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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수소 발전시장에 CCUS 지표 신설…환경성 평가 강화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장 입찰 평가에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지표가 새로 도입된다. 일반수소 발전에 사용되는 수소 상당 부분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만큼 시장을 유지하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전력거래소의 '2026년 일반수소 입찰시장 운영방안'에 따르면 올해 일반수소 발전시장 평가체계에는 100점 만점에서 총 8점의 CCUS 관련 지표가 신설된다. 이달 말 입찰 공고가 나올 예정이며 입찰 물량은 앞서 정부가 확정한 930GWh 규모다. CCUS는 산업이나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한 뒤 이를 지하 등에 저장하거나 산업 원료 등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새로운 CCUS 평가는 크게 CO₂ 포집 계획과 CO₂ 활용·저장 계획으로 나뉜다. 포집 계획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CO₂ 포집 비율에 따라 점수를 차등 부여한다. 포집 비율이 60% 이상이면 4점, 40% 이상 60% 미만은 3점, 20% 이상 40% 미만은 2점, 20% 미만은 1점을 받는다. CO₂ 활용·저장 계획도 별도로 평가해 최대 2점을 부여한다. 이는 일반수소 발전시장을 유지하면서도 새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맞추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일반수소 시장은 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개질해 생산한 추출수소를 연료로 활용하는 연료전지가 참여한다. 발전 과정에서는 탄소 배출이 거의 없지만 수소 생산 단계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는 한계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특히 올해 일반수소 입찰시장의 존속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가 화석연료 기반 수소에서 청정수소 중심으로 정책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시장이 폐지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업계 반발로 지난해 1300GWh였던 입찰 물량을 올해 930GWh로 약 28% 줄이는 데 그쳤다. 시장을 당장 없애는 대신 CCUS 등 환경성 평가를 강화해 탄소 감축을 유도하는 방향을 택한 셈이다. 환경성 평가 강화에 따라 기존 평가항목의 배점은 일부 조정됐다. 에너지효율성과 청정수소 활용 관련 배점은 각각 2점씩 높아진 반면 수요지 인근 여부는 3점, 지역수급 비율은 2점 낮아졌다. 주민수용성과 자본조달계획 적정성 등 일부 항목도 배점이 축소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CCUS가 아직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은 만큼 당장 사업자 간 당락을 좌우하기보다는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향후 CCUS 기술과 인프라가 확대될 경우 일반수소 시장에서 탄소 감축 실적의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 입찰 절차도 손질된다. 그동안 발전사업허가를 입찰 전 미리 취득하도록 하면서 사업 추진이 지연되거나 허가만 확보한 뒤 실제 사업에 착수하지 않는 사례가 누적됐다는 지적이 있따랐다. 이에 입찰 참여 단계의 발전사업허가 요건과 허가 진척도 평가를 삭제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허가 취득 이후 장기간 사업에 착수하지 않아 허가가 취소된 사업은 64건, 2.3기가와트(GW) 규모다. 이에 따라 발전사업자의 입찰 부담을 낮추고 실제 사업 추진 가능성을 중심으로 시장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대체연료 중심 항공 탈탄소 로드맵 의존하면 ‘지구 경계’ 벗어날 수도

항공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지속가능항공유(SAF)와 합성항공유(e-fuel) 등 대체연료 도입이 추진되고 있지만, 연료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지구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환경적 한계를 지키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체연료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와 토지, 담수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고,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다른 환경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산업의 탈탄소화 전략을 탄소 배출 감축에만 맞출 것이 아니라, 생물다양성과 자원 이용 등 지구 환경 전반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대체연료 중심 로드맵, 지구 경계 넘을 수 있다 프랑스 툴루즈대학교와 국립항공구조학교와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ADEME) 등의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항공산업의 탈탄소화 경로를 '지구 경계(Planetary Boundaries)' 관점에서 분석했다. 지구 경계는 인류가 지구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적 한계선을 뜻한다. 