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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KAI 인수 구상 下 ] 양산·개발 뒷받침할 ‘키울 돈’이 관건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 구상을 평가할 때는 지분을 사들일 능력과 함께 회사를 성장시킬 능력을 살펴야 한다. KAI는 KF-21 양산 전환과 생산 확대를 준비하면서 재고와 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화와의 결합을 추진한다면 이러한 투자 수요를 뒷받침하면서 기술과 수출 역량을 어떻게 높일지가 중요하다. 기존 주주의 지분을 사들이는 대금은 주식을 파는 주주에게 지급된다. 그 자체로 KAI에 생산·개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인수 대금과 별도로 양산과 후속 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KAI의 재무제표에는 성장에 앞서 투입되는 자금과 이를 조달하는 과정이 함께 나타난다. 차입이 늘었지만 생산과 개발을 위한 투자도 확대됐다. 수주를 납품과 매출, 현금으로 연결하는 과정까지 살펴야 인수 이후 필요한 자금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 KF-21 개발에서 양산으로…생산 확대에 자금 선투입 업계 관계자는 “KF-21이 체계 개발에서 양산 단계로 전환하면서 구조적으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시제기 6대를 제작하던 단계에서 계약 물량 40대와 후속 생산을 준비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만큼 차입 증가도 이러한 사업 변화와 함께 봐야 한다는 취지다. 항공기 개발에서 양산으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생산 물량에 맞춰 부품과 자재를 확보하고 설비·인력을 준비하는 데 자금이 먼저 투입된다. 매출이 늘더라도 납품과 대금 회수 시점에 따라 일정 기간 외부 자금 조달이 확대될 수 있다. KAI의 반기 보고서에서도 생산·개발에 투입되는 자금의 증가가 확인된다. 이하 재무 수치는 별도재무제표 기준이고, 재무 상태는 올해 6월 말, 실적과 현금 흐름은 상반기 누적 기준이다. 6월 말 재고자산은 3조9568억 원으로 지난해 말 3조6086억 원보다 약 3482억 원 증가했다. 단기 선급금도 같은 기간 2조2478억 원에서 2조4703억 원으로 약 2225억 원 늘었다. 납품과 대금 회수에 앞서 재고와 선급금에 투입된 자금이 확대된 것이다. ◇ R&D 2942억 원…유·무형 자산 취득 지출도 확대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됐다. 반기 보고서상의 활동 항목에 따르면 상반기 개발비와 R&D 투자금 합계는 2942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1640억 원을 웃돌았다. 매출액 대비 비율은 지난해 연간 4.52%에서 올해 상반기 13.24%로 높아졌다. 상반기 집계액은 개발비 2573억 원과 R&D 투자액 369억 원으로 구성된다. 현금 흐름표상 상반기 유형자산 취득 지출은 651억 원, 무형 자산 취득 지출은 2547억 원으로 합계 약 3197억 원이다. 전년 동기 합계 약 1051억 원보다 크게 늘었다. 이 같은 지출은 향후 생산과 기술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투자다. 인수 이후에도 양산 준비와 후속 개발이 이어져야 하는 만큼 지분 취득 계획과 별도로 투자 일정에 맞춘 재원 마련이 중요하다. 한화가 강조하는 엔진·항전·무장과 완제기 역량의 결합도 지속적인 개발 투자가 전제돼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중복 투자를 줄여 확보한 자원을 어떤 기술과 사업에 재투입할지까지 구체화해야 통합의 효율이 성장으로 이어진다. ◇ 차입금·사채 8481억 원 증가…영업 현금 유출은 축소 KAI의 차입금·사채는 지난해 말 2조730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2조9212억 원으로 약 8481억 원 증가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31억 원에서 1161억 원으로 늘었다. 상반기 영업 활동에서는 3830억 원, 투자 활동에서는 3961억 원이 각각 순유출됐다. 반면 재무 활동에서는 8803억 원이 순유입됐다. 생산과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차입·사채 발행 등으로 보완한 구조다. 다만 영업 활동 현금 순유출 규모는 전년 동기 6033억 원보다 줄었다. 현금 잔액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자체 현금 창출력이 개선됐다고 볼 수는 없다. 반대로 차입 증가만으로 사업의 건전성이 훼손됐다고 단정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투자한 자금이 언제 매출과 현금으로 돌아오는지, 그때까지 필요한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금융 비용 부담은 커졌다. 상반기 이자 비용은 전년 동기 약 273억 원에서 537억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28억 원에서 1170억 원으로 감소해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이자 보상 배율은 약 4.9배에서 2.2배로 낮아졌다.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을 웃돌지만 이를 감당하는 여유는 줄어든 셈이다. 양산 준비를 위한 선투자의 필요성과 함께 향후 납품·대금 회수를 통한 차입 관리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 부채 비율 484.7%…계약 부채·선수금 성격 구분 필요 KAI의 6월 말 부채 비율은 484.7%로 지난해 말 443.1%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부채 총액 전체를 이자를 지급하고 상환해야 하는 금융 차입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재무 상태표에 별도로 표시된 유동 계약 부채는 1조9770억 원이다. 이 밖에 기타 부채에 포함된 유동·비유동 선수금이 약 2조6593억 원이다. 합계 약 4조6363억 원으로 부채 총계 9조4582억 원의 약 49%를 차지한다. 반기 보고서는 해당 선수금을 한 시점에 이행하는 수행 의무와 관련된 계약 부채로 설명한다. 향후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에 따른 금액인 만큼 금융 기관 차입금·사채와 성격이 다르다. 계약 이행에 필요한 자금이라는 점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유 자금은 아니지만 부채 비율을 해석할 때 사업 구조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한화와 KAI의 결합을 검토할 때도 이 구분은 중요하다. 부채 총액만으로 부담을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 이미 확보한 선수금을 인수 이후 자유롭게 배분할 수 있는 재원으로 계산해서도 안 된다. 기존 계약의 이행에 필요한 자금과 신규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나눠 관리해야 한다. ◇ 수주 잔고 25조7502억 원…성장 기반, 현금으로 연결해야 KAI의 상반기 매출은 2조2222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47.2% 증가했다. 방산업계는 KF-21 납품에 따른 매출 확대를 언급하며 올해 KAI의 연매출이 5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6월 말 수주 잔고는 25조7502억 원이다. 국내 방산 10조2355억 원, 완제기 수출 5조257억 원, 기체 부품 9조8076억 원, 위성 사업 등 6814억 원으로 구성된다. 수주 잔고는 장기간에 걸쳐 매출로 전환할 사업 기반이다. 현금과 이익으로 연결하려면 계약에 맞춰 생산하고 납품해야 한다. 자재와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생산·개발 인력을 유지하면서 납기와 원가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화와 KAI의 결합을 추진한다면 이러한 수주 이행 과정에 필요한 자금과 기술·생산 지원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가 통합의 실질적인 성과를 가를 수 있다. 통합 수출과 공동 마케팅으로 신규 계약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확보한 수주를 수익과 현금으로 전환하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 방산 대형화 성과, 인수 이후 투자에서 갈린다 글로벌 방위 산업에서 기업 결합은 기술과 사업 기반을 넓히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록히드 마틴 역시 1995년 록히드와 마틴 마리에타의 합병으로 출범했다. 한화와 KAI의 역량을 결합해 개발·생산·수출 대응 능력을 높이려는 구상도 이러한 산업 재편의 연장선에서 검토할 수 있다. 다만 대형화와 경쟁 질서의 유지는 함께 다뤄야 할 과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2년 록히드 마틴의 에어로젯 로켓다인 인수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체계 업체와 핵심 부품 공급 업체의 수직 결합이 경쟁에 미칠 영향을 문제 삼은 사례다. 