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죽어 묻히고 싶은 대한민국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2.29 11:00

로버트 김 에너지경제신문 런던특파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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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김 에너지경제신문 런던특파원/ 변호사

불과 지난 주까지만 해도, 한국은 세계적으로 선망받는 신흥 문화 중심지였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여행을 꿈꾸는 나라였다. 그런데 단숨에 여행 주의 국가로 전락하고, 무역과 투자 선순위 희망국에서 불확실성으로 인한 금융비용이 높은 나라가 되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영국에 30년을 산 변호사, 시의원으로서 한국 정치와 군, 검찰의 후진적 구조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는 40여년 전 군사 쿠데타의 망령이 되살아난 듯, 많은 세계인이 실소를 금치 못한, 어이없는 정치적 무능과 혼란을 보여줬고, 한국 민주주의의 허약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비민주적 군사 동원의 용이함, 대통령 유고로 인한 국정 마비, 능력과 성과보다는개인적 인맥에 의해 운영되는군과 검찰, 국가와 국민보다 개인적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위헌적 명령 체계, 그리고 정치검찰의 수사 난맥상 등 민주적 체제의 취약점들이 아직도 많이 존재한다.


지난 달 11일 Remembrance Day 기념식에서 만난 구십대 중반의 한국전 참전 용사는 “우리 생명과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줘서 고맙다."는 내 말에 오히려 내 손을 잡으며 “이렇게 훌륭한 선진국을 만들어 줘 고맙고, 우릴 기억해줘서 고맙다."며 죽으면 우리들 희생을 감사하는 한국에 묻히고 싶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1951년 파주 설마리에서, 대대 750명 병력으로 중공군 3만여명에 맞서 마지막 39명만 남을 때 까지 싸워 서울과 민주주의을 지켜냈던 영국군 글로우스터 연대 1대대, 그 후 70여년간 연평균 7% 이상의 성장을 이루어 GDP규모 약 2조달러, 총자산 1경 7천조원의 민주주의 문화 선진 경제 대국을 만들었다.




그런데, 지난 주 윤석열 비상계엄은 국내정치 혼란, 사회적 갈등 심화, 경제적 불안정성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 감소, 관광산업 타격, 금융시장 불안정, 외교적, 문화적 신뢰와 브랜드 가치 하락 등으로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 예상되고, 이런 혼란이 1년여 지속되면 여태껏 축적한 나라 전체의 국부가 소진될 거라고 한다.


지도자는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권력을 행사하는데, 국민의 신임을 잃으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 범죄로 국민과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고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면 법적 책임을 묻는 것 또한 당연하다.


역량과 도덕성이 결여된 무능한 지도자, 견제와 균형없이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몰아주는 헌법과 제도, 능력과 성과가 아니라 인맥에 의한 반칙과 이해충돌이 만연한 권력기관들, 정치와 검찰의 유착 등, 이는 외국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선진 대한민국의 모습은 아니다.


아직도 50년 전에 머문 미개발국 수준의 정치인들과 권력기관들, 이 들의 시대착오적 미몽이 세계 최고 시위문화를 보여준 우리 젊은이들의 응원봉에도 깨지 않는 이유는 뭘까?


심부름꾼들이 주인 목에 총칼을 들이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온라인 신분증과 온라인 투표를 통해 최소한 주요 헌법기관 구성원들은 국민들이 직접 선출하고, 잘 못할 경우 해임할 수 있게 헌법부터 개정해야 한다.


선임한 심부름꾼을 해임할 수 없다는 건은 민주주의 이전에 비상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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