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너지 공공기관을 통해 에너지 산업을 규제하는 정책이 에너지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공기관 간 칸막이 규제를 철폐하고 정부의 개입보다는 시장의 원리로 돌아가는 에너지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됐다. 에너지 업계 전문가들은 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미래포럼·한국자원경제학회가 30일 서울 강남 그랜드인터컨티넨날 서울파르나스서 개최한 '서울에너지포럼 2025'의 세번째 섹션에서 에너지 산업의 구조 개혁 방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시장주도가 아닌 정부주도형 에너지정책이 에너지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영국, 일본은 소매시장 개방, 도매시장 경쟁, 수송·판매 소유권 분리·독립규제위원회 보유 등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 선진국에 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산업은 공기업 중심이다. 발전부문은 한국전력공사 6개 발전자회사와 공공기관, 민간 발전사업자가 맡고 있다. 송전, 배전, 판매 부문은 한전이 독점 중이다. 천연가스산업은 한국가스공사가 저장탱크의 66%, 도입물량의 79%를 맡고 있으며, 수송은 독점하고 있다. 민간 사업자가 자가사용분에 한해 천연가스 수입이 허용되고 있지만 재판매는 불가능하고, 천연가스 도매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냉난방인 집단에너지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담당하고 있다. 조 교수는 공공기관 간 칸막이 규제로 전력, 가스 공기업은 상대 사업에 진입이 불가능해 창의적인 사업을 만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을 통해 요금을 통제하는 등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로 실질적으로 공공기관의 정관, 이사회 경영목표, 예산회계 등을 상세히 규정한다. 경영·사장·고객만족도·청년도·혁신 평가에 눈코 뜰 새 없다"며 “공기업 사장은 임기가 3년인데 발전사업 하나 시작되는 것도 못본다. 적어도 10년은 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에너지산업 구조개혁은 비교적 쉬운 순서대로 게임규칙, 산업구조, 지배구조 순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조 교수는 게임규칙 개편 방안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독립된 전문가 그룹으로 에너지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전기 및 도시가스 요금 등을 위원회 내부 심의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구조에 대해서는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칸막이 규제를 철폐하고 발전사업자의 송배전 및 판매사업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례로 천연가스 수입 및 도매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에 발전사업 진출을 허용하고, 발전공기업에 천연가스 수입 사업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배구조는 “정부의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일상적인 규제를 철폐하고 유상증자 허용과 에너지 공기업 주주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 주제발표 이후 조영탁 한밭대 교수를 좌장으로 토론이 이어졌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성과가 안나오면 그사람의 행위를 바꿔보고 행위를 바꿨는데도 성과가 안나오면 구조를 바꾸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우리 에너지산업은 행위도 문제이고 구조도 문제인 두 문제가 중첩돼 답답한 상황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쟁 압력이 없는 시장은 천당과 지옥이 없는 종교와 같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우리가 희망을가지고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외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에너지산업도 위기지만 제조업, 인공지능(AI) 산업도 엄청난 위기다. 지난해 데이터센터 허가와 착공한 게 한 건"이라며 “어떻게 하면 우리 에너지산업이 제조업과 AI 산업과 같이 갈 수 있는가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 전에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로 전기로를 이동한다고 했다. 거기에 전기요금을 보니 킬로와트시(kWh)당 75원 정도다. 우리나라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kWh당 180~190원"이라며 “현대제철의 지난해 전기요금을 보니 1조원이 약간 넘는데 미국으로 가면 5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요금이고 가격이다. 제주에서 하는 하루전시장과 실시간시장 등 수요와 공급을 고려한 시장이 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재생에너지 확대로 봄철 낮에 발전량이 몰리는 현상을 우려했다. 박 교수는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한 17만개 되고, 곧 20만~30만개 된다. 이 설비를 관리하기 불가능하다"며 “가격입찰제도를 도입해서 중간에 가상발전소(VPP) 사업자들이 관리할 수 있도록 해 가격을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집 서울대 교수는 LNG 가격에 자동으로 연계되는 가스요금과 저렴한 LNG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가스공사의 미수금 문제를 덮어놓고 갈 수 없다"며 “원료비 연동제를 자동화시킬 방안을 정부에서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세를 인하받기 위해 미국 알래스카의 비싼 LNG를 구매하는 장기계약을 할까 두렵다"며 “비싼 LNG를 사야한다면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관세 혜택을 받는 기업들이 펀드를 만들어 부담하거나 국가가 전체적으로 부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는 발전용 가스시장에는 경쟁체제가 상당히 돼왔다. 산업용 가스시장도 경쟁을 앞두고 있다고 본다"며 “산업부 조직이 전력과 가스가 나눠져있어 괴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가스발전은 사실상 전력과 한몸이 돼서 의사결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