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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온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서예온 기자 입니다.
  • 정치경제부
  • pr9028@ekn.kr
“보증보험 미가입 신규 사업자 등록말소”…서울시, 청년안심주택 임차인 보호 대책 가동

서울시가 청년안심주택에서 불거진 보증금 반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신규 사업자는 오는 9월 말까지 가입을 완료하지 않으면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하고, 이미 발생한 피해 세입자에 대해서는 선지급·매입 방식으로 보증금 회수 길을 열겠다는 방침이다. 시는 20일 “2030 청년에게 전 재산과도 같은 보증금을 지켜주기 위해 긴급 대응 체계를 마련했다"며 “단순한 사후 수습이 아니라 이름 그대로 '안심할 수 있는 청년안심주택'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시가 2016년 도입한 청년안심주택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2만6000호 이상 공급돼 왔다. 입주자 만족도는 90%를 넘지만 최근 일부 사업장에서 보증보험 미가입으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드러나며 제도의 근본적 안전장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진석 시 주택실장은 “현재 문제가 확인된 사업장은 8곳이며,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준공을 마쳤음에도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세입자 피해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피해 임차인 구제를 위해 시는 선순위 임차인(근저당설정일에 앞서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에 대해 보증금을 우선 지급하기로 했다. 금융권과 법무법인을 통해 보증금을 먼저 지급한 뒤, 경매에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해 금액을 회수한다는 방식이다. 후순위 임차인(근저당 설정일 이후에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에 대해서는 '전세사기피해자법' 제25조에 따라 SH(서울주택도시공사)·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주택사업자가 피해 주택을 매입해 최우선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 실장은 “경매 낙찰가가 낮아 일부 금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특별법에 따라 차액을 지원해 전액 보전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는 이번 사태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부실 사업자 진입 차단책도 병행한다. 현재 입주자를 모집하면서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 9월까지 가입을 촉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등록말소 조치에 들어간다. 최 실장은 “보증보험은 사실상 유일한 안전장치인데 이번 사태에서 이를 지키지 않은 사업자들이 문제를 일으켰다"며 “앞으로는 사업자 선정 단계에서 재정 건전성과 보증보험 가입 능력을 철저히 검증하고, 준공 이후에도 의무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또 보증보험 미가입 사업장에 대해 과태료 부과·등록말소뿐만 아니라 청년안심주택 건설 과정에서 제공된 용적률 인센티브, 융자금 지원 등 혜택 환수까지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다. 피해 청년을 위한 긴급 지원도 병행한다. 시는 이달 말 피해 사업장 2곳에서 현장 상담회를 열고, 보증금 반환 절차, 서류 준비, 법적 대응 방안 등을 안내한다. 또 '청년안심주택 종합지원센터(02-793-0765~0768)'를 통해 보증금 선지원, 후순위 대응, 대항력 유지 절차 등을 상시 지원할 계획이다. 최 실장은 “서울의 청년 임대주택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며 “민간임대는 불가피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도적 보완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제도 미비로 인해 선량한 청년 임차인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SH 매입·보증보험 가입 강화 등 다층적인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강남 재건축 ‘책임준공’ 다시 주목…대형사 독식부르나

재건축 시장에서 '책임준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 일부 단지에서만 요구되던 조건이 강남권 주요 재건축 현장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조합은 안정성을 담보하는 장치로 환영하지만 건설사에겐 막대한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대형사 쏠림을 가속화하고 수주 양극화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책임준공 확약서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지별 사업성에 따라 필수 조건으로 내거는 곳도 있고, 선택 제출로 두는 곳도 있어 입찰 판세를 가르는 변수가 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오는 23일 시공사 선정을 앞둔 개포우성7차다. 전날 대우건설은 책임준공확약서를 제출했다. 