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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중국 방문…트럼프 방중 직후 중러 공조 강화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끝난 지 나흘 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을 찾는다. 미국과 중국이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정상외교를 통해 밀착 행보를 강화할지 주목된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16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오는 19~20일 시진풍 중국 국가주석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방문이 국빈 방문 형식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크렘린궁은 “양국 관계의 기반이 되는 선린우호협력조약 25주년에 맞춰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전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이달 20일 중국을 찾을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실제로는 이틀간의 국빈 방문으로 확정되며 의전 수준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환영 행사와 정상회담 등 주요 일정이 최고 수준으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방중 수준의 의전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측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 현안, 포괄적 동반자 관계, 상호 협력 강화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국제·지역 현안 등도 다룰 예정이다. 두 정상은 '러시아·중국의 해' 기념행사에도 참석한다. 정상회담 후에는 공동성명 발표와 양국 정부 간 협약 서명 등도 예정돼 있다. 특히 이번 방중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직후 성사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주 석은 이란·대만 문제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 뚜렷한 합의를 내놓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공동성명 협약 등으로 전략적 공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은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행사 이후 처음이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앱보다 지점” 택한 美 은행들...한국은 점포 줄이기 한창

미국 월가 최대 은행 중 한 곳인 JP모건 체이스를 비롯한 미국 주요 은행들이 최근 영업점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영업점은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고 예금 기반을 확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영업점 통폐합에 속도를 내는 국내 은행과 대비된다. 16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JP모건 체이스는 올해 30개 이상 주(州)에서 160개 이상의 지점을 추가로 개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체이스 브랜드 기준으로 하와이, 알래스카를 제외한 모든 주에 지점을 운영 중이다. 영업망 확대는 미국 전체 소매예금의 15%를 확보하겠다는 목표와 연계된 전략이다. JP모건 체이스는 지점을 신규 고객 유입, 예금 기반 확대, 자산관리 고객 확보, 중소기업 거래 확대, 브랜드 가시성 제고 등과 연결된 핵심 영업 인프라로 활용하고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도 최근 오프라인 영업망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작년에 약 50개 지점을 신규 개설하고, 약 150개의 기존 지점을 개보수했다. 해당 은행은 내년 말까지 150개 이상의 신규 금융센터를 개설할 계획이다. 피프스 서드 뱅크(Fifth Third Bank)는 2018년 이후 172개 지점을 신규 개설하고, 71개 지점을 업그레이드했다. 주영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점 확대 전략은 특정 은행의 예외적 선택이 아닌 예금 확보 경쟁, 신규 시장 진입 필요성에 대응하는 공통 전략으로 확산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금융소비자들은 여전히 대면 은행거래를 선호하고 있다. 미국 고객의 3분의 2 이상은 은행 지점과 가까운 곳에 거주하기를 원한다는 조사도 있다. 지점을 금융회사의 안정성과 건전성을 확인하는 접점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와 달리 우리은행을 비롯한 국내 시중은행들은 점포 폐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은행 점포 숫자는 2018년 말 6794개에서 2022년 말 5831개, 올해 3월 말 현재 5522개로 급감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오는 7월 6일자로 37개 영업점을 인근 영업점과 통합할 계획이다. 대상 영업점은 GS타워금융센터, 강남지점, 갤러리아팰리스지점, 광교신도시지점, 김포산단지점 등이다. 그러나 은행 점포 수가 이미 많지 않은 인구 감소지역은 도시지역에 비해 점포 폐쇄로 인한 불편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작년 9월 말 기준 성인인구 10만명당 점포 수는 12.7개로, 2023년 말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5.5개를 밑돈다. 