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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차 미싱 장인 “직장은 유일한 배울 기회, 그래서 살아남을 기회였다”[장애인, 일자리로 세상을 만나다②]

장애인에게 절실한, 최상의 복지는 결국 일자리다. 일은 생계를 넘어 스스로 삶을 꾸리고 사회와 연결되는 가장 단단한 기반이다. 그러나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이 일하는 장애인의 현실을 찾았다. 지속 가능한 장애인 고용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①출근, 세상에 내딛는 첫 발걸음 ②직장, 인생에서 얻은 유일한 배울 기회 ③가족, 직장인 아들…돌봄받다 돌봄으로 ④회사, 장애인과 일하는 이유…지속해야 할 이유 ⑤일터, 끊어진 일감 앞에 연이어 휴업 ⑥제도, 장애인 일자리 지탱할 우선구매 제도 '유명무실' ⑦외국, 우선구매 제도 철저…'살 품목'부터 정해 ⑧지금, 방치된 우선구매제도 개정안…숫자놀음 벗어난 개혁 필요 “나는 8시간도 충분히 일할 수 있는데, 왜 4시간만 일하라고 하는지 속상했습니다." 고영기(70)씨는 그날을 떠올리며 손을 바삐 움직였다. 눈썹이 오르내리고, 입꼬리가 여러 번 굳었다 풀리기를 반복했다. 곁에 앉은 딸 인경씨가 아버지의 손짓과 표정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말로 옮겼다. 고 씨는 2022년 라에리의류사업단에 입사했다. 올해로 5년째 작업복과 유니폼을 만들고 있다. 그는 입사 첫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고령의 노동자가 하루를 온전히 버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면접관의 얼굴에 비쳤다. 회사는 하루 4시간만 근무하는 '실습'을 제안했다. 고씨에게는 아쉬운 시작이었다. 3개월 뒤, 회사 반응은 완전히 달라졌다. 고씨를 지켜본 회사는 “8시간 근무하셔도 되겠네요"라고 전했다. 라에리에서는 고씨의 나이도, 청각장애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고씨는 지금까지 하루 8시간씩 미싱을 잡는다. 고씨는 손끝 기술로 3개월만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냈다. 고씨는 네 살 무렵 열병으로 청력을 잃었다. 고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미싱을 처음 시작했다. 구두·목공·자수·인쇄·봉제까지 두루 거쳤지만, 미싱이 가장 그의 적성에 맞았다. 미싱은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시범을 보여주는 선생님의 손을 눈으로 쫓아 따라하며 미싱을 배웠다. 손끝이 순서를 기억하면 그다음부터는 혼자 해냈다. 고씨는 '미싱은 청력보다 시력과 손끝의 감각이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졸업 후에는 양복점에서 옷 한 벌을 처음부터 끝까지 짓는 법을 익혔다. 골프웨어 공장, 작업복 공장을 거치는 동안 손끝의 기술은 조금씩 더 정교해졌다. 새 일감을 맡을 때도 고씨는 자신감을 내비친다. 계약이 들어오면 작업 방식을 먼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따라 해보며 처음 호흡을 맞춘다. 고씨는 '작업 방법을 이해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계속 생산해나가는 일이어서 전혀 어렵지 않다'고 한다. 이런 고씨지만 직업교육을 받을 고등학교를 찾기까지는 굴곡이 많았다. 대전원명학교에서 중학교 과정을 마쳤지만, 당시 학교에는 고등교육과정이 없었다. 고씨는 대전에서 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지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이 농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아버지는 고등교육과정이 있는 농학교를 수소문했다. 그 끝에 닿은 곳이 서울농학교였다. 고씨는 그곳에서 처음 미싱을 잡았다. 고씨는 '아버지의 관심 덕분에 적성을 찾고 이를 평생의 업으로 삼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아버지가 찾아준 기회가 미싱 경력 50년을 만들었다. 그러나 모든 청각장애인에게 같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씨는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기술을 배우고, ​배운 기술로 일할 수 있도록 교육과 취업을 잇는 길이 넓어져야 한다'고 했다. 사는 곳에 따라 교육 기회도 달라진다. 교육부의 '2025년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청각장애 특수학교는 전국 12곳(서울 4곳, 경기 2곳, 부산·대구·인천·울산·충북·전북 각 1곳)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수도권에 7곳이 집중돼 있다. 고씨의 삶에서 미싱을 빼고는 스스로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느냐", “아직도 일하느냐"고 물을 때면 그는 이렇게 답한다. '저는 50년 넘게 일한 미싱사입니다.' 이름보다 먼저 꺼내는 소개다. ​ 그는 앞으로도 '80세까지 미싱을 잡고 싶다'고 했다. 왜 하필 80세냐고 묻자 잠시 생각하더니 '그냥 떠오른 숫자일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몸이 허락하는 마지막 날까지 미싱을 잡고 싶다는 바람이다. 옆에 있던 아내 이씨는 곧바로 “나는 그 80이라는 숫자가 정말 싫다"며 “일하다가 죽을 거냐. 부부가 함께 추억도 만들고 여생을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맞받았다. 평생 미싱 앞을 지켜온 남편이 이제는 자신과도 더 많은 시간을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고씨에게 일은 여전히 하루를 살아내는 힘이다. 고씨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하다고 꼽은 순간은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드는 때다. 하루를 돌아보며 '오늘도 보람차게 무사히 잘 보냈구나'라고 생각한다. 아내 이씨는 남편이 현재 일터에서 일하기 시작한 뒤 집에서도 이전보다 밝아졌다고 말했다. 고씨는 말한다. '청각장애인에게 왜 직업이 필요하냐고 묻는 것은 비장애인에게 왜 직장이 필요하냐고 묻는 것과 같다.' 정원선 인턴기자

