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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시세, 9만3000달러로 급등…나스닥과 디커플링 현실화되나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시세가 약 2달 만에 9만달러선을 재돌파한 가운데 비트코인이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지수에 비해 더 큰 상승폭을 보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23일 글로벌 가산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12시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5.32% 급등한 9만2850달러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엔 9만3000달러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9만3000달러대에 오른 것은 지난달 3일 이후 49일 만이다. 비트코인은 최근 들어 미 증시와 디커플링(탈동조화) 흐름을 이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자 비트코인은 지난 7일 7만4000달러대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시세 반등에 성공해 지금까지 20% 이상 급등했다. 나스닥지수가 7일부터 22일(현지시간) 장마감까지 약 4%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월간 기준으로 보면 비트코인은 이달에만 12% 가량 오른 반면 나스닥지수는 여전히 6% 가까이 하락한 상황이다. 비트코인 현물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지난 21일 하루에만 3억81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1월 30일 이후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그동안 비트코인이 그동안 나스닥지수와 함께 움직이던 오랜 경향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나스닥지수와의 디커플링은 비트코인 시세 상승의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 시그널플러스의 오거스틴 판 파트너는 “미 자산과 디커플링이 지속된다면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바라보는 장기 강세론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며 “비트코인이 나스닥 레버리지와 같다고 지난 1년 동안 비판해왔지만 마침내 비트코인이 디커플링되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CNBC에 따르면 콤파스 포인트의 에드 엔겔 애널리스트는 “거시경제 관련 투매 현상이 일어났을 때 비트코인과 미 증시의 상관관계는 역사적으로 1.0에 가까웠지만 지난 30일 S&P500 지수와의 관계는 0.6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본격화한 것을 계기로 비트코인이 투기적 자산보다 금과 같이 가치를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와중에 비트코인 시세가 급등하자 미국 자산과 디커플링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달러화는 최근 가치가 급락해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비트코인이 7일 저점 이후 약 23% 반등한 만큼, 불확실한 시장에서 돋보이는 자산인 금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전망에 대한 낙관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호주 시드니 소재 가상화폐 헤지펀드 DACM의 공동 창립자 리처드 갤빈은 “비트코인이 기술주가 아닌 금처럼 거래되는 흐름이 계속된다면 디커플링 서사가 더욱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어리드 스트래티지스의 차트 분석가 케이티 스톡턴은 “비트코인의 주요 저항선은 8만8000달러"라며 “(저항선을) 성공적으로 돌파할 경우 단기적인 호재로 작용할 수 있으며 다음 저항선은 9만5900달러 근처"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글로벌 성장률 낮춘 IMF…“무역전쟁 불확실성 계속되면 침체”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춘 가운데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트럼프발(發)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현재 침체를 예측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세 영향으로 정상 수준에서 벗어난 불확실성이 발생했다"며 “이같은 불확실성의 구름이 점점 더 낮아져 기업과 가계가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진다면 우리는 후회할 자해 행위를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무역 긴장이 빠르게 해결된다면 글로벌 성장에 대한 전망치가 상향 조정될 수 있다"며 “이는 투자자와 가족들에게 모두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만약 우리가 성공하지 못해 불확실성이 매우 높고 관세 문제가 더 오래 지속된다면 글로벌 성장률은 더 꺾여 침체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이같은 경고는 IMF가 이날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나왔다. IMF는 WEO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 전망치에 비해 0.5%포인트 감소한 2.8%로 예측했다. 내년 성장률 또한 0.3%포인트 감소한 3.0%로 전망됐다. 특히 미국의 경우 올해 1.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올 1월 전망에 비해 0.9%포인트 대폭 낮춘 수치다. IMF의 이번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면적인 관세 조치 및 상대 국가의 맞대응을 반영했다. 한편,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해임할 가능성과 관련해 “중앙은행과 관련해 강조하고 싶은 한가지는 바로 신뢰성이며, 신뢰성에는 독립성이 수반된다"며 “이 신뢰성은 보호해야 할 매우 가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파월 의장에 대해 “해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그가 금리 인하 아이디어에 좀 더 적극적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관세, 손자병법의 가르침

