 향해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며, “화석연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에너지 구조를 과감히 탈피하고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을 통해 열에너지 탈탄소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석유 요정’ 강훈식, 2억5000만배럴 추가 확보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등 석유, 가스 수출국을 순방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억배럴이 넘는 석유를 추가 확보했다. 강 비서실장은 15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올해 말까지 원유 2억7300만배럴을 도입하고, 나프타도 연말까지 최대 210만톤을 추가로 확보했다"며 “원유는 작년 기준으로 석 달 이상 쓸 수 있는 물량이고, 나프타는 한 달 치 수입량"이라고 설명했다. 강 비서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이번에 확보한 석유는 호르무즈 해협과 무관하게 들어온다. 내륙국인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와 중국 등을 통해 석유를 수출하며,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를 통해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 오만은 호르무즈 해협 바깥에 위치해 있다. 강 실장은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게 원유와 나프타이며, 시장가격 베이스로 논의했다"며 이번 석유 확보 성과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 실장은 카자흐스탄에서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 만나 원유 1800만배럴을 확보했고, 오만에서는 왕위 계승서열 1위인 디아진 빈 하이삼 알사이드 경제부총리를 만나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한국 선박 26척의 안전한 통과를 위해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연말까지 원유 약 500만배럴과 나프타 최대 160만톤에 대한 공급 약속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외교부 장관 및 에너지 장관 등과 만나 홍해를 통해 4, 5월에 5000만배럴 등 연말까지 총 2억배럴을 공급하기로 약속을 받았으며, 나프타도 최소 50만톤 등 최대한 많은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강 실장은 설명했다. 당초 카타르는 강 실장의 순방 대상이 아니었지만, 미국과 이란의 2주간 휴전 합의 소식에 긴급하게 방문했다. 카타르는 한국에 2~3번째로 많은 연간 800만톤의 LNG를 수출하는 나라이다. 이란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LNG 생산시설이 타격을 받아 전체 생산량의 17%가 최소 3년간 공급 불가능한 상태이다. 이로 인해 카타르에너지는 한국, 중국 등에 LNG를 공급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강 실장은 카타르 측에 “한국과 체결한 LNG 수출계약이 차질 없이 이행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고, 카타르 타밈 국왕은 “한국과 약속을 지키겠다, 한국을 최우선시하겠다"고 답했다고 강 실장은 전했다. 카타르는 수출 가능물량에서 한국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윤성혁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은 덧붙여 설명했다. 또한 강 실장은 “중동 산유국들이 한국의 원유 저장시설을 활용한 공동 비축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강 실장은 한 달 전인 3월 중순경 이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로 UAE를 방문해 1800만배럴의 원유 도입 약속을 받아오기도 했다. UAE는 이전에 600만배럴을 공급한 바 있어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이후로 한국에 총 2400만배럴을 공급할 예정이다. UAE의 본 원유 수출항은 해협 안쪽에 있지만, 바깥 쪽에도 수출항이 있어 이를 통해 제한적이지만 수출을 계속하고 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주말 전기차 충전요금 대폭 할인…80%는 혜택 불투명

정부가 주말과 공휴일에 전기차 충전용 전기요금의 대폭 할인에 나섰지만, 전체 충전기의 약 80%는 할인 적용이 불투명하다. 전기요금 할인은 충전사업자의 전력 구매 원가를 낮추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업자가 인하된 원가만큼 충전요금을 낮춰야 실제 소비자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충전사업자들의 요금 인하를 독려할 방침이다. 15일 전기차 충전사업자인 에버온은 3~5월과 9~10월 주말 및 공휴일 동안 충전요금을 인하하기로 했다. 완속은 kWh당 296원에서 246원으로 50원(약 17%) 내리고, 급속은 296원에서 148원으로 148원(50%) 할인한다. 파워큐브도 이동형 충전기에 대해 해당 시간대 전기요금을 절반으로 할인하겠다고 밝혔다. 이동형 충전기에는 계량기가 내장돼 있어 사용량을 개별 측정할 수 있다. 