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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국감] 김소희 의원 “일회용컵 보증금제 사실상 폐지 환영, 인센티브 기반 정책으로 가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이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의무화 폐지 방침에 대해 “환경단체의 눈치를 보던 관행에서 벗어나 현장의 문제를 인정한 결정"이라며 “소비자와 매장 모두에게 부담만 주는 제도에서 벗어나 인센티브 기반의 참여형 탈플라스틱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28일 김 의원이 기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후부는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실질적 대안으로 '가격 내재화'를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의무화를 사실상 폐지하고,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자원재활용법 개정을 연내 추진할 계획이다. 개정 이후에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운영·관리 기능을 전면 중단할 방침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소비자가 커피나 음료를 일회용컵에 담아 구매할 때 보증금을 지불하고,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는 제도다. 지난 2002년 처음 도입됐으나 행정 혼선과 낮은 회수율 등으로 2008년 폐지됐다가, 2020년 자원재활용법 개정으로 2022년 세종과 제주에서 다시 시범 운영됐다. 그러나 시행 때마다 '탁상행정' 논란이 이어졌고, 소비자는 반납의 불편을, 매장은 인건비와 보관공간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시범사업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컵 반환율은 2022년 12월 11.9%에서 2023년 10월 73.9%까지 올랐으나, 2024년 6월에는 44.3%로 급락했다. 매장 참여율 역시 세종 64.9%, 제주 94.6%에서 지난해 8월 각각 31.3%, 44.8%로 반토막 났다. 제도는 결국 정책 실험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전국 시행이 추진됐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소상공인 부담을 이유로 전면 유예됐다. 이번 이재명 정부가 전국 의무화 추진을 중단하고 지자체 자율 시행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전국 확대 계획은 사실상 철회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학생기고] 작지만 거대한 혁명, SMR이 바꿀 에너지 미래

지금 인류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도전 앞에 서 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Net Zero)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그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전력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의 한계를 안고 있으며, 여전히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는 에너지 안보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그 해답으로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다. SMR은 이름 그대로 작지만 강력하다. 기존 대형 원전보다 규모는 작지만, 모듈화된 설계와 제작으로 건설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동시에 피동적 안전계통(passive safety system) 을 적용해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외부 전력 공급이 끊겨도 자연 순환만으로 며칠 이상 냉각이 가능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제기된 불안감을 크게 줄여준다. 전기생산뿐 아니라 산업용 열, 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등에도 활용이 가능해, SMR은 단순한 발전설비를 넘어 '미래형 에너지 플랫폼' 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 각국도 SMR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NuScale, GE Hitachi, X-Energy 등이 상용화를 추진 중이며, 영국은 롤스로이스와 함께 6기의 SMR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에서도 80여 종 이상의 SMR이 개발되고 있으며, 동유럽 국가들은 노후 석탄발전소를 대체할 현실적 대안으로 SMR을 선택했다. 한국 역시 i-SMR을 개발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두산에너빌리티, 한수원, 삼성물산, GS에너지 등 국내 대기업들이 참여해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2024년 약 90조 원 규모였던 글로벌 SMR 시장은 2035년에는 30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원자로 건설 산업을 넘어 기계·소재·전자·건설 등 연관 산업 전반에 새로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거대한 에너지 혁신 산업으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재생에너지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날씨와 계절에 따라 변동하는 태양광과 풍력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망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때 SMR은 안정적인 기저전원으로서 전력망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SMR과 같은 혁신 원자력 기술의 도입을 필수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과 신뢰다. SMR은 소형화와 피동 안전계통을 통해 사고 가능성을 최소화했고, 원격지나 산업단지 등 다양한 입지에서도 운영이 가능하다. 일부 모델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원격 감시 및 제어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어, 효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원자력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또한 SMR은 청년 세대에게 새로운 기회의 무대이기도 하다. 