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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서남권 반도체] 대한민국 산업지도가 바뀐다 ③ 왜 해남인가…AI 시대,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가 반도체를 부른다

최근 정부와 삼성, SK그룹의 전남·광주권 대규모 1000조 투자 계획을 둘러싸고 지역사회의 기대와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투자 규모와 입지, 파급효과를 놓고 다양한 전망과 해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본지는 독자들에게 보다 깊이 있는 시각을 전하고자 5부작 특별기획 '대한민국 산업지도가 바뀐다'를 마련했다. 이번 기획은 왜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무게중심이 서남권으로 이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지역과 국가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전남광주=에너지경제신문 문승용 이재현 백준 기자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이제 공장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AI 시대에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초거대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공장은 하루 수십만 가구가 사용하는 수준의 전력과 대규모 산업용수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 정부가 서남권을 새로운 첨단산업 거점으로 제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특히 전남 서남권은 국내 최대 수준의 해상풍력과 태양광 발전 잠재력을 갖춘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상대적으로 넓은 산업용지, 추가 확보가 가능한 용수는 AI 시대 반도체 산업이 요구하는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이 같은 여건 때문에 정부와 기업에서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해남군이 서남권 프로젝트 핵심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 해남 솔라시도와 RE100…산업지도를 바꾸는 에너지 해남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에너지'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RE100 달성 여부를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국제 캠페인으로, 글로벌 공급망 참여에도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전남은 해상풍력과 태양광을 기반으로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생산 잠재력을 보유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정부도 서남권의 재생에너지 경쟁력을 AI와 반도체 산업 육성의 핵심 기반으로 제시했다. 해남 솔라시도 일대는 재생에너지와 데이터센터, 미래산업이 결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으며, 지역에서는 이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산업은 공장 한 곳을 짓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장비와 소재, 물류, 유지보수, 건설, 연구개발, 정보통신, 서비스업까지 다양한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거대한 생태계를 형성한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될 경우 협력기업 유치와 지역 상권 활성화, 신규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지역 경제계는 “반도체 산업은 하나의 공장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산업 구조를 바꾸는 프로젝트"라고 평가한다. 해남에서도 미래산업 유치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 청년이 돌아오는 도시가 될 수 있을까? 청년들 “이번에는 달라졌으면" 해남은 오랫동안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지역에서는 첨단산업이 들어설 경우 양질의 일자리와 정주 여건 개선으로 청년들이 다시 지역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반도체 산업은 연구개발과 생산, 유지보수,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한다. 지역 대학과 직업 교육기관도 이에 맞춘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한다면 산업과 교육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그러나 넘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대규모 반도체 산업은 안정적인 송·배전망과 산업용수 확보, 교통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기업들은 투자 발표보다 실제 인허가와 기반시설 조성 속도를 중요하게 본다. 정부가 약속한 인프라 지원과 원스톱 행정 체계가 얼마나 신속하게 작동하느냐가 향후 투자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해남은 국가 첨단산업의 중심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AI 시대는 산업 입지의 기준을 바꾸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용수, 넓은 산업용지, 그리고 서남권 산업벨트의 연결성은 해남이 새로운 가능성을 갖게 된 배경이다. 아직 모든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 산업 전략이 서남권으로 향하고 있는 지금, 해남은 그 변화의 중심에서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다. 