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단체가 최근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이전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기후생태연대는 '서남권 RE100 산단과 기업 유치'라는 주제로 꾸준히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필자는 산업단지 이전 논의에 관심을 갖고 지난해 9월 첫 토론회를 직접 참관한 데 이어, 지난 11일 열린 3차 토론회는 유튜브로 시청했다. 이번 3차 토론회는 1차 때보다 발표자의 전문성이나 토론 내용의 객관성이 돋보였다. 이는 토론 문화의 바람직한 진화이며 필자 또한 배울 점이 많았다. 앞으로 이 토론회가 더욱 생산적인 논의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의문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토론회의 전체적인 기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서남권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초고압직류송전(HVDC) 망이 필수적인 용인 반도체 산단 조성 사업이 착공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이를 중단하고 호남으로 이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토 균형 발전과 탄소중립 달성을 동시에 앞당길 수 있다. 필자는 이미 진행 중인 국책 사업을 이전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큰 무리수라고 생각하지만, 향후에 진행될 신규 사업을 염두에 둔 주장이라면 이렇게 제언할 수 있고 또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번 3차 토론회에서 한겨레신문 곽정수 기자의 발표는 매우 중립적이고 실사구시적인 주장이어서 자칫 한쪽으로 쏠릴 수 있는 토론회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그는 사회적으로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산단 이전 논쟁'에 대해 쟁점별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용인 산단 유치를 '고수'하는 자들에겐 송전망 반대 여론을 고려했을 때 전력 공급이 가능한지 물었다. '이전'을 주장하는 자들에겐 용수, 부지, 정주 여건 등 산단의 적합성과 재생에너지 이용에 따른 ESS 등 막대한 투자 부담을 지적했다. 그리고 '정치권'에 대해서도 정치 논리를 앞세운 소모적 공방은 국익에 도움도 안 되고 오히려 유치에 불리할 수도 있다면서 후보지가 갖춰야 할 유치 조건 확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일관성없는 발언으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후보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의 주요 포인트는 질의응답에서 나왔다. 토론회 말미에 발언권을 얻은 한 청중이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은 365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데 장마나 태풍으로 7일 이상 재생에너지 공급이 안 될 경우 대응방안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전력계통 전문가인 동신대 이순형 교수는 “ESS 등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원전이나 중부지역에서 갖다 쓴다"고 답변했다. 이 교수는 본인 발표 시에는 전력 측면에서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고 발언했기에 이 부분이 의아했다. 필자가 듣기에 타 지역으로부터 전기를 받아쓴다는 이 교수의 답변은 산단 이전론 측의 핵심 주장인 'HVDC가 불가능하므로 산단을 이전해야 한다' 라는 논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으로 들렸다. 삼프로TV에서 운영하는 언더스탠딩 유튜브 채널의 올해 1월 14일자 '전기 남는 호남? 삼성·SK 못 가는 이유' 방송에서 김상훈 기자는 “반도체 산단이 호남으로 내려가도 동해안에서 끌어오는 송전망이 필요하다. 물리적 거리도 비슷하다"라고 한 발언이 상기되었다. 즉, 용인 반도체 산단 정도의 전기 수요는 어디를 가나 추가적인 송전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본질적인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1차, 3차 토론회 어디에도 토론회의 전제인 'RE100 산단'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마찬가지로 이 토론회의 공동주최자이기도 한 김원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생에너지자립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에서도 RE100 산단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제2조 용어 정의에서 ““재생에너지자립도시"란 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연계·순환될 수 있도록 전력의 생산·공급기능과 이를 활용하는 산업·정주 기능을 집적하기 위하여 지정·고시된 구역“으로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엄밀한 정의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또한 이렇게 지정된 구역에는 독점적 허가를 받은 사업자만이 전력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고 법안은 적고 있다. 현 시점 (2월) 기준 SMP가 110원대, REC 가격이 70원대(1kWh 기준)인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PPA 가격 역시 SMP + REC 가격을 추종하는 흐름이다. 결국 RE100 산단의 전력 단가는 현재에도 산업용 을 가격 대비 메리트가 적고, 이후 서남권 해상풍력 전기가 공급되는 것을 가정하면 해상풍력의 높은 LCOE 때문에 오히려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요금보다 큰 폭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전기요금으로 어떻게 유치 기업의 경쟁력을 보장할 것인지 가늠이 어렵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논의점이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이번 3차 토론회는 유익한 내용이 많아 다음 토론회를 기대하게 했다. 추후 논의에서는 '송전망 증설 필요성,' 'RE100 산단의 구체적인 정의,' '전력 단가' 등과 관련된 의문점이 보다 해소되고, 더 계량화된 데이터와 더 구체적인 대안과 일정을 가지고 토론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bienn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