설계와 운영뿐 아니라 AI 제어, 사이버 보안, 데이터 분석, 국제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즉, SMR은 단순한 발전소가 아니라 청년이 미래 에너지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성장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SMR은 기술의 진보를 넘어 세대와 산업,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의 상징이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불확실성의 시대에 SMR은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전략적인 해법이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넘어, 에너지·산업·인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주하고 있다. SMR은 작지만 거대한 혁명이다. 그 혁명은 우리가 기후위기를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2025 국감] 안호영 “출자회사 빚더미인데… 한전은 ‘배당잔치’”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출자회사들의 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이들로부터 거둬들이는 배당금 규모를 세 배 가까이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자회사들을 사실상 '현금 창구'로 활용해 모기업의 재무 부담을 돌려막기식으로 보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전은 2023년 약 14조 원 적자 이후 대규모 흑자로 전환했지만, '흑자 전환의 이면에 숨은 내부 자금 순환 구조'가 있다는 것이다. 단기 회계 성과보다는 출자회사와의 동반 건전성 관리 체계 구축, 그리고 한전 스스로의 수익구조 다변화와 에너지전환 투자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안호영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전북 완주·진안·무주)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의 국내 출자회사 10곳의 총 부채는 2021년 3828억 원에서 2024년 1조 859억 원으로 2.5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한전이 이들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34억 원에서 104억 원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이는 한전이 본사 재정악화를 자회사 배당으로 메운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특히 2023년 대규모 적자에 직면한 한전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요구했고, 이에 켑코솔라(52억 원)와 켑코이에스(47억 원)가 각각 한전에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문제는 배당금 규모가 자회사 순이익 대비 과도하게 높다는 점이다. 켑코솔라의 배당성향은 92.39%, 켑코이에스는 117.57%로, 순이익보다 더 많은 배당을 실시한 셈이다. 두 회사 모두 배당성향이 2021년 55% 수준에서 올해 65~70%로 꾸준히 상승했다. 한전 출자회사 중 '카페스'는 대표적 사례다. 카페스는 '동해안–수도권 HVDC 공사'를 수행하며 2천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았는데, 공사가 하남 동서울변전소 증설 불허로 지연되면서 수익 회수가 늦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이 회사로부터 2022년 11억 원에서 2024년 19억 원(1.7배 증가)의 배당금을 받았다. 한전은 “상법상 배당한도를 초과한 적이 없으며, 전년도 당기순이익 한도 내에서만 배당을 산정한다"고 해명했다. 또한 카페스의 부채는 “공사 진행에 따른 매출 전환이 예정된 착한 부채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논리가 '재무 착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안호영 의원은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의 내부 자금 순환은 한전과 자회사 모두의 재정건전성을 훼손한다"며 “자회사 현금에 기대기보다 자체 재정구조 개선과 미래 산업 투자 중심의 체질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재무전문가들은 한전의 출자회사 배당정책이 '부채상환보다 현금흐름 중심의 단기 성과'에 치중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출자회사 다수가 HVDC, ESS, 재생연계사업 등 장기 프로젝트 중심임을 고려하면, 배당 압박은 중장기적으로 기술개발 및 사업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안 의원은 “출자회사의 재무악화는 결국 한전의 책임으로 되돌아온다"며 “지금은 배당보다 부채비율 완화, 재생·전력망 투자 재조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탄녹위→기후위기대응위’ 내년 새롭게 출범…감축계획 보완 요구 등 권한도 강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내년 1월 1일부터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새롭게 출범한다. 위원회 권한도 한층 강화된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미흡할 시 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장 또는 지자체장은 보완 계획을 위원회에 제출해야 하고, 위원회는 이 계획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시 보완 요구를 할 수 있다.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은 탄녹위 명칭을 변경하고, 기후위기 대응체계 전반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중심으로 여러 의원안이 통합·조정된 위원회 대안으로 마련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온실가스 감축계획의 책임성과 이행력 강화다. 정부와 지자체는 매년 9월 말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이행현황을 점검해 결과보고서를 공개해야 하며,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60일 내에 추가 감축계획을 포함한 수정안을 기후위기대응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부진한 계획을 그대로 두거나 개선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기후위기대응위원회는 그 사유를 공표할 수 있다 또한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미달성됐다면 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장과 지자체장은 보완계획을 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위원회는 보완계획을 심의해서 미흡하다고 판단될 시 다시 보완 요구를 할 수 있다. 