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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광주시, 경강선 열차 증편·배차 간격 단축 환영

경기 광주=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광주시는 19일 경강선 열차 증편 및 배차 간격 단축 조치에 대해 시민과 함께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시는 특히 이를 계기로 선로 용량 확보와 열차 회차 기능 강화 등 구조적 개선에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시는 오는 23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조치가 시민 출근길 혼잡 완화를 위한 첫 단계로 평일 2회 증편과 오전 9시대 배차 간격이 기존 최대 28분에서 19분으로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어 “이번 증편은 광주시민의 오랜 요구와 출근길 불편 해소를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며 “그동안 경강선 서비스 개선을 위해 협력해 온 국토교통부, 한국철도공사, 국가철도공단, 지역 국회의원 등 관계자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간 시는 출근 시간대 혼잡 문제 해소를 위해 관계 기관을 수 차례 방문해 열차 증량과 증편, 배차 간격 단축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으며 시는 이번 증편이 이러한 노력과 지역 정치권의 협력 결과라고 평가했다. 시는 이번 조치를 일시적 개선이 아닌 시작 단계로 보고 있으며 현재 12편성으로 운영 중인 경강선은 구조적 한계가 있으며 앞으로 수서~광주선, 월곶~판교선 연결, 수도권광역급행철도 D노선, 경강선 연장 사업 등이 추진될 경우 동일 선로 공동 사용에 따른 용량 부족과 병목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는 선로 용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강선 복복선화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 D노선의 별도 노선 신설 등 근본 대책을 중앙정부에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선로 용량 개선과 병목 해소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시는 '경강선 복복선화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추진을 검토 중이며 이 용역을 통해 수요 증가와 선로 포화 가능성, 공사 및 운영 방안 등을 분석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사업이 제6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되도록 건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곤지암역 시설 개량 사업도 추진 중이다. 곤지암역은 본선 승강장 안전문 설치와 신호기 확충 등 시설보강이 진행되고 있으며 올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는 곤지암역이 경강선 내 유일한 부본선 보유 역으로서 대피 및 회차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곤지암역 시설보강과 신호체계 개선이 완료되면 중간 회차 및 반복 운행 확대를 통해 출·퇴근 시간대 열차 운행 유연성을 높일 계획이다. 방세환 시장은 “이번 증편으로 시민 불편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목표는 철도 서비스의 근본적 개선"이라며 “복복선화와 별도 노선 신설, 회차 기능 강화 등 기반 시설 확충을 차질 없이 추진해 수도권 동남부 철도 거점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오산시, 분당선 연장 조속 추진 범시민 서명운동 전개

오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오산시(시장 이권재)가 19일 분당선 연장사업 조속 추진을 위한 범시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분당선 연장사업은 기존 분당선 도시철도를 기흥역에서 동탄2신도시와 오산까지 연결하는 사업으로 용인 기흥을 거점으로 동탄2신도시와 오산을 연결해 용인 남부권은 물론 인접 도시 시민들의 교통 편의를 크게 개선할 핵심 사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시는 범시민 서명운동 추진 배경으로 △세교신도시(1, 2, 3지구) 등 대규모 주거단지 조성에 따른 인구 증가 및 교통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광역철도망 확충 필요성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년)에 포함됐음에도 미온적인 태도 변화 촉구 등을 제시하고 나섰다. 이권재 시장은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된 사업으로, 대규모 주거단지 조성에 따른 교통수요 증가로 사업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점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 구체적으로 범시민 서명운동은 지난 17일부터 내달 20일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 진행되며 3만명 이상 참여를 목표로 하며 대상은 오산시민은 물론, 거주자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가능하다. 시는 확보된 서명부를 향후 국토교동부를 포함한 관계기관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시는 미세먼지의 실질적 저감을 위해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본격 시행에 나선다 시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019년 이후 경기도 평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보다 쾌적한 대기환경 조성을 위해 지속적인 관리와 개선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시는 올해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 17㎍/㎥ 달성을 목표로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시는 △미세먼지 대응체계 구축 △이동오염원 관리 및 재비산먼지 저감 △미세먼지 발생 사업장 관리 △미세먼지 안심공간 지원 △신속·정확한 미세먼지 정보 제공 △생활 속 시민참여 유도 등 6개 부문, 19개 세부사업을 추진한다. 