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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 ‘韓日경제연대’ 셔틀행보 빨라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우리나라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일본과 '경제 연대'가 필요하다는 지론을 일본 현지에서 설파했다. 9일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한일특별세션'의 발표자로 나선 최 회장은 “한·일 협력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며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하고 실행력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기반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닛케이포럼은 일본 유력 경제일간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주최하는 행사다. SK그룹과 최종현학술원은 닛케이와 협업해 올해 처음으로 '한일특별세션'을 만들었다. 현장에는 한·일 정재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24년 닛케이포럼에서 '한일경제연대'라는 단어를 처음 제시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세계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가깝고도 먼' 한·일 양국이 '경제통합' 수준으로 덩치를 키우면 강대국과 대등한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한·일 경제연대론의 핵심 줄기다. 최 회장은 이날 발표에서 △에너지 △AI △저출산 대응을 두 나라가 함께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양국이) 중동 이외 지역 에너지 공동개발과 첨단소재, 대체 배터리 공동연구는 물론, 소형모듈원전(SMR) 등 미래 에너지 분야에 함께 진출해 국제 표준 형성을 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중국의 기술 패권 속에서 한·일이 규모의 경제와 협상력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며 “데이터 공유와 공동 인프라 개발, 규범 표준화로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특정국가에 대한 의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양국 사회의 구조적 위기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4월 출범한 '한·일 저출산 대책위원회'를 소개하면서 “민간 차원에서 육아 환경과 기업 문화, 노동시장 구조 등을 함께 연구하고 신속히 실천 모델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재계는 최 회장이 2024년 한일경제연대 화두를 처음 던지 이후 현재까지 양국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인구 감소, 자유무역 질서 위협,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 등 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우리 국회에서도 한·일 협력을 '경제통합'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창하며 국내 분위기 조성에 앞장 섰다. 지난 4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중 AI기술 패권 속 대한민국 성장전략' 세미나 특별강연을 맡아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한국도 '경제 덩치'를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일본과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자리에서도 최 회장은 “국제통상 질서는 이미 '룰'이 아닌 '힘'이 지배하는 모습이 됐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때 우린 좋았지만 다신 그런 시대가 오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자신들보다 경제 규모가 10분의 1 수준인 우리나라를 의식할 필요가 없다. 유럽연합(EU) 사례를 참고해 한일이 협력하면 강대국들과 대등한 형태로 협상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밖에 각종 공식석상에서도 일본과 협력 중요성을 역설한 최 회장의 행보는 주목받았다. 지난해 5월 대한상의-대선후보 면담 자리와 12월 한·일 상의회장단 회의에서 한·일 협력을 '새로운 성장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는 “(장기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EU 수준으로 경제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협력 틀을 제시하기도 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곽재선 KG 회장 “올해부터 5년간 순수익 50% 주주환원”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9일 올해부터 향후 5년에 걸쳐 KG그룹 계열사들을 통해 순수익의 50%를 주주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주주환원 대상 계열사로는 KG케미칼을 포함해 KG에코솔루션, KG스틸, KG모빌리티, KG이니시스, KG파이낸셜 등 그룹 상장사 6곳과 최근 인수 절차 완료를 앞둔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K Car)까지 포함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에서 열린 KG그룹의 '기업가치 정상화 및 미래전략 간담회'에 직접 참석한 곽회장은 그룹의 최우선 경영 과제로 '기업 가치 정상화'를 제시했다. 자사주 정책 같은 주주친화 정책을 명문화하거나 현금 흐름과 수익성에 초점을 맟춘 내실 경영으로 기업과 주주 간 투명한 지배구조를 정착시킨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KG그룹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 절차로 딜 클로징(인수 절차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중고차 기업 케이카에 대한 사업 구상과 상장 계열사 6곳의 중장기 성장 계획도 공개했다. 