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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붕괴 막은 로봇, 한국 온다

파리 노르트담 대성당 화재 당시 현장에 투입돼 건물 붕괴를 막았던 로봇이 국내 시장에 들어온다. 한컴그룹 계열사인 소방·방산·안전 장비 전문기업 한컴라이프케어는 프랑스의 무인지상로봇(UGV) 분야 글로벌 선도기업인 '샤크로보틱스(Shark Robotics)'와 한국 시장을 위한 전략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샤크로보틱스의 주력 모델인 '콜로서스(COLOSSUS)'는 2019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당시 약 10시간 동안 현장에 투입돼 성당의 붕괴를 막아낸 로봇이다. 500㎏급 중대형 로봇인 콜로서스는 분당 최대 3800ℓ의 강력한 방수 능력과 1톤 이상의 견인력을 보유해 소방관이 진입하기 어려운 극한의 화재 현장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콜로서스와 함께 도입되는 '라이노 프로텍트(Rhyno Protect)'는 좁은 공간에서도 민첩하게 기동하는 200㎏급 중형 로봇으로, 산업 시설 및 도심 화재 대응에 최적화된 체계를 갖췄다. 두 모델 모두 모듈러 시스템을 채택해 원격제어가 가능한 무인 방수포(워터캐논)는 물론 배연팬, 부상자 후송용 들것, CBRN(화학·생물·방사능·핵) 정찰 센서 등을 현장 상황에 맞춰 자유롭게 장착할 수 있다. 무인소방로봇은 고온·유독가스 등 소방관의 접근이 어려운 극한의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화재 진압 임무 수행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전기차 및 배터리 화재 대응 분야에서도 무인 로봇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컴라이프케어는 기존의 안전 장비 제조 역량을 넘어 첨단 로봇 중심의 지능형 안전 솔루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로봇 도입 컨설팅부터 맞춤형 솔루션 제공, 전문 사후관리(AS)까지 아우르는 토털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국내 무인소방로봇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김선영 한컴라이프케어 대표는 “사람을 지키는 안전 기술과 첨단 로봇 기술의 결합은 한컴라이프케어가 기술 중심의 안전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는 혁신적인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파업 유보했지만 ‘투표 변수’…삼성전자 ‘조합원 설득’ 관건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전날인 20일 극적으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파업 파국사태를 유보시켰지만 조합원 찬반투표라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고 있다. 22~27일 진행되는 전 조합원 찬반투표를 앞두고 향배를 좌우할 관건은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들을 잘 설득해 잠정합의안을 가결로 이끌어내려는 진정성과 신뢰일 것이다. 노사가 한 발씩 물러서 가까스로 접점을 찾은 만큼 큰 이변 없이 가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돼 있는 분위기여서 사측이나 노조 집행부나 이변 발생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21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20일 밤 경기도 수원시 경기고용노동청에서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약 5개월간 이어진 '극한 대립'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다. 노조는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총파업을 추후 별도 지침이 있을 때까지 유보하기로 했다. 조합원 찬반투표 일정은 22~27일로 잡았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날 홈페이지에 “이번 합의안은 초기업 노조 및 공동투쟁본부가 최선을 다해 이끌어낸 결과물"이라는 입장문을 올렸다. 최 위원장은 “단순한 임금 결정의 자리가 아니라 회사와 노조의 원칙이 정면으로 부딪힌 싸움이었다"며 “마지막까지 노조가 요구하는 가치를 고수했다는 점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의안이 조합원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에 잠정 합의안 투표 결과를 초기업 노조의 성적표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잠정합의안 발표와 노조 집행부의 파업 유보 결정 뒤인 이날 오전 11시24분 게재된 해당 글에는 오후 2시까지 18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의 80% 이상은 그동안 노조 집행부의 노고를 치하하는 내용이다. 다만, 일부 구성원들은 '메모리를 제외한 모든 구성원을 버린 협상이 최선이냐', '기존 사측안보다 후퇴했다', '사측 손아귀에 놀아났다' 등 비판적인 의견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는 전날 밤 올라온 '3차 총회 공고' 게시글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20일 오후 11시32분 공개된 해당 글에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83개의 댓글이 달렸다. 여기에는 '부결', '반대' 등 부정적인 의견 비중이 훨씬 높다. 합의안 결과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초기업노조 조합원은 이날 기준 7만560명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2월16일 임금교섭 1차 본교섭을 시작했으나 초반부터 대립각을 세웠다. 