“누가 되든 한쪽은 공천 학살”…선 넘은 ‘석청대전’, 분당 역사까지 소환했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8·17 전당대회(전대)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력 당권 주자인 김민석·정청래 후보 간 경쟁이 정책 대결 대신 의혹 공방과 징계 맞불로 치닫고 있다. 당대표 선거를 넘어 2028년 총선 공천 주도권이 걸린 승부라는 점에서 양측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사생결단' 양상을 보이면서 당 안팎에서는 전대 이후 당내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초 전대 출마선언 당시 “네거티브를 자제하겠다"고 밝혔던 정 후보는 최근 김 후보를 향한 공세 수위를 크게 끌어올렸다. 지난 5일 열린 2차 TV토론 이후 김 후보가 제기한 신천지 정치 개입 의혹과 김 후보가 국무총리 재직 당시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문제를 집중 부각하고 있다. 정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차 TV토론으로 게임이 끝났다"며 “김 후보는 신천지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았다. '대통령 팔이'를 계속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후보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신천지 개입 의혹과 관련해 “제가 계엄도 예상했던 사람인데 아무 근거 없이 그런 이야기를 했겠느냐"며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공방은 윤리위원회(윤리위) 제소를 거론하는 수준으로까지 번졌다. 앞서 두 후보는 지난 2일 울산 합동연설회에서 서로를 당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공개 선언하며 강하게 충돌했다. 김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잘못된 계파 행위를 한 사람들과 상대 후보 연설을 방해하거나 비난·선동한 사람들은 모두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며 “만에 하나 그런 사람들이 지도부에 들어가더라도 반드시 심판받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 후보도 “신천지 의혹을 제기해 당을 공격하고 당원들에게 상처를 준 김 후보를 제가 당대표가 되면 반드시 윤리위에 제소해 심판받도록 하겠다"고 맞받았다. 양 후보의 신경전이 격화하는 배경에는 초접전 구도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충청권과 부산·울산·경남 순회경선 합산 결과 정청래 후보가 김민석 후보를 0.99%포인트 차로 앞서며 사실상 박빙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향후 전체 권리당원 투표의 약 70%가 남아 있는 호남과 서울·경기 결과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양측 모두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당권 경쟁이 정책 경쟁보다 의혹 제기와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원내 최고령인 박지원 의원은 “이렇게 나가면 깨지거나 망한다"며 “서민 경제와 농어민 문제, 주식시장, 부동산 등 정책 경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과열 양상의 근본 배경으로 결국 '공천권 경쟁'을 꼽는다. 차기 당대표는 2028년 제23대 총선을 사실상 지휘하게 된다. 공천 룰과 전략공천, 당 지도부 구성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이번 전당대회는 단순한 당권 경쟁을 넘어 총선 주도권을 둘러싼 권력 경쟁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이미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이던 22대 총선 당시 '비명(비이재명)횡사'·'친명(친이재명)횡재' 공천을 경험한 바 있다"며 “(정청래·김민석 둘 중 누가 당대표가 되든) 한쪽은 공천 학살을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양쪽 진영 모두 절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과거 친노(친노무현)·반노(반노무현) 갈등으로 이어진 2007년 분당과 국민의당 창당으로 귀결된 2015년 분열의 역사를 거론하며, 이번 전당대회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할 경우 계파 간 대립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경계심도 감지된다. 특히 지나친 과열로 과거 분열의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2007년과 2015년 분당의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2007년 친노·반노 갈등으로 주요 인사들이 탈당했고, 2015년에는 국민의당으로 분열한 역사가 있다. 그런 길로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역시 전당대회 이후 갈등이 공천 국면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 평론가는 “과거 민주당은 총선 때 분열하고 대선 때 합치는 역사를 되풀이해왔다"며 “전당대회 이후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된다면 분당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당대회 이후 갈등 봉합 여부가 민주당의 당내 결속은 물론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부 갈등이 향후 총선 공천 국면까지 이어질 경우 민주당이 정책 경쟁보다 권력투쟁에 매몰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檢보완수사권 폐지, 與전대 결과에 뒤집힌다고?…‘2강’ 후보 입장은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10월 2일)을 앞두고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후폭풍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후속 제도 정비의 향방은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법을 속도전으로 처리했으나, 수사 공백과 부실 수사 우려가 커지면서 여권 내부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보완수사권 폐지는 추진 과정부터 논란을 낳았다.