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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조 영업이익에도 웃지 못한 SK하이닉스…AI메모리 훈풍 속 ‘어닝 미스’

인공지능(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SK하이닉스가 또 한 번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영업이익률은 76%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반도체·빅테크 기업을 통틀어도 손꼽히는 수익성을 기록했다. 다만 워낙 높아진 시장 눈높이 탓에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권가 예상치(컨센서스)에는 못 미치는 '어닝 미스'를 냈다. SK하이닉스는 29일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 당기순이익 93조922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6.8%, 영업이익은 557.2%, 순이익은 1242.5% 늘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50.9%, 영업이익은 61%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76%로 1분기(72%)보다 4%포인트(p) 높아졌다. 앞서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기록한 바 있는데, 이번 분기 실적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47조2063억원)을 단 한 분기 만에 넘어섰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131조895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조원대를 돌파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98조1529억원, 누적 순이익은 134조2685억원으로 집계됐다. ◇ 어닝 미스에도 최고 수익성…배경엔 HBM 비중과 장기계약 역대 최대 실적이지만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 컨센서스(매출 84조원, 영업이익 64조원 안팎)에는 미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우선 SK하이닉스는 경쟁사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 비중이 커, 최근 범용 메모리 가격 급등이 이끈 이익 수직 상승의 수혜를 상대적으로 덜 봤다고 본다. 또 D램·낸드 가격이 수개월째 오르며 고점에 다다르면서 2분기 단가 상승폭 자체가 1분기보다 둔화됐다. 범용 D램 상승률은 1분기 60% 중반에서 2분기 약 30%로, 낸드는 70% 중반에서 50% 중반으로 낮아졌다. 여기에 대형 고객사와 맺은 장기공급계약(LTA)으로 판매가격 일부가 고정되면서 가격 상승 효과를 온전히 누리지 못한 측면도 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LTA로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영업이익률 76%는 마이크론(81.2%)에 이어 글로벌 빅테크 중 2위권으로, 엔비디아(65.6%)와 TSMC(60.3%)를 웃도는 수준이다. 2분기에는 2018년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을 통해 투자했던 키옥시아 지분 일부를 처분하며 영업외이익 62조1660억원이 추가로 발생, 세전순이익이 122조7083억원까지 늘었다. 현금성 자산은 전 분기 말보다 33조6000억원 늘어난 88조원, 차입금은 7000억원 줄어든 18조6000억원을 기록해 순현금이 69조4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최근 'AI 버블론'과 '피크아웃(정점론)' 우려로 반도체주가 조정을 받아온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가 아직은 네 살짜리 어린아이인데 성인이 되려면 메모리가 쓰일 수밖에 없다"며 “메모리는 앞으로도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면 우상향으로 간다"고 강조한 바 있다. ◇ HBM4 하반기 본격 확대…10여 곳과 장기계약, 3분기 78조 전망 SK하이닉스는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형태로 진화하면서 AI 메모리뿐 아니라 일반 메모리 수요까지 함께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핵심 고객을 포함해 10여 개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LTA) 협상을 마무리했고, 다른 주요 고객과도 추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6세대 HBM인 HBM4는 2분기 양산 출하를 시작해 하반기 생산을 본격 확대한다. 회사는 “HBM4는 고객이 요구하는 동작 속도를 구현하면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전력 효율과 원가 경쟁력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후속 제품인 HBM4E는 상반기 중 주요 고객사 샘플 공급을 마쳤고, 기술 성숙도와 양산 안정성을 고려해 적용 공정을 확정했다. 차세대 서버 모듈인 SOCAMM2도 2분기 판매가 크게 늘었으며, 10나노급 6세대(1c) 공정을 적용한 제품 공급이 본격화됐다. 낸드에서는 321단 제품이 이미 전체 생산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연말까지 국내 생산능력의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도 속도를 낸다. 충북 청주 M15X 양산 일정을 앞당기고, 내년 초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클린룸 가동에 맞춰 설비를 신속히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첨단 패키징 공장 P&T7과 낸드 생산기지 M17, 신규 클러스터 조성 등 중장기 투자는 고객 수요와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회사는 고객 수요가 공급 역량을 웃도는 상황에서, 필요한 물량을 제때 공급하는 능력이 앞으로 사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실적이 더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SK하이닉스 매출은 약 100조원, 영업이익은 7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신형 AI 가속기 '베라 루빈' 양산이 본격화하면서 여기에 탑재되는 HBM4 매출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AI 에이전트 활용도가 높아지며 메모리 수요가 더 커지는 데다, 하반기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까지 겹치면 메모리 공급 부족은 한층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AI가 아직 초입 단계이기 때문에 반도체 수요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하반기 