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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은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장하은 기자 입니다.
  • 자본시장부
  • lamen910@ekn.kr
액트 젬백스 주주연대 “1조원 자금 조달 찬성…‘투명한 소통’과 ‘책임 있는 로드맵’ 전제”

소액주주 연대 플랫폼 'Act(액트)'를 중심으로 결집한 젬백스앤카엘(이하 젬백스) 주주들이 회사의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에 지지를 보내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투명한 소통과 사회적 책무 이행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액트 젬백스 주주연대(이하 주주연대)는 23일 열리는 젬백스 제28기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회사 경영진에게 '사채 발행 한도 1조원 증액' 안건에 대한 찬성 의사와 함께 주주들의 요구사항을 담은 주주서한에 대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고 22일 밝혔다. 젬백스는 이번 임시주총에서 정관 변경(제19조, 제20조)을 통해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를 기존 2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건을 다룬다. 통상적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 한도 증액은 주주가치 희석 우려로 인해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사기 쉽지만, 주주연대는 이를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실탄 확보'로 규정하고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주주연대는 이번 찬성이 맹목적인 신뢰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서한을 통해 “주주들이 부여하는 1조원이라는 '자금 조달의 선택권'은 단순한 재무적 수단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전제 조건으로는 ▲임상 진행 상황 ▲자금 조달의 목적과 구조 ▲중장기 전략 등을 가감 없이 공유하는 '투명하고 정기적인 소통'을 내걸었다. 특히 주주연대는 바이오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주주연대는 “GV1001은 단순한 파이프라인을 넘어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희망"이라며, 조속한 상업화를 위한 책임 있는 로드맵을 마련해 줄 것을 경영진에게 주문했다. 주주연대 관계자는 “이번 주주서한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자금력을 지원하되,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를 배제하지 말고 동반자로 인정하라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소액주주연대가 젬백스에 제시한 비전이 실현될 때까지 액트는 든든한 지원군이자 책임 있는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젬백스 23일 오전 9시 대전상공회의소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2026투자노트-①AI] 성장 스토리→숫자…ROI 증명의 시간

2025년 글로벌 증시는 인공지능(AI) 등 제한된 업종과 테마에 수급이 집중되며 큰 변동성을 겪었다. 2026년에는 산업별 여건이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일부 산업은 회복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반면, 어떤 산업은 업황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AI 부터 반도체, 자동차 등 각 섹터가 맞이할 다음 국면과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을 조망한다. [편집자주]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AI를 바라보는 시선이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연초만 하더라도 AI 투자가 확대된다는 사실 자체가 밸류에이션을 지탱하는 논리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질문은 한 단계 앞서 있다. AI 투자가 지속되느냐가 아니라, 그 투자가 언제부터 의미 있는 현금흐름으로 전환될 수 있느냐다. 최근 오라클과 브로드컴 실적 발표 이후 나타난 글로벌 주가 조정은 AI 수요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두 기업 모두 AI 관련 매출 성장세는 유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라클의 지난 9~11월 총매출은 161억달러(한화 약 24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성장의 중심에는 클라우드 부문이 있었다. 클라우드 매출은 80억달러(12조원)로 34% 늘었고, 클라우드 인프라(IaaS) 매출도 68% 급증했다. 브로드컴의 지난 4분기 매출도 180억1500(27조원)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역시 AI 관련 부문이 실적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같은 기간 AI 반도체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74% 성장하며 전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글로벌 주가 조정은 총자본수익률(투자수익률·ROI)의 실현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기인했다. 