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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과잉 생산' 등 추가 관세 결정 전인 이달 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에너지 분야인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유력 사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예정에 없이 긴급 미국을 찾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미국과 합의한 15% 이내 상호관세 관철을 위해 이달 말 대미 투자 발표를 목표로 막판 조율에 나섰다. 18일 산업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번 방미 기간 하워드 러트닉 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과 만나 대미 투자 프로젝트, 관세 문제 등을 논의한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도착한 김 장관은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 관련 “8월 말 발표를 목표로 어떻게 해서든 해결해 보려고 왔다"고 밝혔다. 그는 “막판이 되면서 실무적으로 다양한 구체적인 쟁점들이 나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미국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는 조선 협력에 투자하기로 했다. 현재 양국은 나머지 2000억 달러의 투자 이행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이다. 정부는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텍사스주 엔시날에 약 6.4기가와트(GW)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투자 프로젝트 선정 시 '상업적 합리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 등 미국 내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발전소 건설은 안정적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력 사업으로 급부상했다. 정부는 아직 사업 내용과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김 장관이 미국 정부와 막판 조율을 밝힌 만큼 이달 내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대미투자 1호 사업으로 요구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산업부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대미 전략투자 1호 후보 프로젝트로 반도체를 논의 중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관세 협의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미국의 추가 관세 결정 전에 대미 투자 1호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달 한국 포함 주요 60개국에 강제노동 관련 12.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 금지 조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현재 USTR은 과잉생산 관련 조사도 진행 중이다. 상대 교역국의 제조업 등 산업별 보조금과 수출 확대를 위한 지원으로 미국 산업이 피해를 본 점이 입증되면 이를 '과잉생산'으로 규정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도다. 이번 달 발표가 예정돼 있는데 조사 결과에 따라 강제노동 12.5%에 이어 관세가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국산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가 양국 합의 수준인 15%를 넘어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미국 정부는 우리 정부의 대미 투자 지연을 이유로 관세 인상을 압박해 왔다. 지난주 미국 상무부는 “투자를 서두르지 않으면 합의된 상호관세(15%)를 인상하겠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정부가 이달 말 대미 투자 발표를 목표로 막판 협의에 나선 것도 미국의 추가 관세 압박 등 통상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미 투자 프로젝트 발표 전에 추가 관세가 먼저 발표되면 협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미국이 지난해 관세율 15% 상한 합의를 지키겠다고 했지만 예단하지 않고 협의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의 공백으로 통상 협상 과정에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여 본부장의 경질 관련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한미 관세 협상과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현재 산업부는 박정성 통상차관보 주재로 비상 업무 체계를 가동 중이다. 김 장관은 “여 본부장이 비관세 분야와 자유무역협정(FTA) 쪽을 많이 챙겨왔지만 (개인이) 다 챙긴 것은 아니다"며 “협상은 개인이 아닌 전체 조직이 같이하는 것이어서 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與 “용산 어린이정원에 청년임대”…오세훈 반대에도 특별법 처리 수순

8·13 주택 공급대책의 후속 논의가 용산공원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용산공원 부지 일부에 청년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다. 서울시는 용산공원 조성 과정에서 지켜온 공원 보존 원칙을 뒤집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캠프킴 등 복합시설조성지구의 고밀 개발을 위해 공원·녹지 관련 기준을 완화하고, 용산 어린이정원 부지 등에 청년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용산공원은 전체 면적이 약 300만㎡(약 90만7000평)인 대규모 도심 공원녹지로, 특별법에 근거해 관리되는 국가공원이어서 주택을 지으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도심 핵심 지역에 주택 공급을 늘려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도시정비법·공공주택법 등과 함께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을 20일 본회의 처리 대상 법안으로 거론했다. 서울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용산공원 특별법을 제정한 것은 노무현 정부였고, 문재인 정부 때도 공원 본체 보존 원칙은 지켜졌다"며 “이제 와서 공원에 주택을 짓겠다는 것은 20년간 이어져 온 국가적 개발 철학을 스스로 뒤집는 일"이라고 말했다. 용산공원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시각차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용산공원 본체는 개발하지 않고 역사·생태·문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도심 내 가용 부지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개정안 처리 예정일인 20일에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회동도 예정돼 있다. 