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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통합발전사 한전에서 분리되면, 한수원은?

정부가 발전자회사 통합을 검토하면서 전력산업 구조 전반에 '지각변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한국전력공사와 통합발전사, 한국수력원자력 간 권한과 역할 재편, 나아가 원전·재생에너지 사업 구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발전자회사 통합은 관련 법안(발전공사법안)이 6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재 한전의 발전자회사(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 발전)들은 한전의 100% 자회사 구조이다. 이들이 통합돼 단일 법인 또는 별도 독립체로 재편된다면 지분은 여전히 한전 소유가 되지만, 지위는 사실상 한전과 대등한 사업자로 격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부 법안에는 정부가 통합발전사의 한전 지분을 모두 사들여, 직접 지배하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는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유지돼 온 '한전 중심-발전자회사 종속' 구조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큰 변화다. 업계에서는 “발전사가 통합되면 규모의 경제와 협상력이 커지면서 전력시장 내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한전의 전통적인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전, 주도권 내려놓을까…“결국 정부 의지" 관건은 한전이 이 같은 구조 변화를 얼마나 수용할지다. 발전자회사 통합은 곧 한전의 지배력 축소를 의미하는 만큼 한전 내부적으로는 부담과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연료 조달, 전력판매, 투자 의사결정 등에서 영향력 감소가 예상된다. 다만 정부가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정책적 판단이 내려질 경우, 한전이 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라면 갈등이 불가피하지만 공기업은 결국 정책 방향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발전자회사 통합 논의는 자연스럽게 한수원의 지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발전자회사들이 통합돼 독립성이 강화된다면 한수원 역시 자회사 구조에서 벗어나 별도 독립을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정부가 원전 수출을 한전 중심으로 일원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다, 한수원 수장이 한전 출신 인사라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오히려 한전-한수원 협력 강화 흐름이기 때문에 독립 논의가 본격화되긴 어려운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변수…“수력 등 재생에너지는 통합 발전사로 이관해야" 발전사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중장기 변수는 '에너지 믹스 재편'이다. 통합 발전사는 규모를 바탕으로 투자 전략을 재정립하게 되는데, 글로벌 흐름과 정책 방향을 고려할 때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의 사업 영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한수원은 원자력 외에도 수력, 양수 등 일부 재생에너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 발전사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도하게 될 경우, “수력 등 비원전 사업은 통합 발전사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는 한수원을 '원전 중심 기업'으로 재정립하는 시나리오와 맞닿아 있다. 실제 5개 발전자회사 노조에서는 통합이 된다면 석탄과 LNG발전의 퇴출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발전설비 규모 유지를 위해 수력,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들은 통합발전사가 모두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전사 통합의 본질은 '전력산업 재설계' 공기업계에서는 발전사 통합 논의는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니라 전력산업 구조 전반을 다시 짜는 문제인 만큼 한전 중심 체계를 유지할 것인지, 발전 부문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강화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 시장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한전의 역할(판매·계통 중심 vs 지주회사형) △한수원의 위상(원전 특화 vs 종합 발전사) △재생에너지 투자 주체(통합 발전사 vs 분산 구조) 등 핵심 쟁점이 동시에 얽혀 있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진두지휘했던 손양훈 교수는 “원래는 5개 발전자회사 일부를 민영화할 목적으로 분할한 것인데 흐지부지되다보니 결국 다시 합쳐도 상관없다는 논의가 설득력을 얻은 것 같다"며 “아마도 한전과 한수원, 통합발전사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이며 모-자회사 관계도 당분간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결국 이번 논의는 '누가 전력을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한국 전력산업을 어떤 구조로 가져갈 것인가'라는 근본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존폐 위기’ 수도권매립지공사 노조, 총파업 예고…쓰레기 대란 우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노조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폐기물 정책을 규탄했다. 이들은 올해부터 인천 매립을 금지한 정책은 지자체 준비도 안된 상황에서 시행한 졸속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부지에 공공소각장을 구축하고 공사 역할도 기존 매립 중심에서 공공소각 기능으로 확대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요구안이 들어주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11일 수도권매립지공사 노조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가 수도권 폐기물 처리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공공운수노조와 환경 공공기관 관련 노조 등이 함께 참여했으며, 수도권매립지공사 노조 조합원 등 약 150명이 참석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1월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생활폐기물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알아서 소각 처리하고, 소각 후 발생한 잔재물만 매립지에 매립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정책의 유효기간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다. 