통합의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경쟁사와 협력 업체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화가 제시한 중복 투자 축소와 통합 수출, 우주 산업 생태계 구축은 인수의 기대 효과다. 이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려면 추가 지분 취득에 필요한 자금과 인수 이후 투자 재원을 구분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 KAI의 자체 현금 창출과 자금 조달을 어떻게 뒷받침하고, 연구·개발(R&D)과 설비·인력 투자를 어느 수준으로 유지·확대할지 구체화해야 한다. 한화 계열사의 기존 사업 투자와 KAI의 양산 자금 수요를 함께 고려한 일정도 필요하다. 차입을 얼마나 활용하고 어떤 현금 흐름으로 상환할지, 장기간 진행되는 개발·생산 사업에 맞춰 만기를 어떻게 배분할지에 따라 거래 이후의 재무 여력이 달라진다. 협력 업체의 거래 조건과 경쟁사의 부품 접근성, 고용과 핵심 기술 인력의 유지 방안도 같은 맥락이다. 항공·우주 산업의 통합 경쟁력은 조직을 합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축적된 기술과 숙련 인력, 공급망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면서 개발 기간과 납기를 줄이고 수출 기회를 넓혀야 한다. 한화 계열사의 수익 창출 능력과 KAI의 완제기 역량·수주 기반은 결합의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늘어난 차입과 선투자 수요는 그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자금 계획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과제를 보여준다. 인수를 추진한다면 기존 사업과 KAI의 성장을 함께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인수할 재원을 마련하는 데서 나아가 기술과 생산, 사람에 투자할 여력까지 확보할 때 “이왕 인수를 할 거라면 잘해야 한다"는 요구에 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LG화학, ‘국제 자동차부품 전시회’ 첫 참가…유럽 고부가소재 시장 공략

LG화학이 독일 전시회에서 미래 모빌리티용 고부가가치 소재를 선보이며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 LG화학은 27일(현지시간)부터 오는 29일까지 사흘동안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열리는 '국제 자동차 부품 전시회(IZB)'에 참가한다고 이날 밝혔다. IZB는 2년 주기로 개최되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공급사 전문 박람회다. 올해 행사는 33개국 850여개 업체와 4만명 이상 관람객의 참여·방문이 예상된다. 당초 폭스바겐그룹 공급업체 전시회로 출범했던 행사는 현재 주요 공급사를 비롯한 글로벌 부품·소재 기업들이 교류하고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산업의 장으로 확장됐다. LG화학은 올해 폭스바겐그룹의 IZB 참가 제안을 받아 국내 소재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행사에 참여한다. 폭스바겐그룹과의 협력 관계 확대에 따른 성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앞서 LG화학은 지난달 폭스바겐그룹과의 미래차 모빌리티 소재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통해 협력 관계 확대에 나선 바 있다. 회사는 이번 행사에서 '고객의 혁신을 움직이는 힘'을 주제로 한 전시부스를 마련했다. 최근 유럽 완성차 업계의 주목도가 높은 △친환경 △전동화 △고기능 △원가 경쟁력 강화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고부가 소재 솔루션과 기술력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특히 금속대체·무도장 소재 등 경량화 솔루션부터 재활용(PCR) 소재 적용 내·외장재, 배터리 열폭주 지연 소재, 차량용 투명도 조절 필름 소재(SGF)까지 미래차용 고부가 소재 포트폴리오를 집중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 고객사와의 협력 확대는 물론, 신규 고객사 등 사업 기회도 발굴한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전시부스를 방문한 주요 고객사 경영진에 무도장·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과 원가 경쟁력 강화 솔루션 소개 세션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제품별 QR코드와 연계한 인공지능(AI) 도슨트 음성을 통해 전시회 관람객의 소재별 물성·기능 이해를 돕고, 별도 구축한 'e-Mobility' 전용 홈페이지로 전시 이후에도 고객과의 디지털 접점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김상민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 전무는 “이번 전시회는 폭스바겐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고객들로부터 LG화학의 기술·제품력을 인정받아 미래차 소재 분야의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라며 “LG화학은 차별화된 소재 솔루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과 함께 미래 고부가 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현장] “AI도 쓴 만큼 요금 낸다”…KT, 500개 AI 모델 묶어 판다

KT가 통신요금처럼 인공지능(AI) 이용료를 청구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국내외 AI 모델 500여 개를 한곳에 모아 기업에 제공하고,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받는 방식이다. KT는 오는 30일 기업용 플랫폼 '토큰팩토리'를 출시하고 내년에는 개인 고객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KT는 27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모델 선택부터 이용량 관리, 요금 정산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토큰팩토리(Token Factory)'를 공개했다. 출시 초기에는 73종의 AI 모델을 제공하고, 다음 달 글로벌 AI 모델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OpenRouter)'와 연계해 500종 이상으로 확대한다. 이날 박상원 KT AX사업부문장(전무)은 “AI 시장은 이제 누가 더 좋은 모델을 만드느냐보다 누가 AI를 더 쉽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하느냐의 경쟁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KT가 새 사업에 나선 것은 기업의 AI 사용량이 늘면서 비용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AI는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을 생성할 때 처리하는 정보의 기본 단위인 '토큰'을 기준으로 요금을 매긴다. KT가 인용한 오픈라우터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AI 토큰 소비량은 최근 1년 사이 약 35배 증가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업무마다 적합한 AI 모델이 다른 데다 모델별 요금도 제각각이어서 비용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KT는 여러 AI 모델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이용하도록 하고, 통신사업에서 축적한 과금 기술을 활용해 사용량을 통합 정산한다는 구상이다. ◇ AI 모델 자동 선택…이용 비용 최대 25% 절감 이날 간담회에서는 토큰팩토리의 주요 기능을 영상으로 시연했다. 이용자가 같은 질문을 여러 AI 모델에 입력하자 화면에는 모델별 답변과 처리 시간, 토큰 사용량이 표시됐다. 관리자는 부서별 사용량과 비용을 확인하고 예산 한도도 설정할 수 있다. 핵심 기능은 업무에 맞는 AI 모델을 자동으로 골라주는 '오토 모델 라우터'다. 문서 요약이나 번역처럼 단순한 업무에는 저렴한 모델을, 복잡한 분석에는 고성능 모델을 배정한다. 이용자가 답변 품질과 비용 가운데 어느 쪽을 우선할지도 설정할 수 있다. KT는 자체 개발한 모델 선택 기술과 프롬프트 압축 기술을 적용해 AI 이용 비용을 최대 25%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롬프트에서 불필요한 표현을 제거해 입력 토큰 수를 줄이고, 업무에 필요한 성능을 갖춘 모델 가운데 비용이 낮은 모델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날 질의응답에서 KT 측은 "프롬프트 압축으로 약 20%, 모델 라우팅으로 약 5%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KT 내부 시험 결과로, 실제 절감률은 이용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토큰팩토리는 출시 초기 73종의 AI 모델을 제공한다. 