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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경기 위험’ 가시화…“고물가·고용 둔화 우려”

정부는 최근 우리 경제가 회복 흐름 속에서도 중동 전쟁에 따른 고물가, 고용 둔화 등 민생 부담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반도체 호황으로 경기는 개선세지만 중동 전쟁 장기화에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진단과 유사하다. 재정경제부는 12일 '최근 경제동향' 6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호조, 소비·기업심리 개선 등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중동 전쟁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 고용 둔화 등 민생 부담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경기 회복세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출 증가 등 상방 요인을 고려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다만,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 제조업 일자리 둔화 등 중동 전쟁의 여파가 민생 부문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표로 보면 4월 2.6%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들어 3.1% 오르며 올해 들어 처음 3%대를 넘어섰다. 중동 전쟁의 영향으로 국제 원유 가격이 들썩이면서 석유류 물가는 24.2% 급등하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근원물가 지수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2.5% 상승해 전월(2.2%)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중동 전쟁 여파는 생산과 함께 내수 둔화세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월 전산업 생산은 0.6% 감소한 가운데 내수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와 설비투자도 각각 3.6% 줄었다. 중동 사태는 고용에도 불똥이 튀었다. 경기 침체 후 시차를 두고 지표로 나타나 후행 성격을 띄는 고용이 둔화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5월 취업자는 2916만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4만명 감소했다. 취업자 수 감소는 비상계엄 사태가 있었던 2024년 12월(-5만2000명) 이후 처음이다. 원자재 수급 불안과 가격 상승 등으로 제조업 부문 취업자는 14만명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소비심리는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게 정부 진단이다. 5월 들어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보다 6.9포인트(p) 상승한 106.1로 나타나 기준선인 100을 넘어섰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수출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5월 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했다. 산업별로는 컴퓨터(290.7%)와 반도체(169.4%) 등이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 8일 KDI도 지난 8일 '경제동향 6월호'에서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가 완만한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다만, 중동 전쟁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을 경고한 KDI와 달리 정부는 3월부터 석 달째 표현했던 '경기 하방 위험'은 이번에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소비와 수출 개선세와 함께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상향 조정 흐름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일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2.6%로 0.9%포인트(p) 높여 잡았다. 앞서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에서 2.6%로 올려 잡은 것과 같은 수준이다. 최근 KDI 2.5%, 정부 2%, 국제통화기금(IMF) 1.9% 전망치보다 높다. 아울러 정부는 최근 1500원 안팎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 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산 재배분(리밸런싱)과 차익 실현, 투기성 움직임 등도 가세하며 환율 쏠림 현상을 보였다"며 “환율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다주택자 이어 이번엔 불법증축...국힘, 연일 ‘한성숙’ 공세

국민의힘이 13일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다. 한 후보자가 자신이 소유한 건물의 불법 증축을 방치하다가, 후보자 지명 직후 철거했다는 이유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한 후보자는 자신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건물의 불법 증축 사실을 인지하고도 장기간 시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문제에) 신속히 조치하겠다고 했지만, 이후에도 시정명령과 강제이행금 부과를 돈으로 때웠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다가 총리 (후보자) 지명 이후 뒤늦게 철거에 나섰다"라며 “책임 있는 공직자의 모습이 아닌, 국민 눈높이에 맞춘 급조된 면피성 조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를 향해 '슈퍼 다주택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한 후보자 본인 명의 재산은 부동산 30억6648만원, 예금 103억2387만원, 주식 20억6583만원 등 총 250억882만원이다. 이 중 한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단독주택(15억원)과 경기 양평군 양서면(6억3000만원) 단독주택을 보유했다. 경기 양주시 광사동에 소재한 단독주택은 지분 10분의 1(697만원)도 보유했다. 지난해 재산 신고에 포함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는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약 30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한 후보자는 본인에게 제기된 신상 문제에 대해 국민 앞에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상응 조치를 적극 취하고 있다"고 옹호했다. 그는 국민의힘을 향해 “본말전도식 흠집내기를 중단하라"고 부연했다. 