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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반려해변’ 정화활동 전개…“건강한 해양생태계 조성”

고려아연은 회사 온산제련소 임직원들이 최근 울산 울주군 평동해변에서 올해 두 번째 '반려해변 정화 봉사활동'을 진행했다고 12일 밝혔다. 임직원들은 지난 7일 해변으로 유입된 플라스틱류와 생활쓰레기, 폐어구 등 각종 해양폐기물을 집중적으로 수거했다. '반려해변'은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이 주관하는 해양 환경 보전 캠페인이다. 기업이나 단체가 특정 해변을 입양하고 정기적인 정화 및 생태 보호 활동을 전개한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자원순환의 날(9월 6일)'을 맞아 평동해변을 반려해변으로 입양했다. 지난해 9월과 11월 두 차례 반려해변 정화 봉사활동을 진행했으며, 올해도 9월에 이어 이번 달 두 번째 봉사활동을 펼쳤다. 고려아연은 반려해변 정화활동 외에도 해양생태계 회복을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울산광역시, 한국수산자원공단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민관협력 바다숲 가꾸기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회사가 총 1억원을 지원하는 이 사업은 지난 2018년 바다숲을 조성한 평동해변을 대상으로 내년 6월까지 진행한다. 해조류 확산단지 조성, 소라·성게 등 조식동물 구제, 폐기물 수거, 해안 정화활동, 생물상 모니터링이 추진될 예정이다. 특히 고려아연은 이번 활동에서 해양폐기물 수거와 함께 평동해변의 폐기물 발생 현황을 살피는 모니터링도 진행했다. 지난 9월 실시한 1회차에서 46.9kg의 해양폐기물을 수거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변에 유입되는 폐기물의 종류와 발생 현황을 살피고 변화 추이를 점검했다. 온산제련소는 향후 정기적인 봉사활동과 모니터링을 병행하며 반려해변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관계자는 “구성원들이 함께 지역의 해양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뜻을 모았고, 꾸준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반려해변 정화 봉사활동의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반려해변 정화활동 및 모니터링을 꾸준히 이어가, 지역사회와 함께 깨끗하고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단독] “자율주행만 믿고 달렸는데”…ACC 사고 유형·차종 따져보니 ‘속수무책’

국회에서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ACC 사고 예방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최근 5년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적응형 순항 제어장치(ACC) 사고의 치사율은 일반 사고보다 6.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차량 중 국산차 비중도 높았다. 이를 두고 12일 업계에서는 주행 보조 시스템의 한계 고지와 사고 구간 정보 공유 등 실효성 있는 사고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12일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2026년 8월까지 ACC(적응형 순항 제어장치) 작동 중 발생한 고속도로 교통사고는 총 32건이었다. 이로 인해 23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쳤다. 사고 건수 대비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치사율은 71.9%로, 같은 기간 고속도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인 10.4%의 6.9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고속도로 전체 교통사고는 7035건으로 사망자 735명, 부상자 1167명이 발생했다. 사고 차량 제조사별로는 현대차가 15건으로 가장 많았고 기아가 10건으로 뒤를 이었다. 현대차그룹 차량의 사고는 전체의 78.1%인 25건으로 집계됐다. 이어 아우디 4건, 볼보·BMW·KG모빌리티(KGM)가 각각 1건이었다. 사고 유형별로는 공사구간 사고가 20건으로 가장 많았고, 정차 차량 추돌이 12건이었다. 현대차·기아 차량 사고 25건에서도 공사구간 사고가 16건, 정차 차량 추돌이 9건으로 나타났다. 다만 업계에서는 사고 건수만으로 특정 제조사 ACC의 기술적 문제를 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제조사별 점유율과 실제 운행 차량 규모가 다른 만큼, 사고 건수만으로 차량의 안정성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의 사고 건수가 많다고 해서 특정 제조사의 ACC에 결함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과 ACC 장착 차량 대수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사고 원인으로는 운전자의 전방주시태만이 가장 많았다. 전체 사고 32건 중 26건(81.3%)이 전방주시태만으로 발생했다. ACC 작동 중 발생한 사고 10건 중 8건 이상이 운전자가 전방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셈이다. 이로인해 16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다. 