개정안은 개정 이유에 대해 “현행법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국가 및 지방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중심으로 감축·적응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위원회 명칭이 기후위기 시대의 정책 범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온실가스 감축계획의 책임성과 이행력이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은 지난해 8월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기후소송' 판결 내용도 반영했다. 헌재는 소송에서 NDC를 총배출량이 아닌 순배출량 기준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기존 법령에서 혼용되던 '총배출량'과 '순배출량' 개념을 정리해, NDC와 결과는 순배출량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명확히 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총배출량은 7억2760만톤이었고, 2030년 NDC는 순배출량 기준 4억3660만톤으로 설정돼 있다. 산림·토양 등에서의 흡수량을 고려하지 않고 총배출량을 기준으로 목표를 잡아놓고, 실제 NDC 달성률 계산에는 흡수량을 포함해 순배출량 기준으로 산정해와 목표 달성률을 높게 보이게 했던 문제점을 보완한 것이다. 개정안은 국민의 환경권 보장을 법률 목적에 추가하고, 기후대응기금의 성과 평가 및 국회의 감시 기능을 강화했다. 국회와 지방의회가 정부 기본계획에 대해 시정·개선 권고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됐으며, 농축수산물 수급 불안 등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한 대응책 마련 의무도 포함됐다. 또한 위원회 구성 시 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계층의 참여 보장 조항이 추가돼 대표성과 포용성이 확대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내일도 맑고 쌀쌀한 아침…내륙엔 서리얼음

오는 29일 전국은 대체로 맑겠으나 아침에는 쌀쌀하겠다. 수도권과 강원도에는 가끔 구름이 많겠다. 28일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29일 전국의 예상 최저기온은 1~9℃(도), 최고기온은 15~20도로 예보됐다. 최저기온은 평년(2~12도)보다 낮지만, 최고기온은 평년(16~20도)과 비슷하겠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내륙 지역에는 서리가 내리거나 얼음이 어는 곳도 있겠으니 농작물 피해에 주의해야 한다. 추운 날씨는 30일부터 점차 누그러질 전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10월 초겨울 날씨에도 겨울 기온 평년 수준에 그칠 듯

서울 최저기온이 2℃(도)까지 떨어지는 등 10월 말에 이른 추위가 찾아왔다.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북쪽 찬 공기가 남하해 거센 바람과 함께 초겨울 같은 날씨가 빠르게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첫 얼음이 지난해보다 10일, 평년보다 6일 빠르게 관측됐다. 그러나 기상청은 이번 겨울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더 따뜻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겨울철 기온의 변수는 북대서양과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 북극해 바렌츠·카라해의 해빙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28일 기상청의 3개월 전망에 따르면 11월 기온은 평년보다 대체로 높을 가능성이 크다.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40%로, 낮을 확률(20%)보다 두 배 높다. 비슷할 확률은 40%다. 기상청은 북대서양과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 우리나라 부근에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되면서 기온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극해 바렌츠·카라해의 해빙이 줄어들 경우 찬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돼 변동성이 클 것으로 봤다. 12월에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50%로 전망됐다. 낮을 확률은 30%, 높을 확률은 20%로 나타났다. 북대서양·인도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로 기온 상승 요인이 유지되지만, 약한 라니냐 경향과 해빙 감소로 찬 공기 유입 가능성이 있어 기온 등락이 크고 강수량은 다소 적을 전망이다. 1월도 기온이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50%, 낮을 확률은 20%, 높을 확률은 30%로 분석됐다. 12월보다 '높을 확률'이 10%포인트(p) 높아 상대적으로 온화한 경향이 예상된다. 북대서양과 인도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로 인해 따뜻한 공기가 확장될 가능성이 있으나, 북극 해빙 감소의 영향으로 찬 공기가 간헐적으로 유입돼 변동성이 큰 겨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강수 전망에 대해서도 11월과 1월은 평년과 비슷하겠지만, 12월에는 다소 적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기상 가뭄 우려는 크지 않다. 최근 6개월 동안 전국 누적 강수량(1154.6㎜)은 평년(1062.9㎜)의 109.3%로, 평년 수준을 웃돌고 있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윤병효의 에·바·다]동해심해가스전 중단?…이란 굴복시킨 이스라엘을 봐라

