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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리포트] 기온 오르니 男兒 출생률 감소…“기후변화, 미래 인구구조 영향”

기후 변화가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폭염과 가뭄, 홍수에 그치지 않는다. 이제 출생 성비(性比)라는 인구학적 지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너필드 칼리지와 레버흄 인구과학센터 등 국제연구팀은 기온 상승이 출생 시 성비(sex ratio at birth, SRB)를 체계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33개국과 인도의 출생자료 500만 건 이상을 고해상도 기온 데이터와 결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임신 기간 중 일(日)최고기온이 20°C를 넘는 날이 늘어날수록 남아 출생 비중이 감소하는 일관된 경향이 확인됐다. ◇같은 폭염, 다른 메커니즘 흥미로운 점은 성비 변화의 원인이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르게 작동했다는 사실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임신 초기(제1분기, 제12주차까지)의 고온 노출이 남아 출생률 감소와 가장 강하게 연결됐다. 일최고기온이 20~25°C인 날이 하루 추가될 때 남아 출생 확률은 0.022%p 감소했고, 25~30°C인 날이 하루 추가될 때 남아 출생 확률은 0.023%p 감소했다. 임신 1분기 동안 30°C 이상의 날이 1표준편차(SD, 약 34.8일)만큼 증가하면,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3.54명에서 101.08명으로, 남아 수가 약 2.47명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는 남아 태아가 환경적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다는 이른바 '취약한 남아(frail male)' 가설을 뒷받침한다. 폭염은 임산부의 체온 조절, 수분 균형, 태반 혈류에 부담을 주고, 이 과정에서 생물학적으로 더 약한 남아 태아의 자연유산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인도에서는 전혀 다른 경로가 작동했다. 인도에서는 임신 중기(제2분기, 13~27주차)의 고온 노출이 남아 비중 감소와 연결됐다. 임신 제2분기에서 25~30°C인 날이 1표준편차(SD, 약 19.3일) 증가할 때 여아 100명당 남아 수가 약 1.15명 감소(109.95명 → 108.81명)했다. 제3분기에 25~30°C인 날이 하루 추가될 때 남아 출생 확률이 0.015%p 감소했다. 특히 출산 2개월 전(임신 후기)에 25~30°C인 날이 하루 추가되면 남아 확률이 0.037%p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생물학적 유산보다는 행동 변화의 결과로 해석된다. 인도 사회에는 오랫동안 남아 선호와 여아 선택적 낙태라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해 왔다. 그런데 폭염이 심해지면 소득이 줄고 이동이 어려워진다. 의료 접근성도 떨어진다. 그 결과, 평소에는 이루어지던 여아 선택적 낙태가 일시적으로 감소하고, 통계적으로는 남아 비중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즉, 폭염은 인도에서 역설적으로 성차별적 관행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산모의 교육 수준에 따라 영향 더 커 기온 상승이 출생 성비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농촌 지역 거주자, 교육 수준이 낮은 산모, 넷째 이상 다자녀 임신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기후 충격이 사회적 취약성과 겹치며 증폭된 것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정규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거나 초등 교육만 받은 산모의 경우, 제1분기에 25~30°C인 날이 하루 추가될 때 남아 확률이 0.031%p 감소했다. 중등 교육 이상 산모에게선 영향이 없었다. 또, 넷째 아이 이상의 다자녀 임신에서 30°C 이상의 날이 1표준편차 증가할 때 남아 출생 확률은 1.28%p나 크게 감소했다. 인도에서는 30세 이상 산모가 임신 중기(제2분기)에 20°C 이상의 고온에 노출될 경우, 남아 확률은 하루당 0.056%p에서 최대 0.099%p까지 급격히 감소했다. 특히, 남아 선호도가 강한 북부 지역에서 아들이 없는 상태로 넷째 이상을 임신한 경우, 제2분기에 25~30°C 날이 하루 추가될 때 남아 확률이 0.183%p 감소했다. 이를 1표준편차 증가로 환산하면 남아 출생 확률이 2.77%p나 줄어드는 매우 강력한 수치를 보였다. 이러한 수치는 폭염이 임산부의 생물학적 스트레스를 높여 남아의 자연 유산을 유발하거나(아프리카), 경제적·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여아 선택적 낙태를 줄임으로써(인도) 성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입증했다. ◇온대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이 연구는 중요한 경고를 던진다. 성비 변화는 특정 문화권이나 개발도상국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팀은 과거 문헌을 인용, 북반구의 온대·고소득 국가들에서도 기온 변동이 성비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이미 보고돼 왔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번 분석에서는 성비 변화가 지역이나 기후대보다 '절대 기온이 특정 임계치(약 20°C)를 넘느냐'에 따라 반응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는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시원했던 온대 지역이 기후 변화로 이 임계치를 넘게 될 경우 향후 출생 성비와 인구 구조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기온 상승이 단순히 더위를 견디는 문제를 넘어 태아의 생존 가능성, 부모의 출산 선택, 성차별적 관행,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과 결혼 구조까지 수십 년 뒤 사회의 모습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자연환경의 문제가 아니다. 이 연구는 폭염이 인간의 생물학과 사회적 선택을 동시에 흔들며, 인구 구성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출생 성비라는 지표는 기후 위기의 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태양광 확대 정책, 중국산 수입 급증으로 이어졌다

