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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尹때와 달랐다…‘金 총리실’ 야근 月 19시간 찍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무총리실 공무원들이 매달 평균 17~19시간 수준의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시간 일하는 자세'를 강조한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잇따른 정책 현안 대응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중동 전쟁으로 비상경제본부까지 가동된 3월부터는 업무량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31일 본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국무총리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8개월간 국무총리실 직원 1인당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17.48시간이다. 이는 계엄·탄핵 이전 윤석열 정부가 정상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던 시기(2024년 6~11월, 월평균 15.74시간)보다 1.73시간, 11% 높은 수치다. 계엄·탄핵으로 국정 공백이 이어진 권한대행 체제(2024년 12월~2025년 5월, 월평균 13.67시간)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져 3.81시간, 27.9% 많다. 초과근무 변화 추이를 보면, 12·3 계엄 사태와 탄핵소추가 맞물렸던 2024년 12월 초과근무는 13.18시간으로 급감했고,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가 시작된 이후인 2025년 1월에는 11.59시간까지 내려갔다. 국정의 무게 중심이 사라진 자리에서 총리실 업무량도 함께 줄어든 셈이다. 이후 한덕수 권한대행 2기가 시작된 2025년 3월(15.07시간), 4월(15.23시간) 들어 다시 회복세를 보이다가, 현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17.83시간)부터 단숨에 17시간대로 올라섰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초과근무가 가장 많았던 달은 지난해 9월로 1인당 19.29시간이다. 윤석열 정부 전체를 통틀어 최고치였던 2024년 10월 18.21시간보다 1.08시간 많다. 또 조사 기간 8개월 가운데 14시간대를 기록한 달은 지난해 12월 단 한 달뿐이다. 이 기간 중 최저치인 지난해 12월(14.20시간)도 윤석열 정부의 평균(14.71시간)에 근접한다. 권한대행 체제에서 11.59시간까지 내려갔던 업무강도의 '바닥선' 자체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윤석열 정부 12개월 중에는 11.59시간(2025년 1월), 13.18시간(2024년 12월), 13.24시간(2024년 8월) 등 10~13시간대 달이 절반에 가까운 5개월이었다. 높은 초과근무는 수당 지출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이 기간 동안 총리실이 지출한 초과근무 수당 총액은 12억7000여만원으로 월평균 1억5900만원에 달했다. 월별로는 지난해 12월이 2억4600여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지난 1월이 4200여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이재명 정부 총리실이 이처럼 분주한 것은 조직의 역할 자체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총리실은 각 부처 정책을 조정하고 주요 국정 현안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정부가 바빠질수록 업무가 먼저 몰리는 구조다. 대내외 현안이 쏟아지면서 총리실이 실질적인 정책 조율의 중심축으로 더욱 바짝 가동되고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중동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안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자, 청와대는 지난 25일 이재명 대통령을 컨트롤타워로 하는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신설하고, 김민석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비상경제본부'를 가동키로 했다. 이 같은 '비상 대응 체계'는 실제 업무 현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총리실 관계자들은 최근 업무 환경을 '상시 비상체제'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한 부처 공무원은 “굉장히 많이 바빠졌다. 주말 근무도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출근이 크게 늘었다"면서 “특히 비상경제본부 가동 전후로 업무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도 “예전에는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현안이 끊이지 않아 상시 대응 체계로 바뀌었다"며 “업무 강도가 계속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높은 업무 강도의 배경에는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도 자리하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눈 뜨면 출근, 눈 감으면 퇴근이지 휴일, 휴가가 어디 있겠느냐"며 “우리 손에 나라의 운명이 달렸다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올해 1월 청와대 첫 시무식에서도 이 대통령은 “공직자는 24시간이 일하는 시간"이라며 국민에 헌신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이 같은 기조는 총리실 운영 방식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부처별로 잘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다음 업무보고 때까지 어떻게 성과를 낼 것인지 몇 번씩 돌아가며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총리는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이뤄진 국정 업무보고 이후 각 부처 과제를 중간 점검하는 '국정 집중 점검 회의'를 신설해 직접 주재하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6개월 뒤에 한 번에 점검하는 것보다 누군가가 중간에 단단하게 챙기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총리께서 그 역할을 자처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나현 기자 knh@ekn.kr

