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와 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내달 책무구조도 시행을 앞두고 지배구조 내부 규범 정비 수순을 밟고 있다. 시범 운영에는 높은 참여율을 보였지만 체계상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나 한계점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면서 정상적인 시행 여부를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권과 각 업권 등에 따르면 대형 여전사와 저축은행의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참여율이 91%로 집계됐다. 책무구조도 도입 및 시범운영 대상은 자산 5조원 이상 여전사와 자산 7000억원 이상 저축은행이다. 대상 금융사 57곳 중 52곳(여전사 22곳, 저축은행 30곳)이 참여했다. 이는 초기 은행권 참여율(29%)을 크게 웃돈다. 참여율이 높았던 대형 금융투자회사·보험사(79%)보다도 높은 수치다. 다만 참여 회사들이 제출한 책무구조도를 검토한 금융감독원이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 강화 등을 위한 보완을 다수 요구한 상태다. 금감원은 시범운영 회사의 컨설팅 중 책무 배분과 기재 방식 등에 미흡한 사례를 여러 건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지적된 부분은 경영관리 임원에게 과도하게 많은 책무가 집중된 사례다. 인사와 보수 등 경영관리 업무를 비롯해 전산시스템 운영 및 내부회계관리, 금융영업 관련 업무까지 한 임원에게 배분해 전문성 부족과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됐다. 다수 임원이 책무가 중복되거나 누락된 부분도 확인했다. 모 회사는 여러 임원에게 유사한 여신심사 업무를 배분한 뒤 역할을 불명확하게 구분했고, 임원이 맡아야 할 상품기획이나 사후관리 관련 책무를 누락하기도 해 보완 대상에 올랐다. 책무구조도 작성 자체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다수였다. 책무 세부내용과 주요 관리의무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거나 책무와 무관·모호한 내용을 기재하기도 하고, 관리의무를 단순 반복 서술한 사례 등 다수 금융사의 체계가 미흡하다고 금감원은 평가했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해 견제 기능 자체가 무력화되는 경우도 지적됐다. 금감원 지적에 따라 금융사들은 내달 2일까지 개선된 책무구조도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 내달 정식 도입을 앞두고 우려가 실린다. 2금융권 대다수가 지난 3월 이후 내부 규범 개정을 완료하는 등 정비를 마쳤다는 설명이지만 실무적인 관리 능력이나 현장 인지도 문제 등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서다. 지적받은 미비점이야 수정하더라도 업권마다 한계점이 뚜렷해 실제 현장에서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당국은 책무 배분이 포괄적이라고 지적하며 보다 구체적인 배분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테면 금감원은 책무를 △PF대출심사 △연체채권 관리 △민원 관리 처럼 세분화하라는 것이지만, 조직규모가 작은 중소형사는 CRO가 리스크 영역 모두를 관리하고 준법감시인이 내부통제 전반을 관리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업무를 나누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임원수가 적다보니 PF와 기업여신, 소비자보호 등을 한 임원이 맡는 경우가 있다"며 “저축은행의 경우 서로 상이한 업무의 겸직도 흔하고 영업총괄이 소비자보호를, 리스크담당이 준법업무를 수행하는 등 중복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금융권 내부에선 일단 시행에 들어가지만 당분간은 수정·보완이 지속되는 과도기를 거칠 것이란 예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고에 대한 책임 회피가 어려워진다는 점이 도입에 따른 장점이지만 임원 4~5명 수준의 소형사의 경우 관리가 부담스럽고 금감원의 지적을 피하는 수준으로 형식적인 문서 정비에 나서게 되면 검사용 문서로 전락하는 등 취지가 퇴색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사들은 중소 저축은행과 대형 여전사의 운영 격차나 책무구조도로 인한 경영 의사결정 영향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시행되는 점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사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는 과정부터 임직원 교육 등 제도를 현장에 안착시키는 과정 등 과도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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