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로 다시 묶어두며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갔다.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상승,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 확산 등으로 물가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등장했고, 6개월 후 금리 수준을 가늠하는 조건부 전망(점도표)에서도 인상 전망이 압도적으로 우세하게 나타나면서 시장의 시선은 사실상 '하반기 인상'으로 향하는 분위기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지난해 이후 8차례 연속 동결이다. 금통위원 7명 중 5명이 동결 의견을 냈고, 장용성·유상대 위원은 기준금리를 연 2.75%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그동안 동결 기조가 이어졌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인상 의견이 나오면서 시장의 긴장감도 커졌다. 특히 6개월 뒤 기준금리 수준에 대한 조건부 전망에서는 인상 전망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전체 21표 가운데 10표가 연 3.00%를 예상했고, 7표는 2.75%를 전망했다. 3.25%까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의견도 2표를 기록했다. 반면 현 수준인 2.50% 유지를 예상한 의견은 2표에 불과했다. 사실상 금통위원 다수가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금융시장에서도 연내 1~2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일각에서는 중동 리스크와 환율 불안이 더 커질 경우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금리 방향과 관련해 “물가로 보나 성장으로 보나 환율, 부동산으로 보나 갈 길이 명확하다"며 “앞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이러한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 목적이 상충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금통위는 세계경제에 대해 AI 투자 확대에도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성장세 둔화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물가상승 압력은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금통위는 향후에도 원자재값 상승과 수급 차질 영향이 지속되겠지만, 반도체 경기 호조 및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이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을 2월 대비 0.6%포인트 오른 0.6%로 추정한 까닭이다. 신 총재 역시 성장 흐름에 대해 기존보다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올해 성장세가 상향 조정된 것은 일시적 흐름이 아니라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현재 반도체 사이클이 얼마나 지속될지가 핵심인데, 반도체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생산 확대도 제한적이어서 사이클이 예상보다 오래 갈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6%까지 치솟고, 단기 인플레이션율(일반인)이 2%대 후반을 기록한 점이 변수다. 한은은 앞서 이번달에도 물가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올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은 각각 2.7%, 2.4%로 2월 예상치보다 높아졌다. 금융·외환시장에서는 국채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안팎으로 돌아오는 등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여전히 심하다.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으로, 수도권 주택가격은 오름세가 다시 포착되고 추가 상승 기대도 커졌다. 신 총재는 환율과 관련해서는 “환율 약세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중동 정세"라며 “중동 상황이 진전되면 원화가 상당히 강세로 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 상황이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하고 있으며, 원유 수입국인 한국은 유가와 환율 영향을 동시에 크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물가상승 압력의 확대 정도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며 금리 인상 시기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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