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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MT 4F² 해부 ②] EUV 없이 ‘최정밀 바둑판’ 도전…‘수율 10%’의 벽

CXMT가 회로를 가장 정밀하게 그리는 도구 없이 가장 정밀한 설계를 요구하는 구조에 뛰어들었다. EUV 대신 패턴을 여러 번 쪼개는 우회 공정으로 바둑판의 가로·세로를 동시에 맞춰야 해, 발표와 양산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EUV 없는 4중 패터닝'의 모순 4F² 구조 자체는 특정 선폭에 묶인 기술이 아니다. F가 선폭을 뜻하는 만큼 60㎚ 공정이든 15㎚ 공정이든 4F² 셀을 만들 수는 있다. 관건은 얼마나 작게 만드느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CXMT가 쓰는 불화아르곤(ArF) 액침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로 한 번에 그릴 수 있는 선의 반복 간격(피치)은 약 80㎚다. 패턴을 쪼개 두 번 그리면 40㎚, 세 번 그리면 20㎚까지 내려간다. 선폭 15㎚ 수준에서 4F² 셀을 구현하려면 기둥 사이 피치를 30㎚ 안팎까지 좁혀야 하는데, 두 번 그려서는 이 간격에 미치지 못한다. CXMT가 '자기정렬 4중 패터닝(SAQP)'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이유다. SAQP는 기준선을 그린 뒤 그 테두리에 얇은 막(스페이서)을 입히는 과정을 두 번 반복해 선 간격을 4분의 1로 쪼개는 기술이다. EUV라면 한 번에 그릴 패턴을 증착·포토·식각·세정을 여러 차례 되풀이해 만들어내는 셈이다. 문제는 이 방식이 4F²와 상극이라는 점이다. 6F²는 공책의 가로줄처럼 한 방향만 가장 촘촘하면 되고, 다른 방향은 3F로 여유가 있다. 그래서 EUV로는 패턴 공정을 한 번씩만 적용하면 된다. 반면 4F²는 가로와 세로가 모두 가장 촘촘한 바둑판 구조다. 줄이 교차하는 지점마다 기둥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DUV로는 패턴을 그리는 작업을 가로로 세 번, 세로로 세 번 적용해야 한다. SAQP는 막 두께가 원자 몇 층만 달라도 선 간격이 넓고 좁기를 번갈아 반복한다. 이 오차가 두 방향에서 동시에 생기면 기둥마다 크기와 위치가 달라진다. 그 위에 커패시터를 정확히 올리기도 더 어려워진다. 기둥 하나의 오차가 곧 셀 하나의 불량이 되는 구조다. 공정 단계도 몇 배로 늘어난다. 단계가 늘면 생산 기간이 길어지고, 결함이 끼어들 여지와 원가도 함께 커진다. CXMT가 SAQP 기반 G4~G5 D램 양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기존 6F² 구조다. 진종문 경남대 반도체부트캠프사업단 교수는 “한 방향으로 선을 쪼개는 것과 가로세로로 엇갈려 쪼개진 바둑판식 선에 기둥을 아래위로 이어 붙이는 것은 난이도 차원이 다르다"며 “노광 해상도가 가장 부족한 회사가 노광에 가장 가혹한 구조를 고른 것이 CXMT 전략의 최대 모순"이라고 진단했다. ◇ 웨이퍼 접합·신소재·수율·데이터 유지…4F² 양산의 '4대 난제' 난관은 셀에서 끝나지 않는다. D램에는 셀에서 읽은 미약한 신호를 키우는 감지증폭기, 워드라인을 움직이는 드라이버 같은 주변회로가 있다. 셀만 작아지고 주변회로가 그대로면 4F²의 효과는 희석된다. 그래서 업계는 셀과 주변회로를 서로 다른 웨이퍼에서 만들어 위아래로 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삼성전자의 4F² 시제품은 주변회로를 셀 아래로 옮겨 면적 비중을 17%에서 3% 수준으로 낮췄고, 웨이퍼당 칩 수를 20% 넘게 늘렸다. 이 방식의 핵심은 배선이다. 4F²에서는 비트라인이 기둥 아래로 묻히고, 커패시터는 위로 올라가며, 주변회로는 아래 웨이퍼로 내려간다. 예전에 셀 위 배선으로 오가던 신호가 이제 두 웨이퍼의 접합면을 건너야 한다. 1~2㎛ 간격의 접합점을 어떻게 배치하고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도 문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닌 메모리용 하이브리드 본딩의 접합 수율이다. 이에 따라 칩의 크기와 원가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CXMT는 웨이퍼를 붙인다는 사실만 밝혔을 뿐, 이 부분은 공개하지 않았다. 웨이퍼를 두 장 쓰면 원가가 늘고 두 웨이퍼의 불량률이 곱해진다는 부담도 적지 않다. 신소재도 변수다. 땅속 비트라인의 저항을 낮추려면 루테늄 같은 새 금속이 필요하고, 기둥 소재로 실리콘 대신 산화물 반도체를 검토하는 흐름도 있다. 하지만 새 재료는 열처리 온도, 오염, 계면 결함이라는 새 숙제를 낳는다. 웨이퍼 본딩까지 더해지면 온도와 물리적 신뢰성 제약은 한층 까다로워진다. 간격이 제각각인 좁은 기둥 사이를 게이트 막과 금속으로 고르게 채우기도 어렵다. 이런 편차는 결국 셀마다 다른 문턱전압과 누설 전류로 나타난다. 가장 높은 벽은 수율과 데이터 저장 시간이다. D램은 수십억 개 셀이 모두 정해진 시간 동안 전하를 함께 유지해야 한다. 몇몇 셀만 새도 칩 전체가 불량이 되고, 24시간 가동되는 서버용은 기준이 더 엄격하다. 진 교수는 “연내 제품이 나오더라도 초기 수율은 10%를 밑돌 가능성이 크고, 의미 있는 물량은 빨라야 2027년 말에서 2028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EUV를 쓰는 회사는 패턴 오차라는 변수 하나를 덜고 이 문제를 풀지만, CXMT는 네 변수를 모두 떠안고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포스코, ‘철의 도시’에 문화 입힌다…포항 이어 광양에 새 랜드마크

포스코가 철강 생산 거점인 포항과 광양에 철을 소재로 한 문화·관광 공간을 잇달아 조성하며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확대하고 있다. 포항 '스페이스워크'가 누적 관람객 4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최근 광양에는 365m 길이의 체험형 조형물 '파노라마 워크'가 들어섰다. 26일 포스코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8일 광양 구봉산 정상에 광양시와 공동으로 조성한 '파노라마 워크'를 공개했다. 파노라마 워크는 과거 봉수대가 있었던 구봉산의 역사적 의미를 불꽃 형상으로 재해석한 체험형 문화공간이다. 총 트랙 길이 365m, 폭 13~21m, 높이 27m 규모로 조성됐다. 관람객이 일곱 차례 회전하는 구조를 따라 직접 걸으며 광양만과 주변 산세를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포스코의 고내식 스테인리스 소재가 적용됐으며 미누엘 몬테세린과 아이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가 설계에 참여했다. 포스코와 광양시는 2022년 구봉산 명소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설계 과정에서는 자문위원단과 시민위원회, 온라인 설문 등을 통해 지역 의견을 수렴했다. ◇ 포항 '스페이스워크' 400만명 찾았다 포스코의 철을 활용한 지역 문화공간 조성은 포항에서 먼저 본격화됐다. 포스코는 2021년 3월 포항제철소 인근에 복합문화공간 'Park1538'을 공개했다. 철의 용융점인 1538℃에서 이름을 딴 공간으로 포스코역사관과 홍보관, 수변공원, 명예의 전당 등을 갖췄다. 