나머지 6건의 원인은 졸음운전으로, 졸음운전 사고에서도 7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건수는 전방주시태만이 더 많았지만, 졸음운전 역시 적은 건수 대비 인명 피해 규모가 컸다. ACC는 운전자의 주행을 보조하는 장치로, 모든 주행 상황에서 위험 요소를 감지하거나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시스템의 작동 범위와 한계를 고려한 운전자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국내외 승용차 6종을 대상으로 ACC를 포함한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를 시험한 결과, 6종 모두 도로 가장자리에 설치한 어린이 모형을 인식하지 못했다. 사고로 차량이 정차한 상황에서도 3개 차종은 장애물을 인식하지 못하고 충돌했다. 공단은 차량별로 장애물 인식 범위와 장치 작동 조건에 차이가 있으며, 현재 기술로는 모든 교통상황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 역시 ACC가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이 아닌 주행 보조장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 의원은 “ACC는 어디까지나 주행 편의를 돕는 보조장치일 뿐 돌발 상황에 스스로 대처하는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이 아니다"라며 “고속도로는 일반도로에 비해 주행속도가 빠른 만큼 , 순간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차량 구매 단계에서부터 주행보조 시스템의 한계와 위험성을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제도화하고, 운전자 주의 경고 시스템 등 보다 근본적인 예방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의 사고 예방 대책도 도마에 올랐다. 조 의원은 현재 도로공사의 대책이 도로전광표지(VMS) 문구 표출이나 휴게소 포스터 부착 등 소극적인 캠페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도로공사는 지난 2024년 ACC 사고를 사망 사고의 4대 핵심 취약 요인 중 하나로 선정하고 언론 매체 등을 통한 교통 안전 홍보를 추진한 바 있다. 다만 운전자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홍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위험 구간이나 돌발 상황 정보 등을 운전자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예방 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해외에서는 공사구간 위험정보를 표준화해 민간 서비스와 공유하는 등의 디지털 정보 연계 체계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교통부는 2018년 3월부터 공사구간 데이터 공유 프로젝트인 '워크존 데이터 익스체인지(WZDx)'를 추진해 왔다. 도로 관리기관이 보유한 공사구간 정보를 표준화해 민간 지도·내비게이션 사업자와 차량 기술 개발 업체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도로 안내 표지판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공사구간 정보를 차량과 관련 서비스에 전달할 수 있도록 데이터 공유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도 도로공사가 공사구간과 사고 다발 구간 정보를 완성차 업체에 신속하게 제동하고, 이를 차량과 네비게이션 경고에 반영하는 체계를 마련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도로공사가 공사 예정 구간과 작업 기간, ACC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구간을 취합해 완성차 업체와 내비게이션 업체에 전달하면, 해당 정보가 곧바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적용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이수진 인턴기자

칩 팔던 엔비디아, AI 모델까지…리플렉션AI 인수 저울질

엔비디아가 미국 AI 스타트업 리플렉션AI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미 8억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추가 지분 확보와 기술 인수까지 논의 중이다. 중국 딥시크 등이 강세를 보이는 개방형 AI 시장에 직접 진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각) 엔비디아가 리플렉션AI 인수 또는 추가 투자 방안을 놓고 초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도 11일 추가 지분 투자와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 공급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거래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리플렉션AI 전체를 인수하는 대신 핵심 연구진을 영입하고 기술 사용권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업 자체보다 인력과 기술 확보에 초점을 맞춘 방식이다. FT는 이 경우 기업 인수에 따른 장기간의 경쟁당국 심사를 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리플렉션AI의 주요 주주 가운데 하나다.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만 8억달러(약 1조750억4000만원)에 달한다. 리플렉션AI는 지난 3월 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 250억 달러(약 33조5000억원)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이르면 수주 안에 거래에 합의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협상 결과는 불투명하다. 리플렉션AI는 2024년 구글 딥마인드 출신 연구원 미샤 라스킨과 이오아니스 안토노글루가 설립한 기업이다. 