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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3조원 AI 데이터센터 건설…지역업체 참여 확대 ‘시동’

삼성물산·지역 건설업체 30곳 상생협력 매칭데이 김장호 시장 “건설공사 30% 이상 지역업체 참여" 요청 구미=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구미시가 3조원 규모의 삼성SDS AI 데이터센터 건립사업을 지역 건설업계의 성장 기회로 연결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손을 잡았다. 18일 구미시는 지난 15일 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삼성물산·지역건설업체 상생협력 매칭데이'를 개최하고 지역 건설업체의 대형 건설사업 참여 확대를 위한 협력체계 구축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구미지역 건설업체 30개사와 삼성물산 본사 외주팀·조달지원팀·건설안전연구소 관계자, 삼성SDS 구미 AI 데이터센터 현장 관계자 등 7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삼성물산 협력업체 등록을 희망하는 지역 건설사를 대상으로 등록 절차와 심사기준, 안전인정제도, 향후 공사 발주계획 등을 설명하고 업체별 일대일 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지역업체들은 시공실적과 전문공종, 기술력을 직접 소개하며 협력업체 등록 가능성을 타진했다. 대기업이 요구하는 품질 및 안전관리 기준과 실제 공사 참여에 필요한 조건을 확인하는 등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삼성물산 측은 이번 행사가 기초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대형 건설사가 지역업체를 대상으로 단독 개최한 첫 협력업체 등록 매칭데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구미시와 전문건설협회의 노력으로 마련된 자리인 만큼 경쟁력 있는 지역 건설업체를 적극 발굴해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건설현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SDS 구미 AI 데이터센터는 토목공사가 진행 중이며, 파일공사와 가설용수 분야에는 이미 지역업체가 낙찰받아 참여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앞으로 발주되는 공정에서도 구미시와 협의해 지역업체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날 삼성물산 측에 전체 건설공사의 30% 이상을 지역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시장은 “삼성SDS 구미 AI 데이터센터는 총 3조원 규모의 대형 투자사업으로 구미의 미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프로젝트"라며 “대규모 투자가 지역기업의 실질적인 매출 증대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 건설업체들도 대기업이 요구하는 품질과 안전 기준에 맞춰 경쟁력을 높이고, 이번 협력을 더 큰 건설시장으로 진출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고 해서 삼성물산 협력업체 등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등록과 공사 참여 여부는 삼성물산의 별도 심사 및 선정 절차를 거쳐 결정된다. 구미시는 참여업체들의 등록 진행 상황과 후속 협력 수요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오는 11월 말 삼성물산 본사를 직접 방문해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지역 건설업계의 관심은 이번 매칭데이가 실제 수주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3조원 규모의 대형 투자사업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역업체의 실질적인 공사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구미시는 앞으로도 대형 건설사와 지역업체 간 협력 기회를 확대해 대규모 민간투자의 경제적 효과가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김천김밥축제, “김밥 사려 1시간 줄서기는 옛말”…‘4無 혁신’ 도전

의전·개막식·바가지요금 이어 '줄서기'까지 없앤다 카카오페이 스마트 주문 도입…23~25일 직지문화공원 일원 개최 김천=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지난해 '3무(無) 축제'로 주목받았던 경북 김천김밥축제가 올해는 '줄서기'까지 없앤 '4무 축제'로 변신한다. 의전과 개막식, 바가지요금을 없앤 데 이어 방문객들의 가장 큰 불편이었던 긴 대기시간까지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18일 김천시는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직지문화공원·사명대사공원·친환경생태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2026 김천김밥축제'에 카카오페이와 연계한 스마트 주문·결제 시스템을 전면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변화는 지난해 축제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당시 예상보다 많은 방문객이 몰리면서 김밥 한 줄을 구매하기 위해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시는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QR코드를 활용한 비대면 주문 시스템을 구축했다. 방문객들은 행사장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해 원하는 김밥을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다. 이후 조리가 완료되면 카카오톡으로 알림 메시지가 전달되며, 방문객은 지정된 수령 부스에서 김밥을 찾아가면 된다. 