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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3분기에도 영업익 감소 예상…부채 감축·대형 투자 부담↑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전력판매량 감소와 연료비 증가 같은 탓에 영업실적이 감소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무 관리 부담이 다시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영업실적 개선과 부채비율 감축 성과를 내왔지만, 향후 3대 메가프로젝트와 재생에너지 전력망 혁신 등을 뒷받침할 송전망 투자가 필요한 시점과 맞물려 한전이 다시 재무 부담을 안아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로부터 집계한 영업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조277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9.7%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27조5011억원으로 0.3% 줄고, 당기순이익도 60% 감소한 2조2775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력 판매 비중이 절반가량으로 제일 큰 산업용 전력의 수요가 줄어들고, 평균 판매 단가도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7~8월 전체 전력 판매량은 10만291기가와트시(GWh)로 0.6% 줄었고, 평균 판매단가도 킬로와트시(kWh)당 178.68원으로 2.19원 낮았다. 특히 산업용 전기 판매량은 48017GWh로 2% 줄었다. 연료비도 상승 추세다.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의 3분기 평균 연료비는 각각 kWh당 90.29원과 153.07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7.2%, 27.8% 상승했다. 한국가스공사의 국내 발전용 천연가스 도매 공급 가격도 지난 7월 들어 기가줄(GJ)당 2만원선을 18개월 만에 돌파했고, 3분기(7~9월) 평균 가격은 2만2685.39원으로 전년 동기보다31.4% 상승했다 지난 2분기에도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은 1조1286억원으로 47.2% 줄어들며 큰 낙폭을 보였고, 매출은 21조9189억원으로 0.1% 줄었다. 지난 1분기에도 0.8% 늘어난 3조784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것과 반대 움직임이었다. 1~2분기 동안 한국전력의 전력 판매량이 266.7테라와트시(TWh)로 0.6% 줄어들고, 석탄 발전량 증가와 유연탄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연료비가 10조1429억원으로 8.8% 증가한 탓이었다. 계통한계가격(SMP)이 지난 9월 중순 들어 kWh당 100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전력 구매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료 구매 비용이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점에서 4분기에도 영업이익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부담 요인으로 한전의 부채비율 축소 기조가 더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24년에는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한 뒤 지난해 전년 대비 61.3% 증가한 13조490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 결과 2023년 543.3%까지 올라갔던 부채비율이 2024년 496.7%로 축소됐고, 지난해에는 416.9%까지 내려왔다. 올해는 2분기 말 기준 406.4%로 줄였다. 그럼에도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연료비 급등 여파로 6월 말 연결 기준 약 211조원의 부채와 133조원의 차입금이 남아 하루 115억원 수준의 이자비용 부담이 발생했다. 투자 요인이 늘어난 점도 부담이다. 올해 들어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AI데이터센터·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부터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까지 이를 뒷받침할 송전망을 구축하는 역할을 한전이 주도하기 때문이다. 당장 용인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송전망을 확장하거나 새로 건설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출력제어를 줄이기 위한 단기 해법으로 기후부가 제시한 전력망 혁신 계획도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작업인 만큼 결국 한전이 앞장서야 하는 과제다. 메가프로젝트와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잡은 올해 설비투자 계획 규모만해도 약 23조1270억원으로 전년보다 23.7%나 늘었는데, 앞으로 계획해야 하는 연간 설비투자 규모는 더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한전의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은 4분기까지 13개 분기 연속, 산업용 요금은 7개 분기 연속 동결됐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2024년 70%가량 인상된 뒤 9분기 연속 동결됐고, 가정용 전기요금은 2023년 이후 15분기 연속 유지됐다. 반면 지난 2분기 기준 200조원을 넘어섰고 하루 이자비용으로 100억원가량을 지출하는 한전의 상황은 지난 3분기에도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달 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필요한 전력망 투자가 계속해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최소한의 전기요금 인상은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기후변화가 목조문화재 위협한다…흰개미 피해 위험지수 27% 상승 [기후 리포트]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우리나라 목조문화재를 위협하는 흰개미와 목재 부후균(腐朽菌)의 위험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재 부후균은 목재의 셀룰로오스와 리그닌 등을 분해해 나무를 썩게 하고 강도와 내구성을 떨어뜨리는 곰팡이·버섯류를 말한다. 