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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AI와 전력, 그리고 국가 전략의 재편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지난 4월부터 스탠포드대학교 프리먼 스포글리 국제학 연구소(FSI, The Freeman Spogli Institute for International Studies at Stanford) 산하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APARC, The Shorenstein Asia-Pacific Research Center)에 머물며, 다양한 학제 간 세미나와 토론에 참여할 기회를 가졌다. 경제, 기술, 안보를 넘나드는 논의 속에서 가장 중요한 시대적 흐름을 하나 꼽으라면 역시 인공지능(AI)이다. AI는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AI를 얼마나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되었다는 현실을 새삼 절감하게 되었다.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가름하는 요소로는 인재, 첨단 반도체, 효율적인 거버넌스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요소로 전력을 꼽을 수밖에 없다. AI 경쟁은 결국 전력 경쟁이다.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고, 알고리즘을 훈련시키며, 산업은 물론 국가 경영 전반에 AI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양의 전력을, 적절한 가격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전력 공급이 늦어질수록 기술 격차는 그대로 산업 격차로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에너지 안보의 의미도 빠르게 재정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더해 중동에서의 긴장까지 고조되면서, 에너지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는 다시 전면에 부상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둘러싸고 특정 전력원(源)에 대한 찬반이 비교적 명확하게 갈렸던 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되었다. 그러나 화석연료의 지정학적 위험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전환 자체가 에너지 안보와 맞물리게 된 것도 사실이다. 스탠포드대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州)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최첨단을 걷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혁신 역량과 높은 환경 의식을 동시에 갖춘 지역이다. 경제 규모만 보더라도 일본을 넘어설 정도로 세계 상위권 규모를 자랑하는 데다가 경제 성장률 역시 미국 전체 성장률보다 높다. 이러한 캘리포니아의 전력 구성에서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청정에너지 비중이 60%에 다다를 정도로 크게 확대되었다. 다만 이러한 캘리포니아 모델을 모든 국가가 그대로 따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후나 지리와 같은 자연 조건, 산업 구조, 정책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스탠포드대에서도 단연코 가장 빈번하게 논의되는 중국은 나름의 방식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유기업(SOE)과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구조 속에서 AI 발전에 국가적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물론 첨단 반도체와 GPU 확보라는 제약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중국의 AI 발전 속도와 규모는 이미 글로벌 경쟁 구도를 재편할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발전 설비용량과 발전량은 모두 2023년에 이미 미국의 2배 이상이 되었다. 전력산업과 관련된 투자도 2024년 기준으로 글로벌 투자액 전체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6%(3,383억 달러)였는데 반해, 중국의 비중은 39%(8,184억 달러)에 달했다. 석탄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빠르게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면서 배터리와 신에너지 분야도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한국은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동시에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이러한 조건에서 AI 시대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 투자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력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설계,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 그리고 산업 정책과 에너지 정책의 통합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 AI 시대의 경쟁은 선형적이지 않다. 일정 시점을 넘어서면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 전력 공급이 늦어질수록, 그리고 정책 대응이 지체될수록 한국이 직면하게 될 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은 개별 기업이나 특정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전략적 방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에너지와 AI, 그리고 산업 정책을 하나의 축으로 묶는 '국가 대계'와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합의, 그리고 일관성 있는 추진력이 요구된다. bienns@ekn.kr

“코스피 폭락” 외치더니…8천피 앞에 힘 빠진 ‘간달프’ [머니+]

