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9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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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비트코인 채굴,ESS 경제적 대안 될 수 있다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겸임교수 필자는 그동안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에 본 주제를 다루기를 꺼렸지만, 이제 시기가 성숙한 것 같아 제안하고자 한다. 코인 산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에너지 전문가로서 제시하는 것이니 오해가 없으면 한다. 국민연금도 비트코인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는 마당에 더 이상 이런 주제가 금기시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바로 출력제한(curtailment) 이다. 발전 제약은 재생에너지 공급이 전력 수요를 초과하거나 전력망의 안정성에 위협이 될 때 발생하는데, 특히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높을수록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출력제한이 발생하면,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생산한 전기를 전력망에 송전할 수 없게 되며, 그로 인해 전기 판매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감소한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운영 비용이 낮기 때문에, 발전량이 제한될 경우 재무적 압박이 상당하다. 주로 전력 생산량을 기준으로 재무 계획을 수립하지만, 출력제한으로 인해 전력 생산이 예측 불가능해지면 수익 예측이 어려워진다. 게다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직접 전력 구매 계약(PPA)의 경우에도 출력제한으로 인한 공급 불확실성이 장기 계약 조건을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 구매자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중요시하기에, 출력제한이 잦은 재생에너지 사업자와의 계약에서 가격을 낮추거나 불리한 조항을 추가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전력망 접속 용량의 한계에 있지만, 이는 한국전력의 재정 문제 등 거시적인 이슈와 관련이 있어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다. 대안으로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의 도입이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ESS는 양수든 배터리든 초기 투자와 유지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므로 사업자나 전력망 운영자에게는 부담스러운 선택일 수밖에 없다. 전력 저장 비용이 전기 판매로 얻는 수익보다 높다면 당연히 경제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배경에서는 유연성 자원으로서 비트코인 채굴을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발전제약은 주로 태양광과 풍력처럼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에서 발생하는데, 이때 비트코인 채굴을 통해 잉여 전력을 소모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전력망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에서는 보통 발전제약으로 인해 에너지가 낭비된다. 하지만 비트코인 채굴기를 전력망에 연결해 잉여 전력을 채굴에 활용하면 이러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잉여 전력을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하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이 곧바로 경제적 가치로 전환된다. 이는 발전사업자에게 재생에너지 활용률을 높이고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제공한다. 발전제약이 발생하는 시간대를 채굴에 활용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인프라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전력시장 운영자 입장에서도 비트코인 채굴의 전력 수요 대응성 측면에서 여러 이점을 얻을 수 있다. 비트코인 채굴은 전력 공급 상황에 따라 가동과 중단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하면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에 채굴을 가동해 잉여 전력을 소모하고, 전력망에 부담이 가중되는 시간에는 채굴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전력망 안정화에 도움이 되며, 잦은 발전제약으로 인한 문제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변동성 관리 수단으로 제시되는 에너지 저장 장치(ESS)는 설치와 유지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반면, 비트코인 채굴은 기존 전력 인프라를 활용해 잉여 전력을 소비할 수 있어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즉, 채굴 활동은 직접 전력을 저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잉여 전력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간접적으로 전력 저장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 이는 출력제약으로 인한 직접적인 수익 손실을 겪지 않고, 채굴된 코인을 판매하거나 보유하는 등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도록 해 준다. 단순히 전력을 버리는 것보다 발전사업자에게 훨씬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실행 방안으로는 지역 거점별로 잉여 전력을 모아 비트코인 채굴을 활용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수도권에 전력 수요가 집중되어 지역별로 전력 수급 격차가 크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지역별로 발생하는 잉여 전력을 모아 채굴센터를 구축할 수 있다. 