실적도 나름대로 선방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그는 “실적이 좋다고 해서 이게 바로 주가에 반영되기는 당분간 힘들 수도 있다"며 환율 변수와 최근 투자자 관심을 끌고 있는 중국 반도체 업체의 부상, 여름철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여력 약화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어 “6월보다 점점 내려가고 있는 추세인데 실적 말고 뭔가 더 획기적인 재료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딱히 눈에 띄는 게 없다"며 “당분간은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단독] 삼성전자, 평택 LNG 발전소 ‘수소 혼소’로 추진…AI·탄소감축 다 잡는다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P5 펩1,2 생산라인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추진 중인 1기가와트(GW)급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 수소 혼소를 적용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업 참여를 검토하는 민간 발전사들에 입찰 제안서 제출 시 수소 혼소 목표와 단계별 이행 방안을 함께 제시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 생산시설에 필요한 대규모 전력을 LNG로 적기에 확보하면서도 향후 수소 비중을 높여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글로벌 탄소 규제 등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수소 혼소 발전은 LNG와 수소를 함께 연소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LNG 발전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소 비중을 높여 탄소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I 시대에 필요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탄소감축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AI·반도체 경쟁력과 탄소중립 사이에서 현실적인 접점을 찾으려는 첫 대형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중 평택캠퍼스에 500MW급 발전설비 2기, 총 1GW 규모의 LNG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사업 방식은 GS와 E1, 한화에너지 등 민간 발전사업자가 건설·운영하는 형태와 삼성전자가 직접 사용하기 위한 자가발전 형태가 함께 검토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산업부 출신 공무원들과 한국전력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한 만큼 자가발전 방식으로 추진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삼성전자가 단순한 LNG 발전소가 아니라 수소 혼소를 전제로 한 설비와 운영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 참여를 검토하는 발전사들은 설비의 수소 혼소 대응 능력뿐 아니라 목표 혼소율과 향후 수소 비중 확대 경로, 연료 조달 및 설비 전환 방안 등을 제안서에 담아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발전소는 초기부터 수소 혼소가 가능한 가스터빈과 부대설비를 갖추는 방향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운전 초기에는 LNG를 주연료로 사용하되 수소 공급망과 경제성, 관련 제도가 갖춰지는 시점에 맞춰 실제 혼소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삼성전자가 설비의 수소 대응 능력뿐 아니라 실제 혼소 목표까지 요구한 것은 장기간 LNG 전소 방식으로 발전소를 운영하는 데 따른 탄소배출 부담을 의식한 조치로 분석된다. 신규 LNG 발전소는 한 번 건설하면 30년 안팎을 가동하게 되는 만큼, P5에 필요한 전력만을 기준으로 사업을 설계할 경우 향후 탄소 감축 비용과 규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국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뿐 아니라 해외 고객사들의 RE100·CF100 요구와 공급망 탄소관리 기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LNG 발전으로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전환 경로를 사전에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평택캠퍼스 P5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와 연결되는 핵심 시설로 꼽힌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전력 공급이 필요하고 순간적인 전압 변동이나 정전에도 생산라인과 수율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발전원의 안정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형 원전은 건설 기간과 입지 문제로 증설 일정에 맞춰 공급하기 어렵고,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조합도 현 단계에서는 1GW급 반도체 공장 전력을 상시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소형모듈원전(SMR) 역시 중장기 대안이지만 상용화와 인허가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에서 LNG 발전을 적기 전력 공급을 위한 현실적인 수단으로 보는 배경이다. 수소 혼소는 LNG 발전의 안정성을 활용하면서 탄소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다만 혼소율이 높아질수록 수소 조달 비용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질소산화물 배출 관리, 가스터빈 성능 유지 등의 과제도 커진다. 이 때문에 발전사들이 제안하는 혼소 목표와 실행 가능성이 사업자 선정 과정의 주요 평가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업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AI·반도체 산업 육성과 탄소중립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조율될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의 속도전을 강조하면서도 NDC 상향과 화석연료 감축 기조를 함께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수소 혼소 목표를 입찰 조건에 포함한 것도 정부와의 인허가 협의에 대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평택 발전소가 LNG 전소가 아닌 수소 혼소형으로 추진될 경우, 적기 전력 공급과 중장기 탄소 감축을 결합한 절충 모델로 활용될 수 있다. 