해를 넘기고 노조는 올해 2월19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3월3일에는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졌고 노조는 투표를 통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지난 4월 23일에는 조합원 약 4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투쟁 결의대회가 열리는 등 파업 위기감이 최고조로 치솟았다. 노조는 각계의 우려 속에 파업 예정일 전날까지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다.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있었고 마지막 추가 교섭에서 극적으로 합의가 도출됐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조합원 찬반투표는 가결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업계의 기대다. 삼성전자 협상 과정이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면서 파업에 대한 피로감이 너무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잠정합의안 내용이 '기대치와 간극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업이익의 15%'라는 최초 제시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올해 회사 실적 전망치 등을 감안할 때 반도체 사업부 직원들은 1인당 6억원가량을 손에 쥘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적자 사업부에 과도한 성과급을 줄 수 없다고 버티던 사측이 노조 의견을 들어주기로 했다는 점도 가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와 재계에서는 투표 가결을 통해 '파업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순히 삼성전자에 국한하지 않고 산업계 전반에 비슷한 노사 갈등이 재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삼성전자 잠정 합의안 도출은) 노사가 모두 노력하고 정부 측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한 결과"라며 “상호 간 입장에 대해 이해의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합의는 삼성전자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것인 만큼 노동계가 이를 일반화해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또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도 이날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세전 영업이익의 12%를 미리 계산해 성과급으로 연동·할당하는 노사 잠정 합의는 위법"으로 “주주총회 결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법률상 무효"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고유가·전기차 효과…테슬라, 중고 수입차시장서도 ‘기세등등’

미-이란 전쟁의 장기간 교착상태와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국내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테슬라가 신차에 이어 중고차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국내 신규판매 수입차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테슬라가 중동전쟁과 고유가 여파로 중고차 시장에서도 전기차 선호와 거래량 확대와 맞물리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 전반의 소비 흐름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가 중고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집계 자료에서 지난 4월 전기차 중고 거래량은 7084대로 전년 대비 88.4% 증가했다. 이 가운데 테슬라 차량 거래량은 1275대로 집계돼 지난해 4월보다 77.6% 크게 늘어났다. 이는 국산차와 수입차 중고 브랜드를 통틀어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차종별로는 테슬라의 대표 세단인 모델3가 633대로 수입 중고차 인기 순위 4위에 올랐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델Y도 563대로 5위를 기록했다. 두 모델 모두 중고차 시장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높은 수요를 입증했다. 올해 1~3월 1분기 국내 중고 승용차 수입 브랜드 실거래 대수에서도 테슬라는 총 2905대를 팔아 톱10 중 7위를 차지했고, 특히 10개 상위 브랜드 중 전년동기 대비 증가률 54.3%로 가장 높았다. 1분기 증가률 13.2%을 보인 포르세보다 4배 이상 높았다. 1위 벤츠를 포함해 나머지 8개 수입차 브랜드의 중고차 거래량은 감소했다. 중고차 플랫폼 당근중고차가 지난 3~4월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전기차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거래 성장률(55.8%)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차종별 거래량 순위에서는 테슬라 모델Y가 전체 1위를, 모델3가 3위에 올라 테슬라 전기차 두 모델이 나란히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같은 중고 전기차 판매 증가와 선호 현상은 지난 3월 이후 발발한 미-이란 전쟁의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을 받아 글로벌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자 국내 차량 수요자들이 내연기관 차량 대비 연료비 부담이 적은 전기차로 발길을 돌린 결과로 해석된다. 신차 판매에서도 전기차 인기를 뚜렷해지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자동차 산업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총 15만169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전기차 판매량은 3만8927대로 전년 동월 대비 139.7% 급증하며 전체 시장 성장세를 이끌었다. 