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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원화 스테이블코인, 해볼만하지 않을까?

일상적인 거래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다양한 덕목 중에는 “안정성"이 있다. 극단적인 예로 식당 밥값이 하루는 만원이었다가 다음날 만오천원이었다가, 또 하루가 지나니 8천원이 되어있다면 밥맛이 뚝 떨어질 지경이다. 물론 대부분의 원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식당의 경우 음식값을 달러로 매기는 특이한 식당이 있기는 하다. 이는 예외로 하자. 일각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유통의 범위 측면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비해 경쟁력이 없어, 금방 소멸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물론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원화는 한국을 떠나는 순간 내재가치가 영(零)으로 수렴하는 명목화폐 또는 법화인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원화의 그림자와 동일하므로 그 가치도 해외에서는 인정받기 어렵다. 이는 우리가 부정하고 싶어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은 국제화에 있지 않다. 앞서 예시를 들었듯이, 가격의 안정 측면에서 국내에서 유통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이 있다면 그것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외에는 없다. 한 예로 일부 우려와 같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시장에서 유통되는 유일한 스테이블코인이며 이를 활용하여 경제활동을 하려고 한다면,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달러로 표기해야만 한다. 이를 구매하고자 하는 국내 소비자는 이내 계산이 복잡해진다. 휴대폰을 꺼내서 현재 환율을 학인하고 이내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원화로 다시 계산해야 한다. 이는 곧 매회 거래의 불편함을 감수해야할 뿐만 아니라 거래의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온라인에서나 가게에서 자동으로 계산하여 공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원화표시 가격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막을 도리는 없다. 이와 같이 가격변동이 나타나는 경우, 소위 “위험을 기피하는" 소비자는 소비를 꺼리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가격을 자주 변경하여 판매자 수익의 안정을 꾀하는 것보다, 오랫동안 같은 가격을 유지함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더 낫다는 논의에 기반한다. 가격을 달러화로 책정하게 되면 원화표기 가격이 계속 변하게 될 것이고, 원화로 가격을 책정할 경우에는 달러화 가격이 계속 변하게 될 것이다. 어느 쪽도 우리나라 소비자에게는 달갑지 않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를 한다고 가정하였을 때 소비자는 달러표기 가격도 안정화되기 바랄 것이다. 한편, 이 물건 또는 서비스 가격이 익숙할 원화 단위로 얼마인지 가늠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므로, 원화표기 가격도 안정화되길 바랄 것이다. 이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유통의 딜레마라고 볼 수있다. 우리가 미달러화를 도입하거나 달러화 가치에 원화를 고정시키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경제로 전화하지 않는 이상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거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시장이 열려있음을 의미한다. 해외에서 개발된 시스템을 국내에 정착시키는 것과 우리가 개발한 시스템을 확장해가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들여와 정착시키는 것이 해외송금 등에서 일견 나아보일 수는 있을 것이나, 우리의 토양에서 태생한 시스템이 성장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그리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시장이 비록 국내에 대부분 한정되어있고 달러에 비해 잠재력과 경쟁력이 약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규모가 비교적 작은 우리나라도 이 자리에서 5천년을 버텼고, 원화가 아직 국제통화는 아니나 요동치는 국제금융시장과 외환시장에서도 아직 살아남았다. 오히려 원화 스테이블코인 플랫폼을 어느나라보다 선진화하고 효율적으로 발전시킬 경우, 원화의 국제화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이루어질 기회를 잡을 지도 모른다. 불안보다는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추진해볼만 하다. 김수현

“온실가스 감축 비용 산업계에 부담···인센티브 확대 필요”

정부가 올해 안에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를 수립하고 이를 국제연합(UN)에 공식 제출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성장과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시장 기반 인센티브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산업 에너지전환 정책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은 우리 기업들이 마주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변화"라며 “산업의 에너지전환은 국가 경쟁력의 성패를 가르는 전략적 과제"라고 짚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출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재정 투자 계획과 실행 전략 마련이 절실하다"며 “정부도 국내 주력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지원할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재규 숭실대학교 교수는 “2018년 대비 53% 감축하는 방식으로 2035 NDC를 설정할 경우 2035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2.3% 감소하고, 감축비용은 t당 최대 9만원 수준이 될 것"이라며 “온실가스 감축 비용에 대한 산업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석선희 나가사키대학교 교수는 “일본은 고령화, 노동력 감소, 내수 위축 등 구조적 제약에 대응하고자 'GX 추진전략'에 이어 'GX2040 비전'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GX 추진전략은 녹색 전환을 통해 탈탄소화, 안정적 에너지 공급, 경제성장을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2023년 7월 발표한 가이드라인이다. GX 경제 이행채 발행 및 탄소가격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올해 2월 나온 GX2040 비전은 2035년 및 204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탄소중립 산업 창출 및 공급망 고도화를 강조했다. 