지난 53년 동안 흰개미의 기후 기반 피해 위험지수는 27%, 목재 부후균 위험지수는 12.4% 상승했다. 흰개미의 활동 가능 기간도 연간 약 2주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복원기술연구실의 김시현 연구원과 경남대학교 문화유산복원예술학과 이금마 교수는 이같은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바이오리소시스(BioResource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 전국 목조문화재 506곳 기후변화 분석 연구진은 2025년 12월 기준 국가 지정 목조문화재 506곳을 대상으로 1973~2025년 기후자료를 분석했다. 국보 28건, 보물 264건, 국가민속문화유산 201건, 사적 내 목조 건축물 13건이 포함됐다. 기상청의 장기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전국 61개 기상관측 지점의 일별 기온과 강수량을 분석하고, 1㎞ 해상도의 기후자료를 결합해 문화재별 기후 특성을 추정했다. 분석 지표는 연평균 기온과 1월 평균기온, 흰개미 활동 가능 일수와 위험지수, 목재 부후균 위험을 나타내는 셰퍼(Scheffer) 기후지수 등이다. 분석 결과 목조문화재 주변의 연평균 기온은 1973~1982년 11.62℃에서 2016~2025년 13.11℃로 1.49℃ 상승했다. 1월 평균기온도 영하 1.92℃에서 영하 0.26℃로 1.65℃ 높아졌다. 서울·경기 지역의 연평균 기온 상승 폭은 1.84℃로 가장 컸고, 강원 1.73℃, 충청 1.6℃, 제주 1.56℃ 순이었다. ◇ 흰개미 활동 기간 2주 늘어…위험지수 27% 상승 기온 상승은 목조문화재를 갉아먹는 지하흰개미류의 활동 조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연구진은 우리나라 목조문화재에서 문제가 되는 일본흰개미(Reticulitermes speratus)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지하흰개미류는 땅속에 군체와 둥지를 만들고 땅속 통로나 흙길을 통해 목재에 접근해 갉아먹는 흰개미 무리를 말합니다. 일본흰개미가 대표적인 지하흰개미류다. 목조문화재에서는 특히 기둥 밑동처럼 땅과 가까운 목재가 공격받기 쉽다. 이 흰개미는 일평균 기온이 약 10℃ 미만이면 먹이 활동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21~30℃에서 먹이 섭취가 가장 활발하다. 일평균 기온이 10℃ 이상인 날을 활동 가능 일수로 계산한 결과, 연평균 208일에서 222일로 14일 늘었다. 기후 기반 흰개미 위험지수도 27% 상승했다. 연구진은 세계 133개 지역의 목재 분해 실험을 토대로 기온 상승에 따른 흰개미의 목재 분해 속도 변화를 추정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기온이 10℃ 상승할 때 흰개미에 의한 목재 분해 속도는 약 5배, 미생물에 의한 분해 속도는 약 2배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흰개미는 사람처럼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효소를 충분히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장내에 공생하는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목재의 주요 성분인 셀룰로오스를 분해하고 영양분을 얻는다. ◇ 곰팡이 부후 위험도 12% 상승…강수 조건이 변수 목재를 부패시키는 곰팡이류의 위험도 증가했다. 기온과 강수일수를 반영하는 셰퍼 지수(Scheffer Climate Index)는 1973~1982년 47.3에서 2016~2025년 53.2로 12.4% 상승했다. 셰퍼 지수는 기온과 강수일수를 이용해 목재가 곰팡이 등 부후균에 의해 썩기 쉬운 기후 조건인지를 평가하는 지표다. 지수가 높을수록 기온이 높고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 목재 부후가 발생하기 좋은 기후 조건이라는 의미다. 세퍼지수는 지역별로 차이가 컸다. 서울·경기에서는 18%, 강원에서는 15% 상승했지만, 전남 남부 해안과 제주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낮아졌다. 곰팡이류의 목재 부후에는 기온뿐 아니라 목재가 젖는 빈도와 수분 상태가 중요하다. 실제로 전국 강수일수는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지 않았다. 전통 목조건축물의 구조도 고려해야 한다. 깊은 처마는 비가 목재에 직접 닿는 것을 줄여준다. 따라서 처마 아래 목재의 실제 부후 위험은 비에 노출된 목재를 전제로 계산한 셰퍼 지수보다 낮을 수 있다. 반면 기둥 밑동과 툇마루, 지붕 누수나 빗물 튐이 발생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다. ◇ 사후 방제에서 예방 중심 관리로 전환해야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흰개미 위험지수가 곰팡이 부후 위험지수보다 더 빠르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흰개미 위험지수가 셰퍼 지수보다 더 크게 오른 문화재는 전체 506곳 가운데 459곳으로 약 91%에 달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학적 피해 위험이 커지는 만큼 목조문화재 관리도 사후 방제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제안이다. 전국 문화재 현장의 생물 피해 조사 방법을 표준화하고, 실제 피해 자료와 기후 위험지수를 연결해 관리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흰개미 방제도 피해가 발생한 건물만 처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찰이나 전통마을처럼 목조 건축물이 모여 있는 지역 전체의 군체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붕 누수를 막고 기둥 밑동 주변의 배수를 개선하며, 건물 주변의 고사목과 나무 그루터기를 제거하는 일상적인 관리도 중요하다. 연구진은 향후 실제 문화재 피해 조사와 기후 기반 위험지수를 비교하고,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해 미래 위험을 평가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자연생태계뿐 아니라 문화유산의 보존 여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문화재 보존정책을 마련하려면 기후자료와 실제 피해 현황을 함께 분석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손님이 하나뿐인 시장의 탄소 가격

