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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외교는 타이밍, 나토 불참이 한미 위기 부르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민석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임명 동의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통과되었다. 한편으로 법원이 '추후 지정'이라는 말로 이재명 재판을 무기 연기시켜 사법리스크도 사실상 사라졌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가 거칠 것이 없이 탄탄대로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재명 정부의 위기는 시작되었다. 그것도 동맹국가인 미국으로부터 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루비오 국무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돌연 취소했다. 루비오 장관은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 전 한국을 찾을 예정이었으나, 미국 측은 내부 사정을 이유로 일정을 철회했고 구체적으로는 중동 정세를 언급하며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한 일정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취소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7월 말 목표로 추진해온 한미정상회담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당초 루비오 장관이 이 대통령을 예방하고 위성락 안보실장을 면담하여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를 조율하려던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만약 정상회담이 미뤄질 경우, 8월에는 휴가철이기 때문에 회담을 하지 않은 경향이 있어 9월 중순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나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 취소는 단순한 외교 일정 변경이 아니고, 이재명 정권의 외교 노선에 대한 미국 측의 불신 신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미 간 관세와 방위비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다, 이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 타진 보도 직후에 방한 취소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한미 간 외교 일정이 번번이 어긋나고 있다는 데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당선 직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축하전화를 받은 것과는 달리 이 대통령은 당선 3일째 저녁 늦게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캐나다 G7 정상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귀국으로 한미정상회담이 무산됐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불참함으로써 한미정상회담 기회를 날려 버렸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여러 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한다고 발표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맞춰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IP4(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 4국) 정상급을 초청한 특별회의정상회의 개최를 조정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 대통령의 불참은 전임 대통령이 참석했던 외교적 일관성을 감안하면 나토 회원국들 사이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방산 세일즈 외교 기회를 날렸으며,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특별정상회의를 무산시킴으로써 미국 리스크를 가중시킨 셈이 되었다. 루비오 장관 방한 취소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12개 국가에 관세율을 통보하겠다고 밝히자 부랴부랴 위성락 실장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워싱턴으로 급파했다. 사실 이 대통령이 나토정상회의에 참석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개최하여 의견을 나누었다면 이렇게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한국에 8월 1일부터 상호 관세 25%를 부과할 것"이라는 서한을 발송하고 SNS를 통해 이를 밝혔다. 다만 “한국이 무역 장벽을 없애면 관세 조정을 고려할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고, 백악관은 “8일 만료 예정이던 상호 관세 협상 시한을 8월 1일까지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트럼프가 서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협상시한이 연장되었다고 하지만, 현재 관측으로서는 사실상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못한 상태에서 관세 협상을 해야 할 상황인데, 나토정상회의 불참이 다시 한 번 뼈아프게 느껴진다. 이강국