주택 공급 확대와 용산공원 보존을 놓고 양측의 입장이 맞서는 상황에서 국회가 법 개정에 나서면서 회동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윤덕 장관은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용산 어린이정원을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에 관한 질문에 “어린이정원이라고 하면 좁은 개념이고 용산공원 전체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토 대상 부지를 어린이정원으로 한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김민석 ‘포섭’·장동혁 ‘단속’…개헌 필요조건, ‘국힘 10표’ 경쟁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에 김민석 신임 당 대표가 취임하면서 정치권이 개헌 국면으로 들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단축 감수 4년 중임제 개헌' 의지를 여당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개헌에 속도를 낼 배경에는 시간적 한계와 정국 주도권 상실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차기 총선(2028년 4월)까지 남은 시간은 1년 6개월 남짓인데, 40%대 초반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는 국정 지지율을 고려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정권의 국정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도권발 부동산 위기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서울 시내 주요 재건축 단지 이주 수요와 맞물린 전세난이 추석 직후나 내년 초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제 지표 불안정성까지 겹친 상황에서 대형 악재가 본격화하기 전에, 개헌이라는 초대형 의제로 정국을 전환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역학 구도 역시 조기 개헌 추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공천과 컷오프를 둘러싼 계파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현역 의원과 원외 경쟁자 간 충돌, 친명·비명 간 신경전이 본격화돼 당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에, 지도부가 개헌이라는 큰 의제를 띄워 당내 시선을 모으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민석 대표는 지난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연임이든 중임이든 두 번은 할 수 있게 해서 (국정 운영에 대한) 안정성을 갖게 하자는 데 동의한다"며 “개헌이 된다면 (이 대통령) 본인 임기를 조금 줄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의미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헌법 개정은 대통령 또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로 시작되며, 국회 의결에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재적 300명 기준으로 200표다. 민주당(161석)을 비롯한 범여권 의석만으로는 이 문턱을 넘기 어려워 국민의힘(109석)에서 최소 10명 안팎의 찬성표를 끌어와야 개헌안 통과가 가능한 구조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내각제를 선호하는 국민의힘 의원 10여 명과 골프 회동을 갖고 의사를 타진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이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개헌 정국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개헌 논의에 대해 이 대통령의 연임 포기와 재판 재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우선돼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국민들께 '연임은 없다', '내 임기는 5년으로 끝난다'는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은 일체의 개헌 논의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3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만나 여권발 개헌 논의에는 불응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장 대표로선 소속 의원들의 이탈표를 막는 동시에 신임 여당 지도부를 견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대통령 4년 중임제 자체에 공감하는 국민의힘 의원이 있더라도, 권력구조나 선거제도 개편 등 다른 쟁점까지 함께 논의될 경우 부정적일 수 있다. 반대로 민주당이 국민의힘 의원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절충안을 제시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에 “개헌은 국민적 대업이다. 그동안 연성 의제나 선관위 개편을 명목으로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을 비켜갔지만, 향후 개헌론은 권력구조를 빼고 논할 수 없다"며 “2028년 총선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로의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데 정략적 관점에서 거론되면 국민들이 그 진정성을 신뢰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복권기금, 성과따라 지급 “취약계층 지원”…35% 의무배분 폐지

앞으로 복권 수익금은 12% 가량의 지방자치단체, 제주도 배분금을 뺀 나머지는 성과와 사업 수요에 따라 쓰이게 된다. 이를 통해 취약계층 복지나 재난 지원 등 공익사업에 복권 수익금이 활용될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기획예산처는 18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6차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복권 및 복권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라 복권 수익금의 35%를 기존 복권발행기관 등에 의무적으로 나눠주던 법정배분 제도가 20여년 만에 바뀐다. 지난 2004년 복권법이 제정될 당시 정부는 복권발행기관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복권 수익금의 35%를 10개 기금·기관 등에 의무 배분했다. 