주문을 위해 장시간 줄을 설 필요가 없어지면서 방문객들이 축제장 곳곳을 둘러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과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현장 전용 키오스크 부스를 운영하고 전담 안내요원을 상시 배치해 누구나 불편 없이 주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천시는 올해도 형식적인 의전과 개막식을 전면 폐지한다. 축제의 중심을 내빈이나 공식 행사에 두지 않고 방문객들이 직접 즐기고 참여하는 현장 중심의 축제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한 관리도 강화한다. 참여 업체 선정 단계부터 판매 음식의 재료와 중량, 원산지 등을 사전에 확인하고 품질과 가격을 철저히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김밥은 조리와 보관 과정에서 위생관리가 중요한 음식인 만큼 식품안전 관리에도 행정력을 집중한다. 시는 최근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례를 고려해 판매업체를 대상으로 위생관리 수칙을 사전 안내하고 철저한 준수를 당부했다. 배낙호 김천시장은 “김천김밥축제는 매년 현장에서 나오는 방문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불편 사항을 적극 개선하고 있다"며 “방문객이 단순한 관람객에 머무르지 않고 축제의 주인이 되는 참여형 축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관건은 스마트 주문 시스템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원활하게 작동하느냐다. 주문 단계의 대기시간을 줄이더라도 조리와 음식 수령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면 방문객 불편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천시가 내세운 '4무 축제'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운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는 23일 개막하는 김천김밥축제는 25일까지 사흘간 열리며, 김천시는 방문객 편의와 식품안전을 중심으로 축제 운영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칠순잔치’ 성심당 1000명에게 케이크 무료로 쐈다

대전의 대표 제과점 성심당이 창업 70주년을 맞아 방문객 1000명에게 케이크를 무료로 나눠주는 특별한 칠순잔치를 열었다. 행사 시작 7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방문객이 등장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시민들로 행사장 일대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에서 출발한 성심당은 70년 만에 연매출 2600억원을 넘어서는 전국적 제과 브랜드로 성장했다. 18일 성심당과 관련 보도에 따르면 성심당은 전날인 17일 오후 2시부터 대전 중구 은행동 성심당문화원 앞마당에서 '성심당 칠순잔치 케이크 나눔'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창업 70주년을 기념하고 그동안 성심당을 찾아준 고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이날은 '2026 대전빵축제' 개막일이기도 해 대전 곳곳에서 빵을 즐기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성심당은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 1000명에게 조각 케이크와 창업 70주년 기념 밀가루를 무료로 제공했다. 케이크는 초콜릿과 체리의 풍미가 어우러진 '키리쉬감동' 제품으로, 방문객 1인당 한 조각씩 나눠줬다. 기념 밀가루는 성심당이 직접 재배한 밀로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 시작 전부터 성심당문화원 앞마당에는 케이크를 받으려는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일부 시민은 이른 새벽부터 현장을 찾아 수 시간 동안 기다렸다. 성심당 본점과 문화원 일대는 나눔 행사 참가자뿐 아니라 주말을 맞아 빵과 케이크를 구매하려는 고객들까지 몰리면서 활기를 띠었다. 케이크를 받아 든 시민들은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행사장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현장에서 케이크를 맛보거나 휴대전화로 인증사진을 남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임영진 성심당 대표이사는 “많은 분의 응원과 사랑이 있었기에 성심당이 대전에 찾아올 이유가 되고, 대전 원도심 상권 회복은 물론 어려운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일을 하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성심당의 역사는 1956년 10월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에서 시작됐다. 창업주 임길순씨 부부가 당시 구호물자로 받은 밀가루 두 포대로 찐빵을 만들어 판매한 것이 출발점이다. 이후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성심당은 대전을 대표하는 제과점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전국에서 성심당을 방문하기 위해 대전을 찾는 이른바 '빵지순례' 열풍이 확산하면서 지역 관광과 원도심 상권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출 규모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월 공개된 실적에 따르면 성심당의 2025년 매출은 2629억원으로 전년 1937억원보다 약 3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43억원을 기록했다. 성심당은 2023년 매출 1243억원을 기록하며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2년 만에 매출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지역 제과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김한성의 AI시대] AI가 사람을 평가할 때,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김한성 ㈜투비유니콘 가치설계자(CPO) 올해 6월 고용노동부는 구직자의 취업 가능성을 분석하고 필요한 역량과 직업훈련을 안내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공개했다. 