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트럼프 정부가 지난 4월 2일(현지 시각) 상호관세를 부과한 후 90일간의 유예기간이 7월 8일 종료한다. 종료일 전에 영국, 중국, 베트남 등 국가가 미국과 상호관세에 합의하였으며, 인도, 인도네시아, 대만 등 일부 국가(지역)가 관세 합의에 근접하였다고 하였다. 종료일과 관련하여 백악관은 유예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발표하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7월 7일부터 10여 개국에 관세율이 표기된 서한을 발송하겠다고 하면서, 통보한 관세는 8월 1일부터 발효할 것이라고 하였다. 결국 8월 1일 전까지는 사실상 유예기간을 연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유예기간 종료일 전에 상위 10대 교역국과 관세 합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종료일을 앞두고 무역상대국 중 약 100개국에 대해서는 10% 상호관세율을 적용할 것이라고 하였다.
물리적으로 관세 협상국들과 세부적인 부분까지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미 정부가 아무런 성과 없이 유예기간만 연장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미국은 중국과의 잠정 합의를 하거나 영국과 같이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 추가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것과 같이 큰 틀에서 합의를 할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 협상단은 지난달 22일부터 27일까지 3차 실무협상을 진행하였으며, 30일에는 공청회를 개최하여 미국 측이 제시한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구글 정밀지도 반출 허용 등 비관세 장벽 외에 알래스카 LNG 투자 등에 관해 전문가와 각계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였다. 각 쟁점별로 협상 내용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협상단은 여전히 협상 중이라 공개하지 못하는 내용이 많았다.
지난 주말에는 새정부 협상단이 최종 합의 내지 유예를 목표로 미국으로 출발하였다. 향후 새 정부 협상단이 나아갈 방향을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관세유예 종료일 전에 합의할 내용과 이후에 추가로 합의할 내용을 구분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합의에 도달하고 우리나라만 합의하지 않는 경우 미국 시장을 대거 잃게 된다. 그러므로 세부적인 부분이나 추가 검토가 필요한 부분을 별도로 분류하여 어느 정도 큰 틀에서 합의를 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새 정부 협상단은 공청회를 통해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미국과의 협상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지나치게 고려할 경우 국가이익에 상당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협상이 타결되어 타격을 입는 분야에 대해서는 충분한 정부의 지원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일본이 미국에 대해 양보는 하지 않은 채 관세율만 낮추려고 하자 트럼프가 30~3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 정부 협상단은 미국과의 장기적인 협상카드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큰 틀 협상 이후 구체적인 협상 과정에서 필요한 협상카드를 미리 모두 소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 정부 협상단이 협상카드로 제시한 미국의 조선업 재건 협력은 미 정부의 큰 호응을 얻었다. 새 정부 협상단이 3차 실무협상에서 제시한 원자력 협력이라는 협상카드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기존 품목별 관세나 상호관세와 관련하여 아직 큰 틀의 합의에도 이르지 못하였다.
향후 트럼프 정부는 반도체, 바이오 등 여러 품목에 대해 추가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것을 예고하였다. 협상카드를 모두 소진할 경우 추가 협상에서 대응할 수단이 빈약해질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이번 합의에 미 정부가 향후 부과할 품목별 관세를 자제하는 내용까지 포함하는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