이후, 각 기관의 재정 상태나 사업 수요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재정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10개 법정배분 대상 중 지자체와 제주도를 제외한 8개 기금·기관에 대한 법정 배분을 폐지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진흥기금과 국민체육진흥기금, 근로복지진흥기금, 중소벤처기업창업 및 진흥기금, 국가유산보호기금,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산림환경기능증진자금,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등 8개 기관의 사업은 공익사업으로 전환된다. 앞으로 8개 기관들은 수익금을 자동으로 지급받지 않고, 다른 공익사업처럼 사업 필요성과 성과 등을 평가받아 재원을 배분받는다. 다만, 지자체와 제주도는 지방재정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각각 약 6%, 총 12% 수준의 기존 법정 배분이 유지된다. 기획처에 따르면 올해 복권기금 사업 규모는 총 3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5% 증가했다. 이 중 35%인 약 1조1000억원은 10개 기관에 배분된다. 나머지 약 2조3000억원은 저소득층의 주거나 복지 지원 등 공익사업에 쓰인다. 기획처 관계자는 “지금까지 법정배분에 따라 사업의 성과가 낮더라도 정해진 금액을 지급해야 했다"며 “앞으로 성과와 수요가 높은 사업 쪽으로 탄력적 배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처는 이번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정기국회 내 통과를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통합·민생·총선…민주당 ‘김민석호’ 출범, 최우선 과제는

더불어민주당이 김민석 신임 당대표를 중심으로 한 '김민석 체제'로 전환했다. 김 대표는 8·17 전당대회(전대)에서 정청래 후보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당권을 거머쥐었지만, 전대 과정에서 양측의 경쟁이 치열하게 이어진 만큼 출범과 동시에 '당내 통합'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특히 김 대표가 전대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정 후보 측 당원과 당내 세력을 얼마나 끌어안느냐가 새 지도부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집권여당 대표로서 이재명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개혁입법과 민생정책에서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지, 2028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에서 당내 갈등을 어떻게 관리할지 등 향후 리더십을 가늠할 변수도 적지 않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대표는 전날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대에서 최종 득표율 54.08%를 얻어 정 후보(45.92%)를 꺾고 승리했다. 김 대표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했지만 선호투표를 통한 결선에서 정 후보를 제치고 당권을 거머쥐었다. 이번 당대표 선거는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를 합산해 순위를 정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국무총리를 지내는 등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김 대표는 이번 전대에서 '당정 일치'를 전면에 내세워 정 후보와 차별화를 꾀해왔다. 다만 압도적인 표차로 경쟁자를 따돌린 결과라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전대 과정에서 형성된 당내 긴장과 경쟁 구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우선 과제로 꼽힌다. 8·17 전대는 신천지 경선 개입 의혹과 적통·파묘 논쟁 등으로 이례적으로 과열되면서 후보들은 물론 당원들 사이의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후보 간 윤리위 제소 공방과 '전화방' 불법 선거운동 의혹 등이 잇따르면서 갈등이 격화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전날 전대 영상 축사에서 “이대로 가면 큰일"이라며 “경쟁이 당을 분열시켜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김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승리 이후의 '통합'이다. 당대표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한 당원들을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기보다는 경쟁 후보를 지지했던 당원과 의원들을 아우르는 통합형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 후보 측 지지층을 어떻게 대할지가 중요하다. 당대표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전대 과정에서 형성된 계파적·정치적 구도가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새 지도부의 인선과 당직 배분,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특정 세력이 배제된다는 인상을 줄 경우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대표도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정청래·송영길이 함께 뛸 것이다. 제가 그 장을 넓게 열고 함께 모시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와의 당정관계 설정도 과제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전대 과정에서 정청래 전 지도부가 이재명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는 취지로 공격하며 '당정 일치'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당대표가 된 이후에는 이를 실제 국정 운영에서 어떤 형태로 구현할지가 새로운 과제가 됐다. 김 대표는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당청 관계, 당정 관계는 국정의 중심인 대통령과 정부를 지원하는 전면 협력의 창조적 수평 관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지지도 하락에 따른 여당의 책임론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주요 과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취임 뒤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웃도는 '데드크로스'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다른 연령대에 견줘 현 정부에 상대적으로 냉담한 2030세대의 민심을 돌리는 것 역시 녹록지 않은 과제다. 여기에 개혁입법과 민생정책에서의 성과도 김민석 체제의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검찰개혁 등 각종 개혁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김 대표에게는 이를 넘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도 과제다. 