[EE칼럼] 데이터센터와 제조업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바야흐로 AI와 데이터센터의 시대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국가가 이 미래산업에 사활을 걸고 달려들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인공지능 세계 3강 진입을 목표로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으며 대통령실에 AI미래기획수석을 신설하는 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와 동시에 세계는 자신들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은 에너지 위기 이후 급등한 에너지 비용이 가져온 제조업 위기 돌파를 위해 다양한 에너지 비용 완화 인센티브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엔 보조금과 같은 직접적 인센티브를 비롯해 기후의제 완화 같은 제도적 걸림돌 제거 등이 포함된다. 프랑스와 독일은 정상들이 직접 공급망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유럽의 그린워싱 방지법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철회되었다.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동맹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 폭탄을 투하하고 있으며 '드릴 베이비 드릴'로 대표되는 에너지 공급 확대는 물론이고 저렴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모든 에너지원의 개발'을 표방하고 있다. AI와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한다. 미국 텍사스 주는 현재 85기가와트의 전력공급 능력을 6년 후 150기가와트로 늘려야 할 수 있는데 이 추가 공급의 50%가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예정이다. 워싱턴 소재 에너지 리서치 유닛(ERU)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가 베트남을 제외한 아세안 국가 전력 수요의 2%에서 최대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는 이와 같은 대규모 신규 부하를 경험한 적이 없다. 제조업 부활에도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미국 알루미늄 협회에 따르면 알루미늄 1톤을 만드는 데 14,821킬로와트시의 전력이 필요하다. 연간 생산 능력이 75만 톤인 현대식 제련소에는 보스턴 크기 도시보다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은 2030년까지 3,100만 메가와트시, 2035년까지 4,800만 메가와트시의 에너지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센추리 알루미늄은 2022년 켄터키주 호즈빌 소재 제련소를 “치솟는" 에너지 비용을 이유로 가동 중단한다고 발표했는데 이 몰락을 불러왔던 미국 제련소 평균 전력비용은 2024년 메가와트시 당 33달러였다. 공급을 시급히 확충하면 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이는 어려운 미션이다. 원전의 경우 완공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는 반면 데이터센터는 2~3년에 불과하다. 브릿지 연료로 각광받는 천연가스 발전소의 경우는 밀려드는 주문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데 가스터빈 대기시간에만 5년이 걸리고 지난 10개월 동안 가격은 50% 이상 상승했다. 인건비도 상승하면서 발전소 건설 비용만 3배 가까이 올랐다. 빠른 공급 확대도 어렵지만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저렴한 전기가 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남는 건 선택이다. 미국 알루미늄 협회는 제련소가 메가와트시당 약 40달러 비용으로 장기 전력 계약을 요구했지만, 빅테크 기업은 메가와트시당 100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빅테크의 프리미엄 지불과 송전 용량 제한은 미국 전력 가격을 꾸준히 상승시킬 것으로 우드 매킨지와 CRU는 예측하고 있다. 선택의 결과가 전력요금 상승이라면 제조업 부활은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미래 핵심 산업을 포기하는 건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3, 2024년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각각 전년 대비 1.9%, 1.5% 뒷걸음질 쳤고 1990년대에 20%를 웃돌던 일자리 중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15.5%로 감소했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 요금은 중국과 경쟁이 버겁다는 미국보다 60% 이상 비싸다. 제조업 경쟁력을 지키면서도 미래 먹거리인 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함께 저렴한 조달이 핵심이다. 현 정부엔 둘 중 하나라는 선택지는 없다. 제조업과 미래산업에 모두 성과를 거두기 위한 안정적이면서 저렴한 에너지 공급 전략은 당장의 대안인 기존 발전소를 지키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아우디코리아, 신임 세일즈 총괄에 송승국 상무 선임

아우디 코리아는 송승국 상무를 신임 세일즈 총괄 임원으로 선임했다고 8일 밝혔다. 송 상무는 7월 7일부터 아우디 코리아의 세일즈 전반을 이끌게 된다. 신임 송승국 상무는 주요 수입차 브랜드와 업계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영업과 공급망, 전시장 운영, 신차 인도 전 상품화 센터 총괄 등 수입차 비즈니스 전반의 핵심 영역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직전에는 체카(CHEKA)의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재직하며 전략 기획 및 조직 혁신을 주도했다. 아우디 코리아는 올해 순수 전기 SUV '아우디 Q6 e‑트론'을 시작으로, 최신 PPC 플랫폼이 적용된 '더 뉴 아우디 A5' 및 '더 뉴 아우디 Q5' 등 전략 차종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브랜드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인사는 영업력 강화를 통한 시장 리더십 확보와 고객 중심 서비스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한 중대한 전략적 조치다. 스티브 클로티 아우디 코리아 사장은 “송 상무의 탁월한 현장 경험과 전략적 시야는 고객 중심의 세일즈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딜러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세일즈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 내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지겠다“고 말했다. 송승국 아우디 코리아 신임 세일즈 상무는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브랜드 아우디의 일원이 되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 고객들의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매력적인 제품을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세일즈 전략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새롭게 출시된 더 뉴 아우디 A5, 더 뉴 아우디 Q5를 비롯해 향후 도입 예정인 다양한 신모델을 통해 아우디의 프리미엄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고객 중심의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기자의 눈] 극장 생존 분투기

