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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신호등] 강대국간 ‘자원 전쟁’, 지구 마지막 유산마저 훼손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인류에게 여전히 낯선 공간이다. 그중에서도 수천 m 수심 아래의 심해저는 인간이 직접 관측한 면적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말 그대로 '지구의 마지막 미개척지'로 남아 있다. 이 미지의 공간이 이제 전 지구적 에너지 전환과 자원 안보 경쟁의 최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기차, 재생에너지 설비, 전력 저장 장치에 필수적인 니켈·코발트·구리와 희토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본은 최근 태평양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수심 약 5700~6000m 해저에서 희토류를 함유한 진흙을 실제로 채취·인양하는 시굴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기술 성취를 넘어 중국의 희토류 '자원 무기화' 전략에 대응해 독자적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일본의 강력한 국가 전략을 상징한다. 동시에 인류가 지금까지 거의 손대지 않았던 심해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산업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결정적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국제 사회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도 지난해 7월 최첨단 물리탐사연구선 탐해3호로 서태평양 공해상 첫 대양 탐사에 나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수심 5800m 지점의 코어링 시추를 통해 얻은 시료에서 최대 3100ppm, 평균 2000ppm의 고농도 희토류 부존을 확인한 것이다. KIGAM은 정밀 자원 탐사를 위해 오는 4월 2차 탐사에 나설 계획이다. ◇심해저에서 얻을 수 있는 전략 광물들 심해저에는 육상보다 훨씬 높은 농도의 전략 광물이 분포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해에서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자원은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망간단괴(polymetallic nodules)다. 수심 4000~6000m의 심해 평원에 감자 크기의 둥근 형태로 흩어져 있는 이 광물에는 니켈·코발트·구리·망간이 고농도로 함유돼 있다.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에 필수적인 금속들이 한꺼번에 들어 있다는 점에서 '돌 속의 배터리'로 불린다. 둘째는 코발트 리치 크러스트(cobalt-rich crusts)다. 해저산의 사면과 정상부를 얇게 덮고 있는 이 광물층은 코발트뿐 아니라 희토류와 백금족(族) 금속까지 포함하고 있어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다. 그러나 암반에 단단히 부착돼 있어 채굴 과정에서 해저 지형 훼손이 불가피하다. 셋째는 해저에 형성된 대규모 황화물 광상(seafloor massive sulfides)을 말한다. 해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이 열수광상(熱水鑛床)에는 구리·아연·금·은이 고품위로 농축돼 있다. 지형이 급경사이고 열수 분출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기술적 위험성이 크다. 이 가운데 일본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EEZ에 분포한 희토류 함유 심해 진흙(퇴적토)이다. 일본 정부와 연구진은 이 지역에 약 680만 톤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연간 소비량을 기준으로 수백 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로 평가된다. 특히 디스프로슘·네오디뮴 등 고성능 자석에 필수적인 중희토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가 크다. ◇수심 6000m 아래에서 기계 작동해야 심해 자원의 존재가 곧바로 개발 가능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심해 채굴은 인류가 직면한 가장 극한의 공학적 도전 중 하나다. 수심 6000m에서는 수압이 약 600기압에 달하고, 수온은 1~2℃에 불과하다. 염분과 황 성분으로 인해 금속 부식도 빠르게 진행된다. 태양광은 물론 일반적인 통신 신호도 도달하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에서 채굴 장비는 완전 무인 상태로 작동해야 한다. 일본은 수심 7000m까지 조사 가능한 자율형 무인탐사기(AUV)와 원격 조종 채굴 차량을 국산화했고, 해저 진흙을 흡입해 선박으로 끌어올리는 수직 양니관(揚泥管 혹은 洋泥管, riser-pipe)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이 관은 수 ㎞에 걸쳐 설치되기 때문에 파손 시 대규모 해양 오염과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채굴 이후의 제련 과정 역시 난제다. 심해 진흙은 희토류 농도가 낮고 불순물이 많아 기존 방식으로는 에너지 소모와 탄소 배출이 과도하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지속가능한 재료 연구소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Science Advances)' 저널에 수소 플라즈마 환원 공정(HPSR)을 제시했다. 이 공정은 화석 연료 대신 그린 수소와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대 90%까지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약 18%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보이지 않는 파괴'에 대한 과학적 경고 심해 채굴을 둘러싼 가장 큰 논쟁은 환경 문제다. 특히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퇴적물 플룸(sediment plumes)'이다. 해저를 긁거나 진흙을 흡입하는 순간 미세 입자들이 거대한 구름 형태로 확산돼 수십~수백 ㎞까지 퍼질 수 있다. 논바닥을 발로 딛고 다니면 진한 흙탕물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미국 하와이대학교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러한 퇴적물 구름 속의 미세 입자가 동물플랑크톤의 여과 섭식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소형 어류를 거쳐 참치와 상어 같은 상위 포식자까지 영향을 미쳐 결국 해양 먹이사슬 전체를 교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채굴 장비의 소음 문제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텍사스 A&M대학교 연구팀은 채굴 소음이 수백 ㎞까지 전달돼 고래와 돌고래의 의사소통과 이동 경로를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해양 오염 회보(Marine Pollution Bulletin)'에 보고했다. 