업계에서는 국제 유가 상승 흐름과 함께 전기차 가격 경쟁력 강화, 충전 인프라 확대, 소비자 인식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특히 테슬라가 국내 전기차 수요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브랜드별 판매량에서 테슬라는 전년 동기 대비 335.1% 증가한 2만964대를 기록하며 수입차 브랜드 판매 1위에 올랐다. 월별 판매 흐름도 가파르다. 테슬라는 지난 1월 1966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시장 2위에 오른 이후 2월 7868대를 기록하며 1위에 올라섰고 3월에는 1만1130대를 판매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달에도 1만3190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국내 수입차 시장 내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월간 판매 규모다. 통상 수입차 업계에서는 연간 판매량 1만대를 돌파할 경우 메이저 수입차 브랜드의 상징으로 불리는 '1만대 클럽'에 가입했다고 본다. 하지만 테슬라는 두 달 연속 월 판매량만으로 1만대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며 기존 수입차 시장 공식을 사실상 새로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슈퍼차저 인프라 등 차별화 전략이 소비자 선택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장기화와 전기차 대중화 흐름이 맞물리면서 테슬라 판매 증가세가 신차와 중고차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가격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 충전 인프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피지컬AI 확산 기대와 우려…정부 “연말까지 노동 AI가이드라인 마련”

인공지능(AI) 기반의 로봇 등 피지컬 AI가 인간의 일터와 주택 공간으로 확산되면서 빠른 기술화에 못지 않게 일자리 전환, 소비자 안전, 책임 법제 등 일련의 보호장치도 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과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참여연대가 개최한 'AI 강국 실현과 일자리 보호 토론회'는 정부의 AI 강국 정책과 피지컬 AI산업의 발전이 국내 노동시장과 소비자 권리에 미칠 영향을 짚어보고, 제도적 대응 방안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AI 기술 진흥과 권리 보호를 함께 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먼저 제기됐다. 이훈기 의원은 “AI 기본법 논의 당시 기술 진흥과 규제 사이의 고민이 있었다"고 언급하며, “일자리 문제를 지금부터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보호장치 마련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토론회 첫 발제에서 피지컬 AI가 기존 디지털 AI와 다른 노동 문제를 낳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오성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AI가 주로 정보 공간에서 작동했다면, 피지컬 AI는 사람과 물리적 공간을 공유하고 일터 안으로 들어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자동화 설비가 펜스 안에 구획된 장비에 가까웠다면, 앞으로의 AI 로봇은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며 노동 과정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소비자 보호 장치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신현희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실장은 “피지컬 AI가 산업용 장비를 넘어 생활 인프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따라서 안전사고 위험, 책임 소재 불명확, 개인정보 수집, 디지털 소외 문제를 소비자 권리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실장은 구체적인 제도 방안으로는 사전 안전인증과 책임구조 정비를 제시했다. 즉, 충돌 방지와 긴급정지 기능 등을 사전에 점검하는 피지컬 AI 인증제 도입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자율주행차나 서비스 로봇 등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 개발사, 운영사, 이용자 사이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종합토론 자리에선 피지컬 AI의 제조현장 투입에 따른 일자리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사람 작업자의 단순 재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기존 전문성과 연결되는 전환 지원과 사회안전망 구축이 동시에 필요하다는데 목소리가 이어졌다. 또한, 숙련노동자의 작업 데이터가 AI 학습에 활용되는 문제도 거론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김은진 변호사는 숙련노동자의 작업 방식과 경험이 별도 보호장치 없이 AI 학습에 활용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응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정부 측은 AI 확산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패널 토론에에 참여한 이상임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총괄과장은 “AI가 사람을 직접 대체하는 방식뿐 아니라 AI를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는 변화도 나타날 수 있다"며 양면성을 언급했다. 이어 이 과장은 “노동시장 현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부작용과 챙겨야 할 부분들에 관한 노동 분야 AI 가이드라인을 연구용역을 통해 올해 연말까지 마련할 예정"이라며 “하반기 중 전문가와 노사, 국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재 지원=강형배 인턴기자