향후 SK하이닉스와 AI 데이터센터, 대규모 제조업체들의 자가발전 및 분산전원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P5에 필요한 전력을 제때 공급하려면 현 시점에서는 LNG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며 “다만 장기간 LNG만 사용하기는 어려운 만큼 삼성전자가 설비 단계부터 수소 혼소를 요구하고 실제 혼소 비중 확대 방안까지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발전사 입장에서는 단순한 건설비와 전력단가뿐 아니라 어느 수준의 혼소율을 언제부터 구현할 수 있는지, 수소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까지 제시해야 한다"며 “이번 입찰은 국내 대형 산업용 발전사업에서 수소 전환 경쟁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속보] SK하이닉스, 2분기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작년보다 557%↑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에도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메모리 수요가 계속 늘면서,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기록한 최고 실적을 한 분기 만에 다시 넘어선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9일 올해 2분기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영업이익률 76%), 순이익 93조9226억원(순이익률 118%)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K-IFRS 기준이다. 전분기(매출 52조5763억원·영업이익 37조6103억원)와 견주면 각각 51%, 61% 늘었다. 어닝쇼크 수준이었던 지난해 2분기(매출 22조2320억원·영업이익 9조2129억원)와 비교하면 매출은 257%, 영업이익은 557%, 순이익은 1242% 급증했다. 이로써 상반기 누적 매출은 사상 처음 100조원대에 올라섰다.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전분기에 이어 큰 폭의 가격 상승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회사는 “HBM과 AI 서버용 D램,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 최고의 수익성을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실적 호조에 힘입어 2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전분기 말 대비 33조6000억원 늘어난 88조원, 순현금은 69조4000억원으로 확대돼 재무 여력도 크게 강화됐다. SK하이닉스는 향후 성장 기반도 다지고 있다. 핵심 고객을 포함해 10여 개 고객과 장기공급계약(LTA) 협상을 마무리했고, 차세대 제품인 HBM4는 2분기 양산 출하를 시작해 하반기 생산을 본격 확대한다. 상반기 샘플 공급을 마친 HBM4E도 준비를 마쳤다. 낸드는 321단 제품이 이미 생산량 비중 1위에 올랐고, 연말까지 국내 생산능력의 50%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M15X 양산 일정을 앞당기는 한편, 내년 초 용인 1기 팹 클린룸 오픈에 맞춰 생산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최근 발표한 첨단 패키징 공장 P&T7과 낸드 생산기지 M17,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 중장기 투자도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다만 회사는 “설비투자 원칙(CapEx Discipline)을 유지하며 생산능력과 재무 건전성을 함께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게임人실록] “AI 시대 게임산업, 우리 서사 담은 ‘크로스컬처텔링’ 필요”

'새 판'을 짜는 선구자.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국내 게임산업의 변화를 누구보다 일찍 읽고, 교육과 연구, 행정과 현장을 넘나들며 한국 게임산업의 좌표를 새로 써온 인물이다. 고교 국어 교사에서 스토리텔링 교수로,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그리고 한국게임정책학회장으로 이어진 그의 행보는 한국 게임사(史)에 '새 판을 짜는 선구자'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충분하다. 28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한국 게임이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지속 가능한 지식재산권(IP)이 부족했던 이유는 깊이 있는 '서사(敍事)'가 결여됐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팬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우리 고유의 문화 원형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로 게임의 '새 판'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게임관련 제도와 관련해서는 “과거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굳어진 사전 검열형 규제 관성에서 벗어나 진흥 중심으로 정책의 축을 옮겨야 할 때"라며 “산업의 자율성을 대폭 넓히되, 사행성과 이용자 피해를 막을 정교한 법적 안전판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산업에 대한 믿음이 이끌어"…이재홍이 바꾼 한국 게임사 이재홍 회장의 삶은 경계를 넘나드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학창 시절 백일장 장원을 차지하며 소설가를 꿈꿨던 '문학 소년'은 집안 형편으로 전자공학을 선택했고, 문학의 미련을 버리지 못해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 진학한 뒤 고교 국어 교사로 단상에 섰다. 이후 일본 도쿄대학교 유학길에서 접한 닌텐도 패미콤의 '슈퍼마리오'는 그의 인생을 뒤흔들었다. 공주를 구하러 가는 그 단순한 게임 속에서 드라마틱한 서사 구조를 발견한 것이다. 귀국 후 대학에서 근무를 시작한 1996년은 국내 최초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가 막 출시된 시기였다. 여러 게임사가 설립되고, 대학에 게임 교육이 시작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는 “게임의 시대가 왔다"고 확신했다. 유학파 출신의 대학교수. 안정적인 타이틀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게임에 대한 그의 확신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서울 강남의 게임학원 강사로 자원했다. 