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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무안 참사, 그 이후 ①] 시속 258km ‘둔덕 직격’에 좌석 탓…국토부 사조위, 기초 물리 법칙·美 안전 규정도 왜곡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2216편 참사의 원인 조사가 '부품 결함'에만 무리하게 꿰맞춰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 조사 기구가 동체 바닥이 파열된 고속 충돌 상황에 통제된 저속 모의 실험 기준을 억지로 대입하고 인체의 생존 한계마저 간과하면서 진상 규명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본지 취재 결과, 과거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제기했던 '보잉기 좌석 결함 정황'은 실제 충돌 환경과 규정의 전제 조건을 반영하지 못한 해석인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일부 언론은 사조위 회의록과 조사 자료를 인용해 “기체가 활주로 끝단 콘크리트 둔덕에 충돌할 당시 기내 좌석에 가해진 최대 충격량이 14.9G로 측정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FAA 좌석 안전 규정인 16G에 못 미치는 충격이 가해졌음에도 좌석이 비산(飛散)했으므로 이는 인명 피해를 키운 보잉사의 구조적 결함일 수 있다"는 사조위의 시각을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공학적 검증 결과는 이와 상이했다. ◇ 시속 48km 실험실 기준, 시속 258km 강체 충돌 사고에 적용 사조위가 판단의 기준으로 삼은 미국 연방항공청(FAA) 14 CFR 25.562 안전 규정 문서는 1980년대 후반 도입된 '16G 동적 하중 시험(Dynamic Test)' 요건을 다루고 있다. 해당 규정의 목적은 기체가 '생존 가능한 비상 착륙(Survivable Emergency Landing)'을 할 때 탑승객의 상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규정의 세부 지침(AC 25.562-1B)에 따르면 이 테스트는 약 77kg(170파운드)의 인체 모형(더미)을 좌석에 앉힌 뒤 썰매(Sled) 장치를 이용해 시속 48.3km(초속 44피트)의 속도 변화를 0.09초 동안 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반면 무안 참사 당시 2216편은 시속 258.6km의 고속으로, 충격을 흡수하지 않는 거대한 콘크리트 둔덕과 직격했다. 운동 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사고 당일 기체가 콘크리트 장벽에 부딪히며 소산시켜야 했던 파괴력은 16G 규정이 상정한 실험실 조건 대비 28배 큰 에너지로 추산된다. 따라서 사고기의 좌석이 운동 에너지를 온전히 이겨내기 위해서는 448G까지 버틸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하다. 국제 항공 사고 조사 기구의 요직을 지낸 업계 관계자 A씨는 본지 통화에서 “16G 규정은 썰매 장치를 통해 진행되는 통제된 실험실 조건이며, 콘크리트 충돌과 같은 고속 직진 충돌과는 전제 조건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속도가 5배 이상 차이 나면 질량 곱하기 가속도의 제곱(F=ma) 비례에 따라 충격 에너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며 “사조위 조사관들이 16G 규정이 어떠한 상황에서 지켜져야 하는 조건인지 확인조차 제대로 안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조위 조사관들이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데 그런 역량이 없어 조사를 제대로 못했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 “바닥 프레임이 온전해야 한다"…16G 규정의 대전제 누락 사조위의 해석에서 누락된 것으로 보이는 핵심 쟁점은 FAA 16G 규정의 성립 조건이다. 이 규정은 1989년 영국 케그워스(Kegworth) 보잉 737 추락 사고 당시 동체 바닥이 비틀리며 좌석이 분리된 사고를 계기로 도입됐다. 이에 따라 동적 하중 시험은 기체가 비상 착륙 시 구부러지는 상황을 모사하여 바닥 레일에 '10도 요우(Yaw) 및 10도 롤(Roll)' 변형을 준 상태로 진행된다. 단, 이 조건은 '항공기 바닥(Floor) 구조물이 분리되지 않고 온전하게 유지된다'는 대전제하에 성립한다. 바닥 프레임 자체가 파열돼 뜯겨 나가는 상황을 가정한 시험 기준이 아니다. 고속 강체 충돌 시 항공기는 기수부터 종방향 압축 붕괴를 겪는다. 무안 참사 당시에도 둔덕 충돌 직후 동체 하부와 좌석을 고정하는 바닥 레일(Seat Track) 자체가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파열됐다. A씨는 “16G라는 건 밑에 온전한 레일이 깔려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콘크리트 둔덕 충돌로 스트럭처(기체 뼈대)가 다 꼬이고 파쇄됐는데, 좌석 시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비판했다. ◇ 16G는 '합리적 생존 한계'…생체 역학 요인 배제 사조위가 제시한 14.9G라는 수치 역시 전체 파괴 에너지를 대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 수치는 기체가 콘크리트에 부딪혀 구조물이 파괴되는 순간 기록된 국지적(Local)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좌석 볼트가 풀리지 않았다면 생존 가능성이 컸을 것'이라는 사조위의 추정 역시 생체 역학(Biomechanics)적 요인을 배제한 한계를 지닌다. 항공 공학계에서 16G 규정은 비행 속도와 일대일로 연동되는 제한선이 아니라 기체가 파괴 에너지를 소모한 후 객실 바닥을 통해 승객에게 최종 전달될 수 있는 '합리적인 생존 가능 한계(Limit of Reasonable Survivability)'로 정의된다. 16G 시험 과정에서 두부 상해 기준(HIC)은 1000 단위 이하여야 하며, 요추 압축 하중은 1500파운드 이하로 제어돼야 통과 판정을 받는다. 반면 인간의 가속도 내성 한계를 다룬 '아이밴드 곡선(Eiband Curve)'에 따르면 무안 참사처럼 시속 250km 이상의 속도로 강체에 부딪혀 급정지할 경우 발생하는 물리적 충격은 인간의 생존 한계를 넘어서는 치명적 영역(Fatal zone)에 해당한다. 