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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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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소재 ‘차이나 쇼크’, 한국의 해법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13 08:00

양극재·음극재 독점한 중국 기업

고부가·탈중국 공급망 전략 절실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와 양극재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와 양극재.

배터리 산업의 핵심인 소재 시장에서 중국의 독주가 가속화되고 있다. 양극재와 음극재 전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점유율을 사실상 독점하며, 한국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와 시장 입지 약화라는 이중고에 빠졌다.


이에 국내 업계는 LMR(리튬망간리치) 같은 고부가 소재와 탈중국 공급망 전략을 돌파구로 모색하고 있다.


12일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세계 전기차용 양극재 사용량은 194만톤으로 전년보다 40% 늘었다. 이 중 LFP(리튬인산철) 양극재는 75만톤으로 66.9% 급증,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양극재 시장의 상위권은 후난위넝·완룬 등 중국 기업들이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삼원계 양극재에서 입지를 지켰지만 성장세에서는 중국에 밀리고 있다.


같은 기간 음극재 사용량은 69만톤으로 38% 늘었고, 이 중 95%가 중국 기업 점유율이다. 샨샨, BTR 등이 글로벌 공급을 주도하며 한국 점유율은 2.7%에 그쳤다.




미국은 중국산 인조흑연에 반덤핑·상계관세를 예비 판정하며 '탈중국' 공급망 압박을 강화, 북미·유럽에서는 실리콘 복합 음극재 같은 대체 소재 개발이 빨라지고 있다.


K-소재업계,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돌파

이처럼 소재 시장서 한국과 중국의 성장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국내 소재사들은 영업이익률이 양극재 –6.6%, 전해액 –28.2%, 동박 –23.1%로 급락한 반면, 중국 기업들은 플러스 성과를 유지했다. 초저가·대규모 공급 체제를 갖춘 중국과의 가격 경쟁은 이미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이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저가 공세를 피해 고부가·탈중국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니켈·코발트를 줄이고 망간을 늘린 LMR(리튬-망간-리치) 양극재 개발에 집중한다. LFP보다 약 30% 높은 에너지 밀도를 무기로 중국산 LFP 중심 시장을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실리콘계·합성흑연 음극재 개발과 북미·유럽 공급망 대응도 병행 중이다.


에코프로비엠은 파일럿 라인을 3000톤에서 5000톤으로 늘리며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니켈 저감형 삼원계 양극재 같은 차별화 제품을 개발해 중저가 LFP와 구분되는 경쟁력을 확보하려 한다. 동시에 탈중국 공급망 전략과 기술 내재화를 추진하며 수익성 회복을 모색한다.


엘앤에프는 과감히 LFP 시장에 진입했다. 약 3365억원을 투자해 연간 6만 톤 규모의 LFP 설비를 구축하며, 중국산 저가 제품과 정면 승부를 벌인다. 원가 절감과 생산 효율화를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와 동시에 차세대 양극재 개발로 중장기 경쟁력도 키우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 소재업계가 살아남으려면 △니켈 고함량 삼원계·실리콘 음극재 같은 고부가 제품 △미국·EU의 탈중국 정책에 편승한 공급망 전략 △ESS·로보틱스·UAM 등 신시장 개척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물량·가격 공세는 단기간에 막기 어렵지만, 기술 차별화와 글로벌 공급망 내 전략적 위치 확보에 성공한다면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규제, 재활용 의무화, 공급 다변화 흐름 등 다층적인 변수들이 교차하는 복합 환경 아래에 있다"며 “향후 시장 주도권은 기술 내재화, 재활용 기반 공급 안정성 확보, 지역 분산 생산 전략을 조기에 구축한 기업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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