트럼프는 그의 저서 『Think Like a Champion』에서 『손자병법』을 읽고 지혜를 얻으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미국의 상호관세와 중국의 강경대응 이어지는 중국 고립전략은 『손자병법』에 나오는 전략과 매우 닮아있다. 트럼프는 상호관세라는 무기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휘둘렀다. 펭귄만 사는 섬을 포함하여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사실은 모든 나라와 싸우려 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중국 하나만을 명확히 겨냥한 전략이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지만,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인 상황 하에서 적어도 중국만은 강경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미리 알고, 예상했던 대로 중국이 전세계 연합의 선봉장 처럼 강하게 반발해오자 덫을 놓고 기다린 것이다. 트럼프의 전략에 걸려든 중국은 트럼프의 작전대로 보복관세를 연이어 부과했고, 그 결과 미국이 부과한 중국산 수입품 관세는 100%를 훌쩍 뛰어넘는 극단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한편 트럼프는 중국의 보복이 일정 수준에 이르자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관세를 유예하였고, 전 세계 무역 상대국들 사이에서 중국만이 높은 관세의 고립무원 상태에 빠졌다. 이는 전형적인 『손자병법』의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공격하겠다는 기세를 드러내며 실제로는 중국 한 곳만을 정밀타격한 것이다. 혼비백산했던 국가들은 트럼프의 공격대상이 실제로는 중국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내심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 동시에 미국-중국의 치열한 싸움에는 뛰어들기보다 자국의 정치적, 경제적 안전과 실리를 챙기는 구도로 흘러가게 되었다. 트럼프의 이러한 전략적 결정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의 무역전쟁과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에도 미국과 중국이라는 경제 강국 두 나라가 치열하게 충돌했고, 글로벌 공급망은 재편성되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많은 국가들이 그 여파를 실감했다. 이제 트럼프 행정부는 다시 한 번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고, 모두가 한 발 물러나버린 평원에 미국과 중국만 남아 전면전을 앞두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굴욕적인 협상에 나서지 않는 이상 중국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는 암울한 소식이다. 트럼프 1기 미중무역분쟁 영향으로 2017년~2018년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3.2%에서 2.9%로 하락하였고 2019년에는 반도체, 전자기기, 철강, 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약 16% 감소하며 성장률은 2.2%로 떨어졌다. 당시에는 무역분쟁을 제외하면 성장세를 견고한 수준이었으나, 성장세가 잠재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경제는 정말 바닥을 뚫고 내려가야하는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의 '2차 미중무역분쟁' 반드시 나쁜 소식만은 아니다. 미국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중국에 사전 주문한 물량을 대거 취소할 경우 중국 제조업체들은 생산비라도 회수하기 위해 남은 재고를 전 세계 시장에 저가로 내보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저가 중국 제품의 물결은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에게는 일시적이나마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고 한은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여력이 생긴다. 최근 경기둔화의 조짐이 점차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한은도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의 명분을 얻게 되는 것이다. 한은의 금리인하가 실제로 몇 개월 내에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금리인하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은 충분히 가능하다. 