두 사람은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 개발에도 참여했다. 리플렉션AI는 소프트웨어 개발 자동화와 AI 에이전트 업무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첫 개방형(오픈웨이트) AI 모델인 '빔(Beam)'을 발표했다. 회사 측은 빔이 중국 AI 기업 Z.ai의 'GLM-5.2'와 비슷한 추론 성능을 더 적은 연산량으로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모델의 핵심 수치인 가중치는 이달 중 공개할 예정이다. 리플렉션AI는 국내 신세계그룹과도 협력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 3월 업무협약(MOU)을 맺고 국내 최대 규모인 250MW(메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엔비디아가 공급할 예정이다. 양사는 합작법인을 설립해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엔비디아가 리플렉션AI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중국 기업들의 개방형 AI 시장 확대가 있다. 개방형 AI는 모델의 핵심 수치인 가중치를 공개해 기업과 개발자가 자체 서버에서 운영하거나 필요에 맞게 수정할 수 있는 방식이다. 중국 딥시크와 문샷AI 등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의 개방형 AI 모델을 잇달아 내놓으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에서는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주요 AI 기업들이 핵심 기술을 공개하지 않는 폐쇄형 모델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왔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AI 행동계획에서 자국산 개방형 AI 모델의 경쟁력 확보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리플렉션AI는 미국 국방부 및 에너지부와도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도 자체 개방형 AI 모델인 '네모트론'을 개발하고 있다. 리플렉션AI의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면 반도체부터 AI 모델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 기업들이 개방형 AI 모델을 자체 데이터센터에서 운영할 경우 엔비디아의 GPU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인수가 성사되면 엔비디아가 자사 GPU를 구매하는 기존 AI 모델 개발사들과 직접 경쟁하게 된다. 대규모 AI 기업 인수에 대한 경쟁당국의 심사 가능성도 거래 성사의 변수로 꼽힌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현대제철 ‘H형강 통합브랜드’ 공식 출범…고부가 대형건축 시장 공략

현대제철이 통합 H형강 브랜드를 론칭하고 고부가가치 건축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현대제철은 최근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원 타운홀에서 새 H형강 브랜드 'H ONE' 론칭 행사를 개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신규 브랜드는 압연 H형강(RH형강) 중심의 기존 사업영역을 용접 H형강(BH형강)까지 확대함으로써 건축 트렌드 변화에 따라 다양화된 고객사 요구상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실제 H형강은 최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와 반도체 팹 등 대형 건축물 시장이 확대되면서 규격과 구조 성능에 대한 요구 역시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대규모 서버와 냉각·전력설비, 첨단 생산설비 등 설치가 요구되는 AIDC의 경우, 높은 하중을 견디기 위한 구조 성능과 대형 단면, 비표준 규격 등이 요구돼 기존 RH형강 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공사기간 단축과 자재 조달 안정성 등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건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이처럼 건축물의 구조·설계조건이 다양해지면서 표준 규격 H형강의 공급 안정성은 물론. 프로젝트별 특수 규격에 대한 유연한 대응 능력도 요구되면서 H형강 공급 역량 강화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현대제철은 서로 다른 강점을 지닌 RH형강과 BH형강을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하고, 이를 통해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맞춘 제품 공급체계 구축에 나섰다. RH형강은 반제품을 압연해 일체형으로 생산하는 방식으로 균일한 품질과 안정적인 공급 능력이 강점인 반면, 후판을 절단·용접해 제작하는 BH형강은 대형 단면이나 비표준 규격 등 프로젝트별 특수 설계 조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현대제철은 이번 신규 브랜드를 통해 기존 국내 최대 RH형강 공급사로서 장기간 축적한 생산·판매 역량과 고객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BH형강까지 본격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BH형강 규격 중에서도 H형강의 하중 지지력 등 구조적 특성을 충족하고, 제작 시 용접 품질까지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핵심 BH형강 제품 규격 130종을 선정해 고객사의 제품 선택 폭을 확대했다. 