에너지는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재이다. 하지만 에너지 시설은 배출물질을 과도하게 내뿜는다는 부정적 선입견으로 지역주민들로부터, 심지어는 국가로부터도 기피되고 있다. 이러한 선입견은 에너지의 실제에 대한 여러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에·바·다는 '에너지를 바로 보니 다르네'라는 의미로, 이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에너지의 실제에 대해 설명드리도록 하겠다. 지난 6월 13일 중동의 강호인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쟁으로 맞붙었다. 의외로 전쟁은 오래가지 않았다. 12일만에 종료됐다. 이스라엘의 완승으로 끝났다. 양측 국경이 900㎞나 떨어져 있어 처음엔 미사일 공방을 벌이다, 이란의 방공망이 완전히 무너진 후반부엔 이스라엘의 전투기가 직접 이란 영토를 폭격했다. 이스라엘의 폭격에도 꿋꿋이 버티던 이란은 결정적 한방에 나가 떨어졌다. 바로 이란의 중요 에너지 공급원이자 중동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사우스파스 가스전이 폭격을 받은 것이다. 거의 같은 시각, 이란도 똑같이 이스라엘의 최대 에너지 공급원인 타마르 가스전을 공격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막아냈다. 그리고 전쟁은 끝났다. 이스라엘이 이슬람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을 상대로 완승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력한 군사력이 가장 크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가스전을 통한 에너지 자급의 힘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 가스전이 없다면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부터 수입해서 써야 하는데,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어 쉽지 않다. 에너지 수급이 안된다면 제아무리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해도 경제는 물론 나라 운영 자체가 어려워 전쟁을 지속할 수가 없다. 이스라엘의 강력한 힘은 바로 가스전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가스가 남아 돌아 이를 이집트 등 주변국에 판매까지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타마르 가스전은 에너지 수급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포항 앞바다에서 석유, 가스 매장량을 찾는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석유공사의 투자유치 우선협상대상자 명단이 공식발표 전에 유출되면서 산업부 장관은 24일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격노하며 진위파악 및 조치를 지시했다. 이후 산업부는 26일 “입찰 참여자와의 협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 추진 여부를 포함한 향후 사업 방향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관의 격노에 이어 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산업부의 입장이 나오면서 한국석유공사의 동해심해가스전 사업 계획을 원점 재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명단 유출 사건의 범인으로 석유공사가 지목되고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국회 책임이 더 크다. 지난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의 석유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 국감에서 이종배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회의 시작에 앞선 자료요구 시간에 “동해심해 울릉분지 가스전 사업은 반드시 성공해서 대한민국 미래 밝혀야 한다. 1차 이어 2차 탐사시추 국제공모에 복수의 메이저 업체가 입찰했다고 알려졌다"며 “(석유공사가) 지난 주에 심사를 완료해서 우선협상대상업체가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말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가 기밀인 것은 물론이고, 선정이 완료됐다는 사실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기밀에 속한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선정 완료 사실을 생방송 중인 국감장에서 밝혀 버렸다. 앞서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업무보고에서 “동해심해 울릉분지 유가스 개발은 유망구조 발굴 후에 다수의 글로벌 메이저가 관심을 보였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있다"며 선정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눈치 빠른 국내 언론이 이 의원의 발언을 놓칠리가 없다. 곧바로 모 경제지는 석유공사에 선정이 완료됐는지와 선정된 업체가 비피(BP)가 맞는지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석유공사 측은 사실이 아닌 것을 답할 수는 없었다. 공사 측은 “선정이 완료된 것은 맞지만, 업체가 어디인지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선정업체가 비피가 맞느냐'는 질문에 석유공사가 부정을 하지 않으면서 이를 긍정으로 받아들여 '우선협상대상자에 BP 잠정 선정' 제목으로 첫 보도를 내보냈고, 곧이어 많은 매체에서 비슷한 기사가 쏟아졌다. 석유공사는 이날 오후 16시50분에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공사는 동해 해상광구 투자유치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서에 대한 기술적 평가를 완료했으며, 앞으로 관계기관 등과의 협의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며 “향후 원활한 절차 진행을 위해 업체 관련 세부 사항을 공개하기 어려움을 말씀드리며,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우선협상대상자 명단 유출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고, 급기야 석유공사의 언론플레이라는 의심까지 도달하게 됐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산업부 종합국감에서 김정관 장관에게 “(우선협상대상자 명단 유출 건에 대해) 산업부는 석유공사에 무시당하거나 무능한 거 아니냐.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 하느라 바빠서 이런 거 안 챙기니까 석유공사가 산업부 무시해서 언론플레이 하는거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상기된 표정으로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저도 엄중하게 생각하며 경위조사를 지시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다음날 산업부의 “사업 추진 여부를 포함한 향후 사업 방향을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 나온 것이다. 자원업계와 전문가들은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또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한해 자원개발산업이 국감에서 두들겨 맞지 않은 적이 없지만, 올해도 같은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을 목격하자니 한숨이 절로 나온 것이다. 