해남지역에서도 첨단산업 유치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 지역에서는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될 경우 청년들의 지역 정착과 인구 유입, 서비스업과 건설업 등 연관 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수도권으로 떠났던 청년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반면 지역 정재계에서는 투자 계획이 실제 공장 건설과 고용으로 이어질지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규모 개발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와 난개발을 막고, 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 명현관 군수 “해남 미래를 바꿀 역사적 기회" 해남군도 이번 서남권 첨단산업 프로젝트를 지역 발전의 전환점으로 기대하고 있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미래를 보고 해남 솔라시도를 선택해준 기업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비롯한 관련 산업 기반 구축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기관,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업은 대한민국 AI 산업 발전의 중요한 전기가 되는 것은 물론 해남이 미래 첨단산업의 거점으로 도약하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행정 지원과 정주여건 개선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해남은 아직 확정된 투자지가 아니라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후보지다. 그러나 AI 시대가 요구하는 재생에너지와 산업용수, 넓은 산업용지, 그리고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중심으로 한 산업 기반을 갖춘 지역이라는 점에서 해남은 대한민국 산업지도가 바뀌는 현장의 중심에 서 있다. 정부와 기업, 지자체의 약속이 실제 투자와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제 해남은 그 가능성을 실행으로 증명해야 하는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문승용 기자 symnews@ekn.kr

[이슈&인사이트] 호남 반도체 성공 투자에는 타당성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주재했다. 이번 보고회에서는 한국형 AI 산업혁명 완성을 위해 기업들의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 투자계획과 정부 지원 방안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이다. 내용은 서남권(광주·전남)을 제2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총 895조 원의 기업 투자를 통해서 메모리 팹 4기를 짓는다. 정부 목표는 5년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을 배가하고 이를 통해서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실제 투자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전력망과 용수, 부지, 인력 확보 등 기반 시설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만큼, 향후 정부 지원책과 기업 투자계획의 구체화, 그리고 스피드 여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성공의 분수령이 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은 여유가 없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업 주도형 투자다. 첫 구상은 SK가 2019년, 삼성이 2023년이었다. 삼성전자 클러스터는 시스템 반도체 팹 6기를 짓는 프로젝트로, 부지는 710만 m2로 300조 원이 소요되어 2042년 완공 목표다. SK하이닉스 클러스터는 메모리 반도체 팹 4기를 짓는 프로젝트로, 414만 m2의 부지에 120조 원을 투자하여 2027년 완공을 목표하고 있다. 그런데 먼저 출발한 SK도 2025년, 6년 만에 겨우 공사를 위한 첫 삽을 떴다. 산단 조성에 필수적인 환경영향평가, 토지 수용, 주민 보상 절차의 장기화가 원인이었다. 호남 반도체 투자 성공에는 속도가 절대적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이 첫 삽을 뜨는 데만 6년이 걸린다면 성공은 없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 왜냐하면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5년 이후까지 진행된다는 보장이 없다. 더욱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은 기업 주도형보다는 관제 성격을 갖고 있다. 호남판 국책 사업이 정권에 따라 어떻게 표류하는지 새만금 사례가 입증한다. 새만금 사업은 1991년 사업이 개시되어 20년 만인 2010년 방조제가 완공되었지만, 35년이 지난 지금도 표류하고 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속도전 사례로 일본 TSMC 구마모토 공장을 제시한다.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원스톱' 지원으로 2년여 만에 완공되었다. 2021년 10월 투자 발표 이후 2024년 2월 준공식을 거쳐 연말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효율적인 정부 지원, 표준화된 공장설계, 협력사 생태계, 신속한 행정이 결합하면 2년 만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또 다른 사례로 대만 남부 가오슝시에 있는 TSMC 반도체 클러스터가 있다. 가오슝의 공장용지는 정유공장 자리로 토양오염이 심각했다. 오염제거만 30년이 소요된다고 할 정도로 최악의 조건이었다. 전력원은 노후화된 화력발전소였다. 그런데 4년여 만에 TSMC의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가 가동할 수 있었던 것은 가오슝시 정부가 '예산 폭탄'을 퍼붓고,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속도전을 벌인 결과다. 환경영향평가에 걸린 기간은 불과 한 달 반, 애초 30년이 걸린다던 오염 정화는 1년 만에 끝냈다. 가뭄으로 공업용수가 부족해지자, 농업용수를 끊고 전국적인 휴경을 단행한 발상의 전환이 있었다. 후보지인 광주의 '첨단 3지구'나 해남의 '솔라시도'가 모두 주거·산업·연구 생태계가 연계되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기업·정부의 발상 전환이 있다면 호남클러스터가 용인보다 빠르게 5년 이내에 가시화될 수 있다. 발상 전환을 위해서 반도체 클러스터가 호남을 구조적 낙후에서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절실함이 요구된다. 절실함으로 '민주화의 성지'에 덧씌워진 '강성 노조'의 이미지를 제거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일이 타당성 플러스알파 과제다. bienns@ekn.kr

[단독] 공군, 수십년 묵은 전투체계 백지화…‘미래 유·무인기 복합 운용’ 추진