한편, 한 후보자는 이달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주택 처분 계획이 있나'는 질문에 “지금 계속 진행 중으로, 계속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 측의 다주택 관련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청문회 때 또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이재용 “이탈리아, 삼성에 특별...밀라노 가구쇼 영감 원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국내 대표 기업인들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한-이탈리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에 참석해 이탈리아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12일(현지시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을 소개했다. 이번 행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이탈리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열렸으며, 양국 정부, 경제계 인사 42명이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성김 현대자동차 사장, 김동춘 LG화학 사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문재영 HD건설기계 사장, 김종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탈리아 측에서는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 조르조 마르시아이 이탈리아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핀칸티에리,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 이탈리아, 스파클, 에니라이브, 페라리, 키코 밀라노 등이 참석했다. 양국 기업인들은 인공지능(AI), 항공우주 등 첨단산업, 재생에너지 등 분야에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탈리아는 삼성에게 특별한 국가"라며 “밀라노 가구쇼 등은 놀라운 영감의 원천이 됐고, 삼성의 최고 디자인책임자도 이탈리아 출신"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과학 강국인 이탈리아와 기술 혁신의 한국이 힘을 합치면 다양한 첨단산업 분야에서 협력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는 페라리 전기 스포츠카 '페라리 루체'에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4종을 단독으로 공급한다. 해당 패널은 운전석 앞 드라이버 비너클, 공조시스템과 미디어 기능을 제어하는 중앙 제어 패널, 뒷자석 제어 패널 등에 탑재된다. 구자은 LS 회장은 최근 이탈리아와 협업 성과를 소개하며 “이탈리아와 전력 인프라 분야에서 실질적 성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친환경 소재, 에너지 인프라 등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양국 경제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기업인들도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제안에 화답했다.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은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시장이자 고향과 같은 국가"라며 “전통적인 럭셔리카 진출 외에도 전동화, 디지털화에서 한국과 공동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협업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존 엘칸 페라리 회장은 이재용 회장과 27년 된 친구 사이다. 이 회장은 과거 페라리의 사외이사를 지낸 바 있다. 기업인들의 발언이 끝나고 이재명 대통령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한국과 이탈리아가 함께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정책을 건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개별 부처가 처리하기 어려운 건의는 대통령 정책실로 직접 해달라"고 당부했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장동혁, 김민석에 “재선거 논의하자”...여당 “구태 중단하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 ·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김민석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에 회동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투표용지 사태를 이재명 정부 흠집내기용 정쟁으로 악용하고 있다"라며 “구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장동혁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쌍둥이 득표가 전국적으로 869건이나 나왔고, 세쌍둥이 득표도 15건이나 발견됐다"라며 “그런데도 선관위 진상규명위원회는 아예 조사 대상에서 배제했고, 선관위는 '확률적으로 가능하다'라는 말만 반복한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할 확률이 약 0.35%다"라며 “확률적으로 가능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고, 정말로 우승한다면 우리는 그걸 '기적'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전북에 이어 경기교육감 선거에서도 1700여표가 누락됐다"라며 “후보별 득표를 거꾸로 입력한 것도 발견됐다"고 했다. 그는 “전국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당장 특검을 출범시켜야 한다"라며 “김민석 총리는 선관위 해체까지 주장했고, 정청래 대표는 특검에 동의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오늘이라도 만나서 재선거와 특검을 논의하자"며 “형식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3자 회동'도 좋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번에도 다수 의석으로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큰 오산"이라며 “이미 잠실을 넘어 전국에서 민심이 들끓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국민 참정권 보호에 국회가 온 힘을 모아야 할 시점에 (국민의힘이) 국가적 사태를 이재명 정부 흠집 내기용 정쟁으로 악용한다"라며 “구태를 즉각 중단하고 자중하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은 소모적인 공세를 멈추고, 부정선거론에 동조하거나 재선거를 요구하는 당내 난맥상부터 정리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변인은 “선관위가 야기한 국민참정권 침해는 기구의 존립 의무를 다하지 못한 명백한 잘못이지만, 그것이 부정선거론자 주장의 정당화 근거는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이번 사태를 바로잡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8·17 전대 앞두고 호남 찾은 정청래…대구 누빈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8·17)를 두 달여 앞두고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가 나란히 지방 행보에 나서며 묘한 신경전을 연출했다. 