최근 두 달간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수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재명 정부의 태양광 보급 확대 정책이 중국한테만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태양광 모듈 수입액은 총 2910만달러로 전년 동월(1727만달러) 대비 68.4% 증가했고, 지난해 12월에도 5883만달러 수입돼 전년 동월 대비 122% 증가했다. 두 달 평균 증가율은 95%이다. 이는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각각 -15%, -10% 감소한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움직임은 오는 4월부터 중국 정부의 태양광 기기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이 폐지되면서 가격이 오르기 전에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정책은 중국 태양광 산업의 과도한 저가 경쟁을 억제하고 반덤핑·반보조금 분쟁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태양광 모듈 대부분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회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이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태양광 모듈 보급량 현황'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보급시장에서 국산 모듈 비중은 2019년 78.4%에서 2024년 41.6%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문제는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4월부터 중국산 수입단가가 올라가면 그 비용이 고스란히 국내 시장에 반영돼 국내 태양광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재명 정부의 태양광 보급 확대 정책까지 겹치면서 모듈 수급까지 빠듯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보급량을 현 36GW에서 100GW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5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태양광을 대거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중국 태양광산업에만 유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국내 태양광 제조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1일 '공공기관 케이-알이(K-RE)100' 출범식을 열고 민간 금융기관과 함께 1100억 원 규모의 '공공기관 케이-알이(K-RE)100 펀드'를 조성했다. 해당 펀드를 통해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할 경우 국산 태양광 모듈을 100% 사용하도록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공공 부문에 한정된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민간 설치시장에서도 국산 모듈 사용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산을 지원하기 위해 고정가격계약에 탄소인증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고정가격계약 자체가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중부발전, 장주기 BESS 중앙계약시장 본격 진출

한국중부발전(사장 이영조)이 최근 전력거래소가 주관한 '2025년 제2차 ESS(에너지저장장치) 중앙계약시장 경쟁입찰'에서 96MW(배터리 용량 576MWh) 규모의 BESS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이번 입찰은 총 540MW(육지 500MW, 제주 40MW) 규모로 진행된 국내 최대 ESS 공모사업이다. 한국중부발전은 ㈜탑선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전라남도 해남군 화원변전소 일대에 ESS 시설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해 최종 낙점 받았다. 본 사업의 총사업비는 약 1,500억원 규모이며, 설계·조달·시공(EPC)은 ㈜탑선이 담당한다. 선정된 사업자는 향후 15년간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으며 사업을 운영하게 된다. BESS(Battery Energy Storage System)는 전력 생산량이 많은 시간대의 잉여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높은 시간에 공급하는 설비다. 특히 최근 전남 지역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출력제한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데, 이번 ESS 신규 설치가 계통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고 송전망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부발전은 이번 수주를 통해 확보한 BESS 건설 및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관련 공모사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또한 대규모 해상풍력, 가상발전소(VPP) 및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 확대를 통해 글로벌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방침이다. 이영조 중부발전 사장은 “BESS 사업은 계통 안정화에 필수적인 요소로, 국가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적극 부응하여 온실가스 감축과 청정에너지 시대를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전원자력연료,