같은 해 11월에는 포항 환호공원에 높이 25m, 총길이 333m 규모의 체험형 조형물 '스페이스워크'를 완공해 포항시에 기부했다. 독일 작가 하이케 무터와 울리히 겐츠가 설계에 참여한 스페이스워크에서는 트랙을 걸으며 포항제철소와 영일만을 조망할 수 있다. 스페이스워크는 2023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았으며 올해 누적 관람객 400만명을 넘어섰다. ◇ 'Park1538'도 광양으로…산업도시에 문화 더한다 포스코는 지난해 4월 광양에도 'Park1538 광양'을 개관했다. 광양의 '빛 광(光)'에서 착안해 건물 내·외관을 '빛의 물결' 형태로 설계하고 포스코의 고내식 강재 포스맥(PosMAC) 등을 적용했다. 올해 7월에는 국제 디자인 공모전 'A 디자인 어워드' 건축 부문 플래티넘상을 받았다. 홍보관과 교육관, 포스코미술관 광양 등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미술관 광양에서는 다음 달 28일까지 파노라마 워크 준공을 기념한 '파노라마 워크 : THE INFINITE LIGHT' 전시가 진행된다. 서울 포스코센터에서도 문화예술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로비에는 백남준과 구보타 시게코의 미디어아트 '철이철철'을 상설 전시하고 있으며 포스코미술관에서는 신진 작가 전시 등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는 앞으로도 포항과 광양 등 주요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문화·관광 인프라 조성과 문화예술 지원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철강·조선 호황에 임단협 ‘진통’…“무기한 파업·재투표·고공농성”

철강·조선업계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서로 다른 갈림길에 섰다. 포스코 노동조합은 26일부터 일부 조합원의 퇴근 후 돌발업무 대응을 제한하겠다고 예고하며 무기한 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HD현대중공업은 파업과 고공농성을 중단하고 27일 두 번째 잠정합의안 표결을 앞둔 반면, 한화오션에서는 정규직과 하청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일부 조합원을 대상으로 퇴근 이후 긴급·비계획 업무에 대응하지 않는 방식의 쟁의 지침을 내렸다. 노조는 별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달 2일 오후 7시부터 기한을 정하지 않은 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날 오전 현재 노조가 예고한 업무 대응 제한의 실제 이행 여부와 생산 차질은 확인되지 않았다. 퇴근 이후 발생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한 조치인 만큼 현장 영향은 이날 오후 이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 결렬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했다. 앞서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업무 대응 범위를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사측을 압박하는 양상이다. 노사 간 추가 교섭 일정은 공개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포스코는 고로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연속 공정 사업장이다. 노조의 조치가 장기화하거나 참여 범위가 확대될 경우 설비 정비와 긴급 복구 등 비정기 업무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만 노조가 실제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필수 유지업무와 근무조별 참여 범위에 따라 생산 차질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교섭 타결의 마지막 문턱을 앞두고 있다. 노조는 27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두 번째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사는 지난 23일 열린 26차 교섭에서 1차 합의안 부결 이후 21일 만에 새 합의안을 마련했다. 2차 합의안에는 기본급 12만원 인상과 격려금 등 일시금 1150만원 및 200% 지급, 복지포인트 30만점 등이 담겼다. 1차 합의안보다 일시금이 늘고 호봉승급분과 일부 복지 조건이 보완됐다. 노조는 합의안의 1인당 총인상 효과를 약 4136만원으로 추산했다. 노조는 2차 잠정합의안 도출에 따라 부분파업과 고공농성을 중단했다. 27일 투표가 가결되면 올해 교섭은 사실상 마무리된다. 다시 부결될 경우 조선업 호황에 걸맞은 고정급 확대를 요구하는 조합원들과 일시금 중심으로 보상하려는 회사 사이의 간극이 재확인되면서 파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한화오션의 갈등은 장기화 국면이다. 한화오션 정규직 노동조합 간부와 하청노동자 등 5명은 임단협 타결과 원청 직접교섭 등을 요구하며 거제사업장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하청노동자 6명이 농성을 시작했으나 이 가운데 2명은 이달 8일 지상으로 내려왔다. 이후 정규직 노조 간부가 별도의 고공농성에 합류했다. 정규직 노조는 임금 인상과 성과 배분 등을 놓고 회사와 대립하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은 중앙노동위원회가 한화오션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는데도 회사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며 소송 취하와 직접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한화오션 측은 법률상 쟁점을 사법 절차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세 사업장의 갈등은 철강·조선업의 실적과 수주 개선이 현장 노동자에 대한 보상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포스코는 파업 실행 여부, HD현대중공업은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 한화오션은 원·하청 교섭 문제로 쟁점이 서로 다르다. 당장의 분수령은 27일 HD현대중공업 조합원 투표다. 포스코에서는 26일 퇴근 이후 실제 업무 대응 제한 범위와 회사의 비상근무 체계, 한화오션에서는 정규직 임단협 재개 여부와 원청교섭 관련 소송의 향방이 후속 기사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르포] 연두색 동체에 깃든 기술…KAI가 만드는 국산 헬리콥터의 진화

