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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중앙亞 5국, 기후·에너지·환경 이니셔티브 출범…정책협력 고삐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즈공화국 등 중앙아시아 5개 국가가 기후와 에너지, 환경 문제에 대한 정책 교류·협력을 하기로 약속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즈공화국과 '한-중앙아시아 기후·에너지·환경 정책구상(이니셔티브)'을 발족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정상회의는 한국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가진 최초의 다자 정상회의다. 중앙아시아의 성장 수요와 한국의 공급망 다변화·시장 확대 전략을 연계해 상호 호혜적인 협력을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정책구상에는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 간 협력을 기후·에너지·환경 분야에서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은 △재생에너지 탈탄소 녹색전환 △대기질 개선·안정적인 물 공급·폐기물 관리 등 환경 개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다자협력 등이다. 협력 방식도 정책·인적 교류에서 공동연구, 기술협력, 기반시설 개발까지 다양하게 구성한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국제감축이나 공동 시범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후속사업은 물론 국내 기업의 해외 수주까지 이어지게 했다는 것이 기후부 설명이다. 특히 이번 정책구상은 우리나라와 중앙아시아 5개국의 중장기 협력 비전을 담은 '서울선언'에 명시돼 정상 차원의 추진 동력이 확보됐다. 기후부는 이를 토대로 각국의 여건과 수요에 맞는 협력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협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김지영 기후에너지환경부 국제협력관은 “이번 한-중앙아시아 협력 정책구상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우수한 정책과 기술이 중앙아시아의 실질적인 환경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며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과 수주 기회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낼 세금도 없는데 세액공제?”…태양광 업계, ‘미국식 현금 환급’ 촉구

태양광 업계는 적자를 보고 있는데, 정부가 국내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세액공제 혜택을 추진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현장의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업계는 생산 실적과 연계한 현금성 지원 수단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 중인 '국내생산세액공제' 제도가 국내 제조사 현장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국발 저가 공세로 적자가 쌓인 결손 기업은 낼 세금이 없어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설비 투자비 기준의 공제 한도 역시 실질적인 운영비 지원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다. 박정·안호영·김주영·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접경지역내일포럼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K-GX 시대 에너지 산업 국가전략' 연속토론회 3차 행사를 개최했다. '재생에너지 설비 국가경쟁력 강화 전략'을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 한신혜 한화큐셀 파트장은 정부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국내생산세액공제안)을 두고 “현행 설계대로라면 산업 현장에서 정책 효과를 전혀 체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내 태양광 공급망은 붕괴 직전에 놓였다고 분석됐다. 이날 발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이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의 90% 안팎을 점유한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 국산 모듈 점유율은 2021년 66.0%에서 2025년 30.7%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핵심 부품인 셀(태양전지)의 국산 점유율도 35.1%에서 3.9%로 급락했다. 특히 국산 셀의 경우 수요처를 찾지 못해 지난 2년간 내수용 생산 실적이 사실상 전무했다. 한화큐셀 역시 충북 음성 공장 가동을 멈추고 진천 공장 1곳만 유지하고 있다. 2030년 국가 태양광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 신규 57기가와트(GW)를 설치할 경우, 현 점유율 구조가 유지된다면 약 8조 원의 수입 대금이 해외로 유출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는 생산 단계에서 직접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환영하면서도 현행안의 세 가지 한계를 꼽았다. 우선 '결손 기업 배제' 문제다. 세액공제는 납부할 법인세가 있어야 차감되므로, 적자 상태인 기업은 흑자 전까지 혜택이 이월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통해 현금 환급이나 공제권의 제3자 양도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안에는 이 같은 유동화 장치가 담기지 않았다. 한 파트장은 “지원이 가장 절실한 위기 국면에 정작 혜택이 차단된다"며 “생산 실적과 연동된 보조금 등 현금성 수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Advanced Manufacturing Production Credit)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미국 내에서 배터리, 태양광, 풍력 발전 부품, 핵심 광물 등 첨단 제조품을 실제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에게 세액공제(혜택) 또는 현금성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생산량 비례 지원은 단순 설비 투자액 기준이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 얼마나 많은 제품을 생산·판매했는가(생산량)에 비례하여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유동성(현금화) 지원은 적자가 발생해 낼 세금이 없는 기업(결손 기업)이라도 공제 혜택을 현금으로 직접 환급받거나 제3자에게 공제권을 양도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공제 한도 산정 방식의 괴리도 문제로 지목됐다. 