한전원자력연료(사장 정창진)는 미국 커뮤니케이션 연맹(LACP, League of American Communications Professionals)이 주관하는 '2024-2025 비전 어워즈'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평가에서 금상을 수상했다고 24일 밝혔다. 한전원자력연료는 에너지-장비 및 서비스(Energy-Equipment & Services) 부문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정보 공개 투명성과 체계적인 콘텐츠 구성을 인정받아 금상을 수상하였으며, 동시에 '글로벌 Top 100'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비전 어워즈는 2001년에 설립된 미국 소재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능력 평가 기관인 LACP가 전 세계 글로벌 기업과 단체가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평가해 시상하며, 이번 대회에는 1000여 개의 글로벌 기업과 단체가 참여했다. 정창진 사장은 "이번 수상은 원자력 생태계 전주기에 걸친 당사의 ESG 경영 실천 노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국민과 지역사회, 협력사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SK이노베이션 E&S, 호주 바로사 LNG 국내 첫 도입

SK이노베이션 E&S가 호주 바로사(Barossa) 가스전에서 생산한 액화천연가스(LNG)를 국내에 처음 들여오며 한국 민간 자원개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국내 민간기업이 해외 가스전의 탐사·개발·생산·도입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해 LNG를 국내로 반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이노베이션 E&S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LNG를 실은 자사 수송선이 지난 23일 충남 보령 LNG 터미널에 첫 입항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물량은 호주 북서부 해상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다윈(Darwin) LNG 터미널에서 액화한 뒤 국내로 운송한 것이다. 회사는 이번 도입을 시작으로 향후 20년간 연간 130만톤, 총 2600만톤 규모의 LNG를 국내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 연간 LNG 도입량의 약 3% 수준에 해당한다. SK이노베이션 E&S는 2012년 바로사 가스전 지분 투자 이후 약 14년에 걸쳐 사업을 추진해왔다. 해외 가스전 지분을 직접 확보하고 생산 물량을 장기 계약 형태로 국내에 들여오는 구조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동성 확대 속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 다윈 LNG 액화설비를 활용하는 브라운필드(Brownfield) 방식으로 추진돼 신규 설비 건설 부담을 줄이며 투자 효율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민간기업 주도의 해외 자원개발이 단순 투자 단계를 넘어 실제 국내 에너지 조달로 연결된 첫 성공 모델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SK 측은 이번 LNG 도입이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 투자로 시작한 해외 자원개발 전략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SK는 1984년 북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석유를 발견하고 1987년 민간기업 최초로 상업 생산에 성공한 이후 베트남·페루 등지에서 잇따라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자원 빈국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 40여 년간 그룹의 핵심 DNA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현재 SK는 전 세계 11개국에서 연간 약 2000만 배럴 규모의 원유·가스 생산 자산과 약 600만톤 규모의 LNG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가스 시장은 지정학 리스크와 공급망 재편 영향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전·산업용 LNG 조달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종수 SK이노베이션 E&S 사장은 “불확실한 국제 에너지 시장 환경 속에서도 자원개발 노력을 지속해 국가 경제 발전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바로사 LNG 도입을 계기로 공기업 중심이었던 해외 가스 확보 구조에서 민간 주도의 장기 자원 확보 모델이 확대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단독] 한전KPS, 사장 최종후보자 ‘내정 철회’ 재시도…고발·위법성 논란