“코스피 폭락"을 외치던 월가 대표 약세론자의 목소리가 최근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수혜 기대감 속에 한국 증시가 사상 첫 8000선 돌파를 눈앞에 두자, 과거처럼 직접적인 폭락 전망 대신 경기침체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는 수준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JP모건 수석 전략가 출신인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올해 들어 '코스피 거품론'을 강하게 제기해왔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육천피'(코스피 6000)를 돌파했던 지난 2월 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코스피 목표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당시 노무라는 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콜라노비치 역시 2월부터 코스피가 거품 영역에 진입했다는 주장을 집중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2월 25일 엑스(X·옛 트위터)에 “과거 코스피가 1000에서 2000으로 가는 데만 40년이 걸렸다"며 “불과 몇 달 만에 4000포인트가 오른 것은 역사적 평균 수익률로 보면 100년 이상의 상승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틀 뒤인 27일에는 “코스피가 '블로오프 탑'일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블로오프 탑은 주가가 과열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치솟은 뒤 급격히 꺾이는 현상을 뜻한다. 당시 그의 경고는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콜라노비치는 과거 정확한 시장 예측으로 월가에서 영향력을 키워왔고, 언론 매체들로부터 '간달프'(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현명한 마법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증시 반등 가능성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하며 명성을 쌓았다. 이런 이력이 있는 만큼 그가 던진 '코스피 거품론' 역시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공교롭게도 2월 28일 미국이 이스라엘과 이란을 공습한 충격으로 코스피는 3월 첫 거래일부터 폭락했고, 콜라노비치의 경고가 현실화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실제로 코스피는 지난 3월 3일 7.24% 하락했고 4일에는 12.06% 급락하며 단숨에 5000선까지 밀렸다. 이때 콜라노비치는 “전쟁이 일어날 날짜를 말해줬고 코스피와 닛케이가 붕괴할 것이라고도 말했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눈을 가리는 선택을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그의 전망이 맞아떨어진 적은 있었다. 그는 3월 7일 “월요일(3월 9일) 흥미로운 장세가 펼쳐질 것 같다"고 적으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했고, 실제로 3월 9일 코스피는 5.96% 급락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8시간 내 초토화' 발언을 처음 내놓은 3월 21일에는 “이번 48시간 시한은 블랙 먼데이와 맞물려 있다"고 주장했고, 코스피는 3월 23일 6.49% 하락했다. 그러나 4월 들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 소식이 나오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1분기 '깜짝 실적' 발표가 잇따르자 코스피는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다. 코스피는 4월 들어서만 30.61%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도 콜라노비치는 경고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달 23일 “SK 하이닉스 실적이 내 예상보다 낮았다"는 엑스 게시물을 인용하면서 “EWY(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와 DRAM ETF(반도체 상장지수펀드)가 실적 기대감에 6% 급등했다, 이제 정점을 찍었나"라고 썼다. 당시 SK하이닉스는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장중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인 끝에 0.16% 상승 마감했다. 그는 지난달 2일에도 AI 관련주들이 급등한 것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콜라노비치는 “글로벌 지정학적 혼란 속에서도 AI 모멘텀 관련 주식들이(샌디스크, 웨스턴 디지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EWY, 루멘텀 홀딩스 등) 지난 24시간 동안 약 25% 급등했다"며 “이는 거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애널리스트들의 낙관적 보고서에 의해 부풀려진 결과로, 내가 본 것 중 가장 어리석은 일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코스피는 이달 들어서도 강세를 이어갔고, 12일 장중에는 7999.67까지 상승했다. 잇단 경고에도 시장이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자 콜라노비치는 이날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등의 급등세를 언급해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기술주 모멘텀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며 “결국 이러한 흐름이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처럼 코스피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직접적인 폭락 가능성을 언급하기보다는 거시경제 차원의 우려를 제기하는 수준으로 경고의 수위가 다소 낮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콜라노비치는 2022년부터 시장 흐름과 엇갈린 전망을 이어가다 결국 2024년 7월 JP모건에서 퇴사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김병헌의 체인지] 거대해진 쿠팡, 작아진 정부… 플랫폼 권력의 역전

한때 미국의 혁신 아이콘으로 불렸던 엔론은 정계와 규제기관 주변에 막강한 인맥망을 구축했다. 전직 관료와 정치권 인사들이 기업 자문과 로비 창구로 줄줄이 이동했고, 엔론은 이를 기반으로 시장 규제를 피해가며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결과는 파국이었다. 회계조작과 권력 유착 의혹이 터지자 세계 최강 기업이라던 엔론은 순식간에 붕괴했고, 미국 사회는 “기업이 권력과 결합하면 결국 시장 전체가 무너진다"는 교훈을 얻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쿠팡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도 그 불안감이 스며들고 있다. 쿠팡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기업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은 명확하다. 쿠팡의 핵심 시장은 한국이다. 한국 소비자의 클릭이 매출이 되고, 한국 자영업자의 입점이 플랫폼을 키웠으며, 한국 물류노동자의 희생이 로켓배송 신화를 만들었다.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성장한 기업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책임과 윤리 앞에서는 지나치게 미국식 기업 논리 뒤에 숨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관 중심의 대관·자문 구조다. 쿠팡은 그동안 검찰·경찰·공정거래 분야 출신의 전직 고위 인사들을 다수 영입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기업이 법률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그 규모와 방식, 그리고 시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플랫폼 규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전직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는 모습은 국민에게도 강한 의구심을 남긴다. '기업 방어를 위한 전관 네트워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쿠팡은 자체브랜드(PB) 상품 우대 및 검색 알고리즘 운영 문제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왔다. 