또한, 영국 자연사박물관과 사우샘프턴 대학교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네이처 생태학·진화 (Nature Ecology & Evolution)'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실제 채굴 시험 구역에서 대형 무척추동물의 밀도가 37% 감소하고 종 풍부도가 32% 하락했다. 연구진은 태평양 클라리온-클리퍼턴 구역(Clarion-Clipperton Zone, CCZ)에서 발견된 5000종 이상의 생물 중 90%가 아직 이름조차 없는 신종임을 경고하며, 무분별한 개발이 이들을 발견하기도 전에 멸종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해 생태계 복원의 냉혹한 현실 심해 채굴의 또 다른 문제는 복원 가능성이다. 심해 생태계는 한 번 파괴되면 '인간의 시간 척도' 내에서는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과학계의 중론이다. CCZ는 심해 채굴이 초래할 생태계 훼손과 회복 불가능성 문제로 인해 환경 논쟁의 중심지다. 영국 국립해양센터 연구팀은 1979년 CCZ에서 실시된 시험 채굴 지역을 40여 년 뒤 재조사해 그한 결과를 지난해 3월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공개했다. 해저에는 여전히 채굴 장비의 바퀴 자국이 남아 있었고, 대형 부착 생물은 거의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CCZ는 태평양 중·동부 적도 해역에 위치한 수심 4000~6000m의 광대한 심해 평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망간단괴 분포 지역이다. 이 단괴에는 망간·니켈·코발트·구리 등이 포함돼 에너지 전환과 첨단 산업의 핵심 원료 공급지로 주목받아 왔다. CCZ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상 국가 관할권 밖 해저에 해당해 어느 국가도 소유할 수 없으며, 자원은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규정된다. 이에 따라 탐사와 개발은 국제해저기구(ISA)의 관리 아래 제한적으로만 허용되고, 상업 채굴은 아직 전면 승인되지 않았다. 망간단괴는 백만 년에 수 ㎜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단괴 제거가 단순한 자원 채취가 아니라, 생물 서식 기반 자체를 사실상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행위임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망간단괴가 햇빛 없이도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산소를 생성하는 이른바 '어두운 산소(Dark oxygen)' 현상과 관련돼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이는 단괴 제거가 심해 생명 유지 시스템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인류 공동의 유산'을 둘러싼 외교 전쟁 심해저 자원은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관리되지만, 실제로는 강대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중국은 가장 많은 탐사 계약을 보유하며 ISA 규칙 제정을 주도해 왔고, 태평양 공해에서 대규모 시험 채굴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ISA 절차를 우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독자 노선을 선언했다. ISA 사무총장 레티시아 카르발류는 “어떠한 국가도 인류 공동 자원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은 미국과 '핵심 광물 프레임워크'를 체결하며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다자주의 질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7년 이후 하루 최대 350톤 규모의 심해 진흙 채취 실험을 통해 상업적 채산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일부 연구는 심해 광물 개발의 내부수익률(IRR)이 17~27%에 이를 수 있어 육상 광산보다 경제성이 높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태평양 도서국 사이에서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다. 나우루와 쿡 제도는 새로운 경제적 수입원을 위해 채굴 찬성 입장인 반면, 팔라우·피지·사모아 등은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10년 이상의 채굴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프랑스 폴리네시아의 모에타이 브로더슨 대통령과 팔라우의 수랑겔 휩스 주니어 대통령은 '네이처'에 공동으로 기고한 글에서 “심해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인류 공통의 유산이며, 불확실한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심해 채굴에 앞서 기존 자원 재활용부터 검토해야 지난해 6월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유엔 해양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했던 리사 레빈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교수는 “결국 경제성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며 테슬라 등 주요 업체들이 이미 니켈과 코발트가 필요 없는 LFP 배터리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심해 채굴에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지속 가능한 금융 싱크탱크 '플래닛 트래커' 역시 국가가 얻을 로열티 수익은 제한적인 반면, 자원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기존 육상 광산과 지역 경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해 채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 '도시 광산(urban mining)'과 '순환 경제'가 강력히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인류가 매년 버리는 가전제품 폐기물에서 회수할 수 있는 코발트와 구리의 양이 심해 채굴 예상량을 상회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전문가들은 “심해를 파헤치기 전에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을 재활용하고 수리해서 쓰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2026년은 심해 채굴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공해 해양생물다양성 협정(BBNJ)이 발효됐다. 