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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AI, 사회문제 해결•성장 도구로 활용해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을 사회문제 해결과 새로운 성장의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성장 속에서 사회적 비용이 커지는 만큼 기업과 정부, 금융권이 기술과 자본을 결합해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 회장은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에서 “지금 대한민국의 문제는 사회적 비용은 증가하고 있는데 경제 성장은 더뎌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해 사회적 비용 자체를 낮추는 것이 건강한 사회,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AI와 사회적 가치가 만나는 지점에 사회적 성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가 그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구체화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의 발언은 AI를 기업의 생산성 향상 수단에만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돌봄과 장애인 고용, 청년 일자리, 지역소멸 등 정부와 시장이 쉽게 풀지 못한 문제에 AI를 적용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시장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상의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생각을 넘어 행동으로, 문제를 넘어 해결로'다. 전시장은 협력, 혁신·환경, 지역, 사회 등 4개 영역으로 구성됐으며 기업과 공공기관, 사회적기업 등이 300여개 부스를 운영한다. 주최 측은 22일까지 약 1만5000명이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은 AI를 활용한 돌봄과 인재 육성, 지역문제 해결 사례를 소개했다. SK텔레콤은 보이스피싱 예방과 금융사고 탐지, 취약계층 돌봄 등 AI 기술을 사회문제 해결에 적용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기업과 정부, 금융기관, 재단, 사회적경제 조직 관계자 약 150명이 참여한 '리더스 서밋'에서는 '자본은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키우는가'를 주제로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투자 구조와 민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대한상의는 일회성 캠페인이나 기부를 넘어 기업의 기술·사업 역량과 민간 자본이 사회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협업 모델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행사는 22일까지 이어진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제이오션중공업, 탱커선 6척 건조의향서 체결…올해 누적 10척

군산조선소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제이오션중공업이 총 6척 규모로 유조선(탱커) 신조 물량을 확보했다. 제이오션중공업은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사와 15만7000톤(t)급 원유운반선 2척과 11만4000t급 원유·석유화학제품운반선 4척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LOI 체결로 제이오션중공업이 확보한 건조 예정 탱커 물량은 총 10척까지 확대됐다. 앞서 회사는 지난 6월 11만4000톤급 원유·석유화학제품운반선 4척 규모 LOI를 체결한 바 있다. 이로써 지난 6월께 HD현대중공업과 자산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이후, 후속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제이오션중공업은 절차가 끝나기 전부터 선제적 물량 확보에 성공했다. 특히 군산조선소 인수에 중추적 역할을 한 차정훈 회장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어지면서 운영 정상화는 물론, 해외 선주사들의 추가 발주 문의도 이어지고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지역사회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제이오션중공업 측은 설명했다. 제이오션중공업은 이번 수주 배경을 두고 군산조선소의 초대형 선박 건조 능력에 더해, '빠른 납기' 역량이 크게 작용했다고 지목했다. 선박을 조기 인도해 운항에 투입하는 것이 해운업체에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회사의 생산 여력과 효율적인 공정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납기를 제시한 것이 수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실제 제이오션중공업은 지난 3월 모기업인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과 HD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 자산 양수도 합의각서를 맺은 이후부터 군산조선소의 인프라와 경쟁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군산조선소에 완성선 수주잔량이 없어 신속한 납기가 가능한 만큼, 선주사가 원하는 시점에 선박을 적기 인도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번에 체결한 두 선형 모두 HJ중공업 자체 개발한 차세대 선형으로, 특히 11만4000t급 원유·석유화학제품운반선의 경우 국제해사기구의 환경 규제를 충족하는 동시에 원유와 석유제품을 선별 운송할 수 있도록 설계함으로써 해운사가 시장 수요에 따라 효율성과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제이오션중공업 관계자는 “군산조선소의 부활을 기다려 온 군산과 전북 지역 시민들의 성원과 대주주 지원에 힘입어 올해만 건조 예정 물량 10척을 확보했다"며 “RG 발급과 야드·설비 재정비, 인력 확충 등 할 일이 많지만, 군산조선소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파업 중단했지만 협상도 멈춰…포스코·HD현대중 추석 전 타결 ‘불투명’

