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을 복지의 영역이 아닌 '권리'의 영역으로 재정의하려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이른바 '금융기본권' 개념을 제도화하기 위한 연구 조직이 공식 출범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1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제2차 국민의 금융기본권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금융기본권 연구단 출범식을 개최했다. 연구단은 향후 국민기초금융보장법 제정과 금융기본권 제도화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이날 행사에서는 취약계층 채무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강력한 지원 장치도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한재준 인하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현행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제도가 채권자의 자율 동의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상환 능력이 사실상 없는 극취약 채무자의 경우 직권 면책 제도를 별도로 마련해 기본권 보호의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채무상담이 채무 규모 파악과 채무조정 신청 안내에 집중돼 있는 만큼 복합지원의 통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논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출범한 연구단은 금융기본권연구분과, 데이터분석분과, 정책기획분과, 대외협력분과 등 4개 분과로 구성됐다. 각 분과장은 임정하 서울시립대 교수, 유경원 상명대 교수, 한재준 인하대 교수, 강경훈 동국대 교수가 맡는다. 김은경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겸 서민금융진흥원장은 기념사에서 “금융은 이제 시혜적인 '보호'의 대상을 넘어,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로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서비스 접근이 차단되는 문제를 단순한 경제적 불이익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 훼손되는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이 현대 사회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은 만큼 누구나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연구단이 제시한 금융기본권은 모든 국민이 금융서비스를 공정한 조건에서 이용하고, 생활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을 확보할 권리를 의미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헌법상 권리 개념을 구체화한 국민기초금융보장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연구진은 현행 서민금융법이나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지원 중심의 성격이 강해 권리 보장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복지 정책을 시혜에서 법적 권리로 전환한 사례를 주요 참고 모델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기본권의 핵심 요소로 ▲금융 접근권 ▲금융 생존권 ▲자립권 ▲재기권 ▲자산형성권 등 5가지를 제시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 체계로는 기초상담·채무상담, 기초보험, 기초대출, 기초저축 등 4대 기초금융을 제안했다. 재원 조달 방안과 관련해서는 금융권 전반의 사회적 책임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사들이 저신용자를 배제함으로써 생긴 반사적 이익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향후 금융투자업권과 가상자산 사업자까지 참여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준조세' 논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관련 재원 마련의 법적 근거는 국민기초금융보장법을 통해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권 움직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는 8월 관련 법안 발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입법 지원을 위한 별도 지원단 구성도 검토되고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신용회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 간 기능이 분산돼 있는 현 체계에 대해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채무조정과 서민금융 지원 기능을 보다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방향의 통합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지만, 구체적인 추진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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