지난 22일 찾은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회전익동. 생산 상황을 묻자 관계자는 라인 오른쪽에서 구조 조립을 시작해 왼쪽으로 공정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두 번째 라인은 수리온, 세 번째 라인은 LAH에 사용하며 물량과 기체 적체 상황에 따라 조정한다고 했다. 현재는 LAH 양산에 집중하고 있었다. 헬리콥터 제작 현장에서는 세척용 용제 냄새가 났다. 생산 라인에 놓인 기체는 부위마다 색이 달랐다. 연두색 동체 옆으로 살구색 부분이 드러나 있었다. 취재진이 도색 여부를 묻자 현장을 안내하던 생산 기술팀 관계자는 기체를 가리키며 “알루미늄에는 연두색, 복합재에는 살구색 프라이머를 칠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완성된 기체의 외장을 꾸미는 색이 아니라 최종 본도장에 앞서 칠하는 하도였다. 살구색 부분이 나무처럼 보인다는 말에 관계자는 복합재 위에 칠한 도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변의 나무 상자는 제품을 옮기는 용도였다. 완제기 사진이니 영상에서는 지나치기 쉬운 소재와 제작 과정이 눈앞에 드러났다. 회전익동은 헬리콥터 최종 조립을 위해 별도로 마련한 건물이다. 수리온 사업 초기에는 기존 조립동에서 다른 항공기와 함께 생산했지만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전용 건물을 지었다. 이곳에는 병력을 나르던 수리온이 환자를 후송하고 산불을 끄는 기체로 발전해 온 과정과 소형 무장 헬리콥터(LAH)를 양산하는 현재가 겹쳐 있었다. ◇ 같은 수리온에서 출발…임무에 따라 달라지는 장비 안내는 수리온과 파생형 소개부터 시작됐다. 현장 관계자는 육군용 수리온 양산 납품을 2024년 마쳤고 이를 기반으로 해병대 상륙 기동 헬리콥터와 의무 후송 헬리콥터 등으로 사업을 넓혀 왔다고 설명했다. 상륙 공격 헬리콥터와 해상 기뢰 탐지 임무를 수행하는 소해 헬리콥터의 개발 성과와 향후 양산 계획도 소개했다. 해병대가 운용하는 상륙 기동 헬리콥터 '마린온'은 병력과 장비를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를 기반으로 개발하는 상륙 공격 헬리콥터는 상륙 부대를 엄호하고 지상 작전에 필요한 화력을 지원하는 기종이다. 공통된 기체를 바탕으로 수송과 공격 지원 등 서로 다른 임무를 맡도록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의무 후송 기종을 설명할 때는 과거 목함 지뢰 사건 당시 부상자 이송 문제가 거론됐다. 현장 관계자는 태백산맥과 같은 산악 지형과 기상 여건에 대응하는 비행 성능을 강조했다. 병력을 목적지까지 옮기는 능력이 위급한 환자를 치료 가능한 곳으로 후송하는 임무로 이어졌다는 설명이었다. 수리온의 활동 영역은 경찰·산림·소방·해양 경찰로도 넓어졌다. 경찰용 기체에는 교통 관리와 방송 등의 임무가 반영됐다.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당시 현장 영상에 등장했던 경찰 헬리콥터도 언급했다. 구조 임무에는 사람이나 장비를 끌어 올리는 외장형 호이스트가, 산불 진화 임무에는 물탱크가 쓰인다. 기수의 검은 부분에 들어가는 기상 레이더 역시 운용 기관의 요구를 반영한 장비다. 해상 임무에서는 비행 시간이 중요해진다. 관계자는 울릉도와 독도처럼 먼 해역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예로 들며 외부 연료 탱크를 가리켰다. 현장 설명에 따르면 기본 상태에서 약 3시간 수준인 비행 시간을 외부 연료 탱크 장착으로 약 5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임무를 수행하고 복귀할 시간까지 확보하기 위한 구성이다. 바다 위 비상 상황에 대비한 장치도 있다. 관계자는 기체의 네 곳을 짚으며 비상 부주를 소개했다. 해상에 비상 착수했을 때 부력을 확보해 탑승자의 탈출을 돕는 장치다. 해상 임무를 맡으려면 항속 능력과 함께 비상 상황에 대한 대비도 갖춰야 했다. 군용과 관용 기종의 부품 공유 수준을 묻자 회사 측은 구체적인 비율 대신 기본 모델이 수리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장비를 필요할 때마다 간단히 갈아 끼우는 개념은 아니었다. 항공기는 설계 변경에 드는 비용이 큰 만큼 사업 착수 전에 요구 사항과 장비 구성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제작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수출 실적으로는 이라크에 수리온 2대를 납품한 사례가 소개됐다. 관계자는 관련 보도 등을 통해 파악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환자 이송과 응급 처치를 위한 응급 의료 서비스(EMS) 헬리콥터 사업도 언급했다. 수리온을 기반으로 한 관용 분야의 사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 다섯 장의 로터와 조준 장비…LAH의 정밀 타격을 만드는 연결 설명의 중심은 LAH '미르온'으로 옮겨갔다. 노후한 500MD와 코브라 계열 헬리콥터를 대체하는 기종이다. KAI에 따르면 에어버스 H155B1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됐고 2022년 체계 개발을 마치고 2024년부터 육군에 실전 배치되고 있다. 수리온과 비교해 눈에 띄는 차이는 기체 위의 로터였다. 수리온의 주 로터 블레이드는 네 장, LAH는 다섯 장이다. 관계자는 로터 중심부와 진동을 줄이는 구조를 가리키며 기수의 20㎜ 기관포와 연결해 설명했다. 사격 정확도를 높이려면 기체의 떨림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복잡한 구조를 설명할 때는 고속으로 회전하는 CD가 비유로 등장했다. 안정적으로 회전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진동을 억제하는 설계의 필요성을 이해하기 쉽다는 취지였다. 블레이드 개수뿐 아니라 로터 시스템 전체의 구성이 무장 운용의 안정성과 연결돼 있었다. 기수의 표적 획득·지시 장비(TADS)는 전자 광학·적외선 기능으로 표적을 관측하고 식별하며 추적한다. 관계자는 특정 지점을 표적으로 지정하면 이를 계속 따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포와 이 장비, 조종사의 헬멧에 표시되는 조준 정보도 연동된다. 조종사가 보는 표적과 센서가 추적하는 지점, 무장이 향하는 방향이 맞아야 한다. 여기에 항공기의 자세와 위치 정보까지 정밀하게 일치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기체가 움직이는 동안에도 관측 정보와 조준 방향을 맞추는 통합 기술이 사격 정확도를 뒷받침하는 셈이다. 공대지 유도탄 '천검'에 관한 질문에는 사격 시험 결과가 소개됐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초 운용 군이 약 5㎞ 거리의 표적을 대상으로 두 발을 발사해 모두 명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KAI가 직접 사격하는 것이 아니라 군이 시험을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산악이 많은 국내 지형을 따라 이동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데 적합한 기체라는 점도 강조했다. 양산 규모에 대해서는 1차 10대와 2차 60대 등 70대의 계약이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 108대를 포함해 총 178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추가 물량은 향후 변경 가능성을 전제로 제시한 수치였다. 기체 뒤쪽에서는 민수 분야의 활용 가능성도 거론됐다. 