그는 컴퓨터학과 그래픽 중심으로만 짜여진 게임 교육에 인문학을 이식하기 시작했고, 2004년 '게임시나리오작법론'을 펴내면서 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그는 “게임 교육에 뛰어는 것은 게임산업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며 “글로벌 게임 시장 점유율 4위라는 우리의 현재 위치를 생각하면, 게임은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원으로 손색이 없는 산업이고 그에 걸맞은 지원과 진흥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제 오랜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대학에서 '디지털스토리텔링'을 가르치던 그에게 다가온 또 한 번의 거대한 변화는 지난 2018년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았을 때다. 당시 게임위는 '규제기관'으로서의 이미지가 매우 강했고, 등급 심의 결과에 반발해 업계가 제기한 행정소송이 끊이지 않아 조직 전반에 무력감과 피로감이 팽배했다. 그는 부임 직후 사무국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기관 설립 이후 최초로 '게임물관리연구소'를 개소했다. 업계를 규제하는 기구에서 벗어나, 산업을 연구하고 자율 생태계를 지원하는 연구·교육 기관으로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주무부처 및 산업계와의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오랜 기간 개발자들의 발목을 잡던 'PC 온라인 게임 성인 결제한도 50만원 폐지(2019년)', '청소년 및 비영리 게임물 등급분류 수수료 면제', '아케이드 게임 전자결제 수단 허용' 등 굵직한 빗장을 차례로 풀어냈다. 그는 “임기 후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준비했던 몇몇 사업이 잘 진행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다"면서도 “'규제기관'이라는 낙인을 걷어내고 '생태관리기관'으로의 조직의 체질을 바꿔보려 했던 3년의 여정은 무엇보다 값진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정년퇴직 후 시작된 2라운드…민·관·연 잇는 가교 지난해 숭실대학교에서 정년퇴직을 맞이하며 강단을 떠났지만, 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학자이자 행정가로서 쌓아온 궤적은 자연스럽게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이라는 중책으로 이어져 게임산업의 미래를 다시 한번 일구고 있다. 한국게임정책학회는 국가 핵심동력으로서의 게임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정부와 산업 간 소통을 위한 완충지대 마련이 필요하다는 학계·업계·정관계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지난 2022년 후반에 설립됐다. 이 회장은 초대~2대 학회장을 역임하며 4차산업시대 게임정책의 융합 및 진화의 길을 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학회장은 “1기가 '정책'에 중심을 두었다면, 2기는 '학술'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남은 임기 동안 '신생 학회'라는 꼬리표를 떼고 제대로 된 학회 모습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 학회장이 생각하는 우리 게임산업에 필요한 세 가지 요소는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창작력', '그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에 전달하는 유통력', 그리고 '창작자가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정책적 뒷받침'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게임산업 제도에 대해 “이용자 보호 법제화는 세계적인 수준"이라면서도 “'진흥'이라는 축에서는 미국의 자율성도, 중국의 화끈한 지원도 갖추지 못한 채 규제의 관성에 오래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국회가 논의 중인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전부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20년 가까이 이어진 '사전 검열형 규제' 프레임에서 벗어나 진흥 중심으로 정책 축을 옮기는 방향 자체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한다"면서 “다만 디지털게임과 아케이드·사행성 게임의 위험도가 근본적으로 다른 만큼, 규제 완화가 사행성 관리의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강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조직 개편 과정에서 게임위의 기존 인력의 전문성이 사장되지 않도록 하는 이행 계획을 법 통과 이전 단계에서부터 촘촘하게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생성형 인공지능(AI)과 플랫폼 다변화라는 격변기를 맞이한 우리 게임업계에 '오리지널 서사(IP)'라는 기본으로 돌아갈 것도 당부했다. 그가 강조하는 키워드는 우리 고유의 문화 원형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 '크로스컬처텔링'이다. 이 학회장은 “우리 게임산업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 수준에 올랐지만, 외형만 바꾼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구조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AI 시대가 올수록 방향키를 쥐는 것은 결국 인간 창작자의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게임산업의 다음 도약은 '더 센 규제 완화'나 '더 큰 시장 진출' 이전에, 우리 게임 안에 얼마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서사를 장착한 게임만이 유행을 넘어 세계인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IP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국내 최초 ‘AI 브랜드 성적표’ 나왔다…에이아이빅스랩 ‘AIBIX’ 공개