환율 상승에도 냉정한 톤…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 “달러 유동성 양호”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한 고환율 국면에서도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시장의 불안과는 결이 다른 진단을 내놨다. 환율 상승을 금융 불안으로 직결시키기보다, 외환시장 구조와 달러 유동성 여건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외환 스와프를 통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이어지며 대외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신 후보자는 31일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 내 인사청문회 준비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외환 스와프를 통해 채권시장에 투자하면서 원화를 차입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달러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대외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2시 기준 1540원에 근접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신 후보자는 “환율 레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환율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며 시장 일각의 위기론과 거리를 뒀다. 다만 대외 변수에 대한 경계는 유지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중동 전쟁을 지목하며 “국제유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고, 경제에는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쟁이 얼마나 장기화될지는 불확실한 만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후보자는 국제결제은행(BIS) 출신의 '실용적 매파'라는 인식에 대해 “매파냐 비둘기파냐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경제의 흐름을 잘 읽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스템 차원에서 금융제도와 실물경제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효과를 만드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 상승 및 물가상승에 선제적 대응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은 서로 연계된 측면이 있다"며 “선진국들의 (행보를) 지켜볼 것"이라고 답변했다. 미국·유럽·영국·일본이 매파적 동결에 나선 만큼 한은도 비둘기적 스탠스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 이유다. 그는 지난 4년간 한은을 이끈 이창용 총재를 향해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하고, 업적도 많았던 분"이라고 평가했다. 후보자 신분이라는 점을 들어 “(중앙은행의)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 방향에 대해 언급하기 곤란하다"면서도 “원론적으로 보면 커뮤니케이션은 통화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경로로서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금융통화위원들과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평가·논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해당 질문은 적극적으로 시장과 소통했던 이 총재와 달리 신 후보자가 상대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한은이 지난달 포워드 가이던스를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고, 금통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1인3표' 방식의 점도표로 나타낸 것을 유지하겠냐는 질문에는 답을 아꼈다. 다만 이같은 변화를 이 총재의 업적으로 인정하는 발언도 했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일명 '전쟁 추경' 규모로 볼 때 물가를 크게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드러냈다. 또한 “중동 상황에 따른 취약부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정책적으로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신 후보자의 '유연' 노선에 힘을 싣는 발언이 나왔다. 애당초 매파와 비둘기파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발언·논문 일부를 이유로 신 후보자를 매파로 분류했던 주장이 빈약했다고 꼬집었다. 신 후보자가 최근 에너지값 상승에 대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발언한 점도 언급했다. 박 연구원은 “과거 경제상황과 지금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고환율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관련 리스크를 신임 총재도 고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레벨만 놓고 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고, 당국자들은 '문제 있다'고 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외환 보유액과 민간 금융기관 외환 사정으로 볼때 달러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며 "금융위기 수준이냐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봤나'는 질문에 “아직 뵙지 못했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를 통과하면 다음달 21일 취임한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신상진 성남시장 “국가 재난 선포 필요” 강조...시, 중동 위기 대응 비상경제대책 가동

성남=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성남시가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과 물류 불안, 환율 변동 등 대외 경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제대책을 본격 가동한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31일 오전 성남시청 모란관에서 '중동사태 대응 민생안정을 위한 비상경제 대책' 기자회견을 열고 “중동 사태로 인한 서민 경제 부담을 완화하고 지방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국가 재난 선포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시장은 회견에서 “정부가 현 상황을 국가적 경제위기로 판단해 재난을 선포할 경우 성남시는 관련 법률에 따라 41만 전 가구에 가구당 10만 원씩 총 41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긴급 편성해 즉각 지원하겠다"며 “이미 관련 사전 준비를 마친 만큼 중앙정부 판단에 맞춰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는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월 250억 원이던 발행 규모를 300억원으로 늘리고 할인율도 8%에서 10%로 상향한다. 