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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인더스트리, 전사 AX로 기술 경쟁력 높인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연구개발을 비롯한 핵심 업무에 인공지능(AI)을 적극 도입하며 전사 인공지능 전환(AX: AI Transformation)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연구개발과 지식재산(IP) 업무 전반을 지원하기위해 화학·소재 분야에 특화된 다양한 에이전틱 AI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해당 솔루션은 AI를 활용해 실제 사례 분석부터 경쟁사 기술 동향 파악, 기술 분류·시각화까지 지원함으로써 신기술 개발 시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탐색하고 분석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AI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발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발명신고서 생성, 선행기술조사, 특허명세서 초안 작성 등의 지식재산 업무를 지원해 연구 성과를 지식재산권으로 신속하게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를 통해 연구개발부터 IP 확보에 이르는 전 과정을 AI로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솔루션은 사내 특허관리시스템과도 연계해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지식재산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미 구매와 생산 현장에도 AI를 적극 적용해왔다. 구매 본부는 구매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AI 기반의 스마트 구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은 방대한 내·외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품목별 최적의 구매 전략을 제안하고, 제품 개발 단계부터 최적의 소재와 공급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올해 10월 구축 완료 예정이다. 생산 현장에서는 AI를 활용해 공정과 품질을 고도화하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 등을 담당하는 케미칼 사업부는 지난해 AI를 활용한 공정 지능형 제어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간 제조과정에서 발생했던 운전 편차를 최소화하고 공정을 자동화했다. 핵심 공정인 '수분리 공정'에도 AI 비전을 도입해 운전 자율화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 소재 부품을 생산하는 AMS 사업부는 카시트 모듈 생산 공정에서 AI 비전 검사기 구축을 통한 검사지능화 과제를 추진 중이다. 시각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여 제품 외형의 객체 인식 및 패턴 분석을 고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AI의 분석 및 처리 역량을 임직원의 전문성과 결합해 의사결정의 수준과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현업 내 다양한 과제에 AI를 접목하여 사업 경쟁력 제고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오유신 기자 news@ekn.kr

최태원, 데이터센터 이어 정유공장으로…전국 15GW AI 구상 첫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일 국내 제조 현장을 찾아 AI 전환(AX)의 실행 현황을 직접 점검한다. AI 인프라 구축부터 제조 현장의 AX까지 이어지는 'AI 풀스택 프로바이더' 전략의 추진 현황을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다. 최 회장이 국내 AX 현장경영(MBWA·Management by Walking Around)에 나선 것은 지난 6월 '뉴 이천포럼'에서 'AX 중심 경영대전환'을 선언한 지 3개월 만이다. SK그룹 안팎에서는 선언 이후 그룹 차원의 AX 투자와 실행이 실제 현장에서 어느 수준까지 진척됐는지를 가늠할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SK AI 데이터센터 울산과 SK이노베이션 울산CLX(Complex)를 잇달아 찾아 현장경영에 나선다. 현장에는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비롯해 정재헌 SK텔레콤 사장, 윤병석 SK가스 사장, 김원기 SK엔무브 사장, 김종화 SK에너지 겸 SK지오센트릭 사장, 김성수 SK브로드밴드 사장, 김영식 SK에코플랜트 사장 등 주요 멤버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함께한다. 