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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현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경현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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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권 ‘금소법’ 적용 목전에…수익성 저하 우려에 ‘울상’

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적용을 앞두고 있다. 금소법 적용 대상 확대로 규제 사각지대가 사라지고 금융시장 고도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실리지만 업권 현장에선 운영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모든 상호금융기관에 금소법을 적용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9일 '금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다. 상호금융권 내 신협에만 적용했던 금소법을 농업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산림조합 등으로 확대해 적용하는 게 골자다. 앞서 신용협동조합을 제외한 상호금융권은 주무부처가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산림청 등으로 제각각이라 소비자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동일한 금융상품을 이용하더라도 제도적으로 보호받는 범위가 달라 역차별 논란도 불거진 바 있다. 금소법은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일정 기간 내 청약철회권과 불법·부당 영업 발생 시 계약해지권을 보장하는 제도다. 금소법 적용을 받는 금융사는 적합성 원칙과 부당권유 금지 등 6대 판매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개정안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감독 범위 안에 모든 상호금융을 포함시키며, 위법 행위 발생 시 금융위가 직접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상호금융사가 금소법을 위반하면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업무정지 명령과 같은 행정제재 처분도 요구할 수 있다. 금소법이 상호금융권에 적용되면 소비자들은 금융 관련 문제에 휘말렸을 때 법적 보호를 받기 용이해진다. 사기사건 발생 시 동일한 규제와 의무 아래에 있는 상호금융권은 책임을 회피할 수 없게 되고, 손해배상 청구 근거도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부처 간 협의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임기 만료로 인해 폐기된 바 있어 법안이 빠르게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상호금융권 현장에선 업무 부담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과 달리 인력과 비용 여력이 부족한 개별 조합이 많은데, 위법계약해지권이 도입되면 동일한 수준의 심사·운영 체계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권은 가장 먼저 운영 및 시스템 투자에 대한 비용 증가를 걱정하고 있다. 한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과 동일한 수준으로 내부 통제나 준법감시, 판매 심사·운영체계 구축이 요구될텐데 상호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인력과 비용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각 조합에 추가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법적 분쟁 증가에 관련한 리스크도 확대됨에 따라 아직은 조합 차원의 대응 역량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소비자 부적합 판매를 두고 소송이나 분쟁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법률 자문이나 맞춤 인력 보강에 나서야 하는데 재무 부담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소법 위반 시 상품수입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과태료도 한층 엄격하게 적용될 방침이다. 이는 곧바로 재무적 리스크로 작용하게 된다. 업권은 대출이나 상품 수익구조부터 금리 및 수수료 변화 등 전반적인 변화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장 불완전판매를 고려해 전 상품에 적합성 원칙을 점검해야하고, 리스크가 크거나 복잡한 상품은 위축됨과 동시에 저위험·저수익 중심으로 영업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대출과 연계한 신용보험 가입과 같은 묶음판매도 제한됨에 따라 여신관련 부가수익 구조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단기 비이자수익은 축소되고 은행과 같이 단순 예대마진 의존도를 높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는 “비용과 대응력에 대한 지원이나 대비 없이 곧장 법안이 적용될 경우 각종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며 “판매심사나 해지권 대응 등 높아진 운영 비용이 소비자 금리나 수수료에 반영될 수 있고 중소형 조합이나 기관은 가격경쟁력 약화와 수익성 저하 압력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은행권 풍향계] 우리은행, 서울시 소상공인에 2000억원 금융지원 外