이제 시장은 막연한 성장 스토리보다 ROI가 가시화되는 '속도'를 재검증하는 국면에 진입했다. AI 수요의 상징이 엔비디아라면, 오라클과 브로드컴은 그 투자가 실제 집행되는 실무 구조를 대변한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설비투자 추이는 국내 반도체와 장비·소재 기업들의 실적 경로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라클과 브로드컴 실적 이후 시장이 보인 반응은 AI 수요 자체에 대한 전면 부정이 아니라, ROI 실현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신호에 대한 재평가"라며 “AI 투자가 과도하다는 판단이라기보다는 투자 회수의 시간표를 다시 쓰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투자 확대만으로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는 단계는 지났다는 평가다. AI 사업이 기존의 고마진 칩·IP 중심 구조에서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시스템 통합 등 인프라 구축형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단기 수익성이 불가피하게 희석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노 연구원은 “브로드컴의 경우 AI 매출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고객 맞춤형 설계와 네트워크, 고급 패키징 등 레벨 통합이 늘어나면서 단기적으로 마진 희석이 불가피한 구조"라며 “이는 수요 둔화 신호라기보다 AI 사업 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AI 투자의 성격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AI는 더 이상 선택적 기술 도입이 아니라, 기업과 국가의 구조를 전제로 다시 짜는 필수 인프라에 가깝다는 인식이다. 투자 중단이나 회귀는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초래한다는 분석이다. 한 번 도입되면 업무 프로세스와 IT 인프라, 인력 구조까지 AI 중심으로 재편되기 때문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사회·경제 시스템 재설계를 동반하는 필수 인프라 성격"이라며 “기업에 AI가 도입되면 업무 프로세스와 IT 인프라, 인력 구조까지 AI 전제로 재편되기 때문에 과거 방식으로 되돌리는 것은 비용이 과도하게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AI 투자는 한 번 시작되면 후퇴가 어려운 비가역적 투자"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은 AI를 성장 전략이자 안보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은 세제 정책을 통해 데이터센터와 AI 설비 투자를 촉진하고 있고, 중국 역시 제조 자동화와 로봇 도입을 통해 AI 활용 범위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단기 수익성과 무관하게 투자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속도다. 생성형 AI와 물리적 AI 모두 초기에는 비용이 먼저 발생하고, 생산성 개선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구조를 가진다. 기술 확산이 일정 임계점을 넘은 이후에야 생산성과 수익성 기여가 본격화되는 만큼, 투자 효과가 실적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한국 주식시장은 또 다른 변수에 노출돼 있다. 한국은 AI 투자 사이클에서 최종 수혜자가 아니라 중간재 공급자에 가깝다.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 결정은 반도체 출하량과 가동률, 실적에 직결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은 외국인 수급과 변동성을 통해 더 크게 증폭된다. 노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은 AI 단일 변수로 움직이기보다 달러, 금리, 변동성을 매개로 증폭되는 구조"라며 “미국에서 AI 투자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글로벌 자금은 할인율을 재평가하고, 그 과정에서 한국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외국인 베타(시장 전체 가격변동이 개별 증권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 축소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투자 논쟁과는 별개로, AI 확산의 방향 자체는 이미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내년을 기점으로 AI가 소프트웨어 중심의 초기 상업화 국면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스며드는 구조적 확산 단계에 진입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단기적인 투자 속도 조절과는 무관하게, AI가 실제 산업 공정과 실물 경제에 결합되는 흐름은 되돌리기 어려운 방향이라는 판단이다. 대신증권은 내년 1월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예정인 'CES 2026'을 계기로 AI 상업화 경로가 보다 선명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에이전틱 AI가 사무·서비스 영역의 자동화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로보틱스·모빌리티·제조 자동화로 대표되는 피지컬 AI가 본격적인 산업 적용 단계로 확장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술 논쟁을 넘어 실질적인 생산성 개선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제조업과 물류, 건설, 헬스케어 등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 AI 적용이 확대되면서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6년은 각국의 AI 규제 프레임워크 확립과 AI 생태계 성장으로 AI를 접목한 더 많은 서비스와 제품들이 상용화될 것"이라며 “어플리케이션의 확장으로 더 높은 성장 잠재력과 시장성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코스닥 울리는 금융-㊦]SC로위 ‘韓 부동산 타깃’, 신한·키움도 합세…집값 안정화에 ‘찬물’