확약서에는 천재지변과 전쟁 등 불가항력 사유를 제외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공사를 중단하지 않고 준공 기한을 지키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조합이 부담해야 할 금융비용까지 시공사가 책임지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이 필수로 요구한 건 아니고 선택 제출이었다"며 “우리는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잠실주공1·2·3단지 등에서도 다른 건설사가 책임준공 확약서를 낸 사례가 있다"며 “사업성이 좋은 단지일수록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개포우성 7차 사업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은 선을 그었다. 삼성물산 건설 관계자는 “책임준공은 천재지변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까지 모두 시공사가 책임져야 하는 구조라 사실상 무한 책임에 가깝다"며 “과도한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수주 전략에 대해 “무리한 약속보다는 품질과 안정성으로 차별화한다"며 “자사 기준으로 최근 5년간 업계 최저 수준인 11.76% 하자 판정률을 기록했고, 착공 단계부터 입주 후 3년까지 이어지는 관리 체계로 조합 불안을 줄여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합에겐 확약이 안심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사업성이 낮은 단지일수록 시공사 참여를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고 말했다. 책임준공은 새로운 제도는 아니다. 대표적인 초기 사례로 부천 중동 재건축에서 조합이 처음 요구했고, 이후 강남 주요 단지로 확산했다. 최근에는 강남권 수주전에서 책임준공이 사실상 표준 옵션처럼 자리 잡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사업성에 따라 필수 조건으로 못 박는 곳과 선택 제출로 두는 곳이 갈리면서 입찰 참여 여부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책임준공은 조합에겐 안정성을 높이는 장치지만, 중견·소형사가 감당하기 어렵다"며 “결국 대형사 쏠림과 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작용 우려도 나온다. 사업성이 낮은 단지는 입찰 참여 자체가 줄고, 결과적으로 소수 대형사 중심의 경쟁 구도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강남권 주요 단지 대부분이 몇 년 내 시공사를 확정할 예정이어서 마지막 수주 기회를 둘러싼 대형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이러한 흐름이 결국 대형사만 감당할 수 있는 조건으로 굳어지면서 수주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규제 풀어야 경제 산다”…서울시, ‘규제혁신 365 프로젝트’ 가동

서울시가 선언적 규제 철폐를 넘어 상시적·제도적 혁신을 내세운 '규제혁신 365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올해 초부터 138건의 불필요한 규제를 없앤 데 이어 규제를 '365일 서울시정에 녹여내는 체질화 작업'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20일 시청에서 열린 '규제혁신 365 프로젝트' 설명회에서 오세훈 시장은 “낡고 경직된 규제가 시민 일상을 불편하게 만들고 기업 도전을 가로막는다"며 “규제를 푸는 것이 곧 경제를 살리고 시민 삶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건축 민원인을 만나 1시간 넘게 하소연을 들은 일화를 언급하며 “시장으로서 큰 충격이었다. 현장의 고통을 줄이는 것이 규제혁신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시는 우선 행정 주도형 규제개선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기업이 직접 참여하는 상시 규제 발굴 시스템을 도입한다. 오는 9월 시민 200명으로 구성된 '규제발굴단'을 출범시켜 생활 속 불편을 찾아내고, 제안은 신속히 정책에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건축사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200여 직능단체와 정례 간담회를 열고 '규제혁신 핫라인'을 통해 상시 의견을 받는다. 발굴된 과제는 △과제 구체화 △부서·이해관계자 협의 △전문가 심사 등 3단계를 거쳐 확정된다. 시급성과 파급력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하고, 다부처에 걸친 복잡한 안건은 TF를 통해 조율한다. 서울시는 '규제총괄관'을 단장으로 하는 4개 분과 자문심사단을 운영하고, '규제관리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발굴부터 개선·폐지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신산업과 민생경제 영역에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서울형 민생 규제 샌드박스'도 새로 도입된다. 오 시장은 “규제를 풀면 민간 투자가 살아나고 일자리와 시민 행복이 늘어난다"며 “서울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존 '규제개혁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서울특별시 규제개혁 기본조례'로 개편하고, 규제 존치 필요성과 비용 대비 효과를 검토하는 '서울형 규제혁신 체크리스트'도 개발한다. 성과관리와 평가체계 강화도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정상훈 시 기획조정실장은 “성과를 내부적으로 긍정적으로만 평가하지 않고, 외부 전문가와 언론의 객관적 검증을 거쳐 보완점을 찾겠다"며 “상반기 '규제철폐 100일'에서 미흡했던 관리·평가를 개선해 앞으로는 매년 1~2회 외부평가를 실시하고, 성과와 한계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규제혁신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서울시정의 DNA가 돼야 한다"며 “365일 멈추지 않는 규제혁신으로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계륵 된 오세훈표 ‘모아타운’…투기 논란·수익성 한계 극복할까?