공군이 2040년대 인공지능(AI)과 자율비행 기술이 주도할 6세대 항공우주전에 대비해 지난 1980년대부터 군사 전력의 절대적 척도로 유지해 온 유인 전투기 중심의 '하이·미들·로우(High-Medium-Low)' 체급 분류 체계를 원점에서 전면 백지화한다. 대신 조종사가 탑승하는 첨단 유인기를 최후방의 '지휘·통제 노드(Node)'로 격상하고, 전투 현장에 투입되는 무인기들을 획득 비용과 작전적 '손실 감내성(Attritability)'에 따라 세분화하는 '4단계(티어) 하이브리드 등급표' 도입을 추진하며 국방 중장기 전력 구조의 대대적인 혁신에 돌입했다. 6일 본지 취재 결과, 공군 항공우주전투발전단(이하 전발단) 개념발전과는 '미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기반 전투기 등급 분류'에 대한 긴급 학술 연구용역 사업을 발주했다. 투입 예산은 3336만6000원이고, 수행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4개월간이다. 공군 전발단은 미래 기술을 적용한 주변국의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대비해 네트워크 기반 아래 차세대 전투기 역할을 고려한 등급 분류 기본 개념을 원점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기체의 이륙 중량이나 물리적 제원에만 의존하던 기존 획득 패러다임에서 탈피하고, MUM-T 중심 체계로 군의 획득 교리를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군이 새로운 체급표 개편에 사활을 건 이유는 기존의 재래식 획득 구조가 전술적·경제적으로 극복 불가능한 딜레마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현재 공군은 ▲F-35A·F-15K(하이) ▲KF-16·KF-21(미들) ▲FA-50·F-5(로우) 등으로 등급을 나누어 왔다. 하지만 고도화된 적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방공망 속에서 생존 장비가 취약한 로우급 유인 전투기의 침투는 조종사의 희생을 강요한다. 나아가 한국 사회의 심각한 인구 절벽으로 인한 조종사 수급난과 비행 시간당 유지비가 3만 달러(4500만 원)에 달하는 5세대 스텔스기의 막대한 운용 비용을 고려할 때 퇴역하는 구형 전투기를 고가의 신형 유인기로 1대1로 대체해 공군의 적정 전투 임무기 규모인 400여 대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결국 유인기의 스펙을 낮춰 숫자를 채우던 '로우(Low)급 유인기' 개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다수의 무인 플랫폼이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것이 이번 획득 구조 개편의 핵심이다. 공군은 이 사업의 핵심 과업으로 강대국들의 차세대 유·무인 획득 기준·분류 동향의 심층 분석을 꼽았다. 현재 글로벌 군사 강국들은 6세대 편제 방식을 두고 분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진보적인 국가는 '작전 통합'을 꾀한 미국이다. 미 공군은 다크 멀린·퓨리 무인 협동 전투기(CCA) 두 기종에 각각 사상 처음으로 전투기를 의미하는 'YFQ-42A'와 'YFQ-44A' 제식 명칭을 부여하며 무인기를 주력 전술 자산으로 격상시켰다. 또한 무인기 단가를 강제하려던 미 의회의 비용 상한 시도를 군 수뇌부가 막아내고 자율성 성숙도에 따라 기체를 고도화하는 '증분(Increment)' 획득 방식을 확립해 냈다. 미 해군 역시 무인기를 항모단에 편입시키며 개방형 아키텍처 기반의 합동성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반면 유럽과 영국은 철저한 '역할 분리' 노선을 걷는다. 영국 왕립 공군(RAF)은 작전 생존성에 기반해 무인 플랫폼을 일회용 소모성(티어 1)·다회용 감내성(티어 2)·고가치 생존성(티어 3)으로 등급화하는 자율 협동 플랫폼(ACP) 전략을 공식화했다. 유럽의 FCAS 프로그램 역시 무인기를 '리모트 캐리어(RC)'로 명명하고 기체 물리적 크기에 따라 경·중·대형으로 분류해 전술적 유연성을 노린다.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한 타격력을 중심으로 한 비대칭적 이원화 전술을 구사한다. 중국은 유인기(J)와 무인기(GJ/WZ)의 명칭을 엄격히 분리하고 복좌형 스텔스 유인기인 J-20S 후방석 조종사가 중무장 스텔스 무인 공격기(GJ-11)나 협동전투기(FH-97A)를 전담 통제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러시아 역시 현존 세계 최대 크기인 20톤급 무인기 S-70(오호트니크)을 복좌형 Su-57M1 지휘기와 결합해 서방의 군집 드론 전술에 '대규모 화력'으로 맞서고 있다. 중견국인 호주 또한 독자 개발한 무인기 MQ-28 '고스트 뱃'을 조기 경보 통제기(E-7A)로 직접 제어하며 미들급 공군을 위한 비용 효율적인 대안을 증명해냈다. 공군 전발단은 MUM-T 운용 시 '유인 통제기의 최종 통제 하(Human-in-the-loop)' 작전 수행을 가정한 미래 전장 교리의 대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이는 대량의 군집 드론이 투입되더라도 인공 지능(AI)이 스스로 무력 사용을 결심하는 '킬러 로봇' 방식을 전면 배제하고, 교전의 최종 승인권은 후방 안전 구역의 인간 조종사가 쥔 채 무인기들이 최전선의 타격과 교란을 전담하는 '분산형 킬웹(Kill-Web)'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기반해 우리 공군이 미국식 '작전 부대 편제 통합'과 영국식 '비용·생존성 중심 획득 분리'의 장점을 결합한 독자적인 '미래 4단계(Tier) 하이브리드 등급 분류안'을 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의 경직된 하이-미들-로우 방식을 혁신적으로 대체할 이 체계는 전장의 공간과 기체의 손실 감내성에 따라 항공 전력을 유기적으로 엮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전체 전력의 두뇌 역할을 할 '티어(Tier) 0'은 생존성 100%가 필수적인 최고 가치 지휘·통제 노드로, 기존 하이급 유인 전투기의 위상을 계승할 가능성이 높다. F-35A나 향후 전력화될 KF-21 복좌형 기체가 이에 해당하고, 적 방공망 밖(Stand-off)의 가장 안전한 최후방에 머물며 다수의 무인기 편대를 원격 지휘하게 된다. 이들의 통제를 받는 무인 전력 중 유인기와 동급의 비행 성능·대형 내부 무장창을 갖춘 국방과학연구소 K-UCAV 헤비급 등의 하이엔드 무인 스텔스기는 '티어 1'로 묶인다. 이들은 피격 시 아군에 치명적 손실을 입히는 전략 자산으로서 심종심 정밀 타격과 적 방공망 제압(SEAD)을 단독 전담한다. 전술적 방패이자 눈이 되어줄 '티어 2'는 호주의 MQ-28 고스트 뱃 체급과 같은 로열 윙맨들이 맡는다. 이들은 전방 정찰(ISR)과 강력한 전자전(EW)을 수행하는 다회용 자산이면서도 전술적 이점을 위해 교전 중 피격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기존 미들급 전투기의 하위 임무를 분담한다. 마지막 최전선에는 단기 대량 양산이 가능한 1회용 자폭 드론들인 '티어 3' 전력이 포진한다. 이들은 거대한 스웜(군집) 비행을 통해 적의 값비싼 지대공 미사일 소진을 강제로 유도하고, 과거 F-5와 같은 로우급 유인 전투기가 조종사의 목숨을 걸고 뛰어들어야만 했던 고위험 근접 지원 임무를 완전히 대체하게 된다. 