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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2026] PC·폰·태블릿·워치 총출동…레노버, ‘하이브리드 AI’ 띄운다

레노버가 4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26'에 맞춰 자체 행사 '레노버 이노베이션 월드 2026'을 열고 개인용·기업용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PC와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을 하나의 AI 비서로 묶는 '하이브리드 AI' 전략을 중심으로 디바이스 라인업을 폼팩터와 디자인 단위로 세분화해 내놓은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개인용 AI는 기기별로 따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아 사용 경험이 단절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레노버는 이런 한계를 겨냥해 하나의 AI 비서가 여러 기기를 넘나들며 작동하는 방향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PC 제조사에 머물지 않고 모토로라 스마트폰·워치까지 포괄하는 생태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레노버의 개인형 AI 비서 '키라'는 이번 발표에서 적용 범위를 크게 넓혔다. 기존 고사양 PC 중심이던 지원 대상을 16GB 메모리 탑재 PC까지 확대했고, 안드로이드 17로 업그레이드되는 모토로라 엣지·레이저·시그니처 시리즈 일부 모델과 신형 스마트워치 '모토 워치 울트라'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외부 서비스와의 연동도 강화해 워카토와 손잡고 지메일, 구글 캘린더, 슬랙, 아웃룩 등 업무용 서비스에서 곧바로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붙였다. PC 안에 갇혀 있던 AI 비서를 일상에서 쓰는 여러 앱과 기기로 끌어낸 셈이다. 크리에이터와 개발자를 겨냥한 신제품에는 로컬 연산 성능이 전면에 배치됐다. 엔비디아 RTX 스파크를 탑재한 프리미엄 노트북 '요가 프로 9n'과 '요가 9n 투인원', 펜 입력에 특화한 안드로이드 태블릿 '요가 탭 플러스 2세대'·'요가 탭 2세대'가 대표적이다. 음성·펜·카메라·터치를 결합해 여러 레노버 기기에서 아이디어를 이어 기록할 수 있는 '스마트 캔버스 콘셉트'도 함께 공개했다. ◇ 컬러 노트북부터 개념증명 콘셉트까지, 폼팩터 다변화 일반 소비자용 라인업은 디자인 다양화에 무게를 실었다. 7가지 색상 옵션을 갖춘 '아이디어패드 바이브 시리즈'는 노트북을 개성 표현의 수단으로 삼는 사용자를 겨냥했고, 새 구조로 설계한 가정용 데스크톱 '아이디어센터 올인원 i'는 업무·학습·엔터테인먼트를 한 기기에서 처리하도록 했다. 미래형 폼팩터 실험도 이어졌다. 팬 없이 얇은 두께로 성능을 유지하는 '프로젝트 에어로블레이드 콘셉트', 필요할 때 화면을 넓혀 쓰는 휴대용 노트북 '프로젝트 스완 콘셉트' 등 개념증명 제품을 통해 차세대 비즈니스 기기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모바일 부문에서는 모토로라가 카메라·헬스케어 기능을 앞세운 신제품을 내놨다. 2억 화소 카메라와 스냅드래곤 7s 3세대를 탑재한 커브드 디자인 '모토로라 엣지 70 플러스', 폴라의 피트니스 데이터 분석과 웨어 OS, 키라 연동을 갖춘 '모토 워치 울트라'가 나왔고,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을 수작업으로 장식한 프리미엄 폴더블 '모토로라 레이저' 브릴리언트 컬렉션도 라인업에 추가됐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IFA2026] 엔비디아, ‘집 안 유휴 PC’ 겨냥 로컬 AI 라우터 ‘페어’ 첫 공개

엔비디아가 4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26'에서 개인용 AI 라우터 소프트웨어 '엔비디아 페어(PAIR)'를 처음 공개했다.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여러 대의 PC가 각자 남는 연산력을 모아 하나의 AI 추론 인프라처럼 작동하게 하는 무료 오픈소스 도구다. 오는 10월 출시하는 소형 AI PC '엔비디아 RTX 스파크'와 맞물려, 개인용 PC를 게임·콘텐츠 제작 기기에서 AI 에이전트 상시 구동 기기로 확장하려는 구상이다. 가정 내 PC는 최근까지 AI 산업에서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영역이었다. AI 경쟁의 축이 데이터센터용 대규모 GPU 클러스터에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컬 환경에서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에이전트를 돌리려는 수요가 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미국 가정 절반 이상이 PC를 두 대 이상 보유하고 있지만, 이 연산 자원 대부분이 하루 중 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엔비디아는 '분산' 전략을 택했다. ◇ 기기 간 작업 분산으로 로컬 AI 병목 해소 페어의 핵심 기능은 에이전트가 만들어내는 다수의 추론 요청을 네트워크 내 여러 PC로 자동 분배하는 것이다. 하나의 복잡한 작업을 여러 하위 에이전트가 나눠 처리할 때, 요청이 한 대의 GPU에 몰리지 않도록 유휴 상태인 다른 기기로 넘긴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자체 테스트에서는 하위 에이전트 5개가 동시에 작업할 경우 단일 기기로는 약 18분이 걸렸으나, 페어로 3대에 나눠 처리하자 8분 48초로 줄었다. 여러 기기의 GPU나 메모리를 물리적으로 묶어 하나의 초대형 모델을 돌리는 방식은 아니며, 독립적인 요청들을 병렬로 흩어 처리 속도를 높이는 구조다. 윈도우·macOS·리눅스에서 쓸 수 있고, 지포스 RTX 20 시리즈 이상 GPU와 RTX PRO 워크스테이션, DGX 스파크, 애플 M4 이후 칩을 탑재한 기기를 지원한다. 로컬 에이전트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는 파트너 생태계에서도 이어진다. 누스 리서치의 범용 에이전트 '헤르메스'는 윈도우 RTX·DGX 환경에서 GPU를 자동 인식해 적합한 모델과 설정을 원클릭으로 마쳐주는 기능을 준비 중이다. 38만 개 이상의 깃허브 스타를 받은 오픈소스 에이전트 프로젝트 '오픈클로'도 24GB 이상 메모리를 갖춘 RTX GPU 기반 윈도우 PC를 대상으로 설치 과정을 간소화했다. 퍼플렉시티가 지난달 선보인 '포터블 컴퓨터'는 모델·오케스트레이션·도구를 하나로 묶은 에이전트로, 코드 리뷰나 세무 자료 분석, 서비스 이탈 지점 파악 같은 작업을 클라우드 전송 없이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여기에 오픈소스 추론 엔진 최적화도 병행돼, 지포스 RTX 5090에서 처리량이 최대 1.9배, DGX 스파크 2대 클러스터에서는 최대 1.4배 향상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PC 하드웨어·콘텐츠 업계까지 '로컬 에이전트' 채비 소프트웨어 밖에서는 전용 하드웨어 확산이 본격화하고 있다. 