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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野 통일교특검 싫어서 꼬투리…트집 그만 잡아라”

더불어민주당은 28일 '통일교 특검법'과 관련해 “민주당이 특검을 반대하는 것처럼 왜곡하며 정치 공세를 펼치는 국민의힘의 파렴치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을 물타기라고 주장한 데 대해 “장 대표가 오늘도 궤변과 선동으로 국민을 기만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통일교 특검은 여야가 진정성 있게 협의하면 즉시 처리할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물타기라고 매도하는 것 자체가 특검에 진정성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이 통일교 특검의 신천지 의혹 수사를 반대하는 데 대해 “이번 기회에 정교유착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막상 통일교 특검을 하려니까 두려운가"라며 “트집 그만 잡고 특검하자"고 촉구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표' 특검법도 법원행정처장이 2명을 추천하면 최종 임명은 대통령이 한다"며 “무슨 근거로 민주당 (특검법)안만 정권 영향력 아래라고 단정하는가. 결국 특검이 하기 싫어 꼬투리 잡는 것으로 비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천지를 넣었다고 과민반응 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진실 규명을 원한다면 둘 다 성역 없이 봐야 한다. 특정 단어에만 과도하게 반응하는 모습이야말로 국민에게 '뭐가 켕기는가'라는 의문을 남긴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3대(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 수사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을 담은 2차 종합특검법 처리를 반대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박 수석대변인은 “계엄 쿠데타로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데 대해 먼저 사죄하는 것이 순서"라며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은 뻔뻔함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언론 중재 대상 적용 범위 확대 등이 담긴 언론중재법 개정 추진을 '언론 입틀막'이라고 반발하는 데 대해 “국민의힘은 거액의 소송장으로 '언론사 문 닫게 하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며 “언론을 유린해 온 당사자들이 자유를 운운하는 적반하장에 국민은 신물이 난다"고 비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장동혁 범보수 연대 거부…“장·한·석 얘기 왜 나오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범보수 연대론에 선을 그었다. 대신 자강과 외연 확장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장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장한석' 연대에 선을 긋고 자강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해선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지만, 왜 장한석이 붙는지 모르겠다.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 문제를 풀어갈지를 왜 연대라고 이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당내 혁신과 변화,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어떻게 변화하고 혁신할지에 대한 방안도 말씀드리지 못했고, 우리는 더 노력해야 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벌써 연대에 대해 자꾸 논의하는 건 스스로 변화와 쇄신할 시간을 놓치는 것"이라며 “우리가 국민께 충분히 공감받고 마음을 얻는 정당이 된 다음에야 연대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지난 8월 취임 후 강성 보수의 길을 걸었다. 다만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사과 요구를 거부하며 당 내에서도 반발이 커져 리더십 논란이 일었다. 앞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문제와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연루 의혹이 불거진 당게시판(당게) 사태, 지방선거 경선룰 등이 장 대표의 변화를 가늠할 지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 같은 문제를 장 대표가 어떻게 풀어내며 당의 변화를 이끌지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우선 장 대표는 내년 1월 초 자강을 위한 쇄신안을 한꺼번에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정강·정책 변경, 당명 개칭을 검토하는 동시에 파격적인 인재 영입 카드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장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새해 예방하는 등 당 안팎 원로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장 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저지를 위해 지난 22일부터 24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선 것에 대해 일부 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22일부터 23일 사이 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채널인 '국민의힘TV' 구독자 수는 50만명을 돌파했다.