무인기가 획득 비용과 소모성을 기반으로 티어화되면 턱없이 부족한 국방 예산 운용에 획기적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다. 평시에는 티어 2 이상의 감내성 자산만 비축하다 전시 등 유사시가 발생하면 민간 항공 제조 인프라·3D 프린팅 적층 제조 등 첨단 상용 기술을 총동원해 소모성 드론(티어 3)을 최전방 작전 기지에서 즉각 대량 복제 생산하는 '유연한 물류 작전'이 현실화 될 수 있다. 이는 조종사 인구 절벽의 한계를 전술적 물량으로 극복하는 승수 효과를 창출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E칼럼] ‘반도체 클러스터’, 대한민국호의 시험대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에 반도체, 피지컬 AI, 그리고 데이터센터가 포함되면서 국민적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에 부응하여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선두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대규모 국내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혔으며, 특히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각각 400여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또한 충청권은 첨단 패키징 산업 육성을 통해 수도권과 호남을 연결하리란 전망이다. 요컨대 수도권에서 충청권을 거쳐 서남권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반도체 산업축이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거대한 계획이 발표되면서 기대가 커지는 만큼, 전력과 용수, 그리고 인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셋 다 만만치 않은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개별적인 사안에 함몰되기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그것은 “과연 대한민국호(號)가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성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인프라 금융 전문가인 마이클 베넌(Michael Bennon) 연구원은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과 제도, 그리고 거버넌스의 문제로 바라본다. 그의 연구는 발전소, 철도, 항만, 송전망과 같은 대규모 사업은 기술 자체보다 인허가 절차, 금융 조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 환경 규제, 주민 수용성 등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작동하느냐가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은 AI 시대를 맞이한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도체 공장은 그저 첨단제품을 만들어 내는 생산 설비로만 이해할 수 없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 대규모 용수, 초고압 송전망, 데이터센터, 교통망, 연구개발 및 생산 인력, 대학과 기업의 협력 체계까지 함께 구축되어야 하는 국가 단위의 초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다. 실제로 AI 시대를 맞이하게 되면서 이러한 국가적 실행 역량, 즉 국가책략(statecraft)이 경쟁의 승부를 가르는 변수일 것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미국은 실리콘 벨리라고 불리는 거대한 지식공동체이자 혁신 산업의 클러스터가 AI 혁명을 주도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건설, 송전망 확충과 같은 실질적인 집행 단계에서 수많은 법적 분쟁 등에 봉착하며 속도를 내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한편 중국은 첨단 반도체 공급에 있어 여러 제약을 맞닥뜨리고 있으면서도, 전력망과 산업단지, AI 인프라, 인재 육성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속도감 있게 통합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AI 시대의 경쟁은 이미 개별 기술의 우위를 넘어 복합적인 국가 프로젝트를 얼마나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지의 경쟁으로 변화하였는데, 두 초강대국의 치열한 경쟁이 향후 어떤 결말로 귀결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이러한 기술 패권을 둘러싼 경쟁은 에너지 정책에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필자는 지난 5월, 이 지면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AI 시대 전력의 중요성을 이미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전력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국가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핵심 구성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전력원을 충분히 확보하더라도 송전망이 부족하면 전력은 공급되지 못한다. 용수도 마찬가지다. 또한 이런 거대 사업들을 실현하려면 무엇보다 금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인허가 역시 중요하다. 지연되면 될수록 첨단 산업 전략은 선언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중요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역시 인력이다. 전문적인 인력이 꾸준히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앞으로 한국의 경쟁력은 이러한 국가적 비전을 얼마나 속도감 있게, 그리고 얼마나 착실하게 실현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일은 산업 정책에만 머물 수 없으며, 에너지 정책, 국토 정책, 교육 정책, 금융 정책, 규제 정책이 하나로 연결되는 국가 프로젝트다. 또한 그 과정에서 충돌하는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국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한국 역시 반도체 제조 설비를 짓는 것을 넘어, 미래 산업을 뒷받침할 국가 인프라를 어떻게 설계하고 실행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사고와 함께 국가적 비전을 위해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율해 나갈 수 있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 하겠다. 대한민국호가 이번 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지는 기술력 자체보다 국가적 실행 역량에 달려 있다. bienns@ekn.kr