정 대표는 12일 광주를 찾아 5·18 참배와 현장 최고위를 잇달아 소화하며 연임 의지를 사실상 내비쳤다. 김 총리는 11일 '보수의 심장' 대구를 방문해 실용·통합 노선을 부각하며 당권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12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방명록에 “내란 잔재 청산!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라고 적었다. 이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남·광주 현장 최고위에서는 “당정청이 원팀, 원보이스로 똘똘 뭉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호남은 민주당의 부모님 같은 존재"라며 “지방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받들겠다"고도 했다. 정 대표의 잇따른 호남 행보는 당내에서 노골적인 전대 포석으로 읽히고 있다. 지난 9일 비공개로 전북 사찰을 찾은 데 이어 이번이 지방선거 이후 두 번째 호남 방문이다. 호남은 수도권 다음으로 전당대회 권리당원 수가 많은 지역이다. 11일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정 대표 면전에서 지선 책임론과 함께 전대 전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 직후 나온 행보여서 주목도가 높아졌다. 정 대표는 연임 도전 여부에 대해 “각자 알아서 판단하시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현장 최고위에서는 계파 간 공방이 다시 불거졌다. 비당권파인 황명선 최고위원은 “지선 실패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많은 분들이 '뻔뻔한 지도부'라고 비판한다"고 직격했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정 대표의 발언을 정조준해 “국민과 당원은 영원하지만 당권은 짧다"고 맞받았다. 반면 당권파인 문정복 최고위원은 “어떤 말과 행보도 당무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오해받아서는 안 된다"며 유력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 총리를 겨냥해 “대통령 순방 중 국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으면서 연이틀 당선자 워크숍에서 축사하고 사진을 찍는 것이 급박한 업무는 아니다"라고 했다. 김 총리는 11일 대구 북구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서구 그냥드림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했다.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의를 표명한 뒤 오히려 정부청사와 국회, 지역 현장을 바쁘게 오가는 모양새다. 그는 “대구가 축적해온 로봇산업 기반에 AI 기술이 더해지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었다. 전날에는 반도체 해외 공장 검토 기사를 SNS에 공유하며 “'한국에서 안 되면'이 아니라 '어떻게 한국에서 되게 할 것인가'를 가지고 기업과 정부, 정치가 대화해야 한다"고 적었다. 김 총리가 '보수 심장' 대구를 택한 건 지역·이념을 가리지 않는 통합 후보 이미지를 선점하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그는 사의 표명 글에서 “민주당의 교훈은 당정일체와 민생실용 확장 노선만이 성공과 연속의 길"이라고 밝히며 이 대통령 노선의 계승자임을 자임했다. 친명 색채를 강조하면서도 실용·통합을 앞세워 외연 확장을 꾀하는 전략이다. 실제로 김 총리는 공식 일정 전후로 대구 지역 민주당 지방선거 당선인 및 출마자들과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대구지만, 험지 당원들의 상징성과 결집력이 전대 국면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는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쥔다는 점에서 당권 주자 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대표는 호남 권리당원을 확보하며 현직 프리미엄을 극대화하려는 것이고, 김 총리는 친명 적통 구도를 조기에 굳히려는 것"이라며 “두 사람의 지방 행보 경쟁은 전대가 가까워질수록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대전 공장 사망사고에”…정부, 2년간 전국 공장 19만동 조사

정부가 올해부터 2년 간 전국 총 19만동 공장과 창고 대상으로 화재안전 실태조사에 나선다. 최근 대전 안전공업 화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폭발사고 등으로 노동자 사망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정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공장·창고 화재안전 실태조사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다음 주부터 4주간 경기도 내 공장 100여동에 대해 화재안전 시범조사를 실시한다. 이어 올해 말까지 위험물 취급 공장 4만동을 점검하고, 내년 말까지 15만동에 대한 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조사 대상은 전국의 연면적 500㎡ 이상 공장·창고다. 위험물 보관소와 고위험 사업장은 규모와 관계없이 조사한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로 구성된 합동조사반과 건축사, 소방기술사 등 민간 전문가도 함께한다. 고위험 시설은 전문가 중심으로, 일반 시설은 청년 인력을 활용해 조사할 방침이다. 조사반은 건축과 소방, 산업안전 전 분야에 대한 화재 취약성, 법규 위반 여부 등을 점검한다. 위반 건축물 여부, 스프링클러와 소화전 설치 상태, 위험물 취급 여부, 전기·화학안전 관리 실태 등이 집중 점검 요소다. 정부는 불법 증축 등 위반 사항과 안전관리 미흡 사항 적발 시 현장에서 즉시 시정 조치할 방침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장과 창고에 대한 안전관리 체계도 개선한다. 지난 3월 대전에서 발생한 안전공업 화재로 노동자 14명이 사망했다. 이달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사고로 5명이 숨졌다. 아울러 정부는 '제2 반도체' 육성의 일환으로 차세대 전력반도체 상용화 기술 로드맵을 이달 중 완료하기로 했다. 최근 인공지능(AI), 전기차, 전력망 고도화 등으로 전력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비해 정부는 차세대 전력반도체 상용화 목적의 대형 연구개발(R&D) 사업에 착수한다. 전력 반도체는 전력을 변환·제어하는 핵심 부품으로 전기차, 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 산업용 전력기기 등에 활용된다. 전력 효율이 미래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조기 상용화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오는 9월 소형모듈원자로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현재 차세대 전력반도체와 소형모듈원자로 포함, 스마트농업, K-뷰티 등 15개 분야를 초혁신경제 프로젝트로 선정해 추진 중이다. 구 부총리는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수요기업과 연계한 대형 R&D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계획"이라며 “초혁신경제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 지원해 '제2, 제3의 반도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재갑 안동시의원, 36년 무소속 정치 마침표…더불어민주당 입당 선언