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 수도 최근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장 대표가 '이재명 정부와 잘 싸우는 야당'으로 당을 단합시켰다는 게 국민의힘의 자평이다. 다만 당 지지율은 여전히 20%대 박스권에 갇힌 상태다. 장 대표는 “지금까지 국민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고 저희가 달라져야 한다는 데 깊이 공감한다"며 “저희가 조직과 인적 쇄신을 하고 여당보다 더 유능한 정책 정당으로 바뀐다면 국민 지지는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당내 갈등도 관리 대상이다. 한동훈 전 대표 가족 연루 의혹이 있는 당원 게시판 사태에 대한 당무감사위 조사나 지방선거 공천에서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기존 50%에서 70%로 높이는 문제 등 당내 세력간의 논쟁거리가 여전해서다. 다만 장 대표는 당게 사태를 매듭짓는 방식 등으로 한 전 대표와의 '화해' 할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다소 부정적 시각을 내보였다. 그는 “형식적 외연 확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외연 확장은 단일대오를 전제로 해야 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며 “1+1이 2도 되지 않거나 2에 머문다면 그건 외연 확장이 아니다. 단순히 모든 걸 다 합친다고 해서 당에 플러스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윤 전 대통령과도 절연 여부도 여전한 과제다. 특히 초·재선 그룹은 '계엄의 늪'에서 벗어나는 게 변화의 출발점이라며 장 대표의 태도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3일 계엄 관련 대국민 반성문을 발표한 재선 공부모임 '대안과 책임' 소속 의원 20여명은 오는 30일 모임을 열고 후속 논의를 할 예정이다. 이밖에 장 대표는 기자간담화에서 최근 정치적 화두가 된 '통일교 특검법'과 관련해 “민주당이 발의한 통일교 특검법은 야당이 발의한 특검법을 막기 위한 물타기 법안“이라며 “우리 당과 개혁신당이 공동 발의한 특검법안을 30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란전담재판부 도입 법안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도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2차 종합 특검'에 관련해서도 “내년 지방선거까지 내란몰이를 계속하려는 치졸한 선거 전략"이라며 “통과시키는 순간 엄청난 국민적 분노에 부딪힐 것이고 정권의 자멸로 이어질 것이다. 이쯤에서 멈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김건희 특검 180일만 수사 종료…남은 의혹은 경찰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180일간 이어온 수사를 28일 공식 종료하고 29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서희건설 등의 '매관매직' 의혹, 명태균 씨와 연루된 '공천 개입' 의혹을 비롯해 굵직한 성과를 냈다. 다만 양평고속도로 개발특혜 의혹, 김 여사 집사로 불리는 김예성씨의 '집사게이트'와 김 여사 간 연관성을 규명하지 못한 것은 오점으로 꼽힌다. 28일 정치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김 여사의 숱한 범죄 행각을 드러내 재판에 넘겨 출범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7월 특검팀의 초기 수사는 '3대 의혹'이라고도 불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선거개입, 건진법사 청탁 의혹에 집중했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컨트롤타워였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윤 전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인 명태균씨, '통일교 청탁의혹'에 연루된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압수수색하고 소환 조사했다. 이후 8월 6일 김 여사를 첫 소환해 5차례 더 조사한 뒤 같은달 29일 구속기소했다. 전·현직 영부인이 수사기관에 공개 소환된 것도, 구속돼 재판에 넘어간 것도 헌정사상 처음이다. 해당 건으로 김 여사는 지난 3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15년이 구형됐다. 아울러 특검팀은 앞선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다른 범죄 의혹들을 함께 파헤쳤다. 대표적인 사건이 김 여사가 공직 등을 대가로 뇌물을 수수했다는 '매관매직' 의혹이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김상민 전 부장검사,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가 인사·이권 청탁을 대가로 김 여사에게 목걸이, 귀걸이, 금거북이, 시계, 그림을 건넨 정황이 하나씩 드러났다. 당시 수사에선 '바쉐론 콘스탄틴', '반클리프 아펠' 등 명품 브랜드 이름이 다수 언급됐다. 특검팀은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의심된 이들을 차례로 압수수색하거나 소환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 한학자 통일교 총재,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 '통일교 청탁의혹' 연루자들도 모두 구속한 후 재판에 넘겼다. 이후 특검팀은 김 여사를 지난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처분이 이뤄졌다. 지난 24일 특검팀은 명태균 씨와 연루된 '공천 개입' 의혹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불구속기소했다. 특검팀은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허위사실을 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그를 불구속기소했다. 이후 이날 수사 기한이 종료되며 김건희 특검팀은 마무리됐다. 특검팀의 기소에 따른 김 여사와 권 의원, 윤 전 본부장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1심 판결은 내년 1월 28일 선고될 예정이다. 