철강과 조선업계의 부분파업이 일단 멈췄지만 임금협상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노조는 이날 오전 7시 닷새간의 부분파업을 끝냈고,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지난 18일 예정된 파업을 마쳤다. 두 회사 모두 파업 기간 대규모 생산 차질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노사 간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앞서 포스코 노조는 지난 16일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과 광양제철소 4열연공장 등을 대상으로 120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18일부터는 포항 1열연공장과 광양 3열연공장 등으로 대상을 넓혔다. 회사는 가용 인력을 투입해 제철소 가동에 차질이 없었다고 밝혔다. 파업 참가 규모를 놓고는 노조가 대상 조합원의 평균 참여율을 92%로 추산한 반면, 회사는 확대 이후 포항과 광양에서 각각 100명대가 참여한 것으로 파악했다. 파업은 끝났지만 교섭 재개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포스코 노사는 지난 15일 협상을 중단한 뒤 파업 기간 추가 교섭을 하지 않았다. 노조는 22일 오전 7시까지 회사 제안을 기다릴 방침이다. 진전이 없으면 노조 선거관리위원회 지침에 따라 새 집행부가 선출되는 10월 2일까지 파업과 교섭을 모두 중지한다. 그 경우 추석 전 타결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양측의 제시안도 벌어져 있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등을 요구한다. 회사가 제시한 안은 기본급 2% 인상과 목표달성 격려금 350만원, 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 등이다. HD현대중공업은 교섭 중단이 더 분명해졌다. 노조는 집중 교섭에도 진전이 없자 지난 18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16∼18일 하루 7시간 부분파업을 벌였으며, 회사가 임금 인상 규모를 높인 추가안을 내놓아야 교섭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파업 참가로 인한 중대한 생산 차질은 확인되지 않았다. 쟁점은 조선업 호황의 성과를 임금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회사의 최근 제시안은 월 기본급 11만원 인상과 격려금 1000만원·200%, 상품권 50만원 지급이다. 노조는 일시적인 격려금보다 기본급 등 고정급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고정급 인상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실적에 따른 변동급 보상을 강조하고 있다. 노조가 추석 이후 투쟁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 두 사업장의 다음 분기점은 다르다. 포스코는 22일 오전까지 교섭 제안이 나오는지, HD현대중공업은 회사가 노조를 다시 협상장으로 불러들일 추가안을 내놓는지가 관건이다. 파업으로 공장이 멈추지는 않았지만, 협상 공백이 길어지면 추석 이후 갈등이 다시 커질 수 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파업이 끝났어도 임금과 성과배분을 둘러싼 입장 차이는 그대로다. 포스코는 새 집행부 선출로 교섭 공백이 길어질 수 있고, HD현대중공업은 회사의 추가 제시안이 나와야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삼성이 광주에 2400억 베팅한 이유…AI가 키운 ‘냉각시장’

삼성전자가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커지는 냉각·공조 시장을 잡기 위해 광주에 약 2400억원을 투자한다. 신규 생산라인은 삼성전자의 냉난방공조(HVAC) 사업이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필요한 생산 거점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사업장에서 플랙트그룹 HVAC 생산라인 착공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노태문 DX부문 대표이사 사장과 토비아스 케텔레 플랙트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안도걸 전남광주통합특별시당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광주사업장 제3캠퍼스에 연면적 2만1800㎡(6600평) 규모의 생산라인을 짓는다. 투자 규모는 2400억원이다. 2028년 초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며,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의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를 전담한다. 투자의 배경에는 AI 서버의 발열 급증이 있다. 최신 AI 칩의 열설계전력(TDP)은 1kW를 넘어섰고, 서버 랙 하나가 쓰는 전력은 수백kW에 이른다. 데이터센터 전문 인증기관 업타임인스티튜트는 랙 전력이 150kW에 근접하거나 넘으면 액체냉각이 필수라고 설명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AI 서버의 액체냉각 적용 비중은 2023년 33%에서 2024년 53%로 뛰었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그룹은 글로벌 액체냉각 장비 시장이 2029년 70억 달러(1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이 시장 진입을 위해 인수합병(M&A)을 택했다. 2025년 11월 독일 플랙트그룹을 15억 유로에 인수했으며, 이는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최대 규모 M&A다. 경쟁사인 LG전자가 HVAC 사업을 단계적으로 넓히며 2030년까지 HVAC 매출 20조원을 목표로 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인수를 통해 진입 속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신규 생산라인은 플랙트그룹의 15번째 글로벌 생산거점이다. AI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제조시설, 대형 상업시설의 공조 수요까지 폭넓게 겨냥한다. 삼성전자가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직접 생산·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이곳에서는 △냉각수 분배장치(CDU) △팬 월 유닛(FWU) △컴퓨터룸 공기 처리 장치(CRAH) △대형 건축물용 공기조화기(AHU) 등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냉각·중앙공조 장비를 만든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축적해 온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높은 품질과 신뢰도가 요구되는 산업용 HVAC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제품 개발부터 생산, 설치, 유지보수가 긴밀하게 연계되는 사업 체계를 구축해 고객사 요구에 신속하고 정교하게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착공부터 완공, 양산 안정화 단계까지 안전 관리에 나서는 한편, 지역 인재 채용·육성과 협력회사와의 동반성장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노태문 사장은 “이번 플랙트그룹 신규 생산라인 착공은 회사의 핵심 성장동력인 HVAC 사업의 도약을 위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광주사업장을 AI 가전과 차세대 HVAC 솔루션을 함께 생산하는 첨단 제조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중고차값 뚝뚝 떨어지는데…테슬라, 나홀로 ‘시세 역주행’

