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중금리 신용대출(중금리대출) 규모를 줄였다. 정부가 '잔인한 금융' 개념의 대척점으로 포용금융을 강조하고 있으나, 현장의 부담이 가중된 여파로 풀이된다. 홈플러스 사태를 비롯한 리스크가 산적한 것도 기업들의 발걸음에 영향을 주고 있다. 1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 8곳(삼성·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BC)의 중금리대출 취급 규모는 지난해 1분기 1조5928억원에서 올 1분기 2조5708억원까지 증가했으나, 2분기(2조3745억원)의 경우 전분기 대비 7.6% 줄었다. 카드업계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서민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는 사업자로서의 행보를 가져가면서도 수익성과 건전성의 균형을 잡기 위한 고민을 거듭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들에게 적용되는 금리가 높지만, 그에 상응하는 연체율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중금리대출은 외부 개인신용평점이 하위 50% 이하인 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비보증부 신용대출로, 올해 카드사의 금리 상한선은 12.26%다. 실제로 BC카드(11.90%)를 제외한 카드사 7곳에서 신용점수 500~800점대(KCB 또는 나이스신용평가 기준) 금리구간 상한선이 12%대 초중반으로 형성됐다. 평균금리를 보면 800점대에서는 현대카드(10.65%), 700점대는 KB국민카드(11.31%), 600점대는 삼성카드(11.46%), 500점대는 하나카드(12.18%)가 가장 높았다. 취급액은 삼성카드와 BC카드를 제외한 6곳에서 감소했다. 현대카드는 4026억원에서 2764억원으로 31.4%, KB국민카드는 4552억원에서 3235억원으로 28.9% 축소됐다. 현대카드의 경우 업계 최고수준의 연체율을 유지하면서 내실경영을 강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 노력을 기울이고 우량자산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신한카드는 4769억원에서 3989억원으로 16.4%, 우리카드도 1286억원에서 1088억원으로 줄었다. 신한카드는 6월말 기준 1.21% 수준의 연체율을 기록했으나, 희망퇴직 등으로 인한 판매관리비 부담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위험요소를 키우지 않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카드 역시 연체율을 소폭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경쟁사를 상회하는 대환대출 잔액 규모를 비롯해 추가적인 건전성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는 3442억원에서 3313억원으로 3.8%, 하나카드는 1323억원에서 1204억원으로 9% 축소됐다. 롯데카드는 금융당국의 업무정지 처분과 홈플러스 채권 연체 등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하나카드는 지난해부터 자산건전성 개선에 초점을 두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 중이다. 반면 삼성카드는 6283억원에서 8106억원으로 29.0%, BC카드는 27억원에서 50억원으로 늘어났다. 삼성카드의 연체율은 업계 최상위권으로 수익성 향상에 나설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BC카드는 우리카드의 '독립'으로 깎인 수익을 보완하고 사업모델을 다각화하는 차원에서 중금리대출에 주목했다는 평가다. 전반적으로 중금리대출을 줄인 또다른 이유는 조달비용 상승이다. 여신금융전문회사채(여전채) 3년물 AA+ 등급 금리가 연고점(연 4.561%) 보다는 소폭 낮아졌으나, 여전히 4%대 초중반으로 높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상환하고 신규 발행시 짊어지는 이자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유상대 부총재는 지난 11일 한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특별한 충격이나 요인이 없다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증권가에서도 '백투백' 인상 가능성을 과거 보다 높게 보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 뿐 아니라 근원물가도 매파(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자산가격 버블을 방지하는 등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추구)의 손을 들고 있다는 이유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여전채를 비롯한 시중금리들의 상승을 피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를 고스란히 '판가'에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차주를 선별하는 작업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율 산정에서 중금리대출이 80%까지 예외가 적용되는 것도 추가적인 대출을 제약하는 요소"라며 “기업을 불문하고 하반기 리스크 관리를 외치고 있는 만큼 가시적인 취급 규모 확대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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