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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초 ‘IMF 미셸 캉드쉬’ 강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은행 총재 최초로 국제통화기금(IMF)의 '미셸 캉드쉬 중앙은행 강연'에 강연자로 초청받았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총재는 이달 1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미셸 캉드쉬 중앙은행 강연'에 참석하고자 이달 17일 출국했다. 이 총재는 이달 21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 총재는 해당 행사에서 '한국의 통합정책체계(IPF) 여정 : 실효하한금리(ELB) 시대의 도전과 대응' 주제로 강연한 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와 대담을 진행한다. 이번 강연은 IMF가 회원국 중앙은행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통화정책 및 글로벌 경제‧금융 이슈를 심도있게 논의하기 위해 주최하는 최고위급 연례 이벤트다. IMF 역사상 가장 오래 재임한 미셸 캉드쉬 전 총재의 업적을 기리고자 이름이 붙여졌다. 역대 강연자로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마크 카니 전 영란은행 총재(현 캐나다 총리), 재닛 옐런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 총재 등이 있다. 앞서 이 총재는 2022년 8월 미 연준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과 올해 6월 ECB 신트라 포럼에도 연사로 참석한 바 있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기획④]날아간 국민 노후자금 9000억…사모펀드 ‘깜깜이 투자’ 고친다

지난 3월 홈플러스 부도로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엄청난 손실을 본 것을 계기로 사모펀드의 '깜깜이 운용'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공모펀드와 달리 운용보고서·회계감사·공시 의무에서 벗어난 사모펀드가 공적 자금까지 흡수하면서도 책임 소재와 수익 구조가 불투명해 사회적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선 유럽연합(EU)의 대체투자펀드운용지침(AIFMD)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사모펀드 공시와 감독 의무를 강화하는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행 자본시장법은 공모펀드에 대해서는 운용보고서, 회계감사, 수시공시 등을 촘촘하게 의무화하고 있다. 투자자가 수시로 펀드 운용 현황을 파악할 수 있고,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다르다. 국민연금 같은 공적 자금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대규모로 투자하더라도 사실상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다.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투자자 수가 제한돼 있다는 이유로 운용 내역 보고나 투자자 설명, 감독기관 보고 의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손실이 발생해도 운용사의 책임은 불분명하고, 수수료 구조조차 외부에서 알 수 없어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다. MBK 측은 2015년 홈플러스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전체 인수금 5조9000억원 중 2조7000억원을 홈플러스 부동산을 담보로 차입했다. 이 과정에서 MBK파트너스는 '한국리테일투자'라는 SPC를 세우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7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나머지 자금을 조달했다. 이 중 국민연금은 전체의 85%인 6121억원(RCPS 5826억원·보통주 295억원)을 투자했다. 계약에 명시된 복리 조건에 따라 이자가 불어나면서 RCPS 잔액은 현재 약 1조1000억원에 달하고, 국민연금이 받아야 할 이자만도 약 9000억원으로 불어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 역시 책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RCPS는 원금 상환권과 주식 전환권이 결합된 상품이었지만, 국민연금이 보통주 전환에 동의하면서 지난 2월 홈플러스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직전 상환권이 SPC에서 홈플러스로 이관됐다. 이로 인해 사실상 채권 성격이던 투자금은 주식으로 격하돼 변제 순위가 밀렸고, 국민연금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여기에 지난해 6월 MBK가 홈플러스 보통주 전량을 무상 소각하면서 국민연금이 보유했던 295억원 규모 지분도 함께 사라졌다. 정치권은 이번 사태가 공시·감사 의무가 없는 제도 탓이라고 본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지금 금융 당국은 MBK의 순자산이 얼마인지, 지난 10년 동안 MBK가 수수료와 성과보수를 얼마나 가져갔는지 전혀 모른다"며 “유럽에선 감독 기관에 이런 내용들이 보고되고, 필요한 내용들은 사모펀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데, 우리는 공개는커녕 관리·감독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외 주요국은 이미 사모펀드에 대한 강력한 규제 체계를 구축했다. EU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모펀드 규제 필요성이 커지자 2011년 '대체투자펀드운용지침(AIFMD)'을 제정했다. 이 지침은 사모펀드에 대해 레버리지 한도 설정과 지속적 준수를 의무화하고, 감독기관에 투자자산·레버리지 수준·거래상대방 신용위험·유동성 위험·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또 투자자에게는 투자전략, 수탁자, 유동성 위험, 이해상충 여부, 펀드 구조 등을 사전에 설명하고 공시하도록 했다. 