주요 내용으로는 비상저감조치와 계절관리제 운영 등 대응체계 구축을 비롯해 친환경자동차 보급 확대와 노후경유차 배출가스 저감, 도로 재비산먼지 관리 및 자동차 배출가스 단속 등 이동오염원 관리가 포함된다. 또한 미세먼지 배출원 조사와 대기배출시설 관리 강화, 미세먼지 안심 버스승강장 및 집중관리구역 운영, 다중이용시설 실내공기질 관리, 어린이집 공기청정기 지원 등 생활밀착형 사업도 함께 추진한다. 아울러 대기오염측정소 운영과 미세먼지 정보 제공을 통해 시민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영농부산물 수거 지원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탄소중립 포인트 제도 운영 등 시민 참여형 정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장현주 기후환경정책과장은 “시민과 사업자의 관심과 협조로 미세먼지 농도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인 만큼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시는 18일 오산종합운동장에서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2026년 1분기 통합방위 사후관리 실제훈련'을 실시하고 재난 대응 역량과 통합방위 태세를 점검했다. 이번 훈련은 국가방위요소 간 연계성을 강화하고 전투준비 및 통합방위 작선 태세를 확립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최근 안보 환경을 반영해 전술핵 투하라는 극한 상황을 가정한 실전형 훈련으로 진행됐다. 특히 시 인근 지역에 전술핵이 투하된 상황을 가정해 △대량사상자 처리 단계별 사후관리 절차 숙달 △비상시 의료지원 체계 점검 △신속한 인명 구조 및 구급 대응 등 현장 대응 능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훈련이 이뤄졌다. 시는 이번 훈련을 통해 통합방위지원본부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재확인하는 한편 군·경·소방 등 유관기관 간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성과를 거뒀다. 시 관계자는 “안보는 지자체와 유관기관이 긴밀히 협력할 때 완성된다"며 “앞으로도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시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통합방위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르포] “집 뒷동산 ‘금정산’이 부산 첫 국립공원”…도심속 랜드마크

“매번 뒷동산 오르듯 했던 금정산이 국립공원이 됐다니 기분이 새롭네요. 더 많은 시민들이 찾을 거고, 부산에 하나뿐인 국립공원인데 자연도 보호하고, 앞으로 더 소중히 간직해야할거 같아요." 지난 17일 오랜 감성이 느껴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서 만난 부산 탐방객들의 국립공원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금정산 초입로에는 '국립공원 지정'을 축하하는 현수막과 팻말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한 달 전까지 집에서 나와 산책 겸 오르내렸던 뒷동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그저 새롭고, 믿기지 않는다는 게 부산 시민들의 반응이었다. 금정산은 올해 3월 3일 자연공원법에 따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전체 면적은 66.859㎢로 부산진구와 동래구, 북구, 금정구. 연제구, 사상구 등 6개 구와 경남 양산시까지 걸쳐 있다. 주택가 인근 곳곳에 산책로가 연결돼 있고, 주변 진입로만 220개가 넘는다. 차량 이동이 가능하고, 케이블카도 설치돼 산 정상까지 편하게 오를 수 있다. 누구나, 언제든 쉽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말 그대로 일상 생활 속에 국립공원이 존재하는 셈이다. 금정산이 대도시와 가까운 접근성과 다양한 자연·문화자원을 동시에 갖춘 '도심형 국립공원'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금정산에는 수달, 삵, 매, 팔색조, 고리도롱뇽 외에도 가는동자꽃, 자주땅귀개 등 14종의 멸종위기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희귀 동·식물 다수가 분포하는 핵심 생물다양성 지역으로 꼽힌다. 여기에 삼층석탑과 대웅전, 목조석가 여래삼존좌상과 같은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범어사와 조선 후기 왜군 침략에 맞서 싸운 흔적이 남아 있는 금정산성 등 역사 문화자원과 연계돼 있어 복합 보전 가치가 높다. 생물다양성과 역사·문화유산이 함께 어우러진 금정산이 지금에서야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는 점에서 늦은 감이 있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송동주 금정산 국립공원 사무소장은 “광주에 무등산 국립공원이, 대구에는 팔공산 국립공원이 있는데 왜 우리 부산에만 없냐며 시민들이 하소연했었다"며 “부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였고, 2019년 6월 부산시가 환경부에 국립공원 지정을 건의하면서 금정산 국립공원이 추진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 지정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2020년 3월부터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가 실시됐지만 금정산 내 농지, 사찰 등 사유지 문제로 일부 주민들과 범어사 측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2024년 7월 농지 제외, 사찰 지원 등 조건부 동의로 국립공원 지정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용역에 착수할 수 있었다. 그해 10월 국립공원 지정안이 마련되고,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 관할 시·도지사와 중앙행정기관장 협의를 거쳐 지난해 11월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고시가 마련됐다. 마침내 금정산은 부산을 대표하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이다.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 지정으로 금정산 내 체계적 자연 보전과 함께 생태관광, 탐방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가족 단위의 전기차 전용 야영장 설치, 국립공원 숲 결혼식 등 다양한 방문객 서비스를 추진할 예정이다. 