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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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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금융 조직개편, 국회에서 더딘걸음…정책 추진도 ‘올스톱’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14 17:02

민주당, 정부조직법 개정안 당론 발의
법안 교체, 법조문 수정 등 작업 필요

금융 조직개편 이슈에 정책 기능 마비
밸류업·제4인뱅 인가 등 줄줄이 지연

금융위원회 해체

▲정부는 지난 7일 조직개편을 통해 금융위원회의 해체를 사실상 결정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내 금융위원회 모습.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국회 협의와 법령 개정 등 문턱을 넘는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안팎의 시선이 조직개편에 쏠리면서 추진에 탄력을 받았던 정책들이 당분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개편에 속도…야당 반대 속 수십개 법안 교체 '첩첩산중'

14일 금융권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기획재정부 조직 개편 등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고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제출한 개정안에는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감독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개편해 분리하고 금감원과 금소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개편도 추진한다.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기대하는 속도도에 따라 원만한 완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안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여야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십개의 법안 교체와 법조문 수정 등 실무적인 작업도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직개편이 완수되기 위해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정무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을 거쳐야 한다. 먼저 행안위 소관의 정부조직법을 비롯해 정무위에서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 정무위에선 금융위 설치법,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 논의돼야 한다. 금융감독업무 주체 변경을 위해 은행법과 자본시장법, 보험업법, 여신전문금융업법과 같은 개별 금융법 개정도 이뤄져야 한다. 국가재정법과 기획재정부 관련 법령도 손질이 필요하다. 금융조직 개편도 큰 틀만 잡혔을 뿐, 재경부와 금융감독위 간 업무 조율 등 세밀한 조정 작업도 남아있다.




기재부 개편과 금감위 신설의 경우 이를 심사하는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기 때문에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장을 야당인 윤한홍 의원이 맡고 있어 통과에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이 정부조직법과 함께 처리되지 않을 경우 상당한 시장 혼란이 예상된다는 일부 우려의 시각도 따른다.



서민대출 금리·배드뱅크 등 핵심 정책 줄줄이 정체

금융감독체계 개편 반대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원과 직원들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로비에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규탄하고 있다.

조직개편안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추진되던 각종 정책들이 한동안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어떤 조직이 주체가 되어 정책을 추진할지 불투명해진데다, 조직 안정성이 흔들려 실무 협의나 법령 손질 등이 일정 지연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와 금감원 직원들의 내부적 반발이 적지 않아 평시와 같은 업무 처리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1일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과 생명보험업계 사장단의 비공개 간담회가 돌연 연기되면서 이런 예상들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조직개편안과 관련해 금융위 내부 혼란이 커지자 만남 자체가 기약없이 미뤄지게 됐다.


또한 금감원의 금소처 분리, 공공기관 지정 이슈까지 겹치며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서민대출 금리 인하와 배드뱅크(부실채권 전담은행) 설립, 소비자보호 정책 등 핵심 과제들의 추진 동력이 줄줄이 약화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15%대 최저 신용대출자 금리를 두고 “너무 잔인하다"며 곧바로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권 부위원장이 '특별기금 조성 검토'를 제시했지만 개편으로 책임 주체가 모호해진데다 조직개편에 안팎의 에너지가 쏠리면서 속도감 있는 추진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배드뱅크도 업권간 부담금 배분 문제에서 진행이 막힌 가운데 금융위 존치 논란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 불공정 판매 규제 등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정책도 금소처 분리 등 담당 조직이 확실치 않아 예산이나 법적 근거 마련 등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밸류업 제도, 배당소득 분리과세 문제는 국회 입법 관련상 법 개정 절차가 필요한데, 조직개편으로 인해 정책 주체가 바뀔 가능성이 있어 법안 설계에 걸림돌이다. 상반기 중 예비인가 심사 완료를 계획했던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는 심사가 지연 중이며,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조직개편 후 감독 범위와 담당부서가 확정되어야만 실질 논의 가능할 전망이다. 정책금융기관장 인선을 비롯한 금융공기업 정책 결정도 조직개편 논의로 인해 사업·정책 집행이 지연되고 있다.


정무위 위원장인 윤 의원이 심사 일정을 늦출 경우 추석 전 본회의 상정이 어려워지게 된다. 민주당은 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할 경우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방식을 통한 강행도 검토 중이다. 다만 본회의 자동 상정 전까지도 수개월이 걸린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2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조직 개편법안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야당이 협조해야 한다"면서도 “필요 시 패스트트랙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야당의 협조를 최대한 끌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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