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보안학회 춘계 학술대회 ②] 여객기 해킹·사후 소송에 떠는 조종사…당국에 실효적 ‘사이버 복원력·면책권’ 요구](http://www.ekn.kr/mnt/thum/202606/news-p.v1.20260606.c0a613df27b74fac9c3b8b3ca02f1cb3_T1.png)
과거 기체 결함이나 기상 악화를 다루는 '안전(Safety)'과 폭발물 테러나 불법 침입을 막는 '보안(Security)'은 부처 간 칸막이에 의해 엄격히 분리된 영역이었다. 그러나 항공 전자 장비(Avionics)를 노리는 사이버 해킹이 현실화되고 기내 난동이 더욱 흉악해지고 있다. 때문에 상황에서 1만 미터 상공의 비행 현장을 책임지는 조종사들이 당국의 탁상공론식 행정을 비판하며 실효적인 거버넌스 대수술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한국항공보안학회(KAFAS)는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국립항공박물관 2층 세미나실에서 '세션 2: 항공 안전 보안 거버넌스' 심층 논의를 진행했다. 이번 세션은 박진서 한국교통연구원 본부장(한국항공보안학회 부회장)이 좌장을 맡았고, 실제 비행 현장을 매일 책임지는 현직 기장·부기장들과 법·제도 전문가들이 대거 연단에 올라 '살아있는 실무형 거버넌스' 혁신안을 쏟아내며 학술대회의 백미를 장식했다. ◇“보안의 이름으로 훼손되는 비행 안전"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소속인 배덕희 에어제타 부기장은 '항공 보안 효율성 제고 종합 방안'을 발표하며 낡은 보안 규제의 맹점을 짚었다. 그는 공항 보안 통제 구역을 출입하고 항공기에 오르는 운항 승무원의 생생한 시각에서 형식적이고 획일화된 현행 항공보안 검색 절차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배 부기장은 “항공 보안이라는 명목 아래 매번 신원과 배경이 철저히 검증된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들에게까지 일반 승객과 동일한 수준의 과도하고 소모적인 물리적 보안 검색과 액체류 반입 제한 등이 기계적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승무원의 육체적 피로도와 스트레스를 불필요하게 가중시켜, 이륙 후 정작 가장 집중해야 할 비행 안전을 저해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첨단 생체인식 및 신원 확인 기술을 활용해 검증된 인력에 대해서는 검색을 대폭 완화하는 '신뢰 기반의 선택적 보안 시스템(RBS, Risk-based Security)' 전면 도입과 기내 반입이 제한된 불필요한 조종실 내 위해 물품 기준의 합리적 완화 등 안전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현장 운영의 효율과 편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밀착형 개선안을 제안했다. ◇“해킹당한 여객기에서 조종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마찬가지로 이준혁 대한항공 부기장은 조종사협회원으로서 '항공 사이버 보안에서의 체크 리스트 기반 운영 회복 탄력성'을 다루며 디지털 시대 민항기가 직면한 새로운 사이버 사각지대를 경고했다. A350·보잉 787 등 현대의 최신 항공기들은 수많은 컴퓨터 시스템·센서·통신 장비가 거미줄처럼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돼 외부 위성 및 지상 관제와 쉴 새 없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하늘을 나는 거대한 디지털 서버'로 진화했다. 이로 인해 항공기 전자 장비나 지상 관제 통신망이 해커의 표적이 되어 랜섬웨어에 감염되거나 악의적인 GPS 스푸핑(위치 정보 교란) 등 고도화된 사이버 테러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위험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했다. 이 발제자는 “만약 비행 중 외부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내비게이션 및 자동 비행 시스템이 먹통이 되거나 계기판에 치명적인 데이터 오류 정보가 뜰 때, 조종사가 당황하지 않고 어떻게 즉각적으로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비상 실무 가이드라인이 현재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그는 사이버 공격 징후 발생 시 조종사가 즉각적으로 외부 네트워크 연결을 물리적으로 차단·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날로그 방식의 수동 비행으로 신속히 전환해 안전하게 회항할 수 있도록 항공기 기종별로 완벽히 표준화된 '사이버 보안 대응 체크리스트(QRH, Quick Reference Handbook)'를 법제화 해 시스템의 운영 회복 탄력성(Operational Resilience)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장들, 테러범 앞에서도 사후 소송을 두려워한다" 안희복 항공보안학회 이사는 '항공 보안과 기장의 권한'이라는 주제로 기내 치안을 위협하는 법리적 사각지대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최근 △취객의 기내 난동 △승무원 폭행 △비상구 문 개방 시도 △불법 무기 반입 등 예기치 않은 기내 불법 방해 행위가 나날이 흉포화되는 가운데 이륙 후 항공기의 최고 책임자이자 승객의 생명을 짊어진 최종 의사 결정권자는 '기장(PIC, Pilot In Command)'이라고 현행법에 명시돼 있다. 