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예온 정치경제부 기자
9·7 대책 이후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젊은 무주택자 입장에선 6·27 대출 규제로 집을 사는 길(주택담보대출)이 좁아진 데다 9·7 대책으로 세입자로 버틸 길(전세대출 3억→2억원 축소)도 줄어들었다. 서울 주요 아파트 가격이 10억 원을 웃도는 현실에서 자산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젊은 세대의 선택지는 빠르게 줄고 있다.
전세사기·역전세, 전세대출을 활용한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시장을 왜곡해온 것은 분명하다. 전세 제도를 손보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타당하다. 그러나 일요일 발표 후 월요일 즉시 시행된 규제는 실수요자에게 '준비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시장에서는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등으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여기에 9·7 대책이 전세대출 한도를 줄이면서 전세 공급이 한층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강남을 비롯한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보증금 1억~2억 원에 월세 100~200만 원에 이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에게는 매달 이 정도의 고정 비용이 결코 가볍지 않다. 한 번의 목돈으로 '숨 고르기'를 가능하게 했던 전세의 징검다리가 더 빠르게 좁아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앞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예고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 중인 임대주택 모델은 미국식 장기 모기지를 접목한 공공분양으로, 목돈이 없어도 30~40년 모기지처럼 집을 장기 할부로 마련할 수 있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전세 제도는 국제적으로 드물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월세 또는 장기 모기지를 통해 주거를 확보한다. 한국은 전세가 장기간 유지되며 부동산, 특히 '똘똘한 집 한채' 중심의 노후 대비가 굳어졌고, 전세보증금이 집주인의 추가 매입·레버리지 수단으로 활용돼 온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한계 때문에 전세 의존도를 줄이고 장기 모기지 기반의 임대·금융 시스템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결국 전세 축소에서 장기 모기지 기반의 임대·금융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일지 모른다. 이번 대책이 그 첫 단추라면 시장 충격을 완화할 연착륙 장치와 세밀한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비(非)아파트 전세 매물 확대와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 등으로 빠른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시장에서 나온다. 전세의 부작용을 고치되 젊은 세대의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을 함께 지켜야 한다. 단기 충격을 흡수할 장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기 모기지형 공공분양이라는 큰 그림도 설득력을 잃는다. 정책의 방향은 맞다. 이제 필요한 건 정교한 보완책과 시장을 부드럽게 안착시킬 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