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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 전기본 예측] 기후부 “해상풍력, 여건상 2030년까지 3GW”…전기본 수정 불가피

정부가 항만과 설치선박 여건을 고려할 때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을 3기가와트(GW) 보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2030년 해상풍력 보급목표 14.3GW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의 현실적 진단을 고려할 때 앞으로 수립될 12차 전기본에서 해상풍력 보급계획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10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범정부 해상풍력 보급 가속 전담반(TF)' 2차 회의를 열고 '해상풍력 기반시설(인프라) 확충 및 보급 계획'을 발표한다. 계획에서는 현재 상황에 대해 “항만과 설치선박의 해상공사 공급 능력이 각각 연간 0.6GW, 1.0GW에 불과하다"며 “여건을 고려할 때 2030년까지 3GW 보급만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즉 설치선박이 추가로 확보되더라도 해상풍력 지원 항만이 사실상 목포신항이 유일해 연간 공급능력 0.6GW가 해상풍력 보급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정부가 11차 전기본에서 제시한 해상풍력 보급목표 14.3GW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지난 11월 기준 상업 운전 중인 해상풍력 설비는 총 0.35GW로 2030년까지 누적 3.35GW 수준이 한계로 전망된다. 11차 전기본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수립됐다. 해상풍력 보급이 11차 전기본 목표보다 약 10GW가량 부족할 경우 이를 태양광이나 육상풍력 등 다른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계획은 기존 항만 기능 조정과 신규 지원부두 개발을 병행해 2030년에는 연간 4GW 보급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2035년까지 해상풍력 누적 보급량을 25GW 이상으로 확대하고, 발전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2030년 250원 이하, 2035년 150원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실상 2030년 해상풍력 보급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라며 “2035년까지 kWh당 150원 이하로 단가를 낮추겠다는 계획은 부유식 해상풍력을 사실상 배제하겠다는 말로 사업자들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업계 우려가 큰 만큼 2030년까지 15MW급 설치선박 4척 이상을 확보하고 미래에너지펀드 등을 통한 금융 지원과 보증·융자 한도 확대도 검토한다. 핵심 인허가인 군작전성 협의를 정비해 발전사업이 허가된 모든 단지를 대상으로 검토를 실시한다. 내년 경쟁입찰은 군 작전성 검토를 사전에 마친 이후 추진해 사업 불확실성을 줄일 계획이다. 경쟁률은 2대 1 이상으로 유도해 발전단가 인하를 추진한다. 아울러 2035년까지의 장기 보급 입찰 로드맵을 내년 상반기 중 제시하고 국장급 전담 조직인 '해상풍력발전추진단'을 신설해 사업 추진 체계를 강화한다. 내년 3월 해상풍력 특별법 시행에 맞춰 계획입지 제도를 본격 도입하고 2029년부터 입찰을 진행해 평균 10년 이상 걸리던 사업기간을 6.5년 이내로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20MW급 국산 터빈 기술개발과 100MW급 부유식 실증시설 구축, 지역사회와 수익을 공유하는 '바람소득 모델'을 통해 산업 경쟁력과 수용성도 동시에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겨울 냉기 땅속 저장 ‘21세기 석빙고’…데이터센터 냉각 에너지 절약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자율주행, 암호화폐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전 세계적인 기후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국가 단위 전력 소비에 맞먹는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에너지 중에서도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에너지는 전체 전력 사용량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 같은 구조는 전력망 부담과 탄소 배출 증가라는 이중의 문제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하 지층을 '냉기 저장고'로 활용하는 저류층 지열 에너지 저장(reservoir thermal energy storage, RTES) 기술이 데이터센터 냉각의 새로운 기후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에 연이어 발표된 세 편의 연구는 RTES가 전력 소비 대폭 절감, 탄소 배출 감축, 물 사용 절약, 폭염 대응력 확보까지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술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핵심은 '겨울 냉기의 저장'…물 절약 효과도 RTES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 중 하나는 이 기술이 '지열'을 직접 냉각에 활용한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RTES는 땅속의 뜨거운 열을 활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차가운 에너지'를 지하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겨울이나 야간처럼 외부 기온이 낮을 때 드라이 쿨러를 이용해 물을 차갑게 식힌 뒤, 이를 기수 또는 염수 대수층에 주입해 저장한다. 