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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날씨] 남부지방 중심 가을비…전남·경남 최대 40㎜

오는 20일 중부지방에 구름이 많은 가운데 남부지방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최대 40㎜의 비가 내리겠다. 19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20일 새벽부터 전남권과 경남권, 제주도에 비가 시작되겠다. 오후부터는 전북과 경북권으로 비가 확대되고, 밤에는 충청권에도 곳에 따라 비가 내리겠다. 전라권과 경북권의 비는 늦은 밤 대부분 그치겠으나 경남권과 제주도는 모레까지 이어지는 곳이 있겠다. 예상 강수량은 광주·전남 5~40㎜, 전북 5~20㎜다. 부산·울산·경남에는 5~40㎜, 대구·경북에는 5~20㎜의 비가 예상된다. 제주도 역시 5~40㎜의 비가 내리겠다. 충청권은 밤부터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으며 대전·세종·충남과 충북의 예상 강수량은 5~10㎜다. 기온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7~17도, 낮 최고기온은 20~23도로 예상된다. 중부지방은 대체로 구름이 많겠고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흐린 날씨가 이어지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국제 기후대응 지연, 왜?…절실한 약소국-덜 절실한 강대국 구도 탓

기후변화 대응이 국제사회에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서만은 아니다. 기후변화 대응으로 얻는 이익이 국가마다 다르고, 그 이익을 국제 협상에서 관철할 수 있는 경제적 힘도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에 발표한 논문 '기후변화 완화의 지정학적 자산 정량화'에서 169개국의 기후 관련 자산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각국이 기후 대응으로 얻거나 잃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비교해 국제 협력의 가능성과 한계를 살펴봤다. ◇ 기후 대응의 이익과 손실, 네 가지 자산으로 분석 연구진은 국가별 기후 관련 자산을 네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는 온실가스 감축으로 화석연료 생산과 수출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줄어드는 손실이다. 둘째는 기후변화 대응으로 폭염·홍수 등 기후재해 피해를 줄여 얻는 경제적 이익이다. 셋째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잠재력이고, 넷째는 산림과 토지의 탄소흡수 능력이다. 분석에는 온실가스 감축 강도가 다른 세 가지 미래 시나리오가 활용됐다. 이를 바탕으로 각국의 자산 특성을 비교하고,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을 다섯 집단으로 분류했다. △화석연료 수익 감소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국가군에는 19개국이 포함됐고 △기후 피해를 줄이는 데서 큰 이익을 얻는 국가군은 51개국 △토지의 탄소흡수 잠재력이 큰 국가군은 17개국 △재생에너지의 온실가스 감축 잠재력이 큰 국가군은 13개국, △나머지 69개국은 네 가지 자산에서 상대적으로 중간 수준의 영향을 받는 국가군으로 분류됐다. ◇ 기후 대응의 이익이 큰 나라들, 경제력은 제한적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기후 피해 회피, 탄소흡수, 재생에너지 감축 잠재력이 큰 세 집단이다. 이들 81개국은 세계 인구의 35.0%를 차지하지만 세계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13.1%에 불과하다.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도 17.4% 수준이다. 이들 국가는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거나 자연의 탄소흡수 능력을 활용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서 상대적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국제 협상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할 경제적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반면 한국과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이 포함된 중간 영향 국가군은 세계 GDP의 81.0%, 인구의 59.0%, 온실가스 배출량의 72.2%를 차지했다. 세계 경제와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연구가 설정한 네 가지 자산의 관점에서는 기후 대응으로 얻거나 잃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중간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는 이들 국가가 기후변화의 피해를 적게 받거나 감축 의지가 약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기후 대응에서 얻는 경제적 이익과 부담만으로는 각국의 정책 선택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 화석연료 의존국과 재생에너지 잠재국의 이해관계 화석연료 생산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추진될수록 수익 감소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연구진은 이란·베네수엘라·캐나다·노르웨이 등을 감축 강화 시나리오에서 화석연료 수익 손실의 영향이 큰 국가 사례로 제시했다. 반대로 기후재해 피해를 줄이는 데서 얻는 이익은 저소득 국가에서 크게 나타났으며,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이 두드러졌다. 재생에너지 감축 잠재력은 소말리아에서 높게 평가됐다. 토지의 탄소흡수 잠재력은 가이아나·수리남·파푸아뉴기니와 중앙아프리카의 산림 국가들에서 두드러졌다. 중간영향 그룹에 속한 한국은 화석연료 수입국이자 제조업 중심의 선진 산업국으로서, 기후변화로 인한 즉각적인 영토 피해나 토지 탄소 흡수량의 비중이 개발도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만하다. 그러나 중간영향 국가 그룹이 전 세계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한국을 포함한 이들 그룹의 적극적인 결단 없이는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국가별 이해관계는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되지 않는다. 어떤 국가는 화석연료 수익 감소를 우려하고, 다른 국가는 기후재해 피해를 줄이는 데서 큰 이익을 얻는다. 또 다른 국가는 재생에너지나 산림을 활용해 기후 대응의 경제적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기후협상, 감축 의무 넘어 경제적 이익과 연계해야 연구진은 이런 차이를 고려해 기후협상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의무만으로 설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연구에서 제안한 방향은 기술 연구개발(R&D), 유리한 무역협정, 기후 재정 이전 등을 감축 정책과 연계하는 포괄적 협상(다차원 패키지 딜)이다. 자산 특성이 서로 다른 국가들이 전략적 동맹을 형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예컨대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큰 국가에는 기술과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기후 피해가 큰 국가에는 적응 재원과 피해 예방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 화석연료 의존국에는 산업 전환과 경제 다각화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감축 정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의 분류가 국가의 실제 기후정책을 결정하는 모든 요인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는 한계도 있다. 윤리적 책임, 거버넌스, 사회경제적 조건, 제도, 군사력, 역사적 배출 책임 등도 국제 협력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연구는 기후 대응의 필요성을 깨닫는 것만으로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후 대응으로 얻는 이익과 부담이 어떻게 배분되며, 각국이 협력에 참여하도록 어떤 경제적 유인을 제공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업 유치하려 전기료 낮추는데 동해안 발전사 먼저 고사할 판

