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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은 ‘중도 확장·경제’, 정청래는 ‘지지층 결집’…엇갈린 당권 전략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력 주자인 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 간 당권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산업 현장을 찾아 경제·민생 행보를 부각한 반면, 정 전 대표는 민주당 최대 지지 기반인 호남을 연이어 방문하며 권리당원 표심 다지기에 나서는 등 상반된 전략을 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총리는 이날 충북 청주에 위치한 SK하이닉스 사업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당으로 복귀한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산업 현장을 선택한 것이다. 김 전 총리는 정 전 대표와 함께 오는 8월 17일 실시되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힌다. 최근 강연 등에서 당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잇달아 내며 사실상 당권 도전 수순을 밟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총리의 SK하이닉스 방문을 단순한 기업 시찰이 아닌 경제 성장과 첨단산업 육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가 국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산업 경쟁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국정 경험을 갖춘 '경제형 당대표'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이는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하는 정 전 대표와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경제와 산업을 전면에 내세워 당내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까지 외연을 넓히고, 국정 경험을 강점으로 안정적인 리더십을 부각하며 '확장성 있는 후보'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반면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 전 대표는 같은 날 광주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전남 신안군 하의도도 방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그는 지난 1일에도 전북 전주에서 열린 이원택 전북지사 취임식에 참석하는 등 호남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행보를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권리당원 표심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권리당원 상당수가 호남에 집중돼 있는 만큼 전당대회 승부처를 호남으로 판단하고 조직 결집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내 핵심 지지층을 먼저 결집해 조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가 같아지는 '1인 1표제'가 전면 적용된다는 점도 정 전 대표의 잇단 호남 공략 배경으로 꼽힌다. 1인 1표제는 정 전 대표가 당원 주권 강화를 위해 추진해 온 핵심 공약으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을 기존 20대 1 미만에서 1대 1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월 도입됐으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처음 적용된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김민석 전 총리가 SK하이닉스 공장을 찾는 것은 '민생과 경제를 책임졌던 총리'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메모리 반도체 호황 속에서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자신과 SK하이닉스를 연결 짓도록 하며, 경제 성장에 관심이 많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청래 전 대표는 그동안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당원 주권주의를 꾸준히 강조해 왔다"며 “김 전 총리의 존재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당원의 약 30%가 모여 있는 호남을 찾아 당원 주권주의를 다시 부각하고, 핵심 지지층 결집을 통해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두 후보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뚜렷하게 다른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김 전 총리가 경제와 산업을 앞세워 중도층까지 외연을 넓히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면, 정 전 대표는 권리당원 비중이 높은 호남을 집중 공략하며 핵심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전당대회가 '경제 리더십'과 '조직력' 가운데 어느 전략이 당원들의 선택을 받을지를 가늠하는 승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공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조사 대상과 방식에 따라 두 후보의 우열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김 전 총리가 앞선 결과가 나온 반면, 전국 단위 조사에서는 정 전 대표가 우세한 결과도 발표되면서 초반 판세는 팽팽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향후 지역 순회와 정책 경쟁, 공개 토론 등을 거치며 당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李대통령 ‘경제 행보’에 보폭 맞춘 김민석…충청행, 전대 노림수?

이재명 대통령과 여권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2일 나란히 충청권을 찾았다. 이 대통령이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격려한 날, 김 전 총리는 산업 현장을 직접 챙기며 보조를 맞춘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충남 아산에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에 참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셀트리온 등 충청권 첨단기업들의 투자 계획을 보고받았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 4대 첨단산업이 하나의 권역 안에 모인 충청이 AI 시대 세계적 혁신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수도권 과밀과 지역 소멸 문제를 풀어낼 해법으로 충청권 균형발전을 거듭 언급했다. 