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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달러는 경미”…유가 100달러 넘으면 韓성장률 0.3%p↓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들썩이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해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형성될 경우, 한국 경제의 성장 경로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현대경제연구원은 '미·이란 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분쟁 전개 수준에 따라 올해 평균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와 국내 거시지표가 어떻게 달라질지 시나리오별로 분석했다. 연구원은 우선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한 달 이상 교전을 이어가다 협상 국면으로 돌아설 경우를 비교적 완만한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이 경우 올해 평균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안팎에서 움직일 것으로 추정했다. 성장률은 약 0.1%포인트 낮아지고 경상수지도 58억달러가량 축소되겠지만, 충격의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소비자물가는 0.4%포인트가량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황이 악화돼 공습이 길어지고 호르무즈 해협이 수개월간 막히는 경우는 훨씬 비관적이다. 이 경우 연평균 유가가 10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으며,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하고 경상수지는 260억달러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가 상승률 역시 1.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더 나아가 미 지상군 투입 등으로 사태가 과거 '오일 쇼크'에 준하는 국면으로 번질 경우, 평균 유가는 150달러에 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연구원은 경고했다. 이럴 경우 성장률은 0.8%포인트 낮아지고, 소비자물가는 2.9%포인트 급등하며, 경상수지는 767억달러 감소하는 등 복합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국내 경기가 아직 뚜렷한 회복 흐름을 보이지 못한 상황에서 추가 외부 충격이 가해질 경우 회복세 정착이 늦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유와 원자재의 공급망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해외 기관들도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유가 급등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란 지도부가 체제 위협에 직면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에너지 시설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전개가 현실화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8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리서치 기관인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윌리엄 잭슨 신흥시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갈등이 일시적으로 진정되더라도 브렌트유가 80달러 선까지는 오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분쟁이 장기화해 공급 차질이 현실화하면 유가가 100달러에 도달하고, 그 여파로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0.6~0.7%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기업 숨통 틔우고 성장 사다리까지…박형준표 5000억, 부산 경제 체질 바꾼다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부산시가 지역 중소기업을 영남권 대표 거점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지원한다. 시는 3일 부산상의,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하나은행과 '부산·영남권 거점기업 육성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부산시가 중심이 돼 금융기관·경제단체와 손잡고 지역 기업의 성장 기반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는 구조를 마련하는데 초점을 뒀다. 지원 대상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지역 중소기업이다. 부산시가 대출이자 2.0%를 이차보전(이자 지원) 방식으로 지원하고, 부산상의가 금융지원 사업 안내와 대상 기업 추천을 맡는다.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은 신용보증을 제공하며, 하나은행은 특별출연과 우대금리를 지원한다. 기업당 최대 30억원까지 지원하며, 이차보전 한도는 8억원으로 설정했다. 이차보전율을 지난해 1.5%에서 올해 2.0%로 상향해 기업의 금융 부담을 한층 낮췄다. 상환 조건은 3년 만기고 2년 거치 후 1년 분할상환 또는 3년 거치 후 일시상환 중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자금 운용의 자율성을 높였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해 부산 중소기업 수출이 역대 최고치인 84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며 “이 같은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성장 환경을 조성하고 금융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부산시는 지난해 중소기업·소상공인 경영난 해소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2조33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지원했다. 올해는 지원 규모를 지난해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충남도,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유치 ‘총력’…16개 기관 맞손

