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호 영풍 대표이사가 낙동강 오염 원인의 하나로 지적받으며 폐쇄 여론이 일고 있는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에 대해 당국의 폐쇄 결론이 나온다면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소재지인 봉화군과 인접 태백시 지역주민이 석포제련소 이전이나 폐쇄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행정당국과 지역사회 간 갈등 지속과 함께 영풍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석포제련소) 폐쇄 결론이 나오면 따르겠냐"는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경북도) TF에서 (폐쇄) 결론이 나오면 그에 맞춰 조치를 해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경북도 TF가 폐쇄 결정을 내린다면 영풍이 상응하는 조치(폐쇄)를 취해야 한다는 회사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경북도와 환경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1970년부터 가동된 석포제련소는 2014년부터 11년 간 환경 관련 법을 100회 넘게 위반했고, 올 들어 과거 폐수 유출에 따른 제재로 58일간 조업 중단을 겪기도 했다. 이번 국감에서도 여야 의원들로부터 환경 오염 문제로 집중 추궁받았다. 김형동 의원은 석포제련소 인근 토양의 카드뮴 농도가 장항제련소의 약 4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오염 심각성을 지적했다. 여당인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석포제련소 인근의 토양오염을 객관적으로 조사해 토양오염 정화가 도저히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 나면 지역주민 건강을 위해 환경부에서 폐쇄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럼에도 석포제련소 측이 토양정화 의무이행 등 환경개선 조치를 보이지 않자 아예 폐쇄해야 한다는 여론이 환경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소관 행정당국인 경북도도 TF를 구성해 제련소 이전 및 폐쇄 등 여러 해결방안 찾기에 나선 상태다. 다만, 석포제련소 운영 주체인 영풍의 경영진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공개적으로 석포제련소 폐쇄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는 점에서 경북도의 결정 여부에 따라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날 국감장에서 야당 의원의 거듭된 입장 확인 질의에 “(TF) 결과에 따라 거기에 맞춰서 저희가 협의해 처리하겠다"며 경북도 폐쇄 결정이 나오면 따르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한편, 석포제련소가 위치한 봉화군과 인근 태백시 주민 500여 명은 지난 9월 하순 석포면에서 제련소 이전 및 폐쇄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봉화태백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도 출범시켰다. 공투위측은 이날 집회에서 석포제련소 이전 및 폐쇄는 지역경제를 붕괴시키고 수많은 근로자와 가족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결정이자 무자비한 처사라고 성토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공투위에 따르면, 봉화군과 태백시 지역사회가 석포제련소와 관련해 본사 임직원 및 협력업체 종사자와 딸린 가족을 포함해 수천명 수준이며, 상업 및 공공시설 등 연관시설 종사자까지 합치면 1만명 이상이 제련소와 직간접 경제생활 관계를 맺고 있다. 반대로 낙동강 상류 환경피해 주민대책위는 석포제련소 가동으로 반세기 동안 낙동강 상류가 오염돼 1300만 영남권 주민의 식수원이 위협받고 있다며 제련소 이전 폐쇄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