부동산과 물가, 청년·주거 문제 등 민생 현안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당 지도부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국정과제와 민생정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낸다면 김 대표가 당내 통합을 넘어 안정적인 집권여당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당장 눈앞의 과제는 전대 후유증 수습이지만, 김 대표의 시선은 결국 2028년 총선까지 향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의 임기가 차기 총선을 준비하는 시기와 맞물리는 만큼 향후 공천 과정에서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이번 전대에서 나타난 당내 세력 구도가 향후 총선 공천 과정까지 이어질 경우 당대표에게는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당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공천 원칙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공천을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김민석 체제의 안정성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결국 김 대표에게 이번 당대표 당선은 당권 경쟁의 종착점이라기보다 새로운 시험의 시작에 가깝다. 전대에서 얻은 당권을 얼마나 빠르게 '통합된 당'으로 전환하고,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김민석 체제의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97개국 3,403편 몰린 AI 영상 공모전…해외 출품 1년 새 20배 이상 증가- 구미·포항·경산 산업 강점 결합…AI·VFX·게임 잇는 '산업형 영상제'로 차별화- 1500억 원 펀드 투자상담·글로벌 바이어 수출상담까지…창작에서 비즈니스로 확장-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인공지능(AI)이 영상 제작의 문법을 바꾸고 있다. 시나리오와 이미지 생성에서 영상·음향 제작, 시각효과(VFX)에 이르기까지 AI 활용 영역이 빠르게 넓어지면서 콘텐츠 산업의 진입 장벽도 낮아지고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개인과 기업이 세계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셈이다. 경상북도는 이 같은 산업 변화에서 지역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찾고 있다. 단순히 AI를 활용한 작품을 감상하는 영화제를 개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작자와 기업, 대학, 투자자, 해외 바이어를 하나로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 중심에 '경북 국제 AI·메타버스 영상제'가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영상제는 이제 경북이 추진하는 AI·가상융합 콘텐츠산업 전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무대로 변하고 있다. 특히 구미·포항·경산의 서로 다른 산업적 강점을 AI라는 하나의 축으로 묶어 '지역에서 창작하고, 투자받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경북도는 18일 도청 다목적홀에서 시·군 관계자와 영상제 조직위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9월 3일부터 5일까지 열리는 '2026 경북 국제 AI·메타버스 영상제'의 주요 프로그램과 중장기 발전 전략을 공개했다. ▲ 1075편에서 3403편으로…숫자로 확인된 '글로벌 확장성' 영상제의 성장 가능성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지표는 공모전이다. 올해 AI 영상 공모전에는 세계 97개국에서 3403편이 접수됐다. 지난해 1075편과 비교하면 출품 규모가 3배 이상으로 커졌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해외 참가다. 지난해 72편에 그쳤던 해외 출품작은 올해 1,587편으로 급증했다. 1년 만에 2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는 경북의 영상제가 국내 중심의 지역 행사에서 벗어나 해외 창작자들이 직접 작품을 출품하는 국제 AI 콘텐츠 무대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북도는 그동안 '메타버스 수도 경북'을 목표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해외 기관과 협력망을 확대해 왔다. 이러한 네트워크가 공모전 참여 증가로 연결되면서 영상제의 국제화 전략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 심사를 맡은 양경미 집행위원장은 3,403편의 작품을 심사한 결과 AI 영상이 단순한 기술적 실험을 넘어 새로운 창작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경북도의 목표는 더 크다. 현재 미국·중국·일본 등을 중심으로 구축된 협력망을 유럽 등으로 확대해 장기적으로 세계 15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 AI 콘텐츠 행사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구미는 AI, 포항은 VFX, 경산은 게임…도시 자체가 '콘텐츠 클러스터' 올해 영상제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변화는 개최 도시별 산업 특성을 더욱 분명하게 살렸다는 점이다. 행사는 9월 3일부터 5일까지 구미·포항·경산에서 펼쳐진다. 같은 행사를 여러 지역에서 나눠 개최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도시가 보유한 산업적 자산을 AI 콘텐츠와 결합하는 형태다. 구미에서는 AI와 가상융합산업을 중심으로 기업과 인재의 접점을 넓힌다.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지역 특성을 활용해 첨단기술과 콘텐츠의 융합 가능성을 찾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한다. 포항은 영화·광고 등 영상 콘텐츠에 활용되는 AI와 VFX 분야에 집중한다. 이를 지역의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확장해 새로운 거점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경산은 게임산업을 전면에 내세운다. 지역 게임기업과 대학, 청년 인재를 AI 기술과 연결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을 키운다. 어린이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한 세대가 AI를 활용해 자신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표현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결국 세 도시를 연결하는 공통분모는 AI지만 각 지역의 산업 기반에 따라 서로 다른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는 셈이다. ▲ '상을 주는 영화제'에서 '돈과 시장을 연결하는 산업 플랫폼'으로 경북도가 영상제의 차별화 전략으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산업화'다. 