◇ 우리은행, 서울시-서울신보와 '서울시 안심통장 제2차 업무협약' 체결 우리은행은 지난 18일 서울특별시와 서울신용보증재단(이하 서울신보)과 함께 '서울시 안심통장 제2차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서울시 소재 소상공인에게 총 2000억원 규모의 운전자금을 지원한다고 26일 밝혔다. 지원 대상은 △개업 후 1년 초과 △대표자 NICE신용점수 600점 이상 △최근 3개월간 매출 합계 200만원 이상 또는 최근 1년 신고매출 1000만원 이상인 개인사업자이다. 세부 요건은 우리은행 및 서울신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 안심통장 보증서대출'은 최대 1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 대출로 서울신보 모바일 앱을 통해 보증서를 신청하고, 승인 결과 확인 후 '우리WON 기업뱅킹' 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소상공인의 금융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년도 보증료 50% 지원 △마이너스통장 한도미사용수수료 면제 등 실질적인 금융비용을 지원한다. 보증 신청은 오는 28일 시행 후 5일간은 출생연도 끝자리 기준으로 5부제가 적용되며, 9월 4일부터는 제한없이 신청 가능하다. 5부제 기간 중 보증 신청일(출생년도)은 △8월 28일(1, 6) △8월 29일(2, 7) △9월 1일(3, 8) △9월 2일(4, 9) △9월 3일(5, 0)이다. ◇ KB국민은행, 중소기업 맞춤형 특화상품 강화로 기술 선도 성장 지원 KB국민은행은 '중소기업의 성장을 함께한다'는 취지의 'KB 중소기업 동반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KB중소기업 동반성장 프로젝트'는 △KB중소기업 맞춤형 특화상품 리뉴얼 및 금리우대 지원 △국가 주력산업 금융지원을 위한 특별 출연 및 전용보증서 발급 △신산업 자금 지원과 새로운 성장 엔진 발굴을 위한 기술금융 우대 등 총 3개 부문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중 'KB중소기업 맞춤형 특화상품 리뉴얼 및 금리우대 지원'은 기업별 특성에 맞는 혜택을 제공한다. 맞춤형 특화상품으로는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위한 △KB 모아드림론과 함께 △KB 우량산업단지기업 우대대출 △KB 유망분야 성장기업 우대대출 △KB 수출기업 우대대출 등이 있다. 또한 일자리 창출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KB굿잡 우수기업 금리우대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특히 KB 모아드림론, KB 우량산업단지기업 우대대출, KB 유망분야 성장기업 우대대출은 지난해 지원 대상 확대와 금리 우대 혜택 제공 등 지속적인 상품 리뉴얼을 진행했다. 그 결과 올해 7월말 기준 대출 잔액이 전년말 대비 1조4000억원 이상 증가하는 등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게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해 주고 있다. 'KB 유망분야 성장기업 우대대출'은 성장 가능성이 높고 우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 대출금리 등을 우대하여 지원하는 상품으로 3분기 내 '혁신 프리미어 1000'으로 선정된 기업을 대출 대상에 추가할 예정이다. '혁신 프리미어 1000'은 성장 잠재력과 혁신성을 갖춘 산업별 우수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정부 부처와 정책 금융기관이 협력해 운영하는 국가 전략 사업이다. KB국민은행은 해당 기업에 대해 0.5%p의 금리우대를 제공하며, 혁신·첨단산업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생산적 금융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KB국민은행은 3분기 내 'KB굿잡 우수기업 금리우대 프로그램'과 'KB 수출기업 우대대출'에 대한 리뉴얼도 준비하고 있다. 'KB굿잡 우수기업 금리우대 프로그램'은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으로 선정한 '청년일자리 강소기업'과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 참여기업'을 포함해 대출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 이에 따라 '청년일자리 강소기업'은 0.8%p,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 참여기업'은 0.3%p의 우대금리를 제공받을 수 있을 예정이다. ◇ 신한은행, 코빗과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업무협약 체결 신한은행은 26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오세진 코빗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가상자산거래소 코빗과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은 지난 2월 신한은행이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며 금융소비자보호 체계 강화를 핵심 과제로 설정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 자금이 가상자산을 통해 자금 세탁 사례가 급증함에 따라 실질적인 피해 예방을 위한 대응책으로 추진됐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사기의심계좌 정보 공유 및 핫라인 구축 △보이스피싱 범죄 원화 피해금 환급 상호협력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업무를 위한 실무자 교육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할 예정이며 협력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이번 협약은 디지털 금융환경에서 빠르게 진화하는 전기통신금융사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이자 실효성 있는 협업 모델이 될 것이다"며 “앞으로도 고객 자산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신한금융 ‘쏠메이트’ 앞세워 출격…시니어 大戰 열린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가 4000조원 규모 시니어 자산관리 시장을 타깃한 경쟁을 앞두고 전열을 갖춰가고 있다. 이달 신한금융이 시니어 특화 브랜드 '쏠(SOL)메이트'의 출범으로 그룹 역량을 한 곳에 모은 가운데 지주별로 강점을 내세운 시니어 대전이 확대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이 지난 19일 시니어 고객 특화 브랜드인 '신한쏠(SOL)메이트'를 공식 발표했다. 신한금융은 이 브랜드를 매개로 고객 생애주기별 금융·생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자산관리와도 연계할 게획이다. 금융그룹은 올해 들어 시니어층 확대를 그룹사차원의 전략으로 삼고 각기 시니어 특화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금융 부문에서는 연금·신탁·펀드·보험·상장지수펀드(ETF)·대출 등 생애 전환기별 상품을 특화하고, 프리미엄 요양시설이나 병원 예약 서비스 등 비금융 부문에서도 서비스를 확장해 전방위적인 모객에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신한은행의 시니어고객 컨설팅센터 '쏠메이트라운지'의 본격 가동으로 경쟁 합류의 신호탄을 쐈다. 신한은행은 기존 연금라운지 5곳을 쏠메이트라운지로 재단장해 운영에 들어간다. 은행앱 쏠뱅크에서도 비대면으로 쏠메이트라운지를 이용하도록 했다. 신한금융은 전 그룹의 역량을 한데 집중하는 전략이 두드러진다. 