아울러 현대제철은 신규 브랜드를 통해 RH형강의 공급 안정성과 BH형강의 규격 대응력을 결합함으로써 고객사에 최적의 제품과 공급 방안을 제안하는 통합 솔루션 역량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건축 프로젝트에선 건축물의 구조와 하중, 규격, 강종, 물량, 납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합한 RH·BH형강 제품 조합을 제안하고 구조 성능과 경제성을 고려한 VE(Value Engineering) 솔루션을 제공해 고객의 설계 효율과 자재 조달 편의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향후에는 프로젝트 초기 설계 검토부터 제품 선정, 견적, 구매, 생산·남품, 기술 지원까지 서비스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에 고객사 프로젝트 전주기를 지원하는 통합 서비스 밸류체인 구축에도 나선다는 목표다. 현대제철 영업본부장 김성민 전무는 “RH와 BH를 아우르는 'H ONE'의 제품 포트폴리오와 고객 대응 역량을 기반으로 다양한 H형강 수요를 통합적으로 해결하고, 고객이 H형강과 관련한 요구와 고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찾는 통합 솔루션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이슈&인사이트] 작은 기업의 경쟁력은 고객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고 만든 제품 앞에서 고객은 망설였다. 쌀은 씻어야 하는지, 나물은 헹궈야 하는지, 물은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한 간편식 기업 대표가 인터뷰에서 들려준 소비자 반응이다. 만드는 사람은 설명을 넣었으니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처음 포장을 뜯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제품이었다. '간편식'이라는 이름이 간편한 식사를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전자레인지 조리 안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700W와 1000W라는 출력 수치를 제시했지만 낯설어하는 고객이 있었다. 이 기업은 '꼬들밥', '촉촉밥'처럼 고객이 원하는 식감을 기준으로 조리법을 안내했다. 기기의 수치와 조리 결과를 고객의 눈높이에서 연결하려는 시도였다. 제품을 개발한 사람이 익숙하게 쓰는 말과, 바쁜 일상에서 한 끼를 준비하는 사람이 이해하는 말 사이에는 거리가 있었다. 이 기업은 육아 가정의 먹거리 고민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간식 상품을 판매한 뒤에는 수많은 구매 후기를 읽으며 제품 구성을 바꿨다. 출산 후 몸 관리를 내세운 간식에서도 고객은 맛있는 것을 먹는 즐거움을 원했다. 판매자는 제품에 담은 기능과 의도를 설명하지만, 고객은 먹는 순간의 맛과 편리함까지 함께 평가한다. 후기는 그 차이를 알려주는 자료였다. 작은 기업은 제품 하나를 내놓기까지 많은 시간과 돈을 쓴다. 원료를 고르고 포장을 만들고 생산 조건을 맞춘다. 그 과정을 오래 거칠수록 자신의 제품을 잘 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제조법을 아는 것과 고객의 사용 경험을 아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왜 이 원료를 썼는지 자세히 설명하면서도, 정작 고객이 포장을 어디서 뜯어야 할지 망설이는 순간은 놓칠 수 있다. 수면용 속옷을 만드는 한 기업의 경험은 이 차이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초기 제품은 몸을 강하게 조이고 잡아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표 자신은 그 점을 장점으로 여겼지만 고객의 반응은 달랐다. “저는 처음에 그게 좋았어요. 그런데 안 팔려요."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다. 잠잘 때 편하게 입고 싶은 사람에게 강한 압박은 오히려 불편함이었다. 이 기업은 압박을 줄이고 편안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품을 수정했다. 고객 의견을 반영해 큰 사이즈를 추가하고 색상도 늘렸다. 그렇다고 이 변화만으로 시장에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표는 인터뷰 당시에도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을 더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례에서 눈여겨볼 것은 성공담보다 제품을 고치는 태도다. 만든 사람의 만족을 잠시 내려놓아야 고객이 원하는 개선을 시작할 수 있다. 상품을 파는 중소기업이라면 누구나 판로를 넓히고 싶어 한다. 온라인몰에 입점하고 새로운 판매채널을 찾는 일은 중요하다. 그에 못지않게 살펴야 할 것은 고객이 상품을 만난 뒤의 과정이다. 상세페이지에서 용도를 이해하는지, 배송된 제품을 어렵지 않게 사용하는지, 기대했던 맛과 촉감이 실제 경험과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판매채널이 구매의 기회를 열어준다면, 재구매로 이어갈 이유는 상품을 쓰는 과정에서 생긴다. 고객 이해를 위해 처음부터 큰 조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반복해서 들어오는 문의를 모으고, 반품 사유를 읽고, 처음 구매한 고객이 제품을 쓰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때 고객이 설명을 잘 읽지 않았다고 탓하기 전에 같은 질문이 왜 되풀이되는지 물어야 한다. 제조업체에는 당연한 보관법이나 사용 순서가 소비자에게도 당연한 것은 아니다. 기능을 하나 더 넣기 전에 사용 과정의 막힘을 줄이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모든 요구를 제품에 담을 수는 없다. 같은 불편이 여러 고객에게 반복되는지 확인하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먼저 바꿔봐야 한다. 안내 문구를 고치거나 포장을 손본 뒤에는 문의와 반품이 줄었는지, 재구매가 늘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원가와 품질을 함께 확인해야 개선도 지속할 수 있다. 작은 기업의 경쟁력은 제품을 출고하는 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고객이 상자를 열고, 한 끼를 준비하고, 옷을 입고 생활하는 과정에서 평가받는다. 다음 상품을 기획하거나 광고비를 늘리기 전에 우리 제품이 고객의 하루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자. 설명서 앞에서 멈추는 순간, 입었다가 다시 벗는 순간에 고쳐야 할 이유가 담겨 있다. 고객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순간을 찾아 제품에 반영하는 일이다. bienns@ekn.kr