먼저 KG모빌리티의 독자적인 완성차 제조 역량과 케이카의 국내 최대 중고차 온·오프라인 유통망, KG이니시스·KG파이낸셜의 결제·핀테크 경쟁력을 하나로 결합한 사업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곽 회장은 “케이카는 KG그룹의 여러 계열사들과 시너지 낼 것으로 기대하는 (그룹 창립 이후) 최초의 회사일 것"이라며 “케이카 인수로 자동차 제조와 유통, 금융과 결제 사업을 연결해 글로벌 국내 중고차 거래 시장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플랫폼으로 전환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은 중고차를 밖으로 수출하는 전략만 있지만, KG그룹은 중고차 수출 뿐만 아니라 현지 시장에 진입해 매입과 판매, 수리 후 개조를 같이 하는 플랫폼 전략으로 새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모빌리티, 철강, 화학, 금융, 결제, 환경 등 6대 핵심 사업군의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정량적 성장 지표도 소개했다. KG케미칼은 바이오선박유 중심의 친환경 연료 저장 인프라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향후 3년간 저장능력 20만㎘ 규모의 탱크터미널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동남아 비료 시장을 다각화까지 더해 지난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108%의 성장률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KG에코솔루션은 고품질 바이오연료 생산 경쟁력을 확보하고,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글로벌 해양 연료 시장으로 확대해 연간 매출을 △2026년 1745억원 △2028년 3000억원 △2030년 7000억원 달성한다는 성장 로드맵을 제시했다. 특히 글로벌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연평균 40% 이상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제시했다. KG스틸의 경우, 철강업계 최초로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를 오는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해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를 신규 구축하고, 인천공장 부지에 30메가와트(㎿) 규모의 AI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G모빌리티도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 전기차(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7종 중심의 친환경차를 차례로 출시할 예정이다. 중동과 동남아시아 시장의 반제품조립(KD) 사업을 수출 중심축으로 삼아 오는 2030년 연간 판매 20만대, 매출 10조 원 이상, 영업이익률 5%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본다. KG이니시스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일본 역직구(CBT) △외국환 거래(Trade FX)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cy) 사업 육성을 본격 추진한다. 특히, 역직구 결제서비스는 250조원 규모의 일본 이커머스 시장을 정조준하는 사업으로 내년에 동남아시장으로 확장한다는 목표이다. 이밖에 KG파이낸셜은 기업간거래(B2B) 선(先)정산 사업을 신규사업으로 추진해 연간 취급액을 2027년 5000억원, 2028년 1조원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아가 내년에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VASP)도 취득하고 디지털자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들 예정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가온전선, 美 생성형AI 기업에 600억 규모 버스덕트 공급

LS그룹 가온전선의 미국 자회사 LSCUS가 최근 현지 생성형AI 기업의 데이터센터에 버스덕트를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계약금액은 약 600억원이다. 버스덕트는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의 내부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주요 전기설비다. LSCUS는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총 5조 원 규모를 웃도는 버스덕트 장기 공급 계약에 이어 이달 초 미국 AI데이터센터 전력망에 약 350억원 규모의 중전압 케이블 공급을 체결하는 등 해외 데이터센터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고 있다. 정현 가온전선 대표는 “국내 배전 케이블시장 1위 업체로서 축적한 기술력과 공급 경험을 바탕 삼아 미국 AI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 공략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이슈&인사이트] 반도체 초호황에 미래를 잃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반도체 호황은 중동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하고 경기가 둔화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었다. 반도체 호황이 과거와 같이 단기 사이클에 그치지 않고 AI 산업과 궤도를 같이 하면서 장기화하고 초호황 국면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반도체 호황이 여타 산업의 침체를 커버하고 유례 없는 수출을 이끌면서 1분기 우리나라의 수출 순위를 일본을 제치고 5위까지 끌어올렸다. 