앞서 시니어 사업 본격 가동을 목적으로 자산관리솔루션그룹을 중심으로 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가 이를 트라이브로 확대했다. 여기에 개인고객 디지털서비스 담당인 고객솔루션부와 은행.증권의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PWM본부를 합류시키면서 대면과 비대면이라는 채널 통합을 이룬 동시에 금융, 비금융에서 계열사별 역량 집중을 한데 모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계열사의 전방위적인 연계를 통한 시니어 시장 집중 공략을 시작했다. 지난 4일 신한라이프는 '쏠메이트 시니어 콜센터'를 개시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고객들의 편의성 확대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로, 70세 이상 고객의 콜은 ARS 없이 전문 상담사가 직통 연결하거나 최근 통화이력에 맞춰 직전 상담사가 우선 배정되는 등 정서적 교감까지 고려한 게 특징이다. 신한라이프의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가 올해 말 첫 번째 요양시설 개소를 앞둔 가운데 비금융 부문과의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에서는 시니어 고객 대상 무료 피싱 케어 서비스 '신한 쏠이 지켜드림'을 출시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보상제도를 도입했다. KB금융은 은퇴, 상속, 요양 등 시니어 토탈 종합 상담센터인 'KB골든라이프센터'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면서 '발 넓히기'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KB골든라이프센터를 서울·수도권 4개 센터에서 전국 12개 센터로 확대해 전국화 및 접근성을 높였다. KB국민은행은 전략 목표 중 하나인 '시니어 특화서비스 강화'를 주도적으로 펼치기 위해 지난달 조직을 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개편으로 신설된 시니어 고객 특화 조직 '골든라이프부'는 △시니어Biz 전략 수립 △맞춤형 상품 및 서비스 패키지 개발 △KB골든라이프센터 운영 △'시니어 고객 전용 통합 플랫폼' 단계적 구축 등을 총괄한다. 초기에 KB라이프 주도로 요양사업에 집중해왔다가 최근 국민은행을 비롯해 전 계열사가 시니어 사업에 참여하도록 전환한 점도 '확대 전략'으로 읽힌다. KB손해보험은 초기 단계 치매 치료와 요양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 간병보험을 선보이고, 요양 전문 계열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는 시니어 테크 실증 사업에 들어가며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시니어 브랜드 '하나더넥스트'를 띄운 하나금융은 유언대용신탁 시장에 금융권 최초로 나서는 등 특화된 상품에서의 속도전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하나저축은행은 뉴시니어 손님을 위한 맞춤형 금융상품 '하나더넥스트 시니어 회전 예금'을 출시했다. 12개월 단위 회전식 정기예금 상품으로 시장의 금리 변동성은 적절히 반영하면서 매년 만기해지 또는 갱신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한 게 특징이다. 하나은행과 하나생명이 공동 개발해 출시한 민간 주택연금 상품 '하나더넥스트 내집연금'도 선보였다. 후발주자인 우리금융도 지난달 시니어 전용 브랜드 '우리 원더라이프'를 선보인 상태다. 우리금융은 우리WON뱅킹 앱을 통해 비대면 시니어 통합서비스도 함께 선보였다. 시니어 통합서비스는 앱 내 흩어져있는 시니어 고객 금융상품과 콘텐츠, 부가 서비스를 한 데 모아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강조했다. △자산관리 △세무 △부동산 △신탁 △연금 등 금융 콘텐츠부터 △건강 △여가 △관계 △일자리 △디지털 등 비금융 콘텐츠까지 폭넓게 마련해 한 눈에 볼 수 있다. 최근 편입된 편입된 동양생명·ABL생명과의 통합 서비스도 속속 발표할 예정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니어층은 고액자산가뿐 아니라 중자산가나 매스 고객까지 포함하고 있어 범위가 넓고 계열사별 자산 시장과 연계할 경우 수천조원에 달하는 잠재적 시장 규모를 노릴 수 있다"며 “금융그룹별로 마케팅, 편의성, 특화 상품 등 전략을 달리한 확장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실탄 준비해야”…은행권, 석유화학업계 불똥에 일동 긴장

금융당국이 석유화학업계의 위기 관리에 나선 가운데 금융권에 기존 여신 회수 자제를 요청했다. 당국은 업계에 철저한 자구노력부터 선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으나 불확실성 속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은행권 입장에선 추가 지원을 앞두고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1일 석유화학업계 30조원대 익스포저 관리를 위한 긴급 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여신 유지와 지원을 당부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사업재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는 기존 여신 회수 등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행동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업 재편 과정에서 수반되는 지역경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금융권의 배려를 당부했다. 현재 석유화학산업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경쟁력 약화 등이 맞물리며 각종 위기에 처한 상태다. 주요 석유화학기업에 대한 금융권 총 익스포저는 30조원대로 단일 산업군 기준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이는 은행권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부실이 동시 현실화할 경우 금융권 건전성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특히 상환능력이 떨어진 기업에 대한 대출 회수가 불가해지면 대손충당금 적립 등 실질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의 재무 상황이 위기 단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은행권에 추가로 전가될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주요 석유화학회사의 합산 영업이익률이 올해 1분기 마이너스 1.2%를 기록하며 지난 2023년 말 이후 손실 구간을 지속해온데다 개별 기업의 유동성위기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에 결국 은행이 구조조정의 실탄 지원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업계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건 이제까지 취했던 방향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내야한다는 의미다. 