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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美 생태계만 갖춰지면 어디든 팹 짓겠다"…내년 메모리 공급난 정점 경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전(前)공정 생산시설 신설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개 언급했다. 동시에 내년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사상 최악 수준의 수급 불균형을 겪을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최 회장은 13일(현지시간)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내 웨이퍼 가공(전공정) 라인 추가 건설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의향은 충분하지만, 조건에 맞는 부지 찾기가 만만치 않다"고 답했다. SK그룹 총수가 미국 전공정 팹 신설 의사를 공식 석상에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건은 물·전력·부지 같은 물리적 조건이 아니라 '생태계'라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반도체 공장 하나를 돌리려면 소재·화학물질을 대는 협력사가 600~700곳은 뒷받침해줘야 한다"며 "이런 생태계를 갖출 수만 있다면 어디든 공장을 짓겠다는 게 원칙이고, 지금 미국을 포함해 여러 지역을 함께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용 격차에 대한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최 회장은 미국에서 팹을 지으면 한국의 두 배 비용이 든다고 짚으며, 땅값과 전기·용수 요금은 물론 규제 수준까지 미국 쪽 부담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서 약 40억달러 규모의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는데, 이는 후공정 투자로 이번에 언급된 전공정 팹과는 별개다. "다들 물량 두 배 달라는데, 못 맞춘다" 최 회장이 신규 팹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내년으로 예고된 공급난이 있다. 그는 빅테크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 대부분이 SK하이닉스에 기존 대비 두 배 물량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생산능력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모두가 더 많은 메모리를 원하는, 전쟁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는 게 그의 표현이다. 팹 증설에 통상 4~5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내년이 공급 부족의 정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도 내다봤다. 최 회장이 특히 신경 쓰는 대목은 메모리 가격 급등이 완제품 물가로 옮겨붙는 이른바 '칩플레이션'이다. PC·스마트폰·가전은 물론 완성차 업체들까지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물가 전반이 밀려 올라가는 흐름을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역할 중 하나를 "메모리 시장을 지키는 일"로 규정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5년 내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 배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최 회장은 이번 수요 급증을 일시적 호황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봤다. 과거 스마트폰 같은 하드웨어는 한 사람이 한 대씩 구매하는 데 그쳤지만, AI 시대에는 한 사람이 여러 AI 모델을 동시에 쓸 수 있고 그 각각이 더 많은 메모리를 필요로 한다는 논리다. 수요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 만큼 과거처럼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사이클도 예전과 같은 패턴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다만 훗날 공급과잉으로 돌아설 리스크에 대해서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고객사와의 장기공급계약(LTA) 비중을 늘리는 한편, 메모리와 운영 솔루션을 묶어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형 메모리(MaaS)' 모델 도입도 검토 중이다. 최 회장은 "팹 합작법인(JV) 설립도 선택지 중 하나"라며 "장기공급계약은 매년 갱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최태원, SK㈜서 상반기 17억5000만원…윤풍영은 주식보상 포함 77억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상반기 지주회사 SK㈜에서 17억5000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SK㈜ 경영진 가운데서는 3년 전 부여받은 주식보상이 반영된 윤풍영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장의 보수가 77억원을 넘어 가장 많았다. 14일 SK㈜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올해 1∼6월 급여로 17억5000만원을 수령했다. 상여와 주식보상 등은 별도로 공시되지 않았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도 보수를 받고 있다. 다만 5억원 이상을 받은 임직원 가운데 보수 상위 5명만 공개하는 공시 기준에 포함되지 않아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SK㈜에서 받은 17억5000만원이 최 회장의 상반기 전체 보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SK㈜에서 급여 15억원을 받았다. 장용호 SK 사장은 급여 10억원과 상여 8억원을 합해 총 18억원을 수령했다. 윤풍영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장의 상반기 보수는 총 77억1500만원으로 집계됐다. 