플러그링크는 해당 시간대 충전 시 현금성 포인트로 보상하기로 했다. 시간당 300포인트를 지급하며 1회당 최대 1000포인트까지 받을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오는 16일부터 계시별(계절·시간별) 전기요금제를 본격 시행함에 따라, 전기차 충전업체들은 각자에 맞는 할인 혜택을 내놓고 있다. 계시별 요금제에는 봄(3~5월)과 가을(9~10월) 주말 및 공휴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전기차 충전용 전기요금을 50% 할인하는 내용이 담겼다.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에 전력 소비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기후부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요금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다. 이에 전기요금 원가가 50% 할인되더라도 전체 충전요금 인하 효과는 12~15% 수준에 그친다. 기후부는 전기요금 할인 효과가 직접 반영되는 충전기를 자가소비형 9만4000기와 기후부·한국전력이 운영하는 급속충전기 1만3000기 등 총 10만7000기로 추산했다. 자가소비형 충전기는 개인 주택, 빌라, 아파트 등에 설치돼 사용자가 직접 전기요금을 부담하는 방식이라 혜택을 직접 받는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기 누적 보급량은 약 50만기다. 나머지 약 40만기는 운영자에 따라 할인 적용 여부가 다를 수 있다. 이에 전기차 이용자는 주말에 충전하기 전에 실제 할인 적용 여부를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에버온, 파워큐브, 플러그링크처럼 사업자가 직접 요금을 인하하거나, 아파트가 직접 운영하는 충전기의 경우 관리 주체가 전기요금 인하분을 충전요금에 반영해야 한다. 다만 아파트가 직접 운영하는 충전기의 계량기가 별도로 분리되지 않아 전체 전력 사용량에 소비량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어, 시간대별 요금 할인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기후부는 “일부 민간 충전사업자도 주말 할인 정책에 동참할 예정"이라며 “참여 업체 목록 공개 등을 통해 할인 정책 확산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슈] 전력감독원, 내년 초 출범 가닥…전력시장 ‘게임체인저’ 되나

태양광 등 소규모 발전사업자가 크게 늘면서 전력망에 대한 공정하고 중립적 감독을 맡는 감독기구가 신설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차별과 정부 주도의 '관치'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신설을 추진 중인 '전력감독원(가칭)'이 이르면 내년 초 출범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의 적정성 등을 평가하고 전력시장 내외의 부당거래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궁극적으로는 전력시장 운영과 감시 기능을 분리하는 구조 개편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구상은 전력거래소와 한국전력공사가 각각 전력시장 운영과 전력망 사업에 집중하고, 전력감독원이 시장을 독립적으로 감독하는 '기능 분리형 구조'다. 전력감독원 신설 논의는 현행 전력시장 거버넌스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전기사업 허가, 전기요금 인가, 전력시장 및 계통 관리 등 핵심 권한이 기후에너지환경부, 한전, 전력거래소에 혼재돼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전기위원회 역시 심의·자문 기능에 머물러 실질적인 견제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기위원회의 권한을 심의·의결 기능으로 확대하고, 전력감독원을 별도로 신설해 전력시장과 계통 운영을 독립적으로 감독하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전력시장 규율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전력감독원 신설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나왔으며, 이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김정호 의원,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의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하반기 내로 국회와 협력해 법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전력감독원은 약 130명 규모로 운영될 전망이다. 한전과 전력거래소 관련 인력 일부를 차출하고 추가 채용을 통해 조직을 구성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기존 전력거래소, 전기위원회, 한전, 기후부 내 전력시장 관련 기능 일부도 이관될 것으로 보인다. 전력감독원의 역할은 크게 △전력망 감독 △전력시장 감시 두 축으로 구성된다. 전력망 감독 측면에서는 전력계통 운영의 핵심 기준인 '그리드코드' 고도화와 이행 관리가 중심이 된다. 또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등 비상조치의 적절성을 평가하고, 주요 설비 고장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기능도 수행할 예정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실적이 있는 발전 설비용량은 2020년 1월 117GW에서 2026년 1월 139GW로 19% 증가하는 동안, 발전사업자 수는 3597개에서 7561개로 110% 늘었다. 