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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텍 2026] 한화, 누리호 조립서 발사 서비스로…위성 양산·AI까지 사업 확장

지난달 30일 경남 창원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2회 국제우주항공기술대전(AEROTEC 2026)'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발사체·위성의 개발 경험을 반복 운용과 서비스 사업으로 연결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 로켓 엔진 공급에서 체계 종합으로…축적한 기술의 사업화 한화그룹의 발사체 사업은 누리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 사업 부문은 1999년 과학 관측 로켓 KSR-Ⅲ 개발 참여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누리호에서는 75톤급 액체 로켓 엔진·밸브·자세 제어 시스템 등 핵심 장비를 공급했고 2022년 12월 체계 종합 기업 선정으로 발사체 전체를 제작·조립하는 역할을 맡았다. 2024년에는 차세대 발사체 체계 종합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설계부터 발사 운용까지 참여 범위를 넓혔다. 사업 확대의 목적은 부품 제작에서 축적한 기술을 우주 수송 서비스 경쟁력으로 발전시키는 데 있다. 정부의 반복 발사 수요를 통해 신뢰성과 운용 경험을 확보한 뒤 국내외 위성 고객을 대상으로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이다. 누리호의 탑재 능력은 2톤 수준이다. 다만 더 큰 발사체를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업마다 축적한 기술이 달라 단순 비교할 수 없고 국내에도 축적된 발사체 기술이 있어 처음부터 개발하는 경우와 출발 조건이 다르다는 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 설명이다. 한화그룹 내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추진 체계를, 한화시스템이 위성 분야를 담당한다고도 했다. 현장 설명에서 확인한 사업 전환의 핵심은 책임 범위의 확대다. 엔진이나 장비를 공급하던 기업이 발사체 전체의 제작 일정과 협력 업체를 관리하고, 발사 준비·운용까지 경험을 쌓는 것이다. 누리호 고도화사업은 이 같은 역량을 민간으로 이전해 후속 상업 발사를 준비하는 단계다. ◇ 누리호 5차 발사, 제작 현장에서 통제실까지 기술 이전 확대 이와 같은 변화는 다음 달 예정된 누리호 5차 발사에서 드러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연구소에 따르면 누리호는 오는 7일 전남 고흥 나로 우주 센터에서 초소형 군집 위성 2~6호와 큐브 위성 10기 등 총 15기를 고도 570km 태양 동기 궤도로 보낼 예정이다. 주탑재 위성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가 개발한 전자 광학 위성 5기로, 이번 전시장에서 소개된 군용 SAR 군집 위성 사업과는 별개다. 발사 예정 시간은 낮 12시 23분부터 오후 1시 23분 사이다. 주탑재 위성은 한 기당 100kg급으로 고빈도·고정밀 지구 관측을 수행한다. 사출 장치와 어댑터 등을 포함한 위성부 전체 중량은 약 1071kg이다. 여러 위성을 안정적으로 분리하는 기술도 이번 임무의 주요 검증 대상이다. 주탑재 위성 요구 조건에 맞춰 저충격 위성 분리 장치를 새로 적용하고 큐브 위성 탑재용 하부링을 마련했다. 목표 고도에 도달하면 주탑재 위성 5기를 35~40초 간격으로 한 기씩 분리한 뒤 큐브위성 10기를 10초 간격으로 두 기씩 사출할 계획이다. 5차 발사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제작·총조립을 주관하고 항우연은 관리·감독과 발사운용 주관을 맡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발사 준비·운용 참여 인원은 42명으로 4차보다 10명 늘어난다. 발사 통제 센터의 22개 콘솔 중 20개에 참여하고 6호기부터는 자체 단조립 공장에서 조립한 각 단을 해상으로 나로 우주 센터에 옮기고 콘솔 운용 범위도 확대할 예정이다. 민간 주도 발사를 위한 기술 이전이 제작 현장과 통제실에서 함께 진행되는 셈이다. 42명의 참여 범위도 구체적이다. 발사 지휘 센터에 6명, 발사 통제 센터에 23명, 발사대에 10명, 발사체 이송 안전 관리에 3명이 참여한다. 발사 통제 센터 참여자 가운데 18명이 콘솔 운용에 참여한다. 6호기부터는 기술 이전 대상인 발사 통제 센터 콘솔도 거의 모두 체계 종합 기업이 운영하는 방향으로 확대한다. ◇ 국산 반도체·부품도 함께 우주로…반복 발사가 만드는 실증 기회 누리호의 반복 발사는 국산 부품의 우주 사용 이력을 확보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항우연 위성우주탐사전자팀은 이번에 '국산 소자 부품 우주 검증 플랫폼 2호(E3 Tester-2)'가 함께 실린다고 밝힌 바 있다. 6개 기관·기업의 탑재체를 넣어 우주 환경에서 검증하는 임무다. 플랫폼은 12U 가운데 본체가 4U를 차지하고 최대 8U 공간에 검증할 부품을 보드·모듈 형태로 넣는 구조다. 고도 570km에서 6~12개월간 운용하는 안이 제시됐다. SK하이닉스는 D램·낸드 메모리에 대한 우주 입자·방사선의 영향을 확인한다. 인세라솔루션의 조정 거울은 레이저를 빠르고 정밀하게 조준하기 위한 장치다. 코스모비는 위성 전기 추력기용 1A급 할로우음극을 검증하고 인터그래비티는 저궤도에서 정지 궤도나 달 궤도로 이동하는 궤도 수송선에 필요한 항전장비를 시험한다. KAIST는 자세 결정·제어 모듈을, 모멘텀스페이스는 위성 자세 제어용 반작용 휠을 검증한다. 이 사업에는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정부 출연금 120억원을 투입한다. 지상에서 개발한 국산 전기·전자 부품과 반도체에 실제 우주 사용 이력을 확보해 주는 것이 목적이다. 앞서 누리호 4차 발사에 실린 플랫폼 1호는 올해 7월 공식 임무를 마쳤고 본체와 삼성전자·KAIST·MID의 탑재체가 정상 작동하면서 데이터 수신도 이어지고 있다. 항우연이 추진하는 이 사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준비하는 발사 서비스의 활용 범위도 보여준다. 완성 위성을 궤도로 보내는 수요에 더해 국내 소자·부품을 우주에서 시험하려는 수요가 발사 기회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500m 상승 후 수직 착륙…재사용 기술로 발사비 절감 추진 상업 발사 시장에 진입하려면 발사 비용도 낮춰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체 재사용 기술 시연체' 총조립에 착수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장 전시품과 별개로 추진 중인 과제로, 항우연이 전체 연구를 주관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 종합, 비츠로넥스텍이 엔진, 한양이엔지가 지상 시스템을 맡는다. 시연체는 높이 12.2m, 직경 1.5m로 추력 조절이 가능한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 한 기를 탑재한다. 액체산소와 케로신을 추진제로 사용하고 2028년 수직 이륙 후 약 90초 안에 고도 500m까지 상승했다가 수직 착륙하는 시험을 목표로 한다. 추력 조절과 자세·유도제어를 검증해 2030년대 중반 차세대 발사체 1단 재사용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단 관계자는 “궤도 수송선(OTV)과 달 탐사, 독자 발사체 개발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반복 발사하는 것을 주요 과제"라고 설명했다. 발사체 1단을 회수해 반복 활용하는 기술은 우주 수송 서비스의 가격 경쟁력 확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다. 재사용 기술 확보를 '한국판 스페이스X'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 과제로 제시한 이유다. 2028년은 시연체의 비행 시험 목표 시점으로, 상용 발사체 재사용 서비스의 개시 시점과는 구분된다. ◇ 한화시스템, 위성 탑재체에서 군집 운용·영상 분석으로 한화시스템의 출발점은 감시 정찰·통신 분야에서 쌓은 전자 장비 기술이다. 기존 전자 광학·적외선 위성 장비 개발 경험에 더해 2018년에는 425사업의 SAR 센서와 데이터 링크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군이 독자적인 정찰 능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위성 탑재체 사업을 본격 확장한 것이다. 2023년에는 초소형 위성 체계의 SAR 검증 위성 개발 계약을 맺으며 위성체 개발로 영역을 넓혔다. 2018년 계약 규모는 2800억원, 2023년 SAR 검증 위성 1기 개발 계약은 679억원이다. 