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3분기 성적표가 기대치를 크게 밑돌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4분기 반등 여부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3분기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3달러대 중반으로 형성됐다. 드라이빙 시즌에 진입했음에도 2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되는 등 손익분기점(BEP) 돌파에 또다시 실패했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과잉이 이어진 탓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를 비롯한 제품값에서 원유값·수송비·운영비 등을 뺀 것으로, 국내 기업들의 BEP은 4.5달러 수준이다. 현재 정제마진에서는 제품을 판매할수록 손해가 쌓인다. 특히 국내 석유제품 수출의 40%를 담당하는 경유, 28%를 차지하는 휘발유 마진이 2분기 보다 낮아진 것이 문제다. 납사 마진이 대폭 개선됐음에도 전체 수치가 오르지 않았던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이 3000억원, 에쓰오일도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던 당초 전망과 달리 양사의 적자가 점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네 자릿수 적자를 예상하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의 사정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로 들여온 원유값이 하락하면서 발생한 재고평가손실도 수익성 개선을 가로막은 요소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2분기 평균 배럴당 83.7달러에서 3분기 77.5달러로 인하됐다. 석유화학부문도 중국 경기 침체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휘발유 마진 약세가 블렌딩 수요 축소를 야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기보수와 화재 등으로 판매량도 축소됐다. 다만 윤활기유와 윤활유부문은 중국 수요 약세에도 원가 부담 완화에 힘입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벤젠과 파라자일렌(PX) 가격이 2분기 t당 각각 1080달러·1039달러에서 3분기 1022달러·957달러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마진도 같은 기간 393달러·351달러에서 347달러·282달러로 줄었다. 업계는 4분기 실적을 좌우할 요소로 △중동 분쟁 재점화 △글로벌 제조업 경기 △산유량 △겨울철 난방유 수요 등을 꼽고 있다. 실제로 이란이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지난 7일 기준 국제유가가 엿새만에 배럴당 5달러 가까이 상승했으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가능성이 대두되자 70달러대 중반으로 돌아갔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격에 나서고 이에 대한 보복조치가 이뤄지면 국제유가가 다시금 요동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중국·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것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휘발유의 경우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 허리케인이 미국 동남부를 덮쳤으나, 공급 규모가 줄어든다는 확신도 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리비아 석유 생산이 정상화되는 중으로,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축소도 예고됐기 때문이다. 공급과잉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수출기업들을 대상으로 4분기 수출경기를 조사한 결과 석유제품의 전망지수가 70.6으로 전산업 평균(103.4)을 밑도는 것으로 집계된 것도 이같은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3분기 보다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석유제품은 3분기에도 71.8로 중화학공업 중 유일하게 기준치(100)를 하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가 11월 아시아향 공식원유판매가격(OSP)을 갑작스레 0.9달러 올리면서 원가 부담도 커졌다"며 “미국 항만 파업을 비롯해 단기적으로 공급량을 줄일 요소가 있으나, 내년에도 설비 증설 등으로 수급밸런스 개선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