충남=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충남도가 미래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인 이차전지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지역 경제의 비약적인 도약을 이끌기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유치에 나섰다. 도는 최근 천안·아산·서산·당진 등 서북부권 4개 시와 국내외 이차전지 산업을 선도하는 주요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 총 16개 기관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기관 간 협조를 넘어 산학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견고한 협력 기반을 구축해 충남형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추진한다. 특히 이번 협약에는 도와 4개 시 외에도 이차전지 소재 산업 최전선에 있는 한국유미코아배터리머티리얼즈·하나머티리얼즈·서해그린화학·송우이엠(EM) 등 선도기업들이 참여해 실질적인 산업 활성화 효과가 기대되며, 단국대·호서대·한서대·신성대 등 지역의 교육 거점과 충남테크노파크·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등 전문 연구기관이 합세해 기술 개발부터 인재 양성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협력 체계 구축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협약의 주요 골자는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을 위한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강력한 민관 협력(거버넌스)을 형성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각 협약 기관은 사업 종료 시점까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히 소통하고 특화단지 지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행정적·기술적 역량을 집중하기로 약속했다.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협약 기관들은 구체적인 6대 협력 분야를 설정하고 실질적인 이행에 착수하기로 했다. 우선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을 위한 공동 대응과 함께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민관 협력(거버넌스)을 구축해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 이차전지 관련 기업이 최적의 환경에서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반 여건을 조성하고 부지 및 관련 시설 설치를 지원한다. 기술 분야에서는 이차전지 핵심 기술 개발은 물론, 실제 현장에서의 실증과 사업화 단계를 체계적으로 지원해 충남 이차전지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국 중심의 이차전지 공급망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인적 자원의 확보도 이번 협약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지역 내 대학과 협력해 이차전지 맞춤형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배출된 인재들이 지역 내 기업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지역 인재 육성과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한다. 이와 함께 유망 기업의 추가적인 투자 유치를 끌어내고 지역 상생 모형을 발굴함으로써 특화단지 조성이 지역사회 전반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도가 구상 중인 특화단지 조성 계획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올해부터 오는 2034년까지 잠정적으로 추진하며 서북부권인 천안·아산·서산·당진 일대를 중심으로 전개한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입주 기업은 기술 개발 및 수출 촉진을 위한 지원과 각종 인허가 사항의 신속 처리 등 파격적인 행정적 혜택을 받게 돼 기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 관계자는 “산학연관 협력으로 도가 보유한 이차전지 산업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것"이라면서 “정부 공모 절차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우리 도가 대한민국 이차전지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이슈&인사이트] 양도세 중과가 아니라 정상화다