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가 사라지면 경찰 1차 수사에 대한 교차 검증 장치가 약화되고, 마약 범죄 등을 담당하는 9개 검·경 합동수사본부(단)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범죄 피해자 단체들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1차 수사에 대한 교차 검증 장치가 필수적"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과거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소시효 임박 등을 예로 들며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여당 강경파 주도로 법 개정이 처리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해당 법을 의결하면서도 하루 뒤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개정 형사소송법과 관련해 “안 읽어봐서 그러는데"라는 언급을 남겼다. 야권은 이를 두고 “무책임한 태도"라며 날을 세웠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 시행 이후 예상되는 파장을 의식해 정치적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본심을 흘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형소법 개정 원안 그대로 가면 분명히 위헌 법률 심판에 들어가는 일이 발생하는데 법무부 장관이 정부 측 대리인을 맡게 된다"며 “그런 문제 때문에 정성호 장관은 그만두려고 사퇴했던 거고, 대통령은 그러니까 붙잡아두려고 반려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사는 피의자 등을 면담할 수는 있지만 그 진술을 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수준에서만 사건을 보완할 수 있게 된다. 여당은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사법경찰관이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 수단으로 검사가 담당 경찰 교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국민의힘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청구권 및 소추기능과 직결된 수사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 심판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위헌이 나올 경우 여당은 2028년 총선에서 불리한 국면을 맞게될 수 있다. 지난 2004년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으로 참여정부는 지지율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다만 실제 법 시행 후 야권과 시민사회가 주장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으면 합헌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이재명 정권의 국정운영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헌법재판관 성향은 특정 진영에 한 쪽으로 쏠리지 않았다. 법 시행까지 남은 기간 손봐야 할 대통령령·법무부령 등 하위 법령은 약 2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형사소송법에 새로 반영된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권'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세부 규정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아울러 현재 운영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와 합동수사단이 법적 근거를 갖추고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운영 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진다. 경찰이 사건을 종결하기 전 검찰로 보내는 '전건 송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에 한정된 전건 송치 범위를 민생·경제범죄, 공직 비리, 국가안보 관련 중대범죄까지 넓혀 경찰 수사 독점에 따른 부실·표적 수사를 견제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같은 후속 작업의 성패는 열흘 뒤에 출범할 민주당 새 지도부 체제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도 확장성이 있는 김민석 후보가 당권을 잡을 경우, 대통령의 정국 구상에 맞춰 실용주의 기조로 협조할 가능성이 있다. 김 후보는 최근 TV 토론에서 정청래 후보를 향해 “당대표 재임 기간 보완수사권 처리 문제 등에서 대통령실과 엇박자를 냈다"며 당·정 조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검찰개혁 완수 기조를 앞세운 정청래 후보가 당선될 경우, 후속 보완 작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내 강성 지지층은 보완 입법 자체를 검찰 권한 재확대로 받아들이고 반발해, 원안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기류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앞서 정 대표는 보완수사권 폐지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누구보다도 (본인이) 공부를 많이 했다"며 “예를 들면 수사를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검사가 피해자나 가해자를 불러서 확인할 수 있는 확인권, 또 면담권 이런 것들을 두면 많은 부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8월 17일부터 10월 2일 법 시행 전 46일 동안 정부와 여당 새 지도부가 하위 법령을 어느 수준까지 정비하고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하느냐가 개정 형사소송법의 안착 여부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혼인·출산 세액공제’ 도마 위 “왜 직접 주나?”…“청년·저소득층 재분배 등 유리”