석 교수는 “일본은 업종별로 기술 유형 및 공정 전환 로드맵을 제시하고 GX 경제 이행채를 발행해 산업의 에너지전환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정교한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안정적 재원 확보를 통해 기업들은 예측가능한 환경에서 경영 활동을 영위해 나갈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함완균 솔루션 스트레트지 파트너스 대표는 “미국은 산업입지 정책을 통해 부지 무상 임대, 송전선 우선 구축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며 “주 정부와 전력 공급업체는 10~20년에 걸친 전기요금 장기 계약을 통해 기업이 에너지비용을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 대표는 “기업이 5~15년 단위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지역 사회와 상생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기술 중립성, 행정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패널 토론에 참여한 김진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국내 산업계는 산업 탈탄소를 위한 막대한 자본 투입 부담, 저탄소 혁신기술의 미성숙, 저탄소제품에 대한 시장 부족 등 삼중고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산업계가 봉착한 삼중고를 해소하려면 민간 투자 위험을 낮추고 리스크를 보장하는 금융상품을 도입하는 등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며 “녹색산업 투자세액공제 및 청정에너지 생산세액 공제 등 시장 기반 인센티브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성봉 숭실대학교 초빙교수는 “정부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정책의 일관성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중장기 로드맵을 설계해야 한다"며 “분야별 특성과 기술여건에 따른 맞춤형 지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집값 떨어지면 집사라’ 국토차관 부동산 발언에…與 공식 사과

더불어민주당이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의 “시장이 안정하면 그때 집을 사면 된다"는 발언에 대해 22일 사과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이 차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당의 최고위원이자 국토교통위원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공직자, 특히 국토부 차관 같은 고위공직자는 한마디 한마디가 국민 신뢰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여당은 더욱 겸허히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국정을 바로 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최고위원의 발언이 당 지도부의 공식 입장"이라며 “정책 기조가 흔들리고 본질이 아닌 것을 두고 공세를 받을 수 있는 언행은 각별히 자제해야 한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토위 국정감사에서도 그런 부분을 다시 지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최고위원은 이후 페이스북 글을 통해 “10·15 부동산 대책은 필요한 '극약처방'이었다"며 “부동산 정책의 주무 차관이 말 한마디를 삼가지 못해 정부 정책의 추진과 집행에 부담을 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제되지 않은 말들로 국민적 불안과 좌절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며 “책임이 매우 크다.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도 브리핑에서 “원론적으로 그런 얘기는 할 수 있겠지만 본인은 수십억짜리 집이 있으면서 그렇게 말하면 집 없는 사람들은 열받지 않겠느냐"며 “상임위에서 혼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주민 의원 역시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주택정책을 내놓는 사람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본인의 주택 소유 형태 등에 대해 평가받아왔던 게 사실"이라며 “그래서 말과 행동을 굉장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차관은 최근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 출연해 10·15 대책으로 실수요자가 피해를 본다는 비판에 대해 “지금 사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며 “시장이 안정화돼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롯데그룹, 유럽의 심장 오스트리아 빈에서 ‘K-콘텐츠’ 알린다