홍콩계 투자사 SC Lowy(이하 SC로위)는 수년 전, 국내 코스닥 기업을 자금 조달의 '도관'으로 활용한 거래 구조로 '기존의 금융 제도를 형해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신한캐피탈,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국내 대형 금융사들과 손잡고 부동산을 중심으로 다시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논란의 중심에 섰던 SC로위와 협업에 나선 국내 대형 금융사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곱지만은 않다. [편집자주] 코스닥 기업들을 울렸던 SC로위가 최근 한국 금융시장 내 활동 반경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특히 국내 대형 금융사들과의 협업을 앞세워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협업 자체보다 '이 자금이 결국 어디로 흘러가느냐'에 시선을 두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C로위는 현재 신한캐피탈과 함께 1000억원 규모의 한국 전용 대출 펀드(론펀드)를 조성 중이다. 국내 기업과 다양한 산업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담보대출을 강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신한캐피탈 관계자는 해당 펀드 투자 방향에 대해 “국내기업, 부동산, 구조화 등 크레딧 투자를 주요 목적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금융과 구조화 금융을 포괄하는 크레딧 투자라는 설명이지만, 부동산 역시 주요 투자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올해 2월 키움투자자산운용 역시 SC로위와 '부동산·기업금융 투자 협력'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당시 키움투자자산운용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NPL), 기업금융 전반을 아우르는 협업이라고 밝혔다. SC로위의 이런 행보를 바라보는 시장의 관심은 '파트너십'이 아니라 '자금의 최종 목적지'에 있다. SC로위의 최근 투자 행보를 종합하면, 기업금융보다 부동산 크레딧으로 자금이 쏠릴 가능성이 있다. SC로위는 지난 7월 서울 강남 고급 아파트 단지 개발 사업과 관련해 2억5000만 달러(약 3500억원) 규모의 재고금융 거래를 완료했다. 단일 딜로도 국내 부동산 금융 시장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규모다. SC로위의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베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SC로위는 국내 부동산 자산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하는 사모 크레딧 펀드를 조성했다. 해당 펀드에는 중동 최대 국부펀드 가운데 하나인 아부다비투자청(ADIA)의 100% 자회사가 출자자로 참여했다. 국내 시행사와 시공사, 금융사를 대상으로 맞춤형 부동산 크레딧 금융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요 전략은 수도권 등 핵심 지역의 주거용·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선순위 담보대출이다. 당시 SC로위 관계자는 “한국 사모 크레딧 전략은 한국 부동산 시장에 혁신적인 자금조달 솔루션을 선사한다"며 “이 펀드는 한국 부동산 섹터에서의 늘어나는 사모 크레딧 수요에 대응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을 놓고 시장에서는 “SC로위가 한국을 부동산 크레딧 시장으로 본격 공략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부동산 침체는 '저점 투자' 시점으로 읽힌다. 문제는 여기에 국내 대형 금융사들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계 운용사의 투자 판단은 수익 극대화가 최우선일 수 있지만, 국내 금융사는 책임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SC로위야 '돈 넣고 돈 벌면 그만인' 외국계 운용사지만, 국내 대표 금융그룹은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국내 금융사 자금은 단순한 투자 자금이 아니라, 가계·기업 금융과 맞닿아 있는 공적 성격의 자금이라는 점에서다. 이런 자금이 부동산 크레딧으로 집중될 경우,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부동산 시장 안정화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와 주택 가격 안정화를 위해 각종 규제와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 투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될 경우, 정책 효과를 상쇄하거나 가격을 왜곡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고급 주거시설이나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한 크레딧 공급이 확대되면, 자산 가격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공공성 논란도 제기된다. 자금이 부동산 크레딧으로 쏠릴 경우, 금융사는 기업들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매개체가 되는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게 되는 셈이다. 또한 담보 가치에 기대 자금을 회수하는 쪽으로 흐름이 굳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금융 자금은 기업 경쟁력 강화나 산업 고도화로 이어지기보다, 기존 자산 가격을 떠받치는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SC로위의 과거 이력 역시 이런 시선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본지의 보도에서 살펴본 것처럼, SC로위는 과거 코스닥 상장 기업들과의 거래에서 위험을 기업에만 전가하고, 자신은 확정 수익만 회수한 구조로 논란을 빚었다. 시장에서는 “과거 기업금융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구조가, 형태만 바꿔 부동산 금융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물론 신한캐피탈과 키움투자자산운용 모두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금융 거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자금이 어디로, 어떤 구조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금융의 역할과 파급력은 전혀 달라진다. 캐피탈과 자산운용사가 은행은 아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인허가와 자본시장 규제, 금융 시스템에 대한 공적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특히 대형 금융그룹 계열사인 경우, 사실상 '공적 신뢰를 등에 업은 민간 금융'이라는 성격을 가진다. 