좌석 형태가 유지되더라도 탑승객은 막대한 전방 관성력(+Gx)으로 인해 대동맥 파열 등 심각한 내부 장기 손상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적 비생존성(Non-survivable)' 환경이었던 셈이다. ◇ 사조위 “국토부 시절 과거 용역일 뿐" 선 긋기…엇갈리는 공방 속 애타는 유가족 타 언론을 통해 기정사실처럼 보도된 '14.9G 측정치'는 총리실 산하로 재편된 현행 사조위의 확정된 결론조차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현 편제의 사조위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해당 보도는 작년 국토교통부 산하 시절 진행됐던 둔덕 관련 연구 용역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올해 초 국회 지적에 따라 현재 재연구 용역을 추진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과거 데이터에 한계가 있음을 국가 기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반면 일부 유가족을 대리하는 항공 소송 전문 하종선 법률사무소 나루 변호사는 해당 수치를 바탕으로 한 정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 변호사는 본지에 “FAA의 썰매(Sled) 실험 조건과 실제 사고 상황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전방 충돌 시 가해진 G값이 16G보다 낮았음에도 시트가 밖으로 날아갔다면 이 부분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학 전문가들은 정밀 검증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바닥 프레임 자체가 온전해야 한다'는 16G 테스트의 물리적 대전제가 파손된 강체 충돌 사고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지적한다. 엇갈리는 공방 속에 가장 고통받는 것은 유가족들이다. 무안 참사 유가족 B씨는 본지에 “국가 차원의 수사나 조사가 제대로 진행돼 결과가 나왔다면 그것을 붙잡고 기다렸을 텐데, 사실상 진척된 것이 없어 답답하고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온전한 진상 규명이 실종된 현실을 토로했다. ◇ 파생 기종과 신형 기종의 감항성 지시 사안 혼용 FAA가 최근 보잉 737-MAX 8 기종 등에 내린 좌석 결합 관련 감항성 지시(AD)를 사고 기종인 737-800의 상황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논리 역시 항공 규정상 무리가 따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737 MAX 이슈는 최근 생산 라인에서의 너트 누락 등 조립 과정의 유격 방지에 관한 제한적 정비 지시 건이다. 반면 참사를 당한 보잉 737-800NG(Next Generation)은 1990년대 후반에 설계 인증을 획득한 기종으로, 형식 인증(Type Certificate) 기반과 좌석 부품 번호가 상이하다. 이를 포괄적인 '보잉 기종 좌석 설계 결함'으로 규정하기에는 기술적 연관성이 부족하다. 이러한 공학적 괴리에도 불구하고 조사의 논점이 외부 요인으로 좁혀지자 사조위가 조사의 우선 순위를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A씨는 “충돌 후 좌석이 지탱을 못 해서 승객이 죽었다는 것은 일종의 '결과'이자 곁가지일 뿐"이라며 “핵심은 '비행기가 왜 그렇게 높은 속도로 둔덕에 와서 들이받게 됐느냐'하는 진짜 원인을 찾는 것인데 사조위는 둔덕·조류 충돌·좌석 뒤에 숨어 변죽만 울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만약 둔덕과 좌석을 다 뜯어고친다고 이런 대형 참사를 방지할 수 없다"며 “제주항공 조종사의 훈련 상태나 기장 승급 과정 등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휴먼 에러(인적 과실)와 인프라 문제는 쏙 빼놓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본질에서 자꾸 벗어나 엉뚱한 데서 힘을 빼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아무것도 모르고 항공기를 타는 국민들만 계속 잠재적 위험에 빠져 있게 된다"고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호주 ‘16세 미만 SNS 제한’에도 우회 속출…韓, 알고리즘 규제까지 검토

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했지만, 시행 3개월 뒤에도 10명 중 8명이 여전히 SNS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 제한만으로 우회 이용을 막기 어렵다는 사례가 확인되면서, 국내에서도 추천 알고리즘과 플랫폼 설계를 포함한 규제 방식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관계자는 10일 “우회 이용을 기술적으로 100%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호주와 미국 등 해외 사례를 국내 정책에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 16세 미만 제한에도 81% 이용 호주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대상 플랫폼은 16세 미만 이용자가 계정을 만들거나 보유하지 못하도록 합리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시행 초기 조사에서는 상당수 청소년이 여전히 SNS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정부 산하 온라인 안전 규제기관 e세이프티(eSafety)가 청소년과 가족 4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령 제한 대상 SNS를 하나 이상 이용한다는 청소년 비율은 제도 시행 전 86%에서 시행 3개월 뒤 81%로 5%포인트(p) 감소하는 데 그쳤다. 매일 또는 그보다 자주 SNS를 이용한다는 비율도 같은 기간 60%에서 58%로 줄었다. 청소년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다른 접속 방식을 이용한 사례도 조사됐다. 가짜 계정을 사용했다는 응답은 15~19%, 시크릿 브라우저를 활용했다는 응답은 6~11%로 나타났다. 연령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 비디오 게임 플랫폼으로 이용이 이동하는 현상도 관찰됐다. 빅토리아 내시 영국 옥스퍼드인터넷연구소(OII) 부교수는 지난 6월 전문가 논평에서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금지한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온라인에 접속하려는 청소년들을 막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연령 제한을 우회하거나 다른 온라인 공간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방미통위도 이 같은 해외 사례를 국내 정책 논의에 참고하고 있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청소년과 학부모, 교사 등 학교 현장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계속 들어야 한다"며 “여러 방안의 장단점을 살펴 국내 환경에 맞는 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韓, 연령 제한에 알고리즘 규제 더한다 국내에서는 청소년 SNS 가입 제한과 함께, 추천 알고리즘 적용 여부를 이용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추천 알고리즘은 시청 기록과 검색어, '좋아요' 등을 분석해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여기에 무한 스크롤과 자동재생이 더해지면, 이용자가 별도로 선택하지 않아도 다음 콘텐츠가 끊김 없이 이어진다. 실제로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개발연구소 연구에서는 특정 관심 분야 영상을 연속해 시청할수록 비슷한 콘텐츠의 추천 비중이 높아지고 노출되는 해시태그의 다양성은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됐다. 