이강윤 정치평론가 다주택과 증시가 단연 중심 이슈다. 오는 5월로 예고된 다주택자 양도세 정상화를 두고 야당이나 보수층은 '정치적 증세'라거나 사회주의적 정책이라며 공격하고 있다. 심지어 '가난은 나라도 못구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팩트부터 정리하자. 증세가 아니라 세금부과를 연기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사회주의 정책이라는 공격은 언급할 가지초자 없는 선동이다. '가난은 나라도 못구한다'고? 물정 모르는 말이다. 나라가 부자는 못 만들어도 가난은 구한다, 구해야 한다. 그게 근대 국가다. 가난은 '그저 조금 불편'한 게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을 못하거나, 지갑 사정 헤아려보다 뭔가를 포기하는 정도가 아니다. 가난은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한다. 그 불안은 영혼을 좀먹는다. 그러다 결국 황폐해진다. 형편없는 시간 당 임금은 자존감을 치명적으로 떨어뜨린다. 벗어날 수 없는 나락감에, 그 절망감에 무기력해지는 거다. 그러다 종내는 대인기피증 같은 것을 부르기도 한다. 문제는, 사회가 가난을 가난한 사람의 무능과 못난 탓으로 돌리며 부끄러워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은 제 무능을 탓하며 안으로 안으로만 숨어든다. 남루를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은 본능적 정서다. 모든 이는 위아래가 따로 없이 한결같이 존귀하며,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천부의 인권을 가졌다는 말은, 잠시 접어두시라. 가난 앞에서는 사치이거나 허탈한 공왈맹왈이다. 해질 녘 리어카에 자기 몸집의 두어 배는 될 라면박스와 파지를 잔뜩 실은 채 언덕배기 비탈길을 힘겹게 오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놔두고서 '선진'을 말하는 건 사치를 넘어 죄악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왜 세금을 걷는가. 세금 안내면 왜 빨간 딱지 붙이고 집달리들이 찾아오는가. 세금받는 대신 생존의 기본 조건을 마련해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을 영위토록 하기 위해서다. 그게 국가가 정부를 통해 납세자인 국민과 한 '계약'이다. 납세자들은 그 계약을 믿고 세금을 내는 것이다. 모든 납세자(국민)에게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을 영위시키기란 쉽지 않다. 그와 내가 같은 공동체 안에서 같은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사는 것 자체가 미안스러워지는 삶이 주변에 널려있다. 그래서 '복지'라는 개념이 생겼다. 학자들에 따라 견해는 엇갈리지만, 목불인견의 처참한 생존을 그대로 놔두면 인간성이 상실되는 층이 생기고 체제 유지가 위태로울 정도로 사회가 붕괴될 수도 있다. 빈부 격차를 방치하다가 체제 자체가 붕괴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재정(조세)을 통한 부의 재분배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방법이야 어떻건 간에 복지정책이 성공하려면 이 점 하나만은 확립되어야 한다. 가진 자가 베푸는 방식이어선 진정한 복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건 적선이다. 적선의 밑바탕에는 기복적 희구가 자리잡고 있다. 선을 베품으로써 좋은 결과가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동양적 정서가 깔려있다. 그러므로 적선은 기본적으로 일과성이고, 시혜다. 적선 그 자체를 나쁘다고 말하려는 건 결코 아니다. 다만 구조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개인적 행위라는 것이다. 가난은 개인적 시혜나 기부로 추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는 국민들의 권한을 위임받아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게 정부다. 국가라는 이름 아래 정부를 통해 행해지는 정책은 그러기에 구조화와 정합성이 필수다. 조세를 통한 부의 재분배는 근대 국가의 기본이자 복지의 출발점이고, 공정을 향한 첫 이정표다. 입이 아프지만 다시 명토박아 말한다. 가난은 나라가 구하는 게 맞다. 국민주권정부는 실용적 정책들로 이 해묵은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죽음으로 몰고가는 극빈이나 생활고 참상을 영구 퇴출시켜야 할 시대적 의무가 있다. bienns@ekn.co.kr

“수입산업은 경제 떠받치는 큰 축…가치 재정립해야”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수입을 '외화 소비'로 치부하던 낡은 프레임을 깨고 국가 생존을 위한 전략자산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RE: IMPORT 2026 수입정책 포럼'에 참석한 수입산업 종사자 및 전문가들은 수입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번 포럼은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한국무역상무학회·한국수입협회가 공동 주최하고,산업통상부가 후원했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강감찬 산업통상부 무역투자실장 등 주요 내빈과 학계·산업계 전문가 150여 명이 참석해 수입 산업의 미래 로드맵을 논의했다. 개회사를 맡은 윤영미 한국수입협회장은 “수입은 더 이상 조달 활동에 그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핵심 원자재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은 수출과 함께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경제의 큰 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입은 수출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너지와 식량 안보 확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물가 안정을 통해 국민 생활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며 “수입 기업들이 정부와 국회로부터 정당한 평가와 필요한 자원을 받을 수 있도록 협회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허성무 의원도 “수입과 수출은 샴쌍둥이와도 같다"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으로서 수출에 편중된 예산 체계를 점검하고 수입 기업들이 겪는 정책적 소외를 해소하는 데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정운찬 이사장 역시 “양질의 원자재를 확보하는 수입이야말로 우리 산업을 지탱하는 진정한 애국"이라고 거들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중소 수입기업들이 처한 '정책적 무풍지대'의 실상이 구체적인 통계로 드러났다. 