하나의 대규모 채굴센터 대신, 지역 내 소규모 채굴 시설을 분산 배치해 지역에서 생산된 잉여 전력을 해당 지역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는 지역 내 전력 수급의 균형을 유지하고, 국내에 분산전원을 안착시키는 데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수도권에 발전소를 짓거나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등 수급 균형을 인위적으로 맞추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유일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코인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 관리와 수익 배분 조건을 사업자 간에 사전에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채굴을 통해 얻는 수익은 코인 가격 변동에 따라 단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채굴한 코인의 가치가 일시적으로 떨어지면 채굴에 사용한 전력 비용보다 수익이 낮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채굴에 따른 수익과 손실을 어떻게 배분할지 조건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 발전사업자와 채굴사업자가 함께 참여할 경우, 채굴된 코인의 수익 배분 비율을 미리 정하거나, 코인을 즉시 판매하지 않고 보유하는 전략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요컨데,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 상황으로 전력망 확충도 어렵고, ESS 비용도 만만치 않아 발전사업 자체 수익성에 악영향이 크며,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 분산전원도 쉽지 않다. 장차 무탄소 전원으로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필연적으로 출력제한을 초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력 수요 대응성 확보 차원에서 코인 채굴을 정책 차원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종민

[EE칼럼] 중동 위기의 고조와 상승하는 국제 유가, 어디로?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중동의 정세가 매우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 9월 17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헤즈볼라에 대한 삐삐 폭탄으로 시작된 전면적인 공격과, 이어진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 그리고 이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반격 등이 지난 2~3주 동안 진행되었으며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재반격이 곧 일어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이스라엘의 가스시설에 상당한 피해를 준 까닭에 이스라엘이 그 보복으로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할 것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마침 유대인의 새해인 로쉬 하샤나가 10월 2일부터 4일까지였으며, 이스라엘에 매우 중요한 날인 욤 키푸르가 10월 12일인 관계로 이스라엘의 공격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제언론들은 빠르면 이번 주 내로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자국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면 사우디, UAE 등 중동 국가의 석유 시설도 공격할 수 있음을 사사하는 등 확전의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으며, 중동지역의 석유생산과 공급에 대한 위기감으로 국제원유시장이 크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9월 10일에 배럴당 65.75달러로 최근 1년 중 최저 가격을 보였던 미국 NYMEX 윈유시장의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10월 4일에 74.38달러로 13% 급등하였다.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 역시 76.77달러로, 유럽 브렌트유 가격은 78.05달러까지 상승하였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 몰락 이후 확대된 중동지역 내 친이란 세력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경계심과 이들에 대한 공격 의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되었던 일이지만 그동안 미국 등 선진국들이 중동지역의 분쟁을 적극적으로 막아왔으며 지금도 어떻게든 확전을 막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95%의 에너지와 99%의 광물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이는 매우 심각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가를 자극하여 겨우 안정세에 들어간 인플레이션율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동의 불안이 고조되면 유럽으로의 무역로 또한 막히게 되어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며 무역수지 적자 폭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국제원유가격은 평균 65달러 수준을 기록하여 20세기 후반 20년간의 평균인 22달러 수준보다 세 배나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22년 2월에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2022년 3월 초 국제원유가격을 125달러까지 상승시켰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천연가스 시장에 매우 큰 영향을 주어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늘렸던 독일은 지금 경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국제 원유가격 또는 국제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은 일반적으로 그 지속 기간이 길지 않은 것으로 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1980년대 제2차 석유파동 기간 중 벌어진 이란-이라크 전쟁은 4~5년이 지속되었으나 이는 중동 국가들이 모두 함께 감산 조치를 이행하였기 때문이며, 1990년 걸프전쟁의 영향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이번 중동 분쟁의 경우 역시 1년 전 이스라엘 가자지구 하마스 사태 때는 국제원유시장에 잠시 동안만 영향을 미쳤다. 그 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약 1년여 국제에너지시장에 영향을 주었다. 즉, 에너지 생산시설에의 영향이 확실히 있는 경우에만 시장가격이 변동한 것이다. 이는 생산시설에 생긴 문제를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데 일정 기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예로 들면, 러시아산 천연가스 감소에 대응한 다른 천연가스 생산 국가의 생산량 증가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물론 공급 위기보다 더 크게 국제 에너지 가격을 움직이는 것은 수요의 변동이다. 미국의 물가 안정과 금리 인하, 그리고 경제의 연착륙 등의 소식은 수요의 회복에 좋은 소식이지만 중국의 경제하락 등은 국제유가에 하방 압력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이번 중동사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보다 더욱 큰 위기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중동 전체로 확대될 경우 중동 전문가 중 일부는 자칫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위기로 확대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어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리되면 100달러 수준 이상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할 것임은 자명하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이들 국제에너지시장의 불안 요인들이 단기적으로 해결될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당장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한 단기 및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허은녕

