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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중동 발 지정학적 단층선: 장기전의 늪과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의 파고

2026년 2월 28일 발발한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한 달을 넘어서며 전 세계 경제는 전례 없는 '지정학적 단층선' 위에 서 있다. 당초 단기 정밀 타격으로 끝날 것이라던 낙관론은 이미 사라졌고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인 봉쇄와 전쟁 장기화 전망,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상호 보복으로 글로벌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5일간의 공격 유예' 발표로 시장은 일시적으로 안도감과 함께 오랜만에 온기가 도는 분위기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이번 유예는 이는 종전에 대한 신호라기보다 전술적 재정비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미 비대칭 전력을 활용한 소모전을 택했으며 그 핵심은 중동의 에너지 공급망을 통해 장기적으로 모든 국가들을 인질로 잡는 전략이다. 현재로써 전쟁이 6개월 이상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양측의 요구 조건이 결코 만날 수 없는 평행선에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제시하는 '우라늄 농축 전면 포기'와 이란의 '중동 내 미군 전면적 철수'는 타협의 여지가 희박하다. 양측 모두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걸고 있는 가운데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높게 치솟았으며, 장기전 전망으로 인한 불확실성 고착화는 기업의 투자 위축, 금융시장 불안, 공급망 리스크 프리미엄을 상시화하여 글로벌 잠재 성장률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또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2022년 이후 30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던 인플레이션은 2024~25년 간 안정세를 지속하던 중에 이번 전쟁을 빌미로 다시 가속화될 전망이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을 넘어 현재 우리가 수입하는 유가는 실질적으로 160 달러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 당장 주유소 휘발유, 경유 가격이 급등한 것은 물론이다. 원유는 모든 제조업의 원자재이므로 생산자물가(PPI)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하며 소비자물가(CPI)로 전이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만 아니라, 물가상승의 기대는 이 전이과정의 시차를 급격히 단축시키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기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다. 전쟁이 길어질 것이라는 공포는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향후 있을 물가상승을 선반영하게 유도한다. 일각에서는 비록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감소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일부 상쇄할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에너지 비용의 상승이라는 공급요인이 이를 상쇄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미연준은 명확한 '매파적 인내'를 선택했다. 파월 의장은 지정학적 위기가 가져온 인플레이션 상방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인하 시점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는 달러 패권을 유지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꺾으려는 정책적 의도이지만, 글로벌 자본유출과 신흥국 부채위기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더욱 가혹한 외줄 타기를 해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구조상 고유가는 곧 무역수지 악화로 직결된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자니 내수부진과 가계부채 임계점이 발목을 잡고, 동결하자니 내외금리 격차에 따른 자본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은행은 '관리된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시장은 이미 우리의 통화정책이 연준의 행보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알고 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넘어선 것은 단순히 심리적 저항선의 붕괴를 넘어 우리에게 주어진 경제여건과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펀더멘털을 반영한다. 에너지 수입 결제를 위한 달러 수요는 폭증하는데, 수출 경쟁력은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둔화되고 있고, 한은의 발목은 묶여있다는 것이다. 만약 전쟁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환율은 1,600원 선을 테스트하는 극단적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단순한 가격 변동이 아니라 국내 금융 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재평가되는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현 상황은 1970년대 오일쇼크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결합된 복합 위기다. 전쟁의 장기화는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었으며, 인플레이션과 환율 변동성은 우리 경제가 맞이하는 뉴노멀이 되었다. 결국 이 파고를 넘어설 수 있는 핵심 키워드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다. 일련의 지정학적 위험들이 반복되는 현재, 지정학적 단층선이란 언제든 무너질 수 있음을 인식하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가동해야 한다. 이는 1997년 당시 우리가 놓쳤던 펀더멘털의 재점검에서 시작해야 한다. 당시 “우리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외쳤던 정책당국의 목소리는 아직도 생생히 귓가에 메아리 치는 듯하다. 2026년의 봄은 혹독하지만, 이 위기를 통해 우리 경제가 체질 개선을 이뤄낸다면 그것만이 장기화된 전쟁의 늪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ekn@ekn.kr