연차보고서를 통해 대차대조표, 자산 내역, 수익·비용, 운용보수 구조, 배당 내역 등까지 공개한다. 미국도 투자자 보호와 자산 운용의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에게 'Form PE' 제출을 의무화해 펀드 자산 규모, 투자자 구성, 레버리지 현황, 운용 성과 등을 투자자와 금융당국에 상세히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운용 자산이 15억 달러(약 2조2000억원)를 초과하는 PEF의 경우, 분기마다 투자 활동 내역과 부채 사용 현황을 세부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했다. 국내 정치권도 '깜깜이 투자'의 대안으로 EU식 규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창민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MBK사모펀드규제법'은 EU 사모펀드규제지침(AIFMD)를 참고했다. 자산 현황, 위험 관리, 운용·성과 보수까지 감독기관 보고와 일반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한 의원은 “EU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례보고서를 공개해 국민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했다"며 “한국도 이제 깜깜이 펀드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사모펀드의 운용정보 공개 수준을 공모펀드와 동일하게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일반 사모펀드에 대해 △분기별 자산운용보고서 작성·교부 △분기별 영업보고서 제출 △회계감사 △신탁업자의 자산보관·관리보고서 작성·교부 의무 등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사모투자펀드(PEF)의 경우에도 펀드 회계감사와 신탁업자의 자산관리보고서 교부 의무가 새로 부과된다. 같은 당 김남근 의원도 지난 4월부터 검토해 온 법안에 기업 인수 후 24개월 동안 고배당·자사주 매입·유상감자 등 자본유출을 제한하고 차입매수(LBO)나 자산매각 시 LP와 금융위원회에 보고를 의무화했다. 다만 우려도 나온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등 공적 자금이 투자되는 사모펀드에는 해외 수준의 공시 강화가 필요하지만, 공모펀드와 같은 전면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성과보수나 자기자본 투입 규모 등은 부분적으로 공개할 수 있으나, 투자 내역 전체를 완전 공개하면 사모펀드의 본질이 훼손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AI 3대 강국·성장펀드 100조”…이재명 정부 5년 청사진 확정

이재명 정부가 향후 5년간 추진할 123대 국정과제를 확정했다. 핵심은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 100조원+α 국민성장펀드 조성, 디지털자산 산업 제도화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방점이 찍혔다. 정치개혁 과제와 병행해 국가 경제 체질 전환을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16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달 13일 국정기획위원회가 제안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심의·의결하고, 이에 포함된 123대 국정과제를 최종 확정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우리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한 관리계획이 마련됐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주권자의 뜻이 담긴 123대 국정과제를 나침반 삼아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고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꼭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국정기획위는 앞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국가 비전으로 설정하고 △국민이 하나 되는 정치 △세계 이끄는 혁신 경제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익 중심 외교·안보 등 5대 목표 아래 국정과제를 마련한 바 있다. 확정된 국정과제 첫머리에는 정치 분야 과제인 개헌 추진이 포함됐다. 4년 연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 권력구조 개편 방안이 명시됐으며, 감사원의 국회 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 강화 등이 논의 주제로 담겼다. 향후 국회에서 개헌안이 마련되면 정부가 의견을 제출하고, 개헌 논의 경과에 따라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총선에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검찰·경찰·감사원 등 권력기관 개혁, 수사·기소 분리, 군의 정치적 개입 방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도 주요 개혁 과제로 포함됐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3축 방어체계' 고도화,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남북 기본협정 체결 등을 통해 '한반도 리스크'를 '한반도 프리미엄'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경제 분야에서는 AI 3대 강국 도약, AI·바이오 신산업 육성, 에너지 전환 가속화, 100조원+α 규모 국민성장펀드 조성, 디지털자산 산업 제도화 등이 추진된다. 균형발전 과제로는 세종 행정수도 완성, 2차 공공기관 이전, 서민·소상공인 채무조정, 공적 주택 공급, 농어촌 기본소득 도입 등이 포함됐다. 