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해운업계가 내년 '시계 제로'의 항로에 진입한다. 전세계적 경기 둔화 여파로 물동량 정체와 신조 선박의 대거 인도라는 '공급 과잉' 이중격랑을 눈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운임 상승 여력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같은 악천후 항로에 직면한 해운사들의 실적 희비는 장기운송계약(CVC)이라는 '안전판'을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릴 전망이다. 18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의 '2026 산업 전망'에 따르면, 내년 해운업계 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나 산업 전망은 '중립적'으로 제시됐다. 이는 업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보다는 하방 압력을 견뎌내야 하는 시기임을 시사한다. 가장 큰 위협 요인은 '수급 불균형'이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보호 무역주의가 확산하면서 해상 물동량 수요는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코로나19 팬데믹 호황기에 발주됐던 신조선들이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인도되고, 환경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폐선 속도는 더뎌 선복 공급 증가율이 수요 증가율을 웃돌 것이란 분석이다. 선종별 기상도도 엇갈린다. 먼저, 누적된 신조 부담이 가장 큰 컨테이너선은 소비 심리 회복이 지연되면서 구조적인 운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건화물선(벌크선)도 아프리카 기니의 시만두 철광석 프로젝트 등 단기적인 물동량 증가 요인은 있으나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한 추세적 상승은 요원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에 원유 및 가스 등을 운송하는 탱커선은 상대적으로 공급 부담이 적고, 지정학적 이슈로 인한 운항거리 증가(톤-마일 증대) 효과로 양호한 흐름이 예상된다. 한신평은 “시황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CVC·COA 등 장기계약 비중이 높은 선사들은 운임 하락의 충격을 흡수하며 안정적인 영업 실적을 유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년도 산업 전망에 따라, 국내 주요 해운사들은 올해 3분기 실적에서 보여준 기초체력를 토대로 다가올 파고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 최대 국적 선사 HMM은 컨테이너 시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구조를 여실히 보여줬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8조1838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컨테이너 부문 매출이 6조9768억 원으로 전체의 85.3%에 육박한다. 건화물·유조선 등 벌크 부문 매출은 1조483억원(12.8%)에 그쳐 여전히 컨테이너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3분기 평균 컨테이너 운임은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126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분기(1604달러) 대비 약 21% 하락한 수치다. 운임 하락이 곧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이에 HMM은 올해 2월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신규 해운동맹 '프리미어 얼라이언스(Premier Alliance)' 체제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오는 2030년까지 벌크선 선대를 확장하여 포트폴리오 쏠림 현상을 해소하겠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가동 중이다. 하림그룹의 해운 계열사 팬오션은 벌크선 중심의 포트폴리오에 LNG 운송이라는 신성장 동력을 더해 안정감을 높였다. 3분기 누적 연결 매출액 3조9566억원, 영업이익 3615억원을 달성했다. 매출 비중은 벌크선이 약 58%(2조3757억원)로 가장 높고 곡물 사업(21%), 컨테이너·탱커·LNG 등 등 비벌크 순이다. 해운업 운임 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2%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이익을 냈다. 팬오션의 핵심 경쟁력은 장기 계약이다. 특히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 등과 체결한 LNG 장기 대선 계약에 따라 신조선이 순차적으로 인도되면서 고정적인 수익 창출원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시황 변동에 관계없이 현금이 들어오는 구조로, 2026년 불황기에도 강력한 방어 기제가 될 전망이다. 흥아해운은 아시아 역내 케미컬 탱커 시장이라는 확실한 니치 마켓을 장악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4196억원, 영업이익은 235억원을 기록했다. 주력인 케미컬 탱커선의 운임은 1M/T당 평균 47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전년 53달러 대비 소폭 하락했으나, 일반 컨테이너선에 비해 변동 폭이 적다. 흥아해운은 다수의 석유화학 기업과 장기 운송 계약을 맺고 있어, 안정적인 물동량 확보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해운업계 전반의 우려와 달리 현대글로비스는 독보적인 성장세를 구가하며 신용 등급 상향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2조944억원, 영업이익은 1조5648억원에 달한다.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사업 부문별로 △물류(34.2%) △유통(반조립 제품(CKD)·중고 48.0%) △해운(17.8%) 등이 고르게 성장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 4일 현대글로비스의 장기 신용 등급을 AA에서 국내 민간 기업 중 최상위권 수준인 AA+'로 상향 조정한 점도 주목할만 하다. 현대차·기아의 수출 호조와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HMGMA) 가동 본격화로 해외 물류와 CKD 물동량이 급증했다. 해운 부문(자동차 운반선·PCC)에서 계열사 물량 뿐만 아니라 비계열 물량 수주를 늘리고, 고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며 3분기에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그럼과 동시에 대규모 선대 투자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영업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가까운 매우 우수한 재무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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