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가 잇따른 징계 절차에 착수하며 당 기강 확립에 나섰지만, 정작 징계를 심의해야 할 윤리위 내부에서는 또다시 사퇴 사태가 발생했다. 징계 대상자에 대한 심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윤리위 운영과 절차를 둘러싼 내부 갈등까지 겹치면서 '당의 기강을 세우려는 윤리위가 오히려 당 내홍의 또 다른 진원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리위는 전날 같은 당 소속 의원 등에 대한 징계 등을 심리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윤리위는 회의를 마친 뒤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4일 개최된 범죄피해자 관련 간담회에서의 부적절한 발언 관련 진종오·서범수 당원에 대해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며 “지난 회의에서 징계 절차가 개시된 진종오·조경태·권영진 의원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조사를 위한 질의서를 발송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지난 4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주최한 '보완수사 금지, 지옥문이 열렸다' 간담회 시작 전 진 의원에게 “돌려차기 한번 하지"라고 발언했다. 이에 진 의원은 “저는 발보다 손을 잘 쓴다"고 대답해 논란이 일었다. 해당 간담회에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씨(가명)도 참석했다. 앞서 징계 절차가 개시된 조경태 의원은 다른 당 의원들에게 박덕흠 부의장의 낙선 전화를 돌렸다는 이유로 징계 절차가 개시됐다. 진종오 의원은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부산 북갑 보궐선거 과정에서 한동훈 무소속 후보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권영진 의원은 상임위원회 배정에 불만을 제기하며 정점식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아 윤리위에 회부됐다. 이처럼 윤리위가 징계 절차를 잇따라 개시하면서 당 기강 확립을 위한 움직임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개별 징계 사유 못지않게 윤리위 내부 갈등이 향후 징계 절차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해온 위원 2명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윤리위 내홍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종환 부위원장과 황경성 윤리위원은 전날 윤민우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윤리위는 다시 5인 체제가 됐다. 지난달 30일 당 지도부가 윤리위원 2명을 추가 선임해 7인 체제를 갖춘 지 불과 9일 만이다. 우 부위원장과 황 위원은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회의에 참석한 후 성명을 내고 “이번 윤리위 내홍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무거운 마음으로 사퇴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리위 회의석상에서 저는 윤민우 위원장께 윤리위의 파행 봉합과 신뢰 회복을 위해 동반 사퇴를 요청드렸다"며 “이에 윤 위원장은 사퇴 의사를 사실상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한 달째 이어지는 윤리위 운영 방식에 대한 내전은 당에 큰 부담이 되고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며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는 윤 위원장도 더 큰 의혹으로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오명을 남기기 전에 스스로 명예로운 선택을 하시기를 간곡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은 윤 위원장의 일방적 운영을 비판하며 한동훈 무소속 의원 등에 대한 징계 논의 당시 징계 대상자 명단과 내용을 외부인과 사전에 공유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현역 의원 징계 절차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앞서 윤리위는 6·3 지방선거 이후 두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재적 위원 과반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징계 개시를 의결하지 못했다. 현역 의원에 대한 징계는 당내 정치적 이해관계와도 맞물릴 수 있는 만큼, 징계 사유뿐 아니라 어떤 절차를 거쳐 결정됐는지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위원장 리더십과 운영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된다면 향후 징계 결과에도 정치적 해석이 따라붙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윤리위가 심의 중인 의원 징계에 대해 당내 의견이 엇갈리는 점도 부담 요소다. 일각에서는 당 기강 확립 차원에서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정치적 해석이 가능한 사안에 대한 징계가 자칫 당내 갈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여기에 국민의힘 원로들 사이에서도 윤리위의 잇따른 징계와 이에 따른 당내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준상 중앙당 상임고문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가 내부 싸움과 징계의 정치로 분열을 거듭한다면 다가오는 2028년 총선은 필패할 수밖에 없으며 보수의 30년 재집권은커녕 당의 미래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결국 윤리위로서는 징계의 필요성과 별개로 그 과정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징계 대상자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와 심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더라도 내부 갈등이 계속될 경우, 징계 결과 자체가 또 다른 당내 갈등의 소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윤리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회의가 단순히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자리를 넘어 윤리위의 리더십과 신뢰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된 이유다. 윤리위가 내부 갈등 속에서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며 징계 심의를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징계 논의와 별개로 윤리위 자체를 둘러싼 논란만 키우게 될지가 향후 당내 갈등의 향배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결국 당 기강을 세우기 위해 꺼내든 '징계의 칼'이 어디를 향하느냐 만큼이나, 그 칼을 쥔 윤리위가 내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가 국민의힘 내홍의 핵심 과제로 남게 됐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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