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리포트]EU 탄소시장 대수술…‘규제’에서 ‘산업투자’로 무게중심 옮긴다](http://www.ekn.kr/mnt/thum/202607/news-p.v1.20260720.555b717581044427b244917400565abf_T1.jpg)
유럽연합(EU)이 세계 최대 탄소시장인 배출권거래제(EU ETS)를 전면 개편한다. EU는 지난 17일(현지 시간) 배출권거래제 개편안을 발표하는 등 탄소 규제 중심의 정책을 산업 경쟁력과 탈탄소 투자 지원을 결합한 새로운 체계로 전환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개편은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 규제를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까지 함께 고려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해운·항공 규제 확대, 대규모 탈탄소 투자 지원이 함께 추진돼 한국 수출기업의 대응 전략도 달라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1. EU는 왜 지금 배출권거래제를 다시 손질하려는 것인가. EU ETS는 2005년 도입 이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탄소시장으로 평가받아 왔다. 실제로 대상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5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배출권 판매 수익은 청정에너지와 혁신기술 투자에 활용됐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미국과 중국이 대규모 산업 지원 정책을 펼치면서 유럽 기업들의 경쟁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2040년 온실가스 90% 감축 목표까지 제시되면서 기존 제도를 산업 경쟁력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번 개편은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Q2. 이번 개편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장 큰 변화는 배출권거래제를 단순한 규제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탈탄소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으로 바꾸는 것이다. EU는 배출권 공급 감소 속도를 일부 조정해 산업계의 부담을 완화하는 대신 1000억 유로(약 160조 원) 규모의 산업탈탄소화은행(IDB)을 신설하고 청정기술 투자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탄소 제거 기술을 제도 안으로 편입하고, 해운과 항공 등 적용 대상도 확대해 탄소 감축을 위한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배출권 감축 속도 조절의 경우 매년 배출권 공급량을 줄이는 비율(선형감축률, LRF)을 2031~2035년에는 3.7%, 2036~2040년에는 1.7%로 설정했다. 이는 기존의 가파른 감축 경로보다 완화된 것으로, 산업계에 보다 점진적인 적응 기간을 제공한다. CBAM 적용 업종에 대한 무상할당 폐지 시점을 기존 2034년에서 2038년까지로 연장해 기업 부담을 늦춰준다. 대신 무상 배출권을 받으려면 반드시 탈탄소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한다는 '조건부 무상할당' 원칙을 강화했다. 아울러 항공 및 해운 부문 규제를 강화하고, 생활폐기물 소각 시설까지 ETS 적용 범위를 넓혀 탄소 배출에 대한 책임을 더 촘촘히 묻기로 했다. 이밖에 대기 중의 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술 등으로 확보한 '탄소 제거 크레딧'을 ETS 체제 안에 편입시켜 기업들에 유연성을 제공하기로 했다. Q3. 탄소 제거 기술을 EU ETS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앞으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제거해 영구적으로 저장한 실적도 일정 범위에서 배출권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이산화탄소 1톤을 배출했다면 배출권 1장을 제출하는 대신, 직접공기포집(DACCS)이나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BioCCS) 등을 통해 대기 중 탄소 1톤을 제거했다는 공식 인증(CRCF)을 받으면 같은 효과를 인정받는 방식이다. 탄소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이미 배출된 탄소를 없애는 활동까지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미다. EU는 이를 위해 '제거 기반 배출권(Removal-backed Allowances)'이라는 새로운 개념도 도입할 계획이다. 우선 탄소 제거 물량만큼 배출권 총량을 늘린 뒤 이를 경매하고, 경매 수익으로 고품질 탄소 제거 프로젝트를 직접 지원하는 구조다. 현재 탄소 제거 기술은 비용이 배출권 가격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EU가 초기 시장을 만들어 민간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제도는 철강과 시멘트, 화학처럼 공정 특성상 탄소를 완전히 없애기 어려운 산업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배출권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완화하고, 탄소 제거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육성하려는 목적도 담고 있다. 탄소 제거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Q4. 한국 수출기업에는 어떤 영향이 가장 클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CBAM에 따른 탄소 비용 증가다. 현재 EU 배출권 가격은 한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화학 등 유럽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은 앞으로 탄소배출량을 더욱 정교하게 관리해야 한다. 배출량이 많을수록 추가 비용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탄소배출 관리 능력이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Q5. EU 기업은 보호받고 한국 기업은 불리해지는 것 아닌가. EU는 자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해 무상 배출권 지급을 기존 계획보다 4년 연장했다. 그러나 무조건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은 반드시 '유럽 내 탈탄소 투자 계획'을 제출하고 실제 투자까지 완료해야 한다. 다시 말해 배출권을 지원받는 대신 그만큼 유럽 안에서 친환경 설비에 투자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기업은 이러한 혜택을 받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Q6. 