“더위 먹기 전에 알려드려요”…삼성, 워치로 근로자 지킨다

삼성전자가 여름철 폭염에 취약한 옥외 노동자 등의 온열질환을 예방하는 '열 스트레스 관리 시스템'의 성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키, 몸무게, 심박수 등 개인별 신체 데이터를 분석해 심부 체온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새롭게 고도화하고, 실제 임상검증까지 마쳐 신뢰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해당 시스템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공사현장에 적용 중이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개발된 '스마트싱스 프로 안전관리 솔루션'의 기능 중 하나다. 삼성전자의 AI B2B 솔루션 '스마트싱스 프로'와 '갤럭시 워치' LTE 모델을 활용해 클라우드 환경에서 근로자 안전 관리를 지원한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스마트싱스 프로 안전관리 솔루션'은 산업 현장의 온·습도 등 환경 정보와 근로자의 심박수, 활동량 등 생체 데이터를 통합해 개인 맞춤형 관리 기능을 제공해왔다. 이번에 성능을 높이면서 고용노동부가 만든 폭염 대응 단계별 지침을 시스템에 새로 반영했다. 그 결과 근로자가 더위를 먹기 전에 위험을 미리 알아채고,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현장의 온도와 습도를 이용해 근로자가 실제로 느끼는 체감온도를 실시간으로 잰다. 체감온도가 33도를 넘으면 '폭염주의보', 35도를 넘으면 '폭염 경보', 38도를 넘으면 '폭염 중대경보'가 뜬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정한 폭염 단계별 작업중지 기준과 같다. 이 기준에 따라 현장 관리자의 화면에 자동으로 알림이 뜨고, 관리자는 이를 보고 근로자가 찬 워치로 “조심하세요", “쉬세요" 같은 알림을 바로 보낼 수 있다. 이번에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개인 맞춤형 예측이다. 삼성전자는 인천대학교와 함께 연구해 키와 몸무게, 성별, 나이 같은 개인 정보에 현장의 온도·습도, 심박수 변화까지 모두 분석하는 기술을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사람마다 다른 몸속 온도를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위험한 정도에 따라 알맞은 알림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삼성서울병원 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와 함께 실제 임상검증도 진행했다. 사람 몸에서 진짜로 나타나는 반응과, 시스템이 예측한 결과가 얼마나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 시스템은 지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새 반도체 생산라인을 짓는 공사현장에 실제로 쓰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정부와 협력해 근로자 안전을 지켜나갈 계획이다. 박찬우 삼성전자 B2B통합오퍼링센터 부사장은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과 산업 현장에서의 열 스트레스 관리 요구를 반영해 사전에 열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고도화했다"며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정보보안 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안전관리 솔루션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AI가 표적 찾고 지휘관이 결심”…공군-서울대, 강남 AX 거점서 ‘실전형 국방 AI’ 연구 돌입

대한민국 영공 방어 패러다임이 인공 지능(AI)을 만나 혁명적인 진화를 앞두고 있다. 민간 기업과 대학이 공동 개발한 첨단 AI 기술을 실제 작전 현장에 즉각 투입하는 '실전형 국방 AI 생태계'가 마침내 닻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일 서울대학교 국방AI인재양성사업단과 공군 항공우주전투발전단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 AI 허브 메인 센터에서 '공군 AX 거점 소개 및 연구 과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양 기관은 민·군 협력 AI 연구·개발(R&D) 개시를 알렸다. 미래 항공·우주 작전의 판도를 바꿀 국방 AI R&D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도가 높은 만큼 당일 현장에는 70여 명의 AI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공군은 '공군 비전 2050' 실현을 위해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오는 8월 서울 AI 허브 산업 AX 혁신 센터 내에 '공군 AX 거점'을 개소한다. 이 거점의 심장부 역할을 할 '공군 AX 협력 센터'는 김재완 서울대학교 공군 AX협력센터장(교수)이 운영을 총괄하고, 공군 실무진이 상주해 기술 기획부터 보안성 검토와 전력화 연계까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한다. 센터는 ▲공군 소요 AI 기술 개발 ▲국방 데이터 안심존 기반 실증 플랫폼 운영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방식의 실전형 AI 인재 양성 ▲민군 협력 생태계 조성 등 4대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 장병탁 서울대 국방AI인재양성사업단장(교수)은 개회사를 통해 “공군 AX 거점은 서랍 속 연구로 끝나는 공간이 아니라 군이 실제 필요로 하는 기술을 기업과 함께 개발하고 그 결과를 작전 현장에 즉각 적용하는 실전형 민군 협력의 전초 기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2026년 공군 소요 기술 AI 연구 과제' 3건은 공군이 실전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핵심 기술들로 구성됐다. 대학의 전담 교수진과 민간 AI 기업이 원팀(One-Team)을 이뤄 수행하며, 군사 작전의 특성을 고려해 AI의 오류를 방지하고 작전 결과의 무결성을 보장하기 위한 강력한 기술적·제도적 안전장치가 함께 적용된다. 우선 장 교수 연구팀은 탄도탄 발사 직후 움직이는 표적의 예상 경로와 은닉 위치를 AI가 자동 식별해 추적하는 'AI 기반 이동 표적(TEL, Transporter Erector Launcher) 위치 추적 모델'을 개발한다. 