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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세탁기 전쟁] 中 글로벌공략 거세진다…삼성·LG ‘K-백색가전’ 최대 위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18 17:31

2032년 160조원 시장 놓고 글로벌 장악 K-가전에 도전장
가성비 넘어 M&A공세…삼성·LG ‘프리미엄’ 방어선 구축
저가 선호 인도·아프리카 겨냥 통돌이·소형 틈새시장 위협

하이얼·메이디·하이센스·TCL 등 중국 가전 기업들이 전세계 세탁기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아직 삼성전자와 LG전자 상품성을 따라오지는 못했지만 물량과 자본을 앞세운 공세가 꽤나 매섭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일본 도시바 가전사업부를 흡수하는 등 인수합병(M&A)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중국 세탁기의 글로벌화와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한국 가전기업의 '캐시카우'인 세탁기 분야에서 중국산의 약진 배경을 찾고 대응 방법을 찾는 차원이다. 주요 시장인 미국·일본에서 한·중 세탁기 진출상과 현지기업들의 방어 움직임도 소개한다. <편집자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내 홈디포 매장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내 홈디포 매장의 세탁기 코너에 다양한 LG·삼성 등 한국 브랜드를 포함한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LA(미국) 여헌우 기자

2000년대 중반 태양광 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독일·일본 기업들이었다. 이들은 '기술'을 방패 삼아 고부가가치 산업 영향력을 유지하려 했고, 중국은 '저가 공세'에 나섰다.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공격적인 투자에 힘입은 중국 기업들은 무서운 속도로 생산량을 늘려 원가를 낮췄다. 지금은 전세계 태양광 패널 시장을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해당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잃었음은 물론이다.




TV 역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을 주름잡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 업체들의 '가격 파괴' 전략에 경쟁력을 잃었다. 결국 수익성이 악화된 LCD 사업을 접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 최근 열린 디스플레이 산업 세미나에서는 “내년이면 중국 하이센스가 삼성전자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 기업들이 '저가 공세'를 앞세워 글로벌 세탁기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삼성·LG전자가 수십년간 기술 장벽을 쌓아 백색가전의 '마지막 보루'로 여겼던 분야다. 아직 상품성이나 브랜드 인지도는 따라오지 못했지만 태양광·TV 시장을 장악했던 방식을 그대로 내세우고 있어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18일 시장조사기관 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글로벌 세탁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628억8000만달러(약 86조8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같은 시기 TV 분야 크기는 2062억달러(약 284조6500억원)로 파악됐다. 체급 차이가 3배 가량 나는 셈이다.




성장 속도는 세탁기가 더 빠르다. 전세계 세탁기 시장은 2032년까지 연 평균 8.15% 성장해 규모가 두 배 가까이(1152억달러, 약 159조원) 증가할 전망이다. TV의 경우 연 평균 성장률이 2.4%에 불과해 2032년 2481억달러(약 342조4000억원) 크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100조원대 시장'인 세탁기 분야 선두 업체는 삼성·LG전자다. 일찍부터 통돌이, 드럼형, 교반식 등 다양한 분야 제품을 내놓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는 등 실력을 쌓아온 결과다. 미국·유럽 등 대부분 선진 시장에서 현지 업체들과 점유율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월풀과 제너럴일렉트릭(GE), 유럽에서는 일렉트로룩스 등과 맞붙는 중이다. 다만 중국·일본 등에서는 존재감이 거의 없다.


삼성·LG전자의 강점은 기술력이다. 미국 컨슈머리포트 조사에서 거의 매번 '최고 세탁기' 상을 휩쓸고 있다. 지난 1월 발표된 '최고 대용량 세탁기' 부문에서는 총 9개 중 LG전자가 8개, 삼성전자가 1개를 차지했다.


글로벌 세탁기·TV 시장 규모 현황 및 전망

글로벌 세탁기·TV 시장 규모 현황 및 전망

▲출처=Fortune Business Insights

반면 중국 브랜드는 성능 평가 대상에 선정되는 데도 애를 먹었다. 메이디가 교반식 세탁기 성능 평가 대상에 유일하게 선정됐지만 낮은 점수를 받았다. 세탁 후 옷감의 상태, 진동 등은 장점으로 꼽혔지만 브랜드 신뢰도와 소비자 만족도 부문은 아예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프리미엄 세탁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통돌이·소형 제품 등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며 틈새를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인도, 아프리카 등 인구는 많고 저렴한 제품이 보급될 확률이 높은 국가에서는 '메이드 인 차이나' 영향력이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는 중국 업체들이 선진 시장 공략을 위해 '인수합병(M&A)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이얼은 지난 2016년 미국 GE 가전사업부문을 54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북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프리미엄 라인업을 확대했다. 메이디는 2016년 일본 도시바의 백색가전 자회사 도시바 라이프스타일 지분 80%를 약 5473억원에 사들였다. 도시바 브랜드와 기술력을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크게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밖에 중국 업체들은 유럽 가전기업 캔디, 파나소닉 자회사 산요전기 등을 인수하며 각 시장별 공략법을 다각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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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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