[김병헌의 체인지] 저신용자가 더 낮은 금리? 금리 역전이 던진 질문

최근 금융권에서 벌어지는 장면은 낯설다. 일부 대출상품·은행권에서 정책 압력과 포용금융 기조로 저신용자 금리가 낮아지거나 고신용자와 역전되는 사례가 나타난다. 기존 금융 문법으로 보면 분명 이상한 풍경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것은 단순한 금리 역전 현상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금융의 기준 자체가 바뀌는 거대한 전환의 입구에 서 있다. 과거 은행은 숫자를 봤다. 연체 기록, 카드 사용 이력, 부채 규모 같은 전통적 금융정보가 사람의 신용을 결정했다. 말 그대로 '돈 거래의 역사'가 곧 인간의 신뢰도였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가 커지면서 금융은 이제 사람의 삶 전체를 읽기 시작했다. 통신비를 얼마나 성실히 냈는지, 공과금을 밀리지 않았는지, 소비 패턴은 안정적인지까지 분석 대상이 된다. AI는 그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이 사람이 미래에 돈을 갚을 가능성'을 예측한다. 이 변화는 금융의 철학 자체를 흔드는 사건이다. 과거에는 금융 이력이 부족하면 무조건 불리했다. 사회초년생, 프리랜서,경력 단절 여성처럼 은행 시스템 밖에 있던 사람들은 낮은 신용점수라는 벽에 막혔다. 그러나 AI 기반 대안신용평가는 기존 금융 기록이 부족하더라도 생활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려 한다. 어떻게 보면 금융이 조금 더 인간을 이해하기 시작한 셈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핀테크 기업들은 이미 렌트비 납부, 통신요금, 온라인 소비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를 확대하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은행 계좌조차 없던 사람들이 스마트폰 데이터만으로 대출을 받는다. 전통 금융이 외면했던 사람들에게 AI 금융은 새로운 사다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금융이 더 포용적으로 변할수록, 시장의 위험 가격 체계는 흔들릴 가능성이 커진다. 원래 금리는 위험의 가격이다. 돈을 떼일 가능성이 높으면 금리가 올라가고, 위험이 낮으면 금리가 내려가는 것이 시장의 기본 원리다. 그런데 정책금융과 AI 평가가 결합하면서 그 질서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저신용자의 부담을 낮추는 대신 누군가는 그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결국 은행 수익성이 낮아지거나, 고신용자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일본은 과거 대부업 금리 규제를 강하게 밀어붙였다가 부작용을 겪었다. 미국에서도 저신용자 지원을 위해 고신용자의 비용을 높이려다 역차별 논란이 거세진 적이 있다. 포용은 필요하지만, 시장 원리를 지나치게 거스르면 또 다른 왜곡이 생긴다는 교훈이다. 더 큰 문제는 AI가 가져올 '보이지 않는 통제'다. 앞으로 금융은 단순히 소득만 보는 산업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생활 패턴, 소비 습관, 인간관계, 심지어 스마트폰 사용 방식까지 금융 데이터가 될 수 있다. 은행은 더 이상 지갑만 들여다보지 않는다. 삶 전체를 분석한다. 동시에 개인 자유의 경계도 흐려진다. 어느 순간 우리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스스로의 일상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시대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아마도 '개인별 실시간 금융'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 같은 은행에서도 사람마다 금리가 달라지고, 신용점수는 실시간으로 변할 수 있다. 전통 은행과 빅테크의 경계도 흐려질 것이다. 금융은 더 이상 은행 앱 안에만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변화 속에서 소비자 역시 달라져야 한다. 신용관리는 단순히 연체를 안 하는 수준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이해해야 하고, 디지털 금융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동시에 소비자는 더 강한 데이터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 편리함과 포용성만 강조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금융이 인간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인간을 감시하는 시스템으로 변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I와 정책금융의 결합은 분명 더 많은 사람에게 금융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그러나 모두 정답인 것은 아니다. 금융의 미래는 결국 기술과 시장, 그리고 인간의 자유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인간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인간을 점수화하는 방향으로만 흘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현대글로비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제거 활동 앞장선다