지역 일자리 창출, 상권 활성화 등 지역경제 파급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탐방객 수도 2017년 기준 300만여명에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올해 400만명으로 추산된다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지난해 7월 부산연구원 보고서 '금정산국립공원 지정에 따른 경제적가치평가 연구'에 따르면 금정산 국립공원의 이용 및 보존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6조6200억원으로 추산됐다. 다만 지정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금정산 국립공원은 향후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들이 남아 있다. 금정산에는 주택가 주변에서 오를 수 있는 진입로만 220개가 넘는다. 국립공원 지정 후 인근 마을 주민들뿐 아니라, 타 지역 탐방객들과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릴 것으로 예상돼 탐방로의 철저한 안전 관리, 생태계와 자연 보전이 필수다. 이를 위해 공단 측은 지역 사회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탐방로 관리 차원에서 진입로 수를 축소하는 경우에 기존 주민들이 그 길로 못 다니게 될 수도 있어 자칫 규제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정산은 사유지가 전체의 약 69.6%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 도심형 국립공원인 북한산의 경우 국유지가 64.7%로 공공 토지 비중이 대비된다. 금정산에서 10년 넘게 매점을 운영해 온 자영업자는 “이제 문을 닫을지도 모르겠다"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단속에 여러 가지 규제로 불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속 금정산 국립공원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국립공원 내 사유지 관리와 공원 보전, 지역사회 이용 간 균형을 맞춰 나가는 것이 필수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금정산은 부산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도심형 국립공원"이라며 “앞으로 자연 보전과 지역사회와의 조화를 함께 고려한 공원 관리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슈&인사이트] 지진조기경보의 경제사회적 가치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약 2만 2천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고, 40만 채 이상의 가옥이 소실되거나 파손되었다. 전체 경제 피해액만도 약 2300조 원에 이른다. 이렇듯 단 한 번의 지진으로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진으로 발생하는 강한 땅의 흔들림을 견딜 수 있도록 건물과 시설물을 튼튼하게 짓는 것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 왔다. 그러나 건물을 단순히 더 튼튼하게 짓는 것이 지진 재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진 규모가 1 증가하면 방출되는 에너지는 약 32배 커진다. 다시 말해, 지진 규모가 0.2 증가할 때마다 에너지는 약 두 배씩 증가한다. 즉, 규모 6.2의 지진은 규모 6.0의 지진보다 두 배 많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는 건축물을 두 배 더 강하게 만든다 하더라도, 기존 건축물이 견딜 수 있는 지진 규모보다 규모 0.2 정도 더 큰 지진에 대응하는 수준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까지를 고려해야 하는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지진 규모가 커질수록 발생 주기는 길어진다. 수천 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지진을, 사용 기간이 100년 내외인 건축물 설계에 반영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따라서 건축물의 중요도와 사용 연한을 고려하여 내진 성능을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발생 주기가 긴 대규모 지진이 공교롭게도 오늘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내진 설계만으로는 지진 재해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딜레마를 보완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지진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그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지진조기경보이다. 지진조기경보는 지진 발생 초기,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파형을 바탕으로 수 초 이내에 지진의 위치와 규모를 추정하고, 지역별 예상 피해 정보를 신속하게 전파하는 시스템이다. 지진계의 고른 분포와 충분한 밀도는 신속한 지진 탐지와 정확한 정보 산출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지진파가 도달하기 전, 수 초에서 수십 초의 귀중한 대응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경보를 받은 시민들은 강한 흔들림이 도달하기 전에 자신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후 진동이 약해지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있다. 이러한 대응 과정은 이어지는 큰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6년 경주지진 예에서 보듯이, 규모 5.1의 지진이 먼저 발생하고, 약 48분 뒤 더 큰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이처럼 하나의 지진이 더 큰 지진의 전조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진조기경보를 통한 신속한 대응과 대피는 후속 지진 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지진조기경보는 경제·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한 지진동이 도달하기 전에 엘리베이터를 정지시키거나, 철도·공장·전력 시설 등 주요 산업 시스템의 가동을 사전에 중단함으로써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일본은 지진조기경보를 활용하여 고속열차를 감속하거나 정지시켜, 열차 탈선과 같은 대형 사고를 예방하고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줄인 바 있다. 