태양광 등 소규모 발전사업자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전력망 감독 중요성도 커지게 됐다. 또한 분산형 전원의 확대에 대응해 통합관제 체계 구축을 위한 기관 간 협력 체계 마련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전력시장 감시 기능도 대폭 강화된다. 시장 내외의 부당거래를 감시하고, 가격·시장집중도·지배력 분석을 통해 경쟁구조를 평가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와 함께 신규 및 소규모 사업자의 시장 진입 장벽 점검, 장내외 거래 간 연계 적정성 평가, 소비자 분쟁 조정 지원 등도 포함될 예정이다. 기후부는 12차 전기본과 이번 규제기구 신설에서 기존 경제학 전문가가 아닌 전력계통, 전기공학 전문가들을 중용하고 있다. 12차 전기본 총괄위원회 전원이 전력공학, 계통 전공 교수들로 이뤄진 것은 최초의 사례다. 지난 10차는 경제학, 11차 때는 원자력공학 전문가가 위원장을 역임한 것과 구별된다. 이번 전력감독원 설계도 김승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가 주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으로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국무총리실 수소경제위원회 등 주요 정책기구에서 활동해온 전력·에너지 정책 전문가로, 현재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도 맡고 있다. 전력경제와 계통 운영 분야에서 다수의 SCI급 논문을 발표하는 등 학술적 성과와 정책 경험을 동시에 갖춘 인물로 평가되며, 이번 감독기구 설계에도 이러한 전문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전력감독원 신설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전력시장 효율화와 불공정 거래 감시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차별과 정부 주도의 '관치'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시장 복잡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독립 감독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특히 출력제어의 적정성이나 시장 교란 행위 등에 대한 체계적 감시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반면 정부 주도의 감독 권한이 강화될 경우 전력시장이 금융감독원과 유사한 '관치 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SMP 상한제 등 가격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과 맞물릴 경우 시장 자율성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감독 기능 자체는 필요하지만 가격 규제와 감독 권한이 동시에 강화되면 민간 투자 환경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감독원 신설은 전력망·시장 분리 감독이라는 구조 개편이지만, 동시에 전력시장 '관치 강화' 논쟁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오만과 편견, 그리고 오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이란 핵무장 저지를 명분으로 전쟁 개시를 선언했다. 그는 이미 작년 1월 20일 두 번째 임기 시작 직후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세계 최대 석유·천연가스 생산국이자 에너지 순(順) 수출국인 미국의 비상사태 선포는 생뚱맞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조처가 유전, 정유시설 등 화석연료 인프라 개발촉진을 유발할 것이라고 했다. 신속한 석유·가스 시추 허용과 각종 규제 대폭 완화를 위한 '미국 에너지 잠재력 해방'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도 시사했다. 그리고 금년 2월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이 돌아왔다.'라고 공언하였다. 석유 시추 허가 55% 급증, '아름답고 깨끗한 석탄'의 부흥, 원자력 부흥, 전기차 의무화 중단 등을 주요성과로 제시하였다. 전임 정부의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전환 정책을 뒤집고 다시 화석연료 중심 체제로 회귀한 셈이다. 에너지를 인류 공영의 기반이라기보다 특정 권력자의 '오만한(arrogant)' 국제질서 장악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미국 여론은 딱히 호의적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 같다. 미국 성인 27%만이 이란 공습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로이터·입소스)도 있다. 지지 거부 응답은 43%, 잘 모른다는 응답은 30%이란다. 당연히 트럼프에 대한 국제사회의 호응이 호의적이지만은 아니다. 유럽(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와 일본, 호주, 한국 등 전통적 미국 동맹국마저 갈수록 소극적이다. 