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오래된 이름, 가장 젊은 감각…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http://www.ekn.kr/mnt/thum/202608/news-p.v1.20260802.e9684ea083e1464f993d4e9344410db2_T1.jpg)
명차는 늙지 않는다. 특유의 안정감과 정숙함, 단단한 차체가 주는 믿음까지, 여전하다. 수평으로 길게 뻗은 전면과 간결하게 다듬어진 면들이 화려함보다는 여유를 택했다. 넉넉한 실내 공간감과 안정적인 비율 역시 오랜 헤리티지를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중후함을 과시하지 않으니 의외로 담백하다. 여기에 하이브리드의 산뜻한 주행감이 깔리고,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운전의 피곤함을 덜어준다. 차세대 AI 인포테인먼트가 주는 편리함은 덤이다. 40년을 달려온 국민 대형 세단이 '가장 젊은' 감각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진화해 나타났다. 지난 1일,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함께 서울에서 파주까지 왕복 95km를 달렸다. 차에 가까이 다가서자 얇은 일자형 램프가 먼저 켜졌다. 이어 빛이 좌우로 번져나가며 양쪽 헤드램프가 차례로 밝아졌다. 마치 환영인사를 건네는 듯 하다. 시동 버튼을 누르니 어떤 소음과 진동도 없이 부드럽게 움직일 준비를 마친다. 출발은 순수 전기차를 떠올리게 할 만큼 조용하고 매끄럽다. 손에 쥔 D컷 스티어링 휠도 안정감 있게 착 감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느껴지는데 송풍구는 눈에 띄지 않는다. 덕분에 대시보드는 한층 단정해보인다. 기대 이상의 첫인상이다. 이날 서울은 해가 쨍쨍했다. 넓은 선루프로 밝은 하늘이 보고 싶어 머리 위 콘솔을 터치하니 불투명했던 유리가 순식간에 투명해졌다. 더 뉴 그랜저의 스마트 비전 선루프에는 기계식 블라인드가 아닌, 고분자 분산형 액정 필름이 적용됐다. 자연광이 실내를 가득 채우자 선루프를 활짝 연 것처럼 차 안이 환해졌다. 중앙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외부 온도는 33도. 유리를 직접 만져보니 폭염에도 뜨겁다기보다 미지근한 정도였다. 현대차는 뉴 그랜저 스마트 비전 루프의 열 차단 성능을 기존보다 30% 향상시켰다. 주행을 시작하니 전면의 슬림 디스플레이는 생각보다 작다는 인상을 준다. 처음에는 정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느낌이다. 다만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주행 정보를 대부분 대신 보여주면서 금세 적응하게 된다. 현재 속도와 내비게이션 안내, 차선 유지 보조 등 필수 정보는 HUD만으로도 충분하다. 오히려 계기판이 시야를 크게 차지 하지 않으니 전면 개방감이 살아나고, 수평으로 길게 뻗은 대시보드가 돋보인다. 올림픽대로에 오르기 전까지 도심을 달렸다. 막히는 구간이 많아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수시로 오갔지만, 울컥거리는 감속감 없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다만 가속페달은 다소 묵직하다. 밟는 즉시 튀어나가기보다는 힘을 차분히 쌓아 올리며 속도를 높인다. 원하는 만큼 속도를 끌어올리려면 생각보다 발끝에 힘을 더 줘야한다. 운전자에 따라 둔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으나,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점은 플래그십 세단의 성격과 잘 어울린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진가는 자유로에서 드러났다. 시속 80km 안팎에서 추월을 위해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엔진 회전수가 급하게 치솟으며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모터가 먼저 이끌고 엔진이 힘을 보탤 때 특유의 미세한 머뭇거림은 있었지만, 전환 자체는 꽤 자연스러웠다. 현대차는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에 엔진 재시동 충격을 줄이는 '엔진 정지각 제어' 기술과 모터가 엔진 진동을 상쇄하는 '모터 역위상 제어' 기술을 적용했다. 순식간에 시원하게 치고 나가는 느낌은 아니지만, 힘을 꾸준히 이어가며 여유있는 가속감을 만들어냈다. 사소한 디테일도 있었다. 고속으로 한참 달리며 허리가 조금씩 굳는 느낌이 들 때쯤, 시트 등받이가 움직이며 허리를 부드럽게 밀어줬다. 운전석 자세 보조 시스템이다. 허리를 한 번 펴고 자세를 고쳐 앉으니 한결 피로감이 덜했다. 장거리 운전에서 은근히 체감되는 기능이다. 피로를 덜어주는 건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DA2)도 마찬가지였다. 차간거리를 3단계로 맞춰두니 간격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며 감속을 이어갔다. 브레이크를 급하게 움켜쥐거나 성급하게 속도를 끌어올리는 일은 없었다. 방향지시등을 켜자 차선 변경도 즉각 매끄럽게 이어졌다. 운전하는 내내 의외로 가장 많이 부른 이름은 '글레오'였다. 정차 구간이 없는 고속도로에서는 간단한 조작을 위해 중앙 디스플레이로 시선을 돌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화면을 터치로 조작해야하니 한층 더 쉽지 않다. 대신 “글레오" 한 마디면 충분했다. “에어컨 온도 18도로 낮춰줘"라고 말하자마자 1초 만에 바람이 시원해졌다. 공조를 조절하거나 스마트 비전 루프를 제어하고, 차량 기능을 묻는 정도는 대화하듯 편하게 해결된다. 현대차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를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역시 연비다. 서울에서 파주까지 주행한 뒤 계기판에는 21.1㎞/L가 표시됐다. 서울로 돌아왔을 때 최종 연비는 20.4㎞/L였다. 공인 복합연비(18.4㎞/L)를 꽤나 웃도는 수치다. 이날 33도의 폭염 속에서 에어컨을 내내 최저 온도로 가동했고, 에코 모드 대신 컴포트와 스포츠 모드만을 오가며 달렸으니 효율보다는 성능 체험에 무게를 둔 주행이었다. 이 정도 조건이면, '선방'을 넘어 최고의 연비라 할만하다.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시작 가격은 세제 혜택 적용 전 4864만원이다. 이날 시승한 하이브리드 캘리그래피 풀옵션 모델은 6454만원이다. 가격만 놓고 보면 제네시스 일부 모델이나 수입 프리미엄 세단이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에 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막상 운전대를 잡고 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오랜 시간 다듬어온 완성도, '역시 그랜저'라는 익숙한 믿음이다. 40년을 달려온 비결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명불허전. 명차는 이번에도 그 이름에 충실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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