연구진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항공수송이슈그룹(ATAG), 유럽연합(EU) 등이 제시한 항공 탈탄소화 로드맵을 분석했다. 그 결과, 화석연료를 바이오연료와 합성연료로 대체하는 데 집중한 기존 전략으로는 지구 경계를 벗어나는 것을 막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경계 초과를 판단하는 항목 가운데 기후변화 항목과 생물권 무결성(생태계 건강성 유지) 항목 등에서 특히 문제가 된다. 대체연료 생산을 확대할수록 다른 환경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드러났다. 항공 수요를 모두 합성항공유로 충당하는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의 약 25%를 항공연료 생산에 투입해야 하고, 직접공기포집(DAC) 설비도 예상 용량의 약 6배가 필요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바이오연료 역시 원료 작물 재배에 막대한 토지가 필요해 자연 생태계와 식량 생산을 압박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대체연료가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항공 부문에서 대체연료는 중요한 탈탄소 수단이지만, 생산 과정의 자원 수요와 환경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급량만 늘리면 기후변화 대응이 다른 지구 경계의 침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요점은 항공 탈탄소화 정책은 연료의 탄소 배출량뿐 아니라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의 환경 부담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하수 슬러지 활용 등 공급측 기술 혁신 필요 대체연료의 환경 부담을 줄이려면 원료와 생산 공정을 개선하는 공급측 기술 혁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호주 시드니공과대학교(UTS)와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도시 하수 슬러지를 지속가능항공유 원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수 슬러지에서 미생물 공정으로 중쇄지방산(MCFA)을 확보하고, 이를 재생에너지 기반 전기화학 공정으로 항공유에 적합한 탄화수소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중쇄지방산은 탄소 원자가 비교적 적은 지방산으로, 일반적으로 탄소 원자 6~12개(C6~C12)를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 기술은 폐기물을 연료 원료로 활용함으로써 폐식용유나 동물성 지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생산 비용과 에너지 소비량,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검증해야 한다. 스웨덴 샬머스공과대학교 연구진은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퓨얼(Fuel)'에 발표한 논문에서 유럽연합(EU)의 재생에너지 비생물학적 기원 연료(RFNBO, 바이오매스가 아닌 재생에너지에서 얻은 전기 등을 이용해 생산한 수소와 수소 기반 연료를 뜻) 관련 규정이 바이오매스 가스화 공정의 기술적 이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의 분석에서 가스화 기반 공정은 연료 1 톤당 약 820유로(약 123만 원)의 비용과 46%의 에너지 효율을 보인 반면, 비교 대상 공정은 1 톤당 약 1050~1500유로의 비용과 37%의 효율을 나타냈다. 여기서 말하는 '비교 대상 공정'은 바이오매스를 먼저 연소해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한 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와 반응시켜 메탄올을 만드는 공정을 말한다. ◇ 항공 수요 감축도 피할 수 없는 과제 항공기 운항 효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스웨덴 린네대학교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등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서 고효율 기종 도입, 좌석 배치 개선, 탑승률 향상 등을 결합하면 승객 수송량을 유지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보다 54.5~76.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공급측 기술 개선만으로 지구 경계의 침범을 막기는 어렵다. 프랑스 툴루즈대 연구진은 항공산업이 지구의 안전한 생태적 공간 안에 머물기 위해서는 기술적 해법과 함께 항공 수요를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에서 제시된 항공 교통량 감축 경로에는 항공 교통량을 연간 약 7.2% 줄이는 경로가 포함됐다. 이는 항공기 한 대의 연료 소비를 7.2% 줄인다는 뜻이 아니라, 항공 교통 활동 자체를 줄이는 수요 측 감축을 의미한다. 대체연료 생산에 필요한 재생에너지와 토지, 물의 수요까지 고려하면 항공 수요를 무한정 늘리는 방식으로는 지구의 환경적 한계 안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연간 7.2%라는 수치는 해당 논문이 설정한 시나리오와 분석 조건에 따른 결과다. 모든 국가와 항공 노선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감축 목표나 국제적으로 합의된 정책 기준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항공 수요를 관리하기 위해 항공권에 탄소 비용을 반영하고, 고속철도 등 대체 교통수단이 충분한 단거리 노선의 항공편을 철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항공기 이용이 많은 탑승자에게 더 큰 부담을 부과하는 누진적 항공세도 대안이다. 다만 지역의 이동권과 저소득층의 부담을 고려한 보완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파키스탄이 K-GX에 던지는 질문