생활폐기물 처리에 충분하다던 공공소각장은 일부 정비 등을 이유로 반입이 제한되자, 결국 다시 매립지를 활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들은 지난 3월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다시 허용했다. 허용물량은 연간 16만3000톤이다. 이는 2023~2025년 연평균 직매립량 52만4000톤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전면 매립 중단을 선언한지 3개월만에 1/3이 허용되면서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이 노조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노조의 불만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의 대책없는 정책으로 수도권매립지공사의 역할은 대폭 축소됐다. 인천시는 역할이 줄어든 수도권매립지공사를 인천시로 이관하고 매립지 사용을 완전히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이 같은 흐름은 결국 공사를 축소 내지는 해체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매립지를 기존 매립 중심에서 공공소각 기능으로 확대 전환하고, 수도권매립지공사를 '수도권자원순환공사'와 같은 대체 자원 생산 및 연구개발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도권매립지 부지 내 대규모 공공소각장을 건설해 수도권 생활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노조는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인천시와의 갈등 조정, 인허가 문제 해결, 주민 지원 대책 마련 등에 직접 나서 국가 차원의 폐기물 처리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진욱 수도권매립지공사 노동조합 위원장은 “직매립 금지 정책 시행 이후 수도권 폐기물 처리 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현장 여건을 반영하지 못한 실효성 없는 방안에 그치고 있다"며 “정부는공공소각장 확충 책임을 지자체에만 떠넘긴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를 두고 “정부가 폐기물 처리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정책 실패"라며 “수도권매립지는 기능 축소나 해체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자원순환 체계에 맞춰 기능을 재설계해야 할 시설이다. 공사가 보유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활용해 국가 환경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번 집회 이후에도 청와대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며,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총파업을 포함한 강도 높은 투쟁도 검토하고 있다. 결국 노조 총파업으로 이어져 노조원들이 매립지 반입을 막을 경우 수도권 쓰레기 대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태양광 발전,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중동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요즘 에너지 안보와 자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때 우리 경제에 위기 경보를 울리며 배럴 당 150달러까지 올라갔던 두바이유가는 아직도 1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수입 유가가 연평균 86달러이던 2023년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액은 250조원을 넘었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유가가 60달러대에서 유지되어 연간 수입액은 170조원 수준이었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올해는 250조원을 넘어 300조원에 이를 수도 있다. 지난달 초 유럽의 태양광 단체인 '솔라 파워 유럽'은 중동전쟁으로 유럽의 가스 수입가격이 올라가면서 3월 한달간 유럽연합이 태양광 발전으로 얻은 효과가 37억7천만유로(6조5천억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립 에너지에 대한 요구는 유럽에서 태양광 발전의 붐을 다시 일으켰고 그 결과 이번 중동전쟁의 영향을 완화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자립에너지인 재생에너지 보급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100GW의 재생에너지 발전을 설치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하였다. 이 중 90GW를 태양광 발전이 담당해주어야 한다. 2025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태양광 발전 설치 용량은 약 30GW이다. 지난해 새로 설치된 태양광 발전은 약 3.9GW.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4GW를 갓 넘어섰던 신규 설치용량은 윤석열 정부에서 2.7GW까지 하락한 뒤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이다. 2030년의 90GW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 평균 10GW가 새로 설치되어야 한다. 그래서 정부도 올해 목표를 7.5GW로 잡고 있다. 그런데 올해 4월까지 설치된 용량은 1.3GW에 불과하다. 이 추세로 하면 연간 4GW 설치 수준을 회복할 수는 있겠지만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햇빛소득마을은 태양광 발전 보급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한 축이 되고 있다. 마을의 공유시설이나 공공 부지에 마을 발전소를 설치하고 그 수익을 주민 복지를 위해 사용함으로써 주민들의 태양광 발전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그 성과에는 한계가 있다. 한 마을에서 1MW를 설치한다 해도 2,500개 마을이 참여해야 2.5GW에 불과하다. 태양광 발전의 설치에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와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이 따라주어야 한다. 현 RPS 제도에 참여한 태양광 발전 설비의 규모를 살펴보면 2025년 현재 100kW미만이 45.2%, 100~1MW가 35.4%, 1MW 이상이 19.4%를 차지하고 있다. 즉, 1MW 이상의 대규모 설치는 20%에 불과하고 80%는 소규모 태양광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태양광 발전 산업의 특성이다. 벼농사와 같이 다수의 소생산자가 참여하는 산업인 것이다. 