서울은 1㎢당 점포 수가 4.23개에 달하지만 시·도 지역은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부 2개 미만이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 교체…노사 18일 협상 재개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예고일 닷새를 앞두고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 사측이 노조 요구대로 대표교섭위원을 교체하며 오는 18일 재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16일 “사측 대표교섭위원이 여명구 DS(디바이스솔루션)피플팀장으로 교체됐다"고 밝혔다. 이어 “안건은 아직 다 준비되지 않았다고 연락받았다"며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주재로 이뤄진 삼성전자 노사 교섭 때는 김형로 DS부문 부사장이 사측 대표교섭위원이었다. 노조 측은 대표교섭위원 교체를 요구해왔다. 다만 김형로 부사장은 교섭 과정 이해를 위해 발언을 하지 않고 조정에 참여하기로 했다. 사측이 노조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만큼 18일 오전 10시께 중노위에서 노사 교섭이 재개될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직원들이 회사와 신뢰가 깨져 조합에 가입했다"며 “DS 부문의 경우 85%가 가입해 사실상 모두 노조원이고 직원"이라고 했다. 이어 “신뢰 회복을 위한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함께 갈 수 있도록 이번 교섭부터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하며 노조와 직원을 향해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보자"고 당부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최혁진 의원 “보훈공단 사업이사 임명 절차 중단해야”…부정수급 책임론 제기

원주=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장기요양급여 부정수급 사건과 관련된 인사의 보훈공단 핵심 임원 승진 추진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 의원은 14일 보훈공단 노동조합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의 책임선상에 있는 인사가 징계 없이 핵심 임원으로 임명되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사업이사 임명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현재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산하 6개 보훈요양원은 장기요양급여 부정수급 문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형사고소를 받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 대상은 수원·광주·김해·대구·대전·남양주보훈요양원 등이다. 해당 사건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요양보호사 인력을 실제보다 부풀려 등록하는 방식으로 장기요양급여를 부정 청구한 의혹이다. 환수금과 과징금 규모는 약 8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원은 특히 현재 사업이사 임명이 추진되는 인사가 당시 남양주보훈요양원 복지부장으로 근무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부정수급을 관리·감독해야 할 위치에 있던 인사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공단 핵심 보직으로 이동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사업이사는 전국 보훈병원과 보훈요양원 운영을 총괄하는 자리다. 최 의원은 “현장 직원들은 조사를 받고 있는데 책임자급 인사는 승진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라고 말했다. 노동조합도 해당 인사를 둘러싼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 측은 “재직 당시 갑질 논란과 횡령 사건 관리 부실 문제까지 제기됐던 인물"이라며 “이런 인사를 전국 보훈요양원과 병원을 총괄하는 자리에 앉히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또 윤종진 이사장을 향해서도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대규모 혈세 손실이 발생했는데도 책임 규명보다 인사 강행 움직임이 먼저 나오고 있다"며 “공공기관 운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조합에서는 단체협약 위반 논란과 직장 내 괴롭힘 대응 문제, 무리한 전보 인사 등 각종 내부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며 “공단 운영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보훈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할 영역"이라며 “책임 있는 자리일수록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에스더 기자 ess003@ekn.kr

“밥값, 주유비 무섭다”...‘생활밀착 카드’ 몰리는 소비자들