지역간 전력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별 전력도매가격제(LMP)가 송전혼잡으로 한국전력의 구입비가 줄어드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기존 발전사에 비용 부담을 전가해 정책 신뢰와 전력공급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기획에서는 송전망 확충 책임과 비용 부담의 불균형, 발전사의 경영·투자 위축이 전력수급에 미칠 영향을 짚고 신중한 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보완책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역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비수도권 전기요금을 낮추려는 정부의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역 전력공급을 담당하는 발전사들이 먼저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송전망 부족으로 경영난이 누적된 동해안 석탄발전 3사의 올해 말 누적 적자가 1조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데, 전력 판매가격까지 낮아지면 재무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어서다. 19일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실무협의회 회의자료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강릉에코파워·북평화력 등 동해안 석탄발전 3사의 올해 말 누적 적자 전망치는 총 1조3058억원에 달한다. 발전사별로는 삼척블루파워가 6864억원으로 가장 많고 강릉에코파워 4374억원, 북평화력 1820억원이다. 이들 발전사 경영난의 원인은 낮은 발전소 가동률 탓이다. 동해안 석탄발전 3사의 설비용량은 총 5.4기가와트(GW)에 달하지만 가동률은 19~3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삼척블루파워는 설비용량 2.1GW에 가동률이 19%에 불과하며, 같은 2.1GW 규모인 강릉에코파워의 가동률도 31% 수준이다. 1.2GW 규모인 북평화력 역시 31%에 머물고 있다. 석탄화력은 대규모 설비를 높은 이용률로 운영해 고정비를 회수한다. 과거 석탄발전 이용률이 80%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들 발전사의 20~30%대 가동률은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가동률이 낮은 핵심 원인은 송전망 부족이다. 동해안에서 생산한 전력을 전력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으로 보낼 송전망이 부족해 발전설비를 갖추고도 발전량 자체가 제한되고 있다. 발전량이 줄어든 만큼 전력 판매수익도 감소하면서 금융비용과 유지보수비 등 고정비를 충분히 회수하지 못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1조원대 적자가 누적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비수도권 전력도매가격까지 낮아질 경우 수익성 악화는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비수도권 전기요금을 낮춰 전력 소비가 많은 기업의 지방 이전과 신규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역별 전기요금 인하에 필요한 재원은 연간 약 2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한국전력이 1조3000억원을 부담하고 국가 재정 5000억원을 투입하는 한편, 비수도권 전력도매가격을 킬로와트시(kWh)당 약 10.6원 낮춰 나머지 1조원가량을 확보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지역 소비자의 전기요금을 낮추기 위한 재원의 상당 부분을 비수도권 발전사의 전력 판매수익 감소를 통해 마련하는 구조다. 전력거래소 회의자료를 토대로 발전사별 가동률에 kWh당 10.6원의 전력도매가격 인하 폭을 적용하면 동해안 발전 3사의 추가 손실은 연간 1320억원으로 추산된다. 강릉에코파워가 600억원으로 가장 크고 삼척블루파워 370억원, 북평화력 350억원이다. 특히 북평화력의 경우 지난해 금융비용만 40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추산대로 연간 350억원의 수익 감소가 추가되면 금융비용에 맞먹는 부담을 새로 떠안게 되는 셈이다. 실제 손실 규모는 향후 지역별 가격제의 구체적인 설계와 발전량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비수도권 전기요금을 수도권보다 낮게 책정하려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전력 소비가 많은 기업을 발전설비가 밀집한 지역으로 유도하는 데 있다. 기업이 전력 생산지역으로 이동하면 장거리 송전에 따른 계통 부담을 줄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이전과 신규 투자는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 반면 동해안 발전사들은 이미 송전제약으로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기업 유치를 통해 지역의 전력 수요가 충분히 늘어나기 전에 도매가격부터 낮아질 경우 발전사들은 낮은 가동률과 낮은 판매가격이라는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된다. 발전사의 경영난이 실제 설비 운영 차질로 이어질 경우 전력수급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동해안 발전 3사의 설비용량은 원전 5기 분량인 5.4GW에 달한다. 평소에는 송전제약 때문에 충분히 가동하지 못하더라도 냉난방 수요가 몰리는 동·하절기 전력피크 때 공급능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설비다. 결국 지역별 전기요금제가 기업의 지방 이전이라는 정책 효과를 내기까지 기존 발전설비가 버틸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지역별 가격 신호를 통해 전력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과 동시에 송전제약으로 이미 비용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발전사에 대한 별도의 정산·보상 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정유산업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국가기간산업