이는 자금 운용의 방향에 대해 시장과 정책 당국의 시선이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한 사모펀드 고위 관계자는 “SC로위가 조성하는 자금이 기업의 유동성에 활력을 불어 넣어는 역할을 얼마나 할 것인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데, 여러 특성을 보면 부동산 자금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IMF때 론스타처럼 외국계 자본은 한국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든 수익을 내고 빠져나가는 것이 목적일 수 있다"며 “그들에게 금융의 공공성을 요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국내 대형 금융그룹 계열사들이 같은 구조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국내 금융사가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을 곱게 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코스닥 울리는 금융-㊤]SC로위, ‘투자사 탈 쓴 고금리 대부업자?’…자금은 묶고 이자만 ‘꿀꺽’

홍콩계 투자사 SC Lowy(이하 SC로위)는 수년 전, 국내 코스닥 기업을 자금 조달의 '도관'으로 활용한 거래 구조로 '기존의 금융 제도를 형해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신한캐피탈,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국내 대형 금융사들과 손잡고 부동산을 중심으로 다시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논란의 중심에 섰던 SC로위와 협업에 나선 국내 대형 금융사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곱지만은 않다. [편집자주] 국내 메자닌 채권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던 2019년, 일부 코스닥 상장사들 사이에서는 '투자 유치'라는 이름의 금융 거래가 오히려 기업의 목을 조이는 구조로 작동했다. 겉으로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활용한 메자닌 투자였지만, 실제론 자금 사용을 차단한 채 이자와 수수료만 회수하는 고금리 대출에 가까웠다. 그 중심에 SC로위가 있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C로위는 지난 2018~2019년 비케이탑스(구 동양네트웍스) 등 코스닥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CB·BW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거래에 참여했다. 겉으로는 일반적인 메자닌 투자였다. 하지만 실제 계약은 단일 금융상품이 아니라 사채 인수, 금전채권 신탁, 옵션 계약이 동시에 묶인 복합 구조였다. SC로위 방식의 첫 번째 축은 원금(투자금)을 기업 리스크에서 분리하는 구조다. SC로위는 발행사가 CB나 BW를 발행해 자금을 유치하면, 동시에 금전채권 신탁 계약을 체결해 투자금을 신탁 계좌에 묶었다. 이 거래가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 이유는, 기존 메자닌 투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장치들이 동시에 결합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CB·BW 투자는 자금이 발행사 계좌로 유입돼 곧바로 사업 자금으로 활용된다. 또 투자자는 기업 실적과 주가 흐름에 따라 손익을 함께 부담한다.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주식 전환을 통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구조가 메자닌의 본래 성격이다. 하지만 SC로위의 거래는 투자금이 발행사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달랐다. CB·BW 발행과 동시에 금전채권 신탁을 설정해 자금을 신탁 계좌에 묶어두면서, 자금 사용 여부를 투자자인 SC로위 판단에 맡기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메자닌 투자에서 통상 전제되는 '자금 사용–사업 성과–주가 반영'의 연결 고리가 애초에 차단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돈이 들어온 상태'로 회계 처리되지만, 정작 사업 자금으로는 단 한 푼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지만, 자금 중개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다. 두 번째 축은 체감 이자율을 극단적으로 높이는 비용 구조다. 자금 사용이 차단된 상황에서도 기업은 표면 이자(당시 연 6% 수준), 콜옵션 프리미엄(사실상 선이자 성격), 옵션 관련 비용 등을 부담해야 했다. 자금을 실제로 사용하지 못했음에도 금융비용은 정상적으로 발생했다. 이 구조를 두고 당시 시장에서는 “기업이 체감하는 실질 이자율은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왔다. 금융의 자금 중개 기능은 멈췄지만, 금융비용만 누적되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세 번째 축은 출구 전략이다. SC로위와의 계약에는 대체로 발행 후 1년 뒤 행사 가능한 풋옵션이 포함됐다. 투자자는 일정 기간 확정 수익을 확보한 뒤 풋옵션을 행사해 거래를 종료하고 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종합하면 SC로위의 당시 투자는 표면적으로는 메자닌 거래였지만, 정해진 시점에 원금과 수익을 회수하는 채권자에 가까웠던 것이다. 메자닌 투자의 핵심인 주식 전환을 통한 시세차익보다는, 이자와 수수료를 통한 확정 수익이 거래의 중심에 있었다. 이 같은 구조의 핵심 문제는 위험의 비대칭이다. 신탁과 담보 승인 구조를 통해 투자자의 원금 회수 위험은 사실상 '0'에 가깝다. 하지만 기업은 자금 공백 속에서 이자와 옵션 비용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실제로 SC로위와 계약한 코스닥 기업들은 이자 비용뿐 아니라 주가 변동에 따른 파생상품 평가손실까지 반영되며 금융비용이 급증했다. SC로위와 계약을 맺었던 코스닥 5개사의 이후 행보는 이 구조가 남긴 후과를 보여준다. GV(옛 금빛)는 경영난과 횡령 이슈가 겹치며 악화일로를 걷다 2021년 12월 최종 파산 선고를 받았다. 비케이탑스는 구조조정 끝에 지난해 4월 상장폐지로 시장을 떠났다. 5개 기업 중 SC로위와 가장 먼저 계약(2018년7월)을 맺었던 곳은 비케이탑스였다. 