이날 발표는 지난달 29일 내놓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의 연장선이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청주에 약 100조원을 투자해 낸드플래시 메모리 신규 팹을 짓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정부와 기업은 이번에 충청권에 총 81조원을 투입, 첨단 패키징을 비롯한 AI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기업 투자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인허가 간소화와 세제 혜택 등 가용한 지원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김민석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청주 육거리시장을 둘러본 뒤 취재진과 만나 충북을 첫 지역 방문 일정으로 택한 이유를 두고 “SK 하이닉스는 충청 지역의 반도체 핵심 기지이기 때문에 그걸 찾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를 비공개로 찾아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 등 현장을 둘러보고 반도체 경쟁력 강화 방안과 기업 지원 과제를 논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복귀 후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정치 행사가 아닌 산업 현장을 택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전 총리가 대통령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현장에서 지원사격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정부의 경제 성과를 당 차원에서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동시에 이는 정청래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강성파와의 차별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강성 지지층 목소리와는 거리를 두면서, 중도층과 산업계에 소구할 수 있는 '민생·경제 행보'로 승부를 걸었다는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김 전 총리가 대통령의 경제 비전과 궤를 같이하며 정책적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명계나 강성 친명계와는 다른 '실용적 리더십'을 보여주려는 포석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에 “현재 충청권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되게 크다"며 “왜냐하면 호남 쪽은 800조에 가까운 돈이 투입되는데 충청 쪽은 392조로 굉장히 상대적으로 절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사실 그런 민심을 달랠 필요가 있어서 이 대통령과 김 전 총리가 아마 갔을 거라고 본다"며 “결과론적으로 두 사람이 맞춤 행보를 보였지만 명심이 연결됐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없어서 그 의도는 단정지을 수 없다"고 했다. 검찰개혁 등 진영 대결 이슈가 아닌 성장과 산업 경쟁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시도인 만큼, 향후 전당대회 국면에서 '경제 행보'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특별기획-서남권 반도체] 대한민국 산업지도가 바뀐다 ① ‘소외의 땅’에서 ‘첨단산업의 심장’으로

최근 정부와 삼성, SK그룹의 전남·광주권 1000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둘러싸고 지역사회의 기대와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투자 규모와 입지, 파급효과를 놓고 다양한 전망과 해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본지는 독자들에게 보다 깊이 있는 시각을 전하고자 5부작 특별기획 '대한민국 산업지도가 바뀐다'를 마련했다. 이번 기획은 왜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무게중심이 서남권으로 이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지역과 국가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전남광주=에너지경제신문 문승용 이재현 백준 기자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세계 산업 질서를 다시 쓰고 있다. 미국은 AI와 반도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며 천문학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초거대 AI 데이터센터와 차세대 반도체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메모리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생산기지 확보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가 됐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기존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만으로는 급증하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분석 속에 정부는 새로운 국가 성장축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력과 용수, 산업용지 부족이라는 수도권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 AI 시대를 뒷받침할 제2의 반도체 거점을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선택지는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오랫동안 산업화의 중심에서 비켜서 있었던 호남, 그리고 40년 만에 하나가 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다. 정부가 최근 국민보고회를 통해 발표한 서남권 첨단산업 구상에는 삼성전자와 SK그룹,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의 대규모 투자 계획과 함께 반도체 생산기지, AI 데이터센터, 첨단 패키징 산업을 연계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 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이를 통해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 대한민국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광주 국민보고회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두고 “한이 슬픈 역사가 새로운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호남이 AI 시대에는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용수, 넓은 산업용지를 갖춘 전략적 거점으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지금처럼 수도권 1극 체제로 계속 가면 나라가 망한다"며 “국토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정부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지역 지원 논리가 아니었다. 그는 기업들이 서남권을 선택한 배경을 “경제 원리"라고 설명했다. △ AI 시대가 만든 새로운 산업지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반도체 산업은 용인과 평택, 화성, 이천으로 이어지는 수도권 벨트가 최적의 입지로 평가됐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급속한 확산은 산업의 공식을 바꿔 놓았다. 