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대한항공, 사상 첫 ‘분기 매출 5조’…이면엔 고유가 폭탄, 순손실 973억 ‘적자 쇼크’

대한항공이 올해 2분기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5조 원' 고지를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과 K-뷰티 수출 호조에 힘입어 화물 부문이 펄펄 날고 여객 수요도 방어해 내며 '역대급'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널뛰는 국제 유가 탓에 정작 내실은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1000억 원에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서는 등 전형적인 '외화내빈(外華內貧)'의 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5조199억원, 영업이익 2618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2% 늘어 창사 이래 역대 최대치를 냈고, 상반기 누계 매출 역시 20.1% 증가한 9조 5350억 원으로 반기 매출 10조 원 시대를 목전에 뒀다. 외형 성장의 1등 공신은 기민한 시장 대응력을 앞세운 여객과 화물 '두 날개'의 선전이다. 2분기 화물 사업 매출은 1조 541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65억 원이나 수직 상승했다. 전 세계적인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반도체 등 관련 물동량이 쏟아졌고, K-뷰티 화장품의 글로벌 수출 호조세가 맞물린 덕분이다. 대한항공은 이에 발맞춰 부정기편을 탄력적으로 띄우고 고부가가치 화물을 쓸어 담으며 실적을 견인했다. 여객 사업 매출 또한 전년 대비 4514억 원 늘어난 2조8479억 원을 기록했다. 비싼 항공권 가격과 고유가 여파로 내국인의 해외 여행 심리는 다소 주춤했지만, 중동 지역을 거치는 환승객 수요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집중 공략하는 노선 믹스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기록적인 덩치 불리기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금고는 도리어 텅 비었다. 매출 성장의 과실을 단숨에 집어삼킨 주범은 단연 '항공유'다. 고유가 기조 장기화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연료비 청구서가 이익을 모조리 갉아먹은 것이다. 때문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분기 영업이익은 2618억 원으로 34.4% 줄어들었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최종 수익성을 가늠하는 당기순이익 지표다. 지난해 2분기 3959억 원, 올 1분기 2427억 원의 견조한 흑자를 냈던 당기순이익은 이번 분기에 마이너스(-) 97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 사업 이익 역시 -973억 원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1분기 호실적 덕에 상반기 누계 영업이익(7787억 원은 전년 대비 3.8% 늘며 간신히 체면을 차렸지만 누계 순이익은 1454억 원으로 전년 대비 75.3% 감소했다. 영업으로 번 돈보다 영업 외 비용으로 빠져나간 돈이 더 많아 손실을 봤다는 의미다. 악화된 수익성은 재무 건전성에도 즉각적인 붉은빛을 켰다. 2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의 자산 총계는 41조587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7%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빚의 증가 속도는 훨씬 가팔랐다. 부채 총계는 29조 9876억 원으로 10% 증가해 30조 원 턱밑까지 차올랐다. 반면 자본 총계는 11조 711억 원으로 1% 줄어들며 기업 재무 건전성 핵심 지표인 부채 비율은 전년 말보다 27%포인트(p) 오른 270.9%를 기록했다. 어닝 쇼크 수준의 내상을 입은 대한항공은 3분기(7~9월)를 실적 턴 어라운드의 중대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2분기 실적의 발목을 꽉 잡았던 유가 변동성이 최근 유류 할증료 인하로 이어지며 억눌렸던 여객 수요를 폭발시킬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하계 휴가철 및 추석 등 전통적 성수기를 맞아 그간 주춤했던 한국발 여객 수요가 크게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강세였던 해외발 수요에 내국인 출국 수요까지 결합되면 노선 전반에 걸쳐 '양방향 여객 강세'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다. 더불어 든든한 캐시 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화물 부문 역시 하반기까지 이어질 AI 연관 성장 수요를 선점해 이익 체력을 다질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AI가 바꾼 투자 지도…1000조 몰리는 AIDC

생성형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AI 데이터센터(AIDC)를 둘러싼 글로벌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030년까지 전 세계 AIDC 구축에 5조2000억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도 2035년까지 1000조원 규모의 국가 AI 인프라 구축 계획을 내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통신·IT 기업들은 AIDC를 미래 핵심 성장사업으로 보고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과 GPU 확보는 물론 전력·냉각 설비 고도화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테크 업계에서는 일찌감치 컴퓨팅 인프라를 AI 경쟁의 핵심 요소로 주목해왔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AI 모델을 안정적으로 학습·운영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AI는 전기나 인터넷처럼 모든 국가가 구축해야 하는 새로운 사회기반시설(Infrastructure)"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오픈AI 역시 최근 기술 보고서에서 “첨단 AI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투입 요소는 컴퓨트(Compute)"라고 설명하며 충분한 컴퓨팅 자원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IDC는 대규모 언어모델의 학습과 추론을 수행하기 위해 고안된 고성능 데이터센터이다. 