이 협정은 공해상에 해양보호구역을 설정하고 의무적인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향후 심해 채굴 활동에 강력한 법적 규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자원 패권을 선점하려는 국가들이 당장 속도전을 멈추지는 않을 전망이다. 심해저를 둘러싼 이 '총성 없는 전쟁'의 결말은 기술이 아니라, 인류가 어떤 가치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명분 아래 지구 마지막 미개척지인 심해를 희생시킬 것인지, 아니면 기술 혁신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 가능한 공존의 길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중대한 기로에 인류가 서 있는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포커스] 고양시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착공…에너지 자립↑

고양=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고양특례시가 친환경 에너지 도시로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내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을 시작하고 수소 모빌리티를 선도할 미니 수소도시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등 에너지 자립도시로 탈바꿈을 본격화한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21일 “다양한 형태의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민간투자 유치 등 방안을 적극 모색할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도시로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소 연료전지 발전은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태양광 대비 적은 면적에서 높은 발전 용량을 확보할 수 있고, 24시간 발전이 가능하다는 대목이 큰 강점이다. 또한 화력 발전에 비해 에너지 효율은 높고 탄소 배출량이 적어 온실가스 저감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내 일산동구 설문동 4166㎡ 부지에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조성 사업이 착공된다. 총사업비 580억원을 전액 민간투자로 투입해 발전 용량 9.9메가와트(MW)급 발전소를 구축한다.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조성되면 오는 12월부터 상업 운전을 개시할 예정이다. 연간 7만9000메가와트시(MWh) 전력을 생산하게 되며 이는 일반 가정 약 1만6700가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향후 고양시 에너지 자립률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발전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는 천연(도시)가스를 개질해 생산한다. 도시가스를 발전소로 공급하기 위해 서울도시가스에선 고봉5통 일대에 2.5km 규모의 도시가스 주 공급 배관을 신규 설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도시가스를 공급받지 못해 불편을 겪던 주민의 오랜 숙원사업도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양시는 2024년 11월 고봉5통 마을, 고양그린에너지, 서울도시가스와 수소연료전지발전 시설 설치와 주변 지역 도시가스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중앙부처와 인허가 사전협의 등 행정적 지원을 제공했으며 앞으로도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고양시는 수소 선도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수소 모빌리티 확장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곳곳에 수소를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설치해 지역 거점형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2024년 10월 고양시는 경기도 미니 수소도시 조성사업에 선정됐으며 3년에 걸쳐 총사업비(도비 50억, 시비 50억)을 들여 사업을 추진한다. 작년 3월 고양도시관리공사와 신재생에너지 위수탁 협약 체결을 맺어 사업을 위탁했으며 서울도시가스와 협업을 통해 일일 생산량 1000㎏급의 수소생산설비 설치와 도시가스 공급망 구축을 준비해 왔다. 이후 12월30일 마스터플랜과 기본설계 용역 1차 중간 보고회가 열렸으며 관련 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수소 생산시설 기술 구현 방안, 사업지 선정 타당성 분석, 수소도시 인프라 구축과 확대 전략 검토 등이 논의됐다. 미니 수소도시 조성은 내년까지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수소 생산시설 구축을 완료한 뒤 상업운전을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소 기반 도시 에너지 구조를 구축하고 관내 수소 생산-저장-이용 인프라를 통합할 계획이다. 고양시는 작년 12월 '고양시 에너지 기본계획' 수립에 따라 2030년까지 수소 등 관내 연료전지 발전용량 15.2메가와트(MW) 확보를 목표로 삼았다. 중앙 집중형 전력 수급에 의존하지 않는 분산형 에너지 수급 체계를 구축해 수도권 대표 에너지 자립도시로 나아갈 방침이다. 강근주 기자 kkjoo0912@ekn.kr

[기후 리포트] 풍력·파력 동시 수확하는 해상 하이브리드 발전 ‘주목’

기후 위기가 깊어지고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해상 재생에너지는 전 세계 에너지 전환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해상 풍력에 파력(波力)과 조류(潮流) 에너지를 결합한 해상 하이브리드 발전 시스템(hybrid offshore renewable energy harvest system, HOREHS)은 단일 에너지원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해양 에너지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파력 발전은 파도의 상하·전후 운동에 담긴 에너지를 기계적 운동으로 변환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밀도가 높지만 파도의 불규칙성으로 인해 제어와 내구성이 기술적 과제로 남아 있다. 