소비자들은 플랫폼을 중립적인 시장으로 믿고 이용하지만, 특정 상품 노출 방식과 리뷰 운영 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플랫폼 권력이 공정한 경쟁 질서를 흔든다"는 우려를 키웠다. 여기에 입점업체 수수료 갈등, 물류센터 노동환경 문제, 배송기사 과로 논란까지 겹치며 쿠팡은 단순한 유통회사를 넘어 한국 사회의 공공성과 충돌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쿠팡은 사회적 책임보다 방어 논리 구축에 더 능숙해 보인다. 미국 정치권에서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막대한 로비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현실이다. 미국의 정치자금, 로비 활동, 기업·단체의 정치권 지출 내역 등을 추적·공개하는 대표적인 비영리 감시기관인 OpenSecrets 에 따르면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로비 지출은 해마다 수천억 원대에 달한다. 쿠팡 역시 미국 기업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대외 대응력을 강화해왔다.지금도 진행중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한국 사회에까지 그대로 투영된다는 점이다. 한국은 미국처럼 로비 활동이 제도적으로 투명하게 공개되는 구조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직 검찰·경찰·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의 기업행은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민 입장에서는 “과거 공직에서 쌓은 영향력과 인맥이 지금은 거대 플랫폼의 이해를 위해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게 된다. 특히 쿠팡처럼 한국 시장 의존도가 절대적인 기업일수록 이런 의혹은 더욱 치명적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쿠팡이 보여주는 몰지각하고 뻔뻔한 태도다. 노동환경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혁신 과정의 불가피한 비용"처럼 접근했고, 플랫폼 공정성 문제에서는 “시장 경쟁의 결과"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시장이란 강한 기업이 약한 참여자를 배려할 때 지속가능해지는 것이다. 수많은 소상공인과 입점업체가 대기업 쿠팡의 플랫폼 의존 구조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데, 오직 성장과 속도만 강조한다면 결국 사회적 반발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세계는 이미 이런 사례를 여럿 경험했다. 세계적인 자동차사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세계적 신뢰를 잃었고, 한때 실리콘밸리의 혁신 신화로 불렸던 테라노스는 정관계 유명 인사들을 전면에 세워 혁신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거대한 허상이 드러나며 붕괴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였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보다 권력과 이미지 관리에 집착하기 시작했다는 대목이다. 쿠팡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 소비자 덕분에 성장한 기업이라면 당연히 한국 사회의 상식과 윤리를 먼저 존중해야 한다. 전관 인맥과 대관 조직으로 비판을 관리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소비자 신뢰는 빠르게 흔들린다. 기업의 힘이 커질수록 더 투명해야 하고, 더 낮은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 쿠팡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난이 만만찮다. 정치권과 정부도 자유로울수 없다. 플랫폼 기업의 전관 영입 현황 공개, 로비 활동 투명성 강화, 공정거래 감시 확대 같은 제도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국민의 감시다. 편리함에만 익숙해지는 순간 쿠팡처럼 거대 플랫폼은 공공질서 위에서 군림하기 시작한다. 쿠팡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답게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전관과 대관 네트워크에 기대어 비판을 관리하는 기업으로 남을 것인가. 선택은 쿠팡의 몫이지만 한국 국민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5조 규모 펀드의 ‘삼전·하이닉스’ 몰빵…결과 보니 [머니+]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급등에 힘입어 코스피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반도체 관련 종목 비중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나 관심이 집중된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픽테자산운용이 운용하는 35억달러(약 5조1600억원) 규모의 다자산 펀드 '픽테 스트래티직 인컴 펀드(Pictet Strategic Income Fund)'는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이 선언된 지난달 초 이후 아시아와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주 비중을 약 65% 수준까지 거의 두 배로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현금성 자산의 최대 30%를 AI 인프라 및 저평가 종목에 투입했다. 그 결과 해당 펀드는 최근 한 달 동안 동종 펀드 가운데 약 90%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지난 1년간 수익률은 약 43%에 달했다. 펀드를 공동 운용하는 로레인 궈는 “AI 산업은 여전히 매우 강하고 장기적인 상승 사이클에 있다"며 “이는 아시아 공급망에 큰 수혜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여전히 미국 기술주를 선호하고 있다"며 “AI 모델과 반도체, 유통 채널까지 모두 갖춘 기업들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펀드의 주요 투자 종목에는 올해 들어 주가가 약 190% 급등한 SK하이닉스와 138% 가량 오른 삼성전자가 포함됐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코스피 상승분의 약 3분의 2를 견인했다고 전했다. 이날 역시 삼성전자(6.33%)와 SK하이닉스(11.51%) 주가 급등에 힘입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32% 오른 7822.24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7800선에서 마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가 기준 '8천피'까지는 177.76포인트만 남겨두게 됐다. 픽테 스트래티직 인컴 펀드는 이 밖에도 알파벳, 애플, 엔비디아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이 펀드는 기술주 비중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 비중은 축소했다. 