이 지층은 물의 이동 속도가 느리고 화학적으로 안정적이어서 냉기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여름철이 되면 저장된 차가운 물을 다시 끌어올려 데이터센터에서 보내오는 뜨거워진 냉각수의 열을 흡수하게 된다. 열을 머금은 물은 다시 지하로 보내져 다음 겨울까지 보관된다. 이 과정에서 냉각기는 거의 가동하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RTES는 폭염 속에서도 냉각 효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구조를 갖는다. RTES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물 사용량 절감 효과다. 기존 냉각탑 방식은 대량의 물을 증발시켜 열을 식히지만, RTES와 드라이 쿨러 조합은 현장에서 물을 거의 소비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물 부족 지역에서도 안정적인 데이터센터 운영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RTES가 인공지능과 데이터 산업의 확대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전력망 안정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드문 기술이라고 평가한다. 겨울의 냉기를 저장해 여름의 폭염에 대응하는 구조는 기후변화 시대에 특히 강점을 갖는다. ◇5MW 데이터센터 실증…냉각 비용 3분의 1로 감소 RTES의 경제성과 기술적 가능성을 가장 먼저 정밀하게 입증한 연구는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오현준 박사 연구팀이 국제 저널인 '용용 에너지(Applied Energy)'에 발표한 논문이다. 이 연구는 냉각 부하 5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RTES를 적용했을 때의 연중 성능과 20년 수명 주기 경제성을 종합 분석했다. 연구팀은 기존 냉각기와 드라이 쿨러를 사용하는 기준 시나리오와 RTES 적용 시나리오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기존 냉각기의 냉각 평준화 비용(LCOC) 은 전력 1MWh당 약 15달러였지만, RTES를 적용하면 약 5달러 수준으로 3분의 1까지 떨어졌다. RTES는 압축기 기반 냉각기와 달리 순환 펌프와 드라이 쿨러만으로 냉각이 가능해 전력 소모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 피크 시간대 성능계수(COP) 는 기존 냉각기가 2.4 수준인 반면, RTES는 16.5에 달해 효율이 약 7배 높게 나타났다. RTES에 열 회수 시스템까지 결합할 경우, 연간 전력 소비량은 최대 78.2% 감소하고, 연간 약 1488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중소 규모 데이터센터 한 곳만으로도 상당한 기후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70MW 초대형 센터와 암호화폐 채굴에도 적용 가능 RTES는 중소형 데이터센터에만 국한된 기술은 아니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청정 에너지 및 에너지 저장 저널 (Journal of Clean Energy and Energy Storage)'에 발표한 논문에서 70MW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30MW 암호화폐 채굴 시설에 RTES를 적용하고 그에 대한 기술·경제성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이 연구에서 RTES 적용 시 냉각 평준화 비용은 70MW급 센터가 11.9달러/MWh, 30MW 암호화폐 센터가 14.8달러/MWh로 분석됐다. RTES는 전체 냉각 부하의 최대 60%까지 공급했고, 나머지는 드라이 쿨러가 담당했다. 특히 암호화폐 채굴 장비의 작동 온도를 기존 70~75도에서 20~25도 수준으로 낮추면, 장비 효율 향상으로 추가 전력 사용량이 18~28%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RTES는 폭염으로 인해 냉각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는 이른바 '열 폭풍'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냉각을 유지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제공하는 기술로 평가됐다. ◇“AI 시대, 데이터센터도 기후 인프라가 된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RTES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팀은 논문에서 “데이터센터 냉각을 통해 흡수된 열은 다른 곳을 난방하는 데 활용될 잠재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RTES는 단순한 냉각 설비를 넘어, 에너지 저장 기술이자 기후 적응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이 뿌리를 내린다면 데이터센터는 앞으로 AI와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 시설로도 활용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데이터 산업과 탄소중립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과제를 동시에 풀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수자원공사 발표 미래 기술 로드맵, 국민 건강 위협하는 녹조는 외면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지난 8일 '미래 물 기술 20선' 로드맵을 발표했으나, 정작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녹조(조류) 독소 대응 기술은 외면해 논란이 되고 있다. K-water는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안전(Safe)·건강(Healthy)·지능(Intelligent)·친환경(Net-zero)·참여(Engage)'를 5대 가치로 내걸고 2035년까지 20개 핵심 물 기술의 실용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이후 10여 년 째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녹조 대응 기술의 개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녹조 독소, 단순 환경문제 아닌 '국민 건강 위협' 녹조는 단순한 수질 미관 문제가 아니라 인체에 치명적인 독소를 동반하는 심각한 보건 문제로 등장했다. 