산업통상부가 석유 최고가격을 또 동결했다. 6월 27일 이후 16주째 동결이다. 2주마다 싱가포르 국제제품가격(MOPS)을 반영하겠다던 3월의 약속은 사라지고 동결만 남았다. 이제 우리 기름값이 세계 최저 수준이다. 실제로 우리 경유값(리터당 1843원)은 유럽연합 평균(3200원)의 절반 수준이고, 치솟는 경유값 때문에 스스로 앞장섰던 대(對)러시아 제재까지 포기하는 미국(2200원)보다도 17%나 싸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최고가격제가 경제 안정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극약 처방인 최고가격제의 부담이 고스란히 정유사에게 떠넘겨지는 구조는 심각한 불공정이다. 정부가 석유사업법에 명시된 재정 지원도 미적거리고 있다. 산업부가 15년 전에 분명하게 정리했던 '원가' 논쟁을 다시 들고나온 탓이다. 정부가 가격을 멋대로 정해도 정유사가 알아서 버텨낼 것이라는 인식은 매우 위험한 착각이다. 원유를 휘발유·경유·나프타로 분리하는 정유산업은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2%를 넘지 않는 대표적인 박리다매 업종이다. 정제 마진이 조금만 흔들려도 적자로 돌아선다. 이런 산업에 원가 이하의 가격을 강제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수밖에 없다. 정유사의 입장은 절박하다. 64달러 수준이었던 두바이유가 107달러로 67%나 치솟았다. 그나마 수익을 낼 수 있는 휘발유·경유·나프타의 수출도 산업부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동안 정유사가 포기한 수익이 8조 원을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온전하게 정유사의 부담으로 운영하는 최고가격제는 지속가능할 수 없는 정책이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도 불구하고 휘발유·경유·나프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정유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절망적이다. 더욱이 국가기간산업을 보호·육성해야 하는 산업부가 오히려 정유산업 무너뜨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1980년대 '비료산업합리화조치'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요소 가격을 원가 이하로 묶은 탓에 비료 공장이 문을 닫았다. 한때 123만 톤에 달했던 국내 요소 산업은 완전히 무너졌다. 결과적으로 산업부는 지금도 요소 확보에 골치를 앓고 있다. 어렵게 키워놓은 국가기간산업을 정부 스스로 무너뜨린 결과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정유사를 압박하고 있다. 2개 정유사가 2024년 7월부터의 유가 담합으로 무려 44조 원의 부당 수익을 챙겼다고 밝혔다. 지난 7월 검찰이 발표한 담합 규모는 14조2000억 원이었다. 기준도 밝히지 않은 채 석 달 만에 금액만 세 배로 불려버리면 수사가 아니라 여론전이 된다. 시점도 공교롭다. 중동 전쟁이 시작된 지난 3월 초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와 SNS를 통해 정유사의 폭리와 담합을 '대국민 중대범죄'로 규정했다. 넉 달 뒤인 7월 검찰이 담합 의혹을 발표했고, 다시 석 달 뒤 공정위가 담합의 규모를 키웠다.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해 담합 규모가 단계적으로 불어나는 흐름은 오비이락(烏飛梨落)의 전형이다. 공정위의 정유사 담합 의혹 제기는 낯선 일이 아니다. 2011년에는 주유소 유치 과정에서의 담합 의혹으로 4개 정유사에 43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15년 객관적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공정위의 패소를 판결했다. 결국 공정위는 정유사에 과징금 반환과 함께 국민의 세금으로 290억 원의 가산금과 소송비용까지 물어줘야 했다. 2007년에도 정유사에게 담합 의혹으로 52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법원 판결로 취소해야 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공정위 제소로 정유사에게는 '담합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렸다. 한번 찍힌 사회적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4개 기업이 시장을 나눠 가진 과점 산업은 흔히 담합을 받는다. 그런데도 법원이 공정위의 담합 의혹을 번번이 거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유사는 정부와 사회의 엄격한 감시망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고, 석유제품의 가격도 투명하게 공개되는 국제 시장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사회적 합의를 따르고 있다. 담합 의혹이 자주 제기되는 철강·건설·건설자재·식품 분야와 달리 담합의 유인도 적고, 담합을 숨길 여지도 좁다. 다만 '원유 가격'과 '석유제품(휘발유·경유) 가격'에 대한 혼란은 여전하다. 그러나 도축장의 쇠고기 가격과 소 시장의 소 가격은 반드시 연동되지 않는다. 물론 폭리와 담합은 엄벌해야 한다. 그렇다고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산업부와 공정위의 무차별적인 압박이나 의혹 제기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유공장의 정제 설비는 요소 공장보다 짓기도 어렵고, 되살리기는 훨씬 더 어렵다. 산업부와 공정위가 본연의 책무로 되돌아가야만 한다. bienns@ekn.kr

올 여름 발전량 LNG↓·석탄↑…단가 차이에 석탄감축 반대로 가나

극심한 더위가 이어진 올 여름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 발전량이 줄고 석탄발전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LNG 발전 단가가 킬로와트시(kWh)당 200원선을 3년 만에 넘긴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석탄 발전 축소와 이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와 거리가 멀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18일 한국전력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여름철(6~8월) LNG 복합화력 발전량은 3만6020기가와트시(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줄었다. 같은 기간 석탄화력 발전량은 5만9149GWh로, 원자력 발전량은 4만5685GWh로 각각 5.1%와 2.9% 늘었다. 전체 발전량이 16만1476GWh로 0.2% 감소에 그친 점에 비춰 보면 LNG 발전량이 비교적 많이 줄고 석탄화력과 원자력이 늘어난 셈이다. 특히 최대 전력 수요가 95.3GW까지 올라갔던 8월에는 LNG 발전량이 18.2% 감소한 1만2284GWh을 기록했다. 빈자리는 원자력(13.3% 증가)과 석탄화력(3.9% 증가)이 채웠다. 이는 LNG 복합화력 발전 단가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7월과 8월 평균 LNG 전력구입 단가는 각각 킬로와트시(kWh)당 200.8원과 222.5원으로 2023년 7월(204.08원) 이후 3년만에 200원선을 넘어섰다. 한국가스공사의 일반발전 기준 천연가스 공급 가격은 올해 3월 기가줄(GJ)당 1만6048.20원이었지만 이후 조금씩 오르고 7월과 8월 각각 2만522.58원과 2만2726.90원까지 올라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LNG 시장에서 위기가 고조되던 2022년 8월~2023년 3월에는 270원선을 넘었다. 통상 국제 LNG 가격이 한국 시장에 반영되는 시차가 3~4개월이므로 3월 시작된 중동전쟁의 여파가 올해 하반기 들어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석탄발전(유연탄 기준)은 7월과 8월 가격이 각각 kWh당 151.7원, 165.1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원래 LNG보다 발전 단가가 낮은 데다 상승 속도도 가파르지 않았다. 봄철(3~5월)에는 석탄화력 발전량이 3만6308GWh로 25.8% 증가했다. LNG 복합화력 발전량은 2.2% 줄은 3만9193GWh였다. 이례적으로 많았던 원전 예방정비로 원자력 발전량이 17.3% 줄어든 4만1104GWh였는데, 이 빈 자리를 석탄화력이 채운 것이다. 