서울시가 도심 곳곳의 소규모 낡은 주택 밀집 지역들을 정비하겠다며 벌이고 있는 모아주택·모아타운 사업이 실효성 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시는 노후 주거 시설 개선·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단점을 보완한 '시즌2' 사업 방안까지 내놨지, 전문가들은 투기 우려와 수익성 한계를 지적하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시는 19일 '모아주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서대문구 현저동 1-5번지, 일명 똥골마을을 1호 대상지로 선정했다. 현저동은 노후 건축물 비율 100%, 무허가주택 비율 85%에 달하는 빈집·폐가 밀집 지역으로 정비가 시급하다. 이번 방안에는 △사업성 보정계수 도입 △역세권·간선도로변 용적률 상향 △융자 신설 △행정절차 병행 수립이 포함됐다. 사업성 보정계수는 땅값이 낮은 지역일수록 임대주택을 줄이고 일반분양을 늘려 수익성을 보완하는 장치다. 시는 기 선정된 모아타운 12곳에 사업성 보정계수 1.5를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비례율은 평균 13%포인트(p) 높아지고 주민 평균 분담금은 7000만원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오후 현저동 똥골마을 모아타운 현장을 찾아 주민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그는 “모아타운은 개발이 진행되지 못하는 노후 저층 주거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 접근"이라며 “그동안 확대 지정으로 공급 기반을 다졌다면 이제는 더 빠르고 실질적 공급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간선도로변과 역세권 모아타운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해 7000호를 추가 공급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했다. 모아주택조합 운영비와 용역비는 최대 20억 원까지 직접 융자하고, 공사비의 70%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와 금융기관이 협업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보다도 0.6% 낮은 금리로 지원한다. 행정절차도 간소화한다. 모아타운 관리계획과 모아주택 건축계획을 병행 수립해 사업 계획 기간을 1년 줄이고, 조합 설립 동의와 추정분담금 산정 등을 직접 지원해 추가로 1년 이상 단축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인센티브를 주려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규모의 경제가 확보되지 않으면 활성화는 쉽지 않다"며 “본질은 돈=수익성 문제로 성과 포장용 성격도 있다"고 꼬집었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는 “대규모 정비는 시간과 리스크가 커 소규모 정비를 대안으로 삼는 것"이라며 “택지가 고갈된 서울에서는 필요하지만 전체 공급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커뮤니티 활성화, 생활 SOC 같은 소프트웨어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며 “자발적 동력이 있는 지역 중심의 성공 사례 확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업계도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신속통합기획이 도입됐지만 적용 사례가 적고 제도적 미비가 많다"며 “엄격한 안전진단 기준과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가 사업성을 훼손하고 인허가 불확실성이 공급 위축을 부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외부 투기세력 유입도 문제로 꼽힌다. 일부 지역은 사업 초기 투자 수요가 몰려 집값이 들썩였고, 원주민이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이 제기됐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모아타운 지정이 단기 투기판으로 변질되면 실거주자가 내쫓길 수 있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이재명표 대출·산재 규제에 2.7조 건설 추경 효과 ‘실종’

이재명 정부가 펼치고 있는 건설 경기 부양책에 대해 현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식'으로 오히려 산재·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경기를 더 얼어붙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3 조기 대선 후 정부가 '이재명노믹스' 기조 아래 침체된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2조7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집행 중이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스마트 건설기술 지원, 해외 인프라 진출 지원 등 다각도의 건설산업 지원 대책이 포함됐다. 건설 경기가 최근 2년 연속 위축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살펴 보면, 올해 2분기 건설기성(불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5% 감소했다. 1분기(-21.2%)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두 자릿수 감소다. 지난해 2분기(-6.0%) 이후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구체적으로 정부는 30조5000억원대의 2차 추경 중 2조7000억 원을 통해 경기 하방 압력 완화에 나서고 있다. 