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넘게 닫혀 있던 의정 대화의 문이 마침내 다시 열릴 조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의정 갈등의 해법으로 “신뢰 회복"과 “대화"를 제시한 데 이어,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해법 마련을 공식 지시한 것이다. (제공=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년 반 넘게 지속된 의정 갈등 해소에 물꼬를 틔웠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장관 미임명 등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일각에선 복지부가 의료진 공백 사태로 일선 현장에선 연간 수천명의 환자들이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죽어가고 있는 상황을 수습하지 못한 채 방관하고 있는 것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의사 정원 증원 2000명선을 고집하는 과정에서 복지부가 '윗선의 지시'를 핑계로 현실성있는 사태 해결책·협상 노력을 하지 않아 엄청난 피해를 사실상 방치한 만큼 12.3 비상계엄 사태만큼이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6일 복지부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19 방역 천사'로 유명한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아직 정식 임명되려면 인사청문화 등을 거쳐야 해 빨라야 이달 중순 이후나 되어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선 환자와 의료진,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책 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정 후보자는 장관에 임명되면 복귀 여건 조성과 의료계와의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첫 공식 행보에서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계와의 신뢰, 협력 관계 복원이 가장 시급하다"며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의 이 같은 입장은 이 대통령의 메시지와 맞물리며 의정 대화 복원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의대생이 2학기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히며 구체적인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선 “의료대란 해법이 있는지 부처별로 세심하게 점검하라"며 관련 부처에 실질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의료계에도 호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대통령의 진정성을 받아들인다"며 “국민 건강과 의료 체계 회복을 위한 대승적 협력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한성존 비대위원장도 “이제야 실질적인 대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의료계 내부에서는 대전협이 기존 7대 요구안을 재구성하고 있으며, 복귀와 수련환경 개선 등 당면한 현안을 중심으로 3대 핵심 안건을 선별해 협상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이들은 필수의료 정책 방향 재검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연속성 보장, 보건의료 거버넌스 내 의사 대표성 확대를 중점 과제로 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대전협의 요구안을 검토한 뒤 입장을 조율할 방침이다. 다만 내부 의견 통일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일부 전공의들은 기존 요구안의 핵심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첫 공개 메시지에 의정 갈등의 해법으로 “신뢰 회복"과 “대화"를 제시했다. (제공=연합뉴스)
교육부와의 조율 역시 복귀 논의의 핵심이다. 2학기 복귀가 현실화되려면 7월 중순 이전까지 학사 일정, 수업 인정, 임상 실습 등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교육부와 복지부 간 실무 협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의료계와 정부 모두 단순한 복귀만으로는 갈등 해소가 어렵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전공의 단체는 “복귀 논의는 출발선일 뿐, 실질적인 제도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 후보자는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의료계의 목소리를 담은 의료 개혁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전공의들의 복귀 관련 논의에 있어도 “시간이 많지 않다"며 적극적인 검토 의지를 나타냈다. 과거 코로나19 대응 당시 배우자가 관련 업체의 주식을 보유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보도에 잘못된 내용이 많다"며 “청문회에서 사실관계를 충실히 설명하겠다"고 해명했다.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되는 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면, 정부와 의료계 간 협상 테이블이 다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전공의 복귀와 수련 환경 개선을 포함한 구조적 개편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 보건복지 관계자는 “이제는 관심도 없어져서 언론에서 보도도 잘 안 되지만, 지금도 일선 병원 응급실에서는 의사가 없고 수술방이 부족해 응급 환자들이 앰뷸런스를 타고 여기저기 뺑뺑이를 돌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원정 수술을 받으러 가고 있는게 현실"이라며 “복지부가 윗선 핑계만 대면서 수천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의정 대란을 방관한 것에 대해선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