롯데그룹은 오는 23~25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롯데-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를 개최한다. 롯데-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는 국내 우수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동반성장 프로그램으로, 롯데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코트라(KOTRA)가 공동 주최한다. 22일 롯데에 따르면, 올해 행사에는 뷰티·푸드·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 국내 우수 중소기업 50개사가 참가한다. 행사기간에 독일·헝가리·루마니아 등 유럽 76개사 바이어 200여 명을 초청해 수출상담회를 진행한다. 롯데그룹은 국내 우수 중소기업이 해외시장 진출에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수출상담회와 판촉전 중심의 프로그램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B2C(기업과 개인간 거래) 판촉전의 경우, 현지 시장의 수요와 취향을 파악하고 제품 경쟁력과 개선 방향을 모색할 수 있도록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현장에서 판매한다. K-뷰티 쇼케이스, 쿠킹쇼, 한류 문화공연 등 한국 제품과 문화를 현지에 선보이는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마련해 브랜드 엑스포의 참여도를 높일 예정이다. 지난 2016년 대만에서 처음 시작해 그동안 독일·미국·호주·베트남 등 17개국에서 총 20회 열렸다. 올해 상반기까지 총 1460여 개 중소기업이 브랜드 엑스포에 참가해 1만380여 건의 수출 상담을 진행했고, 상담 실적도 11억5000만달러(약 1조6500억원) 올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구매력이 높은 중앙유럽 시장에서 한국제품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중소기업 수출 성과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보유세 논란 진화 나선 민주당…“재건축·재개발로 공급 늘린다”

더불어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후폭풍 속에서 '보유세 인상' 가능성에 선을 긋고 공급 확대 입법에 당력을 쏟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민심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공급 확대를 전면에 내세워 부동산 민심 관리에 나선 모양새다. 민주당은 21일 한정애 정책위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주택시장 안정화 TF를 출범시켰다. TF에는 국토교통위 복기왕·천준호·안태준 의원, 기획재정위 정태호·김영환 의원, 행정안전위 이해식 의원, 정무위 박상혁 의원 등 유관 상임위 재선 이상 의원들이 참여한다. TF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공급 확대를 핵심 과제로 삼고, 올해 정기국회 내 후속 입법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중점 법안에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일몰 연장을 담은 공공주택특별법 △재정비촉진계획 절차를 간소화하는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 △사업 인허가 절차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 토지주택공사법 개정을 통해 LH 주택용지 매각을 제한하고, 모듈러 주택 활성화 특별법, 노후 공공청사·학교 용지 복합개발 제정법 등도 추진한다. 내년도 관련 예산 확보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반면 부동산 보유세 개편과 관련해서는 선을 그었다. 정부와 여권 일각에서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당 공식 기구인 TF에서는 세제 개편을 논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정애 의장은 TF 출범 브리핑에서 “아직 대책이 나온 지 일주일도 안 된 상황에서 또 다른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논리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며 “10·15 대책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고, 정부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당정이 논의할 게 마련됐다고 하면 그때 가서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당의 비판에 대해서는 맞대응에 나섰다. 국민의힘이 10·15 대책을 “청년·서민 주거 완박(완전 박탈) 정책"이라 비판한 데 대해, 민주당은 “사실 왜곡이자 가스라이팅"이라고 반박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국정감사 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생애 최초(구매)라든지 청년과 관련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기존처럼 70% 그대로 유지돼 있다"며 “투기 세력 때문에 실수요자 주택 마련이 힘든 상황인데도 국민의힘이 오히려 청년과 서민에 무한 계단을 올라가라고 가스라이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의장도 야당의 공세를 겨냥해 “청년·서민·신혼부부가 '영끌'하지 않아도 내 집을 마련하도록 돕는 건 정부의 당연한 책무로, 천정부지로 솟는 주택 가격을 컨트롤하지 말라는 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것"이라며 “정부 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을 둘러싼 고가 아파트 매입 논란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 차관은 최근 유튜브 방송에서 “정부 정책을 통해 시장이 안정되면 그때 집을 사면 된다"고 발언했으나, 과거 갭투자 방식으로 고가 아파트를 매입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해 한 의장은 “국민이 받아들이기에 이렇게까지 주택 가격 상승이 된 결과적 상황에서 보면 그다지 보기 좋은 상황이 아닌 것은 맞는다"며 말을 아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기획] 위성·발사체·AI데이터 총출동…‘대한민국 우주·미래항공 시대’ 앞당긴다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는 단순 방산 전시회를 넘어 대한민국이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향한 원대한 포부를 전 세계에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장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이번 행사는 전 세계 35개국 600여 개 기업이 참가하며 그 위상을 과시했다. 특히 올해 행사는 K-방산과 항공우주 산업의 양적, 질적 팽창이 더는 전통적인 공간에 머무를 수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번 ADEX 2025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단연 우주와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신기술관'의 등장이었다. 