산업연구원은 금년도 수출액이 지난해(7,093억 달러) 대비 무려 30.3% 증가한 9,24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 같은 수출 호조에 힘입어 금년도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전망치(1.9%) 대비 0.6% 포인트 상승한 2.5%로 전망하였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으나 이 시점에 냉정하게 반도체 호황 이후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AI 산업이 오랜 기간 지속될 전망이므로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도 상당 기간 우상향할 전망이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고점에 가까워질수록 우하향 사이클에 접어들 때 그 충격은 금융위기에 준하는 정도로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전통 제조업은 물론 첨단 제조업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주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태양광, 풍력, 디스플레이, 드론, 전기차 및 배터리, 로봇 등 미래 먹거리에서 중국에 우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기술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글로벌 시장은 중국에 내주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고관세를 부과하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을 뿐이다. 메모리 반도체 기술에서는 우리나라가 중국을 월등히 앞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장에서도 중국 정부의 지원을 힘입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부상하고 있다. D램에서는 CXMT가 빅3에 이어 4위(5%)에 올라섰고 낸드플래시에서는 YMTC가 6위(11%)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파운드리에서는 SMIC가 삼성전자에 이어 3위를 유지하며 삼성전자와 근소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 분야인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결코 경계를 늦출 수 없다. 메모리 반도체 이외에 설계, 생산설비, 후공정, 소재 등 여타 분야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앞선다는 것이 반도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에 맞서 자체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여 전반적으로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막대한 자금 지원 외에도 반도체 인력 육성을 위한 제도를 정비하였으며, 지방 정부는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한 각종 인센티브를 마련하였다. 우리나라는 용인 반도체 단지를 중심으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취약한 소재, 부품, 장비 관련 외국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기업이 대학에서 운영하는 계약학과 형식의 반도체 학과를 넘어서 일반 학과로 반도체 학과를 확대하여 중소 반도체 관련 기업이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bienns@ekn.kr

중동전쟁, 미·EU 추가 관세, 고환율까지…산업계, 수익 악화 ‘신음’

원·달러 환율이 지난 8일 개장과 함께 1555원을 넘어서며 17년 3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고환율 공포가 엄습했다. 다행히 정부와 한국은행의 구두 개입으로 1530원대로 하락한데 이어 9일 개장 초반 1520원선으로 내려가 급한 불을 끈 상황이다. 하지만 미-이란 휴전의 불확실성, 미국의 금리 인하 등 요인으로 원화 안정성이 계속 위협받고 있어 국내 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을수록 원가가 고환율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반면, 고환율이 수출에 더 유리하다는 상황도 옛말이 돼 버려 이래저래 기업들은 수익 악화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실제로 최근 고환율이 과거에 비해 변동성이 큰 모습을 띠면서 원·달러 스와프나 선물 같은 환헤지도 쉽지 않아 고환율 대응이 녹록지 않다고 기업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00원선을 넘은 이후 8일 1555원에 개장할 정도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자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는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의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구두개입 이후 환율은 1530원대로 하락하고 종가 1535원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1400원대를 유지한 뒤 지난달 19일 1500원선을 넘어서는 등 고환율 기조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원화 약세가 강화되면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산업군은 더 큰 원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철강산업은 고환율이 제조 원가 상승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제조 원가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코크스(석탄)과 철광석을 전부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쇳물을 붓는 공정(제선 공정)을 보유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철광석과 석탄의 대부분을 호주나 브라질, 캐나다 등에서 들여온다. 게다가 국내 철강산업은 수출보다 내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국내 제조업 물가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수출시장의 관세 문제도 겹쳐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다음 달부터 철강 제품의 무관세 수입 쿼터(quota)를 약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쿼터 외 물량에 50% 관세를 매기겠다는 계획을 내놨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 강종을 중심으로 수출하던 주요 해외 시장에서 관세 50%가 붙으면 그만큼 가격 경쟁력에 불리해지기 때문에 철강사들은 제조 원가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환율이 오르면 원가 개선 노력의 강도를 더 키워야 하는 상황에 부딪힌다. 정유산업도 원유 거래 단위가 달러라는 특성 때문에 고심이 깊다. 안그래도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뒤 종전협상이 길어지면서 고유가도 누그러지지 않은 탓이다. 