한전KPS 신임 사장 선임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류됐었던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변경 안건이 이사회에 재상정되면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특히 며칠 전에는 현 최종후보자 선임 과정에서 기후부 공무원과 한전KPS 간부가 부당하게 개입됐다는 고발장까지 경찰에 접수되면서 파장은 커지고 있다. 24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KPS는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 관련 임추위 변경 구성안'을 단독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이미 2024년 12월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가 허상국 최종후보자로 확정된 상태에서 임추위 재구성을 시도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를 놓고 공기업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허 최종후보자는 1986년 한전KPS 입사 이후 한울2사업소장, 품질경영처장, 총무처장, 발전안전사업 부사장 등을 거친 38년 경력의 내부 출신 인사다. 그는 2024년 사장 공모 절차를 거쳐 같은 해 12월 주주총회 의결로 대표이사 선임이 확정돼 공시까지 완료됐다. 업계에서는 이 시점을 기준으로 기존 임추위의 역할은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전KPS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최종후보자 지위 무효화를 위한 임추위 변경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적법 논란이 제기되면서 의결은 보류됐다. 그런데 의결 보류 이후 회사 내부 인사 변동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이사회 실무를 담당하던 직원은 인사 발령으로 교체됐고, 관련 부서 실장 역시 돌연 휴직 처리되면서 내부에서는 배경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3일 돌연 한전KPS 사장 선임 관련 고발장이 본사 소재지인 나주경찰서에 접수됐다. 고발내용은 허 최종후보자 선임 당시 윤석열 정부의 민정수석 비서관과 허 후보자가 고교 동문이라며 선임 과정에 대통령실과 기후부 공무원, 한전KPS 고위 간부 2인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 최종후보자는 전 민정수석과는 고교 2년 차이라 일면식도 없었고, 전화통화조차 한 적이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사회가 27일 이사회에서 안건 단독 상정을 예정한 상태에서 이같은 고발장이 접수된 것을 두고 안건 통과를 위한 사전 포석 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번 이사회에서도 같은 안건이 상정됐지만 위법성을 이유로 보류된 바 있다. 한편 이사회 의장인 김홍연 현 사장은 23일부터 인도네시아 출장 중이며 26일 귀국 후 27일 이사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이사회의 핵심 쟁점은 절차적 정당성이라고 지적한다. 시장형 상장 공기업인 한전KPS의 대표이사 선임·해임은 상법과 정관에 따라 주주총회 의결 사항에 해당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미 주총에서 선임이 확정된 대표이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임추위를 다시 구성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충돌 소지가 있다"며 “절차 위반이 인정될 경우 이사회 책임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새 사장을 원한다면, 먼저 선임된 인사에 대한 명확한 내정 철회 절차를 밟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실무진 사이에서는 정부가 '재추천'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허 내정자가 이미 후보 단계가 아닌 주총 확정 대표이사 신분이라는 점에서 재추천 개념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공공기관운영법 시행령 적용 여부 역시 논쟁 대상이다. 결격 사유 없이 선임을 뒤집을 경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전KPS는 한전의 자회사(지분 51%)로, 발전소 정비사업을 전문으로 영위하고 있다. 작업자들이 주로 산업 현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산업재해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6월 초 태안화력에서 한전KPS의 하청업체 직원으로 정비 업무를 맡던 직원이 작업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년공 출신으로 산업재해까지 입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기 직전에 사고가 터지면서 논란이 더 컸다. 이를 두고 사장 선임을 둘러싼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로 관리 소홀이 발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한전KPS는 상임이사 4명 가운데 사장을 포함한 다수 임원의 임기가 이미 1년 이상 경과한 상태이다. 업계에서는 임기가 종료된 경영진이 주무부처의 지시도 없이 이미 선임 절차가 끝난 신임 대표이사 철회를 시도하는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김소희 의원, 전기본 위원회서 기후솔루션 배제 요구…“용인 반도체 소송 제기”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을 논의하는 전문가위원회에서 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 소속 인사를 제외하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상일 용인시장과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에너지환경부에 “탈원전 편향과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기후솔루션을 전문가 위원회에서 배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탈원전 성향 인사 6명이 위원회에 포함돼 있다"며 “이중 기후솔루션은 지난해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국가 전략산업에 제동을 건 단체"라고 주장했다. 