위성에 들어가는 정찰 장비에서 위성체 개발로 역할을 넓혀 온 흐름이다. 다수 위성을 반복 생산하고 운용하는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후속 사업의 과제로 이어진다. 한화시스템은 현장에서 가로 약 2m, 세로 약 1m로 실물 크기로 만든 해상도 0.5m급 SAR 검증 위성 모형을 선보였다. 관계자는 위성 40기로 군집을 구성해 한반도를 30분 간격으로 관측하고, 북한 감시 등에 필요한 정보를 준실시간 수준으로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업에서 선정되면 3만㎡ 부지에 연면적 1만1400㎡ 규모로 조성한 제주 생산 시설에서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군집 위성 수요에 대응하려면 위성 한 기의 개발 성과와 함께 다수 위성을 공급할 생산 시설도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투자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SAR 검증 위성은 태양 전지판에서 전력을 공급받고 레이다로 수집한 정보를 영상으로 만든다"며 “기존 구미의 관련 생산 기능을 초소형 위성 생산을 염두에 두고 구축한 제주로 옮겼다"고 말했다. 40기 군집은 사업에서 구현하려는 목표다. 한 기의 영상 성능과 함께 얼마나 자주 같은 지역을 다시 볼 수 있는지를 개선해 감시 공백을 좁힌다는 취지다. 회사는 2025년 제주 우주 센터 구축 발표에서 연간 최대 100기 수준의 위성 생산을 위한 기반을 제시했다. 위성으로 수집한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사업 전략에 포함된다. 한화시스템은 올해 폴란드 방산 전시회 MSPO에서 전자 광학·SAR 영상을 함께 분석하는 '우주 AI 솔루션'을 공개했다. 객체 탐지와 변화·이상 징후 분석을 통해 정찰 판단과 재난 피해 파악을 지원하고, 그룹 내 무기체계와의 연계도 추진한다. 위성 제조·관측에서 데이터 분석으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범위를 넓히겠다는 방향이다. 폴란드에서 한화시스템은 실제 운용 위성이 촬영한 동유럽 지역 영상을 AI로 분석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위성 영상을 확보한 뒤 사용자가 의미 있는 변화를 파악할 수 있도록 분석하는 단계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K-9 자주포·천무 등 그룹 내 타격 체계와 연계하는 방향도 제시했다. 창원=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획] 800조의 약속, 이제 ‘첫 삽’이 답할 차례…서남권 반도체 현실화 시험대⑤

광주 군공항 250만평 국가산단 후보지 지정…63만평 우선 공급 추진 삼성·SK하이닉스 실무협의 본격화…투자계획서 부지 확보·착공 단계로 팹 건설 넘어 소부장·일자리까지 연결돼야…'발표의 숫자'를 '현실의 숫자'로 전남광주=에너지경제신문 문남석기자 서남권을 대한민국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만들겠다는 대규모 투자계획이 발표된 지 석 달이 지났다. 지난 6월 말 정부와 기업들이 내놓은 계획의 규모는 숫자부터 압도적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앰코 등이 서남권에 제시한 전체 투자계획은 896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메모리 팹 4기 건설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규모가 약 800조원이다. SK하이닉스는 약 470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메인 팹 2기와 1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삼성전자는 425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팹 2기와 국가 AI 컴퓨팅센터 등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앰코 역시 광주에 1조원을 투자해 첨단 패키징 팹을 증설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숫자만 놓고 보면 서남권 산업지형을 바꿀 수 있는 규모지만, 이 숫자가 곧바로 지역에 투입되는 현금성 투자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제시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실제 생산시설 건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업별 투자 결정과 부지 확보, 인허가, 산업단지 조성 등 여러 절차가 순차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결국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800조원을 투자할 것인가'가 아니다. 이미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만큼 이제 남은 질문은 그 계획을 얼마나 빠르게 실제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있다. 그 과정에서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곳이 광주 군공항 일원이다. 정부는 지난 7월 광주 군공항 일원 약 250만평을 호남권 반도체 국가산단 후보지로 우선 지정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예비 사업시행자로 지정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전체 부지를 한꺼번에 개발하기보다 우선 활용 가능한 약 63만평을 먼저 공급해 기업의 투자 일정에 맞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투자계획 발표 이후 달라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광주 군공항 부지에 가능한 한 넓은 생산부지를 확보하려는 의사를 나타냈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투자계획 발표 이후 SK하이닉스와 별도의 소통채널을 마련해 7월부터 9월까지 모두 9차례 경영진·실무진 협의를 진행했다. 삼성전자 역시 호남권 투자와 관련한 준비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부지와 기반시설 등에 대한 실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 공장 착공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투자계획이 행정기관과의 구체적인 협의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사업 진행 상황을 판단할 중요한 대목이다. 이제는 '투자액'보다 '착공 시계'다 앞으로 사업의 현실성을 판단할 기준은 의외로 단순하다. 투자계획이 실제 부지 확보로 이어지는지, 산업단지 조성이 예정된 일정대로 시작되는지, 기업별 착공 일정이 구체화되는지를 차례로 확인하면 된다. 특히 반도체 생산시설은 일반적인 공장 건설과 달리 투자 결정부터 생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부지가 준비됐다고 해서 곧바로 반도체가 생산되는 것도 아니다. 공장 건설 이후 생산장비 설치와 시험가동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초기 일정이 뒤로 밀릴 경우 전체 생산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기업의 투자 일정에 맞춰 산업단지 조성을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기업 투자가 계획에 머물지 않도록 산업단지 조성 기간을 단축하고 기반시설 구축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기업 입장에서도 투자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생산시설이 들어설 부지와 기반시설이 제때 준비돼야 한다. 결국 앞으로 몇 년간은 발표된 투자 규모보다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변화가 훨씬 중요하다. 