KADEX 2024와 포천, 그리고 방위산업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최근 급격한 성장을 보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충청남도 계룡대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방위산업 전시회인 'KADEX 2024'는 우리 방산 기술 현주소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이번 전시회는 10월2일부터 6일까지 진행되며, K-방산을 대표하는 첨단 무기체계부터 전력지원체계(비무기체계)까지 방산 전 분야를 아우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고 있다. 또한 육군참모총장 회의, 국제군수포럼, 방산 수출상담회 등 다양한 비즈니스 프로그램이 포함돼 K-방산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전시 형태를 넘어 관람객과 참석자가 무기 성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방안을 추가한다면, 더욱 생동감 넘치는 전시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첨단 무기와 장비의 기동력과 파괴력을 체험할 수 있는 시연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이 실제로 무기성능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면, 전시회는 단순한 무기 전시를 넘어서는 흥미로운 체험의 장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무기 시연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포천의 승진훈련장을 추천한다. 승진훈련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 사격장으로, 넓은 공간에서 대규모 사격훈련과 기동 시연이 가능하다. 이미 매년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과 해외 VIP들이 참석하는 행사도 열리고 있어, 실제 무기 시연과 기동훈련을 펼칠 수 있는 장소로 이상적이다. 이를 통해 전시회는 방위산업의 첨단 기술력과 국방의 중요성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관람객에게 실시간으로 무기성능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포천시는 방위산업과 관련된 전략적 요충지로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면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큰 발전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포천이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를 유치한다면, 이는 단순한 산업 이벤트를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국제 전시회는 수만 명의 국내외 방문객을 불러들여 지역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키고, 항공우주 및 방산 기업들 투자를 유치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이는 포천에 첨단산업단지와 방위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해 장기적인 경제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방위산업은 급속도로 발전하는 첨단기술 집약체다. 드론, 인공지능(AI), 사이버 보안 등 다양한 혁신기술이 방산 분야에서 연구-개발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들은 민간산업에도 큰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다. 포천시는 기존 군사적 인프라와 연구시설을 활용해 방위산업과 항공우주 기술을 연계한 성장 모델을 구축할 수 있으며, 기술혁신의 중심지로 부상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결론적으로 'KADEX 2024'와 같은 대규모 방위산업 전시회는 우리나라 방산기술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기회다. 또한 포천과 같은 전략적 지역에서 무기 시연과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유치는 K-방산 경쟁력을 한층 높이고, 지역경제와 국가안보를 동시에 강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 임종훈 포천시의회 의장 kkjoo0912@ekn.kr

[EE칼럼] 에너지 쇼크 시대, 에너지 리터러시 교육으로 대비하자

“産油國, 석유값 倍인상 합의" 1974년 국내 모 일간지 1면 톱기사 제목이다. 1973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가격 인상을 시작으로 이듬 해 7월, 기름 값이 전 년 대비 네 배가 올랐다. 우리는 이 사건을 '오일쇼크'라 부른다.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에서 시작된 2차 오일쇼크는 12달러 수준이던 원유가격을 1980년 39달러까지 끌어올렸다. 10%대 고성장을 기록하던 우리나라는 급기야 1980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오일쇼크는 특정 에너지원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세계에 각인시켰다. 우리나라도 1977년 에너지정책 전담부서인 동력자원부를 신설하고, 1980년 에너지관리공단을 설립했다. 위기대응을 위한 다양한 에너지교육 프로젝트도 이 시기에 시작됐다. 최근 러-우,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불안과 향후, AI 활용,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한 막대한 전력수요는 또 다른 에너지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여름 118년 만의 최장 기간 열대야 등 이상기후와 기후변화는 탄소감축과 무탄소 에너지원의 중요성을 실감케 한다.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이 떠오르고 있다. 두 에너지원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야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에너지원 선택을 둘러 싼 해묵은 논쟁과 갈등은 여전하다. 누구나 경제 문제는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공공재인 에너지는 전기요금 인상 등 우리 삶과 밀접한 이슈가 거론되면 그제야 관심을 가진다. 에너지 문제는 자신이 가진 지식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하지만 합리적 선택보다는 이념이나 진영 논리에 따라 그 선택을 강요받는다. 