국내 대표 멀티플렉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환경이라면 그나마 낫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아쉽게도 정반대다. 흥행작 부진으로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침체기의 수렁에 빠졌다. 올해 들어 매월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월 한국·외국 영화 전체 누적 관객 수는 890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말 개봉한 '하얼빈'(207만 명), 올해 설 연휴 '히트맨2'(165만 명), '검은 수녀들'(127만 명)에 힘입어 관객 수를 유지했다. 하지만 2월에는 지난달보다 300만 명 이상 줄어 547만 명에 그쳤다. 3월에는 643만 명이 극장을 찾았지만 한국영화 관객 수가 100만 명대로 뚝 떨어졌다. 특히 4월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2022년 5월 이후 최저치인 543만 명을 찍었다. 5월과 6월은 할리우드 영화 덕분에 극장가가 반짝 활기를 띄었다. 5월에는 올해 개봉작 가운데 337만 명으로 최다 관객을 동원한 할리우드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 박스오피스를 이끌며 1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853만 명이 극장을 방문했다. 6월은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의 인기와 'F1 더 무비' 개봉이 더해지면서 771만 명이 극장에서 영화를 즐겼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범죄도시4'가 천만 영화에 등극하며 홀로 1150만 명을 동원했던 흐름과 비교하면 극장가 부진이 너무나도 길어지고 있다. 매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등 OTT 플랫폼이 급성장하며 물량 공세를 펼쳐 관객이 이탈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흥행작이 좀처럼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극장가는 영화 상영의 '본업' 대신 '부업'으로 손길을 뻗고 있다. 순수한 관객 매출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는 고육지책을 쓸 수밖에 없다. 극장으로 다시 관객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멀티플렉스는 스크린X(CGV), 광음시네마(롯데시네마), 돌비시네마(메가박스) 등 특별관의 수를 확대하고 있다. 좌석의 등받이가 거의 180도로 젖혀지는 리클라이너로 교체하는 등 관람 환경의 질 개선에 집중한다. 또 '시네마 천국' '셔터 아일랜드' 등 명작 재개봉, 스포츠 경기 중계, 콘서트 등 공연 실황 상영 등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현실이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신연수 칼럼] 이재명의 경제정책, 출발은 좋은데…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분배…. 민주당의 단골 메뉴였던 이런 용어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공약에서는 사라졌다. 대신 성장이 경제정책의 맨 앞에 나왔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달 펴낸 '새 정부 성장정책 해설서'에서는 박정희의 산업화, 김대중의 정보화에 이어 이재명 정부가 제2의 경제 대도약을 이루겠다고 했다. 분배보다 성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를 반영하지만, 그만큼 우리 경제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였고 지난 1년간 폐업한 사업자 수는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침체에 빠져 글로벌 대기업부터 골목상권까지 안 어려운 데가 없다. 문제는 이런 불황이 경기 순환에 따른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깊어진다는데 있다. 저성장이 이대로 굳어진다면 모든 사람에게 기회의 창은 점점 좁아질 것이다. 정부가 성장의 불꽃을 다시 피우는데 집중하기로 한 것은 옳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이재명 정부가 선택한 것은 첫 번째가 인공지능(AI)이고 두 번째가 에너지전환 관련 산업이다. AI는 기술을 넘어 문명의 전환을 가져올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2019년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한국이 집중할 것은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강조한 적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일본의 수출 보복, 부동산 가격 폭등 같은 힘겨운 현안들 때문인지 AI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이제라도 AI를 강조하게 되어 다행이다. 에너지전환 역시 탄소중립이 세계 경제의 표준이 되고 있는 만큼 적절한 목표 설정이다. 탄소 배출이 많은 한국의 제조업을 탄소제로 기술로 업그레이드해야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세계적 추세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축소하고 전력망 확충에 소홀했던 만큼, 서둘러 쫓아가야 할 분야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 30여 일. 시작은 좋아 보인다. 한 달 만에 코스피가 14% 오르며 세계 주요 국가들 가운데 최고의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정부가 재정 확대를 통해 AI, 바이오, 방산 등 전략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고, 상법 개정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개선한 것이 효과를 봤다. '이재명 랠리'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주식시장이 활기를 띄고, 꿈틀대던 서울 집값은 한 번의 대출규제 발표로 숨을 죽였다. 