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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로 자리잡았다. 최근 미국과 이란에서 우호적인 시그널이 나오면서 리스크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불거지고 있으나, 이미 미국이 당초 예상했던 작전 기간을 넘기고 '플레이어'가 늘어나는 등 전쟁이 길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맞서는 모양새다. 환율과 금리를 비롯한 경제지표들이 받는 타격도 전쟁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504.5원으로 전날 대비 0.4%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국 대통령이 대이란 군사작전을 2~3주 안에 종료할 수 있다고 발언하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조건부 분쟁 종식 의지를 표명한 영향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란 탄도미사일 시설 파괴와 수뇌부 제거 등을 언급했다. 전쟁을 지속할 이유가 줄었다는 것이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 등으로 치솟은 환율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다. 유조선 통항 재개는 기름값도 낮출 수 있다. 현재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60~70달러)으로 돌아오면 주유소를 찾는 고객 뿐 아니라 산업현장의 원가 부담이 완화된다. 환율과 물가 등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기반이 무너진다는 의미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높아진 시장금리 역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3일 2023년 11월28일 이후 처음으로 3.6%를 상회했다. 최근에도 기준금리를 100bp(1%포인트) 가량 웃돌고 있다. 2년 만에 4%대로 진입한 여전채 금리(AA+ 등급 3년물 기준) 때문에 이자 부담을 걱정하는 카드사·캐피탈사의 어깨도 가벼워질 전망이다. 반대로 전쟁이 장기화되면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이 약화되며 △추가적인 환율 상승 △기준금리 인상 △경상수지 하락 등에 직면할 수 있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내외로 형성되면 경상수지가 260억달러 감소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1%포인트(p) 가량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쟁에 대한 비관적 시나리오가 시장을 지배하며 미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고, 외국인들의 국내주식 투매가 심화되며 환율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예멘 후티 반군이 전쟁에 뛰어들며 상황이 복잡해졌고, 쿠에이트 전력·담수시설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의 피해가 지속되는 탓이다. 예멘 후티 반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세력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증권은 연평균 환율 전망을 1460원(2분기 1490원, 3분기 1440원, 4분기 145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취약성 등을 고려해야한다는 논리다. 원화 절하율이 다른 통화에 비해 과도하지만,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도 규모가 35조원 등을 넘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고유가 여파가 본격적으로 우리 경제에 녹아들면 이미 6개월 연속 이어진 생산자물가지수 상승세도 연장된다.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한국은행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거세진다는 뜻이다. 장현상 KB국민은행 자본시장사업그룹 연구원은 정부가 물가안정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기준금리 인상폭이 3.5%(지난 인상 사이클의 최고점)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신현송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도 지난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국제유가 상승 같은 공급 충격에 대해서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보다 관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3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한 데 이어 5조원 규모의 바이백을 발표했고, 국고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가 더해졌음에도 금리 상승세를 막지 못했다는 반론이 따른다. 이같은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기존 스탠스가 유지될 수 있냐는 의문도 따른다. 장 연구원도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은 공급 충격으로 인한 2차 파급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를 차단하기 위해 한은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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