궈 공동 운용자는 “지난해부터 금 가격이 지나치게 급등했고 일부 중국 금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투기적 움직임도 나타났다고 판단해 올해는 금에 투자하지 않았다"며 “분산 투자 자산으로서 금의 역할이 이전보다 약해졌다"고 말했다. 픽테자산운용의 이같은 위험선호 확대는 최근 글로벌 투자심리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번 중동 전쟁이 해결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방어적 포지션을 줄이고 있는 데다, AI 공급망 기업들이 잇달아 공급 부족을 언급하자 자금이 AI 인프라 관련 종목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픽테자산운용의 다자산 부문 총괄이자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앤드 웡은 “우리는 공급망 병목의 변화를 추적하는 풀스택 방식으로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며 “컴퓨팅 성능도 중요하지만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AI 대장주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AI 공급망 종목들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제조업체 삼성전기와 반도체 기판 업체 일본 이비덴 주가는 최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이란 전쟁 속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베이징 담판서 ‘빅딜’ 나올까

중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이후 약 10년 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게 된다. 1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인용해 “시 주석의 초청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공식 확인하지 않으면서 미중 정상회담이 또 한 차례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복수의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현재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이란 전쟁이 해결될 때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추진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당초 3월 말~4월 초로 거론됐던 정상회담 일정은 중동 정세 악화 여파로 트럼프 대통령이 연기를 요청하면서 한 차례 미뤄진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중국 정부가 일정을 공식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은 예정대로 성사되게 됐다. 중국은 통상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정상급 외교 일정을 임박해서 공개한다. 앞서 미 백악관도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다고 발표했다. 이튿날인 14일에는 환영 행사에 이어 시 주석과 양자 회담을 진행하고, 함께 베이징 명소인 톈탄(天壇)공원을 둘러본 뒤 국빈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 날인 15일 시 주석과 양자 티타임 및 업무 오찬을 가진 뒤 미국으로 돌아간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14~15일 이틀 동안 최소 6개 공식 행사에서 대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란 전쟁 문제가 핵심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최근 전쟁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 재무부는 최근 중국의 대형 민간 정유업체를 포함한 중국 민간 정유사 5곳에 대해 이란산 원유를 가공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기업들에 미국의 제재를 무시하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하며 이례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은 또 트럼프 대통령 방중을 일주일 앞두고 이란 외무장관을 베이징으로 초청하며 양국 간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실제로 이란에 압박을 가할 의향이 있는지, 또 그 대가로 미국에 어떤 요구를 제시할지가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미중 무역전쟁 휴전 연장, 중국의 희토류 수출,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대만 문제, 미국산 농산물 구매, 보잉 항공기 계약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농업·항공우주·에너지 분야에서 중국의 구매 확대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며 “관련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 또는 직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1만피’ 정말 현실로?…트럼프 “이란 공격”도 무시하는 코스피 [머니+]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코스피가 11일 강세를 이어가며 8000선 돌파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가 1만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전망까지 등장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70% 오른 7775.31로 출발한 뒤 장중 한때 5.05% 급등한 7876.60까지 치솟았다. 장 초반 급등세로 인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프로그램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는 지난 6일 이후 3거래일 만이다. 오후 1시 31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 대비 4.81% 오른 7858.91을 기록 중이다. 이날 증시 상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시사 프로그램 '풀 메저' 인터뷰에서 “우리는 2주 더 (이란에) 들어가 모든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며 “우리가 원했던 특정 목표물 가운데 약 70%는 이미 수행을 마쳤지만 여전히 공격 가능한 다른 목표들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종전 제안에 대한 이란 측 답변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방금 이란의 이른바 '대표들'로부터 온 답변을 읽었다"며 “마음에 들지 않고,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이라고 주장했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악시오스는 지난 6일 양국이 종전과 핵 협상의 기본 원칙을 담은 1쪽 분량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논의 중이며, 체결 이후 30일간 세부 협상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면서 종전 협상의 돌파구는 다시 안갯속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의 믹소 다스 등 전략가들은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 기본 시나리오 목표치를 9000으로, 강세 시나리오 목표치는 1만으로 각각 제시했다. 