미국과의 내외금리차는 여전히 금융시장의 우려로 남을 수 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트럼프 정부로부터 금리인하 요구를 받고 있으며 미국 재무부는 약(弱)달러를 원하는 상황이므로 금리인하가 환율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격렬한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우리와 같은 국가들은 중요한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분쟁이 심화될수록 연쇄적 충격이 가해질 수는 있지만, 반대로 이 기회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면 장기적 산업경쟁력 강화 및 시장 다변화를 통해 긍정적인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트럼프 1기의 무역분쟁 당시에도 나타났지만, 미중무역분쟁은 필연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발생시킨다. 중국과의 경쟁관계에 있거나, 중국의 공세에 힘을 받지 못하던 산업분야에서는 이러한 분쟁상황 속에서 기회를 찾는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트럼프가 손자병법을 활용하였듯이, 우리도 이를 전환점으로 기회삼아 전략과 전술을 활용하여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제질서의 재편에 중장기적 안목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시간으로 24일 저녁 미국과 협상을 시작하는 우리 대표단에 기대를 걸어본다. 김수현

[박원주 칼럼]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작년 12월 태국 방콕 비즈니스 미팅에서 있었던 일. 회의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대화하던 중 자연스레 11월 당선이 확정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다들 걱정이 많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외교안보 정책, 우방국들을 타깃으로 하는 관세 전쟁, 기후 환경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극우적, 미국 우선주의적 접근 등... 이후의 국제 비즈니스 환경이 이전과는 전혀 다를 것이고 많은 나라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러다가 한 참석자가 한 말. “그래도 태국은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태국이 타일랜드인지 타이완인지도 구별 못할 거에요." 참석자들이 모두 웃었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말에 필자의 마음이 갑갑해졌다. “한국은 다르지요. 세계적인 무역 대국이고 미국과 이해관계가 맞닿는 지점이 많잖아요. 게다가 계엄령 사태로 국가의 리더십도 부재중이고." '줄도 운'이라는 말이 있다. 가벼운 농담이었지만 타일랜드, 타이완 운운하는 말 속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자국에서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져 있기를 바라는 태국인들의 소망이 담겨 있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 대통령이 뜬금없이 계엄사태를 일으키고, 탄핵소추에 휘말리면서 우리나라에 트럼프가 협박할만한 대화상대가 사라져 버린 것도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리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물론 턱도 없는 소망이다. 리더십 공백으로 우리가 제자리를 맴도는 동안 전 세계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도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탄핵 국면의 권한대행 체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정부는 부처 하나 하나가 자기 멋대로 국가를 이끌고 갈 수 있는 단일체가 아니다. 끊임없는 조정과 조율, 지휘로 이해관계의 충돌을 제어하고, 국민경제 전체가 당초 목적했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리더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이전 두 번의 대통령 탄핵사태에서 뼈아프게 겪어 보았듯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할 수 있는 최선은 '현상유지'고 '자율주행'이다. 불행하게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상 유지가 아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 내수 경제는 회복의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거리의 상점가에는 공실이 넘쳐나고 있다. 작년 말 이후 단 두 달 사이에 20만 명의 자영업자들이 폐업했다는 통계까지 나오고 있다. 소비심리도 크게 위축되어 있고 기업들의 경기 전망도 최악의 수준이다. 경제성장 전망치도 하향 조정을 거듭하고 있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그보다는 내일 모레의 우리 경제가 더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계엄 당시 1,400원대였던 대미 달러 환율은 1,470원을 훌쩍 넘긴 이후 최근 살짝 떨어지긴 했지만 살얼음판이다. 정치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발을 빼거나 신규 투자를 주저한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당장 그 투자 여부로 생사가 오가는 기업인들 입장에서는 죽을 맛일 것이다. 일부 위정자들이 그토록 목을 매던 견고한 한미 동맹이 어디로 갔는지 미국 에너지부가 우리를 민감국가로 지정하는 일도 벌어졌다. 또한, 미국의 관세 캠페인에서 우리를 콕 찍어서 특별하게 요구하는게 없다고 해서 우리를 봐주는 것도 결코 아니다. 그냥 무시할 뿐이다. 앞장서서 우리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협상을 걸어야 할 한국정부가 부재중인 것이다.국민들간의 갈등과 분노도 치유가 어려울만큼 심각하다. 거리에서, 전철안에서, 온라인에서, 온 국민들이 연령, 지역, 성별, 종교로 분열되어 다투는 일이 일상이 되고 있다. 