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1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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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대만지진과 TSMC사태, 한국은 어떤가?

지난 4월 3일 발생한 리히터 규모 7.2의 대만 화롄 지진은 1999년 대만 9.21 대지진 이후 25년 만에 발생한 강력한 지진이다. 규모 7.0 이상의 대규모 지진임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인적, 물적 피해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TSMC, UMC 등 세계적인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의 운영 정지에 따라 대만 국가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넘어 세계적 반도체 공급망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지 우려되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스마트폰, 자동차, 전자제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 물가 상승 이어져 그 고통을 전 세계가 감당했던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만 화롄 지진에서 국내 산업의 지진 대비 현황을 살펴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국내 많은 기업들 또한 과거와 달리 전 세계 산업 시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금, 한국 공장에서의 생산 차질 문제 발생은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의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지진 대비는 단순히 민간 산업 안전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와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다. 한국 또한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서, 대만 지진을 교훈삼아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내진 설계 관행은 큰 규모의 지진 발생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구조물이 붕괴되지 않도록 설계하고 있다. 대만 화렌 지진시 TSMC나 UMC 공장에서 인명피해나 구조물 붕괴 사례에 없다는 점에서 충분한 내진설계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운영 지속성에 문제가 발생하였고, 이는 대만 경제를 넘어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산업시설, 특히나 정밀한 설비를 보유한 산업시설은 큰 지진시에도 운영이 정지되지 않도록 설계 개념을 전환하고 그 위험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의 경우 2016년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으로부터 더 이상 지진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되었다. 주로 건축물과 교량, 터널, 도로, 댐 등 인프라 시설물을 중심으로 내진 대책이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산업 구조가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고도화된 산업 분야로 변화됨에 따라 이에 대응하는 지진 대비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특히 전술한 바와 같이 큰 지진시에도 운영이 정지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정 특성을 고려한 지진 대비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가 산업시설의 안전관리에 대한 정책을 마련해 나가고 있지만, 산업시설의 안전관리는 3개 부처 8개 법령·규칙으로 산재하는 등 체계화되어 있지 않고 부처별로 그 역할이 나뉘어져 있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대만 화롄 지진 사태를 통해 살펴 본 한국 산업시설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과제로서는 강화된 위험성 평가와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이다. 첫째, 모든 산업시설은 관리주체가 자발적으로 지진을 포함한 복합재난 발생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정기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위험성 평가는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개선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사고 피해를 선제적으로 줄여갈 수 있다. 둘째, 지진 발생에 대비한 강화된 안전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지진 발생시 운영이 중지되지 않도록 설계 개념을 전환하고 그 위험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난 발생에 대한 다양한 사고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비상 대처 계획을 수립하며, 임직원 교육과 훈련, 대피 경로 마련, 응급 상황 대응, 의료 지원 계획 등을 포함하여 생산 활동 중단 상활 발생시에 따른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안전한 미래를 위한 또 다른 필수적인 요소는 첨단 기술의 개발과 활용이다. 특히, 세계적 수준의 국내 IT 기술과 센서 기반 AI 위험관리 기술을 적극 개발·활용하여 주요 산업시설물들의 안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안전한 미래를 위하여 산업현장에서의 화재, 폭발, 지진 등의 위험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넷째, 정부의 재난대응 관계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산업 피해가 대내외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신속한 대응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지진 대비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함께 민관 협력을 통해 안전한 산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는 부처별로 산재되어 있는 현 위험관리 체계를 통합하고 기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안전한 산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끝으로, 이제 지진은 단순히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인 위협이 되었다. 따라서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여 지진 대비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진 발생 시 신속한 정보 공유와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지진 대비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대만 지진 사태를 통해 살펴 본 국내 산업시설물의 지진 대비 안전관리 체계는 많은 부분이 부족하고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진 발생 빈도 증가와 파괴력 강화를 고려하여 지진 위험성 평가, 안전관리 강화, 첨단 기술 활용, 정부 지원 확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협력, 국제 협력 강화 등을 통해 안전한 산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속적인 노력과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서만 미래의 지진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안전과 국가 경제 발전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종석