녹조를 유발하는 남세균(cyanobacteria)은 마이크로시스틴(MC-LR)과 같은 독성 물질을 생성하는데, 이 물질은 간 독성, 신경 독성, 생식 독성, 발암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독소는 물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세 입자 형태로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최근 경희대 의대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낮은 농도의 MC에 반복 노출된 경우에도 심각한 간 손상으로 폐사에 이르렀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호흡기를 통해 유입된 독소가 폐보다 간에 더 빠르게 축적돼 괴사성 손상을 유발했다는 점은 충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낙동강 인근 지역에서는 2021년 이후 환경단체 조사에서 아파트 실내 공기, 농산물, 민물고기, 주민의 비강(콧속) 등 다양한 경로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되면서 일상적 노출 가능성이 현실화됐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여는 것조차 불안하다"는 호소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인체 위해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먹는 물 기준(1ppb) 외에 공기 중 노출이나 레저·생활 환경에서의 관리 기준이 사실상 부재하다. 전문가들은 공기·물·식품 등을 통한 노출을 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정부는 그동안 공기 중 녹조 독소 검출 여부를 두고 환경단체와 공방을 벌이며 소극적인 대응에 머물러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상수원과 친수활동 구간에 대한 녹조 독소 관리기준안을 마련했지만,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은 이 수치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터무니없이 느슨하게 설정됐다고 비판했다. ◇ 매년 수십 억 원 '임시방편'…근본 해법은 빠졌다 녹조 문제가 반복되면서 K-water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조류 제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K-water는 댐과 저수지, 4대강 보 등에서 조류 제거선 임차·운영에만 약 40억 원을 투입했다. 또, 수거한 조류 바이오매스 처리 비용으로도 8800만 원을 추가로 지출했다. 이 가운데 4대강 보만 따지만, 조류제거선 운영비 15억원, 바이오매스 처리 비용 1500만원이 들어갔다. 이처럼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조류 제거선을 운영하지만 녹조를 억제하는 데 뚜렷한 개선 효과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낙동강 물금·매리지점은 2025년에만 약 194일 동안 조류경보가 이어졌고, 이로 인해 수질이 일시적으로 상수원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악화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사실상 상시 재난에 가까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water가 이번에 발표한 '미래 물 기술 20선'에는 녹조 독소의 정밀 탐지, 근본적 저감, 독소 무해화를 위한 전용 기술 개발 로드맵이 포함되지 않았다. K-water는 '건강한 물' 분야에서 '합성생물학 기반 차세대 환경오염물질 관리 기술'을 제시하며 난분해성 오염물질 탐지·제거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과불화화합물(PFAS) 등 신종 화학물질 오염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녹조 발생 예방 문제를 직접 겨냥한 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 “현실의 위협 외면한 채 미래 기술만 강조" K-water는 이번 로드맵을 통해 “물 기술 혁신으로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깨끗한 물 혜택을 누리는 밝은 미래(SHINE)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극한호우·가뭄 대응 기술, 초지능 기반 상수도 자율 운영, 로봇 기반 물환경 디지털 트윈 등 다양한 첨단 기술 개발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현재 진행형으로 국민의 호흡기, 피부, 식수 안전을 위협하는 '녹조 독소'라는 실질적 위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술 비전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녹조 독소 문제가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매년 수십억 원을 들여 조류를 걷어내는 단기 대응은 계속하면서도, 독소 발생 자체를 줄이거나 무해화할 수 있는 장기적인 기술 개발 계획이 부재한 것은 '임시 처방과 근본 대책의 괴리'라는 지적이다. 당장의 녹조는 치우고 있지만, 왜 녹조가 반복되는지, 독소를 어떻게 제거할지에 대한 구조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녹조를 예방하기 위해 채택한 '4대강 자연성 회복' 국정과제와도 방향성에서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대강 자연성 회복은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한 환경 분야 첫번째 공약이기도 했다. 