첫 방문지는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이다. 국내 비수도권 최대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로, SK텔레콤·SK브로드밴드·SK케미칼·SK하이닉스·SK AX 등 그룹 주요 멤버사가 대거 참여해 그룹 역량을 총결집한 현장이다. 이 데이터센터는 SK그룹이 전국에 15GW(기가와트) 규모로 추진 중인 AI 인프라의 첫 사업지로, 내년 말 가동을 목표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구축 중이다. SK그룹은 이곳을 기가와트(GW)급 규모로 확장해 영남권 전체에 총 2GW 이상의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은 이어 SK이노베이션 울산CLX를 방문해 AX 현황을 점검하고 구성원들을 격려한다. 울산CLX는 정유·화학 공정에 AI를 접목해 공정 최적화, 안전관리, 에너지 효율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SK이노베이션의 제조 AX 핵심 현장이다. 이곳이 지향하는 '듀얼 브레인'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AI'와 수십 년간 현장에서 축적된 엔지니어의 '경험'을 결합한 통합 운영체계다. AI가 250만 평에 달하는 울산CLX 전 공정과 설비를 24시간 상시 감지·분석하면 사람의 판단을 거쳐 신속하게 대응하는 방식으로, 향후 다른 제조 현장에도 적용될 수 있는 실행 모델이 될 전망이다. 이번 현장경영은 개별 사업장 점검을 넘어 SK그룹이 제시해온 'AI 풀스택 프로바이더' 전략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이기도 하다. 반도체를 출발점으로 AI 데이터센터·에너지·서비스를 아우르는 인프라를 갖추고, 이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제조 AX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SK그룹의 전략이다. SK그룹 관계자는 “SK그룹의 AX 가속화 의지가 AI 풀스택 전 구간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현장에서 직접 점검하는 자리"라며 “반도체와 AI 인프라, 제조 현장의 AX까지 모든 영역을 빈틈없이 살피며 'AI 풀스택 프로바이더'로서 입지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SK하이닉스, 하루 17만톤 물 아꼈다…“2030년까지 6억톤 절감”

SK하이닉스가 지난해 국내 사업장에서 하루 평균 17만톤 규모의 용수 사용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55만명이 하루 동안 생활용수로 쓸 수 있는 규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9일부터 11일까지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국제물주간(Korea International Water Week) 2026'에 참가해 이 같은 성과와 함께 2030년까지 누적 6억톤을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올해 행사에는 50개국, 80개 기업·기관이 참여한다. SK하이닉스는 2018년부터 '용·폐수 절감 TF'를 운영하며 생산 과정에서 물 사용을 줄이고 재이용을 확대해 왔다. 지난해까지 누적 수자원 절감량은 3억337만톤으로 목표치 2억6400만톤을 넘어섰다. 올해는 이를 3억2900만톤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 번 사용한 물을 다시 쓰는 재이용량도 2022년 4788만톤에서 지난해 7359만톤으로 54% 늘었다. 사업장별로도 공정 특성에 맞춰 재이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천사업장은 폐수 재이용 시설을 통해 하루 9만4400톤 규모의 재이용수를 생산해 대기오염 방지시설 등에 공급하고 있다. 청주사업장은 2023년 국내 반도체 업계 최초로 외부 하수처리 재이용수를 도입해 이미 처리된 물을 산업용수로 다시 활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취수-사용-재이용-방류에 이르는 전 과정의 수자원 관리도 강화하고 있으며, 폐수 처리에는 오존산화장치, 활성탄, 다단 응집·침전 시스템 등 고도처리 공정을 적용하고 추가적인 오염물질 저감 기술 개발과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국제물주간 전시 부스를 'Water Loop(순환하는 물)' 콘셉트로 구성했다. 물의 순환을 형상화한 공간에서 수자원 절감과 재이용, 생태계 보전 등 주요 물 관리 활동을 영상과 그래픽으로 소개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 생태환경을 살피는 활동도 선보였다. 