초거대 AI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해야 하고, 이를 처리할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도 함께 구축돼야 한다. 이 대통령은 “기존에는 용인과 평택의 생산시설로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AI 산업 발전으로 수요가 갑자기 폭증했다"며 “일부 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될 정도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들 역시 더 이상 기존 생산시설만으로는 세계 시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가 서남권을 새로운 산업 거점으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의 물리적 한계다.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과 초순수 용수, 넓은 산업용지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 그러나 수도권은 이미 송·배전망과 용수 공급 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기존 전력망으로는 추가 전력을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용수 역시 생활용수 공급만으로도 한계에 도달해 추가 증설이 사실상 어려운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도 새로운 생산거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지역으로 호남을 지목했다. 그 배경에는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과 상대적으로 넓은 산업용지, 추가 확보가 가능한 용수 등 산업 기반이 있다. 이 대통령은 “한이 슬픈 역사가 새로운 기회가 됐다"며 “그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됐던 호남이 이제는 용수와 전력, 용지라는 핵심 인프라를 모두 갖춘 유일한 대안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전남 서남해안의 해상풍력과 태양광은 글로벌 기업들이 요구하는 RE100 달성에 유리한 여건을 제공한다. 평탄한 지형은 대규모 공장 건설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산업용지는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요소로 평가된다. 과거에는 개발이 더디다는 이유로 약점으로 여겨졌던 조건들이 AI 시대에는 오히려 경쟁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 통합특별시가 만든 결정적 변수, 새로운 산업축은 이제 시작이다 이번 산업 전략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변화는 광주와 전남의 행정 통합이다. 이 대통령은 광주·전남 통합 결정이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행정구역 통합은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며 “이번 통합이 투자 결정을 이끌어낸 주요 동인이 됐다"고 밝혔다. 기업 입장에서는 복잡한 행정 절차를 줄이고, 하나의 권역에서 산업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역시 통합특별시를 중심으로 산업단지 조성, 기반시설 구축, 정주 여건 개선을 패키지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서남권 프로젝트는 단순한 지역 개발사업이 아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면서도 대한민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 전략의 성격이 강하다. 정부는 기업 투자와 함께 전력망과 용수 공급, 교통 인프라, 교육과 의료, 문화시설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해 새로운 산업도시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이는 '공장을 하나 더 짓는 사업'이 아니라 산업과 도시, 인재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광주·전남은 오랫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AI와 반도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지금, 그 소외의 시간이 오히려 새로운 경쟁력으로 바뀌고 있다.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용수, 넓은 산업용지, 그리고 통합특별시라는 행정 기반은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조건을 만들었다. 정부와 기업이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승용 기자 symnews@ekn.kr

“기름값, 밥상물가 들썩” 두달째 3%대…정부 “당분간 상승세 지속”

소비자 물가가 두 달째 3%대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중동 전쟁 여파로 휘발유 등 석유류 물가가 4년 만에 최대 폭 오른데다 여름철 먹거리 가격도 치솟으면서 체감물가마저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 하락세에도 당분간 고물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3% 이내로 물가를 관리하기로 했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6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9로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2023년 12월(3.2%)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 상승세다. 올해 1월과 2월 2.0%로 시작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중동전쟁 발발 후 4월 2.6%, 5월 3.1%로 오른 뒤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중동 전쟁 후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국내 기름값 포함 전체 석유류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석유류 물가가 약 4년 만에 최대 폭 24.7%로 오르며 전체 소비자물가를 0.93%포인트(p) 끌어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있었던 2022년 7월(35.2%)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휘발유(23.1%)와 경유(33.7%), 등유(23.1%) 등도 덩달아 상승했다. 석유류와 함께 공업제품도 4.4%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1.47%p 끌어올렸다. 그나마 정부가 정유사 공급가 상한선을 정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더 큰 폭의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이날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최고가격제가 없었을 경우 물가 상승률은 3.6%에 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철 수급 부족으로 먹거리 가격도 치솟고 있다. 6월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대비 3.2% 오르며 5월(2.2%)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파(37.1%), 쌀(11.7%) 등이 올라 농산물이 1.1%로 전월 감소세에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재배면적과 생육 지연 등 대파 출하량이 줄고, 채소류 물가도 오른 영향이란 게 데이터처 설명이다. 