시장가격을 믿을 수 있는 건 사고파는 사람이 여럿이고, 그들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값을 매긴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도 마찬가지여서, 이 가격은 우리 경제가 온실가스 한 톤을 줄이는 데 대략 얼마가 드는지를 시장이 알려 주는 일종의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발전 5사를 하나로 합친 '한국발전'을 내년 10월 출범시키기로 하면서, 바로 이 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 경쟁을 시키겠다며 다섯으로 나눈 지 25년 만에 다시 하나로 묶는 것이니, 재생에너지 전환을 한 주체가 책임지고 끌고 가겠다는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그 회사가 배출권 시장에서 차지할 위치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것 같다. 시점도 공교롭다. 올해 시작된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에는 발전회사들이 정부 경매에서 사야 하는 배출권 비율이 해마다 늘어나 2030년에는 절반에 이르는데, 경매 물량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바로 그 무렵에 가장 큰 손님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셈이다. 원래부터 파는 쪽은 정부 하나였으니, 이제는 파는 쪽도 사는 쪽도 사실상 하나 (즉 쌍방독점, Dual Monopoly)인 경매장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경매장에서 가격이 어떻게 정해질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하나가 된 회사로서는 굳이 높은 값을 써낼 이유가 줄어들고, 정부가 정해 둔 최저 낙찰가 근처에서 응찰하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경매 가격은 감축에 드는 실제 비용이 아니라 한 회사의 입찰 전략으로 정해지게 된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 최저 낙찰가가 거래소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진다는 점인데, 통합 회사는 거래소에서도 가장 큰 거래 주체이니 경매 가격과 거래소 가격이 서로를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맞물릴 여지도 없지 않다. 거래소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지금은 석탄 비중이나 가동률이 서로 다른 다섯 발전사 사이의 거래가 적지 않은 거래량을 만들어 내는데, 통합이 되면 이 거래는 한 회사 안의 장부 정리로 바뀐다. 거래가 줄어든 시장에서는 가격이 실제 수급과 무관하게 한쪽으로 쏠리기도 쉬워진다. 철강이나 석유화학 기업들이 감축으로 남긴 배출권을 팔려 해도 가장 큰 매수자가 하나뿐이라면 받을 수 있는 값은 낮아지기 쉽다. 배출권 값이 낮아지면 당장 발전 비용 면에서는 나쁠 게 없어 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가격이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이 감축 투자를 할지 말지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데 있다. 가격이 낮다는 것이 감축이 그만큼 쉬워졌다는 뜻은 아닌데도, 시장은 그렇게 읽게 된다. 그 가격이 감축의 실제 비용이 아니라 시장 구조 때문에 낮게 형성된 것이라면 기업들은 해야 할 투자를 미루게 되고, 그렇지 않아도 주요국보다 낮다는 평가를 받아 온 우리 탄소 가격은 신호로서의 의미를 더 잃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도 발전 5사가 경매 물량 대부분을 사들이니 통합은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고, 수요독점이 곧바로 가격 붕괴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근거도 아직은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역시 통합 회사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맡은 만큼 지배적 사업자로 볼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전력시장에서는 그런 판단이 가능하더라도, 배출권 시장에서 통합 회사가 사실상 유일한 큰손이 되고 가격에 하락 요인이 하나 더해진다는 점까지 부인하기는 어렵다. 특별법에 기업결합 심사를 면제하는 근거까지 검토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는 더더욱 통합 이전에 따로 짚어야 한다. 우선 한 회사가 경매 물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가져가지 못하게 한 지금의 낙찰 한도부터 정리가 필요하다. 한도를 그대로 두면 통합 회사가 필요한 물량을 사지 못해 의무를 지키기 어려워지고, 반대로 한도를 풀면 수요독점을 제도가 인정해 주는 꼴이 되니, 어느 쪽이든 통합 전에 방향을 정해 두어야 한다. 최저 낙찰가를 거래소 가격이 아니라 미리 공표한 경로에 묶거나, 경매 참여자를 넓혀 사는 쪽을 다양하게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정산절차를 어떻게 만드는가가 중요해지겠지만, 가격을 한 회사의 손에 맡겨 두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탄소 가격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에너지 전환도 제 속도를 내기 어려운 만큼, 그 가격을 지키는 일까지 통합 설계의 일부가 되었으면 한다. bienns@ekn.kr

[내일날씨] 북서쪽 찬 공기 남하…아침 기온 ‘뚝’

오는 3일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아침 기온이 크게 떨어지겠다. 2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3일 최저기온은 0~9도, 최고기온은 15~19도로 예보됐다. 낮 기온은 전날과 비슷하겠지만 아침 기온은 5~8도가량 낮아져 쌀쌀하겠다. 특히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5도 안팎으로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돼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전국은 대체로 맑다가 오후부터 구름이 많아지겠다. 서해5도 등 일부 중부지방에는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으며, 서해5도의 예상 강수량은 5㎜ 미만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작가 송길영·가수 바다…환경재단, ‘2026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선정