한 자원개발학과의 대학 교수는 “우선협상대상자 명단 유출 사건을 보면 석유공사의 미숙한 대응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여야 모두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면서 결국 명단 유출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라며 “이럴 바엔 한국은 아예 자원개발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본다. 지난 20여년간 정치권이 자원개발 정책을 두고 공방을 벌였지만, 무슨 진전이 있었나. 오히려 후퇴밖에 더 하지 않았나"라고 일갈했다.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에는 '윤석열' 꼬리표가 붙어 있다. 지난해 6월 윤 전 대통령은 첫 국정브리핑을 통해 이 사업의 개시를 알렸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동해에 최대 140억배럴의 가스·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 1990년대 후반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이고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으로 판단된다.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인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도 더 많다고 볼 수 있다"고 다소 흥분된 투로 말했다. 당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매장량을 돈으로 환산하면 삼성전자 시가 총액(약 450조원)의 5배에 이른다"고 말해 분위기를 더 고조시켰다. 그러나 올해 2월 가장 유망한 것으로 평가된 대왕고래 구조에 대한 첫 시추결과는 '경제성 없음'으로 판명났다. 1240억원의 시추비가 들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강력히 비판했고, 대선 후보이던 이재명 대통령도 “그 돈(시추비)이면 AI용 GPU 수천장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자원업계는 호들갑과 저주의 '환장의 콜라보'로 평가한다. 윤 전 대통령이 140억배럴이라고 말한 단위는 탐사자원량이다. 탐사자원량은 지하 지질구조상 얼만큼의 자원이 있을만하다는 추정치다. 이를 근거로 탐사시추를 실시해 비로소 '매장량'을 평가한다. 매장량에도 잠재매장량과 상업매장량이 있는데, 흔히 말하는 매장량은 실제 경제적 가치를 표시하는 상업매장량 개념을 사용한다. 탐사자원량과 상업매장량 간에는 많은 차이가 있음에도 윤 전 대통령은 140억배럴을 마치 상업매장량인듯 발표하는 호들갑을 떤 것이다.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이 진행되는 울릉분지에는 총 7개 구조가 있다. 이 가운데 시추가 진행된 대왕고래 구조는 '드라이' 판명이 났다. 구조는 연결돼 있기 때문에 대왕고래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 가스는 다른 구조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추가 시추를 통해 이를 확인해야 한다. 동해심해가스전의 시추 깊이는 3000m가 넘는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한 현대라고 해도 지하 수천미터 아래에서 단 한번의 시추를 통해 스팟지역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리비아 엘리펀트 유전은 6번, 이스라엘 타마르 가스전은 10번, 동해 1·2가스전은 11번, 금세기 최고 유전으로 평가되는 가이아나 리자 유전은 14번, 유럽을 먹여 살리고 있는 노르웨이 에코피스크 유전은 33번, 캐나다 레덕 유전은 134번의 시추 끝에 매장량을 찾아냈다. 석유공사는 이제 첫 시추를 했고 확률대로 스팟지역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단 한번의 시추결과로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에 저주성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이 서둘러 진행된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한다. 국가적 사업이고 정치적으로 논란이 예상되는 만큼 절차적, 객관적 명분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차분히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평가한다. 한 자원개발 전문가는 “석유공사의 탐사 자문을 맡은 액트지오의 아브레우 박사는 전문가가 맞다. 그의 경력으로 보나, 실제 실력으로 보나 훌륭한 전문가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그렇다 하더라도 국가적 사업을 1인기업에만 맡기고 진행한 것은 너무 성급했다고 본다. 더 큰 기업의 자문을 맡아 진행했다면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이 이렇게까지 정치적 공격을 받진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액트지오 창립자인 빅토르 아브레우 박사는 글로벌 석유메이저인 페트로브라스에서 9년, 엑슨모빌에서 15년을 근무했다. 특히 엑스모빌 재직 당시에는 가이아나 유전 탐사에도 참여했다. 전문가는 이어 “현 정권과 여당은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사실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스는 어디 가지 않는다. 땅 속에 그대로 묻혀 있다. 지금부터라도 우선협상대상업체와 함께 차분히 탐사자료를 분석하고 다음 전략을 짜서 찬찬히 진행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사이버 안보의 심각성, APEC에서 다뤄져야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은 전쟁의 확산과 함께 또 다른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전력망이나 수도시설 같은 주요기반시설이 사이버 공격에 노출되는 것이다. 폴란드에서는 올해 들어 하루 평균 3천 건이 넘는 해킹 시도가 보고됐고 그중 상당수가 러시아 연계 조직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는데, 병원이나 도시 수도 시설 같은 핵심 기반시설을 노린 공격도 늘어나고 있다. 노르웨이의 수력댐에서도 외부 해커가 방류 밸브를 제멋대로 열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사이버 공격이 데이터나 민감 정보를 유출시키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물리적 재난을 초래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공격은 최근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이미 10년 전인 2015년,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 해커들이 배전망을 공격해 약 23만 가구의 전력 공급이 끊긴 적이 있었다. 2016년에는 수도 키이우의 변전소가 악성코드 '인더스트로이어(Industroyer)'에 감염돼 또다시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에서도 2021년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해킹으로 동부 지역의 연료 공급이 일시 중단되었고, 지난해에는 캘리포니아의 수처리 시설이 해킹돼 화학약품 투입량이 조작되는 일이 있었다. 