비슷한 콘텐츠가 연속적으로 추천되는 이른바 '토끼굴'(rabbit hole) 현상이다. 현재 국회에는 플랫폼의 정보 추천 방식과 노출 기준을 이용자에게 알리고, 개인화 추천 기능의 사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다. 청소년에게도 이 같은 알고리즘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방미통위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만 14세 미만은 SNS 가입을 제한하고, 14세 이상 19세 미만은 중독성 디자인이나 과몰입을 유도하는 추천 알고리즘 노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연령 확인 의무화와 부모 동의 제도도 논의 대상이다. 다만 구체적인 규제 방식과 시행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 회의에서 '청소년 SNS 이용환경 개선안'을 논의하고, 해외 사례 등을 살펴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후 정책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청소년 과의존 43%…숏폼 이용도 확대 알고리즘과 서비스 설계가 별도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청소년의 높은 스마트폰 과의존 수준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이용자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2.7%로 전년보다 0.2%p 낮아졌다. 2021년 24.2%를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하락했다. 반면 10~19세 청소년의 과의존 위험군은 43%로 전년보다 0.4%p 상승했다. 2021년 37%에서 4년 동안 6%p 높아져 전체 이용자 평균의 두 배에 육박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서는 청소년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시청 시간이 하루 평균 3시간20분으로 나타났다. 자주 이용하는 플랫폼에서는 인스타그램 릴스가 37.2%로 유튜브(35.8%)를 앞섰다. ◇ 뉴욕·EU는 이미 '플랫폼 설계' 규제 해외에서는 연령 제한을 넘어 청소년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과 플랫폼 설계까지 규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지난달 28일 'SAFE for Kids Act' 시행을 위한 최종 규칙을 확정했다. 내년 1월 25일부터 18세 미만 이용자에게 부모 동의 없이 알고리즘으로 개인화된 이른바 '중독성 피드'를 제공하는 것이 제한된다. 유럽연합(EU)은 규제 범위를 플랫폼 설계까지 넓히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틱톡의 '중독성 설계'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위반했다는 예비 판단을 내렸다. 문제로 지목한 기능에는 무한 스크롤과 자동재생, 푸시 알림, 고도로 개인화된 추천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국내에서도 향후 어떤 기능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을지가 쟁점이다. 개인화 추천뿐 아니라 무한 스크롤과 자동재생 등을 '중독성 설계'로 보고 제한할지에 따라 규제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개인화 추천은 SNS뿐 아니라 동영상·쇼핑·뉴스 등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에서 활용되고 있어 적용 대상을 정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연령 확인의 정확성과 개인정보 보호를 함께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면 추가적인 개인정보 수집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반면, 절차가 느슨하면 호주 사례처럼 허위 연령이나 가짜 계정을 통한 우회 가능성이 커진다. 방미통위는 국내외 사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동일한 규율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도입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의견 수렴과 공론화를 거쳐 세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삼성, AI-RAN으로 최적 주파수 선택…미래 통신 한발 앞

5G 다음 통신 경쟁 무대로 꼽히는 AI-RAN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NTT 도코모와 손잡고 이용자별 통신 품질을 자동 최적화하는 기술을 검증했다. 상용망 데이터 시험에서 서비스 품질 저하 발생 빈도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며 6G 표준화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노릴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일본 이동통신 사업자 NTT 도코모와 공동 개발한 AI 무선망(AI-RAN) 기반 '사용자 맞춤형 통신 품질 최적화 기술'을 성공적으로 검증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기술은 AI가 사용자의 서비스 이용 특성과 실시간 무선망 환경을 종합 분석해 서비스 품질 저하를 예측하고, 사용자별로 최적의 네트워크 설정을 자동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이 향후 네트워크가 이용자의 상황과 요구사항을 스스로 인지해 최적의 통신 환경을 제공하는 'AI 중심 미래 통신망' 구현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하나의 기지국에 연결된 모든 스마트폰에 동일한 네트워크 설정이 일괄 적용돼, 전파가 약한 지역에서 연결이 끊기는 등 품질 저하가 발생하곤 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AI가 사용자별 이동 경로와 서비스 사용 패턴을 학습해 품질 저하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고, 문제가 발생하기 전 최적의 주파수 대역 등 네트워크 설정을 선택하도록 지원한다. 예컨대 동영상 스트리밍 이용 중 전송 속도 저하로 버퍼링이나 화질 저하가 예상되면 AI가 이를 미리 예측해 네트워크 설정을 자동 최적화, 사용자가 고화질 영상을 끊김 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삼성전자와 NTT 도코모는 AI 무선망 기술 개발부터 일본 상용망 드라이브 테스트를 통한 데이터 확보, 데이터 측정 절차 개선까지 전 과정에서 공동 연구를 이어왔다. 올해 1월 NTT 도코모의 상용 네트워크와 현지 5G 시험망에서 확보한 데이터로 시뮬레이션 검증을 진행한 결과, 서비스 전송속도 저하 발생 빈도가 13.1%에서 7.2%로 절반 수준까지 줄었다. AI가 서비스 품질 저하를 예측해 사용자별 네트워크 설정을 최적화함으로써 고객 체감 품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결과다. 