그러나 어쩌면 좋은 것은 여기까지일 지 모른다. 계엄과 탄핵으로 경제활동이 얼어붙고 윤석열 정부의 아마추어 같은 국정운영으로 사회 전체가 엉망진창이었기에, 이재명 정부는 기저효과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비용 청구서가 날아들 일만 남았다. 새 정부의 성장 정책 방향은 옳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풀어야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AI에 100조 원을 투자해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100조 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줄여서 매년 세수 펑크를 냈고 재정적자도 늘렸다. 이재명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한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사람들이 싫어할 '증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에너지전환의 경우 에너지고속도로 건설만 얘기하고 전력시장 구조개편 같은 논란이 첨예한 사안들은 빼놓았다. 공약 단계에서는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할 수 있지만, 실제로 정책을 집행하는 단계에 들어서면 재원조달이나 구조개혁 같은 험난한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나와야 진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전 국민에게 소비쿠폰을 나눠주고 증시를 띄우는 것은 일시적인 방편은 되겠지만 근본적인 경제 정책이 될 수 없다. 실물경제 회복 없는 주가 상승은 부동산에 이어 주식시장마저 투기장으로 만들 뿐이다. 한국 경제는 대내외적 전환기에 있다. 밖으로는 자유무역체제가 위협받고 안으로는 혁신이 고갈되고 있다. 미국과의 슬기로운 관세협상으로 수출 산업을 지키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워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에 한국의 미래 30년이 달렸다. 신연수 기자 ysshin@ekn.kr

[이슈&인사이트]프랜차이즈 본부와 가맹점, 공정한 동행은 가능한가

최근 더본코리아는 '빽햄' 원산지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소비자는 '햄'이라는 이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기대했지만, 실제 제품은 기계분리육(MDM)과 전분이 주재료였다. 단순한 원재료 논란을 넘어, 신뢰의 상징이던 백종원 대표와 브랜드 이미지 간 괴리가 소비자 실망을 키웠다. 더본 측은 대표의 방송 하차와 전국 할인전을 통해 위기 수습에 나섰지만, 이러한 조치가 프랜차이즈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 동시에 피자헛은 가맹점주와의 법적 분쟁에서 2심 판결로 약 210억 원의 차액가맹금 반환을 명령받았다. 차액가맹금이란, 가맹본부가 제품을 유통·공급하면서 붙이는 마진인데, 많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이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구조가 계약서나 정보공개서에 투명하게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법원은 본사가 이를 명확히 고지하지 않았고, 가맹점 수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만약 대법원까지 판결이 확정된다면, 유사한 구조를 가진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대대적인 수익구조 개편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맹점은 명목상 독립된 사업자지만, 정보의 비대칭성과 협상력의 격차는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제어할 수 없는 구조적 원인이 된다. 가맹점주는 본사의 유통 이익구조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투자 결정을 내리고, 이후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가맹사업법을 통해 정보공개서 제도, 분쟁조정제도, 계약서 사전 교부 의무 등을 통해 보호장치를 마련해 왔다. 하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정보공개서 상 차액가맹금 항목은 2018년 개정으로 공시가 의무화됐지만, 소비자나 가맹점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형태로 정직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다. 2021년 헌법재판소는 정보공개서에 포함된 차액가맹금 항목은 “단순 유통이익일 뿐 본사의 핵심 영업비밀은 아니며, 따라서 공개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맹 희망자들이 “이 회사가 유통마진을 얼마나 붙이는지 사전에 확인하고 싶다"는 요구를 충족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제는 단순한 제도 보완이 아닌, 본질적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과 협력업체를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구매협동조합을 통한 공동구매, 공정 수익 분배 모델, 자율분쟁조정기구(ADR) 설립 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야 한다. 또한 프랜차이즈 수익모델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차액가맹금은 투명하게 공개되며, 대다수의 본사들이 매출에 연동된 '러닝 로열티'를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이는 가맹점 매출 확대가 곧 본사 이익으로 직결되기에 상호 성장 유인을 제공한다. 한국에서도 공정위는 '차액가맹금에서 러닝 로열티로 전환 시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많은 가맹점주들이 매출 공개 자체를 꺼리고, 로열티 납부에 대해 극도로 반감을 갖고 있다. 