우선 SOC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GTX(수도권광역급행열차)-A·B·C 개통, 흥양고속도로 확장, 주요 간선도로 보수·확충, 노후 교량 교체 등이 포함됐다. 스마트 건설기술 지원도 추진한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빌딩정보모델링(BIM)을 활용한 설계·시공 자동화와 안전관리 시스템 도입이 골자다. 해외 인프라 진출 지원책도 담겼다. 중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플랜트·토목 수주를 확대하고, 금융·외교 지원을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6·27 대출 규제와 산재 처벌 강화 예고로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고 있어 부양책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 초기에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출 규제와 산재 이슈로 건설사들이 숨죽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추경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사고 발생 시 매출 규모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부담이 훨씬 크다"며 “대형 발주보다 지방 부동산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스마트 건설 지원도 국가 차원의 대규모 재정 투입 없이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공기 단축 압박 속에 안전까지 챙기는 건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가덕도신공항, GTX 일부 구간 등 대형 공사의 공정이 빡빡해 안전·품질 관리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SOC 확대보다 주택사업 규제 완화가 더 절실하다"며 “입주율 하락과 대출 규제로 현장 어려움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사업은 할 수 있는 업체가 한정돼 있고, 공사비 현실화와 지방 세제 혜택이 민간 사업 활성화에 더 직접적"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대책은 구체적인 실행안이 없어 업계가 방향을 잡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단기 부양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시장 수요와 산업 구조에 맞춘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다른 산업이 성장하면 뒤따라 수요가 생기는 구조"라며 “SOC나 스마트 건설 지원의 경기 부양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이 필요 이상 개입하면 시장 왜곡 가능성이 크다"며 “적정 수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은 과거 뉴딜처럼 절대적 인프라 부족 시기가 아니다"라며 “외국인 노동 비중이 커져 경제 유발 효과도 달라졌다. 무리한 SOC 투입보다는 시장 수요에 맞춘 공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대책은 분양시장이나 주택 거래에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급 확대나 양도세 완화처럼 직접 수요 자극책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효과가 나타나려면 하반기 이후나 돼야 하고, 수도권은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조기 확대와 제도 개선을 병행하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지방은 악성 재고 해소와 세제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초고령화시대, 중견 건설사도 실버주택 사업 참여

6·27 대출 규제 이후 분양시장이 위축되면서 건설사들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찾기 위해 시니어주거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대형 건설사가 주도하던 '실버주택' 사업에 중견 건설사들도 속속 가세하며 시장 참여가 확대되는 추세다. 실버주택 시장이 단순히 틈새 시장이 아니라 초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건설 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로 등장했다는 판단에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에 이어 중견 건설사들까지 속속 실버주택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우선 BS한양이 속한 BS그룹은 전라남도 등과 함께 추진 중인 해남 일대 국내 최대 민관협력 도시개발 사업인 '솔라시도' 프로젝트의 정주환경 구축을 위한 주거단지 조성 계획 중 실버주택 모델 도입도 검토 중이다. 솔라시도는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RE100 산업단지, AI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하는 RE100 기반 'AI 에너지 신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골프장과 관광시설, 신라호텔급 숙박시설, 종합병원, 스마트시티 인프라 등을 갖춘 복합 커뮤니티 구상을 바탕으로, 실버 계층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주거 환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견사 우미건설은 경기 구리 갈매역세권에서 국내 첫 LH 주도 실버스테이 사업에 참여했다. 고령층 맞춤형 주거공간과 의료·편의시설을 결합한 형태로, 회사는 향후 사업 확대 의지를 밝혔다. 인천 서구 청라의료복합타운 내 실버주택 공급도 검토 중이다.