산업단지에서 첫 삽을 뜨는 순간, 기업이 생산부지를 확정하는 순간, 첫 번째 팹의 착공 일정이 공개되는 순간마다 '800조원'이라는 계획의 현실성이 한 단계씩 확인될 수 있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대기업 투자와 지역산업의 연결이다. 800조원이 실제 집행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자금이 외부에서 들어와 생산시설 건설에만 머문다면 지역이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 반도체 장비와 소재·부품 기업, 연구기관, 물류와 건설 등 관련 산업이 함께 움직여야 대규모 투자가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대기업의 투자액뿐 아니라 협력기업의 추가 투자와 지역기업 참여 여부도 함께 봐야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팹을 중심으로 여러 기업이 연결되는 공급망이 필요하고, 연구개발과 생산현장을 연결할 인력도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결국 800조원의 진짜 가치는 투자액 자체보다 그 돈이 얼마나 많은 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지역 안에서 순환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산업단지 조성사업과 성격이 다르다. 대기업 생산시설 몇 곳을 유치하는 것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교육, 인력, 정주환경이 연결되는 새로운 산업권을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800조의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지난 석 달 동안 서남권 반도체 프로젝트는 적지 않은 진전을 보였다. 대규모 투자계획이 공개됐고, 정부는 광주 군공항 일원을 국가산단 후보지로 지정했다. 우선 개발부지를 마련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며 기업과 행정기관 사이의 협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끝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기업의 투자계획이 실제 계약과 부지 확보로 이어지고, 산업단지 조성이 시작되고, 생산시설 착공으로 연결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조건을 행정이 얼마나 신속하게 해결하는지, 관련 기업들이 얼마나 빠르게 서남권으로 모이는지도 사업의 속도를 좌우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반도체 산업은 시장 변화가 빠르고 기업의 투자 판단도 글로벌 경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서남권이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자리 잡으려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시기에 부지와 기반시설을 제공하고, 계획된 투자 일정에 맞춰 산업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서남권 반도체는 '800조원'이라는 숫자로 평가받기보다 얼마나 빨리 현실의 숫자로 바뀌는가로 평가받게 된다. 투자계획이 착공으로, 착공이 생산으로, 생산이 지역기업과 일자리로 연결될 때 비로소 800조원은 지역의 산업지도를 바꾸는 실질적인 투자로 기록될 수 있다. 지난 1편에서 던졌던 질문은 '왜 서남권인가'였다. 이어 반도체 벨트의 가능성을 짚고, 전력·용수·인력이라는 기반을 살폈으며, 대규모 투자가 가져올 경제지도의 변화까지 살펴봤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하나다. 계획이 현실이 되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일이다. 서남권 반도체의 미래는 더 이상 투자 규모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어느 기업이 먼저 부지를 확보하고, 언제 첫 삽을 뜨며, 그 뒤를 어떤 기업들이 따라오는지가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한다. 800조원의 약속은 발표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첫 공장이 올라서고, 첫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그 주변에서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서남권 반도체 5부작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도 여기에 있다. 800조원의 약속을 현실로 만드는 다음 장면은 이제 현장에서 시작돼야 한다. 문남석 기자 ans7200@ekn.kr

[에어로텍 2026] 현대로템, ‘30년 추진체 기술’에 3000억 무주 생산기지 더한다

지난달 30일 창원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2회 국제우주항공기술대전(AEROTEC 2026)' 현대로템 부스에서는 전북 무주에서 추진 기관을 만들고 충남 서산에서 성능을 검증하는 사업 구상이 소개됐다. ◇ 1994년 시작한 메탄 엔진…재사용 수요 맞춰 개발 고도화 전차와 철도 차량을 주 사업으로 삼는 현대로템의 추진 기관 연구는 30여 년 전 시작됐다. 현대로템은 1994년 메탄 엔진 개발에 착수해 2006년 국내 최초로 연소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00년대 초에는 국방과학연구소와 초음속 램제트 연구를 시작했고 현재는 발사체와 유도 무기에서 축적한 경험을 재사용 우주 수송과 고속·장거리 무기 수요에 맞춰 사업화하는 단계에 있다. 현장에서 만난 송재강 현대로템 우주모빌리티팀장은 “설계부터 제작·시험 평가까지 이어지는 개발 경험을 경쟁력으로 꼽으며 신속한 개발을 추진하겠다"며 “엔진은 특정 공정 하나만 잘해서 완성되는 제품이 아니라 각 단계를 연결해 검증한 노하우가 중요하다"고는 설명했다. 전시 모형은 지난해보다 세부 표현이 정교해졌지만 송 팀장은 이를 기술적 진전 자체로 해석하는 데 선을 그었다. 기존 형상 설계에 세부 설계를 반영하면서 모형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모형의 외형 변화와 실제 엔진 개발 성과를 구분한 것이다. 메탄 엔진에 집중하는 이유는 발사체 재사용에 필요한 효율과 정비 여건 때문이다. 메탄은 케로신에 비해 연소 때 그을음이 적어 반복 사용을 겨냥한 엔진에 유리하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2월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지상 기반 재사용 우주 발사체용 메탄 엔진 기술' 과제에 착수했다. 35톤급 엔진의 설계·연소기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해 상용화와 해외 시장 진출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전시한 두 엔진은 모두 다단 연소 사이클을 적용한다. 송 팀장은 “35톤급은 산화제 과잉, 10톤급은 연료 과잉 방식으로 개발한다"며 누리호의 가스 발생기 사이클과 차이를 자동차 연비에 빗대 설명했다. 10톤급은 과거 시험 경험을 바탕으로 2023년부터 설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35톤급은 현대로템이 총괄하고 대한항공이 터보 펌프를 맡는 등 기업별 전문성을 결합하는 컨소시엄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송 팀장은 두 엔진에 적용한 다단 연소 방식이 효율과 재사용에 필요한 성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10톤급은 과거 가스 발생기 방식 엔진 시험 경험을 활용한 고도화 개발이고 35톤급은 지난해 말 착수한 과제를 통해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경로다. 그는 “축적한 역량을 활용해 개발 기간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완료 목표 시점은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마하 4급 공대공·마하 6급 극초음속…사거리·종말 추력 확보 우주 수송과 함께 유도 무기 추진 기관도 주요 사업 축이다. 강인식 현대로템 정밀유도무기팀장은 KF-21 탑재를 목표로 하는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용 덕티드 램제트 엔진과 지상·해상 표적 타격용 극초음속 엔진을 소개했다. 현장에서 제시한 속도 수준은 각각 마하 4급과 마하 6급이다. 강 팀장은 덕티드 램제트가 외부 공기를 받아들이면서 추력을 발생시켜 사거리와 종말 단계 타격 능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고체 로켓이 추진제를 소진한 뒤 남은 운동 에너지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표적에 접근하는 단계의 추진력을 확보하려는 개념이다. 함께 전시한 극초음속 엔진은 램제트·초음속 연소 램제트 모드를 전환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강 팀장은 공기 흡입 방식의 장점과 고체 추진제의 특성을 결합해 기동 중에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먼 거리를 비행한 뒤 표적에 접근하는 단계에서도 필요한 추진력을 확보하는 것이 개발의 주요 목적이다. 