유럽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가능성이 충분하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 SK 등 유럽 현지 생산기지를 보유한 기업들은 EU 혁신기금이나 산업탈탄소화은행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EU 혁신기금은 기업의 국적과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지만, 프로젝트는 반드시 EU 역내에서 수행돼야 한다. 따라서 유럽 현지 공장의 저탄소 설비 투자나 신기술 도입은 오히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Q7. 해운업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이번 개편으로 가장 큰 변화를 맞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해운이다. EU ETS는 유럽경제지역(EEA) 항만을 오가는 선박에 대해 항해 중 발생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하고, 그 배출량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구매·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에는 5000GT(선박 내부 공간의 크기를 나타내는 총톤수 기준으로 5000톤) 이상 대형 선박이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400GT 이상의 중소형 선박까지 관리 대상이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국내 해운사들은 온실가스 배출량 모니터링과 보고(MRV), 배출권 구매, 연료 사용 관리 등 새로운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특히 유럽 항만을 자주 이용하는 선사일수록 행정 비용과 운영 비용이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Q8. 항공업계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유럽 노선을 운항하는 국내 항공사들도 탄소 비용 증가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U는 국제선에 대한 ETS 적용을 확대하고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배출권 구매뿐 아니라 SAF 사용 비용까지 함께 부담해야 한다. 결국 연료 효율 개선과 차세대 항공기 도입이 비용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Q9. 국내 배출권거래제(K-ETS)도 영향을 받게 될까. 전문가들은 EU의 이번 개편이 한국 배출권거래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미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을 시작하면서 유상할당 확대와 시장안정화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EU ETS 개편으로 배출권 공급은 줄어들고 국내 배출권 가격이 점진적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높아 기업들의 배출권 구매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Q10. 한국 기업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전문가들은 탄소 규제를 환경 문제가 아니라 경영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정밀하게 관리하고, 재생에너지와 전기화 설비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EU 현지 생산기지 확대 여부와 혁신기금 활용 가능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제품 가격뿐 아니라 탄소 경쟁력이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Q11. 이번 개편안은 언제부터 시행되나. 이번 개편안은 곧바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약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앞으로 유럽의회와 EU 이사회의 입법 협상을 거쳐 2027년 1분기 최종 법안 확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회원국들은 2028년까지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일부 조항을 먼저 시행하게 된다. 개정된 EU ETS의 대부분 규정은 2029년부터 본격 적용되며, 해운 부문 적용 확대와 경매수익 사용 강화 등이 이때부터 시작된다. 개편안의 핵심인 '투자 조건부 무상할당제'는 2031년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EU 내 기존 생산시설이 무상 배출권을 계속 받으려면 2029년 9월까지 탈탄소 투자계획을 제출해야 하며, 실제 투자 여부에 따라 무상할당 규모가 결정된다. 같은 해 생활폐기물 소각시설도 EU ETS에 편입되기 시작한다. 한국 기업들도 향후 2~3년을 유럽 시장 대응 전략을 재정비할 마지막 준비 기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Q12. 이번 개편은 기후위기 대응의 후퇴일까, 아니면 진전일까. 평가는 엇갈린다. 환경단체들은 무상할당 연장과 감축 속도 조절이 기후 대응을 늦출 수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EU는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해야 지속적인 탈탄소 투자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개편이 규제를 완화한 것이 아니라 투자 중심으로 정책의 방향을 바꿨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탄소를 배출하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누가 더 빠르게 저탄소 설비에 투자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번 EU ETS 개편은 탄소 규제가 환경정책을 넘어 산업정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Q13. EU ETS는 얼마나 큰 시장인가. 2005년 출범한 세계 최대 탄소시장으로, EU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0%를 관리하고 있다. 발전소와 철강·시멘트·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 항공, 해운을 포함해 1만 개 이상의 시설과 사업자가 참여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장 기반 온실가스 감축 제도로 평가받는다. 2005년 이후 지금까지 2,700억 유로(약 430조 원)의 수익을 창출했고, EU 통합 레지스트리에 등록된 배출권 자산 가치는 2,000억 유로(약 320조 원)를 넘는다. 최근 배출권 가격은 이산화탄소 1톤당 약 80유로(약 13만 원) 수준이며, 매년 약 80억 개의 배출권이 거래되는 등 연간 거래 규모만 약 2,000억 유로에 달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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