[EE칼럼] 재생에너지 꼴찌와 기후공시

지난 3월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는 기후공시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3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기준으로 불리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IFRS(지속가능성공시), 유럽연합(EU)의 ESRS(기업지속가능성보고표준) 그리고 미국 SEC의 기후공시 규칙이 모두 확정됐다. 미국, EU 등 선진국과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기후공시가 의무화되면서 기업의 ESG 공시 의무도 점차 늘어나고 있고 RE100(사용전력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 IRA(인플레이션감축법), REPowerEU(유럽연합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계획), CBAM(EU 탄소국경조정제), SBTi(과학기반 탄소 감축 이니셔티브),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등도 함께 대응해야 한다. 지난해 전 세계는 심각한 기후변화를 경험했다. 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2023년 지구 평균 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48℃가 상승했다. 국제사회가 목표로 한 1.5℃에 바짝 다가섰다. 365일 모두 산업화 이전 대비 1℃ 이상 상승했고, 해양 표층수 온도 역시 2023년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양은 지구시스템 초과 열의 약 90% 저장하는데 2023년 세계해양에 저장된 열이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이미 420ppm을 넘어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23년 CO2 배출량(CO2 Emissions in 2023)」을 보면 2023년 전 세계 에너지 관련 CO2 배출량은 2022년 대비 1.1%인 4억 1000만 톤이 증가하여 사상 최고치인 374억 톤에 달했다. 2022년에는 전년 대비 1.3%인 4억 9000만 톤이 증가한 데 비해 증가율이나 증가량이 다소 줄어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9년과 2023년 사이에 에너지 관련 총배출량이 약 9억 톤 증가했는데 2019년 이후 태양광, 풍력, 원자력, 히트 펌프, 전기 자동차 등 5가지 주요 청정에너지 기술의 보급이 증가하지 않았다면 배출량 증가 폭이 3배 더 커졌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IEA는 원자력을 청정에너지에 포함했고 원자력 발전량이 늘어나서 배출량 증가 폭을 줄인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전 세계 가동 원전 용량은 그 기간 오히려 줄어들었기에 정확히 말하자면 재생에너지(태양광과 풍력)와 히트 펌프, 전기자동차가 에너지 관련 CO2 배출량 증가를 그나마 둔화시키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글로벌 모니터링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대기 중 세 가지 가장 중요한 온실가스인 메탄,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의 수준이 2023년 역대 최고 기록에 도달했고, 2024년 수치 역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기후변화가 완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 할수록, 기후공시 및 기후 관련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선진국은 이미 기후변화로 모든 것이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 재생에너지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총력 대응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은 이제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되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2024년 재생에너지 용량통계'를 보면 2023년 전 세계적으로 473기가와트(GW)의 재생에너지가 설치되어 전년 대비 무려 54%가 증가했고 신규 발전용량의 86%를 점유했으며 누적용량은 3870GW가 되었다.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3배 즉 향후 7년 이내에 7200GW 설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재생에너지 확대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2022년 중국은 전 세계 나머지 국가를 합친 것(113GW)과 거의 같은 양(86GW)의 태양광을 신규 설치했고, 2023년에는 2022년 대비 두 배(217GW) 이상으로 늘려 전 세계 설치량 346GW의 63%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한편 IEA의 월간전력통계를 보면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이스라엘 제외)의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점유율을 산술평균하면 53.6%인데 우리나라는 9.3%로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치는 꼴찌인 것은 물론이고 대상 국가 중 10%를 넘지 못하고 한 자릿수에 머무는 유일한 나라다. 제조업 경쟁국인 독일 55.0%, 중국은 31.9%, 인도 21.8%에도 크게 뒤진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기후공시와 탄소 관세 등 무역장벽, 재생에너지 부족에 따른 불이익 등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재앙적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3월 발표된 'RE100 연례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를 재생에너지 조달이 가장 어려운 나라 중 하나라고 지목하면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만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59.6조, 현대차 13조, LG에너지솔루션 7.2조, SK온 7.5조, 삼성SDI 3.3조원 등의 투자를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확보 능력이 자국 기업의 잔류와 해외 기업 유치를 결정짓는 핵심요소라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다. 최근 발표되는 IEA,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영국 싱크텡크 엠버(EMBER), 국제재생에너지정책네트워크(REN21) 등의 에너지 통계는 우리나라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하여 얼마나 위험한 수준인지 알려주는 지표이자,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기후리스크에 적극 대응하라는 준엄한 경고일지 모른다.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김상호 칼럼] 하남시 4.10총선이 남긴 숙제