네트워크 부담을 줄이는 프로세스도 함께 개발했다. 기존에는 무선 환경 정보를 일괄 확보·처리해야 해 네트워크에 부담이 컸지만, 새 프로세스는 사용자가 겪는 문제 상황별로 필요한 정보만 선별 처리해 부담을 줄였다. 양사는 이 데이터 처리 절차를 지난 2월 세계 이동통신 표준화 기구 3GPP에 공동 기고하는 등 6G 기술 표준화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장 정진국 부사장은 “이번 검증은 AI가 개별 사용자의 서비스 경험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입증한 성과"라며 “NTT 도코모와 AI-RAN 기술 고도화 및 표준화 협력을 지속해 사용자 중심의 미래 통신 기술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NTT 도코모 마스다 마사후미 6G테크부장은 “양사의 성과는 미래 네트워크에서 사용자 중심 통신 경험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며 “AI 기반 기술과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켜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아파트 주차 로봇에게 맡긴다…현대차그룹, ‘공간 활용·안정성’ 검증

현대자동차그룹이 아파트 주차난 해결을 위한 로봇 주차 실증에 나선다. 실제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서 로봇이 차량을 자동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공간 활용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프로젝트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위아,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기도 시흥시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에서 공동주택 주차로봇 실증사업을 추진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국토교통부 스마트도시 규제샌드박스 사업으로 추진되며 국비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 실증은 지하 1층 주차장 내 53면 규모의 구역에서 이뤄진다. 현대위아의 주차로봇 2세트를 투입해 차량 입출차와 이동 과정을 자동화하는 방식이다. 운전자가 지정된 구역에 차량을 세우고 하차하면 로봇이 차량 아래로 들어가 바퀴를 들어 올린 뒤 빈 주차 공간으로 차량을 옮긴다. 차량을 다시 호출하면 로봇이 출차 구역까지 자동으로 이동시킨다. 현대차그룹은 주차 공간 부족과 혼잡, 안전 문제를 실제 생활 환경에서 검증하기 위해서 공동주택을 실증 대상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빈 공간을 찾기 위해 차량이 반복적으로 이동하고 차량과 보행자 동선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안전사고 위험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주차로봇은 라이다(LiDAR) 센서를 통해 차량 바퀴 위치를 인식해 최대 3.4톤의 SUV까지 이동시킬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후좌우 모든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어 일반 차량이 접근하기 어려운 좁은 공간도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동일 면적에서 주차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주차 수용 능력이 최소 20%에서 최대 50%까지 개선될 가능성을 보고 있다. 차량 이동이 줄어들면 공회전 감소와 함께 탄소 배출 저감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다. 실증 기간에는 차량 1대당 입출차 시간과 이용자 대기시간, 주차 성공률, 로봇 가동률, 주차면 효율 개선율 등을 측정한다.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동주택뿐 아니라 상업시설과 업무시설, 교통거점 등 다양한 건물 유형에 적용할 수 있는 운영 기준도 마련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공동주택 주차로봇 실증사업에 대해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스마트도시 시대의 새로운 주차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중요한 단계"라며 “공동주택이라는 실제 생활 환경에서 주차로봇의 운영 안정성, 효율성, 사용자 편의성을 종합적으로 검증해 향후 국내외 다양한 도시 공간으로 확산 가능한 표준 모델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英 홀린 LG ‘연필 두께’ TV…벽이 스크린 됐다

LG전자가 영국 런던의 대표 럭셔리 백화점 해러즈(Harrods)에서 차세대 무선 월페이퍼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W'(모델명 W6)를 선보이며 현지 프리미엄 고객 공략에 나섰다. 연필 한 자루 수준인 0.9㎝대 두께와 무선 전송 기술을 앞세워 초프리미엄 TV 시장에서의 브랜드 위상을 굳힌다는 전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7일부터 26일까지 해러즈 백화점 1층 외관을 장식하는 브롬튼 로드(Brompton Road) 쇼윈도에서 LG 시그니처 올레드 W의 특별 전시를 진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전시가 열리는 공간은 월평균 약 110만 명이 찾는 런던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쇼핑 거리다. 쇼윈도에서 본 제품을 매장 내부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동선도 연결했다. 전시 콘셉트는 해러즈의 올여름 테마인 '골든 아워(Golden Hour)'로 꾸며졌다. 호박색 조명이 감도는 공간에서 시그니처 올레드 W는 한 폭의 예술작품처럼 공간과 어우러지며 높은 몰입감을 준다. 제품 자체의 핵심은 초슬림 설계다. 패널부터 파워보드, 스피커까지 모든 부품을 초슬림화해 연필 한 자루 수준인 0.9㎝대 두께의 올인원(All-in-One) 디자인을 구현했다. 벽에 밀착되는 얇기 덕분에 화면이 곧 벽지처럼 공간에 스며든다. 이 같은 초슬림화가 가능했던 배경엔 무선 전송 기술이 있다. LG전자는 글로벌 인증기관 TÜV라인란드로부터 '진정한 무선 저지연 비전(True Wireless Lossless Vision)' 인증을 세계 최초로 받았다. 이를 통해 4K·165Hz 주사율 영상을 화질 손실이나 지연 없이 실시간 전송한다. LG전자 관계자는 “공간 활용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게 가장 큰 차이"라며 “기존에는 TV 뒤로 코드가 어지럽게 연결돼 부산스러웠지만, 사운드박스까지 10m 안에서는 얼마든지 무선으로 전송해 끊김이 없다"고 설명했다. 셋톱박스 등 주변기기를 연결하는 '제로 커넥트 박스(Zero Connect Box)'는 기존 무선 TV 대비 35% 작아져 설치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화질을 뒷받침하는 AI 기술도 강화됐다. 