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력인프라 사업 호황을 맞은 국내 전력기기 3사가 올해 상반기 역대급 규모의 수주 잔고를 기록하며 성장 가시성을 높였다. 각 기업별 미래 수주·성장 전략 방향성 차이는 명확히 드러나면서 초고압변압기 중심의 기존 경쟁 구도도 한층 다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과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전력기기 3사의 2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약 37억원 규모에 이른다. 지난 1분기말 수주잔고 32억원 대비 15%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LS일렉트릭은 2분기말 기준 수주잔고 6조9998억원을 기록해 직전 분기 대비 24.1% 늘렸고, 당기 신규 수주는 2조1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당기 14억4000만달러(2조1000억원) 규모 신규 수주를 추가해 수주 잔고는 같은 기간 7.6% 오른 84억9000만달러(12조 3000억원)를 기록했다. 전력기기 3사 가운데 수주잔고가 가장 큰 효성중공업의 경우 2분기말 수주잔고는 직전 분기 대비 15.9% 오른 17조5070억원으로, 당기 신규 수주는 3조3242억원 규모다. 이번 2분기 실적과 함께 발표한 수주현황과 전망을 통해 이들 3사는 영업실적 성장 가시성을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전략도 한층 분명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LS일렉트릭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 2분기말 기준 LS일렉트렉의 수주잔고 현황을 살펴보면, 초고압변압기가 총 수주잔고의 47.8%(3조3453억원) 비중을 차지했고 배전반은 28.6%(2조9억원), 중저압변압기와 초고압 가스절연개폐장치(GIS)는 각각 4.7%(3279억원)로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건 배전반 수주의 성장률이다. 직전분기말 기준 1조1697억원 규모였던 배전반 수주잔고는 한 분기만에 8321억원(71.1%) 증가했다. 이는 당기 신규 수주(2조1000억원)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LS일렉트릭이 최근 주력 제품인 배전반을 앞세워 데이터센터향(向) 배전솔루션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수주잔고 변동은 회사의 데이터센터 배전 인프라 시장 선점 전략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실제 LS일렉트릭은 지난 6월 1064억원 규모의 북미 빅테크 초대형 데이터센터향 38킬로볼트(kV)급 고압 배전 시스템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관련 수주액을 1조2000억원까지 늘려둔 상태다. 반면 초고압변압기·차단기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효성중공업은 노후전력망 교체 수요와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지속 확대되는 미국을 중심으로 일감을 늘리며 전력 인프라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효성중공업에 따르면, 올 2분기 수주잔고(17조5070억원)의 국가별 비중은 각각 미국 57%·내수13%·기타(중동·유럽 등) 30%로 집계됐다. 미국 비중이 직전 분기 대비 3%포인트(p) 확대된 구조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미국 비중은 13%p 확대됐다. 미국시장 중심의 고스펙·고마진 수주 물량을 지속 확보하며 중장기 이익률 개선 가시성을 확대했다는 게 효성중공업 측 설명이다. 효성중공업이 미국 최대 전력·에너지 인프라 EPC(설계·조달·시공) 기업 콴타서비스와 현지에서 합작 설립한 법인이 오는 10월 72.5~800kV급 초고압차단기 생산에 본격 돌입하는 만큼, 이 같은 사업 전략은 올 하반기 들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HD현대일렉트릭의 경우,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초고압변압기·차단기 등 전력기기 집중 구조를 탈피하고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수주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지난달 회사가 글로벌 빅테크와 체결한 1조원대 규모 전력·배전기기 패키지 수주 모델이 주축이다. 앞서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달 2일 글로벌 빅테크 데이터센터에 총 1조1212억원 규모의 전력·배전기기를 5:5 규모로 오는 2029년까지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실제 납기는 오는 2028년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해당 계약의 고객사와 같은 규모의 2029~2030년분 물량을 납품하는 계약을 추가로 체결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다른 빅테크기업 세 곳과도 패키지 형태의 1조원대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협의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기준 1.8%, 올해 6.3%에 그쳤던 전력사업의 신규 수주 내 데이터센터향 비중을 내년 16.0%까지 1년 새 3배 가까이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통상 전력기기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저조한 배전기기의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전사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지만, 시장에선 데이터센터향 제품의 경우 일반 제품 대비 높은 가격이 형성돼있어 실제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태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향후 데이터센터향으로 중저압 차단기 등 배전기기 스코프의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데이터센터향 제품은 일반 산업용 대비 높은 판가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기존 이익률을 상회하는 수익성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