중고차 시세가 전반적으로 하락했지만 테슬라 모델Y와 모델3의 시세는 2개월 연속 올랐다. 특히 모델Y는 9월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에 따르면 9월 중고차 시세를 분석한 결과 주요 모델의 평균 시세는 전월보다 0.82% 하락했다. 국산차는 0.95%, 수입차는 0.65% 떨어졌다. 다만 지난 8월 국산차와 수입차 시세가 각각 1.77%, 0.99%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낙폭은 줄었다. 이번 조사는 엔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2023년식 인기 차종의 중고차 시세를 분석한 결과다. 주행거리 6만㎞, 무사고 차량을 기준으로 현대차·기아·르노코리아·KG모빌리티 등 국산 브랜드와 벤츠·BMW·아우디 등 수입 브랜드의 주요 모델을 조사했다. 테슬라 모델Y 롱 레인지 AWD는 전월 대비 4.31% 올라 조사 대상 모델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지난 8월 3.05% 상승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오름세다. 모델3 롱 레인지 AWD도 2.24% 올라 두 달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앞서 모델Y는 지난 8월 국내 전체 내수 판매에서 국산·수입차를 통틀어 1위에 오르며 신차 시장에도 강세를 보였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기아 더 뉴 쏘렌토 4세대 HEV 1.6 2WD 그래비티는 전월보다 0.30% 올라 2개월 연속 상승했다. 현대 싼타페 HEV 1.6 2WD 캘리그래피는 1.50% 상승하며 지난달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전환했다. 렉서스 ES300h 7세대 이그제큐티브도 0.25% 올라 2개월 연속 상승했다. 반면 국산 SUV·RV 일부 모델은 하락세가 이어졌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1.2 LT 플러스가 3.44% 떨어져 국산차 중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기아 카니발 4세대 9인승 프레스티지는 1.78%, KG모빌리티 토레스 1.5 2WD T7은 1.38% 하락했다. 세단은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작았다. 제네시스 G80 2.5 터보 AWD는 0.11% 상승했고, 기아 K5 3세대 2.0 노블레스는 0.03% 하락했다. 수입 세단에서는 BMW 520i M 스포츠가 0.29% 상승했지만 메르세데스-벤츠 E350 4MATIC 익스클루시브는 3.33% 하락했다. 수입 SUV는 모델별로 등락이 엇갈렸다. 아우디 Q5 45 TFSI 콰트로 프리미엄은 3.85% 상승한 반면 메르세데스-벤츠 GLE450 4MATIC은 3.53%, BMW X5 xDrive 30d xLine은 2.98%, 볼보 XC60 B5 얼티메이트 브라이트는 2.93% 하락했다. 엔카 관계자는 “9월은 여름철 비수기를 지나 중고차 구매 수요가 다시 늘어나는 시기로, 전월보다 시세 하락폭이 줄고 일부 인기 모델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났다"며 “가을철 성수기 수요가 이어지면서 향후 시세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차 어때] “세단인가 SUV인가”…볼보 ES90, ‘경계’에서 찾은 플래그십의 정답

“이 차의 가치는 종이에 적혀 있는 숫자와 스펙이 아니라, 차량에 탑승하는 순간 경험하게 될 것들에 있습니다." 지난 16일 열린 볼보자동차코리아 'ES90 시승 행사'에서 정승원 프로덕트 매니저는 ES90의 진가를 자신했다. 이날 서울 강서구 마곡에서 포천까지 120km를 직접 달려보니 과언은 아니었다. 450마력의 넉넉한 출력과 5.4초의 가속 성능, 3단계 조절 에어서스펜션, 제원표에 적힌 숫자들을 고스란히 '체감'할 수 있었다. 여기에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드러운 주행감각과 정숙성, 라운지에 있는 듯한 편안한 실내 환경까지, 볼보가 강조한 '세단의 편안함과 SUV의 실용성'을 한 차에 담아낸 플래그십 세단이었다.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투톤으로 구성된 스티어링 휠이다. 그 뒤로 화이트톤의 우드 인레이가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며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낸다. 운전석을 향해 부드럽게 휘어진 대시보드는 짧게 올라간 형태여서 답답한 느낌이 없고, 중앙에는 세로형 디스플레이 하나만 자리해 깔끔하다. 음량 등을 조절하는 손가락 세 마디 정도 크기의 작은 바 형태 버튼을 제외하면 그 어떤 물리 버튼도 없이 매끈하게 정돈돼있다. 그러면서도 비상등처럼 주행 중 즉각적인 조작이 필요한 기능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천장에 물리 버튼으로 배치했다.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정숙성을 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시동을 걸고 출발했지만 전기차에서 흔히 들리는 모터의 '위잉' 하는 구동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지하 4층에서 경사진 코너를 돌아 지상으로 올라오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주차장 바닥에 물이 살짝 고여있어 타이어가 미끄러지며 젖은 노면을 긁는 소리가 날 법했지만, 실내에서는 이마저도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이날 여러 대의 차량이 지하주차장에서 함께 움직였는데도 모터와 노면에서 발생하는 소리, 주변 차량의 소음까지 한 번 걸러낸 듯 지상으로 올라가는 내내 실내가 차분했다. 밖으로 나와 주행을 시작하자 확실히 플래그쉽 세단이라는 게 와닿았다. A필러가 비교적 낮게 누워 있어 처음에는 전방 시야가 살짝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시트 높이를 조금 올리자 시야가 금세 편해졌다. ES90은 전장 5000㎜, 휠베이스 3102㎜의 대형 차체에 트윈모터 울트라 기준 공차중량이 2545㎏에 달한다. 