난관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지난 9월 30일 특검 파견 검사 40명 전원이 검찰청 폐지에 반발하면서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원래 소속된 검찰청으로 복귀시켜달라"고 공개 요구했다. 특검 수뇌부가 수사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자고 다독이며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수사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월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경기 양평군 공무원이 목숨을 끊는 불상사도 일어났다. 생전 남긴 자필 메모에는 특검이 강압과 회유를 이용해 특정 방향의 진술을 유도했다고 적혀 있어 특검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중기 특검의 개인 불법 주식거래 의혹도 불거졌다. 2010년께 분식회계가 적발된 태양광 소재 업체 네오세미테크의 주식을 매도해 1억원 이상 수익을 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민 특검은 “주식 최득과 매도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없었다"고 직접 해명했지만 정치권에선 사퇴 요구가 나왔다. 수사 기간 말미에는 특검이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도 통일교에서 부정한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으나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편파 수사'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로 인해 특검팀은 일부 굵직한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해산하게 됐다. 삼부토건 주가조작을 비롯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 등 '윗선'이 개입된 것으로 의심됐던 양평고속도로 종점부 변경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김 여사의 집사로 불리는 김예성씨의 '집사게이트'와 김 여사 간 연관성도 밝혀내지 못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의 '매관매직' 개입 여부와 부부의 뇌물 혐의 의혹을 밝혀내지 못한 점도 특검으로선 뼈아픈 부분이다. 남은 수사는 모두 국가수사본부로 이첩될 전망이다. 한편, 28일 김건희 특검팀이 해산하며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에 이어 3대 특검이 모두 종료됐다. 민주당은 수사에 있어 미진한 부분을 밝히기 위해 새해 첫 임시국회에서 2차 종합특검법을 최우선 안건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올해의 국무위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관세협상부터 APEC·통상·원전까지 완벽 수헁

에너지경제신문은 '올해의 국무위원'으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선정했다. 각 부처마다 현안이 산적해 있었지만, 올해 산업부가 맡아야 했던 정책들은 그중에서도 유난히 복잡하고 거대했다. 미국 대선 이후 통상 전략 전환과 관세 협상,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 원전 수출, 첨단 산업 투자까지, 어느 하나 가벼운 이슈가 없었다. 특히 김 장관 본인의 이력과 역량이 한 해 내내 빛났다.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국가 재정과 산업 정책에 정통하고,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거치며 산업 현장의 감각을 익힌 전문가형 리더라는 점이 산업계와 정부 안팎에서 높이 평가된다. 올해 산업부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격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반도체·인공지능(AI) 투자 경쟁 △에너지 가격 불안 △미국 새 행정부 출범 등 전례 없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사실상 대한민국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떠맡았다. 무엇보다 한·미·일 관세 협상은 국내 제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최대급 외교·경제 과제였다. 김 장관은 예민하고 복잡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계에서도 “올해 산업부 장관이 가장 바빴다"며 그의 활약을 인정하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평가다. 김 장관은 관세·투자·원전협력을 둘러싼 난도 높은 한·미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의 강경한 협상가(tough negotiator)"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극찬을 받았다. 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김 장관의 산업 모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숫자에 대한 강점 등이 협상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며 “예전 산업부 장관들과는 다른 '계산 능력·판단력 중심' 협상 스타일이 미국 측을 크게 압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 한해 동안 한미 간 통상 현안은 관세·보조금을 넘어 산업·기술·안보 전반으로 확장됐다. 이런 상황에서 김 장관은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냈다. 단순한 협상 대표를 넘어 양국의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을 조정하고 한국 산업의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는 '설계자' 역할을 해낸 것이다. 