현재 환경부는 환경단체와 녹조 에어로졸 피해 실태에 대한 공동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K-water 연구원 관계자는 “녹조 문제에 관한 연구 주제 한 가지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도자료와 함께 K-water 연구원이 이날 공개한 28쪽짜리 설명 책자 어디에도 '녹조'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4대강 녹조는 보 수문을 열면 해결된다 하더라도 대청호 등 큰 댐의 녹조를 예방하고 제어하는 연구는 필수적인데, 20개 연구 과제 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녹조 독소는 국민 보건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K-water가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녹조를 제어할 수 있는 연구개발 전략과 기술 로드맵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태안 석탄가스화복합발전서 불…작업자 2명 부상

충남 석탄가스화복합발전설비(IGCC)에서 불이 나 작업자 두 명이 다쳤다. 9일 오후 2시 43분께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발전소 후문 쪽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인력 70여명과 장비 30여대를 투입해 신고 접수 후 약 1시간 만인 오후 3시 49분께 큰 불길을 잡았다. 오후 4시 32분께 불을 모두 껐다. 이 사고로 작업자 2명이 2도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협력업체 소속으로 알려졌다. 다른 근로자들은 대피한 가운데 추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석탄가스화 복합발전설비(IGCC) 건물 1층에서 열교환기 버너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폭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추가 폭발 위험은 없는 것으로 소방 당국은 보고 있다. 태안화력 관계자는 “IGCC 배관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사고 발생 직후 태안소방서에 신고했고 발전소 내부 자체 화재 진압·응급 구조 인력을 투입해 현장 통제를 했다"고 말했다. 태안화력 내 IGCC 화재는 이번이 두 번째로, 2023년 1월 이후 약 3년 만에 다시 발생했다 특히 이 사고는 김용균 씨가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지 7주기를 하루 앞두고 발생했다. 연합뉴스

남동발전, 한국원자력연구원과 SMR 연구개발 추진

한국남동발전(사장 강기윤)과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주한규)이 폐지 예정인 석탄발전 유휴 인프라를 활용한 SMR 전환 기술개발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남동발전은 9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이영기 한국남동발전 부사장,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석탄발전 유휴 인프라에 SMR을 접목시켜 발전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정부의 무탄소 전원정책에 의거 단계적으로 폐지가 예정된 화력발전의 석탄보일러 유휴 시설을 SMR(Small Modular Reactor)과 연계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기 위하여 시행하였다. 특히 한국원자력연구원은 SMR 분야에 풍부한 연구역량을 기반으로 한국형 SMR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국내‧외 여러 연구기관 및 기업 등과 협력하고 있어 양 기관의 협업은 상호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양 기관은 석탄발전설비와 연계한 SMR 상용기술의 성공적 구현을 위해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각 기관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안전성 확보, 운영 최적화, 경제성 분석, 정책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 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영기 한국남동발전 부사장은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머지 않은 미래에 다가 올 SMR 기술 경쟁시장에서 주도적 입지를 다질 뿐만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첫 발걸음이 되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은 “화력발전의 유휴 시설 및 부지를 활용한 SMR 기술은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기는 열쇠가 될 것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협력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분석] “11차와 완전히 다를 것” 기후부, 12차 전기본 대수정 예고…SMR·원전->전력망·유연성 자원