구직자가 원하는 직종에서 취업할 확률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막막한 취업 준비에 유용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다만 화면에 나타난 확률이 낮다면 어떨까. 그것은 보완해야 할 점을 알려주는 정보일까, 아니면 내 미래의 한계를 말해주는 숫자일까. 정부의 서비스는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제도가 아니지만, 이 작은 질문은 AI가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의 더 큰 문제로 이어진다. 그보다 한 달 앞선 5월 교황 레오 14세는 '위대한 인간성(Magnifica Humanitas)'이라는 회칙을 발표했다. 1891년 레오 13세가 산업혁명 속 노동자의 권리를 다룬 '새로운 사태'를 발표한 지 135년 만이다. 기계와 자본 앞에서 노동자의 존엄성을 물었던 역사가 이제 AI와 알고리즘 앞에서 인간의 가치를 다시 묻고 있다. 종교 문서의 언어로 시작된 물음이지만, 그 답은 채용과 교육,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의 삶과 맞닿아 있다. 회칙은 AI가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무엇을 측정하고 무시하며 최적화할지 정하는 순간, 설계자의 선택과 가치가 이미 들어가기 때문이다. 가령 채용 시스템이 경력의 연속성을 높게 평가한다면 육아나 가족 돌봄으로 일을 쉬었던 사람이 불리해질 수 있다. 잦은 이직을 감점한다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온 경험이 약점으로 읽힐지도 모른다. 이는 실제 특정 시스템에서 확인된 차별이 아니라, 무엇을 능력의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이다. AI는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일정한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과 정당하게 판단하는 것은 다르다. 과거 채용 기록으로 만든 모델이 기존에 선호하던 경력과 학력을 다시 추천할 수 있다. 모델이 과거 결과를 잘 맞혔다 해도 그 과거의 기준까지 공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더구나 낮은 취업 확률을 이유로 교육이나 면접 기회를 줄인다면, 미래를 준비하도록 돕는 예측이 오히려 그 가능성을 좁히는 결정으로 바뀐다. 숫자가 무엇을 설명하는지뿐 아니라 그 숫자로 무엇을 할 것인지 물어야 한다. 이 문제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조사한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응답한 396곳 가운데 86곳은 채용에 AI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AI 사용 사실을 구직자에게 사전에 알린다는 기업은 그 86곳의 57%였다. 취업 준비생은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열심히 준비하면서도, 자신을 판단하는 과정에 AI가 쓰이는지조차 모를 수 있다. 결과가 객관적으로 보이는 만큼 그 기준을 묻기는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 물론 AI를 쓰지 않는다고 공정한 채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선입견을 갖고 판단하며, 같은 지원자를 서로 다르게 평가한다. AI는 누락된 역량을 발견하고 일관성을 높이며 차별적 표현을 가려내는 데 쓰일 수도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서비스 중에는 구인공고의 성별·연령 차별과 법 위반 가능성을 점검하는 기능도 있다. 따라서 쟁점은 사람과 AI 가운데 누가 더 공정한가를 가리는 경쟁이 아니다. 어떤 평가 기준이 업무와 관련 있는지, 불이익을 받는 사람은 없는지, 그 결과를 누가 검토하고 고칠 것인지가 중요하다. 여기에서 회칙이 말하는 인간 존엄성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존엄성은 시험 점수가 높거나 생산성이 뛰어나서 얻는 보상이 아니다. 일의 능력을 평가할 필요는 있지만, 그 평가가 사람의 전체 가치를 뜻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돌봄과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실패한 뒤 배우며, 지금의 기록에 담기지 않은 가능성도 지닌다. AI가 인간보다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된다고 해서 인간의 존엄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기계보다 우월하다는 자부심이 아니라, 성과와 점수로 다 설명되지 않는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다. 한국의 제도도 이런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은 국민의 권익과 존엄성 보호를 목적으로 명시한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처리해 이루어진 완전히 자동화된 결정에 관해 설명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권리나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법이 정한 조건에서 거부할 권리도 인정한다. 물론 모든 AI 추천이나 평가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법에 적힌 권리가 실제 생활에서 작동하려면, 당사자가 판단의 이유를 이해하고 필요한 경우 다시 검토받을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AI 평가 항목을 정할 때 효율만큼 정당성을 따져야 한다. 공공기관은 알고리즘의 결론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질문하고 이의를 제기할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빠른 답을 얻는 방법과 함께 그 답이 어떤 기준에서 나왔는지 살피는 힘을 길러야 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평가받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절차 역시 정교해져야 한다. 