비케이탑스는 계약 이듬해인 2019년 당기순손실이 351억원으로 전년 166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매출이 699억원에서 116억원으로 크게 꺾인 상황에서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19년 비케이탑스의 금융비용은 140억원으로 전년 85억원 대비 65% 급증했다. 이밖에 이에스앤엘(옛 포티스)도 2023년 말 상장폐지를 당했다. KH건설(옛 KH E&T)은 지난해 9월부로 거래가 정지됐다. 웰킵스하이텍(옛 크로바하이텍)만이 거래정지 후 거래가 재개됐다. 이들 기업들은 SC로위와의 거래 후 각각 금융비용 급증과 거래 정지, 감사의견 문제까지 줄줄이 악재가 이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SC로위의 이런 계약방식에 대해 “사실상 형식적으로만 납입을 완료한 것처럼 꾸며서 증자 또는 사채 발행을 완료하는 가장납입 거래 효과와 같은 거래 구조"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말하는 가장납입은 기업이 실제로 자금을 납입 받지 않았음에도, 형식적으로만 납입을 완료한 것처럼 꾸며서 증자 또는 사채 발행을 완료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거래에서 투입된 자금은 공시를 위한 등기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곧바로 인출된다. 즉, 공시상으로는 대규모 자금 유치로 유동성이 풀린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의 실제 현금 흐름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는 것이다. IB 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국 자본주의 시장이 갖고 있는 기존의 제도를 형해화 시키면서 수익을 거둔 곳이 SC로위"라면서 “신한과 같은 금융사가 SC로위와 손잡는다면 기존 질서 유지 보다는 수익성 극대화만 추구하는 것을 인정하고, 문제 발생시 이를 방조할 의지가 있다고 읽혀진다"고 말했다. 한편, 자본시장연구원이 2019년 발간한 '메자닌채권시장의 특성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국내 메자닌 채권 발행 규모는 2013년까지 연간 1조원 내외에 머물렀다. 그러나 2016년 이후 5조원 안팎으로 급증했다. 2018년 발행액은 5조4616억원을 기록했고, 2019년 들어서도 발행 증가세는 이어져 7월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메자닌을 통한 자금 조달이 보편화되던 시기였고, 그만큼 구조화된 거래도 빠르게 늘어났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주간증시] 박스권 상단 재시도…업종·종목 간 온도 차는 ‘확대’

미국과 한국 증시가 다시 한 번 갈림길에 설 전망이다. 연말을 앞두고 글로벌 유동성 환경은 완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하지만 지수 상승이 곧바로 전면적 랠리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번 주 시장의 초점은 '오르느냐'보다 '무엇이 오르느냐'에 맞춰져 있다. 이번 주 미국 증시는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지나며 정책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연말 랠리를 자극할 변수들은 오히려 단기에 집중돼 있다. 올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선물·옵션 동시만기가 겹쳐 있고,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내년 1분기 내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 등 글로벌 유동성 흐름은 완화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산타랠리의 지속 여부는 결국 물가 지표가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의 시선은 정책 방향보다 물가와 이벤트에 더 집중되고 있다. 김승혁 키움증권 글로벌리서치 연구원은 “마이크론(AI 메모리)과 페덱스(물류) 등 핵심 기업 실적을 통해 AI 투자 지속성과 실물 경기 흐름을 동시에 가늠하는 한 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투자 사이클이 여전히 유효한지, 실물 경기 둔화 신호가 확산되고 있는지가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앞서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2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시는 기술주 중심의 조정을 받으며 약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45.96포인트(0.51%) 하락한 4만8458.05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3.59포인트(1.07%) 내린 6827.41을 기록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398.69포인트(1.69%) 급락하며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다. 시장에서는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 이후 나온 전망 코멘트가 투자심리를 흔든 것으로 해석했다. 브로드컴은 AI 매출 성장세는 유지되고 있지만, 비(非) AI 매출 대비 총마진이 낮다는 점을 언급하며 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기대를 일부 낮췄다. AI 투자가 확대되더라도 수익 구조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기술주 전반으로 차익 실현 압력이 번진 모습이다. 