이런 분열을 돈벌이 기회로 삼는 유튜버들까지 횡행하는 우리 상황은 세기말 그 자체인 것 같다. 우리가 멈춰 있다고 세계도 멈춰 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글로벌 트랜드로부터 역주행한다고 해서 전 세계 역사의 흐름이 함께 되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계엄이라는 어마어마한 충격 속에서 우리가 헤어나오지 못하는 동안 전 세계는 차근차근 다음 세상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가 기후 협약을 파기하고, 화석연료 시대의 재래를 설파하고 있지만 그는 미래를 여는 선지자도 예언가도 아니다. 그냥 과거의 프레임에 갇힌 노쇠한 정치인일 뿐이다. 트럼프가 없을 10년후의 세상에선 친환경, Net-Zero, CBAM, RE100 같은 글로벌 환경 규제가 우리 기업들의 시장 성과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제자리에서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 국민의 갈등을 조장하고 악용하여 자신의 이익으로 삼은 이들, 그것으로도 부족해 국가의 운명을 송두리째 위난에 빠뜨린 이들, 피와 땀으로 일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오염시킨 이들, 국민경제와 서민들의 삶을 위기에 빠뜨린 이들. 그들에게 언젠가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당장은 시시비비를 연연할 때가 아니다. 상황을 수습하고 리더십을 다시 세워서 위기를 탈출하는 것이 더 급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다. 이끌어 줄 이가 없다면, 국민 모두가 뜻을 모으면 된다. 과거 일본 식민통치기, 일제의 경제적 폭압 앞에서 민족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언론과 국민들이 힘을 모았던 물산장려운동처럼, 우리는 우리를 지켜줄 정부가 없어도 스스로 공동체의 살길을 찾아나갔던 경험을 갖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분열을 벗어나 번영의 역사를 되찾는 지혜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박원주

대한항공 컨소시엄, KAI 제치고 ‘9613억’ 블랙호크 성능 개량 사업 우협 선정

대한항공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제치고 UH-60 '블랙호크' 성능 개량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업 규모는 약 9613억 원에 달하며, 노후화된 다목적 헬기 36대에 대한 대대적인 성능개선을 목표로 한다. 23일 대한항공은 방위사업청으로부터 UH-60 블랙호크 헬리콥터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과 관련, 대한항공은 LIG넥스원·콜린스에어로스페이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고, 경쟁사인 KAI를 제치고 수주에 성공했다. UH-60은 육군과 공군이 운용 중인 주력 다목적 헬리콥터다. 이번 성능 개량은 △조종실 디지털화 △엔진 성능 향상 △생존 장비·통신 장비 업그레이드 △창정비 통합 △전력화 지원 등 헬기의 전반적인 현대화를 포함한다. 대한항공은 1991년부터 1999년까지 UH-60을 면허 생산하며 130여 대를 전력화한 실적이 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창정비와 성능 개량을 수행해 왔다. 30년 넘는 노하우와 방대한 기술 데이터를 강점으로 내세워 이번 경쟁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 컨소시엄은 방사청과의 세부 조건 협의를 거쳐 최종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2029년부터 개량 완료된 기체를 군에 순차적으로 인도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축적된 전문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 군의 특수 작전 수행 능력 향상과 국방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중호 에어서울 대표 “日 돗토리에 이키마쇼… 요나고 주 7회 운항 목표”

“돗토리에! 이키마쇼!(갑시다!)"(김중호 에어서울 대표이사(사장) 건배사) 23일 에어서울은 전날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일본정부관광국(JNTO)·돗토리현·국내 20여개 여행사·여행 유튜버들과 '돗토리 관광 설명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하계 성수기를 앞두고 일본 돗토리현 지역 관광 수요 확대와 직항 노선 활성화 차원에서 기획됐다. 김중호 대표는 “궃은 날씨에도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항공업계에 34년 몸담으면서도 요나고는 최근 현직에 부임해서야 출장차 2회 가봤는데 대도시 아닌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아주 많은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일본 우리 동해안과 인접한 중소도시인 요나고는 한국에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천혜의 자연 환경과 온천, 료칸 등이 잘 갖춰져있다"며 “명탐정 코난 등 성인과 어린이들이 모두 좋아할만한 애니메이션과 같은 문화 콘텐츠도 풍부하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판단에 김 대표는 요나고가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를 것이라며 수익성 제고의 기회로 보고 있다. 인천-요나고 노선에 주 3회 다녔던 에어서울 올해 지난달 말부터 운항편수를 5회로 늘렸다. 올해 2월 기준 탑승률이 90%를 넘겼기 때문이다. 앞으로 에어서울은 인천-요나고 노선에 주 7회 운항하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에어서울 단독으로는 운항 확대가 어려운 만큼 언론·관광업계·인플루언서들의 조언 등 지원이 따라야 가능하다"며 관심과 협력을 당부했다. 