이밖에도 △OECD 수준 산업재해 감축 △청년 미래 적금 도입 △법적 정년 단계적 연장 △연금 사각지대 해소 △임금체불 근절 △K-컬처 수출 50조원 달성 △K-관광 3000만명 유치 등이 선정됐다. 정부는 범정부 추진 체계를 구축해 국정과제를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국정관리시스템과 범부처 협의체를 병행 운영하고, 법제처에 국정 입법상황실을 설치해 입법 과정을 밀착 관리한다. 국무조정실은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입법이 법률 751건, 하위법령 215건 등 총 966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만 법률안 110건, 하위법령 66건이 제·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과의 소통도 강화한다. '국정과제 소통광장'을 개설해 정부가 국민 의견에 신속히 답변하는 쌍방향 소통을 추진하고, 국민 만족도 조사와 민관 합동 현장점검도 병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날 국정과제 추진 성과 평가를 위한 업무평가 기본계획과 시행계획 수정안도 확정했다. AI 활용 업무 혁신, 신산업 규제 합리화, 정책 디지털 소통 강화 등을 중점 평가하고, 평가 과정에서 국민 참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병헌의 체인지] 역사의 기시감과 이재명 대통령

1980년 가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이하 국보위)발 뉴스는 언론을 점령했다. 국보위는 당시 최규하 대통령 하에서 신군부세력이 정국을 장악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매일같이 국보위의 '새 법률 공포' 속보가 쏟아졌고, 불과 6개월 동안 189건의 법률이 만들어졌다. 법은 권력자의 도구였고, 재판은 각본 있는 연극이었으며, 야당은 허깨비에 불과했다. 국민은 숨죽였다. 그 시절을 살았던 이들은 지금도 황당한 그때의 공기를 기억한다. 45년이 흘렀다. 사람들 사이에서 묘한 기시감이 올라온다. 특히 당시를 겪은 국민들에게는 어디서 본 장면 비슷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최근 행보가 어딘가 모르게 닮아 있기 때문이다. 노동 편향 입법, 특별재판부 추진, 야당 배제 전략,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움직임 등…. 당시 국보위가 기업만 바라봤다면 지금 민주당은 노조만 바라본다. 방향과 본질은 다를지 몰라도 행태는 얼핏 비슷해보인다. 힘이 원하는 쪽 손만 들어주는 편파 입법. 국보위 시절 판사들은 이미 정해진 결론을 읽고 황급히 법정을 빠져나갔다. 민주당이 말하는 특별재판부는 구성이 된다면 그 재판의 복사판과 유사해질 것이다. 원하는 결론을 내기 위해 판사까지 직접 짜겠다는 발상은 상식적 민주주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야당 배제는 더 노골적이다. 국보위가 반대 세력을 몰아냈듯,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내란 세력'으로 낙인찍는다.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내란 종식"을 외치며 정치적 몰이를 하는 장면은 80년대 국보위의 언어와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현명한 국민들은 다 안다. 잘못된 계엄 선포사태가 빌미였지만 진짜 내란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치적 내란 상태를 인위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유지하겠다는 정치적 전략의 색채가 짙다. 당시와 다른점은 민주당의 폭주(?)와 달리 이재명 대통령의 언어는 결이 다른다는 대목이다. 정청래 대표가 '내란 척결'을 외치면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 통합'과 '절차적 민주주의'를 말한다. 이 모습도 보기에 따라 1980년의 최규하 당시 대통령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게 한다. 최규하 당시 대통령은 명목상이지만 최고 지도자였다. 그래도 국민은 그에게 최소한의 합리성을 기대했다. 전두환이라는 실세는 따로 있었고 역사의 큰 물줄기는 그를 삼켜버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물론 그와는 확연히 다르다.민주적 절차에 따른 '진짜 대통령'이다. 하지만 최근 겉모습은 적지 않게 닮아 간다. 민주당의 폭주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지만 전적으로 손도 들어주지 않는다. 항상 민주주의의 형식을 말하지만, 그 형식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기대를 걸었던 지난 8일 여야 대표와의 회담 이후 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 민주당의 폭주를 완충하는 언어만을 제공할 뿐, 근본적으로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규하 당시 대통령과 닮았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민주당이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국민은 '야당 없는 정치'의 위험을 체감할 것이다. 보수층은 물론이고 중도층과 청년층도 국보위의 기억을 떠올릴 가능성은 커진다. 그러면 내년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역 권력 교체가 아니라 '선거혁명'으로 기록될 공산도 없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은 역풍이 될 수 있다. 정치적 내란 상태를 선거까지 끌고 가려는 전략은 결국 국민의 심판을 부르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45년전과 무대만 다를 뿐, 주연은 역시 국민이다. 역사는 늘 같은 교훈을 남겼다. 권력은 취하면 무너진다. 국보위가 그랬듯, 권력을 독점한 세력은 이유가 정당해도 국민의 제동에 걸린다. 민주당이 아무리 입법을 밀어붙이고 특별재판부를 주장하고 각종 개혁과 내란 종식을 외쳐도 한계가 있다. 국민은 기시감을 기억한다. 그 기억을 투표장에 가져갈수 있다. 이 대통령의 입장에선 최 전 대통령을 닮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 심기는 몹시 불편할 것이다. 민주정 체제에서의 엇박자는 질서 안의 '주도권 싸움'이라면, 전두환-최규하의 경우는 '권력 찬탈'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폭주의 가운데 있으면서 폭주를 끝내 제어하거나 책임지지 못한다면...이 대통령도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완충 장치로 존재하다가 퇴장할 수도 있다는 가설이 성립한다 . 1980년대의 불행한 상황의 끝이 민주화 혁명이었다면 2020년대 중반의 민주당 행태는 민주주의 균형 보정을 위한 '선거혁명'으로 비화될 수 있다. 새정부 출범이 고작 100일이 막 지난 시점이다. '협치' '경제' '통합'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속내가 궁금해진다.