생성형 AI가 답변 과정에서 특정 브랜드를 얼마나 자주, 신뢰도 높게 언급하는지 수치화한 객관적 지표가 국내 최초로 등장했다. 검색 경쟁의 축이 포털의 '상위 노출'에서 AI의 '답변 인용'으로 옮겨가는 GEO(생성형 엔진 최적화) 시대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AI 브랜드 평가 전문기업 에이아이빅스랩(AIBIX lab)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생성형 AI 응답 속 브랜드 경쟁력을 100점 만점으로 산출하는 'AIBIX(AI Brand Index)'를 공식 발표했다. 국내에서 AI 기반 브랜드 경쟁력 지수를 정기적으로 측정·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에이아이빅스랩과 AI 분석 플랫폼 기업 플립비, 한국빅데이터학회 간 3자 업무협약(MOU)도 체결식도 함께 진행됐다. ◇ AI 4종 종합 분석…'100점 만점' 표준화 AIBIX는 국내 이용 비중이 높고 API 연동이 안정적인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퍼플렉시티 등 4개 주요 생성형 AI를 대상으로 경쟁력을 측정한다. 측정 방식은 엄격한 표준화 과정을 거친다. 카테고리별 표준 질문을 4개 AI에 동일한 조건으로 반복 입력한 뒤, 브랜드 등장률·언급 점유율·공식 출처 활용도 등을 종합 분석해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는 방식이다. 질문은 “유산균 제품 추천해줘", “인기 있는 라면 TOP5 알려줘"처럼 소비자의 실제 자연어를 기반으로 구성하되, 편향을 막기 위해 브랜드명이나 세부 조건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AI 응답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유사 질문을 반복 측정하며, 같은 카테고리를 분기마다 재측정해 일시적 응답 변화와 장기 트렌드를 구분해낸다. AIBIX 점수는 'AI Champion', 'AI Leader' 등 5개 등급으로 나뉘며, 소분류별 상위 10개 브랜드의 순위와 등급은 매월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 공개된다. 김준현 에이아이빅스랩 대표는 현장에서 “조사한 바로는 공개 지수 형태의 AI 브랜드 경쟁력 평가 모델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확인한 범위에서는 사실상 첫 사례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8월 F&B 첫 공개…하반기 전 산업으로 확대 첫 공식 발표는 올 8월 초로 예정돼 있다. 라면·음료·주류 등 식음료(F&B) 분야 30개 소분류 카테고리 결과를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뷰티·가전·자동차·플랫폼·금융 등으로 분석 대상을 넓혀갈 계획이다. 사전 분석에서는 햇반, 비비고, 락토핏 등 기존 시장 강자들이 대체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오프라인 시장 점유율이 높은 브랜드가 AI 답변에서도 반드시 우위를 보이는 것은 아니었으며, AI 서비스별 선호 브랜드와 계절성 패턴에도 뚜렷한 차이가 포착됐다. ◇ “포털 지고 AI 시대…'AI 점유율'이 핵심" 김준현 대표는 “포털 검색 시대에는 상위 노출이 핵심이었다면, 생성형 AI 시대에는 AI 답변 안에서 자사 브랜드가 얼마나 인용되고 추천되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이라며 “객관적인 데이터로 브랜드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미국은 챗GPT 출시 이후 GEO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국내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AI 중심의 검색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국내 기업들의 GEO 도입을 촉진하는 마중물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시장 변화를 뒷받침하는 수치도 제시됐다. 박선영 에이아이빅스랩 이사는 “가트너는 2026년 말까지 전통적 검색엔진 이용량이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전 세계 매주 9억 명 이상이 생성형 AI를 쓰고 있는 만큼, 핵심은 단순 노출이 아니라 AI 답변 안에 브랜드가 포함되는 'AI 점유율(AI Share of Voice)' 경쟁"이라고 강조했다. ◇ 동일 잣대로 순위화…지수·컨설팅 완전 분리 AIBIX는 기존 모니터링·소셜리스닝 툴과의 차별점으로 '동일 기준 평가'를 꼽았다. 개별 브랜드의 노출만 확인하거나 단순 언급량을 집계하는 것을 넘어, 동일한 기준 아래 카테고리 전체를 평가해 점수와 순위를 매기기 때문이다. 지수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모든 브랜드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수정 권한 및 작업 기록을 엄격히 관리할 뿐만 아니라, 지수 산출과 유료 컨설팅 업무를 완전히 분리했다. 김 대표는 “홍보 대행이나 콘텐츠 직접 제작까지 맡으면 지수의 객관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며 “에이아이빅스랩은 측정과 분석에 집중하고, 실행 영역은 외부 전문 파트너와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AIBIX 점수가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을 직접 예측하는 지표는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 네이버 왜 빠졌나…“API 미공개로 측정 한계" 이날 현장에서는 국내 주요 포털인 네이버 AI가 제외된 배경과 데이터 수집 방식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박 이사는 “네이버 AI 서비스는 로그인 기반으로 운영되고 API가 공개되지 않아 동일한 조건에서 측정하기 어렵다"며 “향후 정책 변화나 API 공개 여부에 따라 분석 대상 포함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수집을 담당하는 손은경 플립비 대표는 “같은 챗GPT라도 로그인 상태와 이용 이력에 따라 개인화가 적용돼 답변이 달라진다"며 “이러한 왜곡을 차단하기 위해 로그인 이력이 없는 API 환경에서 동일 질문을 반복 입력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축사를 맡은 김세을 한국빅데이터학회 상임이사는 “생성형 AI가 정보 소비와 마케팅 환경을 흔드는 만큼 객관적 평가 체계가 중요해졌다"며 “AIBIX 방법론 검증과 데이터 분석 고도화를 위해 학회 차원에서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HD현대일렉, 배전기기 성장 가속도…빅테크 수주확대 예고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 호황에 올라탄 HD현대일렉트릭이 올 상반기 외형과 내실의 동반 성장을 견인하며 구조적 성장성을 재차 입증했다. 초고압변압기 중심의 전력기기 사업 호조를 배전기기까지 확장하며 본격적인 성장 저변 확대에 나선 모양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8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당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으로 매출 1조1418억원과 영업이익 287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6%·37.3%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영업실적은 매출 2조1783억원과 영업이익 5453억원을 올려 전년 동기(매출 1조9209억원·영업이익 4273억원) 대비 각각 13.4%·27.6% 성장했다. 또한 영업이익률은 올 2분기들어 직전 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2%포인트(p)·2%p 늘린 25.1%를 기록하면서 견조한 이익 체력을 유지했다.