이처럼 몇 초의 시간 차이는 대형 시설이나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러한 피해 감소는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 감소뿐 아니라, 의료비 절감, 생산성 손실 감소 등 사회적 비용 절감으로도 이어진다. 특히 현대 산업 구조의 특성상 이러한 영향은 한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결국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은 단순한 재난 알림 기술을 넘어, 지진 위험을 관리하고 경제적 손실을 줄이며 사회적 회복력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상청 주관으로 2017년부터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관측 기술과 데이터 처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지진조기경보의 정확성과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피할 수 없는 지진이라도 우리의 대응에 따라 피해의 크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SK하이닉스 육아휴직률 10%대…워라밸 공시 ‘제각각 기준’ 탓

기업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도입된 '일·생활 균형 공시'(워라밸 공시)가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나 강제성이 없다 보니 기업들이 기준을 제각각 정해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대부분 10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를 17.3%로 기재해 오해를 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18일 재계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워라밸 공시'는 지난 2024년 시행됐다.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상장사가 사업보고서에 육아휴직, 유연근무, 근로시간 등을 적도록 한 게 골자다. 복지 수준을 공식적으로 수치화해 투자자·구직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게 도입 목적이다. 아직 법적 강제성은 없는 권고 단계다. 대기업들은 2023년도 귀속 사업보고서부터 해당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문제는 공개되는 수치들의 산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투자자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시에 나선 기업이 오히려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SK하이닉스다. 이 회사 사업보고서를 보면 여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작년 기준 17.3%라고 나와 있다.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16.6%였다. 표면적으로 보면 여성 직원 10명 중 8명 이상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고 회사에 출근했다고 해석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업무 강도가 강하거나 직원 복지가 나쁘다고 짐작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통계 착시다. SK하이닉스 측이 사용률을 산정하며 분모에 '육아휴직 대상 근로자수'를 넣은 데 따른 것이다. 초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 전체에서 당해 실제 휴직한 사람 비중을 계산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 전체 직원 수는 남성 2만3037명, 여성 1만1512명 등 총 3만4549명이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직원 수는 2023년 827명, 2024년 594명, 지난해 959명으로 집계됐다. 다른 기업들은 대부분 분모에 '당해 출생 자녀를 가진 직원'을 넣고 있다. 자연스럽게 여성 직원 육아휴직 사용률은 100%에 육박한다. 삼성전자(95.5%), 기아(90%), LG전자(98.1%), 롯데지주(80%), 포스코(91.7%), 한화솔루션(92%), 효성(100%) 등이다. SK그룹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85.37%), SK아이이테크놀로지(75%) 등도 이같은 기준을 쓰고 있다. 주요 상장사 가운데는 현대모비스(41.5%) 정도가 SK하이닉스와 같은 방식으로 육아휴직 사용률을 계산하고 있다. 기업들은 워라밸 공시 관련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확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회계 기준과 투자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차원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안 해도 그만인 공시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며 “권고 단계라고 해도 관련 가이드라인이 없어 자의적으로 수치를 기재하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고 털어놨다. 이 제도는 고용노동부가 만들고 금융감독원이 관리한다. 과태료 등 의무 조항이 없다 보니 이를 누락하는 상장사들도 상당수다. 300인 이상 사업체에 정보 제공 강제성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법' 등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표준도 워라밸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일본은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여성 관리자 비중 등을 알리도록 강제하고 있다. 