로보락은 왜 ‘110도 스팀’을 꺼냈나…S10 맥스V 울트라 스팀 국내 출시

로보락이 12일 한국 시장 맞춤형 플래그십 로봇청소기 '로보락 S10 맥스V 울트라 스팀(S10 MaxV Ultra Steam)'을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이 제품은 청소와 위생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높은 눈높이와 한국의 주거 환경을 고려해 개발됐다. 강력한 흡입과 정교한 물걸레질은 기본이다. 여기에 청소 뒤 물걸레와 도크를 관리하는 과정까지 자동화해 청소 전 과정의 편의성과 위생을 함께 끌어올렸다. 로보락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청소·위생 기준과 생활 환경을 고려해 스팀 기반 위생 관리 기술과 최신 청소 기술을 집약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고온 스팀을 활용한 위생 관리 시스템이다. 먼저 최대 100도의 온수로 물걸레를 빨고, 이어 최대 110도의 스팀을 걸레 섬유 깊숙이 불어넣어 오염물을 불린 뒤 집중 세척한다. 청소를 마치면 최대 63도의 열풍으로 물걸레와 먼지 배출 통로를 말린다. 도크 역시 최대 100도 온수로 스스로 세척한다. 물걸레 성능도 높였다. '비브라라이즈(VibraRise) 5.0' 시스템은 14N의 힘으로 걸레를 바닥에 누르면서 분당 최대 4000회 음파 진동을 일으켜 오염을 닦아낸다. 물걸레 헤드가 바깥으로 확장돼 벽면과 모서리까지 닿는다. 카펫처럼 물걸레질이 필요 없는 곳에서는 브러시를 들어 올리거나 걸레를 떼어내 공간에 맞게 청소한다. 진공 청소에는 최대 출력 3만6000Pa(파스칼)의 '하이퍼포스(HyperForce)' 모터를 달았다. '듀오 디바이드(DuoDivide)' 메인 브러시와 '플렉시암(FlexiArm) 아크' 사이드 브러시로 이뤄진 이중 엉킴 방지 구조는 최대 40㎝ 길이의 머리카락도 감기지 않도록 설계됐다. 먼지 자동 비움과 세제 자동 투입 기능도 갖춰 사용자의 관리 부담을 줄였다. 또 다른 관심사는 주행 능력이다. '어댑트리프트 섀시(AdaptiLift Chassis) 3.0'과 '리트랙트센스(RetractSense)' 내비게이션을 적용해 최대 8.8㎝ 높이의 이중 문턱을 넘는다. 본체 높이는 7.95㎝까지 낮춰 가구 밑으로도 파고든다. 장애물 인식 시스템 '리액티브 AI(Reactive AI) 3.0'은 3중 구조광과 RGB 카메라, 측면 구조광 '버티빔(VertiBeam)'을 조합해 300종이 넘는 사물을 구별한다. 가구와 물건이 많은 실내에서도 정밀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판매전도 본격화한다. 로보락은 출시일부터 공식 마이크로사이트와 네이버 등 주요 온라인 채널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출시 당일 저녁 네이버 모바일 라이브 방송으로 신제품을 소개한다. '로보락 WISH 교환권' 같은 소비자 참여형 이벤트도 마련했다. 이후 일정은 △카카오 '쇼핑페스타' 참여(12~25일) △CJ온스타일 홈쇼핑 방송(17일) △네이버 '오늘의 팝업'(19일) △GS홈쇼핑 방송(25일) △네이버 '넾다세일' 참여(26일~11월 8일) 순이다. 구매 고객에게는 방문 설치, 펫 배변 흡입 안심보장, 이사 시 직배수 재설치 등을 지원하는 '로보락 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부 혜택과 조건은 모델과 판매 채널에 따라 다르다. 로보락 관계자는 “청소 성능은 물론 청소 후 관리까지 더 편리하고 위생적인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SK, AI 인재에 통 큰 베팅…2년간 월 300만원 지원

SK가 학위나 취업이 아니라 '도전' 자체를 지원하는 청년 인재 프로그램을 내놨다. 프로그램 이름인 '아이젠(AIGEN)'은 AI와 세대(Generation)를 합친 말로, AI를 익숙하게 다루는 요즘 청년층을 가리킨다. 2년간 매달 성장지원금을 주면서도 수료 뒤에는 어떤 의무도 지우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식 습득과 시험 대비는 AI가 대체하는 시대에, 직접 부딪히고 실패해 본 경험이 인재의 경쟁력이 된다는 판단이다. ◇ “AI시대 역량 키우려는 청년들의 도전 지원" SK는 2년제 비학위 프로그램 'SK AIGEN(아이젠)'을 신설한다고 12일 밝혔다. 참가자가 개인과 기업, 사회의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고 AI로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개인 또는 팀 단위로 수행하며 필요한 역량을 쌓는 방식이다. 박상규 마이써니 총장은 “SK는 AI시대에 맞는 역량을 키우고 싶은 청년들의 도전을 지원하기 위해 '아이젠'을 준비했다"고 밝혓다. 대상은 2년 과정을 전일제로 소화할 수 있는 만 19∼34세 청년이다. 선발은 SK그룹 인재육성 플랫폼 '마이써니(mySUNI)'가 맡는다. 학력이나 전공보다 기술·연구·문화예술·공공·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풀어내려는 의지와 성장 잠재력을 본다. 1기 모집은 11월 1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하며, 12월 말 50명 안팎을 최종 선정한다. 첫 과정은 2027년 3월 시작한다. 10월 28일에는 한국고등교육재단 컨퍼런스홀에서 오프라인 설명회도 연다. 