급여 5억원과 상여 8억원 외에 3년 전 부여받은 성과조건부주식(PSU) 1만2103주에 대한 보상 64억1500만원이 반영됐다. PSU는 일정 기간 회사의 경영성과와 주가 등 사전에 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주식이나 이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급하는 장기성과보상 제도다. 윤 사장의 경우 전체 상반기 보수 가운데 약 83%가 PSU 보상에서 발생했다. SK㈜의 보수 현황에서도 기본급보다 주식과 연계한 장기성과보상이 임원 간 보수 격차를 좌우했다. 윤 사장의 급여는 최 회장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지만, 과거 부여된 PSU 보상이 반영되면서 공시 보수 총액은 최 회장이 SK㈜에서 받은 금액의 4배를 넘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두산 주가 13배 뛰자 박정원 보수 455억…재계 총수 1위

올해 상반기 재계 보수 순위는 경영자들이 받은 월급보다 주가가 좌우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많은 455억8000만원을 수령했지만, 이 가운데 80% 이상은 3년 전 부여받은 주식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반영된 금액이다. 전통적인 급여와 상여 중심이던 경영진 보상체계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주가연계현금, 장기성과보상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공시된 보수 총액만으로 실질적인 '연봉'을 비교하기도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주요 기업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박 회장의 상반기 보수는 급여 18억2000만원, 단기성과급 61억7000만원, RSU 375억9000만원 등 총 455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보수 급증의 핵심은 급여나 단기성과급이 아닌 RSU였다. 이번에 지급된 RSU는 박 회장이 2023년 부여받은 ㈜두산 주식 3만2266주다. 당시 기준 주가는 주당 8만8016원이었지만 올해 2월 실제 지급 시점에는 116만4000원으로 13.2배 뛰었다. 부여 당시 약 28억4000만원이던 주식 가치가 지급 시점에는 375억9000만원으로 불어난 것이다. RSU를 제외한 박 회장의 급여와 단기성과급은 79억9000만원이다. 보수 공시상 455억원을 받았지만, 이를 모두 일반적인 현금 연봉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운 이유다. 두산은 2022년 기존 현금 중심의 장기성과급 제도를 개편해 일정 기간 양도가 제한되는 주식을 지급하는 RSU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총 133억300만원을 받아 주요 총수 가운데 두 번째로 보수가 많았다. 구 회장의 보수 역시 급여 14억9600만원, 상여 44억4700만원에 주식가치연계현금 73억5900만원이 더해진 구조다. 전체 보수의 55%가량이 주가와 연결돼 있다. LS는 2023년 4월 구 회장에게 RSU 2만7340주를 부여했다. 다만 실제 주식 대신 올해 4월 지급일 직전 1개월간의 평균 종가와 3년간 적립된 배당상당액을 반영해 현금으로 지급했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도 급여 14억4100만원과 상여 91억4400만원 등 총 105억8900만원을 받았다.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의 상반기 보수는 72억7000만원이었다. 구 의장은 급여 14억9600만원과 상여 57억7400만원을 수령했다. 주가연계 보상을 제외하고 여러 계열사에서 받은 보수를 합산하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15억8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김 회장은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에서 각각 25억2000만원을 받았다. 한화비전에서는 23억4000만원, 한화솔루션에서는 16억8000만원을 수령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주요 계열사에서 총 112억2700만원을 받았다. 롯데쇼핑에서 받은 보수가 33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00.6% 증가했고, 롯데지주에서는 32억5700만원을 받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에서 53억8300만원, 한진칼에서 36억7000만원 등 총 90억5300만원을 수령했다. 대한항공 보수는 주식 가치와 연계한 중장기 성과급이 추가되면서 지난해 상반기보다 40.8% 증가했다. 이어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효성과 효성중공업, 효성티앤씨에서 총 66억2500만원을 받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LG에서 급여와 상여를 합해 48억3000만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에서 총 45억원을 수령했다. 한화그룹 3세 경영진 가운데 김동선 부사장은 퇴직소득을 포함해 45억4000만원,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솔루션에서 총 35억원을 받았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의 보수는 24억5100만원이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은 각각 22억500만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에서 급여 17억5000만원을 수령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7년부터 이어온 무보수 경영을 올해도 유지했다. 전문경영인 가운데서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60억9500만원으로 두드러졌다. 곽 사장의 급여는 12억5000만원이지만 상여가 204억5500만원,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이 43억7900만원에 달했다. 상여에는 반도체 호황과 주가 상승에 따라 가치가 커진 과거의 장기성과보상이 반영됐다. 