일상생활에서 할인 혜택이 제공되는 카드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중동전쟁과 고환율을 비롯한 악재가 물가 상승을 촉진하면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들이 가정의 달 5월과 이후 도래하는 휴가시즌에 지출이 확대되는 점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16일 신용카드플랫폼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최근에는 '카드의정석 SHOPPING+'(우리카드)와 'iD SELECT ALL'(삼성카드)가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인기차트는 신용카드 상품조회수와 신청전환수가 반영된 것으로, 두 카드가 월간·주간차트 선두경쟁을 펼치고 있다. 카드의정석 SHOPPING+는 온·오프라인쇼핑 10% 청구할인, 간편결제 5% 추가할인, 주말 주유시 리터당 60원 청구할인, 스타벅스 10% 청구할인 등을 탑재했다. iD SELECT ALL의 경우 아파트관리비·통신요금 10% 할인, 음식점·편의점·주유 7% 할인을 비롯한 혜택 중 원하는 영역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디지털콘텐츠(넷플릭스·유튜브·티빙·디즈니+)와 쿠팡와우/네이버플러스멤버십 정기결제 50% 할인, 해외 2% 결제일 할인도 제공한다.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카드에 대한 니즈도 크다. 외식 혜택을 필요로 하는 고객이 'Mr.Life'(신한카드)·'My WE:SH'(KB국민카드), 고유가로 주유 부담을 많이 느끼는 고객은 'Discount Plan+'(신한카드), '현대카드O', 'CLUB SK'(하나카드) 등을 찾는 이유다. 항공권 혜택의 경우 'iD GLOBAL'(삼성카드), '대한항공카드 060'(현대카드), 'JADE Classic'(하나카드), 'the OPUS silver'(우리카드)를 비롯한 상품의 검색량이 많았다. 유류할증료 부담을 느끼면서도 가족여행 등을 떠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향후에도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혜택 종류와 크기가 선호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하향안정화가 당분간 이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6%로 전월 대비 0.4%포인트(p), 생활물가상승률은 2.9%로 0.6%p 상승했다. 밥상물가 등이 전체 평균 보다 크게 높아진 셈이다. 한은은 이번달 물가상승률이 지난달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가격최고제가 단기적인 충격을 완화하고 있으나, 오히려 매크로 환경이 개선된 상황에서 국민경제의 체감도를 낮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사와 주유소로서도 그간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행보를 가져가면서 주유비 관련 카드가 앞으로도 주목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진행하는 각종 이벤트를 활용하면 더욱 부담을 낮출 수 있다"며 “카드 상품에 어떤 혜택이 담기고 빠지는지를 보면 국민경제의 흐름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삼성 총파업 D-5…중재 나선 김영훈 장관, 이재용 “한 방향으로 가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삼성전자 경영진을 만났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김 장관이 노사 갈등 중재에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노조를 향해 같은 방향으로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노동부는 이날 기자들에게 공지를 보내 “김 장관은 오늘 삼성전자 경영진을 만나 한 시간 정도 면담했다"고 밝혔다. 노동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사측을 만나 정부 입장과 전날 노조를 면담한 내용 등을 설명하고, 사측도 대화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김 장관은 전날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의 최승호 위원장과 면담하며 노조 측 요구 사항을 들었다. 노조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노조 측은 최대 5만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교섭에서 노조는 영업이익 15%를 성과급으로 고정 지급하고 상한 폐지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존 체계를 유지하면서 상한 없는 특별포상을 활용해 유연한 제도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노조를 향해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하며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일본 출장 중 노조 파업 상황을 고려해 일정을 바꿔 이날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봅시다"라고 당부했다. 내부 갈등이 불거진 것에 대해서는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는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항상 삼성을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며 또 채찍질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저희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주고 계시는 정부와 관계자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준비한 원고를 읽으며 입장을 밝혔고, 사과 발언을 할 때는 고개를 세 차례 숙였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올해 원유 수요>공급”…정유4사 원유수급·제품믹스 변동성에 고심