[기자수첩]경주 APEC 성공을 기원하며

국제회의는 단순한 의전이나 행사가 아니다. 세계 각국의 정상과 대표단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그 무게와 책임은 개최 도시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한다.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번 회의는 경주만의 행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품격을 세계에 증명하는 기회이자 시험대다. 경주는 천년고도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품고 있다. 불국사와 석굴암, 첨성대와 같은 문화재는 이미 세계인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화려한 유산만으로 국제회의가 성공할 수는 없다. 회의장의 질서, 원활한 교통, 철저한 방호와 안전, 위기 대응 체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기반이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과 자발적인 협조가 성공 여부를 가른다. 최근 진행된 안전성 검증이 무리 없이 마무리된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예행연습은 어디까지나 준비 과정일 뿐이다. 실제 회의에서는 돌발 상황과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이 반드시 등장한다. 작은 허점 하나가 행사 전체를 흔들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검증에서 드러난 성과를 유지하고, 확인된 미세한 약점을 보완하는 치밀함이다. 그 치밀함이야말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는 초석이 된다. 또한, 대규모 국제회의는 시민들의 일상에 불편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교통 통제, 보안 강화, 인파로 인한 혼잡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을 인내하고 양보하는 순간들이 모이면 그것이 곧 '경주의 품격'으로 비쳐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경주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넘어 곧바로 대한민국의 국격으로 이어진다. APEC의 성공은 행정기관이나 조직위원회만의 과제가 아니다. 경주라는 공간과 그 안에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결과물이다.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한 도시의 자산에 철저한 준비, 그리고 시민들의 성숙한 참여가 더해질 때 비로소 '성공적인 개최'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경주에서의 APEC 회의는 단순히 외교적 이벤트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욱 단단히 다지는 기회가 될 것이다. 천년고도 경주가 다시 한 번 세계사의 무대에서 빛을 발하고, 대한민국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국민의힘 지선 앞두고 이틀 동안 부산행 왜?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부산 사수에 공을 들인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대 선거의 바로미터격인 PK 민심을 잡기 위한 행보다. 장 대표는 15일 오전 부산시당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강조했다. 그는 “부산이 더 큰 도약을 이루려면 해수부의 물리적 이전뿐 아니라 제도적·기능적으로 온전한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지부진한 산업은행 이전은 물론이고 부산신항, 가덕도신공항 등 지역 인프라가 함께 뒷받침돼야 물류와 금융이 함께 하는 글로벌 해양 수도,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의 꿈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핵 국면 속에서 출범한 새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전제로 한 '해수부 부산 이전'이라는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자, 이에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의 장 대표가 취임 이후 첫 부산 방문을 두고 'PK 민심' 사수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장 대표는 해수부 부산 이전을 두고 지방선거용 새 정부의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며 반대 의사를 밝히다, 다시 번복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국민의힘은 수도권 일극체제와 지역 불균형을 극복할 새로운 중심축으로서 부산 발전에 모든 당력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부산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잘 확인해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중요한 지역"이라며 “민생 현장을 발로 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전날부터 이틀동안 부산에 상주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전날 이들은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와 해수부 임시청사 공사 현장을 방문하며 지역 현안을 챙겼다. 