관계자는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공간에 공격 임무용 탄통이 배치돼 있다며, 무장과 탄통을 제외하고 좌석을 설치하는 구성을 설명했다. KAI가 LAH와 소형 민수 헬리콥터(LCH)를 함께 개발한 것도 공통 플랫폼을 서로 다른 임무에 활용하는 접근이다. 무장만 제거하면 곧바로 민간 운항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 둥근 꼬리 로터부터 자기 밀봉 연료 탱크까지…생존성과 안전의 설계 동력 전달 구조에도 차이가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수리온에는 메인·중간·테일 기어박스가 들어가지만 LAH는 메인과 테일 기어박스로 구성된다. 중간 기어박스를 두지 않아 부품 수와 중량을 줄이고 정비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꼬리에는 로터를 둥근 구조물로 감싼 '페네스트론'이 있었다. 관계자는 지붕의 작은 창과 빗살에 빗대 구조를 설명했다. 에어버스에 따르면 이름도 '작은 창'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했다. 지상 작업자의 안전과 로터 보호를 위해 개발됐으며, 이후 설계 개선으로 소음 저감 효과도 발전했다. 제작 난도를 묻자 조종 계통과 엔진의 동력 전달 방식이 거론됐다. 관계자는 해당 기종의 조종 입력이 기계적인 로드로 전달되는 구조라고 소개하며 저공 운용 중 피탄 가능성과 생존성을 언급했다. 엔진의 동력을 기어박스를 거쳐 로터에 전달해야 하는 만큼 제작에 필요한 손길과 공수도 적지 않다고 했다. 휴대용 대공 미사일 등의 위협에 관한 질문에는 기체 여러 방향에 배치된 경보 장비를 가리켰다. 미사일·레이저·레이더 위협을 탐지해 조종사에게 알리고, 채프와 플레어를 사용하며 회피 기동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국산화 수준에 대한 현장 답변은 장비 구성과 작동 개념에 집중됐다. 한화시스템은 LAH용 표적 획득·지시 장비와 레이더·레이저 경보 수신기 등을 국내에서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위협에 직접 노출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한 연구도 소개됐다. 산악 지형 뒤에서 드론을 먼저 보내 정찰·감시를 수행하고 필요하면 자폭 공격 임무까지 연계하는 개념이다. 관계자는 이를 연구 중인 운용 방식으로 설명했다. 기체 바닥의 연료 탱크에는 피탄에 대비한 자기 밀봉 기능이 적용됐다. 관계자는 고무 재질의 탱크를 타이어에 빗대 설명했다. 고무층 사이에는 연료와 접촉하면 부풀어 오르는 소재가 들어간다. 탄환으로 구멍이 나 연료가 새면 소재가 팽창해 손상 부위를 막고 누출을 줄이는 원리다. 엔진 두 개를 사용하는 구조는 한쪽 엔진의 고장에 대비하는 수단이다. 엔진 동력을 잃었을 때 활용하는 '자동 회전'도 소개됐다. 하강 과정에서 로터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공기로 회전을 유지하며 비상 착륙을 시도하는 방식이다. 자유 회전 장치는 정지한 엔진이 로터 회전을 방해하지 않도록 구동 연결을 분리한다. 관계자는 바람개비와 자전거를 예로 들어 원리를 설명하면서 조종사의 숙달을 강조했다. 자동 회전은 안전한 착륙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기능이 아니라 비상 상황에서 조종사가 수행하는 비행 방식이다.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한 이유다. ◇ 월 3대 생산 목표와 납품 차질…현장에 남은 과제 생산 목표는 월 3대 수준이었다. 현재 월 몇대를 납품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회사 관계자는 “엔진 관련 현안 탓에 납품을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기체가 쌓여 있다"고 토로했다. 외부에도 대기 중인 LAH가 있다고 했다. LAH에 탑재되는 엔진은 프랑스 사프란 기술을 바탕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에서 조립한 것으로 엔진 57대 중 47대에서 부식, 38대에서 균열이 발견됐다. 디퓨저 조립 등의 공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알려졌지만 해소 시점, 납품 재개 일정은 알 수 없었다. 월간 생산 목표와 실제 고객 인도는 별개의 문제였다. 기체 조립을 진행하더라도 군이 운용할 수 있는 완성품을 넘기려면 관련 현안의 해소가 필요했다. 견학 막바지에는 인력 문제가 거론됐다. 다른 항공기 제작 업무를 거쳐 수리온 사업에 합류했다는 관계자는 헬리콥터 제작에 들어가는 공수와 노력에 비해 개발·생산 인력이 부족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에 여러 파생형을 생산하고 납품하는 과정에서 부담이 누적됐다는 설명이었다. 이처럼 회전익동에는 정밀한 기체를 완성하는 일과 함께 납품의 안정성, 인력 부담을 풀어야 하는 과제도 놓여 있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성SDI, 美 ESS 시장 공략 속도…AOP에 1.5GWh 공급

삼성SDI가 미국 에너지 기업 알파오메가파워(AOP)와 에너지저장장치(ESS) 공급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지난해 말 맺은 계약에 이어 공급 물량을 늘리면서 AOP에 공급하는 ESS 솔루션 규모는 총 1.5기가와트시(GWh)가 됐다. 제품은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텍사스주 전력 프로젝트에 투입한다. 삼성SDI는 미주법인 삼성SDI 아메리카(SDIA)가 AOP와 1GWh 규모의 ESS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AOP는 공급받은 제품을 내년 텍사스주에서 착공하는 대규모 전력 프로젝트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공급 물량은 인디애나주 스타플러스에너지(SPE) 공장에서 생산한다. 삼성SDI는 연내 제품 공급을 마칠 계획이다.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활용해 북미 ESS 시장에서 수주 물량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공급 제품은 각형 배터리를 적용한 일체형 ESS 솔루션 '삼성 배터리 박스(SBB) 1.7'이다.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기반의 하이니켈 배터리를 탑재했다. 기존 SBB 1.5와 외형 크기는 20피트로 같지만 에너지밀도를 17% 높였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진단하고 배터리 수명을 예측하는 알고리즘도 적용했다. 안전 관련 인증도 확보했다. SBB 1.7은 미국소방협회(NFPA)의 ESS 설치 표준인 NFPA 855와 ESS 안전 인증 UL 9540을 획득했다. 배터리 모듈 내부에 소화 약제를 직접 분사하는 삼성SDI의 독자개발 기술(EDI)도 적용됐다. 삼성SDI는 올해 미국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ESS 공급 계약을 이어가고 있으며, 다른 현지 고객사들과도 추구 수주를 위한 공급 계약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 외에도 미국 현지 생산과 각형 배터리 기반 솔루션을 활용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패브리스 허드리 삼성SDI 미주법인(SDIA) ESS팀장 부사장은 “AOP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독립 전력 생산 업체 중 하나"라며 “당사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현지 생산으로 북미 ESS 시장에서 사업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웹소설·웹툰 이어 애니메이션까지…넥슨 ‘템빨’, 게임 흥행 잇는다