조류 발전은 밀물과 썰물로 발생하는 바닷물의 흐름을 터빈으로 회전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조류 주기가 규칙적이어서 발전 예측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영국 서리대학교 공학부와 중국 광저우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에너지 보존과 관리 (Energy Conversion and Management)'에 발표한 종설 논문을 통해 해상 하이브리드 재생에너지 시스템의 기술적 진화와 남은 과제를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이들은 풍력과 파력, 나아가 조류 에너지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적으로 수확하는 접근이 기술·경제·환경 측면에서 모두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이브리드 해상 발전의 핵심 이점 ① 비용 절감과 경제성 향상 =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가장 큰 강점은 기초 구조물과 플랫폼의 공유다. 풍력 터빈과 파력·조류 발전 장치가 동일한 기초를 사용함으로써 개별 설치 대비 초기 투자비용(CAPEX)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해저 케이블과 계통 연계 설비를 공동으로 활용해 에너지 균등화 비용(LCOE)도 낮출 수 있다. ② 에너지 생산의 안정성 = 풍력과 파력, 조류 에너지는 시간적 특성이 서로 다르다. 바람이 약한 조건에서도 파랑이나 조류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 복수의 에너지원 결합은 발전량의 변동성을 줄이고 전력망에 보다 안정적인 출력을 제공한다. ③ 해양 공간 효율성과 환경 영향 저감 = 단일 플랫폼에 여러 발전 장치를 통합하면 해양 점유 면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는 해양 생태계에 대한 간섭을 줄이고, 항로·어업 활동과의 공간적 충돌을 완화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④ 구조적 안정성 증대 = 특히 파력 발전 장치(WEC)를 부유식 해상 풍력 플랫폼에 통합할 경우, 파력 장치의 운동이 플랫폼의 피치(pitch)나 히브(heave) 운동을 억제하는 동적 댐퍼 역할을 수행한다. 수치해석과 실험 결과, 이는 풍력 터빈의 피로 하중을 줄이고 구조물 수명을 연장하는 부수적 효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이로스코프 파력 발전기의 기술적 돌파구 파력 발전의 효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론적 성과도 주목된다. 일본 오사카대학의 이이다 타카히토 교수는 최근 '유체역학 저널(Journal of Fluid Mechanics)'에 발표한 연구에서 자이로스코프 파력 발전기(GWEC)가 광대역 파랑 주파수에서 이론적 최대 흡수 한계인 입사 에너지의 50%에 도달할 수 있음을 선형 이론으로 증명했다. 자이로스코프는 회전하는 물체가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따라 자신의 회전축 방향을 유지하려는 성질을 이용해, 방향 변화나 기울기를 감지하고 안정화에 활용되는 장치이다. GWEC는 파도로 인해 흔들리는 해상 구조물의 움직임을 내부 자이로스코프의 세차 운동으로 전환하고, 이 회전 에너지를 발전기에 전달해 전기를 생산하는 파력 발전 장치이다. GWEC는 플라이휠 회전 속도라는 추가 제어 변수를 활용함으로써, 특정 공진 주파수에만 의존하던 기존 파력 발전기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 핵심이다. 나아가 부유체를 비대칭 구조로 설계할 경우, 이론적으로는 더 높은 에너지 흡수 가능성도 제시된다. ◇풍력과 조류 에너지의 결합이 만드는 시너지 풍력과 조류 에너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역시 뚜렷한 장점을 보인다. 조류 터빈은 에너지 밀도가 높고 예측 가능성이 커, 풍력의 간헐성을 효과적으로 보완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풍력 터빈과 조류 터빈이 동일 기초를 공유할 경우, 전체 발전량은 조류 단독 시스템 대비 약 70% 증가하고, LCOE는 10~12% 낮아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조류 터빈은 플랫폼 운동을 억제해 구조적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도 수행한다. 전문가들은 해상 하이브리드 발전이 단순한 전력 생산을 넘어, 해상 수전해 기반 그린수소 생산과 결합될 경우 진정한 '해상 에너지 허브'로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풍력·파력·조류라는 복수의 해양 에너지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은, 향후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해양이 수행할 역할을 근본적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한반도 해역의 파력 잠재량과 하이브리드 발전의 현실성 해상 하이브리드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논의할 때, 실제 해역 조건에 대한 정량적 분석은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내 연구진이 한반도 주변 해역의 파력 에너지 분포를 고해상도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한양대 정재홍 교수팀은 '확률적 환경 연구와 리스크 평가(Stochastic Environmental Research and Risk Assessment)'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수치 파랑 모형과 장기 해상 관측 자료를 결합해 한반도 전 해역의 파력 밀도(spatial wave power density)를 체계적으로 평가했다. 분석 결과, 동해 외해와 제주 남방 해역이 연중 평균 파력 에너지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겨울철에는 단위 길이당 수십 kW/m 수준의 파력 잠재량이 형성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해역 특성이 부유식 해상 풍력과 파력 발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특히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바람과 파랑이 동시에 강해지는 계절적 특성이 뚜렷해, 단일 에너지원 대비 발전량 변동성이 줄어들고 설비 이용률(capacity factor)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유럽 연구진이 제시한 풍력–파력 상보성 이론이 동북아 해역에서도 실증적으로 적용 가능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가스공사 “당진 배관 사고, 폭발 아닌 누출”

가스공사는 20일 낮에 발생한 당진 석문방조제 인근 LNG 배관 관련 사고는 폭발이 아닌 누출이라고 해명했다. 공사 측은 “배관 폭발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폭발이 아닌 승압과정 중 가스가 누출된 것임을 알려드린다"며 “현재는 가스 누출이 없고 석문방조제 도로 역시 통행 재개됐다"고 밝혔다. 앞서 연합뉴스는 이날 낮 12시 51분께 충남 당진시 송산면 석문방조제 부근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누출로 인한 배관 폭발사고가 났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인명피해나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폭발 잔해물이 인근 도로로 떨어지며 주차돼 있던 차량 1대가 파손됐다고 전했다. 잔해물을 치우느라 일대 도로도 3시간가량 통제됐다. 가스공사는 2024년부터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에 27만평 규모로 당진 LNG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배전망에 ESS 85개 연결…분산형 전력망 본격 구축