오는 10월 출시하는 RTX 스파크(공식 모델명 N1X)는 블랙웰 GPU와 그레이스 CPU를 결합해 최대 128GB 통합 메모리, 최대 1페타플롭 연산 성능을 낸다는 사양을 앞세운다. 이번 IFA에서는 레노버가 요가 프로 9n과 2-in-1 모델을, 에이서가 소형 데스크톱 콘셉트를 공개하며 관련 라인업을 넓혔다. 이미 발표된 6개 제조사 제품군에 추가되는 구성이다. 콘텐츠·게임 업계와의 접점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게임스컴에서 일렉트로닉 아츠와 엠바크, 유비소프트가 RTX 스파크에 최신 게임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앞서 5월 컴퓨텍스에서 합류를 밝힌 크래프톤·넷이즈·라이엇게임즈·엑스박스와 함께 지원사 명단이 늘었다. 창작 도구 쪽에서는 사이버링크의 사진 편집 소프트웨어 '포토디렉터'가 RTX 스파크에 최적화된 AI PC 모드를 10월 함께 출시한다. 생성형 보정과 배경 교체 등 편집 기능을 텐서RT-RTX와 FP8 연산으로 기기 내에서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실적 좋아졌는데 교섭 난항…HD현대중공업 성과배분 갈등 장기화

HD현대중공업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이 부분파업과 함께 사실상 멈춰 서면서 장기화 되는 조짐이다. 노조가 회사의 두 번째 제시안이 나올 때까지 교섭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고선가 선박의 실적 반영으로 조선업이 본격적인 호황기에 진입했지만, 늘어난 이익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를 둘러싼 노사 간 간극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전날 울산 본사에서 19차 본교섭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노조가 불참하면서 교섭을 열지 못했다. 노조는 회사가 전향적인 2차 제시안을 내놓을 때까지 본교섭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예정된 후속 교섭 역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회사는 지난 1일 열린 18차 본교섭에서 기본급 월 10만5000원 인상과 격려금 200%+1000만원 지급 등을 담은 첫 제시안을 내놨다. 기본급 인상액에는 호봉승급분 3만5000원이 포함됐다. 노조 요구안은 기본급 월 14만9600원 인상이다. 호봉승급분은 별도다. 상여금 100% 인상과 신규 채용 확대, 각종 수당의 통상임금 산입도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재원으로 삼는 성과공유 기준 마련이다. 노조가 영업이익의 30%를 조합원에게 그대로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좋은 실적을 내면 그에 연동해 성과급 재원을 산정하는 규칙을 만들자는 취지다. 반면 회사의 첫 제시안은 일정액의 기본급 인상과 일회성 격려금을 결합한 방식이다. 노사 간 입장 차이는 금액뿐 아니라 보상의 원칙에 있다. 회사는 수주와 원가, 환율 등 경영환경이 바뀔 때마다 지급 규모를 판단할 수 있는 재량을 유지하려 한다. 반면 노조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는 일회성 보상 대신 실적과 연동되는 예측 가능한 산식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업 특유의 긴 실적 시차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다. 조선사는 계약을 따낸 뒤 설계와 건조를 거쳐 선박을 인도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현재 실적에는 과거 확보한 고선가 선박의 매출이 반영되지만, 회사는 향후 원자재 가격과 환율, 신규 선박 투자비와 업황 변동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인식은 다르다. 장기 불황기 임금 억제와 인력 감축을 감내했고, 수주 회복 이후에는 숙련인력 부족에 따른 노동강도 상승을 겪은 만큼 호황의 성과를 더 분명하게 나눠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황기에는 비용 절감에 동참하고 호황기에는 경영 불확실성을 이유로 성과배분 공식 도입을 미룬다는 것이 노조 측 문제의식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일 집행간부와 대의원 등이 참여하는 7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오는 10일까지 일부 날짜를 제외하고 조직별 순환파업을 이어가고, 15일에는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간부와 일부 조직 중심의 파업이어서 선박 건조 현장 전체가 멈춘 것은 아니다. 조선소는 자동차공장과 같은 컨베이어 생산방식이 아니어서 일부 인력이 작업을 중단해도 즉각 전 공정이 정지하지 않는다. 다만 전 조합원 파업이나 조선소 내 물류 차질로 확대되면 생산성과 선박 인도 일정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같은 조선 호황을 맞았다고 모든 사업장에서 파업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한화오션 노조도 성과급 지급기준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규직 노사의 교섭은 아직 쟁의행위 단계로 확산하지 않았다. 삼성중공업은 현장직 노조가 출범했지만 기존 노동자협의회가 임금협상을 주도하고 있어 HD현대중공업과 노사관계 구조가 다르다. HD현대중공업의 파업을 조선업 호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에 더해 강한 산별노조, 과거 불황기에 누적된 보상 요구, 영업이익과 연동되는 성과배분 기준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사의 다음 분기점은 회사의 2차 제시안이다. 회사가 기본급과 격려금 액수만 높일지, 노조가 요구한 실적 연동 성과배분 원칙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릴지에 따라 교섭 재개와 파업 확대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면 업황 변동성이 큰 조선업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반면 매년 교섭을 통해 일회성 격려금 규모를 다시 정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호황기마다 동일한 갈등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선박 건조는 1등인데 수리는 못해”…부산 신항서 해법 찾나