파리 에어쇼의 스페이스 허브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규모로 조성된 이 공간은 △우주 발사체 △인공 위성 △우주 농장 △우주 인터넷 △우주 쓰레기 수거 장치 등 미래 기술의 향연을 예고하며 한국의 전략적 무게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했다. 국내 주요 방위산업체들은 ADEX 2025를 기점으로 우주를 더 이상 부수적인 사업 영역이 아니라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성장 동력으로 격상시켰다. 이들은 막대한 자본력과 수십 년간 축적된 첨단 기술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우주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나서고 있다. 한화그룹의 전략은 우주 가치 사슬의 모든 단계를 내재화하는 완벽한 수직 계열화에 있다. 그들의 역사는 K-9 자주포와 같은 정밀 무기 체계의 추진 기술에서 시작됐다. 화학 에너지와 정밀 공학에 대한 깊은 이해는 자연스럽게 로켓 엔진 기술로 이어졌고, 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고도화 사업의 총괄 주관사로 선정되는 결정적 배경이 됐다. ADEX에서는 오는 11월 27일로 예정된 4차 발사를 앞둔 누리호의 성과를 집중적으로 홍보하며 발사체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업스트림(Upstream)'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가치 사슬의 '미드스트림(Midstream)'에 해당하는 궤도상 자산 부문은 한화시스템이 책임진다. 한화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인 0.15m급 해상도의 초고해상도 합성 개구 레이더(SAR) 위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SAR 위성은 날씨나 주야에 무관하게 지구를 관측할 수 있어 군사 정찰·재난 감시의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발사체와 위성을 모두 보유하게 된 한화그룹은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기반을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다운스트림(Downstream)'인 데이터 활용 단계에서 한화그룹의 전략은 정점에 달한다. 이번 전시의 대주제인 '내일을 위한 AI 국방(AI Defense for Tomorrow)'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었다. 한화시스템은 SAR 위성 솔루션과 인공지능(AI) 영상 분석 기술을 결합해 적의 위협 탐지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위성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가공하여 고부가가치의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서비스 기업으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이처럼 한화그룹은 '발사체→위성 제작→데이터 분석 서비스'에 이르는 완결형 밸류 체인을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하드웨어 제조사를 넘어 엔드-투-엔드(End-to-end)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경쟁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KAI는 KF-21, FA-50 등 최첨단 항공기를 개발하며 쌓아온 시스템 통합 역량을 우주 분야로 성공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KAI의 전략은 단순히 위성을 제작하는 것을 넘어, 자사가 구축하고 있는 미래형 전투 체계의 핵심 노드로 우주 자산을 통합하는 '시스템의 시스템(System of Systems)' 접근법에 기반한다. ADEX 2025의 KAI '우주존'은 이러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이곳에는 위성 군집 운용에 필수적인 초소형 위성부터 KAI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차세대 중형위성, 광학 위성 등 다양한 위성 모델들이 전시되어, 위성 플랫폼에 대한 KAI의 폭넓은 기술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이는 KAI가 항공기 플랫폼뿐만 아니라 위성 플랫폼 시장에서도 주요 공급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LIG넥스원은 기술 집약적인 핵심 위성의 임무 장비(페이로드, Payload) 분야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한다. 그 전략의 정점에는 ADEX 2025에서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정지 궤도 기상 위성 '천리안 5호'가 있다. 약 3200억 원 규모의 이 사업은 대한민국 최초로 민간 기업이 주관하는 대형 정지 궤도 위성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는 정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에서 민간이 혁신을 이끄는 '뉴 스페이스'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는 것으로, LIG넥스원이 복잡한 우주 시스템 전체를 통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LIG넥스원은 초고해상도 SAR 위성과 초소형 SAR 위성 체계 기술도 선보이며, 한화시스템과 함께 국내 SAR 위성 시장에서 건전한 기술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탐지-방어-장악'으로 이어지는 LIG넥스원의 전시 부스 구성에서 위성 시스템은 모든 방어 체계의 시작점인 '탐지' 능력을 책임지는 핵심 자산으로 소개됐다. 이처럼 LIG넥스원은 무기체계의 '두뇌'에 해당하는 첨단 센서와 전자 기술을 우주로 확장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L3해리스나 BAE 시스템스와 같이 대체 불가능한 핵심 기술을 보유한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로템 전시 부스 핵심은 단연 '메탄 엔진'이었다. 메탄은 스페이스X의 스타십 등 차세대 재사용 발사체의 표준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케로신보다 연소 효율이 높고 그을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엔진 재사용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이 35톤급 메탄엔진 개발 성과를 공개한 것은 , 단순히 새로운 엔진을 만드는 것을 넘어 세계적인 기술 트렌드인 '재사용 발사체'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선언한 것이다.