환경재단(이사장 최열)이 올해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수상자로 △故 장지영 생태지평연구소 처장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제작진 △송길영 마인드마이너 겸 작가 △가수 바다 등 총 4팀을 선정했다. 환경재단은 오는 11월 3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환경재단 창립 24주년 후원의 밤 행사를 갖고 제19회 '2026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시상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환경재단이 2005년부터 주관하는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은 한 해 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눔과 헌신, 도전과 열정, 웃음과 감동으로 어둡고 그늘진 곳을 따뜻하게 밝힌 개인과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현재까지 총 555명이 수상했다. 올해는 환경 부문에서 故 장지영 생태지평연구소 처장과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제작진이 선정됐다. 지난 6월 세상을 떠난 故 장지영 처장은 약 30년간 갯벌 및 철새 서식지 보전과 생태계 보호에 앞장서 온 활동가다. 1996년 환경단체 활동을 시작해 시화호 수질오염과 새만금 간척 문제 등에 대응했으며, 2021년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되는 데 기여했다. '기후로운 경제생활' 제작진은 기후위기를 경제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기후·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넓혀왔다. 2024년부터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진행해온 라디오·유튜브 방송으로, 에너지 전환부터 기후위기가 소비생활에 미치는 영향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뤄왔다. 사회 부문에서는 송길영 작가가 선정됐다. 송 작가는 20여 년간 사람들이 일상에서 남긴 기록과 데이터를 분석해 사회의 변화와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대중에게 쉽게 풀어 설명해왔다. 저서 '시대예보' 시리즈를 통해 인공지능(AI)과 자동화, 조직·사회 구조의 변화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왔다. 문화예술 부문 수상자인 가수 바다는 대중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환경보호와 나눔 문화 확산에 앞장서 왔다. 올해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공식 홍보대사 '에코프렌즈'로 위촉돼 문화예술과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이번 시상이 수상자들이 이어온 실천을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지식과 재능을 사회와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김정관 산업장관 “체코 원전 차질 없이 완수”…한수원에 “더 큰 책임·리더십 보여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 결렬로 사업 차질 우려에 대해 “두코바니 원전 사업을 차질 없이 완수하겠다는 체코와의 약속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며 정상 추진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1일 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정부는 체코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으며, 이번 조치 역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장관은 한국 원전 산업의 경쟁력으로 기업 간 협력을 뜻하는 '팀 스피릿(Team Spirit)'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원전의 경쟁력은 기술과 가격만이 아니다"며 “서로 다른 기업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모으는 '팀 스피릿'이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언급하며 “수많은 어려움과 차이를 넘어 하나로 뭉쳐 UAE의 혹독한 사막에서 원전 4기를 성공적으로 건설했다"며 “그 과정에서 쌓아 올린 'On Time, On Budget'의 신뢰가 체코 원전 수주의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공계약 협상 과정에서 팀코리아 내부 갈등으로 비춰지는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나타냈다. 김 장관은 “이번 시공계약 협상 과정에서 팀코리아가 보여준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며 “어느 기업의 이해관계도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와 협력의 정신을 훼손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두코바니 원전 EPC 주계약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한수원은 개별 계약의 이해득실을 넘어 사업 전체를 바라보는 더 큰 책임과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며 “협력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견을 적극적으로 조율하며 팀코리아의 중심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정부 차원의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당분간 비상관리체제를 가동하고 장관과 차관이 매주 직접 사업 현안을 점검하겠다"며 “일정과 품질, 비용에 영향을 미칠 위험 요인을 철저히 살피고 필요한 조치를 미루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내일날씨] 새벽까지 전국 대부분 비…오전부터 차차 맑아져