최소 올해 말까지 세계 원유 시장에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유사들의 원유 수급 다변화가 장기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원유 수급처별로 물질의 끈적한 정도(점도)가 달라 어느 유종을 어떤 비율로 섞는지가 정제설비의 수익성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정유4사의 수급 다변화 방향을 신중히 검토 중이다.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이 6월 재개방될 경우를 전제로 올해 세계 원유 공급량이 하루 1억220만배럴(bd)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일일 수요는 평균 1억300만배럴 수준으로 예측돼, 세계적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빡빡한 시황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 수요 감소는 정유 기업들이 가동률을 낮추면서 석유제품 생산이 줄고, 최종 소비자 단계에서까지 석유제품 수요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 IEA 설명이다. 미-이란 전쟁 시작 이후 11주차를 맞이한 정유사들은 원유 수급 다변화에 이전보다 더 힘을 쏟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산 원유 운송 경로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홍해 쪽으로 옮기거나, 비중동산 원유의 도입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원유 수급처마다 점도와 황 함유량 같은 성상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원유는 미국석유협회가 정한 지수(API) 기준으로 33를 넘으면 점도가 낮은 경질유, 22보다 낮으면 점도가 높은 중(重)질유로 분류된다. 다만 API 수치는 유종별로 다양하므로 같은 중질유, 경질유로 분류된다 하더라도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석유제품의 비중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원유에 섞여 있는 황은 일종의 불순물로, 탈황 공정을 거친 뒤 정제 과정으로 들어간다. 가령, 사우디 소재 모회사 아람코와 연계해 아랍 라이트, 아랍 미디엄, 아랍 수퍼라이트 등 사우디산 원유를 들여온 에쓰오일은 원유 조달 경로 다변화로 공정에 투입하는 원유 성상이 일부 변화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야 하는 페르시아만쪽 항구 대신 사우디 동부와 서부를 잇는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홍해에 인접한 얀부 항구를 이용하다보니 점도가 낮은 아랍 라이트를 전보다 더 투입하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호르무즈 해협 쪽에서 조달해온 중동산 중질유 대신 홍해 쪽 얀부항과 푸자이라항에서 나오는 원유와 캐나다·미국·에콰도르에서 나오는 중질유를 도입해 수급 불안을 최소화하는 중이다. GS칼텍스는 10년 전 미국산 원유를 국내 정유사 중 처음으로 들여왔고, 이후에도 미국산 원유를 꾸준히 도입해왔다. HD현대오일뱅크도 전쟁 전부터 비중동산 원유가 전체 도입분 중 40~50% 수준이었고, 비중동산 원유 도입을 추가로 검토 중이다. 정유사별 보유 설비도 변수다. 원유 성상이 바뀌면 정제 설비로 뽑아내는 석유제품 비중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도입 원유 성상과 정제 설비 특성, 투입 에너지량, 석유제품별 가격 등을 고려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품 믹스(종류별 생산 비율)를 찾아낸다. 정제 후 남은 고점도 찌꺼기인 잔사유를 줄이고, 가능하다면 잔사유를 추가로 열분해해 석유제품을 추가로 생산하기도 한다. 중질유분해시설을 보유하면 API 10 정도로 점도가 매우 높은 초중질유를 도입해도 적정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나프타와 휘발유, 경유, 등유(케로신) 등으로 증류하는 기본 설비인 상압증류시설 뿐만 아니라, 잔사유를 정제하는 중질유분해시설도 보유하고 있다. 상압증류시설 대비 중질유분해시설의 생산능력 비율을 나타내는 고도화비율은 지난해 기준 △SK에너지 25% △GS칼텍스 34% △에쓰오일 39% △HD현대오일뱅크 42%다. 장태훈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 설비가 중질유를 70% 정도 투입했을 때 최적의 수율과 경제성이 나오도록 맞춰져 있다"면서도 “최근 진행 중인 원유 수급 다변화 과정에는 경제성 높은 유종을 발견하는 과정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위원은 “전세계적으로 200여개의 유종이 있어 중동산과 성상이 비슷한 중질유가 캐나다와 브라질, 에콰도르 같은 곳에도 존재한다"며 “초중질유인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들여온다 해도 정유사별로 설비 고도화 정도와 수율이 다르기 때문에 일부 정유사는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넥슨 크래프톤 엔씨 펄어비스 ‘게임 사룡(四龍)’이 높이 나르샤~

올해 1분기 게임업계는 대형 게임사들의 PC게임 성과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넥슨과 크래프톤의 성장은 더 가팔라졌고, 한동안 침체를 겪었던 엔씨소프트와 펄어비스의 실적도 큰폭으로 뛰었다. 국내 게임업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크래프톤은 올해 1분기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조원의 고지를 넘어섰다. PUBG 지식재산권(IP) 프랜차이즈의 성장과 함께 일본 광고·애니메이션 기업 ADK그룹의 실적이 반영되면서 기타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2859억원 증가했다. 