하남시 22대 총선 결과는 전국적 결과와 큰 차이 없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김용만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승리한 두 분에게는 진정을 다해 축하를, 함께 경쟁한 후보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22대 하남시 총선 과정에서 의미 있던 점은 '기후 선거'가 정착한 것입니다. 하남시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기후위기 의제, '지속가능한 미사섬 개발'에 대한 후보들 입장과 정책이 공개됐습니다. 하남시 기후유권자들이 노력한 덕분입니다. 하남시 갑-을 지역구 5명 후보 모두가 '하남시기후위기비상행동'이 건넨 기후정책 질의서에 답변을 제출했습니다. 특히 TV 토론에서 다뤄진 '미사섬 개발'에 대한 후보들 견해에 대해 유권자들이 판단했으니, 향후 당선자들이 약속한 대로 미사섬을 시민과 함께 숙의하며, 친환경적으로 개발하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하남시 총선을 돌아보며 안타까운 점은 관권선거와 불법선거 논란, 일부 아파트입주자 대표단 초청 토론회의 공정성 문제입니다. 첫째, 하남시 선거 개입 논란은 향후 선거를 위해서도 자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현재와 미래를 위해 투표해 주세요– 하남시", “시민 여러분의 한 표가 도약하는 하남을 만듭니다- 하남시장 이○○". 두 종류의 투표 독려 현수막은 특정 정당 상징색으로, 특정 후보들 현수막 아래 동시에 게첩됐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지도로 '하남시장 이○○'로 게시된 현수막은 철거됐습니다. 하남시 유권자들도 의심스런 하남시 투표 독려 방식을 부끄러워했습니다. 선관위 협의 여부 및 비용 지출 등 제기된 의혹은 하남시의회에서 투명하게 밝혀지길 기대합니다. 또한 공무원을 남위례-북위례-감일 아파트입주자대표단 토론회에 참석하게 하는 것, 후보자 발언을 모니터링하는 것, 하남시가 직접 선거기간 중 민주당 후보 발언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는 것은 선거개입 행정으로 비쳐질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합니다. 둘째, 부정선거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덕풍동 한 경로당에서 발견된 한 정당의 지역구와 비례대표 지지를 표시하는 종이가 발견됐습니다. 하남(을) 민주당 후보를 비방하는 현수막이 투표 며칠을 앞두고 선거구에 게시됐습니다. 선관위도 두 사안을 불법으로 인정한 만큼 향후 철저한 조사를 통해 다시는 이런 불법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일부 아파트입주자 대표단 초청 토론이 공정한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특정 지역 토론회를 주관한 대표는 후보자 토론 후 자리에 남은 주민들 스티커 투표를 근거로 특정 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그분은 며칠 후 지지를 선언한 당의 당직에 임명됐습니다. 향후 아파트 입주자 대표단이 주민을 공정하게 대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네거티브 선거가 도를 넘은 것을 비롯해 발생한 여러 논란은 하남시 정치문화 혁신을 위한 과제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이제 총선은 끝났고 하남시민을 위한 일꾼 두 분이 선택됐습니다. 하남시 정치문화를 바꾸기 위해 과감하게 혁신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신뢰 정치를 해주실 것을 당부합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kkjoo0912@ekn.kr

[EE칼럼]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에 거는 기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널드 코스가 1960년에 쓴 '사회적 비용의 문제'라는 제목의 논문은 시장을 활용하여 환경문제를 해결한다는 아이디어의 기반을 제공했다. 이 논문은 경제학 사상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이다. 코스는 정부의 직접적인 간섭과 통제보다는 시장과 가격체계가 더 좋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스는 배출권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의 생각을 환경 문제에 적용했다. 미국에서 산성비를 줄이기 위해 실시한 배출권거래제는 규제로는 어림도 없었을 만큼 훨씬 적은 비용과 빠른 속도로 이산화황 배출량을 크게 줄였다. 오염을 배출하는 권리를 시장에서 사고 파는 것은 도덕적 결함에 면죄부를 주는 폐해를 낳는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국제 기후협상에서도 비용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탄소시장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제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린 교토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실행하는 방법에 대해 충돌했다. 유럽연합(EU)은 강제적이고 직접적인 개입을 주장했다. 미국은 산성비 정책의 성공으로 생긴 자신감으로 거래제를 주장했다. 마감을 이미 넘긴 상태에서 의장은 미국과 EU 대표를 가까운 휴게실로 데려가 교토의정서를 타결시켰다. 이렇게 해서 시장은 기후변화에 개입하게 되었다. 개도국 입장에서도 선진국이 개도국의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청정개발체제(CDM)와 같은 시장 메커니즘은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이었다. 교토의정서 하에서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에 기술과 자금을 투자하여 줄인 온실가스를 자국의 감축 의무 달성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개도국들은 친환경 기술에 대한 해외 투자를 받게 되어 자국의 개발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고,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 달성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2015년 파리협정 체결로 탄소시장이 재편되었다. 파리협정 6조에 협력적 접근법(6.2조)과 지속가능발전체제(6.4조)라는 국제감축사업을 도입하였다. 이 조항은 각 국가가 국가감축목표(NDC)에서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한다. 협력적 접근법은 국가들의 합의로 정한 자체 규칙에 따라 감축 실적을 나누어 갖는 방식이다. 지속가능발전체제는 교토의정서의 CDM과 유사하게 국제연합(UN)의 감독기구가 관장하는 시장이다. 작년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당사국 총회에서 6조에 대한 추가지침을 개발하기 위해 협상을 벌였다. EU는 환경적 건전성을 위해 강한 규제를 주장하였다. 미국은 민간의 참여 확대를 위해 자발적 형태를 지지하였다. 양 진영의 입장 차이와 일부 개도국의 국제 탄소시장 개설에 대한 신중한 입장 표명으로 합의가 무산되었다. 파리협정은 교토의정서와 다르게 개도국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국가 감축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개도국이 온실가스 감축량을 선진국에 이전하면 그 만큼을 자국의 배출량에 더해야 한다. 이를 상응조정이라고 한다. 상응조정이 되지 않은 배출권은 중복산정 문제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으로 지적받고 국가 감축목표에 사용할 수 없다. 파리협정 6조 메커니즘에서는 모든 면에서 개도국(사업 유치국)의 권한이 강력해졌고 선진국(투자국)의 권한은 약해졌다. 국제감축사업을 통해 배출권을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의미이다. 이런 상황 하에서도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141개의 국제감축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스위스와 태국이 협력적 접근법에 따른 거래를 최초로 완료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스위스는 태국 방콕에서 내연기관 버스를 전기 버스로 교체하면서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량(1916톤)을 구매하였다. 