“우리나라는 보통 연간 300척 정도를 수출하지만, 이 배들 대부분은 국내에서 유지·보수·정비(MRO)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MASGA 시대를 여는 해양 MRO·수리조선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토론회'에서 권효재 COR에너지인사이트 대표는 국내 조선업의 신조 경쟁력과 MRO·수리조선 역량 사이의 간극을 지적하며 이 같이 말했다. 권 대표는 “배는 운항을 시작하면 적어도 5년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검사와 수리를 받아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최첨단 기술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나 암모니아 추진선을 만들어도 수리는 대부분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건조 경쟁력을 갖춘 국내 조선업계가 정작 건조 이후 20~25년간 이어지는 MRO·수리조선 시장에서는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대형선 수리 인프라 '공백'…부산신항서 '해법'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MASGA'를 계기로 함정 MRO 시장이 열리고 친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상선 개조 수요까지 확대되면서 국내 수리조선 생태계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의 가장 큰 약점으로는 대형선박을 받아낼 인프라 부족이 꼽혔다. 산업이 신조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대형선박을 수리할 수 있는 기반이 축소되면서 국내에서 건조한 선박마저 해외에서 수리받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안승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부연구위원은 “문제는 선박이 대형화될수록 해외로 나간다는 점"이라며 “중소형선은 대부분 국내에서 수리가 이뤄지고 있지만 부가가치가 크고 규모가 큰 대형선은 해외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수리조선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단순히 민간의 투자에 의존하기보다 정부가 인프라 구축과 산업 육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안 부연구위원은 중국과 싱가포르, 일본 등의 수리조선 산업 육성 사례를 언급하며 “공통적인 부분은 정부의 전략적인 계획"이라며 “입지를 제공하고 설비에 투자하고 산업 재편까지 조율하는 등 정부가 기반을 만들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에만 맡겨서는 이미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안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MRO 시장의 성장에 비해 국내 산업 기반이 취약한 만큼 정부 차원의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같은 국내 대형선 수리 인프라의 공백을 메울 핵심 사업으로는 부산항 신항 수리조선 클러스터가 지목됐다. 부산시는 이날 토론회에서 부산항 신항을 중심으로 대형선박 수리부터 친환경 개조, 기자재 공급까지 아우르는 MRO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여기에 한미 조선협력 확대에 따른 함정 MRO 수요까지 연계해 부산·울산·경남에 밀집한 조선·기자재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박동석 부산시 첨단산업국장은 “현재 MRO 관련 통합 공급망이 굉장히 파편화되고 분절화돼 있다"며 개별 기업 단위에 머물러 있는 수주·조달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실시간 MRO 수주정보 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기자재업체와 수리조선소를 연결하는 공급망을 고도화하는 한편 미 함정 MRO에 필요한 품질·보안 인증과 부품 조달 기반을 함께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박 국장은 대형 수리조선단지에 대해서도 “민간 기업에만 투자를 맡기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과감한 재정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함정 MRO도 경험이 경쟁력"…KDDX로 실적 쌓고 생태계 확장 실제 함정 MRO 사업을 수행하는 조선업계에서는 관련 시장을 단순 정비사업을 넘어 조선업의 경기 변동을 보완하고 향후 함정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 사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대식 한화오션 특수선MRO사업담당 상무는 “MRO 사업은 조선산업에 비해 경기를 타지 않기 때문에 불황이 됐을 때 관련 산업 기반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략적인 장점이 있다"며 “최근에는 함정 수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의 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조선업계가 세계적인 함정 건조 역량과 달리 MRO 분야에서는 아직 충분한 경험을 쌓지 못했다는 진단도 내놨다. 김 상무는 “함정을 건조하는 기술과 생산 능력 면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와 겨뤄도 자신감이 있지만 MRO는 오랫동안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건조만큼의 자신감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국내 함정 MRO 수행 경험과 실적을 빠르게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해법으로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을 활용한 민간 위탁 MRO 시범사업을 제안했다. 