전력·수도·가스 등 기반시설이 사이버 공격의 새로운 전장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KHNP) 해킹 사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원전 도면과 직원 정보가 유출되며 사회 전체가 긴장했다. 이후에도 통신사, 병원, 공공기관을 겨냥한 대규모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산업 전반의 제어망을 노린 침투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재생에너지, 전기차 충전소, ESS(에너지저장장치)가 연결되면서 공격 표면은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졌다. 사이버 공격의 양상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위협적이 된 지금, 새삼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고로부터 14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막대한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는 이 사고는 거대한 쓰나미라는 자연재해로 인해 촉발되긴 했지만, 전원이 끊겼다는 사실이 본질적인 문제였다. 전원이 끊기자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었고 원자로 내부의 온도가 치솟으면서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며 수소 폭발로 이어졌던 것이다. 당시에는 자연재해가 전기 공급을 멈추게 했다면, 사이버 공격은 인위적으로 같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만약 원자로 제어시스템이 악성코드에 감염된다면 그것은 쓰나미만큼, 아니 그 이상의 참사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도 전력시설을 비롯한 주요기반시설의 사이버 보안 체계를 전면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전력공기업, 정부 부처, 민간업체가 각자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지만, 공격은 이미 통합적으로 진화했다. 특히 에너지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에너지 안보, 나아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심각한 사안이다. 전류가 멈추면 공장과 병원이 멈추고, 교통이 마비되며, 국민의 일상이 무너진다. 따라서 에너지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경제 활동을 마비시키는 수준을 넘어서 사회적 신뢰체계까지 흔들 수 있는 복합적인 위협이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게다가 AI의 발달로 사이버 공격의 복합성은 더욱 커졌다. AI 기술이 전력 수요를 예측하며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해커 역시 AI로 공격을 고도화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전력망의 디지털화는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치명적 취약점을 낳기도 한다. 따라서 원자력·수력·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시설 전반을 아우르는 국가 단위의 통합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 실시간 위협 대응과 복구 체계 강화도 절실한 과제다. 결국 “누가 공격했는가"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사회가 사이버 공격에 “얼마나 복원력(resilience)을 갖추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일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사이버 안보는 방어만으로는 부족하며, 공격을 받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아시아-태평양 차원에서 공유할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전력·통신·에너지망의 사이버 안보는 이제 한 국가만의 과제가 아니다. 회원국들이 이 문제를 공동의 의제로 다루고, 상호 대응과 복원력 강화를 위한 협력의 틀을 마련하는 것을 진지하게 논의할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이 이번 회의를 통해 그러한 논의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글로벌 책임강국'으로 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임은정

[이슈] 고리2호기 재가동 여부, 李정부의 실용주의 리트머스 시험대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에너지 실용주의' 노선이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다.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고리2호기 재가동 승인 결정을 보류하면서, 정부가 향후 어느 방향으로 에너지정책의 균형점을 잡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안위가 보류를 결정한 이유는 서류 형식상의 사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1980년대 허가 당시와 비교해 추가된 자료 요구와 사고 관리 계획서의 절차적 하자 논란, 주기적 안전성 평가 보고서 제출 기한 초과,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보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를 두고 원자력계는 “과도한 심사 지연으로 국민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며 재가동 승인을 촉구하고 있는 반면 일부 시민단체들은 보류 결정 자체가 재가동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며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가동 기한이 지난 원전도 안전성이 담보되면 연장해서 쓰고, 짓던 것도 잘 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드라이브'보다는 신중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노선과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 대통령은 이어 “신규 원전 건설 대신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대대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안전이 확보된 기존 원전은 활용하되, 에너지 전환의 중심축은 재생으로 옮긴다"는 실용적 접근이다. 