클라우드 및 인터넷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춘 일반 데이터센터와 달리, 수만 개의 GPU를 동시 운영할 수 있도록 대규모 전력 공급, 초고속 네트워크, 고효율 냉각 시스템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특히 최근 AI 서비스의 상용화가 본격화하면서 실시간 연산을 처리하는 '추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AI 챗봇, AI 검색, AI 에이전트 등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대규모 연산 능력이 요구되면서 인프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시장 조사 기관들의 전망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가 2030년까지 연평균 19~2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현재 계획된 설비가 모두 완공되더라도, 미국 시장에서만 2030년 기준 15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른 투자 규모도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누적 자본지출(CapEx)이 5조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는 데이터센터 건립 비용을 비롯해 전력 설비, 네트워크 인프라, 컴퓨팅 장비 도입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다. 노무라증권 역시 글로벌 AIDC 시장 규모가 2025년 723조 원에서 연평균 48% 성장해 2030년에는 524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젠슨 황 CEO 역시 향후 5년간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에 5조 5000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며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프라 구축 사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국내외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메타, 알파벳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초거대 데이터센터와 GPU 인프라 확충에 매년 수백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와 민간이 손잡고 초대형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6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고 반도체, AIDC, 피지컬 AI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SK텔레콤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추진하는 이번 메가프로젝트는 민관 합동 총 1000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구체적으로는 1단계로 8.4GW 규모의 AIDC 구축에 550조 원을 투입하고, 2035년까지 이를 총 18.4GW 규모로 확대해 전체 누적 투자 규모를 1000조 원 이상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민간 영역에서도 통신 및 IT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번 메가프로젝트와 함께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인 AWS와 협력해 하이퍼스케일 AIDC 구축을 추진 중이며, KT는 향후 5년간 5조 원을 투자해 전국 각지에 실수요 기반의 AIDC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G유플러스 또한 파주 지역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부지를 확대하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이 미래 성장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통신사들이 가장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가 AIDC"라며 “기존 데이터센터 사업을 기반으로 AI 인프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IT서비스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SDS는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 참여와 함께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LG CNS는 모듈형 AIDC를 앞세워 구축 기간을 단축하고 확장성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자체 AI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 컴퓨팅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AIDC 시장의 경쟁력이 단순히 GPU 확보 규모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부지와 고열을 식히기 위한 고효율 냉각 기술, 대용량 데이터를 지연 없이 전송하는 초고속 네트워크 역량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과 고도화된 네트워크 자산을 보유한 통신사들이 AIDC 시장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상황"이라며 “AI 인프라는 단일 기술만으로 포지셔닝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도체, 전력, 냉각 시스템 등 이종 기술 간의 생태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결합하고 최적화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롯데케미칼, 석화제품 공급가 인하 추진…“중소 고객사 상생 경영”