이밖에도 지역 청년들과의 간담회를 가지며 소통했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李 대통령 “기업 규제 대대적 쇄신”…배임·산재, 처벌 대신 과징금 ‘폭탄’ 시사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기업 활동 과정에서 벌어지는 배임죄나 산업재해에 대해 형사 처벌 대신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식으로 관련 규제를 대폭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우리나라 규제가 낡고 불필요하게 얽혀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불필요한 규제는 철폐하거나 축소하고, 꼭 필요한 규제는 오히려 강화하는 합리적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저성장과 글로벌 기술 경쟁 격화 속에서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현장의 기업인과 경제인 덕분"이라며 “경제의 상징 지표인 주가지수가 오늘도 사상 최고치를 찍은 것은 여러분들의 현장 노력이 빛을 발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또한 “입법부와 행정부가 제대로 판단·결정하면 그대로 집행되는 최적의 상황도 사실"이라며 “잘하면 아주 잘할 수 있고, 잘못하면 큰일 나는 상황"이라고도 말했다. 이어 “성장과 도약을 위해서는 낡은 규제를 혁신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거나 축소하고, 필요한 규제는 확대·강화하는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특히 산업재해와 배임죄 등을 대표적인 혁신 대상 규제로 못박았다. 그는 “기업에서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수사·재판·배상 절차로 몇 년이 걸리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미국처럼 엄청난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처벌 조항이 너무 많고 효과는 크지 않다. 불필요하게 국가 에너지만 소모된다"며 처벌 위주의 규제 문화를 개편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배임죄에 대해서도 기업의 활동을 가로 막는 대표적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인은 본질적으로 판단과 결정을 자유롭게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배임죄 때문에 결정을 잘못하면 기소되고 감옥에 간다"며 “나중에 '다른 방식으로 했으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손해를 끼쳤다고 유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위험 속에서 어떻게 사업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기업 활동의 속성에 맞게 제도를 고쳐야 한다"며 “합리적이고 타당하며 실효적인 방향으로 대대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AI), 모빌리티, 바이오헬스 등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위기는 언제나 있지만 우리가 한 발 빠르게 움직이면 선도적인 입지를 확보하고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이번 규제 합리화 논의가 새로운 성장을 열어가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날 오전 산재 사망사고가 지속적으로 빈발하는 건설사는 아예 등록 말소를 요청해 영업 활동을 중단시키고, 연간 3명 이상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서는 영업이익 5%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기획③]“10년간 1만1천명 실직”…사모펀드 먹튀에 근로자·국민 피해 심각

홈플러스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2015년 이후 10년간 직·간접 고용 1만1000여 명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공식적인 구조조정 발표 없이 장기간에 걸쳐 저강도 정리해고가 이뤄진 셈이다. 국회 안팎에서는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자산 매각과 단기 이익 추구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실에서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홈플러스의 직접 고용 인원은 2만6477명이었지만 2024년에는 2만12명으로 6465명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간접 고용 인력도 8112명에서 3191명으로 4921명 줄었다. 합쳐서 총 1만1386명이 감소한 셈이다. 특히 간접 고용 인력의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2015년 대비 60.6%가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경비·매장 관리 등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본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저강도 정리해고 방식"이라고 비판한다. 실제 해고 계획을 공표하고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사회적 반발이 거셀 것을 우려해, 오랜 시간에 걸쳐 인력 규모를 줄였다는 것이다. 한창민 의원은 “MBK는 빚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돈을 빼내 단기 이익만 챙겼다"며 “마치 집을 대출로 사놓고 안에 있는 가구와 가전제품까지 다 팔아버린 것과 다를 바 없다. 