최신 올레드 화질·음질 AI 프로세서 '3세대 알파11(α11 4K Gen3)'은 NPU 성능이 5.6배 향상돼 빠른 화면 변화에도 깨끗한 화질을 유지하고, 그래픽 처리 성능도 70% 높아져 더 자연스럽고 깊이 있는 화면을 보여준다. 여기에 업계 최초로 인터텍(Intertek)의 '리플렉션 프리 프리미엄(Reflection Free Premium)' 인증을 받은 초저반사 디스플레이 기술도 적용됐다. 채광이 밝은 쇼윈도 환경에서도 화면 반사를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면서 퍼펙트 블랙과 퍼펙트 컬러를 명확히 표현해, 런던 한복판에서도 올레드 특유의 몰입감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선이나 케이블은 물론, OTT와 연결된 기기들까지 미적으로 따지는 시대가 됐다"며 “월페이퍼 자체가 TV의 기능적 요소를 넘어 공간의 미적 요소에도 부합하는 만큼, 앞으로도 진일보한 제품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기차표도 삼성 월렛에 쏙…탑승·환불·일정관리 한 번에

삼성전자가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협업해 10일부터 '종이 없는 승차권'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들은 앞으로 실물 종이(지류) 승차권을 발급받는 대신 삼성 월렛에 모바일 승차권을 등록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삼성 월렛의 '종이 없는 승차권' 서비스는 국내 모바일 탑승권 최초로 지원되는 기능이다. 삼성 월렛에서 사전에 이용 동의만 하면 손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동의한 고객이 코레일 각 역사 오프라인 창구에서 삼성 월렛으로 승차권을 결제하면 모바일 승차권이 자동으로 삼성 월렛에 추가된다. 지난 3일 출시된 코레일·에스알(SR) 통합 앱 '코레일+'에서 발권한 코레일 승차권도 삼성 월렛의 'Add to Wallet' 기능으로 간편하게 추가할 수 있다. SRT는 9월 1일부터 고속철도 통합에 따라 KTX-산천으로 명칭이 변경되며, 9월 운행분 승차권부터 삼성 월렛 추가가 가능해진다. 삼성전자는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삼성 월렛 내에서 모바일 승차권을 반환(환불) 처리할 수 있는 기능도 함께 마련했다. 삼성 월렛에 추가한 모바일 승차권은 갤럭시 기기의 캘린더, 나우 브리프(Now Brief) 등과 연동돼 기차 탑승 시간을 사전에 알려주는 등 여행 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삼성전자는 이번 서비스가 환경 보호와 비용 절감 등 사회적 책임 실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물 종이 승차권 발급을 최소화함으로써 승차권 제작·폐기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지털월렛팀장 채원철 부사장은 “고객들의 일상에 혁신적 편의성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종이 없는 생활 확산과 환경 보호 등 삼성 월렛이 추구하는 가치 실현을 적극적으로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단독] 삼성, 발전사업 전담 법인 검토…내년 출범 추진

삼성이 반도체 생산시설에 필요한 전력을 직접 확보하기 위해 발전사업 전담 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물산 산하 자회사 또는 별도 계열사 형태가 유력하며, 올해 내부 준비를 거쳐 내년 출범을 목표로 관련 조직과 인력 구성을 진행 중이다. AI와 반도체 산업 확대로 삼성전자 공장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조달이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생산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떠오른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최근 산업부와 한국전력 출신을 비롯한 에너지·전력 분야 전문 인력을 잇따라 영입한 것도 발전사업 역량을 그룹 내부에 축적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은 발전사업 전담 법인 설립을 위한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기존 국내외 발전 프로젝트 개발과 EPC(설계·조달·시공), 신재생에너지 사업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삼성물산 산하 자회사 형태가 우선적으로 거론되지만, 그룹 계열사로 별도 출범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법인 명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삼성에너지', '삼성파워' 등 에너지 사업의 성격을 드러내는 이름들이 나오고 있다. 다만 현재는 사업구조와 역할, 조직 형태를 정하는 초기 준비 단계인 만큼 실제 출범 과정에서 명칭과 지배구조는 달라질 수 있다. 삼성이 발전사업 전담 조직 구축에 나선 가장 큰 배경은 반도체 생산시설의 급격한 확대다. 평택캠퍼스를 비롯해 향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대규모 신규 투자가 예정되면서 발전소 건설과 전력망 확보가 공장 건설만큼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삼성의 움직임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미 발전사업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 E&S를 중심으로 LNG 발전과 집단에너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GS그룹도 GS EPS와 GS E&R 등을 통해 민간발전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에너지를 합병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해 LNG 발전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한화그룹 역시 한화에너지를 중심으로 LNG와 신재생 발전사업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AI와 반도체 산업 확산으로 전력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제조기업과 에너지기업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평택 1GW LNG발전소 이후부터 직접 자가발전 추진할 듯 다만 당장 추진 중인 평택캠퍼스 1GW급 LNG 열병합 발전사업은 삼성의 신설 법인이 직접 맡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평택 P5·P6 생산라인에 필요한 전력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500MW급 2기, 총 1GW 규모의 LNG 열병합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며 GS와 한화에너지, E1 등 기존 민간 발전사업자들이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이 평택 사업을 민간 발전사에 맡기는 것은 발전사업 진입 초기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이 발전소 건설과 프로젝트 투자 경험은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대규모 LNG 발전소를 직접 개발·운영하거나 장기 LNG 도입선을 확보해 연료를 조달한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LNG 발전사업은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LNG 장기계약과 현물 조달, 가스터빈 운영, 전력시장 제도, 정부 인허가, 탄소배출 관리까지 전문적인 운영 역량이 필요하다. 