설비투자를 비롯해 각종 비용 투입이 필요한 과정에서 은행이 지원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은행으로선 사업재편에 따른 성공 여부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지원이기에 리스크가 적지 않은 투자다. 아울러 은행권의 석유화학업계 지원은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 즉, 기업대출 지원과도 결이 맞아 올 들어 축소한 가계대출 여력을 기업대출로 돌리도록 압박이 커질 가능성도 높다. 이미 은행의 실질적 지원이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여신을 회수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지침을 내린 건 사실상 만기와 금리를 기업에 유리하게 유지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은행의 재무에 곧장 영향을 줄 수 있어 사실상 금융적 지원인 셈이다. 금융권은 추후 기업과 대주주의 자구노력 및 책임 이행을 살펴보고 사업재편 계획의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 '채권금융기관 공동 협약'을 통해 추가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업계에 '선(先) 자구노력 후(後) 지원' 방침을 강조하고 있어 어느 정도 마음을 놓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금융권 지원부터 긴급하게 끌어낼 것이란 일부 은행권 예상과 달리 먼저 자구 노력과 그에 대한 결과를 지켜본 뒤 지원하겠다고 당국이 강하게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자구적 노력과 사업 재편 계획의 실행 가능성이 전제된다면 금융 지원에 나서는 은행권의 리스크도 한층 줄어들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업계에 강력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 사업재편을 촉구하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금융 지원에 나설 전망"이라며 “현재는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유예와 같은 맞춤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기자의 눈] 중대재해 잡겠다는 정부, 돌연 리스크 떠안은 은행

정부가 최근 이슈가 된 기업 중대재해사고의 해결책으로 '자금 옥죄기'를 이용하겠다고 선언한 뒤 은행권의 짐이 늘어난 모양새다. 최근 정부는 금융권에서 한 단계 구체화 된 심사 반영안을 꺼냈다. 대출의 신규 취급과 만기 연장 과정에서 기업의 안전관리 수준을 따져 금리와 한도를 조정하는가 하면 기존 대출도 약정 변경 시 한도 축소나 인출 제한에 처해질 수 있도록 했다. 중대재해 이력이나 안전 관리 수준에 따라 정책금융 평가도 달라진다. 공시나 ESG평가에 반영함으로써 투자자 판단에도 영향을 주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은 최근 신용평가 체계 확립을 위해 구체화 단계에 돌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의 '중대재해 뿌리뽑기'라는 짐을 돌연 은행권이 떠안게 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아무래도 대출과 관련된 변화가 이번 제도의 핵심축이므로 은행에서 직접 수행할 일이 많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은행권 내부에선 무엇보다 새로운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데 대한 불만과 우려가 높다. 기업에겐 목숨과도 같은 대출 문제를 은행이 평가하고 판단하게 되면서 기업과의 첨예한 갈등 문제가 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특정 산업군에 집중된 문제를 갑작스레 금융권이 뛰어들어 해결하는 모양새기에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며 “그 과정에서 안전문제라는 비재무적 요소를 두고 기업의 책임을 가려내야하고,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까지 모두 은행이 갑작스레 떠안은 리스크"라고 말했다. 정부가 여러 방향에서 정책을 밀어붙이는 통에 정부의 또 다른 기조와 부딪히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산재가 많은 업종이나 기업에 대출을 꺼리게 된 현실이지만, 이는 정부가 기업에 자금을 흘려보내라는 기조와 반대되는 행보다. 은행은 비슷한 문제로 상생금융 지원 규모를 다방면으로 늘려야하는 분위기 속에 밸류업 정책도 이뤄내야 하는 이슈에서 고민이 많다고 토로한다. 기업의 생명줄인 자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면 기업들이 안전 관리에 있어 확실하고 빠른 변화를 보이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를 빠르고 확실하게 해결하기 위해 목표만 바라보면 필연 다른 곳에서 탈이 나기 마련이다. 속도와 강도도 중요하지만 조화와 균형을 고려한 정책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내 차 보험료 오르나요”...최악 치닫는 車보험 손해율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를 넘어가면서 보험사들의 상당한 적자가 불가피해졌다. 보험업계는 보험금 누수나 사고 증가 대응에 나서면서도 실질적 해결책인 보험료 인상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 속에 근심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형 손보사 5곳(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2.0%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2%p 상승했다. 대형 손보사 5곳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 92.2%를 기록한 이후 7개월 만이다. 이는 올 여름 기록적인 폭우에 의한 결과다. 