이병문 한국무역상무학회장(숭실대 교수)과 조미진 명지대 교수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수입의 65.3%가 중간재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입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국내 제조업 전체의 생산단가 상승과 수출 경쟁력 약화로 직결되는 '샴 쌍둥이' 구조임을 보여줬다. 중소 수입기업 66개사 중 응답기업 89.4%가 “수입 업무와 관련해 정부 기관의 지원을 받은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수입기업들은 '환율 변동 리스크'(53건)와 '제품 구매원가 상승'(38건)을 최대 고충으로 꼽았고, '수입기업 전용 정책자금 확대'(38건)와 '중소 수입기업 대상 금리 우대'를 최우선 과제로 요청했다. 조 교수는 “수입이 잘 되어야 수출이 된다는 것은 수입업계가 항상 강조해 온 생존의 논리"라고 강조했다. 박광서 건국대 교수와 남혜지 박사는 글로벌 수입 단체들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수입협회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무역 확산으로 수입의 연속성 확보는 국가 회복 탄력성의 핵심 요소"라면서 “수입협회가 업계 이익대변단체를 넘어 국가전략자산을 책임지는 수입 통상의 관문이자 '공급망 플랫폼 운영체'로 도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포럼에서 미국의 고강도 관세 조치에 따른 실무적 대응 방안도 발표돼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발표를 맡은 양정호 전주대 교수는 “매킨지 조사 결과 글로벌 기업의 82%가 새로운 관세 영향권에 들어왔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추가 관세 부과는 국제거래의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양 교수는 기존의 일반적인 불가항력 조항으로는 관세 리스크 방어가 어렵다고 지적하며 △관세 인상을 명시적 발동 요건으로 하는 '트럼프 불가항력 조항(Trump majeure clauses)' △관세 전용 가격 조정 조항 △공급업체 대체권 등을 계약서에 반드시 삽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교수는 “잦은 관세 정책 변경은 계약 이행 불능을 초래하므로 관세 리스크를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담는 법적 방어막이 시급하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밖에 이석문 한남대 교수와 김진규 조선대 교수는 협회의 자생력을 키울 구체적인 신사업 모델로 '대학 협업형 TIC 위탁 사업'을 제안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자체 검사소를 구축할 경우 약 20억 원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대학의 유휴 장비와 전문 인력을 활용하면 초기 투자비를 1억1000만 원 수준으로 약 95%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신선도가 생명인 '수입 축산물(HS 02류)' 시장을 타겟으로 한 분석 결과 비용 편익 비율(B/C Ratio)이 1.09로 산출돼 경제적 타당성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대학의 인프라를 활용한 협업 모델은 수입 식품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협회의 수익성을 제고하는 최적의 상생 대안"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뉴페이스 청년’ 앞세운 국힘…세대교체일까, 또 ‘총알받이’일까 [해설]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재영입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은 지난달 25일 1차 영입 대상을 발표한 데 이어, 이후에도 매주 순차적으로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80·90·2000년대생 청년 인재 중심'을 내세우며 세대교체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의 시선은 엇갈린다. 선거 때마다 반복돼 온 '깜짝 영입'이 공천 국면에선 험지 배치나 비례 후순위로 이어지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던 전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인재영입 환영식을 열고 1호 영입인재 2명을 공개했다. 주인공은 손정화(44) 삼일PwC 회계법인 회계사와 정진우(41) 현대엔지니어링 에너지영업팀 매니저다. 지난 5일 공식 출범한 인재영입위는 현재까지 접수된 400여 명의 지원자를 상대로 검증 절차를 거쳐 이들을 최종 선발했다. 당이 '청년·여성 우선 영입'을 원칙으로 내세운 만큼, 첫 발표 인사 역시 1980년대생 남녀로 뽑혔다. 당 관계자는 청년 중심 영입 배경에 대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 지지율이 과거 전통 지지층보다 높게 나타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지층 구성이 바뀐 만큼 그 기대에 응답하는 차원에서 청년들에게 더 많은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도부는 이번 영입의 콘셉트를 '세대교체'로 잡았다. 1980~2000년대생을 전면에 내세워 당의 노쇠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주도하는 인재영입위원회 구성부터 '80년대생 전면 배치'라는 상징성을 담았다.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 전원이 1980년대생으로 꾸려졌다. 