에너지원에 대한 합리적 의사결정과 사회적 합의를 위해 에너지리터러시(Energy Literacy, 에너지소양)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필자는 지금이 에너지 소양교육에서 에너지 문제해결을 위한 답을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에너지 리터러시는 '개인과 사회, 국가가 당면한 에너지 문제를 합리적으로 분석, 에너지 사용이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에너지 사용에 대한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이 에너지정책의 국제적 트렌드인 지금, 다가올 에너지 쇼크 시대에 우리가 반드시 갖추어야할 능력이다. 특히, 미래세대를 위한 학교 에너지교육에서는 이전과 근본적으로 다른 변화가 필요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생태와 기후변화에 대응해 사회적 문제해결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문제에 있어서는 교육과정과 교과서에서 에너지 소양과 교육요소를 고루 다루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개념과 효율적 사용, 절약이 주를 이룬다.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에너지 문제에 대한 사회경제적 영향, 국제적 관계와 에너지안보, 에너지 믹스 등 다양한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에너지 리터러시 교육은 미래세대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사 직무연수, 연구모임 등 교사 교육의 활성화를 통해 에너지 소양과 관련된 요소를 교육현장에서 다룰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에너지 관련 다양한 학습 자료와 교보재를 개발하여 보급하는 것도 에너지교육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경제, 금융, 디지털 등 타 분야는 리터러시 교육이 보편화되고 있다. 에너지 분야도 리터러시 측정도구 개발을 통해 소양수준을 주기적으로 분석하고, 교육프로그램을 다양화해 에너지리터러시를 높일 수 있는 정책적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에너지리터러시 교육은 에너지관련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최근 중동지역의 정세가 불안하다. 50여 년 전 겪었던 오일쇼크의 악몽이 재연되지 않겠지만 화석연료 비중이 아직 상당한 시점에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우리는 이미 에너지 쇼크 시대를 살고 있다. 에너지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할 이유다. 전성재

포천시립박물관, 포천아트밸리에 건립되면

우리 포천시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적과 유물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문화유산이 체계적으로 보존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실되거나 훼손될 위험이 높다. 새롭게 생길 포천시립박물관은 유형의 유산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관리할 수 있는 공간이자 포천의 역사적 가치를 후세에 전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기대한다. 또한 지역주민과 학생에게 지역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지역사회 문화적 소양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역사 교육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포천시민으로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는데 주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포천시는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역사적 유적이 많은 지역이다. 포천시립박물관 개관은 새로운 문화관광자원으로서 포천 가치를 높이고,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관광객 유치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지역상권이 활성화되고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여러 박물관 사례를 간단히 보면 포천시립박물관 필요성과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예를 들어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경주국립박물관은 지역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고 교육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박물관은 지역 경제와 사회에 미친 긍정적 영향을 통해 그 중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교육하는데 기여하며, 연간 수백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해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경주국립박물관 역시 경주 역사적 유산을 보존하고 교육하는 중심지로 지역관광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포천시립박물관은 포천문화관광재단이 관리하는 포천의 대표 관광지인 '포천아트밸리'에 건립이 될 예정이다. 대개 박물관 위치는 도심지나 역사성이 높은 부여, 경주와 같은 곳에 있으나 포천시립박물관은 연간 40여만 명이 방문하는 자연경관이 수려한 포천아트밸리에 자리 잡게 되므로 관광시설과 연계성을 살려 운영, 활용도를 높인다면 거기서 발생하는 시너지로 관람객에게 높은 만족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사료된다. 포천아트밸리와 포천시립박물관은 각각 특성을 살려 시너지를 창출하는 등 상호작용을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장소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전시는 관광객에게 풍부한 문화체험을 제공할 것이다. 아트밸리에선 예술을 체험하고 천문과학관에선 자연과학에 대한 체험을 진행하며, 포천시립박물관에선 역사를 공부하고 체험해 서로 다른 차원의 경험을 제공해 방문객에게 더 깊이 있는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두 장소가 활성화됨에 따라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물관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어나면 지역 상점과 식당 등도 함께 활성화되며, 이는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함께 협력해 공동 마케팅을 진행할 경우 예컨대 두 장소 티켓을 묶어 판매하거나 공동 이벤트를 열러 더 많은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포천시립박물관 개관은 단순한 건물 설립이 아니라, 포천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앞으로 박물관이 지역주민과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중효 포천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kkjoo0912@ekn.kr

[EE칼럼] 주택용 누진제 개선을 위한 고려사항