덕티드 램제트는 압축기나 가스터빈 없이 빠른 비행으로 압축된 공기를 내부 통로인 덕트를 통해 공급한다. 강 팀장 역시 회전 부품 대신 비행 중 유입되는 공기의 압축을 활용하는 추진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타우러스 같은 아음속 유도 무기와는 비행 속도와 추진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극초음속 엔진은 전투기에 탑재해 지상·해상 목표를 타격하는 무기용으로 개발 중이다.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용 덕티드 램제트와는 적용 임무가 다르다. 강 팀장은 미국·중국·프랑스 등 군사 선진국들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현대로템의 장기간 램제트 연구 경험을 강조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국방과학연구소의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기체 구조·추진 기관 핵심 기술 과제를 수주했다. 강 팀장은 2000년대 초부터 축적한 램제트 경험을 강조하면서도 해외 사업은 전력화 이후 방위사업청 등 관계 기관의 정책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 현대로템의 '전북 무주 픽'…'시설 은폐·부지 확보 속도' 종합 고려 연구·개발(R&D)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려면 양산 기반이 필요하다. 현대로템은 올해 3월 전북특별자치도·무주군과 투자 협약을 체결했고 2034년까지 약 3000억원을 투입해 항공·우주 종합 생산 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부지 규모를 약 23만 평으로 소개했다. 발사체·유도 무기용 엔진 생산시설과 연구 지원 시설·연수원 등이 들어선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산과 골짜기가 많은 지형이 시설을 외부 시선으로부터 가리고 안전·보안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며 “여러 민간 소유자의 토지를 확보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소유권 문제와 사업 지연 가능성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여러 지자체의 제안을 검토한 결과 추진 기관 생산 시설을 배치할 수 있는 넓은 공간과 군사 보안 시설에 적합한 지형, 추진 속도를 종합적으로 충족하는 곳이 무주였다는 것이다. 또한 토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사업 일정도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입지 선정에 반영됐는데 무주군에 국유지가 많아 차질 없이 진행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전언이다. 현대로템 측은 서산에 엔진 시험 설비를 갖췄지만 양산을 위해서는 별도 생산 공간이 필요하다며 민간과 정부의 우주 사업 확대에 따른 추진 기관 수요를 염두에 두고 투자를 준비했다는 입장이다. 우선 무주군의 지원 아래 부지와 기반 시설을 조성하고 연구·생산 인력 규모는 향후 사업 물량에 맞춰 정한다는 계획이다. 부지 확보 이후에도 기반 시설을 정비하고 건축을 진행하는 등 단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 서산 시험 역량 두 배로…설계·시험·양산 기반 동시 확충 임세림 현대로템 매니저는 “서산 시험장이 1998년부터 추진 기관을 시험·검증해 왔다며 추가 구축 중인 제2 연구·시험동이 올해 본격 운영되면 시험 역량이 약 두 배로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산의 검증 역량과 무주의 생산 공간을 연계해 개발부터 양산까지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생산 방식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 22일 현대자동차와의 협력을 통해 항공우주 고위험 공정에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자동화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목적은 작업자의 위험 노출과 생산 차질 가능성을 낮추고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앤시스코리아와 시뮬레이션 기반 설계·해석 협력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앤시스코리아와의 협력 대상에는 메탄 엔진과 극초음속 엔진 등이 포함된다. 회사는 시뮬레이션 기반 설계·해석 역량을 고도화하고 기술 교류를 확대해 R&D 효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개발 단계의 설계 검증과 생산 현장의 안전·품질 확보를 각각 외부 전문 기업과의 협력으로 보강하는 것이다. 현대로템의 전략은 오래 축적한 추진 기관 기술을 설계·시험 역량 확충과 양산 투자로 연결하는 데 있다. 무주 생산 기지 조성 목표가 엔진 개발 완료나 양산 개시 시점 자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사업 규모는 개발·시험 성과와 실제 발사체·유도 무기 수요가 얼마나 구체화 되느냐에 따라 정해질 전망이다. 창원=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장] “올 포르쉐, 원 바이브”…‘카이엔 일렉트릭부터 르망의 전설 917’까지

73대 포르쉐가 한자리에 모였다. 1948년의 포르쉐 356부터 2026년의 카이엔 일렉트릭까지 78년의 포르쉐 헤리티지가 펼쳐진 원형광장을 지나쳐 메인 스테이지로 향하면, 짙은 파란색의 포르쉐 한 대가 햇빛 아래 반짝이고 있다. 포르쉐코리아는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팬 페스티벌 '포르쉐 바이브 서울'의 프리뷰 행사를 열고, 신형 '카이엔 쿠페 일렉트릭'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 카이엔의 새로운 장…카이엔 쿠페 일렉트릭 '첫 공개' “2002년 카이엔을 처음 선보였을 때, 저희는 '스포츠카 회사가 SUV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라는 대담한 질문에 답하고 있었습니다." 이날 알렉산더 파비그 포르쉐AG 제품 및 개인화 부문 총괄 사장은 신형 카이엔 쿠페 일렉트릭을 소개하며 카이엔의 출발점을 설명했다. 이어 “그 답은 포르쉐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장 중 하나가 됐다"며 “카이엔은 SUV가 실용적이고 다재다능하면서도 여전히 명백한 포르쉐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카이엔은 스포츠카의 성능과 SUV의 실용성을 결합하며 포르쉐의 제품 영역을 넓힌 모델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150만대 이상 판매됐다. 한국에서도 두터운 고객층을 형성하며 포르쉐를 대표하는 모델로 자리 잡았다. 쿠페 일렉트릭은 카이엔의 다음 장을 순수 전기차로 이어가는 모델이다. 파비그 사장은 “순수 전기 카이엔 라인업 중 가장 감성적이고 역동적인 표현"이라고 소개했다. 911의 상징적인 플라이라인에서 영감을 받은 루프라인을 적용하고 SUV 모델보다 전고를 24㎜ 낮춰 쿠페 특유의 날렵한 실루엣을 구현했다. 여기에 프레임리스 도어를 적용해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공기저항계수는 0.23을 달성했다. 낮고 매끈하게 떨어지는 차체 디자인이 단순한 외관 변화에 그치지 않고 주행 효율과 고속 주행 안정성까지 고려한 결과라는 게 포르쉐의 설명이다. 성능도 포르쉐다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113kWh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530㎞를 주행하며, 최상위 카이엔 터보 쿠페 일렉트릭은 최대 1156마력, 최고 시속 260km의 시스템 출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는 2.5초, 200㎞까지는 7.4초 만에 도달하면서, 회생제동 성능은 최대 600KW로 모터스포츠 수준에 달한다. 포르쉐는 이날 함께 공개한 카이엔 일렉트릭의 소개 영상에서. “더 놀라운 것은 이 스포츠카가 SUV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포르쉐는 이날 카이엔 쿠페 일렉트릭 공개에 앞서 전 세계 단 한 대뿐인 '911 터보 S 존더분쉬 팩토리 커미션'도 공개했다. 존더분쉬는 고객의 개성과 취향을 반영해 단 하나뿐인 포르쉐 차량을 완성하는 개인화 프로그램이다. 포르쉐는 존더분쉬를 소개하며 “You dream it, we make it"이라는 메시지를 내세웠다. 이날 공개한 차량에는 루가노 블루와 화이트를 중심으로 외관과 실내 곳곳에 맞춤형 디자인을 적용했다. 