정부가 추진 중인 혼인·출산 시 주던 세액공제를 재정 지원으로 바꾸는 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와 여당은 세금 적게 내는 저소득층에게 세액공제 혜택보다 직접 주는 재정 지원이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청년, 신혼부부 등의 세금 감면 혜택을 줄이는 대신 세를 더 걷어 현금성 지원하는 전형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재정경제부는 발표한 올해 세제개편안을 통해 조세지출 사업 241건 가운데 재정 전환 17건 포함 총 115건을 재정비할 방침이다. 여기서 혼인과 출산·입양 세액공제 등은 재정 지원으로 전환해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현재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면 1인당 50만원씩 최대 100만원을 세액공제해 주고 있다. 내년부터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재정을 지원하는, 결혼 장려금 같은 보조금으로 바뀌게 된다. 출산·입양 세액공제도 현재 첫째 30만원, 둘째 50만원, 셋째 이상 70만원을 세액공제해 주고 있는데 앞으로 예산으로 지원한다. 20~30대 신혼부부, 청년, 저소득층의 경우 내는 세금이 적어 공제 혜택이 줄거나 받지 못 하는 사례가 많아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조세지출을 손 보겠다는 취지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재 소득세 결정세액이 없는 면세자는 수혜 대상에서 빠지고, 결정세액이 낮은 납세자는 충분히 지원받을 수 없는 구조"라며 “소득 수준이 낮아 세금을 덜 내는 청년이나 저소득층에는 소득세 세액공제가 불리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세지출 중 재정 전환이 약 1조1000억원 규모인데 세 혜택에서 제외되는 저소득층의 소득재분배도 고려했다"며 “혼인이나 출산 시 바로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여당도 정부의 혼인·출산 세액공제를 재정 지원으로 바꾸는 안을 옹호하고 나섰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결혼, 출산 등 지원도 기존 세액 공제를 재정 지원으로 전환해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두 다 지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세액공제 등 조세지출 방식을 재정 지원으로 전환하는 정부 방침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앞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세제개편안 관련 토론회에서 “법으로 보장되던 세금 혜택을 없애고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돌리면서 서민들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졌고, 정권의 생색내기식 '쌈짓돈'만 바라보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세청 자료를 들어 출산·입양 세액공제로 지난 10년 간 약 167만명이 5635억원의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자녀를 위해 소비가 늘어나는 출산·입양 가정에 30~70만원의 세액공제는 큰 힘이 됐다"며 “공제 제도를 없애고 정부가 세금을 더 걷어서 나눠주겠다는 이재명 정권의 발상은 사회주의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달리, 청년, 저소득층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한 계층이 세액공제 혜택에서 배제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의 조세지출 관련 보고서를 보면 2023년 기준 20대 청년층 절반 가량인 49%는 근로소득세 납부 사례가 없었고, 실효세율도 2.2%에 그쳤다. 혼인, 출산 대상인 다수의 청년들이 낸 세금이 없어 세액공제를 받지 못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도 청년, 저소득층에 미치는 정책 효과가 더 크다는 점에서 세액공제 등 조세지출 방식을 재정지출로 바꾸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출산·혼인 세액공제를 재정 지원으로 전환하고 비효율적인 세액공제를 정비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재정 지출은 대상 선별이 쉽고, 적기에 지원할 수 있어 저소득층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출생 지원처럼 실제 비용 지원의 의미가 있는 정책은 감면보다 직접 지원이 맞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재정 지출은 정부의 재량이 상대적으로 커 지원 규모가 과도하게 커지면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기존 현금 지원 사례를 통해 효과가 충분히 입증됐는지, 중복 사업은 없었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출근이 유일한 외출…닫힌 공장 문 앞에서 그의 세상도 닫혔다 [장애인, 일자리로 세상을 만나다①]

장애인에게 절실한, 최상의 복지는 결국 일자리다. 일은 생계를 넘어 스스로 삶을 꾸리고 사회와 연결되는 가장 단단한 기반이다. 그러나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이 일하는 장애인의 현실을 찾았다. 지속 가능한 장애인 고용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①출근, 세상에 내딛는 첫 발걸음 ②직장, 인생에서 얻은 유일한 배울 기회 ③가족, 직장인 아들…돌봄받다 돌봄으로 ④회사, 장애인과 일하는 이유…지속해야 할 이유 ⑤일터, 끊어진 일감 앞에 연이어 휴업 ⑥제도, 장애인 일자리 지탱할 우선구매 제도 '유명무실' ⑦외국, 우선구매 제도 철저…'살 품목'부터 정해 ⑧지금, 방치된 우선구매제도 개정안…숫자놀음 벗어난 개혁 필요 서울 미아역 8번 출구에서 도보로 20분. 골목 안쪽 깊숙히 들어서야 봉제 공장이 보인다. 2급 지적장애인 김토미 씨(50)의 일터다. 김 씨는 구불거리는 골목길을 사뿐히 타오른다. 김씨 귀밑으로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김 씨는 응암동에서 온다. 삼양역에서 내리려면 3번 환승을 해야한다. “삼양역(우이신설선)에서 내리는 게 더 가깝지 않아요?" 기자가 묻자 김 씨는 '헤헤' 웃기만 하고 고개를 숙였다. 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신경자 팀장(완성팀·72)이 귀띔했다. “지하철 환승하는 법을 10년 가르쳤는데 2번이 최대야. 그 이상은 못 외워." 김 씨 지능은 7살 수준이다. 보호자 없이 밖에 나가기 힘들다. 출근길도 수백 번을 왕복하며 겨우 외웠다. 평소 다니던 길에 문제가 생기면 제자리에서 한 발짝도 떼지 못한다. 전동차가 고장 나 운행을 멈췄는데도 내리지 못할 정도다. 외출은 김 씨에게 힘겨운 일이다. 그러나 김 씨는 출근을 멈추지 않는다. 서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던 지난달 27일. 이날도 김 씨는 출근했다. 문은 닫혀있었다. 김 씨는 한참이나 문을 바라봤다. 문을 밀어보고 닫혔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말없이 돌아섰다. 공장 문은 지난 5월 20일부터 닫혀있었다. 이 공장은 국방부의 수의계약 물량이 줄어들자 지난 5월부터 3달간 무급 휴업에 들어갔다. 