국산쇠고기(7.5%), 수입쇠고기(6.8%), 돼지고기(4.5%) 등도 큰 폭으로 오르며 축산물은 6.2% 상승했다. 수산물도 3.7% 올랐다. 국제항공료, 외식 등이 오르며 전체 서비스 가격도 2.6% 상승했다. 국제항공료(28.2%)와 해외단체여행비(24.3%), 보험서비스료(13.4%) 등이 큰 폭으로 올랐고, 개인 서비스 중 외식도 2.6% 상승했다. 집세는 전년 보다 1.0%, 전기·가스·수도는 0.1% 각각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공공요금 인상 압력도 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 구입 빈도가 높은 품목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대비 3.4% 상승했다. 2024년 4월(3.6%)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밥상 물가'를 나타내는 신선식품지수도 0.4% 올랐다. 정부는 최근 중동 전쟁 종전 합의에 따른 유가 하락세에도 수요 급증으로 인해 당분간 3%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호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향후 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하방 압력을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 압력 확대가 상쇄하면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형일 차관도 “민생물가 안정 대책 과제를 신속하게 집행해 하반기 물가 상승률을 3% 이내로 관리하는 데 전 부처가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7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통해 리터(ℓ)당 150원씩 낮췄다. 정유사 공급가 상한은 리터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각각 내려갔다. 민생물가 안정을 위해 1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 7∼8월 중 농축수산물 대규모 할인행사를 열고 신선란 2억개도 추가 수입하기로 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李대통령 “충청, AI 시대 세계적 거점…기업 압박 투자는 구태”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충청에는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이 있다"며 “기업의 전략적 투자와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더해진다면 충청은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중심을 넘어 AI 시대를 선도하는 세계적 혁신 거점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충남 아산시에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셀트리온 등의 충청권 투자 계획을 보고받았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 등 4대 첨단산업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곳이 바로 충청"이라며 “정부는 기업들의 결단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향해 “고(故) 이병철 회장이 1983년 도쿄에서 반도체 산업 진출을 선언했던 선견지명이 대한민국을 반도체 강국으로 만들었듯, 이재용 회장의 결단도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으로 확신한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업 압박을 통한 투자 유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요즘 세상에 압력을 넣는다고 기업이 옮겨오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제가 이재용 회장을 압박해서 그런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구태적인 생각도 하던데, 그렇게 투자 유치를 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관치 행정을 하던 시절의 생각으로 압력을 넣거나 강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구태"라고 지적했다.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와 관련해 “분열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균형 발전은 선물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입지에 기업이 입주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일부 지자체나 정치권의 '나눠먹기식' 투자 요구를 겨냥해 “광주에 반도체 단지를 만드니 우리 동네에도 해달라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기업을 운영할 수 없다"며 “정치하는 사람이 부화뇌동해서 화를 낸다면 동네가 발전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수도권 과밀과 지역 소멸의 악순환을 끊고 대한민국 전체의 성장판을 다시 여는 대전환을 충청에서 시작하겠다"며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지방정부가 원팀이 돼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지도를 그려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EE칼럼] 아직도 RE100인가?

요즘 슬금슬금 RE100(Renewable Energy 100)이 다시 나온다. 재생에너지를 옹호하거나 확대하자는 주장에는 전가의 보도처럼 RE100이 나온다. 그런데 그게 이미 한물간 캠페인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RE100은 2014년 런던에 본부를 둔 환경단체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이 시작한 캠페인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하자는 것이다. 여러 기업이 이에 동참하였다. 애플(Apple), 구글(Google), 페이스북을 포함한 많은 기업이 참여했다. 시작 단계에서는 의무가 없기 떄문에 참여 선언 그 자체는 매우 쉬웠기 때문이다. RE100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RE100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원자력발전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를 막자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자는 의도였던 것이다. 1킬로와트시(kWh)의 전기를 생산하려면 석탄발전은 이산화탄소 약1000g(그램)을 배출한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700g, 원자력은 10g, 재생에너지는 50g이다. 