최근 삼성전자가 평택 발전소에 수소 혼소 목표까지 요구하고 있는 만큼 연료 조달과 수소 전환 전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평택 프로젝트에서 기존 민간 발전사의 운영 경험과 연료 조달망을 활용하면서 발전사업 전반의 노하우를 축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발전소 건설 경험과 직접 발전사업을 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며 “특히 LNG는 발전설비뿐 아니라 연료 조달과 전력시장, 인허가까지 함께 봐야 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전문 발전사와 협력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후 직접 발전사업의 본격적인 무대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평택과 달리 장기적인 준비 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향후 반도체 생산시설이 단계적으로 확대될 경우 필요한 전력 규모 역시 크게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평택 사업을 통해 발전소 개발과 운영, 연료 조달, 수소 혼소, 인허가 등 전반적인 구조를 파악한 뒤 신설 발전법인을 활용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 차기 프로젝트에서는 직접 발전사업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평택은 생산라인 증설 일정이 촉박해 삼성이 처음부터 모든 발전사업 리스크를 떠안기보다는 기존 발전사와 협업하는 방향이 합리적"이라며 “향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처럼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사업에서는 자체 발전 역량을 확보할 필요성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반도체 넘어 발전과 전력망 사업까지 수직계열화 삼성이 발전사업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은 아니다. 삼성물산은 국내외에서 복합화력·신재생 발전소의 EPC와 개발사업을 진행해왔으며 강릉에코파워에도 지분 투자를 하고 있다. 해외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개발사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다만 기존 사업이 발전소 개발·건설과 투자 중심이었다면 이번에 검토되는 전담 법인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과 직접 연결된 전력 조달 역량을 그룹 내부에 구축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다. 글로벌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들이 원전·SMR·가스발전·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체 전력 확보에 나서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대규모 전력 소비 기업이 직접 발전 역량을 갖추는 흐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기업이 발전회사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구조였다면 AI 시대에는 안정적인 전력 확보 자체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삼성의 전담 법인 검토는 반도체 투자가 발전과 전력망 사업까지 기업 전략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자의 눈] ‘참교육’ 속 도박과 게임…규제의 경계는 어디인가

최근 인기를 끈 넷플릭스 TV 시리즈 '참교육'에는 청소년들이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사행성 게임을 즐기는 장면이 등장한다. 소액으로 시작한 게임이 가족의 종잣돈을 탕진하고 친구들의 금품까지 갈취하는 상황으로 번지는 모습은 상당한 충격을 줬다. 최근 열린 게임법 토론회에서는 이와 다른 논의가 오갔다. 오랫동안 게임을 즐긴 이용자에게 피규어 하나를 경품으로 제공하는 것까지 사행성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었다. '참교육' 속 불법 도박과 일반 게임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지만, 게임과 도박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현재 논의 중인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은 게임에 적용되는 사행성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 완화만을 강조할 순 없겠지만, 낡은 규제를 개선하고 게임에 대한 사행성 오해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특히 이 토론회에서는 게임을 사행성 위험도에 따라 세분화하고 유형별로 다른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확률적 요소의 유무와 이용자의 참가비 지불 여부 등을 기준으로 삼자는 것이다. 위험도에 따라 규제 수준을 달리해야 한다는 방향 자체는 합리적이다. 다만 확률적 요소의 유무를 기준으로 상한액 규제의 적용을 가르는 방식은 다소 모호할 수 있다. 단순한 퍼즐 게임이 컬렉션 아이템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무작위로 상자를 열도록 설계돼 있다면, 이를 확률적 요소가 포함된 게임으로 봐야 할까. 확률 요소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면 규제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확률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확률이 게임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다. 결과가 사실상 운에 의해 결정되는 게임과, 확률 요소가 있더라도 이용자의 실력과 전략이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게임을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물론 실력과 운의 비중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확률이 게임 결과에 개입하는 방식, 이용자의 비용 투입 여부, 보상물의 환금 가능성, 반복 이용을 유도하는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게임산업법 개정 논의가 진정한 규제개혁으로 이어지려면 어떤 게임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먼저 구분하고, 그에 맞는 규제 수준을 설계해야 한다. 사행성 규제의 해법은 일률적인 폐지나 유지가 아니라, 게임의 구조와 위험도에 따른 정교한 규제에 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컴투스, 회심의 역작 내놨다…‘제우스: 오만의 신’ 26일 출격