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22.2%) 대비 2.8%p 늘린 25%로 나타났다. 이번 2분기 실적발표에선 HD현대일렉트릭의 배전기기 사업부문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당기 배전기기 부문 매출은 2312억원으로 전년 동기(1923억원) 대비 20.2% 규모 증가세를 보였다. 직전 분기(1359억원)과 비교하면 70.1% 가량 급증한 수치다. 국내 반도체향(向) 프로젝트 납품을 확대하면서 배전기기 부문 전 제품군의 매출이 확대된 영향이라는 게 HD현대일렉트릭 측 설명이다. 특히 배전기기 부문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중장기 성장 기대감이 한층 확대된 모양새다. HD일렉트릭이 전력·배전기기 패키지 형태의 글로벌 데이터센터향 수주 확대 가능성을 타진하면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오는 2029~2030년 글로벌 빅테크 데이터센터향 납품 물량을 공급하는 대규모 추가 계약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일 체결된 1조1000억원 규모 전력·배전변압기 장기공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회사는 기존 계약 규모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HD현대일렉트릭은 A사 외 글로벌 빅테크 3곳과의 배전·전력기기 패키지 공급을 골자로 한 대규모 장기 공급계약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신규 빅테크 3곳과 진행 중인 협상이 원활히 이뤄진다면 기존 A사 규모(1조1000억원) 정도로 최소 2곳과 공급 계약을 추진하려고 생각 중"이라며 “오는 2029년 이후로 배전기기 부문 매출 성장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HD현대일렉트릭은 친환경 가스절연개폐장치(GIS)·직류(DC) 전력 인프라 등에 기반한 국내외 수주 확대 구상도 제시했다. 이달 개발 시험을 완료한 420kV(킬로볼트)급 친환경 GIS의 경우 현재 주요 유렵 고객사와의 장기공급 계약 협상이 진행 중으로,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수주가 가시화될 것으로 HD현대일렉트릭은 전망했다. 또한 HD현대일렉트릭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1메가와트(MW)급 DC 배전설비 레퍼런스를 토대로 국내 데이터센터향 DC 전력 인프라 공급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HD현대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GRC)' 건물에 1MW급 DC 설비를 상용 운전한 지 3년 10개월 정도"라며 “이러한 엔지니어링 기술을 토대로 국내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 중인 기업들과 DC 배전 시스템을 설계하는 구축 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엔비디아 등의 고전력 인공지능(AI) 랙 아키텍처 상용화에서 비롯된 800볼트(V) DC 전력 인프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반도체 변압기(SST) 기반 DC 인프라 개발 현황도 언급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몰드 변압기가 필요없는 SST 개발을 위해 우선적으로 DC SST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이후에는 데이터센터에 적용될 수 있는 SST를 시장 개화시기에 맞춰 상용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한화시스템 2Q 영업익 1037억 원, 전년 동기비 219%↑…방산 부문이 ‘효자’

한화시스템이 해외 방산 수출과 국내 주요 양산 사업에 힘입어 올해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28일 한화시스템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0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8.83%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1176억원으로 45.48%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5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3% 증가했다.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방산 부문이다. 폴란드향 K-2 전차 조준경·사격 통제 장치를 비롯,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천궁-II 다기능 레이다(MFR) 등 대규모 수출 사업이 매출에 반영됐다. 국내에서는 KF-21 AESA 레이다·항전 장비와 K-2 전차 관련 양산 등이 실적에 힘을 보탰다. ICT 부문 역시 한화생명과 한화 필리 조선소 등 계열사 시스템 구축 사업을 중심으로 실적을 뒷받침했다. 수주 잔고는 올해 2분기 기준 11조29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바탕으로 한화시스템은 방산 수출처를 확대, 국내 주요 사업 수주를 이어갈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수인 인턴 기자 외부기고자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 승부는 기술 아닌 운영…플랫폼이 경쟁력”

자율주행 경쟁의 승부처가 달라지고 있다. 차량이 얼마나 스스로 잘 달리느냐보다, 수많은 자율주행차를 도시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상용화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피지컬 AI 시대, 자율주행은 어떻게 일상이 되는가' 정책토론회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의 실증 단계를 넘어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서비스로 확산하기 위한 정책과 산업 방향이 논의됐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개회사에서 “이제 인공지능은 도로와 공장, 물류와 교통 공간에서 직접 움직이면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로 발전해 가고 있다"면서 “카카오모빌리티와 토론회를 공동 개최한 것도 자율주행 시대 플랫폼의 역할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그 결실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고 국내 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자율주행 산업은 차량의 주행 성능을 겨루는 기술 경쟁에서 실제 서비스를 확산하고 생태계를 구축하는 상용화 경쟁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도 기술 개발을 넘어 AI 기반 서비스와 산업 생태계 조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기술 격차와 교통사고, 이동 제약을 줄이는 '3-Zero(기술격차·사고·이동제약)'를 실현하기 위해 기술·서비스·제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단장은 “기술 중심 지원을 넘어 서비스와 생태계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진규 카카오모빌리티 피지컬AI 부문 부사장 역시 자율주행 상용화의 핵심으로 '운영'을 꼽았다. 