현대글로비스는 글로벌 비영리단체 '오션클린업'과 협력을 오는 2030년까지로 연장했다고 21일 밝혔다. 오션클린업은 네덜란드의 비영리 단체다. 강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차단하거나 이미 해양에 축적된 폐기물을 수거·재활용하는 방식으로 해양 플라스틱 제거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23년 오션클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후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위치와 규모 등 데이터 수집과 쓰레기 수거 장비 운송 등을 지원해왔다. 오션클린업은 현대글로비스와 협업을 바탕으로 지난 2023년부터 올해 3월까지 전 세계 해양과 강 유역에서 총 5만t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앞으로도 글로벌 해상 네트워크와 물류 역량을 활용해 환경 보호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HD현대중공업, 테라파워 차세대 원자로 주기기 공급 우선협상자 선정

HD현대중공업은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공급에 대한 기본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Reactor Enclosure System, RES)의 핵심설비를 제작 및 공급하는 우선 협상 대상자가 됐다. 양사는 지난해 3월 '나트륨 원자로의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1년여간 나트륨 원자로의 제조 타당성, 가격 경쟁력, 인도 일정 등에 대한 연구를 공동 수행했다. HD현대는 2024년 12월 테라파워로부터 원통형 원자로 용기를 수주해 현재 제작 중이다. 원광식 HD현대중공업 해양에너지사업본부장은 “이번 합의 체결은 테라파워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글로벌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진출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고려아연 ‘장병 북돋움 내일 PASS’ 프로젝트 1호 기업으로 참여

고려아연은 민간 기업 최초로 '장병 북돋움 내일 PASS'에 참여한다고 21일 밝혔다. '장병 북돋움 내일 PASS'는 국방부와 한국경제신문이 장병들의 생산적인 복무 환경 조성과 자기개발 지원을 위해 추진하는 민·군 협력 프로젝트다. 고려아연은 첨단 분야 역량 강화를 돕는 '라이센스 PASS' 분야에 힘을 보탠다. 고려아연은 육군 제1군단 소속 장병들이 인공지능(AI) 분야 자격증을 취득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삼성전자 반도체 1인 6억 성과급…노조원 투표에 ‘파업 달렸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눈앞에 두고 극적으로 접점을 찾았다. 정부 중재로 펼쳐진 '마지막 대화'에서 가까스로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해내며 급한 불을 껐다. 핵심 쟁점이던 성과급 재원은 사업성과의 10.5%로 잡고 상한도 폐지하기로 했다. 노조원들이 찬반투표를 통해 이를 가결시키면 올해 협상을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일단락된다. 5개월여간 진행된 양측 대립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 DS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사업 성과 10.5% 배분하고 상한 폐지 삼성전자 노사는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노동부 경기고용노동청에서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노사는 각을 세웠던 성과급 지급 기준 등을 두고 조금씩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조는 당초 영업이익의 15%를 지급하고 상한을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사측은 업계 1위 달성 시 '최고 수준 대우'를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양측 의견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며 총파업 전날 극적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기존 성과인센티브(OPI) 제도에 더해 반도체(DS) 부문에만 특별경영성과급을 별도 지급한다는 게 잠정 합의안의 주요 내용이다. OPI는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에 따라 지급하기로 했다.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사업 성과의 10.5%로 정했다. 노조의 요청을 받아들여 특별경영성과급 상한도 두지 않기로 했다. 재원은 40%를 반도체 부문 전체에 우선 배분한다. 나머지 60%는 반도체 부문 사업부별로 나누기로 했다. 세금 공제 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는 게 원칙이다. 지급된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 가능하지만 3분의 1은 1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나머지 3분의 1은 2년간 매각할 수 없다. 적자 사업부에 대한 차등 지급은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의 유효기간은 향후 10년으로 정했다. 최소 영업이익 기준을 달성하는 경우에 한해서다. 노사는 올해 임금 인상률도 6.2%로 합의했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 대해선 600만원 규모 자사주를 주기로 했다. 노조는 21일 예정된 총파업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대신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찬반투표라는 '마지막 관문'을 넘으면 삼성전자 노사 올해 임금협상은 완전히 마무리된다. 