롯데케미칼이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가 인하를 통해 상생 경영 시행에 나선다. 13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회사는 주요 제품의 공급가를 한시적으로 인하 조정하는 방식의 상생 지원을 시행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고객사의 원가부담을 경감하고 내수 시장의 안정적 공급망 유지에 기여한다는 취지다. 이번 인하 조치는 산업통상부 주관 '2026년 나프타 수급안정화 지원금'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마련됐다. 석화 원료의 가격 변동에 따른 고객사 부담을 완화하고 정부의 지원 효과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한 방식이라는 게 롯데케미칼 측 설명이다. 롯데케미칼은 제품 원료 투입 비중과 시장 상황, 고객사별 거래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격 인하 적용 대상과 적용 기간, 지원 방안 등을 순차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이번 인하 조치를 통해 중소기업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다지고, 폭넓은 분야에 사용되는 필수 석화 소재의 안정적 생산과 공급망 유지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의 물적분할 법인인 롯데대산석화 역시 공급망 안정과 고객사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주요 제품의 공급가 조정을 고객사에 통보한 상태다. 이 밖에 롯데케미칼은 대외 변수 확대 국면 속에서도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하고, 생산·정비 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 국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4월 수액백 원료로 사용되는 의료용 폴리프로필렌(PP)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별도 의료용 인증 규격을 보유한 여수공장의 정기보수 일정을 1주일 연기하며 긴급 물량을 확보한 바 있다. 정기보수 기간 중에도 롯데케미칼은 해당 제품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산공장에 생산된 프로필렌 3900톤(t)을 여수로 긴급 이송하는 등 중단 없는 공급 체계를 유지했다. 아울러 건설자재 수급 불확실성이 확대됐던 시기에는 콘크리트 혼화제 핵심 원료인 산화에틸렌 유도체(EOA) 생산을 확대해 국내 월 평균 수요 대비 140% 수준인 7000t을 공급하며 현장의 '레미콘 대란' 방지에도 나섰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객사와의 상생 협력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국내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단독] KAI, 로봇으로 전투기 엔진 장착…파손 막고 공정 효율↑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전투기 제조 공정 중 최고 난도로 꼽히는 '엔진 장착'을 완전 무인화·자동화하는 역량을 갖췄다. 이는 현재 에어버스와 보잉 등 글로벌 항공기 최종 조립 라인(FAL, Final Assembly Line)에서 널리 쓰이는 업계 표준 장비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이다. 이에 따라 본격 양산에 돌입한 KF-21 보라매 전투기의 조립 병목을 뚫고 K-항공 방산의 패러다임을 기체 수출에서 '스마트 팩토리 턴키(Turn-key) 수출'로 바꿀 주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13일 본지 취재 결과 KAI는 3D 공간 맵핑과 다축 로보틱스가 융합된 지능형 로봇으로 항공기 엔진을 장착하는 시스템에 관한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대형 민항기나 전투기의 정비(MRO) 및 최종 조립 현장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상용 리프팅 장비는 하이드로(HYDRO)의 '코브라' 시스템이다. 코브라는 최대 18톤의 하중을 다루며 엔진 교체 시간을 대폭 줄였지만 여전히 작업자가 모바일 패널을 들고 육안으로 위치를 확인하며 조이스틱을 움직여야 하는 '반자동(Semi-auto)'의 한계가 명확했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엔진이 미세한 조작 실수로 기체와 충돌할 수 있는 '휴먼 에러' 리스크가 잔존했던 셈이다. KAI의 이 불확실성을 기계 스스로 통제하는 '완전 자동화'를 이뤘다. 시스템 상단의 '레이저 프로파일 센서'가 동체 후방의 텅 빈 엔진 베이를 스캔해 수십만 개의 3차원 '포인트 클라우드(Point Cloud)' 입체 지도를 만든다. 연산 모듈은 이를 동체 기준의 전역 좌표계로 동적 변환해 기체와 엔진 사이의 공간 오차 벡터를 밀리미터 단위로 정밀 산출한다. 목표 궤적이 도출되면 잭 스크류·서보 모터 등 하부의 4개 축 자세 조정 모듈이 수 톤 중량 엔진의 피치(Pitch)·롤(Roll)·비틀림을 자동 보정한다. 오차가 '0'에 수렴할 때까지 기계 스스로 위치를 교정하는 '폐루프(Closed-loop) 제어'다. 이는 과거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NTNU) 연구팀이 부품 단위에서 실증한 '위치-폐쇄 기구학 기반 정렬' 이론을 수 톤의 거대 엔진을 통째로 기체에 꽂아 넣는 거시적(Macro) 산업 현장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상용화한 쾌거다. 엔진 조립 라인의 지능화는 글로벌 톱티어 제조사들의 사활이 걸린 생존 경쟁이다. 글로벌 엔진 명가 프랫앤휘트니(P&W)는 고압 압축기 조립에 '알프레드(Alfred)' 로봇을 투입해 14시간 걸리던 수작업을 7시간으로 줄였고, 독일 MTU는 비전 카메라가 탑재된 정밀 체결 로봇을 도입해 조립 사이클 타임을 2시간 이내로 단축했다. 나아가 에어버스는 협소하고 사각지대가 많은 항공 조립 라인에 최근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 S2(Walker S2)'를 시범 투입했다. KAI 역시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최근 정부 주도의 'K-휴머노이드 연합' 핵심 멤버로 합류했다. 향후 KAI가 선점한 거대 로봇 장착 기술에 밀폐구역 미세 수작업을 돕는 휴머노이드까지 결합된다면, 조립 품질과 공정 속도는 폭발적으로 도약하게 된다. 당장 이 원천 기술의 혜택을 보는 것은 2조4000억 원 규모로 1차 양산에 돌입한 KF-21이다. 특히 무장을 기체 내부에 숨겨 완전한 스텔스 형상으로 진화할 차세대 '블록 3' 모델은 기체 내부 구조가 극도로 조밀해져 엔진이 들어갈 여유 공간이 매우 좁아진다. 