주택용 누진제는 제1차 오일쇼크 이후 전기소비절약 유도 및 서민층 보호를 목적으로 1974년 11월 처음 도입되었다. 이후 국제유가 및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누진단계 및 누진배율을 신축적으로 조정하였는데, 2004년부터는 6단계 11.7배수로 운영되다 2016년 여름철 폭염을 계기로 3단계 3배수로 완화되었다. 이후 2019년부터 여름철에 한해 누진구간이 확대되었으며, 최근 2년간 기준연료비 조정에 따라 누진배율이 2.56배 정도로 조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틀에는 변화가 없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비록 2016년에 누진제 구조에 큰 변화가 있긴 했으나,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누진배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추가적인 제도 개선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3년 한전의 누적적자가 약 43조원이며, (평균적으로) 원가 이하로 공급됨에 따라 주택용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적은 액수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주택용 전기요금의 요금수준을 인하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은 오히려 우리나라 요금체계의 왜곡된 구조를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앞으로 주택용 누진제 개편을 위한 작업이 진행된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먼저, 누진 단계별 기본요금에 대한 재점검 및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주택용은 저압 기준으로 1단계 910원, 2단계 1,600원, 3단계 7,300원의 기본요금이 부과된다.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고 있는 이러한 기본요금 수준은 주택용의 원가구조를 적절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누진 1단계 소비자에게 부담되는 910원의 기본요금은 전력공급에 따른 최소한의 고정비용을 회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필자의 추산으로는 (저압 기준) 2,500원 정도로 기본요금을 통일한다면 한전의 판매수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3단계 소비자의 요금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또한 이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기본요금을 인상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전력량요금 인하 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 즉, 기본요금만 현실화하더라도 지금보다는 누진제를 더 완화할 수 있게 된다. 둘째, 2016년 누진제 개편을 통해 누진배율이 완화되긴 했으나, 최소 1.5배수 이하가 되도록 더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단가가 늘어나는 현행 구조는 요금제에 대한 불신을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며, 전기요금 수준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도 소비자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급격하게 누진배율을 완화하는 것은 요금체계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배율을 완화하는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과거 누진배수가 4~5배에 달했으나 약 10년에 걸친 요금 조정 과정을 거쳐 1.2배수 수준으로 완화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만하다. 셋째, 누진배율 완화는 단순히 3단계의 단가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되며, 반드시 1단계 단가 인상을 수반해야 한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1단계에 해당하는 소비자의 비율이 높다. 원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고객이 많다 보니, 여기서 발생하는 손실을 메꾸기 위해서 3단계 단가를 많이 낮출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1단계 단가 인상을 통해 추가적인 수입을 확보하고, 이를 3단계 단가 인하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전기를 적게 쓰는 저소득층의 요금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으나, 전기소비량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전기를 싸게 공급할 필요는 전혀 없다. 불분명한 다수를 대상으로 요금헤택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주택용 복지할인 등을 통해 맞춤형으로 취약계층 및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정연제

[김성우 칼럼] 에너지와 기후의 연계성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기후위기를 실감케 하는 9월 무더위 속에서 지난 4일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 서밋이 부산에서 개최되었다. '기후기술로 열어가는 무탄소에너지(CFE) 시대'라는 주제하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정부와 공동 개최해, 50여개국 500여개 기업 포함 국내외 기후변화 및 에너지 관련 리더들이 참석했다. 마침 필자는 CFE서밋과 기후서밋에 각각 연사로 초대되는 바람에 에너지와 기후를 흥미롭게 연계할 기회가 생겼다. CFE서밋에서는 지난 8월 BloombergNEF가 발간한 보고서(Clean Electricity Breaks New Records) 통계가 인용되었다. 2023년 전 세계가 생산한 전기의 40%가 무탄소 에너지원이고, 이는 태양광과 풍력 13.9%, 수력 14.7%, 원자력 9.4% 등으로 구성된다는 통계로, 그 비중은 브라질 및 프랑스 등은 75%가 넘는 반면, 인도 및 멕시코 등은 25%에 못 미쳐, 국가별 사정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 에너지는 대표적인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저렴하고 안정적인 공급이 기업 경쟁력에 중요 요소인데, 최근 사회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무탄소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무탄소에너지도 중요 요소로 추가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기후서밋에서는 투자자 및 소비자 등 기업을 둘러싼 핵심 이해관계자가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기업의 기후전략을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기후공시가 화두였다. 