이에 필요한 비용은 원자력은 55원, 재생에너지는 270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둘째, RE100은 실제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REC(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만 구매해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인정해 준다. 즉 RE100만을 위해서라면 재생에너지가 많은 특정 지역으로 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어디에 있더라도 REC만 구매하면 RE100을 한 것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셋째, 구글의 태도가 바뀐지 오래다. 구글은 이미 2018년 이산화탄소배출이 없는 전력원을 사용하자는 'CF100(Carbon Free)' 계획을 내놓았다.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하루 24시간, 주 7일 무탄소 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구글은 '원전도 무탄소 에너지원'이라고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넷째, 정작 RE100의 진원지인 기후그룹의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기후그룹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RE100도 여전히 살아있지만, 24/7 CFE(Carbon-free Energy) 이니셔티브도 인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24/7 카본프리 에너지 콤팩트(24/7 Carbon-free Energy Compact)의 공동 출범 주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즉 기후그룹이 RE100만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여기저기서 'RE100을 해야 한다'. 또 'RE100을 하지 않으면 우리 무역하는데 장벽이 된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거짓이던지 뭘 모르는 얘기다. 원자력발전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도 인정된다.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로 바뀐 상황에서도 조선은 여전히 명나라를 모셨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정작 RE100 캠페인을 시작했던 기후그룹은 원자력발전을 인정하는데 지구 반바퀴 떨어진 우리나라에서는 원래의 RE100을 그대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RE100은 소개될 당시부터 옹색한 주장이었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억제하자면서도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배제한 것이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입맛에는 딱맞는 것이었기 때문에 정부의 위상도 잊은 채로 기후그룹이라는 작은 환경단체의 주장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차관이 따라했다. 그 당시에도 UN에서는 원자력발전도 무탄소에너지로 인정하는 CFE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 정부는 UN을 버리고 NGO를 택했다. 그것 말고는 과학과 합리를 막아낼 방패가 없었던 것이다. 2년 전에는 삼성전자에 노광장비를 공급하는 네덜란드의 ASML(사)가 RE100을 하기로 했다는 오보가 나오면서 우리도 RE100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이는 가짜뉴스였다. ASML의 정책보고서와 연례보고서 그리고 직접 담당자와 연락해봐도 그런 주장은 나온 바가 없었다. 삼성전자를 몹시 위해주는 척하며 RE100을 주장하던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AI 데이터 센터나 반도체 공장은 모두 원전 5기 내지 10기분의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한다. 또 고정밀의 민감한 시설이기 때문에 생산이 들쭉날쭉한 간헐적 전기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전기요금이 낮아야 한다. 그게 정부보조금이나 다른 국민이 더 감당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이제 RE100 주장은 그만할 때가 됐다. bienns@ekn.kr

“도수치료에도 ‘쿼터’ 생겼다”...보험 적용 ‘15회 룰’ 도입

도수치료가 사실상 건강보험 체계 안으로 편입되면서 이용 기준과 가격 구조가 동시에 재편된다. 정부는 비급여 영역에서 폭넓게 운영되던 도수치료를 '관리급여'로 묶고, 연간 이용 횟수에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제도 틀을 손질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일부터 도수치료에 관리급여를 적용해 환자 본인부담률 95% 기준으로 1회 약 43850원을 부담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기존처럼 병원별로 크게 벌어졌던 가격 편차를 줄이고, 의료비 구조를 보다 표준화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도수치료의 1회 평균 비용이 약 11만원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제도 개편의 핵심은 '이용 횟수' 관리다. 앞으로 도수치료는 건강보험 기준에서 주 2회, 연 15회까지만 인정된다. 다만 수술 후 회복이나 골절 등으로 관절 구축·강직이 명확한 경우에는 의사 판단에 따라 최대 연 24회까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복지부는 도수치료의 성격을 고려해 이번 기준을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도수치료는 진료비 규모 및 의료기관별 가격 편차가 크고, 치료 효과가 일부 있지만 선택적·보조적 성격이 큰 치료임에도 오남용 우려가 있어 기준 마련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효과성과 남용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제도 설계가 불가피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환자 부담 구조도 함께 바뀐다. 관리급여로 편입되면서 의료적으로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높은 본인부담률이 유지되고, 불필요한 이용은 제한된다. 치료 목적이 아니라 체형 교정이나 피로 회복 등 개인 선택에 따른 도수치료는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횟수 제한 없이 전액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정부는 올해 제도가 시행되는 점을 고려해 적용 기준을 일부 조정했다. 올해는 하반기 시행인 만큼 1년 기준을 6개월에 맞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도수치료 시행 시 효과 평가와 관련된 기록 의무도 강화된다. 아울러 기본적인 물리치료를 일정 기간 먼저 시행한 뒤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 도수치료를 시행하도록 하는 단계적 치료 원칙도 적용된다.