이 가운데 7종은 KT가 국내 데이터센터에서 직접 운영하는 모델이다. KT 자체 개발 모델과 업스테이지 등 국내 AI 기업의 모델이 포함된다. 다음 달에는 글로벌 AI 모델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와 연계해 모델 수를 500종 이상으로 늘린다. KT는 오픈라우터와 국내 최초로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국내 AI 기업이 개발한 모델을 오픈라우터에 등록해 해외에 판매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이진형 KT AX사업본부장(상무)은 "통신에서 전화번호 하나로 어디든 연결해서 쓰는 것처럼 AI도 하나의 API로 여러 모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국내 AI는 7종…해외 모델은 처리 지역 달라 기업 고객을 겨냥한 보안 기능도 갖췄다. 개인정보와 민감정보, 유해 표현을 걸러내는 자체 가드레일 기술을 적용했다. 기업별로 금칙어를 지정하거나 특정 AI 모델과 접속 IP를 제한할 수도 있다. 다만 토큰팩토리에서 제공하는 모든 AI 모델이 국내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은 아니다. 이 본부장은 해외 모델 이용 시 데이터 처리 지역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 모델들은 생성하는 지역들이 한국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모델 제공업체와 데이터 처리 지역에 관한 정보를 고객에게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출시 초기 제공되는 73종 가운데 국내 데이터센터에서 직접 추론하는 소버린 AI 모델은 7종이다. 나머지 모델은 제공업체에 따라 데이터 처리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 KT는 국내에서 운영하는 AI 모델을 중심으로 금융과 공공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금융권에는 국내 데이터센터의 GPU를 활용한 모델을 공급하고, 공공기관에는 관련 보안 기준에 맞춘 클라우드 환경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 기업은 종량제, 개인은 구독형…수익 모델도 공개 토큰팩토리 요금제는 '스탠다드'와 '엔터프라이즈' 두 가지로 나뉜다. 스탠다드는 사용한 토큰만큼 요금을 내는 종량제 방식으로, 선불 크레딧 결제와 후불 정산을 지원한다. 엔터프라이즈는 기업의 이용 규모와 약정 기간에 따라 요금을 할인해 주는 방식이다. 전용망 연결과 서비스 품질 보장 등 기업별 요구에 맞춘 부가 기능도 제공한다. KT는 올해 말까지 기업 고객 확보에 집중한 뒤 내년 3월 개인 개발자와 일반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개방할 계획이다. 개인용 서비스에는 구독형 요금제를 도입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토큰팩토리의 구체적인 수익 구조도 공개됐다. KT는 국내 데이터센터에서 GPU를 활용해 직접 AI 추론 서비스를 제공하고, 외부 모델에는 통신망과 클라우드 등 부가 서비스를 결합해 수익을 낸다는 구상이다. 이 본부장은 "일반적인 AI 모델 중개 사업자는 약 5%의 수수료를 받지만 KT는 수수료를 주력 수익 모델로 삼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데이터센터에서 GPU를 활용해 직접 토큰을 생산하는 것이 주요 수익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매출 목표는 밝히지 않았다. 이 본부장은 2028년 매출 목표를 묻는 질문에 “목표 금액을 말씀드리기에는 적합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출시를 앞두고 일부 기업과 계약을 준비하고 있지만 고객사 명단도 공개하지 않았다. KT는 연말까지 실제 서비스 이용 현황을 살펴본 뒤 계약 기업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KT는 오는 12월 토큰팩토리의 기능을 추가로 개선하고 내년 3월 개인용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AI 모델의 해외 판매도 추진해 기업용 AI 구축부터 모델 공급, 이용료 정산까지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한화그룹의 KAI 인수 구상 上 ] 수익 창출 능력만큼 중요한 ‘자금 설계’

“이왕 인수를 할 거라면 잘해야 한다." 기자가 접촉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원의 말이다. 한화그룹의 경영 참여를 강하게 반대하는 노조의 공식 입장과는 구분되는 개인의 발언이다. 그러나 인수 찬반을 넘어 누가 어떤 자금으로 회사를 인수하고, 이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지 묻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KAI 노조는 지난 20일 상경 투쟁에 이어 오는 28일과 11월 3일 추가 상경 투쟁을 예고했다. 한화의 지분 취득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와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의 컨설팅 용역 등을 문제 삼으며 정부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방위산업계에서는 기업 간 결합을 통해 기술과 자본, 생산 기반을 확충해 온 흐름이 이어져 왔다. 막대한 개발비와 긴 투자 회수 기간을 감당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생산·금융·정비 지원을 함께 제공하려면 개별 기술을 넘어 사업 전반을 묶는 역량이 필요하다. 한화가 KAI와의 결합을 추진하는 산업적 논리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한화의 엔진·항전·무장 역량과 KAI의 완제기 개발·생산 능력을 연결한다는 구상에는 산업적 의미가 있다. 이를 실제 경쟁력으로 바꾸려면 지분 취득과 기존 사업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재무제표에는 이를 뒷받침할 수익 창출 력과 관리해야 할 자금 부담이 동시에 나타난다. ◇ 지분 15.89% 확보…경영권 취득은 별도 과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KAI 보유 지분율은 15.89%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9.90%, 한화시스템이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가 1.01%를 각각 보유한다. 지난 8월 확보한 지분율로,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의 26.41%에 이어 2대 주주다. 공정위는 지난 8월 31일 한화의 KAI 주식 취득을 승인했다. 다만 당시 지분만으로 KAI 경영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향후 추가 지분 취득으로 최다 출자자가 되거나 일정 수준의 임원 겸임이 발생하면 새로운 기업 결합 신고와 심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승인을 경영권 인수에 대한 포괄적인 허가로 해석할 수는 없다. 수은도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 KAI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화의 지분 확대와 실제 경영권 거래가 성사되는 과정 사이에는 여전히 정책적·거래적 변수가 남아 있다. 현재 단계에서는 확보한 지분의 규모와 향후 경영 참여 구상, 실제 경영권 취득에 필요한 절차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재무적으로도 추가 취득 규모와 거래 방식에 따라 필요한 자금과 조달 구조가 달라진다. ◇ 한화그룹 “역량 통합"…수출·우주 경쟁력에 방점 한화그룹의 설명은 지난 5월 경영 참여 목적을 밝힌 이후 유지해 온 기조와 같다. 국가 안보 증진과 우주·항공 분야의 해외 수출 경쟁력 강화,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KAI와의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한화는 국내 우주·항공 시장의 규모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기업 간 중복 투자가 개발과 운영의 효율을 떨어뜨린다고 본다. 항공 엔진·항공 전자·레이더·위성·발사체 등에 투자해 온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들과 완제기 개발·제작·체계 종합 역량을 갖춘 KAI가 결합하면 개별 기업이 분산해 수행하던 사업을 연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항공 분야에서는 △기체 △엔진 △항전 장비 △무장 △유지·보수·정비(MRO)를 묶은 대응을 강조한다. 해외 고객의 요구가 기체 구매를 넘어 기술 이전과 공동 개발, 후속 지원으로 확대되는 만큼 공동 전략 수립과 마케팅을 통해 원가·납기·기술·지원 역량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주 분야에서는 발사체부터 위성 제작·운용, 지상 체계와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사업 구조를 제시했다. 