“정당보다 안동의 미래 선택…정부·여당과 협력해 지역 발전 이끌겠다"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전국 최초 10선 기록을 보유한 안동시의회 이재갑 의원이 12일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공식 선언하며 36년간 이어온 무소속 정치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경북 안동시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랫동안 지켜온 정치적 신념보다 시민의 삶과 안동의 미래를 먼저 선택하기 위해 민주당에 입당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1991년 지방의회 출범 이후 시민들의 선택을 받아 의정활동을 이어온 이 의원은 지방의원은 중앙정치의 대리인이 아닌 주민의 대변자여야 한다는 소신 아래 줄곧 무소속으로 활동해 왔다. 특히 전국 최초 10선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안동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의원은 이날 입당 선언문을 통해 “정치는 권력이 아니라 지역을 위한 봉사였고, 정당보다 주민이 먼저였다"며 “무소속의 길은 때로 외롭고 힘들었지만 시민들의 신뢰 덕분에 지금까지 걸어올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도 안동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 산업기반 약화, 청년 유출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새로운 변화와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안동은 경북 북부권 중심도시이자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안동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결정적인 시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안동 출신인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고향 안동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입당 배경을 설명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께서 '내 고향 안동'을 여러 차례 언급하고, 안동을 국가적 무대의 중심에 세우기 위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대통령의 고향 지역구 의원으로서 안동 발전에 힘을 보태고 정부·여당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지역 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때가 아니라 지역 발전의 동력을 확보해야 할 시기"라며 “무소속이라는 이름을 지키는 것보다 안동 발전의 기회를 살리는 것이 더 큰 가치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최근 안동 지역에서 불거진 각종 시정 논란과 측근 비리 의혹, 사법 문제 등을 언급하며 “시민들에게 실망과 우려를 안겨준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 안동에 필요한 것은 변명과 책임 회피가 아니라 변화와 혁신"이라고 주장했다. 또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무너진 지역의 자부심을 다시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36년 의정 경험과 10선 의원으로서의 책임감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와 지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 입당은 특정 정파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안동 발전을 위한 결단"이라며 “앞으로도 정파를 떠나 지역 발전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입당 발표 직후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행보 변화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한 지지자가 '무소속 이재갑을 지지했지 민주당 이재갑은 지지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열 번이라도, 백 번이라도 만나 제 진심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선택한 길이 결국 안동 발전을 위한 길이라는 점을 시민들께서 이해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앞으로도 시민만 바라보며 의정활동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입당으로 지역 정가에서는 오랜 기간 무소속을 고수해 온 이 의원의 정치적 결단이 향후 안동지역 정치 지형과 지방선거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돈 없다고 금융까지 막혀서야”...금융기본권 논의 첫발

금융을 복지의 영역이 아닌 '권리'의 영역으로 재정의하려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이른바 '금융기본권' 개념을 제도화하기 위한 연구 조직이 공식 출범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1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제2차 국민의 금융기본권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금융기본권 연구단 출범식을 개최했다. 연구단은 향후 국민기초금융보장법 제정과 금융기본권 제도화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이날 행사에서는 취약계층 채무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강력한 지원 장치도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한재준 인하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현행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제도가 채권자의 자율 동의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상환 능력이 사실상 없는 극취약 채무자의 경우 직권 면책 제도를 별도로 마련해 기본권 보호의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채무상담이 채무 규모 파악과 채무조정 신청 안내에 집중돼 있는 만큼 복합지원의 통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논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출범한 연구단은 금융기본권연구분과, 데이터분석분과, 정책기획분과, 대외협력분과 등 4개 분과로 구성됐다. 