인재영입위에는 조지연·박충권 의원과 김효은 대변인, 이상욱 서울시의원(당 전국청년지방의원협의회 회장), 황규환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 회장, 이승배 폴리티컬데이터랩 대표, 송지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인재영입을 진두지휘하는 조정훈(재선·서울 마포갑)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소위 '빽' 없이도 실력으로 인정받는 인재를, 제대로 된 검증을 거쳐 발탁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영입은 장동혁 대표 체제의 '뉴페이스·뉴스타트'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40대 재무·원전 산업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워 전문성과 젊은 이미지를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당은 두 인사가 이재명 정부의 재정·에너지 정책을 견제할 정책형 인재라는 점도 강조했다. 손 이사는 20년간 공인회계사로 활동하며 지방재정과 공공회계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그는 “지방재정의 투명성과 공공 정책의 책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재정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한 정치는 결국 국민에게 부담으로 돌아온다. 투명한 거버넌스와 효율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매니저는 원전 산업 현장에서 근무한 에너지 전문가다. 그는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로 UAE 원전 수출에 성공하는 등 산업 경쟁력의 상징이었다"며 “에너지 정책은 이념이 아니라 과학과 산업, 국민을 중심에 두고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인사는 이번 지방선거에 직접 출마할 예정이다. 다만 구체적인 출마 지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는 국회의원 선거보다 훨씬 디테일하게 '그 지역에서 실제로 뛸 사람'을 선별해야 한다"며 “무턱대고 험지로 내보내는 방식은 지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례대표도 있고, 청년 가산점이나 지역별 청년 의무 배치 등 제도적 장치도 있다"며 “예전처럼 얼굴마담으로 세우고 선거가 끝나면 사라지는 구조는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행사성 영입' 논란은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반복해 온 숙제다. 보수정당은 선거를 앞두고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하며 '외연 확장'을 강조해왔지만, 실제 선거 성적과 정치적 안착 여부는 엇갈려 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당시 자유한국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2곳만 승리하는 사실상 궤멸적 패배를 기록했다. 이후 당 안팎에서는 “인물난이 구조적 문제"라는 자성론이 제기됐고, 청년·전문가 중심의 외부 수혈이 대폭 강화됐다. 그러나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 미래통합당 시절 27명의 대규모 영입이 이뤄졌음에도, 공천 과정에서 험지 배치와 비례 순번 논란이 불거지며 '이벤트성 영입'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수도권 일부 지역을 '청년벨트'로 묶어 20~40대 후보 간 경쟁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청년 '총알받이' 논란이 불거졌다. 당 안팎에서는 “험지에 청년만 몰아넣는다"는 반발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당시 상당수 영입 인사가 공천 출구를 찾지 못하거나 한 차례 출마로 퇴장했다. 청년 몫으로 영입 제안을 받았던 한 인사는 “비례를 얘기하더니 공천 국면에선 험지 출마를 권유받았다"며 “당이 나를 키우려는 게 아니라 선거판에 얼굴 하나 세우려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재영입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얼굴 교체를 넘어 수도권 확장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의 정체성과 노선이 여전히 영남 중심, 친윤 중심 구도에 머문다면 아무리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도 수도권 민심을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국민의힘은 지금 당의 방향성 자체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누가 누구를 영입하느냐보다, 영입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지율을 뒤집을 변수는 인재영입이 아니라 TK 중심 정당 이미지를 벗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것"이라며 “수도권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면 강남 몇 곳을 제외하곤 당선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청년 영입을 해놓고 험지에 내보내고, 대구·경북엔 중진을 배치한다면 오히려 인재를 모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공천관리위원회가 제대로 된 인재를 영입하고 배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치는 과거보다 낮다"고 평가했다. 청년 영입의 효과를 두고는 회의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과거 청년 영입은 2030 남성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지지율이 어느 정도 고착화돼 있어 단순 영입으로 달라질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들어오는 청년 인재 중 일부는 당보다 더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어 오히려 당 색깔을 더 극우적으로 만들 수 있다"며 “청년 정책과 중도 확장에 대한 중장기 목표 없이 영입을 전략적으로만 활용하면 하루 뉴스로 끝나는 일회성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엄 소장은 또 “당 이미지가 상당히 극우화돼 있는 상황에서 중도 성향 청년이 쉽게 들어오기 어렵다"며 “탄핵 문제와 '윤 어게인'과의 관계 정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청년 영입도 백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나현 기자 knh@ekn.kr