오는 2일은 새벽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다가 오전부터 차차 맑아지겠다. 1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2일 새벽까지 서울·인천·경기 북부와 강원 중·북부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겠다. 1~2일 예상 강수량은 경기 남부와 강원도 5㎜ 안팎, 대전·세종·충남과 충북, 전북, 대구·경북 5~20㎜다. 광주·전남과 부산·울산·경남은 5~40㎜의 비가 예상된다. 제주도는 산지와 중산간을 중심으로 비가 더 많이 내리겠다. 예상 강수량은 제주 산지·중산간 20~60㎜, 해안 5~40㎜다. 울릉도·독도에는 5㎜ 안팎의 비가 내리겠다. 전국은 대체로 흐리다가 오전부터 맑아지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6~13도, 낮 최고기온은 14~20도로 예보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체코 시공협상 결렬·공론화위원회 가동…기로에 놓인 원전산업 [기후에너지환경 단상]

한국 원전 산업이 안팎에서 중요한 기로에 놓였다. 해외에서는 원전 수출의 교두보로 꼽히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시공사 선정이 원점으로 돌아갔고, 국내에서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추가 원전을 얼마나 담을지를 결정할 공론화 절차가 시작됐다. 시공사 재선정과 공론화 결과에 따라 향후 원전 산업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체코 원전은 정권 교체를 거치면서도 이어져 온 사업이다. 윤석열 정부 당시 프랑스 EDF와의 경쟁 끝에 한국수력원자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지식재산권 분쟁 관련 합의를 두고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에서 불공정 계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이재명 정부에서 최종 계약이 마무리됐고 이재명 대통령도 체코 원전의 성공을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잡음이 생겼다. 한수원은 지난달 29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두코바니 원전 주설비공사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했다. 양측은 공사비와 계약 조건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핵심 쟁점은 설계가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늘어날 수 있는 공사 물량과 비용 부담이었다. 한수원은 사업비 관리를 위해 총액을 확정하는 계약 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컨소시엄 측은 시공사가 통제하기 어려운 설계 변경에 따른 비용 위험까지 부담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문제가 있는 계약을 원전 산업 육성을 이유로 밀어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 협상 결렬이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원전 사업 전체 이탈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체코 원전이 갖는 상징성이다. 체코 원전 유럽 시장에서 한국 원전의 가격 경쟁력과 공기 준수 능력을 보여주고 향후 추가 원전 수출로 이어질 교두보로 기대를 받아왔다. 두코바니 5·6호기 계약에는 체코가 5년 안에 테믈린 원전 최대 2기를 추가 발주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있다. 한수원은 내년 7월까지 새 시공사를 선정하고 2028년 1월 부지 준비공사에 착수한다는 기존 계획을 최대한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체코를 비롯해 향후 원전 도입을 검토하는 국가에도 이번 소식은 전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사업 차질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한국 원전의 강점으로 내세워 온 사업비 관리와 적기 준공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국내에서도 원전 산업의 방향을 가를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제11차 전기본에 반영한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비교하면 분명한 변화다. 하지만 이번에 수립되는 12차 전기본에서 메가프로젝트 전력수요에 따라 추가 원전을 얼마나 확보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석탄 계획은 제시했지만 추가 원전은 공론화 절차를 거쳐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원전 공론화위원회는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시민참여단 선정을 위해 만 18세 이상 국민 1만5000명을 대상으로 국민기초조사를 실시하는 등 본격적인 공론화 절차에 들어갔다. 이 중 참여 의향을 밝힌 응답자 가운데 지역·성별·연령대별 무작위 추첨을 통해 300명의 시민참여단을 선정한다. 시민참여단은 숙의자료집과 온라인 학습을 거쳐 다음 달 11일부터 13일까지 2박3일간 숙의토론에 참여할 예정이다. 공론화 결과에 따라 12차 전기본에서 원전이 맡게 될 역할과 추가 건설 여부가 윤곽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등 메가프로젝트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를 어떤 전원으로 충당할지는 향후 국내 원전 산업의 일감과 생태계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입장에서는 11차 전기본의 신규 원전 2기를 확정하고 12차 전기본에서 추가 건설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 자체가 기존 탈원전 정책에서 상당히 달라진 행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원전 업계에서는 국내 신규 건설의 지속성을 아직 장담하기 어렵고, 해외에서는 체코 원전의 성공적인 이행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에서 사업 수행 능력을 입증한다면 유럽을 비롯한 추가 원전 수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고, 12차 전기본에서 추가 원전 건설이 확정된다면 국내 원전 생태계에 장기적인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두 축 모두에서 불확실성이 장기화한다면 원전 산업이 체감하는 정책 변화의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체코 원전의 향방과 12차 전기본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늘 거기서 사달이 난다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식욕이 크게 높아진다. 