올해 들어 신월성 1호기(1~4월)과 한울 2호기(5~7월)∙3호기(2~5월)∙5호기(2~6월)∙4호기(5~8월), 한빛 6호기(2~6월) 등 발전용량이 1GW 수준인 원전이 계획정비로 잠시 가동을 멈췄다. 지난해부터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월성 2~4호기 중 3호기만 지난 7월부터 재가동을 시작했다. LNG 발전이 줄고 석탄 발전이 늘어나는 현상은 올 겨울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하반기 들어 LNG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 LNG 가격 지표인 LNG JKM(일본·한국 지표) 선물 가격(종가 기준)은 지난달 14일부터 한달 넘게 MMBtu(100만BTU, 1BTU는 대기압에서 물 1파운드를 화씨 1도 가열하는데 필요한 열량)당 25달러선을 상회하고 있다. 한국 시간 16일 오전 6시 30분 기준으로는 29.340달러까지 올랐다. 국내에서도 가스공사가 책정한 10월 발전용 가스 공급 가격이 GJ당 2만5087.86원까지 올라 갈수록 부담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석탄 발전이 LNG 발전보다 효율이 낮고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한다는 점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석탄 LNG의 발전 효율은 각각 약 40%와 60% 정도로 평가되는데, LNG 발전이 연료를 연소할 때 나오는 열로 추가 발전을 하기 때문이다. LNG 발전으로 나오는 오염물질은 석탄발전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LNG 수입 가격과 발전단가가 올라 석탄 발전 비중을 높이면 탄소 감축 속도를 더 늦출 우려가 커진다. 이에 석탄발전 폐지 정책 기조와 반대로 가는 모양새다. 빠르면 올해 말 확정될 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는 전체 석탄화력발전소 60기 중 27기를 2036년까지 LNG 발전소로 대체하고, 나머지는 수력발전이나 배터리 에너지지정장치(BESS),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등 무탄소 전원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10기 이내는 안보 전원으로 남겨두되 점진적으로 폐지해 나간다. 온실가스 감축도 문제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 부문의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석탄발전 증가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0.2% 증가한 2억2043만톤을 기록했다. 전체 배출량은 6억8571만톤으로 전년 대비 0.9% 줄었고, 산림·토지 분야의 온실가스 흡수·저장량을 고려한 순배출량은 6억5470만톤으로 0.5% 증가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지역별 전력도매가격제 연내 도입 앞두고 발전업계 “투자 위축 우려”

지역간 전력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별 전력도매가격제(LMP)가 송전혼잡으로 한국전력의 구입비가 줄어드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기존 발전사에 비용 부담을 전가해 정책 신뢰와 전력공급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기획에서는 송전망 확충 책임과 비용 부담의 불균형, 발전사의 경영·투자 위축이 전력수급에 미칠 영향을 짚고 신중한 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보완책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정부가 연내 지역별 전력도매가격제(LMP) 도입을 추진하면서 발전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송전망 부족으로 비수도권 발전사의 전력 판매가격이 낮아져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는 반면 한국전력은 전력구입비를 줄일 수 있어, 발전 투자와 송전망 확충 유인을 동시에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송전망 확충 책임이 있는 한전이 오히려 송전제약의 경제적 수혜를 보는 구조가 고착될 경우 '도덕적 해이' 논란과 함께 제도 전반의 정책 신뢰성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18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오는 22~23일 전남 나주에서 전력시장 참여자를 대상으로 LMP 관련 사업자 설명회를 열고 제도 도입 취지와 주요 내용을 설명한 뒤 업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LMP는 송전망 상황에 따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력도매가격을 다르게 적용하는 제도다. 여기서 송전망 혼잡이란 지방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낼 송전선로 용량이 부족해 전력 이동이 제한되는 상황을 뜻한다. 송전망이 한계에 도달하면 전력이 상대적으로 남는 비수도권의 도매가격은 기존 계통한계가격(SMP)보다 낮아지고, 한전은 그만큼 낮은 가격에 전력을 구매하게 된다. 정부가 이 같은 제도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앞서 발표한 산업용 지역별 전기요금제가 있다. 정부는 영·호남 등 전력 생산이 많은 지역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춰 기업의 지방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이에 따른 한전의 수익 감소분을 도매시장의 지역별 가격 차등을 통해 일부 보완할 계획이다. 다만 발전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송전망 부족에 따른 부담이 비수도권 발전사에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발전사는 송전망 건설이나 혼잡을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데도 송전제약이 발생하면 전력을 충분히 판매하지 못하는 데 이어 정산가격까지 낮아질 수 있어서다. 특히 송전망 혼잡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전 발전이력과 전력거래소 계통부하·전력수요 데이터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수도권 융통선로가 송전한계에 도달한 시간은 2024년 약 65%, 2025년 약 55%로 연평균 60% 안팎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하반기에는 한계 도달 비중이 약 82.7%까지 높아졌다. 제도 발동 조건인 송전망 혼잡이 연중 상당 시간 발생한다면 LMP가 예외적인 가격 조정 장치가 아니라 사실상 상시적인 가격체계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발전사 수익 감소 폭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지난해 홍익대 신훈영 교수에게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LMP 도입 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SMP 차이는 kWh당 약 10.16원으로 분석됐다. 이를 적용하면 1000MW 발전기를 보유한 사업자의 연간 매출이 약 600억~800억원 감소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수익성 악화가 장기적으로 신규 발전소 투자 위축이나 기존 발전원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전력 생산지역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춰 전력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한다는 정책 취지와 달리, 정작 비수도권 발전사업의 투자 매력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전의 송전망 투자 유인을 둘러싼 지적도 나온다. 