개인 구매 한도 역시 월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확대해 지역 내 소비 촉진과 자금 순환을 유도할 방침이다. 시는 지난 13일부터 비상경제대응 전담조직(TF)을 운영하고 있으며 30일에는 전 실·국과 산하기관이 참여한 긴급회의를 열어 국제유가와 환율 동향, 지역 물가 상황, 기업과 소상공인 피해 가능성 등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소상공인 지원도 강화해 시는 하반기 예정이던 특례보증 12억원을 내달 중 조기 집행하고 5억원을 추가 편성해 총 5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코로나19 당시 시행했던 공유재산 임대료 및 관리비 60% 감면 정책을 공설시장 입점 소상공인 1100여명을 대상으로 올해까지 유지하고 83개소 5100여 명 규모의 민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상인을 위한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한다. 이와 함께 매장 환경 개선과 안전·위생 강화 등을 지원하는 소상공인 희망팩 사업도 기존 2억8000만원에서 4억5500만원으로 확대해 경영 안정 지원을 강화한다. 이와함께 시는 기업지원대책도 추진해 중동 위기 대응 특별경영자금을 통해 피해 기업에 업체당 최대 5억원을 지원하고 2.0%포인트 이차보전을 적용해 금융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상환 조건은 1년 거치 후 4년 분할상환 방식이다. 또 국제물류비 지원 대상 기준을 전년도 수출액 3000만 달러 이하 기업으로 확대해 기업당 최대 120만원을 지원하고 수출보험료도 기업당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해 수출 리스크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다. 에너지와 생활물가 관리도 병행한다. 시는 주유소 가격 동향을 상시 점검하고 가짜 석유 유통 및 가격 표시 위반에 대한 현장 점검을 강화한다. 아울러 화물자동차 약 6000대에 대한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비율을 기존 50%에서 70%로 상향해 운수업계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시민 생활 안정 대책도 마련했다. 시는 종량제봉투 물량을 최소 6개월분 확보하고 추가로 183만 장을 확보해 공급 차질에 대비하기로 했다. 신상진 시장은 “중동 지역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그 영향이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물가와 에너지, 기업 상황을 면밀히 관리해 시민과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모든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신 시장은 그러면서 “에너지 위기는 행정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시민 여러분께서도 에너지 절약과 합리적 소비에 함께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는 중동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비상경제대응 TF를 지속 운영하며 민생경제 영향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李 대통령 “헌법 상 ‘긴급재정명령’ 가능...수급 우려에 선제 대응”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중동 사태에 따른 에너지 수급 우려에 대해 “헌법이 정한 긴급재정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대책을 고민할 때 더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 필요하면 입법도 하고 우리가 가진 권한이나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긴급재정명령은 헌법 76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 등으로 국회의 절차를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을 때 대통령이 법률적 효력을 지닌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 제도다. 앞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3년 금융실명제를 전격 시행하면서 행사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법 때문에 안 되는데 어떡하냐고 하지 말고, 현재의 제도나 법령의 제한을 극복할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며 “입법도 대체할 수 있는 긴급재정명령 제도가 헌법에 있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적으로 허용되는 행위는 관행에서 벗어나더라도 할 수 있다"며 “뭔가 걸리는 게 있으면 각 부처에서 끌어안고 고민하지 말고, 국무회의로 가져오거나 대통령실로 가져오라. 비상 입법을 해서라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정부 각 부처에 담당하는 품목의 동향을 일일 단위로 모니터링하고, 요소수 등 핵심 원자재에 대한 관리를 엄격히 할 것을 당부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슈&인사이트] 중동 패권 이란으로 넘어가나

나쁜 사람이 있듯이 나쁜 국가 지도자도 있다. 국제적으로 나쁜 국가 지도자는 무력을 사용하여 국제 평화를 깨뜨리고 자국의 국력을 약화시키는 사람이다.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사회주의나 권위주의 국가를 제외하고 민주주의 체제 국가에서 나쁜 지도자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권좌에서 밀리면 정치생명이 끝나고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급습 이래 장기적인 전쟁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나아가 네타냐후는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였다. 이란의 암살 시도에 복수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한다.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 국장은“이란은 즉각적인 위협이 아니며, 이 전쟁은 이스라엘 로비에 의한 것"이라 폭로하고 전격 사퇴했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피살됐지만 당초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 목표로 제시했던 이슬람 신정 체제가 무너질 조짐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호전적인 혁명수비대가 권력의 중심축을 장악하고 만만치 않은 반격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 대사관을 공격하고 미군 기지를 초토화시키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있다. 