기본급보다 주가 및 장기성과와 연계된 보상이 전체 보수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박 회장 사례와 닮았다. 삼성전자에서는 이원진 사장이 74억7900만원으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노태문 사장은 74억4500만원, 전영현 부회장은 23억9300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지난해 말 퇴임한 조주완 전 LG전자 사장은 퇴직소득 41억200만원을 포함해 총 52억8500만원을 받았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의 상반기 보수는 26억6700만원이었다. 게임업계에서는 'PUBG: 배틀그라운드' 시리즈를 총괄하는 장태석 크래프톤 총괄이 39억3000만원을 수령했다. 올해 공시는 같은 '보수 총액'이라도 성격이 서로 크게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매달 지급되는 급여와 단기성과급뿐 아니라 수년 전 부여된 주식보상, 주가연계현금, 스톡옵션 행사이익, 퇴직금이 한꺼번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여러 계열사에서 받는 보수를 합산한 총수와 한 회사에서 장기성과보상을 받은 전문경영인을 같은 기준으로 줄 세우기도 어렵다. 재계의 보상체계가 주주가치와 장기성과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앞으로 경영진 보수는 단순 총액뿐 아니라 급여·단기성과급·주식보상을 분리해서 살펴볼 필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로봇도 군번 받나”…현대차, 육군·산업부와 피지컬 AI 실험 나선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로봇과 피지컬 AI 기술의 활용 범위를 군으로 확대한다. 제조와 물류 현장을 중심으로 개발해온 로봇 기술을 실제 군 운용 환경에서 시험하면서,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공공 분야 적용 가능성도 함께 넓힌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14일 충남 계룡시 육군본부에서 육군, 산업통상자원부와 로봇·피지컬 AI 및 첨단기술 활용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식에는 김규하 육군참모총장과 최장식 육군참모차장, 이민우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성장실장(전담직무대리), 이항수 현대차그룹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력은 병력 감소와 자동화 수요 확대에 대응해 군 지원 업무에 로봇과 AI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공동으로 검토하고 실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장병 안전을 높이고 반복적이거나 위험도가 높은 업무의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물류 자동화와 지원 물자 운송, 경계·안전 점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적용 가능성을 검토한다. 실증 대상으로 선정된 기술은 육군 내 테스트 환경에서 실제 운용 조건에 맞춰 성능과 신뢰성을 평가받게 된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실증 과정에서 확보한 현장 데이터를 활용해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판교에 마련된 육군 'AX 거점'에서는 실증 데이터를 분석하고 AI 기반 공동 연구도 추진한다. AX 거점은 민간의 AI 기술을 국방 분야에 빠르게 적용하기 위해 조성되는 협력 플랫폼이다. 협력 범위는 로봇과 AI를 넘어 수소 분야까지 이어진다. 세 기관은 수소 모빌리티와 수소 인프라의 군 활용 가능성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기아는 지난해 군과 함께 수소동력 경전술차량 시험평가를 완료한 바 있다. 이번 협약은 현대차그룹의 로봇 사업이 산업 현장을 넘어 공공 영역으로 확장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군은 안전성과 신뢰성이 특히 중요한 환경인 만큼, 이곳에서 검증된 기술은 향후 물류와 재난 대응, 공공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무인소방로봇과 의료용 착용로봇 등을 공공 기관에 공급하며 로봇 기술의 활용 영역을 확대해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업무협약은 국방 분야 피지컬 AI 및 첨단기술 적용을 위한 민·관·군 협력의 토대가 될 것"이라며 “현장 수요를 반영한 기술 실증과 공동연구를 통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군 지원 체계 구축과 국내 피지컬 AI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HD현대오일뱅크, 자사 주유소에 지원금 지급…고유가 경영위기 함께 넘는다

HD현대오일뱅크가 국내 2100여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고유가 위기극복 지원금'을 지급하며 주유소 업계의 경영 부담과 안정적인 석유제품 공급망 유지에 나선다. HD현대오일뱅크는 자사 주유소를 대상으로 총 500억원 규모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14일 밝혔다. 중동전쟁 발발 이후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와 고유가 장기화로 부담을 지고 있는 주유소 업계의 경영 환경을 지원하고 안정적인 석유제품 공급망 유지에 동참한다는 목표다. 이번 고유가 위기극복 지원금 대상은 HD현대오일뱅크와 석유공급계약을 체결한 주유소로, 지원 기간은 최고가격제가 시작된 지난 3월 13일부터 6월 30일까지로 맞춰졌다. HD현대오일뱅크는 이 기간 주유소가 판매한 보통휘발유와 경유, 실내등유 등 석유 최고가격제의 대상인 전 유종 물량에 대해 리터당 30원 수준의 지원금을 소급 지급할 예정이다. 이번 지원을 통해 HD현대오일뱅크는 유가 불안정 상황과 석유 최고가격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유소의 운영 안정성을 향상하는 한편, 국내 석유제품의 안정적인 공급과 유통망 유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상생 정책 기조에 적극 부응함으로써 국내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 기여와 함께 대외 신뢰도를 제고한다는 취지도 담겼다고 HD현대오일뱅크는 설명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최근 에너지 시장 변동성 확대와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유소들과 상생의 가치를 실천하고 이번 지원을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주유소와의 동반성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정부의 유가 안정화 정책에도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최태원·빌 게이츠, AI 전력 해법 논의…SK이노-테라파워 SMR 협력 강화