경남 창원과 사천, 전남 고흥을 잇는 우주·항공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협력업체의 해외 동반 진출과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영 참여 방식에 대해서는 의사 결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을 경우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회사와 주주, 이해 관계자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통합의 효과를 높이려면 각 회사의 기술을 연결하는 전략과 함께 개발·생산 일정에 맞춘 장기 자금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인수 주체가 확보한 현금뿐 아니라 앞으로 창출할 현금과 이미 예정된 투자 지출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고수익 능력과 늘어난 차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상반기 별도 매출은 4조3429억 원, 영업이익은 8237억 원으로 집계된다. 영업이익률은 약 19%다. KAI 지분을 보유한 세 회사 가운데 추가 매입을 주도할 사업 규모와 이익 창출 능력을 갖췄다. 인수 여력을 따질 때는 연결 재무제표와 별도 재무제표를 구분해야 한다. 연결 수치는 종속 회사를 포함한 전체 사업의 규모를 보여준다. 반면 별도 수치는 지분을 직접 취득하는 법인 자체의 자금 사정을 파악하는 데 필요하다. 이하 두 상장사의 재무 수치는 별도 언급이 없는 한 별도 기준이며, 재무 상태는 올해 6월 말, 실적과 현금 흐름은 상반기 누적 기준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상당한 영업이익을 냈지만 영업활동에서는 8788억 원의 현금이 순유출됐다. 회계상 이익이 같은 기간의 현금 유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셈이다.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먼저 투입하고 대금은 나중에 받는 과정에서 흑자 기업의 현금 흐름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반기 현금 흐름만으로 사업의 장기적인 현금 창출 능력이 훼손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추가 인수 여력을 평가할 때 이익 규모와 함께 대금 회수 시기, 생산에 필요한 운전 자금까지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차입금·사채는 지난해 말 4조9017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7조5099억 원으로 약 2조6082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조2174억 원에서 3조1807억 원으로 약 1조367억 원 감소했다. 차입금·사채는 리스 부채를 제외한 장부 금액이다. 6월 말 부채 비율은 185.6%다. 회사가 공시한 순차입금 비율은 지난해 말 6.0%에서 33.5%로 상승했다. 이는 차입금·사채에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기타 유동 금융자산을 차감한 금액을 자본과 비교한 지표다. 상반기 KAI 주식 취득 금액은 약 9170억 원이다. 주요 투자 지출이지만 차입 증가액 전체를 KAI 매입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기존 사업의 자금 수요와 다른 투자도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부채의 성격 역시 구분해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동 부채에는 약 6조9354억 원의 계약부채가 포함돼 있다. 향후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와 관련된 계약 부채를 금융권 차입금과 동일하게 취급하면 부담을 과장하게 된다. 반대로 계약 이행에 필요한 자금까지 모두 인수에 사용할 수 있는 여유 자금으로 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높은 수익 창출력은 투자와 사업 확대를 뒷받침할 기반이다. 이를 인수 이후의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추가 지분 취득과 기존 사업의 생산·개발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함께 배분하고, 예상 현금 유입에 맞춰 조달 만기를 설계해야 한다. ◇ 한화시스템, 현금 확보와 조달 비용 함께 봐야 한화시스템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068억 원, 영업이익률은 약 13.5%다. 이 회사 역시 본업에서 이익을 내고 있다. 다만 현금이 늘어난 배경은 영업 현금 흐름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442억 원에서 6월 말 1조3340억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사채도 1조3596억 원에서 3조1066억 원으로 약 1조7470억 원 늘었다. 상반기 영업활동 순현금 유입은 375억 원인 반면 재무활동 순현금 유입은 1조6353억 원이었다. 현금 증가를 자체 영업으로 축적한 여유 자금의 확대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6월 말 부채 비율은 141.7%이며, 이자비용은 전년 동기 약 143억 원에서 534억 원으로 증가했다. 확보한 유동성이 투자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만큼 조달 비용과 상환 조건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한화오션 주식을 활용한 자금 확보도 중요한 거래다. 한화시스템은 한화오션 주식 1328만 1250주를 1조7000억 원에 양도하면서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체결했다. 보유 자산을 활용해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주식 양도 이후에도 계약상 정산 관계가 남는다. 주식을 처분하면서 가격 변동에 따른 경제적 부담까지 완전히 해소한 거래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현금 유입 규모와 함께 계약 만기·정산 조건을 살펴야 한다. 한화시스템은 6월 말 이후 약 4999억 원을 들여 KAI 지분을 추가 취득했다. 따라서 반기 말 현금에는 이 지출이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약 2878억 원 규모의 한화미래기술연구소 부동산 매입 결정도 있어 여러 투자 수요가 겹친다. 연결 손익에도 차이가 있다. 한화시스템은 상반기 별도로 1395억 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종속회사 등을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는 43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본사 수익성과 함께 종속사업의 손익 부담을 살피고 투자 성과가 현금 창출로 이어지는 시점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화 계열사의 수익 창출 능력과 자산을 활용한 자금 조달은 KAI와의 결합을 추진할 기반이다. 늘어난 차입과 여러 투자 수요는 거래의 가격과 속도, 조달 방식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할 이유다. 인수를 추진한다면 지분 매입을 마친 뒤에도 기존 사업과 KAI의 성장을 함께 뒷받침할 재무 여력을 남겨야 한다는 평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CXMT 4F² 해부 ③] 규제가 떠민 CXMT의 4F²…K메모리 해법은 ‘수율·원가’

수출 규제가 강요한 선택이 중국 메모리의 독자 노선으로 굳어지고 있다. 당장의 기술 격차는 뚜렷하다. 하지만 막대한 이익과 국가 지원을 등에 업은 CXMT를 상대로 한국이 내세울 것은 첫 출시가 아니라 양산 수율과 원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 EUV 쥔 한국, 출발선부터 다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여러 세대 D램의 핵심 공정에 극자외선(EUV) 장비를 쓰고 있다. DUV 멀티 패터닝 대신 EUV를 쓰면 핵심 레이어 층에서 공정 단계가 약 50~60% 줄어든다. 반대로 EUV 없이 같은 물량을 생산하려면 웨이퍼를 30%가량 더 투입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4F²가 중국만의 길은 아니다. 업계와 기술 전문 매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초 10㎚급 공정으로 만든 16Gb 4F² 시제품의 읽기·쓰기 동작을 공개했고, 2028년 전후 양산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F²와 웨이퍼 본딩을 차세대 플랫폼으로 공식화했다. 다만 출발선이 다르다. 한국에 4F²는 값비싼 EUV 사용을 줄이는 선택지지만, CXMT에는 EUV 없이 버티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경로다. 