무충돌 장착 시스템 없이는 조립 불량 방지와 극한의 품질 보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수 시장에서의 파급력도 이미 입증됐다. KAI는 최근 미국 콜린스 에어로스트럭처와 에어버스 A350 및 A320neo에 탑재될 핵심 공기역학 부품 '엔진 낫셀(Nacelle)'을 1400억 원 어치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극저 공차의 기계 가공과 정밀 조립이 요구되는 대형 구조물 사업에서 깐깐한 글로벌 항공 거인(OEM)들의 선택을 받은 배경에는 KAI가 이번 특허로 증명한 초정밀 3D 측정(Metrology)·로봇 체결 역량이 품질 보증 수표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KAI의 이 기술이 한국의 방산 수출 패러다임을 극적으로 전환시킬 '마스터키'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폴란드·인도네시아 등 주요 신흥 방산 수입국들은 완제품 수입 외에도 자국 내 현지 생산(기술 이전)과 정비(MRO) 인프라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엔 현지 미숙련 노동자들의 휴먼 에러로 인한 조립 불량 리스크가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KAI의 지능형 장착 시스템은 기계 자체가 오차를 통제(Error-proofing)하기 때문에 현지 노동자의 숙련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현지에서 균일하게 명품 무기를 찍어낼 수 있는 무결점 '스마트 팩토리 인프라' 자체를 기체와 묶어 '턴키(Turn-key)' 패키지로 수출하는 새로운 수출 룰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KAI 관계자는 “본 기술로써 항공기 엔진 장착에 작업자의 개입을 최소화해 작업자의 제어 조작 오류로 인한 항공기와 엔진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작업 소요 시간도 단축시켜 공정 효율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한비 인턴기자

“‘삼전닉스’ 이윤에 빨대 꽂지 말라”…경제학자들은 왜 반대하나

“초과이윤에 외부에서 '빨대를 꽂아서 공유하자'고 하는 주장은 완전히 잘못된 발상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기업 초과이윤 재분배 논의에 대해 이 같이 잘라 말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초과이익을 사회와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경제학계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본지는 박주헌 동덕여대, 조동근 명지대, 김광두 서강대, 김상봉 한성대, 김정식 연세대,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부) 교수 등 6명에게 ▲특정 업종 초과이익의 사회적 재분배 방안 찬성 여부 ▲정부의 재분배 압박이 기업 투자 의지를 위축시킬지 여부 ▲과거 이익공유제·횡재세와 달리 이번엔 현실화 가능성이 있는지 ▲초과이익 재분배가 청년 일자리·상생에 기여할 지 ▲이번 사안을 공론화 절차로 확대할 만한 지를 물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초과이윤'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교수는 “적정이윤의 바운더리가 어디까지인지 그 기준을 정하는 것 자체가 매우 주관적"이라고 했고, 강인수 교수도 “경제학적으로 명확하게 합의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주헌 교수는 “반도체처럼 업황 변동이 큰 산업에서는 초과이익과 정상이익을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2~3년 전 삼성전자가 적자를 내며 법인세를 '0원' 냈을 때 사회가 그 손실을 보전해 주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대신 주목한 것은 '초과세수'였다. 강인수 교수는 “정부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예상보다 대규모로 걷힌 법인세, 즉 초과세수의 처분 문제이지 기업의 이윤 자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정식 교수는 국가재정법상 세계잉여금의 법정 배분 비율(지방교부금 20%, 지방교육교부금 20%, 공적자금상환기금 30%, 국채 상환 30%)을 거론하며 “이 틀 안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를 다루면 될 정책적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김광두 교수 역시 “초과세수랑 초과이윤은 다르다"며 “자기자본 대비 이윤율이 일정 수준을 넘을 때 법인세를 누적적으로 더 걷는 제도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개념을 바라보는 결은 조금씩 달랐지만, 정부의 재분배 압박이 기업 투자 의지를 꺾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김광두 교수는 “미국의 마이크론, 대만의 TSMC는 정부의 파격적 지원을 받는데 한국만 이익을 환수해 투자 여력을 깎으면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동근 교수는 “삼성은 HBM을 제외하면 레거시 반도체 비중이 크고,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는 상황에서 이익을 빼앗기면 투자 여력이 소진돼 생존이 어려워진다"고 했다.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도 도마에 올랐다. 강인수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노사가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10% 안팎의 높은 성과급에 합의했는데, 이것이 비반도체 업종으로 파급돼 연쇄 파업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400만 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이 합의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교수도 “노동계는 이익을 더 나눠주라 하고 경영계는 반대하면서 노사 간 극심한 갈등이 유발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과거 2021년 이익공유제, 2023년 횡재세 논의와 달리 이번엔 현실화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전문가들은 일제히 부정적이었다. 박주헌 교수는 “두 논의 모두 같은 맥락의 잘못된 접근"이라며 “'횡재'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조차 모호하다"고 했다. 