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이미 실버주택 사업에 뛰어든 회사들이 많다. 고급화·차별화 경쟁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롯데건설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선보이는 고급형 시니어 레지던스 'VL르웨스트'(810가구)가 대표적 사례다. 오는 10월 입주 예정이다. 롯데호텔앤리조트가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와 하우스키핑을 제공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월계동 광운대 역세권 개발에서 '웰니스 레지던스' 768가구도 있다. 하나은행과 연계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대우건설은 경기 의왕에서 세대공존형 단지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아침', 현대건설이 은평구와 용인에서 각각 추진 중인 시니어 레지던스 공급 사업 등도 고령자들이 주 수요층이다. 전문가들은 고령화로 시니어주거 시장이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앞으로 젊은 세대보다 나이 든 세대의 주거 수요가 훨씬 많아질 것이지만, 잘 만들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며 “특히 고급화와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돈 있는 시니어' 수요를 흡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공 요인은 적절한 타깃층 설정과 서비스·운영 역량 확보"라며 “과거 지방 실버타운 실패 사례를 교훈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운영비 부담, 입주자격 규제, 도심 내 혐오시설 인식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5060세대가 인구 구조상 가장 빠르게 늘고 있고, 구매력도 가장 강하다"며 “건설사들이 안정적인 장기 수익원으로 시니어주거 사업을 주목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건설사들은 의료기관·운영사·호텔업체 등과 협력망을 구축하며, 시니어주택을 장기 수익 모델의 한 축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업계는 시니어주택이 건설사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6·27 규제 한 달…집값·입주 전망 ‘동반 추락’

6·27 대출 규제가 시행된 지 한 달만에 집값과 입주 전망이 나란히 꺾였다. 상반기만 해도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3% 늘며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규제 이후 거래량과 전망 지표 모두 급전직하했다. 전문가들은 “거래 절벽이 곧 입주 절벽으로 번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규제 후 시장 심리는 빠르게 식었다. 한국은행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9로, 한 달 전보다 11포인트(p) 떨어졌다. 3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1년 안에 집값이 오를 것이라 보는 응답자가 많다는 뜻인데, 불과 한 달 만에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꺼진 셈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조사에서도 흐름은 같았다. 8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75.7로, 7월(95.8)보다 20.1p 하락했다. 100 아래면 입주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업자가 많다는 의미다. 특히 수도권 낙폭이 컸다. 입주전망지수가 117.1에서 76.1로 무려 41p 떨어졌다. 서울(-44.9p), 인천(-41.2p), 경기(-36.9p) 모두 두 자릿수 하락이다. 규제 전후의 대비는 더 뚜렷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금리 인하 기대와 청약 규제 완화가 맞물리며 거래가 살아났다. 하지만 6·27 규제 이후 매수세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미입주 사유도 바뀌었다. 7월에는 '기존주택 매각 지연'(37.5%)이 1위였지만, 8월에는 '잔금대출 미확보'가 27.1%에서 38.5%로 뛰어올라 1위를 차지했다. 대출 규제로 자금줄이 막히면서 수분양자의 입주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대해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가 단기 안정에는 기여했지만 매수세를 주저앉혔다"며 “실수요자까지 구매를 미루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까지 겹쳐 관망세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의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조 교수는 “미·중 갈등과 국내외 정치·경제 변수들이 지속적으로 시장을 압박할 것"이라며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풀리지 않으면 중장기 흐름을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가격 안정이 구매자에겐 좋지만 건설사 위축으로 공급이 늦어지고 있다"며 “세제와 금융 규제를 일부 풀어 공급에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 계획이 안정돼야 매수자도 안심하고 시장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조국 향한 마음 잊지 않겠다” 오세훈, 독립유공자 후손과 경축식