SK이노베이션과 테라파워가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을 세계 시장에서 확대하고 한국 전력 산업에도 적용할 가능성을 검토하는 사업 협력의 주요 조건에 합의했다. 14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와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선혜원에서 테라파워의 차세대 비경수형 SMR '나트륨(Natrium)' 사업 협력과 차세대 SMR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 체결식에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빌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함께 자리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주식회사는 테라파워의 2대 주주로, 지난 2022년 테라파워에 총 2억5000만달러를 공동 투자한 이후 테라파워와 SMR 사업 협력 방향을 모색해왔다. 나트륨 SMR은 테라파워가 개발한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 SMR로, 원자로와 용융염 기반 열에너지저장시스템(TES)을 결합했다. 원자로에서 나온 열을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높은 시점에 활용해 안정적인 기저전원과 출력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날 합의서에 SK이노베이션과 테라파워는 테라파워가 미국 와이오밍 주 케머러에 건설하고 있는 SMR 실증로(케머러 1호기)와 후속 상용 프로젝트에 SK이노베이션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담았다. 케머러 1호기 SMR 프로젝트는 지난 3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미국 최초의 상업용 첨단원자로 건설허가를 받은 뒤 사업을 본격 진행중이다. 양사는 △국내 SMR 공급망 활용 확대 △국내 나트륨 SMR 사업 개발 △SMR 글로벌 프로젝트 공동 발굴 같은 내용도 합의서에 포함했다. 나아가 글로벌 사업과 관련해 규제·산업·전력계통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형 나트륨 SMR 사업모델인 'K-나트륨'의 추진 방향을 단계적으로 구체화할 계획이다. 합의서 체결 이후에는 최 회장과 게이츠 의장이 참여한 만찬 자리가 열렸다. 최 회장과 게이츠 의장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대응과 차세대 원전 산업의 발전 방향, 한·미 원자력 협력 가능성 등을 함께 논의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양사는 테라파워의 나트륨 SMR 기술과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사업개발 및 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결합해 K-나트륨 사업모델의 추진 전략을 정립해 나갈 토대를 마련했다. 국내 연구·설계기관과 원전·발전 기자재 기업의 참여도 확대해 나트륨 SMR 핵심 기자재의 국내 공급망 활용과 한국형 설계·사업 수행체계 마련 방향도 모색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실증사업 참여를 통해 차세대 원전의 설계·건설·운영 경험을 확보하고, 이를 향후 국내 적용 가능성 검토와 글로벌 프로젝트 개발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SMR 프로젝트 개발과 운영사업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양사는 한·미 양국의 정책 및 금융 지원과 연계 가능한 미국 내 SMR 프로젝트 발굴 방안도 공동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프로젝트별 사업성 검토와 자금조달, 공급망 구성, 건설 및 운영계획 등을 구체화하고 미국 정부 및 관련 기관과의 협력 가능성도 모색할 계획이다. 추형욱 대표는 “이번 합의서는 SK이노베이션과 테라파워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 나트륨 SMR의 국내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협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테라파워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K-나트륨 사업모델의 추진 방향을 구체화하고, 향후 미국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사업개발 및 운영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테라파워의 전략적 투자자 지위를 넘어 SMR 사업개발과 프로젝트 실행에 직접 참여하는 사업자로 역할을 확대하고, 전기화(Electrification) 전략의 핵심 추진동력도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은 액화천연가스(LNG) 직도입과 LNG 발전, 전력사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SK온의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도 확대해왔다. 여기에 테라파워 투자 및 SMR 사업개발 역량을 결합해 대규모 전력 수요처를 대상으로 LNG·전력·ESS·SMR을 아우르는 통합 에너지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LNG 발전과 ESS를 활용해 AI 데이터센터 및 산업단지의 초기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SMR을 안정적인 무탄소 기저전원으로 공급한다는 것이 SK이노베이션의 전략이다. 이는 최 회장이 SK그룹이 메모리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와 전기화 역량 등 AI 밸류체인 전반의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AI 풀스택' 전략을 강조해온 점과 맞닿아 있다.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와 SK텔레콤의 AI 인프라, SK이노베이션의 LNG·전력·SMR, SK온의 ESS 배터리를 연결하면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저장장치 공급망을 그룹 차원에서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K-9 자주포 명중률 6배↑…한화에어로-방사청, 탄도 수정 신관 개발로 ‘스마트 포병’ 시대 연다

