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기의 습격이다. 장마가 물러갔나 했더니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다 개었다 맑았다 또 내리다' 하면서 고온다습한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다음 주에도 이런 현상이 상당 부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온이 높더라도 습도가 낮으면 체감 기온은 떨어진다. 하지만 기온과 습도가 모두 높은 '찜통더위' 환경이 지속되면 환자나 노약자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도 '끈적끈적' 기후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활력 및 면역력 저하가 나타나기 쉽다. 게다가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진균류)가 급속히 증식하면서 식중독 위험성이 크게 높아지는 등 국민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고온다습한 날씨의 지속으로 인해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대장균, 이질균, 장염비브리오균, 노로바이러스, 로타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 다양한 세균과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이로 인한 음식이나 음료가 부패하거나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 추위에 강한 노로바이러스는 겨울철이나 봄철에 주로 유행하지만 여름에도 안심해서는 안된다. 곰팡이의 증식은 폭우와 폭염이 교차하는 요즘 같은 날씨가 '장날 대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는 전통적으로 '손씻기, 익혀 먹기, 끓여 먹기'를 식중독을 비롯한 여름철 세균 및 바이러스성 전염병 예방의 3대 원칙으로 권고하고 있다. 올해 식약처는 '식중독 예방 6가지 수칙'을 발표해 일반인과 병의원·요식업소 등에 주의를 당부했다.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 등에 의해 유발되는 식중독은 복통, 설사, 발열, 구역질, 구토, 발진 등이 주요 증상이다. 빠르면 감염 후 몇 시간 이내, 길면 2~3일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 식품 저장은 5도 이하, 가열은 최소 60도 이상에서 가벼운 식중독은 별다른 치료 없이 시간이 지나면서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보리차 같은 따뜻한 음료를 통해 충분히 수분을 섭취한 후, 미음이나 죽 같은 부드러운 음식부터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에서 식사량을 천천히 늘려가는 것이 좋다. 식중독에 의한 설사가 지속될 때는 탈수증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식중독 증상에 굶는 것은 하책이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탈수상태가 지속돼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물 섭취량을 평소보다 늘리거나 병원을 찾아 수액을 맞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설사를 멈추게 하기 위해 지사제를 임의로 복용하는 경우, 오히려 독소의 배설을 막아 증상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전문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중독 예방의 지름길은 음식의 선택·조리·보관 과정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다. 저장은 섭씨 4~5도 이하에서, 가열은 최소한 60도 이상에서 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세균이나 곰팡이는 70~80도 이상 가열해도 시간이 짧으면 생존이 가능하므로 100도 가까이 충분하게 가열해 음식을 조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평소 손 위생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특히 더러운 것을 만지거나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는 비누나 손 소독제를 이용해 손을 깨끗하게 씻는다. 지하수나 약수터 물, 우물물 또한 그냥 마시지 말아야 한다. 남거나 상하기 쉬운 음식은 조리 후 1시간 이내에 냉장보관하기, 조리한 음식과 익히지 않은 음식 섞지 않기, 행주는 매일 바꾸고 삶아서 사용하기, 재가열한 음식이 남으면 버리기, 칼이나 도마는 철저히 닦아 건조하기 등 생활 속 주의가 필요하다. 실내 습도는 가능하면 50~60% 이하로 낮춰준다. ◇ 곰팡이 발생한 벽지·생활도구 방치는 '감염의 온상' 오염된 음식은 끓이면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가 죽지만 독소는 잘 파괴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식중독 증세가 일어나는 것을 '독소형 식중독'이라고 한다. 일반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보다 잠복기가 짧고 증세도 나쁘며 치료 및 회복 또한 어렵다. 상한 음식을 끓여 먹으면 절대로 안된다는 얘기다. 곰팡이는 곡류·견과류·과일 등 여러 식품뿐 아니라 벽지, 건축 자재, 가구, 의류 등 다양한 표면에 잘 서식한다. 실내의 환기가 부족하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쉽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원룸이나 고시원의 경우 샤워실이 있고 환기 장치가 없는 환경에서 가장 잘 발생하고 급속하게 증식한다. 특히 집중 호우가 내리면서 강한 바람이 불면 다른 장마철에도 멀쩡하던 집안에 누수가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벽을 타고 물이 스며들거나 벽지가 습기에 젖어 곰팡이가 심각하게 피어나는 일이 쉽게 일어난다. 미관상의 문제도 상당해 제거에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 비용이 들더라도 깨끗하게 제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요즘처럼 잦은 비로 인한 높은 습도는 곰팡이 포자가 공기 중에 떠다니기에 이상적인 조건이다.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공기를 타고 전염이 이뤄진다. 곰팡이 감염은 보통 피부, 손발톱, 모발 등 신체 표면에 국한되지만 폐나 장기 등 전신으로 퍼져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침습성 진균 감염으로 인한 전신 칸디다증의 사망률은 15~35%, 전격성 패혈증의 경우 70%에 달한다. 종류에 따라 신경계, 간, 신장 등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한다.전 세계적으로 매년 최소 150만 여명이 침습성 진균 감염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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