본사는 백마진을 포함한 간접 수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일괄적 전환은 어렵고,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러닝 로열티를 도입한 브랜드에 대해 세제 혜택을 부여하거나, 정보공개서의 표준양식을 단계적으로 개편하는 방식 등 '스틱 앤 캐럿'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 동시에 로열티 전환은 브랜드 신뢰도가 낮은 업체나 리스크 회피성 전환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평가 기준과 로드맵이 병행되어야 한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연간 120조 원의 시장 규모, 12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거대한 생태계다. 그렇기에 공정성과 투명성,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은 단지 가맹점주의 이익을 넘어, 산업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다. '갑을' 관계로 유지되던 프랜차이즈 구조가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금이야말로 본사가 진정한 파트너십의 자세로 돌아가야 할 때다. 소비자는 진실한 브랜드에 반응하고, 점주는 공정한 계약에 충성한다. 가맹본부가 이 단순한 진리를 실천할 때, 진정한 상생은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박주영

[기자의 눈] 비은행 스테이블코인, ‘어떻게’가 중요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며 비은행 기관의 발행 허용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와 여당은 기술 혁신과 시장 활성화 등의 측면에서 비은행 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빅테크·핀테크 기업 등 다양한 민간 기업들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닿아 있다. 미국은 지니어스법(Genius Act)에 따라 인증심사위원회를 두고 비은행 기관의 발행을 심사한다. 유럽연합(EU) 또한 미카(MiCA) 법안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비은행 발행을 허용한다. 이외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도 엄격한 조건 아래 비은행 발행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비은행 기관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무분별하게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이 떨어지고 금융 시스템 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발행 주체 리스크로 코인런(대규모 코인 인출)이 발생하면 기존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 민간이 화폐 기능을 가진 디지털자산을 대규모로 발행할 경우 한은의 중앙은행 역할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한은은 은행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 역시 한계를 갖는다. 스테이블코인의 태생적 목적인 탈중앙화가 구현되지 못하는 데다, 은행만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구조는 기술 혁신과 시장 경쟁을 제약할 수 있어서다. 사용자가 스테이블코인의 실질적인 편의를 누리기 어려운 것은 물론, 급변하는 기술력에 대응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비은행 발행의 허용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허용할 것인지'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들이 이제 막 발의되고 있는 만큼 자본금 요건 강화, 준비금 보유 의무, 위기 대응 체계 등 안전장치를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발행 기관에 대한 실시간 감독과 공시 체계 마련도 필요하다. 발행과 등록 관련 절차도 합리적인 방향으로 제도화해 시장 질서를 해치지 않도록 투명하고 안정적인 발행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 도입을 앞둔 지금은 혁신과 제도 안전성을 함께 설계해야 하는 시점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동시에 금융 안정이란 과제를 균형 있게 풀어나가야 한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이슈&인사이트]관세 협상의 유종의 미를 기대하며

트럼프 정부가 지난 4월 2일(현지 시각) 상호관세를 부과한 후 90일간의 유예기간이 7월 8일 종료한다. 종료일 전에 영국, 중국, 베트남 등 국가가 미국과 상호관세에 합의하였으며, 인도, 인도네시아, 대만 등 일부 국가(지역)가 관세 합의에 근접하였다고 하였다. 종료일과 관련하여 백악관은 유예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발표하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7월 7일부터 10여 개국에 관세율이 표기된 서한을 발송하겠다고 하면서, 통보한 관세는 8월 1일부터 발효할 것이라고 하였다. 결국 8월 1일 전까지는 사실상 유예기간을 연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유예기간 종료일 전에 상위 10대 교역국과 관세 합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종료일을 앞두고 무역상대국 중 약 100개국에 대해서는 10% 상호관세율을 적용할 것이라고 하였다. 물리적으로 관세 협상국들과 세부적인 부분까지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미 정부가 아무런 성과 없이 유예기간만 연장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미국은 중국과의 잠정 합의를 하거나 영국과 같이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 추가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것과 같이 큰 틀에서 합의를 할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 협상단은 지난달 22일부터 27일까지 3차 실무협상을 진행하였으며, 30일에는 공청회를 개최하여 미국 측이 제시한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구글 정밀지도 반출 허용 등 비관세 장벽 외에 알래스카 LNG 투자 등에 관해 전문가와 각계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였다. 