휴업을 몇번이고 알려줬지만 김 씨는 주에 한 번은 공장을 찾는다. 출근이 유일한 외출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곳에서 '시다(조수)'로 일한다. 군용 방상내피, 이른바 '깔깔이' 제작을 돕는다. 이 공장 '최고참' '에이스'로 불린다. “출근이 좋으냐"고 물었다. “집에선 라디오만 들어요. 회사가 훨씬 좋아요. 군인 옷 만드는 게 재밌어요." 김 씨는 소녀처럼 수줍게 웃었다. 김 씨는 2012년 이 공장에 입사했다. 처음엔 하루 종일 구석에서 중얼거리거나 노래를 부르고, 일하다 말고 집으로 가겠다며 짐을 싸기도 했다. 회사엔 동료이자 선생님같은 팀장님들이 있다. 그런 김 씨를 여러 팀장들은 두고 보지 않았다. '헬렌 켈러를 가르친 설리반 선생님의 마음'이라고 했다. 검은색, 군청색, 파란색 등 색이 비슷한 실을 구분해 재단사에게 건네주는 데만 1년이 걸렸다. 한인자 팀장(생산1팀·63)은 “지금은 원단이 떨어지면 말도 안 했는데 먼저 가져다 준다. 공장에서 눈치가 제일 빠르다"며 김 씨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설리반 선생님들'은 늘 김 씨가 걱정이다. 김 씨는 봉제 공장으로 출근하던 길에 생리가 터진 적 있다. 바지 엉덩이 부분에 새빨간 동그라미가 생겼다. 피가 줄줄 샜다. 김 씨는 피가 묻은 채 회사에 출근했다. 한 팀장이 뛰어나왔다. 한 팀장은 김 씨 손을 잡고 화장실로 데려갔다. 피를 닦고 생리대를 붙여줬다. 그는 “내가 토미 속옷까지 갈아입혔다"며 호쾌하게 웃었다. 그 뒤로 한 팀장은 김 씨에게 생리대 가는 법을 알려줬다. 월경이 멈추기 전까지 몇번이고 반복했다. 공장은 김 씨의 '세상'이다. 공장이 멈추면 김 씨의 세상도 닫힌다. 김 씨가 휴업한 공장으로 출근하는 이유다. 한 팀장은 “토미가 요즘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걸어 일상을 보고하는데, 어머니랑 개천 걷는 거 말고는 별 다른 일이 없다. '언니 나 하루종일 집에서 라디오 들었어. 그런데 회사 문 언제 열어?' 이렇게 꼭 출근하고 싶단 얘기를 덧붙인다"고 말했다. 공장이 다시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옷 만들기, 포장하기 같은 업무를 말하던 김 씨는 인터뷰에 동석한 팀장이 자리를 비우자 슬쩍 열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손톱이 살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언니들이랑 봉숭아 물들이고 싶어요." 공장엔 김 씨의 또 다른 가족이 있었다. 이 공장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최기준(가명·20대)씨도 있다. 최씨는 제빵·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격증 공부를 했을 때보다 공장 일이 훨씬 즐겁단다. 최 씨를 대하는 동료들의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손이 느리다, 제대로 빵을 못 만든다고 구박 받았어요. 그런데 공장에서는 칭찬 많이 해주세요" 최 씨에겐 틱 장애가 있다. 수시로 '억'하는 소리를 내거나 혼잣말을 반복한다. 자의로는 멈출 수 없다. 하지만 동료들은 최 씨의 틱 장애를 지적하지 않는다. 대신 힘이 좋고 시야가 넓다는 장점에 주목한다. 체격이 크고 힘이 센 최 씨는 공장의 물류 작업을 도맡는다. 무거운 안감을 2층으로 올릴 때, 다른 직원이 한두 단을 들 동안 최 씨 혼자 서너 단을 어깨에 올린다. 무겁지 않냐고 묻자 최 씨는 되려 활짝 웃었다. “대표님한테 칭찬 받으면 옷판이랑 우라(안감) 만든 거 올리는 일 하나도 안 힘들어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계단을 뛰어다니며 우라를 옮기는 최 씨를 김현섭 한국장애인중심기업협회 피복사업본부 대표가 멈춰세웠다. 김 대표는 최 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너 계단에서 쿵쿵 뛰면 무릎 나간다, 젊을 땐 괜찮아도 나중에 무릎 안 좋아져"라고 걱정을 건넸다. 삼촌과 조카처럼 보인다. 공장은 온정적이기만 하지는 않다. 오히려 엄격하게 위계를 가르친다. 장애인 노동자가 집에서 보이는 돌발 행동을 막기 위해서다. 최 씨 모친의 말이다. “집에서 잘못을 저지르면 '엄마 대표님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된다'고 말해요. 제 핸드폰을 숨기기도 하고요. 전화를 하면 대표님이나 팀장님이 따끔하게 혼을 내주시거든요. 제 말보다 더 따르는 것 같아요." 최 씨의 팔뚝은 모친의 허리만큼 굵다. 그런 최 씨가 힘을 쓰면 가족 중에선 이를 말릴 사람이 없다. 한 때 부친이 최 씨의 월급 통장을 바꾼 적이 있다. 이자율이 더 높은 통장으로 아들의 돈을 옮겨주려 했다. 최 씨는 '아버지가 자기 돈을 뺏어간다'며 화를 냈다. 몸을 휘두르는 최 씨를 멈춘 것은 부친도 모친도 아니었다. 김 대표의 전화 한 통이었다. “기준이! 너 부모님 말 잘 들어야지!" 한 마디에 최 씨는 얌전해졌다. 최 씨도 '월급 주는 사람'이 누군지 알았다. 신경자 팀장은 출근을 할수록 장애인 노동자들의 상태가 안정된다고 말했다. “이 모든 일들이 직원들을 성장시키는 거거든요. 출퇴근도 정확하게 하고 밥도 제 때 먹고 손도 움직이고… 그것만 해요? 우리(상사)한테 혼나고 친구도 사귀죠. 그러면 확실히 몸이나 정신이 건강해지는 걸 느껴요." 공장이 휴업에 들어간 뒤로 최 씨는 밤마다 엄마에게 통화를 조른다. “팀장님한테 전화해서 언제 출근하는지 물어보라고 했어요. 시간 외 근무 많이 해서 돈 많이 벌고 싶어요. 돈 벌어서 엄마, 아빠, 할아버지한테 치킨이랑 피자 사드릴 거예요." 3급 정신장애인 조성진(45) 씨는 공장의 마무리 담당이다. 날카로운 쪽가위로 얇은 원단 사이에 몇 가닥 튀어나온 실밥을 자르는 일을 한다. 손을 어설프게 놀리면 실 대신 원단을 찢는다. 다 만들어진 옷을 망칠 수 있다. 숙련하기 어려운 작업이지만 9년 차 베테랑이 된 조 씨의 손끝은 정교하다. “장애인은 일 배우는 게 오래 걸려요. 비장애인이 보기엔 단순한 기술인데도 3년씩 걸리니까 재취업은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회사가 문 닫으면 오갈 데가 없어요. 여기가 제 마지막 일터라는 마음으로 일해요." 조 씨는 해도 뜨지 않은 새벽 4시에 집을 나선다. 집이 있는 영등포에서 봉제 공장까진 지하철로 1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도 조 씨는 새벽 출근을 고집한다. 안전한 출근을 위해서다. 조 씨는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벌금형을 받은 적도 있다. 조 씨의 턱에 있는 보랏빛 반점을 손가락질하며 키득대던 사람을 홧김에 밀쳤다가 벌금 200만 원을 물었다. 사고 없이 출근하기 위해선 최대한 사람이 없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버스는 지하철보다 좁아 거의 타지 않는다. 집에서 지하철역, 다시 역에서 회사까지 40분을 꼬박 걷는다. “그렇게까지 출근이 하고 싶냐"고 물었다. 인터뷰 내내 탁자 끄트머리를 쳐다보고 있던 조 씨가 고개를 들었다. “솔직히 진짜 힘들어요.