정부안은 10년간 총 공제 한도를 '유형자산 투자누계액의 50% 이내'로 제한했다. 그러나 미국 에너지부(DOE) 분석에 따르면 태양광 제조 원가에서 설비투자비 비중은 8~10% 수준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전기료·원자재비·인건비 등 운영비가 차지한다. 공제 상한선을 설비 투자액 기준으로 제한하면 초기 몇 년 만에 한도가 소진돼 장기적인 생산 유인이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현금성 보완책이 도입되더라도 발생하는 2년간의 정책 시차도 줄여야 한다고 짚었다. 2027년 생산 실적을 바탕으로 2028년 예산을 수립하면 실제 지급은 2029년에 이뤄져 자금 공백이 생긴다. 당장 공장을 돌리기 위한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에서 2년의 공백은 치명적인 만큼, 예상 생산량을 기반으로 2028년부터 선제 집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망과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향후 법안과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날 제기된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입법과 예산 지원에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SMR부터 수소환원제철까지…SK·포스코·한화·한난, 기후산업박람회서 혁신 기술 공개

SK와 포스코, 한화솔루션 같은 국내 주요 민간기업부터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공기업들까지 올해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에서 그간 구상해온 인공지능(AI) 시대 미래 에너지 전환 비전을 공개한다. 16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2026 WCE는 오는 18일까지 사흘 동안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기후테크가 만드는 거대한 변화: 탈탄소 세상을 향한 도약'을 주제로 열린다. 이번 행사는 기후에너지환경부, 국제에너지기구(IEA), 세계은행, 부산광역시가 공동 주최하고 산업통상부, 한국에너지공단 등이 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기후∙에너지 산업 박람회다. 이번 전시에서 SK이노베이션은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BESS), 소형모듈원자로(SMR), 액화천연가스(LNG) 등 다양한 에너지원 생산·운영 기술과 AI 인프라를 아우르는 통합 설루션을 공개한다. 구체적인 전시 내용은 △재생에너지 사업 현황과 확대 계획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할 BESS △차세대 무탄소 에너지원인 SMR △LNG 열병합 발전 등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에너지원을 고객의 전력 수요에 맞춰 하나의 패키지로 조합해 제시하고, 에너지 생산부터 저장·공급, 운영 최적화까지 아우르는 통합 에너지 사업자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AI 기반 지능형 발전소 '인텔리전트 파워 플랜트'와 SK텔레콤의 'AI 팩토리',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SK그룹이 내세우는 'AI 풀스택 경쟁력' 관련 기술도 함께 전시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SK이노베이션이 AI를 활용한 에너지 설루션과 AI 데이터센터를 뒷받침하는 '전기화'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AI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 해법이 필요하다"며 “SK이노베이션은 재생에너지, BESS, SMR, LNG 열병합 발전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해 고객별 맞춤형 통합 에너지 설루션을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저탄소 철강 생산공정 도입과 수소환원제철 개발에 힘을 써온 만큼 그룹 차원의 혁신 기술과 한국형 녹색 전환(K-GX) 생태계 비전을 선보인다. 포스코그룹은 올해로 6회째 참가하는 기록을 세웠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이앤씨가 참여해 △탈탄소 혁신기술 △핵심소재 △무탄소에너지 △K-GX 생태계 등 4개 전시 존(구역)을 구성했다. 탈탄소 혁신기술 존에서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쓰는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HyREX)' 공정 모형을 최초로 선보인다. 포스코는 오는 2028년 경북 포항제철소에 연산 30만톤 규모의 하이렉스 실증설비를 준공하고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을 완성할 계획이다. 핵심소재 존에서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신(新)모빌리티 등 첨단산업의 인공지능 전환(AX)·녹색 전환(GX)에 필요한 고성능 철강 소재들을 선보인다. 무탄소에너지 존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해상풍력·태양광 사업과 포스코이앤씨의 원자력 발전·소형모듈원자로(SMR)·고온가스로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을 융합한 성과를 소개한다. K-GX 생태계 존에서는 동남권 일대를 하이렉스 실증설비와 연계해 국가 차원의 탈탄소 산업 클러스터로 구축하는 대규모 민관 협력 모델을 제시한다. 동남권 지역은 원전이 많아 대규모 전력과 수전해 청정수소를 생산할 최적지로 평가받는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정부의 탈탄소 정책 지원을 발판 삼아 하이렉스 상용 기술을 조기에 확립할 것"이라며 “동남권 클러스터를 K-GX 산업 생태계의 대표 성공 모델로 정착시켜 대한민국 제조업의 글로벌 탈탄소 경쟁력을 격상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부터 공급까지 전 과정을 순서대로 관람객에게 설명하고, 한화큐셀의 에너지 솔루션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태양광 모듈 솔루션을 선보인다. 주력 제품인 일반 태양광 모듈과 함께 농가 수익의 버팀목이 될 '햇빛소득마을'에 특화된 영농형태양광 모듈이 전시된다. 아울러 한화큐셀이 선도적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결정질 실리콘 탠덤(Tandem)' 셀도 실물로 전시할 예정이다. 