그럼에도 큰 차를 모는 듯한 둔중함보다는 차체 중심이 낮게 잡힌 듯한 안정감이 먼저 느껴졌다. 특히 코너에서는 그 묵직함이 오히려 장점이었다. 가장 부드러운 서스펜션 설정에서도 차체가 노면에 단단히 붙어있는 듯 바깥쪽으로 쏠리는 롤링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볼보는 ES90의 액티브 에어서스펜션이 차량과 노면, 운전자 상태를 초당 500회 모니터링해 피치와 롤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정숙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속도를 110키로까지 올렸는데도 풍절음이 크게 들리지 않았고, 옆 차로에서 울린 클락션 소리도 한 겹의 막을 거친 듯 작게 들렸다. 바로 옆으로 화물차가 지나갈 때도 대형 차량에서 흔히 느껴지는 '덜컥' 하는 진동이나 타이어가 노면을 타고 지나가는 마찰음이 크게 유입되지 않았다. 볼보는 ES90의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어쿠스틱 글라스와 모터 소음 흡수 기술 등을 적용했다. 실제 주행에서도 이런 차음 설계가 체감됐다. 시속 65㎞에서 실내 소음이 55.6dB 수준이라는 설명이 무색하지 않았다. 가속감은 퍼포먼스 모드에서 확실히 살아났다. 가속페달을 밟자 2.5t이 넘는 차체가 조용하게 속도를 끌어올렸다. 전기차 특유의 '휙' 하고 튀어나가는 느낌이나 거친 모터음은 전혀 없었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도 없었다. 시속 80㎞에서 150㎞까지도 체감상 5초 안팎에 도달할 만큼 가속이 빠르게 이어졌다. 시속 150㎞를 살짝 넘어선 상황에서도 차체가 흔들림 없이 매끄럽게 속도를 이어갔다. 속도계가 빠르게 올라갈 뿐 주행 자체는 놀랄만큼 차분했다. 주행모드를 바꿔가며 왕복 120㎞를 달린 뒤 최종 전비는 14.7㎾h/100㎞, 꽤나 양호한 수치를 기록했다. 음성인식 기능인 '아리아'도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빨랐다. 운전석에서 “아리아, 에어컨 제일 시원하게 틀어줘"라고 말하자 “운전석 온도를 조절할게요"라고 답하며 곧바로 최저 온도로 설정했다. 운전석에서 명령하면 운전석을, 조수석에서는 조수석을, 뒷좌석에서는 뒷좌석을 조작했다. 열 번 정도 아리아를 불러보는 동안 한 번도 엉뚱한 좌석을 조작하지 않았다. 음성이 나온 위치에 따라 어느 좌석의 기능을 조작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구분해냈다. 아리아로 오디오 성능도 확인했다. “아리아, 노래 틀어줘"라고 하자, 차량에 탑재된 'FLO'가 바로 실행되며 음악이 재생됐다. ES90 울트라 트림에는 25개 스피커와 1610W 출력을 내는 Bowers & Wilkins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된다. 음악을 틀자 가장 먼저 느껴진 건 저음이었다. 베이스가 뭉개지지 않고 또렷하게 잡히면서도 과하게 울리지 않았다. 소리가 실내 전체로 넓게 퍼지면서도, 작은 음량에서도 악기나 보컬 등 세부적인 소리가 비교적 또렷하게 들렸다. 주차 후에는 적재공간도 확인했다. 앞 보닛 아래에 마련된 프렁크의 적재 용량은 27ℓ로 다소 작은 편이지만, 트렁크가 이를 만회한다. 실제로 26인치, 24인치, 23인치, 20인치 캐리어 다섯 개와 보스턴백 2개를 함께 실을 수 있었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409ℓ이다. 세단이지만 SUV 못지않게 트렁크 활용도를 높인 것이다. ES90은 세단 형태의 차체에 리프트백 구조를 적용해 넓은 개구부를 확보했다. 2열을 접으면 적재량이 최대 1445ℓ까지 늘어나 부피가 큰 짐을 싣는 데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뒷좌석의 승차감을 확인했다. 조수석과 운전석을 편하게 조정한 상태에서도 성인 여성이 다리를 180도 뻗을 수 있을 만큼 공간이 넉넉했다. 긴 휠베이스 덕분에 조수석의 레그룸은 899㎜에 달한다. 등받이도 리클라이너 기능을 이용해 뒤로 젖힐 수 있어 편안한 자세를 만들 수 있었다. 서스펜션 역시 운전석이나 조수석보다 오히려 뒷좌석에서 더 만족스러웠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진동이 앞열보다 덜했고,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도 충격을 한 번 부드럽게 다듬어낸 듯 '달칵'하고 넘어갔다. 앞좌석보다 뒷좌석이 더 말랑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가격은 7294만원부터다. 싱글모터 ER 플러스가 7294만원, 싱글모터 ER 울트라 8055만원, 트윈모터 플러스 7960만원, 트윈모터 울트라 8741만원, 트윈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9541만원이다. 시승한 트윈모터 울트라 모델에 에어서스펜션을 선택하면 9041만원으로 가격이 올라간다. 결코 가벼운 가격은 아니지만, 동급이라 할 수 있는 아우디 A6 e-tron과 메르세데스-벤츠 EQE 등의 시작가가 9000만원대~1억원대부터 형성돼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합리적인 편이다. 여기에 싱글모터 ER과 트윈모터 플러스 등 일부 트림은 서울시 기준 최대 220만원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구자은 LS 회장 “AI 시대, 변화의 속도를 누구보다 먼저 즐겨야”

LS그룹이 AI 기술을 통한 실질적인 사업 성과 창출을 선언하며 그룹 차원의 혁신 성과 공유에 나섰다. LS그룹은 18일 안양 LS타워에서 'AI into Business Impact(AI 탐색을 넘어 사업 성과 창출)'를 주제로 '제5회 LS Future Day(퓨처데이)'를 개최했다. 2022년 구자은 회장 취임과 함께 시작된 LS 퓨처데이는 신사업 아이디어와 R&D, 업무 혁신 성과를 공유하는 그룹의 대표 연례행사다. 올해는 구자은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CEO, C-Level 임원진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축적된 기술 역량을 실제 사업에 적용해 생산성과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날 행사에서는 'AI 기반 케이블 제조 마이스터', 'AI 데이터센터용 고신뢰 전력보호 플랫폼' 등 19개 신사업·혁신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특히 참가자들은 AI 코딩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시제품(MVP)으로 구현하고 고객 경험 시나리오 영상까지 AI로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된 임직원은 'LS Futurist'로 선발되어 내년 중국 주요 산업도시 탐방 및 현지 기업 벤치마킹 기회를 얻게 된다. 