각종 융합 정보와 지식을 고성능 GPU 클러스터로 분석해 지리 정보 시스템(GIS) 기반으로 실시간 시현하는 고정밀 자동화 분석 체계를 구현하는 것이 과제의 핵심이다. 이와 더불어 곽노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영상 정보와 텍스트를 결합한 멀티 모달(Multi-modal) AI와 검색 증강 생성(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법을 활용해 'AI 기반 표적 자동 식별 모델'을 고도화한다. 방대한 영상 데이터 베이스(DB)에서 적의 활동 패턴을 찾아내고 비정형 데이터를 바탕으로 표적을 식별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는 적의 가짜 기만체(디코이)를 오탐지하는 이른바 'AI 환각(Hallucination)'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김 센터장은 “환각 현상은 주로 텍스트 기반의 생성형 AI에서 불거지는 문제"라며 “도입을 추진하는 영상 기반 표적 자동 인식 기술은 정교한 라벨링 데이터를 활용한 지도 학습(Supervised Learning) 방식이므로 애초에 환각 우려가 적고 정확도가 매우 높다"고 답변했다. 또한 “지속적인 데이터 정제로 오탐지를 원천 차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멀티 모달·RAG 분석 시 작전 결과의 무결성 보장 방식에 대해서도 “AI의 판단을 100% 맹신해 즉시 타격 등의 결정을 내리는 일은 결코 없다"며 “AI가 최적의 분석과 추천을 제공하더라도 반드시 공군의 담당자가 이를 한 번 더 교차 검증하고 최종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유영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통합 작전 지침서에 따른 전력 배당·표적 개발·임무 및 무장 추천 등 방대한 전투 계획 수립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AI 기반 항공우주 작전 전투 계획 작성 모델' 연구를 이끈다. 임무 수행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지만 무장 추천 등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만큼 지휘관이 AI를 온전히 신뢰할 수 있도록 돕는 최첨단 기술도 병행 도입된다. 김 센터장은 “AI가 작전과 무장을 추천하더라도 최종 결심은 오롯이 지휘관의 몫"이라며 “결심 중심전(Decision-Centric Warfare)에서 지휘관이 완벽히 납득하고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AI가 특정 결론을 도출한 논리적 근거와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 주는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 기술 도입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의 가장 큰 차별점은 '기획→개발→실증→전력화'로 이어지는 전 주기가 하나의 통합 플랫폼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참여 기업은 비공개 이하의 실제 군 데이터가 안전하게 보관된 '국방 데이터 안심존' 실증 환경에서 보안 요건을 준수하며 AI 모델을 고도화할 수 있다. 개발된 기술은 공군 현장 실증을 거쳐 기술이전 및 방산 사업화로 직결돼 참여 기업에게는 국방 AI 시장 진입의 결정적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공군과 서울대는 오는 6일부터 17일까지 이번 혁신을 함께 이끌 민간 참여 기업을 모집한다. 스타트업·중소기업·방산기업 등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면 지원할 수 있고 과제별 서류 평가를 거쳐 서울대 주관 위원회의 심층 평가를 통해 이달 말 최종 선정된다. 본격적인 연구 착수는 8월 초로 예정돼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대차 ‘살고’ BYD ‘죽고’…“전기차 보조금 패러다임 전환”

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기준에 '국내 공급망 기여도'를 반영하면서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중심이 소비 진작에서 산업 생태계 육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새 기준이 처음 적용된 평가에서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비야디)'가 탈락하며 정책 변화의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도 하반기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 결과를 지난달 30일 공개했다. 이전까지는 차량 성능과 가격 등을 기준으로 판매가 8500만원 이하 대부분의 전기차에 대해 구매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기후부는 지난 5월 한층 더 세분화된 평가 기준을 공개하고 이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기술개발 역량(10점), 국내 공급망 기여도(40점), 환경정책 대응 (15점), 사후관리 지속성 (20점), 안전 관리 (15점) 다섯 개 영역이다. 100점 만점에 총점 60점 이상을 받아야 보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이번 평가 결과, 전기 승용차 부문에서는 현대차, 기아, 볼보, BMW, 테슬라 등 10개 업체가 선정됐다. 대부분의 수입 전기차 업체가 올해 하반기에도 보조금을 지급 받게 된 것이다. 유일하게 제외된 업체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다.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한 달 동안 BYD의 등록대수는 4652대다. 전체 26개 브랜드 중 4위다. 지난 2월 출시한 소형 전기차 '돌핀(Dolphin)'도 같은 기간 2747대 팔리며 전체 판매 대수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지 1년여만에 주목할만한 판매량을 달성했지만, 당장 이달 1일부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보조금 지원이 중단되면서 그 금액만큼 소비자의 구매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BYD 측도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차량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7월 한 달간 지난 보조금 수준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원해드리는 '친환경 무공해 차량 고객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대응에 나섰다. 