김 상무는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착수하고 있는 KDDX 사업에 민간 위탁 MRO를 시범사업으로 추진해보는 것"이라며 “해군의 유지보수 사업을 조선소에 발주해 조선소가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빠르게 실적을 쌓아 패키지화하고 실제 조선소가 이를 수행하면서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함정 MRO를 대형 조선사만의 사업에 그치지 않고 중소조선사와 기자재업체까지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디도 산업통상부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은 “대형 조선소가 영업력과 네트워크로 채널을 구축하면 중소조선이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역량을 키우고, 대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물량의 낙수효과를 받아 함께 커나가는 조선산업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비 250억원과 부산·울산·경남·전남 등 지방비 245억원을 합쳐 총 495억원을 투입한다. 플로팅도크·안벽·크레인 등 중소조선사의 MRO 설비와 미 해군 MRO 참여에 필요한 인증 획득 등을 지원하고, 연간 400명씩 총 2000명 규모의 전문인력도 양성할 계획이다. 이 과장은 “지금은 중소조선업계의 MRO 기반을 조성하는 단계"라며 향후 역량 고도화를 통해 “함정 MRO가 본격적인 우리 조선의 먹거리로 떠오를 수 있도록 수주와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불 꺼져도 돌아가는 피지컬 AI 공장”…‘다크 팩토리’ 시대 열린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년부터 중소 제조기업의 공장 전체를 피지컬 AI에 맞게 재설계하는 실증에 나선다. 기존 개별 공정·소프트웨어·장비 단위 지원에서 벗어나 수작업 공정과 위험·유해 공정까지 포함해 공장 단위 전환을 추진한다. 현대자동차는 로봇을 제조 현장에 투입해 실제 제조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로봇 학습·검증 체계를 구축한다. 이후 현대차 공장을 시작으로 1·2·3차 협력사까지 로봇 적용을 확대하고, 24시간 가동되는 '다크팩토리' 구현을 추진한다. ◇ 로봇도, 공장도 판매하는 나라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피지컬AI 시대, 제조강국 대한민국 기회와 과제는' 세미나에서 개별 로봇을 넘어 공장 전체를 하나의 피지컬 AI 시스템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이 피지컬 AI 시대에도 제조 경쟁력을 이어가려면 로봇과 센서, 제어 시스템 등을 따로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합한 무인·자율 제조공장 자체를 수출하는 산업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영재 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대량생산, CAD·CAM, 린(Lean) 생산, 스마트팩토리를 거쳐 자율·무인 제조로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지컬 AI를 활용해 공장 자체가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고 움직이는 '5세대 제조'로 전환하고, 이를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핵심은 로봇 한 대나 자동화 장비가 아니라 로봇·센서·액추에이터·제조실행시스템(MES)·데이터를 하나로 묶는 통합 제조 플랫폼이다. 장 교수는 “공장 하나를 거대한 로봇으로 보고 무인 공장, 자율 공장 그 체계 자체를 수출하자"고 말했다. 또 “고객 입장에서는 로봇 따로 MES 따로 센서 따로가 아니라 공장 전체를 통합 구축할 수 있는 산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같은 제조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사례로 KAIROS를 소개했다. 여러 로봇을 통합적으로 제어하면서 센서와 제어, 데이터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개별 로봇의 성능을 높이는 것보다 공장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장 교수는 “카이로스는 생산과 물류를 AI로 엮어서 지능적인 판단을 유기적으로 하고 모든 설비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별 데이터가 아니라 맥락을 읽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데이터를 모으려면 액추에이터·센서·통신 장비가 표준화된 체계 안에서 연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중국 1만대 vs 한국은 200대도 안 돼" 업계에서는 피지컬 AI를 실제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투입하고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자율주행과 제조 현장에서 중국과의 규모 차이가 이미 크게 벌어진 만큼 정부가 실증 규모를 키우고 기업이 상용화까지 이어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국내 자율주행 산업이 2016년부터 기술 개발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실제 운행된 자율주행차는 200대에도 못 미쳤다고 지적했다.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차량도 524대에 그친다. 반면 웨이모는 약 3900대, 미국 전체는 약 6000대, 중국은 약 1만대의 자율주행차를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유민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상무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자율주행 차를 운행하고 있는데도 총 100대가 채 되지 않는다. 이런 규모는 사실 해외에 나가면 부끄러운 수치다"라며 “중국은 약 1만대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우리는 100대도 안 되는 차량을 가지고 이들과 경쟁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차량 숫자를 늘리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자율주행차 한 대가 도로에서 돈을 받고 승객을 태웠다고 산업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며 “기업이 차량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운영해 매출을 만들고, 그 매출로 다시 차량과 기술에 투자하고, 부품기업과 제조기업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비로소 산업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제조 현장을 피지컬 AI의 학습장으로 삼아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다크팩토리로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송호득 현대차 상무는 “24시간 동안 7일을 풀로 돌리는 공장, 즉 다크팩토리의 의미는 불이 꺼진 상태에서도 공장은 계속 돈다는 의미"라면서 “로봇의 훈련과 연관된 고품질의 제조 환경 실증 데이터들을 획득하고 저장, 가공, 학습하는 체계를 제대로 갖추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지금 다양한 기능들을 구축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도화된 지능화 로봇을 초기에는 현대차 내부 공장, 한 발 더 나아가서는 1·2·3차 협력사에 투입할 계획이다"라며 “무인화된 공장을 순차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가 보는 사업의 종착점도 로봇 판매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와 공장 시스템이다. 