이 같은 기조는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추진 중인 '전원믹스 합리화'와 '노후 원전 안전투자 강화' 방침과도 맞물린다. 원전은 전력계통의 안정성과 기저전원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신재생은 중장기적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이중 구조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균형 노선'에 여권 지지기반의 한 축인 탈핵·환경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7일 탈핵부산시민연대는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안위의 고리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심의를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기확산인자, 항공기 충돌 대응 기준 등 핵심 기술 검토가 미비한 상태에서 승인 표결을 강행했다"며, “이재명 정부는 침묵하지 말고 고리2호기 폐쇄와 탈핵을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결정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가치'와 결별하는 신호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정부의 실용주의가 결국 '정책 후퇴'로 귀결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원전 실용주의는 불가피한 현실 대응"이라고 평가한다. 급격한 전력수요 증가, 특히 AI데이터센터와 수소·LNG발전의 불안정한 공급 구조, 그리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저탄소 기저전원 확보 필요성이 겹치면서, 원전을 완전히 배제하는 정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고리2호기 같은 기존 원전은 이미 감가상각이 끝나 경제성이 높고, 안전성만 확보된다면 탄소중립 달성 과정에서 유용한 완충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안전기반 실용주의'와 일맥상통한다. 원전업계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원전 실용주의' 기조가 지속 가능하려면 세 가지 전제조건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투명한 안전성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기술적 검증 절차를 명확히 공개해야 국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정치적 프레임에서의 탈피가 요구된다. '탈원전 대 친원전'이라는 이념적 대립 구도를 벗어나, 에너지 안보·탄소중립·산업경쟁력이라는 실질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셋째, 국민 설득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실용주의 노선이 단순한 정치적 타협이 아니라, 현실적 최적화를 위한 정책 선택임을 명확히 설명해야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고리2호기의 재가동 여부는 단순히 한 원전의 운명을 넘어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실용주의 에너지전환'의 첫 번째 리트머스 시험지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향후 전원믹스 구도와 탄소중립 로드맵, 나아가 정치적 정체성까지 규정할 수 있는 사건이 될 수 있다. 기술·정책적 논의를 넘어 정치적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탈원전이 아니다'라는 공언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핵심 지지세력의 요구를 수용해 다시 탈원전 노선으로 선회할 것인지에 업계는 물론 시민단체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고리2호기 결정은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실용주의 정부'가 진짜인지 보여주는 시험대"라며 “정치적 계산을 배제하고 현실적 선택을 할 수 있을지, 향후 5년 에너지정책의 향방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에너지·경제 분야 세계 상위 2% 연구자 선정 ‘국내 유일·3년 연속’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총장 김동환, 이하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가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엘스 비어 출판사가 선정한 세계 상위 2% 연구자에 이름을 올렸다. 스탠포드 대학교-엘스비어 출판사는 공정하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특별하게 개발한 복합지표를 활용하여 전 세계 연구자의 연구 영향력을 평가하고 있다. 전 세계 6600만명 연구자들의 출판물을 분석한 후 상위 2% 연구자 23만 333명을 선정해 그들의 성명, 소속기관, 점수, 순위를 공개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2025년도 자료에 따르면, 유 교수는 3년 연속 세계 상위 2% 연구자로 선정됐다. 특히 에너지&경제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포함됐다. 공학과 자연과학까지 포함한 에너지 전 분야로 범위를 넓히면 세계 백분율 순위 0.2%로 국내 2위였다. 현재 한국에너지학회 및 한국혁신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유 교수는 총 256편의 SCI급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출판한 바 있으며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에도 280편의 논문을 출판하는 등 왕성한 연구활동을 수행 중이다. 서울과기대에서 에너지환경대학원장, 창의융합대학장을 역임하는 등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아울러 유 교수는 현재 전기위원회 위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사외이사직을 역임하고 있다. 과거 제9차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분과 위원장, 녹색성장위원회, 에너지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는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국내 대표 에너지경제 분야 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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