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오픈AI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포스트 아이폰' 경쟁에 제동을 걸었다. 최종 판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지만, 소송 자체만으로도 오픈AI의 인재 영입과 AI 하드웨어 개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13일(현지시간) 이번 소송이 오픈AI의 인재 확보와 제품 개발, 공급망 구축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오픈AI의 '포스트 아이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지난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오픈AI가 애플 출신 직원과 입사 지원자들에게 미공개 제품 정보를 가져오도록 요구하고, 애플의 보안 절차를 우회하는 방법까지 안내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애플 전 아이폰 디자인 책임자가 만든 체크리스트도 활용됐다는 게 애플 측 설명이다. 애플은 손해배상과 함께 오픈AI가 보유한 영업비밀 자료를 폐기하도록 법원에 요청했다. 오픈AI는 “다른 기업의 영업비밀에는 관심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오픈AI코리아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본사의 공식 입장 외에 한국 법인에 별도로 전달된 대응 지침은 없다"고 밝혔다. 하드웨어 개발 계획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민규 법무법인 한수 대표변호사는 이번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며 “오픈AI가 실제로 전직 애플 직원이나 입사 지원자들에게 미공개 제품 정보를 가져오도록 요구했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때 AI 협력 파트너였던 양사는 이제 법정에서 맞서게 됐다. 애플은 2024년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오픈AI와의 협력을 발표하고 챗GPT를 자사 AI 서비스인 '애플 인텔리전스'에 연동했다. 이용자는 시리가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에 대해 챗GPT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후 오픈AI가 AI 하드웨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양사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오픈AI는 지난해 애플의 전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조니 아이브가 설립한 AI 기기 스타트업 'io'를 65억 달러(9조7000억원)에 인수하며 자체 AI 기기 개발에 나섰다. 애플은 이번 소장에서 현재 400명 이상의 전직 애플 직원이 오픈AI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애플이 차세대 시리의 핵심 AI 모델로 챗GPT 대신 구글의 제미나이를 채택하면서 양사의 협력도 사실상 종료됐다. PP 포사이트(PP Foresight)의 애널리스트 파올로 페스카토레는 “애플은 오픈AI를 협력사에서 잠재적 경쟁자로 바라보고 있고, 오픈AI는 아이폰 의존도를 낮춰 소비자와 직접 관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며 “혐의가 입증되지 않더라도 이번 소송은 오픈AI의 하드웨어 사업 계획을 지연시키고, 양사의 협력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소송의 배경으로 오픈AI의 공격적인 애플 인재 영입을 지목했다. 애플은 핵심 인력을 붙잡기 위해 이례적으로 높은 잔류 보너스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이번 소송이 오픈AI의 인재 영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애플 직원들이 오픈AI 면접이나 이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보안 조직을 의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애플 내부에 축적된 기술과 개발 경험이 오픈AI로 유입되는 속도도 함께 늦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품 개발에도 부담이 예상된다. 오픈AI는 소송 대응을 위해 법률 검토와 내부 통제를 강화해야 하고, 경영진과 개발 인력도 상당한 시간을 소송에 투입해야 한다. 법원이 애플의 영업비밀이 실제 제품 개발에 활용됐다고 판단할 경우 제품 설계를 다시 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민규 변호사는 “애플 정도 규모의 기업이라면 소송 승패뿐 아니라 소송이 가져올 여러 영향을 함께 검토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오픈AI의 공격적인 인재 영입이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 이번 소송이 인력 이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픈AI는 올해 첫 AI 하드웨어를 공개하고 2027년 출시한다는 기존 계획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제품은 스마트폰이 아닌 웨어러블이나 스마트 스피커 등 새로운 형태의 AI 기기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공급망도 변수다. 블룸버그는 아시아의 주요 전자기기 제조업체들이 애플과의 거래 관계를 고려해 오픈AI와 협력을 확대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애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도 “애플을 매우 존중한다"고 밝혔다. 반면 애플은 소장에서 “오픈AI의 새로운 하드웨어 사업은 불법적으로 훔친 영업비밀에 의존해 그 핵심부터 썩은 불안정한 기반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최종 판결과 관계없이 이번 소송은 '포스트 아이폰 시대'를 열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오픈AI의 행보를 늦추는 효과를 이미 내고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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