송 상무는 “로봇의 디바이스만 팔아서는 비즈니스를 성공시킬 수 없다"며 “로봇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데이터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자체를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하는 사업 모델까지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뒷받침할 정부 역할로는 기업별 지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통합 전략이 요구됐다. 송 상무는 “파편화되어 있는 국내 피지컬 AI의 로봇 산업 전략에 국가 주도로 전환하는 시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 주도로 통합된 컨트롤타워 전략이 기본 프레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중기부 “스마트공장 3만8000건" 정부는 기존 스마트공장 보급을 넘어 중소 제조기업의 공장 전체를 피지컬 AI 기반으로 전환하는 실증에 나선다. 그동안 개별 공정이나 장비 중심으로 이뤄졌던 지원 방식을 확대해 수작업과 위험·유해 공정까지 포함한 제조 현장 전반의 변화를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김민수 중소벤처기업부 제조혁신과장은 “그간 스마트공장 확산 사업을 통해 3만8000여건의 스마트공장을 공급하면서 기본적인 자동화나 정보화를 통해 피지컬 AI에 대한 기초 체력은 어느 정도 확보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공장 전체를 피지컬 AI에 맞게 새롭게 설계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기 위해 수작업 공정과 위험·유해 공정 등을 피지컬 AI로 전환하는 실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기존 사업도 피지컬 AI 확산의 기반으로 활용한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부터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 정부가 자금을 매칭하는 방식의 상생형 스마트공장 사업을 통해 1000곳 이상의 기업을 지원해왔다. 김 과장은 “이제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피지컬 AI를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면서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의 역량이 협력 중소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공장 신설은 파업 대상 아니라지만…인력 옮기면 다시 ‘쟁의 불씨’

정부가 공장 신설과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입 자체는 노동조합의 의무적 교섭이나 쟁의행위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투자에 따른 인력 배치와 작업방식 변경이 구체화하면 다시 교섭 대상이 될 수 있어 산업계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 공장은 기존 사업장의 숙련인력을 투입하지 않고는 초기 가동과 수율 안정이 어렵다. 경영계에서는 투자 결정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인력 배치를 서로 다른 사안으로 구분한 정부 지침이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 새로운 노사 갈등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이 노동쟁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까지 넓히면서 불거진 현장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지침에 따르면 노조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영업이익 N% 성과급'은 원칙적으로 의무적 교섭이나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다. 기업의 이익 처분과 주주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기업의 경영상 판단을 제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장 신설·이전과 AI 등 신기술 도입도 결정 자체만으로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를 발표했거나 기업이 신규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는 사실만으로 근로조건의 변화가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노동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신규 공장의 인력운영계획이 공지되는 등 배치전환이 구체화하고 근로조건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해당 근로자는 배치전환에 따른 근무지와 업무 변화, 생활상 불이익 등을 회사와 교섭할 수 있고, 조정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에 나설 가능성도 열린다. 경영계가 문제 삼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공장 신설이라는 투자 결정과 공장을 실제로 가동하기 위한 인력 배치를 현실적으로 분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도체 신규 라인은 기존 공장의 숙련 엔지니어를 먼저 투입해 장비를 안정화하고 수율을 끌어올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신규 채용과 외부 충원만으로 필요한 인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력 배치 협상이 장기화하거나 쟁의행위로 이어지면 공장은 완공되고도 정상 가동이 늦어질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장 신설과 AI 도입에 따른 배치전환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인정하면 사용자의 인사·경영권이 과도하게 제한되고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도 경영상 결정 자체를 쟁의 대상에서 제외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에 수반되는 인력 배치가 교섭 대상으로 남은 데 우려를 표시했다. 