통상적으로 11월, 12월경 겨울철 폭설의 영향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를 넘는 경우가 있지만 7월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를 넘은 경우는 손해보험협회가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집계한 2021년 이후 처음이다. 보험사들은 자연재해에 의한 사고 외에도 경상환자 과잉 진료, 차량 수리비·부품가·공임비의 상승, 전기차 수리비 등 구조적 증가가 맞물려 손해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꾸준히 내려간 보험료도 손해율을 높인 원인으로 꼽힌다. 지속되는 손해율 상승에 DB손해보험을 포함한 주요 손보사의 올해 1분기 자동차보험 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 이상 감소하기도 했다. 이는 전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당기순이익도 23% 이상 감소시켰다. 업계는 이미 지난 1~7월 누적 손해율이 84.0%로 기준을 웃돌면서 적자 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통상적인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80%를 훌쩍 넘어서자 손실을 줄이기 위한 손보사들의 움직임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은 이미 과잉진료와 도덕적 해이 방지, 원가관리 및 리스크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경상환자의 과잉진료 등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모니터링 강화나 지급 기준 강화 등 내부 통제를 현재보다 확대하겠단 방침이다. 병원·정비업체와의 제휴 관리도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가관리를 위해선 부품비, 수리비, 정비요금 등 원가 통제를 위해 공급망 계약 재조정에 나설 수 있다. 업계는 전기차 등 신기술 차량에 특화한 손해관리 상품도 속속 도입 중이다. 수익성 보전을 위한 '운전자 특성 기반(주행거리, 운전습관 등)' 맞춤형 보험도 올 들어 대폭 출시했다. 손해율이 연말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업계가 내년 보험료 인상 논의에 들어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겨울철이 되면 낮은 기온으로 인해 차량에 문제가 생기거나 빙판길이나 폭설에 의한 사고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도 5대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각각 92.6%, 92.2%를 기록했다. 다만 업계는 최근 정부의 상생 압박 등으로 인해 실제 보험료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올해 초 보험료는 0.4~1.0% 소폭 인하에 그쳤다. 보험사 관계자는 “실적부진이 지속되면서 재무지표에도 영향이 커질 수 있어 우려 중"이라며 “다른 상품에서의 보완 전략을 강화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 실적을 끌어올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은행권 풍향계] 신한은행, 한국형 녹색채권 1000억원 발행 外

◇ 신한은행, 1000억원 규모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신한은행은 환경부가 주관하는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참여해 1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다고 22일 밝혔다. 한국형 녹색채권은 조달된 자금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에 부합하는 사업에 사용하는 특수목적 채권으로, 대출 자산이 환경부가 지정하는 기관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적합성 사전검토를 받고 사후보고도 의무적으로 진행되는 등 엄격한 절차가 요구된다. 특히 이번에 발행한 한국형 녹색채권은 한국표준협회의 적합성 검토를 받은 '녹색부문 수송의 무공해 차량, 철도차량, 건설기계, 농업기계, 선박, 항공기, 자전거 도입'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이를 통해 신한은행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국내 녹색경제활동을 촉진하는 데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2022년 국내 시중은행 중 최초로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으며,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참여해 누적 6천억원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5월 5억달러(USD) 규모의 글로벌 선순위 외화채권을 사회적(Social)채권으로 발행했으며, 2020년 하반기부터 연속 12회 외화 공모채권을 ESG 연계 채권으로 발행하는 등 ESG채권 발행에 앞장서고 있다. ◇ KB국민은행,'소상공인 원스톱 컨설팅센터' 2호점 오픈 KB국민은행은 지난 21일 인천 연수중앙지점에 소공인을 위한 맞춤형 종합지원 공간인 '소상공인 One-Stop 컨설팅센터' 2호점을 개소했다. '소상공인 One-Stop 컨설팅센터'는 지점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코워킹 스페이스로 마련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공동 운영된다. 주요 시설은 ▲소상공인 컨설팅센터 ▲스마트워크(화상회의, 공유오피스) 공간 ▲교육 공간 ▲다목적홀 등으로 구성됐다. 앞서 1호점은 지난 7월 의정부중앙종합금융센터에 문을 열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경기북부지역본부와 공동 운영되고 있다. 특히 2호점의 스마트워크 공간인 공유오피스에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선정한 K-브랜드 글로벌 특화 분야(화장품 및 뷰티기기 제조업) 관련 소상공인이 입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선정된 소상공인은 ▲무료 사무공간 ▲교육 프로그램 ▲전문가 컨설팅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 우리은행, 2025년 을지연습 참여로 위기대응 역량 강화 우리은행이 2025년 을지연습에 참여해 국가적 비상상황과 재난 상황에 대비한 전사적 위기대응 훈련을 실시했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을지연습에서 전시 비상대비체제에 대한 전환과 금융지원 역할을 중심으로 우리은행 본점과 전산센터가 훈련에 참여했다. 