해안을 간척한 현대의 서산농장과 같은 대농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전국에 산재한 소농이 있어 쌀의 자급이 가능한 것이다. 태양광 발전에서도 새만금에 투자하기로 한 현대는 상당한 규모의 설치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그 만한 입지를 구하기는 쉽지가 않다. 곳곳에서 소생자가 참여하여야 태양광 발전의 설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며 우리는 에너지 자립에 한걸음 다가가게 될 것이다. 어떤 산업에 민간의 참여와 투자를 유인하려면 그럴 만한 산업의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핵심적인 것은 안정적인 수익과 사업 참여의 용이함이다. 수익이 불안하다면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또한 기업조직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소생산자 개인이 전업 혹은 부업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면 사업 추진과 발전소 운영이 그리 어렵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안에 현 RPS제도를 폐지하고 입찰시장으로 개편한다면서 소규모 태양광 발전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찰 시장을 설치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뿐 공식적으로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즉 태양광 발전 사업이 수익이 날지 어떨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입찰이란 구매와 판매 양측에게 모두 비용을 발생시키는 방법이다. 부업으로 참여하는 개인이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번거로운 절차를 익히고 매일 시간을 낸다는 것이 그 수익에 비해 치러야만 할 비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농협에서 벼를 수매하듯이 한전에서 기준가격으로 구매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하면 기준가격을 따로 정할 필요도 없고 그냥 시장가격으로 구매하면 될 일이다. 게다가 전력망 운영의 안정성을 내세워 발전사업자에게 출력조정기를 설치하게 하고 보상 없이 한전에서 전기를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 망 운영자 입장에서 출력조정을 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화력발전이나 원전처럼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시동을 걸고 있는 햇빛소득마을이 성공적으로 확대되어 가기를 기원하며, 2030년 90GW 태양광 발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산업활성화 대책이 세워지기를 바란다. bienns@ekn.kr

[환경포커스] 호르무즈 막히면 폐플라스틱 더미는 ‘유전’이 된다

최근 미국와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유·석유화학·플라스틱 원료 공급망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계가 주목하는 대안이 있다. 버려진 플라스틱을 다시 '석유'처럼 쓰는 기술이다. 플라스틱은 본질적으로 석유에서 만든 탄소와 수소의 저장고다. 다시 말해, 이미 땅 위로 꺼내 쓴 탄화수소 자원이다. 이를 태워 없애는 대신 햇빛이나 미생물을 이용해 분해하면 수소와 합성가스, 액체연료, 고부가 화학원료를 얻을 수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두 편의 연구는 이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하나는 햇빛으로 플라스틱을 연료로 바꾸는 광촉매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미생물이 스스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리빙 플라스틱' 기술이다. 두 기술 모두 플라스틱 오염과 에너지 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카드로 평가받는다. ◇햇빛 한 줄기로 수소와 디젤 생산 첫 번째 연구는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화학공학과의 샤오광 두안 교수와 샤오 루 등 연구진이 최근 국제 촉매 분야 저널 '화학 촉매반응(Chem Catalysis)' 에 발표한 것이다. 연구의 핵심은 '광촉매 플라스틱 광개질(photoreforming)'이다. 쉽게 말해, 폐플라스틱을 물속에 넣고 특수 나노 촉매를 더한 뒤 햇빛을 비추면 촉매가 빛 에너지를 흡수해 전자를 들뜨게 만든다. 이 전자가 플라스틱의 탄소-탄소(C-C), 탄소-수소(C-H) 결합을 끊는다. 플라스틱 사슬이 잘게 쪼개지면서 수소(H₂)가 발생하고, 남은 탄소는 유용한 연료나 화학 원료로 전환된다. 기존 물 분해 수소 생산은 물 분자의 산소 결합을 끊어야 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반면 플라스틱은 이미 에너지가 높은 유기 결합을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쉽게 분해된다. 연구진이 개발한 비결정질 니켈-인-황 기반 촉매(d-NiPS₃)와 황화 카드뮴(Cadmium Sulfide)을 결합한 시스템은 촉매 1g이 1시간에 약 0.08g(80mg)의 수소를 만들 수 있는데, 이 반응을 100시간 이상 유지했다. 실험실 수준으로는 매우 높은 효율이다. 플라스틱 종류에 따라 생성물도 달랐다. 폴리에틸렌으로는 디젤 범위(C15~C18)의 올레핀 연료를, 페트(PET)로는 아세트산 등 화학 원료를, 혼합 폐플라스틱으로는 수소와 합성가스(Syngas)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비상시 도시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현장에서 바로 연료 전환할 수 있음을 뜻한다. 연구진은 2030년까지 겉보기 양자수율(AQY) 10% 달성, 즉 들어온 햇빛 에너지의 10%를 실제 연료 생산에 활용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040년까지 파일럿 플랜트 구축, 2050년 산업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미생물이 먹어 치우는 리빙 플라스틱 두 번째 연구는 제시하신 중국과학원 산하 선전 고급기술연구원(SIAT)의 주오준 다이 교수팀이 지난달 'ACS 응용 폴리머 재료(ACS Applied Polymer Material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 기술은 플라스틱 내부에 살아 있는 미생물 포자(spore)를 넣어두는 방식이다. 평소에는 휴면 상태라 일반 플라스틱처럼 안정적이다. 그러나 폐기 후 48~50도 환경에 놓이면 플라스틱이 부드러워지고 포자가 깨어난다. 이후 미생물이 효소를 분비해 플라스틱을 스스로 분해한다. 연구진은 특히 고초균(Bacillus subtilis)이란 세균을 활용했다. 이 균은 안전성이 높고 내열성이 강하다. 더 흥미로운 점은 '미생물 팀플레이'다. 한 균주는 플라스틱 사슬을 무작위로 절단하고, 다른 균주는 절단된 말단부터 차례로 분해한다. 마치 한 팀이 벽을 부수고, 다른 팀이 잔해를 치우는 식이다. 이 방식으로 연구팀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폴리카프로락톤(Polycaprolactone, PCL)을 4~6일 만에 98% 이상 분해하는 데 성공했다. 