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국 장기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코스피지수가 출렁였다. 문제는 일시적인 '금리 발작'을 넘어 장기금리의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이 중첩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발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더해 주요국 재정적자와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 경제 성장세 등이 장기금리를 높은 수준에 머물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지수는 3.99% 급락했다. 주요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채 금리가 오르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되면서다. 전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8%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날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30년만에 처음으로 3%를 기록했다. 이 같은 금리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중동발 유가 상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유조선 피격과 미군의 추가 공습이 이어지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0 달러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중동발 유가 상승은 물가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물가 상승 우려가 이번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경계감을 부추기면서 장기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중동발 유가 충격 완화되더라도 금리를 떠받치는 다른 요인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주요국 재정 적자와 이에 따른 국채 공급, 경제 성장세와 투자 수요 확대 등도 금리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의 국가부채는 40조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다.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며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 적자에 직면하고 있다. 시장은 미국 정부가 이 같은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국채 공급이 늘어나면 채권값이 하락하며 금리에 상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견조한 경제 성장세 역시 장기금리의 하락을 어렵게 만드는 변수로 거론된다. 경기가 예상보다 강하면 물가 압력이 커질 수 있어서다. 물가 압력이 커지면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를 완화할 여지가 줄어든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상하면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3.3%, 2.9%로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 AI 투자 사이클도 맞물렸다는 관측이다. 대규모 투자가 수요를 자극해 성장률과 물가를 끌어올리면서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구리와 전력, 특수 가스 등 원자재 수요가 늘어났고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초거대 클라우드 사업자(하이퍼스케일러)가 투자금을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하면서 국채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 점도 국채 금리 상승을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I 투자 사이클은 단기적으로 총수요를 자극해 성장과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이는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를 강화시킨다"며 “이는 채권시장에서 장기 국채의 매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통화정책만으로 장기금리 방향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미국 재무부가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늘려 금리 상승에 대응했을 때도 효과는 일시적이었다는 평가다. 미국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회당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늘렸지만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인 5.3%대에 근접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고금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의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과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이 함께 높아질 수 있어서다. 기업의 이익 전망이 유지되더라도 할인율이 상승하면 주식에 부여할 수 있는 적정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주요국 재정 적자와 투자 수요가 금리를 올리는 구조적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자금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이고 금리가 충분히 높지 않다는 것과 동의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높은 투자 수요가 이어지면 금리가 내려가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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