현대 전장의 포병 화력 패러다임이 대규모 물량 공세에 의존하던 과거의 '면 표적' 제압 방식에서 벗어나 단 한 발로 '점 표적'을 조준하는 정밀 타격 체계로 급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통해 무유도 포탄의 막대한 낭비와 군수 지원 붕괴라는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가운데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포탄을 스마트 무기로 탈바꿈시키는 핵심 부품 독자 개발에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1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위사업청과 총 1642억 원 규모의 '155mm 탄약용 탄도 수정 신관 체계 개발 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순수 국내 기술 주도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오는 2032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추진된다. 이는 향후 양산·획득 비용을 포함해 총 1조5916억 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탄도수정신관은 전 세계 군 탄약고에 대량으로 비축된 기존 155mm 무유도 고폭탄의 전면부 기계식 신관을 스패너로 제거하고 그 자리에 장착하는 최첨단 지능형 유도 모듈이다. 서방 표준인 155mm 곡사포는 30km 밖 표적을 사격할 때 풍향·기압 등 기상 조건과 공기 저항, 강선 회전 편차 등으로 인해 최대 273m에 달하는 탄착 오차(CEP)가 발생한다. 이는 탄약 낭비와 인접 아군·민간인 부수 피해를 유발해 왔다. 하지만 포탄 끄트머리에 탄도 수정 신관을 결합하면 발사 직후 내장된 항 재밍 위성 항법 장치(GPS)와 관성 측정 장치(IMU)가 비행 궤적을 실시간으로 연산하고, 신관 외부에 장착된 소형 조종 날개(카나드)를 능동적으로 구동해 표적을 향한 궤적을 3차원 공간상에서 스스로 비틀어 보정한다. 무엇보다 포탄 발사 시 가해지는 2만G(중력가속도)의 발사 충격과 1초에 200회 이상 도는 초고속 회전 환경을 견디며 정밀 전자 제어를 수행해야 하는 극한의 기술력이 적용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탄도 수정 신관을 장착할 경우 기존 K-9 자주포 무유도 포탄의 탄착 오차 범위를 약 6분의 1 수준인 50m 이내로 축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탄도 수정 신관의 전술적 가치는 압도적인 '비용 대비 효과'에 있다. 미사일에 버금가는 정밀도를 자랑하는 미군의 전용 정밀 유도 포탄 'M982 엑스칼리버'는 1발당 획득 비용이 최대 1억3000만 원에 육박해 방위 예산의 한계상 정규전에서 다량으로 소모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100만 원대 일반 포탄에 결합해 재활용하는 탄도 수정 신관은 양산 시 엑스칼리버의 10분의 1 수준 비용으로 획득이 가능하다. 155mm 고폭탄 한 발의 치명적 살상 반경이 통상 50m에 달함을 감안할 때, 오차 범위를 50m 이내로만 좁혀도 적 진지 무력화 효과는 충분하다. 군 당국은 고가치 표적에는 정밀 유도 포탄을, 일반 대화력전에는 탄도 수정 신관을 운용하는 '하이-로우 믹스' 전술을 통해 화력 투사의 경제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오차가 6분의 1로 줄어들면 탄착군의 면적은 36분의 1로 좁아진다. 과거 1개 야포 대대(18문)가 동시 탄착 사격(TOT)을 해야 했던 적의 방어 거점을 단 1문 내지 2문의 K-9 자주포가 2~3발만 사격해도 완벽히 초토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최전방으로 이송해야 하는 탄약의 무게와 부피를 급감시켜 고질적인 군수 지원 병목 현상을 단숨에 해소한다. 또한 사격 횟수 감소를 통해 수천만 원에 달하는 K-9 자주포 강선 포신의 수명과 내구도를 보호할 수 있다. 특히 사격 직후 적의 대포병 레이더를 피해 진지를 신속히 이탈하는 '슛 앤 스쿠트' 전술 상황에서 사격 노출 시간을 극단적으로 단축해 아군 포병의 생존성을 비약적으로 높일 전망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탄도 수정 신관 독자 개발은 K-방산의 글로벌 수출 영토와 수익 구조를 한 차원 높이는 핵심 열쇠다. 글로벌 155mm 포탄 시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의 무기 재고 확충 강박에 따라 2031년 202억 달러(약 27조 원) 규모로 연평균 19.2%씩 팽창을 거듭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서방권 탄도 수정 신관 시장은 미국 노스롭 그루먼(M1156 PGK)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조달 리드 타임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는 공급망 병목 현상이 심각하다. 정치적 제약 문제도 발목을 잡아왔다. 미국제 첨단 유도 무기는 국제 무기 거래 규정(ITAR)에 따른 수출 통제를 받아 제3국으로 수출 시 매번 미 국무부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외교적 종속 리스크가 존재했다. 