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도심 지진에 대비하는 자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7.20 11:00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지난 6월24일 규모 7.2와 규모 7.5 연속지진이 카리브해판과 남미판이 만나는 베네수엘라 북부지역에서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한 곳으로부터 50 km 이내에 인구 140만에 이르는 발렌시아를 포함해 크고 작은 중소 도시들이 여럿 위치한 곳이었다. 지진으로 속절없이 무너진 건물과 폐허가 된 참혹한 도시재난 현장이 전 세계로 고스란히 전송되었다. 한 사람이라도 구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명피해는 하루가 다르게 크게 늘어났다. 공식사망자 수는 4천명이 넘어섰고, 실종자수만 5만여명에 이른다. 부상자수도 1만6천명이 넘는다. 건물잔해 속인명피해가 모두 산정되면 사망자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도시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큰 인명피해를 남긴다.


이러한 지진은 학교와 아파트는 물론 교량과 터널의 붕괴뿐 아니라, 산사태, 낙석, 지반침하, 액상화 등의 2차 재해를 일으킨다. 또한 시설 파괴로 인한 화재와 가스 누출도 뒤따를 수 있다. 다양한 재난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인근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재난으로 확대되며, 인명피해가 더욱 커진다. 이처럼 치명적인 지진재난 도시 재난 앞에서 정부와 의료계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지역 의료 대응 역량에 따라 부상자의 생존율이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명 구조 과정이 지연될수록 생존율은 크게 낮아진다. 2023년 규모 7.8 튀르키예 지진때엔 도로가 끊기고, 전기와 통신이 마비되고, 병원 건물이 무너지면서, 지역 의료 기능이 마비된 사례도 있다. 도로와 교량이 파괴되고, 헬기 착륙장이 소실되면서 응급환자의 이송시간이 크게 증가했다. 또한 병원 건물 붕괴로 치료 공간과 의료 장비가 부족해졌다. 건물 손상으로 병동이 폐쇄되거나 수술실 사용이 중단될 수 있고, 정전으로 인공호흡기와 각종 생명유지장치의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의료 시스템자체가 재난의 피해 대상이 된 셈이다. 이 같은 의료 시스템의 마비는 부상자에 대한 신속한 치료를 어렵게 한다. 특히 건물붕괴로 크게 증가하는 골절 환자와 외상 환자, 압궤손상 환자는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하다. 특히 압궤손상으로 급성신부전이 발생하면 혈액투석이 필요하다.


실제 1995년 규모 6.9 일본 고베지진때 압궤증후군 환자가 370여명 발생하고, 1999년 규모 7.4 튀르키예 마르마라 지진때엔 압궤증후군 환자가 630여명 발생했다. 이로 인해 지진 직후 응급 투석 수요가 급증했다. 이는 기존 만성질환자의 치료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기적인 투석이 필요한 만성 신장질환자의 치료가 어려워지거나 중단되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또한 지진을 겪은 시민들에게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를 불러오기도 한다. 지진 직후 불안과 공황 증상이 흔하게 나타나며,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우울증, 불면증도 증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경주지진 2017년 포항지진때 이후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는 시민이 크게 늘었다. 이러한 재난 상황에서는 응급의학뿐 아니라 정신의학, 신장내과, 중환자의학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의료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인구가 많은 도심지역의 갑작스러운 환자 증가는 인근 지역으로 연쇄적인 환자 이송을 불러와, 주변 지역으로 의료 부담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제한된 의료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전략 마련도 필요하다. 이처럼 도시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다양한 위험을 동반한다. 특히 도시 고밀도화와 사회기반시설의 노후화는 도심 지진재해를 증가시킬 수 있다.




도시의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의료계의 종합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최근 대한신장학회와 응급의학회를 중심으로 지진 등 대규모 재난 상황에 대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지진 대비가 개별적인 노력으로 완성될 일은 아니다. 응급의료 전략뿐 아니라, 병원의 내진 성능을 강화하고 비상 전력과 비상 통신망을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현재의 편중된 대도시 위주의 의료시설 분포를 고려한 권역별 통합 재난 대응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지자체와 정부는 사회 기반시설을 점검하고, 지진 발생 시 응급의료가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2016년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을 겪으며,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알고 있다. 역사서에는 규모 7에 육박하는 더 큰 지진들도 여럿 기록되어 있다. 지진은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지만, 피해 규모는 우리의 준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재난 발생시 신속하게 작동하는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과학적 도시 관리와 재난 의료체계 구축은 재난 이후 피해를 줄이는 사회 안전망이다. 이 안전망은 사전에 충분히 갖춰져 있을 때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와 국민, 의료계가 함께 준비할 때 비로소 지진재난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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