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

기간 ~

전략에 대한 전체 검색결과는 2건 입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9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5 행사는 한마디로 '패스트 팔로워(추격자)'로 불리며 글로벌 가전시장의 주변부 취급받던 중국 가전기업들이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전환했음을 당당히 신고하는 무대였다. 그동안 글로벌 가전에서 퍼스트 무버로 리더십을 나눠가졌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기업들에겐 '초격차 ' 강화의 필요성을 일깨운 자리이기도 했다. 올해로 101주년을 맞은 IFA는 '미래를 상상하다(Imagine the future)'를 주제로 열렸다. 138개국 1800여개 기업과 단체가 참여해 기술 경쟁을 펼쳤다. 특히, 중국은 단일 국가 중 최대 규모인 700여개 기업이 참가해 전시장 3곳 중 1곳을 차지하며 압도적 위상을 과시했다. 과거의 '가성비 '에서 벗어나 혁신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삼성·LG를 정면으로 위협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치열했던 무대는 로봇청소기였다. 로보락·에코백스·드리미 등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중국 기업들은 혁신 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기술 우위를 과시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중국 '빅4'(로보락·에코백스·드리미·샤오미)가 과반(54.1%)을 차지한다. 세계 1위 로보락은 세탁기·건조기·청소 기능을 결합한 '로보락 4 in 1 클리닝 콤보'를 비롯해 첫 프리미엄 로봇 잔디깎이, 초슬림형 신제품 등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로보락 4 in 1 클리닝 콤보'는 세탁기·건조기·로봇청소기(쓸기·닦기) 4가지 기능을 한데 모은 제품으로, 세탁기를 로봇청소기의 '스테이션'으로 활용해 인테리어 완성도와 공간 효율을 동시에 높인 제품이다. 세탁기와 스테이션이 배수관을 공유하는 점도 특징이다. 프리미엄 로봇 잔디깎이 3종도 공개됐다. 로봇 잔디깎이는 로보락이 최초로 선보이는 카테고리다. 이외에도 2만5000Pa의 흡입력을 구현하면서도 7.98cm의 초슬림 디자인을 갖춘 '큐레보 커브 2 프로'도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 제품은 카펫 두께에 따라 높이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섀시 리프트(AdaptiLift™) 기능과 리트랙트센스(RetractSense)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통해 더욱 정밀한 청소 성능을 제공한다. 드리미는 이번 전시회에서 세계 최초로 계단을 오르는 로봇청소기 '사이버 X'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최대 25㎝ 높이의 계단을 초당 0.2m 속도로 등반할 수 있다. 에코백스는 배터리 충전과 사용 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기술을 소개했다. '디봇 X11'은 파워부스트 기술을 적용해 물걸레가 세척되는 3분 동안 배터리를 최대 6% 충전할 수 있으며, 1회 충전으로 최대 1000㎡를 청소할 수 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비스포크 AI 스팀'을, LG전자는 빌트인형 '히든 스테이션'과 프리스탠딩형 '오브제 스테이션'을 선보였다. 다만 청소 성능과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만큼, 중국 업체들이 강조한 '혁신성'과는 차별화 양상이 뚜렷했다. 한국 가전 기업들은 중국의 매서운 공세로 글로벌 시장뿐만 아니라 자국 시장에서도 점유율 하락을 겪고 있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는 로보락, 에코백스 등 중국 기업들이 매출액 기준으로 60%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에 류재철 LG전자 HS사업본부장(사장)은 IFA 2025 현장 간담회에서 로봇청소기 시장을 “아픈 손가락"이라고 불렀다. 과거 한국 제품을 베끼던 중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축적하며 이제는 우리가 따라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중국 기업들의 약진은 전통 가전에서도 나타났다. 하이센스가 주도한 RGB LED TV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초 양산에 나선 하이센스는 IFA 현장에서 기술적 주도권을 과시했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소자 기술로 응수했지만, '퍼스트 무버' 이미지는 중국이 선점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TCL과 하이센스는 RGB LED TV를 전시관 전면에 배치해 “새로운 프리미엄 TV는 중국이 먼저 시작했다"라는 메시지를 깔았다. 아울러 데니스 리 하이센스 비주얼테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RGB 미니 LED TV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의 새로운 이정표"라며 “색 재현력과 표현력은 OLED를 훨씬 능가한다"고 말했다. OLED 중심의 프리미엄 을 구사하고 있는 LG전자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중국 업체의 존재감 확장 속 삼성·LG가 호령하던 글로벌 TV 시장이 최근 들어 격변하고 있다. 내년에는 중국 하이센스의 TV 출하량이 삼성전자를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정부 지원과 낮은 인건비, 장시간 근로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한국은 높은 인건비와 짧은 근로 시간, 작은 내수시장으로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2026년에는 하이센스가 삼성전자를 추월하고 2028년에는 TCL도 앞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이센스와 TCL은 2023년 TV 출하량에서 LG전자를 제치고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AI 가전과 스마트홈 플랫폼도 중국의 무대였다. 하이얼과 하이센스는 각각 'hOn', '커넥트라이프' 플랫폼을 내세워 집안 가전을 연결·제어하는 생태계를 선보였다. 에너지 절감형 세탁기, 식재료 관리 기능을 갖춘 냉장고 등 AI 기반 제품도 다수 공개됐다. 