김광두 교수는 “반도체는 혹독한 적자 기간을 견뎌야 하는 사이클 산업으로, 아무 노력 없이 자산 가치가 오른 것과는 다르다"며 횡재라는 용어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상봉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기업 이익에 초과이윤세를 매기는 것은 부가가치세·법인세에 이은 '삼중과세'로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거론되는 대형 AI 기업 지분 강제 이전 논의도 비판 대상이 됐다. 김광두 교수는 “현금을 걷는 세금이 아니라 지분을 강제로 이전시키는 방식은 사실상 국유화에 가깝다"고 했고, 김상봉 교수는 “정부가 아니라 집권자 개인에게 기업 권력을 쥐여주는 꼴"이라며 권력 사유화 우려를 제기했다. 초과이익 재분배가 청년 일자리와 원하청 상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우세했다. 조동근 교수는 “반도체는 부가가치에 비해 직접 고용 유발 인원이 적어 관련 분야 사람만 돈을 버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전문가들은 재원의 방향을 '초과세수'로 돌릴 것을 주문했다. 강인수 교수는 “정부가 초과세수로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전력·용수 인프라와 3대 메가프로젝트를 구축해 주는 것이 실질적 기여"라고 했고, 박주헌 교수는 “정부는 초과세수를 활용해 철강, 석유화학 등 어려움을 겪는 다른 기간산업을 지원하고 청년 고용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 6인은 이번 사안을 국민 여론조사나 공론화 절차로 확대하는 것에도 모두 선을 그었다. 김광두 교수는 “돈을 잘 버는 민간 기업을 사실상 국유화하겠다는 발상은 헌법을 바꿔야 할 정도의 중대 사안"이라고 했고, 조동근 교수는 “지금 필요한 것은 두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우량기업을 하나 더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정부의 문제의식 자체에는 공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강인수 교수는 “고용노동부 장관 주도로 토론회를 열어 논의를 조망해보는 자리 자체는 만들 수 있다"면서도 “사회적 합의라는 이름으로 '초과이윤을 어떻게 강제로 써야 한다'는 틀을 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신은서 인턴기자

“IRA 없으면 힘 못 쓰나”… 美 품에 안긴 K-배터리 ‘착시 효과’

국내 배터리 업계의 경쟁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북미에서는 세액공제 효과로 실적 개선이 이어지는 반면, 유럽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시장 별 성적표가 엇갈린다. 미국은 지난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시행했다. 이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세제 혜택을 업고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IRA에 포함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비롯한 각종 지원책이 도입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현지 공장 투자와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냈다. 특히 최근 전기차(EV)에 대한 일시적 수요 정체로 EV 배터리 수요가 둔화한 상황에서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LG 에너지솔루션과 삼성 SDI 등 북미 생산거점을 보유한 기업들은 정책 수혜를 이어갔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에는 중국을 대상으로 한 고율 관세와 공급망 규제 정책이 맞물리면서 반사 이익을 누렸다. 작년 7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률(OBBBA)' 시행 이후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에 중국산 원료 제한 규제가 적용되면서 한국산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정책 효과는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7일 발표된 LG 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1133억원으로, ESS 배터리 사업을 수주하며 실적을 방어했다. 하지만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2410억 원을 제외하면 127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2025년 4분기 LG 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 중 AMPC 보조금은 3328억 원으로 이를 제외한 영업손실은 4548억 원이었다. 분기별 영업이익 상당 부분이 AMPC에서 발생하면서 미 정부의 정책 지원이 수익 방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SDI도 최근 미국 시장 중심으로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을 가동 중인 데 이어 GM과 미국 인디애나주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등 북미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미국 조지아 공장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등과 추진한 북미 생산거점을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북미 시장을 핵심 성장축으로 삼으면서 실적과 투자 전략 역시 미국 정책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가 됐다. 문제는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미국 밖 시장이다. 실제로 북미와 유럽의 성적표는 상반된다. 유럽연합(EU)이 역내 부품 요건 강화 등 규제를 확대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은 현지 공장 설립과 OEM 위탁 생산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규제가 중국업체 진입을 막기보다 현지 생산 확대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면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 부담도 크다. 