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39년 전 제자’ 한화오션의 위대한 ‘졌잘싸’…加 60조 수주전서 獨 TKMS 위협](http://www.ekn.kr/mnt/thum/202607/news-p.v1.20260707.6b40cf8cda944f8fb138bf6edffbf322_T1.png)
건조와 향후 30년 간의 유지·보수(MRO) 비용을 합쳐 총 6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사업(CPSP)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TKMS AG & Co. KGaA) 컨소시엄이 사실상 낙점됐다. 한화오션을 필두로 한 '팀 코리아(Team Korea)'는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한 수주전을 펼쳤지만,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나토)라는 견고한 거시적 장벽 앞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세계 해양 방산 조달 역사상 손에 꼽히는 초대형 국방 프로젝트의 최종 선택은 결국 '지정학적 안보 동맹'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글로벌 방산업계와 주요 외신의 시선은 승자인 독일보다 패자인 한국을 향하고 있다. 이번 승부가 입찰 실패가 아닌 K-방산의 진화와 '글로벌 탑 티어' 도약을 전 세계에 증명한 한화오션의 위대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주전에서 한화오션이 제시한 3600톤급 '장보고-III 배치(Batch)-II(장영실급)'는 그간 한국 방산업계가 축적한 혁신의 집약체였다. 체급과 하드웨어 성능 면에서 경쟁 모델인 독일 TKMS의 212CD(2800톤급)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눈에 띄는 진화는 잠수함의 '심장'이다. 무겁고 효율이 낮은 납축 전지를 떼어내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리튬이온 하이브리드 전지 체계'를 탑재했다. 여기에 고효율 국산 수소 연료 전지(AIP)를 결합해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고도 2주 이상 은밀한 심해 매복 작전이 가능하다. 재래식 디젤 잠수함으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10셀(Cell) 규모의 수직발사체계(VLS)를 장착해 파괴적 무장력을 자랑한다.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을 다량 운용해 적의 핵심 종심을 타격할 수 있는 준(準)전략 무기로 진화한 것이다. 어뢰관 위주인 독일 모델과 확연히 대비되는 K-잠수함만의 비대칭 전력이었다. 하드웨어 스펙과 경제성에서는 한화오션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철강사 '알고마'에 2억 달러를 투자하고 2044년까지 연간 2만5000개의 현지 일자리 창출, 최대 104조 원의 국내 총생산(GDP) 유발 효과를 약속했다. HD현대 역시 원유 수입 확대와 건설 장비 인프라 협력 등 범정부 차원의 전방위 윈-윈(Win-Win) 패키지를 던졌다. 다급해진 쪽은 세계 최다 재래식 잠수함 수출국인 '골리앗' 독일이었다. 아시아에서 날아온 1개 기업의 거센 공세에 독일은 노르웨이와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나토 동맹'이라는 필살기를 꺼내 들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 등 독일 정부 관료들을 러시아의 해양 팽창주의에 맞서 나토 연합군 잠수함 전력의 70%를 차지하는 자국 모델을 도입해야만 '상호 운용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캐나다를 압박했다. 심지어 “캐나다에 잠수함을 신속히 인도하기 위해 자국 해군이 발주한 물량의 인도 순서까지 뒤로 미루겠다"며 국가 안보 일정을 양보하는 파격적인 배수진까지 쳤다. 결국 미국의 방위비 증액 압박 등에 직면한 캐나다 수뇌부는 눈앞의 거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보다 유럽 강대국들과의 '서방 방위 결속'이라는 거시적 프레임 워크를 택했다. 비록 우협에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한국 조선사 한화오션이 뿜어낸 기술적 맹위는 세계 해양 방산 역사에 굵직한 궤적을 남겼다. 지금의 K-잠수함 역사는 불과 39년 전인 1987년 극비리에 가동된 '장보고 프로젝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규 잠수함이 단 한 척도 없던 한국은 현 TKMS의 전신이자 독일 하데베(HDW, Howaldtswerke-Deutsche Werft GmbH) 조선소가 있는 킬(Kiel)에 150여 명의 파견단을 보냈다. 이들은 언어 장벽과 기술 이전에 방어적이었던 독일 기술자들의 텃세 속에서 어깨너머로 용접과 배관 기술을 훔치듯 배웠다. 낮에는 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밤에는 숙소로 돌아와 도면조차 없는 부품을 직관에 의존해 역설계하며 팩스로 고국에 보냈다. 밤낮없이 불이 켜진 이들의 사무실을 보며 독일 HDW 측이 “전 세계 해군 중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해군"이라며 경외감을 표했을 정도다. 이렇게 피땀으로 건조된 1번 함 '장보고함'은 취역 후 하와이 1만 마일 단독 잠항, 2004년 림팩(RIMPAC) 훈련에서 적 함정 30여 척을 모의 격침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탐지되지 않은 '제로 피탐'이라는 전설적 기록을 남기고 최근 명예롭게 퇴역했다. 하데베의 도면대로 철판을 자르던 '조립 하청국' 한국은 어느덧 부품 국산화율 80%를 돌파하며 100% 독자 설계와 완전 건조가 가능한 프런티어 국가로 환골탈태했다. 이번 60조 원 수주전은 한화오션과 K-방산에 값비싼 무형의 전리품을 남겼다. 콧대 높은 잠수함 원조 국가 독일 수뇌부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으며 K-잠수함이 이미 하이엔드 방산 시장의 '글로벌 탑 티어' 무기체계임을 전 세계 국방 당국자들로 하여금 인식케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상 강화는 곧바로 타 국가들의 수주전에서 강력한 폭발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정치적 이유로 나토 중심의 방산 카르텔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비나토(Non-NATO) 권역인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나 동남아시아의 필리핀을 비롯해 한화오션의 파격적인 현지화 전략과 기술 이전 조건은 매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뼈아픈 미래 과제도 던졌다. 가성비와 제원표상의 스펙만으로는 피로 맺어진 지정학적 안보 동맹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냉혹한 현실을 재확인했다. 진정한 룰 메이커로 도약하려면 현재 국산화율 80%에 도취할 것이 아니라 선박 통합 제어 시스템(IAS)·소프트웨어 아키텍처·무인 잠수정(UUV) 자율운항 알고리즘 등 여전히 서구권에 의존 중인 나머지 20%의 핵심 원천 기술을 완전히 내재화해야만 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아울러 방어적인 특허 관행을 벗어나 북미와 유럽에 공격적인 글로벌 기술 특허망(IP)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점으로 남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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