안 이사는 “고도 수만 피트 상공의 제한되고 고립된 긴박한 혼란 상황 속에서 기장이 주저 없이 승무원과 승객을 지휘해 테러범이나 난동객을 제압하도록 지휘권을 행사하고, 필요시 인근 공항으로의 비상 회항을 독자적으로 즉각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러나 현행 항공보안법의 모호한 해석과 항공사 내부 매뉴얼의 보수성 및 징계 압박, 그리고 지상에 내린 뒤 벌어질 사후 과잉 진압 논란 등 민형사상 법적 소송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많은 기장들이 정당한 통제 권한 행사에 극심한 심리적·구조적 제약과 위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안 이사는 도쿄 협약 등 국제법과 국내 항공보안법에 명시된 기장의 사법경찰권적 통제·지휘 권한을 실효성 있게 대폭 강화하고, 기내 안전을 위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선관주의) 의무를 다한 정당한 보안 조치 시 기장을 완벽히 보호해 주는 '법적 면책 규정'을 더욱 구체적이고 강력하게 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전-보안 철벽 칸막이를 부숴라" 마지막으로 학회 이사인 안주연 한국재난안전정책개발연구원 이사는 '항공 안전·보안 상호 연결적 위험 관리 거버넌스'를 발표하며 이번 학술대회 세션 2를 관통하는 핵심 정책 거버넌스 방향성을 제시했다. 과거에는 기체 결함이나 기상 악화, 조종사의 조작 실수를 다루는 '안전(Safety)' 영역과 폭발물 테러나 납치·무기 밀반입·불법 침입을 막는 '보안' 영역이 철저히 분절돼 국토교통부·국가정보원·경찰 등 각기 다른 정부 부처와 기관의 이기주의 속에 칸막이식으로 개별 관리돼 왔다. 이에 안 이사는 “그러나 앞선 발제들에서 보듯 공항 활주로에 불법 드론이 난입해 발생하는 항공기 충돌 위험이나, 지상 관제 시스템 해킹에 의한 대규모 항로 이탈 등 현대의 하이브리드 비대칭 위협은 '보안'의 방어망이 뚫림과 동시에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대형 '안전' 참사로 직결되는 상호 연결적복합 재난의 성격을 띤다"고 분석했다. 안 이사는 “사건 발생 시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를 놓고 싸울 시간이 없다"며 “국토부·국정원·경찰청·한국공항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각 항공사·군 등 보안과 안전에 얽힌 수많은 이해 관계 당사자들이 이기주의의 두꺼운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또한 단일한 거대한 프레임 워크 안에서 실시간으로 위험 데이터를 수집·공유하며 선제적으로 합동 대응할 수 있는 '통합 위험 관리 지휘 통제(C2) 거버넌스' 플랫폼의 조속한 국가적 구축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세션 2 발제 직후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송병흠 한국항공대학교 명예교수와 김건환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부협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들은 비행 중인 조종실과 객실, 지상의 항공 교통 관제 센터(ATC) 및 국가 대테러 기구 간의 실시간 비상 상황 정보 공유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현실을 꼬집었다. 두 패널은 공중의 테러 위협이나 비상 상황을 지상에서 신속히 파악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IT 데이터 링크 통신 시스템 고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책상 앞에서의 탁상공론식 행정을 타파하기 위해 기장·객실 승무원·정비사 등 실제 비행 현장 종사자와 정부의 정책 입안자가 상시로 모여 제도를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상설화된 민관 합동 실무 협의체' 신설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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