우수 작품을 선정하고 시상한 뒤 행사가 끝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발굴된 기업과 창작자가 실제 투자와 제작, 해외 진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단계를 연결한다. 구미에서는 AI 영상 공모전 본선 진출작 39편을 대상으로 총 1억 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대상에는 2,000만 원을 수여하고 우수 작품의 해외시장 진출도 지원한다. 포항에서 열리는 'AI 아트테크 어워즈'는 지난해 5월 이후 공개된 영화·드라마·광고 등의 우수 작품과 제작진, 배우를 선정해 총 1800만 원을 시상한다. 특히 수상 제작사에 문경 버추얼스튜디오 이용 기회를 제공한다. 수상이라는 일회성 성과를 실제 콘텐츠 제작으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경산의 '미니게임 콘테스트'에서는 우수 8개 팀에 총 1500만 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올해 처음 마련된 행사임에도 90개 기업이 참가하면서 게임산업 분야의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 여기에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투자와 수출 프로그램이 더해진다. AI 혁신기업의 기술·투자 발표회와 함께 K-컬처 콘텐츠 제작사를 대상으로 한 1500억 원 규모 펀드 투자 상담회가 마련된다. 경북 게임기업 수출상담회에는 중국 바이트댄스와 일본 세가 등을 포함해 해외 바이어 20개사가 참가할 예정이다. '작품 출품→수상→투자→제작→수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영상제 안에서 구현하겠다는 것이 경북도의 전략이다. ▲첨단기업 34곳 한자리에…관람객도 AI 산업 직접 체험 산업 전시 기능도 강화된다. 올해 'AI 첨단기업 전시관'에는 34개 기업이 참여한다. 지난해 23개사에서 11개사가 늘었다. 도내 기업 10개사를 비롯해 수도권 AI 기업들도 참가해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인다. 영상제를 기업 간 기술 교류의 장이자 일반 관람객에게는 최신 AI 기술을 직접 확인하는 체험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게임 분야에서는 도내 기업 12개사와 지역 4개 대학이 함께 전시·체험관을 운영한다. 단순 게임 체험에 머물지 않고 관련 교육과 진로 탐색까지 연결해 청소년과 대학생이 콘텐츠 산업을 미래 직업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지역 대학에서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 기업이 이들을 채용하거나 함께 사업을 추진하며, 성장한 기업이 다시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경우 영상제의 경제적 효과 역시 행사 기간을 넘어설 수 있다. ▲'아바타 2'부터 '오징어 게임'까지…세계 콘텐츠 기술 경북으로 글로벌 콘텐츠 제작 현장을 경험한 전문가들도 경북을 찾는다. 영화 '아바타 2'의 시각효과 기술을 담당한 최병국 KAIST 박사를 비롯해 '오징어 게임', '호프' 등 주요 작품의 비주얼 제작에 참여한 웨스트월드 손승현 대표, 류춘강 베이징 게임산업협회 회장 등 AI·VFX·게임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제작 현장에서 AI와 첨단 시각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경험을 공유하고 콘텐츠 산업의 변화와 향후 시장 방향을 짚는다. 영상제가 해외 작품을 불러오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기술과 인적 네트워크가 경북 기업·인재와 만나는 접점으로 기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관객을 위한 콘텐츠도 놓치지 않았다. 행사 기간 총 23차례에 걸쳐 작품 상영과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26 AI 영상 공모전 수상작을 비롯해 SIGGRAPH 애니메이션 수상작과 국내외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작품 등을 선보이며 창작자와 관객이 함께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관건은 '축제 이후'…경북에 산업이 남아야 한다 경북도가 그리고 있는 영상제의 최종 목적지는 관람객 숫자나 출품작 증가에만 있지 않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기업과 인재, 기술과 투자가 지역에 남는 산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공모전에서 발굴한 창작자와 기업에 투자·제작·해외 진출 기회를 연계하고 지역 대학과 기업을 중심으로 현장형 전문인력 양성을 확대한다. 문경 버추얼스튜디오와 같은 지역 콘텐츠 제작 기반에 AI·VFX 기술을 접목하고 산학연 공동 연구개발(R&D)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영상제를 통해 세계적인 작품과 인재를 경북으로 끌어들이고, 지역 기업이 이들과 협력해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며, 그 결과물이 다시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구조가 정착한다면 경북은 수도권 중심의 국내 콘텐츠 산업 지형에서도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올해 새롭게 구성한 조직위원회도 이러한 산업화와 국제화를 뒷받침한다. 경북도는 세이버파트너스 김세연 대표를 조직위원장으로 위촉하고 양경미 한국영상콘텐츠학회 회장을 집행위원장,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이사를 고문, 배우 원기준을 대외협력위원장으로 각각 위촉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출범 3년 만에 97개국에서 3403편이 출품되는 등 경북 국제 AI·메타버스 영상제가 독보적인 AI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AI 영상제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 영상제를 경북의 K-컬처를 세계에 알리는 창구로 활용하는 동시에 AI·가상융합산업 생태계를 국내 최고 수준으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AI 콘텐츠 시장을 둘러싼 세계 각국과 도시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기술과 자본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에서 경북의 도전은 결국 '지역에서도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과 창작자를 키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97개국 3403편이라는 숫자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출발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국제행사의 외형적 성장세를 지역 기업의 매출과 투자, 청년 일자리, 콘텐츠 제작과 수출이라는 실질적인 산업 성과로 연결하는 일이다. 오는 9월 열리는 세 번째 영상제는 그래서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선다. AI라는 새로운 창작 도구를 앞세워 경북이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한국 경제 이 정도였어?”...무디스, 韓 성장률 전망 1.8→3.5%