넥슨의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템빨:넥슨의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템빨: 오버기어드'가 정식 출시를 앞두고 흥행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주요 앱마켓에서 사전 등록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달 원작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TV 애니메이션까지 공개되면서 신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템빨: 오버기어드'(개발사 그레이게임즈)는 국내외에서 흥행성을 입증한 글로벌 인기 IP '템빨'을 기반으로 해 대형 MMORPG로 개발 중이다. 장비를 축으로 한 성장에 정통 MMORPG만의 깊이를 더한 작품으로, 캐릭터 성장의 재미와 대규모 경쟁을 핵심으로 삼는다. 넥슨은 국내를 비롯해 대만, 홍콩, 마카오 지역에 PC, 모바일 크로스플랫폼으로 연내 정식 출시할 예정으로, 이달 1일 주요 앱 마켓에서 사전 등록을 시작했다. 원작 IP인 '템빨'은 웹소설과 웹툰을 합쳐 국내 누적 조회수 약 13억 회, 댓글 70만 건 이상을 기록한 인기 IP다. 웹소설은 2024년 4월 완결됐으며, 웹툰은 현재도 인기리에 연재 중이다. 이달 2일에는 TV 애니메이션 '템빨-아이템의 힘'이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방영을 시작했다. 넥슨은 서버 및 캐릭터명 사전 선점을 시작하면서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SOOP과 함께 공동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TV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을 게임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넥슨이 최근 공개한 '템빨: 오버기어드'의 주요 시스템 소개 영상에 따르면 게임은 전투를 잘하는 이용자뿐 아니라 장비를 잘 만드는 이용자도 게임 안에서 자신만의 역할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고등급의 장비에 제작자의 이름을 표시해 전투력 외에 제작 능력으로 인정받을 기회를 마련한 것. '시그니처 장비'를 얻고자 하는 이용자는 자연스럽게 고등급 장비를 만든 제작자를 찾게 된다. 제작자의 이름을 장비에 남기는 시스템은 '템빨'의 세계관과 게임성을 직접 연결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최병천 그레이게임즈 PD는 “현실에서도 명품 브랜드들은 제작자의 이름을 따온다"며 “게임에서도 아이템 제작을 가지고 네임드가 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도록 설계했다. 커뮤니티를 확장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도 기능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업계에서는 넥슨의 이번 신작이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처럼 히트작 반열에 오를지 주목하고 있다. 넷마블이 지난 2024년 5월 글로벌 출시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는 원작 IP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글로벌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출시 초반에는 141개국에서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차지했으며, 21개국에서는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애니메이션 시즌 2 방영 시점에는 신규·복귀 이용자 유입도 증가했다. 원작의 팬덤을 게임 이용자로 전환하고, 영상 콘텐츠를 통해 추가 유입을 끌어낸 사례다. '템빨: 오버기어드'는 원작의 인기를 게임으로 연결하는 동시에, '템빨'만의 차별화된 성장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흥행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비를 얻고 강화하는 데서 나아가 직접 만든 장비로 이름을 알리는 재미가 이용자들의 장기적인 플레이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르포] 록히드 마틴·노스롭 그루먼부터 KAEMS까지…사천서 만난 ‘다음 비행’의 조건

새로운 항공기를 개발하는 일부터 운용 중인 기체의 성능을 높이고, 정비를 거쳐 다시 띄우는 일까지. '2026 사천 에어쇼' 우주항공방위산업전(GADEX)에는 항공기의 도입과 운용을 둘러싼 다양한 사업이 펼쳐졌다. 미래 공중전을 제시하는 무인기 모형 곁에서는 엔진의 장기 지원과 정비시설 투자, 비행장 주변 조류 충돌 예방이 화두로 이어졌다. 23일 전시 현장에서 기업들이 내놓은 해법은 저마다 달랐다. 록히드 마틴은 유인 전투기와 함께 임무를 수행할 무인기를, 노스롭 그루먼은 기존 전력의 현대화를 제시했다. 롤스로이스와 한국항공서비스(KAEMS)는 항공기를 오랫동안 운용하는 데 필요한 지원·정비를, 버드렉스는 이착륙 환경의 위험을 줄이는 장비를 소개했다. 록히드 마틴은 '벡티스(Vectis)' 모형으로 미래 공중전 구상을 제시했다. 벡티스는 첨단 개발 조직 스컹크웍스가 개발 중인 무인 협동 전투기(CCA)다. F-35 같은 유인 전투기와 임무를 나눠 수행하거나 독립적으로 작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회사가 2025년 9월 공개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벡티스의 임무 범위는 정밀 타격과 정보·감시·정찰(ISR) 기반 표적 획득, 전자전, 공중 위협에 대한 공격·방어 작전 등이다. 스텔스 기술과 자율 시스템을 적용하고, 디지털 엔지니어링과 첨단 제조 방식으로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임무 장비와 통제 체계를 연결하는 방식도 주요 개발 방향이다. 회사는 특정 업체의 장비에 종속되지 않도록 정부 기준 아키텍처에 맞춘 개방형 체계를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고객별 요구와 향후 기술 변화에 맞춰 장비를 연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록히드 마틴은 지난해 발표 당시 설계·제작·비행을 2년 안에 수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사천에 놓인 벡티스 모형은 앞으로 구현하려는 협동 작전과 개발 방향을 보여주는 전시물이었다. 