각 쟁점별로 협상 내용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협상단은 여전히 협상 중이라 공개하지 못하는 내용이 많았다. 지난 주말에는 새정부 협상단이 최종 합의 내지 유예를 목표로 미국으로 출발하였다. 향후 새 정부 협상단이 나아갈 방향을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관세유예 종료일 전에 합의할 내용과 이후에 추가로 합의할 내용을 구분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합의에 도달하고 우리나라만 합의하지 않는 경우 미국 시장을 대거 잃게 된다. 그러므로 세부적인 부분이나 추가 검토가 필요한 부분을 별도로 분류하여 어느 정도 큰 틀에서 합의를 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새 정부 협상단은 공청회를 통해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미국과의 협상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지나치게 고려할 경우 국가이익에 상당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협상이 타결되어 타격을 입는 분야에 대해서는 충분한 정부의 지원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일본이 미국에 대해 양보는 하지 않은 채 관세율만 낮추려고 하자 트럼프가 30~3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 정부 협상단은 미국과의 장기적인 협상카드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큰 틀 협상 이후 구체적인 협상 과정에서 필요한 협상카드를 미리 모두 소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 정부 협상단이 협상카드로 제시한 미국의 조선업 재건 협력은 미 정부의 큰 호응을 얻었다. 새 정부 협상단이 3차 실무협상에서 제시한 원자력 협력이라는 협상카드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기존 품목별 관세나 상호관세와 관련하여 아직 큰 틀의 합의에도 이르지 못하였다. 향후 트럼프 정부는 반도체, 바이오 등 여러 품목에 대해 추가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것을 예고하였다. 협상카드를 모두 소진할 경우 추가 협상에서 대응할 수단이 빈약해질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이번 합의에 미 정부가 향후 부과할 품목별 관세를 자제하는 내용까지 포함하는 것일 것이다. 구기보

[EE칼럼] 기후대응 모범국으로...재생에너지로 가는 길

서유럽의 작은 나라 룩셈부르크는 지난 5월 재생에너지 설치를 지원하기 위한 51개 조치를 발표했다.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재생에너지 설치를 가속하기 위한 이번 조치는 주로 옥상 태양광, 농촌형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30kW 이하의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하는 경우 지방 자치 단체의 승인이나 허가를 거칠 필요가 없게 되었으며, 일반개발계획(PAG) 외부 녹지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경우 건축 허가 신청서 제출 의무도 사라졌다. 공공 건축물, 고속도로, 주차장, 유휴부지에는 태양광 설치가 가속화될 것이며, 기존 태양광에 설치되는 에너지저장장치에는 정부 보조금이 적용된다. 30kW에서 200kW 재생에너지는 입찰을 통해 정부 지원을 제공하고 농촌형 태양광은 정부가 적극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세르주 윌메스(Serge Wilmes) 환경·기후·생물다양성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고, 기후 약속을 존중하며, 모두의 삶의 질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의 일부이며, 생물 다양성, 기후 및 삶의 질은 본질적으로 분리할 수 없고 각 요소는 다른 요소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강조했다. 룩셈부르크는 국가 에너지 및 기후 계획(PNEC)에 따라 2030년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 37% 점유율(2023년 11.8%)을 달성하고, 2050년까지 기후 중립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룩셈부르크의 총 재생에너지 용량은 861MW이며, 이 중 523MW는 태양광이고,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점유율은 90.4%다. 지난 5월 14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이 REPowerEU를 시행한 지 3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REPowerEU는 러시아 화석연료 의존을 빠르게 줄이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하여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45%(법적 구속력이 있는 목표는 최소 42.5%)까지 높이며,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성을 높여 에너지 공급 안정성과 기후 목표 달성을 동시에 추구했다. 2022년 45%에 이르던 러시아산 가스 수입 비중은 2024년 18%까지 감소한 데 이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러시아산 가스 중단 2단계 로드맵'을 제시하며 2027년까지 러시아산 화석연료(원유, 가스) 및 우라늄 수입 전면 금지를 공식 발표했고, EU 회원국들의 기후 목표 달성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국가 지원 규칙을 채택했다. 회원국들은 기후 목표를 상향하고 주차장 및 주택 태양광 의무화 등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의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EU의 2021년 재생발전량 점유율은 37.5%에서 2024년 47.5%로 급증했고 풍력 발전 점유율 17.5%는 수력 점유율 13.2%와 가스 점유율 15.7%를 넘어섰고 태양광 발전 점유율 11.0%도 석탄 점유율 9.8%를, 태양광과 풍력 발전 점유율 28.6%도 핵발전 점유율 23.6%를 크게 앞섰다. 재생 발전설비 신규 건설은 태양광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2024년 말 기준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은 304GW, 풍력 231GW로 발전원 기준 1.2위를 차지하고 있고, 2024년 신규 건설된 용량도 태양광이 58GW로 두 번째로 많이 건설된 풍력 12GW에 4.6배가 된다. 