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15% 인하, 수익성 우려 완화
현대·기아, 하반기 실적 감소폭 제한
한기평 “예상 손실 1조5000억원 감소"
증권가 “실적 반등·환원 정책 주목"

▲올해 상반기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0.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처=한국기업평가]
한·미간 상호관세가 타결됨에 따라, 관세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던 현대·기아차의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신용평가사와 증권가는 공통적으로 관세 인하가 현대·기아차의 수익성 방어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현지 생산 확대와 파워트레인 전략 조정 등 향후 방향성에 주목하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미국발 관세 부담에도 수익성 방어와 주주환원 정책을 병행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올해 2분기까지는 관세 부과로 인한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했지만, 3분기 이후부터는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관세율이 이달 1일부터 25%에서 15%로 인하되면서, 현대차의 하반기 실적 전망과 대응 전략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관세로 인해 10.3%에서 8.2%로 2.1%포인트(p) 하락했다. 관세 부담은 각각 8282억원, 7860억원에 달했다.
한기평은 이번 관세 협상으로 세율이 25%에서 15%로 인하됨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연간 손실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을 전망했다. 당초 한기평은 25%의 관세율이 연말까지 유지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2025년 합산 영업이익 감소분이 약 6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었다. 하지만 이달부터 관세율이 10%p 인하됨에 따라 손실 규모는 약 5조원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20% 감소했다. 다만 이는 경쟁사 대비 선방했다는 평가다. 실제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관세와 원가 부담으로 큰 폭의 실적 악화를 겪었다. 미국의 GM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2% 줄었고, 같은 미국계 기업인 포드는 73% 감소했으며, 유럽계 스텔란티스는 적자로 전환했다.
다올투자증권은 현대차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32만원에서 3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의 관세율 인하로 올해 하반기 손익 예측이 가능해진 만큼, 전략적 물량 배분과 파워트레인 재배치 등 경영 계획 이행이 보다 구체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세 대응의 핵심 축은 현지 생산 확대와 전략 재배치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메타플랜트를 포함해 현지 생산능력을 기존 71만대 → 최대 121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2024년 기준 미국시장 판매량의 7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메타플랜트는 당초 전기차(EV) 전용 공장으로 설계됐으나, 최근엔 하이브리드 생산 라인도 도입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관세율 인하를 반영해 현대차의 2025년 하반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8%, 10%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3분기 3조4000억원, 4분기 3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 점유율도 관세 충격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8년 7.1%에서 2024년 10.4%, 올해 상반기에는 10.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기평은 “현대·기아차는 강화된 제품경쟁력과 개선된 브랜드이미지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경쟁업체 대비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차량 판매가격 인상을 최대한 지연해 올 하반기에도 시장점유율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현지 인센티브 축소도 긍정적 변수다. 다올투자증권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받는 평균 인센티브가 2025년 기준 2802달러 수준이나, 2026년에는 220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EV 보조금 축소와 맞물려 하이브리드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올투자증권은 현대차가 총주주수익률(TSR) 35% 달성을 위한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이 이미 제시돼 있는 만큼, 현재 주가는 이를 실행하기에 적절한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2025년부터 3년간 총 4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할 계획이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미국 현지화 전략이 더 앞서 있고, USMCA 영향권 밖이라 도요타나 폭스바겐 대비 경쟁력이 우위에 있다"며 “자사주 소각도 예정돼 있어 현재 주가는 이를 실행하기에 적절한 구간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