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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위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은 뒤로 미뤄야 할까? 대주주 양도 보유 기준을 두고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가 대주주 양도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기존 10억원으로 되돌리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원칙'을 강조했다. 대주주 양도 기준 관련 보도자료 소제목은 '응능부담의 원칙에 따른 세 부담 정상화'다. 응능부담(應能負擔)은 모든 납세자가 능력에 맞게 세금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가 대표적이다. 모든 직장인은 소득 수준에 따라 세금을 달리 낸다. 조세 정의와 과세 형평성 관점에서 바람직하다. 주식 투자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국회에 올라온 '대주주 양도 기준 하향 반대에 관한 청원'에 15만명이 동의했다. 연말에 대주주가 양도를 회피하기 위해 주식을 팔아 물량을 내놓으면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연말에 대주주가 주식을 대거 내다 팔면서 주가가 왜곡되는 경향은 있는 듯하다. 다만 전체 지수의 상승과 하락에도 영향을 주는지 분명하진 않다고 기획재정부는 설명했다. 여론에 민감한 여당은 한발 물러섰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1일 “양도 부과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하는 안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주주의 매도로 시장이 출렁거리면, 종목당 10억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작은 개미들의 주식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변동성이 큰 우리 주식시장에는 좋지 않은 신호"라고 말했다. 세금 문제는 과세 그 자체보다 세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다른 말로,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을 지켜야 세제에 관한 신뢰가 만들어진다. 주식 양도 대주주 기준은 1999년 도입됐다. 지난 20여 년간 계속 대주주 기준을 확대했다. 1999년 100억원에서 시작해 50억, 25억, 10억원으로 금액 기준을 낮췄다. 2020년에는 이를 모든 개인 투자자에게 적용하는 금융투자(금투세) 도입 논의까지 이르렀다. 결국 문제는 '원칙'과 '현실' 사이의 균형이다. 조세 정의라는 대의명분과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가 충돌할 때, 정부는 어느 한쪽만 붙잡을 수 없다. 투자자들의 신뢰는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에서 비롯된다. 대주주 기준을 어디에 두든지, 더 중요한 것은 '일관된 룰'을 세우고 그 룰을 존중하는 자세다. 오락가락하는 기준 속에서 잃어버린 것은 세수가 아니라 시장의 신뢰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5-08-26 13:54 최태현

이재명 정부의 세금정책이 시작부터 혼선을 빚고 있다. 지난달 말에 발표한 첫 세제개편안을 놓고 논란이 많다. 특히 주식 양도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 “주가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두드러진다. 투자자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여당에서는 기준을 다시 50억 원으로 올리자는 안이 나왔다. 세제개편안을 놓고 정부 여당이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정책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확대는 법인세 인상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방안이다. 그러나 세제개편안 발표 다음날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민주당 안에서도 '서울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 10억 원이 대주주 기준에 맞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연말이면 대주주들이 과세를 피하려고 대거 주식을 팔아치워 시장이 출렁인다는 얘기도 나왔다. 반면 세제개편안 다음날 주가가 급락한 것이 과세 대상 확대 때문은 아니라는 주장, 연말에 팔아치운 대주주들이 연초에 다시 주식을 사기 때문에 주가에 영향을 주더라도 단기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가 주식시장을 띄우려고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으로 높였지만 주가가 올라가기는커녕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기업마다 주가 총액이 다른데 일정 액수 이상이면 다 '대주주'라고 하는 용어 자체도 잘못됐거니와, 10억이냐 50억이냐를 떠나 정부의 세제개편안 자체가 모순적인 것은 사실이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배당소득은 분리과세 한다면서, 증권거래세는 0.15%에서 0.2%로 높이고 주식양도세 부과 대상도 늘렸다. 주식시장 활성화와 첨단산업 지원 같은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줄어드는 세수를 확충해야 하는 정부의 고충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개미'들이 당장 체감할 증권거래세는 높이면서 초고소득 금융투자자만 혜택을 볼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추진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나라 기업들의 특성상, 배당소득을 분리 과세한다고 배당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번 개편안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 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벌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한 취지에만 충실했다는 생각이다. 정부 관료들이 정책 효과나 과세 원칙을 따지기보다 대통령의 의중만 살폈다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복잡하고 민감한 세제 개편을 하면서 '도로 윤석열 정부 이전으로'라는 쉬운 길을 택했다가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크다. 애초에 이런 혼란은 지난해 말 금융투자(금투세) 도입을 무산시킴에 따라 예고된 바나 다름없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채권 등 금융 투자 상품에 따라 제각각인 세금 부과 방식을 하나로 통합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실현하려던 제도다. 몇 년간의 논의 끝에 여야가 합의했는데, 작년 1월 느닷없이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폐지를 발표하고, 국민의힘이 4월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폐지가 가시화됐다. 당초 금투세 실시를 주장했던 민주당마저 '주식시장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여기에 동조했으니, 지금의 혼란에 이 대통령과 민주당도 큰 책임이 있다. 금투세를 도입하면 국내 주식시장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일부 투자자들의 주장을 핑계로 댔으나 이는 단견에 불과하다. 미국 등 해외 주식은 몇 백만 원의 이익을 봐도 10~30%대의 세금을 떼지만, 그 때문에 해외 주식 투자를 안 하지 않는다. 주가에는 세금 뿐 아니라 기업 실적, 환율, 유동성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오히려 금투세는 투자자 친화적이고 선진적인 제도라서 진보 보수에 관계없이 도입해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금은 상품별 과세여서 전체 금융투자에서 손실을 봤더라도 세금을 낼 수 있지만, 금투세는 모든 상품을 통합해 5천만 원 이상의 이익이 있을 때만 과세하기 때문이다. 손실을 5년간 이월 공제할 수도 있다. 그때그때 여론에 따라 땜질식 세금정책을 폈다가는 혼란만 가중된다. 정부 여당은 금투세 재도입을 포함해 과세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의 세금정책이 원칙 없이 오락가락 한다면 실용주의도 민생주의도 아니고 나쁜 포퓰리즘일 뿐이다. 신연수 기자 ysshin@ekn.kr

2025-08-12 12:47 신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