박홍근號 기획처 출범…“25조 추경 4월 초 신속 처리”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의 최우선 과제는 중동 사태에 따른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될 전망이다. 이른바 '전쟁 추경'으로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내수와 수출 위축 등 경제 침체에 대응하고, 동시에 민생 안정을 도모하는 전방위 지원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25일 열린 취임식에서 “재정은 곳간에 쌓아두는 재보(財寶)가 아니라, 경제의 실핏줄마다 온기를 전하는 '살아있는 에너지'"라며 “민생의 고통이 깊어지는 지금 좌고우면하지 않고, 추경안을 신속히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경 주요 사업으로 유류비·물류비 경감과 서민·취약계층 민생 안정, 피해 수출기업 지원 등을 준비 중이다. 25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다음 주 국회에 제출하고, 이르면 4월 초까지 신속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수급 비상이 걸린 나프타, 요소수 등 주요 품목의 공급망 안정화 사업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로 '산업의 쌀'로 불리는 핵심 소재다. 수급 차질로 국내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타격이 커지자, 정부는 나프타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를 도입하는 정유사에 대한 지원 사업도 반영된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 대체 수입한 기업에 비용 일부를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중동 전쟁 피해 산업에 대한 지원은 고유가에 따른 물류비와 유류비 경감 사업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취약계층 중심으로 지역화폐 형태의 민생 회복 지원금 지급 사업도 추진된다. 민생 지원금의 경우, 정부가 초과 세수의 40%를 지방교부세와 지방재정교부금으로 배분해야 한다. 지난해 정부는 1인당 15만~55만원 민생 지원금으로 총 13조9000억원의 재원을 투입했다. 이번에도 정부가 가용할 재원은 10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추경과 관련해 “현금으로 주는 것보다는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해야 골목상권에 돈이 빨리 돌고 경기 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도 추경안에 담긴다. 최근 기업의 신규 채용 축소 등 고용난 심화로 '쉬었음' 청년이 50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서다. 박 장관도 청년 일자리 사업 관련 추경 편성을 시사했다. 그는 “추경 목적 중 하나는 대량 실업 대응도 있는 만큼 청년과 관련한 고용·일자리 사업을 추경에 반영해야 한다"며 “쉬었음 청년을 포함해 효과적인 보강책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와 에너지 공급망 대응, 피해 업종 지원 목적의 '전쟁 추경' 편성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물가 상승으로 서민과 취약계층 부담이 커지면서 지역화폐 형태의 민생 지원금, 고용절벽에 내몰린 청년 일자리 지원 등이 포함되면서 추경 사업과 규모가 예상보다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추경 규모도 당정 협의를 거치면서 10조원 대에서 25조원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로 활용해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연간 100조원 넘는 재정적자 우려 속에 추경으로 돈이 풀리면 물가 상승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 확장책을 써 온 정부가 고물가 상황에서 또 돈 풀기식 추경을 하면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며 “추경을 최소화하되 에너지 바우처 등 취약계층 지원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도 “중동 사태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추경은 한꺼번에 지원하기 보다 당장 급한, 필요한 정도로 할 필요가 있고, 부담이 큰 취약계층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슈&인사이트] 유가 상승, 우리가 놓친 또 다른 전선: 신용경색 우려와 비료값 상승

이란과 미국의 전쟁이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을 비롯한 세계 모든 나라의 근심거리는 유가 상승이다. 유가의 상승으로 당장 각 국은 원유의 원활한 확보가 최우선 과제지만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걱정해야 할 잔짜 문제는 다음과 같을 거다. 첫째,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과 그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신용경색, 둘째, 비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에그플레이션이다. 금리 인상에 대한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호주는 금리를 올렸고 영란은행 마저 금리 인상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고 일본도 4월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며 ECB도 4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있는 상황이다. 유럽과 일본이 성장 둔화에서 인플레 걱정으로 정책의 시각이 바뀌어 가고 있다. 금리 인상 우려로 시중의 채권 시장은 벌써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호주의 경우 10년 금리가 5%를 넘어섰고 미국도 10년 금리가 4.4%를 넘보고 있다. 미국은 가뜩이나 재정 부담이 큰데 금리가 더 올라간다면 향후 전쟁을 위한 추경 예산을 밀어 부치기가 수월치는 않을 거다. 금리 상승으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최근에 회자되는 사모펀드다. 고금리 자체도 문제지만 금리 상승으로 시중의 유동성이 줄어들고 안전 자산은 이자를 많이 주는 곳을 향할 것이니 시장의 약한 고리인 사모펀드 투자자는 투자금 회수에 나설 거다. 금리의 상승이 비유동성 자산, 특히 최근에 문제가 나타나는 사모 금융 자산을 옥죄면서 신용경색이 나타나고, 이는 기존 금융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다. 전쟁 중인데도 safe haven이라고 불리는 금과 은의 가격이 하락하는 이유도 이처럼 투자자들이 현금 확보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은 워튼 스쿨의 엘 에리언 교수와 BofA의 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이다. 엘 에리언은 사모신용 위험이 2008년 금융 위기 직전과 유사한 평행이론이라 하면서 미 금융주가 사모신용 우려로 1분기 11% 급락, 이는 2020년 이후 최악이라고 말하고 있다. BofA의 마이클 하트넷 또한 유가 급등과 사모신용 부문 대출펀드의 환매 사태 우려가 마치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과 닮아간다고 경고하고 있다. 둘 다 사모 신용의 위기를 보면서 2008년 서브프람인 사태가 떠오른다고 말한다. 두 번째, 석유 추출물인 유황이 비료가 되는 인산염의 재료이고 이 유황의 50%를 중동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 봉쇄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비료 연구소(The Fertilizer Institute)의 말을 인용하면, “중동 지역은 세 가지 주요 인산염 제품의 글로벌 거래량 중 약 5분의 1만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러나 유황(sulfur)의 세계 공급량 중 거의 절반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취약한 중동 국가들에서 비롯되고 이 유황은 인산염 비료 가공에 사용되는 황산으로 전환된다." 상품 가격 플랫폼 ICIS에서 황산 시장을 담당하는 앤디 헴필(Andy Hemphill)은, “생산자들이 기존의 유황 및 황산 비축분을 소진한 이후에 갈등이 더 오래 지속되면 공급망을 따라 “기하급수적"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현 사회는 모든 상품에 석유가 안 들어가는 제품이 없다. 그러기 때문에 유가의 상승이 금리인상과 공산품 물가의 상승(inflation)만을 야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먹어야 하는 식품 가격의 상승 즉, 에그플레이션(Agfltion)까지 올 수 있기에 전쟁이 조속히 끝나야 한다. 우리가 단지 석유 가격과 공급에만 모든 신경을 쓰고 있지만 이로 인한 금리 인상, 신용경색, 그리고 식량 생산의 주요 요소인 비료값도 걱정해야 하는 이유다. ek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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