미래 발전소 운영 방식과 전력시장의 작동 방식을 엿볼 기회도 마련된다. 관람객들은 한화큐셀의 발전소 모니터링 시스템 '큐허브(Q.HUB)' 애플리케이션과 가상발전소(VPP) 관제 페이지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발전소 운용 시뮬레이션을 체험할 수 있다. 이밖에도 산업 구조의 변화와 전력 수요 증가에 따라 다양해지는 전력 공급 방식도 소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AI 데이터센터 증가 같은 산업 구조의 변화와 전력 수요 증가에 따라 다양해지는 전력 공급 방식을 소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분산에너지 모델인 '솔라스마트시티'를 미니어처로 구현했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은 “이번 박람회는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기후산업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며 “한화큐셀은 이번 박람회에서 선보일 다양한 솔루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국내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한난)은 WCE와 연계해 열리는 '2026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에 참가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순환과 한난의 미래 비전을 선보인다. 주요 전시 내용으로는 △열에너지 미래 전략 △미활용열·스마트 열관리 플랫폼·플랜트자동화 같은 에너지 전환 주요사업 △잉여전력의 열에너지 전환(P2H) 등이다. 특히, P2H를 활용한 에너지 전환에 대한 참여형 체험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관람객이 전시 내용과 상호작용하며 한난이 추진하는 사업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가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동근 한난 사장은 “2026 에너지대전은 탈탄소 에너지전환을 위한 한난의 노력과 성과를 전시함으로써 에너지전환에 대한 국민의 공감을 얻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민의 공감을 바탕으로 에너지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함으로써 친환경 에너지 공기업으로써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현장] 보조금 쏟아지는 유럽 에너지·방산…진입 전략은 ‘현지화’

지정학적 안보 환경의 급변과 탄소 중립 정책의 가속화에 따라 유럽 역내 방위산업·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관련 기술·제조 역량을 보유한 한국 기업의 시장 진입 기회가 예년에 비해 증가하고 있으나 유럽 역내의 복잡한 법적 규제와 자국 산업 보호 기조가 실질적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15일 법무법인 율촌은 유럽 주요 5개국 대형 로펌과 공동으로 '한국 기업을 위한 유럽 에너지 & 방위산업 전략적 기회' 세미나를 열고 현지 법률 동향과 실무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유종권 율촌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본 행사에는 이탈리아 GOP·네덜란드 AKD·폴란드 DZP·스페인 PLL·독일 글라이스 루츠 소속 실무 파트너 변호사들이 발제자로 참석해 각국의 법적 규제 현황과 진출 로드맵을 공유했다. ◇ 송전망 확보 리스크·소수 지분권자 법적 보호 한계 제1부 에너지 세션에서는 각국의 신재생 에너지 지원 제도 현황과 더불어 외부 자본 진입 시 수반되는 물리적 인프라 및 회사법적 쟁점이 다뤄졌다. GOP는 이탈리아 정부의 에너지 인프라 지원 제도를 설명했다. 이탈리아는 37.15GW 규모의 대형 태양광·풍력 발전을 지원하는 'FER-X' 기금을 운용 중이고 에너지 저장 장치(ESS) 운영 사업자에게 15년 단위의 장기 차액 정산 계약(CfD)을 보장하는 'MACSE' 제도를 신설해 초기 투자 수익의 예측성을 제고했다. 또한 과거 탈원전 정책을 고수했던 이탈리아가 최근 전력 생산 비용 급등·2050년 탈탄소 목표 달성을 위해 소형 모듈 원전(SMR)을 중심으로 한 8GW 규모의 원자력 발전 재도입을 국가 계획에 명문으로 반영한 점이 조명됐다. PLL 로펌의 파블로 혼토리아 변호사 역시 스페인 정부가 '넥스트 제너레이션 EU' 기금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장비 제조 설비에 15억 유로 규모의 보조금을 배정하고 있음을 부연했다. 그러나 현지 법률 전문가들은 정책적 인센티브 이면에 존재하는 물리적 인프라의 한계를 위협 요인으로 지적했다. AKD의 에르빈 라데마커스 파트너 변호사는 '전력망 혼잡' 현상을 프로젝트의 재무적 타당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요소로 평가했다. 발전 시설이 완공되더라도 기존 송전망 용량 부족으로 계통 연결이 지연될 경우 전력 판매를 통한 현금 창출이 불가능해진다. 이는 상업 은행·기금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심사 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금융 조달 적격성' 상실로 직결된다. 라데마커스 변호사는 법률 실사 단계에서 관할 전력망 운영 기관의 고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접속 대기 순번과 인허가 예상 시점을 교차 검증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재무적 투자자(FI)로서 현지 합작 법인의 소수 지분(통상 10~20%)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회사법적 쟁점도 논의됐다. 인프라 프로젝트는 통상 25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 사업이어서 투자 실행 전 주주 간 계약서(SHA) 상에 △핵심 자산 처분 등에 대한 이사회 거부권 △추가 자금 조달 시 지분 희석 방지 조항 △동반 매각 참여권·풋 옵션 등의 방어적 권리를 명시적으로 규정해 법적 구속력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에너지 인프라는 국가 핵심 안보 시설로 분류돼 취득 지분율이 10~25% 수준에 불과하더라도 각국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 심사 대상에 예외 없이 포함된다는 점이 강조됐다. 심사 기간 중에는 거래 종결이 법적으로 유예되므로 전체 투자 일정 수립 시 이를 반영해야 한다. ◇ '브라운필드' 투자로 규제 우회 전략 제2부 방위산업 세션에서는 지정학적 위기를 기점으로 국방 예산을 급격히 증액하고 있는 폴란드와 독일 시장의 조달 시스템 특수성과 우회 진입 전략이 논의됐다. 