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재직증명서가 있어서 전세대출도 받을 수 있었거든요. 제가 우리 집 가장이니까요." 조 씨는 특히 '가장'이라는 단어에 힘을 줬다. 조 씨 아버지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조 씨는 70대 노모와 발달장애가 있는 누나 둘을 홀로 보살핀다. 대출 이자를 내고, 부족한 생활비를 보태는 돈은 공장의 월급봉투에서 나왔다. 정신장애인 조 씨를 가장으로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현재 조 씨는 공장이 휴업에 들어가며 무급 휴가를 보내고 있다. “장애가 있으니까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힘들어요. 지금 이 상태로 어디 가겠어요? 공장 문 여는 것만 기다리고 있죠. 기본적인 생활, 먹고 자고 그런 생활조차도 어려워요." 2급 뇌병변장애인 정원철(50) 씨도 집안 생계를 책임진다. 정 씨는 아흔이 넘은 노부모와 1급 뇌병변장애인 형과 함께 산다. 4인 가족의 생활이 정 씨에게 달려있다. 정 씨는 후천적으로 뇌병변장애를 얻었다. 장애가 생긴 7살 전까지 아역배우를 꿈꾸기도 했다. 지금은 장애 탓에 언어 전달이 어눌하고 손발 활용이 불편하다. 대신 숫자 감각만큼은 비장애인보다도 뛰어나다. 세자릿수 단위도 오차 없이 세어 박스에 옷을 넣는다. 정씨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하진 않는다. 정 씨는 아직도 첫 월급의 순간을 기억한다. “부모님이 우리 아들 애 많이 썼다고 처음으로 인정해주셨어요. 지금은 부모님이 제 자식 같아요." 정 씨에게 출근이란 지금까지 받아 온 돌봄을 돌려주기 위한 일이기도 하다. 취재를 마무리하고 있는 기자에게 정 씨가 주머니에서 작은 명함을 꺼냈줬다. 지하철 퀵서비스 전화번호다. 정 씨는 공장이 휴업 중인 탓에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택배 보내실 거 있으면 꼭 연락 주세요." 정 씨는 굽은 손으로 종이 뭉치에서 한 장을 겨우 골라냈다. 한참이 걸렸다. 체온이 명함에 스몄다. 오렌지색 명함은 따뜻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신유정 인턴기자

연이은 폭염, 구윤철 부총리 쪽방촌 찾아…“취약계층에 더 가혹, 지원 지속”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7일 연이은 폭염에 쪽방촌을 찾아 “폭염 취약계층이 안전하게 혹서기를 지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을 방문해 거주민들의 건강과 생활여건을 살펴보고, 폭염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구 부총리는 쪽방촌 주민들에게 생필품과 냉방 용품 등을 제공하는 온기 창고 4호점을 찾아 이용 현황을 들었다. 쪽방촌 공용에어컨과 안개형 냉각장치(쿨링포그) 가동 상황도 점검했다. 그는 또, 인근에 홀로 거주하는 고령자를 찾아가 건강 상태와 냉방시설 이용 등 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펴봤다. 쪽방 상담소에서는 무더위쉼터, 목욕실 등 시설을 둘러봤다. 구 부총리는 “모두가 더운 여름이지만 쪽방촌 주민 등 취약계층에게는 더욱 가혹하다"며 “폭염경보 발효 등 더위가 극심할 때는 공용에어컨, 무더위쉼터 등을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6일 폭염·가뭄 대처 상황 점검 회의를 열어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극심한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며 “독거노인, 쪽방촌 주민 등 취약계층을 보다 세심히 살피고, 냉방시설 이용이 어려운 분들은 직접 찾아 안부를 확인하는 등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자살보도 규제’한다더니…‘유튜버’ 배인규 사망 사건에 정부 대책 맹점 드러났다

정부가 유명인 자살 사건 등에 대한 보도 자제를 요청하는 범정부 대책을 내놓은 지 일주일 만에 신남성연대 대표 故배인규 씨의 사망 소식이 포털 뉴스를 뒤덮었다. 수십 건의 관련 기사가 실시간으로 노출되면서 정부가 제시한 원칙이 실제 언론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28일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는 '미디어·온라인 분야 자살예방 범정부 추진대책'을 발표했다. 유명인, 일가족, 청소년 자살 등 모방 위험이 큰 사안에 대해 언론사에 보도 자제를 당부하고, 보도 준칙을 반복 위반하는 매체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사업 참여를 제한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지난 5일 배 대표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곧바로 언론계의 보도 관행이 한계를 드러냈다. 또한 국내 거주 일본인 여성 인플루언서가 라이브 방송 도중 사망한 사건도 일파만파 퍼졌다. 현행 '자살예방 보도준칙 4.0'은 구체적인 자살 방법과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건 직후 일부 매체는 두 고인의 사망 장소와 사인 정황을 묘사하고 자극적인 어휘를 동원하며 속보 경쟁에 나섰다. 혼란은 정부 대책이 안고 있는 맹점에서 비롯됐다. 정부가 억제 대상으로 삼은 '유명인'이나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잣대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연예인, 정치인, 고위 공직자 등이 명확한 공인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와 유튜버가 기성 공인 이상의 파급력을 갖는 현재 미디어 지형에서, 이들을 가이드라인에 포함할지 세부 규정은 없는 상태다. 공적 인물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와 생명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도 문제다. 배 대표는 정치·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섰던 온라인 활동가다. 이러한 공적 인물의 사망을 구체적 가이드라인 없이 덮거나 통제하려 할 경우, 무분별한 억측이나 음모론이 온라인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할 위험성이 존재한다. 아울러 정부가 언론재단 지원금과 연계해 제재를 가하는 방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공적 인물의 사망이나 사회적 논란과 연결된 사건까지 정부가 사실상 관리하려 할 경우 취재와 보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보도 준칙 위반에 대한 징벌적 엄포나 사후 제재 방침만으로는 취재 현장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변화된 뉴미디어 환경에 맞춰 '사회적 영향력'의 범주를 재정의하고, 언론계에서 명확히 적용할 수 있는 객관적인 세부 지침 마련이 요구된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국고채 담합, 역대급 과징금 15조 예고 왜?…금리 등 영향, 공정위 “중대 위법”