분해 후 남는 물질은 대부분 저분자 화합물이라 미세플라스틱 축적 위험도 낮다. 이 기술은 웨어러블 센서, 의료기기, 일회용 전자소자처럼 사용 후 회수가 어려운 제품군에 특히 유망하다. ◇한국은 이미 '원료'를 갖고 있다… 문제는 전환 기술 한국은 매년 수백만 톤의 폐플라스틱을 배출한다. 분리배출 체계도 세계적 수준이다. 문제는 상당량이 저품질 재활용이나 소각으로 처리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보면 이는 엄청난 전략 자원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에서는 폐플라스틱 기반 연료 생산이 긴급 대체 자원이 될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에서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플라스틱 1kg은 대략 10~12kWh 수준의 화학 에너지를 저장한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은 사실상 거대한 '도시형 유전'이다. 정유시설이 멈춰도 지방 산업단지나 항만 인근에서 소규모 태양광 광촉매 반응기를 돌리면 수소와 액체 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미생물 기반 분해 플랫폼을 결합하면 플라스틱 회수-분해-연료화의 순환 시스템이 가능하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광촉매는 실제 폐플라스틱 속 색소와 첨가제에 약할 수 있고, 장기 내구성이 검증돼야 한다. 미생물 기술은 아직 범용 플라스틱(PE·PP) 적용성이 제한적이다. 경제성 분석과 전과정평가(LCA)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석유를 수입해 플라스틱을 만들고 버리는 시대에서, 버린 플라스틱을 다시 연료와 원료로 돌려쓰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햇빛과 미생물은 그 쓰레기를 다시 에너지로 깨우는 열쇠가 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케이엔알시스템, ‘슈퍼휴머노이드’ 디자인 특허…“세계 최대 ‘일하는’ 이족보행 로봇”

로봇 전문기업 케이엔알시스템이 고중량 작업용 '슈퍼휴머노이드' 로봇의 디자인 특허 등록을 완료하고 실물 이미지를 처음 공개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11일 자사가 개발 중인 슈퍼휴머노이드 설계 디자인이 최근 특허청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등록을 통해 외형의 독창성뿐 아니라 고중량 핸들링에 최적화된 하드웨어 구조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했다. 해당 로봇은 2025년 하반기부터 개발이 진행 중인 이족보행 기반 대형 로봇으로, 작업자가 직접 탑승해 조작하거나 원격으로 운용할 수 있는 유·무인 겸용 구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중공업, 건설, 토목, 원전 등 고위험 산업현장에서 작업자 안전 확보와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통상 20~50kg 수준의 가반하중을 바탕으로 인간 작업을 보조하거나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케이엔알시스템즈의 슈퍼휴머노이드는 최대 600kg까지 들어올릴 수 있도록 설계돼 기존 대비 10배 이상의 성능 구현을 목표로 한다. 이 로봇은 높이 약 2.5m, 폭 1.5m의 대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온·고방사선 등 인간 접근이 어려운 환경에서 고중량 구조물을 처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회사 측은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개념이라면, 슈퍼휴머노이드는 인간이 수행할 수 없는 작업을 수행하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는 자사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와 유압 액추에이터를 결합한 고성능 구동 시스템이 핵심이다. 여기에 최대 300kg 수준의 악력을 구현하는 특수 설계 로봇손을 적용해 고난도 핸들링 작업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해당 로봇손은 최근 개발을 완료하고 별도 특허 출원도 진행됐다. 또한 작업 환경에 따라 하체를 이족보행뿐 아니라 바퀴형, 무한궤도형 등으로 확장하는 모듈형 플랫폼을 검토 중이다. 원격 운용에는 피지컬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해 험지에서도 안정적인 작업 수행이 가능하도록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케이엔알시스템은 2026년 말 1차 공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며, 로봇팔과 로봇손 등 핵심 부품을 개별 제품으로도 상용화해 부품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명한 케이엔알시스템 대표는 “글로벌 휴머노이드가 공장 내 정밀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면, 슈퍼휴머노이드는 산업 현장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며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진짜 일하는 로봇'의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케이엔알시스템은 'K-휴머노이드 연합' 참여기업이자 AI팩토리 전문기업으로, 심해 작업 로봇과 제철소 용광로 관리 로봇 등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로봇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 기술 상용화와 원전 해체용 로봇 플랫폼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로봇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데스크칼럼]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환상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한 마리도 못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욕심을 부려 동시에 두 가지 일을 처리하려다가 결국 둘 다 이루지 못하고 실패하는 상황을 뜻한다. 이재명 정부의 산업과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보고 있노라면 이 속담이 절로 떠오른다. 이재명 정부는 핵심 국정과제로 AI 3대 강국과 탄소중립을 정했다. 그러나 두 과제는 서로 상반되는 특징을 갖고 있어 절대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 AI는 엄청난 전력을 필요로 한다. 대표적으로 미국 수도 워싱턴DC와 인접한 버지니아주는 최근 6년간(2019~2025) 신규 전력수요가 3000만MWh 증가했다. 1.4GW급 원전 3기 분량이다. 대부분의 신규 수요는 데이터센터 증설 때문이다. 이 많은 양의 전력을 24시간 끊김없이 공급할 수 있는 발전원은 원전, 석탄, 가스밖에 없으며, 이를 짧은 기간 안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가스밖에 없다. 미국은 가스발전 건설에 주저함이 없다. 