송전망 혼잡이 발생할수록 비수도권 발전사의 정산가격은 낮아지는 반면 한전은 전력구입비를 절감하게 된다. 송전망 부족을 해소해야 할 주체가 혼잡 상황에서 비용 절감 효과를 얻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송전망 확충 책임 주체가 제약 상황에서 비용 절감 효과를 얻는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한전의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으며, 송전망 확충과 지역별 요금제를 함께 추진하는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송전망 사업 54건 가운데 20건, 약 37%가 지연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민 반대와 인허가 지연 등으로 송전망 확충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가격제도만 먼저 도입할 경우 망 부족에 따른 비용이 발전사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LMP 도입에 앞서 송전망 부족에 따른 비용과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송전망 투자 이행과 제도 시행을 연계하고, 발전사가 통제하기 어려운 계통제약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보완하는 장치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부 출범 1주년, 장수가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단상]

지난 15일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하동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을 비롯해 남광우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차광명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직무대행 등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기관장 인사를 둘러싸고 여야가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하 사장과 남 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및 여권 인사들과 과거 인연이 있다는 점을 들어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임명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선거대책본부 자문위원 경력이 있는 차 직무대행을 겨냥했다. 공방이 격화되면서 국감이 한때 파행됐다. 공교롭게도 이달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되는 달이다. 정부 조직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산하기관으로 시선을 돌리면 아직 정리가 필요한 곳이 적지 않다. 일부 기관은 수장이 공석이거나 임기가 끝난 기관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어떤 곳은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산하기관 가운데 '맏형' 격인 한국전력부터 수장 인선이 정리되지 않았다. 김동철 사장의 공식 임기가 지난달 끝났지만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현재까지 직무를 이어가고 있다. 차기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김영록 전 전남도지사가 퇴직공직자 취업심사에서 '취업불승인' 결정을 받으면서 인선은 다시 불투명해졌다. 한전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실제 현장에서 구현할 핵심 기관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늘려도 이를 수용할 전력망이 제때 구축되지 않으면 발전을 할 수가 없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수요 증가까지 예상되면서 전력망을 책임지는 한전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에너지 전환의 또 다른 주인공인 화력 발전공기업도 상황이 좋지 않다. 이현빈 한국남동발전 사장이 이달 새로 취임했지만 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은 기존 사장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내년 10월을 목표로 발전공기업 통합을 추진하면서 개별 회사의 인사와 향후 통합법인의 리더십이 갖춰지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 대규모 조직 개편을 앞둔 만큼 이를 이끌 수장 인선에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화력 발전공기업은 에너지 전환을 현장에서 직접 수행해야 할 당사자다. 정부의 탈석탄 기조에 따라 기존 석탄발전 설비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새로운 발전원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에너지공단, 전력거래소는 수장이 정해졌다. 다만 기관별로 에너지 전환에서 맡는 역할과 무게감에는 차이가 있다. 한수원이 원전과 양수발전을 담당하고 에너지공단과 전력거래소가 각각 인허가·정책 지원과 전력시장 운영을 맡는다면, 한전과 화력 발전공기업은 전력망 확충과 석탄발전 전환이라는 정부의 핵심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기후부 입장에서도 이들 기관의 수장 인선이 갖는 무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환경 분야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윤석대 사장의 임기가 지난 6월 끝났지만 아직 후임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첫 공모에서 적격자를 찾지 못해 재공모에 들어갔는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차기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AI·반도체 산업 확대에 따른 대규모 용수 공급뿐 아니라 가뭄과 홍수 등 기후위기 대응까지 수공이 맡아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수장 인선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국환경공단은 임상준 이사장이 지난 5월 직무정지된 이후 차광명 경영기획이사가 이사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차 직무대행의 본래 임기도 지난 7월 끝났지만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으면서 대행 체제가 계속되고 있다. 환경공단은 온실가스 감축과 배출권 관련 업무부터 대기·수질·폐기물, 전기차 충전시설 관리까지 환경 정책의 상당 부분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물론 현 정부가 탄핵 정국을 거쳐 출범했고 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 상당수의 법정 임기가 남아 있다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을 일괄적으로 교체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기후부 출범 1년이 지나면서 정책을 발표하는 단계에서 실제 집행하는 단계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확충, 발전공기업 개편, 탄소중립과 물관리 등 앞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그러나 정치권 인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가 절차상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인선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전을 비롯한 주요 공공기관장 후보군에 정치권 인사들이 꾸준히 거론되는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전문성과 정치적 인사를 함께 따지는 과정이 인선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지난 1년이 기후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었다면, 2년차에는 이를 현장에서 실행할 장수들을 갖춰야 할 때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위기 덮치자… 아이들 건강·교육권까지 흔들린다 [기후 신호등]