성과급을 둘러싼 경계도 완전히 정리되지는 않았다. 기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요구하는 방식은 쟁의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기본급의 일정 비율이나 정액으로 지급되는 성과급 가운데 임금·복지 등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사안은 의무적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성과급의 명칭보다는 지급 근거와 방식, 계속성, 근로와의 연관성 등을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경영계는 어떤 유형의 성과급이 임금과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부족해 노사 간 해석 다툼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지침은 노동위원회의 조정과 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판단 등에 활용되는 행정 기준이다. 그러나 법률이나 시행령과 같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어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둘러싼 분쟁이 법원으로 넘어가면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노동계도 정부가 행정지침으로 노동쟁의 범위를 축소했다며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경영계는 신규 투자와 생산설비 증설에 따른 통상적인 배치전환을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기준을 시행령 등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현행 노조법에는 노동쟁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근거가 없어 시행령 개정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법률에 위임 근거를 마련하는 보완입법이 선행돼야 한다. 배치전환을 일률적으로 제외하기보다 인력 이동의 목적과 근로자에게 미치는 불이익을 기준으로 교섭 범위를 나누는 방안도 거론된다. 고용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형 배치전환과 신규 투자·증설에 따른 사업확장형 배치전환을 구분하고, 임금 삭감이나 과도한 원거리 전보 등 실질적인 불이익은 별도로 협의하는 방식이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 결정은 경영권으로 인정하면서도 이를 실행하기 위한 숙련인력 배치를 쟁의 대상으로 열어두면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일정의 불확실성이 남는다"며 “신규 투자의 실행은 보장하되 근무지 이전에 따른 주거·교통비와 교육 문제 등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은 충분히 협의하도록 기준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법원, 구광모 LG 회장 양어머니의 파양 청구 기각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배우자 김영식 여사가 양아들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파양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가정법원 가사6단독 이은주 판사는 3일 김 여사가 구 회장을 상대로 낸 재판상 파양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판단 이유를 법정에서 밝히지 않았다. 구 회장은 구본무 선대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친아들이다. 구 선대회장은 그룹의 장자 승계 전통에 따라 2004년 조카인 구 회장을 양자로 입적했다. 구 회장은 2018년 구 선대회장이 별세한 뒤 ㈜LG 지분 대부분을 상속받아 그룹 회장과 최대주주에 올랐다. 김 여사는 구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24년 11월 구 회장을 상대로 파양 소송을 제기했다. 민법은 양부모가 양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재판상 파양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여사는 선고 후 구 회장과 모자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며 법적 대응을 계속할 뜻을 내비쳤다. 김 여사 측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파양 소송과 별개로 김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소송도 진행 중이다. 세 모녀는 구 선대회장이 남긴 약 2조원 규모의 상속재산을 다시 분할해야 한다며 2023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지난 2월 상속재산 분할협의서가 유효하게 작성됐고 협의 과정에서 기망행위도 없었다고 판단해 구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세 모녀가 항소하면서 4일 오후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첫 변론준비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포스코그룹, 6개사 대규모 하반기 신입 공채… AI·미래 인재 집중 확보

