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상이 장기보험 신상품 출시를 비롯해 본업 수익성 강화와 자본건전성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킥스(K-ICS) 비율 관리, 보험계약마진(CSM) 확충 등 체질 개선 작업을 지속하는 한편, 정책 환경 변화에도 발맞춰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실손 등 주요 상품 손해율 부담과 회계제도 변화에 따른 변동성이 여전히 상존하지만, 하반기 실적 회복과 신용등급 전망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4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지난 1일 장기보험 신상품을 출시했다. 올 1분기 보험손익(1759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67% 하락한 만큼 본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현대해상 보험 포트폴리오에서 장기보험의 비중은 보험료 기준 60%에 달한다. 이를 포함해 수익성 제고 중심의 전략도 지속한다. 보험계약마진(CSM) 잔액도 9조1080억원 규모로 지난해말 대비 10% 이상 끌어올렸다. 신계약(약 5000억원) 및 가정변경(3000억원) 효과 등이 잔액 증가를 이끌었다. CSM 배수도 인보험 기준 15.2배로 전년 동기(11배) 대비 대폭 높아졌다. 지난 3월 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 등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 관리도 진행 중이다. 3월말 기준 킥스 비율은 159.4%로 지난해말 보다 2.4%포인트(p) 높아졌다. 기대한 만큼 수치 향상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손보업계 전반적으로 보완자본을 확충했음에도 3.4%p 하락한 상황에서 소기의 성과는 거뒀다. 그러나 회계제도 전환 이후 매년 2000억원 수준의 예실차가 발생하는 등 여러가지 어려움과 마주한 점이 문제다. 앞서 영남 지방을 덮쳤던 대형 산불을 비롯한 자연재해가 보험손익에 악영향을 끼쳤고, 운전자 및 보행자 고령화에 따른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도 고려해야한다. 2~3분기는 장마에 따른 보험금 청구도 예고됐다. 지난해 1조원을 넘겼던 별도 기준 연간 당기순이익이 9000억원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현대해상의 예상 당기순이익은 8745억원이다. 1분기에 이어 2분기(2905억원)도 전년 동기(3557억원) 대비 실적이 하락한다는 이유다. 다만, 하반기는 전년 동기를 상회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보험금지급능력평가와 후순위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다각화된 보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으나, 보험부문 이익변동성이 확대되고 킥스 비율 관리부담도 높아졌다는 논리다. 보험부문의 경우 2023~2024년 보험수익성(보험손익/보험수익)이 5.7%로 업계 평균을 3.2%p 하회했다. 총자산이익률(ROA)이 1년 만에 4.4%에서 1.7%로 하락했고, 보험부채이 듀레이션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도 지적 받았다. 금융당국이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일정을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호재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5월 기준금리를 25bp 내리는 등 다수의 보험사에게 불리한 제도환경이 조성된 만큼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당국은 최종 관찰 만기를 30년까지 늘리는 등 할인율을 현실화한다는 방향 하에 2027년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시장과 소통하면서 타임라인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신평이 신용등급 하락의 이유로 들었던 요인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해상도 이번 조치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본자본 기준 킥스비율이 46.7%에 머문 점은 아킬레스건으로 불린다.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으나, 해외사례(60~70%) 등을 고려한 정책이 시행될 경우 금융당국의 눈이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손보사 5곳 중 50%를 밑돈 것은 현대해상이 유일했다. 기본자본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익잉여금을 불려야하지만, 실손보험을 비롯한 상품군의 손해율 완화가 어려운 만큼 수치 향상을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소요된다. 유상증자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주가(3일 기준 2만7250원)가 4월 초(약 2만원) 보다는 높아졌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만5000원대와 비교하면 낮은 탓이다. 유증은 통상 주가를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한신평 전망 하락이 바로 신용등급(AAA) 저하로 이어지지 않고, 과거 에이엠베스트가 신용등급을 낮췄다가 이듬해 원복한 사례도 있다"며 “자본건전성 개선 등의 노력을 통해 신용등급 전망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