에너지 전환은 정부의 목표 발표가 아니라 개인의 계산기에서 시작된다. 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나라가 파키스탄이다. 최근 국제 학술지에 실린 와지드 이슬람(Wajid Islam) 등의 연구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태양광 발전량은 2019년 2.6TWh에서 2025년 36.6TWh로 14배 늘어 전체 발전량의 22.5%에 이르렀다. 2026년 1분기에는 12.1TWh로 전체의 32.3%를 차지해 석탄·가스·원자력·수력을 제치고 단일 최대 발전원이 됐다. 이 변화를 이끈 것은 국가 태양광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수백만 가구와 기업이 저마다 패널을 사들인 개별 결정이 쌓여 만든 결과다. 동력은 경제성이었다. 파키스탄의 평균 전기요금은 2022 회계연도 약 16.9루피/kWh에서 2025 회계연도 35.5루피/kWh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 올랐다. 여기에 전력 부족으로 지역과 시기에 따라 하루 8~10시간, 길게는 12~15시간 이상 정전이 이어졌다. 모듈 가격이 급락하면서 옥상 태양광은 2~4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투자가 됐다. 물론 한국이 요금 폭등과 정전을 겪을 우려는 없다. 그러나 설치자가 스스로 움직이는 조건이 '확실한 경제성'이라는 점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시장은 정부보다 빨랐다. 2020년 이후 2026년 8월까지 파키스탄이 수입한 중국산 모듈은 56GW가 넘지만, 엠버(Ember)·EI(Energy Institute) 등이 집계한 2025년 말 누적 설치 용량은 3.7GW에 그쳤다. 수입 규모가 통계상 용량의 약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상당 부분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채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와 전력 회사는 이런 속도에 대비하지 못했다. 자금력이 있는 가구와 기업이 태양광을 도입해 전력망을 이탈하자 전력 회사는 수익 감소와 고정비 부담 가중, 이른바 '유틸리티 데스 스파이럴(Utility Death Spiral)'에 직면했다. 잉여 전력을 소매 요금으로 보상하는 순계량(Net Metering)이 태양광을 설치하니 않은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문제로 불거졌고, 파키스탄 당국은 2025년 12월 신규 연결부터 순청구(Net Billing)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산하 PVPS의 2026년 보고서는 소규모 분산형 태양광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2025년 신규 설치 상위 10개국 중 6개국에서 분산형이 절반을 넘었다. 파키스탄 98.6%, 프랑스 67.6%, 브라질 65.8%, 이탈리아 59.7%, 일본 59.3%, 독일 52.3%다. 한국은 신규 설치 13위에 머물렀고 분산형 비중은 23.3%, 중앙집중형이 76.7%다. 국토가 좁은 데다 산지·농지 규제와 주민·계통 수용성 문제가 겹친 한국에서 대규모 태양광 모델은 입지 갈등과 인허가 지연에 부딪힌다. 실제로 한국의 태양광 신규 설치량은 2025년 8월까지 2.47GW에서 2026년 8월까지 2.38GW로 약 3.6% 줄었다. 새 정부 출범 후 보급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현장의 수치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정책 선언이 시장을 움직이지 못했다는 증거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출범 16개월 만에 설계를 끝내고 집행 단계에 들어섰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53~61%, 배출권 4기 할당과 이를 뒷받침할 법률 대부분이 9월까지 확정됐고, 이를 묶는 총괄 전략인 K-GX(10년 1,000조 원)를 10월 7일 발표했다. 아쉬운 점은 태양광 정책의 무게가 상당 부분 대규모 사업, 특히 공기업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에 실려 있다는 점이다. 경쟁입찰은 규모의 경제를 가진 대형 사업자에게 유리하고, 소규모 사업자는 입찰 부담과 계통 접속 비용 등을 떠안는다. 투자 회수 기간이 불투명한 사업에 소규모 사업자가 나설 유인은 줄어든다. 파키스탄에서 시장을 연 것이 개인의 경제성이었다면, 한국에서는 반대로 소규모 사업자의 경제성이 제도 안에서 약해지고 있다. 해법은 소규모 사업자의 경제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하 설비에는 경쟁입찰 대신 장기 고정가격 계약 같은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를 제공하고, 소비지와 가까운 분산형 설비는 계통 접속 순서와 비용에서 우대해야 한다. 시간대별 보상과 자가소비, 저장 장치 연계를 처음부터 제도 설계에 넣어야 한다. 소규모 시민참여 전용 물량을 확보하고 입찰 부담을 덜어야 하며, 공급 의무자의 보급 의무 이행 인정 범위도 직접 건설과 지분투자에 한정하지 말고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와의 PPA까지 넓혀야 한다. 공기업은 마중물에 그치고, 소규모 주택, 시민참여 협동조합 등이 공공 지붕과 유휴 공간을 활용하고 수익이 지역에 돌아가게 해야 한다. K-GX의 재생에너지 목표는 경제성과 함께 비용 분담의 설계가 갖춰져야 달성할 수 있다. 시장이 커진 뒤에는 고치기 어렵다. 파키스탄은 K-GX에 묻는다. 소규모 태양광의 경제성을 확보했는가? 분산형 비중이 23.3%에서 일본이나 독일 수준으로 올라설 때 K-GX는 구호에서 현실이 될 것이다.