안성천 일대에서 운영 중인 'ECOSEE 시민과학 프로그램'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전후의 생태계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시민들이 식물·조류·수생생물 조사와 데이터 축적에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물을 덜 사용하고, 사용한 물은 최대한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수자원 관리 체계를 지속 고도화할 것"이라며 “공정 개선과 관련 기술·설비 투자도 꾸준히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재용은 1.9조에 사고, 최태원은 7000억에 지켰다…삼성·SK ‘지분의 값’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과 SK의 총수의 지분을 두고 같은 날 조 단위의 금액이 움직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9일 약 1조9000억원을 들여 모친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기로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하라는 재산분할금 가운데 7000억원을 받아들이는 대신 보유 주식을 유지하는 길을 택했다. 한쪽은 지분을 늘리는 데 돈을 쓰고 다른 한쪽은 지분을 지키기 위해 현금 부담을 감수했다. 거래의 배경과 법적 성격은 다르지만, 국내 반도체 1·2위 기업을 이끄는 두 총수에게 개인 자금조달과 지배력 유지라는 과제가 동시에 놓였다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 삼성은 가족 지분 이재용에게 집중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은 홍 명예관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 718만8793주를 오는 10월12일 장외에서 매수할 예정이다. 매매 단가는 지난 8일 종가인 주당 26만9500원이며 전체 거래액은 약 1조9374억원이다. 거래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9755만1953주에서 1억474만746주로 늘어난다. 우선주를 포함한 지분율은 1.47%에서 1.58%로 0.11%포인트 상승한다. 홍 명예관장에게는 대규모 현금이 유입되고 이 회장에게는 삼성전자 지분이 추가로 집중되는 구조다. 시장에서 한꺼번에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모자간 장외거래 방식을 택해 주가에 미칠 충격도 줄였다. 재계에서는 홍 명예관장이 고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이후 상속세를 납부하는 과정에서 받은 금융기관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홍 명예관장의 주식담보대출 잔액은 약 1조8550억원으로 전해졌다. 다만 삼성 측은 대주주 개인 간 거래라는 이유로 매각대금의 용도와 자금 계획에 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거래만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크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직접 지분율 상승 폭은 0.11%포인트에 그치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을 통해 삼성전자로 연결된다. 그럼에도 상속 이후 가족에게 분산됐던 삼성전자 지분 일부가 총수에게 이동했다는 의미가 있다.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가족 지분이 외부로 매각되는 대신 이 회장에게 집중되는 방향이어서다. ◇ 최태원은 현금 부담 지고 ㈜SK 지분 유지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는 재산분할금 9440억원 중 7000억원은 다투지 않고 나머지 2440억원에 대해서만 대법원 판단을 받기로 했다. 최 회장 측은 지난달 31일 서울고법에 상고취지 감축 신청서를 제출했다. 장기간 이어진 분쟁을 축소하고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7000억원까지는 수긍하되, 나머지 금액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서울고법은 지난 7월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등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하면서도 주식 자체가 아닌 현금 9440억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SK 지분을 직접 나누지 않고 그룹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최 회장은 ㈜SK 지분을 통해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은 SK하이닉스 주식이 아니라 그룹 지주회사인 ㈜SK 지분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직접 매입하는 이 회장 사례와 차이가 있다. 