“나라를 잃은 절망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신념과 목숨을 건 용기, 그리고 다음 세대를 향한 사랑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었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고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4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경축식에서 이같이 말하며 “우리가 자랑스러워할 모든 성취의 뿌리는 80년 전 광복에서 흘러나온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또 “해외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조국을 향한 마음을 결코 잊지 않고, 선열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며 역사를 바로 세우는 책무를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날 행사에 광복회 회원, 보훈단체 관계자,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 등 350여 명을 초청했다. 특히 지난 12일 중국에서 입국한 해외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 19명이 참석해 뜻을 함께했다. 이들은 오는 17일까지 국립현충원 참배, 보신각 광복절 타종식 등 서울에서 열리는 다양한 기념행사에 참여한다. 경축식에 앞서 오 시장은 후손 11명과 오찬을 함께하며 안중근 의사의 '단지동맹'을 기리는 태극기 서명식을 진행했다. 단지동맹은 안 의사와 11명의 동지들이 약지를 끊어 피로 '대한독립'이라 쓰며 결의를 다진 모임이다. 서명한 태극기는 경축식에서 후손들에게 전달됐으며, 충칭 임시정부 기념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행사는 시민국악합창단 'K-판'의 '독립군가'와 '광복군 제2지대가' 합창, 독립 열망을 담은 연극으로 시작됐다. 이어 인공지능(AI) 기술로 구현한 '손기정, 서울을 달리다' 영상이 상영됐다. 일장기를 달고 뛸 수밖에 없었던 손기정 선수 대신 태극기를 단 모습이 재현돼 광복의 감동을 전했다. 또 이동화 선생, 유기석 선생, 최진동 장군 등 항일투사와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AI 영상 '광복 80년, 잊혀진 별들의 귀환'이 공개됐다. 이동화 선생은 1920년 의열단에 가입해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교관으로 활동했고, 유기석 선생은 3·13 만세 시위와 일본 군함 폭침, 일본 공사 암살 시도에 나섰다. 최진동 장군은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에서 공을 세웠다. 독립유공자 김성숙·두군혜 부부의 손자인 피아니스트 두영무 씨는 '아리랑'과 '도화도'를 연주하며 경축식의 의미를 더했다. 행사 말미에는 참석자들이 태극기 바람개비를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80년 전 광복의 순간을 재현했다. 서울광장에는 단지동맹 혈서태극기를 모티브로 한 독립유공자 4천 장의 사진 모자이크 작품이 걸렸고, 바람개비 300개로 꾸민 '태극기 언덕'이 조성돼 오는 16일까지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오 시장은 “오늘 우리가 받은 자유와 희망을 더 크고 더 위대하게 다음 세대에 물려주자"며 “80년 전 그날의 함성을 미래를 향한 약속으로 이어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전세대출 줄이니 월세 쏠림 가속…서민 주거복지 ‘빨간불’

정부와 은행권의 대출 규제로 전세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거래는 줄고 보증금은 오르고 있으며 월세 전환 속도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부동산업계에선 서민 주거비 부담과 전·월세 양극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주요 시중은행들이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6일부터 '임대인 소유권 이전·보유주택 처분·근저당 말소' 조건부 전세대출을 중단했고, 우리은행도 이미 같은 조건의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주택금융공사(HF) 역시 오는 28일부터 일반전세·청년 특례 보증 심사를 강화한다. 앞으로는 선순위채권과 임차보증금 합계가 주택가격의 90%(법인 임대인 80%)를 넘으면 보증이 거절되고, 이용 중 임의 전출 제한과 이사 시 재심사 의무도 적용된다. 전세시장은 6·27 대출 규제 이후 계속 위축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4~6월 매월 1만2000건 안팎을 유지했지만 7월에는 9546건으로 한 달 새 21.2% 감소했다. 반면 평균 전세보증금도 4월 5억7549만원에서 7월 6억1691만원으로 7.2% 상승했다. 대신 월세는 급증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주택 월세계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7.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세계약 증가율은 4.8%에 그쳤다. 국토교통부 통계에서도 6월 월세 거래량은 전년 동월 대비 41.8% 늘었지만 전세는 5.1% 증가에 그쳤다. 6월 월세 비중은 61.4%로, 2021년 42.0%에서 3년 만에 약 20%포인트(p) 상승했다. 이에 대해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이중 규제의 역효과'라고 설명했다. 