공정거래위원회가 국고채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은행, 증권사 등 15개 국고채 전문딜러(PD)사업자에 대한 심의에 착수했다. 15개사의 입찰 담합에 따른 매출액이 76조원을 넘어 과징금 부과도 사상 최대인 15조원에 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정위는 6일 15개 전문 딜러사에 심사보고서를 송부, 위원회에 제출해 제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의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 격으로 공정위가 판단한 법 위반 사실과 제재 의견 등이 담긴다. 해당 15개사는 국민, 농협, 기업, 하나, 산업 등 은행 5곳과 교보, 대신, 메리츠, 미래에셋, 삼성, 신한, NH투자, KB, 한국투자, 키움 등 증권사 10곳이다. 이들은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약 3년 6개월간 국고채 경쟁입찰 과정에서 입찰 담합과 정보 교환 담합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고채는 재정경제부가 국가재정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데, 주로 경쟁 입찰 방식으로 이뤄진다. 재경부는 일정 요건을 갖춘 업체에 국고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전문 딜러(PD) 자격을 부여한다. PD사들은 유통시장에서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시장 조성 의무가 있다. 공정위는 PD사들이 국고채 경쟁입찰 과정에서 금리와 가격, 물량 등 정보를 사전에 공유한 혐의를 조사 중이다. 담합으로 금리가 높게 형성돼 정부의 국채 조달 비용 부담을 키우는 등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담합을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로 판단했다"며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번 입찰 담합에 따른 국고채 낙찰금액인 관련 매출액만 약 76조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번 담합이 매우 중대한 위법 행위로 결론나면 과징금 부과 기준율은 관련 매출액의 10.5% 이상 20% 이하다. 이 경우 과징금이 8조원에서 최대 15조원까지 부과될 수 있는데, 담합 관련 역대 최고 수준이다. 공정위는 이르면 이달 말 전원회의를 열어 법 위반 여부를 판단, 제재 수위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만간 전원회의를 열어 PD사인 피심인들의 의견도 충분히 들은 뒤 구체적인 조치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며 “국고채 시장 상황과 파급효과, 피심인들의 재무 상태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증오의 과세” vs “공포 마케팅”…부동산 세제개편 놓고 여야 전면전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개편안을 '증오의 과세', '사회주의 세제'라고 규정하며 철회를 촉구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정쟁을 위한 공포 마케팅"이라며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조세 정상화라고 맞받아쳤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을 갈라치고 세금으로 쥐어짜는 닥치고 세금'을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조세 체제가 사회주의 방식으로 전환되는 혁명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부의 보유세·거래세 인상 중심 세제개편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지만 결과는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하는 '피노키오' 세제 개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강남·서초·송파 등 고가주택 보유자들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리한 과세를 하는 '증오의 과세'이자, 세금 제도를 복잡하게 바꿔 정부의 선의에 기대도록 하는 '사회주의적 과세'"라고 비판했다. 재경위 야당 간사인 배준영 의원은 “역대 최악의 세제개편"이라며 “보유세 인상은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청년 무주택자들의 부담을 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도 “고령층과 중산층, 전월세난에 시달리는 서민과 청년에게까지 세금 폭탄을 안기는 정책"이라며 “국민의힘이 세제개편 피해자들을 위한 정교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이사장,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고광용 자유기업원 정책실장, 민동환 연금개혁청년행동 대표 등이 참석해 집값 상승과 전월세난 심화 가능성 등을 우려했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비판이 사실을 왜곡한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2026년 세제개편안은 국민의 삶을 지키고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다지기 위한 조세 정상화 노력의 결정"이라며 “실거주자를 두텁게 보호하고 과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세 정상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 부담 변화에 국민들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도 부여했다"며 정부안을 옹호했다. 정부가 발표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관련해서도 “기존 혜택은 유지하면서 재가입과 신설 ISA 중복 가입이 가능하도록 해 투자 기회를 확대했다"며 “결혼·출산 지원 역시 세액공제를 재정 지원 방식으로 전환해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국민의힘의 무책임한 정치 선동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알면서도 거짓 주장을 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이고, 모르면서 궤변을 늘어놓는 것은 무지의 소치"라고 비판했다.