39년 만의 사법 대수술…개헌 시계도 가동

민주당이 대법관 정원 확대, 재판소원제 도입, 법왜곡죄 신설을 담은 '사법개혁 3법'을 지난달 26~28일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39년간 유지된 대법관 정원이 늘어나고, 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과 판·검사 법 왜곡 행위 처벌이 가능해지는 등 사법제도 전반에 변화가 예고됐다. 민주당은 이에 더해 재외국민 투표권 보장과 개헌 국민투표 절차를 명문화한 국민투표법 개정안도 처리해 6·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치를 수 있게 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주도 대법관 증원법, 재판소원제 도입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법왜곡죄 도입을 담은 형법 개정안이 지난달 26~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법원이 지난해 5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지 약 10개월 만에 역대 최대 규모의 사법제도 개편이 현실화됐다. 가장 먼저 처리된 법왜곡죄 도입법은 형사사건에 관여하는 판사와 검사가 부당한 목적으로 법령을 왜곡해 적용할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법안은 판·검사가 타인에게 위법·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서 법을 왜곡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법안은 법왜곡 행위를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법령을 적용하거나 △적용해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로 규정했다. 다만 합리적 해석 범위 내의 재량적 판단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와 함께 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위조하거나 위법한 방식으로 증거를 수집한 경우 등도 법왜곡 행위에 포함했다. 법왜곡죄 논의는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당시 불거진 '사법농단' 사태에서 처음 본격화됐다. 당시에도 법관의 부당한 법 적용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재판 독립 침해 우려로 입법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지귀연 부장판사 재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체포적부심사 기간을 '일수'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면서 법왜곡죄 도입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사법부 내부망에서도 “종래 실무를 뒤집는 해석"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이 같은 이례적 법 적용을 방지하고 사법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한 방송에 출연해 “판사도 법을 왜곡해서 뇌물을 받거나, 말도 안 되는 헌법과 법률을 명백하게 위반해서 잘못된 판단을 통해 재판 자격이나 공소 제기로 국민의 기본권을 심대하게 침해했을 경우에는 당연히 그것은 처벌의 대상"이라고 했다. 다만 법 적용 기준이 추상적일 경우 재판의 독립성을 위축시키고, 판·검사의 소극적 판단을 유도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재판소원제 도입 역시 제도 변화의 폭이 크다.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존과 달리 법원의 확정 판결도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 청구는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가능하며, 헌법재판소는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판결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 지정재판부 재판관 전원이 헌법소원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각하되지만, 제도 시행 시 헌재가 사실상 법원 판결을 다시 심사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 때문에 '사실상 4심제'라는 평가와 함께 사법 체계 이원화 및 대법원·헌재 간 권한 충돌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법관 증원법에 따라 1987년 개헌 이후 14명으로 유지돼 온 대법관 정원은 26명으로 늘어난다. 법 공포 2년 뒤인 2028년부터 3년간 매년 4명씩 순차 증원된다. 대법관 임기는 6년이다. 증원되는 12명과 임기 만료 예정인 10명을 포함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재임 중 총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다. 전체 26명 중 약 85%에 해당하는 인사가 새로 구성되는 것으로, 사실상 대법원 구성이 전면 재편되는 셈이다. 정부·여당은 대법관 1인당 사건 부담이 줄어들 경우 사건 처리 속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비교적 중요도가 낮은 사건은 상고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결 이유를 상세히 적지 않고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방식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원 확대를 통해 보다 충실한 심리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사법부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국 법원장들은 지난달 25일 회의에서 “대법관이 늘어나면 이를 보조할 재판연구관 등 인력도 함께 확충돼야 한다"며 “1·2심 재판부의 인력 공백으로 재판 지연과 부실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을 보좌하는 재판연구관은 총 102명으로, 1인당 평균 8.5명 수준이다.