특히, 사이버테러 대응훈련을 통해 서버 해킹, DDos(디도스) 공격 등 위협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전산 시스템 복구와 재해복구(DR)센터 운영 등 주 전산센터와 예비센터 간의 전환 훈련을 통해 금융서비스 연속성 확보 능력을 점검했다. 또한, 본점과 전산센터 전 직원이 민방공 대피훈련에 참여해 국가적 재난상황에서도 안전을 확보하고 금융업무를 정상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점검했다. 아울러 훈련기간 동안 두 차례 주요 현안과제 토의를 통해 지휘본부와 지역본부의 역할과 전시 이동방안을 구체화하고 토의 과정에서 도출된 개선사항과 보완점을 논의하는 등 전시 대응 체계를 향상시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을지연습에서 고객과 임직원의 안전과 금융서비스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훈련을 실시했다"며, “국가적 비상, 재난 상황에서도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금융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통합의 비용’…우리금융지주, 무거워진 재무 부담

우리금융그룹이 동양·ABL생명 편입 후 각종 재정적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 확대나 이자이익 비판 등 은행권의 수익성이 위축된 환경에서 재무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매끄럽게 조직 통합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성대규 동양생명 대표가 동양생명 노조 측과 만나 교섭을 진행했다. 동양생명 노조 측이 매도자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으로부터 매각 위로금을 받지 못하면서 우리금융이 대신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동양생명 노조 측은 사측에 월급의 1200%에 해당하는 매각위로금(약 1021억75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로금 외에도 특별 성과급 지급과 유니온숍 등을 제시한 상태다. 이에 우리금융은 동양생명의 편입 후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무 부담에 놓였다.우리금융이 위로금을 지급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으나 교착 상태로 협상이 지속될 시 파업과 같은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금융이 노조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재정적 타격은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 직원 수인 912명의 평균 월 급여(933만원)를 1200% 수준으로 책정해 단순 계산하면 1021억원 수준의 규모가 산출된다. ABL생명 직원까지 포함하면 1000억원 후반대에 달하는 일시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란 예상이다. 업계에선 우리금융이 반드시 위로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화학적 결합'이라는 실제 융합 작업이 중요한 만큼 노조 측 요구를 마냥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도 처음 합을 맞춰가는 단계에서 원만한 융합을 원할테고, 노조 측은 협상의 키로 위로금을 쥐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우리금융도 일부 재정적 손실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양생명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과징금도 우리금융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동양생명에 140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한 상태다. 금감원은 동양생명이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고 신용정보를 자회사 GA(대리점)에 넘긴 점에 대해 신용정보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당초 증자 없이 가용한 방안을 총동원해 자본비율을 관리하겠다는 우리금융의 계획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 1400억원이라는 규모의 과징금은 이번 인수가격의 10%를 상회하는 액수이자 동양생명 연간 순이익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우리금융은 당초 지주 차원의 추가 증자는 필요치 않은 상황인 것으로 판단했으나 거액의 과징금이 내려지면서 자본비율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금융에 긴장감을 키우게 됐다. 예고된 과징금이 전액 확정될 시 동양생명 자본비율 악화로 인해 자본확충 부담이 지주에 전가될 수 있다. 과징금은 즉각 동양생명 재무제표에 계상되며, 이는 우리금융 연결재무제표에 손실로 반영된다. 우리금융은 최근 은행권을 둘러싼 지출이 많아 동양생명에 추가로 재무적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많지 않은 상태다. 현재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축소 규제와 상생금융 기조, 배드뱅크 분담금 문제와 교육세 인상 등으로 하반기 수익성이 크게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양생명 인수 후 생각지 못한 각종 복병이 나타나자 자본비율 관리를 두고 고민이 커질 것이란 평가다. 우리금융이 동양생명의 서울 본사 사옥과 연수원·지점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최근 행보도 그룹 차원의 자본 효율화 전략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런 와중 단기적인 동양생명의 수익성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동양생명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작년 동기(1641억원) 대비 47.1%(773억원) 급감한 868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이 모두 약세를 보인 결과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편입 후 방카슈랑스나 자산운용 일임 등 일부 교차판매가 시작되면서 비은행 수익 비중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사 갈등이나 과징금 등 비용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고 조직 안정과 투자 여력이 확보된 이후부터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사 갈등이나 재정적 부담이 지속될 경우 실질적 인수 성과 창출은 내년까지 지연될 전망이다. 계열사간 교차판매나 요양 자회사 설립 등 신사업 진출이 실질적인 성과를 기록하려면 올해 회계상 손실 반영이 끝나고 수익성에도 드라이브가 걸려야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의 자회사 편입에 따른 수익 기여를 당장 기대하기보다 그룹 내 안착과 안정화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도 그렇지만 계열 보험사들도 우선 그룹사에 안착하고 경영안정성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조직 정비를 우선 시행한 뒤 자회사와의 시너지는 장기적 전략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리스크 떠안을라”…중대재해 여신 심사, 은행권 속앓이