신작에 목마른 국내 게임 시장에 컴투스가 '회심의 역작'을 들고 출격한다. 넥슨 부사장 출신의 김대훤 대표가 이끄는 에이버튼이 개발한 작품 '제우스: 오만의 신'이다. 컴투스는 이번 작품을 “모두를 위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라 소개하며 장기 흥행을 자신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컴투스가 오는 26일 신작 '제우스: 오만의 신'을 정식 출시한다. 그리스 신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MMORPG로, 모바일과 PC 크로스플랫폼을 지원한다. 남재관 컴투스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동대문 JW메리어트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오래 즐기고, 오래 기억될 수 있는 MMORPG는 어때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답은 모두를 위한 MMORPG"라며 “이 답을 실현하기 위해 에이버튼 개발진은 MMORPG 본질에 집중했고, 컴투스는 서비스와 운영을 통해 만족스러운 이용자 경험을 줄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개발을 진두지휘한 김대훤 대표는 게임 개발 방향성을 △최고의 그래픽 퀄리티 △압도적인 편의성 △모두를 위한 경쟁 강화로 소개했다. 특히 개발사가 강조한 '제우스: 오만의 신'의 콘텐츠적 특성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경쟁 콘텐츠'라는 점이다. 김 대표는 “다른 MMORPG를 보면 이용자간 성장과 과금의 격차가 커지면서 모두가 함께 즐기는 콘텐츠가 아닌 극히 일부만이 즐기는 콘텐츠가 돼 경쟁의 재미가 왜곡됐다"며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 그것이 '제우스: 오만의 신'이 추구하는 경쟁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에이버튼은 페르소나 시스템과 콜로세움, 아카디아 제전을 통해 모두를 위한 MMORPG를 구현한다. 페르소나는 이용자의 능력과 외형을 복제한 캐릭터로, 이용자는 콜로세움에서 페르소나의 대전(PvP)을 펼치게 된다. 또 아카디아 제전에서는 페르소나 집단과 대결을 벌인다. 또 간접 경쟁 콘텐츠 '오디세이아'를 통해 라이트 유저도 세력의 한 축으로 기여할 수 있다. 정성훈 에이버튼 디렉터는 “AI를 상대하게 해 직접 경쟁의 부담을 줄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경쟁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며 “이용자간 치열한 경쟁이 포함된 콘텐츠도 마련한 만큼 다양한 형태의 경쟁을 느끼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시스템도 모든 이용자가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서버간 경제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3개 서버를 하나의 서버 그룹으로 묶은 인터 서버 통합 거래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또 전투 역할 뿐 아니라 경제 활동에 특화된 아티산 클래스를 등장시켜, 이용자의 취향에 따라 다른 플레이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컴투스의 이번 실적은 회사의 포트폴리오 구성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컴투스는 야구 게임 라인업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나, 역할수행게임(RPG) 라인업은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제외 시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컴투스의 스포츠 게임 매출은 전년대비 15.2%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RPG 매출은 15.6% 감소했다. 컴투스는 지난 2022년 개발사 에이버튼에 170억원을 투자하고, 지분 8.9%를 확보한 상태다. 이번 작품이 크게 성공할 경우 에이버튼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지분 이익까지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박종혁 컴투스 사업실장은 “컴투스는 다수의 게임을 글로벌에서 서비스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며 “대형 MMORPG 장기 운영에 특화된 조직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개발사 에이버튼과 장기 서비스를 위한 준비를 집중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시승기] “날아라 필랑트여”…세단을 닮은 하이브리드 SUV의 정답

태권브이가 도로를 달리면 이런 모습일까. 자동차라기보다 튼튼하고 거대한 로봇의 얼굴이 보인다. 수직에 가깝게 툭 떨어지는 보닛 라인부터 범상치 않은 첫인상을 준다. 아래쪽으로 깊게 파여 각진 헤드램프는 로봇의 날카로운 눈매 같다. 입체적인 전면부에 좌우에 자리한 부메랑 형태의 이중 주행등까지, 강인한 로봇의 얼굴을 완성한다. 정중앙에 자리한 엠블럼은 마치 동력을 품은 심장같다. 시동을 걸자, 모든 조명이 일제히 빛나며 번쩍거린다. 잠들어 있던 로봇이 천천히 눈을 뜨는 순간이다. 운전석 문을 열면 분위기가 또 한 번 달라진다. 거대한 로봇의 얼굴 뒤에는 파일럿을 위한 조종석이 숨어있다. 몸을 단단히 감싸는 버킷같은 시트에 앉으면 푸른색의 엠비언트 라이트가 마치 숨을 쉬듯 은은하게 점멸한다. 주행을 시작하자 거친 첫인상은 사라진다. 전기 모터가 경쾌하게 차를 밀어내고, 가속 페달을 밟는 만큼 민첩하게 몸을 움직인다. 차를 운전한다기보다, 살아 있는 로봇과 호흡을 맞추는 느낌이다. 지난 4월 르노코리아는 새로운 글로벌 플래그십 하이브리드 SUV, '필랑트'를 야심차게 선보였다. SUV는 한국 완성차 시장에서 가장 대중적인 차종이 됐지만, 동시에 가장 까다로운 차종이기도 하다. 넓은 실내와 헤드룸 개방성, 높은 공간 활용도를 원하면서도 세단 같은 승차감을 갖춰야한다. 가족과 함께 타기 편해야 하지만 혼자 운전할 때도 재미를 잃어서는 안 된다. 심지어 하이브리드라면 연비와 정숙성, 자연스러운 동력 전환까지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필랑트는 세단과 SUV의 장점을 하나로 묶은 크로스오버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지난 7월 르노 필랑트를 타고 서울 강남역에서 일산 백석동까지 왕복 60km를 달렸다. 강남의 정체 구간부터 올림픽대로와 자유로, 비가 쏟아지는 도심과 일산 외곽의 비포장도로까지 다양한 환경을 두루 경험했다. 