정부가 배전망에 올해 20개를 포함해 2030년까지 총 85기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결하고 이를 통해 태양광 발전 485메가와트(MW)를 추가로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을 확보하기로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분산형 전력망 포럼'을 열고, 올해부터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을 본격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전력망 확충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신규 설비가 전력망에 접속하기까지 장기간 대기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신규 태양광이 전력망에 접속할 수 있도록 배전망에 ESS 연결 계획을 세운 것이다. 정부는 ESS 설치를 통해 절감된 전력망 공사비를 ESS 사업자에게 보상하는 '전력망 비증설 대안(NWAs)'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해당 제도는 올해 상반기 제주에서 시범 운영한 뒤 하반기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기후부는 전력망 과부하 우려 시 출력 제어를 조건으로 접속을 허용하는 '조건부 재생에너지 접속' 제도를 확대해 배전선로당 허용 용량을 16MW까지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전력은 기존의 배전망 설치·유지관리 역할을 넘어 '운영자' 기능을 강화한다. 태양광 발전량을 사전에 예측하고 발전량 증가로 배전망 부하 확대가 예상될 경우 ESS 충전을 지시하는 등 동적 제어 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날 포럼에서 기후부는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한국에너지공단과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 구축 지원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한국에너지공대, 광주과학기술원, 전남대, 서울대와는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 인력 양성' 업무협약을 맺었다. 기후부는 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에너지공대, 광주과학기술원, 전남대, 전력 공기업 및 민간기업과 함께 'K-GRID 인재·창업 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신규 대형원전•SMR어디로…치열해지는 유치 경쟁

이재명 정부가 신규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추진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방소멸과 경기 침체가 맞물린 상황에서 원전은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전략 산업으로 인식되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슈로도 부상하는 분위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오는 3월 30일까지 신규 대형원전 및 SMR 부지 공모를 마감하고, 6월 30일 최종 후보지를 선할 예정이다. 선정 이후에는 안전성, 지역 수용성, 환경성 등을 종합 평가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이재명 정부가 실용주의적 에너지 전략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탈원전과 원전 확대라는 이분법을 넘어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책 기조라는 해석이다. 원전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신규 대형원전과 SMR 사업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설계·주기기 제작·시공·운영 등 전 주기 산업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원전 수명연장과 해외 수출 확대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원전과 SMR 추진이 병행될 경우 국내 원전 산업의 연속성이 확보되고, 해외 프로젝트 참여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다"며 “정책 방향이 명확해진 점은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원전은 대형원전 2기와 SMR 실증 1기 등 모두 3기이다. 3기 중 대형원전 2기는 한 부지에 건설될 예정이다. SMR 부지도 대형원전과 같은 곳으로 선정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원전은 기저 전원 역할을 담당하고, SMR은 기술 실증과 수출 모델 확보의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대형원전과 SMR이 함께 들어설 경우 해당 지역은 국내 원전 기술의 중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적·정치적 파급력이 기존 원전 단일 사업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원전 건설에 따른 지역 발전 효과는 대단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원전은 1기당 약 5조5000억원에서 6조원의 건설 비용이 든다. 최근 건설 중인 신한울 3·4호기도 총 약 11조6000억~11조7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원전 1기당 건설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건설 기간 동안 수천 명의 직·간접 고용이 발생하며, 발전소 운영 단계에서도 장기간 안정적인 고용과 지역 협력업체 매출 창출이 이어진다. 특히 발전소 인근 지역에는 주거·상업 인프라 확충, 지방세수 증가, 지역 상권 활성화 등 연쇄 효과가 발생해 지방 재정과 경제 기반을 동시에 강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원전은 단일 발전소를 넘어 장기적 산업 클러스터 형성 효과를 갖는 프로젝트"라고 평가한다. 