기존 6F² 미세화에서도 격차는 여전하다. CXMT는 지난달에야 1a 공정 양산에 들어갔지만, 삼성전자는 2021년에 이미 이 단계를 지났다. EUV를 들여올 수 없는 CXMT로서는 선폭 경쟁에서 갈수록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선폭을 줄이지 않고 셀 모양을 바꿔 밀도를 높이는 4F²로 노광 해상도 싸움을 구조 싸움으로 바꾼 배경이다. SAQP·수직 트랜지스터·웨이퍼 본딩을 묶어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으로, 전략 자체는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 자금·규모 앞세운 CXMT…'공급 과잉' 나비효과 그렇다고 가볍게 볼 상대는 아니다. CXMT는 확보한 기술부터 단계적으로 조합해 제품을 만들고, 중국 내수 시장을 시험대 삼아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EUV 없이 1a급 D램을 양산 궤도에 올렸고, 4F² 관련 특허도 300건 넘게 쌓았다. 자금은 더 큰 변수다. 메모리 호황으로 CXMT의 올해 매출은 몇 배로 늘고, 매출총이익률은 80%를 웃돌 전망이다. 이 이익과 국가 지원은 수율이 낮은 초기 구간을 버티게 하는 완충판 역할을 한다. 중국산 DUV 장비 생산도 시작됐다. 높은 메모리 가격은 CXMT의 원가 열세를 가려주고 있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CXMT가 기술적 난관을 넘어 4F²-SAQP전환에 안착했을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AI 분야의 수급에 따라 메모리 시장 전반이 공급 과잉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CXMT의 웨이퍼 생산능력은 연말 월 30만 장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증설이 더해지면 월 60만 장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실제 생산량은 수율에 달렸지만, 수율이 안정 궤도에 오르면 물량에 원가 경쟁력까지 함께 갖출 수도 있게 된다. 한국 기업들도 영향권을 벗어나기 어렵다. 중국 완제품 업체들이 자국산 메모리에 한해 도입 기준을 완화하면, 그동안 한국산 칩을 써 온 현지 고객사가 CXMT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시점도 겹친다. 메모리 업체들의 증설 물량이 본격적으로 풀리는 2028년은 업계 전반의 4F² 전환 시기와 맞물린다. 공급이 한꺼번에 늘면 가격 하락 압력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진종문 경남대 반도체부트캠프사업단 교수는 “진짜 위협은 중국이 이미 앞질렀다는 발표가 아니라 수출 규제가 벌어준 시간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데 있다"며 “강요된 선택이라도 쌓이면 독자적인 기술 경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경쟁의 본질은 누가 먼저 발표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수율과 원가를 맞추느냐"라며 “한국은 첫 출시 경쟁에 휘말릴 필요 없이 서버 고객 인증을 통과한 양산 수율, EUV·4F²·웨이퍼 본딩을 결합한 원가 우위를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4F² 다음 전장인 3D D램 준비도 과제다. 시장조사기관과 기술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수직 트랜지스터 단계를 건너뛰고, 낸드플래시처럼 셀을 층층이 쌓는 3D 구조로 직행하고 있다. 진 교수는 “3D D램 준비도 늦춰선 안 된다"며 “연말에 나올 제품의 사양과 수율, 서버 고객의 실제 채택 여부가 첫 성적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오너 경영능력 평가-이재용 ①] 107조 이익으로 돌아온 삼성…취임 4년 ‘초격차’ 재시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취임 4주년을 맞는다. 취임 초기 반도체 불황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논란에 시달렸던 삼성전자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2026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 분기보다 매출은 13.7%, 영업이익은 20.0%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26.6%, 영업이익은 782.5%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아직 사업 부문별 확정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가 실적 개선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서버용 제품 수요 증가, HBM 판매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취임 4년을 맞은 이 회장의 경영 성적표도 달라졌다. 그동안 제기됐던 '투자는 많은데 성과가 늦다'는 평가에서 벗어나, 반도체 불황기에 유지한 대규모 투자가 이익으로 전환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공시 재무자료를 바탕으로 오너 경영인의 취임 전후 성장성·수익성·재무건전성·현금창출력·투자효율·주주가치를 동일한 기준으로 분석한다. 동종업계 및 시장 평균과 비교해 업황 영향을 통제하고, 관련 교수와 전문가의 해설로 숫자의 의미와 한계를 보완한다. 이재용 회장은 2022년 10월27일 삼성전자 회장에 취임했지만 2012년 부회장 승진 이후 그룹 경영 전반에 관여해왔다. 따라서 회장 취임만을 기준으로 성과의 인과관계를 판단하기보다 이 회장 체제에서 삼성전자의 사업구조와 경쟁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봤다. 분석 대상은 삼성전자 연결재무제표다. ◇ 불황기에 멈추지 않은 투자가 반등 기반으로 이 회장 체제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반도체 불황에도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시설투자는 2023년 53조1000억원, 2024년 53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투자액은 각각 48조4000억원과 46조3000억원이었다. 연구개발비도 2024년 약 35조원, 2025년 37조7000억원으로 잇달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단기 실적 방어를 위해 투자를 줄이기보다 첨단 메모리와 파운드리, 차세대 패키징에 자금을 투입하는 전략을 택했다. 당시에는 투자 효율을 둘러싼 비판이 컸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보다 대응이 늦었고, 파운드리에서도 TSMC와의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2023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6조5700억원까지 감소했고, DS부문은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5년 하반기부터 흐름이 바뀌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HBM 등 고부가 메모리 판매 확대에 힘입어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26년 들어서는 HBM4 판매를 확대하고 주요 고객사에 차세대 HBM4E 샘플을 공급했다. 올해 2분기 메모리사업은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서버용 D램과 기업용 SSD, HBM4 등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도 미국 고객사 수주와 HBM용 베이스다이 수요에 힘입어 수익성이 개선됐다. ◇ '많이 투자한 삼성'에서 '투자 성과 내는 삼성'으로 재무제표의 장기 비교만 보면 이 회장 체제의 수익성은 아직 과거 반도체 호황기에 미치지 못한다. 삼성전자의 2017~2019년 연평균 매출은 237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46조8000억원이었다. 2023~2025년 평균 매출은 297조8000억원으로 25.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7조6000억원으로 40.9% 감소했다. 다만 이 비교에는 2023년의 극심한 메모리 불황이 포함돼 있고, 2026년 실적 반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과거 3개년과 최근 3개년 평균만으로 현재의 경영 성과를 판단하면 삼성전자의 수익성 회복 속도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2017~2019년의 연평균 영업이익을 크게 웃돈다. 불황기에 집행한 시설투자와 연구개발비가 HBM4와 서버용 메모리 매출로 전환되면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폰·디스플레이·전장 등으로 사업이 분산돼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강점이다. 반도체 불황기에는 모바일과 디스플레이가 손실을 완충했고, 반도체가 회복되자 그룹 전체 이익이 빠르게 증가했다.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실적 방어와 회복 양쪽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취임 4년 성과는 '회복', 다음 평가는 '지속성' 이 회장은 2022년 회장 취임 당시 별도의 취임식을 열지 않았지만 삼성전자 이사회는 승진 배경으로 책임경영 강화와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제시했다. 