한미 통상 현안은 △미국의 공급망 재편과 산업 보조금 정책 △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 규범 △청정에너지·탄소 규제 △안보와 통상의 결합 등 복합한 의제로 얽혀 있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김 장관은 전통적인 관세·시장 접근 협상을 넘어 산업 정책과 통상을 결합한 '확장형 협상'을 주도해 왔다. 이런 김 장관을 두고 관가에서는 “미국의 통상 압박을 방어하는 동시에, 한국 산업의 구조적 이익을 관철하는 실무형 협상가"로 평가하고 있다. 그가 산업통상부 장관에 선임됐을 당시 한미 협상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분석이 나왔고, 실제 그는 한미 고위급 협의에서 미국 측 요구를 단순 수용하거나 정면 충돌하기보다 산업 협력과 공급망 안정·기술 동맹이라는 공동 목표로 재구성하는 전략을 수행했다. 해외 통상 전문 매체들도 김 장관의 접근 방식을 주목하고 있다. 일부 외신은 “한국 통상 당국이 미국의 산업 보조금 정책에 정면 대응하기보다, 예외 인정과 협력 프레임을 병행하는 실용 노선을 선택했다"고 설명하며 그 중심에 김 장관이 있다고 극찬했다. 김 장관의 역할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청정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협상이다. 그는 미국 측에 한국 기업의 기여도와 동맹 내 공급망 역할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세부 시행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완충 지대'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왔다. 예컨대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는 단기적 규정 충돌보다 중장기적 협력 로드맵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협상 방향을 전환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한미 통상이 '규제 갈등'에서 '산업 협력'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이 됐다. 김 장관은 통상 현안을 에너지·기후·안보 이슈와 분리하지 않고 다루는 점에서도 기존 장관들과 차별화된다. 에너지 공급망, 청정에너지 전환, 핵심 광물 확보 등은 모두 통상 협상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으며, 김 장관은 이 분야를 산업부 차원의 종합 의제로 묶어 대응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김 장관이 한미 협상을 '주고 받기 식 무역 협상'이 아니라, 한국 산업의 중장기 전략을 설명하고 관철하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런 접근이 미국 측에서도 신뢰를 얻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의 이력은 다른 국무위원과 비교해 독특하다. 기획재정부에서 국가 재정과 산업 구조를 다뤘고,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으로 원전·에너지 산업 현장을 경험했으며, 산업부 장관으로 제조·통상·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보기 드문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예산·재정·투자·원전·공급망·수출 구조를 모두 이해하는 장관은 흔치 않다"며 “산업부·기재부·과기정통부가 맞물리는 모든 난제를 한 사람이 컨트롤 할 수 있는 드문 '크로스오버(Cross-Over)형 장관'"이라고 평가한다. 올해 김 장관이 보인 가장 큰 장점은 산업을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보는 사고 방식이었다. △AI·데이터센터 → 전력 공급망 → 원전·가스 → 송전망 확충 △반도체·배터리 → 통상 협상 → 관세 구조 → 해외 투자 △제조업 경쟁력 → 공급망 → 전략물자 → 외교 전략으로 이어지는 '연결형 전략'이 정부 안에서 실질적인 정책 모멘텀을 만든 사례로 이어졌다. 산업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 장관은 산업부 특유의 세부 사안 중심에서 벗어나 '전략·구조·수치·흐름'을 먼저 본다"며 “그런 리더가 장관이라는 건 조직 전체의 경쟁력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출신이라는 이력 덕분에 원전 생태계 전반의 설계·제작·인증·수출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장관이라는 강점을 지녔다. 올해 한·미·체코·폴란드·중동 등 다수의 원전 수출 협상 과정에서 산업계는 “김 장관이 기술·제작·인허가·금융까지 구조 전체를 이해하고 있어 논의 속도가 빠르다"고 평가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의 '대미 투자 원전 건설 구상'에서도 김 장관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정책·협상·공급망·투자·에너지 모든 분야가 요동친 2024~2025년, 정부와 산업계는 “올해 산업부 장관 중 가장 존재감이 컸던 사람은 단연 김정관"이라고 꼽고 있다.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관세 협상과 전략 산업 육성 같은 초미의 과제 속에서 '한 명의 장관이 이렇게 많이 움직일 수 있나' 싶은 한 해였다"며 “올해 대한민국 경제정책 라인에서 가장 시계추를 크게 흔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김 장관의 행보가 향후 한미 통상의 방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산업 자율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 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김 장관은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전달하는 창구가 아니라, 한국 산업의 언어로 재해석해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김 장관이 '관리형 통상'에서 '전략형 통상'으로 전환되는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특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김기현 부부 기소