앞으로 AI는 사람의 능력과 선택을 더 정밀하게 예측할 것이다. 그러나 예측이 정교해질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결과를 무조건 믿는 태도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쓰는지 따져 묻는 능력이다. AI가 인간을 얼마나 닮았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AI를 운영하는 사회가 인간을 얼마나 존중하는가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기술 속에 감춰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묻고 고칠 수 있어야 할 사회적 약속이다. bienns@ekn.kr

반도체 호황 속 韓 잠재성장률 40년 만에 2년 연속 상승

반도체 산업의 호황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약 40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설비 투자가 확대되고 생산성 개선 기대가 커지면서 장기 성장 여력이 회복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잠재성장률이 내년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기관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가 고용과 내수, 건설 경기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도 과제로 떠올랐다. 18일 국제통화기금(IMF)가 10월 세계경제전망(WEO)을 토대로 역산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2.14%, 내년 2.20%로 추산됐다. 지난해 1.94%에서 올해 0.20%포인트 상승한 데 이어 내년에도 0.06%포인트 추가 상승하는 것이다. 전망대로라면 이른바 '3저 호황'이 이어졌던 1986~1987년 이후 약 40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상승하게 된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 압력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이다. 이번 수치는 IMF가 직접 발표한 잠재성장률이 아니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GDP 갭률 전망치를 토대로 역산한 결과다. IMF는 한국의 올해와 내년 실질 GDP 성장률을 각각 3.33%, 2.83%, GDP 갭률은 각각 0.548%, 1.168%로 제시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장기간 하락세를 이어왔다. 2010년 4.05%였던 잠재성장률은 2018년 2.97%로 낮아졌고 코로나19 충격이 발생한 2020년에는 1.28%까지 떨어졌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투자 둔화, 생산성 정체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번 반등 전망의 배경으로는 반도체 투자 확대와 AI 기술 확산이 꼽힌다. AI 인프라 확충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 수요 증가와 생산 설비 투자가 수출과 설비 투자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AI 기술 도입 역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IMF는 지난 13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7%포인트 높은 3.3%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도 0.3%포인트 높인 2.8%로 제시했다. 반도체 중심의 강한 대외 수요가 중동 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면서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비교 가능한 27개국 가운데 올해와 내년 모두 7위로 추산됐다. 지난해 12위에서 5계단 상승한 것이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한국보다 높은 국가는 미국뿐이다. 영국은 올해 1.29%, 내년 1.26%, 일본은 각각 0.82%, 0.84%, 독일은 0.64%, 0.70%로 한국보다 낮았다. 다만 주요 경제기관의 전망에는 차이가 있다. OECD는 지난 6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지난해 1.85%, 올해 1.66%, 내년 1.52%로 추산했다. IMF의 10월 전망을 활용한 역산 결과와 달리 성장 여력이 계속 약화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반면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발표한 '2027년 NABO 경제전망'에서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2.14%에서 올해 2.22%, 내년 2.2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OECD는 지난 7월 '2026 한국경제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건설업과 다른 제조업 부문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특정 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대외 충격과 경기 변동에 대한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시장에서도 온도차가 나타난다. 