재상고심에서는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도와 ㈜SK 주식의 가치 평가 시점, 혼인 관계 파탄 이후인 2017년 최 회장이 취득한 SK실트론 지분을 공동재산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7000억원이 즉시 확정돼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최 회장이 해당 금액을 재상고심에서 더는 다투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실제 지급은 판결 확정 이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종적으로 상당한 현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자금조달 방식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 지분 확대와 방어에 필요한 '총수의 현금' 이 회장과 최 회장의 선택은 방향은 다르지만 '주식 대신 현금을 움직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회장은 가족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자신이 현금으로 인수한다. 최 회장은 ㈜SK 주식을 노 관장에게 넘기는 대신 현금으로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받아들였다. 삼성은 총수 지분이 늘고 SK는 총수 지분이 유지된다. 두 사안은 각 총수의 개인 거래와 소송이므로 삼성전자나 SK 계열사의 자금을 직접 투입할 수는 없다.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법도 공개되지 않았다. 보유 현금과 계열사 배당, 금융기관 대출, 주식담보대출 또는 일부 자산 처분 등이 가능한 수단으로 거론되지만 확인되지 않은 추정이다. 향후 시장이 주목할 부분은 조 단위 현금 수요가 총수 일가의 배당 정책과 보유지분 운용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다. 총수 개인의 대출이 늘면 이자와 원금 상환을 위한 배당 수요가 커질 수 있고,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하면 주가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변동 위험도 발생한다. 삼성과 SK는 인공지능 반도체 패권 경쟁의 중심에 서 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와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을 추진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급증한 반도체 이익을 기반으로 국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상속 이후 가족 지분을 이 회장에게 모으는 과정에 들어갔고, SK는 이혼 이후에도 최 회장의 지주회사 지분을 유지하는 방향을 택했다"며 “앞으로의 관전 지점은 지분율 자체보다 두 총수가 조 단위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하고, 그 과정이 배당과 지분 운용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여부"라고 내다봤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애플 첫 폴더블 ‘아이폰 듀오’ 한국선 329만원…삼성에 도전장

애플이 2007년 첫 아이폰 출시 이후 처음으로 화면을 접는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폴더블 시장에 정식으로 발을 들였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선보인 지 7년 만이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접는 형태의 '아이폰 듀오'와 상위 라인업 '아이폰18 프로' 시리즈, 무선이어폰과 스마트워치 신제품을 한꺼번에 공개했다. 지난 1일 팀 쿡의 후임으로 취임한 존 터너스 최고경영자(CEO)가 처음 주재한 대규모 행사이기도 하다. 애플은 이날 하드웨어 라인업 전면 교체와 함께 인공지능(AI) 전략에도 상당한 무게를 실었다. ◇ 접는 아이폰 첫선…터치식 잠금+가변 저장용량으로 차별화 아이폰 듀오는 접었을 때 여권 정도 크기가 되는 좌우 개폐형 구조로, 삼성전자가 지난 7월 내놓은 갤럭시 Z 폴드8과 유사한 방식을 택했다. 화면은 접었을 때 5.4형, 펼쳤을 때 7.6형으로 커지며 펼친 상태에서 서로 다른 앱을 동시에 띄우는 분할 사용이 가능하다. 그동안 태블릿 전용이던 스타일러스 펜 입력 기능도 이 기종에 처음 이식됐다. 잠금 해제 방식은 얼굴 인식 대신 지문 인식이 채택됐고, 발열 억제를 위한 냉각 구조(베이퍼챔버)도 새로 들어갔다. 색상은 화이트 계열과 짙은 남색 계열 두 가지로 나왔고 저장용량은 최대 2테라바이트(TB)까지 선택할 수 있다. 터너스 CEO는 “기존 폴더블 스마트폰들에 대해 두 대의 휴대전화를 억지로 붙여놓은 듯한 인상이었다"며 “세로 콘텐츠를 넘기거나 영상을 볼 때 화면 활용이 답답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이어 “이번 신제품은 태블릿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확장 화면 경험을 지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제품이 접는 스마트폰의 표준 사용 경험을 바꿔놓을 것"이라며 기대를 밝혔다. 256GB 기준 가격은 1999달러(268만원)로 역대 아이폰 라인업 중 가장 높게 책정됐다. 