미국은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지만, 이것도 모자라다며 더 많은 시추와 생산을 장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 “드릴, 베이비, 드릴"을 외친 것도 이 때문이다. 드릴은 시추를 뜻한다. 미국은 이 덕분에 현재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AI 강대국이 되고 있다. 세계 AI 서비스 가운데 이용률이 가장 높은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퍼플렉시티 등은 모두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 막대한 AI용 전력을 공급하려면 탄소 배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AI를 얻기 위해 탄소중립을 포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파리기후협약부터 재탈퇴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도 AI 3대 강국을 위해 중요한 입법이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특별법안이 지난 7일 국회를 통과했다. 당초 법안에는 AIDC 사업자가 직접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대상에 재생에너지와 LNG가 포함됐다. 하지만 결국 LNG는 빠졌다. 전력산업을 총괄하는 기후에너지부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후부는 LNG를 허용할 경우 탄소중립이 저해될 수 있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AIDC 사업자들은 전력을 한전으로부터 공급받거나, 재생에너지로만 공급해야 한다. 한전이 공급한다면 새 발전소를 짓고 전력망도 구축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추세를 봤을 때 과연 어느 세월에 이걸 다 할 수 있을까. 사업자가 직접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면 수백MW 규모의 태양광, 풍력을 구축해야 하는데, 과연 어느 지역에서 이게 가능할까. AI 사업자 입장에서 봤을 때 미국은 AI 천국, 한국은 AI 지옥이나 다름없다. 어느 사업자가 AI 지옥에 오려 하겠는가. 이래놓고 AI 3대 강국을 꿈꾸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재명 정부는 AI 3대 강국을 잡던지, 아니면 AI를 포기하고 탄소중립을 잡던지 선택을 해야 한다. 이제 정부는 솔직해져야 한다. AI 3대 강국이라는 비전이 진심이라면, 탄소 배출 증가를 감수하더라도 LNG나 원전 같은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를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 반대로 탄소중립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면, AI 강국 목표는 불가능함을 자인해야 한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실익 없는 명분 싸움을 멈추고, 대한민국 경제의 백년대계를 위한 '고통스러운 선택'을 내릴 시점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남부발전 부산 LNG발전소 터빈서 화재…“인명 피해 없어”

10일 오후 3시 53분께 부산 사하구 감천동 부산 천연가스 발전본부(빛드림본부)에서 불이 났다. 검은 연기가 일대를 뒤덮으면서 화재 신고가 잇따랐다.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해 장비 48대와 인원 147명을 동원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오후 5시 30분께 큰불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다. 남부발전은 부산빛드림본부 4호기 스팀터빈 전기설비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부발전은 화재에 대해 “초동 대응으로 화재는 현재 사후 정리 작업중이며, 인명 및 협력업체 피해는 없다"며 “전력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화재는 발전기 예방정비 중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산소방본부는 발전소 내 증기터빈 4기의 예방점검을 위해 분해 후 조립한 4호기에서 윤활유 누유로 발화된 것으로 추정했다. 부산빛드림본부는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천항로에 위치해 있다. 설비용량은 1800㎿(G/T :150MW x 8기, S/T : 150MW x 4기), 발전형식은 복합사이클 방식이다. 2004년 3월 준공했다. 발전소는 총 1800MW 용량으로 부산지역 전력수요의 65%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5월 이후 국제원유시장은 어디로?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거의 모든 전문 기관과 전문가들의 예측과 다르게 중동사태가 두 달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국제적인 전문 기관도 예측하지 못한 수준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잘못된 예측을 하였다. 특히 사태 장기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에너지 무역 역사상 최초로 일어났기에 전쟁 발발 시점에서의 예측들이 큰 오차로 빗나갔다. 4월 말에 발간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단기에너지예측(Short-Term Energy Outlook) 보고서의 국제시장가격 전망치 역시 이란 사태가 시작된 직후인 3월 초의 보고서 내용과 사뭇 달라져 있다. EIA는 Brent시장 원유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올해 2분기까지 배럴당 100달러보다 높은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그리고 3분기 이후에 가서야 90달러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3월 초 예측에서는 Brent시장 원유가격이 2026년 평균으로 하여 79달러일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이번 보고서에서는 96달러로 보고 있다. 22%나 올린 것이다. 또한 OPEC+의 원유생산량의 예측치가 3월 보고서에 비하여 5% 줄어들었으며, 세계 원유비축량의 예측치는 기존에는 2%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였다가 오히려 0.3%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변경하였다. 이번 이란 사태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바로 원유 비축 부문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25년도에 전 세계 원유비축량이 많이 증가하였기에 이란 사태 이전에는 2026년에 대하여 낮은 원유 가격과 높은 원유 비축 물량을 예상하였었다. 그러나 사태의 장기화로 수요국의 원유 비축 물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생산국, 특히 걸프만 주변 중동 산유국의 원유 비축 물량은 사상 최대로 치솟았다. 