방위산업 시장은 무기 체계 생산 허가·이중 용도 품목의 수출입 통제 및 기밀 유지 등 엄격한 다중 규제가 적용되는 산업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총생산(GDP) 대비 5% 규모의 대규모 방위비를 지출하고 있는 폴란드의 특수성과 관련, DZP 로펌의 토마슈 다브로스키 방산팀장은 조달 절차의 예외적 구조를 설명했다. 국가 안보상 긴급한 전력화가 요구되는 주요 무기 체계 사업의 경우 폴란드 정부는 'EU 기능조약 제346조(안보를 위한 공공조달 예외 조항)'를 원용해 일반적인 입찰 절차를 생략하고 정부 간(G2G) 신속한 수의 계약 형태로 조달을 진행하는 기조가 관찰된다. 다브로스키 팀장은 폴란드 조달 시장 내 안정적인 공급망 진입을 위해 산하 50여 개 계열사를 보유한 국영 방산 지주사 'PGZ 그룹'과 전자전 분야 등에 특화된 주요 민간 업체인 'WB 그룹'과의 하도급·파트너십 구축이 실무적 전제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대규모 자본 소요 특성을 고려해 폴란드 당국은 계약 초기 10~30% 규모의 선수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확립돼 있고 한국 공적 수출 신용 기관의 금융 보증을 결합한 자금 구조에 익숙하다는 점이 시장 진입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1000억 유로 규모의 특별 국방 기금을 편성한 독일 시장에 대해서는 독일 글라이스 루츠의 안셀름 크리스티안센 파트너 변호사가 실무적인 우회 투자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유럽 내 자체 생산 역량이 증액된 국방 예산을 집행하기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고 독일 군 당국이 납기 역량을 입증한 한국 기업을 북대서양 조약 기구(나토, NATO) 우방국 수준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티안센 변호사는 관련 소재·부품 부문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브라운필드(Brownfield) 투자'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내연 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산업 전환 여파로 폐업 위기에 직면했지만 금속 정밀 주조·단조 기술 등을 보유한 독일 내 자동차 부품 공장을 한국 기업이 인수해 드론·정밀 타격 무기·탄약 부품 등의 방산 제조 시설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이같은 투자는 기존 현지 근로자의 고용을 승계하고 지역 경제 기반을 보전한다는 정치적 명분을 제공해 통상적으로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는 독일 정부의 FDI 안보 심사를 원활하게 우회 통과할 수 있는 실효적 방안으로 평가받았다. ◇ '유럽 퍼스트' 기조 대응…'능동적 현지화' 이날 논의된 주요국 사례들은 유럽 연합 내 '역내 생산 우대(Europe First)' 기조가 제도적·실무적으로 고착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독일과 같이 명시적인 절충 교역 의무를 입찰 조건에 법제화하지 않은 국가여도 실무 조달 계약 협상 과정에서는 수주 기업에게 기한 내 부품 공급망을 역내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는 암묵적인 할당 압력이 광범위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현지 파트너와의 합작 법인(JV) 설립·기존 현지 기업 인수·합병(M&A)·브라운필드 투자 등을 적극 추진해 물리적·법률적으로 현지 기업과 완벽히 동일한 '유럽 법인'의 지위를 확보하는 고강도 현지화 전략 수립이 필수 불가결할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AI와 기상기술의 만남”… ‘2026 기상기후산업대전’ 부산서 막 올랐다

국내 기상·기후산업의 최신 기술과 산업 동향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2026 기후산업국제박람회 기상기후산업대전'이 16일 부산에서 막을 올렸다. 기상청과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이 주최·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부산 벡스코(BEXCO) 제1전시장에서 열린다. 이번 박람회에는 기상관측·계측, 기상정보 서비스, 재난·안전, 환경·대기오염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참가해 기상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기술과 제품을 선보인다. 특히 올해 전시에서는 기상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구현되는 다양한 적용 사례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씨텍은 친환경 에너지 6m 해양기상부이를, 알에프코어㈜는 기상레이더 기술을, ㈜월드텍은 도로 위험 기상정보 및 건설 현장 기상안전 플랫폼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기상관측부터 맞춤형 정보서비스, 대기환경 측정, 재난안전 관리에 이르기까지 기상기술이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참가기업 명단은 공식 홈페이지 온라인전시관에서 확인 가능하다. 전시 첫날인 16일 오후 1시에는 '기후테크 혁신과 기상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가 벡스코 제1전시장 314~315호에서 열린다. 인공지능(AI) 기술과 기상·기후산업의 융합 사례를 중심으로 기상산업의 발전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주요 발표로는 △서울대학교의 레이더 영상 기반 '초단기 AI 강수예측 시스템' △㈜쿼터니언의 기상 분야 혁신제품인 '무인항공기 개발 기술 적용 휴대용 AWS' △(유)나노웨더의 기상정보·AI 기반 '여객선 운항 의사결정 지원 서비스' 개발 성과 등이 진행된다. 이를 통해 기상정보의 생산·분석·예측은 물론, 다양한 산업에서의 활용 방안까지 폭넓게 다룰 예정이다. 아울러 행사 기간 참가기업이 핵심 기술과 제품을 직접 소개하는 '기상기술 CON'과 전시장을 순회하며 기술을 체험·교류하는 '기상산업 탐방회' 등 다양한 비즈니스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참관객과 바이어는 기상산업의 최신 흐름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공공기관·기업·연구기관 간 협력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상기후산업대전은 기업 전시, 콘퍼런스,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통해 AI·데이터·재난안전·환경 등과의 융합기술을 통합적으로 선보이며,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 기상산업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과 미래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물 부족 호남 반도체, 답은 ‘하수 처리수’…관건은 2.5배 단가