정부가 금융권 대출 심사에 '중대재해 리스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꺼냈지만 은행권은 현실화를 두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신용평가 체계 확립에 있어 모호한 점이 남아있거나 기업 자금 조달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겹치며 '생산적 금융' 기조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다. 안전 강화라는 명분과 금융권의 운용 현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여신·정책금융·자본시장 등 금융권 전 부문에서 중대재해 리스크를 심사에 반영하는 방안을 본격화했다. 정부는 여신 부문에선 신규 취급과 만기 연장 과정에서 기업의 안전관리 수준을 따져 금리와 한도를 조정한다. 재해 이력이 있으면 불이익을 주고, 예방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에는 대출 확대와 금리 우대 같은 혜택을 제공한다. 기존 대출도 약정 변경 시 한도 축소나 인출 제한을 둘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본다. 정책금융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심사나 시장 안정 프로그램에 안전도를 평가 기준으로 넣고, 자본시장에서는 중대재해 발생 사실을 공시·ESG 평가에 반영해 투자자 판단에 직접 영향을 미치도록 한다. 결국 '안전 관리 성과가 금융 거래 조건을 좌우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중대재해에 대한 행정제재와 처벌이 강화되면 중대재해 발생기업의 신용·투자리스크가 확대되므로 금융부문은 건전성 관리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권에선 곧장 중대재해 리스크를 평가요소로 명시하는 데 난감함을 표하고 있다. 여신 심사 반영에 앞서 신용평가 체계를 검토해야 하는데, 아직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남아있거나 체계적이고 합리화된 틀이 존재하지 않아 시스템 적용에 애매한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대재해 사고에 대해 기업에 책임을 지우는 책무를 은행이 떠안게 된다는 점이 곤란한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출 심사 과정에 은행의 평가 과정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물리적인 업무도 늘지만, 안전이나 재해이력 평가가 기업에 곧바로 재무적 영향으로 직결되기에 새로운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셈이다. 안전이나 사고 요인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와 관련해선 제3기관에 분석을 의뢰하고 보고서를 받아보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후 과정에서 은행의 판단과 평가가 들어가기에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기업이 대출 심사 결과에 불복하거나 문제삼을 시 소송 과정에 대한 손실 요소는 은행이 감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법적 공방이 패소로 이어질 경우 소송비용을 포함한 추가 비용 문제도 떠안게 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시스템 반영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사고 원인과 기업 책임의 구분을 명확히 해야하는 과정에서 단순 사고인지, 하청업체의 문제인지 등 기업의 책임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며 “재해 이력이 실제 재무 안정성이나 신용도에 얼마나 반영되어야 하는지도 모호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 기조와 정면으로 상충할 수 있는 부분도 고민거리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지원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되레 대출 위축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리스크를 피하고자 제조업이나 건설업과 같은 특정 업종에 대한 대출을 보수적으로 가져가거나 꺼리게 되면 결국 기업 투자와 일자리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정부 정책에도 반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출 제한이 과도한 신상필벌로 여겨질 경우 작은 기업에겐 치명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인센티브와 같은 '당근'도 쓰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론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은행은 중대재해를 기업 여신심사에 반영함으로써 재무 요건이 충족하는 기업이라도 안전관리 이력에 따라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을 자극하게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관계자는 “이미 은행은 여신 심사에서 비재무적 요소를 통해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현행 ESG 경영이나 법규 준수 여부를 살펴보는 단계에 중대재해 리스크 요소를 별도로 확인하는 작업이 추가되면 기업으로선 중복 규제로 느껴질 수 있고,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가이드가 없어 최종적인 강도는 알 수 없지만 앞서 중대재해 근절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만큼 내달 결정을 앞두고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제도 도입은 피할 수 없지만 은행권 우려를 반영해 점진적인 시행이나 입체적인 심사 제도가 확립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퇴직연금 의무화’ 시대 온다…은행권 “핵심수익원 기회 잡자”