이는 원유가 지질구조의 문제로 일단 생산을 시작하면 생산량의 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량을 잘못 조절하면 매장된 유전의 지질구조에 영향을 주게 되어 생산량을 원래대로 늘릴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수송도 어렵고 생산량 조절도 어렵게 되자 중동 산유국들이 생산한 원유를 모두 자국의 비축시설 안에 비축하고 있으며 이미 거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UAE 등이 우리나라의 원유 비축기지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마도 이번 사태가 종료되고 나면 수요국 모구 원유 비축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시에 산유국들도 수요국 주변에 일종의 중간 비축기지를 운영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한편 국제원유시장의 선물가격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 참가자들은 아직도 이란 사태가 조만간 끝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란을 제외하면 중동 산유국 원유 생산시설의 대규모 파괴가 없어 실질적인 수급에는 크게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천연가스는 카타르 일부 액화시설의 파괴로 상당 기간 차질이 예상된다. 전문가들도 시장가격이 본질적인 수급 상황보다 지엽적인 보도로 인한 심리적인 요인, 그리고 재무적인 이익을 노리는 투기로 인하여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멀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던 4년 전부터, 가깝게는 2월 말에 시작된 이번 이란 사태로 인하여 전쟁의 참상이 매우 심각함을 다시 한번 깊이 깨닫게 되었고,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안보는 물론 에너지 사용 구조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함을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천연가스 수급에 문제를 야기하며 주로 난방용 연료에 그 피해가 집중되었다면 이번 이란 사태는 원유의 수급에 문제가 나타났는데 이는 다시 다양한 석유제품의 수급 문제로도 이어졌으며 피해도 주로 제품 수급 부분에 집중되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석유제품 가격의 상승은 앞으로 소비자물가를 상당 기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여 년간 시행된 에너지정책이 주로 연료 부분에 맞추어져 있었기에 원료 부문에 대한 정책이 매우 적었고, COVID-19 사태 이후 일회용품이 크게 늘어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회용품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와 원료 부분에의 효과적인 대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요구된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산업 및 석유화학산업을 가지고 있어 정말로 다양한 석유제품을 그동안 편하고 손쉽게 사용하고 있었음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관련 산업계의 구조조정 과정에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겠다. 한편 EIA는 2027년 중반에 가서야 국제원유가격이 70달러 선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하여 2027년에는 미국 원유생산량이 일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였으나 OPEC의 원유생산량은 그러나 사태 이전에 예측한 수치와 큰 변화 없이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휴전 협정이 진행됨에 따라 국제원유시장이 안정되어 가고 있어 응급처방으로 시행하고 있는 시책들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을 시기가 빨리 도래하기를 희망하여 본다. bienns@ekn.kr

김성환 기후부 장관, 전력망 반대 주민들 만나 수용성 강화 방안 논의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전력망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만나 주민 수용성을 높일 방안을 논의했다. 기후부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성환 장관 주재로 전력망 건설 반대위원회 대표단과 제2차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달 10일 제1차 간담회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 반대위 모여 전력망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을 점검하고 주민 수용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방향을 논의했다. 먼저 사업별 입지 선정 단계에서 주민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입지선정위원회 위원의 대표성을 강화하고 관련 절차를 내실이 있게 운영하는 한편, 주민설명회 확대 등 절차적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최근 주요 국가 전력망 사업은 주민 반발과 인허가 갈등으로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해안 원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인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는 주민 반대와 지방자치단체 협의 지연 등으로 당초 계획보다 약 8년가량 지연된 상태다. 동해안~수도권 HVDC 사업은 강원·경북 동해안 지역에서 생산된 원자력 및 석탄 발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하기 위한 국가 핵심 전력망 사업이다. 특히 경기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HVDC 변환소 증설 사업은 대표적인 갈등 사례로 꼽힌다. 한국전력은 동해안~수도권 HVDC 사업 완성을 위해 동서울변전소 내 500kV급 HVDC 변환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하남시와 주민들은 전자파·소음·안전성 우려와 주거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에 간담회에서는 계획·건설 단계에서 의견수렴 폭을 확대하고 주민 지원·보상 체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의견수렴 범위를 넓히는 방안과 함께 송전망 경과지역에 대한 법적·제도적 지원이 지역 주민에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전력망 건설은 에너지 대전환 및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임을 강조하며, “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최소화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건설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 신호등] 멈춰서는 대서양 해류…영화 투모로우가 현실로?