물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끌어다 재이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전남광주의 호남권 반도체 공장은 물론, 최근에는 용인과 평택의 반도체 공장에도 하수처리수 재이용 계획이 발표됐다. 하지만,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하는 데 문제는 없을까.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국가 3대 메가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산업용수 공급방안 - 재이용수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환경정책심포지엄이 한국환경한림원(회장 김재영) 주최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후에너지 환경부 한명실 생활하수과장과 한국환경공단 권기원 하수도처장이 주제 발표를 맡았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반도체 공장에서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으나, 실제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바로 시간과 수질, 비용 등 미리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필요한 시설 제 때 건설될 수 있나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에는 하루 65만㎥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지인 광주 군공항에서 약 3㎞ 떨어진 곳에 광주 제1하수처리장이 있다. 하루 60만㎥의 시설 용량을 갖추고 있는데, 기후부는 이곳에 하수 재이용 시설을 설치해 하루 30만㎥의 공업용수를 생산·공급할 계획이다. 기후부는 또 △화성·오산하수처리장(시설용량 하루 12만㎥)에서 삼성전자 기흥·화성캠퍼스로 △수원(하루 21만㎥)에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로 △청주하수처리장(하루 4만㎥)에서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으로 물을 보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가동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들 사업은 보통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진행된다. 민간에서 투자해 시설을 완공한 다음 일정기간 투자비용을 회수한다. 태영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수원시하수처리장 처리수 재이용 사업은 지난 2019년 수원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착공하지 못했다. 공사에 3년이 걸리는데, 지난 1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신청했다. 호남권 반도체 단지의 경우 하수처리장과 산단 사이의 거리가 가깝지만, 공급관로만 연결한다고 되는 사업이 아니다. 전처리와 역삼투압(RO) 혹은 이온교환수지, 후처리, 저장·송수시설 등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 대규모 플랜트 사업이다. 통상 착공 이후에도 2~3년 이상의 건설기간이 필요하다. 설계·인허가·사업자 선정 등을 포함하면 실제 공급까지는 3~4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재이용수 공급시설의 건설 일정을 반도체 산단의 착공·가동 일정과 맞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반도체 만들 수 있을 만큼 깨끗한가 물을 제때 공급한다 하더라도 수질 문제가 있다. 수질 역시 안정적인 유지가 필요하다. 반도체 공장에서는 초순수 생산해 사용한다. 물에 불순물이 있는 경우 반도체 생산 수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초순수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보통 물 4㎥이 들어간다. 역삼투압, 이온 제거, 탈기, 자외선 처리, 한외여과 등 여러 단계로 정화하는 과정에서 오염 농축수와 세정수가 발생하고 버려지기 때문에 초순수 생산량보다 훨씬 많은 물이 필요하다. 호남 반도체 산단에서는 하루 물 사용량 65만㎥ 가운데 절반은 초순수 생산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냉각수나 보일러 용수 등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이용수를 초순수 제조에 투입할 경우 반도체 공장에서 물 공급업체(시설 운영업체) 쪽에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 수질 항목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자동 모니터링을, 자동분석이 어려운 오염물질에 대해서는 주기적인 정밀 분석을 요구할 전망이다. 일정 기간 동안 수질 데이터를 확인한 다음에야 초순수 생산에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공장 가동 중에 수질에 이상이 있을 경우 재이용수 공급을 중단하고 대신 댐·하천수 등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공장에서는 재이용수를 냉각수나 보일러에 사용하고, 초순수는 댐이나 하천에서 취수한 물로 생산하려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경우 재이용수 수질을 어느 수준까지 맞출 것이냐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물값이 너무 비싸지는 않나 재이용수를 돈을 얼마나 받고 공급하느냐도 문제다. 현재 국내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급하는 공업용수 가격은 ㎥당 700~900원, 한국수자원공사의 광역정수장에서 공급하는 가격은 320원 정도다. 호남권 반도체 공장의 하수 재이용사업에는 약 72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7200억원을 전액 민간이 투자하고 하루 30만㎥를 30년 동안 공급한다고 가정하면, 단순히 원금만 회수해도 ㎥당 219원이 필요하고, 적정한 투자수익률(7%)과 운영비까지 고려하면 톤당 700~900원 정도는 받아야 경제성이 나올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심포지엄에서도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할 경우 ㎥당 800원 정도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루 30만㎥씩 365일 동안 500원을 더 지불한다면 호남 반도체 공장은 연간 548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재이용수를 늘릴 필요도 있지만, 물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 입장에서는 일반 공업용수보다 비싼 가격을 주고 재이용수를 사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명지대 