한국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5%까지 끌어올렸다. 불과 반년 전 1.8%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전망치를 두 배 가까이 높인 셈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무디스는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정기 검토를 마친 뒤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5%로 제시했다. 내년 성장률은 2.7%로 전망했다. 무디스의 전망은 국내외 주요 기관 가운데서도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달 말 집계한 8개 주요 투자은행(IB)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 평균은 3.2%로, 무디스 전망보다 0.3%포인트 낮았다. 무디스가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올해 들어 빠르게 달라졌다. 지난 2월 국가신용등급 보고서에서는 올해 성장률을 1.8%로 예상했지만 5월 글로벌 경제 전망에서 이를 2.5%로 높였고, 이후 석 달 만에 다시 1.0%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전망을 크게 끌어올린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 호조가 자리 잡고 있다. 무디스는 인공지능(AI) 확산 등에 따른 칩 수요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한국의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를 단기간에 대체할 수 있는 공급업체가 많지 않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에 따라 현재의 반도체 상승 사이클이 최소 2027년 중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수출 증가세도 이 같은 판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1~7월 상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늘었다. 무디스는 이 같은 수출 확대가 강력한 반도체 업황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정책 역시 한국 경제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무디스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주목하면서 정부가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 구조를 완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무디스의 판단이다.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이 비교적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성장 전망 개선은 재정 상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무디스는 세입 증가와 경기 회복이 이어질 경우 한국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기존 예상보다 양호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봤다.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당초 목표보다 0.1%포인트 개선된 3.8%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부담 확대 가능성을 경계했다. 고령화에 따른 의무지출 증가를 비롯해 국방·안보 분야의 비용,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 확대 등이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구조적인 정책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무디스가 한국에 부여한 국가신용등급은 Aa2다.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도가 정책 대응 능력과 경제적 기반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부부채 증가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장기적인 재정 부담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고 있다. 다만 이번 보고서 자체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새롭게 결정하는 절차는 아니라고 무디스는 설명했다. 향후 신용등급 조정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암시한 자료도 아니라는 점도 함께 밝혔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김병헌의 체인지] 김민석의 시간…국민은 성과를 본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당선 일성으로 내놓은 말은 '통합'과 '일하는 민주당'이었다. 지금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말이다. 그래서 첫 임무는 분명하다. 당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국민은 민주당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이른바 '명청 갈등'을 둘러싸고 노정됐던 균열부터 정리해야 한다. 승리한 쪽이 자리를 독점하고 다른 목소리를 밀어내는 것은 통합이 아니다. 주요 당직과 정책 결정에 계파가 아니라 능력과 성과를 기준으로 사람을 써야 한다. 하나의 당은 구호가 아니라 인사와 행동으로 만들어진다. 대통령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거리를 두거나 무조건 맞추는 것이 아닌 집권여당 대표다운 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정부가 옳은 방향으로 갈 때는 강하게 밀어주고 민심과 어긋날 때는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직언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실 역시 여당을 정책 전달 창구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대통령실과 정부, 민주당이 충분히 토론하되 결정된 정책에서는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개헌 논쟁도 있겠지만 지금은 헌법보다 민생의 시간이 먼저이다. 김민석 지도부가 당장 책상 위에 올려야 할 것도 반도체와 AI, 부동산 안정,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와 민생 회복​이다. 특히 반도체는 시간이 곧 경쟁력이다. 서남권 반도체 산업 육성이든 기존 클러스터의 경쟁력 강화든 지역 배분의 정치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투자할 전력과 용수, 부지와 교통망을 확보하고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지방정부가 인허가를 풀며 국회가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해야 한다. AI도 마찬가지다. 'AI 강국'이라는 구호만으로 기업과 일자리는 생기지 않는다.