알렉산더 파비그 사장은 존더분쉬에 대해 “포르쉐 개인화의 가장 높은 형태"라며 “개인의 비전이 포르쉐의 장인정신을 만났을 때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 시대는 달라도, 하나의 포르쉐…917부터 911까지 한자리에 메인 스테이지에서 신형 카이엔 쿠페 일렉트릭 공개가 끝나고 차량을 둘러보던 순간, 갑자기 귀를 때리는 굉음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소리를 따라 광장으로 나오니 수많은 인파가 한쪽에 몰려있었다. 사람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건 포르쉐의 전설적인 레이스카 '917'. 굉음의 정체는 전시된 917의 엔진을 실제로 가동하면서 발생한 엔진음이다. 포르쉐는 이번 포르쉐 바이브 서울의 '레이스본 917' 존에서 실제 917 차량을 공개했다. 1969년 처음 등장한 917은 이듬해 르망 24시에서 포르쉐의 첫 종합 우승을 이끈 레이스카로, 포르쉐 모터스포츠 역사를 대표하는 모델이다. 포르쉐 측은 이번 행사를 포르쉐의 헤리티지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자리로 소개하며 'All Porsche, One Vibe'를 테마로 내세웠다. 광장 중앙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시대별 911 여덟 대가 원형으로 빙 둘러서 있었다. 붉은색 바닥 위 '911: 어 타임리스 아이콘' 존에는 초대 911 S 타르가(F 시리즈·1963년형)부터 2세대 카레라 G 시리즈(1973년형), 964, 993, 996, 997, 991, 최신 992까지 8세대에 걸친 모델이 자리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세대별 차이가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초대 모델은 단순한 차체와 둥근 헤드램프가 눈에 들어왔고, 이후 세대로 갈수록 차체 폭과 범퍼, 램프 형태가 달라졌다. 그러면서도 낮게 설계된 차체와 뒤쪽으로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 등 911 특유의 디자인 요소는 세대를 거쳐 이어지고 있었다. 바로 옆 '포르쉐 레이스본' 존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에 집중됐다. 레이스본 존에는 962 C 쿠페를 비롯해 959, 카레라 GT, 918 스파이더 등 포르쉐의 모터스포츠와 고성능 모델 14대가 전시됐다. 특히 962 C 쿠페 앞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연이어 모여들었다. 낮게 깔린 차체와 길게 뻗은 프런트, 뒤쪽의 대형 리어 윙, 앞바퀴를 감싼 펜더까지 일반적인 포르쉐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962 C는 1986년과 1987년 르망 24시에서 2년 연속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포르쉐의 내구 레이스 역사를 대표하는 레이스카로 자리했다. '포르쉐 바이브 서울'은 3일부터 4일까지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다. 행사장에서는 70여대의 포르쉐 차량을 비롯해 911, 레이스본, 에어쿨드 포르쉐, 익스클루시브 매뉴팩처, 포르쉐 커뮤니티 등 다양한 전시 존을 운영한다. 오너들의 이야기를 듣는 커뮤니티 프로그램과 모터스포츠 관련 콘텐츠, 라이브 공연 등도 마련됐다. 양일간 전시와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포르쉐의 헤리티지부터 최신 모델까지 만나볼 수 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이수진 인턴기자

“이번엔 스팀”…로보락 신모델 12일 출시, 사전예약 혜택은

로보락이 플래그십 로봇청소기 'S10 맥스V 울트라 스팀(S10 MaxV Ultra Steam)'을 오는 12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 출시한다. 정식 출시에 앞서 11일까지 사전예약을 받는다. 2일 로보락에 따르면, 이번 신제품은 기획 단계부터 한국 시장에 맞춰 개발됐다. 청소와 위생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높은 기대 수준과 문턱이 많은 국내 주거 구조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한국 소비자에게 먼저 검증을 받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핵심 기능은 스팀이다. 고온 스팀으로 물걸레질을 해 살균과 위생 관리 기능을 강화했다. 주행 기술도 끌어올려 최대 8.8㎝ 높이의 이중 문턱을 넘을 수 있다. 300종이 넘는 사물을 인식해 피해 가는 기능도 넣었다. 세부 사양은 12일 출시와 함께 공개된다. 로보락이 자신감을 보이는 근거는 국내 소비자 평가다. 로보락은 이날 '2026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로봇청소기 부문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 부문이 지난해 처음 생긴 이후 두 해 연속 1위다. KCSI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1992년 만든 고객만족도 조사로, 올해 35회째다. 전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서비스 만족도와 재구매 의향, 브랜드 신뢰도 등을 종합 평가한다. 로보락은 전반적 만족도 93.7점, 평가 요소 종합만족도 87.9점, 재구입 의향 90.2점을 받았다. 흡입력과 청소 구역 자유도, 사용 편의성, 저소음, 유지관리 편의성 항목에서 경쟁사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달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인증식에는 김청송 로보락코리아 지사장이 직접 참석했다. 로보락은 높은 평가의 배경으로 기술과 사후관리를 꼽는다. AI 기반 내비게이션과 센서로 모서리와 장애물 주변까지 꼼꼼하게 청소하도록 했다. 본체 세척과 필터 교환 같은 유지관리 과정도 자동화했다. 올해는 공식 AS센터 운영 시간을 늘리고, 직배수 스테이션 일부 모델에는 출장 AS를 새로 도입했다. 김 지사장은 앞으로 제품 경쟁력은 물론 구매 이후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사전예약 혜택도 눈길을 끈다. 추첨으로 1명을 뽑아 신제품을 100원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나의 ( ) 순간' 사연 공모 이벤트도 연다. '청소는 맡기고, 여유는 켜세요'라는 메시지를 내걸고 △여유 △새출발 △육아 △반려동물 △효도 5개 테마로 사연을 받는다. 테마별 1명씩 모두 5명에게 약 20만원 상당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준다. 실제 구매로 이어지면 혜택이 더 붙는다. 사전예약 뒤 론칭 프로모션 기간에 제품을 사면 국내 조명 브랜드 일광전구와 협업한 한정판 '일광전구 X 로보락 에디션'을 받는다. 일광전구의 대표 조명 '스노우맨'을 로보락의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만든 제품이다. 방문 설치, 펫 배변 흡입 안심보장, 이사 시 직배수 재설치 등을 묶은 '로보락 케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일룸 로봇청소기장 10% 할인 쿠폰을 주고, 추첨으로 5명에게는 일룸 '베노' 로봇청소기장을 증정한다. 변수는 가격이다. 로보락은 아직 출고가를 공개하지 않았다. 가격과 사전예약 혜택의 세부 적용 조건은 12일 정식 출시 때 함께 발표된다. 출시 직전까지 가격을 밝히지 않고 이벤트로 관심부터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로보락코리아 관계자는 “100원 구매 기회와 한정판 굿즈까지 준비한 만큼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현장] 원신부터 ZZZ까지…킨텍스 꽉 채운 호요버스