각 분과장은 임정하 서울시립대 교수, 유경원 상명대 교수, 한재준 인하대 교수, 강경훈 동국대 교수가 맡는다. 김은경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겸 서민금융진흥원장은 기념사에서 “금융은 이제 시혜적인 '보호'의 대상을 넘어,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로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서비스 접근이 차단되는 문제를 단순한 경제적 불이익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 훼손되는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이 현대 사회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은 만큼 누구나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연구단이 제시한 금융기본권은 모든 국민이 금융서비스를 공정한 조건에서 이용하고, 생활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을 확보할 권리를 의미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헌법상 권리 개념을 구체화한 국민기초금융보장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연구진은 현행 서민금융법이나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지원 중심의 성격이 강해 권리 보장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복지 정책을 시혜에서 법적 권리로 전환한 사례를 주요 참고 모델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기본권의 핵심 요소로 ▲금융 접근권 ▲금융 생존권 ▲자립권 ▲재기권 ▲자산형성권 등 5가지를 제시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 체계로는 기초상담·채무상담, 기초보험, 기초대출, 기초저축 등 4대 기초금융을 제안했다. 재원 조달 방안과 관련해서는 금융권 전반의 사회적 책임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사들이 저신용자를 배제함으로써 생긴 반사적 이익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향후 금융투자업권과 가상자산 사업자까지 참여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준조세' 논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관련 재원 마련의 법적 근거는 국민기초금융보장법을 통해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권 움직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는 8월 관련 법안 발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입법 지원을 위한 별도 지원단 구성도 검토되고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신용회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 간 기능이 분산돼 있는 현 체계에 대해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채무조정과 서민금융 지원 기능을 보다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방향의 통합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지만, 구체적인 추진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李대통령, “초과이익 분배론…기본소득 도입이 대안될 수도”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으로 창출되는 막대한 부의 분배 방안과 관련해 기본소득 도입 가능성을 10일(현지시간) 언급하면서 '초과이익 분배론'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유럽을 순방 중인 이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AI발 호황이 이어지더라도 새로 창출된 부를 어떻게 공평하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어려운 질문이 제기될 것"이라며 “초과이익의 일부를 국민에게 분배하기 위해 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메커니즘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반도체 제조 기업들이 국가의 덜 개발된 지역에 공급망을 구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호남 지역 신규 반도체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는 즉각 맥락 설명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막대한 초과이익을 창출하는 산업들의 부상이 기존 조세·분배 체계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해 기본소득을 도입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을 뒷받침하는 방안이 매우 유용한 정책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정 기업이나 사안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AI 시대로의 대전환 과정에서 자본주의 시장 질서의 지속과 유지를 위해 언젠가 직면할 수 있는 시대적 과제에 대해 한 말씀"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초과이윤 분배 문제와 관련해 신중론을 함께 피력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우리나라가 먼저 초과이익을 떼어내면 기업들이 다 탈출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기본소득이 전 세계적 공통 의제가 곧 되겠지만, 그 이전 단계에서는 초과이윤 처리 문제에 대해 매우 신중히 논쟁해야 한다. 국제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초과이익 분배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1일 김용범 정책실장은 페이스북에서 “AI 인프라 시대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며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확보한 초과세수를 '국민배당금'이라는 이름 아래 사회에 분배하자는 논리를 폈다. 이 발언이 논란으로 번지자 이 대통령은 같은 달 13일 일부 언론의 해석에 대해 직접 반박했다. 재계에서도 관련 논의에 반응이 나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9일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한일 특별세션' 참석 후 특파원들과 만나 “저희의 목적은 이해관계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이해관계자에는 주주도 있고, 저희 구성원들도 있고, 다른 회사나 비즈니스 파트너도 있다. 