SK가스, 2030년까지 세전이익 4500억원 목표…AI向 유틸리티 투자도

SK가스가 내년부터 2030년까지 연결 기준 세전 이익을 4500억원 창출하고,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을 위한 유틸리티 솔루션 사업과 북미 가스전 진출 같은 글로벌 밸류체인 확장을 위해 투자에 나선다. 15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SK가스는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이 같은 중장기 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액화석유가스(LPG)와 액화천연가스(LNG), 자원 트레이딩 등 본업을 토대로 이익 약 2500억원을 창출하는 동시에 울산GPS 등 그간 투자해온 발전·터미널 인프라 자산으로 2000억원의 이익을 낸다는 것이다. SK가스는 LPG 수익력 강화와 LNG·발전 사업 다각화 등 그간 키워온 본업 경쟁력에 글로벌 에너지 시장 등 외부 변동성이 더해져 올해 연결 기준 세전이익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울산GPS 지분 49%를 매각해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1조2242억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를 하고, 지난 8월 프로판 사업이 주인 SK어드밴스드를 합병하기로 결정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구조 개편도 이어갔다.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SK가스는 차기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성장 전략의 뼈대는 △AI 데이터센터·반도체 유틸리티 솔루션 고객 확장 △해외 공급원과 판매처 다양화 등 글로벌 밸류체인 확장 △에탄(C1)~부탄(C4) 제품군 확장 등이다. 특히 LNG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사업 모델과 지역을 넓히기 위해 북미 가스전 진출을 검토한다는 내용도 내놨다. 확보한 북미 가스전을 국내외 판매망과 연결하고 C1~C4 제품군에 걸친 사업 모델을 마련한다. LPG 트레이딩과 발전사업 역량을 토대로 한 해외 사업 기회도 모색한다. SK가스는 이 같은 신규사업에 2027~2030년 생산능력 투자 집행을 하고 2031년부터 수익 창출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과정에서 인수·합병(M&A)을 포함한 성장 투자와 주주환원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전날 SK가스는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2028년까지 총 9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자사주로 사들인 뒤 소각한다는 결정도 내렸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메가프로젝트대로 전력수요 전망하면 과잉…실현 수요 따져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 전력 추가 수요가 과도해 하향 전망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5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과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에너지전환포럼은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메가프로젝트, 다음 질문에 답하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12차 전기본에 반영된 3대 메가프로젝트 전력 수요가 AI 산업 성장이 지체될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아 자칫하면 전력 인프라 과잉 투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력수요 전망의 타당성과 하향 시나리오'를 주제로 발제한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메가프로젝트 발표 내용을 반영해 지난 8월 다시 나온 제12차 전기본 전력수요 재전망에서 하향 전망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장률 등을 토대로 반영하는 기존 수요 전망 모델과 별도로 반도체·데이터센터·전기화에 따른 추가 수요 53.5GW를 별도로 계산한 뒤 기준전망 179.2GW와 상향전망 186.4GW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석 위원은 “추가수요 별도 전망은 기존 수요전망 모형과 중복으로 산정될 위험이 있고, 전력 인프라는 건설기간이 길고 초기 투자 비용이 크기에 전력 수요가 정체돼도 투자를 물릴 수 없다"며 “국제에너지기구(IEA)가 AI 데이터센터가 유발하는 전력수요 전망을 상향치와 하향치 모두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기술 개선과 전력 효율 향상, 프로젝트 금융 조달 차질 등으로 실제 전력 인프라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석 위원은 지적했다. 2000년 닷컴버블이 광케이블 기술 고도화가 촉발했던 것처럼, 대규모 언어 모델(LLM) 성능 고도화로 AI 인프라 붐이 기대와 달리 꺼질 수 있다는 것이다. AI 인프라 조성에 필요한 자본이 막대해 미국 빅테크조차 보유 현금과 회사채 발행 뿐만 아니라 특수목적법인(SPV) 설립과 순환금융 같은 우회로를 동원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석 위원은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를 선형으로 상향 전망한 뒤 여기에 발전설비 건설 계획을 연결하면 상황 변화에도 전력부문 설비 투자를 조정할 수 없는 고착 효과와 좌초자산화 위험이 발생한다"며 “12차 전기본에서도 거시경제 요인을 반영한 수요전망 모델로 회귀하더라도 버블붕괴 위험을 반영한 하향 시나리오를 별도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40년이 아닌 2030년까지 늘어난 전력 수요부터 정확히 예측해 발전과 송전 인프라를 적정 규모로 확충하고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존 계획과 실제 데이터센터 건설·운영 및 전력 수요가 달라지면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 등 탄소 배출을 초래하는 화석연료로 대응하게 되기 때문이다. 