근본적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과 상호 공영을 통해 성공적인 경제 성장을 추구하여온 '브래튼우즈' 체제의 훼손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체제는 미국 달러 가치를 금(1온스당 35달러)가격과 연계하고 다른 국가의 통화가치를 달러에 고정하는 '조정 가능한 고정환율제'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1971년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金兌換) 정지로 변동환율 체제로 전환되었다. 이후 미국 주도 세계질서체제가 약화 되었다. 약소국과 민간인 보호를 위한 국제 규범도 약화 되었다. 사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수단 내전, 미국-이스라엘과 중동 각국 간의 분쟁으로 지속적으로 약화하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MAGA)'의 강화 움직임과 함께 '오만한' 접근책에 대한 반감 고조는 세계공영체재의 균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 등 인접국들과 UN 등 국제기구들의 권유와 중재 노력에 따라 일정 기간 휴전과 뒤이은 종전 협상은 진전될 것 같다. 상호이익 균형점에서 합의를 위한 노력은 지속할 것 같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의 정상화도 기대된다. 전쟁이나 국가개입에 따른 폐해 대비는 거의 불가능하거나 매우 큰 비용을 수반한다. 따라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공급탄력성 제고는 항상 긴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석유 등 에너지 시장의 정상화 논리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경제사회 효율성은 생산 가능 곡선에서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 종식되는 단계에서부터 유발된다고 한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1970년대의 두 차례 석유파동 학습이 유용할 것이다. 1973년 10월부터의 1차 파동, 1978년에서 1981년 초까지 이란혁명으로 인한 2차 파동 그리고 두 파동 간의 중간 기간을 포함하면 대략 13배($3→$39) 올랐다. 그러나 두 차례 파동 지속기간은 각기 3년 이내이어서 그 폐해는 신속하게 복구하였다. 우리나라는 매우 특이하게 전화위복의 계기를 맞이하였다. 석유파동 기간 중 건설수출. 설비산업 육성, 건설 진흥, 에너지 이용 합리화 강화 등 새로운 성장 계기를 마련하였다. 개도국 중 유일하게 선진국 진입 계기를 마련했지만 에너지 상황이 닥치면 대부분의 후발 개도국들은 주요 생산요소 석유 가격 급등으로 구조적 위기상태에 빠진다. 그들은 선진경제 진입을 위한 우회로(迂廻路;Detour) 선택에 장애를 겪는다. 당연히 글로벌 시장경제 효율성은 퇴보한다. 후발국들의 선진경제체제 진입에 필요한 각종 장애 요인 제거/예방은 더 많은 사회비용을 초래하는 논리적 모순(아이러니)이 우려된다. 대부분 예상치 못한 시장변동이나 정치권 무능력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한 것이다. 우리는 현안 에너지 문제 분석/검증과정에서 인접국이자 세계 1위 에너지소비국인 중국의 여건변화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이 서방에 대한 전략자산(희귀광물 등)과 핵심부품(태양광 패널 등)의 공급통제와 관련 상품이나 부품 대량구매를 통한 시장통제 능력 과시는 우려스럽다. 사실 여건변화에 대응한 공급망 조정작업에서 혜택보다 비용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런 모든 제약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의 글로벌 공급체계의 상호 의존도는 증가하고 있다. 비용증가는 당연하다. 이에 합리적 수준에서의 비용상승 제어가 글로벌 차원 주요 해결과제 중 하나이다. 특히 에너지-환경-기술개발 등 공급망 결정에 새로운 요인일수록 산업성숙도와 국제적 연대가 미진하고 공공영역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책기획과 초기 평가과정에서 장기적 정책 안목에서 진중한 경쟁력 평가가 필요하다. 관료주의 폐해와 정부 실패 보완이 그 성공 관건이다. 끝으로 시장 결함보완은 관련 전문가들의 영역이자 책임이라는 점을 새삼 강조한다. ekn@ekn.co.kr

“건강한 생태계가 기업 자산”…정부, 생태계 계정 구축에 나선다

글로벌 생활소비재 기업 유니레버는 지난 2018년 이후 팜유 공급망에 위성 추적 시스템과 '산림 파괴 금지' 정책을 도입했다. 2020년 기준 약 95%의 원료를 추적 가능한 공급망으로 전환해 열대우림 훼손 논란을 줄였다. 글로벌 식품·음료 기업인 네슬레 역시 지난 2019년 '산림 파괴 제로'를 선언한 뒤, 커피·코코아 재배지에 재생농업과 혼농임업을 도입했다. 재생농업은 토양 건강과 생태계 기능을 회복하는 지속가능한 농업 방식이고, 혼농임업은 농작물과 나무를 함께 재배해 생물다양성과 탄소 흡수를 높이는 토지 이용 방식이다. 네슬레는 이를 통해 2022년까지 주요 공급망의 90% 이상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 실제로 생물다양성이 회복된 성과도 확인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자연자본(Natural Capital)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후 리스크와 생물다양성 손실이 기업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주면서 자연을 더 이상 외부 변수로 취급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자본은 숲·토양·물·생물다양성 등 자연이 제공하는 자원과 생태계 서비스의 총합으로, 인간의 경제 활동과 삶을 지탱하는 기반이 되는 자산이다. 