환경시스템공학과 이경혁 교수는 “현재 공업용수는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지만, 하수 재이용수는 부가세가 부과되는 제품으로 분류돼 있다"면서 조세 체계의 비대칭성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역삼투압 시설 가동 후에 나오는 오염 농축수(재이용량의 약 30%)는 다시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데, 이때 하수도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시설 운영 업체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도체 기업의 사회적 기여가 필요 이두진 케이워터연구원 상하수도연구소장은 “민간 투자와 ESG를 결합한 '기존 용수와 경쟁하지 않는 산업용수 확보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댐 증고와 농업용수 용도전환 등은 수몰 보상과 환경영향평가, 수리권 갈등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호남권 메가프로젝트의 총용수수요를 댐·하천에 의존하는 대신, 하·폐수 재이용, 담수화 등의 대체 용수를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반도체 공장 자체 폐수 재이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기업이 대체 용수 처리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기존 지표수에 비해 비싼 재이용수, 해수담수화 용수를 구매함으로써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관점에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모범적인 ESG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순천향대학교 에너지환경공학과 정종민 교수도 “댐 용수와 하수 재이용수, 기업 자체 폐수 재이용수의 적정 분담량을 사전에 산정하고, 신규 공장 설계단계부터 산업폐수 직접 재이용 확대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현장] 히트펌프, -15℃ 추위에도 열공급 2.5배…삼성전자 제주 실증현장 가보니

[제주도=정승현 기자] 제주도 도남동에 위치한 연면적 100㎡(30평) 규모의 단독주택. 지붕에는 발전용량 3킬로와트(kW) 규모의 태양광 패널이 달려 있다. 외관과 건물 구조는 여느 동네 주택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냉난방만큼은 평범하지 않다. 냉방과 난방 기기의 실외기가 하나로 돼 있고, 전기를 적게 소비하는 '히트펌프'를 쓰기 때문이다. 이곳은 지난 6월부터 삼성전자 히트펌프로 냉방을 하고 있다. 지난 여름 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씨, 이곳은 삼성 히트펌프로 열 효율을 높였다. 히트펌프는 냉매의 온도·압력 변화에 따라 열을 방출하거나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해 실내 온도를 낮추거나 높이는 식으로 작동한다. 외부 공기의 열을 냉매가 흡수해 기체 상태로 변화시키고, 이 기체를 압축해 압력을 높였다가 응축하면 압력이 낮아지고 액체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방출한 열을 축열조에 저장하고, 액체 냉매가 다시 외부 공기의 열을 흡수하면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을 반대로 돌려 냉매가 실내 공기의 열을 흡수하도록 하면 냉방이 된다. 기존 에어컨은 열을 바깥으로 내보내지만, 히트펌프는 이 열을 버리지 않고 축열조에 저장한 뒤 물을 데우는 데 쓴다. 압축과 응축 과정에서 쓰는 전기는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것을 이용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부터 한국형 냉난방 겸용 'EHS 올인원 히트펌프'를 이 주택에서 실증하고 있다. 히트펌프가 4계절 동안 작동을 잘하는지 성능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는 계획이다. 히트펌프는 기존 난방기와 온수기 대비 전력을 60% 적게 소비한다. 전력 소비량을 줄이는 동시에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로 자가 발전하면 전기료가 0이 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제품은 35℃ 출수 조건에서 계절성능계수(SCOP)이 4.9를 기록했다. 계절성능계수는 연간 총 난방 에너지 공급량을 소비전력량으로 나눈 것이다. 정부는 히트펌프 보급사업 에너지효율 가이드라인으로 SCOP 기준을 4.5로 제시했다. 겨울에는 외기 온도 영하 25도에서 정격 난방 성능 100%를 제공한다. 이러한 성능은 지하에 축열조와 함께 설치된 제어기로 확인할 수 있다. 제어기에는 작동 상태와 실제 냉난방 효율을 확인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탑재했다 표순재 삼성전자 생활가전(DA)사업부 개발팀 부장 엔지니어는 “오늘(14일) 오전 히트펌프의 효율(SCOP)을 확인해 보니 4.1이 나왔다"며 “섭씨 50도(℃) 정도의 급탕(온수)은 기름 보일러를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이 0"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냉방기 원리를 반대로 뒤집으면 난방이 가능한데, 기온 영상 7도에서는 열효율이 4를 넘고, 영하 15도에서도 2.5를 넘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히트펌프 보급 속도가 한국보다 빠르다. 온돌식 난방이 보편화된 한국과 달리, 물을 이용해 공기를 덥히는 라디에이터 문화가 발달했고, 여름철 무더위가 한국만큼 극심하지 않은 데다 각종 건축 규제의 영향으로 에어컨 설치 비중이 낮다. 게다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위기가 닥치면서 기존 방식의 보일러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미 유럽 시장에서 판매 중인 삼성전자 히트펌프는 현지 시장에 맞춘 제품 설계를 구현했다. 외관 측면에서는 전체적으로 검정색 계열로 통일하고, 팬의 형태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 공기와 맞닿도록 촘촘한 그릴 형태로 숨겼다. 아울러 부엌 냉장고 옆에 붙여 쓸 수 있게 디자인된 '키친 핏' 유형도 출시돼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물리적으로 해결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아파트가 주택 형태의 대부분을 차지해 국내 히트펌프 보급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히트펌프 실외기가 큰 데다 축열조와 물탱크가 별도로 있기 때문이다. 실외기는 폭이 127cm로 넓고 공기를 순환시키는 팬이 크다. 축열조는 단독주택에서 지하실에 설치할 수 있는 반면 아파트에서는 작은 방 하나를 둬야 한다. 어른 두 명이 서있는 정도로 너비와 높이가 크다. 신축 아파트는 지금부터라도 설계를 바꾸면 되지만, 이미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놓을 데가 없다. 표 부장은 “공동주택에도 설치할 수 있는 히트펌프를 만들려면 유럽의 키친 핏처럼 실외기 폭을 좁히고 키를 높여 집안에서 차지하는 면적을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며 “열교환기와 팬, 압축기 같이 열 성능에 영향을 직접 주는 설비 이외에 파이프나 제어판 같은 부수적 부분의 설계를 컴팩트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내일날씨] 구름 많고 일교차 15℃…제주 비·남해안 강풍