당락을 좌우한 결정적 요인은 '국내 공급망 기여도(40점)' 영역이다. BYD는 다섯 개 평가 영역 중 이 부문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현대차의 경우, 부품 공급을 위한 협력업체 네트워크, 공동 연구개발 인프라 등을 갖춰 보조금 지급 기준을 통과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박판규 탈탄소수송혁신과장은 “BYD는 국내 부품을 쓰는 비율이나 국내 고용 창출 같은 세부적인 부분에서 다른 브랜드와 차이가 났다"고 했다. 차량 판매를 통한 전기차 보급 확대보다 국내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평가에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의미다. 국내 공급망 기여도 영역은 ▲생산 및 공급 역량(10점) ▲부품산업 전환 기여(10점) ▲지역 공급망 안정성(10점) ▲고용 창출 효과(10점) 등 네 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예컨대, 국내 생산시설 운영 여부와 국내 부품 사용 비중, 협력사 공동 연구개발, 국내 고용 규모 등을 반영한다. 사업자가 국내 전기차 가치사슬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는지를 보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평가 기준이 바뀐 배경에는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자동차 산업 구조의 변화가 있다. 기후환경에너지부에 따르면, 2011년 전기차 보급 사업이 시작될 당시 1만 2000대(점유율 2.5%)에 그쳤던 연간 전기차 보급 대수는 작년 말 기준으로 연간 20만대를 넘어섰다. 전기차가 국내 자동차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내연차에서 전기차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정책도 단순한 보급 확대를 넘어 산업 생태계 육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초기에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산업 생태계와 공급망까지 함께 육성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박판규 탈탄소수송혁신과장은 “이제는 온실가스 감축 같은 환경적 요인을 위해 단순히 보급 대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서서 더 전체적인 부분, 산업적인 요소와 고용 창출 효과까지 함께 본다"며 “전기차 산업이 커진 만큼 자동차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심사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에는 각 업체에서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 위원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정성 평가 위주였다면, 이번 평가부터는 정량 평가 비중을 높였다. 예를 들어, 고용 창출 부문에서 국내 사업장 고용 인원이 300인 이상이면 10점, 200인 이상이면 8점을 부여한다. 박 과장은 “과거에는 고용 창출 효과를 평가하더라도 100명이 적절한지, 1000명이 적절한지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며 “올해부터는 고용 규모 등 항목별 기준을 수치화해 심사위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전기차 시장 확대에 맞춰 공급망 기여도 평가를 지속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박 과장은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는 만큼 평가 기준은 매년 보완할 예정"이라며 “내년 이후에도 공급망 기여도 평가는 단계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K-전력기기, 하반기도 글로벌 수주 행진…‘메가프로젝트’發 내수 성장 기대감도

국내 전력기기 업계가 이달 초부터 대규모 글로벌 공급 계약을 잇따라 성사하며 하반기 릴레이 수주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리쇼어링 기조와 전력망 전환에 더해, 글로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까지 맞물리며 형성된 이른바 '슈퍼 사이클'이 글로벌 수요를 증폭시키는 까닭이다. 이에 더해 업계는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 추진에 따라 창출될 대규모 내수 수요도 장기적 관점에서 실적을 확대할 미래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은 지난 2일 각각 1조1212억원·3100억원 규모 글로벌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올 하반기 시작과 동시에 수주 축포를 터트렸다. HD현대일렉트릭의 경우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체결한 배전기기 및 전력기기 장기공급을 위한 기본계약으로, 글로벌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에서 촉발된 'AI 수요'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실제 이번 계약에 따라 HD현대일렉트릭은 오는 2028년까지 고객사인 빅테크가 북미권에서 건설중인 데이터 센터에 배전기기와 전력기기를 순차적으로 납품한다. 각 제품별 계약 규모는 배전기기 5539억원과 전력기기 5673억원에 이른다. 효성중공업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라 최근 송전망 투자를 확대하는 호주 시장에서 성과를 거뒀다. 이번 계약을 통해 회사는 향후 5년간 초고압변압기와 리액터 등 전력기기를 독점 공급하게 된다. 이 같은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의 글로벌 수주 성과는 올 상반기부터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앞서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 국내 전력기기 3사는 올 1분기에만 합산 8조3210억원 신규 수주를 확보하며 당기 수주 잔고를 전년동기 대비 평균 10% 이상 늘렸다. 이어 LS일렉트릭이 지난달 빅테크 대상 1064억원 규모 고압 배전 시스템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업계는 2분기에도 AI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글로벌 수요 확보에 성공했다. 