엔비디아 H200 칩을 둘러싼 중국 변수도 여전히 남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H200의 중국 수출 허가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실제로는 중국 정부 승인 절차와 사용 목적에 대한 소명이 필요하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의 수요는 확인되고 있으나, 규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알리바바의 AI 에이전트 'Qwen'은 공개 테스트 23일 만에 월간 활성 이용자 수 3000만 명을 넘어섰다. AI 애플리케이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AI가 인프라 투자를 넘어 서비스와 소비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기술주 내에서도 실적과 수익성이 검증되는 종목 중심의 선별 흐름이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증시는 지난주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하며 다시 전일 고점 돌파를 시도하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2일 기관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코스피가 상승 마감했고, 외국인도 장 막판 순매수로 전환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회복 흐름이 나타났고, 코스닥은 바이오를 축으로 반도체 소부장, 2차전지, 로봇, 엔터 등 기술주 전반에서 반등이 이어졌다. 증권가는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가 기술적 반등 국면에 들어섰다고 본다. 낙폭을 빠르게 만회한 만큼 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기관 중심의 저가 매수 기조가 이어질 경우 박스권 상단 재시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평가다. 특히 코스피는 반도체 중심의 실적 가시성이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업종·종목 간 온도 차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을 중심으로 한 기술주 반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증권가는 단기 테마보다는 실적과 현금흐름이 확인되는 종목 중심의 선별 장세를 예상한다. 지수보다는 종목 대응의 중요성이 커지는 구간으로, 반등 이후에도 변동성 장세가 반복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확장 국면에서 지수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유동성 재확장으로 지수의 상승 가능성이 높더라도 기업 선별 전략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향후 AI 산업은 반도체라는 B2B를 넘어 B2C로 확장될 것이고, 스페이스X 상장 기대로 우주 관련 산업까지 신성장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확장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재, 헬스케어 업종의 부각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특징주] 이지스, 코스닥 상장 첫날 100%대 ↑

디지털 플랫폼 기업 이지스가 코스닥 시장 입성 첫날인 11일 100%대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14분 현재 이지스는 공모가 대비 104% 뛴 3만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지스는 지난 2~3일 양일간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결과 최종 546.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총 2억480만 1460주의 청약이 접수됐으며 청약 증거금은 약 1조 53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앞서 지난 11월21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한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2230개 기관이 참여해 경쟁률 1109.86대 1을 기록했다. 최종 공모가는 희망밴드(1만3000원~1만5000원)의 상단인 1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이슈+]코스닥, 이번엔 다를까?…강세론 무르익지만 그림자 여전

코스닥 시가총액이 종가 기준으로도 사상 처음 500조원을 돌파했다. 별다른 정책 발표가 없었는데도 '활성화 대책이 나온다'는 기대감만으로 투자심리가 달아올랐다. 하지만 시장이 반응한 지점은 단순 기대감이 아니다. 이번 사이클은 과거와 다른 몇 가지 구조적 신호가 동시에 포착되고 있어서다. '이번은 다르다'는 기대와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경계가 공존하는 국면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코스닥은 사상 처음으로 종가기준 시가총액이 5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4일 장중 사상 첫 500조원 돌파에 이은 겹경사다. 이는 지난 2021년 1월 400조 원을 넘은 이후 약 4년 11개월 만에 달성한 기록으로, 정부의 정책 기대감과 기술주 중심의 성장세가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천스닥(코스닥 1000포인트)' 기대가 재점화되면서, 시장은 강세장의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도 강세장의 전형적 패턴과 유사하다. 이런 강세 흐름이 당연한 수순처럼 읽히지만 '아직은 경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기 열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숙제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먼저 과거 사례부터 꺼내 들고 있다. 코스닥 활성화가 화두에 오른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05년 거래소 통합, 2013년 코넥스 개설, 2018년 벤처펀드 도입 등 세 차례의 '코스닥 모멘텀'이 모두 '반짝 급등 후 장기 부진'으로 끝났다는 점을 짚는다. 겉으로는 제도 변화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수급 구조를 바꾸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공통된 문제로는 △거래소 통합에도 '2부 리그' 인식이 그대로였던 점 △코넥스 개설이 수요 없이 공급만 늘린 점 △벤처펀드가 코스닥으로 유입돼야 할 유동성을 메자닌(CB·BW) 시장으로 돌려버린 점 등이 지적된다. 