기후솔루션은 지난해 3월 국토교통부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승인이 기후변화 영향평가에 미흡하다며 위법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다만,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월 15일 기후솔루션이 국토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김 의원은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대한민국 미래 핵심 산업의 전력 기반을 설계하는 전기본 위원회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반대하고 탈원전을 주장해 온 환경단체 인사들이 참여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에너지원에 편향되지 않은 균형 잡힌 환경단체를 추가해 위원회 구성을 바로잡으라"고 요구했다. 또 전기본 위원회 위원 선정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여야 합의로 확정된 11차 전기본에는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이 포함돼 있었다"며 “김성환 장관이 취임 후 원전에 대한 입장을 바꾸면서 실제 신규 원전 건설 착공이 무려 6개월이나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탈원전이 아니라면, 탈원전을 공개적으로 주장해 온 인사들이 전기본 전문가 위원회에 대거 포함된 것은 인사 검증 실패"라며 “12차 전기본 전문가 위원회의 위원 선정 기준과 검증 절차, 회의 발언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강조했다. 이상일 시장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과 일반 산단에 대한 전력·용수 공급이 정부 계획대로 단계적으로 확실히 진행될 것임을 천명해 주길 바란다"며 “12차 전기본 위원회 구성의 편향성 문제를 짚어보고 전문가 위원회를 초당적으로 균형 있게 재구성해 달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용인 반도체 산단 이전 토론회의 발전을 위한 제언

여러 단체가 최근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이전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기후생태연대는 '서남권 RE100 산단과 기업 유치'라는 주제로 꾸준히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필자는 산업단지 이전 논의에 관심을 갖고 지난해 9월 첫 토론회를 직접 참관한 데 이어, 지난 11일 열린 3차 토론회는 유튜브로 시청했다. 이번 3차 토론회는 1차 때보다 발표자의 전문성이나 토론 내용의 객관성이 돋보였다. 이는 토론 문화의 바람직한 진화이며 필자 또한 배울 점이 많았다. 앞으로 이 토론회가 더욱 생산적인 논의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의문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토론회의 전체적인 기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서남권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초고압직류송전(HVDC) 망이 필수적인 용인 반도체 산단 조성 사업이 착공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이를 중단하고 호남으로 이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토 균형 발전과 탄소중립 달성을 동시에 앞당길 수 있다. 필자는 이미 진행 중인 국책 사업을 이전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큰 무리수라고 생각하지만, 향후에 진행될 신규 사업을 염두에 둔 주장이라면 이렇게 제언할 수 있고 또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번 3차 토론회에서 한겨레신문 곽정수 기자의 발표는 매우 중립적이고 실사구시적인 주장이어서 자칫 한쪽으로 쏠릴 수 있는 토론회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그는 사회적으로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산단 이전 논쟁'에 대해 쟁점별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용인 산단 유치를 '고수'하는 자들에겐 송전망 반대 여론을 고려했을 때 전력 공급이 가능한지 물었다. '이전'을 주장하는 자들에겐 용수, 부지, 정주 여건 등 산단의 적합성과 재생에너지 이용에 따른 ESS 등 막대한 투자 부담을 지적했다. 그리고 '정치권'에 대해서도 정치 논리를 앞세운 소모적 공방은 국익에 도움도 안 되고 오히려 유치에 불리할 수도 있다면서 후보지가 갖춰야 할 유치 조건 확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일관성없는 발언으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후보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의 주요 포인트는 질의응답에서 나왔다. 토론회 말미에 발언권을 얻은 한 청중이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은 365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데 장마나 태풍으로 7일 이상 재생에너지 공급이 안 될 경우 대응방안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전력계통 전문가인 동신대 이순형 교수는 “ESS 등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원전이나 중부지역에서 갖다 쓴다"고 답변했다. 