“죄송하지만, '30장 점괘'는 모두 마감됐습니다." 2일 오후 12시 15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게임 축제 '호요랜드(HoYoLAND) 2026' 현장. 행사 진행요원이 관람객들에게 일부 유료 콘텐츠가 조기 마감됐다는 소식을 전하자 곳곳에서 아쉬움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사전예매 후 순차 입장을 시작한 지 3시간이 채 안된 상황에서 당초 예상보다 '원신'의 일부 유료 콘텐츠에 관객이 크게 몰린 결과다. 호요버스의 히트작 '원신'은 이날 호요랜드 행사장에 유료 콘텐츠로 '점괘 뽑기'를 준비했다. 이용자는 적게는 1장, 10장, 30장 뽑기 중 하나를 골라 장당 2000원에 뽑기를 진행할 수 있었는데, 이중 30장 뽑기 콘텐츠가 조기 마감된 것이다. 뽑기를 위해 줄을 서 있던 한 관객은 “입장하자마자 달려왔는데 벌써 마감이라니 너무 아쉽다"며 “10장 뽑기라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는 이날부터 5일까지 나흘 간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호요랜드2026'을 개최한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호요랜드'는 호요버스의 대표 게임 지식재산권(IP)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단독 오프라인 행사다. 호요랜드에는 '붕괴3rd', '원신', '미해결사건부', '붕괴: 스타레일', '젠레스 존 제로' 등 호요버스 대표 게임 5종이 참여했다. 킨텍스 제2전시장 7·8홀과 야외 공간에 게임별 체험존과 무대, 코스프레, 2차 창작 전시, 굿즈존 등을 마련했다. 호요버스의 인기 작품 5개를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만큼, 이날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오전부터 게임 팬과 코스튬플레이어들이 대거 몰렸다. 호요버스에 따르면 장당 3만원(예매 수수료 포함)인 행사 티켓 3만4000장은 전부 매진됐다. 부스 이벤트 중 가장 눈길을 모은 공간은 '젠레스 존 제로(ZZZ)'의 왈츠 이벤트 존이다. 방문객들은 게임 내 캐릭터 '레미엘'로 분장한 코스튬플레이어와 손을 잡고 왈츠를 추고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호요버스 관계자는 “이번에 준비한 콘텐츠 중 팬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하는 콘텐츠"라며 “이전에 했던 적이 없는 새로운 형식인 만큼 관객들의 호응도 높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충성도 높은 팬덤을 가진 게임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굿즈 존의 열기도 뜨거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관객이 한번에 몰리지는 않았다. 굿즈 판매를 현장 구매가 아닌 온라인 예약 수령 방식으로 운영해서다. 이용자는 입장 시 받은 팔찌 QR코드로 개별 웹페이지에 접속해 굿즈 상품을 구매하고 결제할 수 있다. 결제 완료 후 안내된 수령 시간에 맞춰 데스크로 방문하면 되는 시스템이다. 호요버스는 한국을 핵심 시장 중 한곳으로 보고 집중 관리하고 있다. 특정 작품 하나를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라 호요버스라는 브랜드 자체를 키우는 전략이다. 한국은 인구가 많지는 않지만, 이용자당 소비력이 높은 시장으로 여겨진다. 호요버스는 올해 4년 만에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에도 100부스 규모로 참가해 한국 유저들과 만날 예정이다. '지스타 2026'에서는 '젠레스 존 제로' 부스 이벤트를 비롯해 '붕괴: 넥서스 아니마'와 '쁘띠플래닛'의 한국 첫 오프라인 시연, '원신'과 '붕괴: 스타레일' 무대 이벤트 등이 진행된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부산서 개발하고 만든다…르노코리아, 지역 거점 키우며 내수 반등

르노코리아가 부산을 자동차 생산뿐 아니라 미래차 개발까지 아우르는 거점으로 키운다. 9월 내수 판매도 전월보다 13.1% 늘며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1일 부산 동래구에 플래그십 전시장 '르노 동래'를 열고 부산을 중심으로 한 사업 확대 계획을 공개했다고 2일 밝혔다. 르노 동래는 르노 성수에 이은 두 번째 플래그십 전시장으로, '르노, 부산이 만듭니다. 부산을 달립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핵심은 판매 공간을 넘어 부산공장의 역할을 개발 영역까지 넓히는 것이다. 르노코리아는 2027년 상반기 '부산 뉴 테크 센터'를 출범하고 경기 용인에 집중된 연구개발 기능 중 개발 인증과 안전성 테스트 등 미래차 관련 일부 기능을 부산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부산공장에는 충돌시험장과 모의 충돌시험장비(SLED), 다목적 환경시험 챔버 등 17개 핵심 연구개발 설비가 들어선다. 르노코리아는 설비 구축에 약 700억원을 우선 투입하고 부산공장 외부에도 부산시와 함께 미래차 연구개발을 위한 추가 설비를 조성할 계획이다.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은 신차 테스트부터 최종 생산까지 전 과정을 부산에서 연결하는 '엔드-투-엔드 자동차 생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개발·시험 기능을 부산공장 생산라인과 연결해 차량 개발 과정의 연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판매에서도 월간 실적이 개선됐다. 르노코리아는 9월 국내에서 2289대를 판매했다. 8월 2024대보다 13.1% 증가한 수치다. 르노코리아는 추석 연휴로 조업 일수가 줄었지만 필랑트와 2027년형 그랑 콜레오스에 적용한 '7년 14만㎞' 무상 보증연장 프로그램이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차종별로는 그랑 콜레오스가 1007대로 가장 많이 팔렸다. 아르카나는 691대, 필랑트는 591대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판매 증가율은 아르카나가 20.2%로 가장 높았고 필랑트 13.7%, 그랑 콜레오스 8.4% 순이었다.르노코리아의 9월 전체 판매는 내수 2289대와 수출 4267대를 합쳐 6556대였다. 르노코리아는 이날 BNK금융그룹과 지역 자동차 산업 상생을 위한 산업금융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르노코리아 측은 “신차 대리점과 정비·부품 서비스 협력사를 대상으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지역 고객의 자동차금융 편의를 높이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손가락 4개 뿐인 아틀라스…“산업 현장서 충분”

현대자동차그룹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는 1일(현지시간) 아틀라스에 탑재되는 차세대 로봇 핸드를 공개했다. 차세대 로봇 핸드에는 엄지를 포함한 4개 손가락에 총 13자유도를 적용하고 손끝과 손바닥에는 촉각 센서가 배치됐다. 사람 손처럼 다섯 손가락을 구현하는 대신 산업 현장에 필요한 기능과 비용 효율에 초점을 맞춘 네 손가락 구조를 선택했다. 공개 영상에서 아틀라스는 드릴 비트를 집어 공구에 끼운 뒤 버튼을 눌러 나무에 구멍을 뚫었다. 손끝으로 작은 너트를 잡아 돌려 체결하는 작업도 수행했다.이 밖에 얇고 긴 드럼 스틱을 손가락으로 회전시키거나 매끄러운 골프공 두 개를 한 손 안에서 움직이는 동작도 선보였다. 물체의 형태와 재질, 마찰 특성이 달라도 손가락별 힘과 움직임을 조절하면서 물체를 다루는 방식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설계 복잡도와 전력 소모, 비용, 내구성, 수리 편의성 등을 비교해 아틀라스의 네 손가락 구조를 선택했다. 아틀라스 행동 조작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알베르토 로드리게즈는 엄지손가락 개수와 새끼손가락의 필요성 등을 놓고 다양한 설계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실험과 시뮬레이션, 3D 프린팅 목업 등을 거친 뒤 개발자들이 새끼손가락을 고정한 채 업무를 수행해보는 방식으로 설계를 검증했다는 설명이다. 새 손에는 촉각 센싱 기술도 적용됐다. 손끝과 손바닥에 압력 기반 센서를 배치해 물체와 접촉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힘의 변화를 감지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단순히 물체를 잡는 데서 나아가 손 안에서 위치와 방향을 바꾸는 조작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AI 학습 방식도 실제 제조 환경을 염두에 뒀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개발 초기부터 가상환경에서 로봇을 학습시킨 뒤 실제 로봇에 적용하는 '심투리얼(Sim-to-Real)' 방식을 적용했다. 가상환경에서 모터 토크와 마찰, 물체 형태, 작업 중 발생하는 외란 등을 바꿔가며 강화학습을 진행하고 실제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건에 대응하도록 했다. 하드웨어 역시 실제 산업 현장을 고려했다. 사람 손과 비슷한 크기를 유지해 기존 작업공간과 공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구조를 단순화하고 주요 부품을 모듈화했다. 내구성과 정비 편의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대규모 양산 가능성까지 고려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최근 문을 연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도 새 핸드의 현장 적용과 연결된다. RMAC은 현대차그룹 제조 환경을 모사한 실증 공간으로, 아틀라스가 실제 제조 작업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검증하는 거점으로 활용된다. 수집한 데이터를 다시 학습과 현장 적용에 반영하는 데이터 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기획] 800조 반도체가 바꿀 광주·전남…공장 넘어 ‘산업·생활지도’ 다시 그린다④