영국은 성별 임금 격차 같은 일부 지표를 의무적으로 공표하도록 한다. 미국은 중요한 인적자본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지만 육아휴직률 등은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 유럽연합(EU) 역시 인적자본 공개 요구가 있음에도 개별 지표는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승산 없는 싸움 피하던’ 오세훈, 이번엔 왜 뛰어들었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결국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공천에 나서자 '승산 없는 싸움'은 피하는 기존 정치 행보와 다른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 갈등과 불리한 선거 지형 속에서도 '선당후사'를 앞세워 출마에 나선 배경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오 시장은 지난 17일 “서울시민에 대한 책임감과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등록을 한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그동안 두 차례 후보 등록을 거부하고 당 지도부와 기싸움을 벌이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재재공모 마감일까지도 '불출마 가능성'이 거론됐다. 18일 정치권에서는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당내 주도권과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내에서는 비판도 이어졌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안될 선거에는 나가지 않는 게 오세훈 시장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 역시 “당이 위기일 때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당원들을 인질로 삼는 기회주의 리더십"이라고 직격했다. 오 시장은 그동안 정치적 리스크를 정면으로 감수하기보다 승산이 있는 시점을 선택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직 사퇴 이후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25.7%로 개표 기준(33.3%)에 미달해 무산되자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같은 해 치러진 보궐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당시 선거에서는 야권 단일화 바람 속에 박원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이 불리한 여론 흐름 속에 재도전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또 다른 사례는 2018년 지방선거다. 당시 보수 진영 상황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급격히 악화됐다. 자유한국당은 경쟁력 있는 후보로 오 시장에 대해 영입을 시도했지만, 그는 결국 거절했다. 실제 선거 결과에서도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2.8%를 얻어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23.3%)를 크게 앞섰다. 이후 때를 기다리던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당시 선거는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이후 치러졌고, 정권 심판 여론이 강하게 형성된 상황이었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57.5%의 득표율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39.2%)를 무난히 제쳤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번 출마를 단순한 선거 참여를 넘어 향후 정치 행보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이번 선거는 오 시장 입장에서는 '두 번 뛰는 선거'라고 볼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와 동시에 전당대회까지 염두에 둔 행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번 선거는 질 수밖에 없겠지만, 내가 이렇게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다음 당권 도전 때 힘을 보태주지 않겠느냐'는 판단이 깔린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출마 전에 당 기조를 '절윤'으로 바꾸고, 헌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서 만약 진다고 하더라도 다음 당권에 도전할 수 있는 물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출마 선언 과정에서 당 지도부에 조건을 제시하고, 요구 사항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고 밝힌 점은 일종의 명분 쌓기용 행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확실한 건 당권 도전 여부를 떠나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려면 국민의힘을 떠나서는 안 된다"며 “이번 선택 역시 그 안에서 입지를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단독] 文·尹·李 대통령은 바뀌는데…‘불사조 기관장’ 11명·공석 40곳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장 11명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장이 아예 공석인 곳도 40곳에 달했다. 이재명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가 늦어지면서 핵심 공기업 수장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18일 기준 본지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공개된 총 344개 공공기관장의 임기 현황을 전수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이후 여전히 재직 중인 이른바 '불사조 기관장'은 최소 11명으로 집계됐다. 임기가 끝났음에도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직을 유지 중인 기관장이 9명, 연임 중인 기관장이 2명 등이다.