그간 K-9 자주포를 수입한 전 세계 10여 개국 역시 정밀 타격 임무를 위해선 별도로 미국산 신관을 비싸게 구매해 연동해야 하는 '반쪽짜리 수출'의 한계를 겪어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32년 독자 기술로 탄도 수정 신관 고유 모델 개발을 완료하면 이와 같은 규제의 사슬이 끊어진다. K-방산은 글로벌 고객에게 '세계 최고 성능의 K-9 자주포(플랫폼) + 사거리 60km 연장탄(풍산) + 독자 탄도 수정 신관(한화에어로스페이스)'을 하나로 묶은 'ITAR 프리 원스톱 턴키 패키지'를 100% 자율적으로 제안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전시와 평시에 끊임없이 소모되는 고부가가치 첨단 탄약을 장기 독점 공급함으로써 장기적인 유지·보수·운영(MRO) 영업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산 수출의 새로운 현금 창출원이 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와 155mm 정밀 유도 포탄 탐색 개발·GPS 복합 재밍 능동 대응 기술 등 선행 과제를 수행하며 항공전자 소형화와 유도 제어의 기초 체력을 다져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탄도 수정 신관은 미래 전장의 화포 체계를 완벽히 지배할 핵심 두뇌를 만드는 기술의 정수"라며 “첨단 방위 기술 국산화를 통해 자주국방과 K방산 수출 확대에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시스템, 해군 비전투함에 ‘전자 광학 관측 장비’ 탑재…20조 원 글로벌 시장 도전장

현대 전장의 패러다임이 '네트워크 중심전'과 '다영역 작전'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화시스템이 고난도의 항공용 전자광학 기술을 해군 함정에 이식하는 '초융합 기술'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국방기술품질원과 '현존전력 성능 극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군수지원함 및 구조함에 전자 광학 관측 장비(EO·IR)를 탑재하는 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사업을 통해 해군이 운용 중인 군수 지원함 1척·수상함 구조함 2척·잠수함 구조함 1척 등 총 4척의 함정은 악천후와 야간 등 시야가 극도로 제한되는 해상 환경에서도 안전한 항해와 정밀한 작전 수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번 사업의 가장 큰 난제는 최초 설계 당시 대형 광학 센서 탑재가 고려되지 않았던 비전투 함정의 턱없이 부족한 '물리적 공간'이었다. 전투 함정에는 사격 통제를 위한 전자 광학 추적 장비(EOTS)가 기본 탑재되지만 지원함 체계는 그렇지 못해 작전 영상 획득과 안전 확보에 제약이 따랐다. 한화시스템은 이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당초 육군 소형 무장 헬리콥터용으로 자체 개발한 '표적 획득 지시 장비(TADS)'를 해상용으로 교차 적용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무인기·첨단 플랫폼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크기·무게·전력(SWaP) 절감 기술이 극대화된 TADS의 초소형·경량화 이점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해당 장비는 영하 35도에서 영상 55도에 이르는 극한의 환경과 간접 낙뢰 시험 등 엄격한 항공 군사 규격을 이미 통과해 독보적인 신뢰성을 검증받았다. 한화시스템은 이처럼 모듈화된 센서를 2년 내 함정에 신속히 전력화하고, 획득한 고해상도 감시 영상을 작전 영상 전송 체계를 통해 지휘부·아군 전투함과 실시간 공유토록 할 방침이다. 이는 함대 전체의 전반적인 상황 인식 능력을 극대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화시스템의 이번 비전투함 EO/IR 탑재는 지난 40여 년간 축적해 온 방산 전자 기술의 내재화와 플랫폼 간 유연한 확장성을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다. 스텔스 기술의 발달과 극심한 전파 방해 환경 속에서 표적의 열원과 형태를 수동적으로 탐지해 아군의 위치 노출 없이 타격 제원을 산출하는 EO/IR 장비는 현대전의 '비대칭 전력'으로 꼽힌다. 한화시스템은 참수리급(PKMR)부터 차기 호위함(FFX), 차기 구축함(KDDX)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해군 전투함의 EOTS와 적외선 탐색·추적 장비(IRST)를 공급하며 성능을 입증해 왔다. 지상과 공중, 우주 영역에서의 성과는 더욱 눈부시다. 지상 교전의 승패를 가르는 현대로템 K-2 흑표 전차·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의 사격 통제 시스템(FCS) 전담은 물론, 선진국의 고강도 기술 통제가 이뤄지던 항공 분야에서도 완전한 독립을 이뤄냈다. 아울러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제작한 국산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에 탑재되는 핵심 항전 장비인 전자광학 표적 획득 추적 장비(EO TGP)와 IRST의 신호 처리 알고리즘 등을 치열한 역공학을 통해 자력으로 개발했다. 한화시스템의 이러한 전방위적 센서 자립은 글로벌 방산 시장의 구조적 호황과 맞물려 폭발적인 수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전 세계 군용 EO/IR 시스템 시장은 무인기(UAV)·안티 드론 시스템 수요 폭증에 힘입어 2024~2025년 111억 달러 수준에서 2033~2034년 최대 140억 달러 이상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화력 통제와 직결되는 EOTS 시장만 42억 달러 규모로 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글로벌 EO/IR 시장은 록히드마틴·탈레스·BAE 시스템즈 등 거대 서방 기업들이 과점하고 있지만 최근 해외 유수 시장 조사 기관들은 한화시스템을 이들을 위협할 '탑티어 챌린저'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한화시스템은 압도적인 소프트웨어 체계 통합 역량을 무기로 해외 수주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필리핀 해군을 상대로는 함정의 두뇌 격인 전투체계와 전술 데이터 링크를 15척에 걸쳐 연쇄 수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필리핀 해군이 한화시스템의 인터페이스를 아세안의 표준으로 채택함에 따라 향후 타국 무기를 도입할 때도 한화시스템의 통제를 거쳐야 하는 강력한 락인 효과'를 창출했다는 평가다. 또한 유럽 안보의 최전선인 폴란드에 수출되는 K-2 전차에 약 4600억 원 규모의 첨단 사격 통제 장치·조준경을 공급하며 서유럽의 기술 종속국에서 북대서양 조약기수(나토, NATO) 회원국의 최전방 감시를 책임지는 국가로 위상을 끌어올렸다. 