포스코그룹이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트리플 코어(Triple-Core)' 체제를 완성할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실시한다. 포스코그룹(회장 장인화)은 3일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이앤씨, 포스코DX,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 6개 주요 계열사가 참여하는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채는 생산·설비기술, 영업·마케팅, 안전·보건, AI 등 60여 개 직무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전체 채용 규모는 세 자릿수다. 특히 포스코그룹은 인공지능(AI) 및 로봇 관련 직무 선발을 대거 확대하며 디지털 전환 및 인공지능 전환(AX)을 이끌 전문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은 로봇 인지 및 제어 분야 연구원을 모집하며, 포스코와 포스코DX는 제조·사무 AX 담당 인력을 채용한다. 포스코는 철강 현장 자동화와 업무 혁신을 전담할 'AI 엔지니어' 직무를 이번에 새롭게 신설했다. 지원자 맞춤형 채용제도 개선도 눈에 띈다. 포스코는 획일화된 질문 위주의 기존 자기소개서 항목을 폐지하고, 지원자가 실제 수행한 경험과 직무 역량을 자유롭게 서술할 수 있도록 '학내외활동' 중심 평가 방식을 도입했다. 지원자는 자신이 갖춘 실질적인 직무 경쟁력과 활동 성과를 한층 명확히 피력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대규모 채용은 지난 7월 포스코그룹이 선언한 산업자원·전략자원·에너지자원 아우르기 전략인 '트리플 코어' 체제 구축과 궤를 같이한다. 포스코그룹은 우수 인재를 적극 유치해 '국가대표 핵심자원 공급자'로서 그룹의 미래 성장을 이끌 주역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입사지원서는 포스코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9월 16일 오후 3시까지 접수할 수 있다. 채용 기간 동안 온·오프라인 리크루팅 및 현업 담당자와 함께하는 직무 상담회가 진행되며, 공식 유튜브 채널 '포스코스튜디오'와 '포스코 뉴스룸'을 통해 상세한 채용 정보도 제공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박규빈의 재무 아나토미] 제주항공, 상반기 현금 1489억 순유입…자산 매각·채권 매입으로 숨통 텄다

제주항공이 올해 상반기 영업 활동 현금 흐름을 대규모 순유입으로 전환하며 기초 체력을 입증했다. 이와 동시에 상당 수준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신형 기재 도입을 위한 자본적 지출(CAPEX)과 차입금 상환, 이자 수익 창출 목적의 계열사 채권 매입 등에 투입해 재무 구조 전반의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 영업이익 240억 흑자 전환…영업 현금 흐름 1489억 '순유입'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연결 기준 상반기 누적 매출 97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7171억 원 대비 36.4% 증가했다. 사업 부문별로는 주력인 항공 운송 사업의 순매출액이 9380억 원으로 전체의 95.92%를 차지했고 지상 조업 등을 포함한 기타 사업 순매출액은 399억 원(4.08%)으로 집계됐다. 항공 운송 사업 내 세부 실적을 살펴보면 여객 수익이 9060억 원, 화물 수익이 6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성장에 힘입어 수익성도 대폭 개선됐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744억 원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상반기 주요 영업 비용 내역을 보면 연료·유류비가 전년 동기 2252억 원에서 당기 3214억 원으로 42.7% 급증했다. 공항 관련비 역시 983억 원에서 1122억 원으로, 정비비는 706억 원에서 1038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종업원 급여 비용은 1876억 원에서 1923억 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이처럼 제반 운항 원가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여객·화물 운송 실적 증가에 따른 외형 성장이 비용 증가분을 상쇄하며 흑자 달성을 견인했다.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영업 활동 현금 흐름은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전년 동기 1256억 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던 영업 활동 현금 흐름은 올해 상반기 1489억 원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영업 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에서 매출 채권 감소·매입 채무 증가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현금 흐름 개선을 이끌었다. ◇ 외환 손실 529억 반영…실제 창출력은 손익 상회 이 같은 긍정적인 측면에도 상반기 연결 기준 순손실은 32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회계상 평가 손실이 영업 외 비용으로 대거 반영된 결과다. 외화로 표시된 부채를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는 529억 원 규모의 외화 환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6월 말 기준 제주항공이 보유한 외화 금융 부채 총액은 1조900억 원이고 이 중 미화 부채가 8억3233만 달러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외환 손실은 현금 유출을 수반하지 않는 장부상 평가 손실이다. 실제 현금 창출력을 가늠하기 위해 비현금성 비용을 더해보면 상반기 감가상각비 131억 원·무형 자산 상각비 31억 원·사용권 자산 감가상각비 610억 원 등이 반영됐다. 이를 감안한 상반기 실질 영업 현금 창출력은 손익계산서상의 순손실 수치와 달리 매우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말 연결 기준 재무 상태를 보면 총자산은 2조6550억 원, 총부채는 2조4156억 원, 자본총계는 2394억 원이다. 자본 감소와 리스 부채 증가 등의 영향으로 부채비율은 1009%를 기록, 2025년 말 754% 대비 상승했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911억 원으로 확인된다. ◇ 호텔·IT 자회사·노후 기재 매각…대규모 유동성 확보 비핵심 자산·종속 회사 매각을 통해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하는 구조조정도 따랐다. 제주항공은 종속 회사인 퍼시픽제3호일반사모부동산투자유한회사가 영위하던 홍대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호텔 영업 일체와 관련 자산을 계열사인 애경타운과 540억 원에 양도하기로 계약했다. 당초 이달 30일이었던 거래 종결 예정일은 양시 간 협의를 통해 지난달 20일로 앞당겨져 양도 대금 수령·현금 유입 시기가 단축됐다.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도 이뤄졌다. 지난 6월 10일 정보통신(IT) 자회사인 에이케이아이에스 보통주 100%를 지배 기업인 AK홀딩스에 처분 완료했다. 