이는 지난 8일 종가 대비 약 33%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특히 JP모건이 불과 한 달 만에 전망치를 다시 상향 조정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JP모건은 지난달 코스피 기본 목표치를 7000, 강세 목표치를 8500으로 제시한 바 있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기술적 과열 신호가 다시 부각될 수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과 지배구조 개혁, 테마 성장 등 시장의 핵심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특수한 환경에서는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비한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며 성급하게 사이클 종료를 예상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지난주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강한 실적 모멘텀을 근거로 코스피 목표치를 9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시장 과열 우려도 여전하다. 블룸버그는 코스피가 14일 상대강도지수(RSI) 기준으로 이달 들어 매 거래일 과매수 구간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폭(market breadth) 역시 제한적인 모습이다. 이날 코스피 구성 종목 835개 가운데 상승 종목은 176개에 그쳤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LG에너지솔루션(-1.78%), 두산에너빌리티(-1.47%), 삼성바이오로직스(-0.88%), 삼성전기(-2.08%), KB금융(-0.68%) 등이 하락세다. 개인투자자 중심의 매수세가 최근 상승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코스피 주식을 약 6조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에 나서며 7조원 이상 순매도했다. 그럼에도 JP모건은 앞으로 2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가격과 출하량 증가에 힘입어 상승 사이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버핏도 마침내 인정…엔비디아 제치고 시총 1위 유망한 ‘이 주식’ [머니+]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인공지능(AI) 트레이드 대장주인 엔비디아를 제치고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월가에서 확산하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마저 버크셔 해서웨이에서 공식 은퇴하기 전 알파벳 주식을 처음으로 사들인 것도 이러한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1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지난 8일 알파벳 클래스A 보통주 주가는 전장 대비 0.68% 오른 400.7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날 엔비디아 주가는 1.76% 오른 215.2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5일까지만 해도 엔비디아와 알파벳 시가총액은 각각 4조7750억달러, 4조6550억달러로 격차가 크게 좁혀졌었다. 그러나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 한 주간 8% 넘게 오르면서 지난 8일 종가 기준 시총이 5조2300억달러를 기록, 다시 5조달러선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알파벳 주가는 3.14% 상승해 시총이 4조8100억달러를 기록하는 데 그치면서 엔비디아와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엔비디아 주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알파벳 주가는 이날 종가 대비 약 8% 정도만 더 오르면 엔비디아 시총을 추월하게 된다. 알파벳은 과거 2016년 초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을 제치고 잠시 시총 1위에 오른 적이 있다. ◇ 6개월 새 분위기 반전…“우려에서 최강자로" 하지만 지난 6개월 간 흐름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10월 31일 기준 엔비디아 시총은 4조9000억달러였던 반면 알파벳은 3조4000억달러에도 못 미쳤다. 이후 알파벳 주가는 43% 급등한 반면 엔비디아 상승률은 6.3%에 그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100 지수 상승률에도 못 미쳤다. 특히 알파벳은 지난 4월 한 달 동안에만 34% 급등하며 2004년 이후 최고의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알파벳의 부상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반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시장에서는 생성형 AI 확산으로 구글 검색이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투자자들이 알파벳 주식을 대거 매도했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이후 알파벳이 검색 서비스에 AI 기능을 적극 통합하고 '제미나이'가 최상급 AI 모델 중 하나로 자리잡으면서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었다. 특히 미 연방법원이 지난해 9월 구글이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크롬을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한 것이 주가의 핵심 변곡점이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분석했다. 당시 구글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크롬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법원 판결 이후 규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AI 사업에 전면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 1분기 실적발표가 결정타…“AI 풀스택 전략 통했다" 알파벳의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도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특히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200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나타냈다. 구글 클라우드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63%에 달해 아마존웹서비스(AWS·28%)나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30%)를 크게 웃돌았다. 