미국에서의 실적이 정책 효과에 기댄 측면이 큰 만큼, 세제 혜택과 보조금이 제한적인 유럽 시장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실제 경쟁력을 가늠할 시험대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SNE에 따르면, 2023년 55%였던 유럽 시장내 한국 EV 배터리 점유율은 2025년 35%로 대폭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의 EV 배터리 점유율은 42%에서 61%로 성장했다. 소비자들의 중저가 EV 선호도가 상승하면서 가격이 저렴한 중국 배터리가 2년만에 역전을 이뤄냈다. 글로벌 점유율도 마찬가지다. 최근 5년간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추이를 살펴보면, 한국의 점유율은 2020년 53%에서 시작해 작년에는 36.7%까지 떨어지며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중국은 2020년 7.8%에서 2025년 49.9%을 기록하며 매년 고점을 갱신했다. 결국 업계의 시선은 '포스트 IRA'로 향하고 있다. 북미 시장 성과가 정책 효과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는 만큼, 보조금 없이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유럽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진짜 경쟁력을 가를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배터리산업협회 관계자는 “지금 AMPC 지원 규모가 생각보다 영향이 크기 때문에 미국 지원 없이 살아남는 건 만만치 않다"면서 “앞으로도 미국은 정권이 교체되어도 중국을 견제해야하기 때문에 IRA의 큰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한국과 중국은 배터리계의 은메달리스트와 금메달리스트인데, 한국이 사라지면 금메달인 중국이 모든 독점하게 돼 전세계가 문제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량 안보 차원에서 우리 쌀과 먹거리를 지키는 것처럼, 배터리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경쟁력을 키워야한다"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AI 3강 속도내는 배경훈號…취임 1년, AI부터 통신까지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오는 17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 배 부총리는 이재명 정부의 'AI 3대 강국' 전략을 이끌며 AI 인프라 구축과 독자 AI 모델 개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왔다. 아울러 통신 분야에서는 정보보호 강화와 국민 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까지 직접 챙기며 디지털 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배 부총리는 취임 이후 AI를 국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 주력했다.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를 비롯해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 AI 데이터센터(AIDC) 확산, 한국형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정책 추진은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국가AI전략위원회의 올해 1분기 점검 결과 '대한민국 AI 행동계획' 326개 과제 가운데 288개 과제가 계획대로 추진되며 이행률 88%를 기록했다. GPU 확보와 국가 AI 컴퓨팅 기반 조성, AI 인재 양성, 산업·공공 AI 전환 등 핵심 정책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분기별 점검을 통해 추진 상황을 지속 관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AI 소버린(주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소버린 AI'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당장 오는 8월에는 LG AI연구원과 SK텔레콤, 업스테이지,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등이 참여하는 독파모 프로젝트 2차 평가가 예정돼 있다. 세계 각국이 AI 모델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육성하는 가운데, 정부도 세계 수준의 한국형 AI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배 부총리는 지난 5월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미국과 중국 수준의 프런티어 AI 모델에 도전해야 할 시점"이라며 한국형 AI 경쟁력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AI 인프라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지난 5월 'AI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 2월부터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 구축 절차가 간소화된다. 정부는 시행령과 하위법령 제정을 통해 후속 제도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배 부총리는 AI뿐 아니라 통신 정책도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 4월 9일에는 국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대표와 첫 간담회를 열고 분기별 CEO 협의체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통신사 해킹 사고 이후 국민 신뢰 회복과 정보보호 체계 강화를 위한 상설 협의체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통신 3사와 함께 어르신 대상 음성·문자 혜택 확대, 2만원대 5G 요금제 출시 등 기본통신권 보장을 위한 요금제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통신 3사는 정책 취지에 공감하며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국민 신뢰 회복과 민생 기여를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후속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분기별 