문효동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메가프로젝트 수요 전망과 2030 단기 전력수급 영향'을 주제로 발표하며 발전 설비들이 늘어난 수요 증가를 감당하는 방식이 LNG에 의존하는 구조를 지적했다. 전국 11개 권역의 2030년 시간별 전력 운영을 분석하는 모형(PyPSA-GESI)을 활용해 △11차 전기본 기준 △12차 전기본상 데이터센터 수요 예측치 50% 반영(DC50) △100% 반영(DC100)의 세 가지 경우를 비교해본 결과, LNG 이용률이 11차 기준 30.7%에서 DC50 40.6%, DC100 47.8%로 높아졌다. 특히 데이터센터 수요 실현으로 차이가 21TWh나면 LNG 발전은 36.8TWh 늘고 석탄발전은 17.0TWh 줄었다. 문 부연구위원은 메가프로젝트 발표 규모를 확정수요로 여기는 대신 확정·조건부·유보로 구분해 단계적으로 반영하고, 2026~2030년 단기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거나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늘면 추후 탄소 감축 부담이 더 가중될 것"이라며 “12차 전기본에서 2030년 계획부터 세밀히 짜고, 수요 전망이 바뀌더라도 온실가스 배출 감축 경로를 지키는 방식으로 전기본이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비수도권 전력수요, 기업의 입지 조건을 묻다'를 주제로 발제하며 반도체·데이터센터 기업의 입지·전력·설비투자 담당자 80명을 대상으로 기업 입지 조건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냈다. 이들 80명 중 향후 5년 내 신규·증설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응답은 83.8%였지만, 비수도권을 포함해 검토하면서 현재 정부 지원 조건에서 지방 투자 가능성도 높다고 답한 담당자는 38.8%에 그쳤다. 수도권 외 현실적 후보 권역으로는 충청권(46.2%)이 가장 많았고, 비교적 재생에너지 발전 여력이 큰 호남권은 10.0%에 불과했다. 지방 입지 검토가 무산된 이유로는 인력 확보 어려움(77.8%)이 전력공급·계통접속 불확실성(22.2%)을 크게 웃돌았다. 이 부연구위원은 투자가 확약된 수요와 후속 유치를 기대하는 수요를 구분해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터센터는 후보지별 접속 시점·용량·요금을 먼저 제시해 입지를 유도하며, 반도체는 앵커 투자 확약 일정에 맞춰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한화그룹, 주요 상장사 이사회 의장에 독립이사…주주 이해 상충 검토 기구도 도입

한화그룹이 주요 상장사의 이사회 의장을 독립이사(사외이사)에게 맡기는 체제를 확대한다. 주주 간 이해가 충돌하는 사안을 독립이사들이 사전 검토할 수 있도록 특별위원회 운영 근거를 마련하고 이사회 직속 지원 조직도 신설한다. 한화그룹은 14일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화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권익환 독립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한화솔루션이 2024년 독립이사 의장 체제를 도입한 데 이어 ㈜한화도 같은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권 의장은 사법연수원 22기로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과 대전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2022년 ㈜한화 이사회에 합류했으며, 내부거래위원장과 감사위원회·ESG위원회 위원 등을 맡아왔다. 다른 주요 상장사도 순차적으로 독립이사 의장을 선임한다. 한화시스템은 이달, 한화오션은 다음 달까지 이사회 결의 등 관련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엔진은 2027년 상반기 선임을 목표로 한다. 두 회사는 상법 개정안 시행 등 이사회 운영 환경 변화에 맞춰 이사회 구성을 일부 정비한 뒤 선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의장 선임 방식과 함께 주요 안건의 검토 체계도 바꾼다. 한화그룹은 주주 간 이해상충 우려가 있거나 사회적 관심이 높은 주요 사안을 검토하는 '특별위원회'의 운영 근거를 이사회 규정에 명시하기로 했다. 특별위원회는 독립이사로만 구성하는 비상설 자문기구다. 주요 사안이 발생하면 이사회 의사결정에 앞서 내용을 검토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화그룹은 이를 통해 주주 권익 보호와 의사결정 과정의 공정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각 사에는 이사회 직속 전담 조직인 '이사회 사무국'도 설치한다. 사무국은 회의 운영을 지원하고 주요 안건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해 이사들의 검토와 판단을 뒷받침한다.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주요 상장사는 독립이사 의장 선임 시기와 별도로 관련 제도를 먼저 정비한다. 