전문가에 따르면 세로토닌(serotonin)이 일조량 감소에 따라서 같이 감소하는 것이 가을철 식욕 증가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가을에는 또 다른 계절에 비하여 맛있는 음식이 많다. 입맛대로 먹다가 보면 '이렇게 먹다가는 사달이 나지'라는 생각이 든다. 사달은 사고나 탈을 의미하는 우리말이다. 무언가 본래부터 잘못 진행되고 있거나 아니면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하여 과장하거나 숨기다가 결국 문제가 터질 때 사용한다. 욕심을 부리다가 문제가 터질 때도 '사달이 난다'고 한다. 논어에 나오는 사자성어인 과유불급(過猶不及)과도 상통하고, 유명한 버나드 쇼의 묘비명인'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와도 짐짓 연결된다.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 초창기였던 10여 년 전에는 주로 정해진 트랙을 달리는 버스나 전차에 먼저 적용되었었다. 2018년 파리 국제 모터쇼 때 프랑스는 자국의 모빌리티 기업을 소개하기 위하여 자율주행 버스를 행사장에 선보였다. 그런데 기자들을 태운 버스 앞을 그만 길거리를 청소하던 청소부가 가로막았고, 버스는 급정거와 함께 크게 경적을 울렸다. 이 장면을 목격한 국내 기자가 귀국한 후 이 사건을 두고 적은 신문 만평의 제목도 '늘 거기서 사달이 난다'였다. 인류가 살아온 내내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는데, 기술을 개발한 사람들과 사회와의 소통이 부족한 것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청소부를 장애물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제대로 인식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면 청소부에게 급정거와 경적을 울려 쫒기보다는 정중하게 비켜달라고 부탁의 말을 전하였을 것이라는 거다. 기자는 만평에 그때 영국 기자가 전했다는 내용도 전한다. '기계 따위가 사람에게...'. 하지만 기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실패한다. 자율주행이 이렇게 빨리 상용화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제 AI, 즉 인공지능이 자율주행의 자리에 등판한 것 같다. 환호성을 지르며 곧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하는 이들도 많고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많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엄청난 규모의 매출과 수익을 내고 있으며, 덩달아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역시 3.0 퍼센트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저기서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비관론도 그 힘을 기르고 있다. 인공지능 호황이 일시적이라면서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을 걱정하며 노르웨이의 국부펀드와 같은 대책을 요구하기도 하고, 국내 인공지능 인프라를 선도적으로 건설할 필요성을 설파하면서 필요한 전력과 물 부족 이야기를 함께 말하고 있다. 한편 국내 정유산업도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 사태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원유 수급에서의 큰불을 끄는 데 성공한 반면 그렇지 못한 나라들이 석유제품 수출을 막아버리자 우리나라가 정제하여 수출하는 경유와 항공유가 엄청난 프리미엄 가격에 팔리고 있기 떄문이다. 얼나마 급한지 EU조차도 공급망와 안보를 들먹이며 정유시설의 추가 건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실 우리 정부도 석유제품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기에 정유사들은 수출 제한을 일정 정도 풀어달라고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국내 석유제품의 최고가격고시제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에너지 관련 모든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는 현상이 오래 지속되자 국내 석유제품의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위급한 시기에 단기적으로 사용하여야 할 정책을 1년 가까이 끌고 가면서 여기저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심각한 에너지 위기인 지금, 에너지 절약 정책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기는커녕 가격 안정 정책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눈을 가리는 것과 같으니 결국에는 사달이 날 수 있는 원인이 되고 만다. AI로 인한 반도체 호황에 모두 넋이 나가도 안 되겠지만 또 그렇다고 인공지능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사회적 수용과 합의만을 이야기한다면 기술이 바꿀 미래에 대한 예측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정유산업은 호황인데도 시장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는 가격 제도들을 유지한다면 시장 제도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장점을 모두 놓치는 것이 된다. 늘 거기서 사달이 나지만 또 늘 거기서 새로운 기회가 온다. 비만만 걱정하면 가을이 가져다 주는 자연의 혜택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걱정만 하고 막으려고만 하기보다는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한 인프라에의 투자와 기술 혁신을 위한 투자를 그게 높일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bienns@ekn.kr

기후변화로 인류 건강 ‘비상사태’…폭염사망·감염병·식량위기 악화 [기후 신호등]