우리나라는 스위스, 일본, 싱가포르와 더불어 국제감축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감축사업을 통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13%에 해당하는 3750만톤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아직 UN에서 추가지침이 타결되지 않았으나, 선제적으로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몽골, 가봉과 협정을 체결하였고, 가나, 페루 등 6개국과는 가 서명을 하였다. 2023년 한국에너지공단은 베트남 3개 사업, 우즈베키스탄 1개 사업을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다. 올해도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를 규제하려는 노력은 에너지 정책과 시장의 구조를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저탄소 에너지원에 대한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자금의 흐름도 저탄소 기술로 향하고 있다. 국가 간의 협력 필요성도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파리협정 6조와 같은 탄소시장이 국제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새로운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성우

[EE칼럼] 전략광물 확보 위해 자원외교 나서야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강한 한파가 닥쳤다. 이차전지는 올해 1분기 수출액이 20% 이상 감소하며 15대 주력 품목 중 가장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렸다. 이차전지 가격은 리튬과 니켈 등 핵심 광물 가격과 연동된다. 지난해 중국을 비롯해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등이 광물 생산을 늘리고 전기차 수요도 둔화하면서 광물 가격이 폭락했다. 한국광업광해공단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6월 kg당 300위안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 하락을 지속해 올해 1월에는 86.5위안까지 떨어졌다. 니켈 가격도 지난해 4월 톤당 2만3756달러에서 올해 1월 1만6091달러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도 일시적이다. 지난달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104위안으로 연초 대비 20% 올랐고, 니켈 가격도 톤당 1만7432달러로 8% 가량 상승했다. 가격이 점차 정상화되고 있다. 이차전지 관련 시장이 지난해 많이 과열되어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전통적으로 광물 수요가 둔화되고 가격이 떨어지면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를 광물개발의 투자 적기로 판단한다. 광물 가격이 하락한 시점을 공격적으로 자원을 확보해 공급망을 강화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국내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인 현대차가 공격적으로 글로벌 1위 리튬업체 중국의 간펑리튬으로부터 리튬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현대차는 이번 계약으로 리튬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확보하면서 앞으로 수익성을 높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자원빈국인 일본의 경우 스미토모 상사는 니켈 광산-제련-생산 및 배터리 소재(양극재)까지 일괄 생산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갖고 있다. 스미토모는 2000년초부터 필리핀의 니켈 광산개발에 투자해 필리핀 3곳, 뉴칼레도니아 1곳과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운영권을 갖고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도 이명박 정부때 자원외교를 통해 해외 자원개발에 적극 뛰어 들어 많은 성과를 올렸다. 2012년 2월 16일 대통령 주재 제11차 비상경제대책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이 4.2%에서 2011년 13.7% 증가했다, 유연탄, 우라늄, 철광, 구리, 아연, 니켈 등 6대 전략광물은 2007년 18.5%에서 2011년 29%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리튬, 희토류 등 희소금속은 2007년 6.1%에서 2011년 12%로 약 두 배 증가했다. 특히 이차전지의 원료인 리튬 확보를 위해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리튬 광산에 신규 진출했다. 자원외교 성과는 눈부실 정도다. 정상외교를 통해 우리나라 자원개발 사상 최대 규모의 유전개발 진출 기회를 확보했다. 유전 부존이 확인된 3개 미개발 유전에 대한 독점적 참여권을 확보했다. 세계 3위 석유 매장국 이라크 정부 입찰에 참여하여 주바이르 유전, 바드라 유전, 만수리아.아카스 가스전 등 4개 생산.개발 광구를 확보했다. 당시 자원외교('07년~'11년)를 수치로 보면 22개국 총 69건의 MOU를 통해 성과 20건, 진행 중 33건, 중도 종료 16건이다. 이러한 성과에는 여러 사람의 노력이 있었지만 딱 한 사람을 꼽는다면 박영준 지식경제부(현,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이다. 박영준 차관이 2010년 쓴 “당신이 미스터 아프리카 입니까?" 책에서 박 차관은 “공직자로서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던 내게 아프리카는 반드시 개척해야 하는 운명 같은 땅 이었다"고 회고했다. 자원외교는 자원개발로 이어져야 하고 자원개발에는 큰 위험과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어느 정부에서든 연결성을 갖고 지속적인 위험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 부존자원이 적고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로써는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도 우선적으로 힘써야 할 분야가 바로 자원외교를 통한 자원개발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 특히 선진국들은 오랜 기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분야이므로 경쟁이 쉽지 않다. 자원 메이저 기업이나 국가들은 우리보다 수 십배나 앞서 자원개발 기술과 노하우, 거대 자본을 갖고 있다. 때로는 우리의 몇 배에 달하는 유상 원조 또는 무상 원조를 무기로 해당 국가에 환심을 사려고도 한다. 자원확보는 단순 자원 수입과 개발 참여 등 단기, 장기적 포트폴리오를 꾸려야 한다. 또 원유와 광물 가격 등락에 상관없이 꾸준히 추진해야만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자원개발 정책은 정부의 의지와 일관성이 있어야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자원개발에 있어 실패를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 리스크 없는 자원개발은 절대 불가능하다. 실패만 가지고 책임을 묻는다면 자원개발은 포기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자원빈국에서 벗어나 자원강국이 될려면 정부의 지속적인 자원외교가 필요하다. 강천구