팹 4기 들어서면 소부장·R&D·물류까지 연관 산업 재편 가능성 상시인력 2만3000명 전망…일자리 따라 주거·교육·의료 수요도 변화 대기업 투자 넘어 지역기업 공급망 참여·청년 정착까지 이어져야 전남광주=에너지경제신문 문남석기자 800조원 규모로 제시된 서남권 반도체 투자가 현실화할 경우 광주·전남의 산업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광주·전남 산업은 자동차와 가전, 철강,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여기에 반도체라는 대규모 첨단산업이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산업 구조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반도체 생산공장이 들어서는 데 그치지 않고 소재·부품·장비를 비롯해 연구개발과 물류, 인력양성 등 연관 산업 전반으로 파급효과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정부와 기업이 제시한 구상에서 핵심 입지로 거론되는 곳은 광주 군공항 이전부지다. 약 250만평 규모의 부지를 활용해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인근 지역까지 관련 산업이 연결되는 광역 산업권으로 확장하는 그림이 제시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메모리 반도체 팹 2기씩, 모두 4기를 구축하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서남권 반도체 산업도 단순한 '유치 구상'을 넘어 실제 산업단지 조성과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확보를 논의하는 단계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그러나 반도체 공장 하나가 들어선다고 지역경제가 곧바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생산라인이 안정적으로 가동되려면 반도체 소재와 부품, 장비는 물론 산업용 가스와 초순수, 대규모 전력 공급망, 폐수처리시설, 설비 유지보수 등 다양한 기반산업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결국 대규모 팹 투자의 성패는 생산시설 자체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주변에 얼마나 촘촘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반도체 산업을 대표적인 '생태계 산업'으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산공장 주변에 형성될 새로운 산업지도 서남권에서 가장 먼저 주목할 부분은 반도체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형성될 소부장 기업과 협력업체의 움직임이다. 대규모 팹이 가동되기 시작하면 생산에 필요한 장비와 부품,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장비 유지보수와 공정 지원은 물론 산업용 가스, 폐수처리 등 생산시설 가동을 뒷받침하는 기반 서비스 분야도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에 반도체 생산시설이 들어설 경우 주변 산업단지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 반도체 관련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전력과 용수, 물류 등 생산활동을 뒷받침할 기반시설을 갖추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지역 기업이 반도체 공급망에 얼마나 참여할 수 있느냐다. 대기업 생산시설만 지역에 들어서고 핵심 소재·부품·장비는 다른 지역 기업이 공급하는 구조라면 투자 규모에 비해 지역경제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반면 지역 기업들이 소부장과 장비, 유지보수, 물류 등의 분야에서 공급망에 참여할 경우 반도체 투자가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기업을 끌어들이는 계기로 이어질 여지가 커진다. 이런 점에서 광주를 중심으로 나주와 무안 등 인접 지역의 기능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나주는 에너지와 연구개발 기반을 활용할 수 있고, 무안은 국가산업단지 후보지와 공항 등 교통·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배후 산업공간의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광주에 생산 기능을 두고 주변 지역이 소재와 장비, 에너지, 연구개발, 물류 등을 나눠 맡는 방식으로 산업 기능을 연결하는 구상이다. 물류 역시 빼놓기 어려운 분야다.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는 각종 장비와 소재가 지속적으로 오가고, 생산된 제품 역시 국내외 시장으로 신속하게 이동해야 한다. 광주 생산거점과 인접 산업단지, 공항·항만을 연결하는 물류망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반도체는 생산 과정에서 공급망의 작은 차질도 생산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산업인 만큼 안정적인 물류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산업단지의 경쟁력과도 맞물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서남권 반도체 산업의 공간을 광주 군공항 이전부지 하나로만 볼 수는 없다. 광주에서 반도체 생산이 이뤄지고, 인접 지역에서 소재와 장비, 에너지, 연구개발, 물류 기능을 나눠 맡는 연결 구조가 만들어져야 비로소 하나의 산업벨트가 모습을 갖출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산업단지의 역할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관련 기업의 신규 입주와 함께 기존 기업이 업종을 전환하거나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산업단지의 기능 자체가 재편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따라 주거·교육·의료도 움직인다 산업의 변화는 결국 사람의 이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팹이 실제 가동에 들어가면 생산인력뿐 아니라 연구개발과 설비, 품질관리, 안전, 전기·가스, 시설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이 필요해진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반도체 팹 4기 운영에 필요한 상시 인력을 약 2만3천명 수준으로 보고 있어, 이 같은 인력 수요가 현실화할 경우 지역 고용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문제는 이 인력을 어디에서 확보하느냐다. 외부 인력을 데려오는 방식에만 의존하면 지역에 남는 경제적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지역 대학과 특성화고, 직업교육기관이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길러내고, 지역에서 교육받은 청년이 지역 기업에 취업해 정착하는 연결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반도체 산업이 지역 대학의 교육과정까지 바꿀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정과 장비, 소재, 설계 등 현장에서 요구하는 분야에 맞춰 교육과정을 조정하고 기업과 대학이 공동교육과 현장실습, 연구개발을 확대하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던 청년 인력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새로운 통로도 열릴 수 있다. 사람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주거 문제가 따라온다. 