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국민의힘이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왜곡해 국민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며 “정쟁을 위한 공포 마케팅은 국민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실수요자를 두텁게 보호하고 일정 가액 이상 비거주 다주택자의 세 부담은 정상화하는 균형 잡힌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정부의 주택 공급대책까지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9·7 공급대책을 뒷받침할 핵심 법안이 국민의힘의 비협조로 1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조속한 법안 처리 협조를 촉구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민주당 따라하는 장동혁?…‘정청래식 승부수’에 다시 불붙는 사퇴론

6·3 지방선거 패배 이후 리더십 위기에 몰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1주년을 앞두고 '당원 중심 정당'을 전면에 내세운 당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권리당원 중심 정당 운영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강성 당원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장 대표의 사퇴론까지 다시 불붙는 모습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 대표는 이달 중순 당 개혁안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개혁안의 핵심은 그동안 일관되게 강조해온 '당원 중심 정당'이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출범한 '선출직 공직자 평가혁신 태스크포스(TF)'에서 “어떤 식으로든 당원의 의사가 공직자 평가에 비중 있게 포함돼야 한다"며 “그것이 당원 중심 정당과 국민정당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지방선거 패배 이후 흔들린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승부수로 해석한다. 당원들의 권한을 확대해 책임당원 중심의 지지 기반을 결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당 장악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리더십 회복을 노린 전략이 오히려 당내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원 중심 정당이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을 키우고 민심보다 당심이 우선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칫 외연 확장보다 핵심 지지층 결집에 치우치면서 중도층과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당원 권한을 확대하는 방식이 민주당의 권리당원 중심 의사결정 구조와 닮아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면서 당심이 주요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권리당원 중심 의사결정 구조가 민심과 괴리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최근 시사저널TV '정품쇼'에서 공희준 정치평론가의 주장을 소개하며 민주당식 당원 중심 정당의 한계를 지적했다. 공 평론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강성당원을 '전업당원'이라고 바꿔 불러야 한다"며 “민심과 따로 노는 전업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한국 정치의 핵심 과제는 '당심이라는 괴물'을 민심의 통제 아래 두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 사례를 넘어 장 대표의 구상 자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장 대표가) 강경 지지층을 기반으로 세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당원 중심 정당은 1980~1990년대 유럽 정당에서 논의됐던 모델로, 과거 정당 모델을 복원하겠다는 발상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개혁 방향 자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장 대표의 리더십을 둘러싼 압박도 다시 커지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책임당원과 시민 2만여 명의 서명이 담긴 장 대표 사퇴 촉구 서한이 조만간 당 중진 의원들에게 전달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사퇴론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이어져온 지도부 책임론이 당 개혁 논란과 맞물리며 다시 확산하는 양상이다. 다만 장 대표는 사퇴 요구에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전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 책임당원이 100만명이 넘는데 2만명이 조금 넘는 당원들의 의사가 100만명이 넘는 전체 당원의 의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런 문제가 있을 때마다 당대표가 일일이 답변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 당원들의 자발적 의사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또 다른 전략의 일부인지 살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추진하는 당원 중심 정당이 리더십 회복의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민주당식 당 운영을 답습했다는 비판 속에 당내 갈등과 사퇴론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될지가 향후 국민의힘의 최대 변수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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