노스롭 그루먼은 부스에 별도의 실물 장비나 모형을 준비하지 않았지만 내세운 주제는 기존 전력의 현대화였다. 현재 운용 중인 플랫폼에 탐지·전자전·표적 식별·통신 능력을 신속하게 결합해 변화하는 위협에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노스롭 그루먼은 통합 센서·지휘 통제·전투 관리·전자전, 정밀 표적 식별 및 네트워크·항법 기술을 핵심 분야로 제시했다. 디지털 엔지니어링과 유연한 개발 방식을 활용해 개량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국가별 임무와 예산에 맞춰 성능을 보강한다는 방향이다. 회사는 최근 5년간 기반 시설과 연구·개발(R&D)에 135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한국 시장에서는 KF-16 성능 개량을 주요 기회로 보고 있다. 회사가 소개한 분야는 라이트닝(LITENING) 표적 지시 장비와 F-16용 통합 전자전 체계, 적 방공망 제압을 위한 대 레이더 유도 무기다. 한국 공군이 F-16 계열을 장기간 운용할 것으로 보고 신규 전력 확보와 함께 기존 전투기의 표적 식별 능력과 생존성도 지속적으로 보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스롭 그루먼은 2027년 추진을 예상하는 표적 지시 장비 관련 사업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 기업과의 협력도 확대한다는 방향이다. 노스롭 그루먼은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국내 협력사를 발굴하고, 절충교역과 제3국 수출 등을 통해 협력 범위를 넓혀간다는 입장이다. 한국 시장의 장비 도입 수요와 국내 기업의 해외 공급망 참여 가능성을 함께 살피고 있다는 설명이다. 롤스로이스 부스에서는 △P-3C 해상 초계기 △C-130H·J 수송기 △RQ-4B 글로벌 호크 △KC-330 공중 급유기 △MD500·슈퍼 링스·와일드 캣 헬기 등 엔진이 연결하는 항공기들이 한 장의 패널에 담겼다. 임무와 크기가 다른 기종들을 따라가면 국내 항공 전력 곳곳에 자리한 엔진의 역할이 드러났다.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협력과 국내 군용기 엔진 지원 활동을 설명했다. 민항기 분야에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 공급된 엔진의 지원 관계를 언급했다. 항공기를 인도한 뒤에도 엔진 제작사와 운용사, 정비 인력이 오랫동안 연결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KAEMS 부스에서는 항공기를 다시 띄우는 데 필요한 조건이 화제였다. 회사 관계자는 모회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항공기의 정비를 주요 사업 기반으로 삼아 민항기와 다른 기종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향을 설명했다. 정비 물량을 확보하려면 항공기를 받아들일 시설과 전문 인력이 먼저 필요했다. KAEMS 관계자는 “향후 회전익 항공기의 창정비 수요 등에 대응하기 위한 시설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를 분해해 점검하고 수리·복원하는 창정비에는 작업 공간과 장비, 숙련 인력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민항기 정비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과제로 꼽혔다. 회사 측은 노동 집약적인 작업 특성에 따른 인건비 부담 등을 들며 민수 정비 부문이 현재 적자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천이라는 입지도 고려 요소였다. 정비를 위해 항공기를 별도로 이동시켜야 하는 경우 운항사에 추가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KAEMS 관계자는 “기존 인천공항 운항 정비에 더해 현지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천의 정비 기반과 항공 수요가 모이는 인천공항의 접근성을 함께 활용하려는 방향이다. 버드렉스 전시관에서는 시선이 항공기에서 비행장 주변으로 옮겨갔다. 조류 충돌을 예방하는 장비를 탑재한 차량과 운전석의 조작 화면이 설명의 중심이었다. 화면에는 가스·배터리 상태와 장비 방향·고각 등이 표시됐다. 황상모 버드렉스 대표이사는 새가 나타난 방향을 가정해 장비를 조절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운전석에서 장비를 조작하도록 구성해 한 사람이 차량 이동과 퇴치 장비 운용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연은 조작부와 운용 방법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업체는 폭음과 음향으로 조류를 쫓고, 조류 탐지 레이더의 위치 정보를 받아 대응하는 운용 구상을 소개했다. 고정형 장비와 이동 차량을 함께 활용해 대응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황 대표는 사천과 김해, 광주 등 국내 여러 공항에 장비가 설치돼 있다고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CXMT 4F² 해부 ①] 서버용 D램 ‘2년 추월’…성적표는 백지

중국 메모리 업체의 차세대 D램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2년 추월론'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 창신메모리(CXMT)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아직 양산하지 못한 4F² 구조 D램을 연내 내놓겠다고 밝혔고, 그 여파로 국내외 메모리 업체 주가까지 출렁였다. 다만 발표에서 핵심 정보가 대거 빠진 만큼 기술 추월보다는 상장 이후 이어진 '몸값 띄우기'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 '4F² 카드' 꺼낸 CXMT 25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CXMT는 지난 10일 상하이에서 열린 제4회 집적회로·칩렛 콘퍼런스에서 4F² 구조로 만든 서버용 DDR5 메모리를 연내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업체들은 아직 시제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4F² 기반 16Gb D램 시제품의 작동에 성공했다고 발표했고,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6월 VLSI 심포지엄에서 4F² 수직 게이트(VG) 기술 로드맵을 공개하는 데 그쳤다. 발표된 일정만 놓고 보면 CXMT가 약 2년 앞서는 셈이어서, “중국이 한국을 2년 앞질렀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1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6.59%, 8.54% 급락했다. 4F² 구조는 D램 셀 하나를 가로·세로 2F인 정사각형 면적 내에 구현하는 방식이다. F는 해당 공정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소 선폭을 뜻한다. 