산업단지 근로자뿐 아니라 가족 단위의 정착까지 이어질 경우 아파트와 임대주택 등 주거 수요가 커지고, 어린 자녀를 위한 학교와 돌봄시설, 의료기관, 생활편의시설을 찾는 수요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공장과 도로, 기반시설만 갖추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근로자와 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하나의 생활권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광주와 나주, 장성 등 인접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망을 비롯해 주거·교육·의료·문화시설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도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살펴봐야 할 과제로 떠오른다. 특히 대규모 산업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서는 기존 주민과 새롭게 유입되는 인구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도시계획이 중요하다. 산업단지 주변에 주거지가 충분하지 않으면 출퇴근 차량이 늘어나고 인접 도시의 주택 수요와 교통 여건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의료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전문인력이 대거 유입되고 가족 단위 정착이 늘어나면 병원과 약국 같은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부터 응급의료, 소아·청소년 진료 등 생활권 단위의 의료 수요까지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반도체 투자는 산업단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들어오고 일자리가 생기면 사람이 움직이고, 사람이 움직이면 집과 학교, 병원, 교통망과 상권까지 함께 움직이게 된다. 광주에 생산시설이 자리 잡고 나주와 무안 등 주변 지역에 연관 산업과 물류 기능이 연결될 경우 지금까지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나뉘어 있던 광주·전남의 산업권과 생활권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규모 투자계획만으로 지역경제의 변화를 단정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현재 공식적으로 제시된 핵심 투자계획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팹 4기다. 관련 기업의 구체적인 입주 규모와 투자 시기, 산업단지 조성 일정 등은 앞으로 후속 절차를 거치며 구체화될 부분이 많다. 800조원이라는 투자 규모가 지역경제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려면 대기업 생산시설만 들어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역 소부장 기업과 협력업체가 공급망에 참여하고, 지역에서 길러낸 인재가 일자리를 얻은 뒤 지역에 정착하는 구조까지 연결돼야 한다. 광주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주변 지역에서 소재·부품·장비와 연구개발, 에너지와 물류를 뒷받침하면서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광주·전남에 거주하고 교육과 의료, 소비활동을 이어가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대규모 투자가 지역경제의 변화로 연결될 수 있다. 서남권 반도체 사업을 둘러싼 관심이 투자액에서 산업 생태계로, 다시 사람과 생활의 문제로 확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800조원이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다. 실제 현장에 어떤 기업이 들어오고 어떤 일자리가 만들어지는지, 지역 인재가 얼마나 산업 현장에 참여하고 정착할 수 있는지에 따라 대규모 투자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지금 제시된 거대한 투자 구상이 실제 산업 현장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생산시설을 지을 부지는 제대로 마련되고 있는지, 막대한 전력과 용수는 제때 공급할 수 있는지, 관련 기업과 인력은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무엇보다 계획으로 제시된 투자가 실제 착공과 가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하나씩 따져볼 필요가 있다. 800조원의 약속이 지역의 현실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조건은 무엇인지, 마지막 5편에서 그 구체적인 조건과 과제를 짚어본다. 문남석 기자 ans7200@ekn.kr

LG전자 ‘배터리턴’, 폐배터리 모아 희유금속 회수…청소기는 나눔으로

“폐배터리 1500개면 전기차 한 대분 리튬." LG전자가 무선청소기 폐배터리를 모으는 자원순환 캠페인 '배터리턴(Battery Turn)'의 올해 두 번째 회차에 들어갔다. 다 쓴 청소기 배터리 1500개를 재활용하면 중형 전기차 한 대의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만큼의 리튬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022년 시작해 5년째를 맞은 이 캠페인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후원하고 한국환경공단, E-순환거버넌스가 함께 운영한다.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순환 모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분해해 금속 회수…수익은 지역사회로 2일 LG전자에 따르면 이번 캠페인은 전날부터 다음달 30일까지 두 달간 진행된다. 어느 회사 제품이든 쓰던 무선청소기 배터리를 전국 LG전자 서비스센터에 가져다주면 된다. 방문이 어려우면 온라인 브랜드샵(LGE.COM)에서 비대면으로 신청할 수 있다. 반납 고객에게는 LG 코드제로 A9·A9S·A7용 새 배터리를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혜택도 준다. 다시 쓰기 어려운 배터리는 분해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니켈, 리튬, 코발트, 망간 같은 희유금속을 뽑아낸다. 무게 450g 안팎의 코드제로 A9S 배터리 1개에서는 니켈 31.91g, 리튬 6.06g, 코발트 4.21g, 망간 2.04g이 나온다. 이렇게 지금까지 되찾은 희유금속은 13t을 넘는다. 수거량과 참여자도 해마다 늘고 있다. 첫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모인 폐배터리는 약 156t, 개수로는 34만 개 이상이다. 누적 참여자는 20만 명을 돌파했다. 2022년 약 1만2000명이던 참여자는 지난해 5만 명을 넘겨 4배 이상으로 불었다. 올해 상반기 1차 캠페인에서만 3만여 명이 약 29t, 6만4000개를 내놨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t가량 많은 양이다. 금속을 회수·재활용해 거둔 수익은 지역사회 나눔에 쓰인다. LG전자는 1일 캠페인 기금으로 아동복지시설 파인트리홈에 'LG 코드제로 AI 오브제컬렉션 A9' 무선청소기 15대를 전달했다. 이날 기증식에는 윤형태 LG전자 청소기사업실장, 문갑생 한국환경공단 이사, 이상진 E-순환거버넌스 이사장, 김주리 파인트리홈 원장 등이 자리했다. 앞서 회사는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미혼모 복지시설, 취약계층에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종합사회복지관 등에도 같은 기금으로 청소기를 기증했다. ◇ 폐가전 회수·사업장 재활용으로 보폭 확대 배터리턴은 LG전자가 벌이는 폐가전 회수 활동 중 하나다. 회사가 지난해 세계 56개국 91개 지역에서 거둬들인 폐전자제품은 64만t에 이른다. 2006년 이후 누적 회수량은 565만t이다. 바깥에서 회수한 제품뿐 아니라 사업장 안에서 나오는 폐기물도 재활용을 넓히고 있다. 해외 사업장의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국내외 사업장의 폐기물 재활용률은 97.3%로, 2030년 목표치(95%)를 앞당겨 넘어섰다. 회사는 고객 참여형 회수 활동을 중심으로 자원순환 범위를 계속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손창우 LG전자 리빙솔루션사업부장은 “고객이 손쉽게 동참할 수 있는 자원순환 활동을 확대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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