구자은 회장은 격려사에서 “어제의 공상과학이 오늘의 현실이 되고, 오늘의 신기술이 내일이면 평범한 기술이 되는 시대"라며 “변화의 속도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 속도를 누구보다 먼저 즐기는 LS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무실과 제조 현장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제품과 서비스에 AI를 더해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오후에 열린 'LS 퓨처포럼'에서는 윤송이 PVP 대표, 윤성로 서울대 교수, 김장현 BCG 파트너,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 등이 연사로 나서 리더십, 사업·재무 전략, 피지컬 AI 시대 제조업의 미래 등 다양한 세션을 통해 산업 현장의 AI 적용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한편, LS 퓨처데이는 지난 5년간 배터리, 차세대 전력 솔루션, AI 분야에서 500개 이상의 미래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해 왔다. 실제로 LS일렉트릭의 '태양광발전 통합 서비스 플랫폼'이 제품으로 출시된 바 있으며, LS엠트론의 북미 맞춤형 소형 트랙터 개발 등 7개 과제가 현재 사업화 절차를 진행 중이다. LS그룹은 앞으로도 혁신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계열사 간 AI 시너지를 넓혀갈 방침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현장] 눈앞에 선 피프티피프티, 표정 읽고 곡 쓰는 AI…K팝에 기술 입힌 DDP

VR 헤드셋을 쓰고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자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고개를 돌리자 무대가 360도로 펼쳐졌다. 손을 뻗으면 가상 공간도 반응했다. 한자리에 서서 영상을 보는 기존 VR과 달리 관람객이 직접 공간을 걸으며 K팝 콘텐츠 속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지난 1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엔터테크 서울 2026'. 전시장에서는 AI와 VR, AR이 K팝을 즐기는 방식을 바꾸고 있었다. 무대 바로 앞에서 공연을 보는 듯한 VR부터 관람객의 표정을 읽고 곡을 만드는 AI까지 다양한 체험이 이어졌다. 피프티피프티의 세계관을 구현한 LBE(Location-Based Entertainment) VR은 정해진 공간 안에서 이용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추적해 가상 콘텐츠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다. 관람객은 피프티피프티의 세계관을 담은 공간을 직접 이동하며 360도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 있다. 헤드셋은 관람객의 위치뿐 아니라 손의 움직임까지 인식했다. 앞으로 걸으면 가상 공간에서도 시점이 움직였고, 손을 움직이면 화면 속 콘텐츠가 이에 맞춰 반응했다. 체험을 선보인 VRUNCH의 한승관 미디어팀 팀장은 “이전 VR이 한자리에 서서 감상하는 방식이었다면 LBE는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도 LBE 기술은 있었지만 최근 HMD(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 성능이 높아지면서 상용화가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VRUNCH는 현재 기업간거래(B2B) 방식으로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소비자 대상 사업도 준비 중이다. 한 팀장은 “행사에 나가면 하루 약 300명이 체험한다"고 말했다. 30대 관람객 이상연 씨는 “사람이 실제로 앞에서 눈을 마주치는 느낌이 들어 신기했다"며 “상상했던 것보다 현실감이 높았다"고 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그는 “기기가 얼굴에 완전히 밀착되지 않아 코 사이로 바깥이 조금 보였고 소리도 작아 몰입이 깨졌다"고 말했다. 돈을 내고 다시 이용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영화관 정도의 가치는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 공연장도 VR로…AI는 얼굴 보고 곡 만들었다 몇 걸음 떨어진 SM 아티스트 VR 체험존에서는 또 다른 방식의 K팝 공연이 펼쳐졌다. 정해진 시간마다 표를 받은 관람객들이 VR 기기를 착용하고 자리에 앉았다. 약 30분 동안 에스파 뮤직비디오 한 편과 콘서트 영상 6편이 이어졌다. 고개를 돌리면 무대와 객석이 함께 움직였다. 아티스트가 가까이 다가오는 장면에서는 실제 공연장 맨 앞줄에서 무대를 보는 듯했다. 현실 공연장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거리와 시점을 VR로 구현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 프로그램을 아티스트와의 근접감과 몰입감을 높인 체험으로 소개했다. 한계도 보였다. 일부 영상이 순간적으로 끊기면서 공연을 보는 듯 이어지던 몰입감도 함께 끊겼다. AI 피아노 앞에서는 관람객의 얼굴과 움직임이 곧바로 음악의 재료가 됐다. 관람객이 카메라 앞에 서자 AI가 표정과 움직임을 분석했다. 촬영을 마치고 약 5초가 지나자 분석 결과에 맞춘 음악이 만들어졌고, 옆에 놓인 피아노 건반이 움직이며 곡을 연주했다. 체험한 엄가슬씨(21)는 “AI가 표정과 움직임을 분석하는 것이 신기했다"면서도 “사람마다 나오는 설명이 비슷한 것 같았다. 결과가 개인별로 더 구체적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AR 글래스 체험존에서는 안경 형태의 기기를 스마트폰에 연결하자 눈앞에 영상이 떠올랐다. 고개와 시선을 움직여도 화면이 따라왔고 별도의 이어폰 없이 안경 자체에서 소리도 나왔다. 기존 안경 위에 덧쓰는 것도 가능했다. 주최 측은 2D 영상을 3D 공간 콘텐츠로 변환해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 컨퍼런스서 '체험형 축제'로…K팝 전면에 올해 행사가 지난해와 가장 달라진 점은 체험 공간의 확대다. 주최 측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컨퍼런스 비중이 높고 전시 체험은 많지 않았다. 올해는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늘리고 K팝 관련 콘텐츠를 전면에 배치했다. 올해 행사에는 53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사전등록자는 약 1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시장에는 K팝 아이돌 데뷔 체험, SM 아티스트 VR, K팝 쇼케이스, AI 피아노 작곡, AR 글래스, 82MAJOR 인터랙티브월, K스타일, 피프티피프티 LBE 등 8개 체험존이 마련됐다. 행사 범위도 넓어졌다. 서울시는 올해 엔터테크 서울과 게임 e스포츠 서울을 함께 열고 SPP 국제콘텐츠마켓을 연계했다. 전시와 체험뿐 아니라 콘텐츠 기업의 투자 상담과 해외 진출까지 한 행사 안에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개막식에서 “AI는 창작의 방식을 바꾸고 있고 XR은 무대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어가고 있다"며 “K팝은 기술과 IP, 플랫폼, 글로벌 팬덤이 결합한 융합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과 창작자, 기술과 자본, 글로벌 팬덤이 가장 밀도 있게 연결되는 곳이 바로 서울"이라며 “창작자와 기업의 아이디어가 기술과 만나 세계적인 콘텐츠로 성장하고 더 큰 시장 기회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산업 생태계를 탄탄하게 갖춰 나가겠다"고 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수진 인턴기자