취임 이후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과 HBM 대응 지연이라는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투자를 축소하지 않고 첨단 메모리와 파운드리 기술개발을 이어가면서 2026년 역대 최대 실적으로 반등했다. 투자 규모에 비해 성과가 부족하다는 비판에 숫자로 답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은 과제는 실적의 지속성이다. 올해 이익 증가에는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투자 확대에 따른 업황 효과도 포함돼 있다. 오는 29일 공개되는 확정 실적에서 HBM과 파운드리의 수익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HBM4 공급 확대와 파운드리 2나노 공정의 수율 안정, 대형 고객사 확보가 이어져야 이번 실적을 구조적인 경쟁력 회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메모리 가격이 조정을 받더라도 높은 이익률과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다음 성적표를 좌우한다. 재무제표로 본 취임 4년의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 속에서 투자를 지속했고, 그 성과가 역대 최대 실적으로 나타나는 전환점에 도달했다. 초기의 HBM 대응 지연은 한계로 남지만, 2026년의 실적 반등은 이 회장 체제의 투자 전략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할 근거가 됐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베일 벗은 ‘별들의 전쟁’…올해 최고의 게임 가린다

올해 최고 게임을 가리는 '대한민국 게임대상' 본상 후보작이 베일을 벗었다.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작품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작품들도 대거 본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상위권을 휩쓸었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들도 후보에 오른 점도 눈길을 끈다. ◇ 유력 대상 후보로 펄어비스 '붉은사막' 물망 26일 지스타조직위원회는 '2026 대한민국 게임대상' 본상 후보작을 공개하고, 이날부터 대국민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올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최고 게임상을 뽑는 '2026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은 다음달 18일 부산 벡스코(BEXCO) 제2전시장에서 개최된다. 지스타조직위원회가 공개한 본상 후보작 명단에는 총 12종의 게임이 이름을 올렸다. 후보에 오른 작품은 △도깨비의세계(슈퍼캣) △로스트 아이돌론스: 베일 오브 더 위치(오션드라이브스튜디오) △몬길: 스타다이브(넷마블몬스터) △붉은사막(펄어비스) △스톤에이지 키우기(넷마블엔투) △이클립스: 더 어웨이크닝(엔픽셀) △일곱개의 대죄: 오리진(넷마블에프앤씨) △임진왜란: 조선의 반격(레드징코게임즈) △제우스: 오만의신(에이버튼)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스마일게이트) △아이온2(엔씨) △미메시스(렐루게임즈) 등이다. 업계에서는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을 유력한 대상 후보로 점치는 분위기다. 올해 3월 출시된 액션 어드벤처 게임 '붉은사막'은 출시 한 달이 채 되기 전 500만 장을 판매하며 국산 콘솔 패키지 게임 역사상 최단 기간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단순 흥행을 넘어 해외 게임 시상식에서 여러 차례 기술력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붉은사막'은 영국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The Develop Conference)가 주최하는 '디벨롭 스타 어워드(Develop:Star Awards)'에서 '기술 혁신상(Best Technical Innovation)'을 수상했으며, 중국 최대 게임쇼 차이나조이 기간에 열린 '중국 게임 혁신 어워드 2026(CGIA)'에서 '최고의 인터내셔널 게임(Best International Game Award)'을 수상했다. 또 개선판인 '붉은사막 인핸스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중 투표 게임 시상식인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The Golden Joystick Awards 2026)'에서 '올해의 PC 게임(PC Game of the Year)', '최고의 사운드트랙(Best Soundtrack)' 등 2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 아이온2·카제나…다크호스 떠오른 '미메시스' 글로벌 성과로 치면 엔씨의 '아이온2'나 스마일게이트의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도 쟁쟁한 후보로 꼽힌다. 엔씨의 '아이온2'는 이달 5일 글로벌 시장에 정식 출시된 후 최고 동시접속자 수 40만 명을 넘어섰고, 출시 첫주 스팀(Steam) 주간 글로벌 매출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엔씨가 대한민국 게임대상에 출품한 것은 지난 2012년 대상을 받은 '블레이드&소울' 이후 14년 만이다. 스마일게이트의 서브컬처 게임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는 자체 신규 IP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해당 작품은 지난해 10월 전세계 174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출시 한 달 만에 일일 활성 이용자 수(DAU) 111만 명을 돌파했으며, 올해 2월에는 '센서타워 APAC 어워즈'에서 '최고의 신규 서브컬처 게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크래프톤 산하의 렐루게임즈가 만든 '미메시스'도 다크호스다. 지난해 10월 스팀 얼리 액세스로 출시됐고, 지난 6월 기준 누적 판매량 200만 장을 넘어섰다. 미메시스는 인공지능 기술을 게임의 핵심 구조에 결합한 'AI 네이티브 게임'으로, 이미 해외 여러 시상식에서도 게임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앞서 일본 최대 게임 개발자 전문 컨퍼런스 CEDEC에서 열린 'CEDEC 어워드 2026'에서 한국 게임 최초로 게임 디자인 부문 우수상을 받았고, 지난달에는 '일본 호러 게임 어워드'에서 멀티플레이 호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단일 게임 기업 중 가장 많은 작품을 후보에 올린 넷마블이 어떤 성과를 낼지도 주목된다. 넷마블몬스터의 '몬길: STAR DIVE', 넷마블엔투의 '스톤에이지 키우기', 넷마블에프앤씨의 '일곱 개의 대죄: Origin'은 앞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26 올해의 우수게임'에서 나란히 일반게임 블록버스터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한편 대국민 투표는 누구나 게임대상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대국민 투표 결과는 본상에 25% 비중으로 반영된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테슬라, 국토부에 FSD 승인 신청서 제출...주사위는 국토부로

테슬라코리아가 국토교통부에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 적용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22일 국토부 모빌리티자동차국에 FSD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홍지선 국토부 장관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테슬라의 신청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FSD와 관련해 국토부에 공식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신청서의 구체적인 내용과 대상 차종, 적용 하드웨어 범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FSD 사용이 제한된 차량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모델3·모델Y로, 이번 신청에 해당 차량 전체가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산 테슬라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안전기준 인정 예외가 적용되는 만큼, 신청 대상 차종과 기능에 따라 적용 여부는 달라진다. 관건은 현행 자동차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능에 별도의 특례를 적용할 수 있는지다. 