참가자에게는 2년 동안 매달 300만 원의 성장지원금이 지급된다. 역량 교육과 개인·팀 프로젝트 멘토링, 활동 공간도 제공한다. 다만 특정 기업 취업을 보장하거나 학위를 주지는 않는다. 졸업장보다 실제 문제를 풀어 본 경험 자체를 자산으로 남기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과제 먼저' 교육-'조건 없는' 지원, SK식 인재 실험 교육 방식은 기존 학교와 거꾸로다. 교과목을 차례로 배운 뒤 과제에 적용하는 대신, 기업 현장처럼 실제 과제부터 붙잡고 풀면서 필요한 역량을 키운다. 1년 차에는 참가자가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AI 활용법과 협업을 익힌다. 2년 차에는 각자 세운 커리어·프로젝트 계획에 맞는 현장에 나가 실제 문제를 해결한다. SK는 이 과정에 필요한 멘토와 전문가를 연결해 줄 예정이다. 서울대 AI연구원도 힘을 보탠다. 사회학·경제학·행정학 등 여러 학문에 AI를 접목해 연구하는 기관으로, 참가자들의 인문학적 시야를 넓히고 구체적인 진로 설계를 돕는다. SK는 AI시대 인재의 기본 소양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힘, 변화에 적응하는 힘, 타인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힘을 꼽는다. 이를 기르려면 직접 도전하고 실패해 보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게 SK의 판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5월 KBS '인재전쟁2' 강연에서 “AI시대에는 지식을 빨리 습득하고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훈련은 이제 AI로 대체된다"며 “다양한 변화에 적응하고 여러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 전인적(全人的) 역량을 함께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K가 대가 없는 지원을 내건 배경에는 '인재보국(人材報國)' 철학이 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974년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세워 장학생에게 유학비 전액을 지원했다. 그러면서 나라와 사회를 위한 일꾼이 돼 달라는 당부 외에는 어떤 조건도 붙이지 않았다. SK는 매년 참가자를 선발해 아이젠을 AI 시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재육성 프로그램으로 키울 계획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데브 ‘쿠키런’, 美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

데브시스터즈가 유명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손잡고 '쿠키런'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에 나선다. 12일 데브시스터즈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빅 샷 픽처스(Big Shot Pictures)'와 이같은 내용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빅 샷 픽처스'는 파라마운트 공동 대표, 파라마운트 픽쳐스 및 니켈로디언 대표를 역임했던 브라이언 로빈스(Brian Robbins)가 설립한 할리우드 스튜디오다.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우선 검토 및 극장 배급 관련 계약을 맺고 전략적 투자도 유치하며 글로벌 사업 기반을 넓혔다. 동시에 '엘로이즈' 가족 타깃 프랜차이즈 인수, 2028년 극장 개봉 예정인 '앨빈과 슈퍼밴드' 지분 확보, 미국 유명 스트리머 'IShowSpeed'와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제작 등 견고한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독보적인 IP를 중심으로 라인업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데브시스터즈의 대표 IP '쿠키런'은 전 세계 248개국 3억 명 이상의 누적 이용자수를 보유한 글로벌 IP다. 특히 북미는 지난해 기준 쿠키런 IP 통합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시장이다. 게임뿐 아니라, TCG(트레이딩 카드 게임) 및 캐릭터 상품 등 IP 사업도 미국을 중심으로 지속 성장 중이다. 미국에서는 유튜브가 발표한 인기 트렌드 상위 10개 항목에 '쿠키런: 킹덤'이 게임 타이틀로는 유일하게 포함되기도 했다. 데브시스터즈 측은 “이번 파트너십은 쿠키런을 게임을 넘어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도약시키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며 “그동안 게임 중심으로 펼쳐 온 쿠키런 유니버스를 글로벌 관객을 위한 시네마틱 경험으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애니메이션 제작의 전반은 '빅 샷 픽처스'에서 이끌 예정이다. 데브시스터즈는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작품의 핵심 크리에이티브 방향을 설계하는 과정에 함께한다. 양사는 쿠키런 IP의 탄생 20주년인 오는 2029년에 맞춰 영화의 글로벌 개봉을 목표로 한다. 조길현 데브시스터즈 대표는 “모바일 게임에서 시작해 다양한 영역으로 끊임없이 확장해 온 쿠키런은 시네마틱 스크린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기존 플랫폼과는 또 다른 IP 경험을 선사하게 될 것"이라며 “빅 샷 픽처스와 함께 쿠키런의 독창적인 유니버스를 글로벌 관객들과 나눌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 오랜 팬들에게는 쿠키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는 설렘을, 쿠키런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따뜻한 용기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빅 샷 픽처스의 브라이언 로빈스 최고경영자(CEO)는 “쿠키런의 매력적인 세계를 극장으로 확장하며 기존 팬들과 소통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 새로운 관객들에게도 쿠키런을 소개할 수 있게 돼 감격스럽다"며, “디지털 퍼스트 스토리텔링으로 축적한 빅 샷 픽처스의 전문성이 온라인상에 형성된 쿠키런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오너 경영능력 평가-정의선 ①] 판매 줄었는데 이익은 4배…현대차 ‘질적 성장’의 실체