[EE칼럼] 에너지산업, 지난 15년을 반추해 본다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전력산업연구회 회장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곧바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이어졌고 일본 정부는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일본은 원전 가동 중단에 따라 모자라는 전력을 LNG 발전소의 풀가동으로 보충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국제 LNG 현물가격은 폭등했고, 그 바람에 우리 전력시장에서 SMP(전력도매가격)가 급등하며 한국의 구입전력비용은 치솟았다.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로 접어든 세계 경제에서 국제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금융위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경제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당시 이명박 정부는 전기요금을 묶어버렸다. 기름값과 가스값이 모두 올랐는데도 전기요금은 오르지 않자, 모든 부문에서 전력으로의 대체수요가 급증하게 되면서 잠재되었던 문제는 결국 동일본 대지진이 있던 2011년 9월 15일 수도권의 순환정전으로 터져버리게 됐다. 이때부터 2013년까지 절대적으로 전력이 모자라서 정부는 겨울철과 여름철의 피크시즌에 절전규제를 시행하게 된다. 정부는 모자라는 전력공급을 증가시키기 위해 제5차·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민간 석탄발전을 비롯한 발전설비의 건설을 독려했다. 2015년 이후 세계 에너지산업을 뒤흔든 것은 미국의 셰일혁명이다. 엄청난 천연가스와 석유가 셰일층에 있는지는 알았지만 이를 경제적으로 포집할 방법이 없어 무시되었던 셰일의 분포지역에서 천연가스와 석유가 쏟아져 나왔다. 국제유가는 급락하기 시작했고 미국은 하루 아침에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그 위상이 바뀌었으며 중동의 석유패권은 크게 약화됐다. 한편, 2015년을 뒤흔든 또 다른 사건은 그해 12월에 체결된 COP21(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파리협정이다. 이 협정에서 각국은 5년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하는 NDC와 2050년까지의 장기목표를 제시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문제에 도화선이 된 사건은 2018년에 발간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에 따라 각국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를 감축해야 하고, 2050년까지는 순 탄소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에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을 이끄는 한편 온실가스를 큰 폭으로 줄이기 위해 임기말인 2021년에 COP26 글래스고우에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2018년 대비 40%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뤄낸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0년 전 세계를 뒤흔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수송용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자 국제유가는 급락했으니 2021년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은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고 급기야 2022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에너지 정세는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와 석유의 공급을 차단한 유럽은 미국과 중동으로부터 이를 보충했고, 이 와중에 전 세계의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이 소비하는 LNG를 유럽으로 돌리는 바람에 국제 LNG 가격이 급등해 한국과 일본의 에너지 수입액은 급증하게 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다소 완화되었지만 온실가스 감축 중심으로 흘러가던 에너지 이슈에 더하여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에너지 안보의 문제가 에너지 부문의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 여파와 온실가스 이슈로 주가가 급락하고 27조1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엑슨모빌은 다우지수에서 퇴출됐으나 2022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순이익 68조8000억원을 기록하고 주가가 80% 급등하는 반전을 보이며 화려하게 컴백했다. 이제 또 어떤 변화가 에너지산업에 몰아닥칠까? 또 어떤 새로운 이슈와 논의가 에너지산업을 주도할까? 또 어떤 지정학적, 국제정치적 사건이 에너지산업에 영향을 미칠까? 4·10총선 이후 또 어떤 정치적 이슈가 에너지 분야를 뒤덮을까? 빨리 움직일 때와 느리게 움직일 때를 분별하는 지혜가 중요하다. 참으로 어려운 시대다. 조성봉

[EE칼럼] 다시 에너지믹스와 원자력을 생각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총선은 여러 차례 분위기 변화를 거치며 진행되었지만, 최종적으로 21대와 유사한 의석 분포로 마무리됐다. 선거운동 기간 에너지 이슈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으며, 미래지향적인 에너지정책을 제시할 당선자도 드문 형편이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 간 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국내 에너지 공기업의 대규모 적자 사태를 목격한 정치권이 실사구시적 시각에서 에너지정책을 접근하기를 기대한다. 에너지정책에서는 경제성, 환경성(탄소중립 포함) 및 에너지 안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균형있게 고려해야 한다. 전력의 품질도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각국의 에너지믹스 전략은 해당 국가의 고유한 환경, 인구 및 산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한국의 에너지 환경은 다른 선진국들과 크게 달라, 선진국 중에서 에너지 공급 구조가 가장 취약하다.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뿐 아니라 수력자원조차 빈약하여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5%에 달하고, 에너지 수입 비용이 국가 총수입액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더욱이 유럽이나 북미와 달리 에너지망과 전력망이 사실상 고립되어 있다. 미국상공회의소의 주요 25개국에 대한 에너지 안보 리스크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2008년 이후 줄곧 최하위 또는 24위에 머물러왔다. 과거 북한을 통과하는 러시아 가스관을 통한 에너지 수입의 대안을 모색한 적도 있으나, 최근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국제정세 변화로 인해 그 비현실성이 확인되었다. 한편, 한국 경제는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제조업 중심의 수출로 견인돼왔다. 전년도 수출액 중 60% 이상을 차지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자동차, 선박 등 주요 산업이 대부분 에너지 집약적인 기업에 의한 것이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고품질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국가 경제에 필수적이다. 한국이 이용할 수 있는 저탄소 에너지원으로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있다. 원자력은 설계, 설비 제작, 건설, 운영 등의 기술을 자립한 준국산 에너지원으로서 외화 유출이 적고, 발전 비용이 낮으며, 아랍에미리트 수출에서 보듯이 수출산업으로서의 잠재력이 크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도 시설용량이 매년 10% 이상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서 원자력과 함께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주력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 자원의 밀도가 높지 않고 간헐성과 변동성이 심하여 고품질 전기의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공급에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산업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에너지 소비와 생산의 지역적 편중과 불균형도 주목해야 할 문제이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에너지 소비의 대부분도 수도권 등 특정지역에 쏠려 있다. 