달러를 토대로 거래하는 수출 비중이 50~70% 정도로 큰 편이라 그나마 부담이 덜하지만, 국내에서는 최고가격제로 가격을 올릴 수 없어 고환율 여파를 맞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은 주 원재료를 국내에서도 조달할 수 있지만 해외 의존도도 상당해 부담이 작지 않다. 나프타의 경우 가격 경쟁력 등을 이유로 전체의 45%가량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구조다. 원유 뿐만 아니라 석유제품도 거래 기본 단위가 달러인 탓에 원달러 환율 변동의 영향을 그대로 받게 된다. 최근 미-이란 전쟁으로 석유제품 수요 대비 공급 부족 구도가 이어지면서 가격 결정의 기준점이 되는 싱가포르 시장 가격(MOPS)도 전쟁 이전 수준인 배럴당 60달러대를 계속 상회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난해 기준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연간 세전손익이 각각 4025억원과 676억원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주요 석화기업들 가운데는 SK이노베이션이 3120억원, LG화학이 9649억원, 롯데케미칼이 192억원 손실을 볼 것으로 계산했다. 고환율이 수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옛말이 됐다. 원화 가지가 낮으면 같은 해외 시장 판매 가격 판매했을 때 더 많은 원화가 들어오지만, 과거의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나 통하던 공식이 돼버렸다. 이 같은 고환율에 대응해 기업들은 통화선도계약이나 스와프 거래 같은 환헤지 수단을 쓰고 있지만, 최근 환율 변동성이 이례적으로 크게 나타나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달러 환율의 5~10원 변동폭은 예전 같으면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나타났지만, 지금은 원화 가치 하락 뿐만 아니라 하루 사이에 원·달러 환율이 5~10원 널뛸 정도로 변동성이 크다"며 “기업 입장에서 환헤징이 이전보다 더 어려워지고 환헤징에 투입하는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현대차, 월드컵 기간 뉴욕 ‘FIFA 뮤지엄’ 개관

현대자동차가 오는 11일 '2026 북중미 FIFA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록펠러센터에서 'FIFA 뮤지엄'을 개관했다. FIFA 뮤지엄은 현대차가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부터 매회 주요 개최지에서 운영해 온 축구 문화공간이다. 8일 개관식에는 현대차 글로벌마케팅총괄 지성원 부사장, FIFA 지아니 인판티노 회장, FIFA 뮤지엄 마르코 파초네 관장, 이탈리아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로베르토 바조, 마르코 마테라치, 크리스티안 비에리 등이 참석했다. 전시는 △역대 월드컵 대회의 상징적 유니폼 및 유물 △월드컵의 스포츠·문화적 영향 체험 디지털 콘텐츠 △각 시대 챔피언 국가 큐레이션 전시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현대차의 미국 자회사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로봇 '스팟'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전시장 곳곳에 배치돼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FIFA 뮤지엄 전시는 무료이며, 록펠러센터 공식 홈페이지 사전예약 또는 현장예약으로 관람신청을 하면 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아이 러브 네이버” 젠슨 황, 네이버와 AI 모델·팩토리·로보틱스 손잡는다

“한국은 인구 규모로 보면 매우 작은 나라지만, 네이버는 이곳에서 세계적 수준의 인공지능(AI) 기술과 클라우드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한국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네이버에서 비롯된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역량 때문이다."(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8일 경기도 분당구 정자동 네이버 1784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미디어 스크럼)에서 국내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대한 네이버의 성과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황 CEO는 “네이버는 클라우드에서 AI로 확장하는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한 기업"이라며 “네이버와 엔비디아는 한국에서 첫 AI 모델을 함께 작업했고, 우리는 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CEO와 자리를 함께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우리나라를 찾은 해외 기업인이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환영받는 것은 처음 본다"며 “대한민국 기업들을 만나면서 우리 문화와 기업들을 전 세계에 많이 알려주시는 것 같아 깊이 감사하다. 앞으로 젠슨 황과 삼겹살을 먹을 때는 항상 제가 쏠 것"이라고 화답했다. 네이버와 엔비디아는 AI 모델과 AI 팩토리, 로보틱스 등 크게 세 가지 분야에서 협력한다. AI 모델 분야에서 네이버는 엔비디아의 '네모트론 연합'에 합류해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하고 있다. 네모트론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총 12개 글로벌 톱티어 AI 기업이 함께하는 연합체로, 네이버는 국내 기업 최초로 이곳에 합류했다. 황 CEO는 “우리는 네모트론 연합의 일원으로서 개방형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함께 만들고 있다"며 “세계적 수준을 갖춘 네이버의 AI 전문성을 기반으로 AI 발전을 함께 이루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AI 팩토리 분야에서는 기가와트(GW)급의 초대형 글로벌 인공지능(AI) 팩토리 구축을 공동 추진한다. 1GW는 네이버의 국내 최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 최대 용량의 약 4배에 달하는 규모로,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십만 장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네이버는 내년 55MW 가동을 시작으로 GW급 확장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며,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유럽‧중동까지 AI 인프라 생태계를 공동으로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양사의 세 번째 협력은 로보틱스 분야다. 