이 교수는 본인 발표 시에는 전력 측면에서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고 발언했기에 이 부분이 의아했다. 필자가 듣기에 타 지역으로부터 전기를 받아쓴다는 이 교수의 답변은 산단 이전론 측의 핵심 주장인 'HVDC가 불가능하므로 산단을 이전해야 한다' 라는 논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으로 들렸다. 삼프로TV에서 운영하는 언더스탠딩 유튜브 채널의 올해 1월 14일자 '전기 남는 호남? 삼성·SK 못 가는 이유' 방송에서 김상훈 기자는 “반도체 산단이 호남으로 내려가도 동해안에서 끌어오는 송전망이 필요하다. 물리적 거리도 비슷하다"라고 한 발언이 상기되었다. 즉, 용인 반도체 산단 정도의 전기 수요는 어디를 가나 추가적인 송전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본질적인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1차, 3차 토론회 어디에도 토론회의 전제인 'RE100 산단'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마찬가지로 이 토론회의 공동주최자이기도 한 김원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생에너지자립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에서도 RE100 산단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제2조 용어 정의에서 ““재생에너지자립도시"란 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연계·순환될 수 있도록 전력의 생산·공급기능과 이를 활용하는 산업·정주 기능을 집적하기 위하여 지정·고시된 구역“으로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엄밀한 정의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또한 이렇게 지정된 구역에는 독점적 허가를 받은 사업자만이 전력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고 법안은 적고 있다. 현 시점 (2월) 기준 SMP가 110원대, REC 가격이 70원대(1kWh 기준)인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PPA 가격 역시 SMP + REC 가격을 추종하는 흐름이다. 결국 RE100 산단의 전력 단가는 현재에도 산업용 을 가격 대비 메리트가 적고, 이후 서남권 해상풍력 전기가 공급되는 것을 가정하면 해상풍력의 높은 LCOE 때문에 오히려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요금보다 큰 폭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전기요금으로 어떻게 유치 기업의 경쟁력을 보장할 것인지 가늠이 어렵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논의점이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이번 3차 토론회는 유익한 내용이 많아 다음 토론회를 기대하게 했다. 추후 논의에서는 '송전망 증설 필요성,' 'RE100 산단의 구체적인 정의,' '전력 단가' 등과 관련된 의문점이 보다 해소되고, 더 계량화된 데이터와 더 구체적인 대안과 일정을 가지고 토론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bienns@ekn.kr

[기자의 눈] 정권 바뀌면 재논의…국가 계획 믿을 수 있나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이 여전히 혼선이다. 기존 계획을 돌연 중단하고 다시 방향을 설정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연초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찬성 응답이 더 많았고, 정부는 결국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 기존 신규 원전 건설 방침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결론이 같았다면, 굳이 다시 물어야 했을까.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정책이 아니다. 수년간의 논쟁과 전문가 검토, 공청회, 정치권 협의를 거쳐 이미 사회적 합의를 형성한 국가 계획이다. 여야 간 큰 틀의 공감대까지 형성된 사안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다시 토론회를 열고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 대신 세금은 쓰였고, 사회적 갈등만 다시 소환됐다. 문제는 원전이 아니다. 이미 결정된 정책을 정부 스스로 다시 흔드는 행정 방식이다. 정책은 토론으로 시작하지만, 결정 이후에는 실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최근 에너지 정책에서는 '결정 → 재검토 → 논쟁 재점화'라는 이상한 공식이 반복되고 있다. 차일피일 밀리고 있는 LNG 용량시장과 청정수소발전(CHPS) 입찰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제도를 만들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신호를 보내면 기업들은 수천억 원 규모 투자 준비에 들어간다. 설계와 금융 조달, 인력 확보까지 진행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방향 재검토, 일정 연기, 제도 수정 이야기가 나온다. 정책을 믿고 움직인 기업만 '리스크 관리 실패'의 책임을 떠안는 구조다. 이쯤 되면 시장은 묻게 된다. 정부 계획은 과연 계획인가, 아니면 임시 의견인가. 에너지 산업은 정치 일정에 맞춰 움직일 수 없는 분야다. 발전소 하나, 인프라 하나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사라지는 순간 투자는 멈추고 산업은 관망 모드로 들어간다. 정권이 바뀌고 부처가 신설되고 장관이 교체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계획까지 매번 초기화된다면 그것은 정책 수정이 아니라 정책 붕괴에 가깝다. 