반도체는 대규모 설비와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생산과 수출이 늘더라도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OECD는 한국의 노동시장이 전반적으로 둔화하는 가운데 특히 청년층의 고용 여건이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 경기 역시 반도체 공장 증설과 첨단산업 시설 투자가 비주거용 건설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지만 주택 건설과 지방 건설업계의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첨단산업의 투자 확대가 전체 건설투자 지표를 개선하더라도 부동산 경기 침체와 지역별 건설 경기 부진은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경제성장 전망이 개선되면서 국민소득 증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IMF 전망을 토대로 한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올해 4만3512달러, 내년 4만9277달러를 거쳐 2028년 5만21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첨단산업 투자 확대를 통한 성장 잠재력 회복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올해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며 3대 메가 프로젝트 투자를 통해 잠재성장률 반등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중장기 성장 여력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기준금리 인상이 엇박자라는 지적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높아지면 엇박자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석유 최고가 또 동결, 정부 “당분간 유지”

11차 석유 최고가격이 또다시 동결됐다. 7차 때부터 다섯 번째 연속 동일한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치솟고, 물가 부담도 지속되고 있어서다. 정유사 공급가 상한은 지난 10차 때와 같이 리터(ℓ)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유지된다. 11차 최고가격은 17일 0시부터 4주간 적용된다. 지난 3월부터 시행한 석유 최고가격제는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당분간 최고가격제를 유지하되 중동 정세와 유가 등 국내외 상황을 보고 종료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최근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서민 물가 부담, 석유 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고가격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이어지고,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공항, 석유 시설 등을 공격하는 등 중동 지역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유가도 10차 최고가 지정과 유사한 배럴당 100달러 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5.9 달러로, 두바이유는 107 달러까지 치솟았다. 서부 텍사스산원유(WTI)도 98 달러로 100 달러 선에 근접했다. 유가와 함께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들썩이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8월 3%대에서 9월 2.9%로 소폭 내렸지만 석유류 물가는 전년대비 14.8% 상승했다.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되고, 유가 급등세도 지속됨에 따라 당분간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10~11월 원유 도입량을 전년 평균 대비 100% 이상 확보해 원유 수급에는 이상이 없는 상황"이라며 “중동 정세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국내외 상황에 맞춰 최고가격제를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지난 3월 13일 1차 석유 최고가를 도입하면서 시행 기간을 6개월로 예상했지만 이번 11차 적용으로 7개월을 넘어서게 됐다. 다만, 정부는 중동 상황과 유가가 안정될 경우 석유 최고가격제 종료 등 출구전략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현재는 서민물가 부담 경감 등 민생 안정에 무게를 두고 최고가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호르무즈 통항 안정, 국제유가 변동성이 어느 정도 낮아졌을 때 최고가 종료 원칙에는 변함없고, 중동 상황에 따라 언제, 어떻게 출구전략을 모색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휘발유 주유소 판매량은 10월 들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9월 추석 연휴에 따른 수요 급등으로 판매량이 3.0% 증가했다 이달 1~2주에는 5.5% 감소했다. 1차 최고가격제가 시행됐던 3월 둘째 주부터 현재까지 휘발유와 경유의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1.7%, 7.6% 각각 줄었다. 현재 정유업계는 국내 석유 소비량이 줄면서 석유 제품의 수출 제한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수급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업계와 소통하며 수출 물량 관리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수입협회, 튀르키예서 농식품 계약 성사…유럽 공급처 발굴 확대