정부가 퇴직연금 제도를 전 사업장에 의무화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퇴직연금 의무화 제도' 도입이 예상되면서 은행권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수백조원 규모로 성장하는 연금 시장에서 핵심 수익원으로써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적립금 43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을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으로 전환하기 위해 모든 사업장에 의무화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퇴직금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받게함으로써 모든 근로자가 연금을 통해 노후 보장을 두텁게 하려는 취지에서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의 퇴직연금 제도 개선 방안을 지난 6월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현실화할 경우 퇴직금과 퇴직연금 제도가 함께 운용되는 현재의 방식이 종료되고 퇴직연금이 의무화되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은행으로선 퇴직연금 의무화 제도 도입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고령화로 연금 수령 대상자가 늘고있는데다 1인당 수령액 자체가 최소 억 단위로 저원가성 예금 확보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연금시장이 현재보다 매우 크게 확장되기에 핵심 수익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원을 돌파했다. 2023년(382조4000억원)에서 1년 만에 약 13%(약 49조3000억원) 늘었다. 2050년경 국민연금 규모를 추월할 전망이다. 2024년 퇴직연금 가입률이 53.0% 수준인 점을 보면 47%가량은 가입하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인 310만원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향후 퇴직연금 가입자가 늘어날 경우 적립금이 매년 18조~19조원에 달할 수 있다. 퇴직연금 미가입 근로자들이 쌓아둔 퇴직급여를 퇴직연금에 추가로 적립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이미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보훈연금 등 공적연금 시장은 은행권의 주요 타깃 시장이다. 업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연금 고객은 2022년 359만명 수준이었지만 2023년 378만명으로 증가했다가 작년에는 400만명을 넘어선 415만6073명에 달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연금 고객은 433만명을 돌파했다. 이에 공적연금에서도 시니어 고객을 유입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연금 수급 계좌를 특정 은행으로 설정할 경우 골드바나 포인트를 증정하는 리워드 이벤트 펼치거나 연금을 유치하는 통장에 추가로 금리를 주는 방식이다. 다만 퇴직연금 시장에선 강점을 보이는 상품과 수익률이 업권별로 상이하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부터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원리금이 보장되는 퇴직연금 자산의 수익률 부분에서 증권사가 앞서는 상황이다. '원리금 보장 DC형 상품'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증권사가 3.7%로 은행(3.12%)을 앞서고 있다. DB형 수익률도 증권사(3.71%)가 은행(3.26%)보다 0.45%p 높다. 원리금 보장형의 경우 상당 부분이 정기 예금에 들어가는데, 상대적으로 증권사에 고금리 상품이 많은 영향 등에 따른 것이다. 제도 도입을 기회로 인식한 증권사와 보험사 등 타 업권에서도 연금 유치경쟁이 활발한 상황이기 때문에 은행만의 전략도 필요하다. 은행권에선 중소기업이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다양한 여신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 현재 퇴직연금 제도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중소기업 부담'이 꼽히는 만큼 신용보증기금의 특별출연이나 이차보전 대출 등을 기업에 제공해 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IT를 기반으로 한 수익률 상승 서비스나 퇴직연금 전담 시스템·인력에도 추가적인 보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을 강화해 증권사나 보험사로의 머니무브를 방지하는 방어전략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도가 실제로 시행되면 연금계좌 유치와 운용자산의 확대를 통해 고객 락인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장기적인 수수료 수입과 대출 등 금융상품으로의 부수적 기회도 노릴 수 있어 섬세한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행권의 경우 연금자산의 투자나 관리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커지는 데 대한 대비에 나서야 한다. 기존 저수익 예금형 상품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정부가 연금공단 설립을 추진하는 만큼 민간 금융사인 은행 입장에서는 계좌나 수수료 수익폭이 줄어들 수 있어 시장지배력 유지에 집중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편, 장기적으로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끌어올려야하는 점은 모든 업권의 과제다. 2024년말 퇴직연금 적립금의 전체 10년 평균 수익률은 2.31%로 같은 기간 정기예금 금리가 3%를 웃돈 점과 비교하면 예금보다 못한 운용 성과였다. 관계자는 “연금시장이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금 관리의 디지털화와 수익률의 전문성 강화, 특화상품 개발 등 전방위적 역량 확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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