업계에서는 수개월간 진통 끝에 노사가 겨우 의견을 일치시킨 만큼 조합원 투표도 가결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게시판에 올라온 3차 총회 공고 관련 게시물 댓글을 보면 '실망스럽다'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이날부터 협상단이 잠정 합의안 도출 과정 등을 상세하게 소개할 경우 반대 목소리는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관측된다. ◇ “국가 위한 대승적 결단"…“심려 끼친 점 사죄"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청와대는 “국가와 국민 모두를 위한 대승적 결단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입장문을 통해 “뒤늦게나마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은 국민과 주주, 고객 여러분의 성원, 정부의 헌신적인 조정,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신 임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그동안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겸허한 자세로 보다 성숙하고 건설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며 “기업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더욱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측 교섭 대표인 여명구 DS 피플팀장은 전날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이후 “오랜 시간 기다려주신 임직원분들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노력해주신 노조와 도움 주신 정부 관계자분들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잠정 합의가 상생의 노사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되도록 하겠다"며 “회사는 이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노사 상생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역시 “내부 갈등으로 심려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끝까지 노력해주신 정부와 관계자 여러분, 조합원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잠정 합의안 찬반투표를 저희의 성적표로 더 나은 초기업노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협상을 주재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노사 자율교섭으로 잠정 합의에 이르게 됐다는 점에서 정부를 대신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무엇보다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 가슴 졸이고 지켜보고 계셨을 국민들 덕분"이라고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전날 입장문을 내고 “금번 합의는 반도체 경쟁 심화와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 엄중한 경영 환경 속에서 파업을 막기 위해 노사가 한발씩 물러나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았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경총은 또 “삼성전자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것인 만큼 노동계가 이를 일반화해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서는 안된다"며 “향후 노사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소하고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바란다"고 짚었다. 정부는 삼성전자 노사 협상 과정에 관여하며 중재자 역할을 해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등판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일부 노동조합이 단결권·단체행동권을 통해 단체교섭을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데 거기에도 적정한 선이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지난 18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에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올렸다. 이는 17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대국민담화에서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한 데 힘을 실어주는 차원이다. 기본권 제한 논란이 있었던 긴급조정권은 결국 발동되지 않는 모양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법 76조에 근거한 제도다. 노조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30일간 파업이 금지된다. 과거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네 차례 중에 두 번은 노사 합의로 종결됐다. 두 번은 정부가 강제로 중재한 뒤에야 마무리됐다. 가장 최근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것은 21년 전인 2005년 12월 대한항공 파업 때다. 정부가 이같은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일각에서는 긴급조정권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과 정면충돌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 5개월여 진통 마무리 국면'…일인당 6억원' 돌아갈 듯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2월16일 임금교섭 1차 본교섭을 시작했다. 올해 2월19일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양측 의견 차이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노사는 중노위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지난 3월3일 조정 중지가 결정됐고 노조는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지난달 23일에는 파업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평택 본사에서 조합원 약 4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투쟁 결의대회가 열리면서다. 