에너지경제신문은 오너 경영인의 성과를 주관적인 인물평이 아닌 공시와 재무자료로 검증하는 '오너 경영능력 평가' 기획을 시작한다. 취임 전후의 성장성·수익성·재무건전성·현금창출력·투자효율·주주가치를 동일한 기준으로 분석하고, 동종업계와 비교해 업황의 영향을 함께 살펴본다. 첫 번째 대상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다. 정 회장은 2020년 10월 회장에 취임했지만 2018년 9월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그룹 경영을 총괄했고, 2019년 3월부터 현대차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에 2018년 9월을 정 회장 체제의 출발점으로 보고, 일시적인 변동을 줄이기 위해 2017~2019년과 2023~2025년의 3개년 평균을 비교했다. 코로나19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의 영향이 집중된 2020~2022년은 기준 구간에서 제외하되, 최근 실적에 남아 있는 차량 가격과 환율 효과는 동종업계 비교를 통해 함께 검토했다. 현대차그룹은 별도 지주회사가 없는 비지주회사 체제인 만큼 이번 편에서는 대표 상장사인 현대차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했다. 이후 투자 성과와 재무 부담, 기아·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의 성과를 차례로 살펴본 뒤 정 회장 체제의 경영 성적을 종합 평가한다. [편집자주] ◇ 판매 7.6% 줄었지만 매출 75%·영업이익 285% 증가 현대차의 2017~2019년 연평균 매출은 약 99조6000억원이었다. 2023~2025년 평균은 약 174조7000억원으로 7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영업이익은 약 3조5000억원에서 13조6000억원으로 285% 늘었다. 영업이익 규모가 약 3.9배로 커진 것이다. 수익성 개선도 뚜렷했다. 3개년 합산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산출한 영업이익률은 2017~2019년 3.55%에서 2023~2025년 7.79%로 4.24%포인트 상승했다. 매출 100원당 남긴 영업이익이 3.5원에서 7.8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판매량은 반대로 줄었다. 현대차의 연평균 판매량은 2017~2019년 약 451만대에서 2023~2025년 약 417만대로 7.6% 감소했다. 적게 팔고도 매출과 이익이 늘었다는 것은 과거보다 가격이 높은 차량을 판매하고 대당 수익을 더 남기는 구조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 SUV·제네시스·하이브리드가 바꾼 제품 구성 수익성 개선의 중심에는 SUV와 제네시스, 하이브리드차가 있다. 현대차는 세단과 중저가 차량 중심이었던 제품 구성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SUV와 고급차 중심으로 전환했다.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느리게 증가하자 하이브리드 생산과 판매도 확대했다. 2025년 현대차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96만1812대로 전년보다 27%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차가 63만4990대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은 전체 글로벌 판매의 15.3%까지 높아졌다. 북미 시장 확대도 수익성을 뒷받침했다. 현대차의 2025년 미국 도매 판매량은 100만6613대로 처음 100만대를 넘어섰다. 미국은 SUV와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종의 판매 비중이 높은 시장이다. 현대차가 내수와 신흥시장 중심의 양적 성장에서 북미·SUV·고급차 중심의 판매 구조로 이동하면서 전체 판매량 감소를 평균판매가격 상승으로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 회장의 경영 성과로 볼 수 있는 대목은 시장 변화를 실제 제품 구성에 연결한 점이다. 전기차 전환 투자를 이어가면서도 수요 변화에 맞춰 하이브리드 공급을 늘렸다. 제네시스는 독립 고급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현대차의 디자인과 상품성에 대한 시장 평가도 달라졌다. 환율 상승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다. ◇ 경쟁사보다 컸던 이익률 개선 폭 현대차만 수혜를 본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량보다 수익성을 우선하면서 신차 가격과 평균판매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원화 약세와 물가 상승도 현대차의 명목 매출과 이익 증가에 영향을 줬다. 업황 효과를 가늠하기 위해 본지는 토요타·GM·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률을 같은 방식으로 비교했다. 토요타의 영업이익률은 회계연도 기준 전기 3개년 평균 8.2%에서 최근 3개년 평균 9.8%로 약 1.6%포인트 상승했다. GM의 GAAP 기준 영업이익률은 약 4.3%에서 4.6%로 약 0.3%포인트 개선됐다.