오는 17일 전국에 구름이 많겠고, 제주도는 대체로 흐린 가운데 비가 내리겠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일교차가 최대 15도(℃)로 크겠으며, 남해안과 제주도에는 강한 바람이 불겠다.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17일) 늦은 오후부터 제주도에 5~20㎜의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남해안과 제주도, 일부 내륙에는 바람이 순간풍속 시속 55km(초속 15m) 안팎으로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새벽부터 동해 남부 먼바다와 남해 동부 먼바다, 제주도 해상에는 바람이 시속 30~55km(초속 9~15m)로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1.5~3.5m로 매우 높게 일면서 풍랑특보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겠다.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겠으나 동해안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일교차가 10~15℃로 크게 벌어지겠으니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1~21℃, 낮 최고기온은 23~29℃로 예보됐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현장] “바닷물로 수소 만들고 AI로 풍력 관리”…제주, 무탄소 에너지 전진기지로

[제주도=정승현 기자] 14일 제주도 한경면 용수리 해변에서 유람선으로 20분 가까이 이동한 해역. 육지에서 약 1.2km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 상가 건물 한 채만한 구조물이 서 있다. 세계적으로 통하는 해상 구조물 색상 체계에 따라 검정 배경의 가운데에 붉은 띠를 두르고 있는 이 시설은 250MW급 설비 2기로 구성된 해상변전시설로, 제주도 서쪽 해역에서 진행 중인 파력발전 실해역 시험장의 일부다. 해상의 파력·풍력발전 설비와 그린수소 생산 시설, 육상 전력계통을 잇는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주도하는 이 파력발전 시험장은 아시아 최초로 구축된 5MW급 계통연계 해양에너지 실해역 시험장으로, 약 104만㎡ 면적에 정박지 5곳과 해저케이블, 수중 커넥터 등으로 구성된다. 수심 15~60m 지점에 위치한 해상 정박지에서는 파력발전 설비와 고정형 해상풍력발전 설비, 파력·풍력발전과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 실증이 이뤄진다. 이밖에도 파고계와 기상대, 육상관제실 등이 있다. 파력발전과 풍력발전을 그린수소 생산과 연계하는 실증에 나선 이유는 수소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서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수소는 자원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고, 인프라를 구축하면 장기간 저장, 운반 등이 용이하다. 그런데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설비에 투입하는 전력까지 무탄소로 생산해야 탄소 배출량 0을 달성할 수 있다. 특히 선박 분야에서는 자동차 방식의 전기화를 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메탄올이나 암모니아를 활용해 수소를 동력원으로 삼는 에너지 전환이 절실하다. 이미 유럽에서는 해상에서 발전된 전기를 바로 수소 생산으로 연계하기 위해 고정식·부유식 플랜트를 만드는 '포스하이돈(PosHYdon)' 같은 프로젝트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김경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친환경해양개발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기자들에게 “해상은 육지와 달리 (발전이 가능한) 파도와 조류, 바람이 있지만, 염분이 없는 '청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바닷물을 담수화하고 이 물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 바닷물로 수소 생산 설비를 냉각하고 무인 원격 제어가 문제 없는지를 포함해 해상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720시간 이상 수소를 생산하는 실증을 마쳤고, 지금은 수소저장장치와 연료전지를 설치해 생산 수소를 다시 전기로 바꿔 소매 전력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부유식 발전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검증하는 단계를 2031년까지 마친다는 목표"라고 부연했다. 이곳 정박지들 가운데 수심 60m지점으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5번 정박지'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주도하는 3MW급 부유식 해상풍력 실증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해상풍력 발전이 부유식으로 확대되면 더 멀리서 더 많은 전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제주도를 해상풍력 발전 공급망을 강화하고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전진 기지'로 삼고 있다. 제주도 제주시 오라이동에 두산에너빌리티 기자재로 설치된 풍력발전기 37기를 관제하며 운영 및 유지보수(O&M)를 수행하는 '윈드파워센터'도 운영 중이다. 유럽 등 해외 지역에 비해 풍속이 낮은 국내에서 해상풍력발전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자재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10MW급 풍력터빈 국산화 실증사업을 곧 마무리하고, 경남 창원공장에서 15MW급 터빈을 만들기 위해 독일 지멘스 사와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동원 두산에너빌리티 풍력비즈니스그룹(BG) 수석은 기자들에게 “국내에서는 풍력발전 블레이드의 지름을 늘린다는 개념을 토대로 발전 효율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전체 발전단지의 용량이 400MW를 넘는다면 15MW짜리 기자재 탑재가 더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풍력발전기 같은 기자재 제작 능력을 바탕으로 풍력발전 단지 설계조달시공(EPC), O&M까지 사업을 확대해 해상풍력 전반에서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 두산에너빌리티 구상이다. 