기후변화가 인류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전 지구적 보건 비상사태로 악화하고 있다는 국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이 급증하고, 가뭄과 집중호우가 식량·물 안보를 위협하는 가운데 감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의 전파 가능 지역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2015년 파리협정 채택 이후 지난 10년 동안 여러 건강 위험의 증가 속도가 그 이전 10년보다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The Lancet)'은 최근 '건강과 기후변화에 관한 랜싯 카운트다운 2026년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이미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대응이 지연될수록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적응조치의 비용과 한계도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폭염 사망, 10년 전보다 35.8% 증가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폭염과 관련된 사망이 뚜렷하게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2016~2023년 전 세계 폭염 관련 사망자는 연평균 약 54만800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2006~2015년 연평균 39만8400명보다 35.8% 증가한 규모다. 특히 2023년에는 폭염 관련 사망자가 약 71만명으로 추정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폭염 사망 가운데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발생한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도 분석했다. 2006~2015년에는 약 55%인 연평균 21만9100명이 인간 유발 기후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됐다. 2016~2023년에는 68.4%, 연평균 약 36만9940명으로 높아졌다. 2023년에는 폭염 관련 사망자의 71.5%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온 상승이 단순히 더위를 심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사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간에 따른 증가 속도도 빨라졌다. 인간 유발 기후변화에 기인한 폭염 사망자는 2006~2015년에는 연평균 약 7400명씩 증가했지만, 2016~2023년에는 연평균 약 1만5600명씩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증가 폭이 두 배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 고령층·영유아·만성질환자·임신부 등이 폭염에 더 취약 폭염 피해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과 영유아, 만성질환자, 임신부 등이 특히 취약하다. 냉방시설을 이용하기 어렵거나 야외에서 장시간 일해야 하는 사람들도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 2025년 세계 인구는 평균 13.5일의 폭염에 노출됐다. 이 가운데 11.3일, 즉 83%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기후변화에 기인한 폭염 일수의 연평균 증가 속도는 2006~2015년 하루보다 적은 0.31일에서 2016~2025년 0.74일로 높아졌다. 폭염 노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두 배 이상으로 빨라진 셈이다. 고령층의 연평균 폭염 노출 일수도 2006~2015년 7.2일에서 2016~2025년 11.5일로 증가했다. 영유아의 경우 같은 기간 1인당 노출 일수가 5.1일에서 8.8일로 늘었다. 밤 기온 상승도 건강에 영향을 미쳤다. 2016~2025년 전 세계 사람들은 부적절하게 높은 야간 기온 때문에 1인당 연평균 48.3시간의 수면을 잃은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06~2015년보다 수면 손실이 2.9% 증가한 것이다. 분석 대상 국가·지역의 97.5%에서 기온과 관련된 수면 손실이 증가했다. ◇ 극심한 가뭄과 집중호우, 식량·물 안보 위협 기후변화의 건강 피해는 폭염에 그치지 않는다. 가뭄과 집중호우 같은 극한기상은 식량 생산과 식수 공급, 위생 환경을 악화시키며 건강 위험을 연쇄적으로 높인다. 2025년에는 전 세계 육지 면적의 51.8%에서 적어도 한 달 동안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다. 2023년에 이어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2016~2025년을 평균하면 전 세계 육지의 41.7%가 매년 적어도 한 달 동안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이는 2006~2015년의 28.4%보다 13.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극심한 가뭄이 발생한 육지 면적의 증가 속도도 빨라졌다. 연평균 증가 폭은 2006~2015년 0.35%포인트에서 2016~2025년 2.81%포인트로 확대됐다. 가뭄은 농작물 생산을 감소시키고 식량 가격과 식량 불안정성을 높인다. 물 부족과 위생시설 악화는 감염병 위험을 키우고, 산불과 먼지 발생을 증가시켜 호흡기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고서는 폭염과 가뭄의 빈도 증가가 식량 불안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2024년에는 폭염 일수와 가뭄 발생이 1981~2010년 수준에 머물렀을 경우와 비교해 전 세계에서 약 1억2790만명이 추가로 중등도 또는 심각한 식량 불안정을 경험한 것으로 추산됐다. 집중호우 위험도 커지고 있다. 2016~2025년 전 세계 육지 면적의 연평균 17.2%에서 극단적으로 많은 강수일이 나타났다. 보고서는 폭우와 홍수, 산사태가 인명 피해를 일으킬 뿐 아니라 식수 오염과 감염병 발생, 의료시설의 기능 저하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건강을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가뭄과 홍수는 서로 무관한 재난이 아니다. 