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의 N% 성과급 달라” 분출…노사 갈등 ‘새 뇌관’으로 [재계 성과급 전쟁]](http://www.ekn.kr/mnt/thum/202606/news-p.v1.20260602.362378b33d3b42fda4e3959a83f57782_T1.jpg)
재계에서 '성과급 전쟁'이 시작됐다. 대기업의 초과 이익을 나누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몫을 달라고 큰 목소리를 내면서다. 삼성전자에서 본격화한 노사 갈등이 현대차그룹, 카카오 등으로 번지며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정부도 중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 주요 대기업 노조 '투쟁 모드' 본격화 3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성과급 대란'이 일단락된 이후 그 후폭풍은 대기업 전반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우선 삼성그룹 계열사들 곳곳에서 잡음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지난달 1∼5일 창사 이래 첫 전면 파업을 단행했다.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올해 영업이익의 20%를 재원으로 쓰라는 게 이들의 요구사항이다. 사측이 영업비밀 자료 유출 혐의로 노조 위원장을 고소하는 등 노사 갈등의 골은 계속 깊어지는 양상이다.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에서는 직원들 불만이 폭발할 조짐이 보인다. 이들 3사는 올해 초 이미 2026년 임금협상을 끝낸 상태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직원들이 '역대급 성과급'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며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까스로 합의안을 만들어낸 삼성전자도 무풍지대는 아니다. 스마트폰·가전·TV 등이 포함된 디바이스경험(DX) 구성원들이 교섭 결과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직원들은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지만 자신들은 600만원가량만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노-노 갈등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도 회사 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소로 꼽힌다. 다른 산업군 노조들도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에 영업이익의 30% 성과 공유를 넣었다. LG유플러스 역시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달라고 제안한 상태다. 셀트리온에서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가 만들어졌다. 이들 역시 투명한 초과이익 성과급 기준을 산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4% 정도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노사 협상에 난항을 겪어 이달 중 파업이 예고된 상태다. 현대제철 노조의 경우 전년 대비 성과급 액수를 150% 인상해야 한다는 안건을 교섭장에 들고 나왔다. 다른 기업들 역시 사정권이다. 아직 노사 상견례를 시작하지 않은 제조·IT·서비스 기업 노조 대부분이 협상 요구안에 'N% 성과급' 문구를 넣을지를 고민 중이라고 전해졌다. 문제는 각 업체별 처지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재계 '성과급 전쟁'을 촉발시킨 곳은 SK하이닉스다. 이 회사 노사는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기로 작년 합의했다. 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수백조원대 이익이 예상되는 가운데 직원들 사이에서 보상을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거세진 데 따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것으로 유명하다. 파산 직전까지도 회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임직원들이 호황기에 보상을 받는 개념인 셈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SK하이닉스와 보상 격차를 문제삼으며 성과급 투쟁을 시작했다. 업계 만년 2위였던 SK하이닉스의 처우가 자신들보다 좋다는 점을 참지 못하겠다는 단순한 논리다. 이를 두고 갈등이 증폭된 것은 사측의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그간 '무노조 경영'에 익숙했던 경영진은 노사 대화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구성원들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평소 대비 '지나치게 많은' 이익이 난 것이 성과급 투쟁의 근본 원인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70%가 넘는다. 이들을 보고 '패턴 교섭'에 나선 다른 기업들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자산이 충분하고 실적을 꾸준히 내는 대기업이라는 점은 사실이지만 '초과이익'을 나눌 수준은 전혀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대표적인 성장 기업이다. 아직 수익성보다는 몸집 불리기가 중요한 시점이라 시설투자에 매년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야 한다. LG유플러스나 카카오 등도 반도체 업체들과 비교하면 회사가 남기는 이윤이 초라한 수준이다. 자동차·조선업계는 경쟁 심화와 중국의 추격 등을 따돌릴 연구개발(R&D) 투자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철강 업종은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형국이다. ◇ 각계각층 첨예한 대립…주주들도 '격분' 단체 행동 나서 이번 성과급 전쟁을 두고 각계각층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걱정스러운 반응이 나온다. 기업이 노조의 이익 배분 요구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달 31일 회원사에 배포한 '경영계 특별 권고'를 통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제도를 명문화하는) 노조의 요구는 기존 성과급 제도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으로 기업 이익의 직접적 배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기업의 이익은 지속가능성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 고용, 연구개발, 재무구조 개선 등에 활용돼야 하는 경영 자원"이라며 “노조가 기업 이익의 선제적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주주의 권리를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 글로벌 기업에서도 이익의 일정 비율을 근로자에게 배분하기로 사전에 약정하는 제도를 두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기업의 영업이익 등 경영성과를 배분하는 성격의 금품은 임금에 해당하지 않음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노조가 '영업이익 배분' 등을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임금의 일종으로 간주해 노사 교섭에서 기업의 이익에 대한 배분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이같은 요구가 법과 판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고 회원사에 강조했다. 또 “기업 이익의 배분 기준 제도화는 기업의 고유한 경영판단에 속하는 사항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노조법상 의무적 단체교섭 대상은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에 한정된다"며 “일반적으로 기업의 이익 배분은 임금이 아니며 복지나 기타 대우에도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 1일 논평을 통해 “현장에서는 성과급 등 다양한 의제가 교섭을 통해 결정되고 있다"며 경총 권고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교섭 대상을 임금이라는 형식적 개념에만 한정하지 않는다"며 “노동자의 경제·사회적 지위와 처우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어떤 판례도 성과급 자체가 노사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한 적 없고 단체교섭 효력을 부정한 사례도 없다"며 “노조가 요구하는 건 성과급이든 이익공유금이든 기업이 창출한 성과를 노동자와 어떤 기준으로 공유할 건지에 대한 논의"라고 반박했다. 한국노총은 “인공지능(AI)과 플랫폼 경제 확산 상황에서 기업 성과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공유할 것인가는 세계적 과제"라며 “기업의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과 노동자가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는 요구는 양립 불가능한 게 아니다. 오히려 성과 공유는 노동자의 참여·혁신을 촉진하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일침했다. 주주들은 들고 일어섰다. 이들은 손실에 따른 책임은지지 않는 임직원에게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 노사가 합의한 성과급 지급이 상법을 위반한 행위라며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들은 “영업이익은 법인세 등 조세를 공제한 뒤 비로소 분배 대상이 되며 세후 단계에서도 상법 제462조 제1항이 규정한 배당가능이익 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회사 자금의 외부 유출은 주주총회 결의 사항이지 노사 자율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성과급 전쟁의 가장 큰 폐해는 우리나라 노동 시장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영업이익 N% 요구'가 가능한 기업이 일부 대기업으로 한정적인데다 가뜩이나 심각한 임극 격차 문제가 더 부각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의 연구개발 역량이 위축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대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의 원인을 개별 기업 실적 향상과 분배를 중시하는 노동 시장의 인식 변화에서 찾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사태 등 사안이 심각한 경우에는 직접 개입도 추진하며 사회적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점점 더 벌어지는 노동자 간 격차를 그냥 보고만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 주권자인 국민의 뜻"이라며 “원하청 간 상생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사정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는 글을 올렸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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