이사회 결의와 규정 개정을 거쳐 오는 11월까지 특별위원회 운영 근거 마련과 사무국 신설을 마칠 계획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이사회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나아가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며 “지배 구조 선진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진호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취임…“고준위 방폐장 부지선정 차질 없이 이행”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에 이진호 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부원장이 취임했다. 원자력환경공단은 14일 경주 본사 코라드홀에서 이진호 제6대 이사장 취임식을 개최했다. 이 신임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안전이라는 흔들림 없는 기반 위에 혁신을 더하고, 전문성과 투명성 위에 국민의 신뢰를 더하는 기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중점 과제로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로드맵의 차질 없는 이행과 관리체계 구축 △미래 원자력 시대에 대비한 방폐물 관리 역량 강화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을 통한 스마트 방폐물 관리체계 구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국민 소통과 주민 참여·상생 강화 △혁신 실행력 제고 등을 제시했다. 특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대해 “수만 년을 내다봐야 하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과학적 조사와 투명한 정보 공개, 지역과의 진정한 소통을 통해 부지선정 로드맵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경주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공단은 국내 유일의 방사성폐기물 관리 전담기관으로, 현재 경주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2031년까지 3단계 매립처분시설을 추가 건설하는 한편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에 따른 부지 선정과 관리시설 구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싱가포르 에너지기업, 현대차증권과 합작법인 설립…자동차 공급망 RE100 지원

싱가포르 에너지기업인 피크에너지가 현대차증권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국내 자동차 공급망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부품 협력사의 탄소 배출까지 줄여야 하는 '스코프3(Scope 3)' 감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중소·중견 협력사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14일 피크에너지는 현대차증권의 벤코어 루프탑 에쿼티 펀드와 국내 자동차그룹 공급망 전반에 재생에너지 솔루션을 공급하기 위한 합작법인(JV)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합작법인은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를 중심으로 산업용 옥상 태양광과 전력구매계약(PPA)을 확대할 계획이다. 출범 단계에서 현대차 주요 1차 협력사에 공급할 5개 태양광 사업을 확보했으며 전체 설비 규모는 13메가와트(MW)다. 피크에너지는 향후 2년간 산업용 옥상 태양광 발전설비를 100MW 규모까지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협력사에 100MW 규모가 구축될 경우 연간 약 5만5000톤, 설비 운영기간(20년) 전체로는 100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업은 자동차 산업의 탄소 감축 범위가 완성차 생산 공정을 넘어 공급망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스코프3는 기업이 직접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시설에서 발생하지 않지만 원재료 조달과 부품 생산, 물류 등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간접 온실가스 배출을 의미한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한 대를 생산하기까지 수많은 부품업체가 공급망에 참여하는 만큼 완성차 업체 자체의 재생에너지 전환만으로는 공급망 전체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1·2차 협력사의 감축이 함께 이뤄져야 하지만 개별 중소·중견 협력사가 직접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하거나 장기 PPA를 체결하기에는 사업 개발과 금융 조달 등에 부담이 따른다. 이번 합작법인은 이처럼 개별 협력사가 각각 재생에너지 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대신 여러 사업장을 묶어 장기 전력공급 구조를 만드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현대차증권 인프라투자부문 관계자는 “피크에너지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금융 구조와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결합해 국내 협력사들이 태양광 PPA를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공급망 전반의 탄소 배출량 감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피크에너지는 지난 13일 국내 재생에너지 플랫폼 기업 에이치에너지와 'RE100 이행을 위한 소규모 지붕태양광 공동개발사업' 업무협약을 맺고 전국 공장과 창고 등의 유휴지붕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사업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에이치에너지가 유휴지붕 발굴과 임대계약, 인허가, 발전소 구축 및 운영을 담당하고 피크에너지는 사업 자금을 투자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발전소를 소유하는 구조다. 