피해가 커지고 전쟁 장기화에 초조해진 트럼프는 조속히 전쟁에서 발을 빼려고 협상을 서두르고 있으나 이란은 사과와 배상금 지불, 재발 방지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버티고 있다. 트럼프는 발전소를 쓸어버리겠다고 위협하면서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이 순순히 응하지 않자 병력을 증파하여 이란 원유 수출 전진기지인 하르그섬 등에 대해 공격할 태세를 보이고, 한편으로 발전소 공격 시한을 5일에서 또다시 10일간 연장하였다. 그런데, 하르그섬은 페르시아만 깊숙이 위치해 있어 미군 함정이 좁은 호르무즈 해협을 뚫고 진격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설령 점령한다 해도 미사일과 드론 공격은 물론 대공포 공격도 쉽게 받게 되어 미군이 총알받이가 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원유 가격이 치솟아 에너지 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항행 정상화를 위해 동맹국들에게 유조선 호위 작전에 동참할 것을 요구해왔으나, 동맹국들은 군사 지원에 선을 그었다. 대신 '호르무즈 해협 관련 정상 공동성명'을 통해 이란의 공격을 규탄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 중요성을 강조했으나, 군사 자산 지원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빠지면서 원칙적 입장을 밝힌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안전 통과 비용'을 부과하는 법안 검토에 착수하여 '테헤란 톨게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시스템이 현실화되면 연간 1000억 달러(약 150조 원) 이상의 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란으로서는 호르무즈 해협도 통제하고 돈도 버는 꿩 먹고 알 먹는 셈이 된다. 이에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거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참관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란은 “비적대적(nonhostile) 선박은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 일본은 이란과 접촉하여 원유 선박 운항에 협조를 구하고 있는 데, 어쩔 수 없이 이란의 갈라치기에 순응하는 모양새다. 물론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26척 선박이 페르시아만에 묶어 있는 우리나라도 시급히 방법을 찾아야 하는 처지에 몰려있다. 주한 이란대사가 “한국은 비적대국가에 들어간다"고 하였지만, 미국 기업과 거래하거나 미국 자본이 투자된 페르시아만 유전 및 에너지 시설을 이용하는 한국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격을 당한 이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네타냐후의 술책에 말려들어 트럼프가 벌집을 들쑤신 결과는 심각하다. 이제 후티 반군도 가세하여 벌떼들의 반격은 더 거세지고 있다. 이번에 미군이 떠나면 다시 중동에 와서 이란을 공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주요 에너지 운송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페르시아만 주도권이 완전히 이란으로 넘어가게 되고 중동 패권도 이란으로 넘어가게 생겼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두 나쁜 지도자가 만든 업보다. 이강국

한국식품진흥원, 중동발 포장재 수급 위기 대응...‘탈 나프타 포장재’ 정보 제공 나서

익산=에너지경제신문 홍문수 기자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은 최근 중동 지역 정세 불안에 따른 나프타 수급 차질로 어려움을 겪는 식품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탈나프타 포장재 정보'를 제공한다고 30일 밝혔다. 식품기업에서 사용하는 과자라면 포장지, 음료 용기 등 대부분의 포장재는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합성수지에 기반하고 있어 원료 수급 불안에 취약한 구조다. 최근 중동 사태로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포장재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중소 식품기업은 포장재 부족으로 생산을 중단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 전반에서 대체 소재 확보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식품진흥원은 나프타를 사용하지 않는 대체 포장재 정보를 정리한 카드뉴스를 제작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에 나섰다. 해당 카드뉴스에는 종이, 금속, 유리, 가공셀룰로스 등 식품용으로 사용 가능한 주요 대체 재질과 적용 가능성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아울러 식품진흥원은 탈나프타 포장소재를 공급할 수 있는 관련 기업 리스트를 구축해 식품기업과의 연계를 지원하고, 추후 식품 유형별 사례를 발굴·정리해 보다 구체적인 활용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식품진흥원은 단순한 대체 소재 안내를 넘어, 유럽 수출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재활용성, 재사용성 등 지속가능 포장 전환을 위한 기술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덕호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이사장은 “이번 지원은 단기적인 수급 위기 대응을 넘어, 지속가능한 포장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내 식품기업이 글로벌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홍문수 기자 gkje725@ekn.kr

정부, 내달 1일 위기경보 ‘경계’ 상향 검토