지역 소멸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지역경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자체들의 신규 원전 유치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미 울산 울주군과 경북 울진, 영덕군, 부산 기장군 등이 유치 의사를 공식화하며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관련 TF를 구성하고 주민 설명회와 산업 유치 전략 수립에 나서는 등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원전 건설이 지역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가 상당한 만큼 지자체 간 물밑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울산 울주군과 경북 울진군은 기존 원전 운영 경험과 송전망, 항만, 산업단지 등 에너지 인프라를 강점으로 내세워 '확장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미 형성된 원전 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SMR까지 연계한 원전 클러스터 확대 구상을 강조하고 있다. 경북 영덕군은 과거 신규 원전 부지 경험을 토대로 지역경제 회복과 인구 유입 효과를 전면에 내세우는 '재도전 전략'에 가깝다. 지방소멸 위기 대응 카드로 원전 유치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부산 기장군은 국내 최초의 대형원전 운영 지역이란 점을 앞세워 SMR 유치를 원하고 있다. 특히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원전 유치 이슈는 지역 일자리와 세수 확대, 인프라 확충 등과 직결되는 핵심 공약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 역시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예고하며 정부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에너지 전환과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정부가 이번 부지 선정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사람이 못하는 위험한 일 한다”…케이엔알시스템 김명한 대표가 꾸는 ‘슈퍼 휴머노이드’의 꿈

“지금의 휴머노이드는 사람을 대신하기 위한 로봇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려는 슈퍼 휴머노이드는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하는 로봇입니다." 김명한 케이엔알시스템 대표는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자사가 개발에 착수한 '슈퍼 휴머노이드'의 개념을 설명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간형 로봇, 이른바 '휴머노이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김 대표가 그리는 그림은 조금 다르다. 단순히 사람처럼 걷고 움직이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어 극한 산업현장에서 인간을 보호하는 '슈퍼맨형 로봇'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현재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글로벌 휴머노이드들과 자사의 슈퍼 휴머노이드를 명확히 구분했다. “지금 시장에서 주목받는 휴머노이드는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개념입니다. 물건을 옮기고, 공장에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이죠. 하지만 슈퍼 휴머노이드는 사람이 애초에 할 수 없거나, 위험해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대신합니다." 그가 구상하는 슈퍼 휴머노이드는 높이 약 2.5m, 폭 1.5m 규모의 대형 이족보행 로봇이다. 다섯 손가락을 갖춘 로봇손과 고성능 로봇팔을 장착하고, 최대 600kg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고하중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이는 현재 공개된 일반 휴머노이드 대비 10배 이상 높은 가반하중이다. 김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이 수준의 이족보행 대형 슈퍼 휴머노이드를 구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개발에 나선 사례는 아직 없다"며 “우리가 꿈꾸는 그림은 아직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슈퍼 휴머노이드가 겨냥하는 무대는 명확하다. 사람의 접근이 어렵거나, 접근 자체가 위험한 산업 현장이다. 김 대표는 “제철소 용광로 인근 고온 환경, 붕괴 위험이 있는 터널 현장, 방사선에 노출된 원전 해체 현장 등은 여전히 사람이 직접 투입되거나 대형 고정식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며 “슈퍼 휴머노이드는 이런 공간에 직접 들어가 사람 대신 작업을 수행하는 이동형 중장비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포스코 제철소 현장 등에는 고온 환경에서 작업하는 특수 로봇이 일부 도입돼 있다. 다만 대부분은 고정형 구조이거나 특정 작업에 특화된 장비다. “지금은 크레인이나 고정식 로봇팔 구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타서 조종하거나, 원격으로 걸어 들어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 플랫폼이 있다면 적용 범위는 훨씬 넓어집니다." 실제 케이엔알시스템은 유무인 탑승 겸용 구조를 기본으로, 원격 조종 기능을 우선 구현한 뒤 단계적으로 AI 자율 기능을 접목하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재난 현장 적용 가능성도 언급했다.“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 내부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는 대신, 슈퍼 휴머노이드가 진입해 구조 작업을 보조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쓰고 싶습니다." 슈퍼 휴머노이드의 기술적 기반은 케이엔알시스템이 개발한 '로봇용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다. 전동 모터와 유압 액추에이터를 결합해 높은 토크와 정밀 제어를 동시에 구현하는 기술이다. 김 대표는 “결국 핵심은 힘의 밀도와 제어 안정성"이라며 “대형 중량물을 다루면서도 사람처럼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구동 기술이 슈퍼 휴머노이드의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 과정에서 개발된 로봇팔과 로봇손을 완성형 로봇에만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별 부품 형태로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핵심부품 시장에서 별도의 수익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최근 158억 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며 본격적인 개발 자금을 확보했다. 상장 이후 첫 자본성 자금 조달이다. 리픽싱 조건 없이 표면이자율 0%, 만기보장수익률 1% 조건으로 발행된 점도 눈길을 끈다. 