즉, 투자자나 소비자가 투자의사결정이나 제품구매결정을 하기 전에 기업이 공시한 기후전략을 숙지하고 이에 따라 위험과 기회를 판단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새롭게 도입되고 있는 기후공시규정들이 소개되었는데, 대표적인 공시항목에는 온실가스 배출량, 이상기후 영향, 탄소가격 전망, 경영층 관여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상술한 두 서밋의 연계점은, 기후공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중 에너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즉,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해야만 하는 시대가 시작되었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는 이해관계자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에너지의 탄소함량을 줄여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표적인 의무공시로 올해부터 적용되는 유럽연합(EU)의 CSRD(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을 예로 들어 보자. CSRD는 EU 기업은 물론 역외 기업까지 지속가능성 관련 내용을 보고하도록 강제하는 지침인데,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전기사용으로 인한 배출(Scope2)의 경우 절대배출량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기를 공급받는 전력망이나 발전소의 무탄소에너지 비중에 따라 배출량 보고가 달라지는 셈이다. 한국도 공시 의무화를 준비 중인데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발표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에 따르면, 기업이 구매하거나 획득하여 사용한 전기, 증기, 난방 또는 냉각에서 발생하는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의 경우 그 절대배출량을 공시 해야 한다. 문제는 한국의 무탄소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어렵다는 점이다. 바람이나 태양 등 자연에너지가 풍부하지 않고, 수력 발전의 비중도 현저히 낮고, 전력인프라 건설시 주민 합의가 어렵고, 다른 나라로부터 전력망이 고립되어 있고, 발전지역과 수요지역이 달리 위치한 사정 등 때문이다. 이런 상황하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가 의무화 되기 시작한 기업 입장에서는 스스로 전력망의 무탄소 비중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3월 말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온실가스 다배출기업 39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탄소중립 대응 실태 조사' 결과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 기업들은 선진국과 국내 여건과 차이로, “무탄소에너지 인프라(72.8%)"가 가장 필요한 요소 1위라고 호소한 배경이다. WCE 환영만찬에서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에너지안보와 기후변화는 엄마와 아빠처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이슈라고 말했다. 환영만찬에서는 뻔한 이야기로 들렸었는데, 상술한 두 서밋에 참석해 에너지와 기후의 연계성을 확인하니 비로소 사무총장의 말이 선명해졌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에너지와 기후가 연계되어 가중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 나서야할 시점이다. 김성우

[EE칼럼]한은 총재 지적 구조적 문제, 에너지 분야도 예외 아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통화신용정책을 넘어서서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위해 간병과 아이 돌봄 비용을 낮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 직접 고용과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6월에는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이라는 한국은행 보고서를 통해서 농산물 물가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즉, OECD 국가와 비교해 농산물 물가가 유독 높다며 수입확대를 제안한 것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수입을 많이 한다고 해서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큰 연관성이 없다"고 반박까지 하였다. 한편, 지난 8월에는 대학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에 맞춘 선발기준을 제시하였다. 입시문제에 따른 수도권 인구집중과 집값 상승, 저출산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런 이창용 총재의 행보에 대해 비판도 적지 않다. 본래 중앙은행이란 발권과 통화량 및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등의 통화신용정책을 관장하는 곳인데 이런저런 분야까지 간섭하는 것은 한은의 본질적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총재는 한은이 장기적인 구조개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단기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에 이 문제들이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구조적 문제들이 수십년 간 누적되면서 통화정책 같은 단기 거시경제 정책에도 선택을 제한하는 수준이 됐다고 진단하였다. 필자는 이 총재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우리 경제 문제의 대부분은 구조적인 문제다. 수많은 이익집단과 압력단체의 이해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데 이를 조금이나마 바꾸려 할 때 엄청난 반발과 저항이 일어난다는 점을 이번 의대 정원확대 파동을 통해 우리는 익히 경험하고 있는 바이다. 한은 총재의 지적처럼 우리 경제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려면 이런 제도적 개선을 하나씩 둘씩 이뤄나가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은행 보고서는 OECD와의 비교를 통해 식료품, 의류, 주거 등 의식주 비용은 상대적으로 크게 높은 반면, 전기·도시가스,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은 크게 낮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낮은 공공요금을 환영할 법하지만 한국은행 보고서는 이에 따른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즉, 친환경에너지 전환 등으로 에너지 생산비용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공요금을 낮게 유지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공서비스 질 저하, 에너지 과다소비, 세대 간 불평등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에너지분야의 구조적 문제는 심각하다. 그중에서 정부의 전기요금 억제는 도를 지나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3일 올 4분기 전기요금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6월말 기준으로 한전의 총부채는 200조원을 넘어섰고 하루 이자만 127억원에 달한다. 