대출이 막히니 매수 전환을 통한 전세 공급 확대가 이뤄지지 못하고, 오히려 전셋값이 오르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대출로 버티던 전략이 무너지면서 전세 매입 실패·보증금 상승·월세 지출 확대라는 세 가지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권 팀장은 “월세 비중이 이미 60%를 넘었고, 이번 규제 이후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자금 여력이 부족한 청년·신혼부부일수록 서울 외곽이나 경기권, 도심 소형 주택으로 밀려나 주거 질이 떨어지고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권 교수는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세입자는 보증금 증액이 어렵고, 임대인도 같은 조건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월세로 돌릴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전세와 월세 모두 가격이 오르는 이중 자극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세는 무이자 저축이자 내 집 마련 사다리 역할을 해왔는데, 전세 공급이 줄고 월세로 대체되면 장기적으로 주거 사다리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같은 추가 규제가 더해지면 소득 정체 상황에서 대출 가능액이 줄어 전세금 마련이 더 어려워지고, 그 부담이 월세로 전이될 수 있다고 본다. 보증비율과 대출한도를 단기간에 낮추면 세입자·임대인 모두 자금 운용이 막혀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건설·공급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출 규제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 분양 실적이 떨어지고 착공·신고 건수도 감소하는 등 공급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 여기에 공사비 상승까지 겹치면 신규 주택 공급 불안정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무주택자, 신혼부부 등 서민들의 수요가 많은 전세시장이 위축될 경우 전체적인 주거 복지가 악화될 것이 뻔한 만큼 실수요자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대출 규제를 일률 적용하기보다 무주택자·생애 최초 구입자·신혼부부 등은 한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정책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시적 취득세·양도세 감면, 전세보증금 보호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보증금 일부를 에스크로 계좌(제3기관에 맡겨 조건 충족 시 지급하는 안전금고식 계좌)에 예치해 보증사고를 예방하고, 이를 서민 임대주택 공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와 월세가 맞물린 시장 구조에서는 한쪽을 조이면 다른 쪽이 들썩일 수밖에 없다"면서 “실수요자 안전장치를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월세 쏠림과 주거 양극화가 고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기자의 눈] 징벌만으론 산재 못 막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포스코이앤씨(이하 포스코)의 건설면허 취소 가능성을 언급한 뒤 해당 회사는 전방위 압박에 직면했다. 국토교통부는 포스코가 시공한 전국 건설 현장을 전수조사 중이며,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등도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와 최고 수위 행정처분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고, 대표 교체와 신규 수주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다. 전국 100여개 공사 현장도 모두 작업을 멈췄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9일 공사 현장을 찾는 등 위기는 그룹 전체로 확산됐다. 건설 노동자의 사망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포스코의 현장에서 올해만 4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정부가 사고 원인 규명도 끝나기 전에 특정 기업을 정조준해 면허 취소까지 거론하는 것은 형평성과 실효성 모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우선 포스코만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올해 1분기까지 산재 사망자가 가장 많은 건설사는 다른 곳이다. 포스코는 10위권에도 들지 않았다. 업종을 넓혀 보면 지난해와 올해 1분기를 합쳐도 포스코보다 산재 사망이 더 많은 기업이 여럿이다. 그럼에도 포스코가 집중 거론되는 것은 모그룹이 정치적 영향을 많이 받는 '준공기업'이기 때문일까? 징벌 일변도의 강경책이 사고를 다 막아 줄 수도 없다. 전문가들은 공사 기간이 지나치게 짧고 공사비를 싸게 책정하는 구조가 지속적인 산재 발생의 근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숙련 인력이 부족한 데다 말이 잘 안 통하는 외국인 인력의 증가, 폭염·폭우 등 기후 리스크까지 위험을 키우고 있다. 산재 발생이 안전 관리 부실이나 근로자 개인의 실수 등 일시적 요인일 수도 있지만,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징벌로 기업의 책임을 묻는 것 외에도 발주·입찰 제도 개선, 공사 기간 현실화, 숙련 인력 확보 등 구조개혁이 병행해야 한다. 건설현장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물론 일차적으로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정부도 앞에서는 '안전'을 외치면서 뒤에서는 '공기를 줄이고, 비용을 낮추라'는 모순된 신호를 보내는 한 대형 사고는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공기·비용 문제로 입찰이 무산된 가덕도신공항 공사가 대표적 사례다. 산재를 정말 줄이고 싶다면 건설 현장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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