CEO 협의체를 정례 운영하기로 한 만큼 후속 간담회도 이어갈 계획"이라며 “2차 간담회 개최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통신 3사와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머스크가 감사한 ‘그 칩’…삼성 파운드리에도 테이프아웃 왔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AI5' 양산 준비에 돌입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1㎚=10억분의 1m) 첨단 공정이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내부 관계자는 최근 링크드인을 통해 “테슬라-삼성 AI5 칩이 '테이프아웃'(Tape-Out·시제품 양산)을 완료했다"며 “AI5는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삼성의 2나노 공정을 적용해 생산될 예정이며 머지않아 테슬라 최신 제품에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테이프아웃은 팹리스가 최종 설계를 마친 칩을 파운드리에 넘겨 양산을 준비하는 마지막 단계다. 대량 양산 직전 관문을 통과한 만큼 테일러 공장 가동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테일러 공장은 올해 말 초기 가동을 시작한 뒤 내년부터 테슬라 등 주요 고객사 제품 양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AI5의 테이프아웃 소식을 전하며 “이 칩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삼성전자와 TSMC에도 감사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당시 언급된 테이프아웃은 TSMC 생산 물량을 의미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삼성 라인의 테이프아웃 공식화는 별개의 이정표로 평가된다. 테슬라는 기존 AI4와 업그레이드 버전, AI5·AI6·AI6.5까지 자체 설계한 AI 반도체를 로봇·자율주행차·데이터센터 등에 순차 탑재할 계획이다. 생산은 삼성전자와 TSMC가 나눠 맡는 구조다. 현재 AI4는 7나노 공정으로 삼성 평택 파운드리 라인에서 양산 중이며, 업그레이드 버전도 같은 평택 캠퍼스에서 생산될 것으로 추정된다. AI5는 TSMC와 물량을 나누고, AI6는 삼성전자가 전담하는 반면 AI6.5는 TSMC가 맡는 것으로 전해진다. 관건은 파운드리 실적이다. 이달 초 공개된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영업이익 89조4000억원 가운데 메모리 비중은 94%(84조원)에 달하는 반면, 파운드리를 포함한 비메모리 부문은 6000억원 안팎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하반기 적자 폭을 줄인 뒤 테슬라 물량이 본격 출하되는 내년 이후 흑자 전환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AI 칩 생산을 위해 지난해 테슬라와 22조700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엔비디아 자율주행칩과 그록(Groq) AI 칩 생산에도 협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퀄컴·AMD 등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파운드리사업부 수장인 한진만 사장과 함께 빅테크 거물들이 모이는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해 주요 고객사들과 AI 반도체·파운드리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현대차그룹, 수소 생산부터 충전·차량까지…‘수소 수직계열화’ 완성 속도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최초의 자원순환형 청정수소 생산·충전 시설을 충북 청주에 구축하면서 수소사업 전략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단순히 수소전기차를 제조·판매하는 것을 넘어 수소 생산부터 충전, 모빌리티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본격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9일 충북 청주시 공공하수처리장 부지에서 'HWTO ENERGY 청주' 준공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서강현 현대차그룹 사장과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차관, 신용한 충북도지사, 이장섭 청주시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시설은 하루 평균 500㎏의 청정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수소전기승용차 넥쏘 약 100대 또는 수소전기버스 30대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청주시에서 발생하는 하수 슬러지에서 나온 바이오가스를 원료로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현장에서 바로 차량 연료로 공급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의 의미를 단순한 수소 생산시설 준공 이상의 변화로 보고 있다. 현대차가 그동안 강점을 가져왔던 수소전기차 분야를 넘어 수소 생산과 공급망까지 직접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다. 현대차는 그동안 넥쏘를 비롯해 수소전기버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등 수소 모빌리티 분야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여기에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과 수소 생태계 조성 사업에도 참여해 왔지만, 이번에는 아예 수소 생산시설까지 직접 운영하게 됐다. 결국 '폐기물-수소 생산-충전-수소차 운행'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하나의 사업 모델로 완성한 셈이다. 수소경제의 가장 큰 과제였던 공급망을 현대차가 직접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청주 모델은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지산지소'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청주시에서 발생한 폐기물로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청주 지역의 수소 승용차와 수소버스 연료로 사용하는 구조다. 