국민의힘 당 대표 지원 대가로 김건희 여사에게 '로저비비에' 가방을 건넨 혐의를 받는 김기현 의원과 그 배우자인 이모 씨가 27일 재판에 넘겨졌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날 김 의원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3년 3월 17일 김 여사에게 시가 267만원 상당의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그해 3월 8일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김 의원을 밀어준 대가로 가방이 전달됐을 가능성을 의심하며 뇌물 혐의점을 수사해왔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 배우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직무 관련성만 입증되면 범죄 요건이 충족된다. 처벌 수위가 더 높은 뇌물죄의 경우 직무 관련성에 더해 대가성까지 입증돼야 성립한다. 김 여사가 선거 지원 대가로 가방을 받았고 윤 전 대통령이 이를 인지했다는 점까지 밝혀져야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 특검팀은 구체적인 가방 제공 경위, 청탁 혹은 대가성, 대통령 개입 여부 등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해 계속 수사하도록 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이 사건은 공당의 당 대표가 당선 대가로 대통령 부인에게 명품 가방을 제공한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고질적으로 반복돼온 대통령의 여당 대표 경선 개입 정황을 확인했다"며 “이는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및 당정분리 파괴 등 정당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의혹은 특검팀이 지난달 6일 윤 전 대통령 부부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로저비비에 클러치백과 함께 이씨가 쓴 편지를 발견하면서 불거졌다. 당초 이씨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았다가 가방 결제 대금이 김 의원 세비 계좌에서 빠져나간 정황이 드러나자 김 의원도 함께 피의자로 입건됐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정치권, 쿠팡 ‘셀프 조사’ 비판…“사법절차 무시”

쿠팡이 독단적으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여야가 일제히 비판했다. 27일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쿠팡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실제 피해는 미미하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정부와 사법 절차를 무시한 행위"라며 “당사자임에도 마치 수사기관인 것처럼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핵심 증거물을 직접 회수해 자체 포렌식을 했다고 밝혀 수사 방해 논란까지 자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은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플랫폼 독점과 시장 지배력의 부작용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쿠팡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제재가 이뤄져야 하며, 왜곡된 유통 구조를 바로잡는 제도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수미 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쿠팡이 내놓은 '자체 조사 결과'는 일방적 해명일 뿐 사법적 판단을 대신할 수 없다"며 “이재명 정부는 기업의 '셀프 면죄부' 뒤에 숨은 책임 회피를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관계 당국은 증거 인멸과 수사 방해 가능성까지 포함해 법과 원칙에 따른 고강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 대변인은 또 “미국 본사를 방패삼아 국내법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강력히 경고한다"며 “창업자 김범석 의장은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고,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꼼수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위법 행위가 확인되는 즉시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며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 포함 5당이 의결한 '쿠팡 연석 청문회'에 즉각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국제유가 약세에…주유소 기름값 3주 연속 내려

국제유가 약세 영향으로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주간 평균 가격이 3주 연속 하락했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2월 넷째 주(21∼25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지난주보다 L당 6.5원 내린 1735.3원이었다. 지역별로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은 전주보다 9.0원 하락한 1796.1원, 가격이 가장 낮은 대구는 6.6원 내린 1천706.5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상표별 가격은 SK에너지 주유소가 L당 평균 1천743.1원으로 가장 높았고, 알뜰주유소가 1713.7원으로 가장 낮았다.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11.0원 하락한 1641.7원을 기록했다. 이번 주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석유 시설 공격 지속, 미국의 베네수엘라 유조선 나포 본격화 등으로 공급 차질 우려가 부각되면서 상승했다. 수입 원유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는 지난주보다 1.7달러 오른 61.9달러였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1.5달러 하락한 73.3달러, 국제 자동차용 경유는 전 주와 동일한 80.1달러로 집계됐다.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3주가량 차이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원화 환율 1440원대 초반에 마무리…1주 새 35원 급락