이재명 정부의 첫 에너지계획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기조는 전력망 확충·수요관리·유연성 자원 확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등 발전설비 중심이었던 윤석열 정부의 11차 전기본과는 명확히 다른 정책 기조다. 신설 기후부는 11차 계획의 근본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12차 계획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암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9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1차 총괄위원회(비공개)를 개최하며 본격적인 수립 작업에 착수했다. 기후부 내부와 에너지업계에서는 “이번 12차 계획은 윤석열 정부가 확정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구조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게 제기되어 왔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회의에 앞서 “새 정부 에너지정책의 핵심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탈탄소 전환이며,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그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첫 종합계획이 될 것"이라며 “11차 계획의 일부 전원 구성과 관성적 사고에 그대로 머무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재생에너지 최대 수용 가능량을 분석하고 전력망을 적기에 보강하며, ESS·양수 등 유연성 전원을 신속·경제적으로 확충하는 구체적 장치들을 담을 계획"이라며 “특히 11차 전기본에 반영된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국민 여론조사와 공개 토론 등을 거쳐 조기 확정한 뒤 12차 전기본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후부 내부에서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장이 원자력 전문가였다는 점을 중대한 문제로 여기고 이번 계획에서는 전력계통·수요·유연성 자원 확대에 중점을 두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차 전기본 총괄위원장은 장길수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로 국내 대표 전력계통 전문가로 꼽힌다. 11차 계획은 신규 원전 2기 반영, SMR 실증 1기 반영, 석탄 감축 속도 조절, 재생에너지 비중 하향 조정 등 원전·기저발전 중심의 구조였다. 그러나 당시 계획 수립 과정에서 전력망·수요관리·유연성 자원 설계가 취약했다는 평가가 산업계와 연구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후부는 이같은 점을 고려해 이번 12차 계획에서는 총괄위원장이 전력계통 전문가로 교체됐다. 이는 전력계획의 핵심을 '발전원 구성'이 아닌 전력망 안정성·유연성·송전 인프라 구조 개선으로 옮기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기후부 관계자는 “12차 계획에서는 ESS·V2G·전기보일러·히트펌프·VPP 등 유연성 자원을 기능별·지역별로 세분화해 반영해야 한다. 지금처럼 단순한 용량 중심 계획으로는 재생에너지 시대를 대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산업부 체계와 정책 철학이 완전히 다르다는 의미다. 12차 전기본 위원들은 11차 계획에서 SMR(소형모듈원전)을 사실상 확정된 미래 전원처럼 반영한 점도 문제로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실증도 안 됐고 비용도 확정되지 않은 SMR을 전원 믹스에 넣은 건 무리였다"며 “상용화 일정도 비현실적이며, 이를 근거로 전력수급 계획을 산출하는 건 정책적으로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11차 계획은 2030년대 중반 SMR 상용화, 1기 실증 후 대량 보급을 전제로 수급 전망을 제시했으나, 국제 시장에서는 제도·설계·원가·연료 이슈가 해결되지 않아 실증조차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부와 전기본 위원회 사장에 밝은 한 관계자는 12차 계획의 성격에 대해 “지난 정부(윤석열 정부)뿐 아니라 그 이전 정부부터 에너지·과학 정책이 사실상 없었다. 11차 계획 역시 현실성·구조적 완결성이 부족했다"며 “그렇다고 기존 계획에 반영된 물량을 제외하지는 않기로 했다. 다만 이번 12차는 신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철학이 분명히 반영될 것이며, 11차와는 명확히 다른 계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 분위기를 종합하면 12차 계획의 핵심 방향은 ① 발전량 중심 → 계통 안정성·유연성 중심 ② 원전 중심 → 계통·시장 구조 중심 ③ SMR 전제 → '기술 불확실성' 고려 방식으로 전환 ④ 재생에너지 연계 인프라를 수급계획의 상위 항목으로 격상 ⑤ 지역별 송전망 능력을 고려한 전원 배치 전략 도입으로 보인다. 이는 발전소 중심 수급계획에서 전력망·수요·유연성 중심 계획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볼 수 있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윤석열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가 만든 11차 계획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구성과 방향을 띨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계획은 단순히 수요·공급을 맞추는 문서가 아니라 한국 전력계통을 재설계하는 작업에 가깝다. 특히 △SMR 반영 재검토 △원전 중심 구조의 완화 △유연성 자원 체계화 △지역별 송전망과 연계된 전원 배치 △전력시장 중심의 구조 개편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향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어떤 최종 로드맵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한국 전력산업과 민간 투자 방향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총괄위원회 관계자는 “원전의 경직성과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 역시 폭넓게 수렴하겠다"며 “AI·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전력소비가 폭증하는 만큼, 정확한 수요 전망과 전력망 보강, 수요 분산 정책을 통해 '안정적 공급'이라는 국가적 신뢰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2차 전기본은 새 정부의 첫 에너지 로드맵으로서 탄소발전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망·시장제도 개편, 미래 수요 대응 전략을 종합적으로 제시할 것입니다. 이번 계획이 '미래 에너지 전환의 견고한 포석'이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동서발전, 고위직 대상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시행

