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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상한 나라의 국회의원들

'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 하지만 코미디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4년동안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떠난다.'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본명 정주일) 씨가 14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15대 총선 불출마 선언 당시 던진 말이다. 국내 코미디계의 1인자였던 그가 국회에서 한 수 배웠다는 것은 국회가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코미디는 풍자와 해학을 통해 웃음을 주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국회는 의원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이 하루가 멀다하고 나온다. 금투세는 주식과 펀드, 채권 등 금융투자를 통해 얻은 이익이 5000만원 이상이 될 경우 초과 액수의 22%부터 최대 27.5%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野)당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며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중이고. 금투세를 폐지하자는 국민의힘 등 여(與)당은 투자자들의 혼란과 큰손들의 이탈 등으로 인한 국내 자본시장의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둘 다 이해 가능한 의견이라면 의견이다. 하지만 문제는 금투세 시행을 주장 중인 야당의 행보다. 내부에서조차 찬반으로 의견이 나뉘고 있고, 지난 24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금투세 시행 토론회에서는 온갖 구설을 만들어내며 투자자들을 분노케 했다. 이번 민주당의 토론회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학생 모의재판과 다를 바 없어보인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기 위한 토론회가 아니었다. 당내 찬·반 의원들 간 의견을 교환하는 데에 그쳤다. 말 그대로 약속대련에 불과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의 한마디는 이날 토론회의 화룡정점을 찍었다. 그는 “(금투세 도입으로) 증시가 우하향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면 인버스에 투자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해 논란을 자초했다. 인버스는 주가하락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이다. 이를 최근 주택가격에 견주어 보면 '아파트 가격이 오르던 시기 왜 서울에 집 한 채 사지 않았느냐'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아냥에 불과하다. 반복되는 금투세 논란으로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친 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강행 의지를 내비치는 일부 의원들의 행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거다. 금투세 도입을 반대하는 여론은 조사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리얼미터가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의뢰로 지난 지난 8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금투세 시행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폐지'(34.0%) 또는 '유예'(23.4%)가 필요하다는 비율이 57.4%로 나타났다.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27.3%에 그쳤다. 이같은 결과는 “국장은 답이 없다"라는 한 투자자의 말이 모든걸 대변한다. 한국 증시만 소외받는 상황에서 투자심리를 훼손하는 금투세 도입이 현재 상황에서 과연 적절하냐는 거다. 실제 연초 이후 코스피 지수는 0.20%(5.5포인트) 감소한 반면 미국 다우지수는 12.26%(4623.46포인트)가 올랐다. 금투세 도입을 철회한 대만의 가권지수는 연초 이후 27.36%(4903.42)가 뛰었다. 급한건 세금이 아니라 시장 안정화다. 전환사채(CB) 등을 통한 무자본 인수합병(M&A)과 시장을 훼손하는 좀비기업들, 이슈에 급등락을 거듭하는 테마주의 난립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언제까지 여의도발 코미디에 쓴웃음을 지어야 할까. 정치인들의 빠른 결단이 필요한 때다. 양성모 기자 paperkiller@ekn.kr

[데스크칼럼] 에너지안보 없이 그 어떤 미래도 없다

수출입 무역 통계가 있다. 수출은 그 나라 경제 분야의 강점을 보여주고, 수입은 약점을 보여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입 실적을 살펴보면 총 수입액은 약 854조원이고, 총 수출액은 약 840조원으로 14조원의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했다. 주요 수출품목을 보면 반도체, 석유제품, 화학제품, 자동차, 배터리, 선박 등이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들이 영위하고 있는 분야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주요 수입품목은 무엇일까? 바로 에너지와 광물이다. 지난해 에너지 수입액은 약 228조원, 금속광물 수입액은 약 31조원으로 총 260조원에 달한다. 에너지와 광물 수입액은 전체 수입액의 30.4%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세계 14위의 경제대국이면서, 제조업 비중이 27.5%인 제조강국이다. 제조를 하려면 원료가 필요하다. 그것이 광물이다. 그리고 그 설비를 가동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제조강국인 우리나라의 최대 수입품목이 에너지와 광물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광물의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일차에너지 공급량 가운데 수입의존도는 94%였고, 올해 1~5월 수입의존도도 93.9%로 나타났다. 통계가 시작된 1990년의 88.7%보다 오히려 악화됐다. 에너지와 광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국제가격 움직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는 그나마 국제가격이 안정세를 보였기에 망정이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을 보면 에너지 수입액 290조원, 금속광물 수입액 36조원으로 총 326조원을 기록해 전체 수입액 972조원의 33.5%를 차지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가장 취약점이 에너지와 광물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석유의 70%, 가스의 40%를 중동지역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중동이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로 시작된 전쟁은 현재 이스라엘 대 범 이슬람 시아파로 확산되고 있다. 전쟁 양태는 아직 폭격 형태로 간간이 벌어지고 있지만, 얼마든지 전면전으로 확전될 수 있다. 그렇게 될 시에는 국제 에너지가격이 폭등하는 것은 물론 수급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기름값, 가스요금, 전기요금, 난방비 등 각종 에너지 비용은 지금보다 2~3배는 뛸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최소한의 설비만 가동하고 비축해 놓은 물량으로 전쟁이 끝날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 포항 앞바다에서 발견된 석유, 가스를 개발하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탐사자원량은 약 35억~140억배럴로 적지않다. 대왕고래는 우리나라의 가장 취약점인 에너지안보의 구세주가 될 수 있다. 시추 1기당 약 1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실제로 유가스가 발견될 확률은 20%에 불과하다. 하지만 성공 시 우리가 얻는 효과는 투입비용의 100배는 넘을 것이다. 매장물량뿐만 아니라 다 쓴 빈 공간을 탄소저장고로도 쓸 수 있다. 현재 한국석유공사가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시추를 준비 중이다. 부디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정치권과 국민 모두의 응원과 지원이 필요하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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