국방 R&D 시연회서 드론 추락…‘실패’인가 ‘혁신 과정’인가

국방부 주관 기술 시연회에서 무인기가 연이어 추락하자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행사를 진행했느냐는 십자포화에 가까운 날선 비난이 당국과 기업들을 향하고 있다. 일부 성공적인 시연 사례도 있었으나 아직도 무기체계 연구·개발(R&D) 단계의 시행착오를 결과적 실패로 규정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19일 방산업계와 전문가들은 흠결 없는 성과만을 요구하는 '압축 성장' 패러다임이 연구 현장의 보신주의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미국·일본 등 선도국처럼 실패를 데이터 축적 과정으로 수용하고 '성실 수행 인정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등 인식과 제도의 전환이 요구된다. 지난 16일 국방부 주관으로 경기 포천 승진 훈련장에서 '2026 국방 드론 기술전'이 개최됐다. 이 행사에는 주한 미군·해외 방산 관계자 등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 방산업체들의 무인기 기술 시연이 진행됐다. 이날 시연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기술적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대한항공은 독자 기술로 자체 개발한 인공 지능(AI) 기반 무인기 22대의 자율 군집 비행·군집 동시 타격을 선보였다. AI 기반 실시간 자동 표적 식별(ATR) 기술을 적용한 선두 드론 2대가 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10대는 적 방공망 교란을, 나머지 10대는 표적에 수직 강하해 정밀 타격을 완료했다. 또한 AI가 무인기 상태와 임무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음성으로 중계하는 'AI 기반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용하며 1인이 다수의 무인기를 통제하는 역량을 입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무인기 기업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과 공동 개발 중인 단거리 이착륙(STOL) 무인기 '모하비'의 국내 모의 전투 비행을 실시했다. 모하비는 450마력급 터보 프롭 엔진과 고양력 장치를 장착해 폭이 좁은 전차 기동로에서 200m 미만 이륙, 100m대 착륙을 기록했다. 국토 대부분이 산악 지형인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야전 운용 능력을 평가받았고 양산 시 국내 생산 비중을 70% 이상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연회 전체 결과는 이와 달랐다. 당일 계획된 17개 임무 중 6개가 실패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AI 고속제트무인기 1호기는 사출 직후 지상으로 추락했고 2호기는 비행 중 통신이 단절되며 제어 불능 상태에 빠졌다. 중소 방산업체들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직충돌 드론·요격 드론 역시 비행 고도를 잃거나 표적 타격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동원된 12개의 민간 드론 중 5개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해당 기체들은 전력화가 완료된 양산품이 아닌 기술적 한계를 검증하는 R&D 시험 비행 단계의 시제품이었다. 통제되지 않은 주파수 간섭 환경에서 기체가 오작동을 일으킨 데이터를 실측한 것은 향후 전자전(EW) 상황 대비·항재밍(Anti-jamming) 능력 보완을 위한 귀중한 실측 자료로 활용된다. 그러나 시연 직후 언론과 여론은 이를 '기술적 망신'으로 규정하고 비판을 가했다. 결함을 찾아가는 정상적인 R&D 과정의 시행착오를 결과적 실패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기체의 시연이 대한항공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처럼 됐다면 아름다운 그림이었겠지만 실제 무기체계 연구·개발(R&D) 현장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라며 “준비가 안 됐다며 야유를 퍼부으며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언론의 행태는 분명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단기간에 무결점의 성과를 요구해 온 한국의 '압축 성장' 패러다임을 꼽는다. 현재 국가 R&D 사업 성공률은 99%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연구진이 감사·징계를 회피하기 위해 달성 가능한 하향식 목표만을 설정하는 보신주의적 구조를 반영한다. 국방 분야에서는 사업 초기부터 작전 요구 성능(ROC)을 보수적으로 설정하게 돼 장기간의 체계 개발이 끝난 시점에는 변화된 글로벌 기술 환경에 부합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로 이어진다. 반면 글로벌 항공·우주·방산 선도국들은 R&D 과정의 실패를 필수 데이터 획득 과정으로 포용하고 있다.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2023년 대형 로켓 '스타십'의 첫 궤도 비행 중 발생한 공중 폭발을 '성공적인 실패'로 규정했다. 기체 파괴 전 획득한 원격 측정 데이터(Telemetry data)를 바탕으로 수냉식 시스템과 핫 스테이징 방식을 설계에 즉각 반영하며 혁신 속도를 높였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안전한 프로젝트를 실패로 간주하는 극단적인 위험 수용 문화를 유지한다. 스텔스 폭격기 F-117 개발 당시 시제기 '해브 블루' 두 대의 연이은 추락 과정에서 확보한 레이더 반사 면적(RCS) 실측 데이터를 통해 스텔스 설계를 실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실전 배치 자산의 상실 앞에서도 실용주의적 기조를 보였다. 