황 CEO는 “한국은 로보틱스 분야에서 큰 장점이 있고, 제가 직접 그것을 확인했다"며 “네이버는 10년 넘게 로봇 시스템을 개발해왔다. 글로벌 로보틱스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금 전 위층에서 로봇이 가져다준 아이스 커피를 마셨다"며 “이것이 바로 미래"라고 덧붙였다. 젠슨 황은 이날 일정을 마무리하고 9일 오전 10시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젠슨 황 CEO 방한의 최대 수혜 기업은 네이버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의장은 “네이버는 AI 모델과 AI 팩토리, 로보틱스 등에 일찍부터 투자를 해왔다"며 “경험과 기술력을 가진 회사가 바로 네이버이고, 엔비디아도 급격하게 성장하는 글로벌 AI 시장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우리와 함께한 것이 아닐까 싶다. 네이버에게는 분명히 큰 기회"라고 전했다. 한편 네이버는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젠슨 황의 사옥 방문을 기념해 환담 행사를 진행하고, 네이버의 스트리밍 플랫폼인 '치지직'을 통해 생방송도 진행했다. 행사가 일반 시민들에게도 모두 개방되면서 현장에는 네이버 임직원을 비롯해 수많은 인파가 몰렸으며, 치지직 라이브 방송 동시 접속자 수도 약 6만 명에 육박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정의선 “새만금 AI밸리 투자 어떻냐”, 젠슨 황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지으면 기쁠 것”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하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피지컬 인공지능(AI) 전략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AI 중심으로 추진 중인 '새만금 프로젝트'가 엔비디아의 AI 기술력과 맞물릴 경우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8일 정 회장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황 CEO와 만나 미래 모빌리티와 AI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을 재확인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께 현대차그룹 사옥에 도착한 황 CEO는 정 회장의 직접 영접을 받았다. 정 회장은 황 CEO가 도착하기 전부터 1층 로비 현관에서 기다리며 그를 맞았고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포옹을 나누며 각별한 친분을 드러냈다. 현장에는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과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본부장(사장), 진은숙 ICT담당 사장 등 현대차그룹 주요 경영진도 함께했다. 황 CEO는 정 회장과 함께 새로 리모델링된 사옥 1층을 둘러보며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기술과 로보틱스 사업 현황을 살폈다. 이동 중에는 임직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사진 촬영과 셀카 요청에도 응하며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황 CEO는 임직원들을 향해 “AI의 다음 물결은 모빌리티와 피지컬 AI"라며 “AI가 세상을 이해하고 실제 환경에서 유용한 일을 수행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금이 바로 현대차그룹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회장과 매우 가까운 친구가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정 회장은 좋은 친구이자 훌륭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로비 투어를 마친 양사 경영진은 회의실로 이동해 약 1시간 동안 비공개 회담을 진행했다. 회담 후 황 CEO는 “한국은 AI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 국가 중 하나"라며 “그런 측면에서 정 회장이 한국의 'AI 밸리'가 될 새만금에 투자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도 “AI와 로보틱스가 들어가는 새만금 AI 밸리를 설명했다"며 “함께할 의향이 있다면 더 완벽한 AI·로보틱스·데이터센터 시스템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황 CEO는 이에 대해 “훌륭한 삼겹살이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며 웃음을 보인 뒤 “새만금에 엔비디아 데이터센터를 짓게 된다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의 AI 인프라는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AI 역시 자동차 공장처럼 인프라 구축이 필수"라며 “한국은 로봇도 만들고 있기 때문에 AI 공장이 필요하다. 이 두 분야는 앞으로 중요한 투자 분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엔비디아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행운"이라며 “젠슨 황 CEO의 창업 정신이 정주영 선대회장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마치 할아버님과 함께 일하는 느낌"이라고 화답했다. 황 CEO는 AI를 활용한 미래 모빌리티 개발 전반에서 현대차그룹과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정 회장은 기술 개발에서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안전한 모빌리티가 양사 협력 논의의 핵심 주제"라고 말했다. 이어 “양사의 파트너십은 자율주행과 로보택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AI를 모든 형태의 모빌리티에 적용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며 미래 모빌리티는 매우 놀라운 모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보틱스 협력 가능성도 언급했다. 