대규모 발전부지뿐 아니라 전국에 흩어진 소규모 지붕까지 발전자산으로 묶어 기업의 RE100 이행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피크에너지는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300MW 이상의 재생에너지 자산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00MW 이상이 국내에서 운영 중이거나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SK가스, 2028년까지 자사주 900억원 소각…“주주환원 일환”

SK가스가 올해부터 2028년까지 총 9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자사주로 사들인 뒤 소각하며 주주가치를 제고한다. 1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SK가스는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2028년까지 주식을 연간 300억원씩 매입해 소각할 계획이라고 전날 오후 공시했다. SK가스는 이날 이사회에서 중기 주주환원 추진계획을 보고하고, 300억원에 해당하는 지분 1.2%을 자사주로 매입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SK가스는 전날 기준 2.5%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 매입으로 향후 자사주 비율이 3.7%로 늘어날 예정이다. 오는 14일부터 신탁계약을 통해 1차분인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착수하한다. 취득한 주식은 전량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2027년과 2028년에도 각각 300억원씩 매입해 순차 소각할 예정이다. 액화석유가스(LPG)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액화천연가스(LNG)와 발전 분야로 넓혀 키운 재무 여력이 이번 주주환원 정책 확대의 토대가 됐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가을까지 이어지는 ‘폭염·폭우 복합재해’…‘여름 석달 대응’은 부족

지난 12일 서울은 낮 최고기온이 30.1℃까지 치솟았다. 1907년 근대 기상이 시작된 이래 10월 기온으로는 가장 높은 기록(공동기록)을 세웠다. 13일에는 전북 고창이나 경북 문경 등지에 70~90㎜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10월 중순임에도 폭염과 폭우를 걱정하게 하는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폭염과 폭우가 각각 발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두 현상이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복합재해(Compound Events)'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여름철에 집중됐던 위험이 장마전선의 북상과 대기·해양 순환의 변화에 따라 늦여름과 가을까지 확장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두 편의 연구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폭염·폭우 위험이 언제, 어디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달라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 폭염·폭우 복합재해, 발생 빈도 늘고 가을까지 확장 경희대 지리학과·기후사회과학융합학과 김지현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논문에서 한반도의 폭염·폭우 복합재해 변화를 분석했다. 한국환경연구원의 성경민(제1저자)·채여라 박사와 프린스턴대 김태림 연구원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1986~2025년 기상청 관측소 57곳의 지상 관측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폭염과 극한 강수가 결합하는 복합재해의 위험이 커지는 데는 개별 재해의 강도 변화뿐 아니라 발생 빈도의 증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복합재해 위험이 기존의 6~8월 여름철에 머물지 않고 9월 이후 가을철로 확장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2024년 가을철 복합재해 발생일수의 표준화 편차는 7.29로, 과거 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극단적인 값을 기록했다. 표준화 편차는 관측값이 장기 평균에서 표준편차 몇 배만큼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7.29라는 값은 통상적인 연도별 변동 범위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발생 확률을 정확하게 산정하거나 기후변화의 인과관계를 단독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별 위험 양상도 달랐다. 서해안은 복합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고빈도 노출 지역으로, 남동부 내륙은 발생 빈도와 별개로 한 번의 재해가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지역으로 구분됐다. 