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기술보증기금은 2021년 11월 김 이사장 취임 이후 4년 4개월째 기관장이 교체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감사원 사무총장 등 핵심 요직을 거친 김 이사장은 2024년 11월 3년 임기가 만료됐다. 하지만 바로 다음 달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고, 이후 대통령 선거 등이 잇따르면서 임원 추천 절차가 지연됐다. 연봉이 2억9000만원에 달하는 이사장 자리를 1년 4개월간 더 유지한 셈이다. 후임 이사장 공모는 지난 1월 2일에야 마감됐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가 복수 후보자를 추천한 단계까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술보증기금 관계자는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한 인선 절차는 기관 내부에도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완료 시점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병국 국제식물검역인증원장은 2022년 2월 취임 이후 4년 1개월째 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임기가 만료됐지만, '문·윤·이' 세 정부에 걸쳐 원장직을 수행 중이다. 후임 원장 선임을 위한 1차 서면 심사는 완료된 상태다. 면접을 거쳐 후보자 2명을 이사회 심의에 올린 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추천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김홍연 한전KPS 사장과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각각 2021년 6월, 2021년 4월 취임 이후 각각 4년 9개월, 4년 11개월 기관장을 맡고 있다. 박은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2022년 1월 취임 이후 4년 2개월),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2022년 2월 취임 이후 4년 1개월), 안호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2022년 3월 취임 이후 4년), 노수현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2022년 3월 취임 이후 4년) 등이 기관장을 유지하고 있다. 황철주 한국발명진흥회장은 2022년 12월 취임해 3년 3개월 재직 중이며, 오는 12월 임기 만료된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이후, 연임으로 장기 재직 중인 사례도 있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2021년 2월 취임 이후 5년째 재임 중이다. 지난달 선출로 인해 2028년 2월 24일까지 임기 4년 연임이 확정됐다. 권대근 경북대학교치과병원장도 2022년 1월 취임 이후 4년 2개월째 업무를 보고 있다. 그는 최초 취임 기준으로 총 6년 4개월간 병원장을 맡게 됐다. 병원 관계자는 “특별한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라며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해 정부 교체 시기와 우연히 맞물려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불사조 기관장'들의 연명 현상은 12·3 비상계엄과 탄핵 등으로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서 후임 인선 절차가 사실상 중단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대부분 공공기관장은 관련 법률과 정관에 따라 임기가 끝나더라도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을 유지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제도뿐 아니라, 정치적 관행과 인적 특성까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공희준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법적 임기가 보장된 이상 강제로 교체하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현재 자리를 유지하는 기관장들은 제도와 개인적 '맷집'이 결합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불사조 기관장'들이 자리를 지키는 사이 주요 기관장 자리도 계속 비어 있는 상태다. 현재 공석인 공공기관은 총 40곳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 한국공항공사, 강원랜드, 한국남동발전, 한국가스기술공사 등 연간 수조 원대 예산을 집행하거나 국가 기간시설을 운영하는 핵심 기관들이다. 이 때문에 현 정부의 인사가 늦어지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과거에는 다소 논란이 있는 인사라도 일괄적으로 내려보내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 정부는 전문성과 실용성을 더 따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른바 '낙하산' 인사조차 검증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인선이 더 늦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LH의 경우 국민 주거 정책의 핵심"이라며 “정부 출범 1년이 지나면 국정 방향이 정리되는 만큼 공공기관도 이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인선을 서두를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슈&인사이트] “전쟁의 이유는 누구의 것 : 호르무즈 앞에서의 선택”