한전의 자금난이 얼마나 심한지 한전은 발전회사에 줄 전력 거래대금 지급일정까지 조정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발전사들이 연료비를 가스공사에 지급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또 다른 공기업인 가스공사에 대한 대금일정이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동결에 따른 자금부족으로 폭탄 돌리기가 에너지업계 전체로 번져나가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1982년에 출간된 '개발년대의 경제정책: 경제기획원 20년사'를 읽게 되었다. 그런데 그 첫머리 부분을 읽고 아연실색하였다. 1955년의 가장 큰 문제가 가격의 이중구조였는데 자유경제체제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저환율, 저금리, 저곡가(低穀價), 저공공요금정책을 추구한 결과 자원배분면에서 비효율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저곡가를 제외하고는 무려 70년 전의 문제점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구조적인 문제해결을 미루고 미루어서 지금까지 온 셈이이다. 에너지의 95%를 수입하는 나라의 공공요금인 전기·도시가스 값이 낮다는 것은 심각한 자원배분의 문제점을 가져온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은 이 총재의 문제 제기가 오히려 반가울 따름이다. 조성봉

[EE칼럼] 모두가 꺼리는 전력가격 분석과 예측

에너지 관련 부문 종사자들이라면 해결과제 중 앞자리가 전력 안정확보와 시장 효율화라는 점을 잘 안다. 시장경제체재에서 전력가격예측과 해석이 에너지 문제 해결의 요체인 것도 잘 안다. 사실 전력은 미래 지식정보사회의 기반이며, 전력공급 불확실성은 완전해결이 힘든 과제이다. 우리가 자랑해온 반도체 산업도 안정적 전력확보가 필수 전제조건인 AI 기술변화에 부응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한다. 2030년대에는 지금보다 최대 10배쯤 AI 산업용 전력 수요가 예상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 반도체 벨트지역이 AI산업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전력 수급체계로는 어림도 없다. 미래 AI 산업 벨트 지원을 위한 특화된 국가전력배급/저장을 위한 망(網) 구축을 위해 기존 전력/에너지 수급계획을 통째로 바꾸어야 한다. 먼 지방 발전소에서 화성/동탄 등 수도권 전자단지로 직송하는 고압 송/배전망 투자가 화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재원의 장기확보를 위한 전력가격 조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사실 우리 전력요금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기 시스템 적정화 비용의 절반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력과소비와 환경공해 유발의 주원인이라는 지적이 오래된 것이다. 국민을 대신한 정부가 공기업인 한전의 총괄비용보전의무가 엄연히 존재하다. 국민 부담으로 귀결할 전기요금 인상은 여건만 된다면 바로 시행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누진제 대상인 가정용 요금이 가장 먼저, 크게 오를 것이다. 취약계층인 서민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따라서 전력가격 설정에서 시장경제 논리 적용에 한계가 있고, 사회 형평 차원 고려가 불가피하다. 이에 급한 대로 가정용 요금보다 산업용 요금을 가중 인상하여 서민층 부담경감을 검토한다. 그러나 이런 수준 가격조정은 큰 의미가 없다. 가격 기능 허약, 독과점 등 각종 시장실패와 오랜 정부규제에 따른 정부 실패 요인들이 한 번에 보정이 불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공허한 말 잔치이다. 한전은 지난해 3분기부터 4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내고 있지만, 이자 충당이 겨우 가능한 정도이다. 총부채 규모는 올해 1분기 기준 202조 원 규모이다. 2020년 132조 원 수준에서 50% 정도 늘었다. 당연히 이자 비용도 그만큼 늘어 올해 4조~5조 원대에 달할 것 같다. 그러나 한전 적자 추정은 민간 경제계나 학계에서 큰 신뢰를 받지 못한다. 전력시장의 불완전성 때문이다. 시장구성의 핵심인 전력가격은 변동비(연료비)에 의해서만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확한 한전 적자 규모 산정은 어렵다. 그리고 생존 필수재인 전력요금 인상이 수요 감축과 투자 절약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우리 전력 수요관리는 여전히 가격 기능보다 5천억 원 이상 절전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전력시장은 한전 공급 과점과 송-배전 독점에다 전력거래소 가격 결정 독점이라는 중첩 독점체재 아래에 있다. 이런 독점 폐해를 막는 가장 좋은 대응방안은 가격경쟁을 유발하는 '적정 규제' 도입이다. 그러나 섣부른 규제 철폐는 시장 논리에 부응하는 것 같으나 사실은 전력시장 불완전성을 심화시킨다는 역설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력시장 구조상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를 통해 국내 생산전력을 일괄 구매하고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이 경우 발전회사가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가격(계통한계가격; System Marginal Price)만이 있다. 소매가격은 없고 도매(都賣)가격만이 존재한다. 소비자 차원 고려 부족은 당연하다. 따라서 '사적 이윤은 내부에 독점배분하고 사적 비용을 공적 비용 형태로 대중에게 배분하는' 비윤리적 운영이 우려된다. 더욱이 이러한 행동을 정부가 크게 탓하지 않는다. 관ㆍ민 집단이기주의 의혹이 이는 이유이다. 여기다 정부도 한전 적자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인 산업은행 배당금 지급을 제도화하고, 이를 독자적으로 활용한다. 한전 적자에 대한 정부 책임 거론 이유이다. 따라서 정부도 이들과 담합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전력산업 내부거래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 제도 차원 적정성 검토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전력산업 공정성과 효율성 검증은 관련 전문가와 학계의 참여를 바탕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이를 위해서는 2년마다 정부가 수립, 공표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살펴보자. 지금 2038년까지 관련 계획(안)의 얼개가 마련되어 년 말까지 최종 검토와 공청회 그리고 국회와의 조정-협의가 추진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38년까지 무탄소(無炭素) 전원인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세부 전원별 구성비율은 원전 35.6%, 석탄 10.3%, LNG 11.1%, 신재생에너지 32.9%, 수소·암모니아 5.5% 등이다. 원전은 소형모듈원전(SMR) 1기와 대형 원전 3기 등 5기가와트(GW)에 용량증가로 2038년 35.6%라는 가장 큰 발전원이 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도 풍력·태양광을 중심으로 2038년 발전 비중이 32.9%까지 올라갈 것이다. 이러한 계획도출과정에서 총괄분과에만 100명 수준, 그리고 기초 조사를 포함하면 지난 2년 동안 수백 명의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였을 것이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가용 가능 인원 모두가 참여한 것 같다. 