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국내 기업을 위한 한국형 자연자본 공시 지침을 마련하고, 공시에 필요한 데이터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구의 날'인 22일 에너지경제신문과 환경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6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 축사를 통해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김 총리는 서면 축사에서 “자연과의 공존은 다음 세대를 위한 의무이자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라며 “정부는 기업의 자연자본 공시에 필요한 데이터를 적극 지원하고, 한국형 공시 지침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녹색성장을 뒷받침할 녹색금융과 연구개발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포럼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으며, 기업 경영의 새로운 핵심 과제로 떠오른 자연자본(Natural Capital) 관리에 대한 실질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자연자본은 동식물, 공기, 물, 토양 등 인류에 혜택을 제공하는 재생·비재생 자연자원과 환경자산을 의미한다. 기후위기와 환경오염, 생물다양성 손실이 가속화되면서 자연자본의 경제적 가치와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날 행사에는 기업·정부·학계·시민단체 관계자 등 약 500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개막식에서는 자연자본을 둘러싼 인식 전환의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정선구 에너지경제신문 사장은 개회사에서 “자연은 더 이상 보호의 대상에 그치지 않고,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생물다양성 보전과 자연 회복은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공동 과제"라고 말했다. 김명자 KAIST 이사장은 축사에서 ESG의 의미를 보다 확장해 해석했다. 그는 “ESG는 단순한 윤리 경영이나 탄소 감축을 넘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에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리스크 관리 체계"라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자연자본은 기업 활동의 근간이자 관리 대상 자산으로 자리 잡았고,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변화가 재무적 리스크와 기회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며 “기업은 자연 훼손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복원을 통해 순증을 이루는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자연순증)' 전략을 비즈니스 모델에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이창석 국립생태원장은 '재무관련 자연정보공개 협의체(TNFD)' 프레임워크의 핵심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공시 기준인 TNFD가 생물다양성 지표와 직접 연계되면서 기업은 자사의 자연 의존도와 영향도를 측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또한 “생물다양성 보전은 탄소 흡수 능력과 직결되는 만큼, 기후 대응과도 긴밀히 연결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개회식 강연에서 환경재단 그린CSR센터 박기영 국장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추진 중인 국내외 생물다양성 보전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사례를 발표했다. 그는 탄소 흡수 효율이 높은 방글라데시 맹그로브 숲 복원 사업과 AI 및 드론 기술을 결합해 토착 식물의 회복력을 높이는 '그린웨이브' 프로젝트의 성과를 공유했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염형철 공동대표는 하천 생태계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생물다양성 ESG 활동의 실제 사례와 현장에서 마주하는 과제를 소개했다. 염 대표는 서울 중랑천 생추어리 조성 및 충북 미호강 미호종개 복원 성과를 설명했다. (주)땡스카본의 김해원 대표는 TNFD와 데이터를 활용해 자연과 기업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방안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기업 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 데이터로 측정하고 '떼르(Terre)' 플랫폼과 같은 구조를 통해 증명해야 글로벌 규제 속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음을 역설했다. 포럼에서는 총 3개 세션이 진행됐는데, 자연자본 공시의 실무적 대응 전략이 공유됐다. 세션 1에서는 국립생물자원관 이재호 연구관이 글로벌 공시 동향을, 김미현 SK증권 상무가 국내 금융권 최초의 TNFD 시범 보고서 사례를 발표했다. 김 상무는 “자연자본은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았을 뿐,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필수 자본"이라고 지적했다. 세션 2에서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M GBF)'와 기업 대응 전략, 국내 상장사 849개사의 TNFD 공시 현황 분석이 발표됐다. 이어 기업이 직접 생태계 복원에 참여해 자산 가치를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세션 3에서는 삼일PwC, 포스코홀딩스 등 기업 사례를 통해 자연자본 공시가 단순 규제가 아니라 투자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임이 강조됐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공시 지원 인프라 구축 계획을 소개했다. 한편 이번 포럼은 ESG 공시의 흐름이 탄소 중심에서 자연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럽연합(EU)은 지속가능성 공시지침(CSRD)을 통해 자연 관련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고,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도 관련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국내에서도 한국회계기준원이 공시 초안을 발표하는 등 제도화가 진행 중이다. 한 참석자는 “기업이 자연에 대한 의존도와 리스크를 정량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새로운 투자 기회로 전환하는 방향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네이처 포지티브 경영의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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