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가격 안정과 과잉 진료 억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의료 현장에서는 치료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의료기관이 도수치료 운영을 축소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실제 환자 접근성 변화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고형우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은 제도 설계의 현실성을 강조했다. 그는 “도수치료는 효과성이 낮게 권고돼 비급여로 진행됐던 것이고 의사회와 의학회에 문의했을 때도 횟수 제한은 15∼24회 정도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손보험 자료로도 도수치료는 연 12회가 평균이어서 연 15회면 95%의 대상자를 커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 운영 이후의 조정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정부는 3년 단위로 운영 성과를 점검해 급여 유형과 세부 기준을 보완할 계획이다. 또한 현장 의견을 반영해 하반기 중 횟수 제한 등 일부 기준을 추가로 손볼 가능성도 남겨두고 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李 “외연 확장” 언급에 文 “국민 통합” 강조…당청갈등 속 온도차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첫 공식 오찬 회동에서 민주당 단합에 뜻을 모았다. 정치권에서는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당청 갈등과 계파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상징적 행보라는 평가와 함께, 실제 갈등 해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오찬 회동에서 “우리는 모두를 대표하고 모두를 위한 정치와 행정을 해야 한다"며 “내부 단합이 매우 중요하고, 동시에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해 구조적 다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내부 단합과 외연 확장이라는 두 가지를 조화롭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재명 정부의 또 하나의 시대적 과제는 국민 통합"이라며 “국민 통합으로 나아가려면 민주당의 단합이 출발점이고 민주개혁 진영의 더 큰 단합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이 대통령뿐"이라며 “더 큰 리더십을 발휘해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꿈을 이루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표면적으로는 모두 '단합'을 이야기했지만,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드러났다. 이 대통령의 '외연 확장' 발언은 민주당 내부 결속을 바탕으로 중도층과 비지지층까지 정치적 지지 기반을 넓혀 안정적인 국정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에 무게가 실렸다. '구조적 다수'라는 표현 역시 외연 확대를 통한 정치적 기반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문 전 대통령이 강조한 '국민 통합'은 정치적 지지층 확대보다 사회 전체의 갈등을 줄이고 국정 운영의 통합성을 높이는 데 방점이 찍힌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는 민주당 단합을 국민 통합의 출발점으로 제시하면서도 최종 목표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차이는 두 사람이 처한 위치와 역할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정을 책임지는 현직 대통령인 이 대통령은 국정 추진을 위한 정치적 기반 확보를, 전직 대통령인 문 전 대통령은 국정의 포용성과 통합의 가치를 주문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외연 확장은 정치적 지지 기반을 넓히는 전략이고, 국민 통합은 국정 운영의 목표를 제시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긴장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각각 다른 키워드를 내세운 것은 여권 내부에 서로 다른 문제의식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대목으로도 읽힌다. 회동을 두고 당내 계파 간 평가도 엇갈렸다. 친명계인 한 초선 의원은 본지에 “대통령 두 분이 잘하셨다. 통합과 화합, 협력의 길을 가야 되니까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말씀을 나눴다"며 “이런 통합 행보가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친청계 의원은 “통합은 만남 한 번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존중하는 모습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앞으로도 실제 당 운영과 국정에서 보여져야 통합의 의미가 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회동은 전·현직 대통령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단합의 필요성에는 뜻을 모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방식에서는 서로 다른 정치적 언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여운을 남겼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박에스더의 사람을 묻다] 육동한 춘천시장이 그리는 ‘초일류도시 춘천’…“다시 뛰는 게 아니라 완성하는 4년”

춘천=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재선에 성공한 육동한 춘천시장은 민선 9기를 '완성의 시간'으로 규정했다. 선거 승리를 정치적 성과로 보기보다 지난 4년 동안 마련한 미래산업 기반과 도시 성장의 틀을 시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연결하겠다는 의미다. 그가 새 임기의 핵심 비전으로 내세운 것은 '초일류 도시 춘천'이다. 단순히 인구를 늘리거나 도시 외형을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청년이 머물고 기업이 투자하며 시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씨앗을 심은 4년…이제는 시민이 성과를 체감할 시간" 육 시장은 “이번 재선은 변화의 방향은 맞지만 더 빠르고 더 확실하게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 달라는 명령"이라며 “이미 시작한 사업들을 흔들림 없이 마무리해 춘천의 미래 경쟁력을 완성하는 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그는 도시의 산업구조를 바꾸는 데 힘을 쏟았다. 기업혁신파크와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강원연구개발특구,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춘천역세권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교통 분야에서도 GTX-B 춘천 연장과 제2경춘국도, 서면대교, 소양8교 등 굵직한 사업들이 진척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를 “춘천의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기반을 다진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소비와 행정 중심 도시에서 벗어나 산업과 연구, 문화와 관광이 함께 성장하는 자족도시로 체질을 바꾸는 출발점이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시민이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대규모 국책사업은 행정절차와 예산 확보, 관계기관 협의가 뒤따르는 만큼 성과가 곧바로 드러나기 어렵다. 