정책을 바꾸는 데는 이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책을 다시 묻는 데는 더 큰 책임이 따른다. 이미 합의된 정책을 반복적으로 여론조사와 토론회에 올리는 순간, 정부는 스스로 결정에 확신이 없다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행정 비용 낭비, 사회적 논쟁 확대,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 하락이다. 기업은 방향이 보일 때 투자한다. 방향이 흔들리면 기다린다. 정부가 매번 다시 묻는 나라에서 장기 산업 전략은 존재하기 어렵다. 사회적 합의는 매번 재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다. 한 번 결정했다면 일정 기간 책임 있게 밀고 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토론이 아니다. 이미 결정한 것을 지키는 신뢰다. 국가 계획이 정치 이벤트가 되는 순간, 정책은 설득력을 잃고 산업은 미래를 잃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환경포커스] 미세플라스틱, 하늘에서 내리는 보이지 않는 위협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미세플라스틱은 더 이상 바다와 토양에만 머무는 오염원이 아니다. 최근 발표되는 연구는 우리가 매일 숨 쉬는 공기, 즉 대기 중에도 미세 혹은 나노 플라스틱(micro- and nano-plastics, MNP)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동시에 이 MNP가 인체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특히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호흡을 통해 체내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해양 오염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공중보건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5㎜ 이하, 나노플라스틱은 지름 1㎛(마이그로미터 1㎛=1000분의 1㎜)보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도심과 실내를 뒤덮은 미세 플라스틱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의 발생원은 매우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인간의 일상적 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독일 라이프니츠 대류권 연구소(TROPOS)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Nature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독일 라이프치히 도심 대기에서 측정된 지름 10㎛ 미만의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평균 농도는 ㎥당 0.6㎍(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에 달했다. 이 연구팀의 분석 결과, 전체 플라스틱 입자의 약 65%는 타이어 마모 입자로 나타났다. 도심 대기 미세플라스틱의 지배적인 오염원이 바로 타이어 가루임이 확인됐다. 그 뒤를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에틸렌(PE),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등이었다. 실내 환경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다. 이란 마슈하드 의과대학 환경보건공학과 연구팀은 지난달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병원 세탁실 공기 중에서 고농도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음을 보고했다. 이 연구에서 검출된 입자의 97%는 검은색 폴리아미드(나일론) 섬유였는데, 병원 유니폼과 침구류 등 합성섬유 제품이 주요 발생원으로 지목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한 일회용 마스크도 새로운 대기 오염원으로 떠올랐다. 인도 비스바-바라티 대학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리뷰 논문에 따르면, 일회용 마스크 한 장이 수천 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방출할 수 있다. 마스크를 함부로 버리면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공기 속 미세 플라스틱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야외 환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연구들은 지하철과 버스 같은 밀폐된 대중교통 내부 공기가 일반 주거 공간보다 더 높은 수준의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달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박준홍 교수팀이 '유해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역사와 차량 내부 공기에도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공기 ㎥당 최대 5.94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스페인 IDAEA-CSIC(환경진단 및 수연구소) 연구팀도 2022년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바르셀로나 지하철 내부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당 4.8개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버스에서는 17.3개/m³가 검출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승객 활동과 합성섬유 의류에서 발생하는 미세 섬유의 방출, 그리고 밀폐된 공간에서 바닥 먼지와 플라스틱 입자가 다시 떠오르는 재비산 현상을 지목했다. ◇미세 플라스틱은 얼마나 멀리, 얼마나 오래 떠다닐까 대기 중으로 방출된 미세플라스틱은 바람을 타고 수천 ㎞ 이상 이동할 수 있다. 