우량 기업 이탈과 개인 투자자 중심 구조도 정책 효과를 희석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에도 '언론 헤드라인만 보고 베팅하는 건 위험하다'며, 실효성 있는 핵심 변수를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책 방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금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 가운데 시장이 특히 기대를 거는 대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코스닥벤처펀드 소득공제 한도를 기존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2018년 당시 코스닥 랠리를 이끌었던 세제 유인책을 한 단계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고액 자산가의 자금을 다시 코스닥으로 끌어들이는 직접적인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 대목이다. 다른 하나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모험자본 약 20조원을 코스닥·벤처 시장에 유입시키는 구상이다. 증권사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 일부를 모험자본으로 묶어 코스닥에 투입한다는 그림이다. 개인 수급 위주의 시장을 기관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번 사이클의 지속성을 가르는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대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 확대는 '헤드라인과 실제 효과를 구분해야 하는 영역'으로 분류된다. 정부가 목표 비중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운용지침·위험 관리 규정이 뒤따라 바뀌지 않으면 실제 매입 규모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기금 코스닥 비중 확대'라는 문구보다, 연금 운용 규정이 얼마나 수정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상인증권은 보다 '현미경'에 가까운 시각을 내놓는다. 단기적으로는 정책 기대감과 수급 회복이 맞물리며 코스닥의 추가 상승 여력을 인정하면서도,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 종목으로의 쏠림'을 경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상상인증권은 코스닥 실적 모멘텀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 일부 성장주·플랫폼·소부장 기업의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고, 내년 이익 증가율 전망도 코스피 대비 우위를 보이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익과 무관한 이벤트성 재료, 무상증자·특례상장·단기 테마에 기대 주가가 먼저 치솟는 패턴이 반복될 경우 다시 조정 국면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사이클을 질적으로 다른 코스닥 강세의 초입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단순한 부양책이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나증권은 이번 대책의 키워드를 '하이브리드 전환(JIT+JIC)'으로 설명한다. 과거에는 효율성(Just-in-Time·JIT)을 극대화하는 쪽에 방점이 찍혔다면, 이제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여유 자본과 완충 장치를 두는 위험 대비(Just-in-Case·JIC) 요소가 함께 도입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코스닥 정책에도 이 논리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해석이다. 구체적으로는 두 축이 동시에 움직인다. 첫째, 선별적 정화 장치다. 시가총액 150억원 미만 종목의 자동 퇴출, 2심제 심사 기간 단축 등은 '소형·부실 종목을 장기적으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신호다. 작전주·테마주 논란의 진앙이 됐던 극단적인 저유동성 종목을 구조적으로 정리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둘째, 대규모 자금 버퍼다. 하나증권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국민성장펀드 150조원, 증권사 모험자본 17조원 등 약 167조원 규모의 '정책 자금' 구상을 주목한다. 여기에 연기금의 코스닥 비중 상향 목표와 코스닥벤처펀드 소득공제 5000만원 상향, 특례상장 문턱 완화 등이 더해지면 '외부 충격이 와도 시장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방화벽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나증권은 이를 두고 2018년 대책이 성장에 치우친 JIT형이었다면, 2025년 대책은 성장과 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JIT+JIC 하이브리드 모델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단기 랠리를 노리는 정책이 아니라, 코스닥을 '장기적으로 쓸 수 있는 시장'으로 만드는 쪽에 방점이 찍혔다는 설명이다. 섹터 관점에서도 구조적 전환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나증권은 과거 코스닥이 코스피를 앞섰던 시기(2008년, 2014년, 2022년)를 복기해 보면 공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업종이 있었다고 분석한다. 제약·바이오, 조선, 화장품, 상사·자본재 및 기계 등이 그 중심이다. 이번에도 코스닥이 코스피 대비 상대 강도를 높여가는 과정에서 이들 섹터가 다시 알파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코스피와의 연동성도 변수로 꼽힌다. 하나증권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밸류체인이 여전히 견조한 만큼, 고대역폭 메모리(HBM)을 공급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축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강세를 보일 여지가 크다고 본다. 코스닥이 '정책·수급 장'이라면, 코스피는 AI·반도체 실적 장세가 이어지는 구도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연말·연초 코스닥 시장은 2018년과는 다른 질적 차원의 강한 시세 국면으로 진입할 개연성이 크다"며 “코스피의 동반 상승까지 더해진다면, 2026년은 한국 증시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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