돗토리현은 이날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 설치한 '파빌리온' 콘텐츠 소개와 함께 관광 자원과 여름 시즌 상품 개발 방향을 공유했다. 이달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열리는 엑스포 현장에는 명탐정 코난·게게게의 키타로 등 만화 콘텐츠와 도토리 와규·사구(砂丘) 테마가 전시된다. 김수빈 돗토리현 한국 사무소 주재원은 “올 7월부터 12월까지는 명탐정 코난의 원작자인 아오야마 고쇼의 고향을 무대로 코난 박물관·20세기 배 기념관·모래 미술관·하나카이로 등 동서남북 전역을 둘러보며 사건을 해결하는 관광지 순회형 미스터리 투어가 이뤄진다"며 “JR서일본철도가 상품 판매 등 상세 내용에 대해 고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왕복 4~5시간 가량 소요되는 다이센산 트래킹 코스와 우미나미 로드를 중심으로 한 자전거 도로망, 골프장까지 연계한 체류형 관광도 가능하다는 전언이다. 아울러 올해 3월에는 건축가 마키 후미히코가 자연광을 활용하도록 설계한 돗토리현립미술관이 개관해 전시 작품과 공간 미학을 감상할 수 있다고도 했다. 김 주재원은 “돗토리 지역은 조용한 자연 경관만 있는 곳이 아니라 지역 식재료가 살아 있는 미식의 도시이자 차별화된 체류 경험이 가능한 종합 관광지"라며 “돈키호테 플래그십 매장인 '메가 돈키'도 문을 열어 쇼핑하기에도 편리하다"고 강조했다. 다니모토 아츠시 돗토리현 국제관광과장은 “더욱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을 기하겠다"며 “우리 지역의 다채로운 매력을 꼭 체험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시미즈 유이치 JNTO 서울사무소장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올해는 K팝과 J팝, 영화와 드라마, 음식과 관광이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양국이 진심으로 소통하는 시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SK하이닉스, 차세대 CXL 메모리 인증…HBM과 ‘찰떡궁합’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 시장 선점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CXL(Compute Express Link) 2.0 기반 DDR5 메모리 모듈에 대해 고객 인증을 완료하며, 제품의 성능과 안정성을 공식적으로 입증했다. SK하이닉스는 23일 자사의 'CMM(CXL Memory Module)-DDR5 96GB' 제품의 고객 인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CXL은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 메모리 등 컴퓨팅 자원을 고속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기존 방식보다 훨씬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장치 간 자원을 공유하고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메모리 풀링(Pooling)' 기능도 지원한다. 쉽게 말해, 서버 안의 메모리를 마치 “공유 자원"처럼 여러 장치가 필요에 따라 나눠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이로 인해 기존보다 더 적은 장비로도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 전력과 공간, 비용을 절감하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 인공지능(AI) 칩의 핵심 부품으로 부상한 HBM(고대역폭메모리)과 '궁합'이 맞는 메모리로도 평가된다. HBM이 연산 속도를 책임진다면, CXL은 그 연산이 끊기지 않도록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저장소 역할을 한다. 이번에 인증을 완료한 DDR5 96GB 모듈은 기존 DDR5 대비 용량은 50%, 데이터 전송 대역폭은 30% 향상돼 초당 36GB의 데이터 처리 성능을 제공한다. SK하이닉스는 이와 함께, 128GB 대용량 모듈 제품에 대해서도 고객 인증을 진행 중이다. 해당 제품은 10나노급 공정을 기반으로 제작돼 전력 효율성이 한층 강화됐다. SK하이닉스는 공식적으로 고객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 분석에 따르면 이 제품을 가장 먼저 도입할 가능성이 높은 곳은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AWS, Google Cloud, Microsoft Azure, Meta 등)이다. 이들 기업은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하고 운영하기 위한 서버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메모리 용량과 처리 속도에 민감하다. 특히 CXL 컨소시엄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이기도 해 기술적 수용성이 높다. 서버 제조업체(델, HP, 레노버 등)나 하이퍼스케일러 전용 서버를 공급하는 QCT, Supermicro 등의 ODM 업체들도 주요 고객군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CXL 2.0을 지원하는 최신 인텔 제온6, AMD 5세대 EPYC 서버 플랫폼을 기반으로 CXL 메모리를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Yole Group에 따르면 CXL 시장은 2028년까지 150억달러(약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며, 이 중 CXL DRAM 모듈이 120억달러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고객 인증을 계기로,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초까지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구축해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기자의 눈] 나으리,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막내기자 시절 작성했던 칼럼을 뒤적이다 '우문현답'이란 단어가 훅 들어왔다. '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현명한 답(愚問賢答)'이란 뜻을 지닌 성어를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사행시로 재해석한 것이다. 