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추가로 약 100명 안팎의 법관이 대법원으로 이동해야 해 사실심이 약화될 수 있다. 1일에는 국민투표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개정안은 '재외투표인 명부에 등재된 사람'을 투표인에 포함하고, 국외 부재자 신고 및 재외투표인 등록 절차를 공직선거법 기준에 맞춰 정비했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 투표권 제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11년 7개월 만에 후속 입법이 이뤄진 것이다. 또한 개헌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면 의결일로부터 30일 이내 직전 수요일에 국민투표를 실시하도록 규정해, 개헌 일정의 법적 기준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6·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치를 수 있게 됐다. 다만 심의 과정에서 '국민투표자유방해죄' 조항이 포함됐다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끝에 삭제됐다. 당초 허위사실을 지속 유포해 선거관리 업무를 방해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내용이었으나, 여야 합의 부족과 과도한 처벌 우려가 제기되면서 최종안에서는 빠졌다. 민주당은 관련 내용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3월 국회에서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법 등 검찰 개혁 후속 입법도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입법이 정권에 의한 사법부 장악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한편, 장외투쟁과 도보행진 집회 등 대외 행동도 검토 중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윤석헌 시평] 디지털금융 전환과 국내은행의 혁신

은행의 혁신이 관심사다. 지난 정부에선 과점수익이 비난의 대상이었다면, 새 정부에선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 요구로 공격 방향이 바뀌었다. 특별한 위험부담이나 역할수행 없이 고수익을 벌어드리는 소위 '천수답 경영'이 비판의 핵심이다. 선진경제 문턱에 오른 한국경제가 필요로 하는 중개서비스를 저비용 자금과 유능한 인재를 갖춘 은행이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디지털금융은 IT기술 발전을 배경으로 지급결제의 신속함과 편리함을 크게 개선했다. 이어서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자금을 이체하고 은행 등 중개기관 도움 없이 대출, 투자, 트레이딩을 추진하는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으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은행의 독과점적 영향력을 우회하려는 노력이 기술발전을 배경으로 전통금융의 울타리 밖에서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 등 중개기관 도움을 배제하는 디파이는 유동성 불일치, 상호연계성, 과다한 레버리지, 충격흡수장치 부재 등 온갖 위험 노출로 곧바로 안정성에 문제가 생겼다. 테라루나 사태가 비근한 예다. 결국 중앙화 거버넌스 요구가 다시 생겨나는데, 국제결제은행(BIS)은 이를 '탈중앙화 환상'이라 불렀다.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금융은 지급결제, 신용창출, 규제감독, 예금보험 등 제도적 발전을 이룩했으나, 시장의 불확실성과 탐욕은 금융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위기를 초래했다. 이제 온라인 상에서 한 번의 클릭으로 거액의 자금이 빛의 속도로 이전하는 상황에서 시스템 위험이 다시 증가하면서 금융에 대한 신뢰를 뒤흔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선 전통금융과 디지털금융을 연결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법제화 논의가 한창이다. 그러나 해외에선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와 더불어 토큰화예금(TD) 및 예금토큰(DT) 등 다양한 선택지가 논의되고 있다. 여기서 디지털화폐의 선택은 국내금융이 전통금융을 토대로 디지털금융으로 지속가능 발전하여 금융혁신을 이루는 경로이고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두 가지가 핵심으로 보인다. 첫째는 안정성 확보다. 스테이블코인은 명칭과 달리 담보자산 내용물에 따라 가치변동이 발생한다. 게다가 혁신 추구를 위해 발행 자격을 확대 허용하면, 금산분리 원칙의 훼손이 가능하고 해외 투자자 참가 시에는 통화주권 상실도 우려된다. 둘째는 혁신을 담보하는 중개기능 확충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원화, CBDC, 자산 등을 100% 예비하므로 런(run)의 우려는 없지만 그만큼 중개기능(신용창출)이 제약된다. 반면, 토큰화예금(TD)이나 예금토큰(DT)은 은행의 안정성을 토대로 부분지급준비방식을 사용하므로 신용창출 제약을 완화하는 장점이 있다. 어떤 선택이 바람직할까? 금융은 안정이 핵심이며, 중개역할 확충 또한 한국경제 현실에서 소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은행이 주도하는 TD나 DT 발행이 바람직해 보이는데, 다만 이러한 선택은 은행의 독과점 구조를 강화하여 국내은행의 중개서비스 혁신 요구에 배치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은 탈출구는 은행이 스스로 혁신하거나 또는 금융당국이 관련 제도 개혁을 이끄는 것이 아닐까. 