미국 달러화 대비 한국 원화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1440원대 초반에 장을 마쳤다. 27일(한국시간) 새벽 2시 원/달러 환율은 전장 서울환시 종가 대비 7.60원 하락한 1442.20원에 마감했다. 지난주 야간 거래 종가인 1478.00원 대비 35.8원 급락(원화 강세)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지난 24일부터 전략적 환헤지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는 소식에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번 장 주간 거래(9~15시 30분)에선 1440.30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정규장 마감 후에는 2거래일간 40원 넘게 급락한 데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장 중 1450원 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뉴욕장에서 엔화 약세와 맞물려 달러인덱스가 98선 위로 반등하자 달러-원 환율도 보조를 맞췄다. 다만 외환당국의 환율 안정 의지와 국민연금의 환헤지에 대한 부담감은 남아 있어 원화 환율은 다시 1440원대 초반까지 낙폭을 확대했다. 오전 2시 59분께 엔/달러 환율은 156.522엔, 달러/유로 환율은 1.17700달러에 거래됐다. 역외 위안/달러 환율은 7.0044위안에서 움직였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20.10원을 나타냈고, 원/역외 위안 환율은 205.59원에 거래됐다. 이날 전체로 원/다러 환율 장중 고점은 1454.30원, 저점은 1429.50원이었다. 변동 폭은 24.80원이었다. 야간 거래까지 총 현물환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 양사를 합쳐 111억7100만달러로 집계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궁지 몰린 김범석 출석할까…쿠팡 ‘연석 청문회’ 30~31일 열린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을 둘러싼 책임을 따지기 위해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연석 청문회가 개최된다. 미국 주식시장 주가 하락과 사용자 감소, 산재 증거 은폐의혹 등으로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는 창업주 김범석 쿠Inc 대표가 참석해 진솔한 사과와 적절한 대책을 내놔 국민적 분노를 삭힐 것인지 아니면 또 다시 불출석해 '끓는 물에 기름을 부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쿠팡 연석 청문회는 오는 30~31일 이틀간 오전 10시부터 진행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정무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 등 6개 상임위가 참여한다. 상임위별로 소관 현안에 따른 역할 분담도 이뤄질 전망이다. 정무위원회는 개인정보 유출과 불공정 거래 문제를, 국토교통위원회는 택배사업자 서비스와 관련한 등록 취소 가능성 등을 집중 점검한다. 국토위 소관 현안과 관련해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행규칙에 의하면 매년 등록 요건 신고가 필요한데 요건 미충족 시 보완을 요구하고 도저히 안 되면 취소도 가능하다"며 “연석 청문회를 통해 생활물류법에 따른 세부 내용들을 엄격히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교통일위원회는 쿠팡의 미국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집중 검토한다. 이번 연석 청문회의 주관 상임위는 과방위로,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청문위원장을 맡는다. 최 위원장은 “지난 현안질의와 청문회에도 주요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고 주요 증인이 불출석해 책임 있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연석 청문회 실시 배경을 밝혔다. 민주당은 당초 증인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가 가능한 국정조사를 검토했지만, 준비 기간이 길다는 점 등을 고려해 연석 청문회를 우선 진행하기로 했다. 국회법 63조는 소관 위원회가 다른 위원회와 협의해 '연석회의'를 열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석 청문회의 최대 관심사는 쿠팡 창업자인 김 의장의 출석 여부다. 이번 청문회에는 지난 17일 과방위 차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불출석했던 김범석 쿠팡 Inc 대표와 박대준·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다시 증인으로 채택됐다. 김 의장은 당시 “글로벌 기업의 CEO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들이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했다가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정부와 국회가 쿠팡에 대한 영업정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특별세무조사 카드까지 꺼내든 상황에서, 김 의장이 영업 전반에 대한 고강도 제재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재차 불출석할지 주목된다. 청문회 참고인으로는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등 모두 16명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연석 청문회 불참을 검토 중이다. 