북극과 남극 같은 외딴 지역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는 이유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역학 연구소(IBED)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에 발표한 모델링 연구에서 미세플라스틱의 대기 중 체류 시간(반감기)이 수 초에서 수 주(週)까지 매우 넓은 범위를 가진다고 밝혔다. 특히 직경 약 1㎛ 수준의 입자와 섬유 형태의 플라스틱이 가장 오래 공기 중에 머물고 장거리 이동 가능성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더해 미세플라스틱은 단독으로 존재하기보다 그을음(soot)이나 광물 먼지와 결합해 '불균질 응집체'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 과학원 지구환경연구소 연구팀은 지난달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연구에서 광물 먼지와의 응집은 대기 전반에서 흔히 발생하며, 그을음과의 응집은 강수 과정에서 특히 빈번하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응집은 입자의 크기와 밀도를 바꿔 대기 중 체류 시간과 제거 경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와 바람을 타고 다시 지표로, 그리고 바다로 대기 중 미세 플라스틱은 결국 지표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과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연구팀이 수행한 서울 지역 사례 연구(게재 전 사전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빗물 속 미세플라스틱의 평균 농도는 L당 197개에 달했다. 특히 비가 오기 전 건조한 기간이 길수록, 강우 초기에 대기 중에 축적된 미세플라스틱이 한꺼번에 씻겨 내려오는 '초기 세척 효과(first-flush effect)'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렇게 침적된 미세플라스틱의 상당량은 해양으로 유입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연구팀이 올해 초 '해양 오염 회보(Marine Pollution Bulletin)'에 발표한 논문에서, 남해안 마산만으로 유입되는 대기 기원의 미세플라스틱이 연간 약 1.94조(兆) 개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봄과 겨울철 내륙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시기에 침적률이 특히 높아, 도시와 산업 활동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호흡을 통해 들어오는 치명적 위험 대기 중 미세 및 나노 플라스틱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체 흡입을 통해 폐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 TROPOS 연구팀의 위해성 평가에 따르면, 하루 약 2.1㎍의 미세플라스틱을 흡입할 경우 심폐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최대 9%, 폐암 사망 위험은 최대 13%까지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자가 작을수록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폴리에틸렌(PE)은 혈액-뇌 장벽을 통과해 신경 독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타이어 마모 입자는 중금속과 유기독성 물질이 혼합된 '독성 칵테일' 형태로 산화 스트레스와 만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PVC는 발암성과 돌연변이 유발 가능성이 높은 유해 폴리머로 분류돼, 장기적 노출 시 공중보건 차원의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보이지 않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 연구팀은 지난달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글로벌 배출량 연구에서, 기존 모델이 실제 농도를 과대평가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도, 여전히 연간 약 61경(京) 개에 이르는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육지에서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80억 인구 1인당 7600만개에 해당한다. 이는 대기 중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오염임을 의미한다. 연구자들은 국제적으로 통일된 모니터링 표준과 강력한 배출 규제 정책 없이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연구들은 개인 차원에서 실천할 수 있는 대응책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실내에서는 헤파(HEPA) 필터를 갖춘 공기청정기와 적극적인 환기가 도움이 된다. 세탁 공간에는 국소 배기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 실외에서는 교통량이 많은 도로변 활동을 피하고, 봄·겨울철 바람 방향과 대기 질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강우 초기에는 빗물 노출을 최소화하고, 일회용 마스크와 플라스틱 제품은 사용 시간을 지키고 올바르게 폐기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대기 중 미세·나노 플라스틱은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있으며, 이제는 '공기의 질'을 다시 정의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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