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는 대기업들과 함께 K-뉴 스페이스 생태계가 건강함을 증명하는 또 다른 축은 바로 우주 분야에 특화된 전문 스타트업들의 성장이다. 이들은 민첩성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무기로 새로운 우주 경제의 최전선을 개척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위성 사업 계열사이자 대한민국 1호 우주 벤처인 쎄트렉아이는 ADEX 2025 참가를 통해 단순한 위성 제조사를 넘어 데이터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의 전형적인 성공 방정식을 제시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세계 최고 수준인 25cm급 초고해상도를 자랑하는 지구관측위성 '스페이스아이(SpaceEye)-T'가 있다. 과거 '올드 스페이스'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이 정부나 특정 기관에 수백, 수천억 원짜리 위성을 한 번 제작해 납품하는 것이었다면 '뉴 스페이스' 시대의 핵심은 자체적으로 위성 군집을 소유·운영하며 여기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구독 서비스 형태로 판매하는 것이다. 쎄트렉아이는 스페이스아이-T를 통해 바로 이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최근 유럽의 한 주요 기관과 특정 지역의 위성 영상 직수신 권한을 7년간 제공하는 수백만 유로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일회성 하드웨어 매출이 아닌,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반복 매출'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략적 전환은 쎄트렉아이의 자회사 구조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위성 영상 판매를 담당하는 SIIS와 AI 기반 영상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SIA를 통해 , 쎄트렉아이는 위성 제작에서부터 데이터 판매, 고부가가치 분석 정보 제공에 이르는 수직적 데이터 가치 사슬을 완성했다. 쎄트렉아이의 이러한 진화는 글로벌 뉴 스페이스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으로, 국내 우주 스타트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우주 산업 생태계에서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조각은 바로 '우주로의 접근성'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소형 위성 발사체 '한빛-나노'를 통해 바로 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K-뉴 스페이스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국내의 수많은 위성 개발 기업과 연구 기관들이 아무리 뛰어난 위성을 만들어도 그것을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궤도로 쏘아 올릴 수 없다면 반쪽짜리 성공에 불과하다. 스페이스X와 같은 해외 발사체에 의존할 경우, 비싼 비용과 긴 대기 시간은 물론 국가 전략적 필요에 따른 신속한 발사가 불가능하다는 한계에 부딪힌다. 이노스페이스와 같은 독자적인 민간 발사 기업의 존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국내 우주 산업 전체의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승수 효과(Force Multiplier)'를 가져온다. 정부 역시 이노스페이스의 전략적 중요성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우주청이 ADEX 2025에서 브라질 정부를 상대로 이노스페이스를 위한 직접적인 외교 지원에 나선 것은 국가가 민간 발사 역량 확보를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여기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격려를 넘어 국가가 직접 나서서 시장을 창출하고 초기 기업의 리스크를 줄여주는 적극적인 산업 육성 정책의 일환이다. 업계에서는 곧 브라질에서 진행될 첫 상업 발사의 성공 여부는 이노스페이스의 기술력을 검증하는 동시에, 대한민국이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갖춘 국가로 발돋움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노스페이스의 성공은 더 많은 위성 스타트업의 탄생을 촉진하고, 이는 다시 이노스페이스의 고객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자생력 있는 국가 우주 생태계의 초석을 다지게 될 것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韓 기업 57% “15년새 中에 기술 따라잡혔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았던 중국이 기술혁신을 거듭하며 양질의 제품으로 한국산 제조경쟁력을 빠르게 추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K-성장 시리즈(4) 한·중 산업경쟁력 인식 조사와 성장제언' 조사에 따르면 중국 경쟁기업과의 기술경쟁력 수준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국내기업의 32.4%만이 '중국보다 기술경쟁력이 앞선다'고 답했다. 조사는 국내 제조기업 370개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한-중 기업간 기술경쟁력 차이가 없다'(45.4%) 거나 '오히려 중국이 앞선다'(22.2%)는 응답도 상당수였다. 2010년 동일한 조사에서 '한국기업의 경쟁력이 중국보다 높다'는 기업은 89.6%였다. 중국제품의 가격경쟁력은 압도적이었다. 한국제품의 상대적 단가 체감도를 물은 질문에 응답기업의 84.6%가 '우리 제품이 중국산에 비해 비싸다'고 답했다. 이 중 '중국산 제품이 국산보다 30%이상 저렴하다'고 응답한 기업이 절반 이상(53%)을 차지했다. 업종별로 '30%이상 저렴한 중국산' 응답은 디스플레이에서 66.7% 나왔다. 제약·바이오(63.4%), 섬유·의류(61.7%)에서도 이같은 답변 비중이 높았다. 한국이 강점으로 여겨온 제조 속도에서도 중국이 소폭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생산 속도와 중국 경쟁기업의 생산속도를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중국이 빠르다'는 답변이 42.4%로 '한국이 빠르다'(35.4%)는 답변을 앞질렀다. '비슷하다'고 생각한 경우는 22.2%였다. 