황 CEO는 “어떻게 하면 로보틱스 분야 협력을 가속화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며 “로보틱스의 산업 현장 적용은 생각보다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가진 플랫폼을 어떻게 범용적으로 활용할지, AI와 로보틱스, 공장을 통합해 미래 제조업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협력이 로봇과 자율주행, AI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며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지컬 AI는 AI가 현실 세계의 물리적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이 대표적인 적용 분야다. 황 CEO가 최근 가장 강조하고 있는 미래 산업 영역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미래 사업 역시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비전과 맞닿아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통해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특히 새만금 프로젝트가 양사 협력의 새로운 접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와 로봇 플랫폼을, 엔비디아가 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어 상호 보완성이 크기 때문이다. 양사의 협력은 이미 본격화된 상태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지난해부터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미래 모빌리티 분야 협력을 확대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인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을 확보하며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사업 경쟁력 강화 기반을 마련했다. 또 양사는 국내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총 30억달러를 투자해 국내에 엔비디아 AI 기술센터와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미래 모빌리티 분야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자체 SDV 역량과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자율주행 솔루션 공동 개발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또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드라이브 하이페리온'을 도입해 레벨2부터 레벨4까지 확장 가능한 통합 아키텍처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엔비디아 기술을 일부 차종에 적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중심으로 레벨4 로보택시까지 아우르는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회동이 단순한 친목 행사를 넘어 현대차그룹의 피지컬 AI 전략과 새만금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6 개막…애플, ‘AI 지각생’ 오명 씻을까

애플의 연례 개발자 행사인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6' 개막이 임박하면서 애플이 이번 행사에서 '인공지능(AI) 지각생'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구글 등 경쟁사들이 이미 AI 기능을 스마트폰 전면에 내세우며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애플이 어떤 차별화 전략을 내놓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8~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WWDC 2026을 개최한다. '반짝 다가오다(Coming bright up)'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한국시간 기준으로는 9일 새벽 기조연설을 통해 차세대 운영체제(OS)와 주요 신기능을 공개할 예정이다. WWDC는 매년 6월 열리는 애플의 대표 소프트웨어(SW) 행사다. 하반기 아이폰 신제품 공개 행사와 함께 애플의 양대 연례행사로 꼽힌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등 주요 기기에 적용될 차세대 OS와 서비스 전략이 공개되는 만큼 전 세계 개발자와 정보기술(IT)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올해 WWDC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애플의 AI 경쟁력이다. 애플은 그간 삼성전자와 구글 등 경쟁사 대비 AI 대응이 늦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자체 AI 플랫폼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며 생성형 AI 경쟁에 본격 참전했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핵심 기능으로 꼽힌 개인화 시리(Siri) 서비스의 출시가 지연된 데다 경쟁사 대비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특히 대화형 AI와 AI 에이전트 분야에서는 경쟁사에 비해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지난해 WWDC에서 제시한 AI 청사진을 실제 사용자 경험으로 구현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 WWDC는 단순한 신기능 공개를 넘어 애플의 AI 전략 완성도와 시장 신뢰를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AI 기반으로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진 음성비서 시리가 이번 행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음성 명령 수행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여러 앱을 연계해 작업을 처리하는 AI 에이전트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예를 들어 일정 관리와 메시지 작성, 검색, 예약 등 복수의 작업을 사용자의 지시 한 번으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는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이 경쟁적으로 개발 중인 AI 에이전트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차세대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 역시 관심사다. 