국토부는 지난 8월 국민신문고 민원 답변에서 일반도로에서 작동하는 테슬라 감독형 FSD와 FSD V14 라이트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89조 별표 6의2 제10호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기준은 차로 변경 시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직접 조작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반면 테슬라의 감독형 FSD는 주변 교통 상황을 바탕으로 시스템이 차로 변경을 판단하고 주행을 수행하는 기능을 포함한다. 국토부는 이 같은 작동 방식이 현행 자동차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는 자동차 안전기준 특례를 활용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114조의2 등을 언급하며 특례 적용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시 장 의원은 테슬라코리아 측에도 정식 승인 신청과 안전성 검증을 추진할 계획이 있는지 질의했다. 이에 서영득 테슬라코리아 대표는 당시 국토부로부터 FSD 관련 공식 조사나 자료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검증 창구와 제도가 마련되면 국토부와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제114조의2는 기존 규칙에서 정한 장치보다 우수한 새로운 장치 또는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장치에 관한 특례를 규정한다. 장 의원은 이 조항과 제114조제15항을 근거로 외국 안전기준 적용 등 특례 활용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해당 조항을 테슬라 FSD에 실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국토부의 구체적인 판단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제기준과 국내 기준의 관계도 쟁점이다. 국토부는 운전자제어지원시스템(DCAS)에 관한 국제기준인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UN R171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도심 핸즈오프 주행을 포함한 테슬라 FSD는 DCAS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국제기준을 국내에 도입하는 것과 FSD가 해당 기준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FSD 안전성 검증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장 의원실이 공개한 국토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 제출자료에 따르면 FSD 관련 정부 시험·검증 실적과 공단의 시험·평가 결과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성 검증 여부에 대한 판단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향후 검증 계획 역시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테슬라의 승인 신청에 따라 국토부는 FSD의 국내 안전기준 충족 여부를 검토하고, 필요에 따라 안전성 평가 항목과 검증 절차를 구체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정부가 해당 시스템을 직접 시험·검증한 이력이 없는 만큼, 심사 과정에는 차로 변경 등 주행 기능의 안전성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 실도로 시험을 실시할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한국항공정책연구원 개원…“학자적 양심, 발주처 요구에도 연구 결과 왜곡 않겠다”

한국항공정책연구원이 항공 안전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항공산업 전반의 정책과 제도 개선을 연구하는 민간 연구 기관으로 출범했다. 공항 주변 고도 제한과 도시 발전의 접점을 찾고 산업 환경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준을 개선하는 데 역량을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연구원은 발주처의 요구에 맞춰 결론을 바꾸지 않는 연구의 독립성과 정확성을 운영 원칙으로 내세웠다. 항공정책연구원은 25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사무실에서 개원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항공 운항·관광·사고 조사·관제·항공 보안·정보 기술(IT) 등 여러 분야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연구원의 출발을 축하하고 협력 의사를 밝혔다. 연구는 송병흠 원장이 총괄하고, 윤수정 대표이사가 행정과 운영을 뒷받침하는 체계다. 송 원장은 개원식에서 연구원의 지향점을 '연구자적 관점'으로 설명했다. 정책적 분위기나 발주처의 이해관계에 휩쓸리기보다 학자적 양심에 따라 정확한 판단을 제시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원칙이 영업에 불리해 보일 수 있지만, 정확한 결과를 필요로 하는 기관과 기업의 신뢰를 얻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갑이 아무리 우리한테 돈을 줬더라도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우리가 학자적 양심으로 왜곡하지 않고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원장은 이 같은 연구가 5년 가량 축적되면 국가 기관을 비롯한 여러 주체가 정확한 판단을 구하기 위해 연구원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으로 약 5년간 자신의 연구 경험과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연구원에 접목하고, 함께하는 연구자들이 이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연구원은 기존 한국항공안전과 항공안전시스템을 통합해 재설립한 조직이다. 송 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안전 쪽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정책이나 항공산업 전반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체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항공 안전과 엔지니어링·시스템 분야를 기반으로 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까지 연구 범위를 넓혔다는 의미다. 출범 배경에는 기술과 산업의 변화에 비해 관련 제도의 개선 속도가 더디다는 문제 의식이 자리한다. 송 원장은 “항공 분야에는 약 50년 전 만들어진 법령과 기준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현대 산업사회의 발전을 제도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해외의 선진 제도와 기준을 비교하되 국내 실정에 맞는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이 연구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법령 하나에 국한하지 않고 법령·훈령·고시 등을 살펴 시대 변화와 맞지 않는 내용을 발굴한 뒤 국가 기관과 지방 자치 단체에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당면 과제로는 공항 주변 고도 제한과 관련한 제도 개선을 꼽았다. 송 원장은 도시 발전을 제약하는 규정과 법령의 개정안을 마련하는 연구 용역의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서울 강서구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고도 제한과 관련, 그는 기준 높이를 산정하는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 원장은 관련 문제를 지자체에 제시했고 국토교통부에서도 긍정적인 답변과 개정 검토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의 성과로는 자신이 참여한 경기도 성남시 고도 제한 관련 연구를 들었다. 송 원장은 성남시의 1·2·3차 연구를 수행해 왔다며 제시한 다섯 가지 방안 가운데 두 가지가 국방부를 통해 해결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과 주변 기업들이 연구에 신뢰를 보내고 자문을 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연구원의 초기 사업은 정부와 지자체 용역을 중심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공공 분야에서 수행 실적과 신뢰를 쌓은 뒤 대기업과 공항 주변 사업자 등 민간 부문으로 연구·자문 수요를 넓혀 가겠다는 방침이다. 민간 기업과는 두 건의 과제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나는 대규모 주택단지 개발과 관련한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비행장 주변에서 건축물의 높이를 높이려는 기업의 의뢰다. 송 원장은 사업을 무리하게 늘리기보다는 현재 수행 중인 연구와 예정된 과제를 차근차근 완수하는 데 무게를 뒀다. 