이에 반해 원전은 주로 동해안, 재생에너지는 주로 호남지역에 위치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의 분산형 전원으로서의 역할이 제한적이며, 수 기가와트(GW)급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는 집중식 발전원이면서 변동성까지 커서 국가 전력망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러한 특수 환경을 고려할 때, 한국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특정 에너지원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하면서 원자력,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등 무탄소 전원과 배터리(BESS), 수소 등 에너지 저장 기술 등을 효과적으로 조합하여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국가 에너지 공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증가에 따른 전력품질 저하를 방지하고 그리드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요구된다. 마이크로그리드, 스마트그리드, 섹터커플링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리드 부담을 완화하고, 에너지 다소비 업체들이 에너지 생산시설에 가까이 위치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정책적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자력이 전체 전력의 50% 수준을 공급할 때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 경제성 및 전기품질을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우선 견고한 저비용 저탄소 기저부하용 전원으로 30% 수준을 계속 담당해야 한다. 더불어 새로 건설될 대형 원전은 1일 부하추종 및 주파수 제어와 같은 탄력운전 기능을 갖추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간헐성을 완화할 수 있으며, 약 10% 수준의 전력을 탄력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개발 중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을 비롯한 다양한 SMR이 도입되면 2050년경에는 최대 10% 수준의 전력생산 점유율을 기대할 수 있다. SMR은 에너지 수요가 많은 지역에 직접 건설되어 전력망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아무쪼록 정부와 새로 구성되는 국회가 각계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실사구시적으로 에너지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기를 기대한다. 에너지정책에서는 진영논리보다 데이터와 과학이 우선이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EE칼럼] 국제 유가 변화에 면밀히 대응해야

국제유가 동향이 심상찮다. 중동정세 불안 등으로 지난달 중순 이후 유가 상승세가 가파르다. 유가 100달러 시대가 온다는 주장도 나온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감산과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되면서 '지정학적 위험 비용'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등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확대 가능성이 시장 강세의 또 다른 배경이 되었다. 4월 첫 주말 유럽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했다. 거의 반년만의 폭등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도 유럽 시장과 동조 아래에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원유(WTI)가격이 80달러 후반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 100달러 시대 도래 가능성은 당장은 크지 않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OPEC+ 전략의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준(準) 가격 '카르텔' 성격인 OPEC+의 최대 과제는 자율 생산 감축(하루 2200만 배럴) 성공 여부다. 4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불황에 의한 수요 급감과 가격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하루 1000만배럴 감산을 통해 시장안정을 꾀한다는 것이 당초 설립목적이었다. 그러나 당시 과잉공급 규모는 2000만'배럴' 수준이어서 이들의 목적 달성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 대신 미국의 추가 감산으로 겨우 '파괴적' 가격급락이 회피되었다. 이를 강력히 규제할 수단이 OPEC+ 차원에서는 사실상 없다. 지정학적 요인에 의한 시장 급등의 결과는 매번 가격은 빠르게 배럴당 75∼85달러 범위로 되돌아온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현재 유가 수준도 이런 가격 변동범위 내에 있다. 강력한 시장 논리에 따라 당분간 이런 추세는 지속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1970년대 심각한 유가 파동을 겪은 우리나라에서 단순한 외신번역 소개 정도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이 유가 분석과 전망 능력 한계로 책임회피에만 몰두한다는 일부 지적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 석유 전략의 논리적 기반조성을 위해 국제유가 변동 패턴의 특성을 살펴보자. 첫째,공급구조의 변화다. 지난 수년간 가격 변동의 가장 큰 요인은 공급구조의 변화다. 현재 석유 생산과 공급구조는 지난 50년 이래 가장 중동 집중도가 낮다. 중동은 1차 석유파동기인 1974년 세계 석유 시추량의 37%에서 오늘날 30% 이하로 떨어졌다. 또 OPEC의 절대자인 사우디 비중이 회원국 전체의 50% 아래로 떨어졌다. 이란과 쿠웨이트 등은 그 비중 변화는 적다. 이는 2010년대 셰일 붐으로 미국이 1949년 이후 처음으로 에너지 순 수출국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생산이 급증하고 있는 '가이아나'와 같은 비 OPEC국들의 생산 증가는 공급 다각화로 이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과 캐나다의 증산 물량과 함께 새로운 원유공급원 공급량이 2024년 세계 수요 증가의 대부분을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둘째,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의 수출 지속이다. 러시아 원유 수출은 2022년 서방의 수출규제와 배럴당 60달러의 가격 상한선 부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저가 이점을 활용하는 인도, 동남아 등이 다양한 거래기법과 제품생산구조가 기민하게 작동되고 있다. 러시아 수출가격은 가격 상한선을 넘어서고 있다. 셋째, 산유국 예비생산능력(Spare Production Capacity) 확대다. 유휴 시설에서 단기간 내 생산가능량을 의미하는 예비생산능력이 확대-유지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주요 OPEC 회원국들의 예비생산능력이 하루 450만 배럴 이상으로 추계하고 있다. 이는 이라크의 산유량보다 큰 수준이다. 따라서 어지간한 공급 차질에도 유가급등 가능성은 작다. 넷째,석유 수요구조의 변화다. 