단순 제품 경쟁을 넘어 플랫폼·생태계 경쟁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국내 업체들도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IFA에서 “중국의 공세는 앞으로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AI 고도화와 기기 간 연동성을 앞세운 'AI 홈' 을, LG는 전장·냉난방공조 등 기업 간 거래(B2B) 중심 특화 분야를 돌파구로 제시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은 “혁신 DNA를 기반으로 AI 홈을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현실화해 글로벌 선구자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주완 CEO 역시 “전장과 냉난방공조를 B2B의 쌍두마차로 삼아 질적 성장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번 IFA 2025는 중국 가전업체들이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글로벌 시장의 선도자로 떠올랐음을 확인시킨 무대였다. 한국 기업들에겐 기술 초격차와 차별화 을 통한 '질적 승부'가 한층 절실해졌다는 평가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2025-09-09 16:22 김윤호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대전환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여기에 잠재성장률 3%를 달성하기 위해 주요 첨단 산업도 초혁신경제 과제로 추진한다. 정부는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합동브리핑을 열어 경제정책방향인 '경제성장'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제시했다. 작년(2.0%)보다 1.1%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두차례 추가경정예산 투입에도 성장세가 1%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우리 경제를 떠받칠 산업을 찾기 어려운 절박한 상황"이라며 “AI 대전환 시대는 선도국가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이자, 향후 5년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추격경제에서 설계된 모든 국가시스템을 초혁신 선도경제로 대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경제 공약인 'AI 3대 강국·잠재성장률 3%·국력 세계 5강' 비전 하에 '기술 선도 성장',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 '지속 성장 기반 강화' 등 4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6월 일반국민 1000명, 경제전문가 3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선정된 역점 과제들이다. 민생경제 회복과 함께 기술선도 성장에 가장 역점을 둬야 한다는데 일반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15개 과제를 중심으로 경제·사회 모든 분야의 'AI 대전환'을 추진한다. 기재부는 “AI 대전환은 인구충격에 따른 성장 하락을 반전시킬 돌파구"라며 “선도프로젝트를 즉시 추진해 조속한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기업에서는 '피지컬AI 1등 국가'를 목표로 ▲ 휴머노이드 로봇산업 3대 강국 진입 ▲ 원전 자율주행차 상용화 ▲ 완전 자율운항선박 개발 ▲ 글로벌 AI가전 시장점유율 1위 ▲ 완전 자율비행드론 개발·활용 ▲ 주력업종 AI팩토리 전환 ▲ 온디바이스 AI반도체 생태계 구축 등 7개 프로젝트에 집중한다. 공공 부문에서는 ▲ AI기반 맞춤형 복지·고용서비스 ▲ 납세시스템 전면 자동화 ▲ AI신약심사 등을 추진한다. 기반인프라와 관련해선 ▲ 공공데이터 개방으로 시장규모를 대폭 늘리고 ▲ 데이터 활용역량 10위권에 진입하고 ▲ 세계 최고수준의 버티컬AI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무엇보다 국내·외 AI인재 확보를 목표로 ▲ AI전문가 순유입국 전환 ▲ 인재유치 매력도 20위권 진입 등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초·중·고 학생부터 대학생, 청년·군인, 일반 국민, 전문가까지 대상층을 세분화한 맞춤형 교육을 통해 모든 국민이 AI를 활용할 수 있는 'AI 한글화'를 이루겠다는 개념이다. 초혁신경제 15개 과제에도 곧바로 시동을 건다. 기재부의 현 '신성장추진단'을 '초혁신경제추진단'으로 개편해 범정부 지원을 총괄 조율할 방침이다. 소재부품 부문에서 ▲ SiC(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 기술자립률 20% ▲ LNG 화물창 소재·부품 국산화 ▲ 초전도체 표준화·양산화 및 응용기술 확보 ▲ 고방열 그래핀 상용화 기술개발▲ 특수탄소강 기술강화 등을 추진한다. 기후에너지·미래대응을 위해서는 ▲ 차세대 태양전지 선도 및 분산형 전력망 전국 확산 ▲ 해상풍력·고압직류송전(HVDC) 경쟁력 확보 ▲ 그린수소 초격차 기술확보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글로벌시장 선점 ▲ 스마트 농업 선도지구 조성 ▲ 스마트 수산업 선도지구 조성 ▲ 초고해상도 위성 개발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그밖에 ▲ 바이오·의약품 ▲ 콘텐츠(게임·웹툰 등) ▲ 뷰티(화장품) 통합클러스터 ▲ 식품 등 이른바 'K 붐업' 4개 과제도 내걸었다. 이들 혁신 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100조원 이상 규모로 가칭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한다. 첨단산업기금과 민간 자금을 각 50조원 이상씩 활용한다 국민성장펀드로 AI 미래산업 및 에너지인프라, 관련 기술·벤처 기업에 투자하고, 특히 AI산업에 대해서는 지원규모를 별도로 할당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경제성장에서 기본적으로 주로 중장기 성장동력 확충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자영업자·소상공인 민생을 보강하는 대책들도 함께 내놨다. 소상공인 정책자금 3종세트(대환대출·상환연장·전환보증)를 강화하고, 키오스크·테이블오더 등 무인주문기기의 중도해지위약금 부담을 완화하고 결제대행 수수료를 경감하는 방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음식점·제조업 등의 부가가치세 부담을 완화하는 면세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혜택은 당초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오는 2027년 말까지 2년 연장한다. 신용·체크카드의 국세 납부대행 수수료도 인하한다. 자영업자의 퇴직금으로 불리는 '노란우산공제' 공제부금 납입한도를 분기별 300만원에서 연간 1천8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25-08-22 14:53 박성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