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GPU와 컴퓨팅 인프라, 연구인력과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여기에 지역 대학과 산업단지, 연구기관까지 연결한다면 침체된 지역경제를 다시 뛰게 할 성장축이 된다고 믿는다. 여기서 집권 여당의 역할은 정책의 속도를 높이는 일이다. 부처마다 말이 다르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책임을 떠넘기며 규제 하나를 푸는 데 몇 년씩 걸린다면 세계의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김민석 지도부가 정부에 요구해야 할 것은 실행 일정표다. 핵심 사업마다 책임자를 정하고 3개월, 6개월, 1년 단위의 결과로 평가받게 해야 한다. 미국 반도체 산업정책의 예를 봐도 중앙정부 지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연방정부와 주·지방정부, 기업과 대학이 인프라와 인력 양성을 함께 추진할 때 투자가 공장과 일자리로 연결된다. 우리 정치권도 '어느 지역에 무엇을 주느냐'보다 누가 더 빨리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내느냐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부동산은 더욱 절박하다. 집값은 국민의 삶이다. 필요한 곳에는 공급을 늘리고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는 지키되 투기적 수요에는 일관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청년과 신혼부부가 감당할 수 있는 주택을 늘리고 재건축·재개발과 공공주택 역시 이념보다 실제 공급 효과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지역경제도 대형 개발계획 몇 개로 살아나지 않는다. 지방에 기업이 가려면 사람이 함께 내려가 살 수 있어야 한다. 일자리뿐 아니라 주택과 학교, 병원, 교통과 문화시설이 갖춰져야 젊은 인재가 머문다. 서남권 반도체 구상 역시 산업·주거·교육·교통을 묶는 종합적인 지역발전 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이 역시 여당이 선도적으로 정부를 이끌고 힘을 모아야 속도가 붙는다. 야당과의 협치도 빼놓을 수 없다. 반도체·AI·전력망·지역균형발전은 한 정권의 임기만 보고 추진할 사업이 아니다. 김 대표가 먼저 야당 대표를 만나고, 야당의 합리적인 제안이라면 정부 정책에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협치는 약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정책을 오래 가게 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이제 민주당은 남 탓할 여유가 없다. 대통령도 민주당이고 국회 다수당도 민주당이며 새 지도부까지 출범했다.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전당대회 승자의 환호가 아니다.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되고 집 걱정이 줄며, 지역에 기업이 들어오고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가 생기는 변화다. 이제 실행의 시간이다. 김민석 체제와 이재명 정부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결국 민생의 성과로 결정될 것이다.

[이슈&인사이트] ‘나쁜 뉴스’의 역설, 그리고 시장 금리의 현실

2주 전 미국 8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는 신규 고용이 14만 2천 명 증가에 그치며 시장 예상치(약16만 명)를 23,000명 하회했다. 실업률도 4.3%에서 4.4%로 상승하면서 고용 시장의 냉각이 뚜렷해졌다. 그러나 월가는 이 '나쁜 뉴스'를 반기는 중이다. 약한 고용이 연준의 추가 긴축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식 시장은 오히려 상승했다. 이른바 '나쁜 뉴스=좋은 뉴스' 공식이 다시 작동한 것이다. 시장의 논리는 고용 둔화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물가 압력을 낮춰 연준이 금리 동결에 더 쉽게 동의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지난 주 인플레이션 지표도 시장의 기대를 확인해 주었다. 8월 CPI는 전월 대비 0.1% 상승에 그쳐 예상치(0.2%)를 밑돌았고, PPI 역시 전월 대비 0.0%로 예상치(0.2%)를 크게 하회하며 물가 상승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둔화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여기에 어제 발표된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로 예상치(+0.1%)를 훌쩍 벗어난 부진을 기록했다.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라는 미국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까지 흔들리는 신호였지만, 시장은 또다시 '나쁜 뉴스'를 반기며 금리 동결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아이러니가 있다. 같은 날 발표된 미시간대 9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67.2로 전월(70.3)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런데 이 지표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율'이다. 소비 심리는 나빠졌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거다. 시장은 '경기가 나쁘니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논리에 열광하는 반면, 실제 소비자들은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지갑을 닫고 있으며 여전히 K자 성장으로 소비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장의 금리 동결 낙관론이 시중 장기 금리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6% 중반대를 유지하며 좀처럼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단기 금리 선물 시장이 9월과 11월 금리 동결을 확실시하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장기 금리는 시장의 기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일본의 사례와 매우 흡사하다. 일본은 최근 몇 달간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라는 신호를 던지며 엔화 약세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시장은 말뿐인 일본의 행동에 쉽게 납득하지 않았다. 결국 미·일 재무당국이 공동 환율 개입이라는 강수를 두며 엔화 가치를 방어했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고, 시장은 일본은행이 실제 금리 인상이라는 행동으로 나서기 전까지는 다시 엔화 약세와 금리 상승 압력이 재현될 것이라고 경계하고 있다. 미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시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것처럼 공포 마케팅을 하지만, 막상 행동으로 나서지 않는 '워시'의 모호한 커뮤니케이션에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워시 의장이 이번 달 말 잭슨홀 미팅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전임 파월 의장이 '데이터 의존적'이라는 원론적 발언에 그쳤던 것과 달리, 워시 의장은 시장의 기대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그의 행보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결국 시장이 진정한 안심을 얻기 위해서는 연준의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 금리 동결이라는 기대가 현실로 확인되기 전까지, 그리고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기 전까지, 장기 금리의 높은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달 말 잭슨홀에서 위시의 발언이 중요하고 궁금한 이유다. bienns@ekn.kr