세계 석유 시장은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이 지나간 후에는 지속적 경제 성장기를 맞아 GDP 성장률보다 더 높은 수준의 수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세계 석유 수요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저탄소 신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이 불가피하지만 당분간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이 에너지집적도와 단위 열량 기준 단가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권위 있는 관련 기관들도 향후 10년 정도 세계 석유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중국 등에서 단기 경기과열 현상이 진정되고, 전기차 보급확대 등 수요구조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수요구조 정착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 석유 가격의 기본 지표인 브렌트유 가격이 100달러 수준을 넘는 경우 산유국들의 자원 이기주의는 폭발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OPEC+ 등 산유국들의 무작정 증산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 역시 증산가능성은 낮다. 이에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많고 광범한 석유 시장정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보다 '글로벌 석유 재고'와 같은 과학적 분석이 가능한 유효 정보기반 발굴에 힘써야 할 것이다. 최기련

[EE칼럼] 국가자원공급망 실현을 위한 필요조건

국가의 에너지자원 공급망은 국민경제와 국가 산업의 혈관이다. 피가 심장에서 온몸으로 순환해야 생존할 수 있는 것처럼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자원 공급망 체계를 구축하고 막힘 없이 사용처까지 배분이 되어야 한다. 연초에 국회를 통과한 자원안보법은 에너지전환시대와 4차산업시대에 필요로 하는 다양한 에너지자원을 국가 차원에서 확보하기 위한 자원공급망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시작이 반이니 이제 나머지 반을 잘 완성하여 유사시에 실직적인 자원공급망이 차질 없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93% 이상의 에너지원과 97%의 광물자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대한민국에는 더욱 더 안정적인 자원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재생에너지와 전기차와 관련된 리튬, 코발트, 마그네슘, 흑연 등 핵심광물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양을 확보하기 위해 무한 경쟁에 돌입한 상태이다. 자원을 보유한 나라는 이를 무기 삼아서 경제 논리 보다는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에너지자원 수출을 금지하는 등 자원무기화에 나서고 있다. 선진국들은 외교력과 자본을 앞세워 개발도상국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자원외교와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전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투자의 실패 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 라는 속담처럼 2012년 이후 자원확보를 위한 해외자원개발을 외면하고 있다. 자원안보의 기본은 안정적인 국가 에너지자원 공급망의 확보에 있다. 결국 자원공급망은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에너지자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유사시를 대비하여 적정 규모의 자원을 비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즉, 국가에서 필요한 충분한 에너지자원을 개발, 생산, 도입하고 비축하여 필요한 때, 필요한 곳에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냉정한 국제사회에서 국제적으로 자원공급에 위기가 닥치더라도 국가 산업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없게 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한국과 같은 자원빈국에서 안정적인 국가자원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해외자원개발 투자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해외에 확보한 광산과 석유가스전은 수십 년에 걸쳐 일정양의 자원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천연 자원비축기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 산재해 발생하는 국지적 분쟁과 불안한 정세를 감안하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마라"는 속담처럼 에너지자원의 도입국과 자원개발 투자 대상 국가의 다변화는 필수적이고 현명한 전략이다. 또한 효율적인 자원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민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기본적으로 단기적인 경제성과 효율성에 기반하여 투자를 결정하는 민간 부문은 국가 차원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자원의 개발생산과 비축을 의무화 하거나 강제화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꼭 필요한 필수 분야와 최소 공급량은 자원안보 측면에서 에너지자원 공기업을 통해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해외사업추진을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국가 자원공급망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목표가 설정되어야 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치밀한 계획과 함께 일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계획이 완벽하고 추진할 수 있는 인력이 있어도 예산이 없으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정부 담당 부처에서 아무리 좋은 계획을 수립해도 예산을 담당하는 기재부에서 예산배정을 받지 못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계획, 인력, 예산이 완벽하게 자원공급망 시스템안에서 모두 갖추어져야 실질적인 변화와 실행이 가능하다. 우리도 이번에 제정된 자원안보법을 통하여 장기적으로 국가의 에너지자원 공급망 시스템을 튼튼히 구축하여 국가 산업 경제 발전과 국민 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기본 안전망을 제공해서 국가가 국가다운 국가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야 한다. 에너지자원의 해외개발과 도입뿐만 아니라 국내에서의 분배망까지 공급망의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공급망 시스템이 완성되길 기대한다. 신현돈