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1일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경계'로 격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마저 봉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급 차질이 보다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위기 경보가 3단계로 격상되면 정부는 유류세 추가 인하도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0일 “내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위기 경보 격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모레(4월 1일) 열리는 5차 자원안보협의회에서 경계로 상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 상승으로 국민 부담을 줄이는 안도 추가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8일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격상했다. 자원안보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총 4단계다. 국가자원안보특별법 제23조에 따라 위기 상황의 심각성, 국민 생활 및 국가 경제 파급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령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위기 경보 격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 부총리는 지난 29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위기의 심각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국제 유가가 지금은 배럴당 100∼110달러 왔다 갔다 하는데 120∼130달러 간다든지, 여러 가지 종합적인 상황을 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3단계인 경계 정도로 올라가야 한다"며 “3단계가 되면 원유 시장 가격은 훨씬 많이 올라갈 것이고 그쯤 되면 소비도 줄여야 하고, 민간에도 차량 5부제를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친이란 무장세력 예멘 후티 반군의 참전 선언으로 홍해도 봉쇄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후 원유 대체 수송로였던 홍해까지 막히면 유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홍해는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12%가 통과하는 항로다. 홍해 봉쇄로 유가 상승과 함께 나프타 수급 차질도 장기화할 될 수 있다. 국제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에 따르면, 홍해 봉쇄가 현실화되면 전 세계 하루 원유 공급 차질 규모는 현재 1000만배럴에서 1700만배럴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오전(한국시간)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2.2% 올라 배럴당 115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 인도분 선물 가격도 배럴당 102.03달러로 전장보다 2.4% 올랐다. 브렌트유와 WTI는 지난 27일 각각 4.2%, 5.5% 상승한데 이어 주말 동안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는 소식에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위기 경보를 다시 3단계로 격상하는 안을 검토 중인 데는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마저 봉쇄될 경우 사실상 중동산 원유 유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에너지 수급 상황이 보다 심각해지면 해상·항공 운임 급등도 불가피해 수출기업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정부는 유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필요시 유류세를 추가로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6일 '중동전쟁에 따른 비상경제 대응방안'을 통해 휘발유는 기존 7%에서 15%로, 경유는 10%에서 25%로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한 상태다. 유류세 인하 조치도 5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유가가 급등하면 유류세를 추가로 낮출 여지가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현재 유류세 인하율의 법정 최고 한도는 37%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최대 폭 인하와 같은 수준이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휘발유 유류세 인하 폭을 37%까지 높일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추가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급 차질도 대체국 물량 확보, 사용 분야의 우선순위 조정 등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에너지 위기에 대비, 원전 가동률도 높이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환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위기경보가 격상되면 차량 5부제도 공공 부문에서 민간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민간으로 확대되더라도 국민 불편을 고려해 자율 참여를 권고하되 의무 적용 여부는 신중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24일 중동상황에 따른 에너지 절약 조치와 관련해 “일반 국민들도 5부제를 하게 되면 불편함이 생기는 측면도 있기에 '경계' 단계더라도 어느 정도의 수위로 할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며 “공영 주차장부터 진입을 못 하든가 원천적으로 출입 및 통행을 제한한다든지 등은 추후에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중동 외 나라로 원유 수입 대체선을 넓힐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민간으로 차량 5부제 확대도 에너지 위기 상황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고,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중동 사태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24조원 이상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재경부와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날 중동전쟁 피해 기업 대상 10조원 규모의 정책 금융을 신속 집행되도록 점검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중동전쟁 피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위기대응 특별프로그램' 규모를 7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했다. 또 중소기업에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상환을 유예하고 있다.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원유·가스, 광물·식량 등 품목별 금리 우대도 늘릴 예정이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김한성의 AI시대] AI 시대에는 더 많은 실패가 더 큰 경쟁력이다