한국 판매가는 329만원이다. 부가가치세와 환율 변동성 등을 반영한 가격이라서다. 다음달 16일부터 예약 주문을 받고 23일부터 매장 판매에 들어간다. 애플은 이날 행사에서 출시 국가는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 아이폰18 프로엔 2나노 칩…에어팟·워치도 동시 물갈이 상위 라인업인 아이폰18 프로·프로맥스에는 2나노미터(㎚) 공정으로 만든 신형 칩 'A20 프로'가 처음 얹혔다. 6코어 중앙처리장치(CPU)와 7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 구성으로 전작 대비 연산 성능이 20%, 그래픽 성능은 40% 개선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카메라는 4800만 화소 메인 렌즈에 6장의 초박형 날개로 구성된 가변 조리개를 새로 넣어 촬영 환경에 맞춰 조리개 값과 셔터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게 했고, 저조도 촬영과 야간모드 처리 속도도 손봤다. 배터리는 동영상 재생 기준 프로가 최대 36시간, 프로맥스가 최대 45시간이며, 유선 15분 충전으로 최대 6시간 재생이 가능하다. 외형은 알루미늄 소재와 후면 카메라 바 형태를 유지했고 색상은 4종(딥블랙·실버·글레이셔·버건디)으로 나왔다. 가격은 프로 1199달러, 프로맥스 1299달러로 전작보다 각각 100달러씩 올랐다. 메모리값 상승으로 큰 폭의 가격 인상이 점쳐졌지만 실제 인상폭은 100달러에 그쳤다. 예약은 11일부터, 판매는 18일부터 시작되며 이번 행사에서 보급형 아이폰18은 공개되지 않았다. 무선이어폰 '에어팟5'도 함께 나왔다. 소음 차단 성능이 전작보다 50% 좋아졌고 실시간 통역 기능과 새 시리 AI를 지원하며, 케이스 방식에 따라 129달러·149달러로 나뉜다. 스마트워치 라인업(시리즈12·울트라4)에는 하루 종일 주변 소리를 인식해 대화 내용까지 요약해주는 상시청취형 오디오 기능이 새로 추가됐는데, 외신에서는 편의성과 함께 사생활 노출 우려를 함께 지적하는 반응도 나왔다. ◇ “기기 안에서 끝내는 AI"…개인정보 보호로 차별화 승부 애플은 이날 행사 상당 시간을 AI 전략 설명에 할애했다. 터너스 CEO는 아이폰을 일상과 앱·서비스를 잇는 개인용 지능형 허브로 규정하고, 애플의 AI 기능(애플 인텔리전스)은 가급적 기기 자체에서 처리하며 더 많은 연산이 필요할 때만 자체 서버 환경(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트)을 거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개인정보를 외부 서버로 넘기는 순간 그 데이터의 통제권도 함께 넘어간다는 논리로, 기기 내부 처리 방식이 갖는 신뢰성 우위를 부각했다. 이번 신제품의 핵심 AI 기능으로는 전면 개편된 시리가 꼽혔다. 새 시리는 사용자가 보고 있는 화면 내용을 인식하고 메시지·메일·사진 같은 개인 맥락을 파악해 답변하거나 앱 안에서 직접 작업을 수행하며, 필요하면 웹 검색까지 연동한다. 별도 앱으로 분리돼 대화 이력을 이어가거나 새로 시작할 수 있고, 기기 간 대화 내용은 클라우드로 비공개 동기화된다. 카메라로 보이는 사물에 대해 묻거나 글을 쓰고 다듬는 기능도 포함됐다. 애플의 AI 제품 총괄 릴리안 린콘은 새 시리가 출시 시점에 30만 개 앱과 연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최태원, 9440억원 중 7000억원 받아들여…대법원 판단은 2440억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하라는 재산분할금 9440억원 가운데 7000억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머지 2440억원에 대해서만 대법원의 판단을 받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지난달 31일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에 이 같은 내용의 상고취지 감축 신청서를 제출했다. 최 회장 측은 “분쟁이 너무 오래 지속된 만큼 이를 축소하고 조속히 해결하려는 대승적 차원에서 7000억원까지는 수긍하기로 했다"며 “그 이상에 대해서는 법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다투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고법은 지난 7월24일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도를 3분의 1로 인정하고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등을 분할 대상에 포함했다. 최 회장 측은 지난달 14일 파기환송심 판결 전체에 불복해 재상고했으나 이번 신청을 통해 다툼의 범위를 2440억원으로 줄였다. 다만 7000억원이 즉시 지급됐거나 재산분할 절차가 모두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판결 확정과 실제 지급 시기는 향후 재판 절차에 따라 결정된다. 