풍력터빈을 비롯한 기자재 공급과 EPC 실적은 제주도와 서남해권 등 곳곳에서 이미 냈고, O&M 분야에서는 두산 기자재를 쓰는 풍력발전 단지를 대상으로 20년 동안 품질을 보증해주고 있다. 이 수석은 기자들에게 “두산이 직접 O&M을 수행하는 37기를 제외하고 발전사가 자체 관리하는 나머지 기기는 두산이 기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기자재 제조사가 운영해야 발전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는 업계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해 O&M 자동화 비중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3년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듬해 도입해 AI로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을 찾아내는 비중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최인우 두산에너빌리티 풍력BG 수석은 “AI로 풍력발전 운영 비효율을 20% 줄인다는 것이 목표"라며 “AI가 적용할 데이터를 쌓고 있고, 수익성은 이르면 내년쯤 분석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위성곤 제주지사 “에기평·마사회·공항공사 유치 원한다”

[제주도=정승현 기자]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과 한국공항공사, 한국마사회를 제주도에 유치할 공공기관 후보로 올려놨다고 언급했다. 민간 기업 유치도 탄소중립 기술이나 인공지능(AI) 관련 실증을 하려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위 지사는 15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2026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 및 분산에너지 포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 에너지기술평가원을 (제주도로 유치하려는) 제1·2·3 공공기관으로 선정하고 업무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및 통폐합 정책과 관련해 기관별로 어느 지자체를 이전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는데, 위 지사가 3곳을 유치 후보로 두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에기평을 유치하려는 이유에 관해 위 지사는 “제주도는 분산에너지 실험이나 한국이 앞으로 나아갈 10년 뒤의 모습을 실증·실험 중"이라며 “(제주도가) 실증 측면에서 최적의 입지를 가졌기 때문에 관련 기관이 이제는 필요하고, 에기평을 유치해 제주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도는 전체 차량의 13%가 전기차이고, 전체 전기 사용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30%를 넘어선다"며 “그간 제주도가 에너지 산업에 투자한 열정과 재원을 보면 당연히 에기평이 제주도에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 유치에 관해서는 “한국에 사는 말의 50%가 제주도에 있고, 경마장에서 운영하는 경주마의 90%가 제주도에서 태어났다"며 “한국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공항을 관리하는데, 제주국제공항은 이들 공항 모두와 접근성이 가장 용이하므로 공항을 관리할 최적의 조건을 제주도가 갖췄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을 유치할 길도 열어놨다. 위 지사는 “탄소중립 기업이나 AI로 실증 필요로 하는 기업을 주로 유치하려고 한다"며 “어떻게 배터리와 해상풍력·태양광을 안정적으로 연결하고 전력계통을 운영할지가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로, 이러한 산업을 하려는 기업들이 제주도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는 첨단산업단지를 제외하고는 산업단지가 없어서 산업단지를 대규모로 조성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도 해상풍력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전국 계통으로 연결하겠다는 방향도 내놨다. 수도권 등 육지에서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해 제주도의 해상풍력 발전이 다른 지역에 비해 우수하다는 점을 이용하자는 설명이다. 위 지사는 에너지 지산지소 문제에 관해 “제주는 뭍에서 50km가량 떨어져 있는 추자풍력을 기준으로 바람 세기가 초속 약 8.5m이고 지속 시간도 길어 '바람의 질'이 우수해 해상풍력 발전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가졌다"며 “정부를 설득해 국가계통에 접속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석탄발전 폐지로 수요가 늘어날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고 국내 전체 열에너지 수요의 50%를 전기화하는 과제가 있다"며 “제주에서 지산지소 풍력발전을 한 뒤 초고압직류송전(HVDC)으로 수도권까지 연결한다면 HVDC 구축에 약 18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익공여 방식으로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도 예산으로 쓰는 대신 마을 공동 예산으로 환원하는 등 주민이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위 지사는 “제주도가 운영하는 2가지 제도 중 하나로 순이익의 17.5%를 전부 기금으로 받아 사용하는 이익공유화기금 모델은 주민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할 이유가 없다"며 “반면 수원리 형태로 취약계층 도민이 참여했을 땐 펀드를 조성해 공공이익 지분과 개별투자 금액을 만들거나 추자 해상풍력처럼 지역주민과 어업 관계자들이 공유하는 방식으로 수익모델을 짜면 사업 성과가 훨씬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도 내 수소 사업에 관해서는 “그린수소를 기반으로 세운 수소트램 계획은 정책적으로 중단하고 전기트램으로 전환했다"며 “지금 그린수소의 단가가 산업화할 수 있을 정도로 내려오질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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