원도심 상권과 소상공인, 청년 일자리 등 민생 현안도 여전히 무겁다. 육 시장은 “선거 기간 새벽시장과 골목상권, 농촌마을, 청년 창업 현장을 다니며 시민들의 어려움을 다시 확인했다"며 “미래를 준비하는 일만큼 지금 시민의 삶을 보듬는 일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청년이고 싶어서가 아니다…미래를 준비하는 도시의 선택" 민선 9기에서 그가 가장 자주 언급하는 단어는 '청년'이다. 청년을 복지 대상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결정할 주체로 바라보는 시각이 분명했다. 도시 운영의 기준 자체를 청년의 시각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철학에 가깝다. 육 시장은 “청년을 위한 정책을 몇 개 더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미래는 결국 청년과 아이들의 세대인 만큼 도시 전체를 청년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소멸 대응 역시 단순한 인구 늘리기가 아니라 '왜 이 도시에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만드는 데 있다고 봤다. 그는 “청년이고 싶어서 청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준비하려면 결국 청년을 중심에 둘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해법은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을 하나로 묶는 데 있었다. 지역에서 공부한 청년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구조를 바꿔 춘천에서 취업하고 창업하며 정착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기업이 오고 청년이 머무는 도시"…기업혁신파크에서 시작되는 춘천의 미래 민선 9기 핵심 사업으로는 기업혁신파크가 꼽힌다. 육 시장은 이 사업을 단순한 산업단지 조성이 아니라 춘천의 산업구조와 도시 미래를 바꾸는 전환점으로 본다. 그는 “기업혁신파크의 성패는 결국 청년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우려도 있다. 실제 기업 유치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다. 육 시장은 이를 “건강한 문제 제기"라고 했다. 그가 제시한 성공 조건은 세 가지다. 분명한 산업 정체성, 민간 투자와 행정의 긴밀한 협력, 기업과 사람이 함께 들어오는 도시 구조다. “산업시설만 조성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주거와 교육, 문화, 의료까지 함께 갖춰져야 기업도 오고 인재도 머뭅니다." 그가 그리는 기업혁신파크는 기존 산업단지와 다르다. AI와 데이터, 바이오·헬스케어, 정밀의료 산업을 중심으로 연구와 산업, 주거가 공존하는 자족형 복합도시를 지향한다. 더존비즈온을 중심으로 한 민간 투자 체계도 본격화되고 있으며, 통합개발계획 제출 등 행정 절차도 실행 단계로 접어들었다. 기업혁신파크가 미래산업 플랫폼이라면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춘천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핵심 축이다. 춘천은 이미 바이오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이 집적된 도시다. 여기에 특화단지가 더해지면 연구개발부터 기술사업화, 생산까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중국 방문은 그에게 위기의식을 남겼다. 선양과 다롄에서 본 바이오와 의료산업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산업단지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의료기기와 연구시설, 첨단 제조공장이 집적된 모습은 춘천의 미래산업 전략을 다시 점검하게 했다. 육 시장은 “중국의 규모와 속도는 상당한 충격이었다"며 “춘천은 규모가 아니라 기술과 연구개발 역량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을 긴밀히 연결하면 수도권과 차별화된 바이오 클러스터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규제의 상징에서 성장동력으로…물의 도시, 춘천의 변신 춘천의 또 다른 미래 경쟁력은 사업단지가 아니라 '물'이었다. 오랫동안 규제의 상징으로 인식됐던 소양강댐과 풍부한 수자원을 이제는 시민 소득과 미래산업을 만드는 자산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육 시장은 “춘천은 물 때문에 오랫동안 희생한 도시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물을 시민 소득과 일자리로 연결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중심에는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가 있다. 소양호와 춘천호를 활용한 수열에너지, 수상태양광, 친환경 전력을 기업혁신파크와 RE100 산업단지에 연계해 에너지 경쟁력을 기업 유치 경쟁력으로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에너지 이익을 시민과 공유하는 구상도 포함됐다. 주민참여형 태양광 사업, 햇빛연금, 에너지 복지기금, 소양에너지페이 등 수익 공유 모델을 통해 에너지 정책의 수혜자가 기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민에게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육 시장은 “앞으로 도시 경쟁력은 산업 규모보다 친환경 에너지와 탄소중립 대응 능력이 좌우할 것"이라며 “에너지 경쟁력이 곧 기업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혁신파크와 바이오, 수열에너지는 각각의 사업이 아니다. 기업이 투자하고 청년이 일자리를 얻으며 시민이 산업 성장의 혜택을 함께 누리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었다. 그는 “산업정책의 최종 목적은 기업이 아니라 시민"이라며 “좋은 일자리와 안정적인 삶을 만들어 시민이 춘천의 미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민선 9기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원도심이 살아야 춘천이 산다"…도청 이전 위기를 도시 재도약의 기회로 민선 9기에서 육동한 시장이 가장 무겁게 바라보는 현안 가운데 하나는 강원도청 신청사 이전이었다. 그는 도청 이전을 단순한 청사 이전이 아니라 도시의 중심축과 생활권이 함께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로 받아들였다. 자칫하면 명동과 중앙시장, 육림고개를 비롯한 원도심 공동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그만큼 크다. 육 시장은 “원도심 공동화는 상권 침체를 넘어 춘천의 역사와 정체성이 약해지는 문제"라며 “도청 이전을 위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도시를 다시 설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청 이전을 위기로만 바라보지는 않았다. 오히려 도시를 새롭게 재편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 '원도심 리본(Re-born) 프로젝트'다. 