이는 국민 여론을 반영한 정책을 수립하겠단 의지를 함축한다. 그날따라 유독 네 글자가 눈에 밟힌 건 최근 두 차례에 걸친 국회의 기업 방문 행보에서 느꼈을 산업계의 실망감과 무관치 않다. 현장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의례적으로 쓰이는 역두문자어조차 공염불이 될 수 있단 우려가 적잖아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인공지능(AI) 기술 현주소를 살펴보겠다며 올 상반기 네이버·LG유플러스를 잇따라 찾았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파동 이후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 요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밑그림에 그쳤던 AI가 국가 의제로 부상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골든타임'만은 놓치지 않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인원 구성을 본 후 반응은 다시 냉담해졌다. 현장을 찾은 과방위원의 절반 이상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탓이다. 물론 조국혁신당·국민의힘 위원들도 각 1명씩 참석했지만 '보여주기식'이란 비판을 피할 순 없었다. 이를 인지했는지 한 위원은 최근 “기업을 직접 찾는 것도 좋겠지만, 줌(ZOOM)으로 진행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기업 입장에선 현장 세팅을 위해 전사 인력이 동원돼 번거롭고, 과방위 역시 모든 구성원의 일정이 빈 시간대를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업무효율과 실용성을 높이는 측면에선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진정성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진 의문이다. 기술 개발 여건이나 발전 속도는 서비스를 직접 써 봐야, 업계 애로사항은 현장 종사자들과 눈을 마주보고 소통해야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향후 제정될 법·제도에 대한 신뢰·정당성 확보로 귀결된다. 그래서일까. 과방위는 기업 방문 때마다 전방위 지원사격에 나서겠다고 강조했지만 산업 진흥 전략 방향성은 안갯속이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약 경쟁이 한창인 정치권의 상황과도 다르지 않다. 여야 예비후보들이 표심잡기를 위해 저마다 AI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로드맵·투자 방식 등은 구체화되지 않아 내실이 부족하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많은 기업이 정치·행정가의 갑작스러운 발걸음을 반기는 건 업계 목소리를 한 마디라도 더 경청하고, 시의적절한 정책을 마련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이미 두세 걸음 늦은 AI 산업의 발전을 앞당길 근본 해법을 도출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4년 전 비슷한 주제로 쓴 막내기자의 칼럼은 이렇게 끝맺음한다. “공약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계도를 촘촘히 짜기 위해 필요한 걸 찾는 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답은 현장에 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미국행 산업장관 “자동차 관세 해결책 마련...조선·에너지 협력도 논의”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 품목별 관세가 부과돼 산업계가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자동차 분야에 대해 (2+2 협의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안 장관은 2+2 협의의 목표로 무역 불균형 문제 해결과 한미 조선·에너지 산업 협력을 꼽았다. 안 장관은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2+2' 고위급 통상 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강조했다. 안 장관은 “무역 불균형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에너지 협력 등 산업 협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양국이 향후 이 협력을 이어갈 수 있고, 향후 리딩(이끌어갈)할 수 있는 협의 토대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가 의제로 돌출될 가능성과 관련, 안 장관은 “(협의에서 다뤄질) 가능성에 대해 열어놓고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대통령 리더십 없이 양국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 한국 측 협상단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시간이 필요한 경우에는 다음 정부와 잘 협의해 바통을 이어서 우리 산업계를 보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한미 2+2 고위급 협의에는 기획재정부와 산업부 외에도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도 합동 대표단에 포함됐다. 안 장관은 2+2 회동에 이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도 개별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권대경 기자 kwondk213@ekn.kr

[특집] 경주 감포항 개항100년....세계로 뻗는 새 도약 기대