크래프톤의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6.9% 증가한 1조3714억원이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22.8% 증가한 5616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분기 크래프톤의 PUBG 지식재산권(IP)는 그 위력을 더 공고히 했다. 크래프톤은 PUBG IP 프랜차이즈 매출만으로 분기 매출 1조원 이상을 냈다. 특히 PUBG IP 프랜차이즈의 성장에는 인기 컬래버레이션이 크게 기여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에서 차량 스킨을 중심으로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을 확대해왔다. PC부문에서는 '배틀그라운드' 9주년을 기념해 3년 만에 진행된 애스턴마틴 컬래버레이션이 큰 폭의 매출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협업은 인기 컬래버레이션 모델은 시간이 지나도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모바일 부문에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독일 하이퍼카 브랜드 아폴로 오토모빌(Apollo Automobil)과 진행한 컬래버레이션이 고과금 이용자의 수요를 견인하며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넥슨도 올해 1분기 단일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연매출 5조원을 향한 첫 발을 뗐다. 넥슨의 1분기 매출은 1522억엔(약 1조429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82억엔(5426억원)으로 40% 늘어났다. 특히 넥슨은 해외매출이 전년동기대비 59% 증가하며 글로벌 게임사의 저력을 재확인했다. 넥슨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2%로, 약 8805억원을 글로벌 시장에서 벌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북미·유럽 지역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배 이상 뛰었고, 동남아 등 기타 지역은 2배 이상 급증했다. 해외 매출을 이끈 동력은 '메이플스토리' 프랜차이즈와 '아크 레이더스'다. 먼저 '메이플스토리' 프랜차이즈는 지난해 글로벌 론칭한 '메이플 키우기'와 '메이플스토리 월드'의 성과를 바탕으로 전년동기대비 42% 성장했다. '메이플 키우기'는 국내외 신규 이용자 유입을 확장하며 북미·유럽과 동남아 등 해외 전 지역에서 전망치를 상회했다. '메이플스토리 월드'는 대만 지역 설 연휴 업데이트 효과로 전년동기 대비 79% 성장했다. 글로벌 '메이플스토리'도 서구권 지역 성과에 힘입어 전년동기대비 8% 성장했다. 지난해 10월 론칭한 '아크 레이더스'는 1분기 460만 장을 추가 판매하며 출시 6개월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 1600만 장을 돌파했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엔씨는 올해 1분기 PC 중심의 강한 반등을 보이며 전년동기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뛰었다. 엔씨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4.7% 증가한 5574억원,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무려 2070% 폭증한 1133억원이다. 엔씨 실적 회복의 동력은 PC 게임이었다. 엔씨의 PC게임 매출은 3184억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아이온2 매출은 1368억원, 2월 출시한 리니지 클래식 매출은 835억원이다. 특히 리니지 클래식은 출시 후 90일간(2월 11일~5월 11일) 누적 매출 1924억원을 기록했다. 엔씨는 올해 3분기 아이온2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는 수년 간 진행한 변화의 노력을 성장으로 가시화하는 원년"이라며 “1분기 실적은 공식적 출발점이고, 매출 가이던스 2조5000억원 달성을 위한 가시성을 수치로 입증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기 별로 지속적 매출 성장과 견고한 수익성을 보여드리겠다"며 “이러한 성장이 단기적 성과에 머물지 않도록 포트폴리오 다변화, 효율적 비용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펄어비스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신작 '붉은사막'이 이끌었다. 지난 3월 20일 출시된 '붉은사막'은 출시 10일 만에 2665억원을 벌어들이면서 펄어비스의 실적을 견인했다. 기존에 펄어비스 실적을 떠받쳐왔던 '검은사막' IP 매출(616억원)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 초대형 '한방'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붉은사막은 출시 하루 만에 200만 장이 팔리면서 국산 패키지 게임의 최단기 판매량 기록을 갈아치웠고, 지난 4월 15일에는 500만장 판매고를 돌파했다. 펄어비스 측은 “붉은사막의 흥행은 자체 게임 엔진 '블랙스페이스 엔진(BlackSpace Engine)'의 기술 경쟁력이 이끌었다"며 “광활한 오픈월드를 끊김 없이 구현한 최적화 기술과 사실적인 물리 효과, 고품질 그래픽을 통해 높은 몰입감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펄어비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20% 상승한 3285억원, 영업이익은 382% 증가한 2121억원이다. 1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94%로, 이중 북미·유럽 비중이 81%를 차지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68층 5년도 안 걸려”…DL이앤씨, 압구정 5구역 ‘공기 단축’ 승부수