중동 지역에서도 천궁-II 다기능 레이다(MFR)를 UAE·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라크까지 연속 수출하며 열사의 사막 환경을 극복한 센서 성능을 과시했다. 한화시스템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탐지부터 타격에 이르는 전 과정을 초연결하는 '센서 투 슈터' 신경망의 완성이다. 우주 궤도의 초분광 위성이 적의 기만 시설을 식별하고 이 데이터가 전술 데이터 링크를 통해 레이다를 끈 채 은밀 비행하는 KF-21에 전달돼 EO TGP로 즉각 정밀 타격하는 일련의 킬체인 체계가 한화시스템의 독자 기술력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미래 전장의 승패는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는 초고해상도 다차원 센서 데이터를 어떻게 병목 현상 없이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화시스템은 이를 위해 센서 모듈 자체에 인공 지능(AI) 반도체를 이식해 핵심 위협 객체만 식별해 압축 송신하는 '지능형 에지 AI 컴퓨팅' 기술 내재화에 역량을 총결집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유문기 해양사업부장은 “한화시스템은 약 40년간 방산전자 분야에서 육·해·공을 아우르는 핵심 장비를 개발해 온 명실상부한 글로벌 첨단 방산 기업"이라며 “앞으로도 기전력화된 무기체계의 문제점을 신속히 개선하고, AI 및 첨단 융합 센서 기술을 바탕으로 군의 요구사항을 선제적으로 충족시키는 최적의 현존 전력 극대화 솔루션을 공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중국에 다 넘어갈 판…반도체 공정 원료 ‘형석’, 핵심광물 지정해야”

반도체 공정 소재의 핵심 원재료인 형석의 대외 의존도 심화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부처 차원에서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실상 원료 전량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유일 생산거점마저 중국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면서다. 14일 국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 전체회의에서 “현재 불산급 형석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종국 의존도는 99%에 달한다"며 “국내 유일 생산거점마저 해외자본에 넘어간다면 돌이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형석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의 생산 공정에서 쓰이는 '불화수소(불소)' 소재의 핵심 원재료인 광물이다. 특히 주 성분인 '불화칼슘'을 97% 이상 함유한 고순도 '불산급 형석'의 국내 공급망은 현재 중국이 99% 수준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불산급 형석을 황산과 반응시켜 제조하는 기초원료 '무수불산'의 국내 공급망 역시 95% 수준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 무수불산이 사용되는 첨단소재나 이를 활용한 반도체·이차전지·철강·화학산업은 국내 산업계가 우수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정작 첨단소재·산업의 앞단인 원료와 기초소재의 수급처는 중국 한 곳에 쏠려 공급망 대외 의존과 편중 현상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생산기반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보고형석광산'은 지난 1970년 휴광 이전까지 연간 1만톤(t) 수준의 형석 생산을 담당했던 국내 유일 생산거점이다. 국내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이 광산은 지난 2025년 1월부터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 보고형석광산이 자금난에 처한 가운데, 이를 인지한 다수의 중국업체가 매입·지분 투자 의향을 지속 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대외 의존·공급망 편중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나마 자체조달이 가능한 생산거점마저 중국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는 게 오 의원의 지적이다. 이에 더해 주요 해외국이 자원 안보화 기조 아래 형석 수출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공급망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 역시 잠재적인 불안 요소다. 전세계 형석 생산 비중 60%를 차지하고 형석을 전략 광물로써 관리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지난 1월 형석을 수출허가 관리품목으로 지정했다. 미국도 형석을 핵심광물로 지정하고 자국 내 광산·생산시설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은 호주 형석광산 탐사사업에 약 100억원을 투자해 미래 생산량의 매입 권리(최대 15%)를 확보한 상황이다. 반면, 국내 형석 상업생산은 30년 이상 장기간 단절되면서 탐사는 물론 채광, 선광 등 관련 기술과 인력, 장비 기반이 크게 약화한 상태다. 오 의원은 “현재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텅스텐은 전량 미국으로 반출되지만 정작 국내 텅스텐 수요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형석 역시 이 같은 전철이 그대로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보고형석광산을 포함해 국내 부존하면서 해외의존도가 높은 광물의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형석을 핵심광물로 지정해 국가 공급망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며 “개발가치가 확인된 광물은 연구개발(R&D)과 정책금융, 국내 수요기업의 투자·장기구매 등을 연계한 국내 생산기반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산업통상부 역시 전적으로 공감하고, 산업자원 안보 기금 마련도 추진 중"이라며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예산 확보가 필요한 만큼 국회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전기차 100만대 시대…‘배터리 경고등’ 뜨면 어디로?