김한성 투비유니콘 최고철학책임자(CPO) 2025년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평가에서, 한국은 지식 축적과 R&D, 특허 경쟁력에서 세계 최상위에 올랐지만 초기 스타트업 투자는 전년 대비 57.7%나 급감했다. 원인은 단순하다: 투자자들은 검증된 기업을 안전하다고 보고, 사회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구조를 유지한다. 취업시장의 안정을 지향하고, 창업은 가계 대출 부담, 금융·제도 관행과 실패 시 사회적 낙인이 합쳐져 '위험한 선택'으로 몰아간다.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학교와 입시 시스템은 '틀리지 않는 답'을 정답으로 삼아 학생들을 그렇게 훈련시킨다. 수능·등급 중심의 평가 체계는 창의적 탐구나 문제를 새로 설계하는 능력, 가설을 세워 검증하는 과정 같은 역량을 제대로 측정하거나 보상하지 않는다. 최근의 “AI 의존을 줄여라"는 정책 방향은 일리가 있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이 빠져 있다. 왜 우리는 여전히 '정답' 중심의 평가 방식을 유지하는가. 기업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회사가 AI를 도입했지만 그것은 주로 기존 업무를 더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조직을 근본적으로 바꿀 새 사업을 시도하거나 업무 방식을 혁신하는 실험은 드물다. 실패했을 때 개인과 조직에 돌아가는 책임이 지나치게 무겁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실패가 임원과 실무자에게 '연좌제'처럼 불이익으로 작용하고, 실패로 얻은 데이터와 교훈은 조직의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리스크가 큰 실험은 예산 심사에서 걸러지고 조직에는 관성만 남는다. 국가 차원에서도 양상이 비슷하다. 대규모 지원 정책과 펀드는 발표되지만, 실패 이후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제도 개선은 더디다. R&D 예산이 늘어도, 실패한 창업가가 다시 금융시장에서 기회를 얻기 어려우면 자금은 '안전한' 쪽으로만 흐른다. 단순히 돈을 푸는 것과, 실패를 딛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개인·교육·기업·국가가 한 방향으로 수렴하면서 '틀리지 말자, 실패하지 말자'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문제는 이 선택이 비도덕적이거나 잘못된 개인 탓이 아니라,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이기 때문에 바꾸기 어렵다는 점이다. AI 시대에는 이 격차가 더욱 뚜렷해진다. AI는 수천·수만 건의 실험을 병렬로 돌려 실패를 즉시 학습 자원으로 바꾸는 반면, 사람과 제도는 실패를 주로 비용과 리스크로만 계산해 시도와 재도전을 억제한다. 결국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얼마나 자주 시도하느냐'와 '얼마나 빨리 실패에서 배우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 AI는 반복 실험으로 앞서가고, 우리가 시도를 줄일수록 뒤처질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네 가지 제안을 제시한다. 첫째, 실패 뒤의 경로를 바꿔야 한다. 파산이나 부실 이력이 재도전을 막는 구조에서는 누구도 쉽게 도전하지 못한다. 신용회복 프로그램과 재창업 전용 펀드, 재도전 보조금을 마련해 재입금·재투자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 실패 경험을 공적 학습으로 인정해 재창업 시 금융·세제 우대나 보증 완화로 연결하면, 실패는 낙인이 아니라 재기의 자산으로 바뀐다. 둘째, 교육의 평가 기준을 바꿔야 한다. 현재의 수능·등급 중심 평가는 정답 맞히기만 보상한다. 이제는 좋은 질문을 만들고, 가설을 세워 실험으로 검증하며, 팀으로 프로젝트를 설계·운영하는 능력을 평가 항목에 포함해야 한다. 고교·대학 입시와 기업 채용에 포트폴리오·프로젝트 기반 평가를 확대하고, 교육과정에 실험형 과제와 문제설계 수업을 정규 과목으로 편성하면 AI 시대에 '질문을 잘 만드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 셋째, 기업은 '실험 비용'을 공식 비용으로 인정해야 한다. 모든 시도를 성공 여부로만 평가하면 위험한 실험은 사라진다. 실패한 프로젝트가 남긴 데이터·가설 실패 기록·실험 설계서를 조직의 자산으로 등록하고, 이를 인사·성과평가에 반영하라. 내부 회계·예산 배분과 인사 규정을 바꿔 실패로 얻은 학습이 다음 시도에 실질적으로 재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실패한 직원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 실험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정책은 단순한 예산 숫자를 넘어 구조를 바꿔야 한다. 핵심은 투입액이 아니라 그 자금이 얼마나 많은 독립적 실험을 촉발하느냐다. 한 번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안전망과 유연한 평가 기준을 만들어야만 투자가 의미를 갖는다. 초기기업 지원의 성과를 '성공률'로만 따지지 말고, 실험 반복 횟수와 실패에서 얻은 학습이 다른 프로젝트로 얼마나 전이됐는지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자. 마지막으로 문화의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 실패를 개인의 치욕으로 규정하지 말고 조직과 제도의 학습 과정으로 바꿔야 한다. 미디어·교육·기업 리더들이 성공 신화만 강조하면 사람들은 안전한 답만 택해 도전은 줄어든다; 반대로 실패와 재도전을 공개적 학습으로 인정하면 도전은 확산된다. 우리가 진짜 두려운 것이 실패 자체인지, 아니면 실패 뒤에 다시 설 수 없게 만드는 구조인지 묻지 못하면 어떤 정책이나 기술도 실질적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 미래는 기술 축적뿐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선택·활용할지를 허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AI가 실험을 빠르게 학습으로 바꾸는 시대에는 실패를 금기가 아니라 재도전과 학습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제도적·문화적 조치가 필수다. 정답만 강요하면 질문과 실험은 사라지고, 실패에서 얻은 값진 우리의 경험은 활용되지 못한다. bienns@ekn.kr

[이달의 인물] 강훈식, 총 92조 ‘방산·투자’부터 ‘중동 원유’까지 챙긴다