그는 자율주행 상용화를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는 기술 △이용자가 실제 이용하는 서비스 △도시 전체에서 안전과 품질을 관리하는 운영 체계 등 세 단계로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차량의 주행 성능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앞으로는 플랫폼과 관제, 데이터 활용 등을 아우르는 운영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시 자율주행 서비스 운영 사례도 소개했다. 김 부사장에 따르면, 서울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이용한 승객의 97%는 카카오T에서 일반 택시를 호출하는 과정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선택했다.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했던 기존 방식보다 기존 플랫폼 안에 서비스를 통합하면서 이용 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분석이다. 이용자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서울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94점을 기록했고, 유료 전환 시에도 이용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81.7%에 달했다. 김 부사장은 “시민들이 자율주행을 위해 서비스를 찾는 것이 아니라 평소 이용하는 플랫폼 안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것이 상용화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운영 체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웨이모 등 로보택시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차량이 침수 구간에 진입하거나 소프트웨어 오류로 차량이 멈추는 사례 등이 발생하고 있다. 원격 관제와 사고 대응, 충전·정비, 데이터 관리 등을 통합 운영하는 플랫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기술 기업은 주행 성능 고도화에 집중하고 플랫폼은 서비스 운영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지자체, 기술기업, 플랫폼 기업이 함께 생태계를 구축해야 자율주행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KAI, 헬리콥터 ‘심장’ MGB 조립장 확장…“생산 기술 고도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헬리콥터 핵심 부품인 주기어박스(MGB) 조립 작업장을 확장한다. 국산 MGB 개발에 이어 관련 인프라까지 넓히면서 회전익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28일 본지 취재 결과, KAI는 경남 사천 본사 회전익동 내 MGB 조립 작업장을 확대하기 위한 설계·감리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477㎡ 규모인 작업장에 135㎡를 추가해 총 612㎡ 규모로 넓힐 계획이다. 기존보다 3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이번 공사는 기존 MGB 조립장의 방화 구획을 변경하는 대수선 방식으로 진행된다. 0.5톤급 지브 크레인 설치를 위한 구조 검토와 결로 방지를 위한 항온항습 또는 냉난방·제습 설비도 갖출 예정이다. 이 외에도 △공압 △전기 △통신·보안 △소방 관련 설비 역시 설계 대상에 포함됐다. MGB는 엔진에서 발생한 동력을 헬리콥터의 주회전날개인 메인 로터에 전달하는 핵심 동력 전달 장치다. 엔진의 높은 회전수를 낮추면서도 큰 동력을 안정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만큼 헬리콥터의 비행 성능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주요 부품으로 꼽힌다. 이번 시설 확충은 MGB 국산화 개발과 맞물린 행보다. KAI는 지난 4월 4년 6개월간 개발해 온 국산 MGB를 수리온(KUH-1)에 탑재해 조립과 시운전을 마쳤다. 실제 회전익 사업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KAI의 올해 1분기 회전익 부문 매출은 2739억7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912억7300만원보다 3배 늘었다. 이 가운데 수리온과 LAH·미르온 등 소형 무장 헬리콥터 계열 매출이 2469억4200만원으로 전체 회전익 부문의 90%에 달한다. 조립장 확장 작업은 설계와 인허가 절차를 거쳐 본격적인 공사 단계로 넘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오는 9월부터 공사 감리를 진행하고 내년 1월 준공 관련 절차까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헬리콥터용 MGB는 설계부터 시험, 생산까지 가능한 업체가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은 고난도 부품이다. 이탈리아 방산업체 레오나르도(Leonardo)는 영국 요빌 공장에서 MGB를 비롯한 헬리콥터용 기어박스를 직접 설계·시험·생산하고 있다. 프랑스 사프란(Safran)도 에어버스 H175 헬리콥터의 MGB 관련 기어박스 등 동력전달 장치를 공급하고 있다. KAI 관계자는 “MGB 국산화 개발은 현재 진행 중으로 수리온 장착과 시운전 역시 개발 과정의 일환"이라며 “현재 단계적으로 기술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수인 인턴기자

‘800원대 엔저’에도 LCC 무더기 적자…‘강달러’ 덫에 갇힌 항공업계 양극화