현재 주력인 6F²(가로 2F·세로 3F)보다 셀 면적이 3분의 1 줄어, 같은 면적에 셀을 50% 더 넣을 수 있다. 셀 하나가 이론상 도달할 수 있는 최소 면적이다. 다만 주변회로까지 포함한 칩 전체로 보면 실제 효과는 이보다 작다. 구현 방식도 다르다. 2F×2F의 좁은 공간에는 트랜지스터 단자 3개를 바닥에 나란히 둘 수 없어, 실리콘 기둥을 세우고 전류를 아래에서 위로 흘린다. 기둥 아래에는 비트라인을 묻고, 옆면에는 워드라인을, 꼭대기에는 커패시터를 올린다. 삼성전자는 이를 VCT, SK하이닉스는 VG, CXMT는 VSG라고 부르지만 원리는 같다.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업계는 20년 넘게 4F²를 연구해 왔다. 삼성전자는 이미 2009년에 테스트 칩을 공개했고, CXMT도 2021년부터 관련 논문을 꾸준히 내놨다. 그런데도 아직 양산에 성공한 곳은 없다. 진종문 경남대 반도체부트캠프사업단 교수는 “4F²는 아이디어가 없어서 못 만든 게 아니라 너무 어렵고 비싸서 아무도 양산하지 못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난관은 트랜지스터를 세우는 구조 자체에서 비롯된다. 비트라인을 기둥 아래 땅속에 묻다 보니 저항이 커져 신호가 느려진다. 머리카락 굵기의 수천분의 1에 불과한 기둥 수십억 개를 휘거나 쓰러지지 않게 똑같이 깎아내는 것도 어렵다. 기둥을 데이터가 통과하면서 내부가 밑의 영역과 전기적으로 끊기는 '플로팅 바디' 현상도 생긴다. 셀이 전하를 붙잡아 두는 시간이 짧아지고, 그만큼 자주 다시 충전해야 해 전력 소모가 늘어난다. ◇ '셀 면적 33% 축소'의 함정 다만 발표 내용만으로는 실제 기술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칩 용량·속도·수율·선폭이 모두 공개되지 않았고, '양산'이라는 단어도 없었다. 4F²를 제품 전체에 적용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셀 면적 33% 축소'라는 수치도 따져볼 부분이 있다. 셀 면적 축소 효과는 선폭이 같을 때만 성립한다. 15㎚ 선폭으로 만든 CXMT의 4F² 셀은 약 900㎚²다. 반면 국내 업체가 11~12㎚ 공정으로 제조하는 6F² 셀의 면적은 약 730~860㎚²로, 양산 공정과 이론적 면적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오히려 더 작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2년 뒤 삼성전자가 'D0a' 공정으로 만들 4F² 셀은 361㎚²로, CXMT 셀의 40% 크기에 그친다. 진 교수는 “선폭에서 뒤처진 만큼 구조를 바꿔 얻은 이득이 상쇄된다"며 “4F²라는 이름만으로 더 앞선 제품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발표 시점을 두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CXMT는 지난 7월 상하이 증시에 상장했고, 9월에는 주력 미세공정 D램 양산을 알렸다. 이번에는 소비자용을 넘어 진입 장벽이 가장 높은 서버 시장을 첫 무대로 내세웠다. 세계 D램 점유율 10% 안팎으로 4위에 오른 기세를 이어가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 점유율 수치 역시 중국 내수 판매 비중과 가격 산정 방식을 따져 정확성을 검증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 교수는 “연내 출시는 대량 양산과 다르고, 서버용 메모리는 고객사의 까다로운 장기 인증을 통과해야 비로소 팔린다"며 “해외 빅테크의 인증 문턱을 넘기 전까지 이번 메시지가 겨냥한 청중은 중국 밖이 아니라 중국 안의 고객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FC서울, 10년만에 K리그 우승…허태수 GS그룹 회장, 선수단 격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아 FC서울의 K리그 우승을 관전하고 선수단을 격려했다. FC서울은 이날 10년 만에 리그 정상을 탈환했다. 허 회장은 “지난번 방문 때 부상 없이 건강한 시즌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는데, 여러분께서 10년 만의 우승으로 화답해주셨다"며 “그동안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오랜 기간 우승을 염원해온 팬들과 함께 오늘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FC서울은 K리그1 정규라운드 최종 33라운드에서 강원FC와 1-1로 비기며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구단에 따르면 허 회장은 평소 '팬 퍼스트'(Fan first)를 강조해왔다. 서울은 올 시즌 평균 관중 2만2000명을 넘어서며 경기력은 물론 인기에서도 성과를 냈다. GS그룹은 계열사 GS스포츠를 통해 FC서울과 GS칼텍스 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주 GS칼텍스가 2026 여수 NH농협컵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서울이 K리그1 우승까지 일궈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중국 게임사의 두 얼굴②] 돈 벌 땐 자본주의, 운영은 공산당식

아이폰18을 사려고 매장에 갔다. 그런데 원하는 제품을 직접 살 수 없다. 돈을 내고 상자를 열어야 한다. 상자에는 아이폰18뿐 아니라 화웨이폰도 섞여 있다. 아이폰18이 나올 때까지 상자를 계속 사야 한다. 어렵게 아이폰18을 손에 넣었더니 이번에는 아이폰19가 출시됐다.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다시 상자를 구매해야 한다. 일반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판매 방식이다. 그러나 중국계 모바일게임 '삼국지왕전'의 유료 상품 판매 구조를 일반 소비재에 대입하면 이와 비슷한 문제가 드러난다. ◇ 구매는 확률에 맡기고, 상품 가치는 게임사가 결정 '삼국지왕전' 게임에서는 원하는 상품을 직접 선택해 구매하는 대신 정해진 확률에 따라 상품을 얻는다. 원하는 상품이 나오지 않으면 추가 결제가 필요하고, 확보한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같은 상품을 반복해서 획득해야 한다. 판매자는 상품의 가격과 성능을 정한다. 어떤 상품을 함께 제공할지 결정하고, 신규 상품 출시를 통해 기존 상품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소비자지만 거래 조건을 정하는 쪽은 게임사다. 문제는 게임의 승패가 아니다. 소비자가 무엇을 사는지 충분히 알고 선택할 수 있는지, 대금을 받은 사업자가 구매 이후의 상품 가치와 거래 결과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지는지다. ◇ 삼국지왕전, 상품 수명도 판매자 마음대로…보상 기준도 없어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는 가격과 성능뿐 아니라 구매 이후 사용 조건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그러나 게임 속 유료 상품은 신규 상품 출시와 운영 정책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다. 