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률은 6.2%에서 5.2%로 오히려 약 1.0%포인트 하락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 개선 폭은 4.24%포인트로 토요타·GM·폭스바겐보다 컸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공급 제약과 신차 가격 상승은 글로벌 완성차업계에 공통으로 작용했다. 같은 환경에서도 현대차의 이익률이 더 큰 폭으로 높아졌다는 점은 SUV·제네시스·하이브리드 중심의 제품 구성 변화가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음을 보여준다. 다만 네 회사의 이익률을 동일한 조건의 수치로 볼 수는 없다. 토요타는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의 회계연도를 사용해 현대차와 비교 기간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적용 회계기준도 현대차는 K-IFRS, 토요타와 GM은 US-GAAP, 폭스바겐은 IFRS로 다르다. 자동차금융과 프리미엄 브랜드 등 연결 실적에 포함된 사업 구성에도 차이가 있다. 폭스바겐의 경우 2025년 포르쉐 제품 전략 조정 등에 따른 손상과 비용 47억유로가 반영돼 영업이익률이 2.8%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이번 비교는 각 회사의 이익률 수준을 직접 평가하기보다, 같은 회사 안에서 전기 대비 수익성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확인하는 참고 지표로 활용했다. 현대차의 개선 폭이 가장 크다는 사실은 확인되지만, 그 차이 전부를 정의선 회장의 경영 성과로 귀속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 2025년 관세 충격…질적 성장의 지속 가능성 시험대 최근 실적은 현대차의 수익성 개선이 아직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는 점도 보여준다. 현대차는 2025년 역대 최대인 186조254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1조4679억원으로 전년보다 19.5%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2023년 9.3%에서 2025년 6.2%로 낮아졌다. 미국 관세 부담과 글로벌 판매 인센티브 증가가 고수익 제품 구성의 효과를 일부 상쇄했다. 같은 기간 경쟁업체의 수익성도 나빠졌다. 토요타의 FY2026 영업이익률은 7.4%로 낮아졌고, 폭스바겐그룹의 2025년 영업이익률도 2.8%로 떨어졌다. 2025년 부진에는 현대차의 개별 문제뿐 아니라 관세와 비용 상승, 경쟁 심화 등 완성차업계 전반의 부담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는 앞으로 미국 현지 생산을 늘려 관세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생산을 수요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영업이익률과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어야 최근의 성과가 구조적인 변화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재무제표상 정 회장 체제의 현대차는 '많이 파는 회사'에서 '적게 팔아도 더 많이 남기는 회사'로 이동했다. 판매량이 감소한 가운데 매출과 이익이 증가했고, 영업이익률 개선 폭도 주요 경쟁사를 웃돌았다. 제품 구성과 브랜드 전략이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는 근거다. 반면 환율과 글로벌 차량 가격 상승이 제공한 우호적인 환경, 관세 충격 이후 낮아진 이익률은 성과의 지속 가능성을 더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미국 생산시설과 전기차·배터리, 로보틱스에 투입한 자본이 수익과 현금으로 돌아오는지가 정 회장의 다음 성적표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대차의 이익률 개선 폭이 경쟁사를 웃돈다는 점은 제품 믹스 전환의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다만 향후 평가는 북미 현지 생산과 전동화 투자에 투입된 자본이 어느 정도 현금수익률을 만들어내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2026 국감] 디지털 성범죄 정보 심의·시정 요구, 전년 대비 2.6배 많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상의 디지털 성범죄 정보에 대해 심의·시정 요구한 건수가 지난해 연간 건수에 비해 2.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이 방미심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디지털 성범죄 관련 인터넷 사이트 심의·시정 요구는 503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건수(1959건)의 2.6배 규모다. 월평균으로도 지난해 163건에서 올해 629건으로 증가했다. 음란·성매매 정보에 대한 심의·시정 요구도 같은 기간 동안 1만5387건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1만1484건을 넘어섰다. 불법 식·의약품 관련 정보 역시 올해 2만4859건으로 지난해 1만8919건보다 많았다. 방미심위는 인터넷 사이트의 도박, 불법 식·의약품, 음란·성매매, 디지털 성범죄 등 불법·유해정보를 대상으로 심의·시정 요구를 하고 있다. 이연희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 정보에 대한 심의·시정 요구가 지난해 연간 건수를 크게 넘어선 만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방미심위의 심의와 후속 조치가 제때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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