전국에 동일한 방재 대책을 적용하기보다 지역별 재해 특성에 맞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러한 가을철 위험 증가의 대기 순환 배경으로 북서태평양과 일본 부근의 고기압성 순환 이상을 제시했다.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중국 남동부와 동중국해에서 황해를 거쳐 한반도로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면 높은 기온과 많은 수증기가 함께 공급될 수 있다. 이 같은 조건은 늦여름과 가을에도 폭염과 집중호우가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복합재해가 위험한 이유는 피해가 단순히 더해지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폭염으로 지친 사람과 열에 노출된 노동자는 뒤이은 폭우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농작물은 고온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침수 피해까지 겪을 수 있고, 전력·교통·배수시설도 서로 다른 유형의 재난에 연이어 노출된다. ◇ 9월 장마전선 중심축 약 213㎞ 북상 복합재해가 가을까지 확장되는 배경을 이해하려면 동아시아 장마전선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후센터(APCC)의 문수연·김옥연 박사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김형준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npj 기후 및 대기과학(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동아시아 여름철 전선의 장기적인 위치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1979~2025년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ERA5 재분석자료를 활용해 전선의 위치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특히 9월 10~30일 전선의 중심 위치가 과거보다 북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북상 폭은 위도 약 1.92도, 거리로 환산하면 약 213㎞에 달했다. 이는 여름철 후반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전선성 강수와 고온다습한 공기의 영향이 과거와 다른 지역과 시기에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선은 성질이 다른 공기 덩어리가 만나는 경계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전선을 따라 유입되면 공기가 상승하면서 구름이 발달하고 강수가 집중될 수 있다. 동시에 전선 주변의 고온다습한 공기는 인체의 열 방출을 어렵게 해 열 스트레스를 키운다. 연구에서 활용한 습구 글로브온도(WBGT)는 기온뿐 아니라 습도와 복사열, 바람 등의 영향을 반영해 사람이 체감하는 열 부담을 평가하는 지표다. 기온이 같더라도 습도가 높으면 땀의 증발을 통한 체열 방출이 어려워져 열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다. 연구진은 전선의 위치 변화에 따라 열 스트레스와 전선성 강수가 동시에 나타날 위험이 커지는 양상을 분석했다. 다만 전선의 북상만으로 모든 지역의 폭염·폭우가 증가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피해는 북서태평양고기압의 위치와 강도, 수증기 공급, 대기 순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방재 체계에도 중요한 과제를 던진다. 여름철 집중호우와 폭염에 맞춰 설계된 대응 체계가 9월 이후에도 충분히 작동할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계절별 재난 대응 기간을 고정하기보다 관측과 예측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폭염과 호우가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 '여름철 3개월 방재'에서 벗어나야 두 연구의 결과를 종합하면 동아시아의 기후위기는 단순히 여름철 기온이 오르고 비가 많이 내리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폭염과 폭우가 결합하는 시기가 달라지고, 장마전선의 위치가 이동하는 만큼 대응 전략의 재설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방재 기간을 6~8월에 한정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9월 이후에도 폭염과 집중호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기상 관측과 예보를 바탕으로 방재 인력과 시설 운영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폭염 대응과 집중호우 대응을 따로 계획하는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고온에 노출된 노동자와 취약계층, 침수 위험에 놓인 농경지와 도시 기반시설을 복합재해 관점에서 관리해야 한다. 지역별 대책도 달라져야 한다. 반복적인 재해 노출이 문제인 서해안에서는 예·경보와 상시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단기간에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남동부 내륙에서는 급격한 기상 변화에 대비한 대피·복구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위험도와 대책은 지역별 관측자료와 재해 특성을 토대로 검증해야 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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