최근 일본 항공자위대에 실전 배치된 1000억 원 규모의 무인 정찰기 RQ-4B 글로벌 호크 1대가 임무 중 동해상에 추락했지만 방위성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원인 규명에 착수하는 한편, 이미 계획된 민간 대(對)드론 방어 체계 실전 배치 평가는 일정의 흔들림 없이 강행했다. 우리 정부도 R&D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2024년 1월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 일부 개정안을 시행했다. 연구 수행 과정의 성실성이 인정되면 과제가 실패하더라도 사업비 환수·참여 제한 등의 제재 처분을 100% 전면 감면할 수 있도록 '성실 수행 인정 제도'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그러나 연구 현장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에 구조적 한계를 제기하고 있다. 성실성 판정 기준이 정성적이고 주관적이고 행정부의 제재 감면 승인 이후에도 감사원 등 외부 사정 기관의 사후 감사가 독립적으로 이뤄져 실무진이 특혜 논란을 우려해 면책 결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맹점이 있다. 아울러 성실 실패로 인정된 과제의 실패 원인 분석 데이터(Raw Data)가 후속 연구를 위한 지식 기반 정보 체계(DB)로 연계되지 못하고 행정 서류로 소모되는 실태도 개선 과제로 거론된다. 첨단 국방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문가들은 과제 평가 기준을 시제기의 정상 작동 유무 중심에서 '한계 상황에서의 유의미한 실측 데이터 획득'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또한 기술 준비 수준(TRL) 도약 목표치가 높은 고위험 과제에 대해서는 명백한 위법 행위가 없는 한 제재를 우선 면제(Opt-out)하는 '네거티브 감찰 규제 방식'이 요구된다. 나아가 민간 방산 업체가 극한의 전자전 모사 환경을 상시 활용해 테스트와 알고리즘 수정을 빠르게 반복할 수 있는 오픈형 테스트 베드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시점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밤엔 이재용, 새벽엔 홍라희 자택 앞…삼성 DX 노조 ‘1인 시위’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 노조 간부가 이재용 회장 자택 앞 밤샘 텐트 농성에 이어 19일 오전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자택 앞에서 '고 삼성전자 DX 부문 추모' 피켓을 들고 '기습 1인 시위'를 벌였지만, 재계 반응은 싸늘하다. 차기 위원장 선거 위법성 논란과 다른 노조와의 법적 다툼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오너 일가의 자택까지 찾아가 관심을 돌리려 한다는 시각이 나오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방탄·뒷북 집회'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복수노조가 참여한 공동교섭단을 통해 올해 임금협상이 이미 최종 타결됐는데도 장외 투쟁에 나선 것은 노사 합의의 신의성실 원칙을 저버린 행위라는 것이다. 게다가 소통 창구를 열라는 요구가 내부 갈등에서 시선을 돌리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날 새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 인도. 회색 돌바닥 위에 갈색 텐트 한 동이 서 있었다. 옆에는 파란 천막 두 동이 붙어 있었고, 주황색 라바콘 사이로 붉은 소형 발전기와 기름통, 이동식 확성기가 놓여 있었다. 텐트 앞 나무 탁자에는 흰색 플라스틱 바구니가 포개져 있었다. 그 위에는 손으로 쓴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었다. 텐트 뒤편 현수막에는 노란 글씨로 '사람은 비용이 아닙니다, 삼성의 경쟁력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텐트 안은 단출했다. 야전침대 위에 침낭이 둘둘 말려 있었고, 검정 배낭과 접이식 의자가 곁에 놓였다. 검정 조끼 가슴팍에 '동행'이라는 글자를 단 백순안(44)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 정책기획국장이 침대 끝에 걸터앉아 있었다. 딱딱해 보이는 침대에서 자는 게 불편하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춥고, 모기가 많다"고 했다. 노숙에 가까운 생활을 가족이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는 “별로 좋아하지는 않죠"라고 했다. 업무 이후 시간을 쪼개 회장 집 앞에 텐트를 친 이유는 뜻밖에 애정 고백에서 시작했다. “저는 삼성전자를 정말 사랑해요." 네트워크사업부(수원)에서 26년째 일하는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삼성전자에 들어온 고졸 입사자다. 그가 보기에 삼성전자에는 더 좋은 조직문화와 경영진, 인재를 키울 역량이 충분한데 “제대로 된 소통을 못 한다"고 했다. 과거에는 노사협의회로 조직을 바꿔 보려 했지만 “겉모습은 바뀌나 속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10년 전 이미 “위태위태해 보였고", 그때 문제를 반영하지 못한 대가로 “착했던 연구원들이 이제 터진 것"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 집 앞 농성은 노사 갈등이 커질 때마다 반복돼 왔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올해 4월 총파업 가능성이 거론되자 이곳에 천막을 치고 20여일간 농성을 벌였다. 천막은 임금 협상이 마무리되고 나서야 철거됐다. 2022년에는 당시 부회장이던 이 회장의 자택 앞에서 임금교섭과 복리후생 개선을 요구하며 91일간 24시간 천막 농성이 이어졌다. '재충전 휴가 3일' 등 복리후생 개선안이 추가된 뒤에야 농성은 끝났다. 동행노조는 이번엔 조합원이 한 명씩 텐트를 지키는 방식을 택했다. 농성과 함께 집회, 1인 시위도 병행하기로 했고 종료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현재 이 회장 자택 앞에는 삼성전자 노조뿐 아니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도 일주일째 텐트를 치고 농성 중이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최근 다시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백 국장은 이재용 회장이 사태를 모른다고 본다. 문제를 제기한 지는 5월부터 넉 달이 넘었지만, 경영진이 나서 대화를 언급한 건 노태문 대표이사가 한 차례 “얘기해 보자"는 취지로 나선 것이 전부라고 했다. 수원과 서초 집회에 이어 한남까지 온 이유는 그래서 “알리기 위해서"다. 알았다면 “적어도 이러시지는 않으실 분"이라는 것이다. 근거로는 삼성의 보고 체계를 들었다. 