알파벳의 성장세가 유독 두드러진 것은 자체 설계한 AI 칩인 TPU(텐서처리장치)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부상한 데다 검색·클라우드·유튜브·웨이모·제미나이 등 광범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풀스택(전방위) 전략'이 결실을 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30일 알파벳 주가는 10% 가까이 폭등한 반면 엔비디아 주가는 5% 가까이 급락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엔비디아의 문제가 아니라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체 칩 개발 확대가 원인"이라며 기업들이 자체 반도체를 개발할 경우 엔비디아 수요가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알파벳의 실적 전망치는 상향 조정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알파벳의 2026년, 2027년 순이익 전망치는 각각 19%, 7% 상향됐다. 씨티즌스의 애널리스트 앤드루 분은 자체 AI 칩 TPU 관련 인프라 매출이 올해 30억달러에서 2027년 250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야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디브야운시 디바티아 애널리스트는 “알파벳은 투자자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춘 기업"이라며 “검색·칩·클라우드·유튜브·제미나이 등 AI 안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경로가 매우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 역시 여전히 강력한 기업이지만 결국 반도체 기업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도 “엔비디아는 기업들의 AI 지출 흐름 변화에 취약하다"며 “반면 알파벳은 AI 기술을 실제 사업 성과로 연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 “비싸도 훌륭한 기업"…버핏의 뒤늦은 베팅 다만 알파벳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향후 12개월 평균 목표주가는 422달러 수준으로 지난 8일 종가 대비 상승 여력이 5.4% 정도에 그친다. 최근 1년 동안 주가가 160% 급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 수익률이 낮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알파벳의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8배 수준으로, 지난 10년 평균인 21배를 크게 웃돌고 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해 있다. 아울러 제미나이가 경쟁사에 추월당할 수 있고 알파벳 주가가 작년에 부진한 것 처럼 AI 시대에는 투자심리가 빠르게 바뀔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럼에도 자산운용사 쿡슨퍼스 웰스매니지먼트의 루크 오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예전처럼 매우 싼 가격은 아니지만 여전히 합리적인 수준"이라며 “알파벳은 의심의 여지 없이 훌륭한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훌륭한 회사를 적정 가격에 사는 것이 평범한 회사를 싼 가격에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버핏의 유명한 투자 격언을 인용하면서 “신규 고객 계좌에도 주저 없이 알파벳을 편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버크셔 해서웨이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 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사상 처음으로 43억달러를 투입해 알파벳 클래스A 보통주 1784만6142주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과거 2017년 주주총회에서 구글 주식을 사지 않았던 것이 실수였다고 인정한 바 있다. 버핏은 2018년 주주총회에서도 “구글과 아마존에 대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약 8년 만에 알파벳 주식을 실제로 사들이며 자신의 판단을 행동으로 옮긴 셈이다. 이를 두고 투자전문 매체 더 모틀리 풀은 “훌륭한 기업이라면 지금이라도 사는 것이 늦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핏은 작년까지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끈 뒤 경영권에서 물러났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그들이 전쟁광이 된 이유

그들은 왜 끊임없이 적을 만들고, 위기를 확대하며, 전쟁의 언어를 반복하는가. 정말로 세계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서일까.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서일까. 오늘날의 국제정치는 점점 더 불길한 역설을 드러낸다. 전쟁이 국가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지도자 개인의 권력을 연장하는 장치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베냐민 네탄야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라는 세 인물을 보면, 전쟁은 더 이상 '예외적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정치적 존속 조건에 가까워 보인다. 트럼프에게 위기는 언제나 정치적 연료였다. 그는 미국 사회 내부의 분열을 치유하기보다 끊임없이 증폭시켰다. 이민자, 중국, 이란, 팔레스타인 시위대, 언론, 대학, 국제기구. 언제나 새로운 적이 필요했다. 평화로운 사회는 트럼프식 정치에 불리하다. 사회가 안정될수록 그의 과장된 위기 담론은 힘을 잃는다. 트럼프가 지배하는 오늘의 미국은 더 이상 규범을 제공하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규칙을 설계하는 척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그 규칙을 파괴하는 국가가 되었다. 자유를 말하면서 감시를 확대하고,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경제적·군사적 위계를 강요한다. 트럼프의 정치적 생존은 법적·도덕적 위기와 깊이 얽혀 있다. 성추문, 기업 회계 문제, 선거 개입 의혹, 의회 폭동 책임 논란, 그리고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앱스타인과의 관계 의혹까지, 이 모든 것은 트럼프에게 “정치적 패배 = 법적 책임"이라는 등식을 만든다. 권력을 잃는 순간, 그는 단지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수많은 조사와 재판 앞에 놓인다. 그래서 트럼프의 정치에는 늘 비상상태가 필요하다. 전쟁은 그 비상상태를 가장 강력하게 유지하는 수단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점점 더 쇠락의 징후를 드러낸다. 한때 미국은 세계 질서를 조직하는 국가였지만, 이제는 자신이 만든 질서를 스스로 불신한다. 국제법은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제재는 보편 원칙이 아니라 지정학적 무기로 사용된다. 동맹은 협력 관계가 아니라 공급망과 군사체계 안의 종속적 위치로 재배치된다. 네타냐후의 경우는 더욱 노골적이다. 그는 이미 오랫동안 부패 혐의와 사법 리스크에 시달려 왔다. 뇌물 수수, 언론 거래, 권력 남용 의혹은 단순한 정치 공세 수준을 넘어 이스라엘 사회 내부에서도 심각한 균열을 만들었다. 