대법원에서는 노 관장의 기여도 산정이 적절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대법원은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을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에서 인정된 노 관장의 기여도는 환송 전 항소심의 35%에서 33.3%로 1.7%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이혼 확정 이후 상승한 ㈜SK 주식 가치를 분할액 산정에 반영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혼인 관계가 사실상 파탄 난 이후인 2017년 최 회장이 취득한 SK실트론 지분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도 법리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직접 분할하지 않고 노 관장 몫을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재판 결과가 SK그룹의 지분 구조에 직접적인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최 회장이 대규모 현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재계의 관심사로 남아 있다. 노 관장 측은 현재까지 부대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 회장 측의 상고 범위가 줄어들면서 2017년 시작돼 9년째 이어지고 있는 두 사람의 재산분할 소송도 핵심 법리 쟁점을 중심으로 압축됐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권혁빈의 ‘스마일게이트’, 이혼으로 단독 주주체제 무너지나

법원이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인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 겸 희망스튜디오 이사장의 이혼을 인용하면서 스마일게이트 주식 35%를 포함한 총 2조5500억원 상당의 재산을 배우자에게 분할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스마일게이트가 유지해온 단독 주주 체제가 깨지는 만큼, 향후 회사 경영의 주요 의사결정에도 상당 부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는 권 이사장의 부인 이모씨가 제기한 이혼 청구를 인용하면서 피고(권 이사장)가 원고(이씨)에게 재산분할로 스마일게이트 주식 35%를 현물로, 65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장기간 갈등 경위와 심화 과정, 관계회복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혼인 관계는 회복할 수 없는 파탄에 이르렀고 책임은 모두에게 있고 대등하다"며 “혼인 초기 원고 가족의 지원이 있었고 배당금을 지급 받은 사정, 다른 사건에서 자회사 기업가치가 이 사건보다 높게 평가된 점, 혼인생활 과정, 파탄 경위, 경제력 등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스마일게이트는 게임업계 보기드문 단독 주주체제로 운영돼 왔다. 권 이사장은 그룹 지주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에도 권 이사장이 지분 65%를 보유하고 있는만큼 지배구조 자체에는 흔들림이 없을 전망이다. 다만 지분 35%를 보유한 이씨가 배당이나 계열사 재편, 합병·분할, 기업공개(IPO), 지분 매각 등 중대한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만큼 스마일게이트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측이 법원의 이번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대한항공, 부산 ‘2026 WSCE’ 참가…미래 항공산업 솔루션 전시

대한항공이 아시아 최대 규모 스마트 시티 박람회에서 미래 항공산업 생태계 기술을 선보인다. 9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부터 11일까지 사흘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규모 스마트 박람회 '2026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WSCE)'에 참가한다.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WSCE는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산광역시의 주최로 인공지능(AI) 솔루션을 비롯해 교통, 모빌리티, 인프라에 관련된 최신 기술과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전시회·컨퍼런스 등 비즈니스 행사가 다수 진행된다. 대한항공은 이번 행사에서 전시를 통해 △첨단 자동화 제조 △AI 항공 유지·보수·정비(MRO) △도심항공교통(UAM) 통합 관제 등을 주축으로 하는 차세대 항공 인프라를 구현하고 미래 스마트 시티의 비전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대한항공 전시관 내 '미래항공 AI 전환(AX) 존'에선 스마트 시티 산업의 근간인 제조 혁신 역량을 뽐낸다. AI를 접목해 항공 부품과 기체를 대량 생산하는 방식으로 고도화된 다목적 공정 라인이 영상으로 구현됐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은 스마트 팩토리의 청사진과 부산을 거점으로 한 대규모 차세대 항공 생산 혁신의 비전을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대한항공이 개발 중인 민항기 부품의 제조 자동화 기술과 미래 핵심 항공 전력인 저피탐 무인편대기도 해당 구역에 전시돼 첨단 기체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 입증에 나선다. 