태양광 발전은 2025년 목표 320GW를 약 30GW 이상 초과할 것이며, 2030년 목표 600GW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6월 4일 출범한 새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 중립을 강조하며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을 공약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기후위기 대응도, 에너지 전환도 '국민이 하는 것 즉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생에너지 전환 시급성과 효용성을 국민이 이해하고 공감한다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2024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성적표를 보면, 재생발전량 점유율은 몇 년째 OECD 꼴찌이자 세계 평균의 1/3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아시아 평균 29%, 아프리카 평균 24%에도 크게 뒤지고 있다. 최소한 지금의 3배 이상은 되어야 세계 평균 정도가 된다. 우리나라는 누적 탄소 배출량과 연도별 탄소 배출량에서 각각 세계 10위 국가다. 탄소는 많이 배출하면서 재생에너지는 세계 꼴찌 수준인 대표적인 기후 악당 국가, 기후 불량 국가다. 다행히 이번 '국민주권 정부'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을 추진키로 하였으니 빠르게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여 세계 평균을 넘어서고, 기후위기 대응 모범 국가가 되어가는 달라진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데스크 칼럼]‘사자’가 된 이재명에게 거는 기대

2016년 6월, 이른 더위가 아스팔트를 달구던 광화문광장에서 농성 중이던 이재명 성남시장을 인터뷰했었다. 처음에는 연설 잘하는 시민운동 출신으로 유명했다. 성남시장이 된 후에는 “행정도 좀 하네“라고 알려졌었다. 별 기대없이 천막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받았던 첫 느낌은 재주는 있지만 깊이나 덕이 부족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인상으로 치면 원숭이나 여우 쯤 된다고나 할까? 이후 그는 경기도지사를 거쳐 대권 주자로 성장했다. 2017년 대선 경선 실패, 2022년 대선 본선 패배 등 연이은 좌절을 딛고 지난달 3일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됐다. 잇딴 패배나 지난해 1월 부산 피습사건과 같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성숙해졌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이 대통령의 인상에선 한결 편안함과 당당함이 느껴진다. 담백하고 수수하지만 꺾을 수 없을 것 같은 자신감도 베어있다. 풍진 세월을 겪은 사자나 우두머리 고릴라 같은 느낌이다. 그동안 그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지난 3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그 변화의 '내공'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전략가'의 역량을 갖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동안 한국의 대통령들은 한계가 많았다. 다방면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말 그대로 '크게 통치하는 우두머리(大統領)'가 될만한 능력을 가진 이는 거의 없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평생 정치만 하던 사람이었고, 김대중 대통령은 박학다식한 개혁가였지만 행정 경험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변호사 출신 혁신가였지만 실무·경제엔 약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도 경영처럼 한 기업가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내 '박정희의 큰 딸'일 뿐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인격자였지만 결단력과 내공이 약했다. 쿠데타를 일으켜 3년 만에 쫓겨난 윤석열 대통령은 그냥 술꾼 검사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사회와 경제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지속가능성과 성장을 어떻게 동시에 확보할 것인가에 대해 식견을 갖춘 답을 내놓았다. 정치지도자인 동시에 경제적 지식을 갖춘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관련 대책이다. 단편적 처방에서 벗어나 서울에 '돈과 사람'이 몰리는 것을 막아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종합 전략'을 제시했다. 과거처럼 '부동산' 측면만 본 단선적인 접근이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 하에 복합적으로 접근해 해법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전략가' 대통령의 시작은 좋다. 해박한 지식과 행정 경험이 토대가 된 안정감, 특유의 소통 능력, 좌우를 막론한 탕평인사가 지지율을 탄탄하게 뒷받치고 있다. 취임 후 지지율이 4주 연속 상승 추세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한국 사회의 룰을 다시 셋팅하고 시스템을 혁신해 지속가능한 경제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당장 내수 부진을 회복해야 하며, 멈췄던 과학기술투자를 되살려 내 미래 먹거리를 창조해야 한다. 시장 실패, 정부 실패를 모두 극복해 한국 경제의 심장에 엔트로피가 없는 영구기관을 장착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띄고 있다. 기후 위기, 에너지 고갈 시대에다 미국발 관세 전쟁 등 대외적인 변수도 심상잖다. 어느 대통령 때나 다 마찬가지지만, 이 대통령의 성공이 곧 대한민국 생존의 길이라는 게 더욱 절실한 시기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달려가면 된다. 본인의 말마따나 '크게 하나로 묶어내는 우두머리'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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