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가 100만대를 넘어서면서 완성차 업계의 경쟁 무대가 판매에서 사후관리(AS)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고전압 배터리와 전자제어 시스템을 다룰 수 있는 전문 정비 인력과 전동화 서비스 인프라 확보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4월 100만대를 돌파한 데 이어 6월 말 기준 109만5218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수요 변화에 맞춰 완성차 업체들도 전동화 정비 인프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BMW는 전동화 정비 인프라를 가장 구체적으로 공개한 사례다. BMW코리아는 지난 4월 전국에 81개 전동화 서비스 거점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와 고전압 시스템을 진단·수리할 수 있는 전문 정비 인력인 고전압 테크니션은 480명을 확보했다. 2028년까지는 고전압 테크니션을 65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기차는 배터리 팩과 고전압 회로를 다루기 때문에 일반 정비보다 전문 교육과 자격이 요구된다. BMW는 독일 본사 기준의 단계별 고전압 정비 자격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동화 차량 증가에 맞춰 정비 인력과 서비스 거점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전동화 정비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6월 배터리, 인버터, 전기모터 등 고전압 부품 정비 역량을 평가하는 '고전압 전문가' 부문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용인 메르세데스-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는 전기차 정비 교육을 포함한 AET(Auto Electric Traineeship)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2022년부터 전기차 정비 교육을 포함하는 과정으로 개편됐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판매 이후의 서비스 품질이 브랜드 가치와 잔존가치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라며 “전동화 전환 이후에는 배터리와 전자제어 시스템의 비중이 커진 만큼 고전압 정비 인력과 전문 교육 체계, 서비스 네트워크 수준이 프리미엄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전동화 정비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현대차의 국내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0.8% 증가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판매 증가에 맞춰 정비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왔다. 2022년에는 전국 평가를 통해 2032명의 블루핸즈 엔지니어에게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고전압 시스템을 진단·정비할 수 있는 전동화 전문 엔지니어 인증인 'e-Master' 인증을 부여했다. HMCPe(현대 전동차 마스터 인증 프로그램)를 통해 고전압 배터리와 충전 시스템, 전기차 진단 교육도 운영하고 있다. 2023년에는 전국 1000개 이상 블루핸즈에서 전기차 정비가 가능하도록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현재는 전국 1300여 개 블루핸즈를 기반으로 전동화 정비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담 블루핸즈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전동화 차량 정비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동화 정비 인프라 경쟁은 전기차 증가 속도와도 맞물려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전기차 등록은 전년 동기 대비 113.6% 증가한 19만8509대로, 신규 등록 차량의 23.3%가 전기차였다. 전기차는 구조적으로 엔진오일과 점화플러그, 타이밍벨트, 변속기 오일 등 내연기관 차량의 주요 소모품 교환 항목이 대부분 필요하지 않다. 대신 리튬이온 배터리와 고전압 시스템은 화재와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핵심 부품인 만큼 BMS와 인버터, 전력변환장치 등 전동화 부품의 진단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고전압 시스템 점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자동차리콜센터 월별 리콜 현황을 보면, 올해 들어 전기장치 관련 리콜은 44만5004대로 장치별 리콜 가운데 세 번째로 많았다. 전기장치에는 BMS와 전원 공급 장치, 전자제어장치 등 전동화 핵심 부품이 포함된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100만대 시대에 들어서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서비스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 구매 보조금이 전기차 선택의 핵심 요소였다면, 앞으로는 서비스 거점 접근성과 전문 정비 인력, 배터리 진단 역량 등이 유지·관리 편의성과 서비스 만족도를 좌우하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이제 소모품 교환보다 배터리 진단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고전압 시스템 점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가까운 곳에서 신속하게 점검과 수리를 받을 수 있는지가 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서비스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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