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성준

mediapark@ekn.kr

박성준기자 기사모음




관세 인하냐 표심이냐…트럼프 압박에 시험대 오른 일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02 15:09


USA-TRUMP/TARIFFS-JAPAN-G7

▲지난 2월 열린 미일 정상회담(사진=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 관세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첨 외교'라는 비아냥까지 감수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맺으려 노력했지만 미국과 무역협상은 아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유예 기간 만료(7월 8일)를 코앞에 두고 일본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자동차와 쌀 문제를 직격하자 일본 정부의 대미 접근법이 본격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이웃 나라 일본이 직면한 미국의 고강도 압박은 한국으로서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를 방문한 뒤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 기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교역국과 상호관세 협상 기간을 연장할지를 묻는 질문에 “아니다, 관세 유예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나는 많은 나라들에 (상호관세율 등을 적시한)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일본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일본이 30%, 35%, 혹은 우리가 결정한 관세율을 지불해야 한다"며 “일본과 무역적자가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지난 4월 책정된 24%보다 더 높게 설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어 “일본과 무역협상이 가능할지 확신을 못하겠다. 일본과는 합의를 할지 의문시된다"며 “그들은 매우 완고하고 매우 잘못 길들여진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일본을 사랑하고 새 총리(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좋아한다"면서도 “그러나 그들은 우리를 30~40년간 뜯어내면서 잘못 길들여진 나머지 합의를 하기로 정말 어려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트루스소셜에 “나는 일본을 매우 존중하지만 그들은 쌀 부족을 겪고 있는데도 우리의 쌀을 수입하지 않으려 한다"며 “이는 즉 우리가 그들(일본)에게 서한을 보내는 것"이라고 적었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선 “무역 협상의 끝을 알리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며 “일본, 자동차에 25% 관세를 낼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역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상호관세 유예를 연장하지 않고 관세율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다른 주요국에 '본보기'를 삼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유예 마감을 앞두고 협상 압박을 높이는 와중에 꾸준하고 우호적인 접근 방식을 유지하려는 일본의 노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USA-TRUMP/TARIFFS-JAPAN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사진=로이터/연합)

일본은 특히 보복 관세를 부과해 강대강 대치를 이어온 중국과 달리 애초부터 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또 지난 2월 초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미국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극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샀지만 관세 협상은 아직까지 돌파구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7차 장관급 협상에서는 일본 측 협상 담당 각료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협상 진척을 위해 체류 일정까지 연장했지만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을 만나지 못하고 빈손으로 전날 귀국했다.


이처럼 미일 무역협상이 난항을 이어가는 배경엔 오는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미국과 불리한 협상을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일본이 관세협상에서 가장 중시하는 자동차 관세를 인하받는 대가로 쌀 시장을 미국에 개방하기엔 정치적으로 부담스럽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일본은 쌀 수입에 대해 완고한 입장이다. 집권 자민당의 지지기반인 '농심(農心)'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쌀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농업 부문을 희생하는 어떤 일도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자동차 관세 완화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경제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일본 자동차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담당하며 전체 고용의 약 8%를 차지하는 일본 최대 산업군이다. 일본은 협상을 통해 자동차 관세를 10%로 낮출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를 두고 미국에 본사를 둔 외교·안보 정책자문사 '더 아시아 그룹'의 니시무라 린타로 연구원은 “일본은 미국 측의 요구와 참의원 선거 전에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지 말라는 국내 압박 사이에 난처한 위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일본 국립정책대학원(GRIPS)의 카와사키 켄이치 교수는 “일본은 자동차 수입에 대한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고 쌀을 포함한 농산물 관세를 인하하는 등 더 광범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이럴 경우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10%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