지난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는 거대한 해류가 멈추면서 북반구에 갑작스러운 빙하기가 찾아오는 기후 재난을 그려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당시에는 극적인 영화적 설정으로 치부되기도 했으나, 오늘날 기상학자와 해양학자들은 영화 속 재앙의 핵심 원인인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AMOC) 혹은 대서양 남북 열염(熱鹽, thermohaline) 순환의 격변을 우려하고 있다. 인류가 직면한 가장 거대한 '기후 임계점(tipping point)' 중 하나로 지목하며 심각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지구라는 생명체의 거대한 혈관과도 같은 이 해류 시스템이 정말로 멈출 위기에 처한 것인지, 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를 살펴본다. ◇지구의 심장 박동, AMOC의 정체와 중요성 AMOC은 대서양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해류 시스템이다. 표층의 따뜻하고 짠 바닷물을 북쪽으로 운반하고, 북대서양 아(亞)극지 해역에서 차갑게 식어 밀도가 높아진 물이 심해로 가라앉은 후 다시 남쪽으로 흐르는 전 지구적인 해류 열염 순환의 일부를 말한다. 해류 열염 순환은 바닷물의 온도와 염분 차이에서 나오는 밀도 변화로 움직이는데, 이 거대한 '대양 컨베이어 벨트'가 지구 바다를 한 바퀴 도는 데에는 대략 1000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은 마치 '지구의 중앙난방 시스템'처럼 작동하는데, 열·소금·영양분을 재분배한다. 특히, 유럽과 북미 지역의 기후가 위도에 비해 온화하게 유지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의 르네 반 베스턴 박사팀은 지난해 9월 '지구물리학 연구 저널: 해양(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Oceans)'에 발표한 논문에서 AMOC은 북쪽으로 흐른 뒤 깊은 바다로 들어가는 강력한 순환 구조에서 약하고 얕은 순환으로 '바뀔 수 있는' 기후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전이가 발생할 경우 전 지구적인 기후 격변이 불가피한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라는 브레이크: AMOC이 약해지는 이유 최근 과학자들이 AMOC의 급격한 약화를 우려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온난화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해류의 엔진'을 방해한다. 첫째, 북극과 북대서양 표층수 온도를 높여 해수가 차갑게 식는 과정을 방해해 차가운 물이 심해로 가라앉는 동력인 '침강'을 약화시킨다. 둘째, 결정적으로 그린란드 빙상(Ice Sheet)과 북극의 해빙이 녹아 막대한 양의 담수가 북대서양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민물은 바닷물보다 밀도가 훨씬 낮아 표층수가 심해로 내려가는 것을 막는 거대한 장벽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로 이러한 약화 추세는 관측 데이터에서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보르도대학교의 발랑탱 포르망 박사팀이 지난달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21세기말까지 AMOC이 약 51%까지 약화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기존의 많은 기후 모델이 예측했던 수치보다 훨씬 약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해류 시스템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기후변화에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구 역사의 기록: 과거가 보내는 엄중한 경고 과학자들이 미래의 해류 붕괴를 기정사실화하는 근거 중 하나는 지구의 과거 경험 때문이다. 지구 역사에는 해류의 변화가 기후를 어떻게 뒤바꿨는지에 대한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의 루카스 게르버 등 연구진이 지난해 7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1만1700년 동안의 홀로세 기간 AMOC은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에는 급격한 변동을 겪었다. 약 1만2900년 전부터 1만1700년 전까지 지속된 영거 드라이어스(Younger Dryas) 동안, 북미 빙하가 녹아 유입된 대량의 담수가 북대서양의 염분과 밀도를 낮추면서 AMOC이 급격히 약화되거나 사실상 붕괴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 결과 북반구, 특히 그린란드와 유럽 지역의 기온이 수십 년 사이 10~15℃ 가까이 급락하는 급격한 한랭화가 나타났다. 또한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의 귀도 베토레티 박사는 지난 2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거대한 화산 분출과 같은 자연적인 충격조차 AMOC의 붕괴와 회복을 유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베토레티 박사는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인위적인 지구 온난화가 해류 시스템을 위험한 임계점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역설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컴플루텐세대학 연구팀은 지난해 7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과거 빙하기 종료 시기에 해류가 약화하면서 아프리카 연안 해양 생태계의 산소 공급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는 해류의 변화가 단순히 온도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입증했다. ◇AMOC 붕괴가 가져올 대재앙: 영화는 현실이 된다 만약 AMOC이 실제로 붕괴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영화 '투모로우'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전망한다. 첫째, 온도 체계의 붕괴다. 북서유럽의 기온은 최대 15℃ 급격히 떨어지면서 혹독한 겨울과 강력한 겨울 폭풍에 시달리게 된다. 반면, 남반구는 열을 북쪽으로 보내지 못해 더 심한 온난화에 시달리게 된다. 