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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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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우의 카워드] ‘꿈의 배터리’ 전고체, 양산 눈앞…K-배터리 ‘선점 경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18 17:47

급변하는 전동화 시대, 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쏟아지는 낯선 전문 용어들이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카워드'는 자동차와 관련한 어려운 용어들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관련 업계 동향을 함께 소개해서 독자들이 빠르게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삼성SDI

▲삼성SDI가 '인터배터리 2024'에서 전고체 배터리 양산 로드맵을 공개한다.

'꿈의 배터리' 전고체가 전기차 시장의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들의 최대 격전지가 되고 있다.


한국의 삼성SDI·SK온·LG에너지솔루션도 잇달아 로드맵을 내놓으며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왜 주목받는가

18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리튬메탈 음극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SLMB)의 시장규모는 2024년 2억달러에서 2035년 320억~470억달러로 100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구조다. 발화 위험이 크게 줄고, 부피·무게를 줄여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곧 주행거리 향상과 차량 경량화로 이어진다. 토요타, 폭스바겐, BMW 등 완성차 업체들이 일찌감치 전고체를 '게임 체인저'라 부른 이유다.


삼성SDI, 무음극 기술로 2027년 목표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2027년으로 못박았다. 회사가 내세운 무기는 독자적으로 조성한 고체 전해질 소재와 혁신적인 무(無)음극(anode-free) 기술이다. 이를 통해 음극의 부피를 줄이고 양극재 비중을 확대해, 업계 최고 수준인 900Wh/L 에너지 밀도를 구현한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국내 최초로 수원 연구소에 전고체 전용 파일럿 라인인 'S라인'을 구축했다. 6500㎡ 규모의 이 라인에서는 고체 전해질 공정 설비, 전용 전극 판, 이온 전달 최적화 셀 조립 공법 등 신규 인프라가 적용돼 2023년부터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샘플을 공급하며 성능 평가를 진행 중이며, 고객사로부터 긍정적 피드백을 받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SDI는 단순히 시제품 생산을 넘어 양산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정 혁신에도 집중하고 있다. 계면 저항을 낮추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며, “전고체 배터리를 가장 먼저, 가장 안전하게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SK온, 파일럿 플랜트와 2029년 로드맵

SK온은 지난 15일 대전 미래기술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를 준공했다. 이번에 준공된 플랜트는 약 4628㎡(약 1400평) 규모로, SK온은 신규 파일럿 라인에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할 예정이다. 일부 라인에서는 고체 배터리의 한 종류인 리튬 메탈 배터리*도 개발한다.


이 플랜트는 온간등압프레스(WIP) 프리 기술을 국내 최초로 적용해 생산성과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린 점이 특징이다.


SK온은 우선 800Wh/L 전고체을 내놓고, 장기적으로는 1000Wh/L까지 목표를 높였다. 상용화 시점은 2029년으로, 기존 목표보다 1년 앞당겼다.


LG엔솔, 무음극·황화물계로 2030년 이전 도전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이전 완성도 있는 전고체를 내놓는다는 장기 전략을 세웠다.


오창공장에 파일럿 라인을 세우고 시제품 생산을 추진 중이며, 무음극(anode-free) 전지와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에 집중한다.


또 건식전극 공정, 글로벌 학계 협력(UCSD 등)을 통해 양산성 검증에도 힘을 싣고 있다. 다소 느리지만 품질과 안전성을 우선하는 전략이다.


K-배터리의 기회와 과제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상용화 시점과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안전성·성능·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계면 저항, 생산 수율, 원가 절감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많다.


일본과 미국 업체들이 특허와 파일럿 단계에서 앞서가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속도와 품질이라는 다른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결국 전고체 시장의 승부는 누가 먼저 안정성과 경제성을 확보해 양산 체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이번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 준공은 SK온이 어떠한 환경 변화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전고체 배터리를 누구보다 앞서 상용화해 전동화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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