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속 상태에서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 해병 특검)의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야당 현역 의원들은 물론 윤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가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적폐청산'에 버금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특검 수사가 야권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국민의힘이 술렁이고 있다.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팀은 지난 8일 윤상현 의원과 김영선 전 의원 등 관련자 10여 곳에 대해 자택과 사무실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윤 의원은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공천 심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지방선거 공천을 총괄한 정진석 전 비서실장도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명태균 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의원들이 있어 당내 분위기가 긴장된 상태"라고 전했다.
김건희 특검은 또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선교 의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해당 사업은 2023년 5월 국토부가 당초 계획된 양서면 종점을 김 여사 일가의 토지가 있는 강상면으로 변경하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은 두 인사가 김 여사 일가에 이익을 주기 위해 노선을 바꿨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김건희 특검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넘겨받으면서 당 전체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커졌다. 김건희 특검의 수사 목록에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이 TV토론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부인한 발언이 포함돼 있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약 394억 원의 20대 대선 보전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채상병 사건 수사방해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이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실을 압수수색 중인 11일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항의 방문해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힘 내부에선 김건희 특검보다 내란 특검의 파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내란 특검은 추경호 의원에 대한 내란 방조 혐의 사건을 넘겨받은 데 이어, 윤 전 대통령의 국회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관련, 국민의힘 의원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7년 기무사 계엄 문건에 적시된 '국회 표결 저지 시나리오'를 근거로, 윤 전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이 사전에 이를 공모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실제로 계엄 해제안 표결에 참여한 의원이 18명에 불과해, 나머지 수십 명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지금 내란 특검이 진행 중이지 않나. 이런저런 부분에서 인적 청산 대상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해병대원 특검은 11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조태용 전 국정원장과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 등 당시 관여 인사들에 대해서도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운데)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사에 이어 입법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을 모두 가결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내란죄 유죄 인물을 배출한 정당의 국고보조금을 제한하는 '내란정당 방지법'까지 발의했다.
민주당은 특히 결국 3대 특검의 종착지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구속 상태로 3대 특검의 동시 수사를 받고 있고, 김 여사는 주가조작·공천개입·통일교 연루·양평 고속도로 특혜 등 4대 의혹에 더해 '김건희 집사' 게이트처럼 새 의혹들도 계속 불거진 상태다. 여기에 지난 3년간 정권 차원에서 진행된 각종 정책, 행정, 인사 등에 대한 재검토,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등도 본격화될 전망이어서 정부 각 부처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제2의 적폐 청산'이 진행될 전망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진행된 적폐 청산은 약간 애매해서 정치적 보복, 탄압이라는 프레임에 쉽게 걸려들 수 있어 결국 지지 부진해졌었지만, 이번엔 '내란'이라는 강력한 블랙홀이 자리잡고 있어 야당이나 윤 전 대통령 일가, 보수 세력과 일부 공무원들이 쉽게 헤어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전처럼 노골적으로 밀어부치기 보다는 3대 특검의 수사와 사법처리를 중심으로 은근히 인적·정책·행정적 청산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