[EE칼럼] 타당성이 아니라 시급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미국-이란 전쟁이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미사일과 드론이 날아다니고 탱크가 부서지고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온실가스가 얼마나 나올지?' 또는 '드론의 에너지 효율등급은 얼마일지?'를 궁금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전투에서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시장에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에너지 수요에 비해서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가 적었다. 민영화된 시장에서 민간 발전사업자는 설비를 늘이기 보다는 이미 보유한 설비의 이용률을 높이는 쪽이 유리했다. 전력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그들이 생산하는 전력은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었다. 국가적으로 적절한 에너지 믹스를 고려하기 보다는 제 살 깎아먹기가 되더라도 보조금을 잔뜩 받을 수 있는 발전원을 마구잡이로 지어서 배를 불리는 것이 권장되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ChatGPT의 등장이 갑자기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수요를 예고하였다. 또 대규모 전력을 요구하는 하이퍼스케일 컴퍼니가 여기저기서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샘 올트만에 따르면 대형 AI 데이터센터는 5 GW(기가와트) 즉 원전 5기분의 전력을 요구한다. 삼성전자의 제2공장도 10-15 GW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이런 막대한 전기를 갑자기 필요로 한다면 전력회사가 이를 공급할 수 있을까? 그래서 BYONG(Bring Your Own New Generators)이라는 표현이 탄생했다. 대규모 전력을 요구하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발전기를 구하라는 얘기다. 즉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의 기업이 소형모듈형원자로(SMR)에 투자하고 완성되지도 않은 SMR에 대해 개발사와 PPA(전력구매계약)을 통해 선투자를 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얇은 선을 그리기 위해서는 덴마크 ASML사의 노광장비를 사용한다. 이는 그야말로 최첨단이기 때문에 얇은 선을 그릴 수 있지만 에너지 효율이 높지는 않다. 그 자체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이를 냉각하기 위해 에너지가 또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노광장비는 시간이 지나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발전할까 아니면 에너지를 지금보다 더 사용하더라도 더 얇은 선을 그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까? 당연히 후자이다. 지금 첨단산업은 전시상황이나 다름이 없다. 어느 회사가 얼마나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성공하느냐에 사활이 달린 것이다. 더 얇은 선을 그을 수만 있다면 이들 쓰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전력설비는 가속적으로 늘어나야 할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든든한 한국전력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과연 200조원의 부채를 가진 한국전력이 신규발전소를 건설하고 송배전망을 확충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 산업이 요구하는 전력량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또한 호남 반도체 등 메가 프로젝트의 성패는 전력설비가 공장보다 더 먼저 준공되어야 하는 시간의 문제도 가지고 있기 떄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력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위기의식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제때에 용수문제와 전력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발전설비를 줄이는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석탄발전소가 가스발전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더 높은 것 같지도 않다. 가스발전소의 간접배출분을 포함하여 비교한다면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또한 이란전쟁으로 인하여 가스공급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는 석탄이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고 있는 것도 잊고 있었던 긍정적 측면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월성1호기의 경제적 타당성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감사원 보고서는 이미 알려진 바가 있다. 이후 이의 유효성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원점 근처에서 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타당성이 중요한가 시급성이 중요한가? 미국도 경제성이 없어서 폐쇄되었던 TMI-1호기와 Palisade 원전을 보수하여 재가동하기로 결정하고 있지 않은가? 탄소중립계획에 따라서 폐기하기로 하였던 석탄발전소를 폐기해야 할까?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기하기로 결정했던 월성1호기도 폐기해야 할까? 이것은 혹시 전쟁터에서 '친환경 탱크'가 아니면 타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은 아닐까? 컨트롤 타워가 없는 상태에서 같은 문제를 제각각 다른 차원으로 문제를 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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