피해는 노동자, 자영업자, 소비자, 그리고 국민연금이 떠안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간 경영진은 성장 투자보다는 핵심 부동산 자산을 비싼 값에 매각하며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버텨왔다. MBK의 최대 고민은 인수 직후부터 이자와 차입금 상환이었기 때문이다.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영업력을 강화해 매출을 끌어올리거나, 보유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길이다. MBK는 후자를 택했다. MBK파트너스는 인수 당시 “현금 1조원을 투자해 홈플러스를 성장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015년 이후 홈플러스의 자본적 지출(CAPEX)은 연간 1000억 원 안팎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이마트의 연평균 4400억 원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후자 방식은 임대료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MBK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북수원점·김해점·김포점·가좌점·의정부점·강서점 등 전국 주요 점포 15개 매장을 '세일앤리스백(SLB·Sale & Leaseback)'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를 통해 매각 대금 1조8666억원을 챙겼다. 이후에도 2020년 전국 매출 5위권에 들었던 안산점을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2024년까지 전국 매출 상위권이던 가야·대전둔산·탄방·대구점 등 주요 14개 점포가 폐점됐다. 이어 홈플러스는 올해 8월 13일부터 내년 5월까지 15개 점포도 추가로 폐점하기로 했다. 단기간 급전 마련에는 효과적이었다. 실제 부동산 매각을 본격화한 2016년부터 최근까지 홈플러스의 장단기 차입금 2조7112억원을 줄였다. 이는 홈플러스의 매각 부동산자금 2조2111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노조는 “영업이익으로는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자 MBK는 결국 홈플러스 자산 매각으로 버틴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건물을 팔아 현금화한 뒤 다시 임차해 쓰는 SLB 방식은 임대료 부담을 키웠다. 해당 15개 임차점포에서만 2025년 2월 말 회계연도 기준 임대료 지출액이 1058억원에 달했다. 이는 최근 3년간 전체 임차매장(2022년 66개, 2023년 69개, 2024년 71개)의 임대료 총액 중 약 2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차료는 같은 기간 연간 3843억~4148억원 규모였는데, SLB 임차점포가 그 부담의 4분의 1을 차지한 셈이다. 매출 상위 점포 축소와 임대료 부담 증가는 영업이익 악화로 직결됐다. 결국 홈플러스는 올해 1월 말 기준 총부채 8조5000억원이 달했다. 이중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성리스부채가 1조88억원이다. 빚더미에 허덕이던 홈플러스는 지난해 메리츠금융그룹에서 1조2000억원 한도의 부동산담보대출까지 받았다. 이후 MBK는 3월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그러나 회생 신청 이후에도 MBK는 구조조정 여부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추가 매각이 사실상 유일한 출구 전략으로 제시됐다. 실제 지난 3월 4일 채권단에 제출한 MBK 문서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점포 4곳 추가 매각, 매출 하위 점포 면적 축소 계획 등이 담겼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본금이 부족한 기업이 무리하게 인수하면 차입금 상환에 치중해 구조조정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며 “특히 PEF의 기업 인수 후 SLB를 통한 자산 매각과 배당에 집중하는 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인수 후 일정 기간 기업의 자산 매각과 배당 지급을 제한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북도, 북극항로 선점부터 정책 제안·관광 인프라 확충까지…미래 성장동력에 속도

◇북극항로 전담팀 신설…동북아 해양 물류 주도권 선점 나서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가 급변하는 글로벌 해양 물류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북극항로추진팀'을 공식 출범시켰다. 이번 조직 개편은 기후변화로 인한 북극 빙하 감소와 함께 현실화되고 있는 북극항로의 전략적 가치를 감안한 조치로, 경북이 국가 차원에서 북극항로 개발의 중심 역할을 맡겠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다. 북극항로는 러시아 북부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신(新) 해상 루트다. 기존 인도양과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항로보다 항해 거리가 약 3분의 2로 단축돼 물류비 절감 효과가 막대하다. 무엇보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해상 물류의 판도가 바뀌는 만큼, 영일만항이 동북아 북극항로 거점항만으로 지정될 경우 경북 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북도는 이번 전담팀을 통해 △북극항로 개발 관련 정책 발굴 △영일만항 북방 물류 거점항만 육성 △극지·항만 분야 전문 인재 양성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 및 국제 세미나 개최 △향후 제정될 북극항로 특별법 대응 등 다각적인 전략을 추진한다. 