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오기형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과 함께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코스피 5000시대'를 실현하겠다며 출범시킨 특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정작 '부동산 부자'들로 주식 투자는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에너지경제신문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민주당 '코스피5000시대 실현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10명(오기형, 김남근, 민병덕, 박상혁, 이소영, 이정문, 김영환, 김현정, 박홍배, 이강일)의 자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들의 총자산은 102억 6108만원이었는데 이 중 부동산 자산은 약 절반(49.59%·50억 8000만원)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컸다. 반면 증권(주식) 관련 자산은 고작 2.55%(2억 6000만원)에 불과해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민주당 '코스피5000시대 실현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10명 자산 구성 (단위: 억원)
의원 별로보면 민병덕 의원의 경우 총자산 4억 8194만원이었는데, 부동산 보유액은 15억9000만원으로 무려 328.6%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11억 6000만원의 부채를 안고 15억 8000만원 상당의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소재 단독주택과 사무실 전세권을 합해 건물 자산이 15억 9378만원에 달했다.
이어 이강일 의원이 순 자산 중 부동산 비율이 가장 높았다. 총자산 15억 5538만원 중 건물, 상가 등 부동산 자산이 9억 7000만원에 달해 약 62.36%를 차지했다. 특히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소재 프로젝트500타워 내 상가 5개 호실을 보유하고 있어 상가 투자가 주요 자산 증식 수단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박홍배 의원이 총자산 15억 2562만원 중 부동산(아파트 전세권 7억5000만원)의 비율이 약 49.16%였다. 다음은 김현정 의원으로 총자산 25억 4030만원 중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텐즈힐 아파트와 평택비전에듀포레푸르지오 아파트 전세권, 평택 비전동 에이치탑5 사무실 전세권 등 건물 자산이 7억 6800만원으로 약 30.23%를 차지했다.
김남근 의원은 총자산 30억 8885만원 중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근린생활시설 전세권과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아파트 전세권 등 8억원의 건물 자산을 보유, 총자산의 약 25.90%를 차지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오기형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의원들의 증권 자산 비중은 미미했다. 10명 중 주식을 보유한 의원은 단 2명에 불과했다. 김남근 의원이 증권 자산은 2억 3595만원으로 위원 중 가장 많았으나,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64%에 불과했다. 박홍배 의원은 약 2545만원으로 전체 자산의 1.67%를 차지했다. 나머지 오기형, 민병덕, 박상혁, 이정문, 김영환, 김현정, 이강일, 이소영 의원 등 8명은 본인 명의의 증권 자산이 아예 없었다.
이들 10명 의원들은 현금성 자산 비율(48.2%·49억 4000만원)이 매우 높다는 특성도 보였다. 부동산과 합치면 전체 자산의 97.8%를 차지하는 등 극도로 보수적인 자산 구조였다.
정치권·금융계에서는 이같은 특위 소속 의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 부채·빈부 격차를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위주의 자산 구조를 금융 위주로 전환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실제론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코스피5000'을 외치면서 정작 본인들은 주식 투자는 하지 않고 부동산에만 몰린 것은 모순"이라며 “국회의원들 대다수가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을 이루고 있다면, 부동산 불패 신화를 공고히 하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부 전문 투자자와 펀드 매니저가 장세를 장악하고 개미 투자는 언제나 손해를 본다는 인식 등 주식 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코로나도 이겨낸 '부동산 불패 신화' 아니냐. 국회의원들이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보편적인 한국 부자들의 자산 운영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주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건전한 발전을 위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무주택자인 박홍배 의원은 “주식 보유에 대한 제한 사항이 너무 많다"며 “이해 상충 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정무위원회 의원들은 주식을 보유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에야 겨우 정기 예금에 있던 돈을 ETF 정도로 하나 돌려놓은 게 있을 뿐"이라며, 3000만원 이하 우리사주나 보유 기간에 따라 매도가 제한되는 경우 외에는 대부분의 의원들이 주식 투자를 자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