한국동서발전(사장 권명호)이 9일 본사 대회의실(울산 중구 소재)에서 임원 및 1직급 이상 직원 대상으로 한'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열었다. 이번 교육은 고위직의 적극적인 폭력예방 활동 참여를 통해 조직문화 전반의 성평등 수준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국 사업소의 임원 및 1직급 직원들이 대면 및 온라인 방식으로 함께 참여했다. 이번 교육에서는 고위직의 역할과 책임을 주제로,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 시 즉각적인 보호조치와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리더십의 대응 방안을 중점적으로 다뤘으며, 성희롱·성폭력 개념과 실태를 비롯해 실제 사례 분석, 디지털 성범죄와 스토킹 등 신종 성범죄 유형까지 폭넓게 소개했다. 아울러 조직 내 권력관계, 리더의 언행, 일상적 조직문화가 성희롱 발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구조적 관점도 포함해 공공기관이 갖춰야 할 성인지 감수성과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동서발전은 단순한 필수 교육 정기 이수 과정이 아닌, 조직문화 전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실질적 계기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교육을 통해 리더의 감수성과 책임의식을 높이는 동시에, 구성원 모두가 안전하고 존중받는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권명호 동서발전 사장은 “조직의 문화를 바꾸는 일은 리더가 먼저 변화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라며 “이번 교육을 통해 우리 조직 곳곳에 성평등 가치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구성원 모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문화를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사고] ‘AI 시대 탈원전·탈가스 정책 개선방향 세미나’ 15일 개최

김소희 국회의원(국민의힘)이 주최하고 에너지경제신문이 주관하는 'AI시대 탈원전 탈가스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세미나가 오는 12월 1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개최됩니다.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를 줄이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발표하면서 화력발전을 빠르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AI 시대에 막대한 전력수요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AI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필요로 합니다. 간헐성을 가진 재생에너지가 AI 시대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세미나는 현실적 여건과 글로벌 AI시장 동향을 고려해 정부의 탈원전과 탈가스 정책이 AI 시대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수원은 재생에너지 보급의무에서 제외…이종배 의원 개정안 발의

한국수력원자력을 재생에너지 보급 의무에서 제외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원전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에너지인인데 화력발전처럼 재생에너지 보급 의무를 지는 건 과한 부담이라는 지적에서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충북 충주)은 한수원을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의무자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을 8일 발의했다. 현행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사업자에게 발전량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RPS 의무비율은 14%로, 한수원은 발전량의 14%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한다. 다만 한수원이 보유한 대수력발전은 의무 대상 및 의무량 산정에서 제외된다. 대수력발전은 재생에너지이지만 RPS에 반영할 경우 재생에너지 보급 촉진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이유로 제도 도입 당시 제외됐다. 즉 한수원은 보유한 원전 발전량에 대해 RPS 의무비율을 적용받아 그에 해당하는 물량을 태양광·풍력·소수력 등 다른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원전 업계에서는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전이 재생에너지 보급 의무를 부담하면서 원전 발전의 경제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해왔다. 지난 2022년 2월에는 당시 박진 국민의힘 의원 등 국회의원 40명이 원전을 신에너지로 분류하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원전을 신에너지로 분류해 RPS 의무에서 제외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직접 운영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만으로 RPS 비율을 채우지 못해 지난해 외부에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약 1조3200억원어치 구매했다. 