이철우 도지사 역시 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경상북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영일만항이 북극항로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치권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중앙정부 차원의 협조를 강하게 요청했다. 최영숙 환동해지역본부장은 “북극항로 개척은 단순히 물류 효율성을 넘어서 철강·에너지·해양산업의 신성장 기반이 될 것"이라며, “경북이 선도적으로 대응해 세계 물류의 새 판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상공계에서는 “영일만항이 북극항로 시대의 전진기지가 된다면 포항을 비롯한 동해안권 경제가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도민과 함께하는 정책 발굴…'2025년 정책 제안 공모전' 경북도가 도민과 국민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통로를 마련했다. 15일부터 10월 2일까지 열리는 '2025년 경상북도 정책 제안 공모전'은 도정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를 직접 수렴하는 열린 정책 실험장이다. 공모 분야는 일자리, 경제, 과학·산업, 에너지·환경, 복지, 농축수산업, 문화·예술, 도정 혁신 등 사실상 전 부문에 걸쳐 있다. 경북도민은 물론 전국의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북형 국민 참여 정책 실험'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참여 방법도 다양하다. 국민신문고 '국민생각함–경상북도 기관홈' 접수 외에도 이메일, 우편, 방문 제출이 가능해 접근성을 넓혔다. 심사 과정은 실무 부서 검토와 제안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정성을 확보하며, 최종 선정된 우수 제안은 경북도 누리집에 공개된다. 특히 우수 제안자에게는 도지사 표창과 함께 최대 8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단순한 아이디어 공모가 아니라, 도민의 제안이 실제 정책으로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박성수 안전행정실장은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행정 혁신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도민이 주도하는 정책 제안이 실제 제도로 이어져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나타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시민단체와 청년 단체도 “도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가족친화형 캠핑장 확대…경북, '안전한 가족 여행지' 브랜드 강화 경북도가 올해 가족친화형 우수 캠핑장으로 경주 반딧불이 캠핑장, 경주 전원일기 오토캠핑장, 칠곡 팔공산 글램핑 등 3곳을 선정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관광 인프라 지원을 넘어, 저출생 문제 대응과 가족 중심 여가문화 확산이라는 사회적 과제까지 포괄한다. 가족친화형 캠핑장 지원은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당시 영천 별밤캠프, 영양 수비별빛캠핑장, 영덕 메타쉐콰이어 오토캠핑장이 지정됐으며, 가족 단위 방문객의 호응을 얻어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올해는 신청 캠핑장이 19곳으로 크게 늘어나 사업주들의 관심이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이번 심사에서는 안전·위생 관리 수준, 캠핑장 매력도, 사업계획 타당성 등이 종합 평가됐으며, 경주 지역이 도내 최다 캠핑장 보유지(92개소)임을 고려할 때 2곳이 동시 선정된 점도 눈에 띈다. 선정 캠핑장에는 2년간 우수 인증 표지판이 제공되며, 도의 공식 SNS 채널을 통한 홍보·마케팅 지원, 그리고 자부담 조건으로 최대 2천만 원의 보조금이 지원된다. 이를 통해 야외극장, 가족 놀이시설, 친환경 편의시설 등 특화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다. 김병곤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캠핑은 최근 가족 단위 여행의 대표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경북 전역이 가족 친화형 캠핑 명소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전과 재미를 모두 갖춘 캠핑장은 지역 경제에도 직·간접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 평가했다. ◇예천군, 지역 현안 직접 건의…도청 신도시 발전 구상 본격화 예천=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김학동 예천군수가 15일 경북도를 방문해 도비 예산 확보와 도청신도시 발전을 위한 주요 현안을 직접 건의했다. 김 군수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의 면담에서 예천군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사업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도의 협조를 당부했다. 건의된 사안은 ◇송평천 문화공원 '모두의 광장' 조성 △예천 K-U시티 정주환경 조성 △임대형 수직농장 조성 △동물위생시험소 이전 등이다. 특히 송평천 문화공원 조성은 도청신도시 주민의 생활 여건 개선과 청년 인구 유입을 이끌 전략 거점 사업으로 꼽힌다. 임대형 수직농장 사업은 청년 창업 농업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지역 농업 구조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또한 동물위생시험소 이전은 축산업 기반이 튼튼한 예천의 특성을 반영한 요구로, 축산물 안전 관리와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학동 군수는 “이번 건의 사업들은 단순한 인프라 확충이 아니라 예천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할 핵심"이라며 “경북도와 정부 부처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실질적 성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들 역시 “도청신도시 활성화와 청년 정착에 필요한 사업이 본격 추진되길 기대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인재 훈련’ 원하는 트럼프…대미투자 협상서 구체화될까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노동자 체포·구금 사건 이후 '현지 인력 훈련'이 우리나라의 대미 협상 주요 카드로 부각되고 있다. 