중국 산업의 성장이 3년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한국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감소할 것'이란 답변이 69.2%를 차지했다. '한국기업의 매출도 줄어들 것'이란 응답 비중도 69.2%로 나왔다. 대한상의는 한·중간 기술역전의 원인을 중국의 정부 주도 막대한 투자 지원과 유연한 규제에서 찾았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정부지원, 성장을 가로막는 폐쇄적 규제환경, 기업성장에 따른 역진적 인센티브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산업정책에 한해 인센티브 구조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중국은 1조8000억달러 규모 정부 주도 기금 등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 붓는 반면 한국은 세액공제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공제율이 낮아지는 역진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짚었다. 대한상의는 또 중국의 양·질적 지원을 따라갈 수가 없다며 지원형태를 '나눠먹기 식' 재정투입에서 벗어나 '성장형 프로젝트'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감 이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도 성장형 프로젝트나 성장형 기업에 더 많은 재원이 투입되도록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한국 제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해 집중 지원해 나가야 한다"며 “글로벌 파이를 더 이상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더 많이 투자하고 기술력을 키울 수 있게 성장지향형 정책으로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李 대통령 “코스피 3800 돌파…비생산적 투기 철저히 억제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코스피 지수 3800선 돌파를 계기로 “가용한 정책 수단 역량을 집중 투입해서 경고등이 켜진 비생산적 투기 수요를 철저히 억제해,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투자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6차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초로 3800선을 돌파하며 주식 시장이 정상화 흐름을 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수요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투기성 자금이 과도하게 부동산 시장에 유입될 경우 집값 상승세가 걷잡을 수 없이 가팔라질 수 있는 만큼, 지금이야말로 강력한 대응책이 요구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는 “특별한 성과 때문이라기보다 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본다"며 “이제 정책 효과가 더해지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추세가 굳건히 뿌리내리려면 일관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통해 사회 전체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정부 각 부처는 국민 경제를 왜곡하는 투기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해제된 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1년 8개월 만에 비상 진료 체계가 종료됐다"며 “묵묵히 환자 곁을 지킨 의료진과 공직자, 그리고 불편을 감내한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을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국민이 입은 피해가 컸다"며 “다시는 이런 우를 범하지 않도록 소통과 참여, 신뢰를 바탕으로 지역 필수 공공의료 강화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의료개혁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의료개혁은 필요하다"며 “이제 새로운 토대 위에서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의료개혁을 다시 준비해야 한다.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 의료 인력 양성 방안에 대한 사회적 중지도 함께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가을철 안전 관리와 관련해 “전국적으로 축제와 행사가 늘고 있고, 다음 주에는 경주 APEC 정상회의와 핼러윈 데이도 있다"며 “다중 인파가 몰리는 행사에 대한 안전 조치를 강화하고 산불 등 계절적 재난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 안전에 대해서만큼은 언제나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하는 것이 맞다"며 “국가의 부재 때문에 국민이 이유 없이 생명을 잃는 일은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 된다"고 거듭 당부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10.15 대책’ 정무위서 뭇매...“실효성 의문” 집중 질타 [2025 국감]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당국이 지난 15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을 두고 질타가 쏟아졌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현재 고가주택 위주로 가파르게 치솟는 집값을 먼저 잡기 위한 처사라며 시장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도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감 현장에서 이 위원장에게 “이번 금융규제만으로 과연 부동산 가격이 잡힐 수 있을지에 대해 굉장한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난 6·27 대출 규제 이후 한 달간 집값이 조금 잡혔지만 9월 29일 기준으로 보면 거의 상승률이 회복됐다"며 “한국은행에서 6·27 대책에 따른 집값 억제효과가 문재인, 윤석열 정부보다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듯이 (정책 실효성에)굉장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번 제재 이후 집값 안정세가 나타나지 않으면 보유세 증가와 같이 더 강력한 금융규제가 도입될 수 있음을 예상하며, 사실상 서민과 중산층의 '내 집 마련' 기회가 박탈될 수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서울 23평 아파트 소형 평수의 평균 거래가격이 10억5000만원인데, 서울 2가구의 평균 가구소득이 547만원으로 집을 사려면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거의 10년을 저축해야 가능하다. 