기후변화가 어린이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거기에 더해서 학교 출석과 학업 성취, 인지능력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기후재난으로 학교가 문을 닫는 단기적인 피해를 넘어, 폭염과 가뭄·홍수 등이 어린이의 건강과 영양 상태, 가계 소득을 악화시키면서 장기적으로 교육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니세프(UNICEF)는 지난달 발표한 '학습이 멈추다: 2025년 전 세계 기후재난에 따른 학교 교육 중단 현황(Learning Interrupted: Global Snapshot of Climate-Related School Disruptions in 2025)' 보고서에서 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106개 국가·지역에서 1억7100만명 이상의 학생이 기후재해로 학업 중단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는 유아교육부터 중등교육까지 전 세계 학생 약 10명 가운데 1명에 해당한다. 폭풍·홍수·폭염·가뭄·산불 등이 휴교와 수업 중단, 등교 감소, 학교시설 파괴 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학교 문을 닫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영국의 국제개발·기후정책 연구기관인 'ODI 글로벌'은 지난 5월 '기후변화가 교육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 고찰(The impact of climate change on education outcomes: A systematic review)'를 발표하고 기후위기가 어린이의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 254개 연구 종합한 ODI의 분석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ODI 글로벌은 런던에 본부를 둔 독립적인 국제개발·사회정책 연구기관이자 싱크탱크다.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국제개발, 성평등·사회적 포용 등 글로벌 정책 분야를 연구하며 정부와 국제기구 등이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연구를 수행한다. 이번 연구에는 영국 외무영연방개발부(FCDO)가 연구비를 지원했고, 아칸샤 밥나, 레이철 마커스 등 ODI 연구진 4명이 참여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단순한 문헌조사가 아니다. 연구진은 학술 데이터베이스와 회색문헌 등을 포함해 2만2919건의 자료를 검색한 뒤 최종적으로 254개 연구를 검토했으며, 이 가운데 90개 계량경제학 연구를 핵심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핵심 연구들은 기후 충격과 교육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한 연구들이다. 보고서는 홍수와 가뭄, 강수량 변화, 사이클론·허리케인·태풍, 고온·저온, 산불 등 주요 기후위험이 어린이의 교육 접근성(access), 교육 성취(attainment), 학습(learning)​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 학교가 무너지는 것보다 더 무서운 '간접 피해' 기후재난이 교육을 망가뜨리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학교와 교육 인프라의 파괴다. 홍수와 태풍 등으로 학교 건물이나 교통로, 급수·위생시설이 파괴되면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없게 된다. 학교가 침수되거나 도로가 끊기면 수업이 중단되고, 복구가 늦어질수록 교육 공백도 길어진다. 실제 검토된 연구 8편 가운데 7편은 학교 건물이나 학교의 물·위생시설, 도로 등의 인프라 피해가 교육 손실로 이어지는 중요한 경로라고 분석했다. 재난이 지나간 뒤에도 교실과 교육시설이 복구되지 않으면 학생들은 정상적인 학습 환경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둘째는 건강과 영양의 악화다. 기후 충격은 식량 생산과 식품 가격, 물 접근성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어린이의 영양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폭염은 수업 중 집중력과 학습 효율을 떨어뜨리고, 감염병 확산이나 식수 부족은 결석을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는 가계 소득과 생계의 악화다. 가뭄이나 과도한 강수로 농업 생산성이 떨어지면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부모가 교육비를 줄이거나 자녀가 농업·가사노동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학교에 다니는 데 필요한 교통비와 학용품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출석이 불규칙해질 수도 있다. ODI 연구에서도 강수량 충격이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경로로 가계소득, 노동수요, 아동 건강이 확인됐다. 결국 기후위기의 교육 피해는 학교 건물이 파괴되거나 수업이 중단되는 직접적인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건강과 영양 상태가 나빠지고 가계소득이 줄어들면서 출석률과 학습시간이 감소하고, 이러한 변화가 누적돼 장기적인 교육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위기는 '재난 → 건강·소득 악화 → 학교 출석 감소 → 학습능력 저하 → 교육 성취 하락'이라는 연쇄적인 충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 폭염은 교실 안에서도 학습능력을 떨어뜨린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폭염이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높아지면 학교가 휴업하지 않더라도 교실의 고온 자체가 학습을 방해할 수 있다. ODI가 검토한 연구들은 높은 기온이 학습 조건을 악화시키며, 냉방과 환기 개선, 지붕의 열 반사, 나무 심기 등 수동형 냉방(passive cooling) 조치가 교실 환경과 학습 결과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제시한다. 이는 기후 적응을 단순히 제방이나 배수시설 같은 재난 대응 인프라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의미다. 학교의 냉방·환기·그늘·식수시설 역시 어린이의 학습권을 지키는 기후 적응 인프라가 될 수 있다. 기후위기는 교육 불평등도 확대할 수 있다. 