한국수입협회가 국내 기업의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공급망 발굴에 나섰다. 튀르키예에서는 농식품 분야 계약 체결 성과를 거뒀으며, 프랑스에서는 국제 식품 전시회를 통해 추가 거래 기회를 찾는다. 16일 수입협회는 지난 14일부터 오는 20일까지 튀르키예 이스탄불과 프랑스 파리에 수입사절단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국내 산업에 필요한 물품의 조달 경로를 넓히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일정이다. 튀르키예에서는 식품·농식품과 소비재, 산업 소재 등의 수입 확대를 통해 양국 간 무역 불균형 완화에 기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산업통상부와 KOTRA 이스탄불 무역관이 사절단 활동을 지원했다. 사절단은 지난 15일 이스탄불 CVK 파크 보스포루스 호텔에서 이스탄불 수출협회(İİB)와 공동으로 1대1 수입 상담회를 열었다. 국내 수입기업과 현지 소비재·의약품·식품·농식품·산업 분야 공급기업들이 만나 거래 조건과 사업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협회는 농식품 분야에서 상담이 현장 계약 체결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양국 경제 단체 간 협의도 진행했다. 사절단은 같은 날 오후 튀르키예 수출자 총회(TİM)를 찾아 아흐멧 외크쉬즈 부회장과 교역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유라시아 패키징 이스탄불(Eurasia Packaging Istanbul)과 바이오 엑스포(BIOEXPO)를 참관하며 포장·바이오 산업 동향을 살피고 유망 제품을 공급하는 현지 기업들과 상담했다. 프랑스 일정에서는 국제 식품 전시회 '시알 파리 2026(SIAL Paris 2026)'을 방문한다. 세계 식품 시장 흐름을 확인하고 국내 수입 수요와 연결할 수 있는 식품·농식품 및 신규 공급 기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윤영미 수입협회장은 “글로벌 통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다양한 국가와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수입 기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공급처 발굴이 실제 거래와 지속적인 기업 간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언급했다. 카짐 타이즈 이스탄불 수출협회 부회장은 “2013년 발효된 한·튀르키예 자유 무역 협정(FTA)을 양국 교역 확대의 기반"이라며 “튀르키예 제품의 한국 진출과 기업 간 협력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협회는 올해 총 8차례에 걸쳐 13개국에 수입 사절단을 파견하며 해외 정부·유관기관·기업과 협력해 왔다. 앞으로도 현지 상담과 국제 전시회 참관을 통해 산업용 원자재부터 농축산물·소비재까지 공급처를 넓혀갈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청년들 47개월째 ‘고용절벽’…숙박·음식업도 ‘한파’

9월 취업자가 11만명 넘게 늘었지만 유독 청년층만 14만명 이상 줄며 47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청년층 고용률도 29개월째 하락했고, 실업률은 9월 기준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제조업 취업자는 27개월 만에 반등했지만, 건설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내수 업종 부진이 청년 고용난을 가중시켰다. 16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926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11만3000명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 수는 7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폭이 10만명을 웃돌았다. 이 같은 취업자 증가세에도 청년층 고용은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9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341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만7000명 줄어 47개월 연속 감소했다. 감소 폭만 보면 전월(14만3000명)보다 4000명 더 늘었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 17만2000명, 50대 4만8000명, 40대 4만2000명 각각 증가했다. 30대도 8만1000명 늘었는데 20대만 17만명이나 줄었다.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은 63.5%로 0.2%포인트(p) 감소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44.0%로 전년보다 1.1%p 내려 하락 폭이 더 컸다. 9월 기준으로 2021년 이후 가장 낮았다. 고용률 하락세도 29개월째 이어졌다. 반대로 청년층 실업자는 19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1만5000명 늘었다. 실업률은 5.4%로 0.6%p 올랐다. 이는 2022년 9월(6.1%)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체 실업자가 60만명으로 1년 전보다 3만4000명 줄고, 실업률도 2.0%로 0.1%p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유독 청년 고용 부진이 두드러진 데는 기업들의 수시, 경력직 위주 채용이 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최근 노동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즉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 중심의 상시 채용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건설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내수 업종 부진이 청년 고용을 더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빈현준 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보건·복지,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같은 내수와 밀접한 업종에서 고용 여력이 줄다 보니 청년층 취업자도 감소했다"며 “지속된 청년 고용률 감소세는 인구 감소 영향과 함께 AI 영향이란 분석도 있는데 AI로 대체되는 일자리도 있지만 증가하는 곳도 있어 추이를 더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고용이 증가세로 돌아선 반면 숙박·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등이 상대적으로 큰 폭 감소세를 보였다. 