그는 적극적으로 사업을 찾아다니며 외형을 키우기보다, 정확한 연구와 유용한 결과를 통해 일정한 용역 수요가 이어지는 구조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송 원장은 “어떤 이윤을 낸다기보다는 우선은 연구원을 유지하는 정도로 하면서 지역 사회나 국가에 공헌한다는 개념"이라며 “정확하고 모두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수익 극대화보다 연구원의 지속적인 운영과 공공적 기여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취지다. 조직 운영에서는 연구와 행정의 역할을 나눴다. 송 원장은 약 35년간 쌓은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 방향과 결과를 책임지고, 윤 대표는 연구진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과 경영을 맡는다. 현재 부원장은 없지만 향후 박사급 연구자나 교수들의 참여에 따라 인적 구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연구원의 역할이 과제 수주에서 출발해 깊이 있는 연구로 통찰을 얻고, 더 나은 항공 정책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결과를 제시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원장과 연구진이 연구에 전념하도록 지원하면서 정부 기관·학교·다른 단체들과도 협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연구는 깊이 있게, 운영은 탄탄하게"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연구원 단독으로 성장하기보다 외부 기관과 전문성을 나누며 항공정책과 항공 안전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뜻이다. 장기적으로는 성장 단계에 맞춰 행사를 확대하고 국제 콘퍼런스를 여는 구상도 언급했다. 이날 참석자들의 소개에서는 연구원이 구축하려는 협력 기반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항공대학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선아 수원과학대학교 항공관광과 조교수는 책임 연구원으로 합류했다. 유재훈 청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도 개원을 축하하며 협력 의사를 전했다. 시스템 통합(SI) 분야에서 일하는 김형섭 씨는 약 15년 전 송 원장과 항공 관련 연구를 함께한 인연을 소개했다. 이후 연구원의 전신인 한국항공안전(KASA) 설립에도 함께했다며 기존 활동이 새 조직으로 이어지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앞으로 2년이 더 위험하다”…PHP 추가 결함에 北 해킹 의혹까지

전 세계 웹사이트의 약 70%가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 PHP에서 치명적인 보안 결함이 발견된 데 이어 새로운 취약점까지 확인됐다. 긴급 보안 패치를 적용한 서버에서도 특정 조건에선 해킹 위험이 남아 있는 것이다. 북한 해킹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세력이 한국 정부기관과 금융권을 공격 대상으로 검토한 정황도 포착됐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PHP 개발팀은 지난 23일 기존 보안 패치로 해결되지 않는 추가 취약점(CVE-2026-115560)을 공개했다. 지난 21일 치명적인 취약점 2건을 수정한 새 버전을 배포한 지 이틀 만이다. 새 취약점은 PHP의 파일 업로드 진행 상황을 추적하는 기능과 관련돼 있다. 특정 서버 설정과 프로그램 코드가 결합하면 외부 공격자가 악성 코드를 실행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배포된 최신 보안 패치를 설치한 서버도 해당 조건에선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모든 PHP 서버가 새 취약점에 노출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도중 세션 데이터 처리 방식을 변경하는 등 일부 조건이 충족돼야 공격이 가능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정식 수정판이 나올 때까지 파일 업로드 진행 상황을 추적하는 기능을 비활성화하도록 권고했다. 설정을 변경한 뒤에는 PHP 작업 프로세스를 재시작해야 한다. PHP 개발팀은 해당 문제를 다음 정기 업데이트에서 수정할 예정이다. ◇2년 전부터 결함 징후…늑장 대응 도마 이번 사태는 지난 21일 PHP에서 치명적인 취약점 2건이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해커가 이를 악용하면 관리자 비밀번호 없이도 서버에서 악성 코드를 실행하거나 정보를 빼낼 수 있다. PHP 개발팀은 보안 수정판을 긴급 배포했지만, 사전에 취약점 관련 정보가 유출되면서 공격 시도가 잇따랐다. 글로벌 인터넷 보안업체 클라우드플레어에 따르면 취약점 공개 이후 이를 악용하려는 공격 시도가 급증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공식 발표 나흘 전인 지난 17일부터 관련 공격 시도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격 시도가 실제 서버 침투나 정보 유출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안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매슈 프린스 클라우드플레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악의 시기는 아직 지나가지 않았다"며 “앞으로 2년간 거의 매주 중대한 버그가 발견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과거에는 찾아내기 어려웠던 취약점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PHP 개발팀의 대응이 늦어진 사실도 드러났다. PHP 재단에 따르면 이번 취약점의 원인이 된 문제는 2024년 외부 보안 감사에서 처음 지적됐다. 그러나 당시 구체적인 공격 가능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수정 방법을 둘러싼 이견도 이어지면서 조치가 지연됐다. 올해 8월 외부 보안 연구진이 해당 결함을 이용해 서버에서 악성 코드를 실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수정 작업이 본격화됐다. PHP 재단은 보안팀의 의사 결정 과정과 인력 부족 등이 대응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문제는 PHP가 전 세계 웹사이트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는 점이다. 기업 홈페이지와 온라인 쇼핑몰, 정부기관 웹사이트 등에서 로그인과 검색, 결제 기능을 처리하는 데 쓰인다. 자체 보안 인력이 부족하거나 오래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관은 업데이트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北 해커 연계 의혹…한국도 공격 대상 PHP 취약점을 이용해 한국을 공격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싱가포르 보안업체 사이퍼마는 지난 23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어를 사용하는 해커들이 익명 네트워크에서 PHP 취약점을 활용한 공격 계획을 논의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공격 대상으로 거론한 곳에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정부기관과 은행, 금융회사 등이 포함됐다. 제조업체와 물류회사, 항공 관련 시설 등도 공격 대상으로 검토된 것으로 분석됐다. 사이퍼마는 해당 세력이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와 연계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라자루스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중간 수준의 확신을 보였다. 공격을 준비한 정황과 실제 공격 성공 여부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이퍼마는 지난 23일 8시간 동안 관련 공격 행위가 의심되는 인터넷주소(IP) 17개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IP가 모두 북한 해킹조직에 속한다거나 실제 침투에 성공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보안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민간 분야 사이버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고 주요 기업과 기관에 보안 점검을 요청했다. 보안업계에서는 기존 패치를 적용했더라도 추가 취약점과 관련된 서버 설정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보안 지원이 끝난 구형 PHP를 사용하는 기관은 최신 버전으로 교체하고, 침입 시도가 있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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