주민이 주인공 된 100년 축제… “감포의 과거와 미래, 모두의 이야기로" 주낙영 시장 “감포항은 경주 해양정체성의 출발점… 세계로 뻗는 새 도약 기대" 경주의 동쪽 끝자락, 동해와 맞닿은 감포. 이곳은 지난 100년간 경주가 바다와 이어온 창구이자, 수많은 삶의 여정이 출발한 생명의 터전이었다. 감포항은 1925년, 일제강점기라는 격동의 시기 속에서 첫 항해를 시작한 이래, 해방과 전쟁, 산업화, 그리고 수차례의 자연재해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제자리를 지켜왔다. 지금, 감포는 또 다른 100년을 향해 돛을 세우고 있다. 이번 기획은 감포항이라는 공간에 새겨진 시간의 무늬를 따라가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교차하는 이 항구의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경주=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감포항이 올해로 100년을 맞이했다. 단지 작은 어항의 시간이 아니다. 이곳은 근현대사의 파고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공동체 정신을 지켜낸 경주의 해양 거점이었다. 1925년 1월 16일, 지정항으로 시작한 감포항은 1995년 국가어항으로 전환되며 동해안 수산물 물류의 핵심지로 거듭났다. 감포 앞바다는 경북 연안 수산업의 중추였고, 어업은 물론 지역 상권의 중심이기도 했다. 그러나 감포항의 의미는 경제적 기능을 넘는다. 이 바다는 세월의 깊이만큼이나 사람들의 정서와 이야기를 품어온 장소였다. 해녀들의 물질 소리, 마을 제례의 장엄한 울림, 세찬 해풍 속에서도 지켜낸 삶의 지혜는 감포를 하나의 독립된 문화지형으로 만들었다. 2000년대 이후 감포항은 크고 작은 사업을 통해 현대적 인프라를 갖춘 항구로 재정비됐다. 특히 '마이삭'과 '하이선'이라는 연이은 태풍 피해에도, 주민들은 스스로 복구에 나서며 지역 공동체의 단단함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감포항 100년 기념, '모두가 만든 모두의 축제'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감포항 일원에서는 '감포항 100년 기념행사'가 열린다. 단순한 행사가 아닌, 지역민이 직접 기획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시민 참여형 축제다. 이번 기념행사는 감포항의 오랜 역사와 지역 정체성을 기리고, 미래 비전을 시민들과 공유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행사 첫날인 25일 오후 5시 45분에는 공식 기념식이 개최된다. 동백나무 기념식수와 타임캡슐 매립을 시작으로 '백년의 구슬' 퍼포먼스, 불꽃 연출, 주제공연이 이어진다. 주제공연에는 샌드아트, 미디어 대북, 트론댄스, 드론쇼 등이 포함되어 감포항의 과거와 미래를 시각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경주 감포항 100년 기념사업 100인 위원회'라는 이름 아래, 교수 등 각계각층 전문가는 물론 지역 어업인과 상인, 청년 기업인, 주민이 직접 기획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위원회는 100인의 주민들로 구성돼 초기 기획부터 프로그램 조율, 현장 운영까지 함께 참여하고 있다. 경주시는 이번 축제를 통해 감포항의 지난 10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항로를 함께 설계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기는 4일간의 바다 축제 이번 기념행사는 하루하루 색다른 테마로 꾸며져,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바다 축제의 장이 될 예정이다. 25일은 '환대의 날'로, 감포항의 백년을 기념하는 공식 기념식과 함께 지역 출신 가수 장보윤과 이수연, 트로트 가수 이찬원이 무대에 오른다. 26일은 '청년의 날'로 꾸며지며, EDM 파티, K-POP 랜덤댄스, 청년 콘테스트 등이 마련된다. 인기 유튜버 '춤추는 곰돌'과 DJ 박명수도 감포를 찾는다. 27일은 '문화의 날'로, 가족 관람객을 위한 공연들이 이어진다. 어린이합창단, 마술쇼, 밴드 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지역 예술인의 무대도 함께 마련된다. 마지막 28일은 '보은의 날'로, 어르신을 위한 트로트 공연이 예정되어 있으며, 박서진이 무대에 올라 감동의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상시 체험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워터볼, 패달보트, 활어 맨손잡기, 감포항 스탬프 투어, 감포 사진전, 유등 전시, 룰렛 이벤트, 바다라면 증정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활동으로 축제장을 채운다. ◇동해의 관문, 세계로 나아갈 항로를 그리다 감포항이 '해양레저관광 중심지'라는 새로운 비전 아래 변화하고 있다. 경주시는 관광안내센터 개편, 디지털 종합 안내도 구축, 경관 정비, 수상레저 확대 등 다양한 기반 사업을 추진 중이며, 감포항을 단순한 어항을 넘어 동해안의 핵심 관광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러한 변화는 감포항이 지역을 넘어 국제적인 해양관광 중심지로 도약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과거 감포항은 고깃배가 닻을 내리던 정적인 항구이자, 방파제를 때리는 파도 소리와 어시장 특유의 활기로 가득했던 공간이었다. 그 모든 시간이 100년이라는 이름으로 축적되어 지금의 감포를 만들어왔다. 이제 감포항은 그 기억을 품고, 또 다른 100년을 향해 다시 닻을 올리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감포항 100년은 단지 한 항구의 기록이 아니라, 경주가 가진 해양 정체성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앞으로의 감포항이 세계로 향하는 해양도시 경주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jmson22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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