전쟁은 언제나 '명분'이라는 얼굴을 쓰고 다가온다. 그러나 그 얼굴이 얼마나 자주 거짓이었는지, 우리는 이미 수없이 경험해왔다. 지금 중동을 둘러싼 긴장 역시 다르지 않다. 네타냐후의 정권 연장 계산과, 엡스타인 파일 공개 등으로 정치적 궁지에 몰린 트럼프의 공명심이 겹치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금 전쟁의 무대로 호명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그 바다에 우리의 젊은이들이 가야 하는가. 강대국은 자신들이 아쉬우면 언제나 동맹을 말한다. 그러나 그 동맹이 과연 대등했는지, 우리는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정 국가의 전략적 이해를 위해 다른 나라의 청년들이 위험에 내몰리는 구조는 정상적인 국제 질서라고 보기 어렵다. “파병하라"는 요구는 외교의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사실상 압박이며, 선택지를 좁히는 방식이다. 결국 판단은 우리 사회의 몫이다. 국익이라는 이름이 아무리 거창하더라도, 그것이 국민의 생명과 바꿀 만큼 절박한 것인지 우리는 끝까지 따져 물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의 관문이다. 그래서 늘 긴장의 중심에 놓여왔다. 그러나 그 긴장은 바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 바다를 둘러싼 힘의 정치, 그리고 각국 권력의 이해관계가 얽혀 만들어낸 결과다. 바다는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그 바다를 전쟁의 이유로 삼는 정치적 계산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세계 질서 유지"라는 이름 아래 그 갈등에 개입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한다. 명분 없는 개입은 질서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을 확대하는 선택이다. 촛불 이후, 우리 사회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권력이 국민 위에 설 수 없다는 사실을, 시민의 힘으로 증명해낸 기억을 가지고 있다. 촛불은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국가의 정당성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선언이었다. 이 원칙은 외교와 전쟁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전쟁, 명분이 불분명한 파병, 외부 압력에 의해 내려진 결정... 이 모든 것은 촛불이 거부했던 방식이다. 선례는 반복된다. 파병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반드시 선례가 된다. “그때도 했으니 이번에도 가능하다"는 논리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지금의 선택은 단순한 정책이 아니다. 앞으로의 기준을 만드는 결정이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하고, 그래서 더 단호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구호가 아니다. 냉정하고 성숙한 시민의 판단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판단을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전쟁은 정치가 결정하지만, 그 대가는 시민이 감당한다. 그렇다면 시민은 침묵할 수 없다.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이 전쟁은 정당한가. 이 파병은 불가피한가. 이 선택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것인가. 그리고 아니라면, 분명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젊은이들은 숫자가 아니다. 그들의 삶은 전략적 계산의 일부가 아니다. 명분 없는 전쟁에 그들을 보내는 순간, 국가는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게 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죄가 없다. 그 바다는 그저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촛불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원칙이라는 것을. 그래서 다시 말한다. 일어나라. 그리고 다시 묻자. 정말 이 전쟁에 우리가 있어야 하는가. 외교는 감정이 아니라 원칙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관련 당사국들에 조기 종전을 촉구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선택을 떠받치는 힘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깨어 있는 시민의식이다. 이재명 정부의 결정은 이같은 시민의식의 결의에서 가늠되어야 한다. ekn@ekn.kr

메모리 반도체 ‘세계 수출 1위’, 5년만에 중국 제쳤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인 메모리 반도체가 글로벌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5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2024년 기준) 타이틀을 되찾아왔다.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반도체도 지난 2020년 대만을 누르고 처음 1위에 오른 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글로벌 수출 톱 자리를 지켰다. 1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세계 수출시장 1위 품목으로 본 우리 수출의 경쟁력(2024년 기준)' 보고서를 내고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의 세계 점유율 변화를 소개했다. 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외에도 변압기, 마스크팩 등이 세계 수출시장에서 2024년 기준 1위로 새로 등극했다. 변압기는 북미 중심의 전력 인프라 수요 확대로, 마스크팩은 전세계적인 K-뷰티 열풍에 힘입어 나란히 세계 1위에 올랐다. 기존 1위 제품들 중에는 SSD를 비롯해 차량 시동용 납축전지, 자동차 부품용 고무 등이 순위를 지켰다. 반면에 직전 2023년 1위에서 2024년 순위가 떨어진 품목은 액체 운송 선박(유조선 및 LNG선)을 포함해 17개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인 한국 제품 수는 모두 81개로, 세계 순위에서 5년 연속 10위를 유지했다.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이 가장 많은 국가는 2087개를 보유한 중국이며, △독일(520개) △미국(505개) △이탈리아(199개) △인도(172개) 등 2~5위 국가의 순위 변동도 없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세계 점유율 1위 품목 81개 가운데 20개가 2024년에 새로 1위로 진입한 것으로 조사돼 주요 수출 경쟁국과 비교해 수출 1위 품목 수 대비 순위 상승 품목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향후 우리나라의 세계 1위 품목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지상 무역협회 실장은 “분석 기간 독일, 일본 등 주요 제조국의 수출 1위 품목 수가 크게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한국은 81개를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선전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5월 금리 전망, 2월과 다를 수 있어”...한은 금통위원, 이란 변수 주목