냉방시설과 방재시설을 갖춘 학교에 다니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 재난이 발생해도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가정의 아이와 농업소득에 의존하는 가정의 아이가 받는 충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ODI가 검토한 연구에서도 사회적으로 취약한 아동의 교육 결과가 기후 충격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경향이 확인됐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연구마다 달랐지만,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과 어린 연령대의 아동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는다는 증거가 보다 일관되게 나타났다. 따라서 기후위기는 단순히 '환경 문제'가 아니라 교육 격차와 빈곤의 대물림을 심화시킬 수 있는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 어린 나이에 받은 충격이 더 오래 간다 이번 보고서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기후 충격의 시기다. 어린이의 기후 노출은 나이에 따라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임신기부터 생후 2세 정도까지는 신체와 뇌가 빠르게 발달하는 시기다. 특히 태아기와 생후 초기에 기후 충격을 경험하면 이후 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 시기의 영양 부족이나 건강 악화는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ODI는 임신기와 영유아기의 기후 노출이 이후의 학습 및 교육 성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케냐의 한 연구에서는 영아기 강수량 변동에 노출된 어린이의 학교 등록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생후 0세 때의 강수량 변동은 이후 학교에 한 번이라도 등록할 확률을 16.9%포인트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도의 농촌 아동 약 200만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유아기 강수량 증가가 학교 등록과 학습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후 충격의 방향과 시기, 지역의 농업 구조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기후변화와 교육의 관계를 단순히 '기온 상승=학업 성적 하락'이라는 하나의 공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보고서는 강조한다. ◇ 현금 지원과 일자리 보장이 학습 손실을 막는다 그렇다면 기후재난이 발생했을 때 무엇을 해야 할까. ODI가 검토한 연구에서는 조건부 현금지원(CCT)​과 공공고용 보장 프로그램이 일정한 효과를 보였다. “멕시코의 교육·보건·영양 분야 조건부 현금지원 프로그램인 프로그레사(PROGRESA)와 콜롬비아의 가족행동(Familias en Acción) 프로그램처럼, 빈곤층 가정에 현금을 지원하면서 자녀의 학교 출석과 건강관리를 유도하는 정책도 기후재난에 따른 교육 손실을 줄이는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현금지원의 효과는 연구와 지역에 따라 달랐고, 6개 연구 가운데 4개 연구에서 긍정적인 교육 보호 효과가 확인됐다. 공공고용 프로그램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더 일관됐다. 에티오피아의 생산적 안전망 프로그램(PSNP)과 인도의 국가 농촌고용보장법(NREGA)을 분석한 연구들은 모두 기후 충격에 따른 학습 손실을 완화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인도에서는 가구 구성원의 NREGA 참여가 21℃를 초과하는 추가적인 더운 날이 어린이의 수학·읽기 성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50% 이상 완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수치를 모든 국가와 모든 기후재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ODI 역시 현금지원과 고용보장 프로그램의 교육 보호 효과를 '중간 정도(moderate)'의 근거​로 평가하고 있다. ◇ 기후 적응 정책에 '교육'을 넣어야 한다 ODI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교육이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고 지적한다. 기후변화가 건강과 식량,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은 널리 논의돼 왔지만, 교육과 학습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국제적 기후 논의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후 적응정책에도 교육을 핵심 의제로 포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폭염에 견딜 수 있는 학교 건축과 냉방·환기시설 △홍수·태풍에 강한 학교 인프라 △기후재난 때 학습을 이어갈 수 있는 원격·보충교육 △취약 가정에 대한 현금지원과 고용안전망 △학교 급식과 영양 지원 등이 필요하다. 특히 학교 급식은 가뭄으로 인한 중퇴를 완화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말라위에서는 가뭄을 겪은 가구의 12~17세 아동 가운데 학교급식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는 경우 취학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ODI는 아직 이 분야의 정책 효과를 입증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 기후 충격의 교육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엄격한 방법론의 개입 연구는 20편에 불과하며, 특히 정책이 소득·건강·교실 온도 같은 중간 경로를 개선한 뒤 실제 학습 성과까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추적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피해는 학교 건물이나 도로가 부서지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 번의 가뭄이 가계소득과 영양을 흔들고, 폭염이 어린이의 학습능력을 떨어뜨리며, 어린 시절의 기후 충격이 훗날 학교 등록과 학업 성취에까지 흔적을 남길 수 있다. 기후 적응의 목표를 '재난에서 사람을 살리는 것'에서 한 단계 더 확장해 아이들이 재난 이후에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서남 집단에너지시설 2단계, 시공사 선정 지연 우려… DL이앤씨 단독 입찰에 ‘변수’

서울 강서·마곡지역의 지역난방 공급을 위해 추진 중인 서남 집단에너지시설 2단계 건설사업(EPC)의 시공사 선정 일정이 지연될 전망이다. 약 7000억원 규모의 대형 에너지 인프라 사업이 입찰 단계부터 참여 건설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 추진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다수 건설사에 따르면 서울에너지공사와 한국남동발전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서남2단계 건설사업의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신청서 제출이 지난 6일 마감된 가운데 DL이앤씨가 단독으로 입찰 서류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관은 복수 건설사가 참여하는 경쟁입찰을 기대했지만 실제 접수 업체가 한 곳에 그치면서 후속 입찰 절차에 변수가 생겼다. 이에 따라 당초 13일 예정됐던 현장설명회도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서울에너지공사와 남동발전으로부터 현장설명회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취지의 안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입찰공고 홈페이지에도 변경된 현장설명회 일정은 아직 별도로 게시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에너지공사와 남동발전은 단독 입찰에 따른 후속 일정과 입찰참가자격 변경 가능성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입찰 절차와 조건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시공사 선정 일정도 달라질 전망이다. 