장부가액 403억 원 규모의 해당 지분 매각을 통해 장부상 28억8000만 원의 매각 예정 자산 처분 이익을 인식했다. 기단 현대화 계획에 따른 노후 항공기 매각 계약도 체결했다. 5월 13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나이지리아 항공사 에어피스에 보잉 737-800NG 기종 3대를 총 9750만 달러(한화 약 13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앞서 작년 9월 매각 결정된 항공기 2대 역시 상반기 중 매각이 완료돼 관련 자산이 장부에서 제거됐다. 이와 함께 상반기 중 기존 운용하던 737-800 기종을 순차적으로 반납 및 매각 처리했다. ◇보잉 선급금 3600억 환급…잉여 자금, 이자 수익 창출에 투입 항공기 도입 계약 변경에 따라 과거 지급했던 대규모 선급금도 환급받았다. 지난 6월 9일 이사회는 보잉과 체결했던 총 46억3600만 달러 규모의 737-8 신조기 구매 계약과 관련, 기존 40대 확정 계약 중 8대를 취소해 32대 확정·10대 옵션 계약으로 물량을 축소했다. 취소된 물량 8대에 대해 과거 지급했던 선급금 중 2억7000만 달러(약 3600억 원)에 대한 환급 절차는 올 7월 중 완료됐다. 현재 도입이 완료된 737-8에 대한 기지출 금액은 13억2500만 달러로 보고됐다. 자산 처분·선급금 환급 등으로 확충된 잉여 유동성은 외부 채권 매입과 부채 상환 등 자본 배치에 활용됐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19일 계열사인 애경자산관리로부터 270억 원 규모의 대여금 채권을 양수하기로 했다. 해당 양수 목적은 안정적인 이자 수익 확보와 자금 운용 수익성 제고다. 대규모 현금이 유입되자 계열사 채권을 매입해 추가적인 이자 수익을 창출하는 자금 운용 전략을 펼친 것이다. 차입금 축소도 진행했다. 상반기 현금흐름표에 따르면 차입금 상환에 1047억 원, 리스 부채 상환에 803억 원이 지출됐다. 지난 4월 16일에는 항공기 금융 리스 관련 원리금을 전액 완납해 2018년부터 한국산업은행과 체결해 유지해 오던 계약환율 1128.70원 기준의 통화·이자율 스왑(CRS) 파생 상품 계약을 조기에 마쳤다. 상반기 말 기준 은행 단기 차입금 미할인 현금 흐름 잔액은 4498억 원이고 작년 7월 발행한 1000억 원 규모의 제7회 사모 신종 자본 증권(이자율 6.50%) 미상환 잔액이 남아있다. ◇ 차세대 기종 도입으로 원가 절감…LCC 여객 점유율 1위 수성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단 현대화 투자도 계속하고 있다. 유형 자산 취득에는 2481억 원이 투입됐다. 제주항공은 지난 2월과 3월, 5월에 걸쳐 차세대 기종인 737-8을 총 4대 신규 도입했다. 해당 기종은 기존 737-800 대비 연료 효율이 약 15% 이상 개선돼 단위당 운항 원가(CASK)와 정비비를 구조적으로 절감케 한다. 상반기 제주항공의 항공유 평균 매입 단가는 갤런당 국내 298.19센트, 해외 368.63센트다. 운송 실적·시장 지배력도 견고하게 유지했다. 상반기 여객 수송 실적은 탑승객 기준 국내선 237만2016명, 국제선 422만6784명을 기록했다. 저비용 항공사(LCC) 부문 탑승객 기준 시장 점유율은 국내선 65%, 국제선 37%로 1위 자리를 굳혔다. 대형 항공사(FSC)를 포함한 전체 항공사 기준 점유율은 국내선 16.3%, 국제선 8.4%로 집계됐다. 화물 사업의 경우 국제선에서 3만 톤을 수송해 약 62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환율과 유가 등 외부 변동성을 고려한 리스크 관리와 2030년까지 기단현대화 전략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에 노력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형 항공기는 기존 대비 부품 교체 주기가 길고 정비·수리(MRO) 비용도 절감되는 장점이 있으며, 보잉에서는 737-800 대비 연료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 14% 줄일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자이스, ‘반도체 전문가’ 야네 제후젠 신임 지사장 선임

독일 광학솔루션 기업 자이스(ZEISS)가 반도체사업부문 공급망관리총괄을 지낸 야네 제후젠(Jaane Seehusen) 박사를 신임 한국법인 지사장으로 선임했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서 자이스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다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제후젠 신임 지사장은 지난 1일자로 취임했다. 그는 2012년 자이스 반도체사업부문 운영 프로젝트 매니저로 입사한 뒤, 특수운영프로젝트 총괄(2013~2015년), 생산 분야 프로젝트 매니저(2015~2017년), 산업우수성총괄(2017~2021년)을 차례로 거쳐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반도체사업부 공급망관리총괄을 지냈다. 제조 및 비제조 물질 전반의 전략적 조달과 공급업체 개발, 공급 품질, 수출 통제 등을 총괄하며 반도체사업부 성과에 핵심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인프리드리히빌헬름대학교(본)에서 자연과학 박사학위(Dr. rer. nat)를 받았고, 프리드리히실러대학교(예나)에서 레이저기술을, 게오르그아우구스트대학교(괴팅겐)에서 화학 석사를 마쳤다. 자이스는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핵심인 극자외선(EUV) 관련 특허만 2000개 이상 보유한 이 분야 '히든 챔피언'으로 꼽힌다. DUV·EUV 리소그래피에 들어가는 광학렌즈 모듈과 포토마스크 솔루션부터 공정 제어, 소재·패키징 3D 분석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췄고, 세계 유일의 EUV 리소그래피 장비 공급사인 ASML의 전략적 파트너이기도 하다. 1986년 한독 합작법인으로 출발해 2004년 100% 독일 투자법인으로 전환된 자이스코리아는 40년간 의료·소비재·반도체 분야에서 국내 시장에 뿌리를 내려왔다. 신임 지사장 체제에서도 국내 기존 고객·협력사와의 공조를 강화하고 국내 반도체 생태계 내 입지를 다지는 방향으로 사업을 운영할 방침이다. 프랑크 로문트 자이스그룹 이사회 일원 겸 반도체사업부 CEO는 “제후젠 박사는 2012년 합류 이후 자이스의 성공에 핵심적으로 기여해왔으며, 그녀의 뛰어난 업적을 확신한다"며 “앞으로도 자이스코리아의 성과를 더욱 강화하고 성장세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제후젠 지사장은 “다양한 혁신 기술의 허브이자 반도체 산업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돼 매우 기쁘다"며 “고객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며, 직원들과 고객, 파트너들과 함께 자이스의 지속적인 성공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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