또한 'AI 항공 MRO 존'에서는 지능형 유지보수 기술을 민항기 정비에 적용한 사례가 소개된다. 대한항공이 개발한 '인스펙션 드론'과 '지상 이동형 로버'가 항공기 외관을 정밀 스캔하고 결함을 탐지해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대한항공은 해당 기술이 스마트 시티에서 대형 모빌리티의 핵심 유지보수 체계를 무인·지능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모델로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ACROSS존'에선 미래 스마트 시티와 하늘을 연결할 3차원 교통망 핵심 기술도 선보인다. ACROSS는 대한항공이 개발한 UAM 통합 운영 솔루션으로, 도심 상공을 이동하는 다량의 UAM 기체들의 운항 안전·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AI를 활용한 스마트 관제 시스템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진정한 스마트 시티의 완성은 지상을 넘어 고도화된 항공 제조 기술, 관제 및 정비 인프라가 하나로 연결될 때 가능하다"며 “미래 항공 클러스터 비전을 통해 글로벌 항공우주 산업의 자동화 생산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이재용, 홍라희 관장 삼성전자 주식 1.9조원어치 매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모친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0.11%를 장외에서 매수한다. 거래 규모는 1조9374억 원이다. 대규모 물량을 시장에서 처리하는 대신 특수관계자 간 거래를 택해 주가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은 홍 명예관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 718만8793주를 다음 달 12일 장외매수 방식으로 사들일 예정이다. 매매 단가는 보고서 제출일 전 영업일인 이달 8일 종가(26만9500원)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총 거래금액은 1조9373억 원 상당이다. 공시상 거래목적은 '특수관계자로부터 주식 양수'로 명시됐다. 삼성 측은 대주주 개인 간 거래인 만큼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재계에서는 홍 명예관장이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별세 이후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기관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지분을 처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분율 상승 폭 자체도 크지 않은 만큼, 지배구조상 변화 없는 대주주 간 지분 정리 성격의 거래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 거래가 예정대로 완료되면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우선주를 포함해 1.47%(9755만1953주)에서 1.58%(1억474만746주)로 0.11%포인트 오르게 된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차 어때] 작은 심장 달고 경쾌한 질주…‘4기통의 반전’ 벤츠 ‘AMG SL 43’

산뜻하다. 선명한 노란색 차체 위, 보닛과 펜더의 굴곡이 매끄럽다. 낮고 넓게 뻗은 전면부에는 세로형 AMG 그릴과 날카로운 헤드램프가 강렬함을 더한다. 길고 납작한 보닛을 따라 옆으로 눈을 옮기면 볼륨감 있는 뒤태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이어진다. 후면 범퍼 아래 자리한 네 개의 원형 배기구는 AMG 스포츠카다운 역동적인 정체성을 보여준다. 옆에서 보면 실내를 뒤쪽으로 밀어 넣은 전형적인 로드스터의 비율도 선명하다. 소프트톱을 열면 분위기가 한번 달라진다. 헤드레스트와 등받이가 하나로 이어진 브라운색 시트가 그대로 드러나며 부드러운 느낌을 전한다. 낮게 누운 앞유리와 차체 안쪽으로 파고든 캐빈 덕분에 운전석에 앉으면 차를 타고 있다는 느낌보다 차와 함께 바람을 가른다는 느낌에 가깝다. 눕다시피 앉는 스포츠카 특유의 자세를 감안하면 시야도 편안한 편이다. 차체는 길이 4705㎜, 너비 1915㎜, 높이 1365㎜로 낮고 넓지만, 운전석에서는 주변 상황을 살피는 데 큰 불편이 없다. 지난 8월 메르세데스-벤츠의 럭셔리 로드스터 '메르세데스-AMG SL 43'을 타고 도심과 고속도로를 누비며 스포츠카와 데일리카를 오가는 두 얼굴을 만끽했다. 첫인상의 산뜻한 느낌은 주행감으로 이어졌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엔진음이 가볍고 경쾌하게 울렸다. V8 엔진의 낮고 굵은 소리와는 또다른 매력이다. 