장거리 운송 없이 지역에서 생산한 수소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수소 지산지소' 모델이 처음으로 본격 구현됐다는 평가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는 석유화학단지 등에서 생산한 수소를 액화하거나 튜브트레일러 등을 통해 충전소까지 운송해야 했기 때문에 물류비 부담이 컸다. 반면 생산시설과 충전시설을 한 곳에 구축하면 운송비를 줄일 수 있어 수소 공급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도 이러한 구조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2030년까지 청주 시설의 생산능력을 하루 2t 규모로 확대해 충북 지역 수소차 보급 확대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자원순환형 청정수소 생산 프로젝트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현대차의 수소사업 전략이 차량 판매 중심에서 '수소 플랫폼'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차는 이미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유기성 폐기물과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수소 생산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관련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차량뿐 아니라 수소 생산시설과 충전 인프라, 운영 노하우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수출하는 모델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해석된다. 최근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수소 승용차 개발을 축소하거나 상용차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하는 것과 달리 현대차는 생산과 공급, 모빌리티를 모두 아우르는 생태계 구축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수소경제 초기 시장에서는 차량 성능보다 안정적인 연료 공급망 확보가 시장 확대의 핵심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청주 모델은 지역자립형 수소생산 시스템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자원순환형 청정수소 사업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청주 프로젝트가 현대차가 수소차 제조기업을 넘어 수소 생산과 공급, 충전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종합 수소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상징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생산 규모 확대와 해외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현대차의 수소 수직계열화 전략도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엘리베이터 호출부터 로봇 배송까지…LG·GS건설 공동 개발

LG전자가 GS건설과 함께 아파트 단지 전체를 AI로 제어하는 '차세대 AI홈' 개발에 나선다. 가전을 넘어 로봇·플랫폼·서비스를 결합한 AI홈 솔루션으로 B2B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빌딩에서 GS건설과 '차세대 AI홈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LG전자 류재철 사장과 GS건설 허윤홍 대표를 비롯한 양사 경영진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LG전자의 AI홈 허브 '씽큐 온'과 GS건설 주거 브랜드 '자이(Xi)'의 단지 인프라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것이다. 씽큐 온은 가전·IoT 기기·각종 서비스를 연동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조명·난방·환기·콘센트·가스밸브 등 개별 세대 제어 기능은 물론, 엘리베이터 호출·주차 위치 확인·방문 이력 확인·커뮤니티 시설 예약 같은 단지 차원의 기능까지 통합된다. AI 기능도 한층 강화된다. AI가 사용자와 대화를 나누며 생활 맥락을 파악하고, 개인 생활 패턴에 맞춰 필요한 기능을 먼저 제안하거나 자동으로 실행하는 초개인화 서비스가 적용된다. 이번 협약은 지난 4월 체결한 '미래형 주거 로봇 서비스 모델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의 후속 조치이기도 하다. 당시 양사는 로봇 친화형 아파트 설계 기준을 마련하고, 주거 공간 내 로봇 서비스 시나리오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홈로봇 'LG 클로이드'와 자율주행 서빙·배송 로봇을 단지 내에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번 MOU로 여기에 AI홈 솔루션이 더해지면서 AI·로봇·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주거 환경 구현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LG전자는 고품질 빌트인 가전과 AI홈 솔루션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앞세워 B2B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다진다는 방침이다. 가전 공급에 그치지 않고 로봇·플랫폼·서비스를 결합한 형태로 건설사와의 협력을 계속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류재철 LG전자 사장은 “LG전자의 AI홈 솔루션과 자이의 단지 인프라를 결합해 고객의 일상을 더욱 편리하고 가치 있게 만드는 새로운 주거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양사 협력을 통해 AI·로봇·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 주거의 표준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주거의 미래는 단순한 기기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공간이 하나의 거주 경험으로 통합될 때 비로소 열린다"며 “LG전자라는 최고의 기술 파트너와 함께 고객이 진정으로 체감할 수 있는 미래 주거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