가뭄으로 토양이 굳고 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폭우가 발생하면 홍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폭염과 산불, 대기오염이 동시에 발생하면 각각의 위험이 겹쳐 건강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다. ◇ 뎅기열·비브리오 감염 위험 확대 기온과 강수 패턴의 변화는 감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와 매개체의 생존·전파 조건도 바꾸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뎅기열을 전파하는 흰줄숲모기와 이집트숲모기의 기후적 전파 적합성은 1981~1990년과 2016~2025년을 비교했을 때 각각 24.39%, 7.39% 증가했다. 이는 기후 조건이 뎅기열 전파에 유리해졌다는 뜻이며, 실제 환자 수가 같은 비율로 증가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해수 온도와 염분 조건의 변화는 비브리오균 감염 위험이 있는 해안 지역도 넓히고 있다. 비브리오균은 오염된 해수에 노출되거나 균에 오염된 해산물을 섭취할 때 감염될 수 있다. 일부 감염은 심각한 위장관 질환이나 피부 감염,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5년에는 비브리오균 전파에 적합한 환경이 적어도 하루 이상 나타난 해안선의 길이가 9만267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06~2015년 평균보다 20% 많은 수준이다. 이러한 해안 지역 100㎞ 이내에 거주한 인구도 17억2000만명에 달했다. 비브리오 감염 사례는 2025년 약 73만8000건으로 추산됐다. 전년보다 2.2% 증가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연간 증가 속도도 2006~2015년 평균 3600건에서 2016~2025년 평균 2만4700건으로 크게 높아졌다. 말라리아와 웨스트나일바이러스 등 다른 감염병의 전파 조건도 변화하고 있다. 다만 기온 상승이 모든 지역에서 모든 감염병을 똑같이 증가시키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병원체나 매개체의 최적 생존 범위를 넘어 전파 적합성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감염병의 지리적 분포와 계절성이 달라지면서 기존에 위험이 낮았던 지역의 보건의료 체계도 새로운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 화석연료 대기오염으로 연간 278만명 예방 가능한 사망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피해를 줄이려면 온실가스 감축과 대기오염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대기오염은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동시에 그 자체로 건강을 해친다. 보고서는 2016년 이후 화석연료에서 비롯된 대기오염으로 매년 평균 약 278만명의 예방 가능한 사망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기후변화의 간접적인 건강 피해만이 아니라, 화석연료 의존이 초래하는 직접적인 건강 부담을 보여준다. 반면 에너지 전환의 건강상 이점도 확인됐다. 전 세계 140개국을 분석한 결과, 53.6%에 해당하는 국가에서 화석연료 관련 대기오염 사망이 감소했다. 이들 국가에서는 연간 약 32만3000명의 사망을 예방한 것으로 추정됐다. 청정에너지 전환은 경제적 기회도 제공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정에너지 산업의 고용은 2024년 2.3% 증가해 화석연료 산업의 직접 고용 규모의 약 두 배에 달했다. 2025년 청정에너지 투자는 전년보다 7.2% 늘어 화석연료 투자보다 82% 많았다. 그러나 세계 에너지 공급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80.7%에 달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확대됐지만 에너지 수요 증가로 2024년 에너지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전력화, 에너지 효율을 확대하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뿐 아니라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는 데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보건의료 대응은 뒤처져…기후 적응계획과 재원 확충 시급 건강 위험이 커지는 속도에 비해 각국의 적응 준비는 미흡하다. 2025년 기준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의 75.8%는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 취약성과 적응 필요성을 평가했는지를 보고하지 않았고, 71.1%는 국가 차원의 보건 적응계획을 마련 여부를 보고하지 않았다. 재정과 인력 부족도 대응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이다. 개발도상국이 공개한 보건 적응 재원 수요 가운데 국제 기후재원으로 충당된 비중은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구진은 폭염 조기경보, 감염병 감시, 취약계층의 냉방 접근성 개선, 의료시설의 기후위험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이미 현실화한 기후위험에 대한 적응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리협정 이후 재생에너지 확대와 대기오염 개선, 기후·건강 관련 정책 확산 등 성과도 나타났다. 그러나 건강 피해 증가 속도는 이를 앞지르고 있다. 랜싯 카운트다운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기후변화를 전 지구적 보건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국제 보건·기후 거버넌스를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정책의 성과도 온실가스 감축량뿐 아니라 사망 감소, 질병 예방, 건강 형평성 개선 등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과 보건의료 적응을 함께 서두르지 않으면 사망과 질병, 사회경제적 손실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연구진의 경고다. ☞랜싯 카운트다운 '건강과 기후변화에 관한 랜싯 카운트다운(Lancet Countdown on Health and Climate Change)'은 2016년 출범한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로, 기후변화의 건강 영향과 대응의 건강상 편익을 추적한다. 올해 10주년 보고서는 30여 개 146명의 연구자가 폭염·감염병·식량 불안·경제적 손실 등 54개 지표를 다뤘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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