국내에서도 자연자본을 정량화해 경제 시스템에 편입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가 정책과 기업 경영 모두에서 '생태계 계정(Ecosystem Accounting)'이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 차원의 '생태계 계정' 구축 추진…자연을 경제 지표로 통합 최근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이현우·이승준 선임연구위원 등 연구팀이 작성한 '생태계 계정 구축 및 생물다양성 주류화 정책 개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국가 차원의 생태계 계정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생물다양성 가치를 정책 전반에 반영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특히, 자연의 비(非)시장적 가치를 정량화해 경제 지표와 연계함으로써, 환경과 경제를 통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통계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연구팀은 2030년까지 단계별로 진행될 생태계 계정 구축 로드맵을 수립하고, 생태계의 규모, 상태, 서비스, 자산을 아우르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안했다. 보고서에서 말하는 생태계 계정은 생태계의 규모(extent), 상태(condition), 서비스(service), 자산(asset)을 포괄적으로 측정해서 이를 경제 지표와 연계하는 '공간 기반' 통합 통계 체계다. 이 보고서는 기존 국민계정체계(SNA)가 반영하지 못했던 공기 정화, 수질 개선, 홍수 조절과 같은 비시장적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를 계량화하는 데 생태계 계정의 본질적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생태계 계정이 단순한 환경 통계를 넘어 정책 의사결정의 핵심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연자본과 생물다양성 정보를 경제 활동과 연계함으로써, 개발과 보전 사이의 의사결정을 보다 정량적이고 객관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2030년 완성 목표…3단계 로드맵 추진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생태계 계정 구축 사업은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2024~2028)'에 근거해 2030년까지 완성을 목표로 추진된다. 우선 1단계(2025~2027년)는 실험 단계로, 계정 구축 로드맵을 수립하고 일부 계정을 시범적으로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이 과정에서 관계부처 협의체 구성과 플랫폼 설계가 병행된다. 2단계(2028~2030년)는 본 구축 단계로, 규모·상태·서비스·자산 계정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통합하는 국가 생태계 계정 플랫폼이 완성된다. 이 단계에서는 생물다양성이나 탄소 저장량 등 주제별 계정도 함께 구축된다. 마지막 3단계(2031~2033년)는 고도화 단계로, 계정의 정밀도를 높이고 이를 국가 승인 통계로 전환하는 한편, 제도적 활용 기반을 확립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정책 추진의 법적 근거는 '환경정책기본법' 제9조인데, 정부가 환경과 경제를 통합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를 개발하고 정책에 활용해야 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생태자산 종합평가' 기법을 중요한 정책 도구로 제시한다. 이는 토지피복 기반 데이터를 활용해 사업 전후 생태자산의 변화를 정량적으로 비교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종 중심 평가를 넘어 생태계 기능과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방식은 환경영향평가나 개발사업 타당성 검토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으며, 자연자본의 총량 유지라는 정책 목표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해외에서는 기업의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 해외 주요 국가들도 생태계 계정을 정책·재정·기업 의사결정에 직접 활용하는 도구로 발전시키고 있다. 생태계 계정을 공공·기업·금융이 함께 활용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자연자본을 정책 평가 체계에 통합한 대표적 사례로 영국을 들 수 있다. 재무부의 공공사업 평가 지침인 '그린북(Green Book)'에 자연자본 개념을 반영, 개발사업의 비용·편익 분석에 생태계 서비스 가치를 포함시키고 있다. 또한 매년 자연자본 계정을 발표해 대기 정화, 탄소 저장 등 서비스 가치 변화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생태계 계정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통합 자연자본 계정(INCA)을 통해 생태계 서비스 변화의 원인을 분석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설정한다. 