DL이앤씨가 압구정5구역 재건축 조합에 57개월 공기 현실화 방안을 제시했다. 경쟁사인 현대건설보다 10개월 짧은 공사기간에 대한 현실성 논란이 제기되자 공기 준수가 가능하다는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 16일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압구정5구역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 1·2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따라 최고 68층, 8개 동, 1397가구 규모로 추진된다.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는 약 1조4960억원이다. 현재 수주전은 DL이앤씨와 현대건설 2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DL이앤씨는 압구정5구역 입찰 제안서를 내어 최고 68층 규모의 '아크로 압구정' 공사기간으로 57개월을 제안한 바 있다. 이는 조합 원안 공사기간이었던 63개월보다 6개월 단축한 수준이다. 경쟁사인 현대건설이 제시한 공사기간은 67개월이다. 공사기간이 짧을수록 조합원 이주비 등 이자가 줄어 사업비 부담이 낮아지게 된다. DL이앤씨는 공사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를 제거해서 조합원 부담을 줄이고 책임준공 확약을 통해 공기를 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공사계획을 지하부터 위로 올라가는 기본적인 방식으로 단순화해 공사기간을 줄였다. 조합 원안에는 터파기 계획이 지하부터 차근차근 위로 올라가는 방식(순타)과 지상 구조물을 먼저 만든 뒤 그 아래를 파 내려가는 방식(역타)이 혼재돼 있었다. 순타와 역타 방식이 함께 적용되면 공정 간섭이 많아진다는 단점이 있기에 이를 순타 방식으로 통일했다는 설명이다. 굴착 난이도가 낮은 토사 구간을 중심으로 시공계획을 재구성했다. 토사 구간부터 시공해 굴착 속도를 높여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민원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지반조사서를 기반으로 3D 기반 암 분포 영상을 정밀 분석 후 굴착 난이도가 높은 암반에 대해선 우선순위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지상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코어선행공법'을 도입한다고도 밝혔다. 코어선행공법은 건물 중심 역할을 하는 코어를 먼저 세우고 외곽 구조를 차례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코어를 세운 뒤에는 골조와 외장, 설비 등 각종 공정을 동시에 진행해 공기를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어선행공법은 두바이 부르즈할리파에 적용된 공법이기도 하며 DL이앤씨(당시 대림산업)가 국내 최초 도입한 공법이다. DL이앤씨는 공기 단축을 현실화하기 위해 공사계획에 대한 정밀 검증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공사계획을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과 공정관리 시스템을 연계해 검증했다는 설명이다. 3차원 설계 데이터로 모델링을 구현하고, 이를 공정관리 시스템과 연동해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시공 순서와 작업 흐름을 분석했다. 각 공정의 시작과 종료 시점, 공정 간 간섭 여부, 작업 동선, 자재 투입 시기를 조율해 공정간 간섭을 줄이고 실현가능한 공기를 도출했다. 57개월 공기에 대해 회사 측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객관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홍건호 한국콘크리트학회 회장은 “아크로 압구정의 구조시스템은 초고층 주거에 특화된 합리적인 특허구조"라며 “이미 한국건축기준센터로부터 사전 인증을 받은 검증된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김규용 한국건축시공학회 회장도 “아크로 압구정의 도면 및 적용된 공법을 보면 설계 단계부터 복잡하고 불필요한 공정을 최소화해 시공 효율과 공기 준수의 안정성을 크게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며 “57개월 준공이 가능한 합리적인 계획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고 68층에 달하는 초고층 규모인 만큼 DL이앤씨는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하여 설계에 완성도를 더한다는 계획이다. 초고층 구조 설계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가진 영국의 '에이럽(Arup)'과 골조 시공 제어 분야 글로벌 기업인 오스트리아의 '도카(Doka)'와 협업한다. 앤드류 르엉(Andrew Luong) 에이럽 한국·타이완 그룹장은 “DL이앤씨가 압구정5구역에서 채택한 구조시스템은 당사가 사전 검증을 이미 마쳤다"며 “합리적인 구조계획으로 심의가 빨라지고 설계 수정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공기 연장으로 인한 추가 비용 부담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데니스 크레너트(Denis Kraenert) 도카 수석엔지니어도 “도카는 1600개 이상의 글로벌 고층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고객 요구에 따라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해 왔다"면서 “압구정5구역에서 당사와 협력한 DL이앤씨의 제안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DL이앤씨는 국내외 다른 초고층 사례를 들어 68층 규모의 57개월 공기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기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청량리역 롯데캐슬(지상 65층, 52개월) △송도 아메리칸타운 더샵(지상 70층, 50개월)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지상 