제조업 취업자는 전월 3만8000명 감소했다 9월 들어 1만6000명 늘며 증가세로 전환했다. 제조업 취업자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은 2024년 6월 이후 27개월 만이다. 보건업및사회복지서비스업(20만7000명), 운수및창고업(5만4000명), 금융및보험업(3만2000명) 등도 취업자가 늘었다. 반면,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9만7000명 줄며 전월(-6만1000명)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이는 2021년 2월(23만2000명) 이후 최대 폭 감소다. 건설업 취업자도 4만8000명 줄어 29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농림어업(-9만4000명), 교육서비스업(-5만3000명) 등도 줄었다. 빈 국장은 “제조업 고용은 자동차, 섬유 등에서 줄었지만 화학물질 관련 제품과 기타 운송 분야 등에서 크게 늘어 증가세로 전환했다"며 “숙박·음식점업은 작년 소비쿠폰 발행 등으로 취업자 증가 폭이 컸던 기저효과 영향과 내수 부진이 겹쳐 큰 폭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청년층과 함께 건설업, 숙박·음식점업 등 취약 업종의 고용난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근 다시 고조되는 중동 지역 긴장 등 불확실성도 향후 고용시장의 하방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이날 일자리 전담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민간·공공 일자리 창출과 직업훈련 기회 확대 등을 포함한 '국민 일자리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권대영 재경부 1차관은 “고용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민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산업활력을 높이고, 인력 양성, 일자리·창업 확대 등 다각적인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농민 땀으로 일군 자금”인데... 농협, MBK와 2.6조원 거래 ‘파문’

농협중앙회와 계열사들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누적 2조6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정산 지연으로 농가 피해가 커진 상황에서, 국가 기간산업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까지 농협 자금이 동원되면서 부적절한 자금 집행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농협의 MBK 투자 및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와 5개 금융계열사가 MBK 관련 펀드 및 인수금융에 약정한 금액은 총 2조6643억원에 달했다. 재투자·재인출 포함한 실제 누적 집행액은 2조6581억원이었다. 계열사별 약정액은 NH투자증권이 2조2549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NH농협캐피탈(1850억원), NH-Amundi 자산운용(1585억원), 농협중앙회(300억원), NH농협은행(209억원), NH저축은행(150억원) 순이었다. 농협과 MBK의 거래는 2017년부터 2026년까지 최근 10년간 총 24건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기업 인수금융을 비롯해 리파이낸싱(차환), 브릿지론(단기 자금조달) 등 다각도로 이뤄졌다. 이 자금들은 홈플러스 자산유동화대출(ABL)은 물론 메디트·오스템임플란트 인수 등에 투입됐다. 특히 2024년 이후에는 국가 기간산업인 고려아연 관련 적대적 M&A 대출 3건이 포함되며 논란을 키웠다. NH투자증권은 2024년 9월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당시 1조715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제공했고, 장내 매수용으로 5000억원을 추가 집행해 누적 2조2150억원을 지원했다. 해당 대출은 2025년 5월 전액 상환됐지만, 같은 날 6000억원 규모의 1차 리파이낸싱에 이어 2026년 4월 2차 리파이낸싱(6000억원)으로 전환돼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농협중앙회 측은 서면 답변을 통해 “인수금융 투자 검토 시 금융 수익성뿐만 아니라 산업·고용·협력업체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향후 투자 여부를 더욱 면밀하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선교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농민과 조합원의 땀으로 일군 농협 자금이 홈플러스 사태를 낳은 사모펀드에 수조원대로 공급되는 것은 농협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금융계열사 전반의 사모펀드 투자 및 대출 심사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농협 계열사들이 특정 사모펀드 운용사(PEF)와 대규모 거래를 반복해온 만큼, 단순 심사를 넘어 거래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사모펀드가 차입금을 일부 상환했더라도 담보 가치의 적정성과 인수 기업의 경영 정상화 실적, 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 등을 향후 심사에 엄격히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은 단기적인 수익성 검토를 넘어 기업 인수 후의 성과와 고용·협력업체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다각도로 검증할 수 있는 내부 거버넌스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잠잠하던 수입물가 깨운 ‘국제유가’...환율 효과 삼켰다