1년 넘게 이어진 '비둘기파' 기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오는 11월 조건부 금리전망을 내놓는 5월에는 이란 사태가 고려되지 않았던 2월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의 최우선 목표로 꼽히는 물가안정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이수형 금융통화위원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월에는 이란 사태가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통화정책의 적시성과 경제주체간 이질성 고려'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 위원은 “한은이나 금통위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금통위원 1인으로서의 개인 의견"이라고 전제한 뒤 “이란 사태가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이 2월 경제전망을 내놓을 당시 브렌트유는 배럴당 64달러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100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원유 도입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16일 기준 129.9달러까지 치솟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에픽 퓨리' 작전으로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극대화되면서 석유·액화천연가스(LNG)·납사 등 여러 산업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제품의 수급 문제가 생긴 영향이다. 이 위원은 “상승된 가격 자체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가 될지도 중요한 요소"라면서도 “(국내 영향을) 아직까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통위원들이) 다음번 통방 회의까지 모니터링하고, 최대한 자료를 모은 뒤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이 3.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5월까지 7개월만에 1%포인트(p) 인하했으나, 예상 보다 민간소비 회복이 늦었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한은이 △'영끌족' 급증 △인플레이션 우려 △사상 최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 대신 내수 침체 및 가계 이자 부담을 앞세운 '부양론' 쪽의 손을 들어 2024년 10월부터 금리 인하 기조로 전환했지만, 내부에서 전망하는 속도와 정도로 내수가 반응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금리를 현재 수준(2.5%) 밑으로 내렸어도 목표 달성이 힘들었을 것으로 봤다. 초저금리에 대해 선을 그은 셈이다. 경제주체간 이질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금리를 내려도 통화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소비위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외국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전체 카드 평균승인금액은 4만4677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0.4% 감소했다. 기업들이 사용하는 법인카드는 전년·전월 대비 모두 줄었다. 그는 고용 확대를 통한 민간소비 활성화도 금리 인하의 목적 중 하나였으나, (핵심연령층) 고용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다만 통화정책의 정도와 방향이 잘못됐다기 보다 경제주체가 통화정책에 반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이 위원은 예측과 실제의 간극을 좁히는 등 통화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미시 관련 통계와 거시경제 모형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달, 간편결제 확대를 비롯한 경제상황의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면서 기존 모델의 예측력이 저하됐다는 이유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수도권과 지방, 청년층과 장년층의 '체감온도'가 달라 이질감이 큰 점도 언급했다. 평균에 근거한 상황 평가 및 정책효과 분석의 한계가 있는 이유라는 것이다. 그는 노동시장에서도 취업자 수가 양호하게 증가하면서 실업률 지표 등이 안정적이었으나, 채용연계형 인턴 등 취업의 질과 소비성향 변화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가계대출 역시 신규 대출금리가 하락했으나, 차주특성별 대출금리 변동분을 알기는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 뉴욕 연방준비제도의 가계부채 전 계층 실시간 추적, 계층별 인플레이션·소득·고용 지표 분기별 산출 등 선행지표 활용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동산과 국내·외 주식을 포함한 주요 가계 투자자산의 장기수익률 실증 평가, 금융중개 지원대출제도 보완 등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에 대한 질문에는 “원화가 (아시아) 주요 통화와 대비해 변동성이 높고 약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만의 문제라고 보기 힘든 측면이 있다"며 “한은에서도 (환율 상승) 기대에 대한 우려를 안심시킬 수 있는 조치들이 마련돼 있다"고 답변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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