서남2단계 사업은 과거에도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었다. 지난 2022년 EPC 사업자 선정을 추진했지만 총 6차례 유찰됐다. 당시에도 DL이앤씨가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으나 최종 계약 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번에도 DL이앤씨만 참여하면서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DL이앤씨는 과거에도 입찰에 참여했던 만큼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준비 측면에서 다른 건설사보다 앞서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입찰이 재추진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독 입찰이 곧바로 계약 불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입찰 조건과 평가 기준, 계약 협상 결과 등에 따라 사업자 선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입찰 참여가 저조한 배경으로는 건설업계의 수주 환경 변화가 꼽힌다. 최근 발전공기업의 석탄발전 대체사업과 반도체 산업단지 전력·열 공급시설 등 가스복합·열병합발전 사업 발주가 잇따르면서 발전 플랜트 시공 역량을 갖춘 건설사들의 선택지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발전 플랜트는 공사 기간이 길고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변동에 따른 비용 부담도 커 건설사들이 수익성과 사업 위험 등을 따져 선별적으로 수주에 나서는 분위기다. 시공사 선정이 장기화할 경우 원자재·인건비 상승에 따른 사업비 증가와 후속 설계·구매·시공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강서·마곡지역의 열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열공급 기반을 적기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공사 선정 절차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같은 유찰과 계약 지연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건설사들이 실제 참여할 수 있는 입찰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발주기관이 참여 업체의 의견을 반영해 후속 절차를 조속히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남2단계 사업은 285메가와트(MW)급 LNG 열병합발전설비(CHP) 1기와 시간당 68기가칼로리(Gcal) 규모의 열전용보일러(PLB) 1기, 축열조 등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약 7000억원으로, 완공되면 주택 약 7만4000가구와 업무·공공시설 428곳에 지역난방을 공급할 수 있다. 서울에너지공사는 남동발전과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가스터빈 수요 증가에 대응해 지난 4월 미국 GE와 가스터빈 예약구매계약도 체결했다. 최종 준공 목표는 2032년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폭염·산불 연기 동시 노출 인구 10년 새 2억8700만명 늘었다

폭염과 산불 연기에 동시에 노출되는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10년대에는 매년 평균 10억명 이상이 두 위험에 동시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2000년대보다 연평균 약 2억8700만명 늘어난 규모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폭염이 잦아지는 가운데 산불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까지 겹치면서 건강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모나시대 공중보건·예방의학대학원 연구진은 중국 베이징대와 충칭대, 호주 퀸즐랜드공대·태즈메이니아대 등 여러 기관 연구자들과 함께 2000~2019년 전 세계 기온·산불 오염·인구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폭염은 토양과 식생을 건조하게 만들어 산불 발생과 확산을 촉진한다. 산불은 열과 대기오염물질을 방출하고,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해 온난화를 심화할 수 있다. 폭염과 산불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위험을 증폭시키는 구조다. 산불 연기에 포함된 초미세먼지(PM2.5) 등 오염물질은 폭염과 함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두 위험의 동시 노출이 각각의 개별 영향보다 더 큰 건강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에 주목했다. ◇ 노출 인구 증가분 70.5%는 위험 강도 심화 탓 연구진에 따르면 2000~2009년 폭염과 산불 오염에 동시에 노출된 인구는 연평균 약 7억6100만명이었지만, 2010~2019년에는 약 10억7200만명으로 증가했다. 전 세계 인구의 55.9%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동시 노출이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1인당 연평균 동시 노출 일수도 2000년대 1.0일에서 2010년대 1.7일로 늘었다. 동시 노출 총인일(person-days)은 10년마다 약 55억 인일씩 증가했다. 이 가운데 70.5%는 동시 노출 강도 증가(폭염일수 혹은 산불 발생일수 증가 등) 때문이고, 29.5%는 인구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인구 증가보다 폭염과 산불 오염이 겹치는 위험 자체의 심화가 더 큰 원인이었다는 의미다. ◇ 저개발국 주민, 노출 일수 더 많아 경제·사회적 발전 수준에 따른 격차도 컸다. 인간개발지수(HDI)가 낮은 국가에서는 1인당 연평균 동시 노출 일수가 3.6일로 세계 평균인 1.3일을 크게 웃돌았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4.4일에 달했다. 2010~2019년 국가별 1인당 연평균 노출 일수는 잠비아가 28.8일로 가장 많았다. 콩고민주공화국은 24.3일, 말라위는 21.7일이었다. 연구진은 저소득 국가들이 고온에 취약한 열대·아열대 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농업 잔재물 소각과 산림 개간, 산불 관리 역량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 접근성과 재난 대응 자원이 부족한 점도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 연구진은 “폭염과 산불 연기를 별개의 위험으로 관리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염 경보와 대기질 경보를 연계하고, 두 위험이 겹칠 때 취약계층에 통합적인 건강 보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냉방과 공기 정화 기능을 갖춘 대피 공간을 확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2000~2019년 자료를 바탕으로 동시 노출 규모와 추세를 분석한 것으로, 실제 질병 발생이나 사망자 수를 직접 측정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복합 노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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