국내 항공업계가 거시경제 지표의 극단적 변동성 속에서 심각한 실적 양극화를 겪고 있다. 1년 8개월 만에 100엔당 800원대로 진입한 '슈퍼 엔저' 현상으로 일본 노선 여객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달러 강세 현상과 고유가의 이중고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규모 적자 위기에 처했다. 반면 화물과 장거리 노선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대형 항공사(FSC)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해 항공 산업의 구조적 재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항공협회 내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2개 주요 항공사의 2026년 2분기 합산 영업손실 추정치는 7613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글로벌 항공망이 사실상 마비됐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연간 적자 규모에 맞먹는 수치다. 이러한 무더기 '어닝 쇼크'의 핵심 원인은 글로벌 통화 비동조화에 따른 '환율 비대칭성'에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 금리 정책과 일본은행(BOJ)의 완화 정책이 엇갈리며 달러·엔 환율은 장중 163.69엔을 돌파해 40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반면 SK하이닉스 ADR 상장 등 수급 요인으로 원·달러 환율이 최근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450~1500원대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항공사는 산업 특성상 △항공기 리스료 △엔진 정비비 △항공유 등 핵심 영업 비용의 대부분을 달러로 지불한다. 하지만 단거리 노선에 집중된 LCC들의 수익 원천은 원화와 가치가 사상 최저점으로 하락한 엔화다. 비행기를 만석으로 띄워 원화와 엔화를 벌어들여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달러로 원가를 결제하는 순간 막대한 외화 환산 손실과 환차손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 여객 수요 '초양극화'…일본 쏠림 속 LCC 출혈 경쟁 심화 거시 경제의 불안정성은 여객 수요의 극단적 편중을 야기했다.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전체 국제선 여객은 5048만7371명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초로 50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상반기 여객 증가분 466만 명 중 92.3%가 일본과 중국 두 국가에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엔저가 가져온 체류비 절감 효과에 힘입어 상반기 일본 노선 탑승객은 전년 동기 대비 19.1% 폭증한 1592만7816명을 기록했다. 국제선 승객 3명 중 1명이 일본행을 택한 셈이다. 반면 전통적 LCC 수익원이었던 동남아 노선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온라인 사기(스캠) 등 현지 치안 불안이 겹치며 캄보디아(-35.4%), 라오스(-24.4%), 말레이시아(-10.9%), 태국(-9.5%), 베트남(-3.6%) 등 주요 노선이 일제히 역성장했다. 살길이 근거리 노선밖에 남지 않은 LCC들은 앞다투어 하코다테·고베·삿포로 등 일본 지방 소도시까지 한꺼번에 기재를 투입하며 좌석 공급 폭탄을 쏟아냈다. 그 결과 한정된 파이를 둘러싼 '박리다매'식 출혈 경쟁이 벌어지며 운임 단가의 하방이 넓어졌다. ◇ 엇갈린 명암…장거리·화물 '자연 헤지' 내세운 대한항공 사상 최대 실적 단거리 노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LCC들은 거시 경제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업계 1위 제주항공은 2분기 932억 원 규모의 막대한 별도 기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직전 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뒀던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는 481억 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에어부산은 355억 원 영업손실을 확정했다. 장거리 특화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표방했던 에어프레미아는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1100억 원 수준의 유상 증자를 실시한다. 에어로케이와 파라타항공 등 신생 LCC들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고강도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LCC 관계자는 “엔화 약세 덕분에 수요 자체는 늘었지만 달러 지출은 점점 커져 회사 경영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업계 맏형인 대한항공은 재무 방어력을 과시하며 실적 양극화의 정점을 찍었다. 대한항공의 2분기 잠정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조340억 원 급증한 5조199억 원으로 역대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유가 상승 압박 속에서도 영업이익 2618억 원의 굳건한 흑자를 수성해 냈다. 생사를 가른 것은 포트폴리오의 질적 차이다. 대한항공은 진입 장벽이 높은 미주,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서 글로벌 환승 수요와 비즈니스석 등 프리미엄 상용 수요를 선점하며 강력한 가격 방어력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인 인공 지능(AI) 인프라 투자 광풍과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발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의 초과 물량을 싹쓸이한 화물 사업 부문이 2분기에만 1조5419억 원의 매출을 냈다. 달러로 책정되고 결제되는 화물 운임이 리스료 등으로 빠져나가는 달러 비용을 상쇄해 낸 것이다. ◇ “엔저는 단기 진통제"…메가 LCC 출범 등 고강도 체질 개선 시급 전문가들은 800원대 초엔저 현상이 LCC들의 자금줄이 마르는 것을 당장 막아주는 일시적인 '진통제' 역할에 그칠 뿐, 외화 부채 비중이 높은 재무 구조를 치료할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화되지 않는 한 자력으로 수익성 악화의 깊은 터널을 온전히 벗어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엔화 가치 폭락은 일본인의 한국 방문(인바운드) 수요를 극단적으로 억제시켜 항공사들이 텅 빈 귀국편을 울며 겨자 먹기로 운항해야 하는 역효과까지 낳고 있다. 때문에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의미한 단가 인하와 소모적인 외형 확장 경쟁을 지양하고 구조적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가장 시급하고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과 맞물려 추진되는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메가 LCC' 통합 출범이 꼽힌다. 내년 1분기 중 완료를 목표로 3사를 단일 법인으로 묶어 60대 이상의 매머드급 기단을 확보하고, 중복 노선 통폐합·정비 인프라 공동 구매망을 단일화해 달러 지출 고정비 규모를 획기적으로 낮춰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의 신규 운수권 배분 정책을 바탕으로 중견 LCC들의 장거리 노선 다각화 촉진과 함께 한계 상황에 다다른 부실 LCC들에 대해서는 인위적 연명을 멈추고 자연스러운 시장 퇴출과 인수·합병(M&A)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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