김 대표는 “핵심부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완성형 로봇 시스템 영역까지 확장하기 위한 투자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슈퍼 휴머노이드는 그 정점에 있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로봇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을 멈췄다.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 위험해서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 주는 로봇이라면 사회적 의미는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슈퍼 휴머노이드가 궁극적으로 인간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쓰이길 바랍니다." 그는 “궁극의 로봇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을 지키는 존재"라며 “제철소, 원전 해체, 재난 현장에서 사람 대신 서 있는 로봇이야말로 진짜 로봇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사람을 닮은 로봇' 경쟁이 아닌, '사람을 보호하는 로봇'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던진 케이엔알시스템의 도전이 산업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주목된다. 케이엔알시스템(KNR System)은 2000년 설립된 산업용 특수 로봇과 고성능 구동 시스템을 개발하는 로봇 전문기업이다. 제철소 용광로 관리 로봇, 심해 작업 로봇 등 극한 환경에서 활용되는 산업용 로봇을 상용화해 왔으며, 전동 모터와 유압 액추에이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라인업화했다. 2000년대 초 기술연구소 설립과 INNO-Biz 인증을 시작으로 유압 로봇용 로터리·리니어 액추에이터, 이동형 유압공급장치(mHPU), 서보밸브, 컨트롤러 등 핵심부품을 국산화하며 6자유도 유압 로봇팔을 개발했다. 2010년대에는 해저 수중 작업용 유압 로봇팔 개발, 대용량 초고속 모터 기술 확보, 대만 RTRCC 프로젝트 수주 등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했으며, 모바일 유압 로봇 플랫폼(Arm+Mobile) 개발을 통해 응용 범위를 넓혔다. 2024년 코스닥 상장 이후에는 서보밸브 양산라인 구축과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 개발을 완료하고, 최근에는 원전 중수로 방사화 구조물 절단 플랫폼 제작 계약을 체결하며 원전 해체 시장에도 진출했다. 2025년 'K-휴머노이드 연합' 참여기업 및 AI팩토리 전문기업으로 선정됐으며 현재는 최대 600kg 가반하중을 목표로 한 대형 이족보행 '슈퍼 휴머노이드' 개발에 착수하며 완성형 로봇 시스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도쿄 빅사이트서 ‘2026 스마트 에너지 위크’ 개막… 글로벌 탈탄소 전략 집결

오는 3월 일본 도쿄 빅사이트(Tokyo Big Sight)에서 열리는 '2026 스마트 에너지 위크(Smart Energy Week)'가 글로벌 탈탄소 전략의 방향성을 가늠할 핵심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중립 전환이 선언을 넘어 산업 전략과 공급망 재편 단계로 진입한 가운데, 이번 전시회는 차세대 에너지 기술과 정책, 기업 전략이 한 공간에서 맞물리는 종합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전시는 3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개최되며, 수소·연료전지, 태양광·풍력,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 그리드, 바이오매스, 제로에미션 화력 발전 기술 등 탈탄소 전환의 핵심 솔루션이 총망라된다.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1600여 개 기업이 참가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고도화, 차세대 연료 전환 전략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단순 기술 전시를 넘어, 재생에너지 확대 이후의 전력망 안정화, 에너지 저장과 전동화, 수소 생태계 구축 등 복합적인 탈탄소 과제를 통합적으로 제시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 발전원 교체를 넘어 '시스템 재설계'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올해는 기존 GREEN TRANSFORMATION WEEK의 명칭을 변경한 '서스테이너빌리티 매니지먼트 위크(Sustainability Management Week)'가 동시 개최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전환이 기업 경영 전략, 공급망 혁신, 순환경제 모델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조망한다. 탈탄소 기술 도입이 단순 환경 규제 대응을 넘어 기업의 투자 전략, 원가 구조, ESG 경쟁력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기술과 기업 지속가능성 전략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플랫폼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탄소 감축을 '비용'이 아닌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흐름을 반영한다. 이번 전시회는 일본 정부의 GX(Green Transformation)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전시 기간 중 열리는 컨퍼런스에는 일본 경제산업성(METI)을 비롯해 TEPCO Power Grid, JERA, IHI, Honda R&D, MHI Vestas Japan 등 주요 기관과 기업 리더들이 참여한다. 컨퍼런스에서는 ▲일본의 GX 정책 방향 ▲수소 및 암모니아 발전 확대 전략 ▲차세대 전력망 설계 ▲해상풍력 확대 ▲전기 항공 기술 동향 등 정책과 기술이 결합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암모니아 혼소 발전, 수소 생태계 구축, 배터리 및 ESS 고도화 등은 일본이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적 분야로, 이번 행사에서 구체적 로드맵과 기업 사례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장에는 JERA, Mitsubishi Heavy Industries, Toyota Motor Corporation, Honda Motor, Tokyo Gas, Kawasaki Heavy Industries, IHI Corporation, BYD Energy Storage, GS Yuasa 등 에너지·중공업·자동차·배터리 분야 주요 기업들이 대거 참가한다. 이들은 수소 기반 발전, 전동화 모빌리티, 전력망 고도화, 대규모 ESS, 제로에미션 화력 기술 등 자사의 탈탄소 포트폴리오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에너지 전환이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발전·중공업·모빌리티·배터리 산업 전반의 구조적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마트 에너지 위크는 단순 전시회가 아닌 글로벌 의사결정자 네트워킹 플랫폼으로 기능해왔다. 