만약 이런 탈출구를 피한다면 은행 주도 디지털화폐 및 국내금융 혁신에 대한 기대는 오래 가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은행의 혁신과 개혁 방안을 살펴본다. 첫째, 은행은 고객에 대한 중개서비스 제공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내은행은 비이자이익이 미미한데, 이마저도 고객서비스와 무관한 유가증권 매매익과 평가익이 주다. 비용과 노력이 들더라도 고객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둘째, 생산적 금융 촉진 과정에서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BIS비율 산정시 위험자산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 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부동산대출은 하한을 높였고 주식보유는 가중치를 낮추었다. 그런데 방향은 맞지만 은행의 행태가 바뀔지 의문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이후 늘어난 은행의 책임회피용 행정업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셋째, 은행권의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다시 강화하여 은행의 주담대 시장 점유율을 낮추고, 파킹통장 활성화로 비은행 주담대 시장 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한다. 디지털금융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전통금융 하부구조 이용이 필요한 상황에서 은행의 혁신과 개혁은 국내금융산업 혁신의 지름길로 보인다. 윤석헌

[박영범의 세무칼럼] 28만 영세 체납자, ‘부활의 사다리’ 놓이나

고금리와 고물가, 내수 부진의 삼중고 속에서 결국 '폐업'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한 영세 사업자들. 이들에게 가장 가혹한 것은 '과거의 세금'이다. 국세청이 역대급 규모의 구제책을 가동한다. 이번달부터 시민 500명으로 구성된 '국세 체납관리단'이 전국 각지의 체납 현장을 누비며 옥석 가리기에 나선다. 이번 조치는 체납 세금 독촉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징수 능력이 없는 이들의 세금을 면제하여 경제활동 현장으로 복귀시키는 '생계형 체납자 납부 의무 소멸 특례제도'의 성공적인 시행이 자리 잡고 있다. 국세청은 이달부터 활동할 일반 시민 500명을 '전화·방문 실태 확인원'으로 신규 채용했다. 이들은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2024년 말 기준 국세 체납자 133만 명 전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다. 이들의 주 목적은 징수독려와 '실태 파악'이다. 확인원들은 체납자의 거주지와 사업장을 직접 찾아가 실제 거주 여부, 가족관계, 생활 수준 등을 면밀히 파악한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영세 체납자 납부 의무 소멸 대상자 실태조사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조사서는 향후 국세 체납 탕감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자료로 활용된다. 1인당 최대 5,000만 원까지 세금 납부 의무를 소멸시켜 준다. 다만 법에서 정한 요건이 구체적이므로,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첫째 대상 세목은 종합소득세(농어촌특별세 포함)와 부가가치세, 그리고 이에 부수된 가산세와 강제징수비에 한정된다. 또한 해당 체납액은 2025년 1월 1일 이전에 발생한 것이어야 하며, 소멸시효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금액이어야 한다. 둘째 폐업 및 소득 요건은 실태조사일 이전에 모든 사업을 폐업한 상태여야 한다. 최종 폐업일이 속한 과세 연도를 포함해 직전 3개년의 평균 사업 수입금액(매출액)이 15억 원 미만인 영세사업자가 대상이다. 셋째 처벌 이력이다. 최근 5년 이내에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처벌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며, 현재 범칙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이어도 안 된다. 특히 과거(2018~2019년)에 시행됐던 영세 개인사업자 체납액 소멸 특례를 적용받았던 사람은 이번 혜택에서 제외된다.올해부터 시행하는 제도로 약 28만 명이 3조 4천억 원 규모의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1인당 평균 약 1,200만 원의 '세금 족쇄'를 푸는 셈이다. 대상 영세 체납자는 1단계로 현장 조사 협조이다. 이달부터 체납관리단이 연락하거나 방문할 경우 피하지 말아야 한다. 문을 걸어 잠그거나 연락을 끊으면 '은닉 재산이 있다'는 의심을 사 정밀 추적조사의 타깃이 될 수 있다. 2단계는 경제적 빈곤을 증명해야한다. 본인이 가진 재산이 강제징수비(체납 처분비)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나, 현재 수입이 최저생계비 수준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는 신청 시기 준수이다. 소멸 신청 기간은 2026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다. 신청서를 내면 국세청은 국세체납정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6개월 이내에 탕감 여부를 통지한다. 이번 특례 제도는 '성실 납세'라는 조세 원칙과 '영세 납세자 경제 재기'라는 복지적 가치 사이에서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고육지책이자 결단이다. 실패를 겪은 이들이 신용을 회복하고 다시 창업이나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 훗날 건실한 납세자로 돌아오게 만드는 '선순환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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