서초 사업지원실 아래에 DX와 DS 부문별 경영지원실이 있고, 그 밑에 사업부와 개발·연구개발·제조 조직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매달린 구조인데,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경영지원실 상무는 결정 권한이 없다고 했다. 보고가 층층이 올라가는 사이 “정작 중요한 D는 빠지고 A, B, C만 전달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수원 집회 규모와 요구 사항이 위로 갈수록 축소되고 회사 입장에 맞게 다듬어진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날에는 회사 임원이 만류에 나섰다고 한다. 그는 “가족은 건드리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고 “당신들도 선을 지키지 않았는데 내가 뭘 지키느냐"고 맞받았다. 테이블을 마련하겠다는 답이 돌아왔지만 그는 조건을 달았다. 회사가 할 수 있는 것과 제안을 들고 나와야 하고, 수원 DX 경영지원실장이 나오면 거절하겠다는 것이다. 만나야 할 사람은 서초의 사업지원실장이라고 했다. 요구는 소박하다고 했다. 그동안 노조는 자사주 1000주(약 3억원) 수준의 보상을 요구해 왔지만 “그 정도 수준의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고 DX 부문 구성원들이 그 정도 기여는 있었다"고 했다. 그보다 먼저 받고 싶은 건 사과다. “사과할 사람들은 아니고요." 협상은 회사가 '못 준다, 너희가 좀 내놔라'는 식으로 나오는 한 시작조차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를 사탕에 빗댔다. 12명이 나눠야 할 사탕 한 봉지가 일부에게만 쏠린다는 것이다. 그는 회장에게 손편지도 썼다. 금박 민들레 그림이 찍힌 편지지에 손글씨로 이렇게 적었다. '존경하는 이재용 회장님, DX 부문과 DS 부문은 한 회사 한 몸입니다. 우리 직원들의 마음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이제 마음을 다독여 주세요.' 끝에는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 정책기획국장 백순안'이라고 적었다. '사람은 비용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내건 건 회사가 사람을 재원으로 “재단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2004년 군 복무를 마치고 복직해 환경안전 업무를 맡았던 그는 토·일에도 출근했고 밤 11시를 넘겨도 수당 없이 12시, 1시까지 일하던 시절을 기억한다. “그렇게 해서 TV도 핸드폰도 나온 것인데 서초는 그걸 모른다"고 했다. 밤을 텐트에서 보낸 그는 아침 일찍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자택 앞 골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르막을 따라 나뭇결 무늬가 그대로 남은 회갈색 널판 담장이 길게 이어졌고, 담장 위에는 산울타리와 나무가 얹혀 있었다. 작은 나무 쪽문 하나가 유일한 틈이었다. 그 앞에서 백 국장은 검은 리본에 흰 국화와 백합을 두른 영정 액자 모양 피켓을 들었다. 피켓에는 '추모 고 삼성전자 DX 부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담장이 얼마나 높으냐고 묻자 그는 “제 키가 170이니까 한 5m 되겠네요"라고 했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홍 명예관장의 자택 앞 시위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 그는 “감내하겠다"고 했다. 그는 “경영진 누군가가 소통만 해줬어도 이렇게까지 될 일이 아니었다. 그게 뭐가 어렵다고"라며 “소통을 하지 않아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홍 명예관장에게까지 호소해야 한다고 느낀 계기를 묻자 “소통을 해달라고 몇십 번을 얘기했는데도 어느 누구도 소통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화살을 이쪽으로 돌린 것"이라며 “저도 이러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홍 명예관장이 시위를 직접 보거나 메시지를 전달받길 원하느냐는 물음에는 “실제로 뵙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날 오전 7시 50분을 넘기자 그는 한 손에 마이크를 쥐고 발치의 휴대용 스피커를 켰다. 백씨는 마이크를 입에 대고 “노동조합 동행의 목소리를 들어 주십시오"라고 외쳤다. 그는 이재용 회장을 향해 “저 간신배들의 말에 속지 마시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며 “오늘도 새벽까지 밤을 새워 일하는 직원들을 살펴봐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날 스마트폰 소음측정 앱(연설 모드)으로 잰 소리는 오전 7시 54분 기준 69데시벨(dB-A)이었다. 동행노조는 이달 18일부터 30일까지 홍 명예관장 자택 앞 집회를 신고했다. 동행노조는 9월 중 홍 명예관장 자택 인근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27다길 일대에서도 노동자의 목소리를 알리는 소규모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동행노조의 이번 집회를 두고 노조 내부 문제에서 시선을 돌리려는 '방탄·뒷북 집회'라는 비판이 나온다. 차기 위원장 선거를 둘러싼 위법성 논란과 다른 노조와의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면을 전환하려는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이들은 동행노조가 차기 위원장 선거 위법성 논란 속에 지도부가 둘로 갈라졌다고 주장한다. 한쪽은 불법 선거라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냈고, 다른 쪽은 진정서 제출을 주도한 대의원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행노조 지도부가 초기업노조와 노선 갈등을 벌이는 과정에서 모바일 단체대화방을 통해 인신공격성 폭언과 욕설을 주고받았고, 두 노조 지도부 사이에 모욕죄·명예훼손 혐의 고소·고발이 오가며 사법 공방으로 번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 국장은 앞서 인터뷰에서 이번 행동이 “9월 말까지 임기"에 맞춘 1차 액션이며 10월부터는 다른 임원진이 이어받을 수 있다고 했다. '평화의무'를 둘러싼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복수노조가 참여한 공동교섭단을 통해 2026년도 임금협상을 최종 타결했고, 동행노조도 공동교섭단에 참여했다. 노동법 원칙상 유효한 단체·임금협약이 체결되면 협약 기간 중 이에 반하는 쟁의행위를 하지 않을 '평화의무'가 생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동행노조가 이미 서명한 임금협약을 뒤집고 장외 투쟁에 나서는 것은 협약 자치주의와 신의성실 원칙을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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