실효성 없는 청문회 대신 국정조사를 통해 보다 책임 있는 정부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연석 청문회 주관 상임위가 과방위로 정해진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쿠팡 사태의 주무 정부기관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인 만큼, 이들을 관할하는 정무위가 주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과방위원장은 민주당 소속 최민희 의원, 정무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의원이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지난번 쿠팡 청문회가 김범석 의장 등의 불출석으로 큰 성과 없이 끝나 고발 조치와 함께 국정조사로 들어가기로 한 상황"이라며 “국정조사 특위부터 신속히 구성하는 것이 정도"라고 말했다. 반면 과방위 여당 간사인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오만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김범석 회장에게 대국민 사과뿐 아니라 책임 있는 후속 배상 얘기를 듣기 위해선 올해가 가기 전에 연석 청문회가 필요하다는 것은 여야 공히 다 인정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22대 국회 법안 ‘발의는 넘쳤고 결과는 부실’

22대 국회에서 총 1만5000건이 넘는 법률안이 제출됐지만, 그중 상당수는 논의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국회에 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임 21대 국회보다 동일기간 발의 건수는 10%(1405건) 이상 늘었지만, 처리율은 여전히 20% 수준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사회적 필요성과 정책적 공감대를 갖췄음에도 끝내 결론을 보지 못한 '아깝다 법안'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처리의안 통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22대 국회에 접수된 법률안은 총 1만5561건으로, 이 가운데 처리된 법률안은 3544건, 미처리(계류) 법률안은 1만2017건으로 집계됐다. 비율로 환산하면 처리율은 약 22.8%, 미처리율은 약 77.2%다. 법률안 10건 중 7건 이상이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미처리 법안 상당수는 향후 대안반영폐기 또는 임기만료폐기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법안 유형별로 보면 22대 국회의 입법 활동은 의원발의가 사실상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의원발의 법률안의 경우 총 1만4701건(처리 3111건, 미처리 1만1590건), 정부제출 법률안은 총 446건(처리 160건, 미처리 286건)이 발의됐다. 의원발의 법률안이 전체의 97% 이상을 차지하는 동시에 미처리 법안의 대부분 역시 의원발의다. 발의는 활발했지만, 개별 법안이 상임위·소위원회·본회의를 거쳐 입법으로 완결되는 비율은 낮았다는 평가다. 22대 국회에서 가장 많이 제안된 법률안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총 615건이 발의됐다. 이어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230건,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220건,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197건,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 160건이 각각 발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2대 국회의 입법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세제·국회 운영·선거제도·재정 등 정치·제도·재정의 핵심 영역에서 유사·중복 법안이 반복적으로 발의됐다는 점이다. 특히 조세특례제한법과 지방세특례제한법은 매 회기마다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다수의 개별 개정안이 동시에 제출되면서 소위원회 단계에서 통합·조정되지 못한 채 계류로 누적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요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쌓이는 이유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유사 법안 난립이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조세·재정·선거·국회 운영 관련 법안처럼 정치적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에서는 다수 의원이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발의하면서 개별 법안이 경쟁 구도에 놓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논의가 분산되고, 상당수는 처리되지 못한 채 남는다는 지적이다. 상임위 소위원회 병목 현상도 법안 정체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법안 심사의 실질적 관문인 소위원회 단계에서 논의 일정이 잡히지 않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법안이 장기간 계류되는 경우가 반복되는 현상을 보인다. 정치 일정과 정쟁의 영향도 작용한다. 선거제도나 국회 운영 관련 법안은 여야 간 이해가 엇갈리면서 조정이 지연되고, 결국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 위험에 놓이게 된다는 지적이다. 22대 국회에서 입법이 늦어지면서 아쉬움을 남기는 법안들도 다수다. 국회 한 관계자는 “22대 국회 법안 통계는 국회가 발의 단계의 양적 확대를 처리 단계까지 감당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미처리 법안이 전체의 78%를 차지하는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깝게 폐기되거나 철회되는 법안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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