국제유가 상승이 원화 강세 효과를 상쇄하면서 수입물가가 넉 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수출물가는 원·달러 환율 하락의 영향을 받아 두 달째 내렸지만,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기계류 수출 호조에 힘입어 교역조건은 큰 폭으로 개선됐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물가와 교역 지표의 흐름도 엇갈렸다.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9월 수입물가지수는 159.37(2020년=100)로 집계됐다. 전월 156.68과 비교해 1.7% 올랐다. 수입물가는 지난 6월 4.2% 하락한 이후 7월(-1.0%)과 8월(-2.2%)에도 내렸으나, 9월 들어 상승 전환했다. 국제유가가 수입물가를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9월 월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13.71달러로, 8월 88.75달러보다 28.1% 급등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06.3원에서 1359.0원으로 3.4% 떨어졌지만 유가 상승 압력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품목별로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원재료 물가는 광산품이 10.8% 오르는 등 전월보다 9.6% 상승했다. 중간재는 1.7% 내렸다. 석탄 및 석유제품이 1.5% 올랐지만 1차 금속제품이 2.8% 하락하면서 전체 지수를 끌어내렸다. 자본재와 소비재 물가도 각각 2.4%, 2.3% 떨어졌다. 수입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여전히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9월 수입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7.6% 높았다. 지난 5월 25.4%까지 치솟은 뒤 상승 폭은 줄어들고 있지만, 기업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높은 상승률이 지속되고 있다. 환율 변동을 제외한 계약통화 기준으로 보면 수입물가의 상승 압력은 더욱 뚜렷하다. 9월 계약통화 기준 수입물가는 전월보다 4.9%, 전년 동월보다 20.6% 올랐다. 다만 최근의 환율과 유가 흐름은 향후 수입물가의 상승 압력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흥후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10월 중순까지 환율과 국제유가가 전월 대비 하락한 점을 들어 이달 수입물가에 하방 압력이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동 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국제유가가 다시 움직일 수 있어 관련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고 덧붙였다. 수출물가는 수입물가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9월 수출물가지수는 182.29로 전월 183.67보다 0.8% 하락했다. 지난 7월 0.9% 상승하며 반등했지만 8월(-0.8%)에 이어 두 달 연속 내림세다. 11개월간 이어졌던 상승 흐름도 지난 6월 꺾인 뒤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탄 및 석유제품 수출물가는 전월보다 8.5% 올랐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운송장비가 3.2% 내리는 등 공산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공산품 수출물가는 0.8% 하락했고 농림수산품도 0.3% 떨어졌다. 계약통화 기준 수출물가는 전월보다 2.6%, 전년 동월보다 44.5% 상승했다. 이 팀장은 국제유가가 수출입 물가 모두에 영향을 미치지만, 수입물가에는 원유가 포함된 광산품의 비중이 커 유가 상승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수출입 물량과 금액 지표에서는 수출 호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9월 달러 기준 수출물량지수는 181.31로 1년 전보다 32.1% 상승했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와 기계·장비 등이 증가한 영향이다. 수출물량지수는 11개월 연속 상승했으며, 상승률은 2010년 1월 이후 16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수출금액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89.2% 뛰었다. 수입 역시 물량과 금액이 모두 늘었다. 9월 수입물량지수는 138.38로 전년 동월보다 11.1% 상승했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와 기계·장비 수입이 증가한 영향이다. 수입금액지수는 같은 기간 26.9% 올랐다.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교역조건도 개선됐다. 9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19.52로 전년 동월 대비 25.4% 상승했다. 8월에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27.1%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9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오름폭은 다소 축소됐다. 수출가격이 43.2% 상승한 반면 수입가격은 14.2% 오르는 데 그친 결과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상품 한 단위를 팔아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수가 오르면 같은 양의 수출로 더 많은 수입품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수출물량 증가까지 반영한 소득교역조건지수는 216.70으로 전년 동월보다 65.6% 급등했다. 8월 59.9%에 이어 두 달 연속 역대 최고 상승률을 새로 썼다. 수출가격 상승에 더해 수출 물량까지 늘어나면서 수출을 통한 실질적인 구매력이 큰 폭으로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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