실제로 전쟁 이전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의 사법 개혁 강행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고, 군 내부와 정보기관 출신 인사들까지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전쟁은 모든 것을 바꾸었다. 가자지구 전쟁 이후 네타냐후는 다시 '국가 안보의 지도자'로 자신을 재포장할 수 있었다. 내부 비판은 “전시 상황에서의 분열 조장"으로 취급되기 시작했고, 사법 위기는 국가 생존 담론 뒤로 밀려났다. 그는 끊임없이 “이스라엘은 포위되어 있다"는 공포를 강조하며 장기 전쟁 상태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점은, 전쟁이 더 이상 군사적 목적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 지도자의 생존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젤렌스키 역시 완전히 예외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우크라이나는 실제 침략을 당한 피해 국가이며, 러시아의 군사행동은 국제법적으로 중대한 문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젤렌스키 체제 역시 전쟁을 통해 정치적 정당성을 유지하는 구조 속으로 들어갔다. 전시 체제는 비판 세력을 약화시키고, 선거를 연기하며, 국가 권력을 대통령 중심으로 집중시킨다. 야당 활동 제한, 언론 통제 강화, 강한 국가주의 동원은 “국가 생존"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된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평화는 오히려 권력에 위험한 요소가 된다. 왜냐하면 전쟁이 끝나는 순간, 경제 붕괴와 부패 문제, 징집 피로감, 서방 의존 구조, 재건 과정의 이해관계 충돌 같은 현실이 한꺼번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결국 세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딜레마에 갇혀 있다. 트럼프는 권력을 잃으면 법적·정치적 붕괴 위험에 직면한다. 네타냐후는 전쟁이 멈추면 사법 위기와 책임 추궁이 다시 시작된다. 젤렌스키는 평화 이후의 정치적 현실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전쟁은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시간을 연장하는 장치가 된다. 과거의 전쟁은 국가 간 충돌이었다면, 지금의 전쟁은 점점 지도자 개인의 생존과 결합되고 있다. 권력은 위기를 먹고 자라며, 위기가 사라지는 순간 권력도 흔들린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미국이라는 근원적 모순덩어리가 놓여있다.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자유를 외치면서 감시를 확대하며,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군사주의를 세계 경제의 핵심 엔진으로 삼아온 체제가 미국인 것이다. 선거철이다. 아직도 미국과 이스라엘을 짝사랑하며, 특히 '미국적인 것'에 환장하는 정치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바보야, 이제 정신차려!" ekn@ekn.kr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美·이란 전쟁에 바닥나는 글로벌 원유재고 [이슈+]

전 세계가 이르면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석유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두 달 넘게 봉쇄된 와중에 공급 충격을 완화해주던 완충 장치인 원유 재고가 기록적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장기화할수록 각국이 공급 차질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줄어들고, 국제유가가 더 극단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세계 원유 재고가 지난 3월 1일부터 4월 25일까지 하루 평균 약 480만배럴 감소했다고 추산했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집계한 역대 최대 수준의 분기 감소 폭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감소분 가운데 약 60%는 원유가, 나머지는 정제 제품이 차지했다. 글로벌 원유 재고는 정부 비축유뿐 아니라 정유사·원유 트레이더·유통업체 등이 보유한 상업용 재고까지 포함된다. 각국 정부는 위기 시 방출 가능한 전략비축유를 운영하고 있지만, 상당수 재고는 정상적인 산업 운영 과정에서 유지되는 물량이어서 무제한 활용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재고가 바닥이 나는 제로(0)가 되는 시점보다 훨씬 이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산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최소 물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JP모건체이스의 나타샤 카네바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총괄은 “재고는 글로벌 원유 시스템의 충격 흡수 장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모든 배럴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카네바 총괄은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지 않을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원유 재고가 다음 달 초 '운영상 스트레스 수준'에 도달하고 9월에는 운영 최소 한계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원유 수요 둔화로 재고 감소 속도가 최근에 다소 완화됐지만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재고는 이미 2018년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한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 가장 심각한 위험에 노출된 지역은 중동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다. 에너지 트레이딩업체 군보르 그룹의 프레데릭 라세르 리서치 총괄은 “아시아의 휘발유 공급 부족 위험이 가장 우려된다"며 “파키스탄·인도네시아·필리핀 등이 가장 먼저 재고 바닥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6월 초까지 재개방되지 않을 경우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경유 부족으로 거시경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중국과 한국 등 일부 국가는 정제유 수출 재개까지 검토할 정도로 재고 상황이 아직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특히 중국은 자동차와 트럭의 전기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휘발유·경유 의존도가 과거보다 낮아졌고, 전쟁 기간 원유 재고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보텍사의 자비에르 탕 애널리스트는 “중국·일본·한국은 충분한 원유 및 정제품 재고를 보유하고 있지만 베트남과 필리핀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유럽에서는 항공유 재고 감소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암스테르담·로테르담·앤트워프(ARA) 저장 허브의 항공유 재고는 전쟁 이후 3분의 1 가까이 줄어들며 6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인사이트글로벌의 라르스 판 바헤닝언은 “아시아와 호주 역시 항공유 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모든 지역이 공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공급이 유지되겠지만 여름철 수요가 본격화될 경우 5개월 안에 재고가 바닥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영국·독일·프랑스가 가장 취약한 국가로 꼽혔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 역시 재고 감소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략비축유(SPR)를 포함한 미국 원유 재고는 최근 4주 연속 감소했다. 