내내 컴포트 모드로 주행했고, 연비는 서울에서 일산까지 18.3km/L, 일산에서 서울까지는 20.1km/L를 기록했다. 공인 복합연비(15.1km/L)를 꾸준히 웃도는 수준이었다. ◇ 조종석 같은 실내…12.3인치 파노라마 스크린 차에 타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마치 레이싱카의 조종석 같은 실내 분위기다. 운전석에 앉으면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시트'가 몸에 딱 맞게 감기며 안정감을 선사한다. 주변에 흐르는 푸른 엠비언트 라이트는 실내 그라데이션과 어우러져 특유의 미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스티어링휠을 수놓은 빨강·하양·파랑 삼색 스티치와 중앙의 파란 스틸 장식까지, 작은 디테일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압도적인 건 디스플레이였다. 운전석 계기판부터 중앙 디스플레이, 조수석 디스플레이까지 세 개의 파노라마 스크린이 하나의 화면처럼 이어진다. 수평으로 낮게 깔린 대시보드와 합쳐져 개방감이 상당하다. 각각의 디스플레이들은 서로 화면을 주고받을 수 있게 설계됐다. 중앙디스플레이를 손가락 세개로 스와이프하니 네비게이션 창이 그대로 계기판 디스플레이로 넘어왔다. 최근 몇몇 차량들이 턴온턴 안내에 의존하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역시 운전자 중심으로 잘 설계한 게 느껴졌다. 크고 선명한 데다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좌석 높이에 맞춰 자동으로 디스플레이 위치를 조절해줬다. 주변 환경에 맞춰 여러 모드로 조정도 가능하다. 여기에 차량의 움직임에 따라 함께 움직이는 작은 비행기 아이콘까지 더해져 조종석에 앉아 있다는 느낌을 은근히 살려준다. 그 외 공조나 미디어 등 웬만한 기능은 에이닷 오토로 음성 조작이 가능했다. ◇ 전기차 같은 정숙성, '찰랑' 흘려보낸 충격 출발하자마자 강남역에서 올림픽대로를 타기까지 30분이 넘는 정체 구간이 이어졌다. 필랑트는 그동안 거의 전기차에 가까운 승차감을 보여줬다. 하이브리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다만 내내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보니 감속이 다소 적극적으로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곧바로 중앙 디스플레이에서 회생제동 강도를 '저'로 설정하자 브레이크가 훨씬 부드럽고 가볍게 밟혔다. 도심 주행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감속 감각이었다. 고르지 않은 아스팔트의 잔충격도 차분하게 걸러냈다. 군데군데 깊게 패인 물 웅덩이를 여러 번 지났지만 차는 한 번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충격을 '쿵'라고 받아내기보다는 '찰랑'하고 흘려보내는 느낌에 가까웠다. 일산 외곽의 비포장도로에서는 그 안정감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양 옆으로 논밭이 펼쳐진 구불구불한 흙길을 달리는데도 차가 들썩이거나 진동이 실내로 전달되지 않았다. 바닥이 거칠어질수록 오히려 차가 한층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버틴다는 인상을 받았다. 르노는 필랑트에 주파수 감응형 댐퍼(SFD)를 적용했다. 덕분에 노면에서 전달되는 진동의 주파수를 세밀하게 감지해 서스펜션이 충격을 흡수하는 정도를 실시간으로 자동 조절할 수 있다. 시내 도로와 비포장도로에서 느낀 차분한 승차감이 단순히 '부드럽다'는 수준을 넘어 안정적으로 다가온 이유다. 더 놀라운 건 정숙성이었다. 빗방울을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왜 빗소리가 들리지 않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르노는 필랑트에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대폭 적용하고,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기술을 적용했다. ◇ 세단 같은 크로스오버의 균형감, 엑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 자유로에 다다르자 필랑트는 그야말로 자유롭게 달리기 시작했다. 고속 주행 감각은 의외로 조용한 세단에 가까웠다. 필랑트는 1.64kWh 용량의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차체 밑바닥에 배치하고, 차체 비율도 비교적 낮고 길게 설계했다. 무게중심이 안정적으로 아래에 깔려 있다는 느낌이 분명했다. 차선을 변경하거나 급감속을 할 때도 차체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속도를 급하게 올려도 세단처럼 부드럽게 치고 나갔다. 시속 60km 안팎부터는 엔진이 슬슬 힘을 내기 시작하는 듯 했다. 내내 전기차처럼 조용히 움직이다가 자연스럽게 엔진이 등장했다. 인상적이었던 건 전환감이다. 일부 하이브리드에서 느껴졌던 아주 미세한 머뭇거림이나 울컥거림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전기 모터로 달리는 것 같은데 계기판을 보면 이미 엔진이 작동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의 존재감도 확실했다. 일반적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보다 개입도가 한 단계 높은 레벨2 주행보조 시스템이다. 핸들의 반발력과 제어력이 생각보다 강하고 적극적이었다. 차선을 단단하게 붙잡고 간다는 안정감은 충분했다. 방향 지시등을 켜면 차가 머뭇거림 없이 자연스럽게 차선을 바꿨다. 급하게 끼어들거나 타이밍을 놓친다는 느낌은 없었다. 장거리 주행에서는 확실히 피로를 덜어주는 기능이었다. ◇ 정석 같은 패밀리카, 4천만원대 플래그십 주차를 마친 뒤엔 운전석에서 벗어나 뒷좌석과 조수석을 살펴봤다. 패밀리카로서의 완성도도 높았다. 가장 크게 체감되는 건 뒷좌석 공간이다. 2,820mm의 휠베이스 덕분에 앞좌석을 운전 자세에 맞춰 놓은 상태에서도 무릎 앞 공간이 두 뼘 가까이 남을만큼 넉넉했다. 조수석 전용 디스플레이를 보면 게임이나 영상, 차량 기능 조작을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주행 중에는 실제 도로와 연동되는 레이싱 게임도 지원한다. 무엇보다 운전석에서는 이 화면이 거의 보이지 않도록 편광 필터가 적용됐다. 운전자 시야를 산만하게 방해하지 않는다. 실제로 운전석에 앉으면 조수석에서 화면을 켜거나 어떤 기능을 조작하든 디스플레이가 없는 것처럼 까맣게 보였다. 실내 온도와 환기, 시트 위치, 조명 등 개인 설정을 가족 구성원별로 저장할 수 있는 점도 패밀리카로서의 활용도를 높여준다. 필랑트는 테크노 4,331만9,000원, 아이코닉 4,696만9,000원, 에스프리 알핀 4,971만9,000원부터 시작한다. 시승차였던 '에스프리 알핀 1955'는 1,955대 한정 런칭 에디션으로 5,218만9,000원이다. 가장 낮은 트림인 테크노에도 이중접합 차음 유리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레벨2 주행보조 시스템 등 핵심 사양이 기본 적용된다. 동급 하이브리드 SUV와 비교하면 상품 구성대비 가격 경쟁력은 충분한 편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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