문서 요약과 글쓰기 지원, 이미지 생성 등 기존 기능을 넘어 보다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 기능이 추가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또한 애플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온디바이스 AI와 개인정보 보호 전략을 한층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WWDC가 단순한 신기능 공개 행사를 넘어 AI 스마트폰 주도권 경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AI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I'를 앞세워 실시간 통역과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 등 다양한 AI 기능을 상용화하며 AI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애플은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서비스 전반을 통합한 강력한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AI 분야에서는 아직 시장의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이번 WWDC의 성패는 애플이 얼마나 실질적이고 차별화된 AI 경험을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생성형 AI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일상과 업무 전반을 지원하는 AI 에이전트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경우, 애플이 AI 후발주자라는 평가를 뒤집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이번 WWDC는 오는 9월 1일 퇴임하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사실상 마지막 WWDC 무대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애플은 지난 4월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총괄 부사장을 차기 CEO로 선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번 행사가 애플의 AI 전략뿐 아니라 쿡 시대의 마지막 비전과 차기 리더십 체제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기자의 눈] 젠슨 황의 한국 사랑과 ‘엔비디아의 계산서’

글로벌 시가총액 최상위 기업의 수장이 한국의 대중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녹화방송을 찍었다. 심지어 국내 기업 총수들과 소맥 잔도 기울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이야기다. 지난 5일 방한한 그의 행보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상징하는 절대자의 방문인 만큼 가는 곳마다 언론의 열띤 취재와 일반인의 높은 관심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을 휩쓸고 있는 '젠슨 황 신드롬'을 바라보며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그는 왜 이토록 한국에 공을 들이는가." 일각에서는 이를 '한국 사랑'으로 해석하지만, 글로벌기업의 움직임을 감정으로 읽는 순간 본질을 놓치게 된다.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기업은 '애정'이 아니라 '이익'을 따라 움직인다. 냉정하게 말해 젠슨 황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지금의 엔비디아에 한국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AI산업의 핵심 제품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대체불가'의 한국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AI칩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려면 삼성·SK와의 긴밀한 협력은 필수이다. 젠슨 황이 강조하는 '로보틱스'와 '피지컬 AI' 역시 마찬가지다. 현실 산업으로 확장하려는 엔비디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인프라를 갖춘 한국은 중요한 전략 거점이고, 국내 기업은 전략적 파트너이다. 그의 친근한 행보 역시 사업적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은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물론 이런 젠슨 황의 행보를 색안경 끼고 볼 이유는 없다. 문제는 그의 계산이 아니라 '우리의 착각'에 있다. 글로벌 경제 거물이 한국을 찾는다는 사실에만 취해 수동적인 환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협력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특정 생태계 종속이나 핵심 인재 유출 같은 고민도 함께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젠슨 황이 무엇을 얻어 가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얻어내느냐다.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과 제조 역량은 우리가 쥔 강력한 카드다. 엔비디아와 대등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인지, 아니면 공급기지와 소비시장에 머물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환영은 충분히 하더라도 환상을 가질 필요가 없다. 중요한 건 젠슨 황의 손에 계산기가 들려 있느냐가 아니라 우리 역시 계산기를 들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느냐다. 엔비디아의 계산서를 읽어내고 우리의 계산서를 내밀 수 있을 때 '젠슨 황의 방한'은 진정한 기회가 될 것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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