멕시코 만류(Gulf Stream)의 경로가 북상하면서 미 동부 연안은 국지적인 기온 급등과 해수면 상승을 겪게 된다. 위트레흐트대학교 연구팀은 “미국 케이프 해터러스 인근 해역(북위 35도 부근)의 상층 온도가 단 2년 만에 약 6.5℃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둘째, 탄소 순환의 역습이다. 독일 포츠담 기후 영향 연구소(PIK) 연구팀이 지난달 '커뮤니케이션즈 지구 및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AMOC 붕괴는 남극 주변 심해의 대류를 자극해 심해에 저장돼 있던 막대한 양의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게 된다. 이로 인해 지구 기온이 약 0.2℃가량 추가로 상승하는 가혹한 피드백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는 '물폭탄'이 쏟아진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연구진은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AMOC 약화는 동아시아 지역의 대기 강(atmospheric rivers, 비구름의 흐름) 빈도를 연중 내내 높여 연간 강수량을 최대 470㎜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반도에 지금보다 훨씬 잦고 강력한 집중호우와 대홍수의 위험이 일상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학계의 뜨거운 쟁점: 언제, 어떻게 붕괴할 것인가? AMOC의 미래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의 전망은 다소 엇갈리며 치열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네덜란드 왕립기상연구소(KNMI) 연구팀은 지난해 9월 '환경 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고탄소 배출 시나리오(SSP5-8.5) 하에서는 2100년 이후를 기간으로 분석한 모든 기후 모델에서 AMOC이 완전히 중단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저탄소 배출 시나리오에서도 AMOC이 붕괴 확률이 21%나 존재한다고 KNIM 연구팀은 덧붙였다. 서울대 국종성 교수팀은 지난해 12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논문에서 '소음 유도 붕괴(Noise-induced tipping)' 이론을 내놓았다. 국 교수팀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특정 수준에서 안정화하더라도, 대기 시스템 내부의 무작위적인 변동성(노이즈), 즉 지속적인 고기압 이상 현상 등이 축적되면 AMOC이 예기치 않게 임계점을 넘어 붕괴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우리가 탄소 중립에 성공하더라도, 시스템이 이미 취약해진 상태라면 단순히 '운 나쁜 기상 현상의 연속'만으로도 거대 해류가 멈춰버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노르웨이 비에르크네스 기후연구센터의 셰틸 보게 박사와 같은 연구자들은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북대서양 현장에서 직접 수집한 데이터를 근거로, 그린란드 인근의 바다 얼음 감소가 오히려 바다를 차가운 극지 대기에 노출시켜 해수의 냉각을 돕는다는 것이다. 이런 전망을 바탕으로 해류를 유지시키는 복원력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너무 우려할 필요가 없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예기치 못한 변수로 등장한 것이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의 사샤 시네 박사팀이 지난해 11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연구다. 이들은 서남극 빙상의 붕괴로 인한 담수 유입이 오히려 북대서양의 해류 붕괴를 억제하거나 늦출 수 있다는 '빙상 간 상호작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지구가 가진 복잡한 피드백 시스템을 보여주지만, 해류의 유지가 또 다른 재앙(남극 빙하 붕괴)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인류에게는 여전히 가혹한 시나리오다. ◇AMOC 붕괴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AMOC이 약해지고 있다는 징후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중국 과학원의 렌 치우핑 박사팀은 지난해 11월 '커뮤니케이션즈 지구 및 환경'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류 약화의 신호가 이미 적도 대서양 1000~2000m 깊이의 중층 수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또한 미국 마이애미 대학교의 싱첸장 박사는 지난달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연구를 통해 지난 20년간 북대서양 서쪽 경계 해류의 수송량이 일관되게 감소했음을 관측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AMOC의 붕괴가 이미 진행 중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영화 '투모로우'의 빙하기가 내일 아침 당장 창밖의 풍경이 되지는 않겠지만, 최신 과학 연구들은 지구의 거대한 혈류인 AMOC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한계점에 근접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시나리오에서도 AMOC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기후시스템이 취약하다면, 향후 각국의 노력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다고 해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음의 배출, 즉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 자체를 빠르게 떨어뜨리지 않은다면 파국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과학자들은 인류의 기후 대응이 단순히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해류 시스템의 복원력을 유지하기 위한 훨씬 더 정교하고 긴급한 수준으로 격상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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