도로에서도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대로 차가 즉각 방향을 바꾸고, 가속 페달을 과격하게 몰아붙이지 않아도 움직임 하나하나가 재빠르다. SL 43에는 AMG의 '원맨 원엔진' 철학이 적용된 2.0ℓ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타보기 전 4기통이라는 숫자만 봤을 때는 'SL'이라는 명성에 비해 엔진이 작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운전대를 잡으니 걱정이 무색할 만큼 힘 있게 차체를 밀어붙였다. 도심에서 컴포트 모드로 달릴 때는 가속 페달을 밟아도 차분하게 속도를 끌어올렸다. 브레이크 페달은 다소 단단한 느낌이지만 반응이 지나치게 예민하지 않아 힘을 조절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차체가 낮고 넓은 스포츠카라는 점을 감안해도 시내에서 생각보다 편하게 다룰 수 있었다. 드라이빙 어시스트 기능도 적극성보다는 편안함에 맞춰져있다. 차선 이탈 방지나 브레이크 어시스트 등이 운전자가 적극적인 개입을 체감할 만큼 두드러지지 않아 오히려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SL 43에 탑재된 2.0ℓ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421마력, 최대토크는 51㎏·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인 제로백은 4.7초다. 일상적인 시내 주행에서는 의외로 편하고 얌전했던 주행감이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바꾸자 완전히 달라졌다.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반응이 훨씬 빨라지고 속도가 붙는 과정도 더 직선적이고 강해졌다.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이 날카로워지면서 배기음도 한층 크고 선명했다. 변속기는 AMG 스피드 시프트 MCT 9단을 적용했다.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와 달리 토크컨버터 대신 클러치를 활용해 엔진의 힘을 변속기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엔진의 힘을 빠르게 전달하면서 기어도 신속하게 바꿀 수 있다. 실제 주행에서는 제로백 4.7초라는 공식 제원보다 차가 속도를 끌어올리는 과정이 더 빠르게 느껴졌다. 변속이 빠르게 이어지면서 가속감이 끊기지 않고, 4기통 엔진이라는 사실도 잠시 잊게 만들었다. 엔진의 존재감이 한 번 더 선명하게 느껴진 순간은 신호 대기 때였다. 스타트-스톱 기능이 작동해 엔진이 꺼졌다 다시 켜질 때 소리와 진동이 생각보다 또렷하게 전해지며 스포츠카다운 엔진의 존재감을 느끼게 했다. 벤츠는 SL 43에 48V 온보드 전기 시스템과 2세대 벨트 구동식 스타터 제너레이터를 적용했다. 엔진의 반응을 빠르게 하고, 정차 후 다시 출발할 때 동력 전달을 돕는 장치다. 덕분에 신호가 반복되는 도심에서도 답답하다는 느낌이 크지 않았다. 명색이 1952년부터 이어진 SL의 오픈톱 모델인데 소프트톱을 안 열어볼 수는 없었다. 시내도로와 고속도로에서 모두 소프트톱을 열고 달려봤다. 소프트톱은 시속 60㎞ 이하라면 주행 중에도 열고 닫을 수 있어 편리하다. 센터 디스플레이를 터치하거나 하단의 물리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개폐에는 약 15초가 걸린다. 주행 중에는 정면을 응시해야 하는 만큼 소프트톱이 완전히 열리거나 닫혔는지 뒤를 돌아 확인하기 어렵지만, 작동이 끝나면 알림음으로 상태를 알려준다. 고속도로에서 소프트톱을 연 채 속도를 시속 120㎞까지 높여봤다. 바람은 당연히 거셌지만 예상만큼 얼굴을 직접 때리지는 않았다. 낮게 누운 앞유리와 측면 유리가 바람을 상당 부분 막아줘 오픈톱 주행에서도 생각보다 여유가 있었다. 속도를 낮춰 주변 풍경을 즐길 때나 속도를 높여 달릴 때나 소프트톱을 열었다는 사실 자체가 주행의 재미를 더했다. 밤에는 은은한 앰비언트 라이트가 실내 분위기를 한번 더 살렸다. 오픈톱 주행을 고려한 세심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11.9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는 햇빛이 강한 날에도 화면이 잘 보이도록 자동으로 각도를 조절한다. 실제로 해가 내리쬐는 한낮에 소프트톱을 열고 달렸지만 화면에 빛이 심하게 반사돼 불편한 일은 없었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소프트톱 조작을 비롯한 다양한 기능을 담고 있으면서도 이를 빼곡하게 늘어놓기보다는 필요한 기능만을 비교적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SL 43은 지난해 2월 국내 출시됐다. 기존 SL 63에 이어 추가된 트림으로 시승차인 2025년형 SL 43의 가격은 1억5700만원, 현재 판매되는 2026년형은 1억6000만원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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