중동 위기 속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에 원유 최우선 공급을 약속하고, 양국 외교장관 통화에서 UAE 측이 이례적으로 이름을 거론하며 감사를 표한 인물이 있다. 강훈식(53)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이란의 공격으로 두바이 공항까지 폐쇄됐지만, 무박 4일 출장을 강행해 한국민 귀국 전세기와 원유 2400만 배럴 확보를 이끌어냈다. 그는 '방산 특사 외교'의 진가를 입증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보폭을 맞춘 '분신'에 가까운 역할을 하고 있다. 강 실장의 특사 외교는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K-방산 4대 강국 달성'이라는 국정과제 이행 차원에서 그를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로 임명하면서다. 강 실장은 지난해 10월 1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출국하며 “현재 추진되는 사업 모두를 수주하긴 어렵겠지만 최선을 다해 수주량을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 주요 방산 협력국을 돌며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수주 지원에 나섰다. 이들 국가와 추진 중인 방산 수출 규모는 총 562억 달러(79조원)에 달했다. 강 실장은 같은 날 “이 대통령께서는 국부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작은 노력이 필요하다면 응당 비서실장이 가야된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캐나다에서 마크 카니 총리에게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정부 고위 인사들과 연쇄 회동하며 최대 60조원 규모의 잠수함 수주전을 지원했다.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 '원팀' 컨소시엄과 독일의 2파전으로 압축된 상황이었다. 강 실장은 출국 전날 일요일 휴일을 반납하고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아 6·25 캐나다군 전사자 명비에 헌화하는 것으로 '진심'을 내세웠다. 현지에서 강 실장은 카니 총리를 비롯해 멜라니 졸리 산업장관, 스티븐 퓨어 국방조달 특임장관, 프랑수아 필립 샴페인 재무장관 등 캐나다 핵심 의사결정권자들을 연이어 만났다. 잠수함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강 실장은 “내 아들과 내 딸이 탄다는 마음으로 설계하고 제작한다"며 “'5스타 호텔'처럼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귀국 후 강 실장은 SNS에 “잠수함 사업은 물론이고 산업협력, 안보협력 차원에서 만나고자 했던 최고위 의사결정권자들은 모두 만났다. 강력한 폭설과 혹한을 뚫고 방문한 진정한 친구를 캐나다 정부도 진심을 다해 환영해줬다. 이제 진인사대천명"이라고 적었다. 캐나다에 이어 찾은 노르웨이에서는 즉각적인 성과가 나왔다. 1조 3000억 원 규모의 한국산 다연장 로켓 '천무'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강 실장은 “노르웨이가 한국을 선택함으로써 인근의 스웨덴, 덴마크도 한국을 검토해 보겠다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비서실장 취임 이후 그를 각인시킨 건 UAE 방산 특사 외교였다. 올해 2월 24일, 강 실장이 UAE행 비행기에 오르며 가방에 외교 문서보다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와 한과를 먼저 챙겼다. 라마단 이프타르 만찬에 초대된 손님이 달콤한 후식을 직접 가져가는 것이 예의라는 말을 미리 들어둔 터였다. 두바이 이름이 들어가지만 엄연한 K-디저트인 두쫀쿠는 현지에서 '코리아 쫀득 쿠키'로 이미 화제가 되고 있었다. 당초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과의 업무 회의는 두 시간으로 잡혀 있었다. 그러나 강 실장은 “만나면 또 할 일들이 생각나고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며 결국 세 시간을 훌쩍 넘겼다. 늦은 오후에는 모하메드 UAE 대통령을 예방해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진짜 승부는 해가 진 뒤에 걸렸다. 가족·이웃·가까운 이들과 음식과 정을 나누는 라마단 이프타르 만찬은 이슬람 문화에서 한 해 중 가장 따뜻한 시간으로 꼽힌다. 그 자리에 초대받은 것 자체가 이미 각별한 신뢰의 표시였다. 강 실장은 그 자리에서 준비해 온 두쫀쿠와 한과를 후식으로 내놓았다. 현지 문화를 꿰뚫은 이 작은 제스처가 칼둔 청장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귀국 후 그는 SNS에 칼둔 청장을 “형제 칼둔"이라고 불렀다. 이 방문에서 양국은 방산 350억 달러, 투자 300억 달러 등 총 650억 달러(92조원) 규모 협력 사업을 확정하고 방산 협력 프레임워크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그리고 모하메드 대통령은 강 실장에게 '삼촌·조카' 호칭을 허락했다. 부모·자식 뿐 아니라 조부모·친척까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슬람 문화에서 가족 호칭은 상당한 신뢰를 상징하는 것이다. 앞서 칼둔 청장은 지난 1월 방한 당시 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형님처럼 생각하는 강 실장과 긴밀히 협의해 성과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촉발된 이란 전쟁은 순식간에 중동 전역으로 확산됐다. UAE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국제공항은 물론 주택가 등 민간 핵심 시설까지 공격 범위에 포함되며 현지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지난 16일 자정, 강 실장과 특사단을 태운 두바이행 직항편이 인천국제공항을 떠났다. 교민 안전 확보와 원유 수급 안정이라는 두 가지 현안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긴급 투입'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가는 길부터 순탄치 않았다. 3월 16일 새벽 0시쯤 인천을 출발한 특사단의 비행기는 UAE 도착 직전 두바이 공항이 이란의 공격으로 폐쇄되는 바람에 대체 공항에 임시 착륙해 기내에서만 5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귀국 때도 이륙 30분 만에 공항이 다시 폐쇄됐다. 당초 직항 편도 항공편이 취소되면서 특사단은 방콕을 경유하는 노선으로 우회해야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강 실장이 빠져나오고 나서 30~40분 언저리에 영공이 완전 폐쇄됐다"며 “까딱 잘못하면 못 나올 뻔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강 실장은 귀국 브리핑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포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며 “저희가 도착한 오전 10시 30분에도 특정 항구가 공격받기도 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결국 무박 4일이 됐다. 그럼에도 강 실장은 지난 17일 모하메드 UAE 대통령 앞에 섰다. 그가 꺼낸 첫마디는 “조카가 삼촌 만나러 왔습니다"였다. 한 달 전 이프타르 만찬 자리에서 허락받은 호칭이었다. 포탄이 오가는 한복판을 뚫고 직접 찾아온 '조카'를 모하메드 대통령은 “이렇게 와준 것 자체가 감사하다"며 반겼다. 강 실장이 구축한 개인 채널은 교민 귀국에도 결정적으로 작동했다. 강 실장은 귀국 후 밤 9시 칼둔 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UAE 측에 정부 차원의 위로를 전했다. 또 교민의 안전한 귀국과 에너지 수급 협조를 각별히 당부해 칼둔 청장의 긍정적인 답을 이끌어냈다. 이후 조현 외교부 장관이 바통을 이어받아 압둘라 빈 자이드 UAE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실무 협의를 마무리하며 당일 밤늦게 UAE발 전세기 운항을 확정 지었다. 