전력 유틸리티, 제조기업, 엔지니어링사, 정부 기관 관계자들이 참여해 파트너십과 투자 기회를 모색한다. 일본뿐 아니라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주요 시장의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면서, 이번 행사는 급성장하는 아시아 클린테크 산업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관문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탈탄소 전략이 유럽 중심에서 아시아 공급망·제조 기반과 결합하는 흐름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행사는 그 접점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3월 개막을 앞둔 스마트 에너지 위크는 탈탄소 전략을 정책 선언에서 산업 현장의 실행 단계로 전환하려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 혁신, 기업 전략, 정책 방향이 한 공간에서 맞물리는 이번 행사가 글로벌 에너지 지형에 어떤 변화를 예고할지 주목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통합특별시 발전사업 허가 3MW→20MW 확대…태양광 지자체 주도권 강화

대전충남·광주전남·대구경북 통합특별시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허가 권한이 기존 3메가와트(MW) 이하에서 20MW 이하로 상향된다. 통합특별시가 출범할 경우 태양광 사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19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정책조정회의 직후 브리핑을 열고 대전충남·광주전남·대구경북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을 이번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들은 지난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특별법안의 에너지 분야 핵심 내용은 태양광 및 풍력 발전사업 허가 권한을 통합특별시장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법안에는 재생에너지 중 20MW 이하 태양광 및 풍력 발전사업에 관한 허가권을 통합특별시장의 권한으로 이양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는 지자체가 3MW 이하 발전사업에 대해서만 발전사업허가권을 행사할 수 있었으며 이를 초과하는 사업은 중앙정부 소관이었다. 제주도만 특별법에 따라 풍력발전에 대한 발전사업 허가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통합특별법이 통과되면 통합특별시는 20MW 이하 태양광 및 풍력 발전사업까지 직접 허가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일부 소규모 육상풍력과 대규모 태양광 사업에 대한 실질적 인허가 권한이 지방으로 확대된 것으로 해석된다. 설비용량 20MW는 풍력으로는 작지만 태양광으로는 큰 규모다. 해상풍력은 통상 수백MW 규모로 추진되는 만큼 이번 권한 이양의 직접적인 대상은 되기 어렵다. 당초 광주전남특별법 초안에는 모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허가권을 통합특별시장에게 부여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다만 태양광 50MW 초과, 풍력 100MW 초과 사업에 대해서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해당 초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국회 행안위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특정 지역에만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대전충남·광주전남·대구경북 통합특별시에 공통적으로 20MW 이하 태양광 및 풍력 발전사업 허가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광주전남특별법 초안에 포함됐던 한국전력공사에 발전사업 허가권을 부여하는 내용은 최종안에서 제외됐다. 대신 광주전남특별법에는 지방공기업과 통합특별시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직접 출자하거나 공공과 민간이 공동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출자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향후 출범할 광주전남통합특별시와 한전이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날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남광주 신성장 경제지도'를 발표하며 지역 단위에서 한전 역할을 수행할 '전남광주전력공사' 설립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해당 공사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운송·이용·거래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발생한 수익을 시민들에게 '에너지 배당' 형태로 환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발전사업 허가 권한이 통합특별시 중심으로 확대될 경우 지역 주도의 인허가 속도는 빨라질 수 있지만 국가 차원의 전력망 안정성 확보와 계통 관리 측면에서 보완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1,688원… 경유·고급유도 상승세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2025년 2월 20일∼2026년 2월 19일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1,725.74원에서 1,688.36원으로 37.38원 하락했다. 경유는 1,591.64원에서 1,587.36원으로 4.28원 내렸고, 고급휘발유는 1,957.24원에서 1,929.86원으로 27.38원 줄었다. 실내등유는 1,341.33원에서 1,311.35원으로 29.98원 하락했다. 자동차용 LPG는 1,073.95원에서 997.74원으로 76.21원 떨어져 유일하게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휘발유와 경유는 2025년 6∼9월 구간에서 동반 상승세를 보였으며, 고급휘발유와 일반휘발유의 가격 차이는 평균 260∼270원으로 안정적이었다. LPG는 2025년 5월 이후 1,000원 이하로 떨어져 변동폭이 가장 컸다. 2025년 2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전국 주유소 가격은 완만한 하락 후 회복세를 보였다. 휘발유와 경유는 하반기 이후 상승 전환했고, 고급휘발유는 변동폭이 가장 작았다. 자동차용 LPG는 지속 하락하며 다른 유종과의 가격 격차가 확대됐다. 장만식 기자 pla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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