시장은 이러한 글로벌 배전·전력기기 수요가 당분간 계속되며 하반기 이후로도 우리 업계의 신규 수주도 지속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막대한 양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만큼,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필수적인 전력 인프라 수요도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확보 경쟁에 따라 지난 2024년 기준 415테라와트시(TWh) 수준이었던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오는 2030년 945TWh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전력소비량이 약 549TWh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만 해도 국가단위급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이에 더해 최근 민관합동으로 이른바 '3대 메가프로젝트'가 추진됨에 따라 업계는 해외 중심의 수주를 넘어 국내 수주까지 확대되는 중장기적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메가프로젝트가 실행될 경우, 국내에서 당장 AI 데이터센터에만 18.4기가와트(GW) 규모 전력이, 반도체 등 산업단지까지 포함하면 오는 2024년까지 27GW 이상의 추가 전력 수요가 발생하며 대규모 전력 인프라 수요 역시 동반 창출될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메가프로젝트가 아직 구상 단계에 있는 만큼 당장 국내 전력기기 업계에 수혜가 발생할 것으로 확정짓기는 어렵다"면서도 “반도체 공장이나 데이터센터가 실제 조성되는 단계에 이르면 대규모 전력 인프라 수요 창출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수주 기회 창출에 따른 내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주유소 언제 갈까? 전국 휘발유·경유 가격 7주 연속 하락세

국내 주유소 휘발유·경유 판매 가격이 일주일 사이 50~60원 정도 내려갔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과 국제유가 인하 영향으로 7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L당 1952.1원으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55.7원 내린 수치다. 같은 기간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58.9원 내린 L당 1942.4원을 기록했다. 전국 휘발유·경유 가격은 5월 셋째 주부터 7월 첫째 주까지 7주 연속 동반 하락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 이후 국제유가가 안정 국면에 들어선 영향이다. 이번 주만 놓고 보면 양측 협상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며 내림폭이 제한됐다. 2일(현지시각) 기준 국제유가는 소폭 강보합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1.80달러로 전장보다 0.3%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다음달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68.69달러로 0.2% 상승했다. 이란과 미국의 실무협상단과 중재국들이 전날 카타르 도하에서 만나 종전 방안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던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제유가 변동은 2∼3주가량 차이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0시부터 적용되는 7차 석유 최고가격을 유종별로 L당 150원 내렸다. 앞으로 국제유가 방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이란 사이 협상이 가장 큰 변동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양측 대화 내용에 따라 국제유가가 급등락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발표한 석유 시장 리포트에서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가 유지될 경우 걸프 지역의 석유 수출과 생산이 점차 회복돼 내년엔 상당한 공급 과잉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를 제거해야 하고, 공급망 정상화에도 다소 시간이 걸려 완전한 시장 회복을 당장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업데이트 했다하면 ‘역주행’…건슈팅 RPG ‘니케’, 매출 1위

출시 4년을 맞은 모바일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가 최근 진행한 여름맞이 업데이트 영향으로 매출 '역주행'에 성공했다. 4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레벨 인피니트의 건슈팅 역할수행게임(RPG) '니케'(개발사 시프트업)이 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1위를 탈환했다. 일본과 대만 등 글로벌 주요국에서도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하며 '역주행'에 성공했다. 레벨인피니트 측은 “지난 2일부터 시작된 여름 기념 업데이트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니케'는 시프트업이 개발해 레벨 인피니트가 서비스하는 미소녀 수집형 건슈팅 RPG이다. 지난 2022년 11월 정식 출시 이후 독특한 게임성과 매력적인 비주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서브컬처 시장에서도 최상위권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올해 기준 '니케'의 누적 매출은 13억달러(약 1조9000억원)로, 세계적인 메가 히트 지식재산권(IP)으로 자리잡았다. 앞서 '니케'는 수영복 콘셉트의 신규 니케 '신데렐라: 크리스탈 웨이브'와 '마르차나: 마린 스터디'를 선보였다. 두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 이벤트와 테마곡, 미니게임, 스페셜 애니메이션 예고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이용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니케'는 매 업데이트 때마다 '역주행' 신화를 기록하고 있다. 앞서 '니케'는 지난 5월까지 진행된 3.5주년 업데이트로 한국과 일본 양대 마켓에서 매출 1위를 석권한 바 있다. 한편 '니케'는 오는 1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여름 팝업스토어를 개최하고 18일부터 이틀 간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밴드 라이브 공연을 개최한다. 또 미국 최대 규모의 애니메이션 전시 행사 '애니메 엑스포(Anime Expo)'에도 3년 연속 참가해 글로벌 팬들과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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