여기에 보유세까지 부대비용까지 더하면 (주택 매수가)가능하다고 보느냐"고 이 위원장에게 질의했다. 그러면서 “부모에게 증여나 상속을 받아서 현금을 쥐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집을 살 수 없는 구조"라며 “부모를 잘 만나서 현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만 집을 사는 이 구조가 정말로 바람직한 사회인가에 대한 상당한 의문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급 확대에 대한 금융위의 고민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유 의원은 “공급 확대에 대해서는 고심한 흔적이 잘 안 보인다"며 “공급을 확대하려면 시장에서 말하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그린벨트 완화와 같은 대책이 있어야 하고, 양도세 완화 또는 다주택자가 집을 풀 수 있는 그런 유인책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전혀 마련되지 않았기에 이번 규제 효과도 매우 단기적일 것이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의 결과는 집값의 107% 상승이었다"며 “전세대출 규제 강화 역시 월세로 가야 하는 가구들은 가처분소득이 줄어 집값 상승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부동산 과열을 안정시키는 게 궁극적으로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더 길게 보장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주택 구매를 대출로 뒷받침해 주면 주거안정도 이루지 못하고 부동산 불안도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가 국민 반발에 의식한 땜질식 처방을 내렸다는 점과 실수요자들의 부동산시장 내 혼란을 부추겼다고 질타했다. 그는 “LTV를 40%까지 낮췄다가 부작용을 우려한 비판이 쏟아지니 서민 실수요자와 저소득층 대상 LTV는 60%, 정책대출은 55~70%를 적용한다고 발표한 것이 땜질식 처방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금리 부담에 대출을 갈아타려고 계획을 세웠던 사람들이 은행에서 안된다는 답변을 듣고 있고, 아기가 태어나서 18평에 살다가 26평으로 이사하려는 사람은 오히려 넓은 평수에 대한 대출이 줄어 돈을 모아놨어도 갈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 관료들의 주택 보유 현황을 자료로 제시하며 국민들의 공분을 살 수 있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실 비서관의 36%가 강남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데, 본인들은 이미 사두고 국민들은 못 사게 하는데 대해 국민들이 어떤 단어로 반응하고 있는지 보셔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실 참모진인 김상호 비서관이 강남 대치동 등 아파트를 수 채 가지고 있는데, 집 없는 사람들은 박탈감을 느낀다"며 “보통은 지역구에 본인 집을 보유하는 게 정상인데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경우 강남에 집을 보유하고 지역구에는 전세를 살고 있다. 집값이 또 오를까 봐 그러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대출규모는 지난 6·27 대책으로 많이 줄었지만 그럼에도 고가주택 중심으로 신고가를 갱신하면서 주변 지역 아파트로 불이 번지는 상황"이라며 “이를 방치하면 그야말로 부동산 양극화가 일어나고 주거 불안 혹은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하기에 비상조치로써 토지거래가허가구역 등과 같은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서민층의 주거 사다리를 치운다는 지적이나 땜질식 처방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선 “제도 설계 단계부터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금 부분만큼은 LTV 70% 그대로 가고, 서민 실수요자나 청년 및 신혼부부들이 사용하는 보금자리론, 디딤돌 등 정책성 금리도 한도나 대출 비율을 건드리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與, 부동산 TF 띄운다…“10·15 대책 흔들림 없이 추진”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공급 대책 마련과 공세 대응을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로 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청래 대표가 한정애 정책위의장에게 내일까지 TF 구성 완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10·15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입만 열면 거짓말인 국민의힘 공세로 불안 심리가 가속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현장 간담회와 국민 의견 수렴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TF는 국민의힘 공세에 대응하는 동시에 10·15 대책 후속 조치로 정부와 공급 방안을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필요 시 보완 입법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보유세 논란과 관련해선 선을 그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보유세 응능부담(납세 능력에 따른 과세)' 발언과 관련, “보유세 강화와 양도세 인하가 민주당의 오래된 방향이지만, 당에서 구 장관이 얘기한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했다거나 논의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예컨대 50억 원짜리 집 한 채를 가진 경우보다 5억원짜리 집 세 채를 가진 경우 보유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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