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와 제조에 특화된 자체 AI 모델을 만들기로 하면서, 데이터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 사내 인프라 안에서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9일 삼성전자는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 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DS부문의 반도체 데이터와 미스트랄의 AI 모델 기술을 결합한 맞춤형 AI 모델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모델은 데이터 분석, 결함 예측, 공정 최적화 등에 단계적으로 적용되며, 삼성전자는 장기 협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미스트랄 AI에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 설계부터 결함 예측까지…삼성 '반도체 전용 AI' 만든다 이번 파트너십 체결은 한·프랑스 양국 정상회담 시점에 맞춰 이뤄졌다. 양사는 삼성전자 DS부문이 보유한 반도체 기술·제조 데이터와 미스트랄 AI의 고효율 언어모델 기술을 결합해 '반도체 특화 AI'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미스트랄의 대형언어모델(LLM) '미스트랄 라지(Mistral Large)' 등을 활용해 DS부문 데이터에 최적화된 자체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반도체 설계·제조 현장의 데이터 분석과 결함 예측, 공정 최적화에 순차 적용해 개발 기간을 줄이고 제조 효율과 품질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핵심은 이 AI 모델을 외부 클라우드가 아닌 삼성전자 내부 인프라에서 직접 운영하는 '온프레미스' 방식으로 구현한다는 점이다. 국가 핵심 기술로 분류되는 반도체 관련 데이터를 외부로 옮기지 않고도 안전하게 AI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이다. 협력 범위는 메모리·파운드리·로직 등 DS부문 전반으로 확대된다. 이후 고객사와 협력사까지 아우르는 AI 기반 반도체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은 “반도체 설계와 제조의 복잡성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안전하고 정교하게 활용하는 AI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미스트랄 AI와 함께 반도체 산업에 특화된 AI 모델과 플랫폼을 구축해 AI 기반 반도체 혁신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구글 딥마인드와 메타 출신 연구진이 세운 미스트랄 AI를 이끄는 아르튀르 멘쉬 CEO는 “반도체에서부터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AI는 첨단 기술의 생성을 재정의하고 있다"며 “미스트랄 AI의 반도체 역량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협력하게 돼 기쁘다"고 화답했다. ◇ 오픈AI→앤트로픽→미스트랄…삼성 'AI 동맹' 잇는다 이번 투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잇따라 성사시킨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력 확대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Open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대규모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의 전략적 메모리 파트너로 참여해 고성능·저전력 메모리를 공급하기로 한 바 있다. 올해 5월에는 앤트로픽(Anthropic)의 '시리즈 H' 투자에 참여했고, 앤트로픽은 삼성전자를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로 명시했다. 여기에 이번 미스트랄 AI 투자까지 더해지면서 삼성전자는 메모리·로직·파운드리 역량을 매개로 글로벌 프런티어 AI 기업들과의 접점을 계속 넓혀가는 모양새다. 이 같은 행보의 배경에는 AI 산업이 모델 개발 중심에서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산업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빅테크 기업의 2026년 AI 인프라 투자액이 6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IDC는 전 세계 AI 인프라 지출이 2026년 4970억 달러에서 2030년 1조21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3나노·2나노급 첨단공정으로 미세화가 진행되면서 수율 확보를 위한 복합적인 공정·장비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글로벌 반도체산업협회 SEMI는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이런 흐름에 맞춰 결함 예측과 공정 제어 등 제조 현장에 AI를 조기에 도입해 경쟁사보다 앞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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