80층, 48개월) △해운대 아이파크(지상 72층, 48개월) △해운대 엘시티(지상 101층, 70개월), △잠실 롯데타워(지상 123층, 75개월), 부르즈 할리파(지상 163층, 72개월) 등 단순 층수로 비례해 공사 기간을 보더라도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오히려 60층 이상 초고층 프로젝트에서 단순히 보수적인 수준을 넘어 공사기간이 과도할 경우, 금융비용 증가와 사업기간 장기화, 조합원 부담 확대 등 사업성 악화 요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공기가 길다고 해서 공사가 안정적이거나 효율적인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한강변 특유의 강풍 환경으로 현장에서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초고층 정비사업 특성상 고강도 콘크리트 사용 등으로 일반 건물에 비해 구조·설비 기준이 까다로운건 맞다"며 “강변이라 기상변수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 5구역 최종 시공사는 오는 30일 조합원 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반도체 ETF, 단순하게 딱 세 가지로 나눠봐라”…삼성운용 정재욱 팀장[ETF딥다이버]

올해 국내 증시는 반도체를 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도 반도체 신상품이 연일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압축형 ETF부터 커버드콜, 채권혼합형, 소재·부품·장비를 담은 상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선택지가 넓어진 만큼 투자자 고민도 커지고 있다. 정재욱 삼성자산운용 ETF운용3팀장은 반도체 ETF 투자법에 대해 “결국 단순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대표주 ETF, 소부장 ETF, 산업 전반 ETF 등 세 가지로 나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KODEX200, AI반도체TOP2플러스, AI반도체핵심장비, AI전력핵심설비 등을 운용 중인 정 팀장을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삼성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나 반도체 ETF 투자 전략과 AI 반도체 시장 전망을 들었다. 수많은 반도체 ETF는 이름만 비슷할 뿐 담고 있는 종목과 전략은 제각각이다. 정재욱 팀장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본인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나누면 된다"며 세 가지 분류를 제시했다. 첫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표 종목에 집중하는 압축형 ETF, 둘째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하는 ETF, 셋째는 반도체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ETF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을 높인 압축형 ETF를 기본 축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한국 증시 자체가 반도체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반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도 삼성전자·하이닉스 중심 ETF 비중을 60~70% 정도 가져가고, 나머지를 소부장 ETF로 채우는 방식이 가장 정석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업황이 강하면 삼성전자·하이닉스 비중을 더 높이고, 이후 낙수효과가 기대되는 시점에는 소부장 ETF 비중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시장 흐름을 따라가기 좋다"고 덧붙였다. 최근 ETF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절반 가까이 담은 '압축형 ETF'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ETF 본연의 분산 투자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 팀장은 “현재 시장 자체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이를 집중 투자라고만 보기는 어렵다"며 “압축형 ETF와 소부장 ETF를 함께 조합하면 충분히 분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인 테마 ETF는 산업 전체를 한 상품으로 담는 경우가 많지만 반도체 ETF는 이미 산업 전반·압축형·소부장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며 “투자자들이 여러 ETF를 조합하면서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반도체 ETF 시장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조차 단기 급등 후 차익 실현 매물에 하루에도 5~6%씩 빠지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과열'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정 팀장은 이에 대해 '변동성과 구조적 성장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정 팀장은 “주가는 단기적으로 5~10%씩 조정받을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실적과 산업 성장"이라며 “AI는 이미 대중화 단계로 진입했고, 사용량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이맘때만 해도 AI 쓰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안 쓰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며 “AI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 만큼 결국 관련 인프라 투자도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산업이 성장하려면 결국 더 많은 연산 능력과 반도체가 필요하다"며 “AI와 반도체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고 강조했다. 