그러나 전문영역별 이기주의 등 전문가 시장실패, 그리고 정부관여/책임구현 과정에서의 관료주의 폐해와 정부 실패를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 벌써 일부 정치권과 환경단체들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닌 SMR 등 불확실한 미래 기술에 너무 의존한다는 비판적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러니 전력에너지 부문과 같은 학제적/융합적 분야에서 진정한 전문가들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간다. 학제적/융합적 분야에 대한 논리 추론은 전통적 과학과 학문과는 달리 그 범위 등 영역 구획에 차이가 난다. 인위적 제도가 경제행위에 미치는 영향 이해에 초점을 맞추는 '제도(Institutional) 경제학' 차원 정밀 분석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면 '자칭' 에너지 전문가들의 기득권이 이권화되고 영속화되는 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최기련

[EE칼럼]기후변화와 태양광 발전의 신흥 강국들

B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에는 592GW의 태양광 모듈이 설치될 것이며 이는 역대 최대 신규 설치량을 기록했던 2023년에 비해 33% 증가한 수치다. 2023년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1위 국가였던 중국의 국가에너지국(National Energy Administration)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216.9GW의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2022년 86.1GW 대비 152% 증가하는 역대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올해도 7월까지 126.1GW를 설치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증가했고 7월까지의 증가율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280GW 이상의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실시간으로 에너지전환을 추적하는 Cleanview에 따르면 2023년 유틸리티 규모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를 19.3GW 추가했는데 이는 2022년보다 72%가 증가한 수치다. 올해도 38GW를 추가할 것이며 이는 기록적인 성장을 했던 지난해의 거의 두 배다. 인도의 경우 중앙전력청(Central Electricity Authority)에 따르면 2023년 10GW의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2022년 14GW 대비 감소했으나 올해는 7월까지 13.9GW를 설치해 지난해 같은 기간 7.8GW 대비 78% 증가했고 7월까지의 증가율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역대 최대인 18GW 내외를 설치되게 된다. 태양광 설치 강국들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신흥 강국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영국의 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 연례보고서에 따른 2023년 태양광 발전량 순 증가량 순위를 보면 1위는 중국으로 2022년 대비 224TWh 증가했고 2위는 브라질로 38TWh 증가.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일본, 이란, 네덜란드 스위스, 폴란드가 그 뒤를 이었으며 우리나라는 56위로 0.2TWh 증가했다. 반면 인구수 500만 명 이상인 국가 중 2022년 대비 2023년 태양광 발전량 증가율 순위를 보면 1위가 사우디아라비아로 153%, 2위 UAE 78%, 3위 이란 55%였으며 우리나라는 인구수 관계없이 전체 국가 중 66위로 증가율은 0.4%였다. 2020년 1월에서 7월까지의 태양광 발전량을 100%로 가정했을 때 2024년 1월에서 7월까지의 태양광 발전량 증가율 순위를 보면 1위는 리투아니아로 1,820%, 2위 콜롬비아 1,618%, 3위는 2023년 OECD 국가 중 석탄발전량 점유율 1위인 폴란드로 941%였다. 오스트리아, 에스토니아, 브라질, 헝가리 등이 뒤를 이었고 우리나라는 비교 대상국 32개국 중 최하위로 177%였다. 한편 Ember의 중국 태양광 모듈 수출 현황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가장 많은 중국 태양광 모듈을 수입한 나라는 네덜란드로 47.2GW였다. 지난해 약 4.3GW를 신규로 설치했고 나머지는 국외 태양광 개발 프로젝트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위는 브라질로 21GW, 3위는 인도로 14.5GW, 4위 스페인 12.2GW, 5위 사우디아라비아 8GW, 6위 파키스탄 7.9GW가 뒤를 이었다. 2024년 7월까지는 네덜란드가 1위로 28.5GW, 2위 브라질 12.8GW, 3위 파키스탄 12.5GW, 4위 인도 10.5GW, 5위 사우디아라비아 9.7GW 순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2023년까지 누적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이 2.2GW였는데, 2023년 8GW의 중국 태양광 모듈을 수입했고, 2024년 7월까지 9.7GW를 수입했다. 수입된 모듈이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 이내에 설치된다고 볼 때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글로벌 신규 태양광 설치국가 10위 이내 진입이 유력해 보인다. 파키스탄 또한 2023년까지 누적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이 1.2GW였는데, 2023년 7.9W의 중국 태양광 모듈을 수입했고, 2024년 7월까지는 무려 12.5GW를 수입했다. BNEF는 높은 에너지 가격과 세금이 파키스탄의 상업 및 산업(C&I) 태양광 프로젝트의 강력한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파키스탄은 지난해 같은 기간 글로벌 순위 14위에서 올해는 5번째로 큰 신규 태양과 투자 시장으로 급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미국, 인도 등 전통적인 태양광 강국들의 질주와 함께 네덜란드,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UAE, 이란, 폴란드 등 신흥 강국들이 부상하고 있다. 스페인 등 여러 나라는 이미 가장 큰 발전원이 태양광이 되었고 7월 기준 역대 최대 태양광 발전량을 기록한 나라도 Ember 통계 기준으로 최소 11개국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3년 연속 신규 태양광 설치량이 역성장했고 관련 지원제도는 축소 또는 폐지되고 있으며 지원 예산도 3년 연속 축소되었다. 태양광 발전설비는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핵심적인 솔루션이며 태양광 발전설비 확대에 필요한 예산은 치러야 할 비용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 감소와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라는 걸 우리 정부만 잊은듯하다. 황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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