노사는 이달 11일 사후조정 절차를 통해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성과는 끝내 내지 못했다. 파업 전운이 짙어진 상황에서 노사는 2차 사후조정을 통해 마주앉았다. 지난 19~20일 열린 사후조정은 최종 결렬됐으나 노동부장관 주재로 열린 추가 협상에서 극적으로 합의안을 만들어냈다. 조합원 투표 가결 시 삼성전자 DS 임직원은 올해 최대 6억원가량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가 유력한 비메모리 부문 직원도 최소 1억6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노사가 합의한 '사업성과'를 영업이익이라고 추정한 결과다.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300조원 안팎이다. 이 중 대부분이 DS 부문에서 나온다. 단순 계산하면 30조원 이상이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DS 부문 직원은 7만8000여명이다. 노사는 이 외에도 사내주택 대부 제도, 자녀출산경조금 상향 등에도 뜻을 모았다. 첫째 자녀는 100만원, 둘째는 200만원, 셋째 이상은 500만원씩 주기로 했다. 양측은 협력업체와 동반성장 등을 위한 재원 조성 및 운영 계획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성과급 갈등’ 카카오도 파업 가결

카카오 그룹에도 노조 파업의 전운이 짙게 감돌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처럼 성과급을 놓고 카카오 본사와 자회사 등 5개 노조가 그룹 내 노사 갈등이 커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창사이래 처음으로 카카오 본사가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는 20일 카카오 본사를 포함해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4개 법인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파업 찬성으로 가결했다. 박성의 카카오 노조 투쟁본부장은 이날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이날 오전 11시까지 5개 법인에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5개 법인 모두 찬성으로 가결됐다"며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만큼 향후 투쟁 계획에 대해 다시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카카오 노사는 성과급 보상 체계를 두고 갈등을 키워왔다. 카카오 본사는 경기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 기일이 연기됐고, 카카오페이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4개 법인은 합의 결렬 이후 쟁의권을 확보했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카카오 본사 조정기일에서 합의가 결렬되면 카카오 본사 역시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카카오 본사 노조가 실제 파업에 나선다면 이는 창사 이래 최초의 본사 파업이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결의대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조가 교섭 요청을 한 것은 지난해지만, 회사가 교섭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세우면서 실제 교섭은 노동부 권고가 나온 후인 4월 말에야 진행됐다"며 “회사가 제대로 교섭에 참여하지 않았던 부분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카카오 노사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회사의 성과급 체계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다. 앞서 카카오 노조는 지난 11일 성명에서 “카카오 경영진은 지난 수년 간 역대 최대 실적과 영업이익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성과를 함께 만든 크루들에게는 극히 제한적인 보상만을 배분해왔다"며 “반면 임원 보수는 지속적으로 확대됐다"고 비판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카카오 노조는 성과에 어울리는 보상을 지급하라고 매년 요구했다"며 “그게 아니면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을 설명하라고 했고, 그마저도 없으면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을 함께 만들자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사측은 성의있게 응답하지 않았다"며 “이제는 조합원이 목소리를 모아 틀린 것을 틀렸다고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카카오 노조는 △경영 쇄신과 책임 경영 △공동체 안전망 구축 △공정한 성과보상과 이익 분배 △보편적인 노동 환경과 복지 체계 등을 공동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요구안을 중심으로 조합원들과 논의를 거쳐 사측과 교섭을 시작할 것"이라며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임단협 교섭과는 별개의 교섭으로, 임단협과 공동 요구안이 하나의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동 요구안은 카카오 공동체 안에서 노동 환경의 격차를 줄이고 공동체 전체의 책임 경영과 고용 안정을 만들며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보상 체계와 보편적인 노동 환경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며 “회사와 함께 공멸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부당한 현실에 굴복할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취재 지원=김수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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