경유 재고는 2005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휘발유 재고 역시 2014년 이후 계절 기준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미 셰일업체들이 증산에 나서고는 있지만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재고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걸프 산유국들의 증산과 해상 운송이 단기간에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 석유공룡 셰브론의 아이미어 보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미 상당수 재고와 잉여 생산능력이 소진됐다"며 “오는 6~7월에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실제 공급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각국이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비축유를 지속적으로 방출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각국 정부가 비축유를 무제한 활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재고를 과도하게 소진할 경우 글로벌 원유 시스템의 완충 장치가 사라져 시장에 큰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원유 재고가 한계 수준까지 가까워질수록 수요를 강제로 억제하기 위해 국제유가 급등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IEA 회원국들은 사상 최대 규모인 4억배럴의 비축유 방출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은 약속한 1억7200만배럴 가운데 현재까지 약 7970만배럴만 실제 방출한 상태다. 현재 계획대로 방출이 완료될 경우 미국 전략비축유는 1982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IEA 회원국들은 사상 최대 규모인 4억배럴의 비축유 방출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은 약속한 1억7200만배럴 가운데 현재까지 약 7970만배럴만 실제 방출한 상태다. 현재 계획대로 방출이 완료될 경우 미국 전략비축유는 1982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각국이 재고를 소진할 수록 전쟁 이후에도 고유가 환경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비축유를 다시 채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원유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플레인스 올아메리칸 파이프라인의 윌리 치앙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수개월간 재고 감소 환경이 이어질 것이며 이후에는 장기적인 재비축 수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국가는 전쟁 이전보다 더 많은 전략비축유를 확보하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3월 OECD 에너지물가 상승률 역대 세 번째…“한국도 안심 이르다”

지난 3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에너지 물가가 역대 세 번째로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따른 고유가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점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 역시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OECD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OECD 전체 회원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0%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4.1%에서 하락한 뒤 올해 1월 3.3%, 2월 3.4% 수준에 머물렀지만 3월 들어 전월 대비 0.6%포인트(p) 상승했다. 월별 자료가 있는 37개 회원국 가운데 33개국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높아졌다. OECD는 2월 말 발발한 중동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3월 OECD 에너지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8.1%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2월(11.9%) 이후 약 3년 1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전월(-0.5%)과 비교하면 한 달 새 상승률이 8.6%p 급등한 셈이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유가 반등 기저효과가 나타났던 2021년 4월(9.0%p)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며, OECD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71년 이후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역대 최고 기록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과 유가 반등이 겹쳤던 2009년 11월의 11.6%p 상승이다. OECD는 “월별 에너지 물가 자료가 있는 35개 회원국 가운데 32개국에서 상승률이 높아졌으며, 7개국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중동전쟁발 에너지 충격은 주요 7개국(G7)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G7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2.1%에서 3월 2.8%로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에너지 물가는 -1.8%에서 8.2%로 10.0%p 급등했다. 한국의 3월 에너지 물가 상승률은 5.2%로 집계됐다. 미국(12.5%), 독일(7.6%), 프랑스(7.1%) 등 주요국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석유 가격 안정 정책 등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이 본격화할 경우 한국 역시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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