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뒷거래①] 시세표·보험금·먹이사슬…지방자치의 어두운 민낯](http://www.ekn.kr/mnt/thum/202601/rcv.YNA.20251230.PYH2025123009970001300_T1.jpg)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전반에 공천헌금 의혹이 잇따라 불거졌다. 1990년대 본격화돼 31년째를 맞이한 '풀뿌리 지방자치'가 그동안의 민주주의 진전 등 뚜렷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돈으로 사고파는 공천'으로 위기에 처했다.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니라 정치권 전반의 공천 시스템에 구조적 결함을 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공천과 후원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해졌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김 전 원내대표의 고액 후원자 내역에 따르면, 지역 정치인 A씨는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500만 원씩 총 1000만 원을 후원했다. 이후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동작구 시의원 후보로 단수 공천을 받았다. 또 다른 지역 정치인 B씨는 2018년과 2019년 각각 500만 원씩 총 1000만 원을 본인 명의로 후원한 데 이어, 2023년에는 당시 만 20세였던 아들 명의로 500만 원을 추가 후원했다. B씨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동작구청장 후보로 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본선에서는 낙선했다. A씨는 “당에서 직책을 맡고 있어 공식적인 방식으로 후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고, B씨 역시 “지역 국회의원에게 법적 한도 내에서 후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전 원내대표의 부인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정치인들로부터 총 3000만 원의 공천 헌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비공식적인 공천 헌금뿐 아니라, 정치후원금을 가장한 '사실상의 헌납'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김 전 원내대표 측은 이에 대해 “정상적인 후원금일 뿐 대가성은 전혀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같은 공천헌금은 지방선거를 전후로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전언이다. 실제 김병기 의원의 의혹은 2022년 전국 지방선거 당시 불거진 강선우·김경 사건과도 연결된다. 당시 공천관리위 간사였던 김 의원이 강선우 의원 측의 공천헌금 수수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이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었던 강선우 의원은 김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보좌관이 김경으로부터 받은 1억 원을 보관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통화 다음 날 김경은 강 의원 지역구에서 시의원 후보로 단수 공천을 받았다.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핵심 인사에게 문제를 상의했다는 것은, 공천헌금이 비밀스러운 일탈이 아니라 당내에서 어느 정도 '관행'으로 통용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역시 공천헌금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9월 공개된 이철규·김정재 의원 간 통화 녹취가 대표적이다. 2024년 1월 31일 김정재 의원은 공천관리위원이었던 이철규 의원에게 “경선을 하게 되면 돈으로 매수를 한다. 보통은 4억~5억원을 주고 캠프를 통째로 지지선언을 하게 한다. 그게 일상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이게 걸리면 우리 당이 망하는 건데, 예전에 (경선을) 할 때도 다른 후보가 저한테 돈을 5억원을 요구하더라"며 “지금 또 돈이 오가는 분위기가 약간 나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경북 포항 북구에서 재선을 지낸 김 의원이 3선에 도전하며 지역구의 공천 뒷거래 관행을 언급한 것이다. 친윤계 핵심이자 공관위원이었던 이철규 의원에게 단수공천을 청탁하는 맥락에서 이뤄진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공천헌금에 암묵적인 '시세'가 존재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지자체장은 5억원, 광역의원은 1억원, 기초의원은 수천만원에서 공천권 뒷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당한 경쟁이 치열한 곳이 아니라 특정 정당이 우세를 보이는 곳에선 지역구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 '카르텔'이 선거 때마다 공천권 장사가 벌어진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식 절차와 별도로 '성의 표시'를 요구받는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놓고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특별당비나 후원금 명목으로 이뤄진다"고 전했다. 이 같은 구조가 유지되는 배경에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공천이 성사되지 않으면 돈을 돌려받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일종의 보험처럼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공천권을 쥔 인사나 공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공천을 받는 전형적인 거래 구조가 반복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공천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 간에 형성된 복잡한 상호 의존 관계를 지목한다. 지방선거와 총선의 선거 주기가 엇갈리면서, 국회의원은 다음 총선을 대비해 '자기 사람'을 지방권력에 심으려 하고, 지방 정치인들은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에게 접근할 유인을 갖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구조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공천권을 당원들에게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정당은 본질적으로 당원들의 결사체"라며 “소수의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에게 공천권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뇌물과 로비가 발생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여론조사나 당원 투표 등 당원 참여 비율을 높이면, 특정 인물에게만 접근해 공천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 자체가 약화된다는 것이다. 그는 “당원 수가 많아질수록 로비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공천헌금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지방선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 권한 분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교수는 “지역위원장들이 시·구의원들을 사실상 '관리 대상'처럼 다루는 현실이 공천비리의 토양"이라며 “이들의 영향력을 줄이고 평가와 결정 권한을 분산시키지 않으면 공천헌금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처벌 수위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당 차원의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공천 비리나 금품 거래가 수사로 확인되면 다시는 공천을 받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며 “삼진 아웃이 아니라 한 번 적발되면 정치권에서 영구 퇴출시키는 수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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