관세 관련 후속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다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력 양성에 필요한 비자 문제를 부각시켜 한국이 실익을 챙겨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4일 정재계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뉴욕에서 만난 뒤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지난 11일 김 장관이 미국으로 출국할 당시만 해도 러트닉 장관과 대미 투자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과 현지 진출 기업 노동자를 위한 비자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협상 내용에 관한 어떤 발표도 나오지 않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러트닉 장관은 일본처럼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계획 전부를 현 시점에서 문서화한다거나, 대미투자로 한국 기업들이 거둔 수익을 미국과 나누는 '일본 모델'을 요구해왔다. 이 같은 일본 모델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협상 부진 속에서 비자 문제가 주요 협상 카드로 떠오른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현지 인력 훈련' 요청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 “(미국에 인재를 데려오는 일을)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쓴 데 이어 한국인 구금자의 석방 과정에서 현지 인력 훈련을 위해 남아줄 것을 돌발 제안하기도 했다. 대미 투자를 단행한 한국 기업들은 노동자 비자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 현지 고용 창출에 기여한다는 것이 투자 명분이지만 현지에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원활히 운영하려면 한국에서 일해온 기술 인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 가운데 현지 출장 목적의 단기 비자인 B1 비자를 받은 노동자도 다수 포함되면서 한국 기업과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비자가 필요없는 전자여행허가(ESTA)를 받아 출장을 나간 경우 미국행 비자 발급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황에서 공기를 맞추기 위해 생긴 관행이라는 점도 기업들이 지적해왔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전문 인력용 비자 E4를 별도로 신설하는 '한국 동반자법'은 2012년부터 미국 의회에서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12일 기자들에게 “B1 비자에 대해 한미 양국이 해석 차이가 있다"며 “근본적으로 문제를 개편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조속히 논의가 이뤄져 불신을 없애야 기업들이 안전하게 미국에 투자하고 일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비자 문제 해결은 한미 간 제조업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제조업 협력이 제일 가시화된 부분인 조선업 분야는 '마스가(MASGA)'를 전후로 개별 기업들이 인력 양성에 나섰다. HD현대는 현지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 등과 손을 잡았다. 한화는 지난해 말 인수한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조선소에 한화오션 기술자들을 보내 조선업 인력 훈련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1996년부터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해오며 인재 양성과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해왔다.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미국 제조업 재건에도 기여하는 만큼 한미 간 추가 무역협상 과정에서 인력양성 협력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러트닉 장관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 쉽지 않아 한미 양국 모두 협상 돌파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김태황 명지대 통상무역학과 교수는 “조지아 공장 근로자 구금 사건으로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며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켜 양국 제조업 협력을 위한 시간표 지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윈-윈'하려면 미국 정부도 규제 완화부터 금융세제 혜택까지 경제적 효과를 키우기 위한 포괄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며 “한국인이 현지에서 자유롭게 근로 활동을 할 수 있는 비자 제도 도입과 할당 규모(쿼터) 확대, 한국 동반자법 제정 등으로 전향적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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