국내 반도체와 미국 반도체 중 어느 쪽이 더 유망하냐는 질문에는 “둘 다 가져가는 게 정답"이라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한국 반도체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은 설계 중심, 한국은 메모리 제조와 부품 공급 중심이라는 차이가 있다"며 “다만 현재 한국 시장은 전반적인 재평가 구간에 들어와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한국 반도체가 더 매력적인 구간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13일 KODEX AI반도체 명칭을 AI반도체TOP2플러스로 바꾸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중을 절반으로 늘리고 삼성전기를 신규 편입했다. 정 팀장은 “시장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ETF도 계속 변화해야 한다"며 “반도체 ETF를 한 번 출시하고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시장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반영하느냐가 운용 성과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 편입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전통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인식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반도체 기판과 AI 관련 밸류체인에서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 구조 변화가 지수에 반영된 사례"라고 말했다. 오는 27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하루 수익률 기준 2배로 추종하는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도 8개 운용사가 일제히 출시할 예정이다. 그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흥미로운 상품이지만 운용 측면에서는 생각보다 어려운 상품"이라며 “국내 시장은 가격제한 폭 제도 등 여러 제약이 있기 때문에 단순한 상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강한 투자자에게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단기적으로 활용하기 좋은 상품"이라면서도 “레버리지 ETF 특성상 변동성이 누적되면 기대했던 수익률과 실제 성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장기 보유보다는 짧게 활용하는 전략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가 늘어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유동성도 더 확대될 수 있다"며 “선물을 활용하던 기관 투자자에게도 새로운 대체 수단이 생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소부장 ETF에 대한 관심도 앞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 상당수가 특정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개별 종목 투자 부담이 크다"며 “ETF는 중소형 반도체 기업에 대한 익스포저를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목받는 반도체 커버드콜 ETF와 채권 혼합형 ETF에 대해서도 “투자자 수요가 매우 강하다"고 평가했다. 정 팀장은 “반도체는 성장성이 높지만 변동성도 큰 산업인데, 채권을 혼합하면 연금 투자와 궁합이 좋아진다"며 “과거에는 왜 이런 상품이 없었나 싶을 정도로 연금 시장에 적합한 구조"라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11일 상장한 반도체타겟 위클리커버드콜ETF에도 출시 하루 만에 개인투자자 자금 1359억원이 몰리며 패시브형 ETF 가운데 가장 큰 규모 순매수를 기록했다. 정 팀장은 “반도체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여전히 매우 높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라며 “해외 투자자들 역시 한국 반도체 ETF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TF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운용사의 핵심 역량은 결국 투자자 수요를 얼마나 빠르게 읽어내느냐에 달렸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 유튜브, 해외 리서치, 매매 데이터, 글로벌 산업 흐름 등을 모두 본다"며 “AI전력핵심설비 ETF 역시 해외에서 AI 전력 병목 이슈가 먼저 부각되는 흐름을 보고 상품화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ETF는 결국 투자자 수요와 산업 성장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성공한다"며 “AI와 반도체는 지금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대표 산업"이라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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