넓게 보면 국민 전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SK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행복을 나눠주는 방법은 세금을 많이 내는 상황도 있고,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도 중요한 얘기"라며 “초과이익이 어디로 어떻게 갈 거냐, 몇 퍼센트를 어떻게 할 거냐는 답하기 어렵지만, 적당하게 모든 곳에 골고루 잘 갈 수 있게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대통령 ‘대체불가 韓’ 유럽 행보…‘반도체·AI·방산·에너지’ 협력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2년차 첫 순방지로 '유럽의 수도' 벨기에 브뤼셀을 택해 집권 2년차 국정 비전인 '대체불가 대한민국'의 글로벌 행보를 본격화했다. 10일(현지시간) 한·벨기에 정상회담과 한·EU 정상회담을 연달아 소화하며 반도체·AI·방산·에너지 등 전략산업 전방위에 걸친 협력 확대를 이끌어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초격차 산업 강국'을 4대 국정 목표의 첫 번째로 내건 바 있다. 4억5000만 명 규모의 시장과 GDP 18조 유로를 기반으로 세계 규범을 주도하는 EU와의 협력 강화는 그 첫 포석이다. 반도체 외교의 첫 번째 거점은 벨기에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바르트 더 베버르 벨기에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유럽 최대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 아이멕(IMEC)을 통한 협력 확대를 핵심 의제로 다뤘다. 현재 아이멕에는 150여 명의 한국인 연구진이 나노·반도체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이 대통령은 “아이멕을 통한 양국 간 연구 협력이 지속 확대돼 미래 반도체 기술 발전에 따른 혜택을 함께 누리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더 베버르 총리도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을 둔 한국과의 협력은 벨기에에도 유익한 일"이라며 부처 차원의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반도체 협력의 전선은 EU 차원으로도 넓어졌다. 이 대통령은 앞서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 핵심광물 공급망 공동 대응과 정보체계 공유에 합의했다.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한-EU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AI 수요 급증에 따른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겨냥한 포석이다. AI 분야에서는 규범 선점과 기술 협력이라는 두 방향에서 동시에 성과를 거뒀다. 한-EU 정상회담에서는 디지털 경제 전반을 포괄하는 디지털 통상 협정(DTA) 논의가 진전을 이뤘다. 2011년 체결된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상품·서비스 교역에 집중됐다면, DTA는 AI·데이터·플랫폼 등 디지털 산업 전반의 새 규범을 함께 설계하는 것으로 지난해 한-EU 총 교역액 1329억 달러(180조 원)에 달하는 경제 관계를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하는 기반이 된다. 이 대통령은 공동 언론발표에서 “AI·양자 기술 등 분야에서 공동 연구와 연구자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며 “양측 미래 산업의 혁신 역량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EU 고위급 경제대화 출범도 AI·디지털 산업 분야의 정책 공조를 제도화하는 의미를 갖는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이번 고위급 대화가 “외부 충격으로부터 회복력을 강화하고 전략적 취약성에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방산 협력의 핵심은 이탈리아다. 이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부터 13일까지 이탈리아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하며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잇따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방문에서는 반도체·항공우주·에너지·바이오 분야 기업들이 참여하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과 함께 기초과학·우주·방산 분야 협력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양국 관계의 중장기 청사진이 될 '2026~2030 한·이탈리아 전략적 행동계획'도 이번 방문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한국의 EU 내 4대 교역국이자 G7·G20 핵심 멤버인 이탈리아는 제조업 중심 수출경제와 해양·대륙을 잇는 지리적 조건 등 한국과 구조적 유사성이 높아 방산 협력의 실질적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벨기에에서도 안보 협력의 물꼬를 텄다. 2024년 체결된 한-EU 안보·국방 파트너십(SDP)을 바탕으로 이번 회담에서 정보보호협정 협상 논의가 시작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EU 안보·방산 협력 틀이 구체화되면서 한국 방산업계의 유럽 시장 진출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며 “대(對)유럽 방산 수출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한-EU 고위급 에너지 대화 출범을 통해 소형모듈원자로(SMR)·해상 풍력·수소 등 청정에너지 전 분야를 아우르는 협력 구조가 만들어졌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이번 협력은 청정 에너지 생산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며 SMR 등 원자력 협력을 주요 과제로 직접 제시했다. 이 대통령도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 철강업계에 부담 요인으로 꼽혀온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협의 지속 방침도 공동성명에 담겼다. CBAM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수입품에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한국 철강업계는 제도 본격 시행 시 수출기업들의 비용 부담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EU가 추진 중인 CBAM 등 규제 입법이 EU의 경쟁력 강화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우리 측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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