[EE칼럼] 국제 유가 변화에 면밀히 대응해야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국제유가 동향이 심상찮다. 중동정세 불안 등으로 지난달 중순 이후 유가 상승세가 가파르다. 유가 100달러 시대가 온다는 주장도 나온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감산과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되면서 '지정학적 위험 비용'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등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확대 가능성이 시장 강세의 또 다른 배경이 되었다. 4월 첫 주말 유럽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했다. 거의 반년만의 폭등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도 유럽 시장과 동조 아래에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원유(WTI)가격이 80달러 후반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 100달러 시대 도래 가능성은 당장은 크지 않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OPEC+ 전략의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준(準) 가격 '카르텔' 성격인 OPEC+의 최대 과제는 자율 생산 감축(하루 2200만 배럴) 성공 여부다. 4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불황에 의한 수요 급감과 가격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하루 1000만배럴 감산을 통해 시장안정을 꾀한다는 것이 당초 설립목적이었다. 그러나 당시 과잉공급 규모는 2000만'배럴' 수준이어서 이들의 목적 달성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 대신 미국의 추가 감산으로 겨우 '파괴적' 가격급락이 회피되었다. 세계 최대 원자재 및 에너지 정보분석기관인 S&P 글로벌 플라츠(Global Platts)에 따르면 OPEC+는 지금도 목표준수가 미흡하다. 각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감축 의무 위반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와 사우디가 자율 생산규제 한도를 준수했음에도 아직도 감산의무 위반물량이 50만'배럴' 정도 존재한다는 분석도 있다. 더욱이 최근 고유가 시장에서는 소규모 생산국들의 규제 초과 욕구가 더욱 강해지게 마련이다. 이를 강력히 규제할 수단이 OPEC+ 차원에서는 사실상 없다. 여기에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등장해 기존 석유 수출국들의 독과점 시장지배력 강화를 저지하고 있다. 작년 미국 산유량(에너지정보청·EIA)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하루 1만2900배럴로 사상 최대다. 더욱이 미국산 원유 성상은 경질(Light-Sweet)이어서 중동 등 수입 중질원유 처리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오래된 미국내 정유사에는 부적합한 경우가 많다. 이에 미국산 원유는 수출시장 확대가 불가피하다. 작년 미국 원유 수출은 하루 4100만배럴 수준으로 2022년에 비해 13% 늘었다. 작년 유럽은 약 1800만 배럴의 미국 원유를 수입해 미국 원유 최대 수입처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러시아 제재(수입제한)와 미국 서부텍사스(WTI) 원유가격을 유럽 '브렌트' 가격과 연동하는 조치의 영향도 있다. 작년 미국 원유 1700만배럴을 수입한 아시아- 대양주지역은 두 번째 미국의 원유시장이다. 중국은 하루 45만배럴의 미국 원유를 수입했다. 처음으로 러시아 원유보다 미국산 수입이 더 많았다. 참고로 미국은 원유자립이 가능한 2015년에야 원유 수출 금지조치를 해제했다. 이러한 지정학적 요인에 의한 시장 급등의 결과는 매번 가격은 빠르게 배럴당 75∼85달러 범위로 되돌아온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현재 유가 수준도 이런 가격 변동범위 내에 있다. 강력한 시장 논리에 따라 당분간 이런 추세는 지속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1970년대 심각한 유가 파동을 겪은 우리나라에서 단순한 외신번역 소개 정도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이 유가 분석과 전망 능력 한계로 책임회피에만 몰두한다는 일부 지적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 석유 전략의 논리적 기반조성을 위해 국제유가 변동 패턴의 특성을 살펴보자. 첫째,공급구조의 변화다. 지난 수년간 가격 변동의 가장 큰 요인은 공급구조의 변화다. 현재 석유 생산과 공급구조는 지난 50년 이래 가장 중동 집중도가 낮다. 중동은 1차 석유파동기인 1974년 세계 석유 시추량의 37%에서 오늘날 30% 이하로 떨어졌다. 또 OPEC의 절대자인 사우디 비중이 회원국 전체의 50% 아래로 떨어졌다. 이란과 쿠웨이트 등은 그 비중 변화는 적다. 이는 2010년대 셰일 붐으로 미국이 1949년 이후 처음으로 에너지 순 수출국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생산이 급증하고 있는 '가이아나'와 같은 비 OPEC국들의 생산 증가는 공급 다각화로 이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과 캐나다의 증산 물량과 함께 새로운 원유공급원 공급량이 2024년 세계 수요 증가의 대부분을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둘째,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의 수출 지속이다. 러시아 원유 수출은 2022년 서방의 수출규제와 배럴당 60달러의 가격 상한선 부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저가 이점을 활용하는 인도, 동남아 등이 다양한 거래기법과 제품생산구조가 기민하게 작동되고 있다. 러시아 수출가격은 가격 상한선을 넘어서고 있다. 셋째, 산유국 예비생산능력(Spare Production Capacity) 확대다. 유휴 시설에서 단기간 내 생산가능량을 의미하는 예비생산능력이 확대-유지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주요 OPEC 회원국들의 예비생산능력이 하루 450만 배럴 이상으로 추계하고 있다. 이는 이라크의 산유량보다 큰 수준이다. 따라서 어지간한 공급 차질에도 유가급등 가능성은 작다. 넷째,석유 수요구조의 변화다. 세계 석유 시장은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이 지나간 후에는 지속적 경제 성장기를 맞아 GDP 성장률보다 더 높은 수준의 수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세계 석유 수요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저탄소 신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이 불가피하지만 당분간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이 에너지집적도와 단위 열량 기준 단가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권위 있는 관련 기관들도 향후 10년 정도 세계 석유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중국 등에서 단기 경기과열 현상이 진정되고, 전기차 보급확대 등 수요구조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수요구조 정착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추가 대응과제다. 수송용 석유 수요가 확대될 여름 휴가철을 앞둔 지금 지난 몇 달의 석유 시장의 공급불안이 점차 가격 결정요인으로 구현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세계 석유재고는 하루 90만배럴(오만의 현재 생산량 수준) 수준으로 줄었다. 물론 이런 재고감축 추세는 장기간 지속 되지 않겠지만 재고 증가로의 반전은 아직 멀었다. 특히 원자재 시장 과열에 따른 '인플레'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어 석유 가격 불안은 더욱 커질 소지가 많다. 멕시코의 최근 수출감축이 대표적 사례다. 세계 석유 가격의 기본 지표인 브렌트유 가격이 100달러 수준을 넘는 경우 산유국들의 자원 이기주의는 폭발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OPEC+ 등 산유국들의 무작정 증산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 역시 증산가능성은 낮다. 이에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많고 광범한 석유 시장정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보다 '글로벌 석유 재고'와 같은 과학적 분석이 가능한 유효 정보기반 발굴에 힘써야 할 것이다. 최기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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