그 결과 지난 6일 저녁 우리 국민 372명이 에미레이트 항공편으로 1차 귀국했고, 8일에는 아부다비에서 에티하드항공 전세기가 추가로 이륙했다. UAE 외교장관이 양국 장관 공식 통화에서 강 실장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특별히 감사하다"는 뜻을 전한 것도 이 맥락에서였다. 외교 장관 간 통화에서 비서실장이 거론되는 것은 흔치 않은 장면으로, 위기 상황에서 강 실장과 칼둔 청장 간 핫라인이 신속한 공조를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원유 공급 논의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당초 1200만 배럴을 기대했지만 UAE는 1800만 배럴을 흔쾌히 제시했다. 앞서 확보한 600만 배럴을 더하면 총 2400만 배럴, 한국의 하루 소비량 기준으로 8~10일치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넘버 원 프라이어리티(Number 1 Priority)"라는 표현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UAE 당국자들이 자체 회의를 거쳐 내놓은 공식 입장이었다. 강 실장도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 대한민국에 원유가 공급되기 어려운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금은 단 한 방울의 석유라도 더 확보하고, 안정적인 공급선을 개척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 실장의 UAE 방문 성과를 “매우 큰 성과"라고 추켜세우며 “혹시 비행기에서 피해를 입을까 걱정했는데 잘 다녀왔다"라고 말했다. ■ 강훈식 비서실장 주요 약력 △1973년 충남 아산 출생 △대전 명석고 졸업 △건국대학교 경영정보학과 졸업 △건국대 총학생회장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객원연구원 △동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전략홍보본부장 △민주당 수석대변인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국회 산자·복지·예결위원회 간사 △20·21·22대 국회의원(충남 아산시 을) △21대 대선 이재명 캠프 종합상황실장 △2025년 6월 제41대 대통령비서실장 취임(70년대생 첫 비서실장)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부겸 앞세워 ‘東進’ 속도 내는 민주당…“판 흔들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를 65일 앞두고 전통적 험지인 영남권 공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대구시장 출마를 계기로 당내에서는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김 전 총리의 출마가 지역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총리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와 대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며 12년 만에 대구시장 재도전에 나선다.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제가 져야 할 책임은 결국 대구"라며 “오늘 다시 대구 시장 선거에 도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오후에는 대구로 이동해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공간인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지역 민심을 직접 겨냥했다. 2·28 민주화운동은 김 전 총리가 행정안전부 장관 재임 시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만큼 상징성과 현장성을 동시에 노린 일정 구성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김 전 총리의 등판이 대구·경북(TK) 선거 전반의 분위기 반전을 이끌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대구시장 공천 잡음과 지도부 리더십 논란으로 지역 내 피로감이 커진 점도 민주당에는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여론조사에서도 김 전 총리에게 우호적인 흐름이 감지된다. 리얼미터가 영남일보 의뢰로 대구 시민 812명을 대상으로 지난 22~23일 실시한 대구시장 여·야 후보 간 '1대 1 가상대결' 지지도 조사 결과, 김 전 총리는 국민의힘 경선 후보 8명과의 가상대결에서 모두 우위를 차지했다. 해당 조사에는 컷오프(공천 배제)된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포함됐다. 지도부 역시 '동진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정청래 대표는 지난 28일부터 무박 2일로 경북 의성군과 영덕군을 방문하며 험지 집중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영덕 방문은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이지만 무관심해하지 않고 영덕과 경북을 잘 살려보겠단 의지의 표현"이라며 “어려운 지역을 더 자주 와야겠다"고 했다. 영남권 광역단체장 후보군도 비교적 빠르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울산(김상욱), 경남(김경수), 부산(이재성·전재수 경선), 경북(오중기) 등 라인업을 빠르게 구축하며 선거 체제 전환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기대와 경계가 동시에 감지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는 김 전 총리가 앞서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당 내부적으로는 기대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대구를 포함한 영남 지역은 그동안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 경우도 있어 속단하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김 전 총리 출마를 계기로 대구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기대 속에 정치권에서는 김 전 총리 개인의 경쟁력이 실제 판세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김 전 총리의 당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며 “그동안 대구·경북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라는 이유만으로도 지지를 받는 구조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보수에 대한 결집력이나 자긍심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 내에서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김 전 총리는 전통적인 민주당 정치인 이미지가 강하지 않고 대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경험도 있어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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