중국계 모바일게임 '삼국지왕전'에서는 이용자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들여 확보한 무장도 신규 무장 출시 이후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문제는 구매 당시 소비자가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게임 이용약관에는 기존 아이템의 기능을 변경하거나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신규 상품 출시로 기존 아이템의 경쟁력이 하락한 경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보상 기준을 확인하기 어렵다. 실제 서비스 시작 약 넉 달 만에 기존 무장의 경쟁력 하락을 둘러싼 불만이 제기됐다. 출시 초기 '여포'라는 무장을 확보하고 육성하는 데 각각 1000만 원 안팎을 지출한 다수의 이용자가 신규 무장 등장 이후 기존 무장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호소했다. 한 이용자는 “삼국지에서 가장 강한 무장이 여포라 꾸준히 투자했는데, 4개월 만에 이름도 모를 몇십만 원짜리 무장들에게 패배하게 됐다"며 “게임을 계속하려면 다른 무장에 다시 돈을 써야 한다. 그렇다고 그만두자니 이미 쓴 돈과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게임 속 상품의 경쟁력이 유지되는 기간을 일률적으로 표시하도록 의무화하지 않는다. 다만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광고에서 누락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알렸다면, 구체적인 광고 내용과 거래 조건에 따라 표시광고법상 기만적 광고 등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문제는 소비자가 얼마를 썼느냐가 아니다. 사업자가 판매 이후에도 상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면서 구매 당시 소비자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했으며, 그에 따른 손실을 어디까지 책임지는가에 있다. ◇ 돈 내고 산 모집권 어디에 썼나…거래 내역조차 확인 불가 아이폰과 충전기가 각각 0.682%의 같은 확률로 당첨된다고 가정해 보자. 매번 같은 확률이 적용된다면 특정 상품 하나를 얻기까지 평균 약 147차례의 추첨이 필요하다. 아이폰을 얻기 위해 수백 차례 추첨했는데, 어렵게 당첨된 상품이 충전기뿐이었다면 어떨까. 특히 두 상품의 당첨 순서에서 충전기만 네다섯 차례 반복됐다면 소비자는 추첨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질 수밖에 없다. 삼국지왕전에서 이용자들이 제기한 문제도 이와 닮았다. 이 게임에서는 획득 확률이 각각 0.682%로 표시된 두 상품 가운데 이용자가 원하지 않는 상품만 반복해서 당첨됐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일부 이용자는 해당 상품이 4~6차례 당첨됐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결과만으로 확률 조작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추첨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기록을 요구했지만 제공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본지는 앞서 운영사가 내부 보안 규정을 이유로 서버 원본 기록 제공을 거부했고, 게임 내에서도 과거 모집 기록을 열람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삼국지왕전에서 유료 모집에 참여하는 과정은 세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현금으로 게임 전용 재화를 구매하고, 이 재화로 모집권을 구입한 뒤 추첨에 참여한다. 문제는 게임 재화를 사용하는 단계부터다. 본지가 확인한 이용자 사례에서는 현금 결제 내역과 달리 모집권 구매 내역과 일정 기간이 지난 추첨 결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 소비자는 돈을 지불했지만 그 돈으로 구매한 재화가 어디에 사용됐고, 무엇을 얻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셈이다. 운영사는 별도로 보낸 공식 취재 질의에도 답하지 않았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사업자가 확률정보 표시 의무를 위반해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법률이 정한 요건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고의적인 위반에 대해서는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35조는 개인에게 자신의 개인정보를 열람할 권리를 보장한다. 이용자 계정과 연결된 모집권 구매·추첨 기록이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면 법률에 따른 열람 요구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해당 기록의 법적 성격과 구체적인 열람 범위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확률정보 공개와 손해배상 제도가 마련돼 있어도 소비자가 과거 구매·추첨 기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위반 여부를 확인하거나 피해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사업자가 기록을 관리하는 반면, 이를 검증하려는 소비자는 필요한 자료에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다. ◇ 돈은 한국서 벌고, 운영은 공산당식…모든 것은 게임사 통제 아래 삼국지왕전 사례가 드러낸 것은 단순한 고액 결제 문제가 아니다. 게임사는 상품의 가격과 성능을 정하고, 신규 상품 출시를 통해 기존 상품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면 소비자는 거액을 지출하고도 과거 구매·추첨 기록을 확인하기 어렵다. 한국 시장에서 수익을 얻는 사업자가 상품의 경쟁력뿐 아니라 거래 기록까지 사실상 통제하는 구조다. 소비자가 거래 조건을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구매 결과를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게임의 국내 홍보에는 유명 방송인과 전문가도 참여했다. 게임사는 이들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앞세워 소비자에게 접근했다. 그러나 광고에 참여한 유명인들이 고액 결제를 유도하는 판매 구조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는지, 자신들의 신뢰도가 소비자의 구매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별도로 따져볼 문제다. 다음 편에서는 중국계 모바일게임 광고에 참여한 유명인들의 역할과 책임을 살펴본다. 이경민 기자 darkhorse1978@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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