단순한 도시재생사업이 아니라 산업과 문화, 관광, 창업 기능을 원도심으로 다시 연결해 도시의 중심성을 회복하는 전략이다. 육 시장은 “원도심은 과거를 보존하는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사람이 찾아오고 머물며 일하고 소비하는 흐름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도시재생혁신지구와 춘천역세권, 캠프페이지 개발을 원도심과 연계해 새로운 산업과 문화, 유동인구가 자연스럽게 구도심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명동과 전통시장도 단순한 상권이 아니라 청년 창업과 문화, 관광 콘텐츠가 결합된 생활 플랫폼으로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시설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다시 돌아오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라며 “원도심의 경쟁력을 회복해야 춘천 전체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30 춘천의 청사진…'초일류 도시'는 시민의 삶으로 완성된다 원도심 전략은 결국 그가 그리는 2030년 춘천의 청사진과 맞닿아 있다. 수도권의 배후도시가 아니라 산업과 정주환경, 문화가 균형을 이루는 자족도시를 만드는 것이 민선 9기의 최종 목표로 제시했다. 기업혁신파크와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수열에너지 전략이 미래 성장동력을 키운다면, 원도심은 문화와 청년, 시민의 일상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다시 살아나야 한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산업과 정주, 문화가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도시 경쟁력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초일류 도시는 경제 규모가 아니라 시민의 삶으로 평가받는 도시"라며 “청년이 미래를 꿈꾸고 기업이 찾아오며 시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도시가 진정한 초일류 도시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4년 뒤 어떤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에 “'춘천이 정말 달라졌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보인다', '시민을 편하게 하려고 끝까지 일한 시장이었다'는 말을 듣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답했다. 육 시장이 말하는 '초일류 춘천'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미래산업과 좋은 일자리, 청년이 머무는 도시, 활력을 되찾은 원도심이 하나의 축으로 연결되는 도시. 민선 9기의 성패는 그 청사진이 시민의 일상 속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박에스더 기자 ess003@ekn.kr

“선관위 무능” 한목소리 비판한 여야, ‘올공 조사’엔 이견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조사 중인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부실한 자료 제출과 대응 체계가 집중 질타를 받았다. 여야는 당시 현장 대응과 의사결정 과정을 확인할 핵심 자료가 누락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점을 한목소리로 비판하며 선관위 책임론을 제기했다. 국조특위는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2차 기관보고를 실시했다. 지난 1차 보고 이후 8일 만이다. 이날 국조특위는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박정보 서울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투표용지 부족 사태 당시의 보고 체계와 의사결정 과정, 기관별 대응 등을 집중 질타했다. 앞서 1차 기관보고에서는 중앙선관위원과 서울시·송파구 선관위원장 등 증인 16명이 불출석해 특위 위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이들은 뒤늦게 출석해 사과했다. 이번 2차 보고에는 여야가 채택한 증인 60명 가운데 4명을 제외한 전원이 출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선관위가 선거 당일 접수된 민원과 초기 대응 보고서 등 핵심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점이 집중 도마에 올랐다. 여야 모두 당시 상황을 복기할 자료조차 부족한 것은 선관위의 상황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차 기관보고 때는 증인으로 나오지도 않더니 자료도 제대로 내놓지 않고, 내놓은 자료도 엉망"이라며 “선거 당일 상황실로 접수된 항의 전화나 민원 상세 내역을 달라고 했더니 접수·관리하지 않아 제출할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특위 간사는 “선관위에 자료 제출을 요청했는데 업무시간이 끝난 뒤 자료만 보내놓고 연락하면 자동응답기만 연결된다"며 “아직도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관위를 대한축구협회에 빗대어 “두 기관 모두 내부 통제를 거부해서 폐쇄된 카르텔을 갖고 있고 무책임·무능력으로 실종된 리더십, 실패로부터 학습되지 않은 반복되는 무능이 비슷하다"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내부 통제와 기록 관리 부실 문제도 집중 부각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 당일 핵심 지역별로 어떻게 초기 대응을 했는지 보고서를 요청했는데 사건·사고로 인지하지 않아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국회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는 2일 예정된 잠실 올림픽공원 현장조사를 앞두고 경찰력 지원 방식을 놓고는 입장차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경찰이 미리 진입로를 확보하는 등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공권력 투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용만 민주당 의원은 “필요하다면 시위대 측 인사와 함께 들어가 점검하고 오는 것이 목표인데 경찰 협조도 없이 어떻게 거기를 들어간단 말인가"라며 “책임 있는 현장조사를 위해서는 분명히 (경찰에) 공문을 보내고, 필요하다면 시위대와 함께 들어가 점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투표함을 옮기는 과정에서 참관인도 없이 경찰이 물리력을 행사해 억지로 가져간 것도 큰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라며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기 위해서는 충분히 (시민들과) 대화를 할 수밖에 없고, 여의치 않으면 현장조사를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위원장을 맡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일단 의결을 한 뒤 서울경찰청과 송파경찰서에 국정조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질서 유지 차원의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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