최근에는 회원국에 관련 통계 제출을 요구하는 규정을 도입해 사실상 '자연자본 회계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자연자본을 국가 경제 통계에 포함시키는 전략을 추진 중이고, 호주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등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생태계 계정을 구축한 뒤 이를 국가 단위로 확장하고 있다. 종합하면 해외 사례의 공통점은 세 가지다. 첫째, 자연자본을 '정책 의사결정 변수'로 편입했다는 점, 둘째, 공간 기반 데이터로 정량화했다는 점, 셋째, 공공·기업·금융이 함께 활용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 등이다. ◇TNFD 공시와도 연계돼…'데이터 기반 자연 리스크 관리' 이 같은 국가 차원의 생태계 계정 구축은 기업이 직면한 새로운 공시 체계인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 (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TNFD)'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생태계 계정이 향후 기업의 TNFD 공시 대응에서도 핵심 인프라로 작용할 수 있다. TNFD는 기업이 자연자본에 대한 의존성과 영향, 그리고 이에 따른 재무적 리스크와 기회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국제 프레임워크로, 2021년 출범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과 규제 환경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보고서에서도 지적하듯, 생태계 계정은 이러한 TNFD 공시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게 된다. 국가 단위에서 구축되는 공간 기반 생태계 데이터는 기업이 사업장과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자연 의존성과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데 필수적인 기초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TNFD의 핵심 방법론인 LEAP 접근법에서 가장 중요한 초기 단계는 '자연과의 접점 파악'인데, 이때 국가 생태계 계정 데이터가 사실상 기준점 역할을 하게 된다. LEAP은 Locate(위치 파악, 자연과의 접점 식별), Evaluate (의존도 및 영향 평가), Assess(리스크와 기회 분석), Prepare(대응 전략 수립 및 공시 준비)의 첫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신한금융그룹, 포스코홀딩스, SK증권, KB금융그룹 등 선도 기업들이 TNFD 권고안을 반영한 보고서를 발간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대신경제연구소가 2024년 12월 발간한 '생물다양성 위험과 기업 공시 현황' 보고서 등에 따르면, 상당수 국내 기업의 공시는 여전히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이나 서식지 복구 활동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기도 하다. ◇“자연자본을 재무 리스크로 인식해야" 전문가들은 기업의 대응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활동이 단순한 사회공헌이나 환경 캠페인 수준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자연자본을 재무적 리스크이자 자산으로 인식하고 경영 전략에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우선 자사 사업과 공급망이 어떤 생태계 서비스에 의존하는지 파악해야 하고, 동시에 사업 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해야 한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리스크를 평가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국가 생태계 계정 플랫폼에서 제공될 표준화된 지표를 활용하면, 기업은 자연자본 관련 성과를 보다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외부 공시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향후 투자 유치, 글로벌 공급망 참여, 규제 대응 측면에서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자연자본과 생물다양성 이슈에 대한 산업계 대응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에너지경제신문과 환경재단은 오는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2026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포럼은 개막식과 함께 △국립생물자원관이 주관하는 '자연자본 공시와 측정 동향' △국립생태원이 주관하는 '기업과 생물다양성: TNFD와 지속가능경영' △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주관하는 '지속가능성 공시 성공적 안착' 등 3개의 세션이 열려 자연자본 공시(TNFD 공시) 대응 전략을 중심으로 기업과 전문가 간 논의가 진행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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