이는 전기요금에 포함된 기후환경요금으로 충당되지만 한수원의 RPS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행정비용과 REC 정산 차액 부담 등이 적지 않은 만큼 법안이 통과되면 한수원의 재생에너지 보급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RPS 폐지와 경매제도 전환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경매제도 정부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대규모 발전사에 일정 수준의 재생에너지 확대 의무를 부여할 가능성이 크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향후 입찰제 도입 이후에도 한수원에는 재생에너지 보급 의무가 부과되지 않도록 조정될 여지가 있다. 이에 이 의원은 한수원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자에서 제외함으로써 무탄소 기반의 원전 발전 특성을 반영하고 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합리성을 제고하겠다고 알렸다. 이 의원은 “한수원이 원전 출력을 위협하는 태양광 발전에 힘쓰고 상당한 REC 비용까지 지불하고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원자력 또한 친환경 에너지원임을 인정하고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기후에 맞는 에너지 정책기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공기열히트펌프, 재생에너지원으로 인정 추진…경제성 확보는 관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건물 부문의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개별난방 방식인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해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급 확대를 위해선 경제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 지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8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분류하는 내용을 담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 1월 12일까지 의견을 받는다. 공기열 히트펌프는 대기 중에 존재하는 미활용열(공기열)을 흡수해 전기를 이용해 냉·난방 및 온수를 공급하는 설비다. 현재 수열과 지열은 재생에너지 열원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공기열은 재생에너지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 공기열 히트펌프는 화석연료 기반 전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로 보기에는 모호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수열과 지열은 보급에 물리적 한계가 있는 만큼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해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의원 시절인 지난 3월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 설비로 인정하고 보급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기후부는 개정 이유로 “공기열에너지는 대기 중의 미활용열을 활용해 냉·난방 및 온수 생산에 사용하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히트펌프 기술을 통해 외부 공기열을 흡수·활용함으로써 기존 가스보일러나 전기히터보다 열공급에 있어 높은 에너지 효율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연합(EU),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히트펌프를 통한 공기열에너지를 재생에너지 열원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건물 부문의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기존 보일러 중심의 난방열 공급을 히트펌프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적인 만큼 국내에서도 공기열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해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을 지원할 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로는 경제성이 꼽힌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24일 개최한 '2025년도 연구성과 발표회'에 따르면, 공기열 히트펌프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탄소배출권 가격을 톤당 약 5만원으로 높이고 히트펌프 설치비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동시에 전기요금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건이 충족될 경우 공기열 히트펌프의 균등화열생산비용(LCOH)은 기가칼로리(Gcal)당 13만1859원으로 가스보일러(12만4443원)와의 비용 격차를 줄일 수 있다. 앞서 지난 6월 에경연은 세계에너지시장인사이트에 실린 '세계 히트펌프 시장 및 주요국 정책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히트펌프의 가치를 국내 여건에 맞춰 제대로 평가하고 그 가치에 부합한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며 “보조금, 세제 지원제도 등을 포함한 히트펌프 보급 로드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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